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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글로벌(Global)'에 해당되는 글 241

  1. 2011.07.27 월스트리트저널 특파원이 본 이명박 정부 집권 전반기
  2. 2011.03.31 대재앙 후 日경제 어디로 가나-英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분석
  3. 2010.11.24 르포-중유럽의 강자 폴란드를 가다
  4. 2010.09.14 "시골내려간 日 노인들 도심으로 회귀"-가쓰히로 타시마
  5. 2010.08.24 "한국 자동차 업체 '多 브랜드는 약이 아닌 독"
  6. 2010.08.24 '온난화, 고유가'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바꾼다
  7. 2010.08.23 도요타 원가절감 노하우 '근로자 미소' 속에 있어
  8. 2010.08.23 헤지펀드 전문가-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누가 더 예측 잘할까"
  9. 2010.08.19 구글(Google) 창업자는 뇌과학 분야의 고수
  10. 2010.07.27 우리는 지금 모바일 비즈니스로 간다
  11. 2010.07.27 사파리자본주의 아프리카가 달려온다
  12. 2010.07.19 오프라 윈프리, 성(聖)과 속으로 여심(女心)을 공략하다
  13. 2010.07.15 월가의 오라클 '메레디스 휘트니' 어드바이저리 그룹 CEO
  14. 2010.07.15 집값 하락시기 맞춘 타이밍의 귀재 “채권옵션·금에 투자하라”
  15. 2010.07.07 스치는 아이디어가 기업 운명을 바꾼다
  16. 2010.07.07 스티브 잡스, 그 창의성의 지적 뿌리
  17. 2010.07.02 브라질로 가는 여섯가지 길
  18. 2010.07.02 금전문가 이동엽 대표 인터뷰
  19. 2010.07.02 월스트리트의 한인 브로커 김항주 UBS프린스헤지 매니저
  20. 2010.07.01 토마스 델라 카사 '맨 인베스트먼트' 본부장
  21. 2010.06.21 “와인처럼 향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22. 2010.06.17 경영학의 미래 고 ‘프라할라드’ 글로벌 기업의 사고를 바꾸다
  23. 2010.06.16 차세대 블루오션은 바로 '도시'
  24. 2010.06.11 日 NTT도코모·오다큐백화점- ‘데이터경영’현장을 가다
  25. 2010.06.10 중국版 방갈로르, 아시아 실리콘밸리 꿈꾸다
  26. 2010.06.06 선진국 10년이 중국 1년...학습속도 대단
  27. 2010.06.05 기술의 韓·日-자원의 중국 삼각공조 고민할때
  28. 2010.06.03 해외시장 공략, 원교근공의 원칙을 존중하라
  29. 2010.06.02 경영과 환경은 하나… 통합적 사고가 야생노루 키웠다
  30. 2010.06.02 삼성전자 신성장동력 '프린터' 집중 해부
 
외국 특파원이 본 MB정부 1년

 

기사전송 2009/02/24 06:20


■“시장중시 정책은 굿, 대외 환경이 걸림돌”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리라는 것은 월가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미네르바가 ‘공공연한 비밀’을 알린 것이 그렇게 대단한가”

그가 타전하는 기사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월가의 창이다. ‘허리케인’을 몰고 오는 ‘나비의 날갯짓’이다. ‘에반 람스타드(Evan Ramstad)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국장은 지난 2006년 생면부지의 이 땅에 건너와 ‘바람 잘 날 없던’ 참여정부 후반기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목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는 ‘촛불집회’의 인파 속에서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체험했다. 맥도날드가 30개월 연령 이상의 쇠고기를 제품에 사용한다는 그의 기사는 촛불 정국을 다시 뒤흔들었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용산 원주민들이 경찰 진압으로 사망하는 용산 사태가 터졌다.

“벌써 일 년이 지났다”는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들어온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 을지로에 있는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사무실. 벽면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행 날짜순으로 붙어 있었다. 한국인 기자와 단둘이 근무하고 있는 이 작업공간은 한국발 특종을 꿈꾸는 그의 아지트이다.

그리고 경제부처들의 요주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난 1997년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제목으로 발행된 ‘노무라증권’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요란스럽게 알렸다. 하지만 당시 한국경제 위기설을 전 세계로 실어나른 장본인은 바로 구미권의 주요 외신이었다.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러운 기류를 알기 때문일까. 그는 가급적 말을 아끼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은 30% 이상 급락했고, 청년실업자 수도 무려 10만여명이 더 늘어났다.

“한국에서 언제쯤이면 (경제위기로 인한) 소요 사태가 터질 수 있다고 보나요(람스타드)” ■“혼돈의 시대에 예측하는 건 적절치 않아” 한국경제가 바닥을 치고 재도약할 시기를 묻자 거꾸로 기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요즘 같은 혼돈의 시대에 무언가를 예측하는 일이 적절하지 않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출항한지 일 년이 지난 이명박호의 항로를 가로막은 촛불집회나 용산 참사에 대한 그의 분석은 예리했다.

두 사건 모두 뿌리 깊은 ‘경제적 불만족(economic discontent)’이 분출한 결과라는 게 그의 진단. 람스타드 지국장은 한국인들의 박탈감이 출구를 찾지 못하다 현 정부 들어 터져나온 것이 바로 바로 ‘촛불집회’, 그리고 ‘용산 참사’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코리안드림이 살아 숨 쉬던 때로 더 이상 회귀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내연해 있다는 것.

용산 사태는 현실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다 충돌하는 것은 글로벌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하는 일은 지극히 한국적입니다.” 그는 지난 1970년대 미국의 지역 재개발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주정부와,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보상가를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을 하는 일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람들은 왜 매사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느냐”고 반문한다.

“혹시 대통령을 여전히 봉건 시대의 왕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도 했다. ‘미네르바’ 이상 열기도 이러한 집단 쏠림 현상의 방증이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점차 커지던 때가 바로 지난 2007년 2월이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찻잔 속의 태풍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이 한때 불거지기도 했으나,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5위권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리라는 것은 월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는 “미네르바가 한 경제 진단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고 그는 반문한다. 집권 초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신기루가 사라지는 순간 돌변해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뒤흔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집단 쏠림 현상의 또 다른 형태이다. 람스타드는 현 정부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변수들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고 진단한다.

SWOT분석은 현 정부가 직면한 상황의 바로미터이다. 지도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집단 정서’, ‘경제적 박탈감’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를 잇달아 뒤흔들고 있는 ‘위협(Threat)’이다. ‘천시(天時)’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경제에 무겁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족쇄다. 민간경영자로 잔뼈가 굵어온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강점(Strength)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 현 정부는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한국경제가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람스타드는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경제호를 떠받치던 ‘수출’과 ‘내수’의 쌍발엔진이 동력을 잃어 배가 표류하고 있는데, 선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냐고 그는 반문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떨치고 있는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이번 경기침체가 오는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은 이방인에게 적지 않은 혼란의 시기인 듯했다. 정부와 국민 모두 여전히 이념적 대립의 틀에 갇혀 있으며, 민주주의 사회이면서도 대통령을 왕으로 여기는 봉건사회의 잔재가 남아 있는 사회. 람스타드는 한국 사회를 향한 본질적 통찰에 방점을 맞췄다.

■루퍼트 머독, 기자들에 간섭 안 해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일련의 정책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방송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 민영이 아닌 방송사가 있냐”며 재벌이나 언론 재벌의 지분 소유 제한을 푸는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세계적인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모기업인 다우존스를 지난해 50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람스타드 지국장은 그러나 “(방송사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질문지를 쓰는데 윗선의 간섭을 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다”며 사주의 지면 제작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루퍼트 머독이 지배하는 미디어가 최선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밖에 북미 간 긴장 고조로 점증하는 ‘3월 위기설’과 관련해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위기발발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북미 간 대립이, 한반도의 정치적 지형을 뒤흔들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밖에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더욱 강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교육열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바이올린, 영어 등을 배우는 한국 어린이들의 나이가 다섯 살 정도에 불과하다며 한국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에 놀라움을 피력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적자생존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했다. 한국 부모들의 이상 교육열에 독설을 쏟아냈던 파이필드(Fifield) 〈파이낸셜타임즈(FT)〉 전 한국특파원과는 대조적이다.

람스타드 지국장은 현 정부에 대한 총평은 가급적 피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파악할 수는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시장 중시 정책은 인정하지만, 현 정부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최악인 점이 성공적 정책 집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요 골자이다.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지사도 요즘 이명박 대통령 출범 1주년 관련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막바지 람스타드 지국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시간 구분에 따라 대통령의 공과를 따져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미국 언론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조명하는 기사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질보다는 형식을 중시하는 허례에 대한 질타로도 읽혔다.

2008/12/22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로컬엑스퍼트)역학자, MB와 대운하를 말하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대재앙 후 日경제 어디로 가나 | 英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분석

“고베 대지진 때 경제복원력 상기하라”

2011년 03월 21일 15시 38분
당시 1년 6개월 만에 98% 회복 전례… 내년 2.5% 경제성장 후한 예측
(사진=연합)(사진=연합)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까, 아니면 거대한 허리케인으로 바뀔까’ 일본 도후쿠(東北) 지방을 강타한 지진은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판도라의 상자다. 줄곧 오르기만 하던 금값이 이번 사태를 전후해 하락한 반면, 미국 재무부 채권의 가격이 상승하는 등 파급 효과는 전방위적이다.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일본이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일본 경제 전망을 싣는다. 2012년 일본 경제가 2.5%성장할 것이라는 게 이 기관의 분석이다.<편집자 주>

지난 3월 11일, 매뉴얼(manual) 국가 일본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시커먼 바닷물이 자동차와 가옥들을 차례로 삼키는 장면은 마치 한 폭의 지옥도를 떠올리게 했다. 일본을 강습한 이번 지진의 피해 규모 추정치는 2000억 달러. 일본 국내 총생산의 4% 수준에 달한다.

도요타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이 지역 생산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쓰나미에 파괴된 항만이 더 이상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수출입 물동량이 급락했다. 악재는 꼬리를 문다. 일본 은행들의 대출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돈을 빌려간 이 지역 농가와 기업들이 쓰나미의 파고에 휩쓸려 떠내려간 여파다. 자금 회수의 길이 막막해진 은행 경영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지진 관련 보험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들도 속수무책이다. 이 보험사들을 고객사로 둔 재보험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는 미국의 보험왕국 AIG를 파산 상태로 내몰았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한 50인 결사대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사무라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몰고 온 후폭풍도 거세다. 하루 원유 수요가 430만 배럴에 달하는 국제 원자재시장의 큰손인 일본의 경기가 급랭하면서, 국제 원유 수요 또한 급락하고 있다. 이는 다시 국제 원유 가격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이다.

곳간이 텅빈 일본이 미국채를 비롯한 해외 자산을 처분할수 있다는 관측이 엔화 가치를 밀어 올리는 것도 또 다른 부담거리다.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일본이 있다. 10년 불황의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일본 경제는 다시 쓰나미에 떠내려갈 것인가.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고베’를 보라고 주문한다.

지난 1995년 1월, 고베시의 도로는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교량은 무너져 내렸다. 지진에 익숙한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일대 사건이었다. 지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일본 국민들의 위기감도 깊어졌다. 고베 대지진이 일본을 강타한 1995년 1월, 일본의 산업 생산은 2.6%급락했다.


쓰나미를 동반한 일본의 이번 지진이 세계 경제에 몰고 온 후폭풍도 거세다. 하루 원유 수요 430만 배럴에 달하는 국제 원자재시장의 큰손인 일본의 경기가 이번 지진의 여파로 급랭하면서, 국제 원유 수요 또한 급락하고 있다. 이는 다시 국제 원유 가격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이다.


인프라 재건 정부 지출 선순환

일본의 소매(retail) 판매도 1.4%가 하락했다.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양 날개인 가계와 기업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 얼어 얼어붙었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고베 대지진의 후폭풍을 빠른 속도로 추스르며, 불과 1년 6개월 만에 지진 이전 산업 생산 수준의 98%를 회복했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는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니케이225지수(Nikkei225)가 고베 대지진 이후 하락폭의 3분의 2이상을 회복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일주일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 연구기관의 분석이다. 케인즈주의의 개가였다.

일본 경제가 고베 대지진의 피해를 1년여 만에 극복한 것은 일본 정부가 도로나, 항만, 교량을 비롯한 사회 인프라 재건에 막대한 돈을 푼 결과다.

해외에서 운용하는 자산의 일부까지 팔아서 자금을 끌어들인 일본 정부가 투입한 재정 규모는 일본 국내총생산의 0.7%인 3.4조 엔.

정부 지출을 늘려 유효 수요를 창출하는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적 처방이 꺼져가는 일본 경제의 불씨를 되살린 셈이다. 지난 1995~1996년 일본 국내총생산 증가분의 3분의 2 정도가 이러한 정부 지출과 소비의 결과였다는 것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이다.

정부 지출은 선순환을 일으키며 민간 투자도 불러 일으켰다. 북일 수교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일본 건설업체들이 북한 진출의 단꿈을 꾸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이번 도호쿠 지진이 촉발한 경제 위기에서 여전히 희망을 엿보는 배경이다.


재정적자·原電 후폭풍 최대 변수

“흙먼지를 일으키며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거대한 코끼리 떼의 위용은 대단하다. 먼지와 초원, 굉음으로 눈앞에 있을 때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저만치 사라진 이후에야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경제 위기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영국 <가디언>지 톰 폴라니 기자의 설명이다.

일본 도호쿠 지진은 달리는 코끼리 떼를 방불케 한다. 코끼리의 난폭함, 굉음에 사로잡힌 시장 참가자들은 혼란스럽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예측한 올해 1분기 일본 국내 총생산(GDP) 하락폭은 0.2~0.5%.

쓰나미가 덮친 일본의 3월 산업생산은 5% 정도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조사기관의 분석이다. 일본 경제는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양만 놓고 보면, 2분기 연속 경기가 뒷걸음질 치는 경기 침체(recession)의 재림이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이다. 비극의 온상이자, 휴먼드라마의 무대인 지진은 대부분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해피엔딩이다. 미국, 유럽 재건의 기회가 된 2차 세계대전이 그랬다. 일본 경제가 앞으로 3~4분기 동안 평균 0.6~0.8%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시장조사기관의 관측이다.

이 연구 기관이 제시한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 오는 2012년 성장률은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고베 대지진과, 이번 도호쿠 지역의 지진은 그 파괴력만큼이나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공포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번 지진의 후폭풍을 섣불리 내다보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다.

일본 정부의 지갑이 6년 전에 비해 대폭 얇아진 것도 또 다른 악재다. 돈 쓸 곳은 많은데, 곳간이 텅 비어 있는 형국이다.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의 재정 적자는 국내 총생산(GDP)의 20%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본의 재정 적자 규모는 지난 6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국내 총생산의 120% 수준으로 급증했다. 일본 경제가 지난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에 빠져들면서 세수는 급감한 데 반해, 자금 사용처는 늘고 있는 탓이다.

아동 수당 증대를 약속하면서도 소비세 동결을 약속한 민주당 정부 복지 정책에 뭇매를 가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살림살이가 궁한 일본 민주당 정부가 해외 자산 일부를 매각해 마련한 엔화를 들여와 재건작업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니케이225지수(Nikkei225)는 지난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한다. 하락폭의 3분의 2 이상을 회복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일주일에 불과했다. 일본 경제가 고베 대지진의 피해를 1년여 만에 극복한 것은 도로나, 항만 등 인프라 재건에 막대한 돈을 푼 결과다.



日 정부 美국채 팔아도 영향 제한적

영국은 컨설팅 부티크들의 천국이다. 해가지지 않는 제국은 유럽의 동향에 늘 민감했다. 나폴레옹을 견제하기 위해 스페인의 반군을 지원하고, 2차대전때 프랑스로 건너가 독일에 대항한 것도 정보의 힘이다. 보다폰을 비롯해 영국의 통신사들은 좁은 자국 영토에서 벗어나 일찌감치 아프리카, 유럽으로 달려갔다.

미지의 땅으로 가는 기업들에게 시장 침투 전략과 현지시장 정보는 생존의 양날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이러한 세계 경영의 도우미이다.

이 시장조사기관은 이번 지진 사태가 단기적으로 일본과 교역국들의 교역 규모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일본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면서 교역 규모 또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성장에 이번 사태가 미칠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일본 정부가 세계 채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일본이 경기 부양에 투입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 채권(T-Bond)을 비롯한 해외 채권을 대거 팔 경우 미국채 이자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 일본 지진 사태의 여파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 자산인 미국 채권 수요가 높아지면서 일본의 채권 매각 물량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中유럽 강자 폴란드를 가다

한국, EU 공략 거점화 ‘왕성’

2010년 10월 12일 11시 44분조회수:366
LG전자·현대기아차 등 현지 진출 ‘성공가도’… 역내 유일 지난해 플러스 성장



폴란드는 지난해 유럽연합 소속 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한 중동 유럽의 중심 국가다. 이 나라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이 LG전자, 현대기아차,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다. 지난 9월27~10월1일, 폴란드 정부 초청으로 중유럽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폴란드 경제의 현주소를 돌아봤다. 또 폴란드를 교두보로 삼아 서유럽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활약상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현대자동차와 LG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옥외광고가 폴란드 바르샤바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현대자동차와 LG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옥외광고가 폴란드 바르샤바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레흐 바웬사’는 폴란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발트 해 연안의 최대 도시인 ‘그단스크 레닌 조선소’와 영욕을 함께 해온 그는 빈농에서 태어나 지난 90년 대통령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바르샤바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5시간 거리에 있는 ‘그단스크’의 영화는 지금은 희미하다. 폴란드 사회 변화의 물꼬를 튼 ‘솔리데리티(solidarity)’ 운동의 자취도 찾아보기 힘들다.

공산주의 정부의 압제에 저항하며 ‘사자후’를 토하던 그는 폴란드 각지의 행사장에 등장해 덕담을 하는 백발노인이 됐다. 그런 그는 역설적으로 이 조선소의 쇠락에 기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1989년 이후 폴란드 정치권의 조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바웬사 개혁의 ‘무풍지대’가 바로 ‘그단스크’ 레닌 조선소였다. 

그단스크는 쇠락하는 유럽 조선업의 ‘현주소’다. 자본의 논리는 민주화 운동의 ‘성지’라고 결코 비껴가지 않는다. 이 조선소는 비효율, 낭비를 상징하는 폴란드 ‘구(舊)경제’의 상징이다. 혁신과 비용 절감을 게을리 하다 일본, 한국 등 조선 분야의 후발 주자들에 밀려 저부가가치 벌크선으로 조선업의 명맥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바르샤바 남서쪽의 ‘브로츠와프’ ‘브롱크, ‘카토비체’ ‘포즈난’은 그단스크와 대비되는 또 다른 폴란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으로 폐허로 변모했던 ‘브로츠와프’의 부흥을 이끄는 선두주자가 바로 LG전자. 체코, 슬로바키아 국경 인접도시인 ‘카토비체’는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활동 무대다. 


노벨상 7명 배출한 ‘쇼팽의 나라’

폴란드는 요즘 유럽시장 공략의 깃발을 내건 LG전자, 삼성전자, SK를 비롯한 대한민국 업체들의 뜨거운 경연장이다. 폴란드의 지난해 일인당 국내 총생산(GDP)은 1만 8000달러 수준. 

지난 9월27일 오전 11시, 폴란드 수도인 바르샤바 시내에서는 대형 건물 꼭대기에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의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명차의 본향격인 유럽시장의 한복판을 달리는 기아자동차의 ‘소울’도 원색의 도시 바르샤바를 수놓는다. 

대한민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폴란드 경제를 이끈 주역들이다. 마렉 우즈바 해외투자진흥청의 부회장은 “올 들어 전 세계에서 투자 문의가 꼬리를 물고 있다”면서 “법인 설립 자본금 규모를 1만 유로에서 1000유로로 대폭 줄인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이 나라에 몰려드는 이면에는 이 나라의 우수한 인력, 지정학적 입지가 있다. 러시아와 독일의 틈바구니에 낀 지정학적 위치가 ‘총성 없는 경제전쟁 시대’의 강력한 비교우위이다. 폴란드는 육로로 유럽 전역으로 수출 제품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요충지다. 

유럽연합 27개 나라 중 지난해 유일하게 1.7% 플러스 성장을 보인 나라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도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지난 9월30일, 바르샤바 시내의 중심가에 있는 할인매장 ‘까르푸’.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양인 남자 3명이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프랑스 국적의 이 할인매장을 돌아보고 있다.

“쇼팽의 나라 폴란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도 다수 배출한 예술의 나라입니다. 폴란드에 진출하는 할인매장들은 제품 디스플레이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몽골 침공 부른 지리적 입지가 비교우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인솔자는 까르푸의 조명, 제품 진열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일행들에게 강조한다. 폴란드 근로자들은 손재주가 매우 뛰어나고, 로열티도 높은 편이라는 것이 폴란드 진출 한국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애니그마’를 풀어낸 주역도 바로 폴란드인들. 

쇼팽과 코페르니쿠스, 퀴리부인을 배출한 이 나라가 지금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7명. 이장희 LG전자 믈라바 법인장은 “바르샤바 공대는 대학 순위에서도 이미 서울대를 앞서고 있다”고 강조한다. 폴란드 근로자들의 몸값이 체코를 비롯한 인접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금상청화. 

재작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한 경제 관료들도 이 나라 경제 도약의 든든한 원군. 폴란드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시기가 지난 2007년 11월. 유럽연합이 같은 시기 금리를 인상한 것과 대조적이다. ‘유럽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 입지도 이 나라에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몰려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유럽 정복의 깃발을 높이 든 칭기즈칸의 손자 바투가 이끄는 몽골 기마 군대가 유럽과 첫대결을 펼친 격전지가 바로 폴란드, 헝가리였다. LG전자, 현대기아차,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꼬리를 무는 배경이다. 폴란드 경제의 비상은 지정학적 입지, 우수한 경제관료, 풍부한 인적자원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동 유럽의 중심 국가로 부상한 이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한 선두주자가 바로 LG전자다.

“LG 협상단은 사전 조사를 충실히 했어요. 폴란드시장을 보고 진출하기에는 내수 규모가 작았죠. 내수시장이 여의치 않을 때 인접국가에 제품을 판매할 요충지가 믈라바였습니다.” 폴란드 외교부 소속 피오트르 경제외교국 부국장은 지난 2005년 LG전자 측과의 협상을 이같이 회상한다. 

폴란드적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아 문제를 양산한 대우자동차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 

LG전자 믈라바 공장에서 작업중인 폴란드 근로자들이 부품을 조립중이다.LG전자 믈라바 공장에서 작업중인 폴란드 근로자들이 부품을 조립중이다.


폴란드 근로자들은 손재주가 매우 뛰어나고, 
로열티도 높다는 것이 LG전자 관계자의 전언이다. 
쇼팽과 코페르니쿠스, 퀴리부인을 배출한 이 나라가 
지금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7명에 달한다. 
피아노의 연금술사 ‘쇼팽’ ‘코페르니쿠스’도 폴란드 출신이다.
 

믈라바는 ‘LG 씨티’… 세수 30% 부담

바르샤바 시내에서 북쪽으로 130킬로미터 정도 거리인 ‘믈라바(Mlawa) 시’. 인구 3만 5000명 규모의 이 조용한 소도시는 지난 1999년 LG전자 공장이 들어선 이후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9월28일 오전 10시, 이 도시로 통하는 외곽도로의 좌우로 유럽의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이 나라를 남북으로 흐르는 비스와 강이 달리는 자동차의 오른편으로 펼쳐진다. 

믈라바 도심 곳곳에는 LG전자의 위치를 표시한 교통 표지판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이 도시 주민들은 한 집 건너 LG전자 공장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헨릭 안테작 믈라바 전 시장의 설명. 그는 자신의 아들도 이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이 회사의 근무 시간은 오전 6시~오후 2시. 이 공장의 생산 라인 좌우로 폴란드 여성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간반 방식을 적용한 이 생산 라인에서는 조립 중인 TV 제품이 쉴새 없이 다음 공정으로 흐른다. 삼성전자의 셀(cell) 방식과는 다른 플로(flow) 생산 방식이다. 

오전 11시, 이 회사 2층 회의실 한편에는 푸른 상의를 입은 폴란드인들이 한창 무엇인가를 논의 중이다. 이 회사의 ‘이노베이션 패트롤(innovation patrol)’ 소속으로 각 팀에서 차출된 이들은 일주일간 사내 패트롤로 활동하며 작게는 깨진 창문부터, 크게는 공정까지 개선 사항을 제시한다. 

이노베이션 패트롤이 매주 회사에 제안하는 개선 사항은 30여건. 이 덕분에 공장 라인에서는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청결하다는 것이 이장희 법인장의 자랑이다. 

“사무실에서는 고장난 문이나, 지저분한 복도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노베이션팀’이 일주일 동안 회사 구석구석을 훑으며 작은 사안에 대해서도 개선 사항을 냅니다. 매주 평균 30건 정도씩을 제출하고 있어요.” 

현지 직원들의 결근율도 0.7~0.8% 수준. 이장희 LG전자 믈라바 법인장은 “이 공장이 브라질, 인도,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거점 중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고 강조한다. 

LG전자 믈라바 공장이 이 소도시의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정도. 공장 증설을 담당하는 폴란드 건설업체, 쌍금·동양전자를 비롯한 협력업체가 창출하는 고용 효과를 감안하면 믈라바 시 경제의 90% 가까이를 LG전자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임금 수준이 인접 국가인 체코나 슬로바키아 등에 비해 낮은 점도 매력적. 이 회사에 고용된 폴란드 근로자들의 월 급여는 사무직, 생산직 모두 1000 달러 수준이다. 
믈라바 시도 인프라 증설을 요청하는 LG전자에 신속히 화답했다. 고속도로에서 이 공장으로 통하는 진입로를 닦아주는 등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폴란드의 투자 환경이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김인호 LG전자 믈라바 총무 부장은 “바르샤바 시내를 벗어나면 아직도 2차선 도로가 적지 않다”고 귀띔한다. 지난 9월29일 오전 10시경, 출근시간이 한참 지난 바르샤바의 주요 도로는 꽉 막혀있다. 

‘문화과학궁전’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심 광장에서는 폴란드인 수백여 명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가이드인 얀 무란티씨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소규모 집회만 해도 교통이 정체된다”고 설명한다. 

바르샤바 시내에서는 요즘 이런 집회가 꼬리를 문다. 폴란드 정부도 도로, 교량을 비롯한 주요 인프라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도로 보수나 건설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낙후된 도로·높은 물가 ‘투자 걸림돌’

사회주의 시절의 잔재가 걸림돌이다. 도로가 통과하는 지역의 땅 주인이 누군지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땅 주인이 보상가 등을 빌미 삼아 매각을 거부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현지 언론에 등장한다. 정부가 개인 소유의 땅을 환수할 법적 근거가 없어 도로를 곡선으로 닦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폴란드 투자청의 한 관계자는 부실한 도로 인프라에 대해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인다. “공산당 정부는 사회주의 시절 도로를 지을 돈이 없었습니다. 폴란드가 자본주의의 길을 걸으면서 세금 수입이 늘어나고, 유럽연합 펀드도 쓸 수 있는 등 자금은 넉넉해졌지만, 폴란드 국민들에게 개발을 강제할 수 없는 점이 딜레마입니다.” 

이장희 법인장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이 이 나라를 양분했던 기억을 폴란드 사람들은 아직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닦인 도로를 타고 독일, 러시아 양국이 빠른 속도로 침공해, 이 나라 국민들이 1차 세계대전 이후 어렵사리 찾은 주권을 단숨에 빼앗아 가지 않았습니까.” 주권 상실의 경험은 폴란드인들의 트라우마다. 


바르샤바 시가지 광장으로 이동중인 중국인 관광객.바르샤바 시가지 광장으로 이동중인 중국인 관광객.



자본주의는 빠른 속도로 폴란드인들의 삶에도 침투하고 있다. 폴란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계약 동거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시스템의 잔재도 아직 견고하게 남아 있다. 폴란드에서는 잔업을 상상하기 힘들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중시한다. 

한국 기업 ‘아체리코’ 에서 배워야

유럽연합이 폴란드에 유럽의 축구제전인 ‘유로 2012년’ 대회의 개최권을 주면서 내건 조건이 바로 바로 독일 국경선으로 통하는 동서간 도로 건설이다. 폴란드의 도로 사정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나라의 높은 물가도 부담거리. 바르샤바 시내 아파트 시세는 평당 1000만 원선. 30평형 아파트가 우리 돈으로 3억 원 수준. 

바르샤바 시내에서 컨설팅사인 아리오코(ARIOCO)를 운영하는 이남경 대표는 폴란드 생활의 애환을 털어 놓는다. 이씨가 대졸 직원에게 지불하는 월 급여는 150만원.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 요구도 거센 편이다. 임대료를 100% 이상 올려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물가가 비싸고, 경쟁도 치열한 바르샤바는 폴란드 젊은이들에게도 감당하기에 버거운 곳이다. 

바르샤바에서 만난 미하우(남·27세)는 ‘독신주의자’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그는 결혼 상대방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자본주의는 빠른 속도로 폴란드인들의 삶에도 침투하고 있다. 폴란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계약 동거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회주의 시스템의 잔재도 아직 강고하게 남아 있다. 

국내 중소기업인 ‘아체리코(AC RICO)’. 이 회사는 한국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기업이다. 이 회사가 입지한 폴란드의 ‘비엘라바’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섬유 생산지. 

경제 위기 후 무너진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주역이 이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가 들어가면서 실업률도 낮아졌다는 것이 폴란드 투자청의 설명이다. 
아체리코는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연 토종회사이다. 폴란드는 더 이상 LG전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만의 독무대는 아니다. 

이남경 아리오코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들은 물론 중국 기업들의 문의도 요즘 꼬리를 문다”고 귀띔한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폴란드 정부의 EU펀드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점도 또 다른 매력이다. 

폴란드 정부가 오는 2007~2013년까지 지원받게 될 EU펀드 규모는 673억 유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저리 자금이 아니라, ‘무상공여(grant)’ 방식인 점이 특징이다.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일단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그 혜택이 파격적이다. 물론 프로젝트 절차별로 꼼꼼한 감독을 받게 된다. 투자청 직원인 ‘주스티나 랄딕’은 자금 집행 계획에서 한 치라도 어긋나면, 지원금을 모두 상환해야 하한다고 강조한다. EU펀드 신청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열려 있지만, 자금 지원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트라 바르샤바의 이태식 코리아비즈니스 센터장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폴란드 풍력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고배를 마신 곳들도 적지 않다”며 “폴란드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에 한국 기업들이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폴란드 정부가 요즘 관심을 기울이는 영역이 재생에너지 분야다. 

“믈라바에서 지난해 2차대전 전투를 재연하는 행사가 열렸는데, 이장희 법인장에게 이 행사에 참가한 바웬사를 소개했어요. 바웬사 전 대통령이 갑자기 LG라는 말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호주머니에서 이 회사의 휴대폰을 꺼내들어 상표를 확인하더군요. 


‘바웬사’ 가고 ‘푸지아노프스키’ 오고

슬라보미르 코발레브스키 믈라바 시장이 털어놓은 국민 영웅 바웬사에 얽힌 에피소드다. 폴란드 민주화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던 솔리대리티 운동의 기수는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정가의 원로 대우를 받고 있다. 고 요한 바오로 교황과 더불어 여전히 폴란드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 

지난 1995년 대선에서 ‘크바츠니에프스키’에 패배한 바웬사를 대체한 새로운 영웅이 ‘마리아노 푸지아노프스키’. 각국을 대표하는 현대판 헤라클레스들이 힘을 겨루는 세계 대회를 지난 2002년 이후 석권해온 이 괴력의 사나이는 폴란드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그는 폴란드 경제의 오늘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최근 이종격투기 무대인 K1 진출을 선언한 푸지아노프스키는 유럽연합의 중심 국가 도약을 준비하는 폴란드의 오늘과 ‘오버랩’ 된다. 폴란드 정부는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와 손을 잡고 이 나라의 강점을 알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바르샤바=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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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 차 방한 가쓰히로 타시마 FC그룹 회장

2010년 08월 24일 16시 59분
유망 중기업 오너도 융자 어렵자 승계 포기한 아들 대신 글로벌 투자 원해



가쓰히로 타시마 ‘펀드 크리에이션 그룹(Fund Creation Group)’ 회장은 다이와 증권에서 파생상품 전략가로 잔뼈가 굵은 국제 금융전문가다.

게 이오대학과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현직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국내 기업들의 일본 중소기업·부동산 투자 유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편집자 주>


일본의 다이와 증권 출신으로 정가에도 두루 발이 넓은 경영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는 왜 오셨습니까.

“일본의 유망 중소기업에 투자할 한국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투자청의 초청으로 오게 됐습니다.”

한국 100대 기업의 현금 보유고가 국가 예산을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이 돈을 유치하기 위한 방문인가요.

“한국 기업들도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심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 글로벌 기업 경쟁력의 주춧돌인 중소기업들은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이 점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최근 라옥스(Laox), 레나운(Renawom) 같은 일본 기업을 사들였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일본 중소기업 인수는 양국의 무역 역조 개선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겠군요.

“한일 간 무역 역조의 상당부분이 부품·소재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유망 중소기업 인수는 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이기도 하죠.”

일본에는 ‘히든 챔피언’들이 많습니다. 일본 중소기업들이 한국 기업의 투자를 받을 이유가 있나요.

“재작년 미국의 리먼 사태 이후 일본에서는 돈이 돌고 있지 않습니다. 기술력이 탄탄한 유망 중소기업들이라고 해서 사정이 더 나은 것도 아닙니다. 은행 융자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줘 기술을 대물림하는 것이 일본 기업들이지 않습니까. 한국 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일본 젊은이들은 요즘 부모가 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차라리 기술 개발에 열정이 있는 한국 기업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로 눈을 돌리자는 일본 중소기업인들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일본 정치가들이나 국민들의 정서는 다르지 않을까요. 일본 중소기업은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근간인데요.

“일본 기업을 인수할 때는 조인트 벤처 형태로 들어가야 합니다. 지분을 전부 인수하면 반감을 사기에 딱 좋습니다. 지분 50 대 50이 인수합병의 황금률입니다.”

이번 방한 기간에 한국의 금융회사들도 만나지 않았습니까.



"재작년 미국의 리먼 사태 이후 일본에서는 돈이 돌고 있지 않습니다. 기술력이 탄탄한 유망 중소기업들이라고 해서 사정이 더 나은 것도 아닙니다. 은행 융자가 잘 안되고 있습니다."


“일 본 증권회사들은 여러 모로 매력적입니다. 일본 증권회사를 지렛대로 소문난 일본 증시에도 더 수월하게 상장할 수 있고, 일본에서 자금을 끌어 모아 한국에 투자할 수도 있죠. 증권회사 상장을 통한 이익 실현 폭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생존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증권회사들이 매물로 나온 거죠.”

일본 증권사를 인수해서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조언이군요. 증권사나 중소기업 외에 관심을 둘 투자 대상은 없습니까.

“일본 도쿄의 부동산에도 관심을 돌릴 때입니다. 제가 한국의 기업인들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럽에서는 일본 도쿄에 있는 부동산을 명품 브랜드에 비유하죠.”

국내 한 방송사가 얼마 전 조명한 일본의 부동산 재벌은 한국 대기업들에도 경종을 울렸습니다만.

“일본 동경은 중국 자본의 대공세로 뜨겁습니다. 이들이 이 도시에 몰려오는 배경을 곰곰이 따져봐야 합니다.”

땅 부자로 유명한 롯데 같은 기업도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보도가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일본의 상업용 빌딩을 사들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도심에 있는 소형 아파트가 투자 대상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도심 외곽이나, 시골로 내려갔던 일본 사람들이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젊은이들도, 노인들도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듯 다시 도쿄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군요.

“화 상통신이나, 인터넷이 일본인들의 삶을 파고들면서 전원생활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었죠. 하지만 외로움을 호소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록본기에서 파티를 합니다. 자녀들이 출가한 노인들도 다시 도심으로 오고 있어요. 소형 평수의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배경입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소형 아파트의 투자 가치가 얼마나 될까요. 수익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동경 최중심부에 10평짜리 아파트 임대료가 월 150만 원 수준입니다. 이 소형 아파트의 강점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정기예금 금리가 0.3% 정도입니다. 연 수익률 6% 정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투자할 계획은 없습니까.

“지 금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엔화에 비해 원화가 굉장히 쌉니다. 하지만 발상을 새로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30억 엔으로 100억 엔짜리 건물을 살 수 있습니다. 70억 엔은 일본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있습니다. 금리도 연 2% 정도입니다.”

시장에 피가 흥건할 때 투자에 나서라는 워런 버핏의 금언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네요.

“싱가포트 투자청이 최근 아카사카에 있는 ‘젠리크 아나 호텔’을 매입했습니다. 미국의 블랙락(Black Rock)이라는 회사도 모건스탠리가 보유한 일본의 부동산 물건을 전부 사들였습니다. 프로페셔널 한 사람들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 일본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타이밍일까요.

“미국의 일국주의는 끝났습니다. 유럽도 유로를 무리하게 만들다 보니 문제가 불거진 거 아니겠습니까.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일본 민주당 의원들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한국인 고문까지 영입하며 한국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를 요즘 다시 읽고 있습니다. 그는 주주자본주의에 반기를 든 인물입니다. 사장과 평사원의 급료 차이가 대단하지 않은 일본식 자본주의가 대안도 아닙니다. 한국 기업들을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영환 기자 yung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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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지금 디트로이트에선 무슨 일이…현지 컨설턴트에게 듣는 숨가쁜 미 자동차시장



●“현대차, 메인스트림 브랜드 부상”

‘조그 디트머(Joerg Dittmer)’ 프로스트 앤 설리번 애널리스트는 주말이면 혼다의 ‘CR-V’를 몰고 가족들과 캠핑을 떠난다. 이 모델은 차체가 넉넉한 데다, 연비도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미국의 경쟁 차종들을 압도한다는 것이 그의 평가이다.

디트머 연구원의 발언은 자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미 자동차업계의 현실을 한눈에 가늠하게 한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자동차 담당 수석 컨설턴트인 조그 디트머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에 휩싸인 미 자동차 업계의 숨가쁜 변화와 국내 완성차 업체의 대응 방안 등을 집중 질의했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성장전략 전문컨설팅회사로, 세계 32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Q 오바마 행정부가 미 자동차업계의 300억달러 자금 지원 요청을 받아들일까요.

정부가 디트로이트 자동차업체들을 끝까지 외면하기는 힘들 겁니다. 종래에는 자금 지원을 하겠죠.

▶Q 자금 지원을 속단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미국민의 여론이 싸늘합니다만.

이 회사들이 망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단 한 개 회사만 망해도 전후방 산업(upstream and downstream)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겁니다. 경기침체로 비틀거리는 미국경제가 이런 충격을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Q 현금을 긴급 수혈받지 못한다면 자동차 ‘빅3’는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요.

포드자동차 정도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포드는 이미 정부에 자금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있어요. 다만 한 가지 조건을 첨부했습니다. GM이 무너질 경우 돈을 빌려달라는 얘기였습니다.

▶Q 포드를 제외한 GM이나 크라이슬러는 살아남기가 어려울 거란 뜻입니까.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Chrysler)는 즉각적인 현금 지원(cash infusion)을 받지 못할 경우 내년 중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의 올해 성적표를 보세요. 그리고 빅 3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냥 ‘디트로이트 3’라고 부르는 편이 적절합니다.

▶Q 잘나가던 미 자동차업계가 왜 이 모양이 된 거죠.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고,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급랭했습니다. 설사 차를 사려고 해도 ‘할부금융’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신용도가 정말 뛰어난 고객들만이 할부금융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죠.

▶Q 혹시 어떤 차를 운전하고 있습니까.

혼다자동차의 CR-V를 몰고 있습니다. 캠핑을 자주 가는 편이예요. 연비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혼다 시빅을 운전하다 CR-V로 차를 바꾸었습니다. 다음에도 혼다자동차를 기꺼이 살 의향이 있습니다.

▶Q GM의 몰락은 더 충격적입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에 비유되지 않았습니까.

이 회사는 공장이 일단 너무 많습니다. 딜러들도 그렇고, 브랜드는 잡화상을 떠올리게 할 정도입니다. 브랜드의 개별 모델들도 색깔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 회사 브랜드의 다른 모델과 경쟁하는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valization)’이 심각한 편입니다. 대형 모델에 편중돼 있으며, 소형 모델이 드문 것도 한계입니다.

▶Q 올 들어 유가가 치솟고, 금융위기의 뇌관도 터졌습니다. 운이 나쁜 건 아닐까요.

유가가 치솟은 것이 치명적이었어요. 소비자들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소비 목록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이 차가 필요한 이들도 좀 더 작은 제품을 선호했습니다. 경기침체가 그들을 뒤흔들어 시장을 위축시켰죠.

▶Q 잭 트라우트는 미 업계가 지나치게 많은 모델로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다고 비판해 왔어요.

소비자 기호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도 디트로이트 3는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생산 인프라(manufacturing infra)가 유연하지가 못해요. 연비가 뛰어나고 좀 더 작은 자동차 생산에 무관심했던 것이 또 다른 패착입니다.

▶Q 겨울이 왔는데 가을 옷을 아직도 팔고 있는 격이군요.

제품 구성(product mix)이 고객들의 기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요. 디트로이트 3 제품과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 사이에서 미스매치(mismatch)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죠.

▶Q 하지만 GM이나 포드는 글로벌 전지기지에서 소형차를 생산하고 있지 않습니까.

포드나 GM은 유럽이나 남미, 아시아 등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소형차 확보를 위해 닛산과 제휴를 준비하고 있어요. 문제는 실행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제품을 들여와도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합니다.

▶Q 전술적 성공이 전략 실패를 만회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전략이 애초에 잘못된 건 아닐까요.

논의의 대상을 GM으로 좁혀보죠. 이 회사는 지난 수년간 시장점유율 증대라는 목표에 매달려 왔습니다. 하지만 GM은 몸집을 줄여야 했어요. 시장점유율 향상과 리스트럭처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모두 놓쳐버린 셈이라고 할까요.

▶Q GM은 밥 루츠 같은 열정적 경영자들이 포진하고 있어요. 왜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합니까.

공룡기업들의 회생(turning around)을 도모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신 모델을 개발해서 시장에 선보이기까지 때로는 수년이 걸리기도 하며, 심지어 유럽에서 출시된 모델을 미국에 들여오는 데도 그 정도가 소요됩니다. 딜러십을 박탈하는 것도 양자간 의무조항 탓에 고비용을 초래합니다. 이런 모든 변수들이 극적인 변화를 가로막습니다.

▶Q GM 경영자들에 대해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닌가요.

공룡기업을 재편하는 일은 지속적인 노력, 그리고 뚜렷한 비전이 수반돼야 합니다. 하지만 경영자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 모든 일들을 처리하기 역부족일 때가 있는 법이거든요. 수십년간 구축된 보수적 사내문화, 사사건건 개혁에 저항하는 이들을 극복해야 합니다.

▶Q 크라이슬러를 살렸던 아이아코카 같은 리더가 미국에는 더 이상 없습니까.

가솔린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국에서는 픽업 트럭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어요. 이 차종의 시장점유율(in terms of market share)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뛰어난 리더 못지않게 경제회복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그때까지 버틸 수 없을 것 같네요.

▶Q 미 자동차회사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뉴스위크〉의 제안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미국업체들은 여전히 미국 경자동차시장(light vehicle market)의 47%가량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그리고 11월의 통계치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는 데 전사적 전략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Q 포드, GM, 크라이슬러를 통합하면 군살을 대폭 덜 수 있지 않겠습니까.

통합 회사가 비슷한 모델, 그리고 딜러십을 정리한다면 어떨까요? 시장점유율은 큰 폭으로 떨어질 겁니다. 그런 방식의 기업 합병은 너무 많은 비용을 초래합니다. 미 자동차업체들이 이러한 비용을 짊어질 때는 아닙니다.

▶Q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디트로이트 3의 몰락에서 어떤 교훈을 배워야 할까요.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지름길이거든요. 그리고 판매 인센티브보다 (기술진보로 급변하고 있는) 판매망투자를 늘리라는 조언도 하고 싶군요. 자동차시장은 하루아침에 변합니다.

▶Q 미국의 경제위기는 한국의 현대차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습니까.

현대·기아차는 현 시장에 딱 맞는 제품라인을 보유하고 있어요. 평판도 과거에 비해 좋아졌습니다. 현대차는 주류(mainstream brand)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차를 처음 모는(entry-level) 이들이 구입하는 싸구려 자동차가 아닙니다.

▶Q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자동차시장은 하루아침에 변합니다. 자만심은 극약입니다. 항상 유연해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도 강화해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Brain Interview |하이브리드 전문가 비벡 바이댜(Vivek Vaidya) 프로스트앤설리번 컨설턴트

 



●“지구온난화·유가상승… 현대차에겐 Big Opportunity”

■“전 세계 자동차 소비자들이 유지비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을 찾지 않겠습니까.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현대차는 앞으로 수년간이 호기(Big Opportunity)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클린 카(Clean Car)’ 시장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격전지’이다. 도요타,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 등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저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은 대폭 줄인 ‘청정 기술’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미래의 성장시장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지구 온난화, 고유가 추세는 변화의 쌍끌이다. 지구촌의 환경. 에너지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한 세계 자동차 업계는 경쟁의 무게 중심을 친환경 ‘자동차’ 개발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미 컨설팅 회사인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의 비벡 바이댜(Vivek Vaidya) 아태지역 자동차 부문 대표 컨설턴트와 지난 21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내년에 하이브리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인 현대차의 이 분야 경쟁력과,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친환경 개발 동향 등을 물어보았다. 프로스트앤설리번은 성장 전략 전문 컨설팅 회사로, 세계 32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Q 맥킨지는 전사적 전략 컨설팅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프로스트앤설리반은 어떤 분야에 강합니까.

오직 ‘성장(Growth)’ 전략에 초점을 맞춥니다. 고객사의 사업 규모를 늘리는 것이 우리의 특기입니다. 소속 컨설턴트들은 모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산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는 ‘스페셜리스트’들입니다.

▶Q 전략보다는 ‘실행’이 성장을 좌우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 완성차 업계가 대표적 실례가 아닌가요.

통찰력(Insight)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정 산업에 정통한 2700여 명의 ‘컨설턴트(Industry-Specialists)’들은 멀리 내다보면서도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Q 성장 전략 수립의 첫걸음은 ‘대외환경 분석’입니다. 흘려보지 말아야 할 트렌드가 있습니까.

지구는 꾸준히 더워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는 (최근 주춤하긴 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그리고 유가상승에 주목해야 합니다.

▶Q 이란혁명과 중동전쟁으로 수차례 에너지위기를 겪은 지난 70년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지구온난화 추세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요. 자동차시장의 두 세그먼트를 모두 뒤흔들고 있습니다. (Both these trends are shaping two different ends of the market.) (매스 마켓과 럭셔리 마켓, 그리고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Q 지구온난화, 그리고 유가상승이 한국의 완성차 업계에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 오겠습니까.

전 세계 자동차 소비자들이 유지비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을 찾지 않겠습니까. 부동산발 신용경색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현대차는 앞으로 수년간이 호기(Big Opportunity)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 규제도 더욱 강화될 겁니다. 시장별 공략 방식도 달라야 하겠죠.

▶Q 미국이나 호주시장을 파고들려면 수준 높은 ‘클린카(Clean Car)’ 기술이 필요하겠군요.

유럽연합(EU)나 미국, 그리고 호주 등은 규제의 목표가 비교적 뚜렷합니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전기 자동차 개발을 유도하는 쪽입니다. 반면 브릭스(BRICS)를 비롯한 신흥 시장은 연료 사용의 효율(Fuel Efficiency)를 높이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인도나 브라질은 어떻습니까.

인도는 ‘자동차 엔진의 소형화(Engine Downsizing)’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소형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에 대해 물품세(Excise Tax)를 낮춰주는 방식입니다. 브라질은 에탄올과 같은 대안연료(Alternative Fuel) 사용이 활발한 편입니다. 태국은 친환경과 연료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에코 카(Eco-Car) 프로젝트를 최근 발표했어요.

▶Q 현대차는 내년 하이브리드 제품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미국시장에 언제쯤 진입하게 될까요.

2009년이나 2010년입니다. 오는 2012년, 4만8000대 가량을 생산해서 국내에서 1만5000대 가량을, 나머지는 미국시장에 판매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의 승용차 시장의 1%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봅니다.

▶Q 하이브리드는 아직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버티고 있습니다만.

하이브리드는 미 경자동차 시장(Light Vehicle Market)의 2% 가량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도요타도 최근 흥미로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프리우스를 미시시피주에서도 생산할 것이라는 발표가 그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들여와 판매했습니다.

▶Q 시장성이 있다는 뜻인가요.

하이브리드시장은 5년간 꾸준히 성장을 하게 될 겁니다. 모델 수도 지금보다 큰 폭으로 늘어납니다. 하이브리드의 시장 점유율이 작년 기준 1.8%에 불과했지만, 2012년 4.3%대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겁니다. 하이브리드에 회의적이던 완성차 업체들도, 지금은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죠.

▶Q 대당 가격이 아직은 고가여서 ‘매스 마켓(Mass Market)’을 형성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요.

프리우스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몇 대가 팔렸는지 아십니까. 18만 1000대입니다. 혼다 시빅, 도요타 캄리와 하이랜더, 포드 이스케이프의 하이브리드 버전이 모두 매달 수천대씩 팔리고 있습니다.

▶Q 유럽 업체들은 하이브리드보다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디젤에 더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까.

디젤엔진은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클린 디젤(Clean Diesel)이 친환경 차량의 패권을 놓고 하이브리드와 한판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Q 메르세데스-벤츠가 공을 들이고 있는 수소 전지의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수소자동차는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반영합니다. 가장 적은 오염 물질을 배출합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이 곧 상업적 성공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고객들이 이 자동차를 구입하기 전 판매망, 판매 후 서비스, 정비, 제품생산 등 ‘가치 사슬(Value Chain)’이 구축돼 있어야 합니다.

▶Q 도요타는 미국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판을 뒤흔들 뾰족한 수는 없을까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시장 세그먼트(Untapped Segments)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때로는 기습공격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게임의 룰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창의적 사고가 핵심입니다. (think out of the box)

▶Q 양사의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요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선보인 시기가 1997년입니다. 현대차가 2009년에 하이브리드를 선보일 예정이니, 꼭 12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있습니다.

▶Q 지난 1970년대 대체에너지 개발 붐도 유가 하락으로 한풀 꺾이지 않았습니까.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 두 가지 트렌드는 자동차 산업에 되돌릴 수 없는, 깊은 충격을 줄 것입니다. 매니아들은 SUV나 픽업 트럭을 구매하겠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이들 차량을 쉽사리 선택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Q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대선이 코앞입니다. 오바마나 맥케인 집권 후 달라질 점은 없을까요.

누가 대통령이 되도 미국의 환경정책과 규제는 (부시 행정부에 비해) 더 친환경적 색채를 띠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Management - 도요타 원가절감 노하우


2008-11-21  

●“공장 근로자 ‘미소’ 속에 있어”

◇국내기업 근로자들은 부품 조립작업을 힘들어한다는 게 얼굴에서 그대로 읽힙니다. 하지만 도요타 근로자들은 미소를 짓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수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레 타계하자 그녀는 플라스틱 사출 부문의 회사를 ‘엉겁결에’ 물려받았다. 치열한 제품 단가 경쟁을 벌이는 이 분야에서 생존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금융위기는 뼈를 깎는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혜진 ‘경희(KH)’ 사장은 아찔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LCD 텔레비전을 생산하는 발주처는 최근 외주 물량을 대폭 줄였다. 지난달 2일 오후, 그녀는 원가절감 분야 전문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영화배우 최진실 사망 뉴스가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우울하게 장식한 날이었다. 요즘 그녀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이강락 컨설턴트가 부쩍 바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원가절감의 전도사인 그는 서울대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한 뒤 지난 1992년 능률협회 컨설턴트로 첫발을 내디뎠다. 도요타 연수 프로그램을 수십 차례 이수하며 원가절감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 강점이다.

“원가를 50% 줄일 수 있다고 하면 국내기업 담당자들은 대개 뜨악한 표정을 짓습니다. 노골적인 불쾌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어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식의 비판이 그것입니다. ”

백면서생의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라고 맞받아치는 담당자들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이 이 정도이니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자 비로소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원가절감을 여전히 ‘일회성 캠페인’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고도의 전문 영역으로 보아 지레 겁을 먹는 사례도 있다.

그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례를 제시했다. 액센트와 아반떼, 그리고 그랜저를 각각 생산하는 1·2·3공장에 비해 승합차인 그레이스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4공장은 생산성이 항상 ‘꼴지’였다. 생산 물량이 다른 공장에 비해 적다 보니 부품 매입 단가도 상대적으로 높아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품업체들도 공급물량이 적다 보니 덜 관심을 기울였다. 부품이 적기에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에서 손을 놓고 있는 근로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제품 조립이 늦어지고, ‘수율’도 떨어지기 십상이다. 당시 그가 4공장 담당자에게 제시한 처방전은 바로 ‘팩스’였다.

매일 오후 퇴근 직전 부품업체들에 팩스를 보내 다음날 생산 일정과 부품 수요를 알리도록 했다.

생산물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 부품업체들은 부품을 적기 공급했다. “4공장은 서자에 불과하다”며 하소연을 하던 공장 담당자가 희색이 만면해진 것은 인지상정.

정보를 공유하는 이 간단한 조치만으로 4공장은 다른 공장들을 누르고 평가수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 공유는 적기 생산 시스템(JIT)의 기본 요건이다.

물론 원가를 50% 이상 절감하는 데는 생산의 전 영역을 관장하는 과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과학적 관리기법의 아버지로 통하는 프레데릭 테일러는 ‘초시계’를 들고 근로자들의 업무 형태를 정밀히 측정하고 하나하나 유형화했다. 도요타자동차가 자랑하는 적기생산 시스템은 테일러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현장에 적용한 또 다른 생산혁명이었다. 테일러 컨베이어 시스템의 창조적 계승이다.

그는 “원가절감은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한다. 원부자재를 가장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는 구매 역량, 생산 공정을 손금 보듯 파악하는 현장 근로자들, 그리고 경영진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원가를 50% 이상 줄여 진검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기업, 원가절감의 고수들

“현대자동차와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하면 근로자들 표정부터 확연히 달라요. 현대차 근로자들은 힘든 기색을 얼굴에 가득 띠고 있어요. 부품 조립작업이 고되다는 점을 이심전심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요타 근로자들은 항상 미소를 짓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거든요.”

양사 근로자의 표정이 다른 배경은 무엇일까. 도요타는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을 근로자들이 가장 편한 자세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치 그네를 타듯이 도르레가 달려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조립을 할 수 있으며, 근로자들의 동선도 최대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부품이 수북이 쌓여 있거나, 제때 오지 않는 일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대시보드를 차체 안에 집어넣기 위해 근로자 두 명이 달라붙는 현대차와 달리, 도요타는 공작 로봇이 이 부품을 차체에 배치한다. 그리고 근로자 한 명이 볼트작업을 담당할 뿐이다. 도요타의 생산성이 현저히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이젠(改善)’은 도요타의 전매특허이다.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기업들은 원가절감의 리더이다. 휴대폰 분야 부동의 세계 1위인 노키아도 흔히 원가절감의 달인에 비유된다.

아프리카·유럽의 중저가 휴대폰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 회사의 이윤율이 경쟁사에 비해 높은 것도 이런 노하우의 산물이다. 경쟁우위의 ‘작동방식’은 명확하다.

글로벌기업들은 세계 각국에 구매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 원부자재를 싸게 사들인다. 그리고 이 원부자재를 공장에 투입해 근로자들의 부가가치를 더해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이 제품의 질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

‘가이젠’으로 유명한 일본기업들은 최근 또 한번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도요타 협력사인 닛폰 텐쇼를 실례로 든다.

이 회사 공장에서는 숙련 근로자가 갓 입사한 신입을 옆에 두고 큰 소리로 업무를 지시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지식을 통조림처럼 표준화시켜 신참 근로자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입 근로자 교육에 드는 교육비를 줄이고, 적응 기간도 단축하는 양수겸장(兩手兼掌)의 포석이다.

근로자들의 암묵지가 중시돼 온 일본기업들이 미국식 시스템을 접목하면서 양자간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는 것. 협력 업체들과의 동등한 파트너십은 도요타 성장의 자양분이다. 일본 도요타 경쟁력의 주춧돌은 바로 촘촘한 구매 네트워크, 협력 업체와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는 끈끈한 기업 문화이다.

“한국기업들이 지금까지 원가절감에 소홀하고도 정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상황이 어렵지만 여전히 한국기업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가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제조업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 원가가 급등하고 있다.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원가절감에 심드렁하던 국내 경영자들을 바꾸어놓고 있다. 원가절감은 국내기업 재도약의 강력한 주춧돌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절감에서 경쟁 우위를 찾고자 하는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이다. 그는 현장감독자의 강력한 독려로 작업 현장에서의 작은 사고, 이른바 ‘아차사고’를 큰 폭으로 줄인 현대중공업의 실례를 들기도 했다. 도요타 방식이 국내에서 잘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두 나라의 국민성이나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국민성이 서로 차이가 나니 도요타의 강점을 이식할 수 없다는 식의 진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내 기업들의 창조적 접목을 촉구했다.


존 폴슨 “부동산 투자 지금이 최적이다”…폴 크루그먼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제 예측 누가 더 정확할까”

2010년 07월 20일
존 폴슨 폴슨 앤 컴퍼니
■ “부동산 투자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는 것이 존 폴슨의 진단이다. 미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캘리포니아 부동산 지표는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캘리포니아의 부동산 가격도 이미 7개월 전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 존 폴슨이 금융주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배경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 그는 각국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에서 위기 재발의 징후를 읽는다. 금리 인상 등 정책 실기로 지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일본 정부나, 대공황 당시 후버 행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정부 지출 억제가 자칫하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늦추고, 또 다른 경제 위기의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2006년 6월. 존 폴슨(John Paulson)은 ‘사면초가’였다. 아이비리그의 명문대를 나온 이 유대인 금융전문가에게 돈을 맡긴 고객들은 그의 자산운용전략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보스톤컨설팅그룹 출신의 이 금융전문가가 자신의 이름을 본따 창업한 헤지펀드 회사인 ‘폴슨앤컴퍼니’의 수익률은 연 5%선. 형편없는 성적표였다.

헤지펀드 업계는 소속 가문이 수백 년 간 금융업에 종사해온 유대계 슈퍼스타들의 경연장이었다.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를 비롯한 유명 투자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매니저들은 글로벌 무대를 종횡으로 오가며 구축한 포트폴리오로 고수익을 올렸다. 현란한 포트폴리오 운용이 재부의 비결이다.

금, 은, 팔라디움, 달러, 스위스 프랑화, 현금, 태국의 해변, 옵션, 선물, 부채담보부증권(CDO), 주식, 채권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헤지펀드 업계의 슈퍼스타들은 연 10% 이상 수익을 가뿐히 내며 폴슨앤컴퍼니의 입지를 뒤흔들었다.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매니저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는 게 이 바닥의 생리였다.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인 존 폴슨을 위기에서 구한 구세주가 바로 ‘부동산’이었다. 위기의 발단은 금리 인상이었다. 지난 2004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 조치는 다가올 허리케인을 예고하는 나비의 날갯짓이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뒤흔든 위기의 도화선이었다. 부동산이 흔들리면 이 자산을 기초로 설계한 은행 모기지가 무너져 내릴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모기지 채권이 휴지가 되면 파생상품도 무너져 내릴 터였다. 투자은행들이나, 이 투자은행 출신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애써 위기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존 폴슨은 파생상품의 리스크에 대비하는 보험상품격인 CDS(신용파산스왑)를 골드만삭스에서 대거 사들였다. 그가 운영하는 헤지펀드가 불과 수개월 새 벌어들인 돈이 무려 150억 달러. 도박으로 치면 ‘잭팟’이었다. 존 폴슨과 투자은행 매니저들의 운명이 엇갈린 지점은 바로 여기였다.


존 폴슨 ‘위기 종료’ 선언…금·카지노·은행에 투자
존 폴슨은 월스트리트의 신화가 됐다. 전형적인 업다운(UP-Down) 방식 투자자인 그는 거시 변수를 면밀히 살핀 뒤 투자를 결정한다. 그가 운용하는 금 펀드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미국 정부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물가가 앙등하리라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존 폴슨이 금을 사들이는 이면에는 낙관론이 있다. 그는 이 귀금속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에 주목한다. 다시 말하면, 그가 금융 위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전 자산(safe haven) 확보 차원에서 금을 매입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 경기 회복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가 최근 영국 런던에 있는 경영대학원에서 한 강의에서는 2년 전 버블 붕괴를 외치던 비관론자의 위기감은 엿볼 수 없다. 더블딥이 재차 세계 경제를 강타할 가능성도 10%가 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진단. 부동산에서 인생 역전의 기회를 움켜쥔 이 금융전문가는 이번에도 부동산에서 변화의 조짐을 본다.

“부동산 투자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미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캘리포니아 부동산 지표는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캘리포니아의 부동산 가격도 이미 7개월 전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 존 폴슨이 금융주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배경이다. 모기지의 기초 자산인 부동산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은행도 수익성이 개선될 개연성이 크다. 그는 “미국인들이 다시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고 넓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의 견해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존 폴슨과 대척점에 서 있는 강단 경제학자가 바로 세계 경제학계의 슈퍼스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이다.


폴 크루그만 ‘긴축 정책’ 위험…세계 경제 살얼음판
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990년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아시아 경제의 허실을 정확히 짚어내며 명성을 얻은 천재 경제학자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는 미국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중지에도 꾸준히 글을 기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며 현실 참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자비한 긴축(savage austerity)이 해당 국가들에 과실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그런 일들이 결코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바라보는 세계 경제의 현 주소는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헤지펀드 전문가 존 폴슨의 진단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각국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에서 위기 재발의 징후를 읽는다. 금리 인상 등 정책 실기로 지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일본 정부나, 대공황 당시 후버 행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정부 지출 억제가 자칫하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늦추고, 또 다른 경제 위기의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장단기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 그 징후라고 본다. 재정 적자 감축에 나선 유럽 국가들의 위험한 선택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길이 곱지 않다는 것. 그가 최근 정부 지출을 줄이기로 한 G20 회담에 우려를 피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정부 지출 감소에 소극적인 스페인이 시장에서는 더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그 방증이다.

폴 크루그먼은 각국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다면 글로벌 경제는 세 번째 금융 위기를 겪을 개연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강단에서 잔뼈가 굵은 이 슈퍼스타가 보는 세계 경제는 아직 기초체력이 취약한 환자다.

이 경제학자가 우려하는 지표가 실업률이다. 실업자들이 오랫동안 일감을 찾지 못하고 쉬다 보면 감도 떨어지기 마련이며, 업무 향상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도 익힐 수 없어 자칫하다 일자리를 아예 구할 수 없는 무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경제학, 현실의 복잡함 파악할 수 없어

두 사람의 주장은 줄곧 평행선을 달린다. 월가 출신의 투자 고수 존 폴슨은 줄곧 낙관론을 말한다. 반면 지난 1990년대 태국발 아시아 금융 위기의 원인을 ‘아시아적 생산 양식’에서 찾은 노벨상 수상자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각국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며 또 다른 위기를 경고한다.

존 폴슨은 이번 예측에 자신의 돈과 명성을, 폴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의 명성을 각각 걸고 있다.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경제학자는 역사에서 답을 구하는 ‘회귀적 사고’에 충실한 반면, ‘월가의 승부사’들은 매일 시장 흐름에 몸을 맡기며 그 복잡한 속성을 파악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출처: Lecturing Birds on Flying).

“수리경제학이 출발점으로 삼는 가정들은 때로는 부정확하다. 이 학문을 창안한 이들 조차 현실의 복잡함, 상호 연관성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실전 투자에 나서 큰돈을 번 거의 유일한 경제학자인 영국의 존 메이나드 케인즈가 남긴 명언이다. 어느 편의 예측이 정확할 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존 폴슨 측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얘기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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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후 닥칠 기회와 위험, 두뇌로 예측

구글은 왜 뇌과학을 연구할까

2009년 10월 20일

“‘기표’와 ‘기의’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프랑스의 언어학자인 ‘페르디낭드 소쉬르’가 남긴 이 유명한 ‘금언’이 조만간 인터넷 기업 직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때가 오지 않을까.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들의 뇌과학 연구가 점입가경이다.

이들 기업들은 하버드나 MIT 출신의 유명 뇌과학(Brain Science) 전문가를 고용해 인터넷의 미래를 탐색하고 있다.

로켓 과학자들을 앞세워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하던 월스트리트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뇌과학은 이들 기업이 당면할 위기(Threat)와 기회(Opportunity)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다. 그리고 ‘언어학’은 인간 두뇌의 특성을 가늠케 하는 풍향계이다. <편집자 주>



구글이 검색 분야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창업자들의 남다른 학문 배경에 주목한다.

구글의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는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이수했다. 인공 지능을 전공한 그의 지도 교수는 ‘테리 위그노어드(Terry Winograd)’ 박사.

인 지과학(Cognitive science) 부문의 세계적 전문가이다. 래리 페이지가 일찌감치 검색시장을 뒤흔들며 시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한 이면에는 인지과학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 인지과학은 말 그대로 인간의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학문.

“최적의 뇌신경(Neuron)은 자신을 둘러싼 다른 신경세포와 가장 많은 ‘링크’를 유지한 세포이다.” 진화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통찰은 인터넷 진화의 자양분이다. 구글 전성시대를 불러온 검색기능인 ‘페이지 링크’는 이러한 통찰의 산물이다.

구글은 이러한 통찰력으로 검색시장 제패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한사람의 두뇌에 1000억개나 있는 뉴런은 인터넷의 여러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비유할 수 있다.

이들 뉴런은 방사형으로 연결돼 있는데, 구글이 도입한 ‘페이지 링크 시스템’은 바로 이 방사형 시스템의 판박이다.

뉴 런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검색 엔진은 가장 많은 링크를 보유한 ‘페이지’를 추려내고, 이러한 연결의 ‘적절성(Relavanc)’ 또한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이러한 방식이 먹히는 것은 바로 두뇌의 작동방식과 비슷하기 때문.

“인터넷 기업들 중 뇌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구글이며, 인터넷의 미래상을 알고 싶으면 이 회사의 변화를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지 과학자인 ‘제프리 스티벨’ 웹닷컴 최고경영자의 조언이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사업에 뛰어들 당시 이미 뇌과학의 고수였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미국의 DVD업체인 ‘넷플릭스(Netflix)’도 뇌과학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이다. 이 온라인업체는 100만달러의 거액을 내걸고 더 정교한 ‘알고리즘(Algorithm)’을 수소문했다.

이 사이트에서 DVD를 빌린 고객들을 상대로 다른 영화를 추천하는 프로그램인 ‘시네매치’의 정확도를 10% 이상 높이는 팀이 수상 대상이다.

소비자들의 기호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문제는 DVD 대여기록으로 ‘취향’을 가늠하는 작업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알고리즘의 정확성을 8% 정도 높인 팀은 간혹 등장했지만, 마의 10%벽을 돌파한 이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대부분 해당 분야의 고수들이었다. 유명 통신사 연구원이나, 프리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주종을 이뤘다.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해 합류하기도 했다. 거액의 상금은 결국 막판에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예측의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연합팀에 돌아갔다.

하지만 수상자들 외에도 높은 관심을 불러 모은 이는 뇌과학자인 ‘개빈 포터(Gavin Potter)’였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경쟁의 우위는 바로 ‘뇌’ 이론이었다. 참가팀 대부분이 DVD 고객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알고리즘에 더 많은 관련 정보를 입력한 반면, 개빈 포터는 거꾸로 갔다.

알고리즘의 추천 정보를 대폭 줄여 거꾸로 검색의 정확성을 높였다. 역발상이었다.
“두뇌가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더 정교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제한된 정보로 특정 패턴을 빨리 파악해 ‘유추’를 하는 게 인간의 두뇌입니다.” 인터넷은 인간의 두뇌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들가들의 진단이다.

개빈 포터는 우승은 놓쳤다. 넷플릭스가 내건 우승 상금은 각자 개발한 알고리즘의 장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프로그램’을 막판에 선보인 연합팀에 돌아갔다.

하지만 개빈 포터는 ‘시네매치’의 정확성을 8.79%까지 끌어올려 막판까지 참가팀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래리 페이지나 개빈 포터가 선전한 이면에는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이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은 거대한 정보 저장창고를 가진 두뇌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찰력을 인터넷 검색사업에 가장 먼저 반영하고, 꾸준히 뇌과학의 성과를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해 온 것이 바로 검색 기업의 절대 강자인 ‘구글’이라는 것.


아마존·페이스북도 전략의 핵심은 ‘뇌’
뇌 과학에 정통한 인터넷 기업은 비단 구글뿐만은 아니다. 온라인서점인 아마존, 페이스북, 야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자랑하는 인터넷 기업 전략의 핵심에는 바로 이러한 ‘뇌과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 인터넷 기업들은 대부분 스탠퍼드, 하버드, MIT 출신의 두뇌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 강자들이 뇌과학에 공을 들이는 이면에는, 5~10년 후 인터넷에 불어닥칠 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기회’와 ‘위협’ 요소를 미리 내다볼 수 있어야 비즈니스 모델도 담금질할 수 있다. 뇌과학의 성과들은 인터넷의 미래를 가늠하는 풍향계이다.

일부 기업들이 인간의 ‘두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소통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도 이러한 통찰력의 산물이다.

“이 기업들은 인터넷이 가파른 속도로 두뇌를 닮아 나갈 것이라는 암묵적인 신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예측’ 능력에 있다는 것이 뇌과학자 제프리 스티벨의 분석이다.

뇌과학을 적용할 수 있는 부문이, 비단 인터넷 기업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교한 예측시스템은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 행태에서 동일한 ‘패턴’을 읽어내 교차 상품을 권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특정 소비계층을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주춧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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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드사 ‘스마트 앱’ 대전


“우리는 지금 모바일로 간다”

2010년 07월 13일 11시 30분
스타벅스·구글, 페이스북 ‘강력한 경쟁자 부상’…현대카드·롯데카드 부심 중


2011년 3월,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 버스 정류장.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송명훈(34)씨는 기업체 IR 담당자들과 저녁약속을 떠올린다. 송씨는 최근 한 카드사가 배포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검색창에 이날 저녁 약속시간, 참석인원, 장소, 좋아하는 음식 등을 입력한 뒤 전송 버튼을 클릭한다.

잠시 후, 중국집, 레스토랑을 비롯한 충무로에 있는 식당 5곳의 명단이 스마트폰의 넓은 화면 위에 순식간에 펼쳐진다. 이 앱을 개발한 카드사의 가맹점들이다. 애플리케이션에는 이들 식당의 저녁 식단, 가격대, 좌석 위치, 특별메뉴, 서비스 품목 등이 일목요연하게 실려 있다. 카드사 서버 컴퓨터를 거쳐 가맹점에 자동으로 전송된 그의 주문을 확인한 가맹점주들이 컴퓨터로 바로 메뉴, 가격대, 서비스 품목 등을 보낸 것.

송씨는 이중에 맥주 무한 리필을 약속한 중국집을 선택했다. 이 중국집의 전가복, 짬뽕 국물은 한눈에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이 메뉴들 바로 아래에 고객들이 남겨놓은 댓글들이 눈길을 끈다. 국물류를 선호하는 송씨는 삼선짬봉 국물 맛이 진국이라는 내용에 군침이 절로 고인다.

이날 오후 5시, 기업체 IR 담당자들과 약속장소에서 만난 송씨는 세상이 달라졌음을 절감한다. 상전벽해다. 불과 한 해 전만 해도 이동 중에 메뉴를 시시콜콜 따지고 가격 흥정까지 해가면서 식당을 예약하기는 힘들었다. 대부분 친구들의 추천을 받거나, 네이버 검색엔진에서 식단 등을 대조한 뒤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가맹점주들도 카드사가 손님까지 몰아다 준다며 싱글벙글이다. 말 그대로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카드사들이 별로 해주는 것도 없이 수수료만 자꾸 올려 받는다며 ‘애물단지’취급을 하던 점주들도 새로운 카드 서비스가 ‘신통방통’하기만 하다. 집에 돌아온 그의 인터넷 블로그에는 지난 1년간 송씨가 딸아이를 위해 구입한 물건의 목록들이 빼곡히 올라와 있다.

딸아이가 태어난 뒤 구입한 젖병, 분유, 신발 등이 애틋하기만 한 그는 지인들의 댓글을 하나씩 읽으며 감회에 사로잡힌다. 이 에피소드는 국내 주요 카드사가 최근 추진 중인 ‘스마트폰 앱 서비스’ 시나리오를 가상의 인물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빅뱅 시대를 맞은 국내 카드사들은 최근 컨설턴트들을 초빙해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 진단을 받고, 비즈니스 모델 재평가에 나서는 등 변화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잇달아 ‘삼고초려’에 나서고 있는 이면에는 뿌리 깊은 위기감이 있다. 수년 전부터 불어 닥친 모바일 빅뱅의 후폭풍이 그 발단이다. 카드 산업이 통신, 검색, 커피 체인을 비롯한 글로벌 강자들의 이종 격투기 무대로 변모하자, 비즈니스 모델을 쇄신하지 않고서는 자칫하다 공멸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증폭한 결과다.

이성욱(40) 딜로이트 컨설팅 이사는 “스마트폰발 후폭풍은 국내 대형 카드사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구축한 ‘브랜드’ ‘네트워크’ ‘가맹점’을 비롯한 3대 유무형의 자산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카드 브랜드 ‘더 이상 통하지 않아’
김영민(가명·43)씨는 현대카드의 ‘블랙카드’를 애용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소수 회원에게만 발급되는 이 프리미엄 카드는 그의 사회적 성공을 보증하는 ‘공인 인증서’다.

최 근 유명 흑인 가수 ‘어셔’를 초청해 다시 한 번 동종업계의 부러움을 산 이 회사의 ‘슈퍼 콘서트’는 회원들의 결속을 다지는 현대판 ‘회맹’이었다. 솜씨좋은 장인이 공들여 ‘무두질’을 한 가죽 지갑에서 빼들어 카운터에 내미는 이 ‘카드’는 자동차 업계의 BMW나 벤츠격이다.

이 회사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스포츠와 예능 분야의 ‘슈퍼 스타’들을 잇달아 초청하는 이면에는 정태영 사장의 ‘전략적 고뇌’가 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강조했듯이, ‘코모더티(commodity. 상품화)’는 동시대 경영자들의 골칫거리다. 경쟁사들이 매일 쏟아내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대동소이하다. ‘브랜드’는 이런 위기를 정면 돌파할 강자의 무기다.

소비자들은 BMW에서 벤처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젊은 부자들을 떠올린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노(老) 부자들의 ‘애마’다. 시장의 강자들의 포지셔닝 전략의 과실이다. 작년 말 국내에서도 불기 시작한 ‘스마트폰’ 바람은 이러한 구도를 뒤흔든 변화의 신호탄이다.

무형의 자산(브랜드)을 단숨에 무너뜨릴 뇌관이다. 각사의 카드들이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스마트폰 속으로 속속 들어가면서, 카드사들의 브랜드 파워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것. 가맹점별로 가장 할인 폭이 큰 카드를 추천하는 ‘앱’도 이러한 기류에 한몫을 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의 압도적인 가맹점 인프라도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모바일 빅뱅의 흐름을 등에 업고 카드사들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들 중에는 하워드 슐츠가 창업한 스타벅스도 있다. 글로벌 커피 회사가 카드사들과 경쟁하는 세상이다.


美 스타벅스, ‘카드사 경쟁 상대로 등장’
미 국의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 고객 일부는 커피를 주문한 뒤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스마트폰으로 내려 받은 선불권 애플리케이션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바리스타는 매장 단말기에 가격을 찍은 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새겨진 바코드를 스캐너로 읽는다.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

삼성카드는 모바일 빅뱅이 몰고 올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주요 카드사 중에서 유일하게 전략팀이 직접 비즈니스 모델 변화, 밸류체인 리노베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인 최도석 부회장은 하반기 통신사 등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
삼성카드는 모바일 빅뱅이 몰고 올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주요 카드사 중에서 유일하게 전략팀이 직접 비즈니스 모델 변화, 밸류체인 리노베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인 최도석 부회장은 하반기 통신사 등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가 고객들의 ‘선불권’ 사용을 독려하는 이면에는 카드사 수수료를 절감하려는 셈법이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들의 수수료 분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스타벅스가 매장 방문객들을 상대로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해 선불권 사용을 유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자적인 결제 수단,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산물이기도 하다. 카드사의 경쟁상대는 비단 스타벅스뿐만은 아니다. ‘KT’ ‘SK텔레콤’ ‘버라이존(verizon)’을 비롯한 거대 통신사들도 잠재적인 경쟁상대다.

국내외의 주요 통신사들은 ‘모바일 지급 결제시장’을 파고들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소액 결제를 주로 하는 고객층이 경합 대상이다. 모바일 지급 결제시장은 결제 방식도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신용 구매한 뒤 물건 값은 통신요금에 합산해 지불하면 오케이.

통신요금에 합산되는 모바일 지급 결제액 상한선은 10만 원. 모바일 결제시장을 키우기에는 아직은 턱없이 작은 규모다. 하지만 결제 상한선이 상향 조정될 경우 통신사들이 카드사들의 관련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해 들어갈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국내 최대의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신한카드의 이재우 사장은 우대 가맹점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신한카드 타운앱’을 선보였다.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국내 최대의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신한카드의 이재우 사장은 우대 가맹점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신한카드 타운앱’을 선보였다.
비교우위는 명확하다. 카드사들의 개별 서비스에 비해 모바일 결제 지출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카드는 대개 4~5개를 보유하고 있어도, 통신은 한 개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시장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의 무기이기도 하다. 유선 인프라가 제대로 깔리지 않은 아프리카는 ‘엘도라도’이다.

통신사들이 모바일 결제시장에만 관심을 두라는 법도 없다. 세계 최대 통신사인 일본의 ‘NTT도코모’는 카드사를 직접 설립해 이 분야 터줏대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선불권, 상품권 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모카페이(Mocapay)’, 은행에서 현금을 충전해 모바일로 결제하는 ‘페이스캐쉬(FaceCash)’ 등도 이 분야의 강력한 경쟁자들이다.

구글이나 페이스 북도 카드시장의 강자들을 위협할 태세다. 최근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모바일지불시스템(Transaction)’ 특허를 출원한 애플, 대체지불수단 개발의 고삐를 죄고 있는 페이스북도 잠재적인 경쟁 상대들이다.


국내 카드사 CEO, 비즈니스 모델 ‘다 바꿔’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롯데그룹은 금융분야에 요즘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은 그룹의 이러한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로, 증강 현실 기능이 있는 앱을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빅뱅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이다.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롯데그룹은 금융분야에 요즘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은 그룹의 이러한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로, 증강 현실 기능이 있는 앱을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빅뱅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이다.
국내 카드업계의 위기감은 매우 높다. 모바일 빅뱅의 후폭풍은 국내 카드 산업을 뒤흔들 태세다. 브랜드, 가맹점, 네트워크를 비롯한 유무형의 자산들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한 국내 카드업계는 증강 현실 앱을 잇달아 선보이는 등 스마트폰으로 ‘활동무대’를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앳 카드’를 비롯한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 삼성카드는 카드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전략팀 주도로 ‘모바일 빅뱅’에 대응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출신의 최도석 부회장이 모바일 빅뱅이 몰고 올 업계의 변화를 카드 산업의 관점이 아닌, 좀 더 폭넓은 시야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한다.

최 부회장은 “스마트폰이 확산되는 등 모바일 융합과 관련된 시장의 여건이 성숙해져 감에 따라 대형 통신사와의 적극적인 업무 제휴를 통해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롯 데그룹 경영관리실 출신인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도 이러한 변화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백화점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활발하게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금융시장 공략의 첨병이다. 박 사장은 증강 현실 기능이 있는 ‘스마트 롯데 앱’을 선보였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현대카드 포인트를 사용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현대카드 M 포인트 몰’을 선보였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도 우대 가맹점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신한카드 타운맵’을 선보였다.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도 ‘증강 현실 앱’을 출시하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현대카드는 국내에서 브랜드 파워가 가장 강력한 카드사다. 미국의 유명 가수인 어셔나 비욘세를 초청해 카드 고객들에게 선을 보인 슈퍼 콘서트는 강력한 브랜딩 전략의 백미이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빅뱅이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을 무너뜨릴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대카드는 카드 포인트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현대카드는 국내에서 브랜드 파워가 가장 강력한 카드사다. 미국의 유명 가수인 어셔나 비욘세를 초청해 카드 고객들에게 선을 보인 슈퍼 콘서트는 강력한 브랜딩 전략의 백미이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빅뱅이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을 무너뜨릴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대카드는 카드 포인트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카드사들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꼬집는다. 경쟁 카드사부터 커피점, 통신회사까지 카드 산업 안팎의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두루 살피며,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성의 변화를 꾀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담금질하는 카드 회사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국내 카드사들이 출시한 앱도 인터넷에서 처리하던 업무들을 스마트폰으로 단순히 옮겨놓은 정도라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의 밸류체인을 고객의 물건·서비스 선택은 물론, 가맹점의 마케팅을 돕는 수준으로 확대해야 모바일 빅뱅시대에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컨설팅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프로세스를 스마트폰의 특정 앱에서 모두 구현할 수 있어야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카드사들은 우리 생활 어떻게 바꿀까
2011 년 7월5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30대 주부 유현영씨는 고등학교 단짝과 모처럼 쇼핑에 나섰다. 루이 뷔통 가방을 눈여겨보던 유씨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는다. 전자 매장으로 발길을 돌린 두 사람은 가격대가 대폭 하락한 3D 텔레비전에 눈길을 주다가 다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한다.

두 사람이 매장을 돌며 촬영한 제품 사진만 20여 장. 백화점 문화센터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남편 얘기부터 자녀들까지, 한참 수다를 떨다가 애플리케이션인 ‘이머니 베스킷(emoney basket)’을 불러낸다.

이 앱에 저장된 사진 속 제품들의 가격, 재질, 할인율 등을 꼼꼼히 대조하던 유씨는 명품 가방을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한다. ‘이머니 베스킷’은 한 카드사가 만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남 편과 자식들을 앞세우는 주부들의 시각으로 분석한 꼼꼼한 상품평은 물론 3D사진 자료, 가상현실 프로그램 등이 강점이다. 고객의 상품. 서비스 선택을 돕는 도우미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이머니 베스킷이다. 이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상품은 할인율도 경쟁 카드에 비해 더 높아 인기다.


이 애플리케이션의 기본 결제수단은 이 카드사의 여성 전용 카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매장에 진열된 상품들을 주시하며 1층 로비로 향하는 그녀의 스마트폰에서는 3D 텔레비전 할인 쿠폰 도착을 알리는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이 가상 시나리오 또한 국내 카드사들이 추진 중인 카드 서비스의 한 장면이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안에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주부들의 일상이 될지 모를 이 시나리오에 카드사 생존의 열쇠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성욱 딜로이트 컨설팅 이사는 “카드사는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마케팅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이 핵심 비교우위를 자산으로 삼아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접 분야로 활동 무대를 확대하더라도 고객 정보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사파리 자본주의 ‘아프리카’의 매력

“하루 빵 5만 덩이 파는 ‘인스코’가 달려온다”



2010년 06월 08일 11시 45분
아프리카는 비즈니스 모델의 시험무대…생산 거점으로도 각광


‘사파리 (Safari) 자본주의가 달려온다.’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이 창궐하고, 군사 쿠데타가 빈발하는 등 한때 저주받은 땅 취급을 받던 아프리카가 성장에 부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목마름을 씻어줄 ‘신 엘도라도’로 각광받고 있다. 6월 11일 개막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은 아프리카 세기의 도래를 알리는 화려한 ‘팡파르’이다. 유럽 대륙 진출의 생산 거점이자, 브릭스(BRIC·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어깨를 나란히 할 거대 소비시장,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실험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을 이번 남아공 월드컵 개막과 더불어 집중 조명해 보았다. <편집자 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 고유의 정취에 유럽의 풍요로움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국제도시이다. 아프리카라기보다는 유럽의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잘 정돈된 고급 빌라, 그리고 다양한 별장은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 나라의 프리토리아에서는 24시간 은행에 접속할 수 있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공항, 그리고 첨단 은행 시스템 등은 오히려 한국에 비해서 더 낫다는 평가다.

아 프리카 대륙이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남아공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5% 가깝게 성장하면서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의 뒤를 이을 ‘신흥 시장’이자 ‘생산 거점’ 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대륙의 경제 규모(GDP 기준)는 세계 10위권(맥킨지). 지난 2008년 현재, 아프리카 대륙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2002~2009년, 이 나라의 실질 국내 총생산 성장률은 5%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러시아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후천성 면역결핍증 창궐로 저주받은 땅 취급을 받던 아프리카의 화려한 부활이다.
그 선두주자는 이집트, 모로코, 남아공, 튀니지 등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이른바 ‘F4’국가들이다.


아프리카, ‘정정 불안’ 악순환 끊어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투자하기에 안전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사유재산을 국유화하는 일 따위는 없으며, 시장 경제의 원칙을 중시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떠날 수도 있습니다.”

스테파너스 스쿠만 전 대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도약하고 있는 배경으로 정치적 안정을 꼽는다.

아프리카의 선발 주자들이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고, 법인세를 낮추는 등 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가며 다가올 아프리카의 세기에 대비하는 원동력이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나이지리아.

이 국가는 지난 1999~2006년, 국영 기업 116개의 정부 지분을 매각했다. 모로코와 이집트도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자유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무분별한 지출도 억제했다. 긴축 재정으로 인플레이션율도 1990년대 연간 22% 수준에서 2000년대 8%대로 줄였다.

이들은 또 항만과 다리를 비롯한 인프라, 교육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성장 잠재력 확충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지난 2003년 이후, 고공비행을 해온 국제 유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군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한 것도 치솟는 유가로 국가 재정이 탄탄해진 덕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이지리아·남아공을 비롯한 자원 부국들은 중국을 비롯한 시장의 큰 손들을 상대로 파격적인 조건으로 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자원 보유국들을 향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각국의 ‘러브콜’이 뜨거워지며 항만·도로·비행장 등 인프라를 헐값에 지어주는 기업들도 꼬리를 문다.

아프리카의 시장 환경이 개선되고,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주 요 국가들은 연평균 5%이상 고속 성장하면서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의 뒤를 이을 유망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을 유럽연합(EU)처럼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상정할 경우 이 대륙의 경제 규모(GDP기준)는 세계 10위권에 달한다는 것이 맥킨지의 분석이다.



아프리카에서 성장 해법 찾다
시 장 공략의 선두 주자는 소비재, 정보통신 업체들. 아일랜드의 맥주업체 ‘기네스’는 자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아프리카시장의 고속 성장으로 만회하고 있다. 유니레버, 네슬레 또한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아프리카는 소비 시장을 넘어 생산 거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로열티가 높으면서도, 임금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낮은 근로자나 고급 인력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

빅블루 IBM은 기업 고객들을 위한 콜센터를 수 년 전 이 나라의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에 만들었다.

괴짜 경영자로 널리 알려진 제프 베조스가 운영하는 아마존도 수 년 전 수도 케이프타운(Cape Town)에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콜센터도 또 다른 유망 분야.
콜센터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인도와 달리, 이 분야에서 근무하는 인력의 로열티가 높은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아프리카행 열차에 몸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을 겨냥한 아프리카 기업들의 맞춤형 서비스도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머천트(Merchant)’ 는 자국 시장에 관심이 높은 미디어 기업이나 정보통신 업체들을 겨냥해 콜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innovaton)의 창구로도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저소득층 공략 이론의 실험장이 바로 아프리카다.


괴 짜 경영자로 널리 알려진 제프 베조스가 운영하는 아마존도 수 년 전 수도 케이프타운(Cape Town)에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콜센터도 또 다른 유망 분야. 콜센터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인도와 달리, 이 분야에서 근무하는 인력의 이직률이 매우 낮은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저소득층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 메카
피라미드 이론으로 대변되는 저소득층 시장 공략 모델로 주목을 받는 기업이 바로 짐바브웨의 ‘인스코(Innscor)’다.

지 난 1980년대 치킨 체인(Chicken inn) 사업으로 미국의 외식업체인 KFC를 자국에서 몰아낸 이 회사의 자회사(Bakers Inn)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매장 밖에는 아침부터 빵을 사려는 아프리카의 저소득층들이 긴 행렬을 이룬다.

자동차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응용한 이 회사의 공장에서는 하루에 빵 5만여 개가 생산된다.

하얀 유니폼을 착용한 채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좌우로 늘어선 이 회사 근로자들이 밀가루를 반죽한 뒤 효소를 넣고 만드는 빵은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갓 구운 빵을 저가에 판매하면서도, 빵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는 인스코는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로도 유명하다.

달러 확보 차원에서 관광업에도 뛰어들었던 이 회사는 자국 정부의 규제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악어 사육 사업을 시작하는 등 서바이벌 대전에 나선다.

짐바브웨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악어 고기, 가죽 등을 판매하며 장비 수입 등에 소요되는 달러를 확보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지난 2006년,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율이 무려 500%에 달했다는 것.

남아공을 제외한 아프리카 100대 기업 중 11개가 잠바브웨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아프리카의 최빈국 짐바브웨가 반짝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기업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국기업, 시장 진출 ‘탐색전 수준’
오는 11일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은 아프리카 세기의 도래를 알리는 ‘제례’이다. 한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도 꼬리를 문다.

최근 화장품 업체들도 현지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오렐리가 남아공 현지에 숍을 오픈했으며, 소망화장품, 미샤 등도 현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노키아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프리카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문화인류학자들을 시장조사에 활용하며 미국·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후진타오, 원자바오를 비롯한 국가의 최고위 지도층들이 직접 나서 ‘에너지 확보, 자국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동반 추진하는 중국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정상들을 자국에 대거 초빙해 극진히 대우하는 등 꾸준히 이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량은 지난 2000년 100억 달러 수준에서 2006년 55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1970년대, 당시 자원 민족주의의 깃발을 높이든 중동 국가들의 원유 가격 인상으로 덩달아 돈방석에 앉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훗날 유가 급락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두바이를 비롯한 일부 산유국들이 빚더미 위에 앉아 올 들어 금융시장을 뒤흔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낮고,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의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5억 명에 달하는 근로 인구가 있다(맥킨지). 오는 2040년경, 이들은 10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 공략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집트, 모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니지를 비롯해 이 지역 선도국들이 정보통신, 금융을 비롯한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활발히 확대하고 있는 것도 주목을 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오는 2040년경, 전 세계 젊은이 5명 중 1명이 이 지역(아프리카) 출신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전체 근로자 수에서도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아프리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주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를 비행기에 비유해 볼까요. 한동안 활주로에 멈춰 서 있었던 이 비행기가 이제는 대지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스테파너스 스쿠만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사).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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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글로벌 女性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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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5일
오 프라·라플리에 女心 공략 묘수 있어

케이블 채널인 ‘온스타일’의 일등공신이 바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시티>이다. 뉴요커들의 일상을 다룬 이 드라마는 국내에도 미드 열풍을 일으킨 ‘선두주자’ 격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미란다는 뉴요커들의 오늘을 엿볼 수 있는 ‘창(窓)’이다. 그녀는 변호사로 보수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하다. 그리고 웬만한 동년배 남성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골드미스’이다.

이 여성 뉴요커들은 업무로 누적된 피로를 쇼핑으로 씻는다. 꿉꿉한 기분을 떨쳐버리는 데는 쇼핑이 제격이다. 백화점 메이시(Macy)에 들러 명품들을 둘러보는 맛은 쏠쏠하다.

때 로 ‘지미추(Jimmy Choo)’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기분파이다. ‘지미추’ 브랜드는 여성 뉴요커들을 사로잡는 패션 아이콘이다.

미드 <섹스 앤 시티> 등장인물들은 뉴욕 여성들의 전형이다. 이 도시의 20~30대 커리어 우먼들의 평균 소득은 이미 남성 근로자들을 상회한다.

소득의 역전이다. 보스톤컨설팅그룹 조사에 따르면 뉴욕의 정규직 여성들은 남성들의 117%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투자은행이나 증권사, 은행 등이 몰려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카고나 댈러스 등도 이러한 ‘여초(女超)’ 현상이 비교적 뚜렷한 도시다.

남성 정규직 중심의 근로시장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미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취업 여성들의 수는 남성들을 앞질렀다.

글로벌 무대로 눈을 돌려봐도 여성 근로인구는 10억명에 달한다. 중국,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국가에서도 여성 취업자들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펩 시콜라를 이끄는 인디라 누이 CEO, 그리고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한 슈퍼우먼들도 신문 지상을 장식한다.

일찌감치 신흥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던 글로벌기업들은 유럽, 미국, 중앙아시아, 이슬람, 그리고 아시아의 ‘여성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여성, 실버, 틴에이저는 성장의 3대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 부문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는, 여심(女心) 공략의 고수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 바로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텔레비전 쇼를 진행하는 그녀는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쥐락펴략하는 심리 공략의 마술사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의 능력을 기본 자산으로 출판, 잡지시장으로 활동무대를 넓혀나가며 수십억 달러 가치의 자신의 제국을 만든 살아있는 ‘브랜드’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브랜드보다 여성을 잘 이해하는 진정한 브랜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오프라 윈프리, 최고의 여성 브랜드
“오프라는 마치 세상에서 나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여성처럼 느껴집니다.

삶을 버텨낼 뜨거운 에너지를 주고, 희망을 안겨줍니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사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뉴욕타임스> 기사에 실린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사는 ‘나일라(Nayla)’라는 여성의 고백은 그녀의 영향력을 가늠하게 한다.

위성방송으로 이 프로를 시청하는 사우디 여성들은 그녀의 잡지에도 열광한다.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는 매거진인 는 아직 이 나라에 수입되지 않고 않지만 사우디의 여성들이 이 잡지의 칼럼을 구해서 돌려볼 정도로 광범위한 인기를 끌고 있다.

‘히잡’을 두르고 생활하는 이슬람 문명권의 여성들을 흑인 여성이 사로잡는 이면에는, 그녀의 탁월한 공감의 능력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그녀들에게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킨다. 하나는, 그녀가 자신들과 ‘닮은꼴’이라는 점이다. 그녀도 한때는 뚱뚱한 아줌마였다.

그러나 눈물겨운 노력 끝에 ‘다이어트’에 성공해 슬림한 몸매를 만든 오프라 윈프리는, 젊은 시절 우울증을 앓은 경험이 있으며 친척과 남자들의 폭력에 시달려 본 악몽도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속(俗)’과 ‘성(聖)’의 양면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녀는 어떤 브랜드보다 여성을 더 깊숙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오프라가 국적을 불문하고 수많은 여성들을 움직이는 진정한 비결은 ‘양면 전략’이다.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해 상대방을 무장해제하고 ‘비전’으로 사로잡는다.

“다른 사람들의 변화를 유도하려면 스토리, 실화, 그리고 아이디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합니다.

그들이 내적 자아와 스스로 교감할 수 있는 진실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내 책무입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내세운 자신의 ‘미션(Mission)’이다.

그런 그녀가 늘 대화의 주제로 삼는 단골 메뉴가 바로 ‘청소’이다. 손님이 불시에 집을 방문했을 때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 여성들의 바람이다.

그 러면서도 집안을 쓸고 닦고 하는 데 들여야 하는 품을 줄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스토리로 그녀는 27억달러의 제국을 형성했다.

하루 종일 쓸고 닦고 해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허드렛일의 고통만큼 절절한 것이 또 있을까.


라플리, 주부들의 청소시간을 덜어주다
여성들은 더 이상 집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가사일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늘 아쉽다. 성공한 기업들은 바로 이 지점을 절묘하게 파고든다. 라플리가 이끄는 피앤지가 선두주자다.

이 소비재 기업은 ‘스위퍼 스위퍼(Swiffer Sweeper)’로 미국의 청소장비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에서 빅 히트를 한 이 상품은 여성 고객들의 수고를 크게 덜어준 효자상품이다. 일손을 대폭 덜어주면서도 수동이어서 전기가 들지 않는다. 그리고 무게가 가볍고 사용하기도 간편하다.

젖은 천과 마른 천을 번갈아 사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효율적인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품을 덜 팔고도 청소 효과를 높인 점이 주효했다. 먼지나 쓰레기를 한편으로 밀어내는 방식이 아니다.

바닥 의 이물질들을 흡수하는 것이 강점이다. 이 청소도구는 미국에서 판매 첫해에 무려 2억달러어치가 팔려 나갔다.

최첨단 전자 청소기들이 서로 주부들의 손길을 차지하고자 다툴 때 이 제품은 단순함을 앞세워 미 여성 소비자들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단순함을 비교우위로 삼은 닌텐도 게임기에 비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글로벌기업은 이 제품을 기본 자산으로 삼아 빗자루, 자루걸레 등 인접 시장으로 높여나갔다.

주부들을 포커스 그룹(Focus Group)으로 한 특유의 시장조사로 이른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시장충돌)’도 피했다.

가정용 청소장비시장에 진출하자마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것도 이 회사의 저력이다. 창업 이후 부단히 신시장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온 강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루 종일 소요되던 가사 일을 불과 한 시간 대로 줄이는 제품.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대박을 터뜨릴 것입니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의 실버스타인 수석파트너가 밝히는 여심 공략의 원칙이다. 이 원칙에 충실해 미 유아시장을 제패한 또 다른 기업이 바로 ‘거버(Gerber)’이다.


‘슈미트’ 거버(Gerber) CEO, 브랜드 확장의 대가
거 버는 여성들의 ‘모성’을 파고드는 마케팅 역량이 발군이다. 지난해 전파를 탄 이 회사의 광고는 공중파는 물론 유튜브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제품, 서비스 판매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아 시장의 피앤지로 불리는 거버는 ‘경청(敬聽)’의 역량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아기 엄마들의 바람은 물론 걱정이 제품·서비스 개선의 열쇠다.

이러한 바람을 파고드는 맞춤형 제품. 서비스 출시 노하우가 독보적이다. 인접 분야로 꾸준히 브랜드를 확대해온 점이 피앤지와의 공통점이다.

지난 1928년 출사표를 던진 이 기업은 완두콩 유아 식품이 첫출발이었다. 완두콩 식품, 우유병 제조, 그리고 이유식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온 브랜드 확장의 고수이다.

하지만 이 글로벌기업은 슈미트 CEO가 부임할 당시인 지난 2004년, 둔화되는 성장속도로 부심 중이었다.

여성들의 출산율 감소 추세가 위기의 불씨였다. 위기는 눈덩이처럼 커지며 업계 전체를 삼킬 태세였다.

거버의 신임 최고경영자는 당시 여성들의 라이프사이클에 주목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이유식 제품라인에 대한 집중 투자였다.

이 회사는 일하는 엄마를 상대로 이유식의 비교우위를 집중 홍보했다. 육아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이면서도, 균형 잡힌 식단을 짤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홍보 전략의 골자였다. 또 이유식 라인을 ‘유아’에서 ‘취학전 아동’으로 확대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멕 시코, 미국, 중앙 아메리카, 폴란드 등으로 시장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가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스위스의 다국적 식품업체인 네슬레는 지난 2007년 이 회사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회사를 ‘55억’달러에 사들였다.

여성 시장 공략의 선봉장들은 ‘소통’, ‘확장’을 양날개로 삼아 인접 시장으로 꾸준히 활동무대를 넓혀가며 성장의 정체를 극복해 온 특징이 있다.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수십여 개로 정밀하게 분할해(19p 박스 기사 참조) 맞춤형 대응전략을 구축한 것이 성공의 기본 자산이다.

서로 상반되는 전략으로 여심을 공략해 온 의류업체 바나나리퍼블릭, H&M, 그리고 존슨앤드존슨, 테스코 등도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이번 경기침체가 더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든다고 해도 여성들은 우리 생애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 기회의 하나를 대표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경기회복과 새로운 기회의 블로오션을 개척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보스톤컨설팅그룹 실버스타인 수석파트너의 말이다.

박 영환 기자 blade@asiae.co.kr


요순 임금이 울고 갈 정도의 태평성대였다. 미국 경제는 쑥쑥 성장했지만, 물가는 바닥이었다. 클린턴 행정부 치세 말기였다.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시장 전문가들은 대부분 ‘신경제’의 도래를 확신했다. 하지만 시장은 ‘비이성적 과열’을 보이고 있었다.

“기업들의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상한 맹신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이러한 상승 흐름을 되돌릴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신경제는 붕괴되지 않고, 영원하리라고 보았던 거죠”

신경제 불패신화 비판한 루빈

로 버트 루빈(Robert Rubin) 씨티그룹 고문이 회고집《In an uncertain world》에서 밝힌 대목이다. 그의 예상대로 시장은 파열음을 냈고, 버블은 이번에도 꺼졌다. 줄줄이 문을 닫은 정보통신기업들을 대체한 것은 첨단 금융공학으로 무장한 미국 월스트리트였다.

지난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진 이후 금융권의 모기지 대출붐은 ‘내집 장만’이라는 미국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에 불을 붙였다. 부동산은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신성장 동력으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부동산 담보 대출 비용은 90%대로 치솟았다. 그리고 지난 2005년, 한 여성 애널리스트는 또 다시 ‘비이성적 과열’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 주인공이 바로 메레디스 휘트니(Meredith Whitney)로 투자 은행인 오펜하이머 소속 애널리스트다. 그녀는 미 증권가의 떠오르는 신데렐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유수의 경제주간지, 방송은 물론 인터넷에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 인사로 부상했다.

“채무 변제능력이 없는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집값 하락으로 상환을 포기하면서, 은행들이 사상 유례가 없는 부실을 떠안게 됐습니다.” 그녀는 작년 7월에는 씨티그룹의 주택담보 대출 부실화에 깊은 우려를 피력하며 경영진을 상대로 연간 배당금 지급을 줄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대차대조표상 자산을 늘리기 위한 자구책인데, 이 은행의 최고경영자는 석달 후 그녀의 제언을 실행에 옮겨 다시 한번 그녀의 선견지명을 가늠하게 했다. 은행과 신용평가 기관의 야합을 거세게 비판해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투자은행 소속의 애널리스트가 고객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줄곧 팔자 주문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있을 때마다 메리디스와 같은 비관론자는 항상 있었지만 은행권이 부실을 털어내게 되면 주가가 곧 반등했다는 것이 이러한 비판의 핵심이다.

메리디스의 반론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우선, 오는 12월부터 발효되는 미국의 회계기준(FAS 141 R)을 근거로 든다. 이번 금융위기의 해법은 우량은행이 부실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지만,새로운 규정이 활발한 은행간 인수합병 움직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도 집값 하락에 따른 금융위기로 냉각될 소지가 큰 것도 부담거리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어려운 구도이다. 미국의 주요은행들은 주택가격이 20~25%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하락폭이 최대 40%선에 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그녀는 전망한다. 자산 담보부 증권시장이 붕괴된 데다, 신용경색으로 은행들의 모기지 담보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 택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권의 비우량 자산 규모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미 행정부가 7000억 달러를 투입해 부실을 털어내도 집값이 하락하면 추가 부실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 2월 월가 위기 예언한 루비니

미국의 유명 프로레슬러인 레이필드가 남편인것도 또 다른 화제거리다.

‘누리엘 루비니 (Nouriel Roubini)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도 이번 월가 금융위기를 예고했다. 지난 1997년 아시아를 휩쓸었던 외환위기를 예견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루비니 교수는 지난 2006년 당시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며 서브프라임의 해일이 다시 미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을 예고한 시나리오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의 경제 정책 자문관, 예일대 교수, IMF 컨설턴트를 지내는 등 관계와 학계를 두루 경험한 루비니 교수는 올해 2월에도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예고하는 글을 게재해 예언자라는 자신의 명성을 입증했다.

금융 재앙의 12단계라는 글에서 불과 7개월 뒤 월가를 휩쓸게 될 투자은행들의 수난시대를 족집게 같이 집어냈던 것.

요즘 그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r-emonitor.com)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추이를 궁금해하는 전 세계 전문가와 네티즌들의 방문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상아탑의 학자로 머무르지 않고, 여러 분야를 두루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그는 세계 경제를 시스템적인 시각에서 통찰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4년 발간한 《BAILOUT BA-ILIN》은 국제 금융시스템의 작동원리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그런 그는 미행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후의 사태 전개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루비니 교수는 ‘U자형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경기 침체 기간이 18개월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라는 길고 긴 터널에 막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그가 바라보는 미국경제는 여전히 어둡다. 미국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털어낸다고 해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경기침체는 올해 1월 이미 시작됐으며, 이번 구제 금융 조치는 미국 경제가 장기불황으로 고통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는 일을 막아주는 버팀목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는 평가한다.

그 가 제시하는 위기 타개책은 무엇일까. 루비니 교수는 이번 구제 금융안과 관련해서, 부실 금융기관의 비건전 자산을 털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가계의 모기지 부채를 탕감해주는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자본 부족 사태에 내몰린 금융권에 대해서도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동시에 우선주 인수방식으로 공적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처방전을 제시했다.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 부실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지 않고서는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

미 국의 집값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메리디스 휘트니도 최대 40% 집값 하락을 예상한 바 있다.

루비니 교수는 이 두 가지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공적기관인 ‘홈(HOME. Home Owners Mortgage Enterprise)’의 설립을 제안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의 처방전이 대부분 지난 1929년 미국의 대공황 직후 미 행정부가 실시한 위기타개책의 상당 부분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융 주 철저히 외면한 버핏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세 번째 주인공이다. 지난 90년대에도 닷컴 주식을 철저히 외면해 새로운 흐름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그는 2000년대 들어서도 금융주 매수에 소극적이어서 역시 워런 버핏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에 회의적이다.

“(금융권에서는) 파생상품이 위험을 분산해 세상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그런 메커니즘은 결코 작동하지 않았다. 당신은 위험을 월가의 다섯 개 은행이 아니라, 지구촌 전역으로 분산하는 편이 더 나을 뻔했다는 견해를 피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모든 지역이 동시에 위험에 휩싸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

일찌감치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깊이 인지하고 있던 그가 자신의 자서전인 《Snowball》에서 한 발언이다.

메레디스 휘트니나 누리엘 루비니와 달리, 명시적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을 피력하지는 않았지만 일찌감치 신용위기 발발의 위험을 각인하고 있었음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당신이 싫어하는 많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경제는 확실히 가라앉고 있다. 내가 결코 좋아하는 게임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그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으나 나는 경기침체가 더 길어지고 그 파급효과도 더 깊어질 것으로 내다본다(The economy is definitely tanking).”

그는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고올 경기 침체 심화에 대해서도 같은 책에서 상당한 우려를 피력했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미 행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결정 이후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 투자 결정을 내렸으며, 한 방송사에 출연해 지금이 투자 적기임을 강조했다. 메레디스 휘트니나 누리엘 루비니와는 명확히 엇갈리는 대목이다. 그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이미 투입된 AIG 지분인수에도 상당한 관심을 피력한 바 있다.

“지금 투자하지 않는 건 노년을 위해 성욕을 아끼는 꼴”이라고 발언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미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피력하고도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의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큰 경기 흐름보다는 개별 종목의 가치를 더욱 중시하는 그의 투자 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하락시기 맞춘 타이밍의 귀재 “올해 채권옵션·금에 투자하라”

전설이 된 헤지펀드 전문가 ‘존 폴슨’



2010년 01월 13일 09시 56분조회수:1

“존 폴슨이 천문학적인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약간의 운도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택시장이 버블 상태라고 진단하고 CDS를 대거 사들인 때가 바로 지난 2006년이었다.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 보험상품의 구입이 드디어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던 시기이다.”


검은색 고수머리에 온화한 표정, 아시아인을 연상하게 하는 금융 전문가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갔다. 월가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9% 선에 육박했다.

하지만 폴슨 컴퍼니(Paulson&Co)는 5%대에 불과했다. 이 헤지펀드의 최고경영자가 시대에 뒤처져 있다는 비판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회사 창업 이후의 최대 위기였다.

지난 2005년말, 존 폴슨은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고객사들은 그의 투자 전략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더 이상 돈을 맡길 이유가 없다는 반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의 이 금융 전문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반전의 기회를 엿보았다.

주 특기인 인수합병(M&A) 영역에서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금융전문가가 포착한 ‘인생역전의 기회’였다.

그 리고 지난 2006년 상반기, 미 뉴욕에 있는 한 인수합병 기업. 이 회사의 팀원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존 폴슨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창업한 폴슨컴퍼니(Paulson&Co)의 금융 전문가들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춤을 추는 ‘월가’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투자은행들은 매년 영업실적을 기준으로 성적이 나쁜 직원들을 잘랐다. 다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대거 편입된 ‘CDO’에 몰리던 배경이다.

이 고수익 파생상품은 매혹적이었다. 금리도 연평균 10%에 가까운 데다,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평가사의 평가 등급도 꽤 높은 편이었다.

이 파생금융상품은 금융권의 개별 모기지 대출상품을 묶어 만든 최첨단 금융공학의 산물이었다.

이 모기지상품 판매전의 선두주자가 바로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였다. 이 회사는 모기지상품의 월마트에 비유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이 대거 편입된 채권이 금융기관들의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존 폴슨은 부동산 붐에서 위기의 징후를 읽었다. 그가 팀원들을 상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대거 편입된 ‘CDO’의 리스크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배경이다.

또 이 금융상품의 리스크를 덜기 위한 보험 격인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 디폴트 스와프)의 실효성도 면밀히 따져볼 것을 당부했다.

그가 미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바라본 이면에는 ‘금리인상’이 있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단계적인 금리인상은 주택시장을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였다.

연 준은 지난 2004년 이후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을 겨냥한 선제적 대응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자 버블 붕괴의 징후는 더욱 뚜렷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한 채권의 이자율은 미 정부가 발행한 국채 이자율에 비해 불과 1%가 더 높은 수준이었다.

시장이 서브프라임의 모기지의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존 폴슨은 주택시장의 버블을 경고했다. ‘집값’과 ‘담보대출 부도’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집값 하락이 다시 부도율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투자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전문가들은 폴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들은 모기지 부도율은 집값은 물론 실업률, 경제성장률, 이자율 등을 함께 감안해야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존 폴슨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영란은행을 굴복시키며 천문학적인 돈을 번 조지 소로스에 이어, 또 다른 전설이 되는 데 성공했다. 존 폴슨이 성공한 이면에는 절묘한 타이밍이 있다.”


정교한 리서치 능력 탁월
이 논리 대결에서 최후에 승리한 주인공은 존 폴슨이었다. 존 폴슨이 집값 상승에서 거품의 징후를 읽은 것은 바로 지난 2003년 말이었다.

그가 지난해 위기 국면에서 벌어들인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무려 150억달러이다.
온두라스와 볼리비아 그리고 파라과이의 국내 총생산에 맞먹는 수치이다.존 폴슨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영란은행을 굴복시키며 천문학적인 돈을 번 조지 소로스에 이어, 또 다른 전설이 되는 데 성공했다.

존 폴슨이 성공한 이면에는 절묘한 타이밍이 있다. 버블 가능성을 제기한 전문가는 비단 ‘존 폴슨’과 그의 팀뿐만은 아니다.

지난 2000~2003년 미 언론에는 부동산 버블이라는 단어가 무려 1300여차례 이상 등장했다. 그리고 2004년 이후 3년 동안 이 단어의 등장 횟수는 무려 5535회로 급증하며 위기감이 깊어갔다.

베어 스턴스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던 랄프 시오피(Ralph Cioffi)도 지난 2005년 가장 이자율이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를 접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동산 특수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던 금융 회사 소속 전문가들에게 조기경보기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집값의 이상 징후에 불안감을 느낀 헤지펀드 운영자들 조차 CDS 구매를 쉬쉬했다. 이 보험상품 구매를 최대한 줄이는 데 치중했다.

파생상품 매입을 권유한 그들이 부동산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는 사실이 노출되면 자칫하다 고객들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CDS를 대거 구입하는 것은 헤지펀드의 평판을 뒤흔들 위험이 컸다.

존 폴슨의 투자 성공은 부동산 위기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개가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투자고수의 주특기가 인수합병(M&A)이라는 것이다.

저평가된 ‘복합 기업’을 발굴해 차입인수(LBO, Leveraged Buyout)를 성사시키는 노하우는 그의 스승인 ‘레비’의 전매특허였다.

대학원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의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정보를 다루는 방법과 더불어 버블이 형성됐다가 터지는 부동산시장의 메커니즘에 눈을 떴다.

그가 맡은 업무는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의 부동산 매입 컨설팅 부분이었다.


유년 시절, 캔디 투자부터 시작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유년 시절 캔디 장사를 하며 비즈니스 감각을 일찌감치 길렀다.

동 서고금의 투자 고수들 중에는 조기교육으로 훗날의 도약을 예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존 폴슨 역시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급우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 이문을 남긴 경험이 있다고 회고한다. 할아버지가 사준 캔디 한 봉지가 장사 밑천이었다.

그 는 캔디를 봉지째 사들였다. 그리고 급우들에게 낱개로 비싼 값에 판매한 수완가였다.

워런 버핏이 유년 시절 돈을 번 방법을 그대로 재연한 셈이다. 대학 시절도 사업가 본능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대학 시절 잠시 휴학을 하고 중남미 여행을 하던 그는 현지 모직업자가 만드는 ‘천’을 소재로 한 아동용 티셔츠를 미 백화점인 ‘블루밍 데일(bloomingdale)’에 납품하는 데 성공한다.

존 폴슨은 또 남미 여행 중에 우연히 찾게 된 ‘바닥재’를 미국에 보내 사업성을 타진할 정도로 비즈니스 감각이 남달랐다.

중남미 여행을 하며 견문을 넓힌 그는 지난 1976년 다시 뉴욕대로 돌아가 체계적인 공부를 한다.

학습 능력도 뛰어나서 여름학기 전 과목에서 A학점을 맞았다는 것이 그의 회고이다.
존 폴슨이 천문학적인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약간의 운도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택시장이 버블 상태라고 진단하고 CDS를 대거 사들인 때가 바로 지난 2006년이었다.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 보험상품이 드디어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던 시기이다.

타이밍이 완벽했던 셈이다. 금융위기 국면의 최대 수혜자로 신화가 된 이 금융 전문가는 요즘 전 세계 언론의 집중 취재 대상이다.

존 폴슨은 미 정부가 올해도 경기부양책을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통화 공급이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 는 미 재무성 채권 10년물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지난해 2%에서 올해 3.8%로 상승했다며 채권옵션 상품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한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존 폴슨이 금 보유고를 늘리고 있다는 뉴스는 요즘 전 세계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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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아이디어가 기업 운명을 바꾼다




| 의사결정 |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속도를 중시하는 경영자다. 최근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장하성 교수초청으로 고려대 경영대학의 초빙교수로 나서기로 해 화제를 모은 그의 의사결정 방식의 특징은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 1980년대 중반 경쟁사인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로 이동할 때조차도 그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오너가 제왕적 권위를 행사하는 국내 기업 풍토를 감안해 볼 때 VCR 판매 부진으로 선대 회장의 눈 밖에 난 그가 이직을 결심한 것은 합리적이었다. 속전속결형인 그는 이처럼 속도 경영의 신봉자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얘기는 적어도 윤 부회장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반 면 필립스 본사에서 근무하던 그를 다시 불러들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전형적인 사색형 경영자다. 그는 현안을 오랫동안 세밀하게 분석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앤디 그로브 전 인텔 회장의 고언은 이 회장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넓게 보지만 개별 사안에 대해서도 정통한 배경이다.

“보고서가 길어지면 허점을 짚어내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는 삼성 계열사 전직 임원의 회고는 이 회장의 치밀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회장의 가장 큰 강점은 직관(直觀)의 힘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980년대 반도체 산업 진출은 주변의 숱한 ‘합리적인’ 반대를 뚫고 이뤄낸 성과였다.

속 전속결과 장고, 이성과 직관…. 지난해 잇단 악재에도 세계 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삼성전자를 이끄는 두 사람의 의사 결정 스타일은 이처럼 여러 면에서 다르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두 경영자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를 꼭 하나만 꼽는다면 과연 무엇이 있을까?

말콤 글래드웰, 직관의 가치 환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올해 1월호에서 흥미로운 기획칼럼을 선보였다. 의사 결정과 직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미국에 불고 있는 명상 열풍 등 관련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내세웠다. 아직까지 명쾌히 규명된 바 없는 정신 현상인‘직관’은 올 들어 부쩍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출신인 말콤 글래드웰은 이러한 연구에 불을 지핀 주역이다. 그는 불과 수 초 사이에 이뤄지는 순간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바둑으로 치면 ‘장고’가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들어 규명했다.

이들이 의사 결정에서 차지하는 직관의 가치에 주목하는 배경은,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술 발전·트렌드 전환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과거에 비해 대처시간은 줄어든 반면, 잘못된 의사 결정의 대가는 어느 때보다 혹독해 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스티브 케이스 전 아메리칸 온라인(AOL) 회장이 대표적 사례. 그는 한때 미 재계의 영웅 대접을 받았으나, 지금은 세계 인수합병 역사상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인물이라는 악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하며 꾸준히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경영자들과, 직관에 기댄 그들의 의사 결정 방식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유대계로 알려진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주목받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사실, 그가 우리 돈으로 한 잔에 4000원에 가까운 커피 상품을 앞세워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천년의 커피 역사를 뒤집은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도 발상의 전환을 불러온 주역이다.

대학 시절 선불교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특히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과학적 여론 조사 기법인 설문 조사조차 선호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나면, 그들의 기호는 이미 바뀌어 있을 거라는 게 그의 주장.

이 밖에 로버트 루츠 크라이슬러 전 회장도 재임 중 대당 6000만원짜리 ‘머슬카’의 생산 설비에 무려 1000억원에 가까운 설비 투자 결정을 내려 회사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들 경영자의 놀라운 통찰력이 직관에 대한 재평가를 불러온 셈이다.

물 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직관과 이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관을 중시하는 경영자들도 양질의 정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경영자가 지닌 본질적인 한계를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예컨대, 협상 상대방에 대한 강한 편견이나, 정신적 상처 등이 올바른 판단에 장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자의 직관은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 엔터테인먼트 제국 디즈니의 전제 군주로 불리던 마이클 아이즈너 전 회장이 대표적 사례. 그는 캘리포니아 지역 공무원연금인 ‘캘퍼스(Calpers)’를 비롯한 주주 퇴진 운동에 시달리다 물러났는 데, 사업 파트너인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을 비롯해 다른 누구의 의견도 수용하지 않아 끊임없이 알력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견해는 이처럼 엇갈리고 있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미 신비한 정신 현상을 체험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명상 붐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타임>은 지난 2003년 현재, 명상을 하는 미국인들이 지난 10년 사이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검색기업이자 지식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구글이 직원들을 상대로 명상 교실을 운용하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밖에 도이치은행, 휴즈 항공 등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상 수업을 제공하고 나서는 등 명상의 가치에 눈을 뜨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의력은 물론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명상 인구 증가에 한몫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창의력 Q&A

“전문가와 교류하며 교양의 폭 꾸준히 넓혀야”

미국의 심리학자 ‘케이스 소여’는 세계적인 창의력 전문가다. 워싱턴 대학에 근무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세계적 명저로 통하는 《창의력 제대로 알기》의 저자인 그가, 시사 주간지 <타임>과 가진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 실었다.

♣ 창의력을 둘러싼 편견을 꼽는다면.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치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이용하는 뇌의 영역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 예컨대, 교통체증을 우회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와 같다는 얘기다.

♣ 아이디어가 유독 잘 떠오르는 장소가 있는데.

목욕탕이나 침대·버스가 대표적인 장소다. 골머리를 앓던 문제가 한순간 해결됐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 해결에 골몰할 때와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는 뇌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뇌의 영역의 해결 능력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들 장소에서 우연히 접한 정보가 잊고 있던 문제의 해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 보통 사람들이 창의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창의력을 둘러싼 오해들이 적지 않다. 우선, 창의력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결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매개로 형성된다는 얘기다. 다른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과의 브레인스토밍을 떠올려 보라. 서로가 지닌 지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질적 변화를 거치는 것을 알 수 있다.

♣ 여러 분야를 공부해야 창의적일 수 있다는 말인가.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라. 누구도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일 수는 없다.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가능한 모든 것을 배워라. 여러 개의 뮤직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도 권할만 하다. 예기치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 창의적인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찰스 다윈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디어가 훗날 진화론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나쁜 아이디어조차 정교한 이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 달라.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자주 휴식도 취하라.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 창의력은 수 년 간의 고된 업무를 거쳐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로 구성된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어 자유롭게 토론을 가져라. 창의력이란 선천전인 재능이 결코 아니다. 비록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실패해도, 훗날 더 나은 결과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美 CEO, 창의력 어디서 얻나


“요가·명상·종교로 직관력 길러”

‘직관을 중시하라’세계적인 경영자들 가운데는 동양의 종교나 명상에 심취한 이들이 적지 않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의 절친한 친구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 기업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저택을 일본식으로 꾸며놓고, 일본풍 옷을 즐겨 입는 등 동양의 정신문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잡스도 선불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창의성은 젊은 시절부터 다진 경험과 더불어 독특한 발상법에 빚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직관을 따르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가슴, 그리고 직관이야말로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가 설문 조사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대학시절 빠져들었던 동양의 종교가 창의력 발휘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대학을 때려치우고 비디오게임 ‘퐁(Pong)’으로 대박을 터뜨린 아타리사를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인도의 참선 수련자들을 찾아 나서는 기행을 보여주기도 했다.

세일즈포스 닷컴의 최고경영자 ‘마크 베니오프’도 대표적인 불교신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오라클의 세일즈 맨 시절이던 지난 1996년,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인도로 떠나 성직자인 암리타난을 만나 3년 간의 수행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격무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그의 비결에 놀라움을 표시한 바 있으며, 《포천》도 숲속에서 직원들과 명상하고 있는 그의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경영자들이 종교, 명상, 요가 등을 통해 자신들의 삶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스티브 잡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직관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 때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합리적인 사고만으로는 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경쟁의 격화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자들 뿐만이 아니다. 명상을 하는 미국인들은 최근 10년 사이 두배 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타임>은 전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수천명의 인명을 앗아간 9.11테러 사태도 요가, 명상을 비롯한 동양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발언들

“직관을 따라야 창의력이 발현된다”

▶ "You can't just ask customers what they want and then try to give that to them. By the time you get it built, they'll want something new."

고 객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나서 그들에게 바로 그 물건을 제공할 수는 없다. 당신이 제품을 완성할 때 쯤이면, 고객들은 뭔가 새로운 제품을 찾을 것이다.

▶ Be a yardstick of quality. Some people aren't used to an environment where excellence is expected."

품질이 모든 것이다. 품질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환경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안타까움을 안겨준다.

▶ "Innovation distinguishes between a leader and a follower."

혁신이야말로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다.

▶ 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 Don't be trapped by dogma - which is living with the results of other people's thinking. Don't let the noise of other's opinions drown out your own inner voice.

인생은 영원하지 않다. 다른 이의 삶을 살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라. 도그마를 추종하지 말아라. 도그마는 다른 사람의 사고의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당신 스스로의 목소리를 사라지게 하지 말아라

▶ And most important, have the courage to follow your heart and intuition. They somehow already know what you truly want to become. Everything else is secondary.

직관을 따르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가슴, 그리고 직관이야말로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른 것은 부차적이다.

▶ Almost everything - all external expectations, all pride, all fear of embarrassment or failure - these things just fall away in the face of death, leaving only what is truly important.

사 망 선고는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외부의 기대, 자부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은 사라져버렸다. 내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 Remembering that you are going to die is the best way I know to avoid the trap of thinking you have something to lose. You are already naked. There is no reason not to follow your heart."

당신이 유한한 존재라는 점을 늘 생각해보라. 무엇인가 잃을 게 있다는 두려움을 곧 사라져버릴 것이다. 당신이 진정 원하는 바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된다.


Six Ways to Brazil
by Ron Rowland


Ron Rowland

Anyone familiar with international investing knows about Brazil. It's hard to ignore the fifth largest country in the world by geography and population, the South American commodities powerhouse, and the largest economy in Latin America!

Over the past five years, Brazil's largest ETF (EWZ) has posted a better than 200 percent cumulative return, while the S&P 500 is just shy of breaking even. Brazil puts the 'B' in the BRIC emerging market economies, and there's a good reason why ...

As the global economy falters, emerging markets like Brazil have been enjoying a steady rise in capital inflows and new opportunities. Global infrastructure has driven down the cost of doing business in South America compared to New York City. Although the ride will not always be smooth, Brazil still looks much more attractive compared to any broad-based U.S. investment.

Brazil: The Crown Jewel of
The Southern Hemisphere

Brazil is the economic jewel of the Southern Hemisphere. With a mixture of agricultural, mining, manufacturing, and service sectors, Brazil is one of the more diversified emerging markets.

Brazil dominates Latin America with its rich natural resources. It accounts for most of the world's soybean trade and nearly 80 percent of global orange juice production. Brazil is also one of the few Western hemisphere countries that is energy independent — thanks to ethanol, abundant oil reserves, and hydroelectric power.

But Brazil isn't satisfied with its inherited resources. Instead, the Brazilian economy is improving nearly every year ...

U.S.-backed General Motors (GM) just opened up a $100 million facility in São Caetano do Sul. It's one of five global product development sites the car maker runs. GM sees the growth potential of the Brazilian auto market and the cheaper skilled labor force Brazil offers.

The famous Christ the Redeemer statue has been overlooking this Brazilian harbor for nearly 80 years and is now overlooking a bustling economy.
The famous Christ the Redeemer statue has been overlooking this Brazilian harbor for nearly 80 years and is now overlooking a bustling economy.

But GM isn't alone ...

Fiat, Volkswagen, and Ford are investing in Brazilian engineering and design capacity. That's because Brazil is expanding its infrastructure. With the expansion, forests are being cleared, roads are being built, and cars are being sold to an employable population.

And with each new mile of road being laid, another car is driven by a happy employee on their way to work in the new Brazil. So it's no surprise that as the U.S. auto market shrank in 2009, vehicle sales in Brazil grew 11 percent.

There are six ways to gain access into Brazil's burgeoning economy using easy-to-buy ETFs:

Play #1—
Ride the Large-Caps
In Brazil (EWZ)

Large-cap stocks represent the largest companies by market capitalization — and Brazil has some great large-cap stocks. The cream of the crop can be found in iShares MSCI Brazil ETF (EWZ).

In two weeks, EWZ will celebrate its tenth anniversary as Brazil's first ETF. Introduced on July 14, 2000, it has gathered more assets than any other non-U.S. single-country ETF. It currently has more than $9 billion under management.

iShares Brazil holds notable large-cap banks, such as Banco Bradesco Sa Brad and Itau Unibanco, and steel manufacturing giant, Gerdau SA. In addition, EWZ invests in Brazilian energy behemoths OGX Petroleo and Petroleo Brasileiro.

These companies give you a wide swath of the Brazilian economy and keep you away from smaller, sometimes more volatile companies.

Play #2—
Hitch Your Portfolio to
Brazilian Mid-Caps (BRAZ)

The Global X Brazil Mid Cap ETF (BRAZ) just started trading last week. It's the first ETF to target the mid-cap companies of Brazil and offers access to the country's internal growth.

Bruno del Ama, CEO of Global X Funds says ...

"Such companies are currently sparsely represented in existing exchange traded fund options, yet are poised to benefit the most from the country's solid macro fundamentals."

The reason you might pick mid-caps over the large-caps is the internal play on Brazilian growth. Whereas large-caps tend to have more ties to the global economy, mid-caps are more focused on internal consumption. And BRAZ is a great way to buy Brazil, with less exposure to the global economy.

To tap into the Brazil's internal consumer growth, consider BRAZ or BRF.
To tap into the Brazil's internal consumer growth, consider BRAZ or BRF.

Play #3—
Hook onto Small-Caps
In Brazil (BRF)

Brazilian small-caps have exploded over the past couple of years. While the rest of the global market has endured everything from panic selling, flash crashes, and central bank-inspired bubbles, Brazil's smaller companies have enjoyed a relatively steady, substantial climb up the chart.

The easiest way to tap into Brazil's small-cap growth is with Market Vectors Brazil Small-Cap ETF (BRF). Like BRAZ, BRF is more of a play on the internal growth in Brazil.

More than 30 percent of BRF's holdings are in the consumer sector and less than 1 percent is in energy. Not only is BRF unlike EWZ from a market cap perspective, but the sector composition is also vastly different.

Play #4—
Buy Brazilian
Infrastructure (BRXX)

Brazil is investing heavily in the infrastructure needed to support its internal growth.
Brazil is investing heavily in the infrastructure needed to support its internal growth.

If anything, Brazil is known for its voracious appetite for internal growth, almost to the exclusion of anything else. While the environment sometimes plays second fiddle to economic concerns, you should still consider the purest way to buy into that internal development ...

Launched in February, EGS INDXX Brazil Infrastructure ETF (BRXX) tracks 30 stocks involved in the development and maintenance of Brazil's physical infrastructure.

Play #5—
Go Super-Long
Brazil (UBR)

Do you like everything you see about Brazil but want to improve your return with every uptick of Brazil's market? Then ProShares Ultra MSCI Brazil (UBR) is the ETF for you.

UBR "seeks daily investment results, before fees and expenses, that correspond to 200 percent of the daily performance of the MSCI Brazil Index." So to go super-long Brazil, consider UBR.

Play #6—
Brazilian Defensive
Play (BZQ)

As I mentioned earlier, the upward path for Brazil will not always be a smooth one. In fact, since it is still classified as an emerging market, I expect its markets will undergo numerous bear markets while still maintaining long-term growth.

And when those inevitable setbacks come along, you can exploit the opportunity with ProShares UltraShort MSCI Brazil (BZQ).

BZQ is a 200 percent inverse ETF, which means when the Brazil index goes down 1 percent, this fund should go up 2 percent. It's a leveraged fund so it's a great way to play the short-term downside moves, but longer-term performance will be a function of the volatility.

What's Next for Brazil ...

You might be thinking that with six different ETFs to choose from, there would be no need for any more.

Well, just like there are more than six ETFs for the U.S., there will likely be more that invest in Brazil. In fact Global X, the company behind BRAZ, has already made plans to introduce a family of Brazil sector funds.

So there you have it. Six ways to invest in Brazil today and more in the pipeline. Good luck!

Best wishes,

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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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전문가 이동엽 대표 뉴욕 전화인터뷰


2009년 10월 27일 11시 44분

국제 금값이 추세적 상승세 속에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온스당 1000달러를 일찌감치 돌파한 금값이 종국에는 50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등하는 금값은 달러 기축통화 시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불안한 시선을 짐작하게 한다. 미 뉴욕에서 활동하는 금 전문가 이동엽 JNH 대표를 전화인터뷰해 금값 추이를 물어보았다. <편집자주>


베트남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수렁이었다. 천문학적 군비를 쏟아부으며 단숨에 이 적성국가를 무너뜨릴 기세이던 미국은 지루한 ‘참호전’을 돌파할 묘수가 없었다.

달 러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고,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금 태환의 중지를 선언했다. 두 번째 위기가 발발한 것은 지난 1980년 이후였다.

진주만을 ‘항공모함’으로 기습 공격해 초토화하던 일본인들이 이번에는 값싸고 ‘품질’ 좋은 자동차를 앞세워 다시 미국 본토에 맹공을 가했다.

늘어나는 무역적자에 신음하던 레이건 행정부는 일본, 독일 관료들을 플라자 호텔에 불러모았다. 그리고 달러의 평가절하를 합의했다. 미국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달러가치를 절하해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했다.

그때마다 금값은 요동을 쳤다. 파운드화가 달러화에 ‘기축통화’의 패권을 내준 이면에도 영국이 소모전에 휘말려 전비를 탕진한 아프리카 보어전쟁이 있었다. 이동엽 JNH 대표이사는 패권국가 미국의 쇠락을 화제에 올린다.

미 뉴욕에서 활동하는 ‘원자재 전문가’로 한 달에 한번가량 한국을 찾는다는 이동엽 대표는 요즘 투자 열기가 정점에 달한 인상이라고 귀띔을 한다.

국제 금값도 추세적인 상승세 속에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일찌감치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한 금값이 종국에는 50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등하는 금값은 달러 기축통화 시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불안한 시선을 짐작하게 한다.

이 대표는 미 국채를 사들이던 중국도 올 들어서는 금, 구리, 티타늄, 알루미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국제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 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중국 기업이 외환 보유고를 활용해 해외 자원을 구입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하지만 달러화가 추세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릴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달러화는 한동안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몰락을 점친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색하게 했다.

“종종 1970년대와 비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요즘 같아서는 사실 누구도 ‘앞날’을 자신 있게 말하기를 꺼릴겁니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은 작은 호재나 악재에도 큰 폭으로 출렁거린다.

날씨의 변화는 물론, 특정 국가의 정치 상황을 비롯해 챙겨야 할 변수들도 복잡하기만 하다. 지정학적인 위험이나, 세계 경제 동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처럼 시장의 방향성을 제대로 내다보기 힘든 시기도 드문 편이라 이 대표는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내년 상반기에 국제 금값이 다시 출렁거릴 가능성을 경고했다.‘더블딥’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이동엽 대표는 일반 투자자들은 투기적 거래를 지양하고, 은행권의 골드뱅킹 상품 등에 관심을 두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권에서 출시한 ‘골드뱅킹(Gold banking)’ 상품이 그나마 현물시세와 연동이 돼 있고, 수수료도 작아 그나마 미국의 이 상장지수 펀드와 유사한 편입니다.”(박스기사 참조)

미국은 ETF를 비롯한 금 투자상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사장은 요즘 미국 부자들이 이 금 투자상품에 상당한 돈을 투입하고 있다고 귀띔을 한다.

원·달러 환율 문제는 금 투자 성공의 방정식을 더욱 복잡하게하는 요소다. 올해 초 금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환율 하락으로 투자수익을 거두기가 힘들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원자재 재고 물량 꾸준히 감소
“감 으로만 투자를 감당하기는 극히 어렵습니다. 감도 경험이 밑바탕이 돼야 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찾는 건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서예요.

특정 분야는 200년 전 데이터까지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한국 투자자들의 고질적인 병폐가 바로 이 감에 의한 투자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6~2007년 에너지 개발 붐에 불이 붙자 ‘오일 샌드’ 확보전에 나선 한 공기업의 실례를 반면교사로 제시했다.

이 회사는 이 에너지 자원의 국제가격이 꼭지점에 도달했을 때 매수전에 뛰어들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샌드오일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이후 이 에너지가격은 꾸준히 하락했다.

그리고 채광권 또한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 대표는 2억달러를 투자한 이 공기업이 아직까지도 투자 손실을 모두 만회하지 못했다고 귀띔한다.

샌드오일 시장의 조기 공략을 권했을 때는 ‘시큰둥’하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매각가만 높여놓았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대표가 주목하는 지표는 금을 비롯한 귀금속, 그리고 원자재 재고물량의 변화이다. 그는 재고물량 추이 등에 비춰볼 때 내년 상반기 금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바로 달러화 가치의 추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 아프카니스탄 전쟁 등 달러가치에 영향을 줄 국가 간 전쟁의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그는 고백했다.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면 수수료가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파생결합증권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제언이다.

“원자재 투자는 매수보다 중요한 것이 매각의 시기를 고르는 일입니다.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매도가격과 보유시기를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서울대를 나와 위스콘신대학과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이 대표는 뉴욕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중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월스트리트의 김항주 UBS프린스 헤지 매니저


“돈에 대한 집착 버리고, 경험의 폭 넓혀라”

2010년 05월 11일 14시 36분조회수:0
미국 월가에 있는 헤지펀드사 ‘UBS프린스 헤지(Prince hedge)’의 김항주 매니저는 요즘 한국행을 준비 중이다. 5월 말 서울을 방문해 동문회에도 참석하고, 여의도 금융 시장의 기관투자자들도 만나볼 예정이다.

지 난 1994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종종 서울을 찾았지만, 이번 방문 길은 그로서도 감회가 남다르다.

요즘 대한민국의 기관투자자들은 국제 자금 시장의 ‘큰 손’으로 각광받고 있다. 모국을 바라보는 월스트리트의 시선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블랙스톤, 맨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헤지펀드들이 앞 다퉈 방문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를 호소하고 있는 것. 김 매니저가 이번 방한 길에 오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금 유치가 주요 목적이다. 상전벽해의 변화다.

그가 유학길에 오르던 지난 1994년, 대한민국은 국제 금융 시장의 궁벽한 ‘변방’이었다.

문 민정부가 금융 시장의 빗장을 대거 푼 것도 금융시장 선진화 로드맵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불과 3년 후, 외환 위기의 후폭풍에 조흥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은 잇달아 무너져 내린다.

월가의 위세는 대단했다. 투자은행 출신인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중남미, 아시아 국가’들을 원격 통제하던 금융 자본주의의 전성기였다. 한국 정부도 경제 주권을 사실상 월가에 넘겨야 했다.

재작년 미국발 금융 위기는 이러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풍경화를 대폭 바꿔 놓았다.
김 매니저는 요즘 두 거인이 맞서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삭막한 분위기를 실감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 개혁의 선봉장인 폴 볼커를 앞세워 상업·투자은행 기능의 분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재무부 장관 두 명을 배출한 골드만삭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김 매니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지인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파생상품 전문 트레이더다. 월가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1년이 훌쩍 지났다.

월스트리트에 첫발을 내디딘 후 외환 전문 헤지펀드 QFS, 미국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 뮤추얼펀드 등을 두루 거친 그는 워싱턴 뮤추얼에서 모기지 채권을 기초로 한 파생금융 상품을 설계한 이 분야 전문가이다.

그는 이 파생상품의 파괴력을 당시만 해도 간파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금융 위기서 탐욕의 실체 절감해
“인간의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태생적) 결함이 위기를 잉태했습니다. 자본주의는 누가 뭐래도 실패한 시스템입니다”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월스트리 트에서 잔뼈가 굵은 파생 금융상품 전문가의 답변치고는 학구적인 색채가 묻어난다.

월가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맛본 김 매니저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수학한 그의 월스트리트 입문은 비교적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경제학자로 유명한 ‘샌포드 그로스먼(Sanford Grossman)’ 교수에게 외환 헤지펀드 QFS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것.

직원은 10명에 불과했지만, 3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이 회사는 그에게는 도약의 장이었다.

김 매니저는 샌포드 교수를 위시한 금융공학의 고수들과 같이 근무하면서 월가의 생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우연한 기회에 발을 들여놓은 월스트리트는 그가 뛰어노는 안마당이자, 값진 인생 경험을 알려준 배움의 장이었다.

냉 혹한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월가에서 그가 장수하고 있는 이면에는 ‘운’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트레이더로 활동한 지난 10년 간은 굵직한 사건들이 시장을 뒤흔든 격변의 시기였다.

그는 금융시장을 강타한 일련의 사건·사고를 보며 인간의 탐욕에 휘둘리는 시장의 본질을 깊숙이 깨달았다고 토로한다. 지난 2000년, 미국의 정보통신 버블의 붕괴가 깨달음의 발단이었다.

다 음 해에는 전대미문의 9·11 사태로 미국의 주식시장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도 터졌다.

지난 2007년 모기지업체인 ‘컨츄리와이드(Countrywide)’의 파산은 1년 뒤 글로벌 금융 위기를 부른 신용 위기의 신호탄이었다.


“미 국에서는 이 시기를 전후해 대한민국 연간 예산의 20배 정도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3~4년 간 돌아다녔어요.”

김 매니저도 거품의 붕괴로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다.
자신이 근무하던 워싱턴 뮤추얼도 부동산 거품 붕괴의 후폭풍을 비껴가지 못했다.

담보 대출 채권을 대거 사들인 뒤 여러 형태로 구조화해 기관투자가와 펀드매니저들에게 판매한 그도 사실 금융 위기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그래서일까. 월가의 생리를 잘 아는 김 매니저는 아직도 살얼음판을 건너듯 매사에 조심스럽다.

섣부른 낙관론도 경계한다. 재작년 이후 시장에 풀린 천문학적인 자금을 떠올려보면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

그리스발 금융쇼크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직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그는 요즘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5월 말 지인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는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배운 재테크의 노하우를 묻자 “돈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 고 답변했다.

세 계 경제 회복의 열쇠를 지닌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골드만삭스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 물론, 미국에도 미래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마스 델라 카사 맨 인베스트먼트 본부장

“파산보호신청 기업채권에 주목하라”

2010년 03월 09일
헤 지펀드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 금융상품


Profile / 토마스 델라 카사는 스위스에 있는  루체른 경영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지난 
1992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위치한  ESAD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기업인 도이체 뱅크, 크레디 스위스 
은행 등을 거쳐 지난 2003년초 이 금융 그룹에 합류한 금융전문가이다.Profile / 토마스 델라 카사는 스위스에 있는 루체른 경영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지난 1992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위치한 ESAD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기업인 도이체 뱅크, 크레디 스위스 은행 등을 거쳐 지난 2003년초 이 금융 그룹에 합류한 금융전문가이다.


토마스 델라 카사(Thomas Della Casa) 맨 인베스트먼트(Man Investment) 본부장은 유럽 현지의 우울한 분위기를 서울에 그대로 가져온 듯 했다.

스위스 태생의 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진은 아직도 런던, 파리 등 유럽의 도시를 뒤흔들고 있다.
12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헤지펀드의 본부장인 그는 요즘 서울을 자주 방문한다. 자통법 시행으로 업종간 칸막이를 허문 한국 금융시장은 헤지펀드들의 ‘무주공산’이다.

글로벌 시장을 손금보듯 파악하는 금융 강자들의 ‘앞마당’이다.
지난 3월 2일 행사장인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은 주요 증권사, 자산 운용사 담당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영국 국적의 이 헤지펀드는 ‘분석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수년 전 서브 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생금융 상품 투자를 저울질하다가 막판에 결국 투자를 포기했습니다.

이 파생 금융 상품에 내재한 심각한 결함을 사전에 포착한 덕분이었습니다.”
다들 투자은행이 약속하는 ‘대박’의 신기루에 이끌려 이 상품 매입에 뛰어들던 시기다.

지난 1929년 대공황에 비견되는 서브 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을 비껴간 이면에는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 노하우가 있다.

경기 흐름에 엇갈리게 반응하는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손실을 예방하는 것이 골자다.

투자 대상은 달러, 유로, 프랑, 엔, 원을 비롯한 각국의 통화는 물론 옵션, 선물 상품 등이다.

금, 은, 구리, 가축, 원유, 천연 가스를 비롯한 ‘상품(commodity)’군도 ‘금상첨화’이다. 저평가돼 있는 주요 기업들의 주식도 타깃이다.

포트폴리오 상품군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할 수 있는 지가 성패를 좌우한다.
투자 성공의 방정식은 명료하다. 원유, 구리 등 주요 자원은 물론 금리, 통화, 증시, 부동산, 옵션 등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요 국가들의 정치상황도 파악해야 한다. 보험, 증권 등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이 헤지펀드의 운용 노하우에 관심을 돌리는 이면에는 방향성을 파악하기 힘든 세계 경제가 있다. 올 들어 글로벌 경제는 ‘오리무중’이다.


그가 올해 주목하는 상품은 ‘디스트레스드 유가 증권(distressed securities)’이다.
파산 보호 상태에 놓인 기업들이 발행한 이 채권은 투자 위험이 높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금융상품이다. 이 유가증권은 ‘트피플 씨(CCC)’ 이하 등급 채권을 지칭하는데, 헤지펀드가 주요 고객이다.



디스트레스드 유가증권에 주목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국들이 경기부양책을 일제히 실시하면서 증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때가 불과 한 해 전이다.

경기 회복세는 아시아국가들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확산되 나갔다.
하지만 올 들어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유럽연합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경기 부양책 규모를 줄인 것이 부담거리이다.

그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상태를 감안할 때 글로벌 경제가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10% 정도에 달한다고 진단한다.

“요즘 들어 주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긴축(austerity)’입니다. 6개월 전부터(우리가)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에 한 달 전부터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미국의 재정적자 1조6천억 달러는 전 세계 헤지펀드의 운영자산을 모두 더한 수치다. 각국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이면에는 막대한 재정적자가 있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높은 부채비율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뇌관’이다. 유럽 연합 소속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평균 80~120%정도이다.

유럽에서 가장 재정상태가 양호한 편에 속하는 독일의 부채비율도 유럽연합 가입조건인 60%이하를 상회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재 작년 미국 월가에서 터진 금융 위기는 유럽 각국을 파산 상태에 빠뜨린 판도라의 상자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여전히 유럽을 뒤흔들고 있으며, 유럽의 막대한 부채는 아시아의 경기회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가 올해 주목하는 상품은 ‘디스트레스드 유가 증권(distressed securities)’이다.
파산 보호 상태에 놓인 기업들이 발행한 이 채권은 투자 위험이 높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금융상품이다.

이 유가증권은 ‘트피플 씨(CCC)’이하 등급 채권을 지칭하는데, 헤지펀드가 주요 고객이다. 투자자는 때로 부실 기업의 회생 절차 전반을 관할한다.

부 실 회사가 발행한 유가 증권을 인수한 투자자가 다시 이 회사에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실기업의 유가증권을 인수해 기업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토마스 델라 카사 본부장은 오는 2014년까지 만기도래하는 기업의 부채가 6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이 시장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방한길에 국내 금융당국 관계자를 만났다는 토마스 델라 카사 본부장은 스위스 페피콘(Pfaffikon)에 위치한 연구분석 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토 마스 델라 카사 본부장은 현 상황을 뚜렷한 추세가 없는 ‘유령 장세’에 비유한다.
주요 국가들의 채무는 물론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한동안 뚜렷한 특징이 없는 장세가 펼쳐질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정면 돌파할 투자 전략으로 ‘롱 앤 쇼트 전략(Long and short strategy)’ 을 꼽았다.

‘톱 다운(Top-down)’ 방식의 ‘매크로(Macro) 트레이더’들이 어느 때보다 맹위를 떨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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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힐 SC금융지주 대표이사 겸 SC제일은행장


“와인처럼 향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Profile / 리차드 힐 신임 행장은 지난 2002년 앨라이드 도메크(Allied Domecq PLC)의 뉴욕증시 
상장을 주도했다. 이 회사의 CFO, COO 등을 지내며 5개 대륙에서 대규모 생산과 여업을 하는 최초의 글로벌 프리미엄 와인 
비즈니스 설립에 기여했다. 이 회사가 지난 2005년 페르노르드 리차드에 매각되자 스탠다드차타드 금융그룹으로 옮겼다. 5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는 영국의 프로축구팀 '아스날'의 열혈 팬이기도 하다.Profile / 리차드 힐 신임 행장은 지난 2002년 앨라이드 도메크(Allied Domecq PLC)의 뉴욕증시 상장을 주도했다. 이 회사의 CFO, COO 등을 지내며 5개 대륙에서 대규모 생산과 여업을 하는 최초의 글로벌 프리미엄 와인 비즈니스 설립에 기여했다. 이 회사가 지난 2005년 페르노르드 리차드에 매각되자 스탠다드차타드 금융그룹으로 옮겼다. 5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는 영국의 프로축구팀 '아스날'의 열혈 팬이기도 하다.
스탠다드차타드 그룹(Standard Chartered)에는 늘 따라다니는 ‘수사’가 있다. 바로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Asia focused)’는 경영의 이정표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이 금융 그룹의 매출 90%는 영국 밖에서 발생한다. 지난 1986년 이른바 ‘빅뱅’의 후폭풍으로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이다.

이 금융 그룹이 추진해온 해외시장 공략이 얼마나 철저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화의 첨병으로 통하는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재작년 처음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 매출이 자국시장을 앞섰다. 그런 이 금융그룹의 신(新) 성장 엔진의 하나가 바로 아시아의 대한민국이다.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하며 한국의 은행사(史)를 새로 쓴 이 금융그룹은 또 한 차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앨라이드 도메크’ 등 주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하이브리드 형 경영자’를 한국 자회사의 수장으로 전격 선임하며 금융시장 공세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리차드 힐(Richard Hill) 신임 SC제일은행장 겸 SC금융지주 대표이사다. 올해 45세인 힐 행장은 영국 엑세터 대에서 의료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지난 2006년 1월 금융 분야에 투신하기 전까지 19년 동안 주류 산업에서 활동해온 독특한 이력의 ‘경영자’이다.

이 금융그룹의 싱가포르 소재 소매금융본부 CFO를 거쳐 작년 1월 한국에 건너와 SC제일은행 CFO 및 전략담당 총괄 부행장으로 근무했다.

데이비드 에드워즈(David Edwards)전임 행장은 재임 중 증권사를 설립하고, 지주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성장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드림팩 등 맞춤형 복합상품을 출시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공세적 경영을 펼쳐온 정통 금융맨이다. 이색경력의 소유자인 리차드 힐 신임 행장이 부임 후 펼쳐들 성장의 카드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지난 1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 간담회에는 리차드 힐 행장, 데이비드 에드워즈 전임 행장, 그리고 팀 밀러(Tim Miller) 한국스탠다드차타드 금융지주 이사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 금융 시장에 첫 진출한 이후 가파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요. 그 비결이 있습니까.
스탠다드차타드의 비전(Vision)이 바로 ‘성장을 위한 최상의 파트너(best patner for growth)’입니다. (기업금융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 네트워크를 앞세워 국내 기업 해외 시장 공략의 도우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자회사 직원들의 몰입도가 금융그룹의 전세계 자회사 중 가장 높다는 결과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직원들의 몰입도(engagement)를 측정했는데요. 한국스탠다드차타드가 최고의 성적을 냈습니다. 남다른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데이비드 에드워즈).


수익성 높은 소매 금융 부문에 주력한 결과라며 이러한 성과를 폄하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제 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모기지 은행이었어요. 지난 2005년 이 은행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기업 금융’은 없었습니다.

이걸 새로 만든 것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기업 대출을 점차 늘려 왔습니다. 지금까지 기업 대출 규모가 10조원 가량에 달합니다.


지난 4년간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투자 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업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2년 동안 1억 달러 가량을 들여 신규 영업점을 꾸준히 오픈해 나갈 계획입니다.


경쟁 은행들에 비해 서민 지원 금융 프로그램을 상대적으로 ‘홀대’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저소득 층을 위한) 희망 홀씨대출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상호저축은행(SC상호저축은행), 그리고 스탠다드차타드캐피탈(SC캐피탈)은 저소득층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전임 행장 시절 금융 당국과의 관계가 썩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입니까.
금융 감독 당국과 이견을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건전한 긴장 관계입니다.

스 탠다드차타드는 한국 시장에 5억 달러를 투자한 가장 큰 외국인 투자자입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일자리를 500개 정도 새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현재 1000명 이상이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임 행장 시절 증권사를 인수했는데, ‘보험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도 고개를 듭니다.
상품 포트폴리오를 늘려나가야 합니다. 지주사를 설립한 배경입니다. 그래서 증권사도 인수했으며, 보험 산업에도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전략의 골자로 하고 있어요. 물론 인수합병(M&A)을 배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행의 수장이 바뀌었어도 앞으로도 전략의 틀이 달라질 것은 없다는 뜻으로 읽히는군요.
은행 전략은 (큰 틀에 )연속성을 유지하게 마련입니다. 제가 1년에 여섯 차례 방한해 그가 잘 하는 지 지켜볼 것입니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전임행장)


한국 시장에서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지난 4년간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투자 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업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2년 동안 1억 달러 가량을 들여 신규 영업점을 꾸준히 오픈해 나갈 계획입니다. 6개월마다 25개 영업점이 증가하는 폭입니다.


우이동 부동산을 비롯해 고정 자산은 왜 매각한 겁니까.
(서울 강북구 우이동 연수원 등을 매각한 것은 ) 영업점 등을 꾸준히 늘리는 데 소요되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사람, 그리고 비즈니스에 꾸준히 투자를 해 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만 해도 40개의 영업점을 새로 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한국에서 가장 큰 투자자입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일자리를 500개 정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노조와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노사관계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계획입니까.
사 내 축구경기 때 노조원들과 어울려 축구를 합니다.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노사문제는) 은행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생긴 성장통입니다.

피라미드 이론 남기고 영면한 경영 구루 ‘프라할라드’


“중저가 그린 비즈니스에 성장의 열쇠 담겨 있다”

2010년 05월 25일 10시 45분조회수:257
노 키아·필립스 성장 이끈 전략가…저소득층 공략 이론의 선구자


“우리 모두는 케인지안이다” 지난 1960년대 통화주의 학파의 좌장인 밀턴 프리드만이 남긴 이 발언은 영국이 배출한 이 천재 경제학자가 남긴 거대한 족적을 가늠하게 한다. 지난 4월 말 타계한 프라할라드 미시간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도 ‘포스트 피터 드러커’ 시대를 다툰 경영구루이자, 경영학계의 ‘케인즈’였다.

그가 남긴 유산은 화려하다. SK그룹의 ‘따로 또 같이 경영(시너지 경영)’, 노키아의 신흥시장 전략(피라미드 이론)에 이르기까지, 이 경영학자가 남긴 전략적 사고는 글로벌 기업들의 ‘관성적 사고’를 뒤흔든 신선한 충격이었다. <편집자 주>


지난 2000년 초, 인도 캘커타, 프라할라드 미시간 경영대학원 교수는 ‘오토리샤(인도의 간이 운송수단)’에 몸을 싣고 있었다. 거리에서 마주친 인도인들의 복색은 남루했다. 햇볕에 그을린 검은 피부는 그들의 고단한 일상을 가늠하게 했다.

가난한 인도인들의 하루 수입은 1~2달러. 우리 돈으로 1000~2000원 남짓한 돈이다. 하루 종일 뜨거운 뙤약볕을 쬐며 고된 노동을 하고도 입에 ‘풀칠’ 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것이 인도 빈민들의 고달픈 운명이었다.

인도의 소비자들은 경영자들에게는 비용절감의 수단에 불과했다. 인도 사회의 냉대와 가난에 지친 현대판 ‘불가촉천민들’이 휴대폰을 비롯한 첨단 제품을 조작하는 모습은 발리우드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장면이었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서구인들의 이러한 우월주의적 시선을 지웠다. 원주민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며 그들의 가치관, 소비성향, 지향성을 포착하고자 했다. 인도인들의 몸짓과 말투, 태도는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창’이었다.

인도의 저소득층은 프라할라드의 시선 속에서 비로소 휴대폰을 비롯한 첨단상품, 샴푸,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비롯한 금융 상품을 갈구하는 소비자로 화려하게 재등장한다.

이 경영학자의 인도 방문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신흥시장 공략의 대선회를 부르는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소득 피라미드’의 맨 아랫부분에 위치한 인도의 저소득층은 수억 명에 달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다. 신흥시장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프라할라드 교수가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 이면에는 그의 깊은 우려가 있었다. ‘식스시그마’를 비롯한 생산성 혁명에 나선 글로벌 기업들은 점차 좌표를 상실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 과감한 도전보다는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현주소였다.

이러한 변화를 강제한 주역이 바로 미국과 유럽시장 공습에 나선 일본의 전통 제조업체들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습격했던 일본의 선박들이 40여 년 후 다시 싣고 온 무기는 이번에는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한 ‘자동차’였다.
도요타, 혼다를 비롯한 일제 자동차들은 고효율, 저비용의 ‘제로 전투기’를 떠올리게 했다.

프레데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 기법은 포드 자동차를 찍고 일본에 건너가서 꽃을 피웠다. 미국에서 버림받은 데밍 교수의 품질관리 기법은 일본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피라미드 ‘하층’에 주목…빈민도 소비자다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 노스웨스턴 교수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공세에 맞설 해법으로 ‘리엔지니어링’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원료 조달, 생산, 마케팅을 비롯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 공정을 분야별로 잘게 쪼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 그의 제언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식스 시그마를 비롯한 품질관리 기법을 앞다퉈 현장에 적용했다. 잭 웰치가 바로 이러한 ‘리엔지니어링 시대’의 대표 주자였다. 마이클 해머 교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드는 전략의 효용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경영진들이 느긋하게 회의실에 모여 장기 전략을 고민하는 것은 무용하다고 그는 분석했다. 프라할라드는 이러한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

게리 하멜 교수와 더불어 떠오르는 신성으로 주목받던 이 경영 구루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다. 인도, 중국, 브라질, 그리고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저소득층들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프라할라드의 제언에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고객들에 집중하는 프리미엄 전략은 제품의 이미지도 높이고, 수익성도 제고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카드였다.

이 러한 전략을 포기한 채 저소득층 공략의 고삐를 죄라는 제언이 그들에게는 생뚱맞게 들렸던 것. 이 경영석학의 고언을 적극 수용한 것은 바로 핀란드의 휴대폰 업체 노키아였다.

“가난한 나라들이 휴대폰 부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예언자로 불리던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는 일찌감치 인도나 브라질,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 시장의 잠재력을 깨달았다.

노 키아가 수만 원 대의 초저가 폰을 선보인 이면에는 이러한 통찰이 있었다. 이 글로벌 기업이 지난 2000년 이후 휴대폰 시장에서 장기 집권한 이면에는 이 경영 구루의 선견지명이 있었다.

노키아는 고가의 휴대폰으로 유럽,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중저가 휴대폰으로 신흥시장 시장점유율을 높여갔다.


노키아의 신흥시장 공략 ‘한수 지도’
지난 2006년,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 전략은 이 글로벌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한 주춧돌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시장의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도 바로 이러한 명품 전략에 힘입은 결과였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꿈틀거리고 있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고가 제품 라인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 회사가 강점을 지닌 프리미엄 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 시장을 공략할 제품 라인이 아직 마땅치 않은 이중고가 수익성의 악화를 부채질했다. 그가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이선으로 후퇴한 배경이다.

노키아를 비롯한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이 신흥시장의 저소득층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배경으로는 이 시장의 숨은 잠재력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략 대상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던 거대 시장은 성장에 부심하는 경영자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저소득층 시장 공략의 선두 주자는 바로 휴대폰 단말기 업체들이다. 노키아, 모토롤라 등이 이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배경으로는 이업종 진출의 거점 역할을 하는 휴대폰 시장의 매력을 꼽을 수 있다. 휴대폰은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파고들 ‘플랫폼’이자, 신규 사업 진출의 거점이다.


저소득층 시장은 ‘이노베이션’의 요람


금융, 엔터테인먼트, 소비재, 의료부문 등으로 가지치기를 하는 출발점이었다. 인도의 의료서비스업체 복시바(Voxiva)가 대표적 실례이다. 그들의 신흥 시장 공략 붐에 불을 붙인 주인공이 바로 프라할라드 교수였다.

프 라할라드 교수의 통찰력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나 중국,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시장 저소득층 소비자들의 주거 환경, 식수, 위생, 교통수단에 주목하고 있다. 간단한 전기 충격으로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소형 정수기’ 등이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올해 초 발생한 아이티 지진 사태는 이러한 장비를 테스트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연장이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디에스엠(DSM), 로열필립스(Royal Philips),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아이앤지(ING)등도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신흥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기업들의 시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주인공이다.

신흥시장을 자국에서 한물간 상품이나 서비스 하치장 정도로 폄하하던 글로벌 기업들은 핵심 인재들도 현지에서 수혈하고 있으며, 제품이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도 현지 인력의 도움을 얻어 개발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빅블루 IBM은 수 년 전부터 인도의 어부들을 상대로 경매 정보를 제공하는 경매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저소득층 시장은 혁신(innovation)의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통찰이다.

프라할라드의 선견지명에 감명을 받은 이들이 비단 요르마 올릴라를 비롯한 푸른 눈의 경영자들만은 아니다.


‘따로 또같이 경영’ 90년대에 예고
이석채 KT그룹 회장은 지난해 취임 전부터 책 한 권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프라할라드 교수가 지은 <새로운 혁신의 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유선전화를 비롯한 주 수익원이 급락하고 있는데다, 딱히 성장의 해법을 찾기도 힘든 통신기업 경영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CJO쇼핑의 이해선 사장도 프라할라드 미시간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의 팬을 자처하는 경영자이다.

이 사장도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소비자 포럼에서 이 경영구루의 이름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전략적 사고의 틀을 바꾸었으며, 글로벌 기업의 ‘시장 분할(segmentation)’ 방정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주인공이다. 성장에 부심하는 경영자들에게 늘 담대한 도전을 주문하는 경영 구루이자 휴머니스트였다.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 있지 않지만, 그가 90년대 초 저술한(Competine For Future)는 훗날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풍미하는 이종(異種)분야의 시너지,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에 대한 청사진을 이미 제시하고 있다. 그를 경영학의 미래로 부르는 배경이다.

그 가 남긴 통찰의 출발점은 바로 인도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저소득층의 숨은 욕구를 통찰하고, 이 시장이 수익성도 있다는 점을 꿰뚫어 본 것이 이 경영학자의 뛰어난 점이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똑똑한 도시’가 지속 가능 성장 뒷받침…IBM ‘스마터 시티’ 분석


“바보야! 문제는 ‘도시’라니까”

2010년 06월 14일 17시 21분조회수:308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 2005년을 전후한 시기였다. 쿠바 바하마 제도에서 발원한 카트리나가 변화의 발단이었다. 미국인들이 지구 온난화가 더 이상 텔레비전에나 등장하는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환경 재앙의 위기감이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구촌의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했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IBM이다. 이 글로벌 기업의 ‘스마터 시티(Smarter City)’ 프로젝트를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빅블루 IBM의 스마트도시(Smart City) 시스템을 관리하는 중앙통제소. 교통·보건·범죄감시 등이 이뤄지는 핵심 
장소이다.빅블루 IBM의 스마트도시(Smart City) 시스템을 관리하는 중앙통제소. 교통·보건·범죄감시 등이 이뤄지는 핵심 장소이다.

알제리 수도 알제는 급격한 인구 증가, 가뭄, 비위생적 환경 등 삼중고에 시달리던 도시이다. 물 부족 사태가 늘 골칫거리였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플랜트’는 이 도시 관료들의 고민을 일거에 씻어주었다. 지금은 200만 시민들이 대부분 깨끗한 물을 공급 받고 있다.

지구촌의 위기는 글로벌 기업 도약의 무대다.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구 온난화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했다.

이코메지 네이션(Ecomagination)으로 명명된 이 글로벌 기업의 친환경 전략은 두 자릿수 성장의 밑거름이다.

‘Green is green(녹색이 돈이다)’은 이 회사가 내건 성장의 캐치프레이즈다. 미국 오하이오의 ‘스털링 에너지’도 태양열 에너지 발전 부문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모하비(Mojave) 사막 프로젝트’는 이 회사의 원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모하비 사막에 대형 트럭 크기의 거대한 거울을 수천여 개 설치해 열을 모아 전기를 생산해 내는 것이 골자다.

이 두 회사는 지구촌의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라는 경영 구루들의 가르침에 충실한 ‘모범생’들이다. 그린 경영의 선두 주자들이다.

빅블루 IBM은 이러한 성장의 방정식에 일대 변화를 꾀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IBM의 스마터 시티 프로젝트(Smarter City)는 자사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설팅 역량을 총동원해 공해, 온난화, 범죄, 가난 등 ‘도시의 지속 가능 성장을 가로막는 문제들의 해법’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제너럴일렉트릭, 알코어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과는 여러 모로 큰 차이를 보인다.

IBM, 스톡홀름 교통 체계를 바꾸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시는 매년 2만 명씩 늘어나는 인구 탓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 도시는 지난 2006년 혼잡통행료 자동 부과 시스템을 도입했다.

징수원과 교통 차단기가 없는 톨게이트는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해 통행 요금을 부과한다. 스톡홀름 시는 도심 교통량을 무려 22% 줄였다.

IBM의 그리드 와이즈(Grids Wise) 기술도 다가올 미래도시의 단면을 가늠하게 한다. 전력이 값비싼 시간대에 전원을 차단하고, 싼 시간대에 전자제품을 가동하는 지능형 장치가 핵심이다.

미 교통국과 진행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장비를 설치한 가정은 에너지를 25% 절감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첫째 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이러한 스마터 시티 (Smarter City) 구축 사례가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 회사의 왓슨연구소가 개발한 교통량 예측 시스템(TPT)을 도입한 싱가포르는 실시간 통행량 정보를 활용해 한 시간 후의 통행량을 비교적 정확히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빅블루 IBM의 스마터 시티는 크게 6가지 지능형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으로 도시의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을 줄이고, 범죄 감시 시스템의 성능을 끌어올려 공중 안전을 강화한다.

또 환자들의 건강관리 기록을 디지털 정보로 바꾸고, 수자원의 품질과 공급을 개선한다는 내용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시민들의 일상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겠다는 포석이다.

‘스마터 시티 프로젝트’는 이 글로벌 기업 성장 전략의 일관성을 가늠하게 한다. 지난 1990년대 초 파산 위기를 맞은 이 글로벌 기업의 성장 방정식은 바로 ‘통섭’이었다.

소 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개별 부문을 분리해 매각하라는 투자은행의 조언을 거부한 주인공이 루 거스너 전 회장이다.

맥킨지 출신의 거스너는 서버, 개인용 컴퓨터 등 개별 제품이 아니라 통합 서비스에서 위기 탈출의 해법을 확보했다. 팔미사노 현 회장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탰다.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 하우스 쿠퍼스(PWC)’를 사들이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 ‘컨설팅 서비스’를 결합한 ‘올인원(All-In-One) 시스템’을 구축한 것. 이런 빅블루 IBM이 최근 공략에 나선 ‘블루오션’이 바로 ‘도시’다.

이 글로벌 기업 도시에 주목한 이면에는 세계 각국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들이 있다. 지난 2008년, 전 세계 인구 중 도시 거주자들의 수는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오는 2050년경에는 인류의 70%가 도시에 살 것이라는 게 IBM의 추산이다.

문제는 도시의 교통 체증, 범죄, 지구 온난화 등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들 사회현상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해법 마련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스마터 시티 프로젝트가 이번 상하이박람회에서 각국 정상, 최고경영자들의 폭넓은 관심을 끈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최첨단 IT·인공지능 결합으로 낭비 제거
빅블루 IBM이 ‘통 큰’ 사고를 하는 이면에는 폭넓은 인재 풀이 있다는 평가다.
‘스마터 시티’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매리 킬링(Mary Keeling) 박사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인류학 분야의 1급 복합 학위를 받았으며, 또 수잔 더크 박사는 IT와 과학기술, 사회연구 분야의 복합 학위가 있다.

이휘성 한국 IBM 사장은 “ 도시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더 똑똑하고 새로운 시스템이 절실하다”며

“ IT 기술과 최첨단 컴퓨터 지능을 결합해 도시 기능의 비효율성과 낭비를 제거하자는 스마터 시티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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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터 시티와 중국의 장안

2010년 06월 14일 17시 22분조회수:16
당나라의 장안은 제국의 수도였다. 세계 각국의 상인들이 왕래한 이 도시는 계획도시였다. 도시민들의 거주 지역은 철저히 권력자의 의중을 반영했다.

장인들은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외곽에 살면서 일상을 통제받았다. 자유분방해 보이는 이 도시의 이면에는 이처럼 철저한 계획과 통제가 있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도심 중앙의 탁 트인 광장이 눈길을 끈다.
이 도시의 하수 처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꾼 오스망은 집권자인 나폴레옹 3세의 두려움을 간파하고 있었다.

부 르봉 왕조의 통치를 종식시킨 프랑스 시민들은 좁고 구불거리는 도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왕의 군대와 효율적으로 전투를 벌였다. 도시는 게릴라전의 무대였다.

좁은 골목길을 광장으로 바꾼 것이 바로 파리 시장을 지낸 오스망이었다. 그는 도심에 방사형 광장을 설립했으며, 어두컴컴한 길목에는 가스등을 달았다.

도시는 당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창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황제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현장을 본 위정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시민들을 표나지 않게 통제하는 일이었다.

지 난 2000년 이후, 글로벌 무대에서 메가 시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관심을 끄는 현안이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를 포착하고 도시라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 바로 글로벌 기업 IBM이다.

5300만 회원 분석 60분이면 ‘OK’


日 NTT도코모·오다큐백화점- ‘데이터경영’현장을 가다

2009년 09월 22일 17시 47분조회수:818
일본은 여전히 긴 잠에 빠져 있는 듯했다. 잃어버린 10년은 공식적으로는 종결됐다. 하지만 도심 번화가인 긴자거리나 시부야 등은 여전히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키하바라를 비롯한 전자상가를 찾는 발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일본의 오다큐백화점, 그리고 NTT도코모는 ‘정중동’이었다.

미국에서도 가장 많은 혁신적인 상품이 태동한 것이 바로 대공황 직후였다. 일본 기업들은 ‘데이터경영’을 앞세워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다큐백화점의 경영진은 바로 전날까지 집계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NTT도코모는 한나절이 소요되던 고객 데이터 처리속도를 불과 1시간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유통, 통신 부문의 일본 기업들은 데이터에서 다시 도약의 가능성을 엿본다. 지난 9~11일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네티자(Natezza) 한국지사’의 초청으로 일본 현지를 둘러보았다.



“전날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이 구입한 상품도 다음날이면 경영진 회의에 전달된다. 기후변화가 연령별 고객들의 구매 성향에 미친 파급 효과도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노무 관리의 효율성도 높였다” ● 오다큐백화점


일본 도쿄의 미쓰코시 백화점의 전경. 일제시대  조선의 경성에 진출했던 이 유서깊은 백화점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일본 도쿄의 미쓰코시 백화점의 전경. 일제시대 조선의 경성에 진출했던 이 유서깊은 백화점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1일 오전,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일본산 전자제품의 후광을 업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유혹하던 이 ‘상가’는 마치 빛바랜 ‘흑백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한국산 가전제품의 공세는 아키하바라 상가 쇠락의 ‘도화선’ 이었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은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도요타, 혼다, 고마쓰 등 글로벌 기업을 100여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이 나라는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 기의 한복판에 마법에 걸린 듯 돈을 쓰지 않는 소비자들이 있다. 도쿄의 백화점들은 한산해보였다.

일본 제국의 변경인 ‘경성’의 혼마치(명동)에 우뚝 서서 조선인들의 혼을 쏘옥 빼놓던 미쓰코시 백화점은 마치 ‘골동품’을 떠올리게 했다.

오 다큐백화점의 ‘조 쇼지’ 부장(50)은 후발주자의 어려움을 화제에 올린다. 모기업 오다큐 그룹은 물류의 강자지만 백화점부문에서는 ‘루키’에 불과했다.

지난 1991년 불청객처럼 찾아온 장기 불황은 고객 기반을 뒤흔들었다.
미쓰코시를 비롯한 유서 깊은 백화점에 비해 브랜드파워 또한 ‘열세’였다.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뚫고 유통 부문의 최강자로 도약할 묘수를 찾던 조 쇼지 부장은 ‘데이터경영’에 희망을 걸었다.


첫 단추는 고객 관리 프로세스의 ‘전면 개편’이었다. 고객 데이터베이스의 유연성과 더불어 처리 속도를 대폭 높였다.

연령층, 방문 횟수, 일인당 매출액, 날씨, 동반 구매 상품, 거주지, 결혼여부 등 고객분석 범위를 대폭 늘렸다.

정보처리 속도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하루전날 고객 정보까지 분석범위를 넓힌 이면에는 첨단 IT 인프라가 있다.

이 백화점은 고객들을 분석한 뒤 얻은 통찰력을 디스플레이나 상품 배치 등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경영진은 다시 이러한 변화가 매출에 미친 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바로 전날 오다큐백화점을 방문한 고객이 구입한 상품목록 통계는 다음날이면 경영진의 책상에 바로 전달된다.

연관성이 높지만 별도 운영되던 고객 데이터베이스도 하나로 통합했다. 고객계와 상품계 ‘데이터 베이스’를 합친것. 그 파급효과는 상당했다. 두 부문을 교차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조 쇼지 부장은 귀띔한다.

“30대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가장 처음 산 물건, 그리고 바로 그 직후 구입한 물건의 상관관계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거 꾸로 많이 팔린 물건과 구매 연령층, 날씨, 사회적 이슈 등의 연결고리도 빠른 속도로 분석할 수 있게 됐어요.” 그 전 같으면 꼬박 하루가 걸렸을 작업이다.

노무 관리의 효율성도 높였다. 전날 집계된 판매실적을 다음날 회의에서 논의하며 판매사원의 재배치 등 대책을 숙의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 도쿄의 ANA인터콘티넨탈 호텔서 만난 조 쇼지 부장은 이러한 변화를 ‘혁명적’이라고 표현했다.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업은 비단 오다큐백화점 뿐만이 아니다.

회 원 수 5300만여명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통신업체인 ‘NTT도코모’의 나카무라 겐지 부장은 이 회사 변화의 숨가쁜 현장을 목도한 당사자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주효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이 통신회사는 공룡기업의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NTT도코모가 보유한 정보는 매년 두 배 정도 늘어났지만, 가입자 수나 매출은 정보에 비례해 증가하지는 않았다. 가입자들의 속성도 500항목이상이 됐다.” ● NTT도코모


일본 최대의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5300만명의 고객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일본 최대의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5300만명의 고객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NTT도코모, 5300만 회원 光速 분석
이 회사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조직, 업무절차, 시스템 등 덩지를 불려왔다. 마케팅, 영업 등 부서 이기주의가 변화의 걸림돌 이었다. 그는 문제의 해답을 속도에서 찾았다.

이 회사는 고객 데이터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을 ‘24시간’에서 ‘1시간’ 정도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무언가 속임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는 것이 나카무라 겐지 NTT도코모 부장의 솔직한 토로이다.

한 다국적 기업의 ‘DW(데이터웨어 하우스) 어플라이언스’가 구원의 동아줄격이었다.

“경쟁사 제품들과 정보 처리 속도를 견주어 본 결과,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보였어요. 이럴 수도 있나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비스의 품질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알라딘 시스템은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었다.

이 회사 고객들은 편의점을 방문해 연체 요금을 지불하는 순간 바로 통화를 재개할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다.

지난 11일 일본 현지에서 돌아본 오다큐백화점 , 그리고 ‘NTT도코모’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데이터 경영’에서 생존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 첫걸음은 ‘정보 처리속도’의 획기적인 개선이다.

NTT도코모나 오다큐백화점은 ‘데이터 웨어하우스(DW. Data Warehouse)’도입으로 정보 처리속도를 10배 이상 높였다.

‘DW’는 데이터베이스, 스토리지, 그리고 서버를 통합한 일체형 IT제품군이다. 미 ‘네티자(Netezza)’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오라클 등도 경쟁상품을 출시했다.

일 본은 주로 굴뚝분야 기업들을 필두로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금융권은 가장 마지막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이덕수 네티자(Netezza) 코리아 지사장의 설명이다.

(박스 기사 참조) BPM, 시나리오플래닝 등 유행에 민감한 한국 기업들은 과연 어떤 반응일까.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금융사들과 통신사, 할인점들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들을 더 입체적으로 분석해 비교우위를 담금질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주목할 때이다.” ● 일본 현지서 만난 IT전문가


데이터웨어 하우스(DW), 혁신의 원동력
일본 도쿄 현지에서 만난 문재남 KCB(Korea Credit Bureau) 부장은 지난 2005년을 떠올렸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대주주인 이 회사는 고객사들을 상대로 정보를 판매한다.

대주주 들을 상대로 신용정보를 판매하는 것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문제는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를 비롯한 쟁쟁한 선발주자들이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해 확고한 거점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

승부처는 ‘데이터 처리 속도’였지만, 속도를 개선할 뾰족한 묘수가 없었다. “초기에는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고객들의 신용평가 정보 등을 요청하면 정보를 가공한 뒤 대개 하루 뒤 ‘CD’에 담아 고객사에 배달을 했습니다.”

이 회사는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자료 처리속도를 10배 이상 단축할 묘수를 찾았다.

“그 전에는 신용 평가 데이터를 뽑아내려면 10시간 이상이 소요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불과 8분대로 처리 시간을 단축했어요.

이 덕분에 느긋하게 담배를 피거나, 직원들과 담소를 나눌 시간도 사라져 버렸어요.” 문재남 부장은 데이터베이스 마트(Database Mart)’ 제작에 투입하던 시간도 대폭 줄였다.

금융 소비자들을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도 데이터 처리 속도의 개선 덕분이다. 연령, 대출 잔액, 거주지, 성별, 자동차 소유여부, 연봉, 연체 여부, 자녀수, 거주 형태, 소속 회사 등의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금융소비자들을 ‘다면평가’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이 회사는 DW도입을 적극 주창한 전산실 직원들의 직급을 한 등급씩 올려 공로를 인정했다. 위험부담에도 변화를 시도해 성공한 데 따른 보상이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다국적 기업 CEO의 전언이다.

새 로운 시스템 도입에 나선 임직원들은 자칫하다 옷을 벗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NTT도코모, 오다큐백화점, 대한민국의 KCB’ 등은 ‘정보통신 시스템(IT) 인프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시장 대응 시간(Time-to-Market)’단축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NTT도코모등 이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나선 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도 한몫을 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정보는 매년 두배 정도 늘어났지만, 가입자 수는 정보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았다. 가입자들의 속성도 500항목 이상이 됐다는 것이 이 회사 나카무라 겐지 부장의 전언이다.

문재남 부장은 “KCB도 매월 1테라 바이트 정도의 정보가 늘어나고 있다”고 귀뜸한다. 개별 기업이 관리해야 할 정보가 폭증하다 보니 때로는 서비스 품질 향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당일 배송이 불문율로 자리잡고 있는 서점가에서 익일배송을 고수하는 온라인 서점에 비유할 수 있다.

KCB나 우리캐피탈 등은, 데이터 처리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IT 인프라를 구축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리얼타임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곳들이 태반이다.


구글, 아마존, NTT도코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정보처리속도를 10배이상 높인 DW 어플라이언스를 채택했다. 
사진은 데이터를 처리중인 DW의 모습구글, 아마존, NTT도코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정보처리속도를 10배이상 높인 DW 어플라이언스를 채택했다. 사진은 데이터를 처리중인 DW의 모습

한국기업 서비스 속도 높여야
외 환카드사의 고객들은 ‘연체금’을 송금하고도 카드를 사용하려면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한다.

연체 고객들의 대금 지급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못한 탓이다. 반면 신한카드는 연체금 결제 여부를 ‘리얼 타임’으로 확인해 고객들의 카드정지를 푼다.

속도는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두 카드사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이 지주사의 우산 하에 묶이면서 계열사의 정보 품질은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정확히 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대출잔액이나, 교차상품 판매현황, 경쟁사 동향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시장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면 더 효율적인 시장공략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최대우 한국외대 정보통계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정보는 전사적 전략 수립의 방향타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들어 ‘CMA상품’을 일제히 출시하고 은행권 지급결제 시장공략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주사 소속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서로의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카니벌라 이제이션(cannibalization)’ 리스크다. 금융전문가들은 “ 같은 시장을 놓고 다투는 계열사들의 이해를 전사적 목표아래 조율하는 지주사들의 ‘교통정리’ 기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 핵심은 ‘정보의 소통’이다.
‘성 공은 혁신에 달려 있고, 혁신은 정보통신 기술에 달려있다’ 세계적인 IT전문가인 ‘아담 콜라와(Adam Kolawa)’ 패러소프트 회장이 남긴 말이다. IT인프라의 재조명이다.

산업 부문의 ‘이종 교배’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영국의 버진 모바일은 버진 파이낸스를 앞세워 금융시장을 공략 중이다.

테스코는 영국의 ‘로열 뱅크 오프 스코틀랜드(Royal bank of scotland)’와 더불어 ‘개인 파이낸스’ 부문을 운용하고 있다. (박스 기사 참조)


“초기에는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고객들의 신용평가 정보 등을 요청하면 정보를 가공한 뒤 대개 하루 뒤 ‘CD’에 담아 고객사에 배달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 회사는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 끝에 처리속도를 10배 이상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 KCB


글 로벌 기업,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는 뉴욕증권거래소의 전문가가 ANA인터콘티넨탈 호텔을 찾았다.

이 호텔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차 방문한 그가 털어놓은 뉴욕증권거래소의 데이터 운용의 노하우는 주목할 만하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작전’ 세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과거 7년치 데이터를 비교분석한다.

“증 권거래소는 이상 매매가 발생하면 일시적인 현상인지, 작전 세력의 조직적 개입에 따른 것인지 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상 매매 패턴을 분석한 뒤 과거의 데이터와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작전 여부를 확정하는 겁니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김도윤 네티자 기술이사는 뉴욕거래소가 작전세력을 포착하는 방식에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밑천으로 미래 소비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현재의 소비성향, 그리고 과거 소비 패턴 등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징검다리다. 전문가들은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유추하는 일도 지금보다 더 수월해질 것으로 관측한다.

구 글, NTT도코모, 아마존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정보통신 인프라’를 비교우위의 밑천삼아 부서나 계열사간의 장벽을 허물고 경쟁우위를 담금질하고 있다.

“국내금융기관들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금융사들과 통신사. 할인점들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을 더 입체적으로 분석중인 글로벌 기업들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국내 IT업계 전문가의 조언이다.

박 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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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중국版 방갈로르, 아시아 실리콘밸리 꿈꾸다





◇소프트웨어 허브 조성 한창, 중국 다롄을 가다◇

바야흐로 세계는 도시 전쟁 중이다. 보스톤, 텍사스, 상하이를 비롯한 글로벌 도시들은 고유의 강점을 앞세워 세계의 자본은 물론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보스톤은 컴퓨터 엔지니어링, 마이애미는 부동산, 샌디에이고는 바이오산업, 텍사스는 반도체, 방갈로르는 아웃소싱 허브를 각각 자처한다.

중국의 다롄시도 이러한 ‘브랜딩 전쟁’에 뛰어들었다. 중국 경제의 미래를 주도할 ‘소프트웨어 허브’를 앞세워 이 지역은 물론 중국 경제의 업그레이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나선 것. 동쪽의 허커우만 지역의 광활한 간척지에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일 대단위 단지 조성에 나섰다.

지난 17~20일 소프트웨어 허브를 조성 중인 루이안 그룹, 다롄시의 초청으로 그 변화의 현장을 다녀왔다.


                                                                 
●다롄시는 동쪽의 허커우만 지역과 서쪽의 뤼순 남로 황니추안 터널 사이에 자리잡은 간척지대에 세계의 IT 기업들을 유치할 소프트웨어 타운을 짓고 있다

◇ 샤더런 다롄 시장의 성공 법칙 5◇

□ 도시경쟁력도 ‘브랜드’에서 나온다

□ 인도 기업도 전략적 공조 대상이다

□ ‘민’이 주도하고 ‘관’은 도울 뿐이다

□ 상해, 북경 등과 선의의 경쟁벌인다

□ 장기 비전으로 단기 목표 규율한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불과 한 시간 여 거리. 중국 다롄은 ‘바람의 도시’이다. 삼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닷 바람이 늘 방문객들의 옷자락을 펄럭이게 한다. 고구려 비사성이 위치해 있던 이 도시는 물과 불의 도시이기도 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도시의 한편으로 산자락이 유장하게 흐른다.

지 난 17일 오후 2시 30분, 물과 불, 그리고 바람이 하나로 섞여드는 다롄은 역동적이었다. 도심지 곳곳에 신축 건물의 공사가 한창이다. 사람들은 활달하고 거리낌이 없다.

도심 한복판의 라오동 ‘공원’에서는 중년 여자 세 명이 제기를 차며 웃음을 터뜨린다. 렉서스, BMW, 포르쉐를 비롯한 고급 승용차들은 명품숍이나 호텔 앞에 젊은 여자들을 쏟아낸다.

도 시는 화려하다. 백화점, 호텔, 심지어는 명품숍에도 목덜미에 붉은색 스카프를 두룬 ‘해태상’이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다. 산은 불을 상징하고, 해태상은 화기(火氣)를 억제하기 위한 풍수지리학적 처방이다.

아파트 값도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대형 평수의 경우 서울이나 별다름이 없다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상하이나 베이징에 비해 녹지대가 무성한 다롄은 중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 이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이들로 늘 분주하다.

조선족 유금희(28)씨는 ‘차이나 드림’을 좇아 수년전 이곳으로 왔다. 기차를 열여섯시간이나 타고 혈혈단신으로 이 생면부지의 땅으로 건너왔다고 그녀는 털어놓는다. 수더분한 인상의 그녀는 이 도시의 소프트웨어 파크에 위치한 미 ‘휴렛팩커드(HP)’사에서 근무한다.

한·중·영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재원(才媛)’이다. 연변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부친을 둔 덕분인지 천안문 사태 등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드문 신세대이다. 2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한 뒤 약혼자를 따라 일본에 가서 공부를 더 할 예정이라는 유 씨는 다롄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정책의 수혜자이다.

다롄은 요즘 몰려드는 다국적 기업, 그리고 각지의 인재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유 씨와 같이 차이나 드림을 꿈꾸는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이 지역을 어떤 식으로 바꾸어 놓았을까.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리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굴뚝기업 ‘가고’, 콜센터 ‘오고’

“오른쪽에 프로그램 창이 보이시죠. 우선 프로그램을 다시 닫았다 화면에 불러 보시구요...” 지난 20일 오전 11시, ‘소프트웨어 파크’에 위치한 휴렛팩커드(HP) 건물. 2층으로 올라서자 널찍한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300여 명 가량의 젊은이들이 헤드셋을 쓴 채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이수형, 김민영, 한옥화…책상 한편으로 눈에 익숙한 이름표들이 눈길을 끈다. 고객응대 업무를 담당하는 조선족 출신 직원들이다.

<미녀는 괴로워>를 비롯해 한국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어서일까. 머리 스타일, 귀고리 등이 명동을 활보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대부분이 20~30대 초반 정도. 한국 고객들을 상대로 이 회사 제품의 사용법, 문제 해결 방법 등을 돕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한국의 소비자들이 전화를 걸면 다롄의 콜센터로 자동 연결된다. 휴렛팩커드는 본사의 지침에 따라 한국의 콜센터를 모두 이 지역으로 옮겼다.

한국에서 파견된 컬처 매니저들이 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매우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자원해 이곳으로 건너 오는 콜센터 요원들도 종종 있다는 것이 현지 직원들의 설명이다. 콜센터를 다롄에서 운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비단 미국의 ‘휴렛팩커드’ 뿐만이 아니다.

미 국 씨티은행도 신용카드 부문의 일본 고객 응대 업무를 다롄에서 처리하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한 카드 연체독촉, 카드상담 등을 모두 이곳에서 일괄 처리한다.

액센추어, 델 컴퓨터, 젠펙, 뉴소프트, 씨티은행, 소니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활동 중이다. 포천 500대 기업 중 50여 개 가량이 이 지역에 연구 개발, 서비스 센터등을 설립했다.

다 롄이 뜨고 있는 배경은 두 갈래이다. 지금까지 인도에 집중투자해 온 글로벌 기업들의 리스크 분산 움직임이 한몫했다. 데이터 센터를 인도 방갈로르와 중국 다롄 두 곳에서 운영하는 곳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한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않는다는 위험관리차원에서다.

천재지변이나, 정전 사태를 비롯해 예기치 못한 재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다. 다롄이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요즘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근로자들이 낮은 몸값. 다롄시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영어가 능통하고 경력 5년차 이상인 엔지니어들의 평균 월 급여가 80여 만원 수준이다.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2~3년차 근로자들은 평균 35~50만원 정도다. 몸값만 놓고 보면 한국이나 일본의 근로자들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다렌은 7억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했으며, 6만여 명의 이 분야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다렌시는 매년 24개 대학에서 6000여 명의 이 분야 전공자를 쏟아 내고 있다.

인도와 더불어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폴란드, 체코 등도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인도를 제외하고는 인력의 숫자 면에서 중국에 필적할 만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 중국 측의 자신감이다.

주변 상황도 우호적인 편이다. 이른바 ‘천시(天時)’가 무르익고 있다는 판단이다. 전 세계 아웃소싱 시장은 매년 7~10%가량 성장하고 있으며, 오는 2010년 시장 규모는 650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인도소프트 산업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다롄은 이 흐름을 타고 국제무대의 강자로 도약한다는 비전이다.

이러한 도전의 화룡정점이 바로 다롄시가 발표한 ‘다롄티안디(大連天地) 소프트웨어 허브(DTSH)다. 그리고 대역사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이 샤더런(夏德仁) 다롄 시장이다.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 17일 오후 9시, 그는 한밤중에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를 비롯한 4개 나라 기자들을 공관으로 불렀다. 그리고 다롄티안디(大連天地) 소프트웨어 허브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긴 것인데, 국제적인 관례를 따져볼 때 결례이지만 다음날 개막하는 소프트웨어 대전 참석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것이 시 측의 설명. 소프트웨어 허브는 쇼핑센터, 레저단지, 호텔, 그리고 연구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공사기간만 7~8년에 달하는 이 공사의 총 예상 투자액만 150억 위안(미화 약 21억달러)에 달한다. 총 대지 면적 633만 평방미터, 총 건평 354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이다.

개발이 진행 중인 부지는 다롄시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동쪽의 허커우만 지역과 서쪽의 뤼순 남로 황니추안 터널 사이에 자리잡은 광활한 땅이다. 국제 공항까지는 약 45분, 시내 중심가에서는 30분 정도 거리. 루이안 랜드, 다롄 이다 그룹, 루이 안 건업에 의해 공동 개발 중이다.

300개 정도의 객실을 지닌 호텔도 지을 예정이다. “하얏트 급의 호텔이 들어오길 기대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샤더런 다롄 시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장기 전략 구도는 명확하다. 아웃소싱 시장에서도 인도 방갈로르, 뭄바이, 뉴델리 등과 수위를 다툴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해가겠다는 것이다.

그 첫 단추가 다롄티안디(大連天地) 소프트웨어 허브(DTSH)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인구 600만 도시의 수장을 맡은 그는 이 도시의 ‘환골탈퇴(換骨脫退)’를 주도하고 있는 주역이다.

中國, 다음 단계 발전에 돌입

그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인도 기업이나 지자체들과도 적극적인 전략 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인 인도 기업들을 상대로 다롄에서 지척임을 앞세워 소프트웨어 허브 참여를 적극 회유하고 있다.

민간 기업과의 공조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소프트웨어 허브 구축에 참여하고 있는 뤄캉루이 루이안그룹 회장은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일찌감치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무대를 파고든 국제통이다. 다롄시는 이른바 ‘관조민방’의 원칙을 앞세워 그의 경륜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정부가 ‘감놔라 대추놔라’ 간섭하다 보면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니 운영은 민간 기업에 맡기고, 세제 혜택이나 도로 건설 등을 통해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근래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원시적 수공업이나 제조업 기반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성장이었습니다. 다음 단계의 발전이 있어야 하며, 그런 이유로 중국 정부도 모든 산업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샤더런 다롄 시장은 요즘 거대한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인도의 방갈로르나 뉴델리를 뛰어넘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하는 것이다.

저임금 잉여 노동력에 의존해 온 중국 경제 질적 도약의 전진기지 구축이 그의 장기목표다. 중국은 이미 상하이, 다롄, 베이징, 칭다오, 우한, 홍콩, 광저우, 선전 등으로 구축된 소프트웨어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이 도시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주로 제조업 분야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온 중국의 낙후된 이미지를 지워나가고 있다.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롄시는 인수합병을 통해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덩치를 키워, 오는 2010년까지 종업원 1000명 규모의 기업을 20여 개 만든다는 계획이다.

중 국 공산당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점도 호재다. 지난 2006년 이 분야 육성 5개년 계획을 통과시켰다. 원자바오 총리는 다롄시의 시정 업무 보고를 듣고 난 후 다롄시를 세계 제일의 소프트웨어 허브로 육성하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샤더런 시장은 귀띔했다.

박 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뤄캉루이 루이안그룹 회장 ◇

“한국 기업, 적극 참여 기대”

홍콩 출신으로 1971년 루이안 그룹을 창립한 뤄 회장은 CEO(최고경영자)와 루이안 건업의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이미 상하이에 ‘신티안디(新天地)’를 건설해 명소로 만든 바 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루이안 건업은 중국 본토 루이안 그룹의 주요 부동산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10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다롄시의 전략적 파트너로 ‘다롄티안디(大連天地) 소프트웨어 허브(DTSH) 조성에 공동참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계시는데요. 투자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인가요.

우리는 돈이 부족한 회사가 아닙니다. 함께 IT 오퍼레이팅 파트너로 일하고 싶습니다.

▶공사기간만 7~8년에 달하는 대역사입니다. 허브 건설에 드는 막대한 돈은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돈이 부족한 회사가 아닙니다. 투자를 받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국기업 사정에 밝은 전략적 투자자의 참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소·대기업 고객사들이 있는 금융권 기업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상하이나, 북경 등과 비교할 때 다롄은 교통이 불편한 편이라는 목소리도 들려 옵니다만.

지금도 공항에서 (허브까지) 30분 밖에 안 걸립니다. 상하이보다 교통 체증도 덜한 편입니다. 그리고 샤더런(夏德仁) 다롄시장이 해안 도로를 만들겠다고 공표했습니다.

▶한국 인천에 송도 신도시를 만들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혹시 서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송도와 다롄은 성격이 다릅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몸값이 매우 비싼 편이 아닌가요. 다롄에는 조선족이 많기 때문에 비용이나 언어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들에게 유리할 것입니다. 60만명이 넘는 중국 내 한국 유학생들이 큰 자산이라고 봅니다.

▶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성공하며 그룹을 키워왔습니다. 다음번 목표는 무엇인가요.

DTSH를 성공시키는 것이 당명과제입니다. 비용뿐만 아니라 운송, 삶의 질 모두 경쟁력이 있습니다. 잘 될 것이라 믿습니다.


◇현장 전문가들이 전하는 중국 경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제2도약 노려”

중국 증시는 올 들어서도 여전히 부진하다. 짐 로저스를 비롯한 이른바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반토막이 난 중국 관련 펀드에 억장이 무너지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중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한다.

“중국 기업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에 업무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하는 최대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중국진출에 한몫을 했습니다.” 세계적인 아웃소싱 전문 기업인 젠펙의 일본인 사장의 분석이다. 이 회사는 고객사들의 가치사슬 활동의 일부를 위탁받아 대행하고 있다.

당 초 미국의 GE(제너럴일렉트릭)의 자회사였으나, 지금은 분사를 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비용절감 압박에 시달리게 될 중국 기업들이 매출의 한축을 떠받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중국 진출의 전략적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중시하는 것은 비단 민간 기업들만이 아니다. 일본의 상무관은 지난 18일소프트웨어 발표 행사의 기조 연설을 통해 자국이 이른바 ‘ 그린 테크놀로지’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뛰어난 일본과 중국 양국의 전략적 공조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

역시 기조연설에 나선 호주에서 온 관료도 기술력이 뛰어난 자국 기업들의 사례를 열거하며 호주가 중국에 많은 것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이채를 띠었다. 기업의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활동에서 환경 항목을 세밀히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선진국 10년이 중국 1년…빠른 학습속도 보면 현기증 나”


사카키바라·오마에·프레스토위츠

팍스 시니카 예고 석학 3인방 지상대담


“중국의 비상(飛上)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눈부신 속도로 경제 발전을 거듭하며 미국 주도의 전후 세계질서의 기본틀을 뒤흔들고 있는 아시아의 거인을 지켜보며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의문이다. 중국이 치밀한 국가 전략과 풍부한 인적 자원을 양 날개로 숱한 회의론을 불식하고 경쟁자들을 하나씩 추월하면서 논란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는 이에 따라 세계적인 중국 전문가 3명의 미래 전망서를 바탕으로 이들의 가상(假像) 대담을 구성해보았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 교수, 세계적인 경영구루인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 그리고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미국경제전략연구소장이 주인공이다.

〈중국경제〉의 편집자인 스터드웰(Studwell)은 중국을 ‘종이용’에 비유하며 그 몰락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빗나가고 있는 듯 하다.

프레스토위츠: 중국 경제는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모토로라를 보자. 이 회사는 미국의 하이테크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산 기지를 미국 내에 유지하려고 노력해 온 대표적 기업이다.

하지만 이미 제조 및 연구 개발 부문을 대거 중국으로 옮겼다. 저비용 생산기지로 이름을 떨치던 중국은, 이제 첨단기술 제조업 기지로, 최적의 연구개발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오마에 : 중국의 눈부신 학습속도를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스위스의 시계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이나 장식 달린 손목시계, 제조기술을 비롯해 공장과 기초시설을 구축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다. 중국은 불과 1년도 안 걸려서 그들의 비즈니스를 가져가 버렸다.

사카키바라 : BRICs 보고서를 보자. 중국이 오는 2018년에 국내총생산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2045년에는 미국을 앞지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데, 이러한 예측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 팍스 시니카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슈피겔>을 비롯해 세계적인 주간지들도 신년호로 일제히 중국을 조명하고 있다.

오마에 : 중국을 아직도 잠자는 사자쯤으로 알고 우습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현실을 읽는 능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중국의 변화가 급작스럽게 진행되면서 외부인들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분명 잘못되었다. 중국은 산업혁명 여명기의 영국이나,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조짐을 보이던 19세기 후반의 미국을 방불케 한다.

사카키바라 : 달러 약세의 배경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신규주택 착공건수를 비롯해 미국의 실물경제 지표는 여전히 건실하지만, 달러 가치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지위가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부상을 의미한다.

프레스토위츠 : 세계 경제와 권력의 중심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급격한 경제 발전의 급물살을 타면서 이제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수출 대국으로 부상했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중국 관련 기사들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다.

- 사회주의 정부가 주도하는 개혁의 한계를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국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눈부신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오마에 : 중국은 더 이상 중앙집권과 공산당 일당지배의 국가가 아니다. 표면상으로야 여전히 베이징에 권력이 집중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지방정부가 자치권을 보유하고 있다. 변화의 물꼬를 튼 건 주룽지 전 총리다. 그는 개혁 정책을 과감히 추진해 지방의 자립화와 더불어 골칫거리이던 부실 채권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충격과 악재만으로 중국 경제가 일시에 허물어질 염려는 사라졌다고 본다.

사카키바라 : 무엇보다, 2억명에 달하는 중산계급이 중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의 수입은 원화로 환산하면 1억∼1억3000만원에 달한다. 후진타오 정부는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일당 독재인 중국 공산당이라고 이들의 욕구를 억누르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회적 혼란이 초래되더라도 현 정권의 성장 노선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레스토위츠 : 마오쩌둥이 주도한 대약진은 철저히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현재 진정한 대약진이 진행 중이다. 시장 상황은 양호하다. 중국의 저축률은 국내총생산의 4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레노보·하이얼·화웨이(Huawei)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 작년 말 상하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버블 붕괴 염려가 일각에서 높아지고 있는 데. 대규모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가

사카키바라 : 중국 경제는 실은 버블이라는 논리를 끊임없이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버블이 꺼져도 중국 경제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버블을 만들어서 터뜨리고, 또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나간다. 일본과 미국도 버블을 몇 차례 겪지 않았나.

오마에 : 중국의 붕괴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무의미하다. 베이징의 경제가 붕괴된다고 해도 주장 삼각주의 제조라인은 계속해서 가동될 것이다. (설사 부동산 버블 붕괴로)수도에서 폭동이 일어나 정치적 격변이 일어난다고 해도 각 지역의 자치정부는 끄덕도 않고 여전히 공장 문을 열어둘 것이다.

-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부침과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달러 약세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가

사카키바라 : 거시경제 지표가 좋은 데도 달러약세가 지속되는 것이야말로 500년 만에 한 번 있는 세계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지닌 패권국가 미국의 힘이 EU·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부상으로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달러화 약세의 경제적 배경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소위 쌍둥이 적자 탓이다.

프레스토위츠 : 염려할 만한 점은 달러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다 해도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무역 수지를 맞출 만큼 충분히 수출을 늘릴 역량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겠는가. 미국은 선진 5개국의 투자액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고, 막강한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다.

사카키바라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한다고 해도 이러한 흐름을 뒤바꾸어 놓지는 못할 것이다. 단기적인 경제 지표가 호전되어도 세계사의 커다란 흐름은 미국의 지위 저하를 기조로 움직일 것이다. 중동 산유국 가운데는 이미 결제통화를 유로화로 바꾼 곳이 있다. 달러 약세는 이미 글로벌한 현상이다.

프레스토위츠 : 물론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하버드·스탠퍼드·MIT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5% 밖에 안되는 인구가 세계 생산의 30%,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을 보자.

투자사인 버크셔헤서웨이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02년 자신의 돈의 일부를 비 달러 자산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물론 달러 약세를 감안한 조치다. 이 밖에 러시아도 달러 70%, 유로 30% 비율의 대외지급준비 자산을 반대로 바꾸고 있다.

-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대응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사카키바라 : 아시아 공동의 기축 통화 창설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당장 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상황은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아시아 전역에서 역내 무역, 특히 부품 무역이 급증하면서 총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하고 있다. 역내 교역 비중이 높아지면서 각국이 서로 다른 통화를 운용하는 데 따른 리스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상 적자폭의 확대도 통화 창설 움직임을 불러올 또 다른 요소다. 미국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교역 비중을 높여나갈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위안화가 중심이 되어, 언젠가는 아시아 공동통화가 실현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프레스토위츠 : 아시아는 공동의 지역 화폐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통화청 청장인 조지프 얌(Joseph Yam)은 유로화 이전에 나왔던 유럽의 에쿠(Ecu)와 비슷한 아쿠(Acu)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수석 경제학자인 노르베르트 월터도 아시아는 아시아 공동 화폐를 창설해 세계 통화시장의 개혁을 이끌 만한 적절한 후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달러의 헤게모니 종식과 더불어 부와 권력의 이동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 아시아가 주도하는 신경제 질서는 상상만 해도 유쾌하다. 끝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사카키바라 :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회 변화를 떠올리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전문 지식을 익혀야 한다. 한국사회의 교육열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매우 상징적이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의 부모는 자녀를 싱가포르의 초등학교나 중학교로 보내고 있다. 물론 영어를 배우게 하기 위해서다. 사립이든 공립이든 외국으로 자녀를 보내라

프레스토위츠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30억 세계인이 세계 경제에 합류했다. 염려할 만한 점은 더 나은 근로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로 일자리가 급속히 옮겨간다는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오마에 : 전통적인 국경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개별 국가들이 정보·돈·상품·서비스의 자유로운 유통을 독려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한다면, 거의 무제한적인 사업기회를 이 영역에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한·일경제 전문가 대담

기술의 韓·日-자원의 중국 한·중·일 삼각 공조체제 고민할때

2010년 03월 09일 15시 52분

‘좌(左)로 가는 일본, 우(右)로 가는 한국.’ 가깝지만 먼 이웃 한·일 양국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자민당 일당 독재를 허물며 선거혁명에 성공한 하토야마 내각은 집권 후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며 일본 열도 개조 작업에 한창이다.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도 리먼 사태로 불거진 금융 위기의 신속한 진화에 성공하며 지난 10년 진보 정권의 색채를 착실히 지워가고 있다.

집권 3년차와 2년차를 각각 맞은 한·일 양국 정부는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노성태(64) 대한생명경제연구원장, 마사시 미토(水戶中史·49) 일본 참의원 국회의원의 긴급 대담을 마련했다.

이번 대담은 김재홍 <이코노믹리뷰> 편집국 부국장의 사회로 지난 2월 9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회의실 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 총리 사무실의 윤성준(47) 동아시아 고문이 이번 대담의 통역을 담당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한 헤지펀드 전문가는 다시 ‘더블딥(경기가 잠시 회복세를 보인 뒤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경고했는데요. 잊을만하면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드네요. - 노성태 박사. 이하 노성태여러 가지 위험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피그스(PIGS) ’국가들이 흔들리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두바이 사태가 터지자 위기론이 비등해진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기조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위기론이 기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군요. 언제 쯤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겁니까.
노성태금년에는 미국 경제도 성장률이 꽤 높아지고, 일본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문제는 주요 국가들의 경기 부양책으로 자산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점 입니다. 중국도 돈을 많이 뿌려서 자산에서 다시 거품이 형성되고, 그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출구전략의 타이밍이 문제일 따름이며 위기 재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올해 일본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노 박사의 진단에는 동의하십니까.
마사시 미토 국회의원. 이하 마사시 미토일본 경제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자연스레 세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950조 엔대의 정부 부채도 더 늘어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공약이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마사시 미토엄청난 공약을 했어요. 아이들에게 직접 현금을 보조해 준다는 공약입니다. 솔직히 성공할 지는 저로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현금을 준다고 해서 그 경제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15세가 될 때 까지 정부가 나서 돈을 주겠다는 발상은 파격적입니다. 대단히 큰 실험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입니까.
마사시 미토일본 정부는 소비세 5%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5% 정도 올리는 계획도 검토중입니다. 다만, 소비세 인상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칫 소비시장을 냉각시킬수 잇기 때문이죠.


재정 적자가 생기면 대개 세금을 올릴 생각부터 하는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노성태세금을 올리면 소비는 줄어드는 것이 순리입니다. 소비가 감소하면 경기가 하강하고 세금수입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꼬리를 뭅니다. 세금인상에는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가 일본 경제에 몰고 올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895년 작은 섬유기계 업체(도요타상점)에서 출발한 초우량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_ 김재홍 부국장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가 ‘일파만파’입니다. 일본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마사시 미토미국업체들의 ‘도요타 때리기(Toyota bashing)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을 것도 같고…도요타는 저력이 있는 회사입니다. 이번 리콜 사태의 후폭풍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이 바로 프리우스(Prius)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입니다. 미래지향의 라인업을 갖춘 것이 바로 도요타입니다.


마사시 미토 의원은 도요타 발 위기 극복에 어떤 식으로 동참할 계획입니까. ‘바이 저팬(Buy Japan)’ 운동을 펼칠 의중은 없습니까.
마사시 미토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프리우스를 곧 구입하려 합니다.(웃음) 250만~350만엔대의 이 친환경 자동차를 구입하면, 정부가 50만엔을 보조해주거든요.


하토야마 내각이 운이 없는 건가요. 지금까지는 금융위기의 최대 수혜자였는데요.
마사시 미토일본 국민들이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된 점이 소득입니다. 보수정권들처럼 규제를 허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도요타가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정도 입니다.


고이즈미 개혁의 상징인 ‘우정성 민영화’를 되돌릴 계획인가요. 고이즈미 전 총리가 가슴을 치겠습니다.
마사시 미토(고이즈미 정부 당시에)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했다는 자성을 하고 있어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면서 일본의 문화나 전통도 많이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우정성 민영화도 재평가 작업이 한창입니다. 일본 국민들은 솔직히 어느 편이 좋은 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는 금융 위기 국면에 신속히 대응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일본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노성태한국은 이번이 사실상 두 번 째 금융 위기였습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들이 대거 문을 닫지 않았습니까. 정부도 그 때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신속히 대책을 세웠어요. 금융당국도 창구 지도 등으로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을 도왔습니다.


노성태 대한생명 경제연구원장은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얻었다. 부산 출생으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우리금융 사외이사 등을 지낸 경제학자이다.노성태 대한생명 경제연구원장은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얻었다. 부산 출생으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우리금융 사외이사 등을 지낸 경제학자이다.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반성하는 움직임은 한국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그 강도가 썩 강한 편은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진보 정권이 시장 경제에 지나치게 간섭한 면이 있다는 게 보편적 정서입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지난번 대선에서 승리한 거죠. _ 노성태 박사


금융위기는 신속히 진화했지만, ‘작은정부’를 지향한 MB내각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제기 됩니다.
노성태새정부 출범 이후 (미국발)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저소득 계층이 더 어려워지면서 고소득계층을 겨냥한 비난도 높아졌습니다. 현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이른바 ‘고소영’정부가 아니냐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방향을 선회해서 중립적인,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집권초의 강력한 감세 드라이브도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행정부의 친(親) 서민 행보를 지적하는 건가요.
노성태대형할인점의 동네 마트시장 진출이 대표적입니다. 대외적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지나친 보호정책을 펼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까. 중소 상인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 지역 상권 진출 억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도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SSM파동을 보면 인심이 예전같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노성태요즘은 주거 형태가 아파트가 많다보니, 한 동네 주민들의 정서적 동질감도 느슨한 편입니다. 수퍼수퍼마켓(SSM)이 동네에 들어오니 가격이 인하되고 품질도 좋아진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하토야마 정부는 동아시아 이웃 나라들과의 우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미국과는 한판 대결도 불사할 태세입니다.
마사시 미토노성태 박사님에게 거꾸로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웃음). 한국은 일본보다 ‘반미’ 감정이 더 강한 편이 아닙니까. 작전권도 오는 2012년 돌려받을 예정이 아닌가요.
한국정부가 더 반미적이라는 지적인가요.
노성태쪾반미 감정이 표출된 것이 바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입니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이러한 반미 분위기도 많이 누그러진 것도 현실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초고속성장을 하며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미국 때리기에 나선 까닭이 무엇인가요.
마사시 미토미국은 항상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실리에 밝은 나라입니다. 민주당도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자민당 시절 미국의 의견에 반하는 일이 어디 가능하기나 했습니까.


아시아의 ‘대형’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넘어 ‘팍스시니카’ 시대의 개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일양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마사시 미토상해 박람회가 올해 개최될 예정입니다. 중국은 바닷가에 인접한 도시들을 먼저 개발해 득실을 따진 뒤 내륙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입니다.
실용적 사고에 익숙한 중국인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국이 내륙 개발의 수위를 높이면 엄청난 오염을 부를 개연성이 높습니다. 한·일 양국이 이 문제에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사시 미토 일본 참의원 국회의원은 민주당 내 오자와 계로 분류되는 실세 정치인이다.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요코하마 가나가와현이 지역구이다. 32세의 나이에 가나가현의 도의원에 당선된 후 3선에 성공했다. 지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마사시 미토 일본 참의원 국회의원은 민주당 내 오자와 계로 분류되는 실세 정치인이다.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요코하마 가나가와현이 지역구이다. 32세의 나이에 가나가현의 도의원에 당선된 후 3선에 성공했다. 지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일본 경제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자연스레 세수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일본은 950조 엔대의 정부 부채도 더 늘어나고 있어요. 일시적으로 수출 기업이 좋아진다고 해도 다시 문제가 불거질 겁니다._ 마사시 미토 의원


한·일 양국이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중국에 맞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노성태저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경제문제, 환경문제는 쉽게 협력체제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기술협력문제도 그렇습니다. 서로 성역이라 할 만한 문제들이 걸림돌입니다. 주로 정치. 행정가들 때문에 국민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서로 자주 만나야 합니다.
마사시 미토한·일 두 나라는 중국의 자원 없이 지속가능성장을 하기 어렵습니다. 중국도 두 나라의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일본 경영자 재조명 바람이 한국에서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성태마쓰시다 고노스케 미쓰비스 회장 등이 한국 경영자들 사이에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경영자들은 주로 미국의 스타 경영자들의 이론에 주목해 온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동양인의 정서에 가깝고, 동양철학에 기반한 이들 일본 경영자들의 가르침이 요즘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원교근공(遠交近攻)

익숙한 곳부터 공략

‘선난후이(先難後易).’ ‘중국의 잭 웰치’로 불리는 장루이민 하이얼 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해외 시장 공략의 대원칙이다. 처음부터 강한 상대와 겨루다 보면 비록 고달플지라도 스스로를 강하게 담금질할 수 있어, 시장 공략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통신 분야는 이러한 원칙이 먹혀들기 어려운 영역이다. 각국의 규제가 강하고, 투자비 또한 천문학적이어서 한 번의 실기가 전략 달성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

가까운 곳을, ‘치고’ 먼 곳과 ‘교유’한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시장공략 원칙이 시공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배경이기도 하다(박스기사 참조). 선난후이를 기치로 내건 하이얼도 실은, 화교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상대적으로 시장 흐름에 밝은 아시아 주변 시장을 우선 공략했다.

자국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다진 4년 후인 지난 1995년이 돼서야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린 것. KTF의 말레이시아 현지 시장 진출도 비슷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에 우선 진출하는 편이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오병기 글로벌 전략팀장은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의 배경을 이 같이 설명한다. 미국이나 중국에 직접 치고 들어가는 대신,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시장 규모만 놓고 볼 때 매력적이긴 하지만, 당장 파고들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는 만큼 ‘전선’을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좁혀 입지를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논리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국내 시장에서 힘겨운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는 사정도 감안했다.

KTF가 동남아 시장 상황을 꿰고 있는 배경은 일찌감치 이 지역에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온 덕분이다.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 국영 기업을 상대로 2000만달러짜리 컨설팅을 수행한 것이 대표적 실례이다. 현지 사정을 손금 보듯이 속속들이 알게 됐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당시 CDMA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자사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서 이 회사에 파견했던 것.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프리콤(Freekom)’사에 지분(19.9%)을 투자한 것도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링백톤(Ring Back Tone)서비스와 모바일 콘텐츠(Mobile contents) 제공 사업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아직까지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 중심의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성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을 했어요. 번호이동성제도가 이미 시행중이었고, 국내외 업체들의 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오 팀장은 ‘유모바일’에 과감히 베팅을 할 수 있던 배경을 이같이 설명한다. 전략적 제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9개국 8개 통신사업자와 연합해 ‘커넥서스’라는 이름의 ‘이동통신연합체’를 구성했다. 이 연합체에 가입한 고객의 수가 1억 3000만명.

세계 최대 이동통신 단체인 GSMA 이사회 멤버로 신규프로젝트를 검토하는 EMC, 그리고 프로젝트 검토 실무 총괄을 맡는SRG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통신업체 NTT 도코모와도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케팅과 네트워크 노하우를 서로 이전받고 양국에서 히트한 부가서비스도 도입해 서비스 특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현대판 원교근공전략의 또 다른 형태이기도 하다.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활동 무대를 단계적으로 넓혀나가 전체 매출의 10%를 해외 시장에서 거둔다는 것이 이 회사의 장기 목표이다.

‘비전 2015’는 이러한 글로벌 시장 전략의 로드맵이다. 동남 아시아를 교두보로 삼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그 첫 단계이다.

아프리카 시장도 일찌감치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이러한 원칙에 따라 본격적인 진출을 일단 유보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비전 2015로

단계적인 시장 공략

흥미로운 점은 ‘비전 2015’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담고 있다는 것. 글로벌기업들에 비해 아직은 소비자를 파고드는 첨단 마케팅,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출발점이다.

영국의 보다폰을 위시한 유럽의 통신 강자들은 유럽, 그리고 뒷마당격인 아프리카를 손금 보듯이 꿰뚫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문화 인류학자들을 고용해 소비자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등 앞선 마케팅 기법으로 시장을 파고 든다.

신흥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며 포트폴리오를 신속하게 재구축하는 역량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은 더욱 변화무쌍하다.

SK텔레콤이 틈새시장격인 MVNO(이동통신망사업자)시장에 진출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도 이 시장에 진출했다 참담한 실패를 맛보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풍부한 아동용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 글로벌기업조차 소비자들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읽어내는 데 실패한 것.

이밖에 영국 보다폰, 스프린터를 비롯한 간판급 통신 강자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신흥 강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KTF가 동남아 시장 공략의 시동을 먼저 걸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글로벌 무대의 강자들과 전략적 공조를 통해 힘을 비축하고 동남아시아 시장을 파고들면서 유럽이나,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 진출 공략의 시기를 조심스럽게 저울질 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아프리카 현지에서도)광범위한 유통망 구축 등을 위해 활발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으며, 진입 비용이 높은 미국 시장도 부담을 줄이면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진출 방안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 팀장의 설명이다.

●지향점은

‘모어 댄 모바일’

조영주 KTF 사장은 부임 후 자신의 직함을 바꾸었다. 명함에 새겨진 직함을 ‘CEO(최고경영자)’에서 ‘CSO(Chief Servant Officer)’로 교체했다. 이른바 고객 감동 경영을 위해 최고경영자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임직원들과의 허심탄회한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쇼’ 홍보를 위해 ‘윤희정과 프렌즈’ 공연에서 ‘고엽(Autumn Leaves)’ 등의 재즈곡을 불렀으며, 최근 러시아 축구 대표팀의 명장 히딩크 감독의 선전을 언급하며 임직원들의 분발을 독려하는 등 튀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KTF는 늘 변화에 선제적인 대처를 해온 선두주자이다. 이동 통신 업계 최초로 핸드폰 디자인 공모 행사를 개최하는 등 디자인에도 고객의 감성을 반영해 왔으며, 소비자 조사와 각종 마케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바일 퓨처리스트’ 제도를 운영하는 등 이른바 ‘집단지성을 밸류체인에 적용해 왔다.

이런 회사의 수장이 변화의 총대를 매고 나선 배경은 물론 글로벌 시장의 급변 탓이다. 미국의 버라이존(Verizon)이 올텔을 최근 275억달러에 인수하며 덩지 불리기에 나선 것도, 영국의 BT(브리티시 텔레콤)가 ‘서비스 기업’을 표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프랑스의 오렌지를 비롯한 글로벌 통신업체는 오랜 세월 자국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면서 형성된 사내 문화를 글로벌 경쟁에 적합한 고객지향적형태로 ‘튜닝’하는 환골탈퇴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KTF의 ‘비전 2015’는 이러한 변화의 첫 단추이다.

공세적인 성장 전략인 ‘모어 댄 모바일(More than Mobile. 모바일을 넘어서)’은 그 지향점이다. 영국 BT(브리티시 텔레콤)의 Beyond Telecom, BBC의 Beyond Broadcasting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인데,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가능성의 영역을 적극 파고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회사 측은 “글로벌 시장을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와 더불어 3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시장 공략 법칙◇

주변 시장 찍고 본무대 도전장

신흥시장 기업들이 빠른 성장을 유지하면서 글로벌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고 있다. 아짐 프렘지가 이끄는 인도의 위프로, 인포시스(Infosys), 중국의 하이얼, 레노보, 브라질의 암베브(Amvev), 멕시코의 세멕스(Cemex) 등은 자국 시장에 대한 탄탄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며 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의 자동차 업체인‘마힌드라&마힌드라(mahindra&mahindra)’, 필리핀의 졸리비 등도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업체. 이들 ‘루키’들의 사례는 신흥 시장에서 터를 닦고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들 기업이 더 이상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약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기업에 비해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해외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력도 떨어지는 이들이 악조건을 극복하고 선전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들이 구사하고 있는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해외에 진출할 때는 자국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근 시장부터 공략해 들어가는 전략이 그것이다.

가까운 곳을 공격하고 멀리 떨어진 곳과는 사귀며 역량을 비축하는 이른바 ‘원교근공(遠郊勤功)’의 원칙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해외에 진출할 때도 자국 시장과 소비자 취향이 비슷한 인근 국가부터 공략해 이러한 우위를 살려나가며 힘을 비축하고,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은 추후에 공략했다.

백색 가전분야의 하이얼이 대표적인 실례이다. 반면 내노라하는 글로벌기업들도 본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 세계 최대의 할인점 월마트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으나,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접고 떠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프랑스의 할인점인 까르푸도 비슷한 사례다. 전국 시대 중국 진나라의 진시황은 전략가 범수가 기틀을 놓은 원교근공의 원칙을 앞세워 주변국을 하나씩 점령했다. 그리고 제, 초를 비롯한 원거리 국과는 우호를 다지는 방식으로 대륙의 통일을 달성한 바 있는데, 이러한 외교 정책이 시장 공략의 원칙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통신기업 CEO 튀는 행동 ‘왜’◇

사내 문화와 비전의 통합 작업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톡톡 튀는 행보로 조직원들의 위기감을 고취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스페인의 통신 기업인 ‘텔레포니카(Telefonica)’가 대표적 실례이다. 이 업체는 민영화의 물결 속에서 모바일 텔레폰 업체인 ‘모비스타’를 인수했다. 모비스타는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며 텔레포니카의 최대 캐쉬 카우로 부상했다.

텔레포니카의 ‘훌리오 리나레스’ 사장이 위기의 조짐을 간파한 것이 이때를 전후해서이다.

이윤폭이 늘어나면서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가 뚜렷해졌으며, 마케팅, 판매를 비롯한 부서별 갈등의 수위도 점차 높아지기 시작하며 그의 위기감을 끌어 올렸다.

부서별 마찰은 이견의 조율과 목표를 향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힘들게 만들었다. 남미지역의 전화 회사들을 속속 인수하면서 이러한 갈등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조직이 커지면서 사내 정치도 더욱 치열해져만 갔다. 리나레스는 글로벌 비전과 조직 문화사이의 골에 주목했다.

글로벌기업을 지향하고 있지만, 스페인 통신시장 독점기업 시절 배태된 사내문화가 발목을 잡았던 것. 그가 착수한 첫 작업이 바로 사내문화와 비전의 통합작업(VCI, Culture-Vision Alignmnet)이었다. 이를 위해 일선 대고객 서비스 품질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렸다.

최고경영자가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튀는 행동으로 변화를 몸소 실천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프랑스의 통신업체인 ‘오렌지(Orange)’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이 때를 전후해 브랜딩 통합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며 자국의 좁은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조영주 KTF 사장은 물론, 전임자인 남중수 현 KT 사장도 KTF 사장 시절 ‘튀는 행보’로 화제를 불러모은바 있다.

KTF 최고경영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 회사가 글로벌기업 도약의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공략의 포문을 열면서, 글로벌 전략의 총 사령탑인 최고경영자들도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자원전쟁 현장 뉴욕을 가다] 환경 경영 펼치는 IBM



◇경영과 환경은 하나… 통합적 사고가 야생노루 키웠다◇

빅 블루 IBM은 지난 1분기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같은 기간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증시의 급락을 초래한 직후여서, 지난 1990년 초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은 바 있는 이 회사의 선전이 새삼 뜨거운 조명을 받았다. IBM의 ‘지속 가능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4일, 뉴욕 소머스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 IBM 소프트웨어 부문의 그린경영 현장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 회사의 여성 전략가 ‘캐더린 프레이즈’ 부회장을 만나 온난화, 유가 급등을 비롯한 지구촌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그녀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지 난 14일 오전 10시 20분, 뉴욕 맨하탄 34번가의 기차역인 ‘그랜드 센트럴’. 광활한 미국 대륙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암트랙’(Amtrack)에 탑승했다. 그리고 30분 가량을 이동하니 ‘퍼디스(Purdys)’ 역이 나온다. 한적한 시골 역사로 뉴욕 중심가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10여 분 가량을 차로 이동하니 탁 트인 평지에, 피라미드형 외형을 지닌 회사 건물이 기자를 반긴다. “이곳은 야생 동물들을 평소에도 쉽게 볼 수 있는 친환경 지역입니다. 노루는 물론, 야생 오리가 뛰어노는 곳이죠. 때로는 검은 야생 곰이 자동차 앞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중국계 미국인인 홍보 담당자 ‘마크 구안(Mark Guan)’이 너스레를 떤다. 건물 주변에는 동물들이 오고 갈 수 있는 도로는 물론, 서식지인 울창한 숲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겨울철 눈이 내리면 수북이 쌓이는 눈 속에 파묻혀 오도 가도 못하는 동물들을 꺼내주는 일이 종종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야생 동물 군락 지역인 ‘소머스(Somers)’에 입지한 이 글로벌 기업은 야생 상태의 유지를 전제로 주정부의 건물허가를 받았다고. 부인이 대여점에서 빌린 씨디를 두 번씩이나 볼 정도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의 열혈 팬이라는 그는 일행을 IBM의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직원 30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 이 회사의 건물은 중국인 디자이너의 작품.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최소한으로 줄인 이른바 ‘그린 빌딩’이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복도 창밖으로 보이는 잔디밭에 야생 오리 한 마리가 건물 안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야생 오리는 냄새가 너무 지독한 게 흠입니다.” 부인이 역시 한국인이라는 홍보담당자 ‘제임스 슐스(James Sciales)’의 ‘조크’. 수년 전 한국에서 한 달 정도 파견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플러싱’에 자주가 숯불갈비를 즐기며, 한국어 강좌도 꾸준히 듣고 있다고 한다.

월마트, 맥도널드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지구 온난화 추세에 대응해 이산화탄소 절감 등 친 환경 경영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방문한 IBM 소프트웨어 부문은, 입지부터 직원들과 야생 동물들이 공존하는 친환경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다.

통합적 사고로 ‘성장동력’ 확보

같은 날 오후 1시, IBM 소프트웨어 부문의 수장인 ‘캐더린 프레이즈(Catherine Frase )’ 부회장의 사무실. 홍보 담당자인 마크 구안(Marc Guan)보다 부회장의 집무실이 훨씬 비좁은 점이 인상적이다. IBM의 수장인 팔미사노 회장에게 직보를 하는 그녀는 ‘전략’을 담당하는 최고위급 인사이다.

팔미사노 회장이 있는 본사는 뉴욕 ‘아몽크(Armonk)’에 위치해 있다. “당신이 IBM그룹의 전략을 담당하는 ‘손자(중국의 병법가)’같은 인물”이냐는 질문에 “(자신은) 그룹 전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캐더린프레이즈 부회장은 격의가 없었고 허심탄회했다.

“(그녀는) 인사, 마케팅, 영업을 비롯한 특정 분야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룹의 전략이나 비전을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고책임자”라는 것이 구안의 설명이다. 비좁아 보이는 사무실 책상 위에는 서류가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책장에는 전략서들이 몇 권 꼽혀 있었다.

“유 가급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의 불투명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IBM도 이번에 부실 채권으로 손실을 본 금융회사들이 주요 고객사이기도 합니다. 어떤 식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습니까”

지난 1분기 실적상승세가 꺾인 글로벌 기업 GE의 사례가 첫 질문의 방향을 정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폭풍으로 금융권 고객사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모범답안이다. 에디슨이 창업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미국은 물론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난 직후였다. 하지만 IBM은 이날 오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실적으로 지속적인 성장 역량을 입증했다.

이 글로벌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통합적인 시야에서 개별 부문을 조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루 거스너 전 회장이 강조한 ‘서비스’가 바로 이런 것이며, 현 회장인 팔미사노 또한 이러한 철학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이미 하드웨어를 훌쩍 넘어섰다.

이른바 미래의 ‘캐쉬 카우’로 불리는 ‘클린 기술(clean technology)’ 분야 진출도 이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2006년 미국의 에너지성과 손을 잡고 진출한 ‘스마트 그리드(Smart-grid)’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실례이다.

일 반 가정의 에너지 절감 장비 개발이 주요 과제인데, 에너지 소비량을 ‘달러’로 표시하는 기능이 특징이다. 물론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사는 실시간 데이터를 추적하고,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장비,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 난 2007년 출범한 사업 단위인 ‘빅 그린 이노베이션(Big Green Innovation)’도 비슷한 사례다. ‘수퍼 컴퓨터’ 기술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을 괴롭히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월마트의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운용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 저감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같은 해 5월에는 10억 달러 짜리 친환경 프로젝트를 선보였는데, 데이터 센터의 디자인을 재구축해 전력 사용량을 최대 40% 절감하는 내용이다. 실리콘 웨이퍼 재생 관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주 로 민간 기업들의 환경 관련 고충을 해결하는 서비스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IBM은 기차나, 버스, 고속도로, 항공기 운항 관련 정보를 탑승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실시간 정보를 통해 탑승자들의 정체구역 진입을 예방한다. 이산화탄소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일반 가정이나 농가의 물 소비를 최대 50% 이하로 줄이는 ‘물관리 기술’도 개발 중이다.

캐더린 부회장은 “이 회사의 연구조직이 허드슨 강에 센서를 설치하고, 물의 흐름과 강도 등이 이 강에 사는 어류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귀뜸하기도. IBM 전략 변화의 토양은 메가 트렌드의 변화이다.

미국 대선에서 후보들 간 그린 경쟁에 불이 붙고 월마트, 맥도널드, 쉘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이산화탄소저감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BM은 이른바 ‘그린 서비스’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 시장 공략의 무기는 ‘통합’이다.

그룹 전체의 전략가들이 깃발을 치켜들면, 하드웨어, 컨설팅, 소프트웨어 사업 단위의 핵심 역량을 하나로 결합해 경쟁 우위를 창출한다. 같은 사안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업 부문과의 전략적 협조도 혁신의 핵심이다.

“테크니션들보다는 컨설팅 부문과 상시적으로 협력하는 편입니다. 소비자들의 눈에서 제품을 바라볼 줄 알기 때문입니다.” 컨설팅 부문은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부문이 어디로 가야할 지를 보여준다고. 캐더린 프레이즈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지난 2004년 이후 인수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독 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기업에 일부 지분투자하거나, 아예 사들여서 기업 성장의 수단은 물론, 문화가 서로 다른 기업의 이노베이션 역량을 조직에 전파하기 위한 것입니다.”

IBM그룹도 지난 2002년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를 인수해 서비스 역량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IBM은 경쟁우위를 담보할 글로벌 조직의 형태도 지역별로 가장 적합한 업무를 맡기는 이른바 ‘통합기업 (Globally Intergrated Enterprise)’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

박재홍 이대교수는 “한국기업들은 기업 전체의 통합자적 시각에서 판단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지속 가능 경영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적인 사고가 경영자들에게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고 말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자원전 쟁의 시대 최적의 조직은

‘통합기업’ or ‘허브기업’ 논란 점화

“한국 의 정유회사에서 발생한 사고가 글로벌 시장의 디젤 수급상황을 뒤흔들어놓고 있습니다. 북경에서 펄렁이는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는 폭풍을 일으키고, 다시 북경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BNP파리바 애널리스트인 토마스 벤츠가 칠레에 대한 에쓰오일의 디젤 공급 중단을 거론하며 던진 발언이다.

경영환경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 곡물가가 치솟고, 글로벌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M 의 GIE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지역별로 가장 적합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특징. 마케팅, 판매, 회계 등을 모두 담당하는 다국적 기업 조직 형태를 지양한다. 중복 업무를 줄여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반면 예언자로 불리는 프라할라드 미시간 경영대 교수는 수평조직을 선호한다.

그는 20개의 국가가 세계 경제 활동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 거점을 두고 시장을 파고드는 편이 시장 확대에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나 유럽기업의 전략가들은 개도국의 가치 창출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신흥시장 맞춤형 조직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이 른바 IBM의 통합 기업 모델은 신흥시장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고위험 시대에 리스크를 10여 개의 지역에 분산할 수 있는 이른바 게이트웨이-허브 모델이 이상적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SK,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으로 활발하게 활동의 보폭을 넓혀가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문화, 형태에 부심하고 있다.

대 체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의 부상, 유가 급등 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지면서 달라진 환경에 가장 적합한 조직 형태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삼성은 왜 프린터를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했나



사자성어로 분석한 삼성 신성장동력 프린터 사업

2005년 삼성이 新성장동력으로 발표한 프린터 사업

글로벌 기업 삼성은 왜 하필 프린터를 선택한 것일까

기업마다 21세기 신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지금

사자성어로 삼성의 프린터 사업 전략을 분석해 봤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병가의 영원한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전략의 요체이다. 아버지의 복수에 눈이 멀었던 오자서를 도와 적국을 평정했던 이 제나라 출신의 전략가는, 전투란 이미 판가름이 난 승부를 확인하는 장에 불과하다고까지 단언했다. 신기묘산의 기책을 배격하고 피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중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흔히 전장에 비유된다. 손자병법의 정신을 오늘날 가장 충실하게 되살리고 있는 기업은 어딜까. 반도체 분야의 부진으로 부심 중인 삼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기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까지 흘러나온 내용에 비춰볼 때 사업 부문의 강점을 활용해 인접 분야로 전선을 조금씩 넓혀 가는 접근방식이 특징이다. 신수종 사업의 윤곽은 아직 또렷하지 않지만, 프린터 사업 부문은 그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삼성이 성장사업으로 육성중인 프린터 시장 공략 방식의 몇가지 특징을 분석해 보았다.

◇ 轉禍爲福(전화위복)

루 거스너 IBM 전 회장은 지난 90년대 이 회사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한 당사자이다. 그는 당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솔루션을 판매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룹의 핵심경쟁력을 재규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지난한 대장정의 신호탄이었다. 후임자인 팔미사노 회장은 무엇보다 최고급 PC의 대명사격이던 자사의 개인용 컴퓨터 부문을 중국의 레노버에 매각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국내에서도 개인용 컴퓨터 산업은 적정 이윤 확보가 어려운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삼보컴퓨터가 경영난 끝에 법정관리를 신청, 매각 절차를 밟고 있으며 군소업체들도 대부분 파산했다.

불과 1∼2%의 영업 마진을 내기도 딱히 쉽지 않은 구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판 매 후 서비스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이 위기를 부채질 한다. 기껏 물건을 팔고 나도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는 자원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마케팅 비용 등을 빼고 나면 주머니에 남는 돈이 없다.

삼성의 경우도 LG전자에 밀리고 있는 백색가전과 더불어, 브랜드파워가 먹혀들지 않는 몇 안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IBM이 지난 2005년 이 분야를 중국 업체에 매각한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프린터 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확보했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 규모는 1200억달러(IDC).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04년부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영업인력, 판매 후 서비스망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행을 타는 분야보다는 자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분야를 겨냥한 것이다.

◇ 一針見血(일침견혈)


하고 많은 하드웨어 가운데 왜 프린터일까. 적정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여지가 비교적 높은 효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컴퓨터 하드웨어와는 달리 프린터는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제품이다. 토너와 잉크, 종이를 비롯한 각종 소모품을 주기적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정수기를 공짜로 설치해 주고, 매달 일정한 사용료도 받고 물도 공급하는 정수기 업체들의 마케팅에 비유할 수 있다. 팩스, 복사기, 프린터, 스캐너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이 분야 단일 시장 규모가 커지며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는 점도 매혹적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폭발력이 크다.

연간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 공급부터 판매 후 서비스, 그리고 소모품 공급까지, 사무기기 유지·보수를 외부 업체에 통째로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단품 시장이 가고, 솔루션이 부상하는 추세를 간파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보다 더욱 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삼보컴퓨터를 비롯해 프린터 시장에 주목한 토종 업체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개인용 컴퓨터 부문의 유지·보수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 지만 대부분 주문자상표생산(OEM)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다 본업격인 컴퓨터 사업이 좌초하면서 이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래에는 사업을 포기하는 단계를 거쳤다. 원천 기술의 부재 탓이다. 삼성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 口蜜腹劍 (구밀복검)


‘마이젯’ 지난 2004년, 삼성이 첫 발표한 잉크젯 프린터이다. 영화배우 전지현이 현란한 춤사위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국내 시장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발판으로 요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프린터 시장 진출의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렉스마크의 잉크젯 프린트 제품을 국내에 주문자 상표 방식으로 들여와 공급했던 것. 삼성전자가 기술 확보 차원에서 구사해온 방식이 바로 강자와의 전략적 제휴다. 삼성은 당시 잉크젯 프린터 관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훗날 독자적인 프린터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을 확보한 셈. 이후 휼렛패커드 쪽으로 제휴선을 돌리자 렉스마크 본사의 고위 경영진들은 기술유출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상당한 배신감을 토로했다는 후문.

지 금은 40ppm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레이저 프린터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평판 레이저 복합기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등극했다. 단기간에 말 그대로 괄목상대(刮目相對)의 발전을 한 셈이다. 앤디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이 한사코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술을 삼성 측에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뛰어난 학습 능력을 내심 두려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 성이 초단기간에 프린터 분야의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위협하는 강자로 부상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 三顧草廬(삼고초려)


“40ppm급 레이저 프린터를 만들겠다는 수년 전 삼성의 발표에 사실 코웃음을 쳤습니다. 기술의 삼성이라고 하지만 레이저 프린터 솔루션 시장을 너무 만만히 보는 게 아닌가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글로벌 프린터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의 말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분당 40장 이상의 종이를 출력할 수 있는 컬러 레이저 프린터 개발에 성공했다. 초소형인 CLP300모델도 선보였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야심작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평판형 레이저 복합기 분야에서는 이미 지난해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단 기간에 복합기 제조 기술 격차를 큰 폭으로 좁힐 수 있는 데는 인재 영입이 한몫을 했다는 평이다. “최근에 삼성SDS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연봉을 더 많이 준다고 하면 흔들리는 건 인지상정이지요.” 또 다른 글로벌 하드웨어 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의 전언이다.

그는 요즘 이 분야에서 근무하는 인력들 치고 삼성의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안을 받지 않은 이들이 드문 편이라고 귀띔한다. 삼성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우수인력들을 거의 싹쓸이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글 로벌 기업들이 삼성의 심상치 않은 행보를 주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최근 기술 인력들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는 업체가 바로 삼성SDS의 비즈니스 솔루션 분야라는 것. 프린터 사업의 주체인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SDS가 스카우트에 나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 孤掌難鳴(고장난명)


삼성SDS에 근무하는 한 고위 임원이 최근 한국 렉스마크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이 회사의 프린트 관련 솔루션을 공유하고 싶다는 의사를 담당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제안이 삼성전자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누차례에 걸쳐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학습효과 탓이었을까.

글로벌 본사 경영자들이 난색을 표시해 그의 제안은 수용되지 않았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삼성 측 인사가 굳이 껄끄러운 관계인 이 회사를 찾아가 협력을 요청한 배경은 물론 기술력의 열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드웨어에 관한 한 기술격차를 상당히 좁혔지만 여전히 솔루션 기술은 열세다.

잉크를 배합해 최적의 색을 내는 기술, 그리고 프린터의 속도 등이 제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장비를 정교하게 조율하고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복사를 할지, 이메일로 전송을 할지 등을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에러 발생이 적어야 하고, 작동이 쉽고 간편해야 한다. 또 네트워크에 연결된 프린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고객을 잡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 분야에 관한 한 글로벌 무대의 시장강자들에 비해 한수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S는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을 신설해 이 분야 개발의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협업 체제를 구축하며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얘기다.

◇ 深謀遠慮(심모원려)

한국렉스 마크의 정영학 사장. 작년 11월 부임한 그는 네트워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부문의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친 전문가이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든 학자형 인사라기보다 팔방미인형 경영자인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정 사장과 같은 유형의 인사들을 CEO에 선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박스기사)

하드웨어 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은 경영자들로서는 컨버전스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시장 환경을 헤쳐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프린터 업체에서만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는 여러 방면의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프린터 솔루션이 장기적으로 기업 내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에 연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활동을 구성하는 가치 사슬이 더욱 넓어지고 복잡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그리고 유지보수까지, 기업 활동의 맥을 한눈에 꿸 수 있어야 유리하다.

컨 설팅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 업무 진단을 거쳐 은행, 보험, 자동차를 비롯해 분야별 특성에 따라 맞춤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컨설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분야의 협업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삼성SDS의 경우 시스템 통합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SDS의 자회사인 오픈타이드는 컨설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계 섞인 시선으로 이 회사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배경이다. 기업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드웨어는 레드오션의 대명사로 치부됐지만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컨설팅, 소프트웨어 부문 등과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삼성이 최근 성장 동력으로 발표한 바이오 컴퓨터 또한 새삼 주목을 끄는 배경이기도 하다.

해외 컨설턴트가 본 삼성 성장방식

“삼성은 움츠리면서 성장하는 기업”

베인앤컴퍼니의 크리스 주크 파트너. 그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이를 좌우하는 변수에 천착해온 컨설턴트이다. 그가 바라보기에 삼성의 성장방식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움츠리면서 뛰는 타입(shirinking to grow)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보수적인 기업운영 방식을 지적한 말이다.

구조적인 성장(organic growth)은 요즘 기업들의 화두다. 한눈 팔다 자신의 분야에서마저 뒤통수를 맞는 기업들이 늘다보니 경영자들은 집안 단속과 더불어 이른바 될 성 부른 신성장동력 발굴에 골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본업과는 무관한 분야에 진출한 기업치고 성공한 기업이 드물다는 것이 크리스 주크의 분석이다.

그는 자사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며 외연을 넓혀 나가는 것이 신성장동력 발굴의 노하우라고 단언한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군살을 대거 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성장론에 천착해온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파트너가 분석한 국내 최고 기업의 성장 방식이 흥미롭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신성장동력도 이러한 분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화려한 맛은 떨어지지만 특유의 신중한 접근방식을 가늠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렉스마크 정영학 사장

“프린터는 정교한 컴퓨터… 반도체와 견줄만 한 블루오션”

정영학 한국렉스마크 사장은 작년 말 부임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두루 거쳤다. 이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휼렛패커드와 프린터 부문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렉스마크의 한국 내 자회사로, 지난 90년대 빅블루 IBM에서 분사돼 떨어져 나왔다.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달성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1만4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달 27일 삼성동 섬유회관에 위치한 이 회사에서 정 사장을 만나 국내외 프린터 산업의 변화상과 더불어 이 분야가 요즘 신성장동력으로 조명받고 있는 배경 등을 물어보았다.

프 린터 산업의 빅뱅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를 앞서는 유망분야라고 말한다.


컨 버전스 추세는 이 분야라고 해서 비껴가지는 않는다. 팩스·프린터·복사기, 그리고 스캐너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여러 기능을 장착한 프린터가 기업의 네트워크에 물리고 또 솔루션화되면서 그 잠재력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그는 자사가 프린터가 아닌 프린터 솔루션 회사임을 여러차레 강조했다.).

솔직히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프린터가 어떤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인가.

복합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교한 컴퓨터로 변모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은행의 사례를 들어보자. 은행 창구 직원들은 고객의 통장개설을 위해 몇 가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고객의 신분증을 복사하고, 신청서류 등을 모아 상사에게 가져가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복합기로 이러한 과정을 미리 프로그래밍해 놓으면 번거로운 절차를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서류를 복사하면 바로 자신의 하드디스크는 물론 상사의 컴퓨터에도 문서가 전송되기 때문이다. 200기가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복합기도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다.

프 린터라기보다는 고성능 컴퓨터를 떠올리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바로 이메일도 보낼 수 있다고 들었다.


주 요 문서를 복사해 우편이나 퀵으로 상대방에게 이를 보내는 회사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즘 복합기들은 문서 복사와 동시에 정보를 읽어 들여 미리 지정한 상대방의 이메일로 이를 전송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업무 효율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휼렛패커드에서는 IT의 시대가 저물고, BT가 도래함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게 바로 BT인가.


대기 중의 산소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호흡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관리자는 회사 전체에 몇 대의 복합기가 운용되고 있으며, 이들 복합기에 토너나 종이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을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이 몇 시에 어떤 용도로 기기를 사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복사한 서류는 복합기에 장착돼 있는 하드디스크에 자동저장하고, 관련자들의 컴퓨터로 전송할 수도 있다. 회사 전체의 업무 프로세스와 밀접하게 연동될 경우 업무 효율성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고객사 가운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낸 기업이 있는가.


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컨설팅을 거쳐 이러한 첨단 사무화기기 네트워크를 정교하게 구축했다. 현재 700만달러 이상을 연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항공기 제작 업체인 보잉사도 자주 인용되는 성공 사례이다. 모두 고객사이다.

삼성이 프린터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글 로벌 업체들은 모두 삼성의 움직임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개인 고객 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우리의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협적이지만 아직 맞상대는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솔루션 부문에서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기기의 성능도 우수해야 하지만 여러 기능을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컨설팅 역량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괄목상대의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솔루션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솔루션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경쟁기업들에 비해 컨설팅과 하드웨어의 접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한국시장에는 분야별로 경험이 많은 제휴 상대방이 적지 않다. 이들과 협력해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비트 컴퓨터와 이미 MOU를 맺었다. 제약, 병원 등 의료부문 공략의 고삐를 높여 나가기 위해서이다. 하반기에 공공영역은 물론 은행, 보험 부문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다.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 (웃음) 시스템 통합 업체들과도 꾸준히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력이 이채롭다. 하드웨어와 네트워트 업체 등을 두루 거쳤다. 휼렛패커드에서는 마케팅도 담당했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영자의 요건이라고 봐도 되는가.


프린터 분야에만 집중된 경영자는 버티기 힘들다. 여러 분야를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