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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20 20세기를 만든 200명의 얼굴
  2. 2007.03.19 여성이여! 구질구질한 재테크는 잊어라
  3. 2007.03.18 한미FTA, 양극화 심화시킨다
  4. 2007.03.18 톰피터스, 마이클포터, 그리고 역학자들
  5. 2007.03.18 "괌 투자 지금이 적기라니까요"
  6. 2007.03.17 "홍종우는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
  7. 2007.03.17 "불확실성의 시대..지식책임자가 대안"
  8. 2007.03.17 성공하려면 매운 맛 좀 보여줘
  9. 2007.03.16 "세계화 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10. 2007.03.16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11. 2007.03.16 풍수학자가 본 대선후보들
  12. 2007.03.16 스타 강사가 영어교육 망친다
  13. 2007.03.16 베스트셀러 저자가 털어놓는 "자녀교육비법"
  14. 2007.03.15 대권주자 리더십 분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15. 2007.03.14 5백년 명문가 공부법 다이제스트
  16. 2007.03.13 GE-맥킨지 리더십 교육현장을 다녀와서
  17. 2007.03.11 <러브스토리>서 배우는 경제의 법칙
  18. 2007.03.11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19. 2007.03.10 첼시의 무링요는 왜 성공한 걸까
  20. 2007.03.10 미국이 무서운 5가지 이유 (1)
  21. 2007.03.10 "오래살고 싶은가..출세를 하라"
  22. 2007.03.10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23. 2007.03.09 경영고전 "초우량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24. 2007.03.09 "신입사원? 잘노는 얘들을 뽑으라니까"
  25. 2007.03.08 부시, 여동생, 그리고 이라크 전쟁
  26. 2007.03.08 "전쟁리스크 신용등급 평가기준서 빼야 "
  27. 2007.03.07 '시한부환자, 병원, 그리고 모멸'
  28. 2007.03.07 "톰피터스는 그 피터스가 맞는걸까"
  29. 2007.03.05 남자, 그 '쓸쓸한' 존재를 말한다
  30. 2007.03.05 대권주자 리더십 분석-이명박 전 서울시장 (1)
 
Book Review |20세기를 만든 200명의 얼굴

[이코노믹리뷰 2006-07-17 00:45]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세상을 무섭게 진화시킨 사건과 발견, 한 차원 높은
과학기술과 예술 분야에서의 업적, 정치적 음모,
무수한 전쟁 등을 토대로 우리 시대를 만든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역사는 사건보다 사람을 통해 더 가치 있는 교훈을 제공해주며,
이 책이 주는 선물이 바로 그것이라는 게 권편집장의 말이네요.



《아이콘》

바버라 캐디 지음/ 박인희 옮김/ 거름/ 2006년 6월/ 421·419쪽/각 14,900원

사람은 절대 혼자 성장할 수 없다. 젖먹이 시절에는 부모 혹은 부모 역할을 해주는 존재가 필수이고, 유아기·소년기·청년기 때마다 수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체 과정 중 유독 오늘의 자신을 형성하는 데 가장 기여도가 높은 사람들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위인전기에서 읽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고, 은사일 수도 있으며, 친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사람과 같이 한 시대 또한 그렇다. 한 시대를 형성하는 데 가장 기여도가 높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기여도는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행동과 발언·업적 등이 현재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20세기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누구일까?

얼핏 생각하면 히틀러·마르크스·스탈린· 처칠·루스벨트 등 전쟁이나 이념 등과 관련된 인물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전쟁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현재 보는 것, 듣는 것,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것, 생각하는 것 등 모든 면을 고려해보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콘》(거름)은 세상을 무섭게 진화시킨 사건과 발견, 한 차원 높은 과학기술과 예술 분야에서의 업적, 정치적 음모, 인간성의 쇠퇴를 보여 주는 무수한 전쟁 등을 토대로 우리 시대를 만든 사람들을 보여준다.

아이콘(icon)이란 ‘이미지’ 혹은 ‘표상’을 뜻하는 그리스어 ‘에이콘(eikon)’에서 나온 말로, 일반적으로 인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나타낼 때 많이 쓰며, 오늘날에 와서는 ‘대표’ ‘중요’ ‘지존’의 뉘앙스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은 아이콘의 개념을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고, 좋든 나쁘든 현대 역사의 흐름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정의하고, 이 정의에 따라 예술·과학·정치·스포츠,·출판·패션·교육·엔터테인먼트,·기술 분야에서 활동했던 혹은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수천 명의 인사들 중 1000명을 우선 선발한 후 이들을 2년 동안의 투표와 통계 작업을 거쳐 200명으로 추려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선정한 책이다.

편집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꼼꼼히 조사한 뒤 생생한 필치로 200명의 전기를 그리고 있으며, 한정된 지면이지만 각 인물의 삶과 업적을 요약하고 고달픈 어린 시절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까지 전해준다.

자, 어떤 사람들이 우리 시대의 아이콘일까.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인물 말고 색다른 인물을 몇몇 소개해 보자.

한국 선수들의 활발한 진출로 우리 국민들도 관심 깊게 지켜보는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는 거의 대부분 흑인 선수들이다. 스포츠계에서 이제 흑인은 탁월한 신체적 조건으로 어느 분야든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흑인들이 스포츠에 진출하는 것, 특히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야구에 진출하는 것은 한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금기의 벽을 깨뜨린 최초의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재키 로빈슨이라는 아프리카계 미국 흑인이었다. 하지만 시작은 수월하지 않았다. 적의에 가득 찬 편협한 행위와 투수가 던진 빈볼, 그의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않고 과장시키는 언론 등…. 하지만 이러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승리를 일궈낸 그가 있었기에 오늘날 메이저리그에는 제2, 제3의 로빈슨이 등장할 수 있었다.

로빈슨을 포함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200명의 공통점은 ‘잠잠한 연못에 돌멩이를 던졌다’는 점이다. 그 돌멩이로 인해 명성을 얻기도 했지만, 비난 또한 많았다.

한 사례로 크리스티안 바너드 박사가 있다. 오늘날 심장이식 수술은 도덕적 비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1967년 12월 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그루테슈르병원 수술실, 사고로 죽은 대니얼 볼즈라는 25세 여성의 심장이 55세의 잡화상 루이스 워시칸스키에게 이식되었다.

이 혁신적인 수술법은 환자의 생명을 구했지만 시술자인 바너드 박사는 비평가들에게 자연의 법칙을 무시한 자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세계는 죽은 사람의 심장 적출이라는 윤리적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오늘날 수많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된 기념비적인 업적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밖에도 이 책은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 ‘죽음의 의사’ 잭 키보키언 박사, 여성으로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최초로 횡단한 비행사 아멜리아 이어하트,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운동선수로 불린 베이브 디드릭슨 자하리아스 등 200명의 인물이 낡은 흑백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이들 중 어떤 이들은 레닌·아인슈타인·월트 디즈니 등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번 정도 이름을 들어 본 것 같은 사람, 이름도 얼굴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이들이 오늘날 우리의 삶·생활·문화 등에 녹아있는 존재들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역사는 사건보다 사람을 통해 더 가치 있는 교훈을 제공해준다. 모든 역사의 가장 밑바닥에는 바로 사람이 서 있고 역사가 움직이는 동력이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는 선물 역시 그와 마찬가지다.

즉 오늘날의 세계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사건보다는 동력원이 된 인물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생활 속에서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느끼게 되면, 지금까지 밋밋했던 것이 가치 있는 것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지 않는가.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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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이코노믹리뷰 2007-03-19 09:51](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


여자, 우아하게 쓰고 앙큼하게 모아라
전세영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 263쪽 / 1만원

여성을 위한 재테크 서적이다. 하지만 촌스럽고 구질 맞고 칙칙하고 지루하고 빡빡한, 천편일률적인 재테크 지침이 아니라 먼저 돈에 대한 여성의 주체적이고 건강한 인식을 강조한다.

아 주 옛날 일이다. 약 10년 전 즈음, 필자가 대학 4학년 졸업 시즌에 동기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1학년 때부터 여성학을 열심히 듣고, 교내 여성 문제에 아주 열정적인 소위 페미니스트였던 한 여자 동기가 취업도 잘 안 되고 마땅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졸업은 다가오니 마음이 심난했던지 솔직하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솔직히 (여자들은) 결혼에 대한 기대가 있다. 요즘엔 나도 그렇다.”

쉽게 말해, 쏠쏠한 경제력 갖춘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스트레스 주는 직장 다닐 필요 없이 편안하게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는 말이다. 의외였고, 당당하게 여권을 주장하고 절대 그런 말을 할 것 같지 않던 친구의 말이라 약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여성의 도피처, 결혼, 그런데 오늘날도 그럴까? 그런 면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사는 여성들이 분명 존재하니 말이다. 앞으로도 결혼은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도피처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는 도피처가 되고 있음을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소위 판이 깨질 리스크가 높은 세상이 되었고, 그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봐도 그렇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이혼율을 보라.

일단 판이 깨지는 순간, 도피처에 머물렀던 시간은 안락하게 살았던 여자에게는 순식간 독으로 변한다. 오랫동안 도피처에 머물렀을수록 그 독은 더 지독하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 시간만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쟁력이 퇴화될 대로 퇴화됐을 테니 말이다.

이쯤하면 여성들도 이제 다른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여자, 우아하게 쓰고 앙큼하게 모아라》(랜덤하우스코리아)는 여성을 위한 재테크 서적이다. 하지만 “촌스럽고 구질 맞고 칙칙하고 지루하고 빡빡한, 그래서 필요성도 흥미도 매력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하는 고루하고 천편일률적인 재테크 지침”이 아니라 먼저 돈에 대한 여성의 주체적이고 건강한 인식을 강조한다.

건강한 인식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결정적 신화를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첫째는 ‘천상천하 미모불패’다. 미모를 갖췄다는 것은 남보다 좀더 나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잣집에 입성만 하면 부유한 삶이 평생 유지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는 것. 더군다나 예쁘기 때문에 간택(?) 받을 것이라는 마인드가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경제생활에 무관심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극히 위험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혼 생활의 붕괴는 경제 생활의 붕괴로 이어지는데, 벌어다 주는 돈으로만 생활한 사람이 지니게 되는 경제적 불감증은 순탄한 경제 생활로 복귀하는 데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평생.

둘째는 ‘전지전능 남편 맹신’이다. 아내보다 먼저 죽는 남편들, 그 후 몇 십 년을 생각해보자. 저자는 40대 Y를 예로 든다.

“전문직 남편이 건재할 때에는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세 자녀의 교육에 힘쓰고 동창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간간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큰 걱정 없이 살아왔다. 그녀에게는 의사 남편이 있었기에 남들이 그렇듯 노후에 대해 걱정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마흔다섯의 남편이 뇌종양으로 10개월의 투병 생활을 뒤로하고 황망히 떠났다. … 남은 것은 35평 아파트 한 채 … 매달 지출되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도 벅찼다. … 이 모두가 미리 경제력을 키우지 않은 탓이었다.”

셋째는 ‘천진난만 유유상종’이다.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과 친구가 되려 한다. 자신의 월급보다 많은 수백 만원을 훌쩍 넘는 명품 가방을 고민 없이 사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고, 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만 어울리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삼종지도 구원신화’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하면 남편을, 나이가 들면 자식을 따르라는 가르침은 분명 조선 시대에서나 통할 얘기지만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유독 삼종지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성들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어려워서, 적성에 안 맞아서, 귀찮아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의 자립 능력, 경제력을 키우는 일에 태만하고, 수동적으로 살다가는 원치 않는 부작용과 잡음과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저자 또한 백화점에서 마음껏 쇼핑하며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니는 소위 ‘사모님 인생’을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부잣집 딸로 태어나더라도, 부자 남편을 만났다 하더라도 여성 스스로 경제 문제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어느 순간 서글프고 비굴한 존재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뼈아픈 진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돈에 얽힌 여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치며 돈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도록 하는 이 책은 여성들의 - 특히 싱글 여성들의 - 경제 마인드에 대한 전면적 변화와 함께 부유한 여자들만 아는 부자 마인드와 전략과 스스로 판단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실전 노하우를 전한다. 물론 방법은 책의 제목처럼 ‘앙큼하면서도 스타일을 구기지 않을 만큼 우아하게’이다.

평생 걱정 없이 풍족하게 쓰고만 살 것 같던 사람들이 시련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목격한다.

하지만 이것은 내 문제가 아니려니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책은 그러한 안일한 태도에 일침을 가하고, 여성으로서 경제적 자립을 세우는 문제가 오늘날 무엇보다 중요한 자기계발의 제1순위임을 강조한다. 어떤 세상이 와도,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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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한미 FTA, 중산층 붕괴 초래”

[이코노믹리뷰 2006-06-16 08:36]지난해 이해영 한신대국제관계학부 교수가쓴 책입니다. 이교수는 한미FTA에 대해 늘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해 왔는데요. 협상이 막바지 고비를 향해 달리고 있는 지금 그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 Book

낯선 식민지, 한미 FTA | 이해영/ 메이데이

한미 FTA 옹호논리를 반박한 학술서. 저자는 FTA가 대미종속 심화, 성장 잠재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19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에서나 등장할 법한 ‘식민지’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

FTA야말로 두 나라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상생(相生)의 길이라고들 하는 데, 저자는 왜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것일까.

저자인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의 주장은 크게 세 갈래다. 우선 한미 FTA가 우리 경제를 미국의 초국적 자본에 예속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는 빗장을 대거 풀게 되는 국내 서비스나 농업 부문이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 기업의 공세를 견뎌낼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외환 위기 이후 규제 장벽을 낮춘 국내 금융시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개방은 국민 경제의 성장 잠재력 약화, 국부 유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가 이번 자유무역협정을 사실상 한미 두 나라의 수직적 경제 통합 협정이 될 것으로 단언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협정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저자가 보기에는 논리의 비약이다. FTA 체결이 수출과 고용 증가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정부 주장은 검증을 거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

수년째 한국경제를 괴롭히는 고용 없는 성장의 추세가 FTA 협정 체결로 바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특히 법률·회계 등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서비스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져도 전체적인 고용증대가 아니라, 소수의 국내 고급 인력들의 고용을 늘리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양국간 교역량 및 수출 증가 등 가시적 성과를 배제할 수는 없다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

이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의 후생 수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중요한 협정이 충분한 사전 논의 과정을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그가 이번 ‘자유무역 협정’의 성격을 고도로 정치적이라고 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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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요구, 이제는 잊어라!

[이코노믹리뷰 2005-01-18 09:09]톰피터스는 다이아몬드 이론의 마이클 포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영학의 대가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러모로 차이가 있습니다. 책만 봐도 이런 차이는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피터스는 도표나 사진, 그래프를 적절히 활용하고, 텍스트도 딱딱하지 않습니다.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는 출간초 내용과 더불어 파격적인 레이아웃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반면 마이클 포터가 저술한 책들은 텍스트 위주이고, 좀 딱딱합니다. 아무래도 공대출신이고, 전략론의 대가이다 보니 말랑말랑한 피터스와는 다른 부류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게감도 좀 차이가 있습니다. 피터스의 메시지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상식을 파괴하라는 것입니다.너무 단순화시켰나요 :)  여성고객, 여성인력 등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파격적인 레이아웃도 여성적인 감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여성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의 팬을 자처하지요.

반면 포터의 메시지는 묵직합니다.  한 나라, 혹은 산업,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다 보니, 아무래도 좀 딱딱해질 수 밖에 없는걸까요. 두 사람은 라이벌 의식도 대단하다고 하지요. 톰 피터스는 은근슬쩍 마이클 포터를 깍아내리는 발언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피터 드러커도 생전에 그의 주 공격대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대중에게 더 먹히는 쪽은 톰 피터스입니다. 그의 책도 결코 어려운 경영. 경제 이론을 앞세우기보다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업이나, 사람들의 실례들이 풍부한 편이죠.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꽤 두툼한 책이긴 하지만, 시간을 내어 이번에  한번 펼쳐 보시죠.


PS: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국내 역학자들 가운데도 피터스처럼 여성우위 시대를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터스의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지요. 청곡선생은  '수'의 시대가 다가 오고 있으며, '화'의 시대를 남성들이 이끌었다면 '수'의 시대는 여성들이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대가들에게는 시대를 꿰뚫어보는 혜안이 있나봅니다. 하지만 저는 때로 우리 역학자들의 분석이 더욱 거시적이고, 또 호소력도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어서 팔이 안으로 굽는 걸까요 :)




-“고객의 요구, 이제는 잊어라!”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 정성묵 지음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인 다임러벤츠가 지난 1998년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사실상 합병한 것은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미국 대중차 시장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크라이슬러가, 고급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다임러의 약점을 보완해 줄 이상적인 파트너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수 합병이 성공의 보증 수표는 아니다. 합병은 미국과 독일인 경영진 간 내분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영진을 궁지로 내몰았다. 

이밖에 과거 스웨덴의 볼보자동차와 영국의 재규어 등을 사들이며 몸집을 불린 포드자동차도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독자 행보를 고수하면서도 미국은 물론 한국시장에서 놀랄 만한 실적을 내고 있는 일본 혼다자동차의 사례는, 인수 합병이 과연 자동차 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는지에 대한 회의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톰 피터스의 지난 20년간의 학문적 성취를 집대성한 노작. 지난 82년 《초우량 기업의 조건》으로 전 세계에 톰 피터스 열풍을 일으킨 바 있는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미래 경영의 요체는 ‘고정 관념의 파괴’이다.

과거 통신업계나 인터넷, 자동차 업계의 합병붐과 관련해서도, 그는 대규모 합병 두 건 가운데 하나는 실패로 돌아갔다며 인수합병이 절대선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규모의 경제’라는 교과서상의 이론이 약속하는 허상을 좇은 나머지, 이질적인 조직의 화학적 융합 등 또 다른 변수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밖에도 ‘고객은 항상 옳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비판의 잣대를 적용해 볼 것을 제안하며  시종일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다.

저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어제보다 조금 더 낫게 만들려고 하는 기업의 운명은 죽음뿐”이라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인 행동을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갈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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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투자 지금이 적기라니까요"

NEXT 로컬(Local) | 2007. 3. 18. 10:22 | Posted by 영환
People |괌정부 관광청 데이비드 타이딩코 회장

[이코노믹리뷰 2007-02-01 06:27] (지난 1월 롯데호텔서 그를 만났습니다. 타이딩코라는 특이한 이름의 괌에서온 남자였는데요. 한국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고 하더군요. 미국과 일본의 미군 기지 이전 합의로 괌에는 일본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단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의 얘기를 듣다보니 불현듯 괌에나 가서 살면 어떨가 .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타이딩코와 함께 우리나라에 온 동포분-수퍼마켓을 한다고 합니다-은 그럭저럭 멀고 살만하다고 하더군요. 다만 한국처럼 폼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고, 큰 돈을 벌기도 어렵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

“괌 투자, 지금이 적기지요”

“번지수를 잘못 찾으신 건 아닐까요? 요즘 한국 경제 상황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닙니다. ” “기업인들이야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있을수록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아 외부로 눈을 돌리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지난 1월 2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커피숍.

기자는 괌에서 온 한 외국인과 때 아닌 논쟁을 벌였다. 좌석 주변의 40대 중년 여성 두 명이 이 쪽을 힐끗 쳐다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상대방은 괌정부 관광청의 데이비드 타이딩코(David B. Tydingco) 회장. 괌에서는 ‘미스터 투리즘(Mr Toursism)’이라는 별명이 붙은 유명 인사다.

그는 이날 오전 롯데호텔에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인 65명을 모아 놓고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괌정부가 유사 이래 해외에서 투자 설명회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첫 행선지가 바로 한국이다. 그래서일까. “일본으로 가보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제안에 그는 고개를 젓는다.

일행 두 명과 수분간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더니 한국은 지금 건설 회사들이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 않느냐는 부연 설명도 곁들인다.

괌 관광청이 투자설명회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 정부의 기지 이전 합의 덕분이다. 미국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일본의 오키나와에서 괌으로 자국의 군사 기지를 이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 측이 괌의 미군기지, 그리고 주변 시설 건설에 무려 10조원 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하니, 괌은 요즘 개발 보상비 특수를 맞은 영종도처럼 후끈 달아있다. 더욱이 한국은 관광객 기준으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괌을 많이 찾는 나라다.

괌의 부동산, 건설부문, 그리고 관광업에도 투자 유치를 기대하는 배경이다.

그는 이번 방문길에 지난 22일 막을 내린 코엑스 결혼박람회에 참가한 괌의 전통춤 공연단을 이끌고 내한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군사 기지 이전 협상 상황을 둘러보고 24일 괌으로 출국했다.

■ 데이비드 타이딩코 괌정부 관광청회장은 지난 1995년 캘리포니아주립대(경영학)를 졸업했다. 대학졸업 후 괌 항만청을 거쳐 호텔·레스토랑 연합회(Guam Hotel & Restaurant)회장 겸 괌 관관청회장에 부임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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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 /조재곤 지음/푸른역사


(재작년 말에 쓴 역사서 리븁니다. 잘 나가던 안동 김씨 가문의 양자였던 김옥균, 그리고 그를 살해한 홍종우. 두 사람 가운데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


조 선후기 최대 족벌인 안동 김씨 가문의 양자, 22세에 과거(알성시)에 합격한 전도양양한 청년 엘리트. 질풍노도와 같은 삶을 살다 간 조선시대의 풍운아  김옥균을 일컫는 화려한 수사다.

불과 6세의 나이에 ‘달은 작지만 천하를 비춘다’는 내용의 시로 문재(文才)를 과시한 그의 인생은 말 그대로 순풍에 돛을 단 듯 보였다. 과거급제 후 엘리트 코스인 지평, 정언을 거쳐 홍문관교리 등 청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조선을 둘러싼 열강들의 세력균형을 뒤흔든 갑신정변(甲申政變). 민씨 정권을 전복하지 않고서는 조선의 근대화도, 부국강병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는 몇몇 세도가의 자제들과 모의, 조선의 정체(政體)를 일거에 뒤집는 쿠데타를 꾀하게 된다.

정변은 3일 천하로 끝났고, 천재의 최후는 비참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호텔(뚱허양행)에서 저격당해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그의 머리는 ‘대역부도옥균’이라는 표문과 함께 모래사장에 내걸렸다.

그를 저격한 인물은 자주파 개화인사인 홍종우였다. ‘쑥물도 버릴 수가 없었다’는 쇠락한 양반가(남양군 홍씨)의 후손이던 그는 국왕을 배반한 김옥균과 자신의 운명을 이렇게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유학생을 가장해 김씨에게 접근해 경계심을 허문 뒤 거사를 단행한 홍씨는 대한제국정부에서 황실 관료로 활약하며 화려한 관직생활을 하게 된다. 역사는 때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고종은 종우과라는 이름의 과거를 시행해 그를 병과에 급제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숙제는 남는다. 홍종우는 개혁 세력의 날개를 꺾은 역사의 반동이었을까, 아니면 외세를 등에 업은 개화파의 맹점을 간파한 선각자였을까.

답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저자는 프랑스 유학시절 한복을 줄곧 고집한 그의 면모를 일본 망명 후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꾼 김옥균과 대비시키며 후자에 힘을 싣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가 평리원 재판장 시절, 독립협회 운동 관련자로 구속돼 재판과정에서 탈옥했다 다시 체포된 한 인물의 목숨을 살렸다는 것이다. 그가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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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지식책임자를 채용하라”

[이코노믹리뷰 2005-09-15 08:03] 슬론 스쿨의 학장을 지낸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가 저술한 책입니다. 지식책임자를 뜻하는 CKO(Chief Knowledge Officer)를 운용하라고 조언하네요.
최고경영자 한사람이 전략수립을 감당하기에 경영환경 변화가 너무 빠르고, 또 최고경영자를 보좌하는 기존의 분야별 전문가들은 시야가 좁기때문이라는 논리네요. 실제로 다국적 기업가운데는 CKO를 운용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 레스터 서로/ 청림출판

미 국의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 중국, 인도는 물론 남미의 오지까지 파고들며 성가를 높이던 이 업체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자국 시장마저 포화단계를 맞아 수익기반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진이 일찍이 예견된 바 있는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고전을 겪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빌 게이츠와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경영자로 널리 알려진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윈텔 진영이 주도하고 있는 컴퓨터 시장에서의 열세를 MP3플레이어 ‘아이팟’으로 멋지게 만회한 그도 판단 착오(?)로 수천억 달러를 놓친 적이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0년 3월, 그는 애플의 운영시스템을 팔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당시 이 운영시스템의 시장 가치는 무려 5590억달러. 시장에서는 이를 대표적 악수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세계화 이후 부의 지배》는 제로섬 사회를 주창한 세계적인 석학 ‘레스터 서로’가 저술한 경영 전략서. 저자는 이 책에서 애플이나 맥도널드의 최고 경영자들이 시장 상황을 오판한 것은 지식책임자(CKO. Chief Knowledge Officer)의 부재 탓이 크다고 강조한다.

지식 책임자란 최고 경영자의 의사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때로는 특정 분야의 전략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력을 뜻한다.

서로는 경영자를 보좌하는 분야별 전문가가 특정 업무를 처리할 수는 있지만,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변호사가 특허를 신청하거나 기존 특허 보호 업무를 담당할 수는 있으나 기업간 특허 전쟁의 전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것. 저자는 “기업들은 합병을 통해 규모를 늘리거나, 업무부문을 매각해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강요받고 있다”며 “지식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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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이코노믹리뷰 2006-06-23 05:24](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의  서평입니다. 교육학과 범죄 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지나친 공격성’못지 않게 ‘부족한 공격성’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


페페로니 전략
옌스 바이트너 지음/배진아 옮김/더난출판/2006년 6월/247쪽/9,000원


한 형제가 있었다. 동생은 약골이고 나이도 어리지만 대신 똘똘하다. 형은 튼튼한 근육질의 몸이지만 약간 어벙하다. 이 형제가 사는 동네에는 형과 비슷한 또래의 불량배들이 있다. 동생은 형의 몸 상태(?)만 믿고 이 불량배들에게 '우리 “형이 혼내 줄거야”라고 큰 소리를 치는데…. 결과가 어떠하였을까?

아쉽게도 엄청난 근육질의 형은 비쩍 마른 불량배에게 상대도 되지 않았다. 형편없이 얻어터져 눈과 얼굴에 시커먼 멍이 들고 풀이 죽어 뒤돌아 앉은 형이 동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힘으로 따지면 상대도 되지 않는 이에게 어떻게 저렇게 얻어터질 수 있을까. 답은 불량배의 입에서 나온다.

“너네 형은 타고난 겁쟁이야.”

제목도 기억 안 나는 아주 오래된 기억의 영화 속 한 장면이다. 필자는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그 불량배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강렬한 메시지는 함부르크 응용과학대학 교수인 옌스 바이트너가 그의 책 《페페로니 전략》에서 소개하는 매운 맛, 즉 공격성과 깊게 연관된다.

옌스 바이트너 교수는 원래 교육학과 범죄심리학을 강의해왔고, ‘공격성’ 전문가로 20여 년 동안 인간 안에 내재된 공격성을 규명해왔으며, 많은 문제 청소년들의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사람이다.

실제로 독일과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그가 개발한 ‘공격성 완화 훈련 프로그램’을 이용한 프로젝트가 90여 건 이상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격성을 완화시키는 연구를 해 온 사람이 이 책에서는 공격성을 키우라니 이 무슨 말인가. 여기에는 계기가 있다.

어느 날 옌스 바이트너에게 독일의 유수 기업들의 요청이 왔다.

‘최고의 실력과 자질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아가기엔 너무나 착해빠진 직장인들에게 투지와 의사관철 능력을 키워줄 수 없겠는가?’

저자는 이러한 요청이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공격성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경험을 통해, ‘지나친 공격성’ 못지 않게 ‘부족한 공격성’ 또한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계기와 깨우침이 바로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됐다.

결국 이 글의 처음에 말했던 ‘근육질 형의 이야기’와 ‘부족한 공격성’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이 좋으면 뭐 하는가. 아무리 실력과 자질이 출중하면 뭐 하는가. 그 힘과 실력·자질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이상에야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한데 말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부족한 공격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적은 수의 부하직원조차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고, 자신의 옳은 의견과 관점을 제대로 관철시키지도 못하고, 항상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모호한 위치에서 ‘허허’ 거리며 세상을 살아간다. 소위 ‘맹물’이라는 거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산에 오르려면 우수한 지적 능력과 성실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는 달작지근한 파프리카는 80%면 충분하며, 나머지 20%는 매운 것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20%의 매운 맛이 없는 사람들은 ‘경쟁’보다 ‘관용’과 ‘배려’를 강조하고 ‘선한 척’ 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주눅들어 있으며, 심하면 우울증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다른 사람들을 매우 피곤하게 하고 그들의 직장 생활까지 망쳐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패배자가 되느니 차라리 공격자가 될 것을, 그러기 위해 페페로니 지수를 높일 것을 권한다.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매서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결코 당신의 친절함을 유약함과 혼동하지 않는다. … 공격성을 키워 당신의 의사를 관철시켜라! 그리고 이를 통해 선한 일을 하라!”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현대적 기준의 윤리며 도덕이다.

물론 이것은 건강한 공격성을 건설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지, 악의적이고 비열한 출세지향주의자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책의 서두에 ‘페페로니 지수 테스트’를 통해 현재 자신이 어느 정도 매운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8가지 페페로니 전략의 원칙을 강조한다.

① 목표를 위해 힘 있게 밀어붙여라!
② 가망 없는 힘 겨루기는 포기하라!
③ 입장 표명을 분명히 하라!
④ 불평꾼·패배자·회의주의자를 멀리 하라!
⑤ 맷집을 길러라!
⑥ 방어용 화법을 익혀라!
⑦ 나쁜 소문에 즉각 대응하라!
⑧ 정기적으로 적을 분석하라!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에야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상처나 위압감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자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로만 지낸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오히려 더 큰 상처와 패배감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 오늘날의 사회 생활이다. 실제로 중간관리자 혹은 팀장 역할을 해 본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로 판명되는 순간, 조직은 와해되기 시작한다.

100% 매운 맛이 되라는 것이 아니니 ‘나 너무 매몰찬 인간이 되는 거 아냐’ 하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단 20%뿐. 그리고 그 20%로 인해 자신이 편하고, 타인이 편하고, 조직이 편하다면, 이건 독배도 아니니 해볼 만 하지 않은가?

20%의 매운 맛이 없는 사람들은 ‘경쟁’ 보다 ‘관용’과 ‘배려’를 강조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주눅들어 있고 심하면 우울증에 빠진다는 것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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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이코노믹리뷰 2006-01-16 10:36] (세계화 전도사로 통하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입니다. 작년 1월에 제가 서평을 썼습니다. 또 작년말에는 인도 뱅갈로르를 돌아보고 프리드먼의 발자취를 한번 따라가 보았는데요.
뱅갈로르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골프장과 더불어,  한눈에 척 보기에도 똑똑해보이는 인도 사람들을 만나고 보니 세계화라는 말의 의미를  정말 실감할 수 있겠더군요. 아 두려운 현실이여. : )
참고로 인도에서 만난 인도 IBM의 전략 담당자가 수차례 프리드먼이 저술한 이 책을 언급해 그 유명세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앨빈 토플러의 신저보다 이 책이 더 뛰어나다고 봅니다.)
 


●New Book

세계는 평평하다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김상철 번역/창해

“아 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지난해 코믹한 가사와 더불어 동물가면을 쓴 등장인물로 화제를 불러모은 한 광고의 노랫말이다. 이 광고는 당시 오랜 경기 침체로 갈수록 팍팍해지던 서민들의 삶에 한 줄기 청량음료와 같은 시원함을 안겨 주며 패러디 열풍을 낳는 등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TV만 틀면 ‘인생을 즐기라’는 메시지가 귀를 간질이는 와중에도, 지난해 국내 초·중등 학생들의 영어권 해외 유학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교육 기업인 메가스터디는 증시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학원 재벌 전성시대의 주춧돌을 놓았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극성스러운 데가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미국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러한 교육열이 지극히 합리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프리드먼은 아웃소싱을 늘려나가며 국경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다국적 기업의 사례와 더불어, 월급여 100달러에 목을 매는 회계사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인도의 현실을 대비시키며 자녀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얘야, 중국과 인도의 아이들이 네 일자리를 가져가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단다.”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3.0의 등장으로 촉발된 세계화의 추세는 이제는 개인들의 일상에도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인도의 근로자들은 전문 지식과 더불어 유창한 영어 능력을 자랑하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강력히 위협한다.

세계화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프리드먼은, 인도를 비롯한 떠오르는 강국을 다니며 보고들은 내용을 저널리스트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해 생생한 현장 리포트로 엮어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의 청소년들이여.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려거든 외국의 경쟁자들에게 눈을 돌려라.” 세계 각국의 눈부신 변화의 현장을 엿보려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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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웃으며 떠날 준비가 돼 있는가

[이코노믹리뷰 2006-11-17 08:06] (강한 남자 삼성그룹의 이학수 부회장이 추천했다고 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 모은 책입니다. 이 부회장은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책을 거론했는 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가 휴머니즘적 가치를 고양하는 이런 류의 서적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점이 의외였습니다.

김위찬 교수가 저술한 블루오션 전략이나, 짐 콜린스의 굿 투 그레이트, 아니면 톰피터스의 저술을 선호할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이 추천한 책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탄줘잉 편저 / 김명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12월 / 213 쪽 / 8,800원

이 책은 우리가 인생을 따뜻하고 가치 있게 그리고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49가지 이야기로 들려준다.

필 자가 알고 있는 한 분이 많이 편찮으시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마 2007년에는 이 세상 분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본인은 그걸 모른다. 필자는 그 분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 분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 않다는 데 더 가슴이 아프다.

왜 스스로 남은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걸까? 죽음 그 자체도 두려운 것이지만, 더 두려운 것은 죽음의 순간을 본인도 알게 될 때 엉켜 있는 무엇인가를 풀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자신에 대한 지독한 연민이 아닐까?

한번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누구나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 순간은 사고에 의해 부지불식간에도 오고 예정된 시간을 기다리다 맞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을 맞은 사람의 상황은 모두가 다르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웃으면서 눈을 감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눈을 부릅뜨고 삶의 끈을 모질게 놓지 않으려 애쓰지만 후회와 한을 가슴 가득 안고 가는 사람…. 당신은 어떤가? 웃으면서 떠날 태세가 되었는가?

중국 작가 탄워잉이 쓴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는 웃으면서 떠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 꼭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면서 시간 핑계, 업무 핑계로 이리저리 미뤄두기만 했던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인생을 따뜻하고 가치 있게 그리고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49가지 이야기로 들려준다.

‘제시 오웬스’와 ‘루즈 롱’의 이야기는 경쟁에 대한 이야기다.

어려움에 처한 경쟁자에게 한번이라도 손을 내민 적이 있는가?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경쟁자와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 그 경쟁자와 상생하기보다는 눌러 이겨서 그를 내려 앉히기를 원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진다. 하지만 탄줘잉이 소개하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경쟁을 보자.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다. 올림픽을 통해 아리안 혈통의 우월성을 입증하고자 했던 히틀러는 당시 최고의 선수였던 미국의 제시 오웬스와 견줄 만한 독일 멀리뛰기 선수 루즈 롱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흑인 오웬스를 이겨라”

멀리뛰기 예선이 벌어졌다. 루즈 롱은 뛰어난 실력으로 순조롭게 결승에 진입했다. 그러나 오웬스는 예선전부터 독일인들의 야유에 긴장한 나머지 첫 번째에서는 도약 실수를 두 번째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 세 번째를 남겨두고 히틀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루즈 롱이 오웬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루즈 롱은 자신도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수했었다며, 조지 오웬스에게 발판 뒤 몇 센티미터 뒤에 수건을 놓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루즈 롱의 도움으로 조지 오웬스는 결승전에 진출했고, 세계 최고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야유하던 관중들도 숨을 죽이고 조용해진 그 순간, 루즈 롱이 오웬스의 손을 잡고 나섰다. 침묵은 함성으로, ‘제시’와 ‘루즈 롱’의 이름이 메아리쳤다. 여러 해가 지난 후, 제시 오웬스는 지난날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세운 세계 기록은 언젠가 분명히 깨질 것이다. 하지만 루즈 롱이 내 손을 치켜들었던 그 광경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다음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은사에 대한 이야기다.

선생님이 차를 준비하러 주방으로 가신 사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빠끔히 열린 방문을 발견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문틈으로 선생님의 방안을 들여다본 순간, 그는 너무 놀라 숨이 멎는 듯했다. 선생님의 방은 사방 벽면이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제자들의 사진이었다. 그 밑에는 최근 근황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에 대한 신문기사 스크랩이 붙어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마리아 선생님의 방은, 선생님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선생님과의 대화를 서둘러 마치고 방을 나섰다. 선생님이 학교 밖까지 배웅해주셨지만, 그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선생님을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선생님과 헤어진 그는 힘없이 거리를 걸어갔다. 한참 걷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마리아 선생님은 아직도 교문 옆에 서 있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는 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그 생각마저 부끄러웠다. 오래 전에도 편지를 쓰겠다고 결심했다가 넘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우체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우체국에 들어가 마리아 선생님께 전보를 보냈다. 마리아 선생님이 받은 전보에는 단 한 줄의 글만이 씌어 있었다.

“선생님, 저희를 용서하세요.”

이밖에도 이 책에는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임을 외치며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중년 신사의 생활 철학’ ‘어머니의 굳은 발을 정성스레 닦아드리며 부모님의 은혜를 새삼 깨닫는 한 청년의 이야기’ ‘낯설지만 결코 타인이 아닌 버스 승객들에게 환한 아침 인사를 선물한 버스 기사’ ‘아들의 등록금을 위해 가보로 내려온 파이프를 판 아버지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파이프를 다시 찾아드린 아들’ ‘자식이 준 선물을 차마 뜯어보지 못하고 소중히 간직하는 부모의 마음’ ‘가난한 고향 친구가 준 맹물이 든 술병의 술을 어떤 고급술보다도 더 달게 마시는 중년 신사의 우정’ 등 우리가 아니면서 한편으로 우리의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은 분명 49가지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고, 개개인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 그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건 공통적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고, 직접 실천으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진부한 말이지만, 우리가 행동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런 진부한 말의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부한 말로 끝맺음을 해야겠다.

“지금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지금 당장 행동하세요.”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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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c |풍수학자가 본 대선 후보들

[이코노믹리뷰 2007-03-15 17:48](풍수나 관상, 점.  우리가 미신이라고 부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 무엇입니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3국은 특히 미신적 요소들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한 공중파 방송의 사극 연개소문에 등장하는 수양제도
태자시절, 자신이 빨리 황제가 될 수 있는 터를 골라달라고 지관을 닥달하지요. 그의 아버지도 겉으로는 풍수학이 지닌 논리적 허점을 맹공하면서도 아내의 묘지를 명당으로 골라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이 동양적 정서가 아닌가 합니다.

고백하건데, 기자된 입장에서 이런 식의 기사를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보도를 원칙으로 하는 언론에서 풍수를 통해 대권주자의 운을 가늠해본다는 것은 왠지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대선이 열리고, 누군가는 자신의  운명에 울고, 또 다른 이는 웃게 될 것입니다.

희비가 엇갈리는 그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한걸음 앞서 파악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강렬한 욕구. 담당 데스크들은 이럴 때  저간의 기류를 과감히 거부할 수 없나 봅니다. 사실 저도 매우 궁금합니다.


현재 1위 이명박 후보
“묘 앞에 저수지가 있으니…”

위정자들은 풍수지리에 대해 전통적으로 이중적 행태를 보여왔다. 멀게는 중국의 5대 16국 시대를 종식하고 대륙의 통일을 이뤄낸 수 문제부터, 가깝게는 아들을 임금으로 만든 조선의 흥선대원군까지, 공개적으로야 풍수지리를 미신이라고 애써 무시하면서도 유명 지관들을 풀어 전국의 명당을 수배했다.

조상이나 가족 묘가 위치한 선영을 애써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까지 자신은 물론 후손들의 복을 기원했다. 풍수지리설의 비과학성을 질타한 수 문제는 부인의 묘자리를 당대의 지관인 소길에게 고르게 했으며, 흥선대원군은 술사에게 부탁해 2대를 이어 왕이 나올 수 있다는 충청도 예산에 부친의 묘를 이장했다.

대선에 나선 적이 있는 대한민국의 여론 지도층도 예외는 아니다. 이회창 씨는 지난 2004년 선친의 묘를 이장했으며, 다음해엔 이인제 전 대선 후보가 선영을 이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1995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2001년)도 선영을 이장한 적이 있다.

미신은 동양의 지도자나 지식인들에 좀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천형이다. 대선레이스에서 낙마한 고건 전 서울시장의 부친 고형곤 박사는 타계전 자신의 무덤을 직접 지정했다. 고씨는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베르그송과 후설을 전공한 대학자였지만 풍수지리를 외면하지 못했다.

최근 풍수와 대선 승리의 함수를 분석한 책을 발표한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는 평생을 풍수지리를 연구해온 학자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풍수학적인 관점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누를 것으로 예상해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그가 보기에 선영이나 생가가 가장 탁월한 풍수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대선주자는 누구일까.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나, 천정배 의원 등도 생가나 선영이 모두 길지이다. 대선 출마설이 다시 불거져 나오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생가와 선영을 바라보고 있는 주산이 모두 종을 엎어놓은 듯한 금성의 모양이다.

이러한 풍수의 특징은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는 자리라는 점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다만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생가의 입지가 험난한 시대, 위기의 시대에 거친 광야에서 깃발을 들고 꿋꿋하게 나아가는 모양새이다.

타고난 지도자의 땅이지만, 문제는 난세에 빛을 발하며 평시에는 힘을 잃을 지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를 과연 난세로 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어떨까. “묘 앞에 작은 저수지를 조성해 물을 가두어 뒀다. 하지만 물빛 또한 누런빛으로 탁하기 그지없다. 무엇하나 이로움이 없겠다.”

그가 또 다른 풍수지리 연구가인 지종학 풍수지리 연구소장의 말을 빌려 평가한 대목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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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강사가 영어교육 망친다

NEXT 로컬(Local) | 2007. 3. 16. 14:03 | Posted by 영환
[피플]“스타 강사가 영어교육 망친다”

[이코노믹리뷰 2004-11-11 09:36](2년전 동국대 교정에서 정찬용씨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려면 영어 교재부터 버리라는 그의 독특한 학습방법에는 다소 과장이 있기는 하지만 나름의 진실은 담고 있다고 봅니다. )  

토스에듀케이션 정찬용 소장

“자전거나 수영을 배우는 과정을 떠올려 보십시오. (꾸준히 훈련하다 보면) 페달을 밟거나 팔을 젓는 동작을 의식하지 않아도 방향을 바꿔 가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영어 학습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99년 초판 발행 후 무려 300만여 권이 팔리며 장안의 지가를 높인 베스트셀러《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의 저자 정찬용(47) 씨.

지난 8월 증보판을 내며 다시 본격적인 집필 활동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그는 지난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에서 열린 강연회 직후, 영어 공부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그가 제시한 영어 학습법의 골자는 외우지 말고 (영어에) 익숙해지라는 것. 문법, 단어, 문장을 외우는 방식으로는 토론이나 회의에서 요구되는 영어 활용 능력은 기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급 영어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선 영어 교재를 버릴 것을 권고했다. “영어권 국가 어느 곳을 가도 국내 영어 교재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쓰지도 않는 말을 배우느니 영화의 주인공들이 하는 살아 있는 대화, 뉴스 내용에 익숙해지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영자 신문이나 저명인사의 강연 내용, 영화 콘텐츠를 활용함으로써 모국어를 배우듯, 자연스럽게 영어 학습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독일에서 조경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이러한 학습법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스모그 경보로 대학 기숙사에서 일주일 정도 갇혀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TV에서 관련 뉴스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어느 날 귀가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날 이후 조경학 관련 강의 내용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그가 바라본 우리나라의 영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어학 연수를 다녀오는 학생들이 늘었고, 토익 900점 이상의 고득점자들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인력이 여전히 적은 것은 암기 위주의 학습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특히 공중파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일부 스타 강사들이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강의에 춤과 노래를 곁들여 영어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킨 점은 평가해 줄 만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교수법을 한 꺼풀 벗기고 보면, 결국 단어나 문장을 외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스타 강사들에게)얼마나 많은 문장을 외워야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는 그는“앞으로 잘못된 학습 관행을 깨나가는 데 매진할 것”이라며 “그 첫 단추는 초등학생 대상의 영어학습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학습방식에 물들지 않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영어 강국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게 그가 인터뷰 막바지에 밝힌 포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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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erview |명문가 자녀교육 시리즈 저자 최효찬

[이코노믹리뷰 2006-09-14 09:30](작년 9월에 이코노믹리뷰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 당시 연세대 교정에서 최효찬씨를 만나 한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는데요. 500년 명문가의 자녀교육비법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저자인 그에게도 자녀교육이 가장 어려운 문제중 하나라고 기자에게 토로하더군요. )

(오늘 다시 보니 최효찬씨는 타계한 남자 배우 임성민씨와 비슷하네요 :)


“논술공부, 저녁식탁에서 끝내라”

자녀교육 베스트셀러 저자가 말하는 내 아이 바로 키우는 5가지 노하우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명문가 프로젝트 5
-채소밭을 일구더라도 서울을 떠나지 말라
-큰 소리를 내며 매일 책을 읽게 유도하라
-삼대에 걸친 명문가 프로젝트를 가동하라
-식사시간에 자녀의 토론 능력을 키워줘라
-시민사회단체 캠프에 적극 참여하게 하라

“잠시도 방안에 붙어 있으려 하나요. 아이들 교육이라는 게 정말 마음같지 않습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으로 장안의 지가를 높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전하는 자녀교육 방법은 무엇일까? 경향신문 취재기자로 일하다 전업 작가로 나선 최효찬씨를 지난 6일 오후 연세대에서 만났다.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 그는 자녀교육의 어려움을 기자에게 토로하면서도 명문가를 직접 돌아보며 터득한 자녀교육 비결을 꼭꼭 집어 주었다.

- 서애 유성룡, 다산 정약용, 그리고 미국의 케네디까지 동서고금의 내로라하는 가문의 교육비결을 두루 살폈다. 명문가의 힘은 어디에 있는가.

《징비록》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서애 유성룡을 보자. 임진왜란 극복의 일등공신이기도 한 그는 영의정까지 오른 당대의 석학이었지만, 스승(퇴계 이황)의 시까지 인용해가며 자녀들의 학문 탐구를 독려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정도가 아니라, 학습의 순서까지 조언했다. 케네디 가문도 자녀들의 독서록을 일일이 작성했다.

- 영의정이면 지금의 국무총리인데, 자녀의 공부 순서까지 일일이 규율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 경서의 원리를 깨치우고 나서, 역사서나 문장공부를 하라고 조언했다. 또 책을 읽고도 질문하지 않는 자녀를 호되게 나무랐다. 요즘 아버지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교육을 아내에게 일임하고 있지만, 조선시대 영의정보다 더 바쁘겠는가. 다산 정약용도 자녀들의 공부방에 ‘서향묵미각(책의 향기와 먹의 맛이 있는 방)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학습을 독려했다.

- 퇴계 이황이나 다산 정약용이 자녀에게 공부를 독려하는 편지를 자주 쓴 배경이 궁금하다.

다산은 유배 생활 탓에 주로 편지글을 통해 자녀를 훈육했다. 서신 교육은 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걸음 물러나 상황을 바라보며 조언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학문수련에 나태한 자식에게 실망한 퇴계 이황도 손자에게 편지를 보내 학업을 권했다.

- 편지를 보내려고 해도 왠지 쑥스러워서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았는가.

다산 정약용을 보자. 그는 자녀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가문의 규수와 가례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웃음) 비천한 집안과 결혼해 물고기의 입술이나 강아지의 이마 몰골을 한 자녀를 출산할 수도 있다며 자녀들에게 은근히 겁을 주기도 했다. (아직까지 세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없는 ) 어린 자녀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려는 시도가 아니었겠는가. 당대의 학자들이 자녀의 눈높이에 맞춘 훈육을 시도한 점이 특징이다.

- 채소밭을 일궈도 한양에서 살라는 다산의 조언도 눈에 띈다. 역시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하는 것인가.

정약용은 39세에 귀양길에 올라 무려 18년 간을 전라남도 강진 땅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그는 출사길이 막힌 자녀들에게 한양을 떠나지 말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정보가 모이는 곳이 수도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것이다. 벼슬길에 나선 손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 명문가에서 배워 초등학생 자녀에게 가르쳐준 독특한 학습방법이 있다고 들었다.

사극을 보면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낭독하면서 어깨를 좌우로 흔드는 선비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몸짓의 효과가 후세에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뇌에 활력을 부여해 독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매일 아침 책을 큰 소리로 낭독하게 하고 있다.

- 조선시대 아버지들은 요즘 대치동 엄마들 못지 않게 극성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서애나 다산의 교육 방법이 아직도 유효한가

논어나 맹자, 중용, 대학을 선조들이 하듯이 자구 하나하나 음미하며 배우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고전이 지니는 의미는 여전히 과소평가 할 수 없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를 집에서 ‘로마’라고 부른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따온 이름인데,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성인으로 성장하라는 바람에서다.

- 서양에서는 케네디가가 관심을 끈다. 평범한 집안이었으나, 최고의 명문가로 부상한 배경은.

케네디의 부계는 아일랜드 출신이다.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얼마나 천대받는 지역인가. 오죽하면 피부색이 하얀 흑인이라는 뜻을 지닌 ‘화이트 블랙’이라고 부르겠는가. 가난이 싫어 아일랜드에서 미 보스턴으로 옮겨온 케네디의 선조들은 처음에는 비루한 집안이었으나, 수대에 걸쳐 이른바 명문가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 케네디가가 실천했던 자녀 교육 방안 중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을 알려 달라.

케네디가는 식사시간을 자녀들과의 대화시간으로 활용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어머니 로즈는 식사시간에 자녀들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훈련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한 것이다.

- 율곡 선생은 뜻을 세우는 일이 우선이라고 했다. 자녀들의 지학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없는가.

춘추시대 노나라의 공자는 불과 15세의 나이에 학문에 뜻을 세웠다고 하지만, 모두가 공자가 될 수야 있겠는가. 올 여름방학 때 아이를 흥사단 국토순례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했다. 비가 내려 참가자수가 크게 줄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냈다. 공자가 제자들과 더불어 춘추시대 각 국에 대한 유세에 나선 때가 55세였다.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다 보면 문리가 툭 트이지 않겠는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팀워크도 배우고, 의지도 굳게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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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리더를 말한다 ④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코노믹리뷰 2007-03-15 17:48](고전 전문가인 신동준씨가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대권주자 리더십 분석 시리즈 '다시 리더를 말한다' 의 하나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신동준씨는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등에서 정치부 기자생활을 했으며, 지금은 21세기 정치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장학퀴즈를 석권한 수재이기도 한데, 참고로 신동준씨의 주장은 이코노믹리뷰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

“수신제가는 이뤘는데 치국평천하는 과연…”

강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박근혜 전 대표. 여론지지도는 이명박 전 시장보다 뒤지고 있으나 당심(黨心)만큼은 앞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뢰’와‘원칙’을 내세워 수신제가에는 성공한 것 같은데, 과연 사생활이 깨끗한 지도자는 응당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그가 사상 최초로 부녀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수신제가 차원의 덕목인 ‘신뢰’와 ‘원칙’ 이외에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차원의 덕목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朴槿惠)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더불어 한나라당의 자랑이다.

현재 박 전 대표 측은 비록 여론지지도에서는 이 전 시장에게 뒤지고 있으나 당심만큼은 이 전 시장을 10% 넘게 앞서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는 2∼3주 간격으로 실시하는 대의원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 전 시장 측도 결코 경선 승리를 낙관할 수만도 없다. 이 전 시장 측이 일반인들의 참여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듯싶다.

신실한 사람 알아보는 지인지감(知人之鑑) 지녀
사실 박 전 대표 측이 당심의 우위를 주장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실(信實)한 사람을 능히 알아보는 특유의‘지인지감(知人之鑑)’을 지니고 있다. 그는 사람을 쓸 때 섣불리 판단하거나 선입견을 개입시키지 않는다. 당사자의 이모저모를 유심히 관찰한 뒤 나름대로 판단이 섰을 때 비로소 손을 내민다. 또한 일단 신뢰를 보낸 사람에게는 결코 도중에 그 신뢰를 거둬들이는 일이 없다.

박 전 대표가 구사하는 용인술의 특징은 대략 ‘신뢰’와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주변에 자신이 ‘신뢰’하는 인재를 포진시켜 수시로 자문을 받고, ‘원칙’에 입각해 자신에게 불리할지도 모를 조기경선에 동의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 전 대표가 배신자에 대한 응징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뢰’와 ‘원칙’에 대한 신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괴한의 피습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 와중에 “대전은요?”라고 물은 뒤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가 역전승을 일궈 냄으로써 한나라당을 배반한 염홍철 전 시장을 응징한 것이 그 실례이다.

박 전 대표가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의 파란만장한 삶의 역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부친이 최측근이었던 김재규의 돌연한 배신으로 급서하고 자신 또한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는 등의 뼈저린 경험이 이런 용인술의 근인(根因)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곧 ‘신뢰’와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교언영색(巧言令色)’과 ‘면종복배(面從腹背)’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그의 한 측근은 “얄팍한 수를 쓰거나 잘 보이려고 애쓰는 이들의 속셈을 모두 꿰뚫고 있다”는 말로 그 특징을 요약한 바 있다.

용인술은 신뢰·원칙…선덕여왕과 흡사
이제마(李濟馬)의 사상론(四象論)에 비춰볼 때 박 전 대표의 이런 용인술은 그가 전형적인 소음(少陰)체질인 사실과 무관치 않다. 소음체질은 본래 ‘당여(黨與)’에 능하다. ‘당여’는 사석에서의 담론을 즐기며 주변에 자신이 신뢰하는 인물을 포진시키는 일련의 행보를 말한다.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 형의 인물은 대개 소음인이다. 이들은 머리가 총명하고 판단력이 빨라 조직을 만드는 데 장기를 발휘한다. 박 전 대표가 바로 이런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역사상 ‘당여’에 능한 대표적인 인물로 삼국시대의 제갈량(諸葛亮)을 들 수 있다. 제갈량은 ‘지감’에 뛰어나 사람의 현부(賢否)를 잘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사적인 자문을 받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병법에 조예가 깊었던 마속(馬謖)을 곁에 두고 늘 병법과 관련한 사담을 즐기며 총애한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러나 그는 마속이 군령(君令)을 어겨 패배를 자초했다는 이유로 눈물을 흘리며 소위 ‘읍참마속(泣斬馬謖)’을 단행했다. 자신이 내세운 ‘원칙’을 어긴 데 따른 가차없는 응징을 가한 것이다. 그가 오장원(五丈原)에서 진몰(陣沒)하기 직전에 위연(魏延)의 배반 가능성을 예상하고 강유(姜維)에게 미리 대비책을 일러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삼국시대 당시 진수(陳壽)는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이런 행보를 두고 이같이 평해 놓았다.

“공명(孔明)의 위정(爲政)과 형벌은 준엄했지만 촉나라 백성은 아무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공평하고 상벌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이는 제갈량이 뛰어난 인재에 대해서는 늘 자신의 곁에 두고 자문을 구하는 등 한없는 ‘신뢰’를 보내지만 일단 자신이 내세운 ‘원칙’을 어길 경우 가차없이 베어버린 것을 칭송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주변에 자신이 대표로 있던 시절에 기용한 인물을 포진시켜 끝없는 ‘신뢰’를 확인시키면서 ‘원칙’에 입각해 조기경선의 결단을 내린 것도 제갈량의 이런 행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여성의 신분으로 지존의 자리에 올라 ‘신뢰’와 ‘원칙’의 용인술을 구사한 인물로 신라시대 중기의 선덕여왕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은 재위 16년 동안 안팎으로 커다란 위기에 처한 신라를 구해내 마침내 삼국통일의 기초를 닦아 놓았다는 점에서 학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신라의 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김춘추(金春秋)와 김유신(金庾信) 등이 모두 그녀의 치세 하에서 입신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선덕여왕이 김춘추와 김유신을 중용한 기본철학이 바로 ‘신뢰’와 ‘원칙’ 이었다.

선덕여왕이 보위에 오를 당시만 하더라도 신라의 귀족들은 물론 중국의 당나라조차 여왕의 존재를 업신여기고 있었다. 《삼국사기》‘선덕왕본기 12년조’에 따르면 당시 신라 사신을 맞은 당태종(唐太宗)은 거만하게도 이같이 말한 바 있다.

“너의 나라는 부인을 군주로 삼은 까닭에 주위 나라들이 무시하고 있다. 이는 군주 없이 적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내가 장차 종친 한 사람을 보내 신라왕을 삼고자 하나 그가 홀로 가서 신라왕 노릇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마땅히 군사를 보내 보호하고자 한다.”

중국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명군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당태종도 군사출동을 간청하는 선덕여왕의 ‘걸사(乞師)’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여성 군왕에 대한 폄하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은 당시까지 여황제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 당태종 사후 그의 후궁 출신이 전무후무한 여황제인 즉천무후(則天武后)로 즉위해 당태종 자신도 이루지 못한 고구려 정복의 대업을 이룬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당시 당태종은 선덕여왕을 얕볼 입장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신라는 선덕여왕이 보위에 오를 당시 안팎으로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백제의 의자왕이 선왕 때 잃은 한강 유역의 땅을 되찾기 위해 고구려의 연개소문과 연계해 신라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이때 선덕여왕은 김춘추와 김유신 등을 적극 활용해 이 위기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훗날 김춘추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도록 만드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지난 2004년 초 탄핵역풍 속에서 난파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을 떠맡아 그해 5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이끌어냄으로써 한나라당을 기사회생시킨 일에 비유할 수 있다. 당시 한나라당의 의원 및 당원들은 박 전 대표로부터 크고 작은 은덕을 입은 셈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올해 말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이는 박 전 대표의 전공(前功)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가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것도 선덕여왕과 사뭇 닮아 있다. 선덕여왕은 재위 기간 중 결국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거의 확실하다. 설령 결혼을 했을지라도 남편이 일찍 죽어 이후 재혼치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리더십 면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선덕여왕의 리더십을 두고 《삼국사기》는 ‘관인명민(寬仁明敏)’으로 규정해 놓았다. 이는 너그럽고 인자하면서도 현명하다는 뜻이다. 선덕여왕의 ‘관인명민’한 리더십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소위 ‘지기삼사(知幾三事)’의 고사에 잘 나타나 있다.

이는 선덕여왕이 재위 당시 당나라에서 보낸 족자를 보고 이내 3가지 기미(機微)를 알아차린 것을 말한다. 모란꽃에 벌과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꽃에 향기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옥문지(玉門池)에 개구리가 울자 백제 군사가 여근곡(女根谷)에 쳐들어온 것을 알았고, 임종 전에 본인이 언제 죽을지를 미리 알고 도리천에 묻어달라고 당부한 것 등이 그것이다. 이는 물론 설화이기는 하나 그녀의 ‘관인명민’에 대해 당시 사람들이 크게 공감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박 전 대표 역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인명민’하다는 칭송을 받고 있다. 원래 ‘관인명민’은 무사무욕(無私無欲)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욕(私欲)이 앞서는 사람은 인색한 까닭에 결코 관인(寬仁)할 수 없다. ‘관인’하지 못한 사람은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까닭에 암우(暗愚)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의 ‘무사무욕’한 행보는 그의 에세이집인 《결국 한 줌, 결국 한 줌》의 다음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세상은 결코 영원히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그네로 하여금 모든 것을 초연하게 바라보게 한다. 모든 만남은 이별로서 끝이 나고 모든 소유는 상실로서 끝이 난다. 이승은 영혼을 닦는 유일한 도장이라고나 할까.’

박 전 대표는 관세음보살과 같이 사물을 관조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무사무욕’에 입각한 순정(純正)한 구도자의 자세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여승(女僧) 묘심화가 《대한민국과 결혼한 박근혜》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소회가 뒷받침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하얀 연꽃이 핀 줄 알았다”
‘박 의원을 처음 만났을 때 하얀 연꽃이 핀 줄 알았다. 어쩌면 하얀 목련 같기도 하고, 그러나 여자라는 느낌은 없었다. 성의 구별을 초월한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랬다. 처음 보는 순간 박 의원은 관세음보살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 미혼으로 있는 박 전 대표를 보고 묘한 동질감을 느낀 나머지 자신의 구도(求道) 의지를 투영시켜 구세(救世)의 상징인 관세음보살의 현현(顯現)으로 간주했을 공산이 크다.

원래 불가에는 수많은 보살이 있으나 관세음보살만큼 중생제도(衆生濟度)의 취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보살은 없다. 관세음보살은 산스크리트어로 ‘아발로키테슈 바라(Avalokite vara)’이다. 이는 우주 삼라만상을 자유자재한 입장에서 관조(觀照)하여 살핀다는 뜻으로 ‘관자재(觀自在)’가 원의에 가깝다. 그러나 ‘관세음’ 역시 삼라만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관자재’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관세음보살의 ‘중생제도’ 행보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이는 그의 다음과 같은 언급이 뒷받침한다.

‘곧 사라질 그것들을 위해 정신을 쏟다보니 정말 세상에 온 나그네의 참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닦고 잠시 머물다 가는 그 동안이라도 이 세상을 사람들이 살기에, 아니 머물기에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다 가는 인생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이는 온 세상의 중생이 제도될 때까지 헌신할 것을 다짐한 관세음보살의 서원(誓願)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의 대권 도전은 관세음보살의 서원을 현실 속에 구현코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는 이런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결국 한 줌, 결국 한 줌》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언급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위대한 일, 명예와 공이 따르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는 우선 후회와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속적인 권력과 공명(功名) 등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무사무욕’의 자세가 약여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가 얼마나 이상적인 통치관을 갖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찍이 맹자는 이같이 설파한 바 있다.

‘군자에게는 3가지 낙(樂)이 있다. 부모구존(父母俱存: 양친 모두 생존해 있음)·형제무고(兄弟無故: 형제가 아무 탈이 없음)가 일락( 一樂)이고, 앙불괴어천(仰不愧於天: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음)·부부작어인(俯不 於人: 굽어보아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음)이 이락(二樂)이고, 득천하영재이교육(得天下英才而敎育: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함)이 삼락(三樂)이다. 군자에게는 이 세 가지 ‘낙’이 있을 뿐이다.’

박 전 대표가 언급한 내용은 맹자가 말한 ‘군자삼락’ 중 이락(二樂)에 해당한다. 이는 박 전 대표의 용인술이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은 수신제가(修身齊家) 차원의 덕목일 뿐이다. ‘수신제가’의 덕목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인의 장막’에 갇혀 있지는 않는가
격동의 세월인 난세에는 힘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통치가 요망된다. 춘추전국시대에 법가(法家)와 병가(兵家) 등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역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많은 국민들은 여론조사의 결과가 보여주듯이 강력한 ‘경제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지지율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게 그 증거이다. 이는 결코 ‘앙불괴어천·부부작어인’ 등의 개인적인 덕목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최근 개그맨 유재석 씨를 예로 들어 이같이 언급한 바 있다.

“유씨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가식이 없고, 진실되고, 사생활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진실되게 국민을 대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고 나라의 선진화도 앞당길 수 있다.”

과연 박 전 대표가 주장하듯이 사생활이 깨끗한 지도자는 응당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미·일·중·러 등 4강국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연 이런 자세로 4강국과의 외교협상을 제대로 전개할 수 있을까. ‘사생활이 깨끗한 리더십’은 개인 차원의 수제(修齊)논리를 치평(治平)의 논리로 확대 해석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이런 논리는 ‘신뢰’와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참모와의 관계를 주군과 가신의 관계로 변질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적잖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대표 시절에 주변으로부터 이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신뢰하는 몇몇 사람에 둘러싸여 그들을 중심으로 일을 하는 ‘인의 장막’에 가려져 있다.”

‘관인명민’의 리더십을 발휘한 선덕여왕도 재위 기간 중 자신의 등극에 반대하거나 주저했던 많은 사람들을 적극 포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 바 있다. 당태종이 노골적으로 선덕여왕을 폄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박 전 대표가 ‘인의 장막’에 가려 있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도량으로 사방의 인재들을 두루 포용할 필요가 있다. 선덕여왕의 협애(狹隘)한 ‘관인(寬仁)’이 아닌 즉천무후의 굉활(宏闊)한 ‘관인’이 절실히 요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가 장차 사상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수신제가 차원의 덕목인 ‘신뢰’와 ‘원칙’ 이외에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차원의 덕목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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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자녀 교육법, 명문家에 있었네

[이코노믹리뷰 2005-11-17 10:21](권춘오 편집장이 기고한 서평입니다. 저는 지난해 이 책의 저자인 최효찬씨를 만나봤는데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1년 6개월 가량을 전국의 명문가를 찾아 다니며 자료를 모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던 이들의 생생한  교육방식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명문가 후손들의 후일담도 궁금했습니다. 특히 지금도 많은 공직자들의 사표역할을 하고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후손들이 관심을 끌었는데요. 고위공직에 있다거나, 아니면 성공한 기업인이 됐다거나 하는 분은 없고, 한분이 지금 서울에 있는 기독교방송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게 최효찬씨의 답변이네요)


《5백년 명문가의 자녀 교육》
최효찬 지음/예담/2005년 8월/334쪽/13,000원

자식 농사 잘∼ 지었네.”

아마도 부모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 중 하나일 것이다. 부모들에게 자식의 성공은 자기 성공인양 가장 기쁜 것이고, 남들로부터 듣는 자기 자식 칭찬이야말로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을 제대로 키운다는 게 어디 보통 힘든 일인가. 자유롭게 자식들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 입맛대로 자식을 키우려 해도 마음대로 키워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부모들의 눈과 귀는 '잘 키운 남의 자식 이야기’에 쏠린다.

최근 영재라고 떠들썩했던 송유근 군 부모의 교육 방식을 소개한 기사나 방송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표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오늘날 부모들은 주로 자식의 입신양명을 위한 교육에만 치중한다는 점이다. 입신양명해서 한 평생 잘 먹고 잘 사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잘 먹고 잘 살게 된 자식이 부모에게 불경하거나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량인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 사회는 예부터 유독 교육열이 높았다. 하지만 요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조상들의 교육에는 입신양명을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과 생활 교육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점차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가 단순히 지식과 학력보다 폭넓은 대인관계와 인성을 갖춘 ‘제대로 된 인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옛 교육 방식에 대해 이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5백년 명문가의 자녀 교육》(예담)은 500년을 이어오는 명문가들의 자녀 교육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입신양명, 인성, 생활 교육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서애 류성룡 종가, 퇴계 이황 종가, 다산 정약용가, 경주 최 부잣집 등 지조와 자긍심을 대대로 지키면서 자녀교육의 모범을 실천해 온 한국의 대표 명문가들의 종가와 고택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생생한 증언과 모습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입신양명의 측면에서 교육 노하우를 지닌 풍산 류씨, 서애 류성룡 종가를 보자. 서애가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노하우는 바로 독서 습관이다. 서애는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위기의 시대를 살았지만 항상 집에서는 독서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집에서 항상 책을 읽으며 다섯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실제로 서애는 독서로 입신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서애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일깨워주었다. 서애는 독서를 게을리 하는 자식들에게 편지를 보내 준엄하게 꾸짖었다.

“너희는 모두 《맹자》를 읽었느냐. 학문은 정밀히 사색하고 자세히 질문하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너희들은 언제나 사색을 깊이 하지 않기 때문에 의문이 생기지 않으며, 궁금한 점이 없기 때문에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이와 같다면 책을 많이 읽는다 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진정으로 노력하기를 바란다.”

학문을 강조한 교육 방식으로 진성 이씨, 퇴계 이황 종가의 노하우도 있다. 이들의 방식을 요약하자면, ‘훌륭한 친구와 함께 공부해라’이다. 퇴계가 제자들을 가르친 도산서원은 요즘으로 치면 서울의 연세대나 고려대 등 사립 명문대와 같은 곳인데, 퇴계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요즘도 고시생들이 절을 찾고 있지만 퇴계는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절을 추천했다. 퇴계 역시 경북 봉화의 청량산 절에서 공부했고, 그의 아들과 손자들도 주로 절에서 공부했다. 특히 퇴계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끼리 함께 공부하면 능률이 오른다고 했다. 소위 요즘 말로 ‘그룹 스터디’의 원조인 셈이다.

재령 이씨, 운악 이함 종가는 처세를 강조한 교육 노하우를 전통으로 삼고 있다. 이함 종가에서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교육하는 ‘격대교육’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는 한 달에 한 번씩 손자·손녀들을 집으로 불러 직접 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강조하는 덕목은 ‘지고 밑져라’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얼핏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밑지고 지는 일을 하면 당장에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그것은 결국 남의 마음속에 저축을 해놓은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유교의 선비정신과 현대 비즈니스의 접합점인 셈이다.

부(富)와 관련한 자식 교육 노하우도 있다. 만약 많은 재산을 가진 부모라면 경주 최 부잣집의 자식 교육 노하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문은 역사에 귀감이 된 존경받는 부자의 길을 대대로 이어왔다. 이들은 권력과는 일정하게 거리를 두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재력 내에서 가난한 자를 위한 도덕적인 의무를 다했다. 최 부잣집은 신분제 질서 하에서도 가진 자와 가난한 자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相生)의 철학을 실천했던 셈이다.

저자는 조선 시대의 아버지들은 요즘 세대의 아버지들보다 자녀교육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고, 생각보다 더 세심하게 자녀 교육을 챙겼다고 말한다. 퇴계나 서애, 다산, 고산, 석주 등 대학자들 역시 바쁜 와중에도 자녀교육에는 더없이 열성적이었다.

조선시대의 명문가가 그랬던 것처럼 현 시대에도 부모가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다. 부모의 헌신과 열정 없이 자녀를 올바르게 교육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기러기 아빠’ ‘원정출산’ 등 요즘 부모들의 자녀 교육 방식은 주로 ‘돈’과 연관된다. 하지만 자식의 성공과 행복은 결코 돈으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서애 류성룡이 책 읽기의 모범을 보여준 것처럼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 온 가족이 책을 읽고 독서록을 써보는 건 어떨까. 운악 이함 종가처럼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을 찬찬히 가르쳐보는 건 어떨까. 어려운 이를 돕는 따뜻한 마음을 최 부잣집처럼 실천을 통해 가르쳐보는 건 어떨까.

이러한 교육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식을 위한 교육이 아닐까? 입신양명뿐만 아니라 인성과 생활 교육이 다양하게 버무려진 옛 교육의 노하우가 절실한 필요하고 그리운 오늘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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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기자가 직접 참가한 GE-맥킨지 리더십 교육현장

[이코노믹리뷰 2006-06-28 08:42](글로벌 기업들의 리더십 교육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저는 작년에 이화여대에서 열린 맥킨지와 GE의 리더십 교육현장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두 회사 모두 명성이 자자한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컸지요. 

첫인상은 뭐 국내 기업들의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을 떠올린다고 할까요. GE의 교육프로그램이 국내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다보니,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익히 보아온 내용들이 주류를 이뤘죠. 참가자들간에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팀별 협동심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습니다.

정작 관심을 끈 것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GE의 FMP들이었습니다.이 회사에서 미래의 제프리 이멜트나 잭웰치로 키우려고 선발하는 우수사원들인데요. 사관생도에 비유해야 할까요. 출발선부터 일반 직원들과는 다른 이들을 뽑아서 그룹을 이끌 동냥으로 육성하겠다는 포석입니다.

이 기사를 내고 난 뒤 맥킨지쪽 담당자에게 강한 항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GE리더십교육현장이라는 제목으로 나갔다는 거였습니다.( 기사 서두에 등장하는 제목은 나중에 수정을 한 겁니다. ) 글로벌 기업들은 자부심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뭐, 좋은 현상이겠죠.



남학생은 과외선생님, 여학생은 학부모
과외비 협상하며 리더십 배운다

“협상에 나서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한 협상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신촌에 위치한 이화여대 교정. 기자가 방문한 포스코관의 한 강의실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GE)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20대 남녀 대학생 여덟 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주고받고 있었다. 각 팀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설전을 벌이면서 교실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험 일정이 겹쳐 한 강좌의 기말고사 시험 일정을 바꾸고자 하는 대학생과, 문제 유출을 염려해 일정 변경을 수용하지 않는 교수, 주요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휴가를 내려는 팀원과 이를 말리는 팀장, 그리고 자료 제출요구를 놓고 사내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두 여직원….

대부분이 쉽게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과제들인 데, 참가자들이 어렵사리 합의를 도출해도 즉석에서 새로운 과제가 다시 부여되기도 한다. 한동안 옥신각신하던 한 참가 그룹의 ‘역할 분담 게임’이 끝나자, 진행자인 맥킨지의 1년차 컨설턴트인 윤정숙씨가 또 다른 과제를 부여한다.

“과외비를 협상해 보세요. 남학생이 과외 선생님을, 그리고 여학생이 학부모를 담당해 보세요.”남학생 참가자인 지상현씨가 한 달 과외비로 50만원을 받고자 원하는 과외 교사를. 그리고 여성 참가자인 김초롱씨가 학부모 역할을 각각 맡았고, 잠시 후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주고, 50만원을 받고 싶습니다.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과외교사 역)”“과외비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면 좋겠어요. 우선 이번 달에는 30만원을 드리고 아이 성적에 따라 급여를 다시 책정해 나가고 싶네요. 받아드리실 수 있죠. (학부모 역)”

학부모 역할을 하고 있는 여학생의 태도가 자연스러워서인지,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보가 터진다. 두 사람의 설전이 오가는 동안 나머지 학생들은 이들의 대화 습관이나, 논리상의 맹점, 그리고 태도를 일일이 모니터 한 뒤 느낀 점을 전해준다.

한 남학생이 “과외비를 성과급으로 책정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았다”고 지적하자, 여학생이 “성과급으로 하지 않으면 대학생들이 열심히 가르치겠냐”고 반문한다. 고등학교 교사인 어머니가 실제로 과외선생들에게 성과급을 관철시켜 효과를 보았다는 게 그녀의 전언.

맥킨지의 윤정숙 컨설턴트는 “협상에 나서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한 협상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며 전문적인 조언을 건네기도.

역할 분담 게임이 끝나자, 참가 학생들은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신문지를 오려 붙여 만든 바퀴로 경주를 하며 이틀 동안 다진 팀워크를 테스트 받는 데, 일등을 한 팀에게는 상당한 경품이 주어진다고.

문제해결 능력+협동심 고취
리더십 사관학교로 불리는 제너럴 일렉트릭과 맥킨지가 공동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 ‘8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80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참가했는데, 대학생들의 입 소문이 퍼지면서 경쟁률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출신 대학이나 지역 등 심사자의 편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은 아예 요구하지 않았다고.‘자신만의 리더십 색깔을 찾아라(Color Your Leadership)’는 주제로 진행된 올해 워크숍은 회사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미리 경험해 보며 적응력을 기르는 한편, 협동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짜여진 것이 특징.

참가자인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차지혜씨는 “요즘은 한 학기 수업 중 절반 이상이 팀 과제물 진행과 발표로 이루어진다. 수업과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성과를 도출하는 활동이 늘어나고 있어 요즘 대학생들에게 리더십은 중요한 관심사”라며 변화된 대학 현실을 설명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 1∼2년차 FMP(Financial Management Program)들이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점. 백주현 GE FMP는 “GE는 금융부문에서 근무할 FMP를 별도로 선발해 운용하고 있다”며 “큰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운용한다”고 말했다.

맥킨지에서는 1∼2년차 자원 봉사자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행사 진행 등을 도왔다. 이번 워크숍을 기획한 GE 코리아 인사부의 홍영대 상무는 “GE와 맥킨지는 양 사가 보유하고 있는 리더십 프로그램과 노하우를 우리 사회, 특히 미래의 리더인 젊은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리더십교육 왜 붐인가




“딱지치기를 해도 리더가 있는데…”리더는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리더가 타고나는 것이라면 리더십 프로그램이 아마도 지금처럼 많지는 않을 것이다. 유명기업이나 코칭스쿨 등이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너럴일렉트릭의 리더십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다.

뉴욕 크로톤에 위치한 크론토빌 연수원은 각국의 유명 기업인들이 다녀가는 필수코스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유명 경영대학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리더십 코스 또한 GE 프로그램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MIT 슬론 스쿨이 지난 2003년 도입한 사흘 일정의 비전 설정(visioning)과 역할 분담 코스, 그리고 리더십 프로그램을 보자. 경영대학원생들은 역할 분담 게임을 하며, 전문적인 코치들로부터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GE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리더십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에서 더욱 커지고 있는 데, 구성원들에게 리더의 자질을 함양하는 일이야말로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경진 GE 전무는 “놀이터에서 딱지치기를 해도 놀이를 리드하는 리더가 반드시 있다”며 “리더는 일상 곳곳에 존재하며, 대부분 노력하면 바뀌고 개발된다.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본성에 맞는 리더십 스타일을 찾고 이를 개발해 나가려는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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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 경제지식 영화 속에 다 있네!

[이코노믹리뷰 2005-04-01 07:00](영화에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마력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여러 도표와 수치를 동원해 주저리주저리 풀어놓는 난해한 설명 보다 한편의 영화가 때론 더욱 강렬한 설득력을 지니고, 사람들의 변화도 이끌어 냅니다. 기자들이 영화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맥락일겁니다. 박일한 기자가 저술한 경제 IN 시네마를 통해 영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을 한번 느껴보시죠.)



《경제 in 시네마》
박일한 지음/창해/294쪽/12000원

“사랑한다는 것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 이 주옥같은 명 대사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이 많을 것이다.

하버드대에서 만난 상류층 출신의 올리버와 가난한 빵집 딸인 제니의 운명적 사랑과 비극을 그린 영화 〈러브 스토리〉는 외형적인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순수한 사랑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 속 신분의 벽을 ‘재력’의 차이로만 인식하곤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보다 약간 더 복잡하다. 〈러브 스토리〉는 1960∼70년대 미국 사회의 문제를 사랑이란 외피로 포장한 당의정(糖衣錠 : 쓴 약의 겉에 당 제품을 입힌 정제나 환약)이다.

올리버는 미국의 주류층인 와스프(WASP ; White Anglo-Saxon Protestant, 영국의 앵글로 색슨 계열 백인 신교도), 제니는 와스프보다 미국 사회에 편입이 늦은 이탈리아 이민 가정 출신이다.

이 둘의 차이를 한국 사회에 비교하면 한국인과 화교의 차이로 보면 된다. 즉 한국적 시각에서 제니는 소위 가난한 ‘짱깨집’ 딸이다(필자 - 화교를 비하하려는 뜻이 아니다).

미국 사회는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순서대로 계급이 형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밟은 와스프는 오늘날까지도 미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한 사회학자는 〈러브 스토리〉를 올리버 집안과 제니의 계급 갈등, 올리버 부친과 올리버의 세대 갈등 등이 절묘하게 녹아든 플롯으로 구성된 ‘미국 사회의 계급 투쟁 영화’라고 평하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 속에는 보는 이의 지식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이면 보기’가 가능하다. 영화 그 자체가 정치, 경제, 문화, 패션 등 한 사회의 모든 요소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in 시네마》(박일한 지음/창해)는 경제지 기자인 저자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복수는 나의 것〉, 〈아트 오브 워〉 〈제리 맥과이어〉 등 총 57편의 영화 속에 녹아 있는 경제 요소를 찾아 이를 대중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경제 이야기책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매개로 경제 개념과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함으로써, 가장 기초적으로 알아야 할 경제 개념들과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들을 잘 전달해 준다.

‘영화’를 통해 ‘경제’를 말하는 이런 방식은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어떤 사안이나 계획, 목표, 프로젝트 등을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동원해서 술술 풀어 말해 주는 것을 뜻하는데, 스토리텔링에 능한 사람은 듣는 사람에게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한 상호 커뮤니케이션도 수월하게 이뤄진다. 이것은 비단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어린 자녀에게 저축에 대한 개념과 방법, 그 이익과 의의 등을 설명해야 할 때, 복리나 국가경제 등을 동원하기보다는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베짱이와 개미가 살았는데…’ 식으로 재미나게 들려 주는 방법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스토리텔링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감성 경영’을 한번 보자. 감성 경영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조직을 화합으로 이끌고 그와 같은 마인드를 갖고 고객들과 시장에 파고드는 경영’이다. 어째 좀 딱딱하지 않은가? 이 책에 나온 〈제리 맥과이어〉를 보자.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낀다. 목뼈가 부러져 입원한 선수 앞에서 “이번 주 토요일 게임에 출장해 65%를 뛰지 못하면 보너스를 받지 못한다”며 조언이랍시고 건네고는 뭔가 찝찝함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에게 질문한다. ‘나는 누군가? 양의 탈을 쓴 늑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가증스럽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그날 밤, 제리는 갑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신들린 사람처럼 25페이지짜리 '스포츠에이전트의 미래‘’라는 제안서를 쓴다. “선수들의 보호도 우리의 역할입니다. 진실은 인간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고객을 대폭 줄이고, 돈보다 인간에 관심을 두고, 좋은 게임에 신경을 쓰는 에이전시로 우리 회사가 거듭나야 합니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감성 경영의 핵심이다. 이 책은 또한 주인공 제리 맥과이어를 좋아하는 도로시(르네 젤위거)를 통해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도로시에게 보이는 제리는 멋진 외모뿐만 아니라 직원 바로 곁에서 수시로 감정을 교류하고, 소통하는 든든한 리더인 것이다. 이는 《진실의 리더십》에서 빌 조지가 말하는 ‘돈이 아니라 경영이념이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영화의 사건들에 재미를 느끼면서, 동시에 경제지식을 얻을 수 있는 이 책은 〈선택〉〈트레인스포팅〉〈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등을 통한 경제학의 기본 개념에서 〈바람난 가족〉〈싱글즈〉〈얼굴없는 미녀〉를 통한 가계 경제의 변화, 〈공각기동대〉〈이퀼리브리엄〉〈롤러 볼〉 등을 통한 신경제학, 국가보다 커버린 기업, 사이버 인류의 활약상, 바이오 경제 등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경제학적 현상과 용어, 개념을 거부감 없이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경제학 지식을 모두 습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익히고 좀더 열의를 갖고 더 구체적인 경제 지식으로 나아가도록 밀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영화를 볼 때 경제적 시각으로 감상하는 색다른 재미는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보너스일 터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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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준비 없는 통일 결과는 ‘파멸'

[이코노믹리뷰 2005-07-06 08:39](북미 관계가 급진전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핵문제로 꽉 막혔던 두 나라의 관계 개선 노력이 북핵을 둘러싼 협상 진전으로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양국의 관계 개선은 지지부진하던 북한과 일본의 수교 협상으로 이어지겠죠.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이고, 이러한 평화무드는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한에 통일을 향한 열망이 달아올랐 듯이, 남북관계 개선은 다른 모든 어젠더를 밀어낼 정도로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뿌립니다.
좀 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득실을 따져보고, 특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성장한 북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성을 바꾸어 나갈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자 그들의 주장을 한번  평가해 보시죠. )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랜덤하우스중앙/304쪽/1만5000원

1989 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그곳에 모인 수많은 독일 국민들, 밤하늘을 수놓은 축포와 화려한 불꽃놀이, 그리고 큰 해머를 휘둘러 장벽을 부수는 젊은이들….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부러운 시선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봤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이유로 분단된 독일이어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약 16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또한 6·15 남북공동선언,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대북 인도적 지원 등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일궈 냈다. 북핵 문제를 포함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남과 북은 전보다 훨씬 가까워졌고, 같은 민족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 이면에 불안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사회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사람들과 과연 같이 살 수 있을까, 통일 이후 경제는 어떠할까 등이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감정을 갖고 있다. 얼마 전 신문에 난 통일 초기 비용으로만 무려 50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데도 말이다.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랜덤하우스중앙)는 우리의 이러한 막연한 감정에 찬물을 끼얹는 책이다. 도발적인 제목처럼 이 책은 우리의 감성과 기대를 여지없이 뭉개는 말로 시작된다.

“남과 북은 한 민족이 아니다!”

저자들은 사실 언어와 외모를 빼고 나면,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라고 볼 수 없으며 전혀 다른 가치와 문화, 사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반세기 동안의 분단과 서로 다른 체제 아래서의 경험은 이미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선을 넘어 어마어마한 장벽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족 개념에 기반한 감상적 통일론과 경제 교류는 출발점부터 잘못 됐으며,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통일은 곧 자멸로 직행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의 주장은 구체적인 사례에 기반하고 있다. 바로 서독과 동독의 통일의 결과이다. 통일 전 독일 경제는 한때 세계 2위의 국가경쟁력과 3만7000 달러에 육박하는 1인당 GNP를 자랑했다. 그러나 2002년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15위, 1인당 GNP는 2만200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고 말았다.

“통일 이후 1990년대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OECD의 평균 성장률 2.2%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동독을 돌보느라 경기부양 능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고 앞으로 개선될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말 그대로다. 독일 통일은 실패한 것이다. 14년 동안 무려 1조2500억유로(매년 체코 공화국의 1년 예산보다 많은 돈을 14년간 줄기차게 쏟아 부었다)를 쏟아 부었고, 앞으로도 엄청난 비용이 더 필요하지만, 오늘날 독일에게 남은 것은 구동독인들의 서독 정부에 대한 더 많은 복지 요구와 폭증하는 불평불만, 그리고 추락하는 경제이다.

어디에서 이런 실패가 불거진 것일까? 엄청난 비용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사회주의 국가 국민들의 인성에 있었다. 사회화 과정 속에서 동독의 국가와 사회, 단체들은 국민 개개인에게 각종 사회 보장을 제공하면서도, 주민들을 체제에 순응시키기 위해 공포와 위협을 주로 사용했다. 개인은 공포와 위협에 순응하면서 국가가 베푸는 시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 체제하의 인간은 정신적 미성숙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국가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의식과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도전정신을 전혀 키우지 않는다.

실제로 통일 독일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동독인들은 적응하지 못했다. 이들의 불만은 점차 사회 문제화되고 국가경쟁력은 나날이 급락해갔다. 구동독인들이 갖는 불만과 좌절, 소수자 공격 같은 퇴행적 병리현상은 감정정체, 즉 시장경제에서 낙오된 원인을 자신들의 노력과 책임 부족으로 보지 않고, 서독인들의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 실패’에서도 볼 수 있다. 남한 사회에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북한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구동독인보다 북한 사람들이 ‘권위주의적 천진난만함’과 ‘감정정체’가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더군다나 통일 이전 서독 경제력보다 낮은 한국 경제는 통일 후의 경제를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다. 통일 당시 서독과 동독과의 소득 격차(3:1)도 우리(15:1)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마디로, 우리는 통일을 담보할 경제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으며, 더 심각한 문제, 즉 사회적 갈등과 부적응을 해결할 어떤 역량도 갖추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250만명의 평양 인구를 제외하면 나머지 2000만명의 인구가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다. 통일 시 북한 주민 2000만 명을 우리가 어떻게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결국 저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남북한이 뭉치면 함께 죽는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저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북한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다. 동구권 국가들의 체제 전환을 보자. 시장경제의 필요성을 스스로 절감하지 못하고 타력에 의해 마지못해 시장개혁에 나선 알바니아, 불가리아는 극심한 국가 위기에 봉착한 반면, 스스로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적응해 나간 헝가리, 폴란드 등의 국가는 긍정적인 회복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저자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은 북한에 대한 무조건 지원이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의 부정적인 인성과 문화가 다음 세대에 복제되는 것을 저지하면서 북한의 경제 개혁이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반이 탄탄하게 닦인 상태에서, 통일을 해야 자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민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버리고 현재 살고 있는 남북한 주민의 경제·정치·문화·심리적 격차와 괴리를 인정하자는 실사구시적인 이 책의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남북이 가까워지는 만큼, 이론적·접근을 통한 실체적 통일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자멸을 막고, 실패한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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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팀장이 갖춰야 할 5가지 요건”

[이코노믹리뷰 2005-10-20 10:21](아랑드롱뺨치는 멋진 외모의 소유자. 바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팀의 감독 무링요를 볼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탁월한 전술, 그리고 선수관리 능력으로 입신양명의 급행열차를 탄 이 사나이도 하지만 배고픈 시절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선수로서는 영 재능이 부족했다고 하네요.

소속 팀 감독으로 있던 그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출전 선수명단에 포함시키자, 구단주가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정도라고 하니까, 그의 선수시절은 그야말로 별볼일없었던 셈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감독이 된 후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선수와 감독에게 필요한 역량은 생각보다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둘 사이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걸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프로팀장의 조건을 한번 손에 잡아 보시죠.  )


프로 팀장의 조건
로렌 벨커 게리 톱치크 지음/비즈니스북스

영 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챔피언 첼시. 이번 시즌 들어 프랑스 올림피크리옹의 미드필더 에시앙을 비롯해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슈퍼스타들을 대거 영입한 이 구단은 전통의 명문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자국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거함 첼시의 독주(獨走)를 이끌고 있는 선장이 포르투갈 출신의 이방인 무링요 감독이다. 하지만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구사하며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그의 선수 시절은 별 볼일이 없었다고 한다. 프로팀 감독이던 아버지가 경기를 뛰지 못하던 무링요를 후보 명단에 올리자, 구단주가 이를 강력히 비판한 에피소드는, 그의 아픈 과거를 보여준다.

무링요는 화려한 선수 경력을 지닌 감독이 꼭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비즈니스의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실버스타 엔터프라이즈의 공동 경영인인 게리 톱치크가 저술한 《프로팀장의 조건》은 ‘관리자가 지녀야 할 덕목은, 한 개인으로서 회사에 공헌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는 많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팀원들은 자신의 실적에만 신경을 쓰면 되는 반면, 팀장은 팀워크를 탄탄히 다져 구성원들의 업무성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일매일 팀원들과 부딪기면서도 일상적인 업무에 파묻히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선수시절, 최고의 활약을 하다가 감독이 되고나서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스타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전략지도를 짤 수 있는 날카로운 이성과, 팀원들을 포용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갖춰야 좋은 팀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몇 가지 실천 지침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팀원들과 평소 일 대 일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만들어라, 업무를 과감히 위임해 팀원들의 업무에 시시콜콜 개입하지 마라.

특히 인사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직원 채용에 참여하고 여러 문제에 도움을 받으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 밖에도 세대차이 극복법에서 직무기술서 작성법까지, 이 책은 프로팀장이 되기 위한 노하우들을 집대성했다.

박영환 기자(yunghwan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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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국은 지식 패권 국가”

[이코노믹리뷰 2005-11-28 10:12](고대의 로마제국, 그리고 미국. 두 나라 가운데 어느 쪽이 영향력이 더 강했을까요. 로마는 지중해 세계의 패권을 차지했으며, 현재의 서유럽, 아프리카 등까지 지배권을 행사한 고대세계의 절대강국이었지요. 이른바 로마 중심의 세계질서를 뜻하는 팍스로마나 시대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로마의 영향력은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당시 동양에는 한나라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하고, 지역사회를 상대로 강력한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로마의 경우 자국의 힘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또 다른 강국이 세계의 지배자를 자처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남미 등에 자국의 의지를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패권국입니다. 지역별로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장을 낼 수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들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입니다. 로마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인 미국의 저력은 무엇일까요.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그것이 바로 지식이라고 하네요. )


보스톤 일기/윤진호 지음/한울

미 국의 자동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에 비유되던 이 회사의 몰락은 미국 굴뚝 산업의 전반적인 쇠락을 상징한다. 올 들어 판매 부진으로 회사채 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자 판매가를 대폭 낮추며 부진 만회에 나섰으나 상황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대규모 인력 감축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경쟁 기업의 눈부신 질주는 미국 업체들을 더욱 초라해 보이게 한다. 일본의 도요타는 GM의 턱밑까지 추격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패권을 당장이라도 접수할 태세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분야는 물론 디지털 가전분야에서도 아시아 국가들은 추격의 고삐를 죄며 미국 업체의 아성을 하나둘씩 허물어뜨리고 있다. 굴뚝기업들의 몰락은, 초강대국인 미국의 헤게모니를 장기적으로 위협할 것인가.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진정한 힘은 대학과 연구기관의 경쟁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노엄 촘스키, 그레고리 맨큐, 로버트 퍼트남을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석학(碩學)들, 매주 600장 이상의 과제물을 읽으며 수업을 준비하는 하버드나 MIT·예일·스탠퍼드 등 명문대학의 학생들이 바로 미국의 번영을 이끄는 주역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이공계의 세계적 명문인 MIT는 지금까지 55명에 달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학교 학생수가 1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지를 알 수 있다. MIT 방문 교수로 1년 간 체류하며 보스턴 대학가를 경험한 저자는, 미국이 지난 50년 간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군사력이나 경제력 못지 않게 양질의 고등교육이 한몫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설사 제너럴 모터스를 따라 잡는다고 해서, 미국의 패권이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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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igitalanalog.tistory.com BlogIcon 2007.03.10 16: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미국의 지식, 연구 풀은 무궁무진 끊임없습니다.
    전세계에 뻗어나가있는 미국의 지식인들은 알게 모르게 그들의 지식 스파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fund만 해도 어마 어마합니다.
    무엇보다 공교육 교사들의 qaulity는 바로 미국 지식 산업의 풀뿌리입니다.


“아카데미償 타면 오래 산다”



[이코노믹리뷰 2006-03-03 09:51](명예와 수명간의 함수관계를 파고든 인문서적입니다. 지위가 높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 수명도 길다고 하는데요. 권춘오 편집장의 서평입니다. )


[Book Review]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한다》
마이클 마멋 지음/김보영 옮김/에코리브르/448쪽/18,000원

어 릴 때, 어머니가 잠깐 혼절한 일이 있다. 그때 물에 개어 입에 넣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우황청심환이다. 필자도 대입학력고사를 치르기 전에 가족의 권유로 우황청심환 하나를 씹으면서 고사장에 들어간 기억이 있고, 다른 친구들의 가족사 이야기까지 종합해 보면,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우황청심환은 ‘기적의 만병통치약’ 정도 아닐까 싶다. 급한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우황청심환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우황청심환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길거리 약장수뿐이다.

‘이것 하나면 해결된다’는 식을 필자는 모두 ‘우황청심환적 방법’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관점으로 우리 사회를 보면 꽤 많은 분야에서 ‘우황청심환적 방법’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된 양극화 현상만 봐도 그렇다. 다들 똑같다. ‘소득격차를 줄이고 복지 혜택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런던대학 공중보건학 교수인 마이클 마멋이 저술한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단축한다≫(에코리브르)를 보면, 우리 정치인들이 말하는 대책은 눈에 보이는 수치상의 해결일 뿐, 그 본질에는 대부분 접근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양극화 해소는 왜 하는가?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행복, 장수를 증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저자가 수집한 증거들과 30여 년에 걸친 역학 연구에 따르면, ‘건강’과 ‘행복’ ‘장수’의 본질은 물질적인 풍족함보다 사회적 지위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는 기술과 유전학의 발달이 생명 연장,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해 왔지만, 그것은 문제를 거꾸로 보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쁜 건강과 생명 단축의 진정한 요인은 바로 사회적 불평등에 있으며, 이것을 ‘지위 신드롬’이라고 일컫는다.

지위 신드롬은 그 영향이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다. 심장병·뇌졸중·폐암·전염병에서 심지어 자살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소득이나 흡연,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의 섭취가 아닌, 삶에 대한 지배력과 사회 참여의 기회가 많고 적음, 불평등에 대한 심리적 경험이 건강과 생명에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장이나 경영자는 그 하위 직급의 사람들보다, 대학 졸업자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경제적 풍요가 아니라 그들이 삶에 대한 지배력과 사회 참여의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그렇다면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질병이나 죽음으로 변화되는 것일까? 저자는 그것은 뇌에 있으며, 불평등에 대한 정신적 경험이 신체 기관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밝힌다.

1911년 남극 탐험에 실패한 스콧 일행에게 일어난 불행을 보자. 대원 중에 가장 먼저 쓰러진 시먼 에반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계급은 낮았지만 건장한 체구 덕분에 대원으로 뽑힌 사람이었다. 다섯 명의 대원 중 가장 강해 보였던 그가 왜 가장 먼저 쓰러져 죽음에 이르렀을까? 스콧은 그의 일기에 “우리 생각에 그는 정신적으로 압도된 것 같았다”고 썼다. 가장 건장했던 에반스의 죽음은 대원들 중 그의 지배력이 가장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아문센이 먼저 남극에 도달함으로써 대원들은 적절한 보상 없이 낙담 속에서 1300여 킬로미터의 귀환 행진을 해야 했다. 노력과 보상 사이의 불균형은 정신적으로 해로운 것이었고 그로 인해 육체적인 건강까지 해를 입었다. 만약 승리자였다면 그들은 모두 생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사회적 지위가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아카데미상의 수상 기록을 가진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의 수명에 차이가 있을까? 조사 결과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는 그렇지 못한 동료 배우보다 평균적으로 4년을 더 오래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상자들이 비수상자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윤택했기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다. 조사 대상이었던 비수상자들은 결코 궁핍하지 않았다. 조사자들은 아카데미상의 수상이 그들의 수명을 연장시켰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대단한 인기와 세계적인 지위와 자부심이 그들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두 사례 외에도 일본 자동차 산업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자율성, 그리고 회사의 건재와 경제적 성공이 깊은 연관이 있고, 미혼자보다 기혼자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도 모두 사회적 지위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행복과 건강을 영위하기 위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단순히 소득이나 먹거리에 있지 않고 회사·사무실·은행·공장·집·이웃·동호회 등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현장에서의 지배력과 참여 기회의 공평한 분배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물론 저자는 사회 불평등이 항상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임을 인정한다. 더군다나 사회 불평등은 어떻게 보면 사회가 활기차게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가 내놓은 방안은 ‘사회적 불평등의 통제’다. 불평등이 건강과 생명에 끼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파악하여 이를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다양한 원인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이 무분별하게 배분되지 않도록, 하나의 공공 문제로써 살피는 과정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길을 밟아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양극화 해소의 본질, 단순히 무엇인가를 던져주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빗겨나는 것이다. 올바른 철학 위에 정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우황청심환적 방법’을 거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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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유럽 부흥은 칭기스칸의 은혜?

[이코노믹리뷰 2005-10-07 10:09](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세계 제국을 건설한 칭기스칸의 정복전쟁이 동서양에 몰고온 혁명적인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지음/정영목 옮김/사계절/436쪽/13,000원

1995 년 말,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뽑은 ‘지난 1000년 간 가장 중요한 인물’로 칭기스칸이 선정되었다. 칭기스칸은 3100만 ㎢의 최대 제국(알렉산더 대왕이 정복한 영토의 2배)을 건설했다. 또한 로마가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훨씬 많은 땅과 사람을 불과 25년 만에 정복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가 그를 가장 중요한 인물로 선정한 주 이유는 단순한 영토나 정복이 아니라 그가 세계사에 끼친 엄청난 영향에 있다.

칭기스칸은 단순하고 잔인한 정복자가 아니었다. 칭기스칸은 정복한 많은 문명을 연결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었다. 칭기스칸이 살던 시대는 여러 지역문명이 각각의 가까운 이웃 문명 외에는 다른 문명을 전혀 알지 못하는 시기였다. 중국은 유럽을 몰랐고, 유럽은 중국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칭기스칸으로 인해 사람들은 세계를 보다 넓게 인식하게 되었고, 새로운 기술과 문명의 교류를 맛볼 수 있었다.

잭 웨더포드가 저술한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사계절)는 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15년 동안의 현지답사와 몽골 왕가의 비밀 서책 ≪몽골비사≫를 통해 칭기스칸의 생애와 몽골의 정복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서양에서는 ‘왕들의 목을 짓밟은 오만한 압제자’로 인식되지만 동양에서는 ‘아시아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칭기스칸을 각 문명의 상반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그가 인류사에 끼친 위대한 업적을 밝히고 있다.

칭기스칸은 어떻게 유럽을 오랜 잠에서 흔들어 깨웠고, 어떻게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포괄하는 근대 세계체제를 형성할 수 있었을까?

우선 정복에 필요한 요건으로 칭기스칸은 다른 문명보다 탁월한 전쟁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몽골인들은 장거리 여행에 이상적인 조건, 즉 반드시 필요한 것만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각 전사는 악천후에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옷을 입고, 불을 피우는 부싯돌, 물과 젖을 담는 가죽 그릇, 화살촉을 날카롭게 가는 줄, 옷을 수선하는 바늘 등을 지니고 다녔다. 또한 이동 수단으로 모두 말을 이용했다. 행군하는 보병이 없는 부대, 즉 기병으로만 이뤄진 군대는 엄청난 속도와 기동성을 자랑했다. 적의 정찰병이 침입을 보고하는 시간보다 몽골군의 습격이 더 빨랐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몽골군에게는 군사들과 함께 다녀야 하는 병참부나 거추장스러운 보급 대열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동하면서 가축의 젖을 짜고 가축을 도살하여 식량을 만들었고, 자신들에게는 익숙했던 사냥과 약탈을 통해 식량을 조달했다. 여기에 칭기스칸의 혈연을 무시한 능력 위주의 조직체계, 전투 때마다 바뀌는 전술과 무기, 끊임없는 혁신과 혁명의 과정이 융합되면서 몽골군은 적은 병력으로도 적의 대병력을 제압할 수 있었다.

사실, 칭기스칸이 단순히 탐욕스러운 정복자였다고 해도 그의 업적은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불과 1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몽골 부족에서 10만명의 군대만으로 현재의 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의 섬들을 합친 면적보다 넓은 땅을 정복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칭기스칸이 세운 제국의 단단한 기초는 그의 사후에도 150년 동안이나 몽골인들이 정복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칭기스칸은 더 큰 세계와 체제를 구축했다. 그는 귀족적 특권과 출생에 기반한 구체제였던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개인의 장점과 충성심, 성취에 기초한 새롭고 독특한 체제를 건설했다. 또한 ‘비단길’ 주변에 고립되어 있던 교역도시를 점령하여 비단길을 역사상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통계조사를 실시하고 처음으로 국제적인 역전(驛傳) 제도를 확립했으며 국제법까지 제정했다.

또한 과거 다른 제국과 달리 칭기스칸은 부와 보물을 축적하지 않았다. 칭기스칸은 그 대신 전투에서 얻은 물자를 널리 분배하여 다시 상업적 유통망으로 들어가게 했다. 또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많은 조치를 단행했다. 종교를 강요하지도, 볼모를 잡아두지도 않았으며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대사와 사절에게 외교적인 면책특권을 부여했다. 이는 적국국가에도 예외없이 적용되었다. 이로 인해 몽골군이 정복한 지역의 원주민은 처음에는 야만적인 부족의 파괴와 정복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곧 유례 없는 문화교류와 교역 확대, 그리고 생활수준 개선의 혜택을 맛볼 수 있었다.

저자는 유럽이 이러한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으며, 이 혜택으로 인해 유입된 새로운 과학기술, 지식(인쇄술, 나침반, 화기(火器), 주판 등), 그리고 상업적 부가 다시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토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르네상스 기간에 유럽의 과학기술, 전쟁, 의복, 상업, 음식, 예술, 문화 등 모든 생활이 바뀌고 유럽이 세계의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토대가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늘날 유럽은 결국 칭기스칸의 은혜를 받아 이룩된 셈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칭기스칸에 대한 유럽의 인식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했다. 볼테르는 자신의 희곡 ≪중국의 고아≫에서 칭기스칸을 오만하게, 왕들의 목을 짓밟은, 파괴적인 압제자로 묘사했다. 하지만 오늘날 서양 중심의 세계와 체제가 형성된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 궁극적으로는 바로 칭기스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침략 당했고 패배했다는 인식으로 인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우리에게도 낯선 풍경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방송금지였던 독일의 혼성 6인조 팝 그룹 칭기스칸을 생각해 보라. 몽골의 침입을 수십 년 동안 항거한 아픈 역사가 있어서인지, 당시 ‘징 징 징기스칸…’으로 시작되는 그들의 노래는 금지곡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얘기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칭기스칸이 초원지대에서 권력을 잡기까지 그가 맞아야 했던 영욕의 세월, 그리고 그의 삶과 인격을 형성한 힘들을 다룬다. 2부는 몽골이 몽골 세계전쟁을 통해 역사의 무대에 진입한 과정과 전쟁 기술, 원정의 과정을 추적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정복 후 몽골이 추진한 평화의 시대를 살펴보고, 서구 근대 사회의 정치, 상업, 군사 제도의 바탕이 된 세계 인식의 대전환에 대해 다룬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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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초우량 기업들은 무엇이 다른가?

[이코노믹리뷰 2005-07-20 09:18] (톰피터스가 초우량기업을 낼 당시, 미국에는 위기감이 팽배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거침없이 미국시장에서 질주하면서 이른바 미국식 경영방식을 뒤흔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톰 피터스는 결코 일본식 경영방식에서 답을 찾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 실린 43개 기업은 피터스의 독창적인 접근방식을 가늠하게 하는 실례들입니다.
베스트셀러《초우량기업의 조건》은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그에게 상당한 명성을 안겨주었습니다. 코카콜라, IBM을 비롯한 미국 일류 기업들의 경쟁 우위 요소를 제시하며 과다한 복지비용과 일본의 추격으로 비관론(悲觀論)이 팽배하던 미국 경제를 다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視覺)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컨설팅 조직인 톰 피터스 컴퍼니(www.tompeters.com)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대중성과 학문적 업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고 있는 드문 경영 학자입니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
톰 피터스 외 지음/이동현 옮김/더난출판/559쪽/25,000원

시작도 과정도 마지막도 사람이다. 기업이든 경영이든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유지하며 결국 남는 것도 사람뿐이다.

조직이 생성되고 존속하는 데 필요한 비전과 사명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이나 전술은? 그리고 그 실행과 관리는? 모두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격언은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이다.

하지만 한때 미국의 기업들은 ‘합리주의’로 대변되는 숫자 경영을 최우선시했다. 전략이나 조직구조, 시스템과 같은 경영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경영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이것의 지나친 추구는 경영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들, 즉 도전, 창의성, 일체감, 책임감, 고객과 종업원, 실천과 시행착오, 공유 가치와 규율 등을 설명해 주지 못했다. 그리고 사람과 관계된 이러한 요소들을 간과하면 어떤 야심 찬 프로젝트도 실행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미국의 경영 전문지 <포브스>가 각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난 20년 동안 출판된 경영서적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을 조사·발표한 결과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동현 옮김)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이러한 지나친 합리주의, 숫자 경영의 한계를 지적하고 기업과 경영이 나아가야 할 (당시로서는)혁신적인 지향점을 시사해 줬기 때문일 것이다.

톰 피터스는 합리주의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냉철한 합리주의적 접근법만으로는 초우량기업의 탁월함을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접근법은 고객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의 참된 의미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또한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 평범한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패배를 모르는 인물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점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약간의 조언만 해 주면 조직 구성원이 자기 일에 몰입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도 말해 주지 않는다.”

톰 피터스는 사람과 조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합리주의에만 의존하거나 숫자가 경영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은 개성적이며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을 기계 부품이나 생산 요소로만 취급해서는 절대로 그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와 같은 것으로,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영자나 기업은 반드시 실패를 맛보게 된다는 것이 톰 피터스의 핵심 요지이다.

톰 피터스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 가장 선도적인 기업 43개를 연구하여 이들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여덟 가지로 정리해냈다.

첫째, 초우량 기업은 실행을 중요시한다. 과학에서는 실험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기업에서의 실험은 실행이다. 시도, 실패, 그리고 재시도하는 과정만이 기업에 성공기회를 제공해 준다.

둘째, 초우량 기업은 고객에게 밀착한다. 고객이 없다면 기업도 없다. 초우량기업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고객과의 밀착은 가장 이루기 힘들고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고객과의 접촉을 끊임없이 유지해야만 성공을 구가할 수 있다.

셋째, 초우량 기업에는 자율성과 기업가정신이 있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사람은 변화무쌍하다. 따라서 획일적인 규율보다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최대 역량의 발휘 그것은 바로 기업가 정신과 연결된다.

넷째, 초우량 기업은 사람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사람을 단순히 소모품으로 생각하여 숫자로 그를 평가하고 계산해서는 절대로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 사람은 그들이 자율성을 지닌 존재로 대접받을 때 조직이 원하는 것을 해낸다.

다섯째, 초우량 기업은 가치에 근거해서 실천한다. 회사가 지향하는 바를 직원들이 이해하도록 만들고, 그들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윤을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윤이 전부라는 말은 숨 쉬는 것이 곧 삶이라는 것과 같은 뜻이다.

여섯째, 초우량 기업은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 주목할 만한 예외들을 제외하고는, 비즈니스의 다각화는 거의 효과가 없다. 많은 이들이 그토록 찬탄하던 ‘시너지’라는 단어도 의심해봐야 한다.

일곱째, 초우량 기업은 단순한 조직과 작은 본사를 지향한다. 조직이란 본질적으로 꽤나 복잡하지만 일부러 복잡한 조직구조를 만들 필요는 없다. 사실상 조직구조는 간결하고 능률적인 게 좋다.

마지막으로 초우량 기업은 엄격함과 온건함을 동시에 지닌다. 잘 운영되는 조직은 집권화와 분권화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초우량 기업들은 느슨한 면이 있지만 한편 기업의 핵심 가치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하다.

이 여덟 가지는 초우량 기업의 특성일 뿐 원리는 아니다. 실제로, 톰 피터스가 이 책을 저술했을 당시의 43개 기업 중 책이 발간된 후 2년이 안 된 시점에서 30%가 넘는 14개 기업이 재정적으로 대단한 어려움을 겪었으니 말이다.

또한 이 여덟 가지를 두고 이미 다 알기 때문에 식상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이것은 1982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이 책의 내용이 수없이 많은 서적에 언급됐던 점, 기업 환경 및 경영 방식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가 이미 많이 일어난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든 이 책이 오늘날 유효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기업들 내에서도 사람 중심의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대부분 거창한 구호에 그치는 것이 많고 실제로는 숫자 경영에 민감하여 그에 따른 경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식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초우량 기업의 본질적 조건들은 ‘립 서비스’가 아닌 ‘진정한’ 사람 중심의 경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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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노는 만큼 성공한다>

[이코노믹리뷰 2006-07-31 00:03] 제가 수년전 모시던 편집국장님 한 분은 사람을 판단할 때 술집이나, 사내 행사 등에서 노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고 하더군요. 경험에 비추어 볼때 잘 노는 사람이 취재도 잘하고, 취재원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한다는 게 그분의 지론이었는데요.

권춘오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글도 비슷한 내용입니다.

이 책은 잘 노는 사람이 창의적이고, 21세기에는 창의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일반 상식이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김정운 지음/21세기북스/298쪽/12,000원

“소풍은 수업의 연장이다.”

어릴 적 학교 소풍 하루 전날, 선생님은 종례 시간에 항상 이렇게 말했다. 중학교·고등학교에 와서도 항상 선생님들은 똑같은 말을 했다. “수업의 연장이다!”하지만 우리는 지겨운 수업과 교실을 떠나 탁 트인 곳에서 휴식한다는 설레이는 마음, ‘그 날 하루 종일 친구들과 맛난 것 먹고 논다’는 생각만 했기에, 선생님의 그 당부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고, 괜한 노파심에 하는 말, 뻔한 말, 그냥 하는 말로 받아들였다. 쉽게 말해 무시해도 좋을 ‘꼰대의 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 생각하면, 그 말은 자못 심오한 말이었다. 맞다, 소풍은 수업의 연장이었다. 단순히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앞으로의 수업에 대한 에너지를 쌓고 긍정적이고 건강한 생활 태도를 만들어주는 ‘생산적인 휴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하루조차 아까워 수업하고, 노는 것 한 번 없이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끔찍한 건 둘째치고 오히려 ‘역주행’을 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본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도 자리에 앉아 공부하고, 수학여행 버스에서 영어 단어 외우던 강박형 친구치고 공부 잘하던 이가 있던가.

이렇듯 ‘휴식’ 혹은 ‘쉼’ ‘놀이’는 우리 생활의 활력소이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서 그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잘 노는 친구’가 강박형 일중독자보다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주5일제를 도입한 지 수 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늘어난 여가 시간을 우리는 일상에서 잘 소화해내고 있는가. 그리고 기업들은 진정한 주5일제를 실행하여 직원들의 창의력과 생산성을 더 높이고 있는가.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

《노는 만큼 성공한다》(21세기북스)는 잘 노는 사람이 창의적이고, 21세기에는 창의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일반 상식이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으로, 말로만 주5일제를 부르짖고, 실제로는 주7일 근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일 중독자들과 기업들에 ‘일 중독의 덫’과 선진사회형 놀이문화의 대조적인 결과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하는 것’은 세계 최고이나 ‘노는 것’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여가 문화나 놀이 문화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적 발전에 상응하여 금융 시스템이 변하지 못해 IMF 위기가 닥친 것처럼 여가 문화의 근본이 변하지 못하면 도덕적·문화적 IMF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그리고 생산적 여가 문화의 부재가 ‘1만 달러의 덫’에 걸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제대로 놀지 못하기 때문에, 즉 놀면 불안해 지는 병 때문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21세기 사회·문화적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창의적 마인드의 부족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 마인드는 생산적 여가 문화와 직접적인 연관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잘 놀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일에 반대되는 말을 여기나 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가는 일의 반대말이 결코 아니다. 일의 반대말은 여가가 아니라 나태다. 나태는 어디서 발생하는가? 여가 없이 일만 할 때 발생한다.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한다고 생각하는 일 중독자가 40시간 일하는 여가 활용자보다 생산성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 중독자는 수많은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시간적으로는 더 많이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사정이 다르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새로 시작되는 한 주가 불안한 일 중독자는 수많은 걱정으로 실제 일하는 시간은 30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 부질없는 걱정이 떠나지 않는 현상을 미시간 대학교 심리학과 놀렌 획스마 교수는 ‘오버싱킹’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오버싱킹이란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현상을 뜻한다.

선진사회의 경우, 이러한 일 중독의 비생산성이 기업 경영의 실패로 이어지고, 금전적 인센티브 또한 사람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고, 새롭게 채택한 제도가 있다. 바로 ‘Work-Life Balance Program(WLB 프로그램)’이다. 직원들의 일과 개인적 삶의 조화를 배려하려는 새로운 인재 관리 전략 WLB 프로그램은 일과 개인적 삶의 불균형으로 야기되는 갖가지 문제를 유연근무제, 육아 휴가, 변동 휴가제 등을 통해 해결하려 시도한다. 또한 개인의 경력 관리와 회사의 업무가 일치하도록 배려하는 갖가지 제도, 가족주의형 인간들을 위한 갖가지 복리후생 정책 또한 치밀하게 계획한다. 개인의 여가와 가족과의 삶에서 즐거움을 상실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배려 받는 느낌을 받아야 직원들은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배려하지, 개인의 관심과 회사의 업무가 제대로 일치하지 않으면 떠나버린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 있는 인재일수록 미련 없이 떠난다.

더군다나 놀이는 창의성과 동의어이자 최고의 의사소통 훈련 방법이기도 하다. 21세기는 지식과 정보가 합쳐진 사회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육체적 노동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네트워킹을 찾아내는 인간의 지적 창의력이 이윤을 창출한다. 그런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창의력은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때 개발된다. 이 ‘재미’가 근면·성실을 뛰어 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노동과 자본이 없는 나라가 망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새로운 지식이 지속적으로 창출되지 않는 나라가 망한다.

의사 소통에 있어서도 놀이의 효과는 탁월하다. 잘 노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읽고, 가상의 상황에 익숙하다. 놀이는 항상 가상의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잘 노는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 보는 데도 매우 능숙하다.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능력은 또 하나의 가상 상황에 나를 세워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잘 노는 사람이 행복하고, 잘 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린 잘 놀아야 한다. 놀이의 본질은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놀이는 개인의 성공에서 기업의 성공, 한 나라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놀이’에 대한 생각의 운신의 폭이 좁고 제대로 된 놀이 문화 또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소위 ‘2만달러 시대’ ‘선진 문화 사회’ ‘강소국’ 등의 미래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늘어난 여가 시간을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놀면서도 여전히 불행한 이 뿌리 깊은 우리의 집단심리학적 질병을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진사회형 놀이문화의 가능성과 적용성을 탐구하는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잘 놀고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일 중독으로 오히려 역주행 할 것인가.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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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부시는 자기분열 환자”

[이코노믹리뷰 2005-09-29 09:36](노무현대통령을 일컬어 자기분열증환자라고 몰아붙이는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미쳤다는 주장인데요, 이쯤되면 정말 막나가자는 것이지요 :) 월간조선에서도 간혹 이런 접근을 시도합니다만, 그래도 되는 건지 참 아득해집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은 어떨까요. 국가 원수에 막말을 퍼붓는 이들은 물론 이 나라에도 있습니다. <부시의 정신분석>의 저자는 여동생의 사망으로 상처를 받은 유년기 경험이 부시 대통령의 정신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규정합니다. 또 그의 허장성세를 내면의 불안을 감추기 위한 광대짓에 비유합니다.

그의 일탈도 이런 맥락에서 볼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젊은 시절 술에 취해 아버지에게 “한 판 붙자”고 대든 적도 있다고 합니다(저는 그런적이 없습니다.) 월간조선보다는 이 책의 분석에 공감이 가기는 합니다만, 이들의 주장대로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모두 미쳤다면 정말 큰일이네요:)

각설하고, 이라크전을 도발해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뜨린 미국의 대통령이야 이런 대접을 받아도 합당하지만, 노 대통령에게 이런 비판의 칼을 겨누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요?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두 나라 모두 적어도 표현의 자유에 관한한  최선진국이라는 점일겁니다.


《부시의 정신분석》
저스틴 A. 프랭크 지음/한승동 옮김/교양인/338쪽/13,000원

일 곱 살 때 여동생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며칠 뒤 돌아온 것은 부모뿐, 동생은 어디로 간 걸까? 꼬마는 동생이 죽었다는 것을 눈치로 감지했다. 꼬마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항상 바빠 보기 힘든 존재, 어머니는 자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픔을 이기지 못해 젊은 나이에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해버린 존재가 되었다.

부모는 이 외로운 꼬마에게 동생의 죽음에 대해 아무 것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죽음이 무엇인지, 어제까지 같이 지냈던 가족 구성원이 상실됐을 때 받게 될 충격과 슬픔,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 그 무엇도 없었다.

꼬마는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바꾸려고 어리광을 부려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어리광은 점점 더 도를 더해 발달과잉과 학습장애를 낳았고, 이것은 다시 성인이 되어 과잉행동으로 발전했다.

누구나 유년 시절의 삶이 평생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동생의 죽음으로 충격이 가해졌지만, 어떤 대화나 치유 시도조차 없었던 이 꼬마는 이후 어떻게 됐을까? 학교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고 가정을 꾸리고 사회 구성원이 되었을 텐데 제대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미 조지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정신과 임상교수 저스틴 A. 프랭크는 “상담 경험이 풍부한 가족 치료 전문가라면 이 꼬마는 이후의 삶에 계속 영향을 끼칠 발달장애에 이미 직면해 있음을 알 것”이라고 밝힌다. 일곱 살의 그 꼬마, 누굴까? 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다.

저스틴 A. 프랭크 박사가 저술한 ≪부시의 정신분석≫(교양인)은 부시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가 의식·무의식적으로 취하는 행동과 말, 그리고 가족들의 행동과 말, 가족사, 친구, 측근들의 사적인 기록, 증언, 인터뷰 등의 광범위한 자료를 종합하여 부시라는 한 인간의 정신 세계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부시는 치료를 받아야 할 자기분열 환자다. 그리고 그 자기분열은 그의 유아기·유년기 시절에 형성되었다.

분석은 그의 어머니 바버라 부시에게서 시작된다. 어린 부시에게 어머니 바버라는 무서운 존재였다. 바버라가 글을 통해 밝혔듯, 그녀는 거의 모든 면에서 냉정한 훈육자, 망설임없이 아이들에게 매를 든 ‘공포를 주입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바버라의 냉담함과 파괴적 모성이 어린 부시의 정서 발달 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역동적이다. 즉 동일한 엄마는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섞여 있다. 아기가 그것을 인식할 때, 운다든지 고함을 지른다든지 등 바깥 세계로 투사했던 자신의 파괴성(두려움의 표출)을 내면화할 수 있다. 이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아기의 두려움은 지속되며, 선과 악으로 분열된 이분법적 세계관이 치유되지 못한 상태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일생 동안 이것은 삶 곳곳에 투영된다.

저자는 부시의 ‘이분법적 흑백 세계’를 바로 이 지점에서 찾아낸다. 즉 성인이 되어서도 통합하지 못한 파괴적 충동을 계속 외부로 투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자신이 현재 사는 세상도 선과 악, 이상적인 것과 박해하는 것으로 나누는 원시적 세계관에 갇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다시 큰 영향을 준 것은 동생의 죽음이다. 비극을 당한 가족의 태도가 아이의 심리 발달에 큰 충격을 안겼으나, 아이는 여기에서 배워야 할 슬픔을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법, 애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마크 크리스핀 밀러의 ≪독서장애자 부시≫에서는 이 흔적이 현재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부시는 9·11 사태 이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9·11 사태에 대해 농담을 하고 “이것 저것 다 생각해 봐도, 로라와 나에게 올해는 정말 멋진 해였다”고 선언까지 했다.

어린 시절의 결핍은 곧 학습장애로 나타났다. 저자는 부시의 겉모습이 상냥하고 활달해도 그것은 불안을 감추는 과잉행동이며 이는 난독증, 언어장애, 그리고 충동성의 표출로 나타났다고 밝힌다. 앤도고등학교 시절 작문 과제물을 두고 교사가 0점 등급을 매기고 거기에 ‘남부끄럽다’는 논평까지 덧붙인 전례도 있다.

학습장애로 인한 무능력을 감추기 위해 부시가 취한 태도는 경박감 불어넣기였다. 이것은 학창시절부터 광대짓을 하고 남의 별명을 부르고, 자신을 과대하게 선전하는 등의 태도로 나타났는데, 오늘날 대중이 바라보는 부시의 서민적이고 겸손하고 붙임성 있어 보이는 이미지는 여기서 형성된 것이다.

저자는 부시의 불안한 정신세계는 20년 동안 술을 마시는 것으로 (부시는 알코올 중독이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술에 취해 아버지에게 “한 판 붙자”고 한 적도 있다) 나타났고, 술을 끊고 종교에 귀의한 뒤에도 종교의 건강성을 해치고 독단주의로 흐르는 등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유아기 때 습득한 분열된 세계관이 외부에, 즉 오늘날의 세계에 투사될 때다. “문명 세계를 위한 이번 싸움에 회색 지대는 없다. 미국 편이든, 반대편이든 둘 중 하나다”는 그의 흑백 논리는 바로 그 분열된 세계관의 정점이기도 하다.

저자는 부시는 겉모습으로 볼 때 많은 점에서 강하진 하지만, 본바탕은 취약하며 그의 취약성은 겁먹은 눈 속에서, 무대 위의 연출된 겉모습 속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을 꼬집는다. 저자가 부시에게 내린 결론은 역시 ‘치유’이다. 분열된 세계관을 치유하지 않는 이상 부시는 변하지 않으며, 부시가 이끄는 미국도 그의 집권기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관심과 무능력, 끝없이 외부에 적을 만들어서 불안을 투사하는 파괴적 환상, 종교 과대망상증….

현재 세계 정치의 운명을 틀어쥔 권력자의 내면이 그렇다니, 참 불안하기만 하다. 이 책의 1등 독자는 아마도 조지 부시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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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병기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이코노믹리뷰 2007-03-07 21:42](기자란 직업의 장점은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만 해도 톡톡튀는 20대의 팝아티스트 낸시랭부터 대권을 꿈꾸는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까지, 여러 분야의 인사들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기자에게는 훌륭한 스승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들이니, 범인들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성장의 자양분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말도 말이지만 때로는 이들의 눈빛, 행동, 기자를 대하는 태도, 사소하게 보이는 버릇이 더 많은 것을 말한다는 점입니다.

김병기 삼성경제연구소 사장도 비슷했습니다.  재정경제부 국고국장을 지냈으며, 국민의 정부시절 청와대에서, 또 세계은행에서도 근무했던 정통관료 출신의 그는 과연 기자에게 어떤 무언의 메시지를 주었을까요. 다음 인터뷰 기사를 한번 읽어보시죠.

“참여정부 남은 임기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힘써야”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중국, 대만, 이스라엘 보다 낮은 건 이해할 수 없다”

핵위기 물고 늘어지는 무디스 이해 못해
6자회담 타결… 신용등급 당연히 올려야
힘겨루기 변질된 ‘성장-분배’ 논의 접어야

“올해 대선에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같은 인물이 당선돼서는 안 되겠지요?”“지금 대통령 선거를 화제에 올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 같습니다.”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경제 원칙을 줄곧 강조하는 그에게 올해 대선을 화제에 올리며 은근슬쩍 질문을 하나 던지자 시기상조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는 기자가 던지는 질문을 능수 능란하게 비껴갔다. 또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서 좀처럼 논쟁거리를 제공하지 않았다. 종종 미리 준비한 쪽지에 쓰인 내용을 읽기도 했다. 재정경제부 국고국장을 거쳐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정책실 정책비서관을 지낸 정통관료 출신.

지난달 28일 신용산에 위치한 국제빌딩 8층 집무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매우 신중했다.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매사에 돌다리를 두드리는 조심성이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그런 그가 생애 처음으로 책을 냈다. 국가신용등급과 국가경쟁력의 함수를 다룬 《왜 우리는 AAA를 원하는가》이다.

“출간 기념회도 하지 않고, 특히 국가신용 등급 문제를 다룬 딱딱한 학술서여서 아직 일반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용케도 알고 찾아 오셨네요”라며 멋쩍은 웃음부터 짓는 김 사장은, 우리나라가 실력에 걸맞는 대우를 아직 받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간 배경에 대한 답변이다. 흥미로운 비유도 종종 들었다. “성인이 된 대학생을 아직도 고등학생 취급한다면 기분이 나쁘지 않겠습니까. 열심히 노력해 대학에 당당히 입학하고도, 여전히 어른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마음이 편치 않겠지요.”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수준의 신용등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우리와 비슷한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그리스, 그리고 동유럽의 슬로베니아에 비해서도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다. 중국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외환보유국이지만 아직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묶어두는 데는 ‘지정학적 변수’가 한몫을 하고 있다.지난 1994년, 2003년 한반도를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으로 몰고 간 북핵 사태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무디스는 다른 신용평가기관에 비해 지정학적 리스크, 정치적 변수를 중시한다.

김 사장은 하지만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이스라엘의 신용 등급이 우리나라보다 높고, 특히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의 신용등급 또한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그가 전쟁 발발 위험을 신용평가 기준에서 빼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을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한나라 경제가 파국을 맞게 되는데 신용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한반도 핵 위기 변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무디스의 행태에 대한 그의 불만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재경부 관료 시절 뉴욕 증시에서 한국전력의 100년짜리 장기 채권 발행을 지원한 담당자이다.

또 우리나라를 방문한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스, 피치 담당자들과 협상을 벌인 경험도 풍부하다.그런 그가 보기에 신용등급을 장기간 묶어두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짧은 세월 동안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 한국경제를 미덥지 않게 여기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99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외환 위기도 이러한 불신의 벽을 높게했다. 문제는 한국경제의 실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신용평가가 고스란히 기업들의 부담을 늘린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신용평가 등급은 한전이나 삼성전자를 비롯해 예외적 사례를 제외하곤 소속 국가의 신용등급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그는 지적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차입을 할 때 고스란히 국가 리스크를 떠안아야 된다는 얘기다. 다행히 북핵 사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던 한반도에 6자 회담 타결로 다시 화해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는 것은 호재다. 그는 “무디스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이 신용평가 기관이 조만간 등급을 상향조정할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끝내 확답을 피한다. 그는 재경부 과장 시절, 시원시원한 성격에 부하직원들을 혼을 내도 뒤끝이 없는 편이었다고 한다. 또 장·차관 결재를 빨리 받아내기로 유명했다. 김 사장은 자신이 공무원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관료시절에는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역이라는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또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모두 기업입니다.”

기업가의 의욕이 꺾일 때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그의 지론.그가 참여 정부의 부동산 정책, 지역균형발전 정책, 분배 정책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꺼내드는 배경이기도 하다.그는 미국의 텍사스주를 보라고 강조한다. 지난 1950년대 유전 발견으로 지역 경제가 유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분배 요구가 거세지면서 결국은 파산 사태를 겪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성장-분배’ 논의를 앞으로 잠시 접어두자고 제안했다. 관련 논의가 힘 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한국호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내실 있는 대화는 사라졌다는 것.

위화감과 더불어 계층간, 정당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현 논의 구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그는 참여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해외 국가 IR을 비롯한 이미지 제고에 좀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우리보다 높은 것도 이들 국가의 적극적인 대외홍보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참여 정부가 광범위한 인재풀을 구축해 놓고도 정작 이를 충분히 활용을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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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시한부 환자는 당장 퇴원하라”

[이코노믹리뷰 2005-12-09 09:39]('시한부 환자가 있다면 당장 병원에서 퇴원시켜라' 저자인 야마자키 후미오 박사의 주장입니다. 시한부 환자는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사실상 잊혀진 존재이며 인간다운 대우를 받기도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병원이란 재활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시한부 환자가 병원에서 맞는 임종의 의미는 무엇인지,  또 그들이 얼마나 비참한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지, 의사들을 지배하는 연명지상주의는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오넷 코리아 권춘오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야마자키 후미오 지음/김대환 옮김/상상미디어/1만1000원

오 늘 이 시간에도 치유 가망성 제로에 가까운 수많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 치료 과정은 고통스럽다. 완치될 가망성이 없는 그 환자들에게 고통스러운 생명 연장은 어떤 의미일까. 하루, 아니 1분, 1초라도 더 이 세상에 남아 있기를 진정 원하는 걸까. 정말 실낱같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1분, 1초의 생명 연장일까.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상상미디어)은 이러한 의문을 현직의사가 정면으로 제기한 책이다. 이 책은 실제 병원의 현실을 목도한 저자의 경험을 통해 병원에서 죽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그리고 환자와 의사의 입장이 어떠한지를 깊이 성찰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나는 1만명이 넘는 환자를 진찰했다. 그들 대부분이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다. 그러나 3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의 죽음도 보았다. 그때마다 나는 지금과 같은 병원이라면 ‘인간이 죽음을 맞이할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불치의 병에 걸려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면, 결코 내 마지막 생을 병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말이다. 시한부 환자들이 병원에서 어떤 과정을 겪기에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치료의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의료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방치되기 십상이다. 근본적으로 병원은 죽어 가는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라 병든 환자를 치료해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한 곳이고, 항상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에 방치된 환자는 죽는 순간까지 의사나 간호사, 심지어 가족들로부터도 소외된 채 고독한 최후를 맞이해야 한다. 의사나 간호사의 관심은 치료 가능한 병에만 있지 정작 죽어 가는 환자에게는 있지 않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위한 의료 시스템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존엄하고 품위 있는 인간다운 죽음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례로 저자가 밝힌 ‘한 남자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자.

“입원 2주 후부터 그는 절망의 늪에 빠졌다. 회진하는 의사와 가래를 빼주러 오는 간호사들을 그저 매섭게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손발을 버둥거리며 항의할 만한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고, 그럴 마음도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 입원 5주째, 그는 혼자 일어설 힘조차 잃고 말았다. … 가래를 빼낼 때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기관 속으로 튜브를 들이밀었기 때문에 그의 고통은 배가 되었다. … 그 무렵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실금도 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요도에 카테테르가 삽입되었고, 엉덩이에는 하루 종일 종이 기저귀가 채워지게 되었다. … 그로부터 1주일 후 그는 눈을 뜨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게 된 채, 정말이지 인간으로서 그 어떤 뜻도 나타낼 수 없는 상태에서 숨을 거두었다. 솔직히 말해 의사와 간호사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의료 행위는 피곤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 어쨌든 모든 것이 끝났다. 의사들이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그의 부인에게 ‘남편의 시체를 해부해도 되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저자는 위 사례처럼 비참하기 그지없는 죽음이 병원에서는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오늘날 병원이란 말기 환자에게 일분일초라도 생명만 연장시키면 된다는 ‘연명지상주의’를 표방하는 현대 의학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공간일 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는 “죽어 가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경외도 애도의 마음도 없다. 단지 연명지상주의의 현대 의학교육을 받은 의사의 의무감만 남아 있다”고 신랄하게 현대 병원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소중한 이별의 시간을 나누는 대신 목숨을 다소 연장시키려고 의료기기에 둘러싸여 고통에 가득 찬 시간만 보내고, 인공호흡기 등 각종 의료기기에 둘러싸여 중환자실에서 초췌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죽어가야 한다면, 병원은 죽음을 앞둔 인간에게 너무나 고통스럽고 지옥과도 같은 장소이지 않을까.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우리에게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2005년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매년 사망인구의 절반 가량인 11만 5000여 명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다고 한다. 이들 중 태반은 저자의 말대로 발달된 의료 기술과 장비 덕에(?)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답게 죽는다는 것은 어떤 모습,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것은 일분일초의 생명 연장보다는 후회 없이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의 시간을 빼앗지 않는 것, 즉 인간의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권리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를 위해 기계음이 들리는 칙칙한 중환자실이 아닌 음악이 있고, 쾌적하고 밝고, 가족들과 소중한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그 움직임의 하나일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든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큰 논란거리가 될 소지를 갖고 있다. ‘희망을 갖고 치료를 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와 ‘치유 가능성이 제로이다’라는 의학적 논란뿐만 아니라, ‘사람이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깊은 철학적 성찰과 사회적 합의, 가치관의 충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보다 앞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비참하게 죽어 가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리고 죽음이 선택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는 논란이 있을지언정, 인간은 누구나 죽고, 그 죽음은 존엄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 책은 그 존엄한 죽음의 권리와 그에 반하는 사회적 통념의 중간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고 현재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존엄한 죽음의 권리냐, 생명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냐. 참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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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번역은 지식인 직무유기”

[이코노믹리뷰 2006-02-17 09:48](국내에 번역된 일부 경제경영서들을 읽다보면 종종 갑갑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대략 가늠할 수는 있지만,문장이 난삽해 뜻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량급 저자의 책을 이런 정도의 번역자에게 맡겼는지 납득하기가 어렵죠.

출판가 분들도 아마도 할말은 많을 겁니다. 전문성과 더불어 글을 풀어내는 역량을 두루 갖춘 이들을 찾기가 어려울겁니다. 괜찮다 싶은 역자라면 아마도 몸값이 맞지 않는 경우도 꽤 있지 않을까요. 총체적인 역량의 한계이지요.
저자인 박상익씨는 아마도 저처럼 간혹 속이 뒤집히는 정도가 아닌가봅니다.

국내 번역 수준의 한계를 질타하는 서적을 내놓은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볼테르가 살던 시절에도 번역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것을 보면, 근원적인 해결책은 역시 각자가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닐까요 :) 박씨가 현미경을 들이댄 국내 번역문화의 수준을 확인해보시죠.




《번역은 반역인가》
박상익 지음/푸른역사/275쪽/12,000원

프랑스의 작가이자 대표적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는 번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번역으로 인해 작품의 흠은 늘어나고 아름다움은 훼손된다.”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작품 - 사상이든 문학이든 - 하나 하나에는 저자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 태어난 배경, 그의 오감, 그의 학습, 그가 속한 문화·정치에서 집단의 의식·무의식, 그리고 언어의 유희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이러한 것들에 대한 충족 없이는 그의 말대로 작품의 흠이 늘어나고 아름다움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국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박경리의 《토지》나 김훈의 《칼의 노래》 혹은 윤동주나 김소월의 시에 대해 한국인 만큼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볼테르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외국에서 당신 이름 석자가 알려진 데는 그나마 번역의 공이 컸노라고’ ‘번역이 없었다면 만국의 사상가가 아닌 일국의 사상가였을 뿐이라고’. 더 나아가 ‘번역을 통해 인류에게 가치있는 텍스트들이 전파되고 더 가치 있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이다.

잘난 저자들이 아무리 볼멘 소리를 해도, 인류의 지적 성과를 모두가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 문화의 전파와 교환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 그것이 바로 번역이다. 그런데 이 말은 번역이 잘 되었을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 우리나라는 어떨까? 교수이자 오랜 기간 번역 활동을 해 온 박상익 교수는 에누리없이 ‘아니올시다’라고 못 박는다. 《번역은 반역인가》(푸른역사)는 우리나라의 번역문화에 대한 박상익 교수의 현장 비판 보고서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번역서들이 쏟아져 나오는 번역출간물 대국 대한민국에 던지는 직격탄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내용은 우리도 익히 경험한 것들이다. 바로 ‘오역(誤譯)’과 ‘ 비문(非文)’의 양산 수준이 아무 심각하다는 것. 오역은 말 그대로 틀린 번역, 비문은 ‘읽고 이해하는 데 문제가 있을 만한’ 엉터리 문장이다. 인간적으로 볼 때, 전체 번역 내용 중에 오역이 하나도 없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오역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큰 흐름에 지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번역의 오역과 비문 수준은 마지노선을 넘어 거의 반역의 단계라는 게 문제다. 저자의 말을 잠깐 들어보자.

“영국 작가 웰즈가 쓴 역사책을 원서로 구입했는데, 마친 이 책이 당시 어느 명문 대학에서 강의하시던 저명 언론인에 의해 번역된 것을 알고 번역서도 구입했다. 그러나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해 읽으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일개 대학생이 더듬더듬 사전을 찾아가며 읽는 중에도 숱한 오역과 비문들이 발견된 것이다.”

저자는 대학생 시설 고전독서 모임에서 읽은 단테의 《신곡》 - 이탈리아어의 영역본 - 에 대해서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에 띄는 무수한 오역들 때문에 도저히 내용 파악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숱한 오역·졸역·비문을 발견한 느낌은 ‘충격과 경악’이었고 그 속에서 소위 ‘명사(名士)들의 마각(馬脚)’을 봤다고 토로한다.

원문과 번역문을 견줘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대목이다. 이해가 안 되어 머리를 쥐어뜯고 자신의 무지를 한탄하고, 원래 어려운 책이라서 번역한 내용도 그럴 것이라고 자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과연 한글이란 말인가’ 하면서 의심해보지 않았던가 말이다.

저자는 저질 번역 텍스트가 양산되는 이유를 번역의 경험을 통해 고발한다. 첫 번째는 교수로 대변되는 지식인들의 직무유기다. 이것은 다시 ‘교수들의 본역량 부족’과 ‘대학원생 번역하청’으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대학원생에게 돌아가는 형편없는 번역료, 여러 사람이 나누어 번역한 탓에 더 문제가 크다. 두 번째는 심각한 중역(重譯) 문제다.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 찌루찌루와 미찌루는 일본어 번역판을 한국어로 번역했기 때문에 나타난 단어다. 이러한 중역 문제는 어린이 교재부터 학술서, 단행본까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저자는 이렇게 엉망으로 번역된 책들이 범람하고 그 중에서 ‘이 달의 책’이나 ‘학술상’ 혹은 ‘10선’ ‘100선’이 선정되는 현실을 개탄한다.

물론 번역의 문제는 번역자 외에도 우리 번역문화의 구조적인 탓도 있다. 즉 번역이 힘든 정신적 노동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번역물을 연구업적에 포함시켜 주지 않는 학계 풍토와 형편없는 번역료로 인해 양질의 번역과 번역자가 양산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어, 번역에 관한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한국에서의 번역이란 저자의 말대로 ‘번역’이 아니라 ‘반역’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한국어로 번역되어야 할 텍스트들은 넘쳐흐르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의 번역문화가 나아질 길은 없을까? 저자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유럽과 미국의 대학처럼 우리도 번역을 연구업적에 포함시켜 줘야 한다. 특히 인문학의 경우, 우리 것이 아닌 것을 시작할 때 올바른 번역이야말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번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19세기 말, 일본의 메이지 정부는 번역국을 설치하여 국가 주도하에 수천·수만 종의 서양 학술서를 번역했고, 그것이 일본 근대화의 견인차가 되었다’는 것은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유럽의 중세만 보더라도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번역에 대한 지원은 학문과 문화를 꽃피우고 자국 문화를 더욱 심오하게 발전시키는 필수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제 우리도 그래야 한다.

“번역이 없다면 자국어로 쓰이지 않은 인류의 모든 아름답고 유용한 텍스트들은 사장되고 만다”는 거창한 말을 할 필요도 없다. 우수한 인적 자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나라 살림을 꾸려가야만 하는 우리 처지를 생각해 보라. 우리에게 힘은 정보의 질과 양에 있고, 그 출발점은 다른 나라의 수준 높은 지식의 번역에 있다는 게 자명해진다. 더군다나 번역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그 어깨 위에 올라 더 멀리 많은 사물들을 볼 수 있다.

한국 번역문화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분석한 이 책. 속이 쓰리고 얼굴을 뜨겁게 한다. 몇 번이나 웃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 차원의 자조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기에.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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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고달픈 존재, 남자 (이요원. 저는 아직도 얼굴에서 풋내가 나는 이 어린 여자배우의 생기발랄한 처녀적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수년전 그녀는 한 드라마에서 청바지에 티만 걸쳐도 화사한 20대의 학생으로 출연했습니다. 그리고 이경영씨가 분한 40대 남자와 불륜에 빠지죠.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당시 모 언론사에서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실제로 중년 남자와 사랑을 할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답변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녀는 아마도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40대 남자들의 뒷 모습은 너무 쓸쓸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읽혔습니다. 
남자에게 40대란 나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나이, 현 업무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막상 그 일을  할 수 없을까 두려워하는 나이, 이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요?  권춘오 편집장의 서평글을 읽어보시죠.




[이코노믹리뷰 2006-01-06 10:18]


《남자들, 쓸쓸하다》
박범신 지음/푸른숲/206쪽/9,000원

시 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시침과 초침이 반대로 돌면서 자신이 점점 젊어지고 현재의 모든 것들은 소멸되어 갈 것이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시간을 딱 멈출 수 있다면 당신은 인생을 어느 순간으로 되돌리고 싶은가?

고단한 삶에 피곤한 우리 아버지 세대에게 그 순간은 한창 혈기왕성하고 야망과 비전,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고 모든 기회의 문이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던 그 때가 아닐까? 그 때는 책임져야 할 처자도 없었을 것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복잡하고 힘든 관계와도 아무 상관없는 상태였을 것이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 이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이것은 헛된 꿈일 뿐,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작가 박범신이 자신의 연재글을 모아 엮은 《남자들, 쓸쓸하다》(푸른숲)는 ‘오늘날 불쌍하고 쓸쓸하기 그지없는 신세로 추락하고 있는 남자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사회 구조 안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년 남자들의 현주소와 사회의 구석자리에서 불안한 헛기침밖에 날리지 못하는 쓸쓸한 남자들의 초상을 진솔하게 다룬다.

우리 사회에서 과거 남자들이 누렸던 권력은 거의 다 무너졌다. 오늘날의 아버지는 한때 권력자로 길러졌고 권력자로 행세했지만, 이제 거대 자본주의, 세계화의 파고에 밀려 경쟁에 내몰리고 쫓겨나고, 페미니즘의 폭발적 확장과 신문화의 조류로 인해 발 디딜 곳도 없고 그나마 쉴 수 있는 곳에서조차 구석진 자리에 웅크려야 하는 슬픈 짐승이 되었다.

저자는 “여성이 야만적 시대의 폭압에 의해 ‘여성으로 만들어져왔던 것’처럼, 남성 또한 오랫동안 남성으로 ‘만들어져’왔다”고 말한다. 남자는 울면 안 되고, 소극적이어서는 안 되고, 경쟁에 져서도 안 된다. 그래서 ‘남자답기’ 위해 평생을 바치고, 인간적인 허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남자다운 척’하는 방법을 배우며, 그 과정에서 눈물겹다 못해 측은지심이 들 만큼의 노력을 기울인다.

남자의 탄생에서부터 사회적인 죽음을 눈앞에 둔 현재의 모습까지 이 땅의 중년 남자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교육받고, 생활의 무게에 짐 지워져왔는지, 중년 남자와 함께 남은 생을 꾸려가야 하는 여자들에게 남자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15가지 이야기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풀어내는 한 남자의 슬픈 이야기를 보자.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결혼할 때 직장이 없었고 여자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남자는 꿈을 좇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직장, 여자=살림’이라는 보편적 삶의 공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양가의 압력에 남자는 아무 직장이나 얻었고 여자는 좋아하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양가는 이제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열심히 일했다.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었다. 하지만 한 번도 그것이 ‘자기의 길’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꿈’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과장이 될 때까지 그래도 때가 오면 직장 때려치우고 자기의 길로 되돌아갈 것을 꿈꾸었으나 부장이 되고 나선 그마저 포기했다.

저자는 ‘권력자의 전설’이 사라진 오늘날에도 남자라는 이유로 남자가 감내하고 책임져야 하는 현실은 그대로며, 이로 인해 진실로 남자다운 남자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 남자들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힘들고 피곤하고 서서히 생명이 고갈되어 간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수상록》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처자를 가지는 자는 운명을 볼모 잡힐 것이다. 처자는, 선이든 악이든 대사업에 옴짝달싹 못 하게 눌러 붙어 방해가 되므로.” 스콜라 철학에 반대하여 관념으로서의 우상을 제치고 관찰과 실험을 통한 지식의 기반으로 세상을 해석하고자 했던 경험론의 대가인 베이컨의 이 발언은 분명 경험에서 절절히 우러나온 말일 것이다. 저자 또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 “만약 덮고 있던 이불 속에서 쏙 빠져나가듯 무탈하게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가족으로부터 빠져나가고 싶다.”

저자의 이 한숨 섞인 자조는 이 시대 우리 아버지, 우리의 남자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명진출판)란 책이 유독 남자들의 시선을 끈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남자가 이상을 잃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 그럼에도 남자가 가해자로서 설 자리가 없는 세상에서, 맨살로 돌아누운 많은 남자들이 진정한 인간의 풍경을 완성해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저자는 그것을 ‘남자와 여자가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본다. 남자나 여자를 편가르지 않고 같은 인간이라는 동류항으로 묶으면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게 없는 것이다. 인간의 얼굴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랑도 가족도 모두 남자에게는 버거운 짐이 될 뿐이다.

자, 오늘밤 돌아누운 아버지나 남편의 뒷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라. 경쟁의 전투복을 벗은 초라하고 외롭고 쓸쓸한 등짝이 보일 것이다. 그 등짝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건 어떤가. 시작은 원래 그렇게 작은 것부터 하는 것이니 말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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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리더를 말한다③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코노믹리뷰 2007-02-27 21:09](기자출신의 신동준씨가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리더십 관련 글입니다. 신동준씨는 한겨레와 조선일보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지금은 21세기 정치연구소 소장을 지내고 있습니다. 순자, 맹자, 춘추좌전 등을 편역한 국내에서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고전 전문가이기도한 그가 분석한 이명박 리더십을 한번 음미해보시죠 .) 

天時만난 경제 리더십 …
‘후보검증’관문 통과가 관건

“정주영과 이명박의 만남은 춘추시대 말기 월왕 구천과 범리를 떠오르게 한다. 범리의 계책으로 천하를 제패한 구천은 패업에 도취한 나머지 범리를 제거코자 했다.”

“이 전 시장의 용인술은 ‘아무나 쓰지는 않지만 누구나 쓴다’는 말로 요약된다. 사람을 들이기 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함께 일해 보자는 말로 일을 맡긴다는 것이다. 이는 용인술의 요체를 꿴 것이다.

“최고 통치권자에게는 국가대사와 세계정세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복잡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안목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주장 속에는 전 국민을 격동시키는 역동적인 비전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유 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최근 소위 ‘후보검증’ 논란에 휩싸여 적잖이 곤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그에 대한 ‘후보검증’ 공세는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그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데 따른 후유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선두주자에 대한 강한 견제심리가 작동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전 시장 측이 드러내고 있는 불만 역시 일종의 '행복한 비명'에 가깝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범여권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장차 외부 인사를 영입해 후보로 내세울지라도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 시장 측이 ‘후보검증’ 논란에 시종 차분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후보 검증’ 처음 제기한 사람은 노 대통령

당 초 이 전 시장에 대한 ‘후보검증’의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는 올해 초의 신년회견에서 직설어법을 구사해 “실물경제를 좀 안다고 경제를 잘하는 게 아니다”며 이 전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이 전 시장의 고공행진을 돕는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문제를 포함한 노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가 워낙 극명하게 드러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지난해 말부터 연일 고공행진을 한 데에는 바로 노 정권의 경제실패가 이 전 시장의 '경제전문가' 이미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 사실과 무관치 않다고 보아야 한다.

최 근의 여론흐름을 보면 경제문제가 이슈화되면 될수록 노 정권의 실정과 이 전 시장의 ‘경제전문가’ 이미지가 더욱 대비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구조가 더욱 확고해질 공산이 크다. 이는 노 정권의 경제실패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측 역시 노 정권의 경제실패를 집중 부각시켜 이 전 시장의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속셈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내 경선은 물론 올해 말의 대선에서도 ‘경제리더십’을 둘러싼 대선주자들 간의 불꽃 튀는 설전을 예고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전 시장으로서는 일종의 천시(天時)를 만난 셈이다.

이 전 시장은 천시뿐만 아니라 인화(人和)도 얻은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 1999년에 《신화는 없다》는 자서전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에는 한 가난한 노점상 소년이 고학으로 고려대에 입학해 6·3시위의 주동자가 되어 감옥에 갔다가 현대건설에 들어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회장이 된 후 정계에 성공적으로 입문하기까지의 역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 책을 보면 오늘의 이 전 시장은 고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과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이 인화를 얻은 구체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경제실패 집중 부각시켜 지지율 올려

이 전 시장과 정 전 회장의 만남은 춘추시대 말기에 천하를 제패했던 월왕(越王) 구천(句踐)과 범리를 연상시킨다. 이 전 시장이 학창시절의 수옥(囚獄) 경력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에 무난히 입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람을 단박에 알아보는 정 전 회장의 지감(知鑑)이 크게 작용했다. 이는 범리가 월왕 구천의 신임을 얻어 핵심 가신(家臣)으로 등용된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월 왕 구천은 일시 오왕(吳王) 합려(闔閭)를 격파하고 장강(長江)과 회수(淮水) 일대를 장악했으나 이내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부왕 합려의 패사(敗死)를 설원(雪寃)코자 한 오왕 부차(夫差)와의 회계(會稽) 대회전에서 대패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구천은 부차의 시종이 되어 수년 동안 간고(艱苦)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이때 구천은 범리의 계책을 받아들여 절치부심(切齒腐心)한 끝에 은밀히 세력을 길러 마침내 부차를 제압하고 장강 일대를 제패하게 되었다. 이는 정 전 회장이 태국 건설현장에서 커다란 손실을 보았다가 이후 이 전 시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아파트 건설을 전담하는 한국도시개발주식회사 등을 설립해 비약적인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를 제압한 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당시 중원의 패자로 군림하던 진(晉)나라와 자웅을 겨뤄 마침내 천하의 패권을 장악했다. 이때 그는 자신이 이룬 패업에 도취한 나머지 자신의 패업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대부 문종(文種)과 범리를 제거코자 했다. 《사기》 ‘월왕구천세가’에 따르면 당시 이를 눈치 챈 범리는 재빨리 구천의 곁을 떠난 뒤 이름을 ‘치이자피’로 바꿔 큰 재부(財富)를 쌓았다. 당시 범리의 말을 듣지 않은 문종은 끝내 구천 곁에 남아 있다가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하고 말았다.

이는 정 전 회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에 만족치 않고 마침내 대권에 뜻을 품고 국민당을 창당할 당시 이 전 시장이 전정 회장과 결별한 뒤 독자행보를 걸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신화는 없다》에 따르면 당시 이 전 시장은 정 전회장의 정계진출을 적극 만류하며 김영삼 후보를 도와줄 것을 권했다고 한다.

결국 전 정회장의 대권도전은 좌절된 데 반해 이 전 회장은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에 김영삼 대통령의 민자당 후보로 나와 제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범리가 정치인에서 경제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과 달리 이 전 시장은 당대의 경제인에서 일약 촉망받는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데 무난히 성공한 셈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전 시장의 경제인으로서의 화려한 역정은 현대그룹 및 한국경제의 초고속 성장과정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너로서의 정 전 회장과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이 전 시장의 초상이 뚜렷이 각인돼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계입문 이후의 역정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여러 차례 대권에 도전했던 김영삼 및 김대중 후보에게 무모하게 도전장을 냈다가 이내 좌절하고 말았다.

현 재 이 전 시장은 비록 정치권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는 하나 또 하나의 신화를 쓰기 위해 험난한 대권고지에 도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전 시장은 정 전 회장과 달리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는 전 세계 CEO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가 박 전 대표를 누르고 경선에 승리한 뒤 마침내 본선에서마저 범여권 후보를 제압하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전 시장에게는 이를 낙관케 하는 몇 가지 뛰어난 장점이 있다. 우선 그가 철저히 일 중심의 인사원칙을 고수하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캠프에 합류한 정치권 인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짧게 “열심히 잘 하자”는 말로 환영사를 대신했다고 한다. 이는 거두절미하고 본론만을 말하는 정 전회장의 리더십을 배운 듯하다.

아무나 쓰지 않지만 누구나 쓴다

이 전 시장의 캠프 사람들은 그가 보여주는 용인술(用人術)을 두고 ‘아무나 쓰지는 않지만 누구나 쓴다’는 말로 그 특징을 요약하고 있다. 사람을 들이기 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함께 일해 보자는 말로 일을 맡긴다는 것이다. 이는 용인술의 요체를 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춘추시대 초기에 활약한 관중(管仲)은 주군인 제환공(齊桓公)을 첫 패자(覇者)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는 제환공에게 이같이 건의한 바 있다.

“먼저 현자(賢者)를 몰라보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자를 알았다고 해도 그를 등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현자를 등용할지라도 아무런 임무를 주지 않으면 등용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등용하여 임무를 주었을지라도 그를 믿지 않으면 결코 패업(覇業)을 이룰 수 없습니다.”

관중은 바로 용인술의 극치인 ‘지용임신(知用任信)’의 이치를 밝힌 것이다. 관중은 본래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사람을 쓸 때 믿지 못할 자는 아예 선발하지 않고, 일단 선발한 후에는 전적으로 일을 맡기면서 신뢰했다. 제환공이 관중의 도움을 얻어 첫 패업을 이룬 것도 이런 용인술과 무관치 않았다.

‘지용임신’의 원칙은 원인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현장주의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실무와 현장 중심으로 사람을 기용하면서 일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찾아서 하는 개척 정신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지용임신’의 용인술은 이 전 시장이 지닌 여러 덕목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용임신’의 원칙이 주효키 위해서는 반드시 일을 잘한 사람을 포상하여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고취하는 방책이 필요하다. 한비자(韓非子)는 이를 소위 ‘신상진능(信賞盡能)’으로 표현했다. 이 전 시장은 묵묵히 일하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칭송하거나 캠프에 새로 합류한 신참자와 함께 행사에 참여하는 등의 용인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에 펴낸 《온 몸으로 부딪쳐라》에서 이같이 말한 바 있다.

“회의에서 너무 결론이 빤하게 흐르면 CEO는 일부러라도 딴죽을 걸어야 한다. 핵심 인재에게만 신경 쓰고 중위권 그룹에 신경 쓰지 않는 리더는 일류 감독이 아니다.”

이 는 ‘신상진능’ 원칙의 현대적 적용으로 볼 수 있다. 능력 위주의 ‘지용임신’ 원칙과 경쟁원리를 도입한 ‘신상진능’의 원칙은 이 전 시장이 지닌 뛰어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대권도전에 성공할 경우 이는 ‘지용임신’ 및 ‘신상진능’ 원칙의 개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에게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우선 그의 통치에 관한 기본 입장이 너무 소략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신화는 없다》에서 이같이 말한 바 있다.

“통 치라는 개념 아래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공복(公僕)이라는 말은 이론일 뿐이다. 통치 아래에서 공직자들은 국민 위에 군림한다. 그러나 경영개념을 도입한 정치는 그렇지 않다. 자치지역 혹은 국가를 위해 더 많이 벌고, 벌어들인 것을 국민이라는 고객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인식을 한다.”

그의 이런 주장은 통치를 일종의 억압개념으로 파악한 것부터 잘못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통치를 기업경영으로 환원시키는 단순논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는 국가기관을 사회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서양의 개인주의적 접근방법에서는 가능한 것이기는 하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전래의 역사문화적 전통과는 괴리된 인식이다. 동양에서는 국가를 사회의 일부분으로 상정한 적이 없다.

통치는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어들여 국민이라는 고객에게 환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고 통치권자에게는 자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기반으로 하여 국가대사와 세계정세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보다 복잡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안목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주장 속에는 전 국민을 격동시키는 역동적인 비전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화는 없다》에서는 통치차원의 비전은 잘 보이지 않고 ‘경제전문가’도 아닌 ‘경영전문가’의 이미지만이 크게 부각되어 있는 것이다.

통치차원의 비전은 잘 안 보여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비록 세계 경제 10대국에 들어간다고는 하나 그 내막을 보면 속빈 강정에 가깝다. 국내적으로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국외적으로는 기술과 노임 면에서 일본 및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 상황에 안주했다가는 IMF 못지 않은 위기상황이 초래될 공산이 큰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시장이 내세우는 ‘경제리더십’에는 남북운하개통과 같은 토목공사 차원의 마스터플랜만이 크게 부각되어 있다.

그 의 ‘경제리더십’에 대해 박 전 대표가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경제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반드시 경제를 직접 해봐야 경제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인다. 실제로 이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전 시장의‘경제리더십’은 아직 정밀하게 검증받은 바가 없다. 과연 그가 ‘경제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제시한 소위 ‘MB독트린’ 역시 같은 차원의 지적을 면키 어렵다. 그는 북핵문제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적극적인 대북지원에 나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에 3000달러로 높이겠다는 추상적인 제안을 하는 데 그쳤다. 국가안보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차기 대권주자의 비전으로는 너무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경제리더십’ 및 ‘안보리더십’ 등에 관한 정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전 시장이 과연 경선에서 승리한 뒤 본선에서마저 범여권 후보를 누르고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일련의 ‘후보검증’ 관문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통과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에서 정치부 기자로 10년 간 활동했다. 열국지와 춘추좌전 등을 편역했다. 21세기 정치연구소를 운영중이며,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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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igitalanalog.tistory.com BlogIcon 2007.03.10 16: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후보님은 산업화 시대의 경제 개발은 잘 아시는 것 같지만
    정보화 사회를 넘어선 앞으로의 경제를 잘 이끌어가실지는
    솔직히 우려가 됩니다.
    현재까지 내놓은 경제 공약은 주로 건설에만 집중된 것이였는데
    앞으로 한국 경제가 살아갈 길은 지식정보, 첨단 기술을 생산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 도시보다는 과학전문인들이 생계 걱정없이 연구할 수 있는 제도나 환경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과학 도시는 이미 대덕이나 기타 기업의 연구소가 있는데 굳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전에 뵌 한 의원님이 요즘 왜 유학간 사람들이 본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 남으려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셔서 참 많이 답답했습니다.

    그걸 모르시면서 어떻게 지금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시는지
    정말 묻고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