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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수 사장이 오늘 구속되고 말았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8일에 <이코노믹리뷰>에 실렸던 제 기삽니다.


CEO focus |IT 간판스타, 결국 무너지나

기사입력 2008-10-08 05:54


● 위기에 빠진 남중수 사장…딜레마에 빠진

◇행동은 때에 맞춰야 하며 인생의 지혜는 시기를 잘 저울질하는 것이다.

‘ 일모도원(日暮途遠)’.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한데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뜻하는 ‘사자성어’이다. 중국 한나라의 역사서인 <사기>에 등장하는 문구로, 세월이 부모의 원수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예의와 격식에 얽매여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오자서의 말이 원전이다.

가죽푸대에 담겨 허망하게 삶을 마친 춘추 시대의 ‘오자서’에서, 가깝게는 에너지 기업 앤론(Enron)의 제프리 스킬링까지, 비운의 주인공들은 한때의 눈부신 성공에 도취해 무리수를 두다 몰락하며 역사에 ‘반면교사’의 사례로 남게 된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신경제’가 파열음을 내던 지난 2000년, 남중수 KT 사장(당시 IMT 사업본부장)은 부친의 영안실에 있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열 살 난 어린 아들에게 ‘염’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했다.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있는 만큼 살얼음판을 걷듯 매사에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후일담이다.

대학졸업 후 장관 비서관을 지내다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던 그도, 지난 1997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권이 바뀌자 눈물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이른바 KS(경기고-서울대 인맥)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으며, 서울이 고향인 그는 수년간 비주류로 머물렀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은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학에 조예가 깊은 그의 좌우명은 도덕경의 ‘여선인’이다. 직위고하에 관계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다른 이를 대하라는 내용이다. 듀크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딴 미국 유학파이지만, 남 사장 리더십은 경전이나 사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듯 보인다’는 노자의 말처럼, 조용하면서도 거침이 없는 행보를 보여온 그는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최근 직면해 있다.

발 단은 조영주 KTF 전 사장의 납품 비리. 그는 이동통신 중계기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리베이트조로 수 십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곤 했지만, 이번에는 사태가 일파만파다. 납품 비리의 불똥은 남중수 사장에게 튀었다.

회사 측은 연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칼끝은 점점 심장부로 파고드는 형국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남 사장이 조영주 사장에게 차명 계좌를 건네주면서 먼저 입금을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남 사장의 거취는 물론 산적한 현안들을 안고 있는 이 공룡기업의 진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최근 탈한국 행보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이 회사의 글로벌시장 전략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남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실적 부진 등 위기의 징후들이 뚜렷했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선전화 시장 무너지는데…

3 세대 이동통신 ‘쇼’가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정작 서비스를 선보인 핵심 계열사(KTF)의 2분기 성적표는 참담했다. 사상 처음으로 영업 수지가 적자로 반전했는데, 정작 회사 측의 해명은 본질을 비껴갔다는 평가다.

대규모 적자는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3분기에는 다시 영업 이익을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공룡기업이 경영 환경의 가파른 변화에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유선전화 시장의 매출 감소는 그룹을 뒤흔드는 위기의 뿌리이다. 매년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이 분야에서 줄어들고 있으며, 유선 전화 트래픽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 회사의 ‘캐쉬카우(Cash Cow)’ 역할을 해온 유선전화 시장은 경쟁 업체들의 파상공세로 시장 점유율은 물론 수익성 또한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 대처는 언발에 오줌누기식이다. 메시지 전송을 비롯한 부가서비스 기능이 강점인 ‘안폰’의 보급을 늘려 유선전화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는다는 복안이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인 터넷전화와 유선전화라는 상품 간 경계(Segmentation)가 뚜렷하지 않은 점이 발목을 잡아왔다. 고객을 구분짓기가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SK텔레콤, LG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사업자들은 물론 지역 소비자들에 밀착된 케이블 업체들이 저가의 결합상품을 앞세워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변수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장정주 서울대 교수는 라는 논문에서 “KT유선 전화 사업의 핵심적 과제는 적절한 퇴로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유선전화보다는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한 역량확보에 주력해 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수종 사업 발굴이 지지부진한 것도 고민거리이다. 회사 측이 ‘IP텔레비전’ 실시간 방송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 모델이 유선전화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캐쉬카우’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방송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또 다른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고객층이 상당부분 겹치는 스카이라이프와의 관계 정립도 시급하다.

‘ 행동은 때에 맞아야 하며, 인생의 지혜란 진퇴의 시기를 잘 저울질하는 것이다.’ 남중수 사장의 좌우명인 도덕경 ‘동선시’의 뜻풀이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항상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통신업체 최고경영자의 숙명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대목이다. 후폭풍이 거센 현상황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현재의 수익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기본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의 수익창출을 위해 와이브로, 텔레매틱스, IP미디어, 홈네트워크 등 신성장엔진에 집중투자해나갈 것이다.” “남중수 사장이 지난 2006년 한 인터뷰에서 밝힌 KT그룹 전략의 골간이다.

하지만 부임 이후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룹의 숨통을 터줄 절묘한 ‘기책’보다는 소모적인 ‘참호전’에 주력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았다. 남 사장이 뛰어난 전략가라기보다 치밀한 관리자에 가깝다는 분석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리형’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남 사장의 경영 방식은 물론, 수사결과를 떠나 위기 관리에서 한계를 노출한 그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