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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로컬(Local)'에 해당되는 글 249

  1. 2007.09.25 대선주자 리더십 분석-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2. 2007.09.24 동서양 고전전문가 '리더를 말하다'
  3. 2007.09.13 소설가 김홍신 '한국식 경영을 말하다'
  4. 2007.08.16 경영자 리더십 분석-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5. 2007.08.08 논어에서 한국적 경영원리 배워라-이대 박재흥 교수
  6. 2007.08.05 “주가 2000시대? 나는 블로그로 돈번다” (1)
  7. 2007.08.04 만리장성은 중화제국주의의 상징
  8. 2007.07.31 자녀 부자 만들기 경제입문서-서평
  9. 2007.07.29 유가 강세 10년은 더 간다-짐 로저스
  10. 2007.07.28 구글 크리에이티브 맥시마이저 만나보니
  11. 2007.07.24 삼성 신성장동력 공략 스타일 사자성어로 풀어보니
  12. 2007.07.17 도시 슬럼화는 재앙의 전주곡-서평
  13. 2007.07.09 삼성출신 영입인사들은 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나
  14. 2007.07.08 소설 <칼의 노래> 이제는 '들어보시죠'
  15. 2007.07.07 하이브리드형 굴착기 나온다-볼보코리아
  16. 2007.06.26 삼국지에서 배우는 인재운용의 묘-서평
  17. 2007.06.24 뛰어난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서평
  18. 2007.06.17 CIO가 살아남는 2가지 방법 (2)
  19. 2007.06.06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서평)
  20. 2007.06.06 부시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 있다는데..(서평)
  21. 2007.06.06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서평
  22. 2007.06.03 앙겔라 메르켈의 대처 따라하기
  23. 2007.06.03 다빈치형 지식인이 대세다-서평
  24. 2007.06.02 이혁병 ADT캡스 사장 '경영'을 논하다
  25. 2007.06.01 뉴스위크가 본 한국 재벌 후계자
  26. 2007.05.28 영화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 '강종익' 사장
  27. 2007.05.27 경영자는 긍정적 긴장 불러일으켜야
  28. 2007.05.27 평등주의 극복이 경제성장 첫걸음-좌승희 박사
  29. 2007.05.25 新성장동력 한국에 있다-황수 GE코리아 사장
  30. 2007.05.24 대권주자 리더십 분석-한명숙 전 총리
 
다시 리더를 말한다⑨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07 09:39

요즘 문국현씨를 입에 올리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선거 결과를 정확히 짚기로 유명한 김헌태 전 사회여론연구소장이 문씨 캠프로 옮겨갔으며,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도 역시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정치인들 가운데에도 은근히 유한킴벌리 출신의 '상인'을 입에 담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고 하죠.  
경제 리더십이 올해 선거 구도를 좌우하는 핵심 어젠더로 맹위를 떨치면서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명박씨의 대항마로 문씨가 높은 주목을 받기 때문인데요. 특히 이른바 교육리더십으로 주목받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낙마하면서 , 글로벌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익숙한 문씨가 이명박 후보의 비교우위를 뒤흔들  역량의 소유자로 부쩍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고전 전문가인 신동준 정치연구소장은 문씨의 경쟁력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요. 자 그의 리더십 분석에 귀를 기울여 보시죠.
 


진보 옷 입은‘SW리더십’…
대권레이스 참가는 아직 불투명

이명박 전 시장의‘경제 리더십’을‘시멘트 리더십’으로 폄하하며 정치에 뛰어들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문국현 사장. 현재 단 한 사람의 대선 주자도 국민과 올바른 대화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문 사장, 그가 갖고 있는,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과연 무엇일까.

모수(毛遂)가 스스로 자신을 천거해 생겨난 고사성어 모수자천(毛遂自薦). 이 고사는 ‘경제 리더십’이 대선 정국의 화두로 등장해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비춰볼 때 기업 CEO인 문 사장이 스스로 ‘진정한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논리와 사뭇 닮아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외국어대를 졸업한 문국현 사장은 지난 1974년에 유한킴벌리에 평사원으로 들어간 뒤 입사 20년 만인 지난 1995년에 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최근 유한킴벌리의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다시 선출되었다. 5회째 연임하는 셈이다. 고사하지 않는 한 횟수에 제한받지 않고 연임할 공산이 크다. 이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이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대건설 사장이 된 후 정계에 입문해 유력한 대선주자로 변신한 것에 비유할 만하다.

그러나 그는 20여 년 동안 경실련 환경정의시민연대 이사와 생명의 숲 공동대표, 아름다운 재단 이사, 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 등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로 활약해 왔다. 이 전시장이 정계에 투신한 뒤 승승장구해 마침내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과 사뭇 대조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장수 CEO… 이명박 전 시장과 닮은꼴

그렇다면 진보적 시민단체들로부터 소위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나설 것을 종용받고 있는 그 또한 과연 뒤늦게 정치권에 뛰어들어 이 전 시장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현재 그는 시민단체를 비롯한 진보진영 내에서 대권주자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인물로 통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의 조동성 교수는 지난 2005년에 그와 함께 펴낸 책에서 그를 이같이 칭송한 바 있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한없는 긍휼(矜恤)을 느끼는 박애주의자를 본 적이 있는가? 맑은 얼굴과 단정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진 인격자를 본 적이 있는가? 인생과 사회에 대한 모든 질문에 현명함과 용기에 기초해 미래를 제시해 주는 스승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칭송이 과연 얼마나 객관성을 띠고 있는 것인지는 분별하기 쉽지 않으나 그가 결코 간단한 인물이 아닌 것만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작 그의 속셈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의 발언 중에는 국민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언급이 적지 않다. 이는 선두주자를 타격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고단수의 책략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21세기의 비전과 관련해 이같이 언급한 바 있다.

“과거는 개발독재와 시멘트, 부동산 거품, 양극화로 정의된다. 이는 자산축적을 소수에게 집중시킬 뿐이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사람의 창조력과 소프트웨어가 중시되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이름만 거론하지 않았을 뿐 그는 이 전 시장의‘경제리더십’을 일종의 ‘시멘트리더십’으로 규정한 셈이다. 같은 기업CEO 출신으로서 이 전 시장의 ‘경제리더십’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짙게 배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로 미뤄 그 또한 이 전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적절한 시점이 찾아오면 정치에 뛰어들 공산이 크다. 실제로 그는 대선 출마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향후 정국과 관련해서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현재 단 한 사람의 대선 주자도 정책을 갖고 국민과 올바른 대화를 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당선이 안 된다. 진정한 ‘경제전문가’들이 정책을 터놓고 논의할 장(場)이 없다. 그런 장이 생기면 나도 참여할 생각이다.”

이는 은연 중 이 전 시장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같은 ‘진정한 경제전문가’가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의 ‘경제리더십’은 그가 자주 인용하는 소위 ‘통상문화(通商文化) 국가’라는 말 속에 융해돼 있다. 그의 주장인 즉 단순한 통상이 아닌 문화가 접목된 통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안 브랜드가 세계인들로부터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높이 존경받고, 친환경적이면서 인권 침해가 없는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화가 뒤따라가야 한다. 세계 시민으로서의 위치를 갖춰가면서 통상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명박의 ‘경제리더십’은 ‘시멘트리더십’”

경제를 환경 및 문화와 접목시킨 그의 독특한 ‘경제리더십’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미FTA협상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시각도 동일한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그의 견해는 외견상 한미FTA협상을 극력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입장과 유사하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잖은 차이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농업은 특수성과 지역성이 있다. 그 나라만의 문화적 가치와 생태적, 환경적 가치가 높은 부문으로 우리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농촌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분열로 가는 길이다.”

정치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람들과 달리 순수 경제 차원에 입각한 날카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는 현재 국민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식상한 정치’가 아니라 ‘발전하는 경제’라고 단언하고 있다. 국민들은 21세기의 시대적 조류를 좇아 훨씬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데도 유독 정치지도자들만이 구태의연하게 20세기형 성장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통렬한 지적이다.

현재 그는 시종 ‘정책제안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이번 대선에서는 ‘혼이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혼이 있는 창조경제’는 그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빼 놓지 않고 언급하는 그의 화두이다. 그 내용을 보면 사실 자신을 ‘경제리더십’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진정한 경제전문가 자처는 모수자천(毛遂自薦)?

이는 역사적인 사례에 비춰볼 때 일종의 ‘모수자천(毛遂自薦)’의 화법에 해당한다. 이번 대선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원래 ‘모수자천’은 전국시대 말기에 나온 일화이다. 사마광의 《자치통감》 ‘주난왕 57년’조에 따르면 기원전 258년 정월에 진시황의 조부인 진소양왕(秦昭陽王)은 대군을 보내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을 치게 했다. 이에 놀란 조효성왕(趙孝成王)은 평원군(平原君) 조승(趙勝)에게 명하여 급히 초나라로 가 구원을 청하게 했다.

이때 평원군은 문하의 식객 중 문무를 겸비한 20명의 인재를 선발해 함께 가기로 했다. 그러나 19명의 인재를 얻었으나 나머지 한 사람은 당장 찾을 길이 없었다. 마침 식객으로 있던 모수(毛遂)가 스스로를 천거하고 나섰다. 그러자 평원군이 힐난했다.

“무릇 현사(賢士)의 처세를 보면 마치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는 것과 같아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오. 지금 선생은 나의 문하에 있은 지 이미 3년이나 되었으나 주위에서 선생을 칭송하는 사람이 없소. 이는 선생이 별로 칭찬할 만한 점이 없다는 것이나 다름없소.”

모수가 반박했다.

“저는 오늘에야 비로소 주머니 속에 넣어 주기를 청한 것입니다. 저를 일찍이 주머니에 넣었다면 벌써 탈영(脫穎: 뾰쪽한 끝이 밖으로 튀어나옴)했을 것입니다.”

이 고사에서 바로 스스로를 천거한다는 뜻을 지닌 ‘모수자천’을 비롯해 뛰어난 재주를 뜻하는 ‘탈영지재(脫穎之材)’와 ‘영탈(穎脫)’‘탈영이출(脫穎而出)’ 등의 고사성어가 나왔다. 모수는 난세지략(亂世之略)을 흉중에 담고 있는 천하의 인재를 상징한다. ‘모수자천’의 이 고사는 ‘경제리더십’이 대선정국의 화두로 등장해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비춰볼 때 기업CEO인 문 사장이 스스로 ‘진정한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논리와 사뭇 닮아 있다.

당시 19명의 문객은 ‘모수자천’에 서로 눈짓을 하며 크게 비웃었다. 이는 문 사장의 존재를 잘 모르는 세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대선 출마에 의문을 표시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평원군은 마침내 초나라에 이르러 초고열왕(楚考烈王)을 동이 틀 때부터 시작해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가지 설득하며 군사지원을 간곡히 청했으나 끝내 허락을 받지 못했다. 이때 이를 지켜보던 모수가 마침내 칼을 어루만지면서 계단을 따라 전상(殿上)으로 올라갔다. 모수가 평원군에게 따졌다.

“단 두 마디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동이 틀 때부터 시작해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까지 해결치 못하니 이는 무슨 까닭입니까?”

이를 본 초고열왕이 대노했다.

“어찌하여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것인가? 나는 그대의 주군과 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대는 무엇 하는 자인가?”

모수가 눈을 부릅뜬 채 칼을 어루만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대왕이 저를 꾸짖는 것은 주변에 초나라의 군민(軍民)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10보 안에서는 이들을 믿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대왕의 명운은 저의 손안에 있습니다. 지금 초나라 땅은 사방 5000리이고 손에 무기를 쥔 무사가 100만명인데 이는 패왕(覇王)을 할 만한 자산입니다. 초나라의 강대함은 천하의 어떤 나라도 당할 수 없습니다. 진(秦)나라 장수 백기(白起)는 일개 용부(勇夫)에 불과했으나 수만명의 무리를 이끌고 와 초나라를 격파함으로써 초나라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 주었습니다. 합종(合縱)은 초나라를 위한 것이지 우리 조나라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초고열왕이 크게 놀라 사죄했다.

“실로 선생의 말과 같소. 삼가 사직을 받들어 조나라를 좇도록 하겠소.”

그러자 모수가 초고열왕의 좌우에게 이같이 지시했다.

“닭과 개, 말의 피를 가져오시오.”

모수가 이내 동반(銅盤: 청동대접)을 받들고 무릎을 꿇은 채 초고열왕 앞으로 나아가 이같이 말했다.

“대왕이 먼저 삽혈(鈒血: 희생의 피를 입에 바르는 의식)하여 맹약을 확정토록 하십시오. 다음으로 저의 주군, 그 다음으로 제가 삽혈토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전상(殿上)에서 합종의 맹약이 맺어졌다. 이어 모수는 왼손에 동반을 들고 오른손으로 식객 19명을 손짓해 부른 뒤 이같이 말했다.

“그대들은 모두 당하(堂下)에서 삽혈하도록 하시오. 그대들은 갖은 고생을 하며 따라왔으나 소위 ‘인인성사(因人成事: 다른 사람에 기대어 일을 성사시킴)’하는 꼴이 되었소.”

19명의 문객들이 크게 부끄러워하며 당하로 내려가 삽혈했다. 이로써 반나절이 지나도 결말이 나지 않았던 걸사(乞師: 군사지원요청) 교섭이 불과 한 식경(食頃) 사이에 끝나고 말았다. 합종의 맹주가 된 초고열왕이 즉시 좌우에 명하여 군사 8만명을 이끌고 가 조나라를 구하도록 했다. 이튿날 평원군은 초고열왕에게 하직하고 조나라를 향했다. 평원군이 돌아오는 도중 모수에게 사과했다.

“선생의 세 치 혀가 백만 대군보다 강했소. 이번에 선생을 보고서야 비로소 나의 지인지감(知人之鑑: 사람을 알아보는 식견)이 얼마나 천박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소. 나는 두 번 다시 감히 천하의 선비를 품평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는 드디어 조나라로 돌아오자마자 모수를 상객(上客)으로 높이고 극진히 대접했다. 이 ‘모수자천’의 고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모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조나라를 구한 당대의 책사(策士)였다. 문 사장도 여러 면에서 그와 닮았다. 그가 최근 부쩍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람들 모두 대선 승리에만 관심이 있을 뿐 어떻게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단절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나라를 불신과 무능으로부터 단절시켜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미래를 개척해야만 한다.”

‘과거와의 단절’은 곧 ‘혼이 있는 창조경제’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상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정책적 조언자’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역사상 인물 중 세종대왕과 이순신, 정약용 등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고 있다. 이들 모두 이타적(利他的)인 삶을 살았고, 혁신가로서 종신(終身)했고, 전 생애에 걸쳐 부단히 노력해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게 그 이유이다.

사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정약용 등은 조선조 500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군신(君臣)에 해당한다. 이들이 보여준 소위 군(도君道)와 신도(道)는 후인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문 사장이 군도와 신도의 표상인 이들을 존경한다는 것은 곧 군도와 신도의 이치를 기업의 경영리더십에 직결시키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MBA과정에서 가르치는 통상적인 ‘경영리더십’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문 사장은 이들로부터 어떤 리더십을 배우고자 하는 것일까? 그가 제시하는 국가발전 비전에서 대략 그 윤곽을 찾을 수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지식과 창조능력을 고양시켜야만 선진국으로 갈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평생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세종대왕을 예로 들어 바람직한 통치리더십을 이같이 설명하고 있다.

세종, 이순신, 정약용에게 배운 리더십

“지도자 중에는 손발만 다루는 지도자, 머리까지 다루는 지도자, 마음까지 감동시키는 지도자가 있다. 세종대왕은 마음까지 감동시키는 지도자이다. 나도 남의 꿈을 생각할 수 있고, 남의 행복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다짐을 수시로 한다.”

세종대왕이 보여준 치도(治道)는 확실히 그의 이런 생각과 맞아떨어진다. 평생 책을 읽고 사색하며 창조적인 생각을 한 사람으로는 단연 세종대왕을 들 수 있다. 신도의 차원에서 이를 수행한 사람은 단연 정약용이다. 이순신의 경우도 비록 무인이기는 하나 그의 삶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며 창조적인 삶을 살았다. 《난중일기》와 거북선이 그 증거이다.

그가 시종 이 전 시장의 ‘경제리더십’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 전 시장이 제시하는 남북대운하 등의 ‘경제리더십’을 국토개발에 의존하는 낡은 패러다임으로 간주하고 있다. 과거가 ‘육체’를 기반으로 하는‘시멘트리더십’으로 상징된다면 21세기는 ‘혼’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사장이 과연 이번 대선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역사상 그와 유사한 행보를 보인 모수는 끝내 책사로 운명을 마쳤다. 모수는 천하를 거머쥐겠다는 뜻을 품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문 사장은 자신의 이상을 모수와 같은 신도(臣道)의 차원에 그치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면 세종대왕과 같은 군도의 차원으로까지 격상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그의 다음과 같은 언급에 해답의 실마리가 있다.

“과거의 지도자들을 보면 모두 개인은 훌륭했는데 나중에 보면 성과는 높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미래는 과거의 관성과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는 것이다. 국민적 기대를 활용하려면 신뢰받는 그룹과 창조적인 전문가 그룹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는 장차 시민단체 등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을 경우 미래지향적인 진보정당을 창당하는데 일조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현재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범여권의 상황에 비춰 과연 그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권은 기본적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축록전(逐鹿戰)’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우선 당사자의 굳은 결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관한 의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그가 장차 대권레이스에 참여할는 대략 시민단체를 비롯한 개혁성향의 진보진영 인사들의 지지 강도에 따라 결판날 전망이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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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특집Ⅲ 동서양 고전전문가 특별 대담 "리더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9-20 22:21 | 최종수정 2007-09-20 23:12

“국가나 기업이나 조조와 케사르가 필요할 때”

‘물을 거울로 삼는 자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을 거울로 삼는 자는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칠 수 있다.’전국시대의 최강국인 진나라의 개혁을 주도하며, 훗날 중국대륙 통일의 기틀을 놓은 변법개혁가 공손앙의 오만함을 질타하며 유학자인 조량이 던진 경고이다. 역사는 통찰력의 광활한 수원지이다. 그래서일까. 미래에셋 임원들은 요즘 역사공부 ‘삼매경’에 빠져 있다. 대학 시절에도 잘 펼쳐 들지 않던 서양사를 훑어보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스페인, 네덜란드를 비롯해 세계 역사를 주름잡았던 유럽 패권 국가들의 역사에서 21세기 경제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영의 노하우를 파악해보라는 이 회사 박현주 회장의 특명에 따른 것이다. ‘대국굴기바람’이 제조업체를 한바퀴 돌아 금융사를 강타한 셈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이들은 비단 한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손자병법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전언이다. 진원지는 중국 경제의 부상과 더불어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중국의 경영대학원. 불확실성의 시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가나 지도자들의 무용담은 경영자들에게 앞날을 예측하는 통찰력의 자양분이자, 현실을 반추해보는 ‘나침반’이 되고 있다. 로마사 전문가인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전무, 동양 고전전문가인 신동준 21세기 정치연구소장의 추석특집 대담을 마련했다. 지난 13일 오후, 여의도에 위치한 딜로이트컨설팅 본사 회의실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대담은, 리더란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 기자의 원론적인 질문으로 긴 여정을 시작했다. 〈편집자 주〉

【조조 VS 케사르】
● 조조 | 전략가이면서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던 조조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 케사르 |루비콘 강을 건널 정도로 결단력이 있었던 케사르.
그러나 변화를 주도하다 귀족세력에 살해당했다.



“로마는 패자를 자신의 공동경영자로 삼는 유례 없는 전략을 창안해냈습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반도의 칸나에에서
단 한 번의 전투로 로마군 7만 명을 궤멸시켰습니다.
하지만 로마공동체를 이탈한 동맹국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경준-

“동양에서도 성공한 군주들은 왕도와 패도를 겸전한 인물들이었습니다.
한선제 같은 인물이 대표적 실례입니다.
인간은 선하지만도, 악하지만도 않습니다.
맹자로 대표되는 유가의 인의만으로는 결코 조직을 이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신동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리더에 대한 관심들이 무척 높습니다. 리더는 어떤 존재라고 보십니까.

김경준: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은 ‘고스톱’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오해는 하지 마시고요. 추석 때 모여서 패를 돌리는 그 화투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웃음) 구성원들을 상대로 지금이 앞으로 나아갈 적기인지(Go), 아니면 멈춰야 할 때인지(Stop)를 알려준다는 뜻이죠.

▶경영도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뜻인가요. 도요타가 적절한 시기에 렉서스를 미국시장에서 선보인 것처럼 말입니다.

김경준: 결단을 내리는 일의 고통은 무엇에도 비유하기 어렵습니다. 리더가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정확히 간파하는 통찰력을 소유하지 못했을 때, 구성원들은 불안해 지기 마련입니다. 리더의 자리라는 게 그래서 외로운 것 아니겠습니까.

폼페이우스가 케사르에 패한 것도, 그수하들의 운명이 엇갈린 것도 통찰력의 차이에 기인합니다. 리더는 진퇴의 때를 본능적으로 간파해야 합니다. 케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를 사실상 접수한 것처럼 말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분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물의를 빚은 일도 결국 진퇴의 묘를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신동준: 김승연 회장은 유비의 처세를 배워야 했습니다. 이 장면을 한번 떠올려 보시죠. 유비는 임종을 앞두고 제갈량을 불러 탁고유명을 남기게 됩니다. 아들인 유선의 보필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유선이 지도자로서 성에 차지 않을 경우 그 자리를 대신해도 좋다고 당부합니다.

하지만 이 유언을 곧이 곧대로 믿을 신하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조운이 전쟁터에서 아두(유선의 아명)를 구해 왔을때, 그는 아이를 내던져 버립니다. 유능한 장수를 잃을 뻔했다는 제스처였습니다.

하지만 유비처럼 자기 자식을 애지중지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유비는 눈물을 잘 흘려 천하강산이 울었다’는 중국 속담이 있습니다.

김 회장이 유비의 후흑술의 십분의 일만 배웠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겠습니까.

▶유머경영이나 감성경영만으로 조직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이치를 꿰뚫은 인물로 누가 있습니까.

신동준: 조조입니다. 그는 전략가이자 애민사상가이기도 했습니다. 전투에서 거의 패한 적이 없습니다. 손자병법 해설서 가운데 조조만큼 뛰어난 각주를 단 인물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는 철저한 왕패 병용론자이기도 했습니다.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던 그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동양에서도 성공한 군주들은 왕도와 패도를 겸전한 인물들이었습니다. 한선제 같은 인물이 대표적 실례입니다. 인간은 선하지만도, 악하지만도 않습니다. 맹자로 대표되는 유가의 인의만으로는 결코 조직을 이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리더는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간지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서양사에 등장한 지도자 가운데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간파하고 있던 인물로는 히틀러가 있지 않습니까.

김경준: 히틀러 라니요.(웃음) 제가 보기에는 로마의 종신독재관이었던 케사르입니다. 당시 로마 사회 운영 시스템의 변화를 꾀하다 암살당하는 비운의 사나이이기도 합니다.

그는 갈리아를 정벌한 뛰어난 장군이자, 루비콘강을 과감히 건넌, 결단력 강한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로마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조그만 도시국가가 주변 국가들을 활발히 정벌하면서 사회 시스템 또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가 커졌죠. 하지만 기득권을 쥐고 있는 로마 원로원은 이러한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았습니다. 케사르는 시대적 소명을 간파하고, 변화를 주도하다 귀족세력에 결국 살해당하고 맙니다.

▶중국도 요즘 동양고전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죠.

신동준: 손자병법을 경영학 교재로 활용하는 중국 경영대학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의 경영대학원들이 미국의 명문 기관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위치를 점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손자병법의 원리를 적용한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삼국지도 경영학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 국내에서도 등장했죠. 최근에 논어 경영을 주제로 다룬 이대교수도 나왔죠. 일본에서 손자병법이나 한비자 등을 연구한 저술 발표는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삼국 중 가장 활발한 편이라고 할까요.

▶미래에셋에도 대국굴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는데, 금융사와 역사서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김경준: 미래에셋 임원 조찬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박현주 회장이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양사와 경영을 하나로 꿰는 임원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라는 내용인데, 로마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의 영고성쇠의 비밀을 경영자의 시각에서 분석하라는 것이었죠.

한국시장은 규모가 작습니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안주하다 보면 더 성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회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을 파악하고, 맞춤형 인재운용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편입니다. 역사에서 길을 찾는 이유죠.

▶금융사가 서유럽 역사서에서 어떤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건지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신동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조선왕조 실록을 읽어보세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아마 로마시대에서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대통령(President)과 왕(King)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역사서는 사람을 파악하는 좋은 텍스트입니다. 경영의 핵심에는 사람이 있고, 현지인들의 정체성을 알려주기로는 역사만 한 것이 없겠죠.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한나 아렌트·마키아벨리의 이름이 등장한다. 서구사회는 마키아벨리 이후 정치학에서 윤리학이 분리되며 탈이념적이고, 실천적인 기풍이 확산돼 나갔지만, 동양사회는 거꾸로 성리학의 득세로 정치영역에까지 윤리학이 침투하며 사변적인 성향이 강해졌다는 것.

국내 학자들은 물론 가장 실용적인 사고를 한다는 기업인들조차 원리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편인데 이는 모두 조선사회를 풍미한 성리학적 사고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국내 재계를 휩쓸고 있는 사회공헌 바람이 대표적인 실례이다.


▶국내 기업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성리학적 사고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김경준: 사회공헌이 대표적인 실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인들은 주로 산업현장에서 그 필요를 느껴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사변적인 성향이 강하다고도 볼 수 있겠죠. 하나의 트렌드가 뜬다 싶으면 죽기 살기로 따라갑니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인보다 더욱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성리학적 전통이 있어서인지 원칙에 대한 경도가 심한 편입니다. 원론적인 얘기만 나오면 더 빨리 수입하고, 더욱 맹렬하게 실천합니다. 성리학을 중국에서 수입한 조선의 선비들이 명이 망하자 소중화를 자처한 것처럼 말입니다.

▶에디슨이 창업한 글로벌 기업 GE부터 지멘스까지, 사회공헌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대세가 아닌가요.

김경준: 기업의 책무는 역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윤을 많이 창출해 불우이웃돕기를 비롯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되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고객을 위해 서비스나 재화를 만들어 이윤을 내는 것이 기업입니다.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책임의 실천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 은행에 이자를 지급하며 직원들에게는 월급을 지급합니다. 또 정부에는 세금을 내지 않습니까.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본질과는 상관없는 추상적 가치에 매몰되지 말아야 합니다.

▶외국에서 한물 간 것으로 평가받는 미래학자 방문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외국 문물의 동경은 한국인의 천형인가요.

신동준: 서양에서는 마키아벨리를 기점으로 신학에서 철학을 떼어냈는데, 송대로 오면서 동양에서는 성리학이라는 고도의 사변적인 윤리학이 정치영역을 파고들며 정치를 윤리적으로 녹여버렸습니다. 이 때부터 정치는 동양에서 상실돼 버렸습니다. 우리나라 유림들이 아직도 원리주의적 색채를 띠는 것도 이 영향이라고 봅니다.

기업인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봅니다. 정신적 사조에 대해서 이런 경향들이 매우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일본 기업들도 다시 무서운 기세로 살아나고 있지 않나요.

신동준: 일본은 한국을 통해 성리학을 받아들였지만 중국과 한국처럼 관념론에 경도되지 않았습니다. 이토 진사이는 고학에 주목했습니다. 인간을 중시하던, 공자 시대의 전통적인 유학이 바로 그것입니다. 윤리학이 가미되지 않은, 춘추전국시대의 공자 유학이 일본 명치유신의 사상적 기반이 됐어요,

19세기 중반 개화에 성공해서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에서 동양 고전과 관련한 경영학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실사구시적인 학풍이 얼마나 강한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화혼양재를, 중국이 중체서용을, 우리가 동도서기를 주창했지만, 과거 두 나라는 망하고 일본은 흥한 배경을 따져봐야 합니다.

▶한 일본인 컨설턴트는 기자에게 도요타 경영의 요체로 나고야의 장인정신을 꼽은 바 있습니다. 이게 바로 일본정신이 아닌가요.

신동준: 도요타가 강한 것도 바로 지도자의 리더십과, 일본 국민 특유의 정신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토 진사이는 맹자를 좋아하면서도 사변적인 이론을 거부했습니다.

일본에는 기업의 역사가 200년 이상이 된 곳들이 있습니다. 이후 서구의 자본주의를 거치면서 독특한 자기만의 기업 문화를 구축했지만, 우리 기업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고유의 정체성은 무엇일가요. 피히테가 말한 독일인의 정신 같은 것 말입니다.

김경준: 포스코와 현대차, 그리고 현대중공업, 삼성전자를 비롯한 굴지의 기업들이 등장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불과 수십 년 사이에 말입니다. 한국인의 피 속에 과거 대륙을 호령하던 웅혼한 기상이 내재돼 있다고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지 않을까요. 글로벌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우리의 DNA 속에 고유한 무엇을 더해야 합니다. 도요타만 따라해서는 도요타의 아류가 될 뿐입니다.


한민족 고유의 특성을 간파하고, 기업 경영에 반영할 수 있어야 도요타를 누를 수 있는 잠재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대담자들의 목소리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패한 뒤 3년간의 칩거기간을 거쳐 대하소설 《대발해》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은 김홍신 작가와 많이 닮아 있었다. 논의의 물꼬를 아시아적 가치로 돌렸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한 차례 촉발된 적이 있습니다만, 아시아적 가치가 과연 여전히 유효한 걸까요.

신동준: 서구적 가치가 최선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이광요 멘토 미니스터,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 그리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보세요. 그들은 서구의 전통으로 결코 파악할 수 없는 유형의 지도자들입니다. 이광요나 후진타오는 사실상의 황제이며, 푸틴은 짜르입니다.

이들 국가의 경제는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경우 근대 이후에 중앙집권제도가 등장했지만 동양에서는 진나라 때 이미 강력한 중앙집권제,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관료조직이 나타나지 않습니까. 서구의 제도를 이상적으로 여기는 시각은 단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맹아는 유럽에서 싹트지 않았습니까. 각종 첨단 경영이론들도 그쪽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신동준: 일본 학자인 무라카미 야스스케가 저술한 《반고전의 경제학》이라는 저서를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자본주의는 역사의 특정단계에 등장하는 역사적 산물이 아니라는 내용이었죠. 로마시대 말기나 중국 송대로 눈을 돌려보더라도 자본주의의 패턴이 이미 있었다는 겁니다.

중국도 춘추시대 말기에 도주공으로 불린 범리가 있었고, 전국시대에는 진시황의 아버지로 알려진 여불위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거상으로 활동했습니다. 송대에도 금이나 요의 막강한 무력 앞에 200여 년간이나 버틸 수 있던 것도 도자기나 차·비단을 수출해 막강한 돈을 벌어들여 세폐를 바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일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럽자본주의 태동의 도화선 역할을 하는 계몽주의도 동양의 고전들이 한몫을 한 것은 아닌지요.

신동준: 15세기부터 중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이 고전을 활발히 번역해 유럽에 꾸준히 소개를 했습니다. 번역물들이 200년에 걸쳐 꾸준히 유럽으로 유입되었으며, 17세기 계몽주의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유럽의 전통에는 원래 자유·평등, 그리고 박애의 관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화이트 헤드는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서양의 계몽주의도 비슷합니다.

▶동양에 한걸음 뒤처져 있던 유럽이 아시아를 제치고 앞장서 나가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경준: 여기 한 인물이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입니다. 집안도 별볼일이 없었고 당대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한나 아렌트’는 그를 극찬했습니다. 유럽 지성사의 물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인물로 치켜세웠습니다.

윤리와 정치를 분리한 공로를 인정했습니다. 마키아벨리 이후 서구사회는 정치영역에서 윤리를 떼어냈습니다. 서양 정치학 자체도 마키아벨리에서 시작됐습니다. 인간을 중시한 서양, 그리고 사변에 치우친 동양의 선택은 19세기 아편전쟁에서 그 성패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죠.

▶중국에서도 최근 손자병법을 경영학 교재에 활용하는 경영대학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식 경영에 눈을 뜨고 있다는 방증일까요.

신동준: 손자병법은 최고의 교재이기도 합니다.

손자병법은 정치와 경제·철학 등을 포괄하는 종합 사상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일본처럼 자국 고유의 경영방식을 확립해 나가는 단계라고 봅니다. 중국의 경영대학원이 미국의 MBA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클라우제비츠나 조미니 같은 탁월한 군사 전략가들은 서구에도 많습니다. 춘추시대의 케케묵은 전략서를 펼쳐들 이유가 있나요

신동준: 물론 유럽에도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있습니다. 전쟁도 정치의 연장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하지만 손자병법의 심오함에 비하면 중학생과 대학생 정도의 수준 차이가 난다고 봅니다.

한국식 경영을 논하기에 너무 이른 게 아닐까요. 아버지와 아들이, 형과 아우가 경영권분쟁을 벌이는 추태가 여전합니다.

신동준: 재벌 기업과 오너, 그리고 전문경영인등을 분석하는 틀은 동양 고래의 통치학만한 것이 없습니다. 오너들의 행태는 제후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시에도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폐하거나 살해하는 패륜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을 위해서였습니다.

황제당과 태자당의 다툼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늘 있었습니다. 인간 내면의 본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국내 기업은 글로벌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 수용에도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신동준: 합종책으로 유명한 소진이나 범수, 그리고 장의 등은 모두 평범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군주의 마음을 사로잡아 재상의 자리에 오르지 않습니까. 우리 기업들은 금기가 많은 것은 아닐까요. 글로벌 인재를 논하기 앞서 한국의 인재들에게 더 넓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경영자들은 조조에게 배워야 합니다. 그는 인재 관리면에서도 탁월한 리더였습니다. 자신을 배신한 위충이라는 인물을 수차례에 걸쳐 용서합니다. 난세에 능력있는 자들이 강한 편에 붙어 일신의 안전을 보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약점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도대전에서 승리한 뒤에도 원소진영의 기밀문서들을 모두 태워버립니다. 간첩행위자 적발을 불가능하게 한 것이죠.

▶동서양의 뛰어난 지도자들은 서로 통하는 데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로마도 적군마저 포용하는 개방성으로 유럽 제패에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김경준: 고대세계에서 강자는 전쟁에서 패한 적성국의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패전국은 식민지로 편입되고, 독립된 공동체의 권리를 상실했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달랐습니다. 패전국의 구성원들을 받아들였습니다. 패자를 자신의 공동경영자로 삼는 유례없는 전략을 창안해냈습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반도의 칸나에에서 단 한번의 전투로 로마군 7만 명을 궤멸시켰습니다. 하지만 로마공동체를 이탈한 동맹국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개방정책이 한몫을 했던 겁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살아돌아온다고 해도 로마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죠. (웃음)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진나라는 상앙의 변법 개혁으로 부국강병, 그리고 훗날 중국 통일의 기틀을 다지게 된다. 뛰어난 전문가, 그리고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정치 지도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관중을 발탁해 전권을 부여했던 제환공, 그리고 상앙의 지지자였던 진효공과 같은 지도자가 이번 대선에서 등장할까. 토론의 초점을 올해 대선에 맞추었다.


▶참여정부를 한 왕조를 일시적으로 멸하고 신을 세운 왕망 정권에 비유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신동준: 왕망은 극단적인 이상주의자였습니다. 중국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 백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그는 손님들을 초대하고 아내에게 하녀들의 옷을 입혀 접대를 하게 합니다. 또 여자 노비를 희롱한 아들에게 자결 명령을 내리죠.

한 왕조의 수탈에 찌들어 있던 백성들이 왕망의 이러한 모습에 환호를 했고, 왕조 교체의 든든한 주춧돌이 됩니다. 국호 신(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혁에 대해서도 과잉 의욕을 보여줍니다. 민심을 확보해나가는 과정 등이 일부 닮아 있으며, 개혁 지상주의에 함몰된 것도 비슷하지요.

▶백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왕망이 불과 수 년 만에 허망하게 실패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신동준: 경제 정책의 실패 탓이 큽니다. 화폐개혁을 단행했으나, 백성들의 생활고를 덜어주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키고 말았습니다. 경제가 문제였던 겁니다. 왕망은 자신이 해방시켜준 노비들의 반발로 멸망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의 개혁은 지나치게 이상적이었고 방법 또한 과격했습니다.

왕망과 달리, 송나라 왕안석의 개혁이 그의 실각 후에도 그 골격을 유지할 수 있던 배경은 현실을 토대로 입안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왕안석은 송나라 유학자로는 드물게 법가사상에서 개혁의 단서를 얻었습니다.

▶왕망과 같은 유사 지도자들을 구분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김경준: 추상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인물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위정자가 추상적 개념을 앞세워 정의를 독점하고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때 공동체는 다양성을 상실하고 전체주의로 흐르게 됩니다. 로마 황제들의 실천적인 구호를 돌이켜 보세요. 식량 그리고 안전의 확보입니다.

▶신동준 소장은 사람 냄새가 나는 지도자를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어떤 의미라고 봐야 합니까.

신동준: 왕망을 비롯해 거창한 사회변혁의 구호를 앞세운 이들 가운데 성공한 사람들이 드문 편입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로버스 피에르나 마라, 당통 등도 개인적 가치의 추구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였으나 결국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최고통치권자는 결코 이론가나 이념가가 되서는안됩니다.

대통령만은 학자들과는 달리, 통치이념을 놓고 목숨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됩니다.

마오쩌둥도 숱한 공산주의 이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의 통치사상은 모두 춘추좌전과 자치통감 등에서 얻은 선인들의 지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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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소설가 김홍신이 말하는 경영학원론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9-05 18:24 | 최종수정 2007-09-05 18:48




“창업-수성 원리 발해史에 다 있어”



그는 생각보다 더 왜소했다. 지친 기색도 역력했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이 꼭 이렇지 않았을까. 흉노에 항복한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비운의 사나이. 남성을 거세하는 궁형을 택한 이 외로운 남자는 동시대인들의 조롱거리였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겨야 할 태사령이 구차하고 비루한 삶을 택했다는 손가락질이었다. 하지만 한신, 장량, 유방, 항우, 이사, 이릉…. 중국사를 수놓은 인물들은 그의 손을 거치면서 화려하게 다시 되살아났다. 그리고 현대인들에게도 영고성쇠의 요인을 알려주는 불멸의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3년간 소설을 집필하며 두문불출한 전직 국회의원. 단식 농성을 하고‘공업용 미싱’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던 격정의 소유자는,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더 이상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달 18일 오후 4시 30분, ‘소설가’ 김홍신은 자택에서 기자를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맞았다.

발해는 그의 정신세계를 오롯이 부여잡고 있는 주제인 듯했다. 김씨의 작업공간이기도 한 2층 서재는 족히 만여 권은 되어 보이는 책들로 그득했다. 벽면 한쪽에 발해와 당, 그리고 통일신라 영토를 표시한 지도가 붙어 있고 책상 한편에 발해사 관련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화제를 자연스레 《대발해》로 옮겨 갔다. 이 열 권짜리 대하소설은 출간 한 달여만에 3쇄를 인쇄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저술 작업에 몰두해왔지만, 중국 현지를 돌아보고 작품을 기획한 준비기간까지 더하면 8년의 세월이 녹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STRATEGY

  고구려는 당의 장기전에 휘말려 패퇴
  발해는 적국의 본토 기습으로 맞대응

“대조영의 아들 대무예는 달랐다.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전격전을 떠올리는 기습작전으로
당나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대무예의 대당 선제공격이 국운(國運) 바꿔

사마천은 자신의 울분을 한 글자 한 글자 사기에 새겨 넣었다. 한 무제가 분노의 과녁이었다. 김씨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고구려 패망 후 당나라로 끌려간 고구려 유민이 얼마나 되는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그가 기자에게 거꾸로 묻는다. 무려 20만이었단다. 하지만 발해는 철저하게 파괴된 고구려의 폐허 위에서 다시 일어섰다.

뛰어난 지도자, 그리고 국민의 헌신이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며 기적을 만들어 냈다. 총선 패배 후 3년 만에 은둔을 깨고 발해의 건국과 패망을 다룬 장편소설로 다시 돌아온 그는, ‘민족’이라는 주제에 사로잡혀 있었다. 발해, 그리고 고구려의 영고 성쇠를 불러온 요인은 무엇일까.

“고구려는 가볍게 무장한 기병들을 적군의 배후로 침투시켜 적의 보급부대를 궤멸시키고, 본대는 들판의 곡식을 모두 불태운 뒤 성에서 장기전을 펼쳤습니다. 바로 청야 전술입니다. 당 태종도 결국 이러한 전략을 뒤집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패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씨는 지도자의 냉철한 상황 판단 능력을 번영의 첫 번째 요소로 꼽았다. 따지고 보면 고구려가 당나라에 패망한 것도 당의 ‘진지전’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당은 전면전을 피하고 국경에서 크고 작은 분란을 끊임없이 일으켰다.

당의 전략가들은 적성국인 고구려 백성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장기전으로 선회했는데, 이러한 전략은 중국 삼국시대 책사들이 자신의 주군들에게 진언하던 책략이었다. 고구려는 당 제국의 이 두 번째 전략을 무너뜨릴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패망했다. 하지만 대조영의 아들 대무예는 달랐다.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전격전(blitzkrieg)을 떠올리는 기습작전으로 당나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대무예는 당시 발해의 명장이던 장문휴 등을 앞세워 당나라 영토에 속했던 산둥반도, 그리고 만리장성 인근의 마도산을 점령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적의 허를 정확히 지른 것이다.

며느리인 양귀비와의 로맨스로 유명한 당 현종은 본토가 침략 당하자 신라에 원군을 청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대무예의 당 기습작전은 동아시아의 권력지형을 흔든 사건이었다. 발해는 이후 200년 수성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발해의 후계자들은 안녹산의 난을 비롯해 당 내부의 분열을 적절히 활용하며 세를 불려나간다.


        HUMAN CAPITAL
  부역과 세금의 중과는 만병의 근원
  한민족 신바람의 문화 정확히 꿰뚫어야


흥과 한의 국민 정서 정확히 간파해


뛰어난 지도자들은 기업이나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흐르는 강물 위에서 노를 젓지 않으면 자꾸 뒤로 밀려나게 된다는 이치를 그들은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이 대목에서 기자의 메모수첩을 자신의 책상 앞으로 바짝 당겨놓는다.

그리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지도를 쓱쓱 그리며 목청을 한껏 올렸다.

웅혼한 기상도 전략의 뒷받침을 받아야 위력이 배가되는 법이다. 지난 1980년대 미국 시장에서 GE와 맞장을 뜨던 ‘웨스팅하우스’가 잭 웰치 부임 후 변화의 가속페달을 밟은 GE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다, 결국 문을 닫고 만 것도 비슷한 이치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버리기도 한다.’ 노자의 한 대목이다. 백성들의 무서운 힘을 물에 비유한 경구다. 1994년, 그는 삼성전자 수원 반도체 공장의 여직원 기숙사를 방문했다 한 공원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한 여자 공원이 자신은 식사 때에도 국이나 물을 잘 먹지 않는다고 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그는 기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화장실에 들락거리다 보면 업무에 몰입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발언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한 소설(칼날위의 전쟁) 취재차 방문한 자리였다. 그는 그녀의 말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았다고 한다.

바로 한민족 특유의 신바람이다. 지도자가 아무리 닦달을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한 국민의 핏속에 면면히 흐르는 열정, 그리고 헌신성은 뛰어난 리더십의 영도를 받아 하나로 모아질 때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김씨가 요즘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로자들의 기를 살리고,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세를 확산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에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날슨, 스웨덴의 볼보그룹까지, 인본주의적 경영을 앞세운 기업이 성과를 높이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런 풍토에서는 촌음을 아껴가며 자신의 업무에 매진하던 90년대 삼성전자 사업장의 여공들과 같은 헌신적인 태도와 정열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업경영도, 나라 운영도 한국인 고유의 특질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결실을 맺기 어렵다고 그는 강변했다. 한국인은 분위기에 휩쓸리면 걷잗을 수 없는 에너지를 발휘하는 반면 한번 가라앉으면 좀체 움직이지 않는다.

체면을 매우 중시해 자신을 존중해 주는 이에 대해서는 보은을 아끼지 않는다.

대조영, 대무예를 비롯한 발해의 역대 군왕들이 부역과 세금을 가볍게 함으로써 백성을 편하게 한 배경이다. 뛰어난 지도자의 리더십, 그리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앙상블을 이뤄야 강국이 될 수 있다. 기업으로 논의를 좁혀봐도 이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랜드 비전으로 국민들 일치단결 불러

“나라가 망할 때면 지도층의 사치가 기승을 부리고, 내분이 격화됩니다. 또 민심 이반이 두드러지며, 지도자의 혼암함이 극에 달하는 공통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꼭 이와 같습니다.”부동산을 둘러싼 계층 간의 갈등이 대표적 징후라고 그는 지적한다.

발해의 마지막 왕 대위해는 민심을 살피지 않고, 남색에 빠져 있다 거란의 ‘야율아보기’에 200년 역사의 나라를 송두리째 바치고 말았다.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배경이다. 그가 국내 기업인들의 중국 진출 동향에 아쉬움을 피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투자가 주로 한족들의 본거지 격인 상하이나 베이징 등에 편중돼 있으며, 우리 조상들의 영토였던 동북 3성은 투자 대상에서 소외돼 있다는 안타까움이다.

하지만 기업에 역사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동북3성 지역은 전략적 요충지다.

그는 무엇보다 중국의 의도를정확히 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공정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결국 지금의 북한 땅에 대한 영유권 소유가 아니겠어요. 당이 진지전으로 고구려를 무너뜨렸듯 중국은 동북공정 프로젝트로 영토 확장의 명분을 서서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의 목소리는 역사학자 이덕일 씨와 닮아 있다.

이씨는 아시아의 대형 중국에 맞서 몽골 등과 동이족 국가들의 연합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갈파한 바 있다. 역사적 소명, 먹거리 문제 등을 하나로 꿰는 비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조영은 고구려 고토 회복이라는 원대한 비전으로 고구려 유민, 말갈부족의 에너지를 결집시켰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인데, 얼굴이 편안해 보이는 인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대선의 계절이다. 이상적인 대통령 감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사마천은 자신에게 치욕을 안겨 준 절대 군주에 대한 회환을 평생 곱씹으며 살아야 했다. 사기 자체가 한 무제를 향한 넋두리이기도 했다. 정치를 다시 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저술활동이 자신이 천직이라고 답변했다.

《김홍신이 분석한 드라마 대조영》

“70대 측천무후 너무 젊고 대조영 활약상 대부분 허구”

발해의 창업자인 대조영. 그는 국제 정세를 꿰뚫어 보고 당과 거란의 대립, 또 돌궐의 부상을 적절히 이용해 세 불리기와 건국에 활용한 전략가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뜻밖에도 김홍신 씨는 기자의 이러한 분석에 쉽사리 동의를 하지 않았다. 대조영의 실체를 제대로 가늠하기에는 사료(史料)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발해 자체 기록은 3대 대흠무의 둘째 공주 정혜와 넷째 공주 정효의 무덤에서 나온 비석에 적힌 약 1500자 정도의 기록 외에는 특별한 기록이 없다. 김씨는 발해의 역사를 복기할 수 있는 유물은 현재로서는 거의 남아있는 게 없다고 털어놓는다. 이러한 한계는 드라마에서도 확인된다.

대조영은 늘 신출귀몰한 무인으로만 그려진다. 또 고구려 보장왕의 조카와 결혼도 하지만 모두 허구의 산물이다. 사료 부족이라는 한계를 상상력을 발휘해 메웠다. 중국 역사의 유일무이한 여자 황제인 측천무후도 67세에 황위에 오르는데, 드라마에서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배우가 이 역할을 하고 있다.

세밀한 고증보다 시청률이 우선순위인 드라마의 특성을 감안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는 사료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의 역사책을 분석하고, 재해석했다. 구당서, 신당서, 발해국지, 위서, 한서,후 한서, 책부원구, 요사, 요동고, 유취국사, 자치통감, 속일본기, 일본기략을 주로 참조했다.
■ 작가 김홍신은 1947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장편소설 《인간시장》이 국내 최초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560만권 이상이 팔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96년부터 2003년까지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4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종로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500여 표 차이로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패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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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리더를 말한다 |⑭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  (고전 전문가인 신동준씨가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14 22:09 | 최종수정 2007-08-14 22:30


“경영권 탈환은 성공… 리더십 평가는 지금부터”

‘형제의 난’이후 우여곡절 끝에 다시 두산의 사령탑을 맡게 된 박용성 회장. 열정적인 모습으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왕자의 난’후유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그의 경영리더십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미래에 있는데….

“박 회장이 두산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울 수만 있다면 ‘형제의 난’으로 인한 불미스런 과거는 사소한 문제로 덮여질 것이다. 두산의 앞날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원래 두산그룹의 연원은 1896년 8월 1일에 창업한 ‘박승직상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때를 포함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100년이 넘게 유지되어 온 재벌로는 두산이 유일하다. 당초 포목행상을 시작한 창업주 박승직 씨는 갑오경장(甲午更張)이 한창 진행 중인 고종 32년(1896)에 지금의 서울 종로 4가 일대인 배오개에 직물도매상인 ‘박승직상점’을 냈다. 그는 사업이 날로 번창하자 장안의 간판급 포목상들과 합작으로 ‘공익사’를 창립해 사장이 되었다. 당시 그는 ‘배오개의 거상’으로 불렸다. 그는 1915년부터 한국 최초의 화장품인 ‘박가분(朴家粉)’을 개발해 큰돈을 거머쥐었다. 1933년에는 일본 ‘기린맥주’가 한국 진출을 위해 세운 ‘소화(昭和)기린맥주’의 주주로 참여키도 했다.

이후 장남 박두병 씨가 1936년에 ‘박승직상점’의 전무로 취임하면서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1910년에 3남6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서울고의 전신인 경성중학과 서울상대의 전신인 경성고상(京城高商)을 졸업한 뒤 한국은행의 전신인 조선은행에 입사했다. 해방 직후 ‘기린맥주’가 적산(敵産)으로 분류되자 그는 회사의 지배인으로 선정되었다. 그는 ‘기린맥주’를 관리한 지 3년 뒤에 회사 이름을 ‘동양맥주’, 상표를 ‘OB맥주’로 바꾸면서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두산, 유일하게 100년 넘게 유지

그는 한국전쟁 발발 이듬해에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박승직상점’의 상호를 ‘주식회사 두산상회’로 바꿨다. 이 상호는 박두병의 두(斗)에 ‘산(山)’을 덧붙이는 게 좋겠다는 부친의 뜻에 지은 것이다. 이는 ‘쌀을 한 말씩 쌓아 올려 산을 이루듯이 한 단계 한 단계씩 부를 축적해 나가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실제로 오늘의 두산은 바로 이런 성장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박두병 씨의 뒤를 이은 사람은 장남 박용곤 씨였다. 1932년에 6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경동고를 나와 군대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1959년에 대학을 졸업한 그는 곧바로 귀국해 이듬해 4월부터 부친의 권유로 산업은행에서 근무했다. 이는 기업CEO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젊었을 때 조직생활을 거치면서 눈칫밥을 먹고 은행업무도 잘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부친의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그의 부친은 건강이 악화하자 1981년에 장남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년 뒤에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박용곤 씨는 두산의 전통에 따라 창업 유공자인 정수창 씨 등에게 그룹의 운영을 맡기고 자신은 계열사 경영에 전념하다가 1981년에 정씨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가면서 두산의 사령탑을 맡게 되었다.

이후 그는 OB구단 설립을 시작으로 동아출판사와 백화양조, 한국네슬레, 경월소주, 두산정보통신 등을 잇달아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이때 그는 매사를 신중히 처리하며 안전제일주의로 나갔다. 원래 그는 선천적으로 과묵하고 내성적이었던 까닭에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했으나 일단 가까워지면 깊게 터놓고 사귀는 스타일이었다. 그의 이런 스타일이 회사운영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시 그룹 내부의 운영을 전적으로 아홉살 아래 둘째 동생인 박용오 그룹 부회장에게 일임하는 잘못을 범했다. 이것이 훗날 두산의 사령탑을 동생에게 넘겨야 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 ‘형제의 난’의 싹은 여기서 발아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비자》‘정법(定法)’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통치술은 임무에 따라 벼슬을 주고, 명목을 좇아 내용을 따지고, 생사의 실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군주가 쥐고 있어야만 한다.”

그는 설령 아들이나 동생일지라도 생전에 대권을 일임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한비자의 충고를 무시하다 지휘봉을 빼앗긴 셈이다. 원래 그룹 차원의 대기업을 경영하는 방식은 나라를 다스리는 방식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보위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세력은 바로 주변사람이라는 한비자의 지적은 기업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한비자》‘인주(人主)’편은 다음과 같이 경고한 바 있다.

“군주가 그의 몸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대신이 너무 고귀하게 되고 좌우 근신의 위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지근거리에 있는 자가 보위를 넘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둘째 동생이 가장 위협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셈이다. 한비자가 신하의 세력이 커지기 전에 미리 제거하라고 충고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는 이같이 역설한 바 있다.

“군주는 기회 있는 대로 나무를 잘라야 하고 나뭇가지가 지나치게 무성하게 해서는 안 된다. 가지가 무성하면 궁궐을 가리게 된다.”

근신의 세력 확장을 방치하면 나뭇가지에 의해 궁궐이 가려지듯이 군권이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가 신하들에게 세력 부식의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가 그룹 내부의 운영권을 둘째 동생에게 일임했다가 밀려난 것은 스스로 화를 키운 데 따른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형을 밀어내고 지휘봉을 거머쥔 박용성 회장은 《한비자》가 역설한 대권의 속성을 일찌감치 통찰한 셈이다. 역사적으로 박 회장과 유사한 상황에서 실력으로 보위를 차지한 대표적인 인물로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을 들 수 있다.

“나뭇가지가 무성하면 궁궐을 가린다”

수양제(隋煬帝)에게 발탁돼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 이세민의 부친 이연(李淵)은 장자 이건성(李建成)과 차자 이세민과 함께 봉기해 수나라를 멸하고 당나라를 세운 인물이다. 당시 건국의 공으로 이건성은 태자, 이세민은 진왕(秦王), 넷째 아들 이원길(李元吉)은 제왕(齊王)에 봉해졌다. 셋째는 이에 앞서 세상을 떠났다. 태자 이건성은 침착하고 관대한 성품의 소유자인 데 반해 이세민은 지혜로운 데다가 용맹과 과단성까지 지닌 인물이었다. 이원길은 급하고 정열적인 성격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동파였다.

건국 초기만 해도 아직 각지의 군웅들이 서로 왕과 황제를 자처하며 할거하는 혼란의 시기였다. 당나라는 7년 동안 모두 6차례의 큰 전투를 치른 뒤에야 비로소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세민이 세운 공이 가장 컸다.

부황(父皇)인 이연은 그의 공을 높이 사‘천책상장(天策上將)’이라는 새로운 작호를 내렸으나 태자를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를 간파한 이세민은 이내 진왕부(秦王府)에 문학관(文學館)을 설치한 뒤 뛰어난 인재들을 그러모으기 시작했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18학사(十八學士)’였다. 18학사에는 훗날 ‘정관지치(貞觀之治)’의 성세에 이름을 떨친 방현령(房玄齡)과 두여회(杜如晦) 등 뛰어난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물론 태자 이건성도 결코 용부(庸夫)는 아니었다. 그의 수하에도 수많은 인재가 존재했다. 당대에 가장 뛰어난 현사로 불린 위징(魏徵)을 비롯해 왕규(王珪)와 위정(韋挺) 등 걸출한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정세가 안정되자 조정의 대신들과 지방의 장수들도 어느덧 태자와 이세민을 지지하는 파로 갈라져 대립했으나 모든 면에서 태자가 유리했다. 무덕(武德) 9년(626)에 양측의 생사를 가르는 충돌이 빚어졌다.

이해 여름에 북쪽의 돌궐족이 수만의 기병으로 국경을 습격하자 관례에 따라서 이세민이 출정하게 되었으나 태자는 이원길을 고집했다. 이는 차제에 이세민의 병권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속셈이었다. 이연도 형제간의 세력경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태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때 이원길은 출정에 앞서 진왕부의 용장인 위지경덕(尉遲敬德)과 정지절(程知節), 단지현(段志玄), 진숙보(秦叔寶) 등을 부장으로 요구하면서 진왕부에 속한 정예병을 차출하였다. 위지경덕 등이 진퇴양난에 처한 이세민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이번에 기병하지 않으면 많은 장수들이 진왕부를 이탈하여 목숨을 부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세민이 마침내 부황인 이연에게 이건성과 이원길을 성토하는 밀서를 보냈다. 내막을 모르는 이연은 세 아들을 화해시킬 요량으로 궁중 연못에 배를 띄워 놓은 뒤 사람을 보내 세 아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태자가 이원길을 불러 대책을 상의하자 이원길이 이같이 건의했다. “궁중의 시위대에게 명하여 경계를 강화하고, 형님은 병을 핑계로 입조를 거절하고 사태를 관망하십시오.” “이미 도성의 주요한 지역에 병력을 파견하여 방비토록 하였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일 부황 앞에 나아가 모든 진상을 밝히겠다.”

결국 두 사람은 수명의 측근만을 대동하고 황궁의 북문인 현무문(玄武門)을 통해 입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현무문을 지키는 책임을 맡은 장수 상하(常何)는 원래 태자의 심복이었으나 이미 이세민에게 넘어가 있었다. 태자는 이세민을 너무 얕잡아보는 실수를 범하고 만 셈이다. 다음날 아침 태자는 현무문을 통과하다가 문 주위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즉각 이원길에게 소리쳤다. “위험하다. 속히 말을 돌려라.”

이때 부황 이연을 태운 배가 떠 있는 호수 근처의 임호전(臨湖殿) 뒤에서 이세민이 급히 말을 타고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걸음을 멈춰라.” 태자가 움찔하는 사이 이원길이 재빨리 이세민을 향해 화살을 날렸으나 빗나가고 말았다. 이때 태자는 이세민이 달려오면서 날린 화살을 맞고 말 위에서 굴러 떨어진 뒤였다. 이원길은 허벅지에 이세민의 수하들이 쏜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졌으나 곧 땅에 누운 채로 이세민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이세민이 화살을 피하려다가 말에서 굴러 떨어지자 이원길이 앞으로 달려나가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순간 위지경덕이 말에서 뛰어내려 내달리며 호통을 쳤다.

현무문의 변 vs 형제의 난

“역적아, 네가 감히 진왕을 헤치려 하다니.” 이원길이 재빨리 무덕전(武德殿)으로 몸을 돌려 달아나는 순간 위지경덕의 부하들이 날린 수십대의 화살이 그의 몸에 그대로 꽂히고 말았다. 이때 태자의 시위대장 풍립(馮立)이 동궁부와 제왕부의 시위대 2000명을 이끌고 현무문으로 달려오자 사태가 급박해졌다. 당시 현무문 내에 포진한 이세민의 병력은 100여 명에 불과했다. 마침 이세민의 부인인 장손씨(長孫氏)가 친히 진왕부의 병력을 이끌고 현무문으로 달려오자 동궁부의 시위대가 공격의 방향을 돌려 진왕부를 포위했다.

이때 위지경덕이 재빨리 태자와 이원길의 머리를 베어 가지고 동궁부의 시위대 앞에 나타나 소리쳤다. “태자와 제왕(齊王)이 모반을 꾸며 진왕이 폐하의 명을 받아 반란을 평정한 것이다. 너희들은 죄가 없으니 모두 물러나도록 하라.”

이로써 ‘현무문의 변’은 사실상 끝나고 말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태자 이건성이 자파세력의 절대적인 우위만 믿고 방심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이세민 측은 궁지에 몰리자 태자의 심복을 매수한 뒤 결정적인 시기가 오자 가차없이 칼을 뽑아 태자 일당을 베어버리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이것이 승부를 가른 셈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일 수밖에 없다. 당나라 때의 사가들은 하나같이 이세민을 지혜롭고 담대한 인물로 묘사해 놓았다. 이는 이세민이 즉위한 뒤 ‘정관지치(貞觀之治)’의 성세를 이룬 사실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이세민은 동궁부와 제왕부의 인재들을 휘하에 끌어모은 뒤 천하를 자신의 무릎 아래 굴복시켰다. 통치는 동기가 아닌 결과에 의해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케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 회장이 맏형인 박 전 회장을 밀어내고 두산의 사령탑이 된 것도 이세민이 태자인 맏형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보위에 오른 것에 비유할 만하다. 실제로 박 전 회장은 성격 등에서 태자 이건성과 닮은 점이 많았다. 당시 이건성은 능력 면에서 이세민에 뒤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휘하에 수많은 인재를 거느리고 있었으나 결국 패하고 말았다. 이는 지나친 낙관론과 우유부단이 불러온 결론이 아닐 수 없다.

경기고·서울대, 뉴욕대서 MBA

1940년에 박두병 씨의 3남으로 태어난 박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1969년에 뉴욕대에서 MBA를 받은 인재이다. 기업CEO로는 최고의 학벌을 자랑할 만했다. 그가 ‘형제의 난’에 따른 세간의 비난을 무릅쓰고 두산의 사령탑을 거머쥔 배경에는 바로 그의 이런 뛰어난 학벌에 기초한 자부심이 크게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지난 1974년에 두산그룹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경영에 참여한 박 회장은 이후 동양맥주 사장 등을 역임하는 와중에 아시안게임 유도경기위원장과 서울상공회의소 비상근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전개했다. 이에 따라 그의 명망은 날로 높아갔다. 이는 그로 하여금 그룹의 총수 자리에 오르도록 부추기는 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그룹 내 경영권을 전담할 당시 맏형인 박 전 회장은 지나치게 대외업무에 치중하면서 그룹 경영에 소홀한 면을 보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동생인 박 회장에게 물실호기(勿失好機)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박 회장은 자신의 지지 세력들을 은밀히 규합해 마침내 2005년 7월에 두산그룹의 사령탑에 올랐다. 일종의 ‘궁정쿠데타’를 성사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동계올림픽 유치 차원에서 사면된 후 두산중공업 사내이사 자격으로 두산의 사령탑을 다시 맡게 되었으나 ‘왕자의 난’ 후유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은 아니다. 최근 이랜드 사태로 비정규직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두산건설이 계약직 노동자를 해고한 것도 그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회장의 경영리더십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결국 그룹의 향후 모습에 따라 판결날 수밖에 없다. 그가 만일 두산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울 수만 있다면 ‘형제의 난’으로 인한 불미스런 과거는 ‘현무문의 난’이 ‘정관지치’로 잠재워진 것처럼 사소한 문제로 덮여질 것이다. 그가 사령탑으로 복귀한 두산의 앞날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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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동양사상으로 경영을 논하는 이대 박재흥 교수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08 20:15 | 최종수정 2007-08-08 20:27


“식스시그마 만으론 한계… 논어에서 통합 정신 배워야”

“한국적 품질을 탐구하다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유교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기본적인 정신이나 사고방식을 소홀히 하면서 지엽적인 기법이나 제도에 매달려서는 품질 경영의 진정한 효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한때는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동아시아 최대의 문명을 이룩한 중화 민족이 문약에 빠져 서구의 ‘오랑캐’들에게 수모를 당한 것도 그들의 눈에는 모두 시대착오적인 사상 탓이었다. 최강의 군대를 앞세워 거친 대륙을 내달리며 주변 민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던 패권국가.

그러나 양이에 강토를 내주고 백성은 아편에 절었으며 성리학자들, 그리고 철인 군주들은 서양의 무지막지한 무력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어디 청나라뿐일까. 소중화를 자처하며 세계의 변화에 애써 눈을 감던 고루한 조선의 유학자들. 그리고 그들의 폐쇄성은 이 학문의 한계로 받아들여졌다.

유학은 한동안 금단의 학문이었다. 공자도, 맹자도, 그리고 한유도 봉건 제후들의 경제적 이해를 앞장서서 변호하던 의사 지식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공산당 지도자들은 자치통감을 숙독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공자를 비판했다. 유학은 하지만 꿈틀꿈틀 되살아나고 있다.

카이스트 박사가 왜 공자를…

중국 지도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공자의 어록을 들먹인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6월 유교연구중심이란 연구소를 세웠다.

멀리 볼 것 없이, 우리나라 출판 가에서도 공자·맹자의 사상을 재조명한 교양서·학술서 출간이 봇물을 이룬다. 사실 후진타오·강택민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야말로 현대의 학문에 더해 유가의 수기치인의 원리를 몸에 익힌 현대판 철인 군주들이 아니던가.

그 위세가 맹렬하다 보니 욱일승천의 중국 경제, 그리고 유가 부활의 방정식을 경계하는 시선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유학은 그 자체로 삶의 지혜는 물론, 치열한 경쟁을 헤쳐 나갈 경영의 지혜를 담고 있는 인류의 보물창고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바로 이화여대 박재흥 경영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요즘 유학, 특히 공자의 사상에 흠뻑 빠져있다.

평생을 중국대륙을 떠돌며 인(仁)의 정신을 설파하던 유학의 조종. 서울 공대에서 자원 공학을, 그리고 카이스트에서 경영 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을 지낸 그가 공자에 몰두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30여 년간 품질 경영의 요체를 탐구하다 품질 경영 활동이 성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정서와 제도에 맞는 이론을 확립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의식 구조가 무엇보다 유교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식스 시그마가 붐이다.

철강회사인 포스코도, 공기업인 한전도 식스시그마로 무장을 하고 생산 현장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식스시그마는 모토롤라·GE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해 놀라운 성과를 거둔 품질 관리 기법의 대명사로 통한다.

공정능력지수(Capability of Process·Cp)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으며, 미국계 컨설팅회사들이 미국 제품의 품질저하문제와 아시아 지역의 금융위기를 틈타서 전세계적으로 전파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귤화위지(橘化爲枳)’라고 했다.

통합적 관점서 조직 전체를 바라봐야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지만, 한계는 없을까.

그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풍토를 서로 비교한다. 일본은 지난 50년대 미국의 품질경영 기법을 들여다 불과 10여년만에 자기 것으로 소화해 세계적인 품질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가 대표적인 실례이다.

“일본은 불교와 유교를 심학(心學)으로 통합, 자본주의 체제에까지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빼놓고서는 일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서구의 방법론에 일본의 정신을 적용한 대표적 동도서기의 사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일관성이나 한국적인 색깔이 없는점이 한계다.

그러다 보니 구슬을 모아놓고도 꿰지를 못한다. 품질 관리도 설계 품질·제조 품질 등 권역별로 잘게 분야를 나누고 각 부문의 입장에서 바라볼 뿐 기업 전체의 통합자적 시각에서 판단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단위 부품의 품질이나 생산성은 이제 해볼만하다는 자신감도 있지만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를 조율하는 시스템이 늘 취약하다.

“기본적인 정신이나 사고 방식을 소홀히 하면서 지엽적인 기법이나 제도에 매달려서는 품질경영의 진정한 효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조직 전체를 통합의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품질 관리라는 용어가 품질 경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러한 각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품질경영의 외연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제품 생산에만 적용되는 품질관리가 아니라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하나로 아우르는 종합적인 사고가 경영자들에게 요청되는 배경이다.

“품질을 만드는 일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지구의 환경을 살리는 차원 높은 것이 되어야 합니다.” 동양 사상은 이러한 깨달음의 자양분이기도 하다.

그는 유교의 모든 덕목은 천지와 인간을 통합적인 존재로 보는 우주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패자 진 문공부터 미국의 머크사의 사례까지 동서고금의 역사를 종횡으로 오간다. 해박한 지식을 가늠하게 한다.

서구적 가치만이 지고의 선은 아니며 동양에서 가장 서구화된 나라인 싱가폴의 번영은 동양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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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01 08:15 | 최종수정 2007-08-01 08:33


티셔츠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있다. 지난달(7월) 25일 신세계 백화점 인천점에서 만난 이삼구(34)씨는 기자를 만나서도 스스럼이 없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며, 학생 때부터 돈이 되지 않는 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한다. 블로그 팔글(palgle)을 운영 중이다.

태터앤컴퍼니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잠시 직장을 쉬고 있다고. 작년 말 갓 결혼한 새신랑이지만, 놀고 있어도 아내에게 별로 미안한 기색은 없어 보인다. 블로그로 매월 50만~16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지난달에는 블로그 광고 수입이 1667달러, 우리 돈으로 160만원에 달했다.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네티즌은 하루 평균 1200여 명. RSS(맞춤형 정보배달 서비스)로 글을 구독하는 이들을 합치면 독자 수는 5000여 명으로 수직상승한다. 이 정도의 방문객을 보유한 블로그는 적지 않지만 이씨의 경우 ‘스파이더’로 불리는 검색엔진의 카운터를 배제한 수치라고 한다.

아직은 과거 직장에서 번 급여에 턱없이 못 미치지는 수준이지만, 수년 내 블로그로 회사 연봉의 두 배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지난 6월에는 4개 언론사 기자들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탐방을 다녀오기도 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요즘 클릭 한번으로 주요 소셜 북마크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또 다른 파워 블로거 김재근(42)씨는‘도아의 세상 사는 이야기’, 그리고 운영체제 전문 블로그(qaos.com)에 구글 애드센스를 달아 매달 2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루 방문객만 4000여 명에 달한다. 충주에서 서점의 도서 납품 관련 프로그래밍 업무를 하고 있는 그는, 컴퓨터운영체제, 정치, 경제, 기업 등 분야별로 다양한 글을 거의 매일 올리며 네티즌들의 폭넓은 반향을 얻고 있다. ‘견자단의 정무문 DVD구입’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댓글이 무려 541개가 달려 있다.

조선족 출신으로 국내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승호 씨. ‘호글(Hoogle)’이라는 블로그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한 달 100여 만원을 벌었다고 귀띔한다.

전문 지식과 글 솜씨의 양 날개로 고소득을 올리는 파워 블로거들이 부상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부터 가정주부까지, 다양한 블로거들이 폭넓은 독자층을 끌어들이며 인터넷을 신(新) 재테크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특출한 재능의 소유자들이 아니어도 대중에 먹힐 수 있는 필력과 꾸준한 블로그 관리로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금맥을 캐고 있는 것.

평범한 주부인 문성실 씨가 자신의 요리 비법을 블로그에 꾸준히 올려 남편 연봉의 3배 수준의 돈을 벌고 있는 것이 대표적 실례.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네티즌은 포털 이용자를 제외하고도 50만~80만명에 달하여 하루에 한 건이라도 꾸준히 글을 올리고, 또 소득을 올리는 이들은 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푼돈을 버는 블로거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는 매월 1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버는 재야의 고수들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블로그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은 비단 개인들만이 아니다.

곰플레이어로 널리 알려진 그레택도 접속자가 몰리는 다운로드 페이지에 오버추어 광고를 유치해 월평균 1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광고를 유치해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이들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나에게 익숙한 분야를 선택해야

주가지수가 2000을 돌파했지만, 막상 자신의 지갑은 여전히 얄팍한 게 현실이다. 고수들은 돈을 번다고 하지만, 갑남을녀들이야 이들의 성공 스토리가 아직도 먼 남의 일만 같다. 블로거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수들은 대략 5가지 팁을 말한다. 바늘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는 법.

우선 자신에게 익숙한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글을 쓰는 일에 품이 많이 들어서는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부동산이나 증권 분야에서 근무한다면 재테크를, 영화를 담당하는 이들은 영화평을 올려야 먹힐 수 있다. 꾸준히 평판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댓글이나 트랙백 하나가 달려도 반드시 답변을 해주고, 특히 문의 메일에 충실히 답변해야 한다. 지인들에게 블로그 개설 사실을 알리는 등 꾸준히 입소문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삼구 씨는 조언한다. 하루에 한 건이라도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3대를 거쳐야 뛰어난 문장가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글을 쉽게 명료하게 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기를 쓰듯이 하루하루 글을 꾸준히 올리다보면 글 솜씨도 나아지게 마련. 글을 꾸준히 올려야 검색 엔진에 더 쉽게 포착되고 네티즌을 블로그로 유도할 수 있다. 구글의 애드센스 나 오버추어 광고를 블로그에 다는 데도 노하우가 있게 마련이다.

위아래로 길게 펼쳐지는 스카이 스크래퍼형 광고는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오른 쪽에 광고를 배치하는 것도 금기다. 사각형 배너 광고를 글 중간 중간에 두는 편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광고라는 인상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신뢰의 확보다.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의 운영자인 김재근 씨는 본문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제목을 달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퍼와 자신의 글인 양 속이는 행위는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구글 애드센스의 경우 피시방에서 광고를 클릭해도 부정행위로 파악되지는 않지만 이마저도 배격해야 한다는 것.

개방형과 설치형 블로그 중에서는 어느 쪽이 더 나을까. 이견은 있지만, 워드프레스 등 설치형 블로그를 권하는 이들이 많다. 주요 포털들의 개방형 블로그 서비스가 썩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레이아웃 등이 붕어빵처럼 획일적이어서 한계도 뚜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킨이나 플러그인을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점도 문제. 이삼구 씨는 “당장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평판을 관리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글을 꾸준히 올리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돈되는 블로그 만드는 5가지 노하우

1익숙한 분야에서 글감을 찾아라

2 댓글·문의메일 충실히 답하라

3 사각형 배너광고를 배치하라

4 낚시기사·부정클릭은 피하라

5 설치형 블로그에 익숙해져라

해외 블로거들은 어떨까

“연소득 수억원 블로거 수두룩”

13명의 개인 블로거들의 연합 블로그인 ‘웹로그네트워크(weblognetwork)’는 수년 전 ‘아메리칸온라인(AOL)’에 전격 인수됐는데, 창업자들은 물론 막대한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미국의 또 다른 유명 블로그인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연간 수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작은 업체들을 직접 인수합병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 이삼구씨의 설명이다. 경영자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경영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 출신인 니컬러스 카가 운영하는 블로그(http://www.nicholasgcarr.com)도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취미 생활 차원에서 출발을 했다 아예 기업을 차린 이들도 적지 않다. 블로그 전문가 데비 와일이 대표적 실례다. 그녀는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최적의 블로그를 만드는 방법을 컨설팅하고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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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bywoong.com/blog_v2 BlogIcon Bywoong 2007.08.06 0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좋은기사 잘보고갑니다.
    최적의 블로그는 모든 블로거의 꿈이겠죠. ^_^
    본문중에 URL이 틀리게 기재된 것 같네요.
    http://quas.com/ 이 아니라 http://qaos.com/ 이 바른주소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요. :-D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04 10:21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
줄리아 로벨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분열을 종식한 불세출의 영웅. 중국 최초의 통일군주인 진시황제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황제 전용 도로인 치도를 통해 전국 순행에 나서 위엄을 과시했으며, 무엄하게도 거센 바람을 일으킨 상산의 신령을 징벌하기 위해 죄수들을 동원해 나무를 모두 벌목한 절대군주였다.

한 산을 다스리는 신령마저도 자신에 비하면 미천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그의 의식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진시황마저 두려움에 떨게 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오르도스 평원 북방의 야만족들이다. 그는 흉노, 선비, 강족 등의 남하를 막기 위해 만 리에 달하는 장성을 하나로 연결한다.

무엇보다, 한족들 역시 호전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장성은 때로 영토확장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동쪽으로는 고조선을 멸하고, 남방의 ‘야만국가’들 또한 복속시킨 한 무제는 막강한 금력을 기반으로 위청, 곽거병, 장건 등 당대의 뛰어난 장수들을 동원해 북방의 흉노족들을 소탕했다.

당이나 수 제국도 이에 못지 않게 유목민들을 약탈하고 살해한 호전적인 국가들이었다. 저자는 장성은 수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중화 민족의 편협한 민족성을 보여주는 물적 증거라고 강조한다. 특히 천안문 사태 이후에는 국민들의 통합을 위한 정치적 상징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



영국 출신의 벽안의 작가가 만리장성의 역사와 사회, 문화적 의미를 예리하게 파헤친 점이 이채롭다. 춘추전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만리장성을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를 풀어낸 것이 강점. 서양인 특유의 합리주의적 시각이 신선하지만 영어 직역투의 어색한 문장이 몰입을 방해하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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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자녀 부자만들기 위한 경제입문서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29 11:27

깐깐 경제 맛깔 논술
윤광원 지음 / 레마 / 2007년 7월 / 249쪽 / 8000원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경제 관련 교육을 시킬 때,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이 스스로 경제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자 할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책이다.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를 비교하여 부(富)의 신드롬을 일으킨 로버트 기요사키는 오늘날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부자가 되는 방법과 엇갈려 있음을 지적한다. 기요사키는 현금흐름 사분면을 통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첫째는 봉급생활자(Employee)다. 이들은 한정된 급여를 받아 생활비를 쓰고 저축하는 부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해 있다. 이들이 부를 쌓는 방법은 보다 많은 급여를 받아 아끼고 절약하여 보다 많은 돈을 저축하는 것이다.

둘째는 소규모 자영업자(Small-business person, self-employed) 혹은 전문직 종사자들(Specialist)로, 스스로의 재능과 노동에 의해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셋째는 대규모 사업가(Big-business owner)다. 이들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를 가리킨다. 마지막은 바로 투자자(Investor)다.

대규모 사업가나 투자자가 봉급생활자나 소규모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과 다른 점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벌도록, 그리고 돈이 스스로 돈을 벌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이 수입을 올리려면 결국 스스로 더 많은 노동을 하거나, 몸값을 높이거나 혹은 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대규모 사업가나 투자자는 경제의 흐름을 읽고 그에 따른 기회를 포착하여 그것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수입은 그 덩어리가 점점 더 커져 봉급 생활자나 소규모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의 수입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

사람들은 그나마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이 안정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상시 구조조정의 틈새에서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봉급생활을 할 수 없고, 경기 침체 속에서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들도 언제든 길거리로 내몰릴 수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래서 기요사키는 오늘날 부자가 되려면 금융 IQ를 키우는 교육, 즉 대규모 사업가나 투자자가 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 반대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비단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업을 천시하는 유교적 전통 하에 ‘돈’ 중심의 교육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나마 최근 가정에서부터의 돈 교육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도 경제가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대두되면서부터다. 그렇지만 제대로 경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성인 세대가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깐깐 경제 맛깔 논술》(레마)은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시대에 살지만,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경제 관련 교육을 시킬 때,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이 스스로 경제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자 할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책이다.

경제주간지 기자인 저자는 청소년들이 경제의 기본 원리와 개념들을 쉽게 이해해야만 작게는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크게는 오늘날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경제와 무관할 듯 보이는 일상 생활에서 사회 문제, 연애, 결혼, 친구 사귀기 등 모든 것들 속에는 경제 논리가 숨어 있으며,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기요사키가 말한 대로 ‘부자’가 되기란 요원하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우리 경제 교육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의 중·고교 교사 1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교사들의 과반수가 ‘현재의 교과과정이 기업과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로 답변했다고 한다. 또한 88.3%의 교사들이 경제교육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우리의 경제교육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저자는 최근 타결된 한미 FTA 협정 타결을 들어 말한다.

이제 유럽연합과의 FTA 협상도 시작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FTA를 ‘우리가 이익이냐’ ‘상대국이 이익이냐’하는 개념으로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올바른 교육은 농업이면 농업, 제조업이면 제조업 등 부문별로 그 득실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비교우위에 있는 부문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이해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비교우위와 특화 개념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박지성에게 어떤 포지션을 맡길까?’ ‘축구장에 숨어 있는 경제의 원리’ ‘한국여자골프가 세계 최고가 된 이유는?’ 등의 재미있고 친숙한 주제와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화폐에서 물가와 통화, 금융·금리·저축, 환율과 세계경제, 기회비용과 효용, 노동·고용·실업·생산성, 경기순환, 조세·정부·국가경제 등 반드시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 요소를 분야별로 유기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예로부터 장수, 출세, 재물은 모두가 소망하는 가치였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각기 다른 무게감이 있지만 오늘날에 있어서는 재물이 나머지 두 가치를 모두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돌잔치에 가면, 사회자가 부모에게 묻는다. “아기가 실타래와 돈, 연필 중에 어떤 걸 쥐었으면 좋겠어요?” 이때 “돈이요!”라고 과감하게 말하는 부모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닐 만큼 우리 사회는 경제, 즉 돈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어렸을 때부터 돈과 관계되는 교육은 아직까지도 그다지 철저하지 못하다. 자녀가 돈에 연연하는 모습이 보기가 싫은 것인지, 아직은 돈이라는 세속적인 것과 귀여운 자녀가 연관되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것인지는 몰라도, 누구나 자녀가 후에 부자가 되길 바라면서 돈에 관해 철저하게 교육시키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을 꼭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창 자라는 시기의 교육이 평생 그 사람의 자양분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돈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경제 지식과 정보가 말 그대로 돈이 되는 세상, ‘세 살 돈 교육, 평생 간다’는 신종 속담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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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유가 강세 10년은 더 간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09-09 10:27
벌써 2년전에 썼던 서평이네요. 시간은 꽤 지났지만 짐 로저스의 유가 예측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상품시장에 투자하라/ 짐 로저스/ 굿모닝북스

국제 유가가 연일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올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해온 유가는 초대형 허리케인 ‘ 카트리나’가 미국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한 지난달 30일, 장중 한때 70달러를 돌파하며 국내외 기업들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특히 섬유업계, 항공업계를 비롯해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부 기업들은 유가 급등으로 경영 수지가 악화되면서 비상 경영에 돌입하는 등 업계 전반으로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상품시장에 투자하라》는 미국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저술한 상품투자 전략 지침서. 27세의 나이에 조지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창설해 12년 간 누적 수익률 336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뒤 1700만달러를 움켜쥐고 은퇴한 저자는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유가 강세 현상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산유국들의 대형 원전 확보 실패,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이 그것이다. 세계 경제의 블랙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석유 공급은 크게 늘지 않으면서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게을리 한 데 따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원유매장량이 수십억 배럴에 달하는 ‘ 엘리펀트(elephant) 유전’은 지난 35년 동안 단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수요는 급증하는 데 공급은 제자리걸음이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물론 투자자들에게 수급 불균형은 기회를 뜻하기도 하다. 유머 경영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저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가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는 선물 거래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사용할 원유의 85%를 배럴당 25달러에 확보하며 유가 급등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델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 경쟁 항공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저자는 ‘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의 강세장이 앞으로 10년 간 지속될 것’이라며 ‘수급 역전현상을 이해한 투자자들은 정말로 큰 행운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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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구글 크리에이티브 맥시마이저 김태원씨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20 08:54


“구글 창조성, 휴머니즘에 있죠”

장면 1. 회의실로 통하는 사무실 한복판에 남자 직원 하나가 소파에 길게 누워있다. 호기심어린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상대 테니스 선수의 움직임에 따라 막대기 모양의 게임조작기를 위아래로 분주히 휘두른다.

장면 2. 사무실 곳곳에는 먹을 것이 넘쳐났다. 바나나를 비롯한 열대과일, 그리고 컵라면, 과자 등이 접시에 수북히 담겨있다. 점심에는 호텔 요리사들이 출장 나와 직원들을 위해 뷔페 식사를 정성껏 차린다. 공짜다. 회사인지 사교클럽인지 좀처럼 분간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오후, 역삼동 스타타워에 위치한 구글코리아 사무실의 풍경 한 자락이다. 지난해 9월 이 회사에 입사한 김태원 씨(28). 그는 쟁쟁한 이력을 지닌 경력 지원자를 모두 물리치고, ‘크리에이티브 맥시마이저(Creative Maximizor)’로 입사한 당찬 신세대다.

독창적인 키워드 조합으로 소비자를 광고주의 사이트로 유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금융, 기술,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업들을 상대한다. 대학 재학 중 공모전을 휩쓸다시피 했으며, 부상으로 세계 각국을 둘러보며 견문을 넓혀온 그는 구글의 강점을 두 단어로 요약한다.

‘휴머니즘, 그리고 공유’. 어떤 의미일까. 그는 최근 치른 면접 전형을 사례로 든다. 이 회사에 지원한 후보자를 평가하는 자리였다. “내로라 하는 미 명문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직장 경력도 5년에 달하는 형님뻘 되는 분이었지만, 제가 면접을 주도했습니다.”

신입사원이지만, 같이 근무할 사람을 평가할 기회를 주겠다는 회사 측의 배려를 엿볼 수 있다. 교육시스템도 독특하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식이라고 할까. 철저히 맞춤형이다. 연간 수백여시간의 교육을 실시하는 전통의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네트워크인 ‘모마’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려놓기만 하면 만사형통. 김씨도 수시로 이를 이용한다고. 국내의 한기업이 네덜란드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추진하자, 이 지역 구글 담당자가 도움을 요청해와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구글리안이라면 사내 누구와도 사전 조율을 거쳐 화상이나 전화로 조언을 구 할 수 있다.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분위기, 최적의 근무 환경…. 하지만 독이 든 성배는 아닐까. 책임도 철저히 묻겠다는 냉혹한 시장 논리를 엿볼 수 있다. 김씨는 최근 자신의 경험을 담은 《젊은 Googler의 편지》를 발표했다.

■2006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구글에 입사했다. 대학 재학 시절, 현대자동차, KT&G, 무역협회,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i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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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프린터를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했나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10 18:48 | 최종수정 2007-07-10 19:00



사자성어로 분석한 삼성 신성장동력 프린터 사업

2005년 삼성이 新성장동력으로 발표한 프린터 사업
글로벌 기업 삼성은 왜 하필 프린터를 선택한 것일까
기업마다 21세기 신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지금
사자성어로 삼성의 프린터 사업 전략을 분석해 봤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병가의 영원한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전략의 요체이다. 아버지의 복수에 눈이 멀었던 오자서를 도와 적국을 평정했던 이 제나라 출신의 전략가는, 전투란 이미 판가름이 난 승부를 확인하는 장에 불과하다고까지 단언했다. 신기묘산의 기책을 배격하고 피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중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흔히 전장에 비유된다. 손자병법의 정신을 오늘날 가장 충실하게 되살리고 있는 기업은 어딜까. 반도체 분야의 부진으로 부심 중인 삼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기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까지 흘러나온 내용에 비춰볼 때 사업 부문의 강점을 활용해 인접 분야로 전선을 조금씩 넓혀 가는 접근방식이 특징이다. 신수종 사업의 윤곽은 아직 또렷하지 않지만, 프린터 사업 부문은 그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삼성이 성장사업으로 육성중인 프린터 시장 공략 방식의 몇가지 특징을 분석해 보았다.








◇ 轉禍爲福(전화위복)

루 거스너 IBM 전 회장은 지난 90년대 이 회사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한 당사자이다. 그는 당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솔루션을 판매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룹의 핵심경쟁력을 재규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지난한 대장정의 신호탄이었다. 후임자인 팔미사노 회장은 무엇보다 최고급 PC의 대명사격이던 자사의 개인용 컴퓨터 부문을 중국의 레노버에 매각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국내에서도 개인용 컴퓨터 산업은 적정 이윤 확보가 어려운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삼보컴퓨터가 경영난 끝에 법정관리를 신청, 매각 절차를 밟고 있으며 군소업체들도 대부분 파산했다.

불과 1∼2%의 영업 마진을 내기도 딱히 쉽지 않은 구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판매 후 서비스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이 위기를 부채질 한다. 기껏 물건을 팔고 나도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는 자원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마케팅 비용 등을 빼고 나면 주머니에 남는 돈이 없다.

삼성의 경우도 LG전자에 밀리고 있는 백색가전과 더불어, 브랜드파워가 먹혀들지 않는 몇 안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IBM이 지난 2005년 이 분야를 중국 업체에 매각한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프린터 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확보했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 규모는 1200억달러(IDC).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04년부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영업인력, 판매 후 서비스망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행을 타는 분야보다는 자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분야를 겨냥한 것이다.

◇ 一針見血(일침견혈)

하고 많은 하드웨어 가운데 왜 프린터일까. 적정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여지가 비교적 높은 효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컴퓨터 하드웨어와는 달리 프린터는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제품이다. 토너와 잉크, 종이를 비롯한 각종 소모품을 주기적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정수기를 공짜로 설치해 주고, 매달 일정한 사용료도 받고 물도 공급하는 정수기 업체들의 마케팅에 비유할 수 있다. 팩스, 복사기, 프린터, 스캐너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이 분야 단일 시장 규모가 커지며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는 점도 매혹적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폭발력이 크다.

연간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 공급부터 판매 후 서비스, 그리고 소모품 공급까지, 사무기기 유지·보수를 외부 업체에 통째로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단품 시장이 가고, 솔루션이 부상하는 추세를 간파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보다 더욱 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삼보컴퓨터를 비롯해 프린터 시장에 주목한 토종 업체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개인용 컴퓨터 부문의 유지·보수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문자상표생산(OEM)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다 본업격인 컴퓨터 사업이 좌초하면서 이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래에는 사업을 포기하는 단계를 거쳤다. 원천 기술의 부재 탓이다. 삼성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 口蜜腹劍 (구밀복검)

‘마이젯’ 지난 2004년, 삼성이 첫 발표한 잉크젯 프린터이다. 영화배우 전지현이 현란한 춤사위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국내 시장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발판으로 요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프린터 시장 진출의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렉스마크의 잉크젯 프린트 제품을 국내에 주문자 상표 방식으로 들여와 공급했던 것. 삼성전자가 기술 확보 차원에서 구사해온 방식이 바로 강자와의 전략적 제휴다. 삼성은 당시 잉크젯 프린터 관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훗날 독자적인 프린터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을 확보한 셈. 이후 휼렛패커드 쪽으로 제휴선을 돌리자 렉스마크 본사의 고위 경영진들은 기술유출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상당한 배신감을 토로했다는 후문.

지금은 40ppm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레이저 프린터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평판 레이저 복합기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등극했다. 단기간에 말 그대로 괄목상대(刮目相對)의 발전을 한 셈이다. 앤디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이 한사코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술을 삼성 측에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뛰어난 학습 능력을 내심 두려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초단기간에 프린터 분야의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위협하는 강자로 부상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 三顧草廬(삼고초려)

“40ppm급 레이저 프린터를 만들겠다는 수년 전 삼성의 발표에 사실 코웃음을 쳤습니다. 기술의 삼성이라고 하지만 레이저 프린터 솔루션 시장을 너무 만만히 보는 게 아닌가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글로벌 프린터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의 말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분당 40장 이상의 종이를 출력할 수 있는 컬러 레이저 프린터 개발에 성공했다. 초소형인 CLP300모델도 선보였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야심작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평판형 레이저 복합기 분야에서는 이미 지난해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단기간에 복합기 제조 기술 격차를 큰 폭으로 좁힐 수 있는 데는 인재 영입이 한몫을 했다는 평이다. “최근에 삼성SDS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연봉을 더 많이 준다고 하면 흔들리는 건 인지상정이지요.” 또 다른 글로벌 하드웨어 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의 전언이다.

그는 요즘 이 분야에서 근무하는 인력들 치고 삼성의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안을 받지 않은 이들이 드문 편이라고 귀띔한다. 삼성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우수인력들을 거의 싹쓸이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삼성의 심상치 않은 행보를 주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최근 기술 인력들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는 업체가 바로 삼성SDS의 비즈니스 솔루션 분야라는 것. 프린터 사업의 주체인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SDS가 스카우트에 나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 孤掌難鳴(고장난명)

삼성SDS에 근무하는 한 고위 임원이 최근 한국 렉스마크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이 회사의 프린트 관련 솔루션을 공유하고 싶다는 의사를 담당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제안이 삼성전자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누차례에 걸쳐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학습효과 탓이었을까.

글로벌 본사 경영자들이 난색을 표시해 그의 제안은 수용되지 않았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삼성 측 인사가 굳이 껄끄러운 관계인 이 회사를 찾아가 협력을 요청한 배경은 물론 기술력의 열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드웨어에 관한 한 기술격차를 상당히 좁혔지만 여전히 솔루션 기술은 열세다.

잉크를 배합해 최적의 색을 내는 기술, 그리고 프린터의 속도 등이 제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장비를 정교하게 조율하고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복사를 할지, 이메일로 전송을 할지 등을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에러 발생이 적어야 하고, 작동이 쉽고 간편해야 한다. 또 네트워크에 연결된 프린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고객을 잡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 분야에 관한 한 글로벌 무대의 시장강자들에 비해 한수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S는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을 신설해 이 분야 개발의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협업 체제를 구축하며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얘기다.

◇ 深謀遠慮(심모원려)

한국렉스마크의 정영학 사장. 작년 11월 부임한 그는 네트워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부문의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친 전문가이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든 학자형 인사라기보다 팔방미인형 경영자인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정 사장과 같은 유형의 인사들을 CEO에 선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박스기사)

하드웨어 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은 경영자들로서는 컨버전스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시장 환경을 헤쳐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프린터 업체에서만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는 여러 방면의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프린터 솔루션이 장기적으로 기업 내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에 연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활동을 구성하는 가치 사슬이 더욱 넓어지고 복잡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그리고 유지보수까지, 기업 활동의 맥을 한눈에 꿸 수 있어야 유리하다.

컨설팅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 업무 진단을 거쳐 은행, 보험, 자동차를 비롯해 분야별 특성에 따라 맞춤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컨설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분야의 협업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삼성SDS의 경우 시스템 통합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SDS의 자회사인 오픈타이드는 컨설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계 섞인 시선으로 이 회사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배경이다. 기업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드웨어는 레드오션의 대명사로 치부됐지만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컨설팅, 소프트웨어 부문 등과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삼성이 최근 성장 동력으로 발표한 바이오 컴퓨터 또한 새삼 주목을 끄는 배경이기도 하다.



해외 컨설턴트가 본 삼성 성장방식



“삼성은 움츠리면서 성장하는 기업”



베인앤컴퍼니의 크리스 주크 파트너. 그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이를 좌우하는 변수에 천착해온 컨설턴트이다. 그가 바라보기에 삼성의 성장방식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움츠리면서 뛰는 타입(shirinking to grow)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보수적인 기업운영 방식을 지적한 말이다.

구조적인 성장(organic growth)은 요즘 기업들의 화두다. 한눈 팔다 자신의 분야에서마저 뒤통수를 맞는 기업들이 늘다보니 경영자들은 집안 단속과 더불어 이른바 될 성 부른 신성장동력 발굴에 골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본업과는 무관한 분야에 진출한 기업치고 성공한 기업이 드물다는 것이 크리스 주크의 분석이다.

그는 자사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며 외연을 넓혀 나가는 것이 신성장동력 발굴의 노하우라고 단언한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군살을 대거 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성장론에 천착해온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파트너가 분석한 국내 최고 기업의 성장 방식이 흥미롭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신성장동력도 이러한 분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화려한 맛은 떨어지지만 특유의 신중한 접근방식을 가늠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렉스마크 정영학 사장



“프린터는 정교한 컴퓨터… 반도체와 견줄만 한 블루오션”



정영학 한국렉스마크 사장은 작년 말 부임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두루 거쳤다. 이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휼렛패커드와 프린터 부문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렉스마크의 한국 내 자회사로, 지난 90년대 빅블루 IBM에서 분사돼 떨어져 나왔다.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달성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1만4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달 27일 삼성동 섬유회관에 위치한 이 회사에서 정 사장을 만나 국내외 프린터 산업의 변화상과 더불어 이 분야가 요즘 신성장동력으로 조명받고 있는 배경 등을 물어보았다.

프린터 산업의 빅뱅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를 앞서는 유망분야라고 말한다.
컨버전스 추세는 이 분야라고 해서 비껴가지는 않는다. 팩스·프린터·복사기, 그리고 스캐너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여러 기능을 장착한 프린터가 기업의 네트워크에 물리고 또 솔루션화되면서 그 잠재력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그는 자사가 프린터가 아닌 프린터 솔루션 회사임을 여러차레 강조했다.).

솔직히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프린터가 어떤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인가.

복합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교한 컴퓨터로 변모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은행의 사례를 들어보자. 은행 창구 직원들은 고객의 통장개설을 위해 몇 가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고객의 신분증을 복사하고, 신청서류 등을 모아 상사에게 가져가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복합기로 이러한 과정을 미리 프로그래밍해 놓으면 번거로운 절차를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서류를 복사하면 바로 자신의 하드디스크는 물론 상사의 컴퓨터에도 문서가 전송되기 때문이다. 200기가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복합기도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다.

프린터라기보다는 고성능 컴퓨터를 떠올리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바로 이메일도 보낼 수 있다고 들었다.
주요 문서를 복사해 우편이나 퀵으로 상대방에게 이를 보내는 회사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즘 복합기들은 문서 복사와 동시에 정보를 읽어 들여 미리 지정한 상대방의 이메일로 이를 전송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업무 효율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휼렛패커드에서는 IT의 시대가 저물고, BT가 도래함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게 바로 BT인가.
대기 중의 산소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호흡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관리자는 회사 전체에 몇 대의 복합기가 운용되고 있으며, 이들 복합기에 토너나 종이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을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이 몇 시에 어떤 용도로 기기를 사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복사한 서류는 복합기에 장착돼 있는 하드디스크에 자동저장하고, 관련자들의 컴퓨터로 전송할 수도 있다. 회사 전체의 업무 프로세스와 밀접하게 연동될 경우 업무 효율성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고객사 가운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낸 기업이 있는가.
미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컨설팅을 거쳐 이러한 첨단 사무화기기 네트워크를 정교하게 구축했다. 현재 700만달러 이상을 연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항공기 제작 업체인 보잉사도 자주 인용되는 성공 사례이다. 모두 고객사이다.

삼성이 프린터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글로벌 업체들은 모두 삼성의 움직임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개인 고객 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우리의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협적이지만 아직 맞상대는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솔루션 부문에서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기기의 성능도 우수해야 하지만 여러 기능을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컨설팅 역량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괄목상대의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솔루션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솔루션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경쟁기업들에 비해 컨설팅과 하드웨어의 접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한국시장에는 분야별로 경험이 많은 제휴 상대방이 적지 않다. 이들과 협력해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비트 컴퓨터와 이미 MOU를 맺었다. 제약, 병원 등 의료부문 공략의 고삐를 높여 나가기 위해서이다. 하반기에 공공영역은 물론 은행, 보험 부문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다.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 (웃음) 시스템 통합 업체들과도 꾸준히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력이 이채롭다. 하드웨어와 네트워트 업체 등을 두루 거쳤다. 휼렛패커드에서는 마케팅도 담당했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영자의 요건이라고 봐도 되는가.
프린터 분야에만 집중된 경영자는 버티기 힘들다. 여러 분야를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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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도시 슬럼화는 재앙의 전주곡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13 10:57


슬럼, 지구를 뒤덮다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 돌베개
2007년 7월 / 343쪽 / 1만5000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슬럼화 현상의 원인과 효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슬럼이 향하는 재앙적 수준의 종착점을 고발한 책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서울 구석구석의 골목길이 사라지고 있다. 서민들의 애환이 숨쉬는, 아이들이 요리조리 뛰놀던 골목길이 서울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여느 때면 울려 퍼지는 장사꾼들의 익숙한 쩌렁쩌렁한 소리도 골목길의 퇴장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골목길에서 희로애락을 벗삼아 살던 서민들, 골목길이 사라지면서 그들도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휘황찬란한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다.

낡고 불편한 옛 것을 부숴 그 자리를 신식 콘크리트 건물로 깔끔하게 정리 정돈한다는 도시 계획, 단순하게 본다면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 도시의 스카이 라인이 바뀌고, 우선 첫눈에 보기에도 말쑥하고 또 요즘 건물이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어디로 가는가. 한쪽에서는 새롭게 재개발된 지역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 청약으로 시끌벅적하지만 원주민들의 상당수는 불도저와 용역 직원들에 맞서 보상과 이주 문제로 처절하게 싸운다. 서울의 발전은 이러한 과정의 끊임없는 연속이었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돌베개)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슬럼화 현상의 원인과 효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슬럼이 향하는 재앙적 수준의 종착점을 고발한 책이다.

자본주의에 있어 빈부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슬럼은 국지적인 현상이며, 저개발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과정상의 고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신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인도나 중국, 남미의 비참한 슬럼 지역…, 이것이 이 세계의 극히 일부분이고 세계는 점점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한다. 우선 도시 슬럼화는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속도로 벌어지고 있으며, 그 규모와 인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현재를 기준으로 약 10억명이 슬럼 거주자이고, 전 지구의 하위 1/3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칼로리를 기준으로 기아 상태에 처해 있다. 세상이 발전하고 있다면 이 인구는 점차 줄어야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2030∼2040년 사이에 오히려 20억명에 육박하게 된다. UN도시관측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2020년이 되면 “전 세계 도시 빈민이 전체 도시 주민의 45∼50%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슬럼이 준슬럼화되고, 준슬럼이 다시 슈퍼 슬림화되는 것, 이것이 도시 진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슬럼화의 고통은 슬럼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상상 초월의 고통이다.

슬럼의 형성 지대는 최악의 거주장소다. 세계 최악의 풍수(風水)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의 ‘비야미세리아’ 주민들이 사는 곳은 바닥난 호수, 쓰레기장, 공동묘지 등으로 이루어진 범람지대로 해마다 집들이 통째로 홍수에 쓸려가기 때문에 가재도구마다 자기 대문번호를 일일이 새겨놓아야 한다. 이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슬럼 지대는 습지, 범람지대, 쓰레기장, 화학폐기물 처리장, 철도변, 사막 가장자리를 개척한 곳이다.

상파울루의 ‘오염계곡’으로 불리는 쿠바탕에서 송유관이 폭발하는 사고로 인글 파벨라에서 500명 이상이 불에 타 죽었고, 멕시코시티의 산후아니코 지역에서는 액화 천연가스가 마치 원자폭탄같이 폭발하는 사건으로 무려 2000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수백 명이 자다가 목숨을 잃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지 못한 채로 죽었다. … 사람들은 불덩이에 휩쓸려 흔적 없이 사라졌다. … 해가 뜨기 전이었지만, 화염의 불빛이 이 처참한 광경을 대낮처럼 환히 비췄다.”

위생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케냐의 키베라에 위치한 라이니사바 슬럼은 1998년 4만명의 주민이 구덩이 변소 10개를 공동으로 사용했고, 마타레 4A에서는 2만 8000명이 공중 화장실 2개를 함께 썼다. 이들은 배설물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까운 지붕이나 골목으로 던지는데, 이로 인해 ‘날아다니는 화장실’ ‘스커드 미사일’이란 용어가 생겼다. 이것은 이들의 생계수단이 되기도 한다. 열 살짜리 꼬마들이 나이로비 통근자들에게 인분 덩어리를 휘두르며 돈을 요구한다. 인도의 방갈로르 슬럼에 사는 여성들은 씻거나 용변을 보기 위해 밤을 기다린다. 이들이 이용하는 지대는 습지대거나 들쥐 등의 설치류가 출몰하는 방치된 쓰레기장으로 이들은 밤에 용변을 보기 위해 낮에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슬럼에 산다는 것은 이렇듯 재난과 죽음, 그리고 질병과 동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 지구적 슬럼화의 주범은 무엇인가. 저자는 엄청난 속도의 도시화를 추동하는 힘이 주범이며 또한 그 힘은 산업 발전으로 인한 고용 증대가 아니라 제3세계 채무위기와 뒤이은 IMF 주도 구조조정으로 불거졌다고 말한다. 즉 제3세계 농촌의 몰락, 워싱턴 정치경제 권력의 비대화, 경제의 비공식화, 고실업 및 비정규직 증가, 중산층의 탈정치화·개인주의화 등 ‘신자유주의’의 요소들이 낳은 괴물이 바로 암울한 슬럼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는 파국으로 가는 폭탄이다. 2002년 CIA는 “1990년대 후반 세계 노동력의 1/3에 해당하는 10억이라는 노동자가 실업·준실업 상태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을 누가 흡수하는가. 지하 경제의 정부 역할을 하는 무장 반군이나 범죄 조직들이다. 워싱턴의 군사기관들은 실제로 앞으로 전쟁이 점차 도심 슬럼에서 빈민들과 벌이는 유격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한국은) 한국 경제 영광의 30년 동안 충실한 납세와 사회 통합의 중간 역할로 국민 경제의 천사 노릇을 했던 중산층이, 아주 일부만 상류층의 경제 엘리트로 편입되고 대부분은 하층민으로 분리되는 변화를 겪는 중이다. 엘리트의 요새 주택은 이미 등장했고, 본격적인 슬럼이 등장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그리고 이 슬럼에 거주하게 될 사람들은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지 못할 지금의 십대들일 가능성이 높다. 슬럼이 등장하고 확대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의 말이다. 전 세계적 슬럼화가 가져올 위기와 절망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는 불과 1세기 만에 슬럼화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세계화를 부르짖고 편입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1세기가 아니라 10년, 20년 내에 닥칠 심각한 위기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러한 위기를 조건부 파국이라고 한다. 상황을 바꿀 것인지 말 것인지의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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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삼성 출신 영입인사들은 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나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27 10:54 | 최종수정 2007-06-27 20:39




이명환 대표가 밝히는 ‘재계 시스템 경영 무엇이 문제인가’

“오너가 시시콜콜 훈수 두면
초일류 인재도 복지부동하게 되지”

이명환 전 동부그룹 부회장은 시스템 경영의 전도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삼성, 현대, 그리고 효성, 동부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을 두루 거친 국내 기업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의 부름을 받고 올해 초 경기도 중소기업종합지원 센터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철밥통으로 널리 알려진 공무원 세계에 직무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등 부임 후 숨가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그를 만나 최근 재계 일각에서 불고 있는 시스템 경영 무용론에 얽힌 그의 소회, 그리고 공무원 세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 등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편집자주>


“안 된다고? 무슨 말이야, 한번 해보기나 했어?”(정주영) “문제가 뭐꼬, 그러면 우얄래”(이병철)" 한국 재계의 두 거목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그리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은 외모만큼이나 사고방식, 용인술도 많이 달랐다. 이명환 경기도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이사.

그는 두 경영자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산 증인이다.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이의동에 위치한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이사실. 그는 기자의 방문 사실도 모른 채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책 출간에 대한 덕담을 건네자 기자에게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라며 사무실 의자를 권한다.

그리고는 책장으로 성큼성큼 이동한다. 리처드 스티어(Richard M. Steers)가 저술한 《한국산(Made In Korea)》. 그가 빼들고 온 책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을 조명한 원서이다. 시스템 경영의 요체를 논하는 자리. 정 명예회장의 자서전을 펼쳐드는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정 회장이 주베일 항만 공사에 저가로 입찰했을 때 다들 현대건설이 망한다고들 수군거렸지요. 하지만 그는 해상 보험조차 들지 않은 채 배를 이용해 대형 블록을 현지로 옮겨 대역사를 일구어 냈습니다. 그의 독창적 문제 해결의 발상에는 국내외 할 것 없이 모두들 혀를 내둘렀습니다 .”

당시 주베일 특수로 국내는 인플레를 염려할 정도였다고 한다.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며 시중에 원화가 대폭 풀린 탓이다. 거대한 대형 폐유조선을 활용해 바닷물의 흐름을 차단하고 대역사를 이뤄낸 서산 간척지 사업도 비슷한 사례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명예회장은 탁월한 전략가였다.

손자는 기책(奇策)은 하수(下手)의 전유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신기묘산(神技妙算)의 방책으로 활로를 뚫었다. 항상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물이었다. 배수의 진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 전투의 신 ‘한신’에 비유할 수 있을까.

“현대그룹의 99%는 정 회장이 구축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그는 이른바 솔루션 프로바이더였습니다.”하지만 장단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정명예회장의 사후 현대그룹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에 더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급속도로 무너진다. 한 사람의 탁월한 리더에 의존하는 인치 경영의 한계였다.

“정명예회장 같은 뛰어난 경영자는 결코 배워서 익힐 수 없는 타고난 감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그의 장점을 따라하기가 불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뛰어난 리더가 언제까지나 통찰력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사람이 가도 남는 것은 시스템이라는 설명.

이병철 회장, 뛰어난 인재 발탁 과감하게 권한 위임

“이병철 선대 회장은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억양으로 ‘문제가 뭐꼬’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습니다. 경영자들이 소견을 밝히고 나면 ‘그러면 우얄래’라는 추궁이 바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딱 두 마디였다. 하지만 허점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그의 질문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이명환 대표의 회고담이다. 이병철 회장은 자신이 직접 창을 들고 전선을 돌파하기보다 뛰어난 인재들을 발탁해 권한을 위임했다. 순욱, 순유, 가후, 그리고 곽가를 비롯해 탁월한 인재들을 무리없이 이끈 조조에 비유되던 배경이다. 이건희 회장의 용인(用人)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직시절, 하루는 이건희 회장이 제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2차전지 부문이 일본에 뒤지는 이유를 묻고, 기술 열세를 만회할 방법을 묻더군요.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국적은 물론 몸값과 더불어 현재의 소재지를 집요하게 물어보았습니다.”

수년 전 산업자원부 기자실을 찾았던 삼성그룹 계열사의 전직 고위인사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회고담이다. 현안을 묻고, 해결책을 구하는 선대 회장의 접근 방식은 2세대에 와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경영자들이 이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비슷하다.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몇 가지 질문으로 핵심을 따지고 들어가는 경영방식은 여전하다. 오너 가문에 전수되고 있는 대표적인 시스템 경영의 실례이다. 삼성그룹은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GE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시스템을 중시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시스템 경영을 바라보는 재계 일각의 분위기가 썩 우호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용론’마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성과 경영이라는 용어를 대신 쓰자는 주장도 일부 기업에서 들려온다. “시스템 경영을 이론에 치우친 ‘탁상공론’쯤으로 취급하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기자는 그에게 다소 껄끄러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쉬움을 피력한다. “시스템 경영은 기업 경영의 뿌리에 해당합니다. 뿌리가 튼실해야 줄기가 뻗어나갈 수 있고, 과실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과 성과를 무 자르듯이 둘로 나누고,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무지의 방증이라는 것.

그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 수험생들에 빗대 현안을 설명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재능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십중팔구 공부를 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딴 짓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의 말에 십분 양보한다 해도 삼성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기업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삼성 영입 인사, 왜 뚜렷한 성과 못 내나

“잘 나가는 기업일수록 오너 회장의 주변에 그를 능가하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하지만 중견 기업은 대부분 오너가 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변 사람을 대부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훈수를 두고, 간섭하는 일이 잦습니다.”

성공의 기억은 스스로를 과거에 붙들어 맨다. 기업의 덩치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외부 인재 영입이 늘어도 간섭의 유혹은 쉽게 떨쳐 버리기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시시콜콜 개입할 때 구성원들은 복지부동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경험칙이다. 초일류 기업에서 영입된 인재들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이병철 선대 회장은 삼고초려를 마다 않고 자신에게 쓴 소리를 아낌없이 해줄 수 있는 인물들을 영입했다. 경영자가 독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인 셈이다. 홍진기 중앙일보 전 회장, 신현확 전 국무총리 등은 이 회장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은 이들이다.


지난 1966년 사카린 밀수 파동으로 그룹이 흔들리는 홍역을 치른 뒤 그는 한때 정계입문을 고민했으며, 당시 야당의 거목이던 유진산 씨를 찾아가 의견을 구했던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경청(敬聽)이라는 유훈을 후계자에게 남긴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이명환 대표이사가 툭 털어놓은 말이다. 수십여 개의 계열사를 이끄는 거대그룹의 총수. 눈부신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전술적인 성공이 전략적 실패를 보완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단언이다.

그룹을 이끌어 가는 선장은 멀리, 또 정확히 장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엔론, 월드콤, 탄산음료로 미국시장을 공략하던 버진그룹까지, 경영자들의 전략적 오류의 사례는 얼마나 많은가. 엔론과 월드콤은 문을 닫았으며,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동양의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역사적 사례도 결코 드물지 않다. 서초 패왕 항우는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천하의 패권을 쥐었지만, 결정적 패착을 두는 바람에 종래에는 목숨마저 잃게 된다.





시스템경영 첫걸음은 공정한 성과 측정


요즘 경기도 중소기업종합지원 센터 3층에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어링포인트의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센터 소속 공무원들에게 적용할 성과급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공무원 업무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공무원 성과기준을 디자인할 강력한 원군이다.

시스템 경영의 첫걸음은 공정한 성과측정이다. “지금까지는 구두 한 켤레를 닦아도 5년 근무자에게는 3000원을, 3년 근무자는 2000원, 신입에는 1000원을 각각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장기근무자에게는 나태함을, 연차가 적은 공무원에게는 박탈감을 안겨줄 개연성이 큽니다.”

그가 공무원 성과 평가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각론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앞으로는 근무 연한과 관계없이 구두 한 켤레를 닦으면 1000원을 일괄 지급하겠다는 것. 고참 공무원들은 숙련도를 발휘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거꾸로 후배 공무원들도 업무 처리 역량이 뛰어나면 더 많은 급여를 챙길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기본급과 성과급의 비중을 50대50으로 늘려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직무를 담당해도 급여가 많게는 세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게 이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충격을 감안해 성과급 20%, 기본급 80%로 시작할 계획이다. 늘 그렇듯, 개혁에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불안한 눈으로 그의 실험을 지켜보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세상 물정 모르는 민간 기업인 출신이 공무원 조직을 헤집어 놓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이 대목을 설명하며 때로는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또 큰 손동작을 취하며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가슴속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들이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어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굴러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취임 일성 만큼은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관련기사



이 대표 시스템 사고 엿보니



질문 던지면 3~4가지 즉답



시스템 경영의 전도사로 통하는 이명환 대표는 제일모직, 제일합성, 삼성항공, 삼성비서실, 삼성코닝, 삼성SDS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이후 현대, 효성, 동부 등에서 시스템 경영 노하우를 중견 기업에 전파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한몫 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20일 경기도 이의동 센터에서 만난 그는 답변 방식부터 독창적이었다. “중소기업 센터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성장 지원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기자가 던지는 질의에 대해 망설임 없이 족족 2∼3개의 답변을 내놓는다.

중소기업 종합지원 센터의 역할을 묻자 바로 창업지원, 성장지원, 역량 지원이라고 세 개의 답안을 내놓는 식이다. 개별 답변도 다시 몇 개의 범주로 나눈 뒤 설명을 덧붙였다. 답변 방식에서도 삼성 특유의 기업문화, 그리고 오랫동안 담금질한 시스템적 사고를 엿볼 수 있었다.

현안을 진단하고, 처방을 이끌어내는 고유의 솔루션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그는 최근 일곱권 짜리 정설 시스템 경영을 발표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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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인티큐브 김용수 사장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06 00:00


“‘칼의 노래’ 이제는 들어 보세요”

창작의 고통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작가는 두런두런 이야기한다. 수백여 년 전 불우한 시대를 살다간 한 전쟁 영웅의 내면 풍경을 되살려내는 작업은 무엇에도 비유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소설을 쓰며 이가 무려 여덟 개가 빠져버렸다.

비범한 글재주로 대중을 웃고 울리는 이 작가가 바로 소설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이다. 그는 자신의 심정을 한 강연회에서 이같이 털어놓은 바 있다. 어디 김훈뿐일까. 신경숙, 공지영, 박완서, 공병호, 그리고 복거일까지, 독자들을 사로잡는 저자는 결코 적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의 저서는 물론 강연회를 통해 집필에 얽힌 뒷얘기, 그리고 에피소드를 공유한다. 만약 출퇴근길에 승용차에서 성우들이 읽어주는 ‘칼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뒷 얘기도 양념이다. 딱딱한 경제·경영서라도 이런 방식이라면 쏙쏙 잘 들어오지 않을까.

CRM업체인 인티큐브의 김용수 사장이 오디오북 시장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책은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무수한 전달 매체의 하나일 뿐. 국내 콜센터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어 이 분야 진출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고 한다. 콜센터 구축, 오디오북 제작은 기술적으로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시장 선두업체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호재였다. 오더블닷컴(www.audible.com)을 비롯한 회사들이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오디오북 시장 진출을 결정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수년 전부터 직원들을 일본과 미국 등지로 파견해 차기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작업에 나섰다. 오디오북을 비롯한 160여 개의 신규사업 아이템을 확보한 뒤 임원 회의에서 최종 선정한 신성장동력이 오디오북이라는 게 그의 설명. 김 사장은 3년 정도는 꾸준히 오디오 콘텐츠를 확보하며 힘을 비축해나갈 계획이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분야여서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향후 시장 참가자들의 성패를 가를 변수라는 판단에서다. 외주 제작분을 제외하고도 매달 90편 가량의 오디오북을 자사의 오디오 포털인 오디언(www.audien.com)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또 일부 대학과 연간 계약을 맺고 학생들을 상대로 도서자료를 오디오 파일로 들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게 된다고 그는 귀띔한다. 수년 내 연간 3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콘텐츠를 디딤돌로 미국의 시리우스와 같은 영상과 음성을 모두 아우르는 브로드캐스팅 회사로 키워간다는 복안이다.

■ 하버드대에서 정책학을 전공했다. 삼성물산, 삼성자동차의 전신인 21세기 기획단, 삼성디자인 아메리카 등을 거쳤다. 지난 1999년 인티큐브의 전신인 로커스에 합류했고, 2003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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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볼보 코리아, ‘007영화’같은 첨단 굴착기 개발기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05 01:36


어! 블랙박스에 항법장치까지…


광활한 중국 대륙을 종횡하는 도난 상품을 위성으로 추격하고, 되찾은 제품의 ‘블랙박스’에 간단한 장비를 장착해 과거 고장 기록을 살펴보는 사람들. 007영화에 등장하는 첩보 기관의 종사자들이 아니다. 굴착기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일상을 재구성해본 것이다.

굴착기라는 단어에서 첨단과학을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보다 더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현대 과학의 총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지난 22일 창원에 위치한 볼보그룹코리아 공장, 첨단 기술센터를 방문해 이른바 엑스커노베이션(excavator + innovation)의 세계를 들여 보았다. 〈편집자주〉


볼보그룹코리아 창원 첨단기술개발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종민 상무. 그는 지난 2004년 일본 방문 때 겪은, 당시로서는 황당하기만 했던 에피소드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윗선의 특명을 받고 일본에 건너간 강 박사는 경쟁 업체인 히타치의 굴착기 제품을 현지에서 임차했다.

기술력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는 일본 업체의 동향과 더불어 당시로서 명성이 높던 일본 제품의 구조를 파악해보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굴착기를 점검하며 삼매경에 빠져 있던 그가, 불청객의 방문을 받은 것은 불과 수시간이 지나서였다. 히타치사 직원들이 강 상무를 찾아왔던 것.

“정말 말 그대로 화들짝 놀랐습니다. 허허∼” 쉬쉬하며 경쟁사 제품을 면밀히 살펴보는 마당에 보안 유지가 허술했으니 말이다.

당시 히타치 직원들이 이 곳을 전격 방문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정교한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장치 덕분이었다는 게 강 상무의 설명이다.

굴착기가 발하는 이상신호를 포착하고 즉각 출동했던 것.

그로부터 3년 후, 굴착기에 GPS를 장착하는 업체는 비단 히타치만은 아니다. 국내 생산 물량의 80% 가량을 해외로 수출하는 볼보그룹코리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은 GPS가 필수적이라고. 건설 현장에 주로 투입되는,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굴착기를 훔쳐 인생 역전을 노리는 범죄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굴착기 관리는 물론 소유주의 책임이다. 하지만 도난 때 신속 대응을 하는 것이 치열한 굴착기 판매전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라는 것.

제품의 판매에서 사후 서비스, 그리고 도난 대응까지,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기는 이 분야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GPS는 도난제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비행기에나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진 ‘블랙박스’를 탑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블랙박스에 간단한 장비를 꼽으면 과거의 고장 기록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의사가 과거병력을 살펴보고 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볼보 본사의 서버 컴퓨터에 무선 통신 장비를 통해 저장된다.

전날 고장을 발견하고 수리를 맡기면 바로 다음날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볼보그룹코리아 김희장 팀장의 설명이다. 물론 경쟁사들도 블랙박스를 장착하고 있다.

“굴착기는 크고 튼튼하기만 한 제품으로 알려졌지만, 자동차보다 더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현대과학의 총아입니다.”강 상무의 설명이다. 에릭 닐슨 사장은 기자에게 한술 더 떠 “굴착기는 (범용 제품 가운데) 우주선 다음의 첨단 제품”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제품 개발 공정 또한 최첨단이다. 볼보그룹코리아가 지난해 10월 200억원 가량을 들여 건립한 창원의 첨단기술개발센터(VPD:Virtual Product Develop

ment)를 지난 22일 오후 둘러보았다.

필드테스트, 시뮬레이션으로‘바꿔’

북어 한마리가 출입구 꼭대기에 걸려 있는 것이 이채롭다. 작년에 스웨덴 본사 경영진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이곳에서 고사를 지낼 때 사용한 소품인데, 여전히 현장에서 방문객들을 굽어본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한복을 한껏 차려입고, 정성스레 절을 올리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도 눈길을 끈다.

이 건물 2층에 위치한 시뮬레이션실. 대형 프로젝터에 비친 모니터 위에는 가상 굴착기 한 대가 부지런히 작업을 하고 있다. 가상 굴착기의 부위별로 색깔이 각각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주로 붉은색과 파랑색이다. 기준치 이상의 압력을 받는 굴착기 부위는 붉은색으로 반전된다고 한다.

실험 결과는 즉각 설계에 다시 반영한다. “굴착기를 사용해 구덩이를 파거나, 건물을 허물어뜨리는 작업을 하지 않고도, 컴퓨터 모니터상의 작업만으로 각 부위에 미치는 부하를 비롯한 파급 효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강종민 상무의 설명이다.

과거와 달리 필드에서 일일이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니 설계에 소요되는 시간,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혹한기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연구실도 눈길을 끌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굴착기의 내구성이나, 엔진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상황별로 테스트할 수 있다.

영하 30도로 맞춰 놓은 실험실 안에 들어가 보니 운전석 진동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가상공간에서의 실험이 모든 필드 테스트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 테스트 요원들을 세계 각지로 보내 파견국의 독특한 작업 환경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데이터는 센터실험에서 얻어낸 정보와 더불어 제품 개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된다.

인도, 터키, 중국, 이탈리아를 비롯한 4개 나라에 이 회사 직원들이 파견돼 있다. 볼보의 경우, 트럭이나 버스 부문의 기술개발 성과도 꾸준히 굴착기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미래형 굴착기 첫째 키워드는 환경

차세대 굴착기 개발의 첫째 키워드는 환경이다. 볼보그룹코리아도 연비가 뛰어나고, 전기와 휘발류를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비견되는 하이브리드형 트럭과 버스를 2009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굴착기 부문도 이 엔진을 장착할지 여부는 시장 규모 등을 감안해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회사관계자는 설명했다. 글로벌 굴착기 업체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캐터필러(Caterpillar)는 대체 연료만으로 작동이 가능한 첨단 터빈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이 회사는 디젤 엔진의 연비를 더욱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필터시스템을 앞세워 시장 우위를 굳혀나간다는 포석이다. 센터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미래형 굴착기의 키워드는 첨단과 환경, 안전 등으로 요약된다.

산불, 방사능 유출 현장을 비롯한 위험한 사건·사고 지역, 혹은 도심 개발 현장 등에 투입할 수 있는 무인 굴착기도 연구 개발 단계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빠른 속도로 인텔리전트 기능을 접목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기술적 성취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반영될 전망이다.

강종민 상무는 “미래형 굴착기는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형 친환경 엔진을 장착하고, 실시간으로 교신할 수 있는 정교한 무선 시스템과 더불어 이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한,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처럼 바뀌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볼보, 그리고 도요타

“창원 공장 높은 생산성
도요타 간반 방식이 주효”

지난 98년 볼보그룹은 삼성중공업의 굴착기 부문을 사들였다. 일본, 한국 업체들을 돌아보며 생산성, 장래성, 매입가 등을 저울질해 본 뒤 최종 낙점했다고 한다. 당시 볼보가 삼성중공업 굴착기 부문을 사들인 배경은 무엇일까. 창원 현지의 공장 관계자들은 뛰어난 생산성을 꼽는다.

창원 공장은 하루에 굴착기 60대를 생산할 수 있다. 하루에 열 시간을 작업하니 시간당 여섯 대꼴, 10분에 한 대꼴로 거대한 굴착기를 만들어내는 것. 볼보그룹코리아는 생산 물량의 80% 정도를 해외에 수출하는 효자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창원 공장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간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 혁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간반 시스템 도입에는 과거 삼성중공업 시절, 한 일본인 기술자의 공이 매우 컸다고 조수형 볼보그룹코리아 한국생산담당 전무는 설명했다.

주인공은 고 모리야 쇼지 컨설턴트.

도요타의 오노 다이치 부사장 밑에서 간반 시스템을 익힌 그는, 지난 89~98년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을 과거 삼성중공업 굴착기 부문에 전수한 당사자이다.

자신의 유해를 창원 앞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강한 애정을 보였다는 게 조 전무의 전언이다.

스웨덴 기업이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데는 따지고 보면 장인 정신에 투철했던 한 일본인 기술자의 공헌이 크게 기여한 셈이다.


글로벌기업은 물류 전쟁 중

오지라도 48시간 내 부품배달…
물류혁신에 기업 경쟁력 달렸다

건설 현장에서는 공기가 돈이다. 완공이 하루 이틀 늦춰질수록 인건비는 눈덩이처럼 치솟는다.

고장 없이 튼튼한 건설 장비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험한 공사현장에서 건물을 허물고, 추위로 얼어붙은 땅바닥을 파다보면 불가피하게 고장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고 장난 장비를 신속하게 수리해 되돌려주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노후화된 부품을 제때에 갈아주는 일도 이에 못지 않다. 캐터필러, 고마쓰, 볼보를 비롯한 글로벌 굴착기 업체들이 최첨단 물류 센터 구축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볼보의 경우 한국 생산 물량의 80%이상을 세계 각지로 수출한다. 오지라도 48시간 안에 부품을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참여 정부가 집권 초 물류 허브구축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기업들을 독려할 때 가장 먼저 인천국제공항에 물류 창고를 구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현지 대리점 망 구축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무대의 최강자인 캐터필러는 미국, 유럽에 구축하고 있는 거미줄 같은 대리점 망이 경쟁기업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이 덕분에 미국 전역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일부 해외수출 모델에 외국 기업의 엔진을 장착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고장이 발생할 경우 표준화된 제품이어야 현지에서도 쉽게 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캐터필러가 미국 전역에서 딱 한 곳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볼보에 밀리고 있는데, 이 지역 딜러가 현지 사정을 꿰뚫고 있는 마당발이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술혁신 못지 않게 물류 혁신 또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가늠할 수 있다.

창원=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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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당신은 조조인가 원소인가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25 07:18


삼국지경영학 / 최우석 / 을유문화사


희대의 ‘간웅(奸雄)’. 비천한 환관 집안에서 몸을 일으켜 중국대륙 통일의 기틀을 놓은 한 사내에게 늘 따라다니던 꼬리표이다.

그는 고비마다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하며 운명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 후한 말엽의 혼란한 시기에 홀연히 등장해 뛰어난 지도자의 전형을 남긴 이 주인공이 바로 조조이다.

그는 난세의 지도자였다. 손자병법 해설서를 저술할 정도로 군략에도 뛰어났으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뛰어난 시도 많이 남겼다.

순욱, 순유, 곽가, 가후를 비롯한 인재들을 매우 아끼고 보듬었다. 하지만 그가 중국 대륙의 패권을 놓고 원소와 부딪쳤을 때 패배는 자명해 보였다.

후한 최고 명문가의 적장자. 당시 청주, 병주를 비롯한 황하 이북 일대의 패권을 거머쥐고 있던 원소의 주변에는 인재들이 구름같이 몰렸다.

저수와 전풍은 장량이나 진평에 비견할 수 있는 전략가들이었다. 하지만 조조는 관도대전에서 승리했고, 원소는 패배 뒤 화병으로 생을 마감한다.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변수는 무엇일까. 바로 용인의 기술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원소는 모사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작은 일에는 밝았으나, 국면을 좌우할 큰일에는 어두웠다. 불우한 이웃에는 인정을 베풀었으나, 정작 공을 세운 모사들에 대한 논공행상에는 소극적이었다.

평민출신의 유방에게 패해 중국의 패권을 넘겨준 초나라의 귀족 항우의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했던 것.

실제로 순욱, 곽가를 비롯한 조조의 일급 참모들은 한때 원소 측 진영에 가담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계책을 중시하는 조조진영에 가담해 결국 원소의 몰락을 재촉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최고경영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인재들을 내모는 원소형 CEO일까, 아니면 조조와 같은 포용력있는 리더일까.’

박영환 기자(blede@ermedia.net)

TAG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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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리더를 맹신하지 말라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18 09:27


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
신인철 지음
한스미디어 / 1만2000원

이 책은 리더십이란 수많은 팔로워들에 유지되고 성장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리더만 뛰어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란 기대에 일침을 가한다.


한 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패권을 다투던 초한전쟁. 최후 승리는 유방의 몫이었지만 중국 야사에 의하면 유방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다. 미천한 건달 출신에 인물이면 인물, 재주면 재주 모두 항우보다 변변치 못하다는 것이다. 시황제의 아방궁과 미녀들을 보고 넋이 나가 침을 질질 흘리는 그를 부하들이 억지로 군영으로 돌아오게 한 일화는 그의 됨됨이와 그릇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하지만 유방은 태산을 뽑을 기개를 가진 천하무적의 맹장에다 귀족 출신이고 풍모도 영웅다웠던 항우를 일방적으로 몰아 완벽하게 이겼다. 왜 항우는 이런 얼치기 유방에게 처참한 패배를 당했던 걸까.

야사든 정사든 사가들이 대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결국 하나로 관통되는 유방의 성공 비결은 포용력과 자율성에 있었다. 유방은 부하들의 말을 잘 따랐고, 부하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자신의 재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 반면 항우는 스스로 잘나 유방처럼 그러하질 못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렇듯 리더와 팔로워들의 조화와 협력은 위대한 성공을 일궈냈다. 징기즈칸의 세계정복,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광개토왕의 영토확장 등이 그러했다. 이런 점에서 리더란 ‘함께 이룬 위대한 성공’의 상징적 대표일 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위대한 성공을 우리는 위대한 리더로만 환원하는 경향이 짙다. 그것은 스스로 지식이 얕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위대한 리더가 있다면 위대한 팔로워도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한스미디어)은 리더십이란 수많은 팔로워들에 의해 유지되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팔로워십의 진정한 의미와 팔로워십의 종류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그것이 어떻게 기업과 조직에 반영되고 실천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리더 맹신’, 즉 리더만 뛰어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란 기대에 일침을 가한다.

리더 맹신주의가 옳다면, 어떤 사회나 조직이든 올바른 리더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리더만 갈아 끼우면 된다. 하지만 사회나 조직에서 발생하는 수백 가지 문제점의 유일한 처방이 ‘리더 교체’라고 한다면, 사람의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의 근원을 '감기' 하나라는 전제 하에, 어떤 병이든 ‘감기 처방전’을 내리는 것과 같다.

리더 맹신주의자들의 기대와 달리 리더십은 생각만큼 힘이 세지 않다. 저명한 조직관리 및 리더십 학자인 카네기멜론스쿨의 켈리 교수에 따르면 “조직의 성공에 있어서 리더가 기여하는 것은 많아야 20% 정도이고 그 나머지 80%는 팔로워들의 기여”라고 한다.

빙산은 20%만 수면 위로 보이고, 나머지 80%가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수면 위 20%는 수면 아래 80%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20%의 빙산에만 관심을 쏟는 것은 문제다. 이것은 눈에 잘 띈다는 이유만으로 리더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리더에게만 목을 매는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80%의 팔로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팔로워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건 아니다. 리더와 팔로워는 칼로 자르듯 명확히 구분되는 별개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리더이면서 동시에 팔로워인 유기적 조직 속에서 살고 있다.

“진정한 팔로워는 리더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자신이 속한 조직, 그가 조직에서 수행해야 할 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리더의 일방적인 지시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때로는 리더의 부족한 곳을 보완해 주며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다. … 팔로워는 리더의 또 다른 이름, 팔로워십 또는 리더십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종대왕은 리더는 1명이 아니라 다수이며, 리더이자 팔로워인 구성원들이 서로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협력해야 함을 몸소 실천하여 창업보다 어렵다는 수성(守城)을 이뤄냈다.

중국의 제도를 본받아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결정해야 한다는 참찬 벼슬 김점의 주장에 대해 세종은 ‘임금이 자잘하고 사소한 일에까지 관여하여 신하의 할 일까지 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단언했다.

이러한 세종의 파트너십 개념이 낳은 집현전은 국가가 운영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마다 세종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세종과 집현전 학사의 관계는 주종관계라기보다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권한위임형의 리더십’과 ‘보완의 팔로워십’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했던 관계였던 것이다.

반대로 팔로워의 역할이 없는 조직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엔론이 대표적이다. 엔론의 창립자인 케네스 레이 회장은 카리스마적인 경영을 펼쳤고 그를 거쳐간 수많은 임원들은 그저 ‘Yes맨’일 뿐이었다. 똑똑하고 능력 있지만 부정과 잘못된 의사결정에 그들은 ‘침묵의 팔로워’ 역할만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역사상 최대규모의 파산을 만든 주인공들이 되었다.

70년대 말 VCR 녹화방식을 두고 소니의 베타 방식과 마쓰시타의 VHS 방식이 벌인 치열한 경쟁에서 기술력이 한 수 아래였던 마쓰시타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소니가 ‘기술력만 믿고 리더로서의 위치’에만 몰두한 반면, 마쓰시타는 상대적 이익을 제시하며 상대기업을 존중하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이끌어 줄 것은 이끌어주는 ‘팔로워로서의 가치 창조’에 힘썼기 때문이다.

혼자 잘 나서 성공하는 리더가 존재하지 않듯, 혼자 못나 실패하는 리더도 없다. 모든 성공과 실패는 리더와 팔로워들의 파트너십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는 리더 맹신, 리더십 과잉의 시대에 산다.

“이건 모두 ○○○ 때문이야.” 얼마 전까지 인터넷 댓글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요즘 대통령 예비 후보들의 말이다. 모두 우리의 리더십 맹신에 대한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한다. 팔로워 수준이 높아야 리더 수준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은 결국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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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술자가 경영자로 큰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10-28 10:18


혁신적인 CIO 리더
마리안 브로드벤트 엘렌 키치스 지음/권대욱 번역/애플트리


영국 북부에 위치한 수도회사인 요크셔 워터(Yorkshire Water). 각국에 정보통신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던 지난 1990년대 후반, 이 회사는 경쟁 업체들에 밀리며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당시 이 회사 앨런 해리슨 기술책임자(CIO)는 위기 탈출의 해법을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서 찾기로 하고, 고객서비스 부문에 무려 4500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투자는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다. 시설 보수 현황은 물론 고객들의 불만 사항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 이 회사 콜센터 직원들은, 신속한 대응으로 고객들의 상당한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는 때때로 회사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경영 일선에서 첨단 기술분야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회사 경영에 기술을 접목시키는 기술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품업체인 풀무원에서 정보통신업체인 삼성SDS까지, 국내 기업에서도 이제 기술책임자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엘렌 키치스는 《혁신적인 CIO 리더》에서 기술책임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조언한다.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의 향방이 기업생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리더십 발휘는 기술책임자 입장에서도 기술자로 남느냐, 아니면 경영자로 도약하는 지를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다.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가 제시하는 처방은 두 갈래다.

우선 기술 트렌드는 물론 회사의 전략 방향을 꿰뚫을 수 있는 전략가가 되라는 것. 이를 위해 소속 기업의 전략 목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등과 더불어 소속 산업 부문을 지배할 트렌드를 연구하라고 조언한다. 기능인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부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정치력을 기르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투자권한을 쥐고 있는 기업 의사결정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TAG 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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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eadbiz.tistory.com BlogIcon 잘 놀자 2007.06.17 1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기술자가 꼭 경영자로의 변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기술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항상 어설픈 경영진의 논리에 굴복당하는 것이 더 큰 문제지요. 경영자는 경영자 나름의 최적판단을 내리고, 기술자는 기술자로서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2. Favicon of https://futureshaper.tistory.com BlogIcon 쉐아르 2007.07.25 16: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굳이 기술자냐 경영자냐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합니다. 회사 전략에 맞추어 올바른 기술을 선택하고 투자하는 것은 바른 리더라면 꼭 필요한 능력이겠지요. 기술은 제대로 쓰여졌을 때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신간)“피셔라면 삼성전자 샀을까”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11-04 10:15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
전영수 지음/원앤원북스

중 국 춘추전국시대의 군사전략가 손무. 그가 저술한 병법서 《손자병법》은 당대는 물론 현대의 군사 전략가들에게도 크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더불어 전략 전술의 교과서로 통한다. 고도의 심리 전술에서 간첩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용간술’까지, 손무의 병법서는 최첨단 미사일이 수천킬로미터를 비행해 적국의 심장부를 강타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륙의 군웅(軍雄)들이 말을 타고 활을 쏘던 시대에 저술한 책이, 시공을 초월해 여전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通察) 덕분이다. 고대 중국의 양쯔강 하류이든, 로봇을 비롯한 각종 첨단 무기가 맹위를 떨치는 현대의 전장이든, 전쟁의 주체는 질투심·탐욕 ·이기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다. 투자부문의 고전인 존 템플턴의 《템플턴 플랜》, 존 코스툴라니의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마크 파버의 《내일의 금맥》 등이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전영수 <한경비즈니스> 재테크 전문기자가 저술한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 》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비즈니스 분야의 명저 20권을 정리했다.

가치투자의 대가(필립 피셔, 피터 린치, 티머시 빅)부터 엄청난 실전승률을 기록한 베테랑 투자자(존 네프, 조지 소로스)까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투자자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고수들의 투자습관과 노하우를 제시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특히 가상 인터뷰 형식을 빌려 국내 증시 상황에 대한 투자 명인들의 조언을 제시하고 있어 읽는 재미와 교훈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모두 성공했다는 평이다.

예컨대, 가치투자의 대가 피셔에게는 블루칩인 삼성전자 주식 매입 여부를, 세계 헤지펀드계의 제왕 조지 소로스에게는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질문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저자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는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며 “이들 대가는 100년 후에도 통용될 만한 투자원칙과 게임의 법칙을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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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뭐! 꿈의 미래가 펼쳐진다고…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05-31 07:24


《그림자 정부-미래사회편》
이리유카바 최 지음/ 해냄/ 283쪽/ 1만원

얼마 전 과학 기술계 전문가 130명으로 구성된 국과위 기술예측위원회(위원장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국내 과학기술 전문가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얻은 설문을 토대로, 2030년 한국의 미래를 발표했다. 온통 장밋빛이다.

2013년이 되면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한다. 2020~2025년이면 인간의 ‘무병 장수시대’가 열린다. 10억 분의 1m인 나노미터 크기의 ‘혈관 청소용 로봇’이 사람 혈관을 돌아다니며 깨끗이 청소하고 손상된 부위를 수리한다. 2025년에는 ‘바이오 칩’이라는 알약 한 알만 먹으면 건강상태를 체크해 무선으로 병원에 실시간 전송해 준다. 게다가 노화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장기는 자신의 줄기세포로 배양한 새 장기로 갈아 끼울 수 있다.

이 밖에도 유인 우주선 개발이 완료돼 ‘우주 여행’을 즐긴다. 달이나 우주에 건설된 국제 우주호텔 및 우주 도시로 관광을 다녀오는 등 우주 개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일찍 이 세상과 하직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이 같이 꿈의 미래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을까? 미래가 과연 희망으로만 가득 찬 유토피아일까?

《그림자 정부》 시리즈의 저자 이리유카바 최가 최근 저술한 세 번째 책 《그림자 정부 - 미래사회편》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희망은 깨진 거울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이미 앞서 두 권의 책 《정치편》 《경제편》을 통해 세계를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를 고발한 저자는 이 책에서도 그림자 정부가 의도하는 암울한 미래사회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암울한 미래는 과학과 기술마저 독점 ‘은폐’ 조작하여 전자와 음파를 이용한 최신무기로 전쟁과 테러는 물론 환경과 인간까지 조종하는 어두운 밑그림을 그 바탕으로 한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분쟁, 그리고 혼란 상태가 모두 그림자 정부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해 일어난 것이고, 세계 단일정부의 출현 - 그림자 정부 - 을 정당화할 구실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사생활을 감시당하고 침해당해도 보호받고 있다고 착각하며 결국에는 이들의 마음대로 조종당하고 인간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사회다. 조지 오웰의 《1984년》 《동물농장》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일이 일어날까. 저자는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인간세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살고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제3차 대전을 언급한다. 앞서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또한 인간 사회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어떤 특정 집단이 계획한 것이고 그들이 주도하는 세계전쟁의 마지막인 제3차 세계대전이 곧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의 두 대전과 달리 제3차 대전은 2001년 9·11을 기점으로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번 대전은 폭발무기(화약을 이용한 소형 무기부터 원자탄 같은 핵무기)로 시작하여 후반에는 연무기(軟武器)로 종결될 것을 예견한다.

연무기 또는 조용한 무기라는 것은 지구의 인구를 조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자기파 무기, 기후 무기 같은 신무기를 지칭한다. 기후무기는 태풍이나 장마와 가뭄은 물론 벼락, 번개, 천둥, 지진, 화산 등을 인간이 통제하고 지구를 둘러싼 대기권 조작도 가능한 무기이다.

이러한 제3차 대전이 끝난 후 인류는 대폭 감소한다. 저자가 여러 정황으로 추측했을 때, 남는 인구는 최대 20분의 1 정도이다(전쟁터였던 지역은 그보다 훨씬 더 아래다).

저자는 1952년 가을, 허가를 받고 한강다리를 건너는 군용트럭을 노량진에서 얻어 타고 삼각지까지 간 일이 있다. 그때 남영동에 있는 집이 폭격으로 없어져 후암동의 빈 친척집에서 자고 남대문으로 가는데, 사람이라곤 단 2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제3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남은 인류에게 가해지는 통제와 감시이다.

1·2차 대전 후에 인류는 그나마 재건을 통해 세상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제3차 대전 이후에는 인간들이 가축처럼 감시당하고 통제 당한다. 왜? 어떻게? 무력과 종교만으로는 세계를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림자 정부가 이제 경제·종교(정신)·무력이 총 망라된, 역사에 유래가 없는 없는 체제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종교이다. 이는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를 신으로 믿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강압적으로 정신을 통제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 단계가 바로 인간사의 마지막 장임을 저자는 경고한다.

전 세계 모든 통신을 감청하는 애셜론에서 전자무기를 발명한 니콜라 테슬라, 환경과 기후를 조종하는 전자기파 무기, 인간의 몸과 마음까지 지배하는 마인트컨트롤의 새로운 방식, 그리고 음파무기와 종교(정신)를 통한 자발적 통제 등을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하는 이 책은 그림자 정부의 의도대로 조종당하는 노예가 될 것인지, 이에 맞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킬 것인지를 지금 당장 결정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행동을 요구한다.

여기까지 오면, 저자의 주장은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다. 소위 시온의 왕국, 즉 프리메이슨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라는 ‘음모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6자 회담, 일본의 군국화, 미국과 중국의 힘 겨루기 등을 고려했을 때 한반도가 제3차 대전의 주요 전쟁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대목에 이르면 저자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그렇게 의도된 대로 시나리오가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국제 관계에서 호혜란 개념은 단지 들이미는 명분일 뿐이었고, 1세기부터 지금까지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경연장이 아니었던가.

이 책은 보는 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가 매우 상반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의미는 명백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는 것. 그리고 여러 정황과 증거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정말 1%라도 가능하다면 그 1%를 거의 0%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단지 재미로만 이 책을 읽기엔 저자의 주장과 호소가 너무나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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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6-01-16 10:36


●New Book

세계는 평평하다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김상철 번역/창해

“아 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지난해 코믹한 가사와 더불어 동물가면을 쓴 등장인물로 화제를 불러모은 한 광고의 노랫말이다. 이 광고는 당시 오랜 경기 침체로 갈수록 팍팍해지던 서민들의 삶에 한 줄기 청량음료와 같은 시원함을 안겨 주며 패러디 열풍을 낳는 등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TV만 틀면 ‘인생을 즐기라’는 메시지가 귀를 간질이는 와중에도, 지난해 국내 초·중등 학생들의 영어권 해외 유학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교육 기업인 메가스터디는 증시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학원 재벌 전성시대의 주춧돌을 놓았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극성스러운 데가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미국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러한 교육열이 지극히 합리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프리드먼은 아웃소싱을 늘려나가며 국경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다국적 기업의 사례와 더불어, 월급여 100달러에 목을 매는 회계사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인도의 현실을 대비시키며 자녀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얘야, 중국과 인도의 아이들이 네 일자리를 가져가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단다.”

지난 1990년대 베를린 장벽 붕괴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3.0의 등장으로 촉발된 세계화의 추세는 이제는 개인들의 일상에도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인도의 근로자들은 전문 지식과 더불어 유창한 영어 능력을 자랑하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강력히 위협한다.

세계화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프리드먼은, 인도를 비롯한 떠오르는 강국을 다니며 보고들은 내용을 저널리스트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해 생생한 현장 리포트로 엮어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의 청소년들이여.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려거든 외국의 경쟁자들에게 눈을 돌려라.” 세계 각국의 눈부신 변화의 현장을 엿보려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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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은 제2의 대처인가”
앙겔라 메르켈 /게르트 랑구트 지음/이레

‘앙겔라 메르켈’. 지난 10월 기사당과 기민당의 대연정을 이끌어내며 독일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에 오른 그녀의 집권은 크게 두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이른바 실용주의(實用主義) 노선을 표방한 그녀의 집권이 독일 사회에 몰고 올 변화의 파고(波高)였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 좌파 정당 출신 총리들은 집권 후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며 경제 운용방향에 일대 변화를 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인들의 관심을 더욱 불러 모은 것은, 그녀가 쟁쟁한 남성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단기간에 집권하게 된 배경이었다. 《앙겔라 메르켈》의 저자인 랑구트 교수가 메르켈이 다니던 학교의 지역 장학사, 동창을 비롯해 140여 명과의 인터뷰를 거치며 신데렐라로 부상한 이 여성 정치인의 진면목에 대한 나름의 엿보기를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 따르면 학창시절, 메르켈은 비교적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를 썩 잘하긴 했지만 훗날 대정치가의 탄생을 예고하는 리더십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동독의 물리화학연구소에 근무하던 과학자인 그녀를 그녀의 동료들은 별다른 비전이 없던 인물로 묘사한다. 하지만 그녀는 정치권에 입문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헬무트 콜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기민당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정치가로서 승승장구하는 것. 특히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콜과의 관계를 단호하게 청산하는 독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가 그녀를 권력을 향한 절대의지의 소유자로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물론 메르켈은 뛰어난 상황 판단력과 실용주의 노선 등 여러 강점을 지녔으며, 그녀가 거친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데는 이러한 장점이 한몫 했음은 물론이다. 공언과 달리, 이 책은 메르켈을 제대로 드러내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하긴‘이집트의 스핑크스 만큼이나 불가사의한 존재’라는 그녀를 규명하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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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시대…匠人가고 르네상스인 오라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05-19 09:09

《통섭-지식의 대통합》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558쪽/ 2만5000원

한 우물만 파는 장인이 대우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에는 다른 것은 몰라도 한 분야에만 매진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오늘날은 어떨까. 오늘날에도 당연히 전문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는 과거의 ‘한 우물’ 전문가와는 다르다. 전문가이되 다른 분야의 지식에도 능통한 인재, 즉 스페셜리스트이되 제너럴리스트가 오늘날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 및 실현방안’ 세미나에서 이우희 에스원 사장의 “경험·협력의 시대에서 창의·지식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발표는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기업이 요구하는 소위 팔방미인형 인재는 ‘르네상스인(Renaissance man)’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인은 여러 분야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전형적인 학자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전문가다운’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즉 르네상스의 학자들은 의학자이자 예술가, 동시에 해부학자, 철학자, 과학자였던 것이다. 오늘날 바라는 인재상의 조건이 어떻게 보면 바로 이 ‘르네상스인’의 그것과 같다.

르네상스인의 복귀는 비단 경제 분야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학문 분야에서도 르네상스 시대의 복귀가 논쟁이 되고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사이에 놓인 거대한 틈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 온 사회생물학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이 저술한 《통섭》(사이언스북스)은 인간이 쌓아올린 지식들이 본질적으로는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는 전망 하에,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해야 함을 주창하는 책이다.

이 책을 협소하게 보면 학문적 영역에서 이뤄져야 할 지식의 통합으로만 인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왜 현대인이 스페셜리스트이되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하는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식의 통합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진리를 탐구하는 영역은 다양하게 세분화되었다. 철학, 역사학, 사회학, 의학, 물리학 등…. 그리고 새로운 영역으로 더욱 분화·전문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이 과연 긍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학문적 영역 및 경계는 올바른 것일까? 진리에 왜 경계가 있어야 할까? 주목해야 하는 점은 이러한 학문의 경계 및 구획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인간이 편의대로 만든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서구 학문의 큰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이러한 다양한 가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가지들 속에 숨어 있는, 그렇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간과했던 지식 통합의 가능성을 찾아낸다.

이를 통해 20세기의 물리학 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통일된 연구 속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한 이해와 인간 외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에 근거한 21세기적 지식 혁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물리학계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브라운 운동, 광전 효과, 특수 상대성 효과를 해명하는 논문을 발표하여 고전 역학과 전자기학을 하나로 묶고, 고전 역학과 양자역학 사이에 다리를 놓아 ‘통합 물리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 기틀 위에서 20세기 과학 발전의 원동력이 된 물리학 혁명이 시작되었다.

“세상에는 다수의 진리가 존재하는가? 지식은 언제까지나 자연과학,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으로 나뉘어 있을 것인가? 그래서 과학과 종교는 영원히 각각의 진리 영역에만 예속되어 있을 것인가?”

저자의 결론은 이제 자연과학의 중요성과 그것을 사회과학과 인문학과의 통합을 그 어느 때보다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동반자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식 체계의 기초를 다지는 통합이다. 그래야만 ‘인간 지성의 위대한 과업’이 계속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통섭은 ‘함께 넘나듦(jumping together)’이라는 뜻의 라틴어 ‘consiliere’에서 가져온 것으로 “설명의 공통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한 이론을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왜 지식을 통합해야 할까? 저자의 의도는 “통일된 연구 속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한 이해와 인간 외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에 근거한 21세기적 지식 혁명”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식의 통합이 학문 영역에서만 끝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식이 실생활, 즉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사회 영역과 무촌(無寸) 관계가 아닌 이상, 지식의 통합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의 통합과 확대를 포함한다. 쉽게 말해, 원자폭탄을 만든 과학자와 그것을 사용한 군인, 정치인들이 ‘한 우물’ 전문가를 뛰어넘는 ‘르네상스인’이었다면, 오늘날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인류에게 일어났던 수많은 불행한 사건들을 떠올릴수록 ‘르네상스인’의 시대가 가까운 장래에 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 앞서 나간 생각일까?

용어설명
통섭이란
통섭은 ‘함께 넘나듦(jumping together)’이라는 뜻의 라틴어 ‘consiliere’에서 가져온 것으로 설명의 공통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한 이론을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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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erview |이혁병 ADT 캡스 사장 달리는 승용차에서 경영을 논하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5-31 22:42


“한 길 물 속은 몰라도
열 길 사람 속은 알아야 참 경영자”

최고경영자가 손수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고, 그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부터 업계 현안까지, 폭넓은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기자는 최근 이러한 바람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주인공은 국내 무인보안업계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ADT캡스의 이혁병 사장. 삼성동 본사에서 부천, 그리고 다시 본사로 돌아오는 세 시간 동안, 직원 교육과 접목된 이 회사 특유의 사회공헌활동 모델, 그리고 국내 보안업계의 경쟁 구도는 물론 그의 디자인 경영론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지난 2002년부터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 사장은 이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시장 전체 매출의 70%를 달성하고 있는 놀라운 성과의 주인공이다. 그의 경영 방식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다.


이 사장과 기자, 그리고 이남희 사원이 참석한 이번 대담은 이 회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나눔사랑 택시 드라이버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편집자주

“성공한 경영자들은 주변사람들의 미묘한 변화를 절묘하게 포착해 낸다. 직원 가슴 속 깊은 곳의 불신을 치유하니 노사가 신뢰를 회복했다.”

“디자인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전략을 짜는 것은 인적·물적 자원을 보기 좋게 배치하는 것이기에 큰 틀에서 보면 디자인과 다르지 않다.”


햇 볕에 검게 그을린 건강한 피부의 50대 기업인. 그를 배웅하는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도무지 긴장감이라고는 엿볼 수 없다. 입사 후 처음 떠나는 야유회를 앞두고 마음이 들떠 있는 신입사원들이 떠오른다고 할까. 지난 22일 오후 5시20분,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무인보안업체 ADT캡스 본사.

이 회사 주차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검은색 승용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가 바로 일일 운전사로 나선 이혁병(53) 사장이다. 주말이면 한강 둔치로 달려가 수상스키를 즐기는 취미 덕분인지 나이에 비해 무척 젊어 보인다. 그는 첫 고객으로 이 회사 여성 관제사인 이남희(24)씨를 태웠다.

목적지는 경기도 부천. 업무 차 부천에 가는 이씨를 사장이 직접 태워다 주고, 이렇게 아낀 택시비는 박원순 변호사가 운영하는 ‘사랑의 재단’에 기부하게 된다. 단발성 행사는 아니며,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첫 주자로 이혁병 사장이 직접 나섰다는 설명이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출장을 떠나는 직원들은 평소 존경하던 선배나 간부 사원을 일일 운전사 겸 멘토로 요청할 수 있다. 목적지로 이동하는 도중에 자연스레 궁금했던 점이나, 직장생활의 노하우, 전문분야의 지식 등을 물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사회공헌 기금도 거둬들이고, 조직 운영의 효율도 높이자는 다목적 취지다. 기자는 이 사장이 직접 운전하는 자가용의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견해, 국내 무인보안시장의 실태, 그리고 이 회사가 급속 성장할 수 있는 배경 등을 내내 물어보았다.

차선을 바꾸랴 질의에 응답하랴 긴장을 한 탓일까. 오후 5시 40분경, 이 사장이 벌써부터 땀을 흘린다. 하지만 부임 초 상황을 설명하는 그의 설명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명확했다. 캐리어LG 대표이사를 지낸 그가 지난 2002년 이 회사의 사장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노조는 거의 매년 노사 분규를 일으켰다.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았다. 경쟁기업인 에스원은 이 틈새를 비집고 시장을 맹렬히 잠식해 들어갔다. 위기였다. 당시 그가 내놓은 처방전은 노사 양측의 신뢰 회복이었다. “직원들의 가슴속 깊은 곳의 불신을 보았습니다.”

성공한 경영자들은 주변사람들의 미묘한 변화를 절묘하게 포착해 낸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 유비, 그리고 손권을 비롯한 리더들은, 모두 한 길 물 속은 몰라도 열 길 사람 속을 간파하는 대표선수들이었다. 스킨십은 성공한 경영자들의 첫걸음이다.

함께 어울려 수상스키를 타고, 승마를 했다. 또 문화예술작품 관람을 하며 그들의 마음 속으로 한 걸음 걸어 들어갔다. 국내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현장 사원들의 유니폼도 산뜻한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일체감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그가 유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수상스키를 탈 때 겁에 질려 일어나지 못하는 직원들이 자세를 제대로 잡을 때까지 눈물이 쏙 빠지게 호통을 쳤다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지난 2005년 도입한 ‘열정 프로그램’은 화룡정점이었다.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열정’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묶었다.

매년 직원들이 연수원에 모여 1박 2일 일정으로 연극이나 운동 경기를 하며 팀워크를 다지는 한편, 직원들이 자신의 장기를 경매할 수 있는 사내 프로그램을 만들어 화합을 도모하기도 했다. 노래솜씨가 뛰어난 직원은 자신의 재주를 사내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다른 직원들이 경매를 통해 그의 재능을 돈을 주고 구입하게 된다.

이 회사는 글로벌기업 타이코 아시아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때 노사분규로 바람 잘 날 없었으나, 올해로 4년째 무분규를 맞고 있다. 본사에서 이 사장의 성공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보안산업은 미래의 블루오션
오후 6시 30분경, 퇴근 무렵이어서인지, 차가 꽉 막혀서 움직이지 못한다. 교통도 흐름이 있듯이, 산업에도 기회와 위기가 교차한다. 무인보안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는 없을까.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없을까. 화제를 자연스레 돌려보았다. 이 사장은 그러나 높은 진입장벽을 예로 들며, 이러한 가능성을 일축한다.

무엇보다, 고가의 장비를 수요자의 집이나 건물에 구축해야 한다. 외부인의 침입을 정밀하게 포착하고, 중앙의 관제탑에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또 이상이 발견됐을 때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유럽의 무인보안산업의 강자인 첩(Chubb)도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에스원과 캡스의 벽을 넘어설 수 없었던 것.

KT텔레콥이 기존의 유선전화망을 활용할 수 있는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시장 구도를 뒤흔들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그는 무인보안 분야의 강점을 활용한 신규사업 부문 진출 가능성도 일축했다.(박스기사 참조) 사업의 내실을 기하는 편이 실익이 클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경비로봇이나, 인터넷 회선을 활용한 서비스도 본사에서 개발을 완료했으나, 높은 서비스비용, 그리고 낮은 신뢰도 탓에 상용 서비스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그는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새로운 흐름에는 주목하고 있다고. 7월부터 색다른 광고를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7월부터 애니메이션 광고 선보인다
업계 최초로 애니메이션 형식을 빌렸다는 것이 홍보팀 관계자의 귀띔이다. 애니메이션 광고는 게임의 법칙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무엇보다, 기업고객이나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가정이 보안서비스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하고 있는 변화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하지만 장래에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폭력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현실에서 가정의 안위를 경찰들에게만 맡길 수가 있을까. 치안은 더 이상 공공재만은 아니다.

“브랜드가 아니라 이제는 러브마크가 돼야 합니다.” 이혁병 사장이 보안업체가 브랜드를 중시하는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툭 털어놓은 말이다.

자사 서비스에 대한 신뢰감을 주면서도, 친숙한 모습으로 브랜딩을 하는 것은 가까운 장래의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변수이다.

“지금은 ADT캡스라는 사명을 사용하고 있으나, 캡스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ADT로 브랜드를 통일할 예정입니다.”

브랜딩 작업은 그때를 대비한 이 사장의 용의주도한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 보안 시장은 에스원이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에스원과 ADT캡스 두 회사가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구도이다. 40% 가량을 캡스가, 그리고 나머지 시장을 후발주자인 KT텔레콥과 각 지역에 거점을 둔 중소 군소업체들이 분할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동차에서 휴대폰까지, 글로벌 무대는 온통 저가 경쟁이 한창이다. 소득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신흥 시장의 소비자들을 겨냥한 포석이다.

미국 기업들도 자국의 저소득층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비즈니스위크의 보도다. 삼성동 본사에서 출발해 여직원을 부천에 데려다 주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기까지 세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이혁병 사장은 서울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해군 장교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부임 후 연매출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그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보안업체를 이끌어 가는 수장이지만, 그는 최근 홍보실에 입사한 직원도,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력의 소유자를 선발할 정도로 디자인을 중시한다.

물론 디자인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지론에서다. 지난 1999년 국제산업디자인 대학원 과정에 부지런히 참가하면서 그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한다.

부임 후 유명 디자이너에게 직원들의 유니폼 제작을 의뢰한 것도 그의 이러한 성향을 가늠하게 한다.

“전략을 짜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자사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보기 좋게 배치한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캡스 성공의 핵심요소는 직원화합과 더불어 디자인의 중시에 있다고 봅니다.”

보안산업 新성장동력 살펴보니

“가능성 무궁무진… 프라이버시가 걸림돌”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가 음료사업에 진출한 것은 관련 다각화일까, 아니면 비관련 다각화일까. 전문가들은 회사의 가치사슬을 공유할 수 있는 부문으로의 진출은 겉으로는 성격이 달라보여도 관련 다각화에 가깝다는 분석을 한다. 담배회사의 음료사업 진출은 관련 다각화라는 얘기다.

보안산업의 경우 이런 분야에 해당하는 사업은 무엇일까. 기자는 이 사장에게 대형 할인점 등에 설치한 보안 장비라는 기왕의 인프라를 활용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대형 할인점이나, 공공기관에 설치한 보안관련 설비에 축적되는 방대한 자료가 자산이다.

자주 가는 코너, 동선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소비습관을 분석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고객사에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동선이나, 소비 습관을 정교하게 분석해 제공한다면 보안 상품 자체의 매력을 높이는 이른바 ‘락인 상품’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장은 하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보안 부문의 경우 소비자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 밖에 IT보안 부문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수익성이 떨어져 매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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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2-07 13:18


“돈버는 능력 입증해야 참 후계자”

‘내가 사랑한 스파이.’ 지난 수십년간 세계 극장가를 풍미해오던 007시리즈 영화 중의 하나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잘생긴 용모의 스파이들은 하나같이 총신이 긴 독특한 스타일의 권총을 애용한다.

바로 이탈리아산인 ‘베레따’이다. 같은 이름의 이 회사는 총기 애호가들 사이에 가장 유명한 기업 중 하나다.

베레따는 가족기업의 유구한 역사를 보여준다. 지난 17세기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부터 이탈리아 반도에서 총포 제작을 담당해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사카 성을 축성한 일본의 콘고구미와 더불어 수대 째 대를 물려가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성공적인 가족기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이러한 가족기업이 있을까. 여전히 수공업에 의존하고,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 기업은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삼성이나 현대, 두산, LG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처음에는 모두 이러한 가족기업에서 출발했다.

첨단의 시대에도 여전히 둘 사이에 공통점이 많은 배경이다. 오너가 능력에 관계없이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거나, 기업의 별인 임원급에 나이 어린 자녀를 발탁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2,3세들은 아버지 세대와 여러모로 다르다. 이들은(young prince) 대부분 합리적이며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해 영어도 유창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올해 초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스에서 유창한 영어로 미디어계의 황제 머독을 안내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의사결정 스타일도 다르다. 아버지 세대가 ‘기업가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투기적(speculative) 의사 결정을 내려왔다면, 미국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자녀 세대는 직관을 배제하는 편이라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이들 자녀 세대는 분명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한 그룹의 운명을 좌우하는 총수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계시를 받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충동(whim)에 따라 즉홍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부문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일등공신이지만, 지도자의 직관에 의지하는 결정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뉴스위크>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그 방향도 또 종잡을 수 없는 요즘에는 이러한 의사결정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가 4년 전 소니와 합작투자법인을 세운 것도 이러한 변화를 감안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파트너십은 오늘날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준칙이다.

하지만 후계자들은 경영권 세습을 질타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일반 대중의 반기업 정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재용 전무로 논의를 좁혀보자.

그의 아버지보다 방송 화면에 잘 어울리는(telegenic) 핸섬한 용모를 지닌 그는, 스스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뉴스 위크>는 주장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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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태극기 휘날리며> 중공군 진격 장면 엑스트라 200명으로 제가 만들었죠”

[이코노믹리뷰 2004-12-06 10:33]
인사이트비주얼 강종익 사장


"요놈들이 참 신기합니다. 남침(南侵)하는 탱크를 앞서가기도 하고, 탱크와 보조를 맞추기도 합니다. 또 진격 도중 만나는 돌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영화에 리얼리티를 부여합니다. 엑스트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얘기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작업자가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 수고를 대폭 덜어 주는 셈입니다.”

영화분야 컴퓨터그래픽(CG) 업체인 ‘인사이트비주얼(INSIGHTVISUAL)’의 강종익(36) 사장.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에 등장한 ‘중공군 진격 신’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이제 충무로를 대표하는 시각효과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4일 역삼동에 위치한 이 회사 사장실에서 그를 만나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에 얽힌 비사, 그리고 국내 영화 CG분야의 경쟁력,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중공군 진격 신의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비헤이비어(Behaviour)’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덕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3,000만원을 들여 캐나다에서 공수해 왔다는 이 프로그램은 군중 신 전문 제작용 툴로, 국내 영화 제작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게 그의 설명. “과거에는 작업자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군중 신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들의 동선을 지정해 줘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만여 명이 등장하는 장면은 사실상 처리할 수 없었던 거죠.”

그가 “‘중공군 진격 신’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달라”는 강 감독의 제안에 내심 당황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 영화사측이 동원할 수 있는 엑스트라는 불과 200∼300명 정도. 촬영 장소인 대관령 들판을 가득 메우며 몰려드는 중공군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던 것. 강 감독은 이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강 사장은 당시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중공군을 표현할 제작 노하우가 사실상 없어 난감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강 감독은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펠렌노르 평원 전투 신’에 버금가는 장면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애를 태우던 끝에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뉴질랜드의 프로덕션 ‘웨타사’의 특수 효과 담당자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프로그램이 우리가 운용하는 컴퓨터와 호환이 되지 않아 실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고심하던 강 사장은 캐나다의 한 업체가 군중 신 제작용 프로그램을 판매한다는 정보를 입수, 이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성공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국내에 이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 CG 담당자들이 영화를 만들면서 동시에 프로그램 이용 방법도 익혀 나가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습니다. 업무 진행이 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특히 컴퓨터가 만들어낸 중공군 일부가 제멋대로‘튀는’ 행동을 해, CG작업을 지연시키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일부 가상 캐릭터가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뒤처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던 것. “여기에도 너무 머리를 쓰는 친구들이 있었던 거죠”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이 영화의 군중 신을 만드는 데 외부 인력을 포함해 40여 명이 무려 5개월을 매달려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 장면으로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지난달‘춘사영화제’에서 기술상을 받았으며,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 해 전체 매출액을 달성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5월 개봉해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아라한 장풍 대작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파일럿을 다룬 장진영 주연의 <청연>, 그리고 곽경택 감독의 <태풍> 등이 그가 따낸 대표작들이다.

대학에서 광고 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영화 CG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졸업 후 한때 광고 분야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명하복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데다, 광고주의 부당한 압력도 커 갈등이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심끝에 영화 CG 회사로 직장을 옮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 1997년 외환 위기의 파고를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으며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게 된 그는, 영화 <퇴마록>의 CG작업을 맡게 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고 한다. “두 달 정도 놀다 보니 막막하더군요. 그래서 퇴마록 제작사인‘폴리비전 픽처스’를 찾아가 CG를 맡겨달라고 집요하게 설득했습니다.” 계약금 5,000만원을 받고 작업에 들어간 그는 <퇴마록>이 당시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특히 <퇴마록>에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이 호평을 받으면서 업계에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다. “컴퓨터 화면상의 캐릭터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장면, 컴퓨터로 만들어낸 화염 등은 당시 한국 영화에서는 획기적인 장면이었고, 관객들과 영화계에서 이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첫 작업에서 대 성공을 거둔 그는 ‘인사이트비주얼’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된다. 실직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던 셈이다.

국내 영화 CG분야의 살아 있는 증인인 그가 바라보는 할리우드와 국내 영화계의 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국내 인력들은 할리우드 전문가들의 70~80% 수준입니다. 현란한 컴퓨터 특수효과를 자랑하는 <매트릭스II>의 고속도로 추격 신이나 <반지의 제왕>의 전투 신을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은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를 따라잡는 것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는 이를 ‘시스템의 문제’라고 표현했다. “특수 효과 전문 업체인 미국의 ILM은 직원 수만 2,000여 명에 달합니다. 또 <반지의 제왕>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만 400여명이 투입됐습니다. 국내 영화 CG업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인사이트비주얼의 직원 수가 20여 명에 불과하니 아직은 격차가 큽니다.” 그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요즘 들어 한 일본 업체와 꾸준히 CG제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SF(Science Fiction)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특히 자신의 극중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가상의 존재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해 내고 싶다고 한다. 예컨대,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헐크’와 같은 괴물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괴물> 제작에 슈퍼바이저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 작품에는 컴퓨터로 창조한 괴물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CG작업을 맡게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극중 시나리오를 완벽히 소화하는 존재를 언젠가는 우리 힘으로 꼭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 1969년 서울 출생/ 88년 평택 고등학교 졸업/ 93년 홍익대학교 광고디자인학과 졸업/98년 인사이트비주얼 설립/ 98년 제19회 청룡영화상 기술상 수상/ 2004년 춘사영화제 기술상 수상/ 현재 인사이트비주얼 대표이사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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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경영자는 긍정적 긴장의 조율사

[이코노믹리뷰 2007-05-27 00:09]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의 기고글입니다.


마음경영
데일 카네기 지음 / 아름다운사회
2007년 2월 / 271쪽 / 9800원

긍정적인 긴장이 생길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개인과 조직이 함께 번창하는 데 필요한
긍정적인 긴장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마음경영의 최고 비타민은 바로 칭찬이다.
칭찬과 아첨은 구분해야 한다.
칭찬은 진지하고 성의가 있는 반면, 아첨은 무성의하고 겉만 번지르르하다.

“제발 긴장 좀 하자∼!”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한때 유행했던 말이다. 긴장…, 좋은 말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너무 넘치지만 않는다면 우리 인생에서 긴장은 스스로를 나태하지 않게, 보다 활력적으로, 그리고 보다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만들어준다. 더군다나 적당한 수준의 긴장 (적당한 스트레스라고도 불릴 수 있다)은 건강에도 좋고, 인간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 않던가.

조직에 이러한 긴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방만한 경영, 무책임한 행동, 비도덕적인 수단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묵시적 동의 등 온갖 부정부패와 조직의 역기능적 요소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국내 자동차 회사의 전·현 직원에 의한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이 있었다. 일이 그대로 진행됐더라면, 한국 경제에 최대 22조원의 피해를 끼칠 것으로 추정됐다. 사람들은 사건을 주도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그들의 탐욕과 비윤리, 무책임에 욕지거리를 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단지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똑같은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질 뿐,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긴장하지 않는 개인과 조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긴장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우선 긴장은 강제나 구속에 의해서만 생겨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강제나 구속에 의한 것은 주로 부정적인 결과를 양산하는 부정적인 긴장이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바로 긍정적인 긴장이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 신뢰, 사랑, 관심 등의 긍정적인 요소로 인해 생겨난다.

데일 카네기가 저술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마음경영》(아름다운사회)은 바로 긍정적인 긴장이 생길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책에서 긴장이니, 긴장 좀 하라느니 등 긴장과 관련된 직접적인 단어는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개인과 조직이 함께 번창하는 데 필요한 긍정적인 긴장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 방법의 한가운데에는 ‘마음’이란 녀석이 있다.

이 마음을 어떻게 형성해나가느냐에 따라 나 홀로 ‘어떻게 해야 잘 먹고 잘 사는가?’의 문제보다는 사람들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의미다. 데일 카네기는 이 책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50가지의 방법에 대해 말한다. 마음을 움직이고 그 움직인 마음이 모두에게 널리 퍼지면, 개인과 조직이 번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마음경영은 어렵지 않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당연하고 이해하기 쉬운 황금률과 같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등 관련 사자성어도 많고, 성경에도 나온다.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행하라.’ 데일 카네기는 케네스 구드의 말을 인용한다.

“잠시 동안만 당신이 강한 관심을 보이는 당신의 문제와 당신이 하찮게 생각하는 상대방의 문제를 비교해 보라. 당신이 당신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상대방에게는 상대방의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인간관계에서의 성공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자세에 달려 있다.”

마음경영의 최고 비타민은 바로 칭찬이다. 미국 기업인 최초로 연봉 100만달러를 받은 찰스 슈왑의 무기는 ‘칭찬’이었다. 그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능력을 자기의 가장 소중한 재산으로 삼았고,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은 바로 칭찬임을 공공연히 말하곤 했다.

물론 칭찬과 아첨은 구분해야 한다. 칭찬은 진지하고 성의가 있는 반면, 아첨은 무성의하고 겉만 번지르르하다.

칭찬은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지만, 아첨은 단지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영국 국왕 조지 5세는 버킹엄궁의 서재에 여섯 가지 금언을 걸어놓았는데, 그 중 하나는 “싸구려 칭찬은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라”였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황금률을 잊고 지낸다는 점이다. 위 두 가지만 생각해봐도, 우리는 너무 인색한 삶을 살지는 않는가. 경쟁이라는 명목으로, 남보다 더 빨리 달리고자 할 뿐 남의 이야기를 진지한 마음으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나마 귀담아 듣는다면, 그의 이야기를 반박하고 나의 이야기를 관철시키기 위한 약점을 찾기 위해서가 태반이다. 칭찬도 마찬가지다. 칭찬의 말속에 질시라는 가시를 담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칭찬의 기술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데일 카네기의 마음경영의 본질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기본이 무너졌을 때 그 자리에 들어서는 건 ‘편법’과 ‘임시방편’이다. 편법과 임시방편은 부정부패와 무책임감, 비윤리와 비도덕으로 변질된 후,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지만 모두의 책임인 대형 사고로 연결된다.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에는 ‘긍정적인 긴장’을 조성하는 힘이 있다.

인간은 악한 면과 선한 면이 모두 공존한다. 악한 면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긴장은 오래 가지도, 강력하지도 않다.

하지만 선한 면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긴장은 그 반대다. 데일 카네기의 마음경영은 바로 후자의 방법이다.

긍정적인 긴장이 필요한 사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것,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난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는가.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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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서 한국경제 고민하는 좌승희 박사

[이코노믹리뷰 2005-08-24 11:18] 지금은 경기개발연구원장으로 가 있는 좌승희 박사 인터뷰 기삽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시원한 차림으로 연구에 열중하던 그를이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는데요. 그의 연구실이 있던 국제대학원 건물이 한창 공사중이어서,
자리를 옮겨 한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좌박사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참여정부의 평등주의 정책이 기업가 정신을 꺾어 성장동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 정부에 대한 그의 비판의 핵심이기도 합니다만, "꼭 그렇기만 할까"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활발한 연구개발활동, 그리고 성장동력 발굴로 한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업체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강단 학자분들은 아무래도 세상돌아가는 일들에 다소 무딘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아도, 위대한 경영자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 성장의 주춧돌을 놓은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01년 9.11사태에 즈음해 부임한 제프리 이멜트 GE회장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경영 환경이 좋으면 좋은대로, 또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사업기회를 포착해 한걸음 한걸음 내달려온 것이 그들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좌 박사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재벌 기업의 이데올로그라는 날선 질책부터, 한국의 하이에크라는 상찬까지, 그를 바라보는 세인들의 시선은 극과 극을 달립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좌 박사의 주장이 평생을 걸쳐 진행해온 학문적 고투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허투루 흘려 보낼 수 많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두산가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을 재벌이 성숙해나가는 과정으로 보는 그의 시각은 지금 보아도 꽤 신선하기도 합니다.



“궁지에 몰린 지금이 경제단체 통합 고민할 때”

"비 정규직의 서러움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격인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내며‘재계의 입’으로 불리던 좌승희 박사. “참여정부의 평등주의 정책이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며 화끈한 독설을 퍼붓던 그를 떠올리던 기자에게 시원한 러닝 차림으로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17일, 가을학기를 앞두고 건물 보수공사마저 한창이어서 인터뷰 내내 소음이 건물 전체를 뒤흔들었지만, 그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시종일관 여유가 넘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두산가의 경영권 분쟁, 삼성의 X파일 등으로 촉발된 재계 위기에 대한 의견을 묻자“진의가 잘못 전달되는 사례가 많아 기업 관련 코멘트는 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던 좌 박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재계가) 경제 5단체 통합을 비롯한 개혁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위기는 항상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두산가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도 “탈법 행위가 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재계가 자연스럽게 진화해나가는 과정으로 보아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삼성의 X파일건에 대해서는 “당시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고서는 기업을 제대로 꾸려나가기 힘든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X파일과 관련된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본다”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먼저 이해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 올 가을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교편을 잡게 됐다.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계기는.
학생들 과 어울려 생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왔다. 지난 4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장을 그만두면서 이러한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지난달에 정식으로 발령이 났다. 당장 국책연구기관으로 이동하는 것은 해당 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대학행에 한몫 했다.

앞으로 경제 발전과 정치·사회·경제 제도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한편, 서울대에 유학온 옛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그리고 아시아 각지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경제론을 가르칠 것이다.

- 재벌 기업의 ‘이데올로그’라는 반갑지 않은 별칭이 따라다녔다. 이러한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나는) 누구보다 실증경제학에 철저하다고 자부한다. 첨예한 현안을 이념 논쟁하듯이 접근해서는 절대로 답이 안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안에 접근할 때 엄정한 학문적 태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등주의가 경제에 미치는 해악 등은 영국이나 일본, 미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나 남미 국가, 그리고 우리나라를 철저히 분석해 얻어낸 결론이다. 예컨대 후진국이나 선진국 모두 평등주의의 이상이 맹위를 떨칠 때,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서독도 빌리브란트가 집권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

- 국내에서는 재벌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두산사태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불 행한 일이다. 검찰수사 결과, 여러 가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두산그룹 최고경영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좀 더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국내 재벌그룹이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썩 유쾌한 방식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두산그룹의 분가는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형제들이 기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하다 다툼이 생기고, 지분이 분할되면서 재벌기업도 분리되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형제간에도 이익을 다투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애초에 두산그룹은 분란의 씨앗을 안고 있던 셈이다. 이런 곳들이 더 있다. 이번 사태는 국내 재벌 기업들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좀 더 큰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 삼성의 X 파일 사건의 여파가 간단치 않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데.
삼성 그룹이 대통령 후보자를 상대로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나선 시대적·경제적·사회적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정치자금 문제는 한국의 정치제도, 그리고 정치문화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당시 기업들이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고서는 기업을 제대로 꾸려나가기 힘든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X파일과 관련된 논의는 모두 무의미하다고 본다.

하지만 앞으로 삼성의 X파일과 같은 사건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본다. 참여정부가 적어도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잘하고 있다. 기업의 정치자금 공여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실증 경제학이, 그리고 내가 강조하는 인센티브(incentive)다. 근본적인 병인(病因)에 검을 겨누는 것이다.

- 국내 재벌기업의 지배 구조가 지닌 한계 탓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비판은 주로 총수 일가가 순환 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에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예컨대 10%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데 왜 20%를 소유하려고 하겠는가. 비용을 적게 들이고 큰 힘을 가지려고 하는 게 본능이다. 거꾸로 만약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다면, 이들은 아마 이번에는 경제력 집중을 질타하고 나설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 즉 우리나라의 정치·사회·경제 제도를 좀 더 깊이 성찰해 줬으면 한다. 재벌 총수를 움직이는 한국 사회의 인센티브가 무엇인지를 천착해야 한다. 사실 경제학 자체가 인센티브에 관한 학문이다.

- 지배구조를 놓고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인가. 일부 학자들은 좌 교수의 이러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참 여연대의) 김상조 교수나 김진방 교수는 모두 학자적인 열정으로 충만한 분들이다. 다만 좀더 생명이 길고, 파급 효과가 큰 연구를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배구조는 한 국가의 정치·사회 제도의 부산물이다. 다시 말해 종속 변수라는 말이다. 기업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특정한 지배 구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참여연대의 문제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스리지 못하고 결과에만 메스를 댄다는 점에 있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낳게 마련이다. 규제나 외부적인 강제의 힘이 기업 활동에 개입하면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적어도 내게는 지배구조 문제는 경제학의 연구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태로 재계의 입지가 상당히 위축돼 있다. 특히 전경련이나 대한상의 등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는데
재 계가 머리를 맞대고 기득권을 버리고 민주적 시장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 이럴 때는 얘기를 안하면 안되는 상황이다. 만일 지금이 결정적으로 문제가 있고 어려운 시기라면, 그런 위기의식이 좋은 아이디어를 실천해 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경제단체 통합, 헤리티지 재단화를 비롯한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싶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재계의 자중지란, 유가급등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경제가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타개책은 없겠는가.
과거 금리를 내려도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 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면 문제가 풀린다. 물론 지금은 금리를 올려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단지 조건이 있다. 기업이 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 여러 가지 규제도 풀고 하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처방만이 부동산 시장 버블 문제는 물론, 노사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규제를 풀지 않고 금리를 올리면 버블 문제는 가라앉겠지만 기업은 더 움츠러들지 않겠는가. 한국은행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뜻인가.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순환 출자는 가공 자본이 될 수 있으니까. 문제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유 자본이 있어서 지분 투자하겠다는 데, 그것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소버린과 SK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지배주주에게 역차별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분경쟁 때 불리한 점이 있는 것이다. 사실 공정한 경쟁 기반만 마련된다면 소버린이 얼마든지 와도 괜찮다고 본다. 소버린이 와서 좋은 일도 많이 했다.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SK의 주가도 많이 오르지 않았는가.

- 투자부진을 둘러싸고 책임공방도 치열하다. 정부는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재계가 모든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 전문 경영인들을 만나보면 투자할 곳이 없다고 호소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당시의 경제 정책을 되돌아보자. 정부 정책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방향으로 운용되었다.

성과를 내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대접받을 길이 없었다. 그게 과거의 역사다. 정부가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앞장서 조성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든 책임을 기업인에게 돌리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방기한 것이다.

- 8월 말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가운데 보유세 인상을 둘러싼 논란도 치열해지고 있다.
보유세 율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유세 인상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꺼번에 올리면 안된다.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특히 세율은 몇 사람이 정치적인 생각을 가지고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기라성 같은 조세 학자들이 있지 않은가. 선진국 사례를 감안해서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10~20년 뒤에 한국의 부동산 세제의 초석을 놓는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가진 사람은 부도덕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강남에 사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되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진취적으로 자기 인생을 살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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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황수 GE코리아 신임 사장의 경영플랜
[이코노믹리뷰 2007-05-24 10:54]

“한국시장 新비즈니스 모델 꿈틀
본사에서 잠재력 주목하고 있어”

“인재를 평가할 때 지연이나 학연 등을 배제하고
그 사람이 지닌 역량만으로 파악하는 것이
GE의 장점입니다.”

“혁신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며, 부단 없는 고투의 산물입니다. 한국 기업인들은 지금까지 이러한 변화의 노력을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게을리 해온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지난 3월 이채욱 전 회장의 후임으로 GE코리아에 부임한 황수 신임 사장. 그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지금은 관리형이 아니라 성장형 CEO가 각광을 받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일상적인 경쟁에 치중하다보니 여유를 갖고 멀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사장은 하지만 최근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들이 창조 경영을 선포하는 등 신 성장 동력 확보에 뜨거운 열정을 보이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GE본사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자릿수 성장을 위해 방송을 비롯한 여타 부문에도 지속적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해, 국내 방송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어 자신과 이채욱 전 회장은 학벌이나 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공정한 평가시스템의 수혜자라며 엄정한 인사 원칙의 확립이야말로 글로벌 기업 도약의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부임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취임기자 회견이 다소 늦었는데, 많이 바쁘셨나 봅니다.
GE코리아의 사업 영역은 매우 방대합니다. 건광관리(health care) 부문부터 엔진, 플라스틱, 가전까지, 그동안 사업 현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또 살펴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발탁배경이 궁금합니다. 적자 누적으로 문 닫기 일보직전이었던 GE삼성조명을 되살린 일화는 국내에서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회생 작업을 지휘해보라며 저를 GE삼성조명 사장으로 선임했습니다. 당시 이 회사는 만년 적자기업이었습니다. 제가 부임하자, 사람들이 다 떠난 회사에 사장이 다시 왔다며 사원들이 술렁거릴 정도였습니다. 이 회사를 불과 1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시켰습니다. (그는 북아시아 사장 시절에 10년 간 적자를 면치 못하던 일본조명사업을 역시 흑자로 반전시켰다. )




GE는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기업이자, 포천 500대 기업 리스트에 가장 오래 남아 있는, 세계 최고의 회사로 유명합니다. 이곳에서의 경쟁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이 회사에 처음 입사한 이후의 일화입니다. 분위기도 냉랭한데다 업무 강도가 매우 세서 정말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업무 교육(OJT)도 두 시간 정도가 다였습니다. 가족들과 짬을 내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을 갔다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정도입니다. 프로페셔널한 조직이라는 방증이겠죠.(웃음)

혹시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준 계기가 있었습니까. 감명 깊게 읽은 책도 괜찮습니다.
바빠서 통 책 읽을 여유를 내기가 어렵습니다만, 《완벽에의 충동》이라는 책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임자인 이채욱 회장도 이른바 기업 회생전문가였는데요. 두 분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싱가포르에 가 있는 이채욱 전 회장이 저를 만나면 늘 하던 말이 있습니다. 제가 자신과 꼭 닮은 길을 걷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공감합니다. 둘 다 한국사회의 주류 대학인 ‘SKY’ 출신이 아니었고, 회사 내에서 뛰어난 성과를 인정받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른 특성에 가려 잊어버리기 쉽지만, 공정한 평가 시스템은 GE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재를 평가할 때 지연이나 학연 등을 배제하고 그 사람이 지닌 역량만으로 파악하는 것이 GE의 장점입니다. (저도) 모두 여섯 차례 이상의 엄격한 인터뷰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이 회사의 사장으로 최종 낙점될 수 있었습니다. GE에 근무하게 된 것을 기쁘고, 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회사는 FMP로 불리는 이른바 엘리트 사원 양성 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보통 직장생활 2∼3년 차의 직장인들을 상대로 선발하며, 이들은 대개 사내에서 빠른 진급을 하게 된다.)




GE에 38세의 늦깎이의 나이에 입사했다고 들었습니다. 학자의 길을 포기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박사 과정을 밟다가 도저히 적성이 아닌 듯해 과감히 포기했습니다.(웃음) 38세의 나이에 GE에 입사했는데, 첫 번째 보직이 바로 ‘석영’제품의 글로벌마케팅 책임자였습니다. (그는 미국 쿼츠 인터내셔널(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소재)의 국제 영업 업무 담당으로 입사했다. 이후 38세의 나이에 GE로 옮겼다.)

이채욱 전 회장이 탁월한 성적을 남겼는데, 혹시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까. 회사의 덩치를 얼마나 더 키울 계획입니까.
지난해 17억 달러였던 GE코리아 매출을 올해 19억달러, 내년에 22억달러로 늘려나갈 방침입니다. 특히 한국 내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사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GDP의 2∼3배 정도의 성장률을 강조해 왔습니다. 부임 초부터 늘 강조해온 원칙입니다. 시장 여건이 우호적이면 우호적인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사업 기회라는 것은 항상 주변에 있다고 봅니다.

GE는 이멜트 회장 부임 후 놀랄 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 자란 성년이 매년 부쩍부쩍 키가 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요.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이멜트 회장은 항상 ‘성장을 하나의 절차(process)로 만들라’는 말을 해왔습니다. 세계적인 리더들의 리더십을 연구한 끝에 이들에게 공통적인 특성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리고 임직원들을 교육하고, 평가하는 데 이러한 기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성장의 DNA를 평소에 각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섯가지 기준이 외부 지향성(external focus), 명확한 사고(clear thinking), 상상력(imagination), 포용력(inclusiveness), 그리고 전문성(expertise)이다.)

두자릿수 성장을 위해서는 신규사업 발굴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방송 분야 진출설도 들려옵니다만.
미 NBC 사장단이 한국을 방문하고 지난 3월 돌아갔습니다. 방송 시장의 잠재력을 현장에서 직접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 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길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한국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에 접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겁니다.

GE코리아가 국내 방송 부문의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은 없습니까.
국내 총생산(GDP)의 2∼3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방송은 물론 다른 분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갈 것입니다. GE코리아는 현재 디지틀조선의 경제정보채널 비즈니스앤과 콘텐츠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 환경은 어떤 편입니까. 혹시 바뀌었으면 하는 규제는 없을까요.
GE코리아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금산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은행업에 진출할 수가 없습니다. (동석한 조병렬 GE코리아 상무는 미국에서도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은 금지돼 있다며 보충설명을 했다. )

두 나라 사이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습니다. 이번 조약체결이 성장의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당장 사업 내용에 큰 변화가 있기보다는 조직 내부의 변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컨대, 양국간 관세가 줄어들면서 GE가 한국에서 구매하는 물품의 비중이 더욱 커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국내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요즘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화두입니다. 최태원 SK 회장은 한국 기업이 성장 동력 개발을 게을리 했다는 자성의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혁신이란 결코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고투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나라에 와서 국내 기업인들이 평소에 이러한 변화의 노력을 좀 게을리 해온 것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당장의 사업에 매달리다보니, 멀리 내다보는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삼성을 필두로 창조 경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에 비춰 볼 때 너무 뒤처진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인들의 대단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시장의 장래를 밝게 보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삼성인력개발원의 요청으로 다음달에도 삼성그룹 중역들을 대상으로 창조경영에 대한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무언가 될성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많은) GE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성장 동력 발굴과 관련해 GE에는 최고경영자를 보좌하는 조직이나 직급이 있습니까.
성장 동력은 기업인들이라면 항상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잭 웰치 전 회장 시절에도 사업 부문별로 끊임없이 그 방안을 고민해 왔습니다. 다만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성장 동력 발굴에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업부문별로 신규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출합니다.

이멜트 회장과 회장 직속의 위원회가 이 아이디어를 평가하게 됩니다. 현재 신사업 프로젝트 40개를 상시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90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2~3년내에 10억 달러 매출 잠재력이 있는 아이디어가 그 대상입니다. GE에서는 이를 획기적인(break-through) 아이디어라는 말로 부르고 있습니다.

잭 웰치 회장 시절에는, 이른바 신상필벌의 원칙으로 유명했는데요. 지금도 이러한 원칙이 유지되고 있습니까. 직원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억누른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의 역량을 세 등급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잭 웰치 시절에 비해 더 융통성을 두는 편입니다. (비즈니스위크는 2005년 3월 28일자에서 제너럴 일렉트릭 내부 직원의 말을 인용해 하위 10% 인력의 해고원칙도 과거에 비해 좀 더 유연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인 최초의 성장 리더로 GE에서도 승승장구해 왔습니다. 끝으로 그 비결을 조언해주십시오.
관리자형은 지금처럼 빨리 변모하는 경영환경에서 이제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성장형 CEO로 스스로를 변모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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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리더를 말하다 ⑨ 한명숙 전 총리

[이코노믹리뷰 2007-05-24 10:57]


盧心 머문 ‘어머니 리더십’…
예선에 본선에 갈 길은 멀어

참여정부의 ‘걸작(傑作)’이기도 한 첫 여성 총리에 만족하지 않고 내친김에 ‘지존’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한명숙. 그가 대권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권을 향한 그의 리더십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일까.

그는 이번 대선을 ‘산업화세력’ 대 ‘민주화세력’ 간의 대결로 몰아가겠다는 속셈을 지닌 듯 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나올 경우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전선구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겨룰 경우는 어찌되는 것일까.

참여정부가 세운 여러 기록 가운데 눈에 띄는 사항 중 하나는 건국 이래 첫 여성 총리를 배출한 점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그 당사자이다. 여성 총리는 해방 이래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그 숙원이 바로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다.

당초 첫 여성 총리는 DJ의 국민의 정부 때 가시권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장상 전 민주당 대표는 DJ의 낙점을 받고 총리실로 출근해 서리의 역할을 수행키도 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국회 인준의 관문을 넘지 못해 첫 여성 총리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첫 여성 총리라는 진기록을 보유케 된 한 전 총리는 분명 ‘럭키’한 사람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해 30% 안팎을 오가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그는 범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와대 주변에서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 전 총리를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범여권의 수많은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현 상황이야말로 노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는 한 전 총리에게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찬스’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가 경선 승리하면 대항마로 나온다?
여성 총리의 출현에 만족하지 않고 내친김에 ‘지존’의 자리인 대통령까지 만들어내고자 하는 여성계의 열망도 그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성계의 이런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한 전 총리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지지율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승리할 경우 범여권에서는 자연스럽게 한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한 전 총리는 천시(天時)를 만난 셈이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래의 투표 행태를 보면 통상 여성들은 같은 여성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 그 이유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초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프랑스의 여성들은 여성후보인 좌파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보다 우파의 사르코지 당선자에게 표를 더 몰아주었다.

그러나 남아 선호의 흐름이 퇴색한 현재의 상황에 비춰볼 때 여성이 여성후보를 찍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박 전 대표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이명박 전 시장에 이어 부동의 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사실이 그 증거이다. 우리나라도 후보가 뛰어나기만 하면 얼마든지 여성 대통령이 출현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이 구비되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한 전 총리의 대선에 대한 강고한 의지와 결단이다. 그는 공교롭게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그날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되어 대권에 도전할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나는 탈당하지 않는다. 5월 중으로 대선 도전의 깃발을 들 것이다. 나는 참여정부와 정책적 지향점이 같다.”

대선 출마의 강고한 결기가 선연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그가 주적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한나라당의 박 전 대표이다. 이는 같은 여성으로서 강한 라이벌 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신이 박 전 대표와 비교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살아온 인생을 보라. 질적인 차이가 있다. 나는 퇴행의 역사가 아니라 남북통합을 통한 선진적 대통합의 비전으로 국민에게 선택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통합은 국가경쟁력 및 선진화와 직결된다. 한반도와 남북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 차기 리더가 돼야 한다. 여성도 여성 나름이다.”

“여성도 여성 나름”… 리더십 차별화
그는 단순화법을 동원해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자신의 리더십과 극명하게 대비시킨 셈이다. ‘퇴행'과 ‘선진’, ‘분열’과 ‘통합’, ‘남북대립’과 ‘평화통일’ 등이 그것이다. 그가 내심 박 전 대표에 대해 얼마나 강한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과연 무엇을 근거로 이처럼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그는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구시대의 개발독재 및 냉전의 낡은 패러다임으로 몰아붙이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새로운 시대의 ‘통합’ 및 '평화'의 리더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리더십을 ‘어머니 리더십’으로 정리하고 있다.

“저는 인생 역정에서 받아온 고난을 승화시킨 까닭에 맺힌 한이 없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어머니의 정신 밑에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강인함이 깔려 있다. 어머니는 투지와 강인함, 결단력을 어느 누구보다 잘 갖추고 있다.”

《햄릿》에 나오는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다(Frailty, thy name is woman)’ 구절을 번안(飜案)한 '강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어머니이다'라는 경구(警句)가 상기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 국민작가 고리키의 중편소설 《어머니》에 나오는 ‘어머니’는 사실 영원한 귀의처인 동시에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집안을 굳건히 지켜내는 강인함의 상징이다.

고리키 소설 《어머니》에 영향 받았나
한 전 총리가 고리키의 《어머니》에서 감명을 받아 ‘어머니 리더십’을 언급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그가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점에 비춰 《어머니》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1980년대 당시 운동권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필독서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던 촌부(村婦)가 차르(Tsar) 정부의 폭정에 항거하는 아들의 뒤를 이어 혁명투사가 되는 내용이 골자이다. 이는 안톤 체홉의 단편소설 《부드러운 여인》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새로운 남편을 만날 때마다 무수한 변신을 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동양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열녀전》에 나오는 대표적인 사례로 전국시대 말기에 활약한 위(魏)나라 장수 악양(樂羊)의 아내를 들 수 있다. 하루는 악양이 길을 가다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황금을 주워 가지고 돌아가자 악양의 아내가 황금에 침을 뱉으며 이같이 책망했다.

“지사(志士)는 남몰래 샘물도 마시지 않고, 염치 있는 사람은 아니꼬운 음식이면 받지를 않는다고 했습니다. 누구의 것인지 그 내력도 알 수 없는 이런 황금을 주워 가지고 와 그대의 고결한 인품을 더럽히려는 것입니까.”

악양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이내 황금을 들고 밖으로 나가 들에다 내버렸다. 이후 그는 아내를 떠나 멀리 노나라로 가 학문을 배웠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버티지 못하고 1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아내는 베틀에서 비단을 짜던 중이었다.

아내가 물었다.

“그대는 배움을 성취했습니까.”

“아직 성취하지 못했소.”

그러자 그의 아내가 즉석에서 칼을 뽑아 베틀의 실을 모두 끊어 버렸다. 악양이 크게 놀라 그 까닭을 묻자 아내가 이같이 대답했다.

“대장부는 학문을 성취한 연후에야 가히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비단을 다 짠 연후에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중도에서 학문을 폐하고 돌아왔으니 첩이 칼로 끊어 버린 이 베틀의 비단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악양은 이 말에 크게 감복한 나머지 다시 집을 떠나 이후 7 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고 학문 연마에 매진했다. 이후 그가 전국시대 말기를 풍미한 웅걸(雄傑)로 성장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전 총리 역시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있던 남편의 옥바라지로 크게 고생했다. 그 또한 남편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악양의 처와 고리키의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 전 총리가 민주화운동 및 여성운동을 하면서 쌓은 적공(積功)이 간단치 않다. 남녀고용평등법 제정과 가족법 개정, 호주제 폐지 등은 모두 그의 족적이 뚜렷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개혁사례이기도 하다. 이는 그 자신이 주요 정치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그만이 지니고 있는 리더십의 또 다른 측면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개헌 문제 놓고 절묘한 타협안 제시
실제로 그는 노 대통령과 정치권이 개헌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당시 중재자를 자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물론 그는 총리 재임 시절에 한나라당 및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개헌추진기구’를 설치하는 등 노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인 측면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정치권에 복귀하자마자 이내 중재안을 제시하며 노 대통령의 양보를 촉구하는 노련미를 선보였다.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이 만나 개헌추진을 공동선언하고, 노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여 개헌안 발의를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절묘한 타협안이 아닐 수 없다. 야당으로서도 이를 싫어할 리 없다. 한 전 총리가 강조하는 ‘어머니 리더십’이 약여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원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의 위대함은 바로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데 있다. 동양은 일찍부터 그 의미를 통찰했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무위지치(無爲之治)’의 리더십이 바로 ‘어머니 리더십’과 유사하다. 《도덕경》 제28장은 낮은 곳에 임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물과 골짜기의 비유로 이를 극찬한 바 있다.

“그 웅성(雄性: 수컷)을 알고 그 자성(雌性: 암컷)을 지키면 천하의 계곡이 된다. 천하의 계곡이 되면 상덕(常德)이 떠나지 않아 순수한 영아로 복귀한다. 그 밝음을 알고 그 어둠을 지키면 천하의 준칙이 된다. 천하의 준칙이 되면 ‘상덕’이 어긋나지 않게 되어 무궁한 세계로 돌아간다. 성인은 통나무가 잘려 그릇이 되는 이치를 활용해 왕후(王侯)를 세웠다. 그래서 대도(大道)에 따른 치천하(治天下)는 해침이 없는 것이다.”

이 대목의 핵심어는 ‘지웅수자(知雄守雌: 수컷을 알고 암컷을 지킴)'이다. 이를 두고 《도덕경》에 대한 가장 뛰어난 주석을 남긴 삼국시대의 왕필(王弼)은 ‘지위선필후(知爲先必後)’로 풀이했다. 앞서려고 하면 반드시 뒤처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천하를 통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존귀한 자리에 오를지라도 응당 몸을 낮출 줄 아는 겸하(謙下)의 미덕을 뜻한다. ‘수자(守雌)’가 바로 그런 뜻을 담고 있다. ‘어머니 리더십’의 요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전 총리가 개헌안에 대한 타협안을 제시해 국론분열의 소지가 컸던 개헌정국을 미리 방지한 것은 바로 ‘지웅수자’의 개가가 아닐 수 없다. 당시 한나라당은 한 전 총리의 제안에 크게 당혹해 한 나머지 즉각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노대통령의 임기 4년 동안에 빚어진 민생파탄의 책임을 나눌 위치에 있다. 개헌 중재안을 뜬금없이 제시한 것은 자신의 대선 가도에 적극 활용하려는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그가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상하는 것을 적극 견제코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개헌정국 타결의 공을 한 전 총리가 독차지하는 것을 묵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안은 한 전 총리의 주장대로 마무리되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견제 역시 한 전 총리의 역량을 돋보이게 만드는데 일조했을 뿐이다. 그의 정치력이 간단치 않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권을 꿈꾸는 한 전 총리의 전도(前途)가 마냥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정국의 흐름 상 대권을 꿈꾸는 그의 앞에는 4가지 난문(難問)이 가로막고 있다.

첫째, 열린우리당 내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과연 물리칠 수 있을지 여부이다. 현재 그는 열린우리당 내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 등을 제압할 만한 조직을 갖고 있지 못하다. 먼저 조직의 열세를 만회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열린우리당이 과연 대선 때까지 거대 공당으로 남아 있을지 여부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의원들의 제2차 탈당 러시가 임박하면서 사실상 토붕와해의 위기상황에 몰려 있다.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위 ‘사수파’들이 버티고 있으나 사실상 공당으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령 어렵사리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될지라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셋째, 후보로 선출되었을지라도 과연 한나라당의 이 전 시장 또는 박 전 대표와 싸워 제대로 된 승부를 겨룰 수 있을지 여부이다. 열린우리당은 태생적으로 참여정부 실패의 책임추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자본잠식의 단계를 넘어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는 공당의 후보를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넷째, 한 전 총리가 이런 한계를 모두 뛰어넘을지라도 과연 개인 차원의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사실 이것이 '키워드'에 해당한다. 과연 한 전 총리는 이번 대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이같이 언급한 바 있다.

“여성들이 이제는 주인으로서 역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결의를 할 때이다. 퇴행의 역사를 걸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민주주의와 새 역사를 창조하는 길로 나아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

“여성들이 역사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그는 거명만 하지 않았을 뿐 한나라당의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산업화세력’ 대 ‘민주화세력’ 간의 대결로 몰아가겠다는 속셈의 일단을 드러낸 셈이다.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나올 경우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전선구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아닌 이 전 시장과 겨룰 경우는 어찌되는 것일까. 나아가 손학규 전 지사 등이 ‘중도 리더십’을 기치로 독자적인 신당을 만들어 범여권의 대표주자가 될 경우 과연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대선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간의 싸움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분명 범여권 내 잠룡(潛龍)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가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열린우리당의 대권후보가 되어 본선을 넘볼 수도 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참여정부의 ‘걸작(傑作)’이기도 한 첫 여성 총리가 지닌 최대 강점인 동시에 최대 약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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