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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에 과장업무를 맡겨라

스코브가드 한국 P&G 본부장
“과감한 권한이양이 성장동력…
신입사원에 홍보 의사결정 맡겨”

“입사 3개월차 신입사원에 언론 홍보 책임을 맡겼다.
과감한 권한 부여야말로 한국 P&G성장의 원동력이다.”

한국 P&G에서 대언론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원중(27) 씨.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입사 시험에서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지난 9월 입사한 그는, 8세에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대입을 앞두고 다시 국내로 유턴했다. 한국말은 물론 영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다.

형과 단둘이 서울서 생활하고 있다는 그는, 요즘 친구들의 부러움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공채에 지원서를 낸 대졸자만 무려 3000여명. 신입사원 14명을 뽑았으니 경쟁률만 무려 200대1을 훌쩍 넘었다.

근무여건이 뛰어난 데다 ‘인재 양성소’로 불릴 정도로 직원 교육시스템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니, 지원자들이 대거 몰린 것도 납득할 만하다. 이베이(ebay)의 맥 휘트먼 사장, 제너럴일렉트릭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 등은 모두 이 회사 출신이다. “운이 좋았다”고 활짝 웃는 김씨가 입사 후 첫 발령을 받은 부서는 대외업무총괄본부(홍보).

입사지원서에 근무 희망 부서로 기재한 곳이다. 그가 국내 기업에 들어갔다면 직장 상사나 선배들을 위해 복사나 커피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김씨는 한국 P&G의 대언론 홍보업무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내린다.

부서에 첫배치된 신입사원에게 대언론 홍보 업무를 바로 맡기는 회사. 바로 한국 P&G만의 독특한 직원 양성 시스템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권한에 따른 책임 부과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측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경력직 사원을 뽑지 않는 배경도 가늠하게 한다.

우수한 자질을 지닌 신입사원을 선발해 엄격한 훈련을 거쳐 자사의 경영 철학에 맞는 인재로 키워낸다는 것. “한국 기업들이 보고 따라했으면 하는 사내 제도를 한 가지만 꼽아 달라”. 지난 23일 도곡동에 위치한 이 회사 본사에서 만난 스티브 스코브가드 인력개발본부장은 기자의 질문에 ‘조기책임제’를 꼽았다.

이 회사 직원들은 입사하자마자, 국내 회사 중견 기업들의 고참급 직원들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를 처리한다. 김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P&G는 여러모로 독특하다.

신입사원 채용을 고수하는 걸 보면 영락없이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지난 1980년대의 국내 기업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P&G는 도요타에 가까운 회사입니까, 아니면 미국의 GE에 가까운 회사입니까”. 스코브가드 본부장에게 두번째 질문을 던져본 배경이기도 하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 가깝습니다. 직원들을 성과에 따라 구분하고, 최하 등급을 받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각종 교육을 실시합니다. 하지만 (GE와는 달리) 사실상 퇴사를 요청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 회사의 실적은 어떤 편일까? 지난해 P&G의 글로벌 계열사들은 평균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였다. 사실, 경력 대신 신입사원선발을 고수하는 시스템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장점도 있지만, 순혈주의를 고집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실적이 좋으니 모든 비판은 잠잠해지기 마련.

이 회사 직원들이 일년에 받는 사내 트레이닝 시간만 무려 200시간. 최근들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전략적인 사고를 도와주며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임직원들과의 대화스킬을 다루는 프로그램(Global Communica-tion Skill)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고 스코브가드 본부장은 덧붙였다.

홍영대 GE코리아 상무
“될성부른 떡잎 조기확보
미래의 잭 웰치 육성한다”

“FMP는 제너럴일렉트릭이 10년을 내다보며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그룹의 핵심 인력들이다. 미래의 잭웰치 혹은 제프리 이멜트인 셈이다.”

‘제프리 이멜트와 라플리’ 미제너럴일렉트릭과 피앤지(P&G)를 이끌어 가는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 사이다. 라플리가 제너럴일렉트릭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두 사람이 최소한 분기별로 한번씩 만나 경영 현안을 놓고 깊숙한 대화를 나눌 정도로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는 게 GE코리아의 설명.

그래서일까. 두 회사에는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두 사령탑의 취임 초 경영 사정이 최악이었다. 제프리 이멜트는 미국 본토를 강타한 9·11 테러 발생직전 부임했으며, 라플리도 한해 전 전임 회장 더프 야거로부터 형편없는 경영 성적표를 물려받고 고심해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손꼽히는 스타 경영자들이다. 라플리에게는 ‘포스트모던’한 경영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며, 이멜트도 문화혁명에 비견되는 사내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이다. 두 사람은 어떻게 성장의 정체라는 거대기업의 고질적인 병을 해결해 나갔을까.

지난 6월 이화여대에 위치한 포스코관의 한 강의장. GE-맥킨지 글로벌 리더십 강좌의 분임별 토론이 한창 진행중인데, 대학생들이 참가한 토론을 주재하고 있는 GE코리아 직원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직 신입사원 티를 벗지 못했다.

이들이 바로 GE코리아의 직원인 FMP(Financial Management Planner)들이다. 이날 기자에게 리더십 강좌에 대해 설명한 백주현 씨도 그 중의 한 명. FMP는 제너럴일렉트릭이 10년을 내다보며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그룹의 핵심 인력들이다. 미래의 잭 웰치 혹은 제프리 이멜트인 셈이다. 한국P&G 직원들이 입사하자마자 중책을 떠맡듯이, 이들도 주요 현장에 바로 투입된다.

리더십교육의 주요 프로그램들도 모두 이들 FMP들이 직접 기획해낸 작품들이다. 이들은 2년 동안 6개월 단위로 주요 계열사의 재무 부문으로 보직을 옮겨 다니며 매번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는다.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모두 업무에만 매달린다고 보면 정확합니다.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빡빡한 교육 스케줄에도 참가해야 하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일 겁니다. ”홍영대 GE코리아 상무의 설명이다.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지원했거나, 2년 미만의 직장생활 경험을 지닌 이들은 초고속 승진을 보장받는다. 일반 직원들이 매니저가 되는데 20년 정도가 걸린다면, 이들은 같은 직위에 오르는 데 불과 10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게 홍 상무의 설명이다. 육사나 해사, 공사의 사관후보생들인 셈이다.

물론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대부분 영어 능력이 뛰어나고 명문 대학을 졸업한 재원들입니다.

특히 다른 직원들에 비해 한 가지 더 뛰어난 자질을 지니고 있는 데, 바로 리더십입니다.” GE코리아가 리더십을 중시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5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제프리 이멜트 회장에게 다시 눈을 돌려보자.

당시 그는 수행원을 단 한명도 대동하지 않았으며, 한국에서 행한 연설문도 직접 작성했다.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 불필요한 경비를 초래할 필요가 없다는 회장 본인의 판단에서라고. ‘에코마지네이션’이라는 신성장 전략을 앞세워 저성장의 악순환을 부순 것도 이멜트의 힘이라는 게 중론.

창의적인 아이디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함, 그리고 열정을 갖춘 리더는 조직의 운명을 가름하는 핵심 자원이다. “GE는 연 8%에 달하는 빠른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매년 나이키 정도 규모의 회사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인재확보와 교육에 이 회사가 왜 매년 10억달러를 쏟아 붓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제프리 이멜트는 성장 중시 전략을 감안해 직원 평가시스템에도 다섯 가지 요소를 새로 반영했다. 외부 지향성(external focus), 명확한 사고(clear thinking), 상상력(imagination), 포용력(inclusiveness), 그리고 전문성(expertise)이다. 이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엿보게 하는 항목들이다.

INTERVIEW| 세계적인 인재전략 전문가 조세미 컨설턴트

“인재전쟁서 승리하려면 ‘인사가 만사’ 실천에 옮겨라”

조세미 컨설턴트는 인재전략 부문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와 부즈앨런해밀턴을 거쳤으며, 지금은 독립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 11월 국내에서 발표한 저서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는 국내에서 6만여 권이 팔리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영국 런던에서 체류중인 그녀와 지난 23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세계적 CEO들과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고 들었다. 요즘 어떤 문의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인도와 중국이 세계 경제의 신성장 엔진으로 부상하면서 이 지역 인재들의 주가도 많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에서 사업을 이끌어나갈 현지의 인재(local talent)들에 대한 문의가 많은 편이다. 또 과거 서구우위의 일방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아시아인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 아시아를 이해하려는 시도, 어떤 것들이 있는가. 구체적인 사례를 공개할 수 있는가.

스위스 UBS의 아시아 퍼시픽 체어맨인 로리 탭너(Rory Tapner)를 보자. 그는 얼마 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아시아 근로자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해 사내에서 역할 바꾸기극을 도입했다는 얘기였다. 입장을 바꾸어 롤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부서장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시아 자회사 여직원의 역할을, 이 여직원이 부서장의 역할을 각각 담당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계기가 된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시니어 매니저들은 대부분 서양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재단하는 경향이 강한데, 중요한 것은 이미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가 이들의 사업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가늠하게 한다.

-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계 인재 찾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중국 사무소의 채용 전략을 도와주고 있다. 이 고객사는 향후 4∼5년간 지금까지의 추세보다 훨씬 많은 수의 다양한 글로벌 경험을 갖춘 중국계 인재들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중국계 인재들을 찾고 계발하는 프로젝트다.

- 인도나 중국은 인재들이 넘쳐나는 나라들이다. 다른 나라에서 중국계 인재를 찾는 배경이 궁금하다.

글로벌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들은 이 지역에도 여전히 적다. 아직까지 이러한 격차(Gap)가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

-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인재경영을 주창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이러한 분위기를 런던 현지에서도 느끼는가.

요즘 학계, 정부, 그리고 기업에서 칼럼이나 강의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최근에는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수업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 국내에서 인재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보통 삼성을 꼽는다. 동의하는가.

삼성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다. 삼성의 인재전쟁 전략은 가히 007 작전을 방불케 한다. 친분이 있는 한 한국계 미국인 학생이 내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첨단 과학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가 삼성 TV를 장만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삼성전자가 만든 인사과에서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력서도 내지 않은 그가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TV구입 때 무심코 적어 넣은 학교 및 전공, 주소 전화번호를 비롯한 인적사항을 무심히 넘기지 않은 것이었다. 삼성의 치밀한 소싱전략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말하는 CEO는 많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기업만이 인재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

-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볼 때, 인재 양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은 없는가.

삼성이나 LG에 입사하면 한국은 물론 해외의 자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눈에는 여전히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무척 강하다. 삼성에 입사한다고 하면 “한국에 가서 무엇을 할래”라는 식의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뿌리를 내리고 근무하기보다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회사라는 생각이 강하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가족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많이 바뀌어 나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기업들의 경우 나이나 성별이나 인종, 그리고 학연, 지연을 떠나서 성과로만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선입견이 강한 것 같다.

- 맥킨지와 부즈앨런에서 근무했으니, 이 컨설팅 회사들의 교육 시스템에 정통하지 않겠나. 한국기업과 어떤 점이 다른가.

맥킨지나 골드먼삭스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 뛰어나다. 맥킨지에 입사했을 때 경영대학원에 다시 입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떠올렸을 정도다. 이 회사에는 이공계나 인문계 출신자들도 적지 않은데, 모두 사내 경영대학원 코스를 거쳐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 회사인 골드먼삭스는 아예 자체 대학을 세우기도 했다.

- 이베이의 인사부문 담당자가 맥킨지 시절의 동료라고 들었다. 직함이 독특하다고 들었다.

글로벌인재 전략의 트렌드 중 하나가 ‘HR’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맥킨지 동료이던 액셀로드가 이베이의 인재관리 담당이(Chief Talent Officer)로 이동했다. 인사 부서는 행정적인 기능보다는, 탤런트 매니지먼트 이런 쪽으로 바뀌고 있다. 전략적인 역할 수행이 중시되고 있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인재전쟁중이다.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에서 어느 기업이 더 많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가는 바로 전쟁 중 어느 나라가 더 많은 최신무기를 갖추고 있는가와 마찬가지다. 글로벌 기업들은 앞장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