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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에릭 스완슨 힐튼호텔 신임 총지배인
[이코노믹리뷰 2006-09-28 09:09]
“실적제고 방안이요?
고객만족에서 찾아야죠”

한국인 어머니에게 회초리 맞는 美 경영자
잭웰치 경영철학 믿지만 한국 적용은‘글쎄’
노사협상 빨리 끝내고 삼겹살에 소주 먹고 파

얇은 회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바람을 가른다. 종아리에 회초리가 감겨들자 눈물을 터뜨리는 어린 소년. 자식을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지금이야 희미하게 잊혀져 가는 풍경이지만, 공들여 짜던 비단을 한칼에 끊어버리며 맹가의 나태함을 질타하던 맹모(孟母)가 어찌 우리나라나 중국에만 있었을까.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에릭 스완슨(Eric Swanson·47) 신임 지배인은 요즘도 어린 시절이 간혹 그립다. 회초리를 휘두르며, 가정교육에 관한 한 한국식을 고수하던 어머니는 올해로 82세가 되었다. 주름살은 많이 늘었지만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아시아담당 학예관으로 근무하며 여전히 두 남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시대에 경기여고를 나와 워싱턴 주립대에서 민속학 석사 학위까지 받은 엘리트 여성이니, 맹모단기(孟母斷機)를 실천하기 위해 회초리를 집어든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뉴욕에서 지큐(GQ)와 엘르(ELLE)를 비롯한 유명 패션잡지의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그의 부인도 한국인이다.

한국인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호텔업계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온 호텔리어인 그가 매출 부진으로 부심하던 힐튼 측의 눈길을 끈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회사 측은 임기를 일년 남겨 놓은 전임자를 물러나게 하고 그를 총지배인으로 선택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미국 리츠칼튼 호텔의 시설부책임자(director of engineering)로 근무하며 업계에 첫발을 디딘 그는 스스로를 ‘행운아’로 부른다. “26세 무렵부터 이 호텔의 이사회 멤버들을 보좌하며 오랜 연륜과 더불어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호텔 매니저로 근무하던 누나의 추천으로 우연하게 시작한 호텔리어 생활이 천직이었던 것.

세계경영자 가운데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가, 한국에서 추진하게 될 당면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윤율(profitability)을 끌어올리는 데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이러한 분위기를 지금부터 바꾸어 나갈 방침입니다.”

그의 발언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오랜 경기 침체로 회사 실적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정작 위기의식을 느끼는 이들을 사내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분위기 쇄신과 더불어 경기 침체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게 그의 과제다. 이를 위해 인도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도인 판매 전략 담당자를 새로 영입했다.

이 인도 출신의 매니저는, 인도의 ‘리라 팰리스 켐핀스키 호텔’ 지배인으로 근무하던 그를 보좌하며 과감한 전략으로 이 호텔을 인도에서 가장 이윤율이 높은 호텔로 바꾼 주역이기도 하다. 스완슨 지배인은 하지만 무작정 비용을 줄여 이윤을 높이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부임 초 가장 먼저 챙긴 일 중 하나가 호텔 로비에 꽃 장식을 다시 하는 일이었습니다. 전임자 지시로 치운 것을 원상 복구한 것입니다. 돈을 아끼되 고객 서비스와 직결된 부문에는 과감히 주머니를 열어 로열티를 높여 나가야 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죠.” 작은 것에 집착하다 정작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

“호텔리어의 사명은 고객이 내 집 같이 편히 호텔에 머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점을 어느 경우든 잊어서는 안 된다”는 그는 최근 물을 흐린다며 60세 이상 노인들의 헬스클럽 이용을 막아온 것으로 알려진 국내의 한 유명 호텔에 대해서는 강한 아쉬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매니저를 영입하고, 직원들과도 활발히 접촉하는 등 숨가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그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경쟁 업체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점이 부담거리다. “총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하는데, 이는 국내 호텔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그가 노조의 두자릿수 임금 인상 요구에 난색을 표시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노조에서는 경쟁 업체들의 임금 인상 수준을 제시하며 두자릿수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재벌회사 소속이 아닙니다. 임금인상도 생산성 향상 수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

영국에 있는 이사회 임원들을 상대로 노사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회사 사정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그는, 하지만 “한국에는 한국만의 문화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하루빨리 임금협상이 타결돼 근로자들과 삼겹살 안주에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미국과 이집트, 그리고 인도의 호텔업계를 두루 거친 그는, 국내 호텔업계의 전반적인 경쟁력 수준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었다. 두바이의 호텔들이 객실서비스, 음식 등 부문별로 앞서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근로자들의 헌신적 태도만큼은 한국이 최고라는 진단을 했다.

이들은 친절하기로 소문난 필리핀 여성을 메이드로, 인도인을 요리사로 영입하는 등 부문별로 최상의 인력(best of best)을 영입해 서비스 수준은 높지만 외부영입 인력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한국에 비해 턱없이 뒤떨어진다는 것. 그는 요즘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온라인 국제 금융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스스로가 모든 것에 정통하다고 판단할 때가 사실 가장 위험한 때이다”는 경험칙을 믿기 때문이다. 잭 웰치의 경영철학을 신봉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를 소신대로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그는 이날도 인터뷰를 마치자 노조와의 협상을 위해 집무실을 바로 떠났다.

■ 에릭 스완슨 사장은 1959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지난 96년 3월부터 99년 1월까지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호텔 부총지배인을 지냈으며, 99년 8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이집트의 샴엘쉐이크(sharm el sheikh)호텔의 총 지배인을 담당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코코넛 글로브 릿츠칼튼 호텔 총지배인, 인도 리라 팰리스 켐핀스키 호텔 총지배인, 베이징 마르코폴로 파크사이드 호텔 총지배인을 거쳐 지난 5월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의 총 지배인으로 부임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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