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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의학 지식이 당신의 건강을 해친다”

[이코노믹리뷰 2006-12-15 05:30]저는 목요일에 커피를 많이 마시는 편입니다. 다음날이 원고 마감이어서 잠을좀 억제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적게는 3잔에서 많게는 대여섯잔까지 마시는 데요, 커피라는게 달작지근하기도 하고 먹을만하기는 하지만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건강에 썩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탓입니다. 하지만 방송이나 신문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리는 외국의 유명 연구자들은 커피가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합니다. 솔직히 잘 납득이 가지않는 내용인데요. 카페인이 몸에 해롭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요. 한 귀로 흘려보내지만 마냥 무시하기만도 찜찜한 건강상식의 허실을 한번 들여다보시죠.



《불량의학》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박은영 옮김
열대림/ 2006년 12월/ 391쪽/ 15,000원)

과학과 의학의 이름 아래 대중을 현혹하는 불량 의학의 실체를 고발한 책이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의학적 몰이해를 정면에서 파헤친다.

일찍이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우리는 이 말을 ‘잘난 척 하지 마라’는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잘난 척 하지 마라’는 뜻이 아니며 소크라테스가 창조한 말도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말을 평소에 잘 음미하고 다녔는데, 이는 사실 델포이 신전의 기둥에 적힌 문구로, 본 의미를 보면 ‘당신은 영혼(혹은 이성)을 지닌 존귀한 존재임을 아십시오’라는 뜻이다.

이렇듯 확실하다고 생각한 것이 실제로는 사실이 아닌 경우가 너무 많다. 이러한 부정확한, 혹은 잘못된 정보들이 양산되면, 피해자가 발생한다. 결론인즉, 우리가 뭔가를 제대로 알고 이야기하여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려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 즉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 자신도 확신치 못하는 이야기, 설익게 이해한 이야기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남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특히, 이 이야기들이 건강과 의학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불량의학》(열대림)은 공중보건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한 저자가 과학과 의학의 이름 아래 대중을 현혹하는 불량 의학의 실체를 고발한 책이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웰빙에 관심을 쏟고 있는 오늘날, 수많은 의학 정보와 건강 상식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서 그 정보와 상식 중에 진위를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에 저자는 비만에서 감기 치료, 세균에 대한 몰이해, 방사선의 위험도, 맹장 무용설, 자석과 건강, 산소 요법, 백신의 위험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의학과 건강에 관한 주제를 대상으로, 그 의학적 속신과 몰이해를 정면에서 파헤친다.

비만을 보자. 오늘날처럼 인류가 잘 먹고 잘 산 적이 없다. 1920년대 세워진 양키스타디움은 9000석의 좌석을 없애고 현대 미국인들의 덩치에 맞춰 좌석 크기를 15인치에서 19인치로 늘렸다. 현대인의 체중이 이렇게 늘어난 원인은 식품 공급은 늘어난 반면 생활은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계단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현대인들의 체중이 불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들어가 ‘살찌는 체질’을 검색해 보라. 소위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는 곳에서조차 ‘살찌는 체질’을 언급하고 돈을 들여 자기 클리닉에서 체질 개선을 해볼 것을 권한다. 정말 그럴까? 정말 살찌는 체질이 있을까?

저자는 단호하다. 살찌는 체질은 없다. 비만 유전자는 없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살찌는 체질이 있다면, 왜 100년 전의 낡은 흑백 사진에는 오늘날과 같은 비만이 많이 보이지 않는 걸까.

천연 제품이라고 안심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불량 의학에 대한 맹신이다. 허브(Herb), 즉 약용식물에 대해 우리는 매우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정말 천연은 안전한 것일까? 약초의 문제는 ‘우리가 어떤 것이 어느 상황에 좋은지, 더 정확하게는 적절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허브 제제에는 쓸 수 없는 재료, 아무런 약효가 들어 있지 않은 식물의 부위, 오염된 재료가 들어 있거나 심지어 약초라고는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것들이 허다하다. 더군다나 허브도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화학물질은 인간에게 매우 안전하고, 어떤 것들은 매우 위험하다. 자연이 만든 화학물질이라고 해서 제약회사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것보다 안전하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맹장 무용설은 어떨까? 우리는 아주 예전부터 맹장은 우리 몸에 필요하지 않은 퇴화된 장기이기 때문에 없애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열성적인 의사들은 다른 수술을 하는 도중에 툭하면 맹장을 제거해 버리곤 했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언젠가 감염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미연에 싹을 자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맹장은 필요가 없는 기관일까? 그렇지 않다. 맹장은 음식물이 들락날락하는 오래된 창자로서, 백혈구 세포를 위장 기관에 있는 무수한 세균과 바이러스, 약물, 나쁜 음식 앞에 노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백혈구는 대장균과 같은 치명적인 잠재성을 지닌 세균과 싸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저자는 의학 연구라는 미명 하에 진행되는 각종 실험 결과들도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TV나 신문을 통해, ‘무엇 무엇이 인체에 무슨 무슨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는 류의 의학 정보를 종종 보곤 하는데, 이도 사실 엉터리가 많다는 것이다. 오늘은 ‘커피가 심장발작의 원인’이었는데, 내일은 ‘커피가 심장에 좋다’는 연구 발표가 그 한 사례일 것이다. 왜 이런 상반된 연구가 나오는 것일까? 이것은 연구의 깊이가 얕고, 연구에 과학자들의 선입견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업계에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연구에만 자금 지원이 동원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저자는 ‘늙으면 아픈 것이 당연하다’거나 ‘인간은 뇌의 10%밖에 못쓰고 죽는다’ ‘암에는 상어 연골이 특효다’ ‘백신은 위험하다’ ‘TV를 가까이 보면 눈이 나빠진다’ ‘당근을 많이 먹으면 눈이 좋아진다’ ‘모든 심장마비는 가슴을 뜯을 정도로 날카로운 고통을 일으킨다’ 등이 모두 불량 의학임을 밝히고, 영화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등에 나오는 불량 의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명적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믿고 따라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답은 간단하다. 바로 중용이다.

2150년의 우리 후손들은 2006년 우리의 의학 기술을 비웃을 수 있다.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식사 방법만 빼놓고 말이다. 왜냐하면 이 방법이야말로 바로 수천 년 동안 증명되어온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법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이 방법을 제쳐놓고 다른 방법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왔을 뿐이다.

과학에 대한 맹신, 보다 나아진 삶의 질, 그리고 무차별적인 모든 정보가 퍼질 수 있는 환경으로 인해, 오늘날 불량의학과 우량의학이 그 어느 시대보다 더 혼돈스럽게 공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럴 때일수록 몸에 좋다는 것을 무작정 찾아 섭취하거나 적용하기보다는, 불량의학 정보나 상식을 구별해내는 능력이 바로 진정한 웰빙과 건강 추구가 아닐까 싶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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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역사용어 바로쓰기》

[이코노믹리뷰 2006-09-04 00:18]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의 서평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역사용어에 얼마나 왜곡된 역사의식이 반영돼 있는 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네요.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역사비평사/
2006년 8월/328쪽/12,000원

“삼국시대는 없었다”

이 책은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중인 35명의 학자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잘못 쓰이거나
주체에 따라 달리 쓰이는 40개의 역사용어를 재검토하고 있다.

요 즘도 가끔 등장하는 ‘이조백자’라는 말,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풀어 쓰면 ‘이씨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백자’다. 박씨나 김씨가 조선 시대의 임금이었던 적이 없는 데 굳이 ‘이씨 조선’, 즉 ‘이조’라니 이 용어를 만든 이가 누군지 대략 짐작이 가지 않는가. 이조백자라는 말은 조선을 강제 병합한 일본이 조선 왕실을 폄하하고 강제 병합을 정당화하려는 정치·문화적 의도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나의 동일한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다 한 용어로 통일되는 경우가 있고, 완전히 다른 용어로 대체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용어를 지은 주체와 그 주체의 역사의식 때문이다. 한때 노동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이었던 시기에 ‘근로자’란 말이 대세(?)였다가 지금에 와서 보편적으로 ‘노동자’라는 말이 쓰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다사다난했던 우리 역사를 보면, 부적절한 시대에 부적절한 용어들이 참 많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적절한 용어로 대체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체는커녕 뿌리깊은 나무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용어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 의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역사 용어다.

《역사용어 바로쓰기》(역사비평사)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역사 용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쓰여진 책으로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경제학·사회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중인 35명의 학자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잘못 쓰이거나 주체에 따라 달리 쓰이는 40개의 역사용어를 재검토하고 있다.

저자들이 지적한 용어들은 우리가 근대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적합하지 않게 쓰인 것이 정착한 것, 학문적 검토 없이 잘못된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다가 학술용어로 정착한 것, 관용적으로 잘못 써왔거나 의미가 탈색되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는 것들이다.

한국의 고대사를 보자. 우리는 교과서에서 삼국시대를 배웠다. 하지만 고구려·백제·신라·이 세 나라가 당시 영토를 셋으로 나누어 지배하고 있었던 시기는 고작 98년(562년∼660년)에 불과하다 한다. 저자는 여기에 가락국, 즉 가야의 존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와 대등하게 병존했으며, 바닷길을 잘 이용했고 이로 인해 같은 시대의 신라보다 훨씬 더 발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가야를 다른 나라의 통치를 받던 약한 나라로만 인식하고 있을까? 그것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주장한 식민사학의 결과다.

19세기 말부터 일제의 역사가들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는데, 이는 고대 왜(倭) 왕권이 가야 지역을 정벌하여 임나일본부를 설치하고 백제와 신라를 영향력 아래 두어 남한을 경영했다는 주장이다. 이후 광복이 된 후에도, 일제의 이러한 선전에 물들어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열등감에 빠져 가야사는 거의 거론되지 않은 채 50년이 흘렀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굴된 유물을 보면 가야가 고대 왜국의 지배나 백제 혹은 신라의 지배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될 만한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발굴된 유물에서는 풍부한 부와 기술, 특히 제철 기술 능력을 통해 가야의 힘과 독자적인 문화를 볼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삼국시대는 부적절한 용어며, 올바른 용어는 ‘사국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또한 마찬가지다. 당시 북쪽에는 분명히 발해가 존재했다. 발해는 건국자와 주민 구성에서 이중성을 띠고 있었지만, 건국된 뒤에 고구려 계승을 표방했다. 발해 무왕은 727년 일본에 보낸 국서에서 “고구려의 옛 터전을 수복하고 부여의 풍속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따라서 당시를 정확하게 반영한 용어는 통일신라시대가 아니라 남북국시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이 공식 조약 명칭인지 아닌지, 독립운동이 맞는 용어인지 민족해방운동이 맞는 용어인지, 신사유람단이란 용어가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이 표현 자체가 맞는 것인지 아닌지, 반탁과 신탁의 존재, 한국전쟁이 과연 맞는 용어인지 등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용어, 대중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용어, 여론을 반영하는 대중매체의 용어 속에는 그 용어를 만든 주체의 인식이 교묘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따라서 정확한 용어 사용이 매우 중요하다. ‘그거나 이거나 다 똑같은 걸 두고 하는 말 아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광주에서 일어난 쿠데타군의 학살극을 두고 아직까지 ‘광주사태’라는 용어를 쓴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용어로서 우리에게 그리고 후손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이 남긴 가치와 교훈을 전파할 수 있겠는가.

책의 서문에서 강정숙 박사는 “말은 의식을 구속하고 제약한다. 잘못된 용어로 쓰인 역사는 잘못된 역사 이해와 역사 인식을 낳는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바로 쓰고 바로 붙이는 일, 역사용어를 바로 이름 짓고 부르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근대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주요한 개념어들을 대개 일본에서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적합하지 않은 의미 혹은 연상이 특정 용어와 연결된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에 역사용어 재검토는 곧 한국사회의 제대로 된 ‘근대사회 만들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재검토에 들어간 40개의 역사 용어는 근현대사 과정에서 형성된 용어의 숫자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다만 이러한 단어부터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 역사용어의 전면적 재검토를 위한 자극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이 책의 의의를 밝히고 있다.

역사 이해와 역사 명명이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 미래의 문제임을 인식하자. 그리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들이 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역사 바로 세우기는 바로 용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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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앞으로 10년, 독점이 세상을 지배한다

[이코노믹리뷰 2006-05-29 08:12]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의 서평입니다. 현직 경영자이자 시카고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기업이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상황적 독점’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독점의 기술 : 미래시장을 잡는》
밀랜드 M. 레레 지음/권성희 옮김/흐름출판/2006년 5월/319쪽/13,000원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과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을 일군 빌 게이츠, 그리고 주식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셋 다 타워팰리스를 100채도 넘게 살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부자라곤 말하지 말자. 너무 뻔한 답이니까.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사람들? 조금 나은 답이다. 월마트만 해도 웬만한 국가의 GDP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엄청난 매출액을 기록 중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질문에 대한 원하는 답이 아니다.

정답을 말해버리자면 이 세 사람 모두 ‘독점’으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야 반독점법으로 한동안 고생 좀 했고, 그의 성공이 사실은 남의 운영프로그램(DOS)을 구매해서 마치 자기가 만든 것인양 IBM에 독점 납품한 것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워낙에 널리 알려져서 새롭지도 않다. 그런데 샘 월튼과 워런 버핏이 독점으로 성공했다니?

현직 경영자이자 시카고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가르치고 있는 밀랜드 M. 레레는 그의 책 《독점의 기술 : 미래시장을 잡는》(흐름출판)에서 그들이 어떤 독점으로 성공했는지를 밝힌다. 저자는 기업이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상황적 독점’을 갖춰야 함을 주장한다. 자,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독점이 무엇인지 샘 월튼과 워런 버핏을 통해 먼저 살펴보자.

월마트 성공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백미는 ‘지역 독점 전략’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월마트의 가장 강력했던 경쟁자인 K마트가 인구 5만명 이하의 소도시에는 진출하지 않을 때, 유독 월마트만 그와 반대로 이러한 지역에 진출해 기반을 다진 이야기는 너무나도 자주 언급되는 경영 사례일 것이다. 실제로 월마트는 경쟁자 없는 인구 5만명 미만의 소도시를 점령했고, 월튼의 말대로 “하나의 시장을 확장한 다음 상점을 꽉 채워 넣어서 그 지역을 완전히 잠식”해 버렸다.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나 광고 하나 없이 이 전략 하나로 유통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그런데 워런 버핏은? 주식시장이야 누구나 뛰어들 수 있고, 워런 버핏보다 더 큰 손들도 많은 데 무슨 그가 독점으로 성공했단 말인가.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는 독점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해 주식만으로 40조원이라는 막대한 부를 쌓았다. 버핏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다.

“투자 대상의 독점력이 얼마나 오래갈지 살펴봐야 한다. 그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해자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가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물론 성벽과 해자가 크고, 해자 속에 악어가 많으면 더욱 좋다.”

지금까지 독점은 ‘부정적인’ 어감을 풍기는 단어였다. 독점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맞는 말이다. 독점을 통해 해당 기업은 시장에서 폭리를 취할 수 있고, 독점이란 무기로 자유롭고 건강한 경쟁을 회피하거나 방해하는 폭력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적 독점’은 앞의 독점과는 다른 형태의 독점으로, 불법도 아니며 폭리를 취하는 부도덕적 독점도 아니다. 실제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 모두 이 독점을 취하여 성공을 이뤘다. 물론 기존에 갖추고 있던 상황적 독점을 잃어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게 된 기업도 있다.

상황적 독점이란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를 기존 업체가 채워주지 않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채우지 않을 때, 어떤 기업이 유일하게 그 요구를 채웠을 때’ 발생하는 독점이다.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어떤 것이든 상황적 독점의 영역을 하나씩 확고하게 눌러 앉고 있다.

예를 들어, 델 컴퓨터를 보자. 델 컴퓨터가 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컴퓨터 업체는 “IT나치(저자의 표현)”와 같았다. 고객들은 업체가 만든 여러 모델 중 하나만 골라야 했고, 개인마다 쓰임새가 다른 컴퓨터를 특별 주문할라치면 업체 담당자의 집요한 질문과 ‘대충 이것으로 하시죠’투의 판매 강요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게다가 컴퓨터를 주문하고도 꽤 시간이 지나서야 - 책에 따르면 약 3주 - 상품을 인도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델의 등장은 ‘IT나치의 패배’를 예고했다. 델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특화된 컴퓨터를 더 저렴한 가격으로 3일 만에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델은 저렴한 맞춤형 컴퓨터에 있어 상황적 독점을 일구어냈고 이로 인해 약 10억달러의 매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상황적 독점의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혼다는 좌석을 눕혀 짐칸을 넓게 쓸 수 있는 미니밴 시장을 5년 동안 독점하면서 다른 회사들보다 24억달러나 더 많은 수익을 올렸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저가 항공 시장을 독차지하며 엄청난 고수익을 창출했다.

저자는 “매출은 높은데 이익이 없는”, 즉 죽도록 경쟁하고도 결과가 별 볼일 없는 이유는 상황적 독점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며, 이런 식으로 기업을 운영해봐야 기업은 항상 적자에 허덕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수많은 성공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성공 조건이 분석되고 있지만, 그 핵심에는 언제나 ‘상황적 독점’이 존재하고, 이것 없이 이들 기업을 절대 분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낡은 이론으로 이들의 성공을 설명하지 말고, 엄연히 존재하는 핵심 성공요건, 즉 앞으로 기업에 이익을 줄 수 있는 것으로서 오직 ‘독점’에서 눈을 떼지 말 것을 요구한다.

앞으로 새로운 상황적 독점을 먼저 손에 쥐는 기업이 미래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또한 독점을 알고 독점을 지키는 기업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황적 독점을 찾아 차지하고 지킬 수 있을까? 먼저 기업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반드시 사업 영역이나 공간이 ‘소유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는 그 사업 영역이나 공간을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고 수익성도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조건은 “소유할 만한 공간을 높은 이익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경쟁자 사이에서 성공과 실패가 일어난 궁극적인 요인으로서의 독점을 산업별·기업별로 소개하고, 상황적 독점을 “남보다 먼저 차지하고 절대 빼앗기지 않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어떻게 보면 상황적 독점이란 레드 오션(Red Ocean)에서 블루 오션(Blue Ocean)을 찾아내는 것이다. 낡은 경쟁 논리에 매달려 제 살 깎기 경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기업이라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
(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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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조선 시대 블로거를 만나다

[이코노믹리뷰 2006-08-14 08:06]19세기 전반에 활동한 문인, 홍길주가 남긴 저작을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번역한 고전입니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생각 창고》


몇 년 전에 총리 인준을 두고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 중 - 당사자가 당황하고 경황이 없어 나온 실언이겠지만 - 참 어이없는 말 하나가 튀어 나왔다.

“총리가 될 줄 알았으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인데….”

비웃고 싶은가. 비웃기에는 위 문장에서 주어와 목적어를 바꾸면 누구도 이 문구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아는가.

우리는 나중에 해가 될 씨앗을 뿌릴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런 불완전한 존재들과 함께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으니 “인생 뭐 있어”라고 단정하고 살아야 할까. 아니다.

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우리는 이미 배웠다. 어디서? 도덕 교과서에서!

바로 신독(愼獨 - 혼자 있을 때 더욱 삼가고 경계한다)이다. 보는 사람이 없다고, 알 사람이 없다고 하여 막 살아서는 안 된다고 우리 선조들은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특히, 신독은 선비에게는 규범 그 자체였다. 선비들이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삶의 기준’ 혹은 ‘모범’을 보여야 했던 존재였다면, 오늘날 신독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일지는 자명해진다.

복잡하고 쪼잔하기까지 한 오늘날 세상에서 옛 선비들이 신독을 지키고, 스스로를 수양한 결과물을 우리는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읽고 있다. 자신을 기만하지 않고 경계하는 내용이 담긴 고전을 읽으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생각 창고》(돌베개)는 19세기 전반에 활동한 문인이었던 항해 홍길주가 남긴 저작을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의 저자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3년에 걸쳐 번역한 고전이다.

이 책에는 홍길주가 살았던 당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들, 당대 학계와 문단의 흐름, 문학과 인생에 대한 자신의 견해 등 사소한 일상사에서 문장과 학술에 이르기까지 총 441가지의 글이 들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19세기 지식인의 관심사와 통찰력, 사유의 너비 등을 상세하게 살펴보고, 일상사에 대한 관심, 생활문화 소비문화와 관련된 보고, 여가 활동의 구체적 표방과 실천, 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등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다양한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다.

고전이라 하면 보통 딱딱한 내용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딱딱하지 않다. ‘상상 창고’라는 제목에서 보듯 홍길주의 글쓰기 방식이 매우 현대적이고 다방면을 글쓰기의 주제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역자 정민에 따르면 홍길주의 글에는 ‘홍길주의 머릿속을 휘돌아 나간 온갖 생각들과 기억들이 자유로운 형식 속에 경쾌하게 펼쳐져 있다.’ 즉 오늘말로 표현하자면, 인터넷 블로그(blog)에 쓰인 글처럼 단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유롭게 기술되어 자신의 생각이 자유롭게 표현되어진 것이다. 한 사례로 ‘때에 맞는 문장’편을 보자.

“추위를 막는 옷으로는 면포만한 것이 없다. 값비싼 비단은 보기에만 아름다울 뿐이다. 쓰기에 편리한 그릇으로는 금석과 대나무만한 것이 없다. 주옥이나 서패(犀貝)는 겉만 번지르르할 뿐이다. 창달한 문사는 때에 맞아야 한다. 아름다운 문장이나 화려한 문체는 실용에는 합당함이 없다. 재주와 덕은 풍족하여 정치에 베풀 수 있어야 한다. 넓은 학문과 유창한 말도 세상일에는 보탬이 없다. 천하에서 기이한 보배라고 일컫는 사람이라 해서 진실로 모두 일을 맡길 만한 그릇은 아니다.” - ‘때에 맞는 문장’ 중에서

면포에서 금석·대나무로, 그리고 재주와 덕으로 생각이 자유롭게 옮겨가고 있다. 홍길주는 이러한 글쓰기 속에 현대를 사는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정수들도 함께 넣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리더가 취해야 할 것에 대해 홍경주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에게는 좋은 것을 가려서 굳게 지키고, 남에게서는 장점을 취해 아울러 받아들이니, 이를 일러 군자라 한다. … 종종 친하게 알고 지내는 여러 사람의 인품의 높고 낮음을 논하는 자는, 반드시 그 자신이 여러 사람의 가장 아래에 해당한다.”

아마도 요즘 관리자나 팀장 정도 되는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를 칭찬하는 사람에 대해 나 또한 칭찬하는 것은 사람의 상정(常情)이다. 알아줌을 만나 감격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진 사람이나 똑같이 지닌 바다. … 일을 느슨하게 결단하면 문제가 더욱 커진다. 차라리 과감하게 하다가 잘못되는 것이 낫다. … 간악함을 막음이 너무 지나치면 속임수가 더욱 심해진다. 차라리 알면서 관대하게 하는 것이 낫다.”

홍길주는 벼슬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홍길주는 배움에 있어서도 여느 선비들과 다른 접근 태도를 보였다.

그는 스스로가 배움이 넓지 못한 데다 나이 들어 점점 게을러져 책과 멀리 지냈음을 고백하면서, ‘문장은 다만 독서에 있지 않고, 독서는 다만 책 속에 있지 않다. 산과 시내, 구름과 새나 짐승, 풀과 나무 등의 볼거리 및 손님과 하인들이 주고받는 자질구레한 말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 속에 독서가 있다’고 스스로의 배움 방식을 말한다. 현대 사회에 필수요소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19세기 판 시도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홍길주는 낡은 지식, 관념화된 의미를 대물림하는 타성화된 독서를 거부했다. 연암 박지원식으로 표현하면 ‘마른 먹과 문드러진 종이 사이에 눈을 부비며 좀 오줌 쥐 똥을 엮어 토론하는, 취해 죽겠다면서 술지게미와 묽은 술만 배 터지게 먹는’ 독서에 대해 거부하고, 일상의 삶과 유리될 수 없고, 유리되어서도 안 되는 평범한 것 속에서 삶에 유용한 의미를 찾는 것을 독서로 보았던 것이다.

열린 눈으로 바라볼 때 모든 것은 문자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홍길주가 남긴 고전은 그래서 그가 쓴 글 자체가 주는 재미와 값진 배움뿐만 아니라, 문자로 된 책에서 벗어나 유리되어서는 안 되는 우리 일상적 삶을 접목하여 성찰하는 계기 또한 함께 남겨주고 있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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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일중독에 걸린 대한민국

[이코노믹리뷰 2007-02-16 23:18] (이코노믹리뷰에 서평을 기고하는 권춘오씨의 글입니다. 개미처럼 바쁘게 사는 직장인들에게 현대인의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의미를 되묻고 있습니다. 일본인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우리 한국인들.  여러분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


일중독 벗어나기
강수돌 지음/메이데이/2007년 2월/242쪽/1만2000원

‘한국인은 근면하다’는 평가가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자는 알맹이가 빠진 삶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8년 10월, 30대 씨티은행 명동 지점장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성공가도를 줄기차게 달리던 그의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은행만을 위해 일한 결과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 사랑하는 당신, 그리고 아들들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지만 아빠는 최선을 다했다. 바보 같은 아빠의 삶을 살지 마라.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

입사 7년 만에 성실과 능력을 인정받아 방배 지점장으로, 그리고 불과 몇 개월 만에 명동 지점장이 된 그는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하여 아예 개인생활과 가정을 포기해버렸다고 한다. 죽기 직전 몇 개월 동안에는 몸이 너무나 괴롭고 아파서 밤에 잠도 못 이룰 만큼 열심히 살았지만 그가 세상에 남긴 것은 ‘과로자살’이라는 충격파였다.

한국 사람들은 일을 많이 한다.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다. 중동에 건설 붐이 일었을 때 수많은 한국인들이 오일 달러를 벌기 위해 중동으로 떠났다. 아직도 중동에 가면 ‘코리안 넘버 원’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인터넷에 보면 ‘세상에서 일본인을 게을러 보이게 하는 유일한 민족은 한민족뿐이다’라는 글도 있다.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는 글들 대부분은 한국인의 근면성과 성실성에 관한 글들이 많다. 일단 이런 글들을 보면 일순간 뿌듯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세계적인 자랑거리로 여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뿌듯하기만 한 것일까. 정말 세계적인 자랑거리인가?

《일중독 벗어나기》를 쓴 고려대 경영학부 강수돌 교수는 이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유는 공허하다는 것이다. 아침만 되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학교와 일터로 달려나가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의 삶을 보면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알맹이가 그것이다.

변태가 아닌 이상, 우리는 몸이 편하고 마음이 편한 것을 원한다. 행복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헌법에 행복추구권이 당당하게 올라와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게 행복을 추구하는가? 대부분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어서 아니면 높은 자리에 올라서서다.

그렇지만 이것은 미래에 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내일 행복을 위해 ‘오늘 열심히 일하자’라는 것이다. 어디 개인에게만 그런가. 국가도 그랬다. 1960년대에 구호는 이랬다. ‘대망의 70년대를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자.’ 1970년대가 되자, ‘대망의 80년대를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자.’ 1980년대가 되자, 숫자만 바뀐 구호가 다시 반복됐다. ‘대망의 1990년대를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자.’ 그러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1997년에 ‘대망(大亡)’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또 구호들이 나왔다. 2만달러 시대…, 3만달러 시대….

환상적인 미래는 한 마디로 행복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개인에서 국가까지 만연되어 있는 오늘날의 우리나라에 ‘일중독(workaddiction) 집단 불감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여기서 일중독은 워커홀릭(workholic)과 다른 개념이다. 워커홀릭은 일을 너무나 즐기는 통에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일에만 몰입하는 것이다. 반면 일중독은 ‘일이 사람들의 삶에서 지배적 비중을 차지하면서 자기 일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도 병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또 갈수록 더 많은 일이나 더 높은 성과를 내야 만족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일을 중단하는 경우엔 견디기 어려운 불안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 병적 현상’이다.

실제로 조사를 보면, 한국 사회의 일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주5일제가 확산되고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졌지만, 실 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OECD 주요 22개국의 평균보다 무려 40%나 더 많이 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직장인의 70%가 스트레스성 정신신체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조사한 ‘일에 대한 태도’를 한국, 미국, 일본, 독일과 비교해보면, 일중독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한국에서는 만족스런 일자리가 1위였다. 반면 일본과 독일은 가족과의 시간을 1순위로 꼽았다. 일중독에 빠지고 싶은지의 질문에 독일은 6%가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한국은 2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일중독과 관련된 기타 질문들 즉 ‘잔업 증가에 대한 태도’, ‘생활에 침해되더라도 열심히’ 등에도 한국이 단연 1위를 나타내고 있다.

열심히 살아서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은가. 문제는 열심히 살긴 하는데 행복하진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매일 과로사로 사람이 죽고, 매 시간 산재사고가 10건씩 발생하는 데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고 무감각하게 일에 매몰된 ‘집단 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심각한 해악을 우리 스스로 바꿔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일에 대한 강박관념, 노동에 대한 과잉 경도성 등을 건강한 방식으로 극복해내지 못하면, 그것들이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붕괴시키고, 결국엔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일중독에서 벗어나 ‘오늘’ 행복하려면, 개인적 차원의 노력과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개인은 자신이 일중독자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이나 이웃, 동료들, 상사들도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나서야 한다. 저자는 특히 가족 구성원이나 회사 동료들이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문제해결의 동지가 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사회적으로는 일중독을 객관적으로 조장하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것은 지나친 성과주의에 기초한 관리 구조와 기업 문화, 생활 문화와 삶의 패턴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결국 개인과 사회가 가치관을 바꾸고 구조적 변화를 함께 추구해야만 일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중독에 대해서 인지하고 이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일과 삶의 가치, 행복, 가족 등 우리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자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저자는 “오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 추가하자.

“행복하십니까?”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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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CEO 모세에게 배우는 변화 경영

[이코노믹리뷰 2007-01-07 17:18] 이코노믹리뷰에 서평을 기고하는 권춘오씨의 글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노예상태에서 해방시키고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이끈 모세의 리더십에서, 난국을 헤쳐나갈 지혜를 배워보시죠.  


《CEO 모세》
베른하르트 피셔 아펠트 지음/엄양선 옮김/뜨인돌/2006년 12월/199쪽/1만2000원

불확실한 현실 앞에서 패배감과 회의 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노예 근성에 찌들어 있었던 백성을 어떻게 자부심과 투쟁심, 용기가 넘치는
민족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그것도 굶주림과 불신 속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데는 10가지 재앙이 필요했다. 물이 피가 되고, 개구리, 이, 파리 떼, 짐승의 죽음, 종기, 우박, 메뚜기, 어둠…. 그리고 마지막 10번째 재앙이 닥치자, 이집트 파라오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 어느 부모가 자식의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을까. 양의 피를 바르지 않은 집의 맏아들이 모두 죽었고, 파라오의 아들도 죽었던 것이다.

곧이어 이집트를 떠나기 시작한 이스라엘 백성의 엑소더스. 그러나 파라오는 뒤늦게 후회하고 이들의 엑소더스를 막으려 군사를 보내지만, 갈라진 홍해에서 군사는 거의 수장되고 만다. 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영화 〈십계〉나 〈이집트의 왕자〉를 통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출애굽기〉의 서두일 뿐이다.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 모세의 활약은 아직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홍해를 무사히 건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닥친 것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 아니라 진정한 시련의 시작이었다. 무려 40년 간의 길고 긴 광야 유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CEO 모세》(뜨인돌)는 바로 〈출애굽기〉의 본론을 다루고 있다.

당시 모세가 이끈 이스라엘 백성은 수 세대에 걸친 노예 생활로 그 근성마저 노예로 전락해버린 나약하고 형편없는 민족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최소한 12개 지파로 구성되어 일체감과 단결력 또한 볼 게 없었다.

이런 오합지졸을 데리고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험하고 척박한 광야의 온갖 궁핍과 불편함을 이기고, 무서운 적대자들로부터 공동체를 지켜내고, 난무하는 우상 숭배와 투쟁하고, 온갖 분란과 비도덕적 관습을 타파하면서,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으로 인도하는 것’이 지도자인 모세의 책임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실현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이 막중한 임무를 모세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을까? 불확실한 현실 앞에서 패배감과 회의 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노예 근성에 찌들어 있었던 백성을 어떻게 자부심과 투쟁심, 용기가 넘치는 민족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그것도 활량한 광야에서 굶주림과 불신 속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모세가 사용한 방법은 ‘확인’, ‘확신’, 그리고 ‘행동’이었다.

첫 번째, 확인을 보자. 모세는 명령하지 않고 먼저 변화에 뛰어들어 사람들에게 반드시 확인을 시켰다. 불이 붙었는데도 타지 않는 가시덤불 앞에서 신의 목소리로 직접 임무를 받은 모세에게는 ‘신의 이름으로 강요할 수 있는 명령’이 있었다. 하지만 모세는 명령하지 않았다. 그는 공동체의 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보다 앞서 나아갔고 행동했다. 그의 설득력은 이렇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서 발현됐다.

또한 모세는 변화를 강요하지 않고, 사람들이 스스로 변화를 원하도록 하는 주도면밀함이 있었다.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을 때 변화는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세는 비전을 제시할 때 백성들은 노예로 사는 것이 타고난 운명이 아니라는 것과 자신들도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변화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확신이다. 여기서 말하는 확신을 보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변화에 대한 내적인 확신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의 자기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명예로운 선민의식의 전통을 부활시켰고, 위대한 과거를 지닌 선택된 민족임을 부르짖었다. ‘우리의 피와 정신 속에는 위대한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살아있다!’

모세는 이 변화를 이겨낼 공동체의 상징을 만들어냈는데, 새로운 문화와 과거 문화의 연결은 상징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모세의 율법궤와 성막이 바로 그 상징으로 이것들은 이스라엘 공동체에 일체감과 소속감을 부여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세 번째는 행동이다. 모세는 위임하되 함께 실천했다. 그는 코치가 되어 함께 움직이고 지속적으로 중·단기 과제를 제시하고, 일상의 규율을 통해 작고 강한 성취감을 느끼게 했으며, 맡기되 절대로 눈을 떼지 않았다.

행동에 옮기는 능력이 차이를 만들어냄을 모세는 알고 있었다. 또한 동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맨 처음 행동이었던 이집트 탈출 초기를 상기시키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공동의 목표를 성공시키기 위한 일반적 기본규칙을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의 과제를 정한 방대한 양의 의무목록을 제시했다.

자유는 없지만 배고프지는 않았던 노예들에게 광야에서의 배고픈 자유는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였을 것이다. 황금 송아지에 대한 우상 숭배는 변화를 거부하는 위기의 정점이었다. 하지만 모세는 현명하게 위 세 가지 방법을 통해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내적으로 확신시키고, 결국 변화를 이루어냈다.

모세가 행한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과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대한 도전, 끈덕지고 고집스러운 실천, 경쟁자와 불확실성에 맞서는 과감한 용기였다. 이는 변화에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들이다.

이 점에서 모세는 21세기의 변화 경영을 주도해야 하는 CEO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조직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원하는 경영자들이 어떻게 조직 구성원들과 소통해야 하며 변화의 각 단계에서 어떤 특징들을 세워가야 하는지를 모세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이끌기까지의 대장정을 중심으로 GE, 포르쉐, 푸마 등 오늘날 변화 경영에 성공한 CEO와 기업을 함께 비교·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현대 경영학적 관점에서의 모세를 바라보고 그 곳에서 변화 경영의 교훈을 찾아보자. 2007년 새해의 시작에 있어 큰 자극이 될 것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 www.summar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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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헤리티지는 가능한가

[이코노믹리뷰 2006-03-22 10:33]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위력은 정말 막강합니다. 네오콘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씽크탱크는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촉구하며 팽창주의적 미국 대외정책의 이론적 기틀을 제공하고 있는 보수성향의 연구소입니다. 에버슈타트였나요. 이  씽크탱크의 연구원들은 햇볕정책을 고수하는 참여정부에 막말을 퍼붓는 안하무인격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민간 부문 싱크탱크의 천국입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렇다할 싱크탱크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민간 기업들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몇몇 단체들이 변죽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강원택 교수는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싱크탱크가 등장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자!. 그의 주장을 한번 음미해 보시죠.  


●Book

한국적 싱크탱크의 가능성
강원택· 박인휘 ·장훈 지음/삼성경제연구소

시 계 바늘을 지난 1968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유럽은 진보 세력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베트남 전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거리 시위를 비롯해 기성세대의 가부장적 질서를 전면 부정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유럽 정치·문화 전반의 지형도를 바꾸어놓는 분수령이 되었다. 유럽에서 부는 바람은 바다 건너 미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정치권이 변화의 추이를 세심히 살피며 변화를 모색하고 나선 배경이다. 특히 공화당은 거세지는 진보 세력의 공세에 맞서 이론적·체계적 대응을 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지난 1973년 헤리티지재단이 문을 연 것은 이러한 시대 상황을 반영했다. 미국 보수 세력의 위기의식의 발로였던 셈이다.

헤리티지와 공화당은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며 진보진영에 넘어간 주도권 회복과 더불어 훗날 정권 창출에 성공한다. 이밖에 클린턴 시절의 브루킹스 연구소,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AEI도 정책 수립과 대통령 재선에 기여한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 싱크탱크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념적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정당들, 지역감정에 기댄 선거전략 등은 싱크탱크의 입지를 좁혔다. 하지만 《한국적 싱크탱크의 가능성》은 정권교체의 경험, 파벌정치의 퇴조는 국내에서도 싱크탱크의 부상을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구호보다 정책적으로 타당하고 실천가능한 대안의 발굴이 중요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독자적인 운영 재원 확보를 비롯해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민간의 정책 전문가 집단의 부상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정치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새로운 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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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게임 승리하는 20가지 법칙

[이코노믹리뷰 2006-02-20 09:30](작년초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나온 민컨설팅 박성민 대표의 저섭니다.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요즘 기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선거 기획 분야의 권위자로 성장했는 데요.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는 박 대표의 지론이 올해 대선에서도 되풀이될지 한번 지켜봐야겠네요 :)


● Book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박성민 지음/웅진지식하우스

바 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여당의 전당대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화려한 비상(飛上)을 꿈꾸는 군웅들의 날갯짓으로 연초부터 정가는 바람 잘 날이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현명관 전경련 전 부회장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이 잇달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각 당은 선거 판세를 좌우할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선거 필승(必勝)의 시동을 걸었다.

이번 정치 일정은 특히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인들에게 의미심장하다. 집권당의 전당 대회를 신호탄으로 급물살을 타게 될 정치적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적 운명이 엇갈리게 될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살얼음같은 정국을 헤쳐가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유혹을 받지 않을까.

요즘 국내 서점가(街)에 정치 컨설턴트들의 책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가 저술한 《강한 것이 옳은 것이다 》도 선거 필승 전략을 분석한 선거 전략서다. 하지만 여느 책들과는 다르다. 저자는 선거 이론에 대한 교과서적인 해설을 과감히 생략했다. 대신 풍부한 사례를 통해 국내 유권자들의 정신세계를 가로지르는 모세혈관 하나하나에까지 현미경을 들이댔다. 이론적인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배경이다.

이 책의 요체는 개인은 복잡해도 대중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결코 도덕적이지 않다.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 쉽게 흔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정책 선거는 허상에 불과하다. 선거판에서는 강하고 틀린 것이 약하고 옳은 것을 이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맞붙어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백전백승할 것으로 저자가 내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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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진보도 상상력만이 살길”

[이코노믹리뷰 2006-07-17 00:48]게오르그 루카치라는 헝가리 출신의 예술가가 있습니다. 제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합니다만, 그는 아마도 이런 말을 한 듯 합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투철한 작가들 가운데는 왜 위대한 작가들이 드문 것일까?" 그가 내린 결론은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유추는 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작가들은 시대 정신(최인훈은 이를 정신의 성감대라는 말로 표현했지요)을 예민하게 포착합니다. 또 세련된 방식으로 이를 풀어내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계급에 얽매이고, 당에 복속된 예술가들은 변화를 무시합니다. 그러다가 감각마져 무뎌집니다.

진보논쟁이 한창입니다만, 우리나라의 진보들도 비슷한 오류를 범해온 것은 아닐까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데, 구시대의 어젠더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전문성도 턱없이 떨어집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져만 가는 데 이들에게 한국호의 항해를 맡기기에는 왠지 미심쩍어 보입니다.

어쩌면 '무능함'은 진보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전문가들이란 어차피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부속품과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로펌의 법률 전문가, 회계사들은 뛰어나기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 따위를 생각하는 인물들은 아닙니다. 이들 역시 한계가 뚜렷합니다.

하얀거탑의 장준혁교수가 통제하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할까요. 스티브 잡스는 또 어떨까요. 여기에 고민이 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요즘 싱크탱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쏠린 비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평가들을 씻어낼 수 있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래도 희망은 진보입니다.

● Book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 | 시대의 창

진보인사들이 모여 은행의 공공성, 한미 FTA 등 민감한 주제와 자식기반 경제, 신기술 혁명 등 첨단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춘 추전국시대 사상의 자유 시장을 석권한 명망가들은 ‘법가’였다. 전국시대 한나라의 부국강병 프로젝트를 지휘하던 신불해, 진나라의 변법개혁을 주도하던 상앙, 그리고 진왕 영정을 도와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세우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이사는 가혹한 법 적용의 실효성을 믿은 엘리트였다.

먹고 먹히는 시대. 법가가 제시하는 정책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춘추대의가 무너지고, 난신적자가 활개를 치는 난세일수록 활동 공간은 넓어졌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에서 한계를 드러낸 유가의 사상적 취약성을 꾸준히 공략하며 마침내 지식 시장의 패자로 등극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요즘 국내에서도 자칭 종횡가·법가, 그리고 유가를 비롯한 현대판 제자백가의 한 판 대결이 뜨겁다.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집단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회복을 기치로 내건 ‘뉴라이트’. 좌파의 역사왜곡, 그리고 콘텐츠의 부재를 질타하며 지식 시장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은 이러한 비판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진보진영의 반격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진보인사들이 집결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첫 작품으로 은행의 공공성, 한미 FTA 등 민감한 주제와 더불어 창의성, 지식기반 경제, 신기술 혁명 등 첨단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어 지향성을 가늠하게 한다.

이번 저작은 흥미롭다. 이미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참호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세력에게 진보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점을 애써 각인시킨다고 할까. 다만 전문가 집단인 싱크탱크를 표방하면서 이번 저작을 ‘생활인 좌담의 산물’이라며 스스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 New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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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차이나 지금부터 대비해야”
[이코노믹리뷰 2006-01-09 09:27] (중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비단 우리만은 아닐겁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내로라하는 학자들도 떠오르는 잠룡 중국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시각은 엇갈립니다. 기소르망은 후진적 정치시스템, 빈부격차의 확대 등을 지적하며 중국의 부상을 애써 과소평가합니다.

반면 오마에 겐이치는 아직도 중국의 세기를 의심하는 이들은 현실 분석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여러 회의론을 불식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마도 후자쪽인 듯 합니다. 지금부터 중국의 세기에 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장래에 낭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네요.


● New Book

China 2050 Project /이양호 지음/한스 앤 리

중국 역사상 최고의 기재(奇才)는 누구일까? 아마도 나관중의 《삼국지》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천재 전략가 ‘제갈공명’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겨울철 동남풍(東南風)을 불게 하거나, 심지어 사후에도 숙적(宿敵) ‘사마의’를 물리치는 그의 출중함은 실로 후세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신출귀몰(神出鬼沒)한 공명에게도 한 가지 부족한 점은 있으니, 바로 애민(愛民) 정신이다. 그는 유비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위나라 정벌에 나서지만, 정작 전쟁 놀음에 허리가 휘는 백성들의 고단한 삶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국사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나름의 이상(理想)을 추구했지만 대부분 민초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했다.

작은 거인 덩샤오핑은 이러한 문법을 바꾸어 놓은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상생(相生)의 모델을 제시하며 잠룡 중국이 대 도약하는 기틀을 놓았다. 중국은 이제 연평균 10%에 가까운 놀라운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연소득 1억원이 넘는 인구만 수천만 명에 달하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질주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China 2050 프로젝트》는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집대성한 보고서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수학한 이양호 박사는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중국의 오늘을 폭넓은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후진타오가 이끄는 중국 지도부는 물론 민주화 운동권, 경제학계를 비롯해 개혁개방에 대한 중국 내의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국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으며, 우리도 팍스차이나 시대에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 최근 출간되는 중국 관련서는, 주로 중국 대망론에 힘을 싣고 있는 게 특징. 일본의 전 대장성 재무관인 사키카바라마저 근저에서 달러화 약세를 중국의 부상에 따른 세기적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으니, 가히 중국의 시대는 중국의 시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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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日양복점에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는”

[이코노믹리뷰 2005-08-22 08:48] (이런 말을 하면 욕을 먹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본 사람들에게는 무엇인가 두려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장인 정신입니다. 가업을 수대째 물려받으며 최고의 요리나, 건물,옷 등을 만드는 '장인'들의 모습은 경탄과 더불어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일본 식민 통치라는 암흑기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인들의 장점까지 애써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메이지유신으로 막부 체제를 끝장내고 눈부신 공업화로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한 데는 주어진 현실을 거부하고, 변화를 추구하며 , 매사에 완벽을 기하려는 일본인 특유의 정신이 한몫을 했을 겁니다. 일본 정신의 실체, 다음 글을 통해 가늠해 보시죠





일본 최고의 가게는 다르다
/ 히라마쓰 요이치 지음/ 랜덤하우스 중앙

일 본 도쿄 긴자거리에 위치한 ‘이치방칸’ 양복점. 한 20대 젊은이가 양복 한 벌을 들고 면접장에 입장한다. 그가 들고 온 양복은, 지난 1년 간 학원을 다니며 양복 재단 기술을 익혀 만든 작품. 양복점에 입사하기 위해 학원까지 다니며 자신이 만든 옷을 들고 들어온 이 젊은이가 면접관들을 감동시켰는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치방칸 양복점 입사를 위해서라면 더한 행위도 불사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니, 도요타 등 대기업에 비하면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양복점. 하지만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곳이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직장으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유명한 역사 소설가인 이케나미 쇼타로의 에세이에 등장하는 장어요리 전문점 ‘지쿠요테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개창한 에도시대 말기에 창업했다.

이 때가 에도 바쿠후 붕괴, 메이지 유신을 앞둔 1840년이니 1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셈이다. 식사 때면 줄을 길게 늘어서는 이 점포의 인기 비결은 장어 구이 비법. 이 가게 주인은 장어 하나만 40년을 구워도 그 방법을 다 배울까 말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100년 전통을 이어온 이 노포의 인기 비결이 그 뿐일까.

인재 컨설턴트로 널리 알려진 히라마쓰 요이치가 저술한 《일본 최고의 가게는 다르다》는 기모노 소품의 긴자구노야, 장어구이와 일본요리의 지쿠요테이를 비롯한 일본의 내로라하는 노포들의 경쟁 우위의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꼽는 이들 노포들의 경쟁우위 비결은 다음과 같다. 우선 최고경영자가 인재육성을 위해 직접 전면에 나서는 등 인재채용과 인재교육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 이치방칸양복점에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결같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시대흐름을 외면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공통점. 예컨대 혼다 된장에서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혁신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노포들의 영업방식은 요즘 기업들에게 위기와 난관을 극복하고 오래도록 기업을 지속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힌트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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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해야”

[이코노믹리뷰 2005-07-21 09:57](강원택 교수는참 어려보입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간혹 텔레비전에 비친그의 얼굴은 대학생을 떠올리게 합니다. 형님같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나 동생같기도 한 강 교수가 재작년 중반에 낸 이 저서는 하지만 예리한 문제 의식을 드러냅니다.
프랑스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결선 투표제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적은 득표로 집권을 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인데, 대선을 코앞에 둔 해여서 그런지 참 궁금해지네요.   그가 말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란 과연 누구일까요. 정치인이란 본질적으로 포퓰리스트가 아닐까요.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 강원택 지음/ 인간사랑

드 라마 〈5공화국〉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다시 한번 헤집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던 허화평 씨에서, 장태완 당시 수경사령관의 명령을 어기고 쿠데타에 동조한 장세동씨까지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신군부의 핵심 인물들이 화면 가득 등장하며 고통의 기억들을 되살려 놓는다. 훗날 역사의 평가는 냉혹했지만, 당시 이들은 남부러울 게 없는 집권의 일등 공신들이었다.

야권 후보들이 대선에 출마한 지난 1987년, 신군부 인사들의 몰락은 절벽처럼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연초 박종철 씨 고문 치사사건으로 촉발된 전국민적인 저항을 직선제 카드로 비켜가며 재집권에 성공한 이들은 국민들을 혼돈에 빠뜨린다. 국민 대다수가 당시 김대중 후보 혹은 김영삼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며 군부 통치가 지속된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의 저자인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대통령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는 현행 ‘단순 다수제’ 방식의 대통령 선거제도 하에서는 일부 유권자만이 지지하는 선동적 후보가 대통령직에 오를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프랑스, 폴란드 등이 대통령 선거와 의회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1970년 칠레의 아옌데가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단순다수제 방식의 투표가 한몫을 했다.

당선자의 대표성 결여도 또 다른 문제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6%의 득표율로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서 당선된 홍사덕 후보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그가 받은 실제 득표율은 해당 지역구의 낮은 투표율(64.9%)을 감안할 때 17%에 불과해 대의 민주주의의 의의를 무색하게 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결선투표제가 물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2002년 대선이 결선투표제 방식이었다면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분란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1차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내재하는 정치적 성향을 대표하는 두 후보로 압축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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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오랑캐식 경영전략을 배워라”



[이코노믹리뷰 2005-08-16 09:03] (당시 여진족의 인구는 중원 한족의 불과 4%에 불과했습니다.이 적은 인구를 효율적으로 조직해 지배세력이던 한족을 무너뜨린 청태조 누르하치는 대단한 전략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조일 전쟁이 동북아시아 정세에 몰고 올 파급효과를 면밀히 주시하는 한편, 상거래로 부를 축적하면서 조선에는 파병을 제안하는 그의 행태는 현대의 노회한 기업가, 혹은 외교관, 정치가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습니다.

 누르하치가 중원의 패자로 등극하는 과정은 한편의 웅장한 서사시를 떠올리게 합니다. 한때 명나라의 앞잡이 노릇을 했지만, 힘을 키워 결국 민족을 결속시키고 대륙을 호령하게 된 이 남자의 원대한 리더십을 지닌 대선후보가 있다면 저는 고민하지 않고, 그에게 바로 한표를 던지겠습니다.)  


《글로벌 CEO 누르하치》/ 전경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중 국 대륙 통일의 기틀을 닦은 불세출의 영웅. 청 태조 ‘누르하치’를 일컫는 말이다. 누르하치는 한족의 분할통치 전략에 따라 뿔뿔이 흩어져 있던 여진족을 통일하고, 중원을 빠른 속도로 복속해 나가며 중국에 다시 한번 이민족 전성시대를 활짝 연 주인공이다.

임진왜란 당시, 만주 지역의 힘의 공백을 활용해 세력을 키운 그는 활발한 교역으로 자립기반을 확보해 힘을 비축하는 한편 철기병인 팔기군을 조직해 무력을 갖추며 통일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한족의 영웅 원숭환이 지키던 영원성을 공략하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패퇴하며 대업을 완수하지 못한 채 눈을 감은 그의 중국통일의 유훈(遺訓)은, 대물림되며 훗날 꽃을 피우게 된다.

당시 여진족이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중국 대륙을 통일한 것은 여러모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여진족 인구는 한족의 4%에 불과했으며, 문화적으로도 열등했다. 《글로벌 CEO 누르하치》는 이러한 악조건을 딛고 명나라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누르하치의 탁월한 능력에 주목하며, 현대의 경영자들에게 이를 배울 것을 조언한다.

저자가 꼽는 누르하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그는 제휴와 정벌이라는 강온정책을 펼치며 실리를 꾀했다. 강한 세력과는 군사적 대결을 피하면서 소규모 세력은 흡수하는 이중전략을 펼치며 차츰 세를 넓혀 나간 것. 그는 특히 안테나를 곧추세우고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동북아시아 패권전쟁이던 임진왜란이 몰고 올 파급효과를 면밀히 관찰하며 조선에 파병을 제안하는 한편, 힘의 공백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세를 결집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저자는 “팔기군으로 상징되는 군대개편, 이민족의 요직 발탁 등은 기업들이 추진하는 과감한 혁신, 마케팅 전략 등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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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양아들 죽인 비정한 아버지” (북리뷰 코너에 올렸던 제 서평이네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맹목적 동경을 말끔히 지워버린 책이었는데요. 동시에 중국이 동아시아 역사에 드리우고 있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글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관우를 모신 사당이 서울에 있습니다. 모두 조선에 대군을 파견했던 명나라 장수들의 요구로 사기 진작 차원에서 떠밀리 듯 조성한 사원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닙니다.  태국같은 나라를 가도 해태상, 관우상을 떠올리게 하는 석상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청나라 말 서구열강의 이권쟁탈 각축장으로 전락한 뒤 빠른 속도로 쇠락하던 중국. 아시아의 이 빅 브러더의 영향력이, 이제는 현실의 정치 경제 , 문화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삼국지, 수호지 등 중국이 원산지인 텍스트의 비판적 독해의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는 배경입니다.


[이코노믹리뷰 2005-02-01 15:00]

《삼국지 바로 읽기》

동탁은 북지(北地)에서 항복한 반란군 수 백 명 속으로 들어가 앉더니, 그들의 혀를 자르고 손과 발을 절단했으며 눈을 뽑아 큰 가마솥에 삶았다. 참수된 머리는 불태웠으며 여자들은 사병들에게 주어 종이나 첩으로 삼게 했다.”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동탁’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한나라 황실을 침탈한 간흉이자 폭정을 일삼은 악당. 잔인하고 비정했으며, 가혹한 형벌로 사람을 위협하고 작은 원한도 반드시 보복했다고 나관중의 <삼국지〉는 전한다.

그가 사망했을 때, 낙양의 백성들이‘배에 심지를 꼽아 불을 붙이니 기름이 흘러 넘쳤으며, 그 머리를 차고 놀았다’고 하니, 그의 폭정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분노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적어도 삼국지만 놓고 보면, 그는 희대의 폭군이었다.

자신이 가장 아끼던 왕윤과 양아들인 여포에게 무참히 살해되고, 후대인들에게도 손가락질을 받는 비운의 인물인 동탁은, 하지만 한때는 주변의 칭송을 한 몸에 받던 무장이었다고 한다.

역사서인 《위서》의 동탁전은 장수로서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젊은 시절 의로운 일을 즐겼고 변방의 강족과도 잘 어울렸다. 진심으로 그들과 교류해, 강족의 우두머리들은 1000여 마리의 가축을 동탁에게 주기도 했다. 재능이 있고 용감했으며 두 개의 화살통을 차고 말을 탄 상태에서 활을 번갈아 쏠 수가 있었다.”

그가 불과 3000여 명의 정예병으로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당시 한나라 수도인 낙양을 일거에 점령할 수 있던 데는 이러한 리더십도 한몫을 했던 것.

그는 인재들도 두루 포용했다. 훗날 조조 진영에 가담하는 명참모 가후와, 최측근 이각·곽사 등 뛰어난 장수들은 그가 변방 무장 시절부터 중용하던 인물이었다.

동탁은 또 집권 후에도 중신들을 대부분 기용하고 이름 높은 선비들을 불러들여 민심 안정에도 온 힘을 기울였다. 당대 최고의 관료인 왕윤, 순상 등이 동탁 군부 정권에 참여했으며, 특히 백성들의 추앙을 받던 채옹은 굵직굵직한 개혁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동탁의 통치를 뒷받침한 동탁정권의 이데올로그였다.

동탁은 특히 수도를 당시 낙양에서 장안으로 옮긴 뒤 화폐 개혁을 전격 단행하며 개혁가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화폐개혁은 구세력의 경제적 토대를 허물어뜨리는 한편, 기득권 세력이 음성적으로 지니고 있던 방대한 자금을 끌어내 전란으로 피폐해진 민생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던 셈이다.

물론 멋대로 황제를 바꾸려고 하거나, 도읍을 옮긴 것은 그가 저지른 대표적인 실기였다. 하지만 리더십과 통솔력만 놓고 보면 남다른 데가 있던 그가, 훗날 희대의 살인마이자 폭군으로만 폄하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삼국지 바로 읽기》의 저자 김운회 동양대학교 교수는, 동탁이라는 ‘특정인물 죽이기’는 중국인의 ‘중화 영웅 만들기’, 이른바 촉한공정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나라의 정통성을 계승한 유비나 제갈공명, 관우, 장비 등을 중국 민족의 영웅으로 그리다 보니, 동탁이나 여포, 조조, 노숙 등 다른 인물들을 의도적으로 폄하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변방 출신인 동탁이나, 몽골 출신인 여포는 출신 성분 탓에 더욱 형편없는 인물로 매도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촉한공정의 가장 큰 피해자인 셈이다.

반면 이러한 촉한공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동서고금을 초월해 가장 뛰어난 전략가로 알려진 제갈공명이었다. 나관중의 《삼국지》에 따르면 그는 적벽대전에서 한겨울 동남풍으로 조조의 100만 대군에 화공을 가해, 관도대전으로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었던 조조에 치명타를 안겨준다.

또 그가 빈성 위에서 홀로 거문고를 타면서 위나라 사마의의 수 만 대군을 물리치거나, 짚으로 만든 조각배로 화살 10만여 개를 주어온 일화는 보통 사람들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베트남 지역인 남만을 정벌해,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가 모두 놓아준 일화도 유명하다.

하지만 《후한서》 《진서》 《위서》 등 정사에 따르면, 그가 군권을 쥐게 된 것은 유비 사후였다고 한다. 유비가 살아 있을 때 그는 줄곧 내정을 담당했으며, 군사쪽에는 거의 관여하지 못했다. 그의 놀라운 전과들이 창작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제갈공명은 또 유비 사후, 유비의 아들인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위나라 정벌에 나서지만, 오장원에 진출한 5차 북벌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위나라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지 못했다.

나관중의 《삼국지》에서는 제갈공명이 사마의 부자를 몇 번씩 죽일 뻔하고, 위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것처럼 풀어가지만, 정작 위나라 서부지역의 방위사령부이던 장안의 외곽 방어기지인 미성조차 그는 무너뜨리지 못했다.

위나라의 최고 병법가 사마의를 어린아이 다루듯 농락한 그가, 다섯 차례의 북벌에서 위나라를 멸망시키지 못한 것은 삼척동자가 보기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삼고초려를 한 유비에게 그가 제시했다는 천하 삼분지계도, 나관중의 《삼국지》가 무능력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는 오나라의 노숙이 주군인 손권에게 일찌감치 제시한 계책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 또한 친아들인 유선의 순조로운 왕위계승을 위해 양아들인 유봉을 죽이기도 했으며, 부인과 자식을 언제든지 갈아 입을 수 있는 의복에 비유하는 등 냉혈한이었다.

또 두 형수를 모시고 위나라의 오관을 통과하며 여섯 장수를 베었다는 관우의 ‘오관참장’ 이야기도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물론 《삼국지》가 상상력에 바탕을 둔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등장 인물들에 대한 윤색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러나 삼국지를 소설로만 받아들이기에는 그 폐해가 지나치게 크다고 말한다.

흔히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하지만, 《삼국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략과 음모, 이간질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람들은 나관중의 《삼국지》를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다.

특히 중국사 전체에서 볼 때 별다른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위, 촉, 오 등 삼국의 이야기를 부풀리고 성역화하는 일에 이문열 씨 등 국내 유명작가들이 나서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저자는 일침을 놓는다.

저자는 “나관중의 《삼국지》는 유비나 제갈공명을 배출한 중국이 위대한 나라라는 인식을 전파함으로써, 중화주의를 주변 국가에 퍼뜨리고 있다”면서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지적인 토대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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