Management |마이클 포터 모델로 분석한 국내기업 사회공헌활동 | |||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1-09 23:27 | |||
“CEO 이미지 만큼 기업 경쟁력도 높여라”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이 당대인들이 지향하는 가치 체계를 한걸음 앞서 파악하고,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 과정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이윤추구와 사회책임의 가치가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 장면 1. ‘행복경영론’을 신년 화두로 제시한 최태원 SK회장. 지난 2003년 계열사인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사태로 옥고까지 치른 바 있는 그는, 요즘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동계올림픽 후보지인 강원도 평창에 내려가 직원들과 손수 불우이웃에게 제공할 ‘김장’을 했다. 2005년에도 달동네에서 연탄을 날라 언론의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얼굴에 웃음을 띤채 궂은 일을 마다않는 4대 재벌 그룹의 젊은 총수. 이 회사의 사회공헌활동(CSR)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재벌 기업을 향한 국민들의 반감을 씻어내는 데 한 몫을 할 것인가.
장면 2.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우울한 한 해를 보낸 현대자동차그룹. 새해 벽두부터 성과급 규모에 불만을 품은 울산 사업장 노조원들의 사장 폭행 사태로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는 이 회사도,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전 직원들이 전사적인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내 봉사단체인 쌀나눔 봉사대는 지난달 9일과 10일 전국의 소년소녀 가장과 장애인,무의탁 노인 등을 방문해 햅쌀 한 포대씩을 전달했다. 이 회사 임직원들이‘자발적으로’ 결성한 300여 개의 자원 봉사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사회공헌활동에도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은 지난해 비자금 사태로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한해를 보내며 손상된 그룹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마이클 포터 “기업들 사회공헌 진정한 가치 못 깨달아” 세계적인 경영월간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작년 12월호에서 다국적 기업 250여 개 가운데 60% 가량이 지난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공헌활동) 리포트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관련 시장도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우존스가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평가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인덱스’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라임글로브를 비롯해 사회공헌활동 컨설팅 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은 결코 일시적인 유행(fad)이 아니다. 미국의 MIT슬론 스쿨, 하버드경영대학원 등 유명 경영 대학원들도 사회공헌활동을 정규 교과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수업시간에 제약회사의 경영자를 불러들여 아프리카 빈민을 위한 신약 개발의 중단 배경을 캐묻는다. “기업 비즈니스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 작년 말 타계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목소리는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한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상당부분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는 소비자들의 비만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국내에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국내 교과서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지만, 큰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수레바퀴를 온 몸으로 막아서는 사마귀에 비유할 수 있을까. 그런데 세계적인 경영 석학이 기존의 사회공헌활동 수행 방식의 재검토를 주창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작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해 기업인들의 창의력 부족을 질타하던 마이클 포터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분석툴인 ‘다이아몬드 모델’로 한 시대를 풍미한 학자다. 클러스터(cluster) 이론의 지적재산권자이기도 하다. ‘전략과 사회(Strategy & Society)’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이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다. 포터 교수는 이 기고문에서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진다. 기업들이 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일까? 그는 도덕적 의무(moral obligation), 라이선스(licence to operate), 명성(reputation),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4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그의 이론을 통해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을 분석해보자.
총수를 위한 것인지, 주주를 위한 것인지 애매모호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정유 부문은 시민단체의 감시의 눈길도 매섭다. 그는 이러한 기업부문을 통틀어 ‘라이선스’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이들 기업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막대한 자금을 사회봉사활동에 쏟아부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포터 교수는 주장한다. 지난 2003년 국내의 세녹스 파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유 시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 SK정유로서는, 별다른 시설 투자가 필요없는 세녹스가 합법화될 경우 당시 사업 구도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가 SK정유의 손을 들어주는 등 교통정리에 나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당시 이 회사 관계자들은 기자들을 만나 세녹스의 불법성을 질타하고, 주요 언론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막대한 물량을 위기 관리에 쏟아부었다. 이들 기업(라이선스)에 사회공헌활동이란 재난을 대비해 보험을 드는 행위에 비유할 수 있다고 포터 교수는 지적한다. 이들은 사회공헌과 주가, 브랜드 가치의 상관관계를 강조하지만, 이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러한 활동이 주주 가치의 제고를 위한 것인지. 총수 개인을 위한 것인지 불투명한 면이 있는 점도 부담거리. 올해 해외시장 공략의 강화를 천명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어떨까. 현대자동차그룹은 도덕적 책무의 수행을 강조하는 기업 시민의 입장에 가까운 편이다. 포터교수의 분류방식을 적용해 보았다. 하지만 이 회사가 세계 시장으로 활동 영역을 활발히 넓혀가면서 사회공헌활동과 관련해 예기치 않은 골칫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자국에서 두루 통하는 보편적 도덕률과, 진출국의 법률이 부딪치며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는 게 포터 교수의 설명이다. 예컨대, 미국의 정보검색 기업인 구글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검열 반대원칙을 포기해야 했다.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국내 기업도 글로벌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면서 이러한 위험을 겪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활동 무대가 상대적으로 정정이 불안한 브라질,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신흥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이러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특히 노사 분규 등 집안 문제조차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회봉사활동에 돈을 물 쓰듯이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포터는 사회공헌활동이 소비자의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 주가관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증된 바 없다고 강조한다. 사회공헌활동의 낮은 효율성도 문제다. 사회공헌활동 시간, 또 이러한 활동을 돈으로 환산한 금액 등이 입에 오르내리지만, 파급 효과는 정작 뒷전이다. 영리단체들이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의 내용,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지켜보며 자사 활동에 참고하는 기업들이 많은 배경이기도 하다.
사회공헌활동도 이윤 중시돼야 “전략은 선택을 뜻한다(Strategy is always about making choices). 사회공헌활동도 다르지 않다. 사회적 이슈를 선택하는 것이다.” 포터 교수는 무엇보다 도요타자동차의 세계적인 히트 차량인 프리우스(Prius)를 보라고 조언한다. 이 친환경 차량은 가솔린 자동차의 10%에 불과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미국 시장 진출 초기 손실도 적지 않게 났지만, 결국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기업 이익과 사회공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미국시장에서 ‘프리우스 운전자=(지적으로 )깨어있는 인물’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 할리우드 배우들은 오스카 시상식장에 이 차를 타고 등장해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 미국의 ‘홀 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도 비슷한 사례다. 무공해 유기농 채소를 판매해 온 이 회사는 소비자 건강을 해칠 수 있는 100가지 성분을 철저히 점검해서 구매 과정에서 제외한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간 밀가루는 쓰지 않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정을 채택하고 있다. 판매 매장 건설에도 환경 친화적인 건자재를 사용했다. 이 회사의 자동차는 바이오 퓨얼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다. 모든 가게와 생산설비를 풍력 에너지만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 동물 보호재단을 설립하고, 사육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앞장서고 있다. 친환경 산업으로 저성장의 굴레를 단숨에 벗어던진 제너럴일렉트릭, 그리고 저소득 계층을 타깃으로 한 상품, 포장,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유니레버 등도 비슷한 사례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환경 보호나 빈자 구휼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력을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았다. 그는 “사회적 이슈의 선택은 기업의 장기 경쟁우위를 강화할 연구개발 활동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터 교수는 사회책임이라는 용어부터 바꾸라고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Corporate Social Intergration)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것. 사회적 책임은 기업과 소속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전제로 한 표현인데, 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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