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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유감을 표한다권력형 부패 한은에도 옮아갈 것··· 금융채 지급준비금 부과는 한은 무능 자인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8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은행의 위상 강화와 금융감독 기능 부여에 초점을 맞춰 개정안 통과의 의미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이번 한은법 개정안의 통과는 궁극적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으로 추가된 ‘금융안정’ 부분은 한국은행의 감독수행 근거를 마련해놓기 위해 성급히 추가된 혐의가 짙다. 한국은행의 존재 의의는 통화정책을 통한 거시경제 계획 수립과 물가안정에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스템 차원의 ‘거시 건전성’에 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역할을 자신이 맡겠다는 것은 기업으로 치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외이사까지 도맡아 하겠다고 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 ‘금융안정’을 설립목적으로 추가한 것은 이런 비판들로 인해 한은법 개정안 통과가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단독 검사권을 포기하는 대신 한국은행의 개입 근거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에 금융감독원이 반드시 응하도록 한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틀린 정책적 판단이다. 최근의 금융감독 부실 문제는 말 그대로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독기관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은의 감독이 부실해지면 그때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감독 기능을 부여할 것인가? 문제는 감독당국의 개혁과 독립이지 감독기관의 개수가 아니다. 부패는 권력의 밭에서 관치의 비를 맞으며 자라기 마련이다. 밭이 하나 늘었으니, 금융감독원 부실의 원인이었던 ‘낙하산 인사를 통한 뒷배 봐주기’가 한국은행에까지 옮아갈까 우려스러울 뿐이다.
 
  한은에 감독기능을 부여한 것은 금융노동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강요한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감독 부실은 부패와 유착으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한 감독당국의 탓이지 그들의 검사와 협조 요구에 성실히 노력해 온 금융노동자들의 책임이 아니다. 자신들의 개혁과 독립성 확보 노력은 뒷전이고 또 다른 ‘상전’을 만들어 금융노동자들을 2중·3중의 감독에 시달리도록 하는 것은 감독 부실의 책임을 오롯이 금융노동자들에게 전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금융채에까지 지급준비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것은 가계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한 결정이다. 금융채에까지 지급준비금을 확대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리인상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금융채는 상환기일이 확정되어 있어 은행 스스로 알아서 상환을 준비하기 때문에 지급준비금 적립 대상으로도 부적합하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비용증가를 통한 통화관리’라는 가장 손쉽고도 비합리적인 정책을 택한 것은, 한은 스스로 통화수급 조절에 무능하다는 점을 자인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금융노조는 이번 한은법 개정이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된 점, 그리고 개정안의 잘못된 방향이 향후 금융시장에 가져올 부담과 혼란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은 분리되는 것이 마땅하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사람이 붓질 하나하나까지 하겠다고 나서면 전체적인 비례가 어긋나기 마련이다. 한국은행이 감독정책 및 이행 기관으로서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금융감독 기능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아울러 금융노조는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감독당국의 강도 높은 개혁을 강력히 촉구하며, 한국은행에게도 개정안에서 부여된 가장 최소한의 역할만을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학생들이 시험 보기 싫다고 시험을 안 치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다. 그러나 그 시험이 일부 학생들에게만 답을 알려주는 시험이거나, 같은 과목에 대해서 두세 번씩 치르는 시험이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정치권 역시 향후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경우 단호한 결별을 미리 생각해둬야 할 것이다.
 
2011.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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