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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erview |이혁병 ADT 캡스 사장 달리는 승용차에서 경영을 논하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5-31 22:42


“한 길 물 속은 몰라도
열 길 사람 속은 알아야 참 경영자”

최고경영자가 손수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고, 그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부터 업계 현안까지, 폭넓은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기자는 최근 이러한 바람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주인공은 국내 무인보안업계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ADT캡스의 이혁병 사장. 삼성동 본사에서 부천, 그리고 다시 본사로 돌아오는 세 시간 동안, 직원 교육과 접목된 이 회사 특유의 사회공헌활동 모델, 그리고 국내 보안업계의 경쟁 구도는 물론 그의 디자인 경영론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지난 2002년부터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 사장은 이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시장 전체 매출의 70%를 달성하고 있는 놀라운 성과의 주인공이다. 그의 경영 방식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다.


이 사장과 기자, 그리고 이남희 사원이 참석한 이번 대담은 이 회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나눔사랑 택시 드라이버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편집자주

“성공한 경영자들은 주변사람들의 미묘한 변화를 절묘하게 포착해 낸다. 직원 가슴 속 깊은 곳의 불신을 치유하니 노사가 신뢰를 회복했다.”

“디자인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전략을 짜는 것은 인적·물적 자원을 보기 좋게 배치하는 것이기에 큰 틀에서 보면 디자인과 다르지 않다.”


햇 볕에 검게 그을린 건강한 피부의 50대 기업인. 그를 배웅하는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도무지 긴장감이라고는 엿볼 수 없다. 입사 후 처음 떠나는 야유회를 앞두고 마음이 들떠 있는 신입사원들이 떠오른다고 할까. 지난 22일 오후 5시20분,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무인보안업체 ADT캡스 본사.

이 회사 주차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검은색 승용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가 바로 일일 운전사로 나선 이혁병(53) 사장이다. 주말이면 한강 둔치로 달려가 수상스키를 즐기는 취미 덕분인지 나이에 비해 무척 젊어 보인다. 그는 첫 고객으로 이 회사 여성 관제사인 이남희(24)씨를 태웠다.

목적지는 경기도 부천. 업무 차 부천에 가는 이씨를 사장이 직접 태워다 주고, 이렇게 아낀 택시비는 박원순 변호사가 운영하는 ‘사랑의 재단’에 기부하게 된다. 단발성 행사는 아니며,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첫 주자로 이혁병 사장이 직접 나섰다는 설명이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출장을 떠나는 직원들은 평소 존경하던 선배나 간부 사원을 일일 운전사 겸 멘토로 요청할 수 있다. 목적지로 이동하는 도중에 자연스레 궁금했던 점이나, 직장생활의 노하우, 전문분야의 지식 등을 물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사회공헌 기금도 거둬들이고, 조직 운영의 효율도 높이자는 다목적 취지다. 기자는 이 사장이 직접 운전하는 자가용의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견해, 국내 무인보안시장의 실태, 그리고 이 회사가 급속 성장할 수 있는 배경 등을 내내 물어보았다.

차선을 바꾸랴 질의에 응답하랴 긴장을 한 탓일까. 오후 5시 40분경, 이 사장이 벌써부터 땀을 흘린다. 하지만 부임 초 상황을 설명하는 그의 설명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명확했다. 캐리어LG 대표이사를 지낸 그가 지난 2002년 이 회사의 사장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한다.

노조는 거의 매년 노사 분규를 일으켰다.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았다. 경쟁기업인 에스원은 이 틈새를 비집고 시장을 맹렬히 잠식해 들어갔다. 위기였다. 당시 그가 내놓은 처방전은 노사 양측의 신뢰 회복이었다. “직원들의 가슴속 깊은 곳의 불신을 보았습니다.”

성공한 경영자들은 주변사람들의 미묘한 변화를 절묘하게 포착해 낸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 유비, 그리고 손권을 비롯한 리더들은, 모두 한 길 물 속은 몰라도 열 길 사람 속을 간파하는 대표선수들이었다. 스킨십은 성공한 경영자들의 첫걸음이다.

함께 어울려 수상스키를 타고, 승마를 했다. 또 문화예술작품 관람을 하며 그들의 마음 속으로 한 걸음 걸어 들어갔다. 국내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현장 사원들의 유니폼도 산뜻한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일체감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그가 유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수상스키를 탈 때 겁에 질려 일어나지 못하는 직원들이 자세를 제대로 잡을 때까지 눈물이 쏙 빠지게 호통을 쳤다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지난 2005년 도입한 ‘열정 프로그램’은 화룡정점이었다.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열정’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묶었다.

매년 직원들이 연수원에 모여 1박 2일 일정으로 연극이나 운동 경기를 하며 팀워크를 다지는 한편, 직원들이 자신의 장기를 경매할 수 있는 사내 프로그램을 만들어 화합을 도모하기도 했다. 노래솜씨가 뛰어난 직원은 자신의 재주를 사내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다른 직원들이 경매를 통해 그의 재능을 돈을 주고 구입하게 된다.

이 회사는 글로벌기업 타이코 아시아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때 노사분규로 바람 잘 날 없었으나, 올해로 4년째 무분규를 맞고 있다. 본사에서 이 사장의 성공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보안산업은 미래의 블루오션
오후 6시 30분경, 퇴근 무렵이어서인지, 차가 꽉 막혀서 움직이지 못한다. 교통도 흐름이 있듯이, 산업에도 기회와 위기가 교차한다. 무인보안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는 없을까.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없을까. 화제를 자연스레 돌려보았다. 이 사장은 그러나 높은 진입장벽을 예로 들며, 이러한 가능성을 일축한다.

무엇보다, 고가의 장비를 수요자의 집이나 건물에 구축해야 한다. 외부인의 침입을 정밀하게 포착하고, 중앙의 관제탑에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또 이상이 발견됐을 때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유럽의 무인보안산업의 강자인 첩(Chubb)도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에스원과 캡스의 벽을 넘어설 수 없었던 것.

KT텔레콥이 기존의 유선전화망을 활용할 수 있는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시장 구도를 뒤흔들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그는 무인보안 분야의 강점을 활용한 신규사업 부문 진출 가능성도 일축했다.(박스기사 참조) 사업의 내실을 기하는 편이 실익이 클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경비로봇이나, 인터넷 회선을 활용한 서비스도 본사에서 개발을 완료했으나, 높은 서비스비용, 그리고 낮은 신뢰도 탓에 상용 서비스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그는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새로운 흐름에는 주목하고 있다고. 7월부터 색다른 광고를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7월부터 애니메이션 광고 선보인다
업계 최초로 애니메이션 형식을 빌렸다는 것이 홍보팀 관계자의 귀띔이다. 애니메이션 광고는 게임의 법칙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무엇보다, 기업고객이나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가정이 보안서비스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하고 있는 변화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하지만 장래에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폭력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현실에서 가정의 안위를 경찰들에게만 맡길 수가 있을까. 치안은 더 이상 공공재만은 아니다.

“브랜드가 아니라 이제는 러브마크가 돼야 합니다.” 이혁병 사장이 보안업체가 브랜드를 중시하는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툭 털어놓은 말이다.

자사 서비스에 대한 신뢰감을 주면서도, 친숙한 모습으로 브랜딩을 하는 것은 가까운 장래의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변수이다.

“지금은 ADT캡스라는 사명을 사용하고 있으나, 캡스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ADT로 브랜드를 통일할 예정입니다.”

브랜딩 작업은 그때를 대비한 이 사장의 용의주도한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 보안 시장은 에스원이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에스원과 ADT캡스 두 회사가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구도이다. 40% 가량을 캡스가, 그리고 나머지 시장을 후발주자인 KT텔레콥과 각 지역에 거점을 둔 중소 군소업체들이 분할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동차에서 휴대폰까지, 글로벌 무대는 온통 저가 경쟁이 한창이다. 소득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신흥 시장의 소비자들을 겨냥한 포석이다.

미국 기업들도 자국의 저소득층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비즈니스위크의 보도다. 삼성동 본사에서 출발해 여직원을 부천에 데려다 주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기까지 세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이혁병 사장은 서울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해군 장교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부임 후 연매출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그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보안업체를 이끌어 가는 수장이지만, 그는 최근 홍보실에 입사한 직원도,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력의 소유자를 선발할 정도로 디자인을 중시한다.

물론 디자인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지론에서다. 지난 1999년 국제산업디자인 대학원 과정에 부지런히 참가하면서 그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한다.

부임 후 유명 디자이너에게 직원들의 유니폼 제작을 의뢰한 것도 그의 이러한 성향을 가늠하게 한다.

“전략을 짜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자사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보기 좋게 배치한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캡스 성공의 핵심요소는 직원화합과 더불어 디자인의 중시에 있다고 봅니다.”

보안산업 新성장동력 살펴보니

“가능성 무궁무진… 프라이버시가 걸림돌”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가 음료사업에 진출한 것은 관련 다각화일까, 아니면 비관련 다각화일까. 전문가들은 회사의 가치사슬을 공유할 수 있는 부문으로의 진출은 겉으로는 성격이 달라보여도 관련 다각화에 가깝다는 분석을 한다. 담배회사의 음료사업 진출은 관련 다각화라는 얘기다.

보안산업의 경우 이런 분야에 해당하는 사업은 무엇일까. 기자는 이 사장에게 대형 할인점 등에 설치한 보안 장비라는 기왕의 인프라를 활용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대형 할인점이나, 공공기관에 설치한 보안관련 설비에 축적되는 방대한 자료가 자산이다.

자주 가는 코너, 동선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소비습관을 분석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고객사에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동선이나, 소비 습관을 정교하게 분석해 제공한다면 보안 상품 자체의 매력을 높이는 이른바 ‘락인 상품’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장은 하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보안 부문의 경우 소비자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 밖에 IT보안 부문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수익성이 떨어져 매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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