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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Maker |고전 전문가가 본 이명박 리더십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01 20:57


◇“말(馬) 위에서 천하 얻었으면 말에서 내려와 천하 다스려야”◇

●국민 마음 움직인 건 이념 아닌 먹고사는 문제

●得國 성과에 도취 治國에서 칼 휘두르면 안 돼

●실용정부 최대 과제는 탈이념·탈구태·탈불신

                                                                  
CEO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민식(民食)의 중요성을 꿰 뚫었기 때문이다. 이는 공자가 역설한 선부후교(先富後敎)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그의 ‘불도저 리더십’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도 많은데….

정 계 입문 이전에 이미 샐러리맨 신화를 쓴 바 있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사상 초유의 ‘CEO 출신 대통령’이라는 신화마저 만들어냈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CEO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의 당선은 기본적으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짙다. 이는 그간 참여정부가 보여준 경제실패의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시종 소모적인 이념대립을 조장해 국론분열을 극대화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규모와 국가부채를 눈덩이처럼 키워 재정 위기를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 결과는 바로 투자환경의 악화로 인한 경제지표의 동시 하락과 ‘부익부빈익빈’으로 상징되는 민생의 파탄으로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그의 당선은 기본적으로 《맹자(孟子)》에서 승전(勝戰)의 3대 요소로 거론된 천시(天時)와 지리(地利), 인화(人和) 중 천시에 기인하는 바 크다. 그러나 그의 승리에는 천시뿐만 아니라 지리와 인화도 크게 작용했다. 텃밭인 영남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압도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은 것은 물론 대선 전에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각계 인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이 그 증거이다.

국민 이념성향 운운하는 건 난센스

일 각에서는 그의 승인(勝因)을 놓고 국민들의 이념적 성향이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으나 이는 요설(饒舌)에 불과하다. 서민들은 애초부터 자신들의 이념적 성향에는 관심도 없었다. 오직 먹고사는 소위 민식(民食) 문제 해결 여부에 따라 정권에 대한 지지와 철회의사를 드러낸 것일 뿐이다. 굳이 이념적 관점에서 분석할지라도 이번 대선은 오히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선택했던 중도성향의 40∼50대 유권자들이 이 당선자가 내세운‘경제대통령’에 크게 공명한 데 따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통치에서 ‘민식’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민식’의 실패가 예외 없이 민란(民亂)으로 표출돼 끝내 왕조의 몰락으로 이어진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동양에서 이를 가장 먼저 통찰한 인물이 바로 관중(管仲)이었다. 제환공(齊桓公)을 도와 춘추시대 전기에 첫 패업(覇業)을 이룬 그는 《관자(管子)》에서 이같이 역설한 바 있다.

“창름(창고)이 가득 차야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알게 되고, 의식(衣食)이 족해야 영욕(榮辱 : 영광과 치욕)을 알게 된다.”

관 중의 이런 입장은 소위 ‘선부후교(先富後敎)’를 역설한 공자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부민(富民)’을 전제로 한 ‘교민(敎民)’을 역설한 바 있다. 백성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부민’이 전제되지 않는 한 예의염치를 가르치는 ‘교민’ 또한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당선자가 외교국방과 교육문제 등 당면 현안을 모두 ‘민식’ 문제의 해결에서 풀겠다고 공약한 것은 현안의 정곡을 뚫은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경제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그는 선거기간 중 이같이 역설한 바 있다.

민식(民食) 공약은 정곡을 뚫은 것

“대한민국이 어렵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리더십 부재 때문이다. 말만 잘하고 능력과 경험, 책임감이 없는 3무(無)세력 대신 일 잘하는 실용주의 세력을 선택해 달라.”

그는 ‘실용주의’에서 그 요체를 찾은 셈이다. 사실 이는 초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 지도자들의 기본 노선이기도 하다. 최근 후진타오는 새로 선출된 당 중앙위원들에게 이같이 주문한 바 있다.

“우리는 실사구시(實事求是)에 입각해 미래를 향한 확고한 믿음과 도전정신을 가져야만 한다.”

원 래 미국에서 꽃을 피운‘실용주의’는 동양이 수천 년 전부터 추구해 온 ‘실사구시’ 정신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후한서(後漢書)》에서 유래한 이 말은 청대에 공리공담(空理空談)을 일삼는 성리학자들을 성토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경세치용(經世致用)과 이용후생(利用厚生)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는 국리민복(國利民福)과 무관한 일체의 논의를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에 들어와 ‘실사구시’로 치국에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로 덩샤오핑(鄧小平)을 들 수 있다. 소위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기치로 내건 그는 그 어떤 이념도 국리민복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고 역설하며 개혁개방을 실천에 옮겼다. 현대 중국의 초고속성장은 바로 ‘흑묘백묘론’의 개가(凱歌)가 아닐 수 없다.

BBK사건과 위장전입, 위장취업 등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자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결코 도덕성에 둔감한 것도 아니었다. BBK사건과 관련한 검찰발표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절반에 가까운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의 압승은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그를 통해 경제회생을 이루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증좌이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그의 압승은 바로 국민들의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용주의에 기초한 ‘경제대통령’ 구호가 서민들의 여망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역대정부는 역사 바로 세우기와 균형발전 등 시종 정략적 행보를 일삼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민식’ 문제를 소홀히 해 결국 실패한 정권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득국(得國)과 치국(治國)의 방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야전(野戰)으로 치러지는 득국과정은 묘당(廟堂)에서 이뤄지는 치국과정과 판이하게 다르다. 전한(前漢) 제국 초기에 가의(賈誼)는 《신서(新書)》에서 그 차이를 이같이 갈파한 바 있다.

“마상(馬上)에서 득천하(得天下)할 수는 있으나 치천하(治天下)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역대정부는 득국의 성과에 도취한 나머지 치국에서마저 ‘개혁’을 구실로 시종 말 위에서 칼을 휘두르는 득국의 행보로 일관한 게 사실이다. 이들이 하나같이 국민들의 커다란 기대 속에 힘찬 출범(出帆)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에 이르러 난파 직전의 초라한 모습으로 귀범(歸帆)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상(馬上)에선 치천하(治天下)할 수 없어

‘샌 드위치론’이 비등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춘추시대 당시 진(晉)·초(楚) 강대국 사이에 낀 정(鄭)나라와 사뭇 닮아 있다. 당시 정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민식’ 문제 해결을 통한 부국강병밖에 없었다. 당초 춘추시대 최고의 현상(賢相)으로 일컬어지는 정나라 재상 자산(子産)은 부국강병을 위한 강력한 법치로 적잖은 원성을 산 바 있다. 그러나 3년 뒤에 ‘민식’문제가 해결되자 백성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안위를 걱정했다.

이는 ‘민식’에 따라 백성들의 태도가 돌변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당선자 역시 향후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치 못할 경우 그에 따른 절망과 분노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민식’ 해결에 성공키 위해서는 먼저 뛰어난 인재를 곁에 포진시키는 작업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초야의 인재를 두루 발탁하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까지 과감히 포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 환공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관중을 재상으로 삼고, 당태종(唐太宗)이 적 편에 서 있었던 위징(魏徵)을 발탁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치국요람(治國要覽)인 《정관정요(貞觀政要)》는 당태종이 늘 숙연한 태도로 위징에게 경의를 표하며 정치상의 득실에 관한 자문을 구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모두 치국의 요체가 바로 조야(朝野)와 우적(友敵)을 막론하고 당대의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는 용인(用人)에 있다는 사실을 통찰하고 있었던 셈이다.

일찍이 관중은 용인의 요체로 사람을 쓸 때 믿지 못할 자는 아예 뽑지 않고, 일단 뽑은 후에는 전적으로 일을 맡기면서 신뢰하는 ‘지(知)·용(用)·임(任)·신(信)’을 든 바 있다. 치국의 성패는 바로 인재를 알아보고 탁용(擢用)하는 지현(知賢)에 달려 있다고 갈파한 것이다. 《열자(列子)》는 ‘지현’의 의미를 이같이 풀이해 놓았다.

“치국의 성패는 지현(知賢)에 있지, 자현(自賢: 군주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함)에 있지 않다.”

주 나라의 건국 원훈인 주공(周公)이 인재가 찾아오면 먹던 음식을 뱉으며 감던 머리를 쥐어 싸고 달려나가고, 제환공이 밤에 화톳불을 피워놓고 인재를 기다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난세에 최고통치권자가 자고자대(自高自大)에 빠지면 치국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자칫 나라가 뒤집히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당선자는 벌써부터 그의 독선과 오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독선과 오만은 최고통치권자가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 한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최대의 적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군으로 손꼽히는 당태종조차 말년에는 위징의 간언을 물리치고 원정에 나섰다가 크게 후회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자신의 능력 하나만으로 지존의 자리에 오른 인물은 하나같이 독선과 오만에 빠졌다.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를 써온 이 당선자 역시 이런 우려를 자아낼 만한 언급을 수차례 한 바 있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지도자는 절대 역사를 만들 수 없다. 가능하다고 생각해 힘을 모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

국 민역량을 하나로 결집시켜 전진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는 있으나 자칫 그의 ‘불도저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킬 만한 언급이 아닐 수 없다. 만일 그가 적잖은 국민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대운하건설 공약을 강행할 경우 이런 우려는 현실화될 소지가 크다. 한때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방편으로 ‘하면 된다’는 구호가 난무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당시의 상황과 다르다.

이 당선자는 ‘자고자대’로 일관한 노 대통령과 달리 참모들의 직설적인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일단 희망적이다. 득국에 이어 치국에서마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그는 노 대통령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그와 반대되는 노선을 걸으면 된다. 그러나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과제를 능동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불도저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첫 째 탈이념(脫理念)의 경제회생이다. 이는 실사구시의 실용주의에 입각한 ‘민식’ 문제의 해결을 의미한다. 취임 초기부터 연일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해 각종 경제지표를 점검하고 국익을 위한 세일즈 정상외교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둘 째 탈구태(脫舊態)의 정치개혁이다. 이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지역갈등 및 이념대결 구도에 편승해 입신한 인물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의미한다. 결코 논공행상이라는 소의(小義)에 얽매여 치국평천하의 대의(大義)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셋 째 탈불신(脫不信)의 사회정립이다. 그는 이미 대선 전에 BBK사건으로 혹독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를 재임기간 내내 감계(鑑戒)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대선 10여일 전에 공표한 재산의 사회 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민식’에 목을 매고 있는 서민들이 믿고 따르게 된다. 사상 최초로 등장한 CEO 출신 대통령의 성패는 바로 이 3가지 과제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에서 정치부 기자로 10년간 활동했다. 열국지와 춘추좌전 등을 편역했다. 21세기 정치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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