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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인수 선언… “기필코 성사 소매금융에 외환업무 새옷 시너지”

‘빅3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의 베팅

2010년 11월 23일 10시 32분 
지난 2006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속수무책’이었다. 금융 시장의 지형을 바꿀 월척급 대어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했다. 충청은행, 보람은행 인수는 워밍업에 불과했다. 

대어들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했다. 김 회장은 LG카드 입찰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배를 마셨다. 신한금융과의 입찰가 차이는 불과 70원. 월척을 손에 넣어 그물망에 넣다가 놓친 격이었다. 

하나금융지주가 작은 단자사에서 국내 은행산업 빅4로 급성장한 이면에는 잇단 인수합병이 있었다. 전리품은 화려하다. 2002년 서울은행, 2005년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한 주역이 바로 김 회장이다. 

인수합병으로 대형은행 성장의 발판을 닦은 김 회장은 대한투자증권 인수를 마지막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LG카드를 인수한 경쟁 은행은 승승장구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공언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집무실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외환은행 인수를 공언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집무실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일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번 돈으로 세운 신한은행의 눈부신 약진은 토종은행들을 머쓱하게 했다. ‘절치부심’의 세월이었다. 그런 김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며 다시 한 번 국내 인수합병(M&A)시장의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는 그의 금융 인생을 좌우할 승부수다. ‘빅3’ 진입의 급행열차이자, 명예 회복의 장이다. 

양사의 궁합도 ‘천생연분’격이라는 것이 김 회장의 판단이다. 프라이빗 뱅킹을 비롯한 소매금융에 강한 하나은행과 기업금융, 외환 업무에 강점이 있는 외환은행의 행복한 결혼이 부모의 강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옥동자’출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외환은행의 국내 외환업무 점유율은 40% 규모. 이 은행 직원들도 우수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 

김 회장이 이번 인수 결정을 “상업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외환은행 인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협상은 수싸움이다. 아버지 부시가 로비스트로 일하던 사모펀드 칼라일의 말 바꾸기로 한미은행 인수에 실패한 쓰라린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론스타(Lonestar)’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협상을 진행 중인 호주의 ANZ를 압박할 수 있다. ‘먹튀 논란’으로 끊임없는 논란을 빚은 이 은행을 한국 기업에 되돌려주는 모양새도 취할 수 있다. 양수겸장의 카드다. 김 회장이 셈법은 두 갈래다. 

자산 116조 원 규모인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하나금융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우리금융, KB금융에 이어 국내 3위에 진입한다. ‘빅3 도약’의 발판을 확보하게 된다. LG카드, 외환은행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뤘지만, 모두 패한 그에게는 설욕의 무대이기도 하다. 

논란은 이번에도 꼬리를 문다. ‘왜 우리금융지주가 아니라 외환은행이냐는 것’이 골자다. 우리금융지주 인수는 하나금융지주를 단숨에 은행 업계 1위 자리로 이동시킬 ‘급행열차’다. 

하나은행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올해 초 퇴임한 전직 지점장도 “김 회장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이유가 있겠냐”며 기자에게 반문할 정도. 그가 동쪽(외환은행)을 치는 척하면서 서쪽(우리금융지주)을 공격하는 ‘성동격서(城東檄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답변은 이렇다. 

시가 총액이 무려 11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자금을 동원하기는 버거운 것이 현실. 시너지도 우리금융지주보다 외환은행 쪽이 더 높다는 게 그의 판단.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과점 분할 방식의 민영화를 고수하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이다.

김 회장이 무리수를 두러야 할 동력은 약하다. 그가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할 경우 앞날을 장담하기도 힘들다. 국내 은행 ‘빅3’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다, 결국 경쟁사에 인수당하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회장으로서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다. 변수는 있다. 양자의 인수 협상이 아직은 구속력이 없는 ‘MOU(양해각서)’ 단계인 점을 헤아려야 한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김 회장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호주의 ANZ가 더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하면 도리가 없다. 그는 지난 17일 외환은행 인수 문제를 1주일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론스타와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 경우,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도 나서겠다는 ‘양수겸장’의 카드다. 

실질을 좇으면서, 모양새도 살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합병 대전은 4년 만에 찾아온 호기이다. 김 회장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외환은행 인수는 그의 금융 인생을 좌우할 승부수다. 
‘빅3’ 진입의 급행열차이자, 명예 회복의 장이다. 
양사의 궁합도 ‘천생연분’격이라는 것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판단이다. 



LG카드 인수전 패배 만회할 절호의 기회

“보람은행과 합병 후 가장 신경 쓴 게 화합입니다. 통합 은행장이 된 후 직접 연수원에서 주말마다 보람은행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스킨십을 나눴습니다. 인사부장도 보람은행 출신으로 임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해 졌습니다.” 

김 회장은 인수합병 경험이 풍부하다. 통합작업(PMI)도 꿰고 있는 인수합병의 귀재이다. 프라이빗 뱅킹,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소매분야의 강자인 이 은행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선 이면에는 규모의 경제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한국 금융시장의 현실이 있다. 

LG카드,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밀린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4년간 ‘덩지의 한계’를 절감했다. 지난해 이 은행이 국내 금융권에서 최초로 출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반면교사다. 

이 은행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p)’을 선보이자, 은행 계좌를 만드는 신규 고객들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 후발 은행들이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며, 시장을 선점한 선도 은행의 비교우위를 단숨에 지워버린 것이 현실. 

경쟁사 제품·서비스를 약간 변용해 영업망,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시장을 흔드는 것이 강자의 전략이다. 김 회장은 젊은 시절 매일 커피를 수십 잔씩 들이켰다고 회고한다. 커피는 말단 은행원이던 김 회장과 고객들의 벽을 허무는 소통의 도구였다. 

이 덕분에 위장병이 생겨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김 회장은 지금도 젊은 대학생들을 만나면 이 일화를 무용담처럼 털어놓곤 한다. 

외환은행을 인수해도 당분간 통합하지 않고 과도기 체제를 유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