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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애널리스트가 말하는 한국 휴대폰의 갈 길



[이코노믹리뷰 2007-05-09 13:48]

SA연구원들 가운데는 5개 나라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뛰어난 인물들이 적지 않습니다.닐 모스톤 연구원도 해외 주요 언론에 자주 발언이 인용되는 간판급 연구원인데요. 하지만 적어도 사진만 놓고 보면 그는 좀 무뚝뚝해보이기도 하고, 뭐라고 할까요, 꼭 미국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난기 가득한 악동의 이미지라고 할까요 :). 한국업체들을 위한 맞춤전략을 제시한 그의 분석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보시죠.   

“모토롤라 부진 千載一遇 기회…
생산단가 낮춰 신흥시장 흔들어라”

“한국 기업들은 모토롤라가 부진한 틈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사가 제품 라인을 다시 정비하고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회하는 데는 최소한 1년 이상, 최대 2년 가량이 걸릴 것이다.”

세계적 시장조사 기관인 미국의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Strategy Analytics).’ 이 회사의 휴대폰 담당 수석연구원인 닐 모스톤(Neil Moston)은 지난 2일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생산단가를 더욱 낮추고, 아프리카·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유통망을 확장해야 한다며 모토롤라 부진이라는 호재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모토롤라는 올해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으며, 영업이익도 작년 4분기 대비 적자로 반전됐다. 반면 영업이익,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작년 한때 위기감이 높아가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울트라 에디션과 초콜릿 폰등의 선전으로 올 들어 뚜렷한 실적호전세를 보여주고 있다.

< Economic Review > < PK&WISE > 공동기획









< Economic Review > < PK&WISE > 공동기획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지난 1분기 선전을 했다. 한국 휴대폰 업체들이 판세를 뒤집는 데 성공한 배경이 궁금하다.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생산비 절감이 주효했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저가 GSM시장(low-tier GSM phones) 공략에 박차를 가한 것도 한몫했다. 한국 기업들은 너무 오랫동안 이 부문을 소홀히 해왔다(This is a segment of the mass-market that they have ignored for too long.) (나는)지난해부터 GSM 분야 공략을 강조한 바 있다.

시장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부심하던 삼성전자의 선전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 회사가 반전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 엇보다, 스타일리시한 제품군(stylish product portfolio)과 뛰어난 서브 브랜딩(sub-branding)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특히 모토롤라나 노키아에 밀리던 고가품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상을 회복했다. 이 회사의 울트라 에디션 슬림폰이 일등공신이다.

이밖에 아프리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점도 실적 호전의 또 다른 요소다.

하지만 LG전자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출하량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회사의 실적을 높이 평가하는 배경이 궁금하다.
LG 전자는 지난 1분기 출하 대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금까지 SA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7%대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비용을 절감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결과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3%, 이에 앞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LG전자는 이른바 프리미엄폰 전략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영업이익이 높아진 것도 이 덕분이 아닌가.
프리미엄폰은 판매 물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이윤폭이 높다. 더욱이 프리미엄폰이 브랜드의 전체적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They improve a brand’s overall appeal). LG전자는 프라다폰을 앞세워 상위 계층을 효율적으로 공략 중이다.

프리미엄 전략, GSM제품의 유통 채널 확대, 그리고 비용 절감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이 회사의 점진적 회복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These three elements are helping LG to steadily recover). LG전자는 세 가지 전략을 효율적으로 구사했다(LG is in the process of implementing a three-point strategy).

지난 1분기 성적표만으로 한국 휴대폰 업체들의 부활을 말하는 것이 시기상조는 아닌가.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이러한 상승세를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1분기 실적을 볼 때 이들 업체들이 몸을 추스리고 다시 포효할 준비를 한것으로 보인다(These are tentative signs that the big Korean players are on the verge of a comeback).

“탄탄한 재무제표, 첨단 기술, 그리고 부인할 수 없는 성장의 기록들을 보라. 모토롤라는 주주 가치를 (어느 회사보다)잘 만족시키고 있다.” 루비콘 강을 건너던 로마의 시저를 떠올리게 하는, 자신감에 가득 찬 이 발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에드 잔더 모토롤라 최고경영자이다.

히트상품인 레이저를 앞세워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이던 그는, 그러나 지난 1분기 적자로 투자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의 경영간섭 압력도 커지고 있는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올해 실적은 내우외환에 빠진 모토롤라의 위기대응 역량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모토롤라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업체들이 지난 1분기 선전할 수 있던 데는 이 회사의 부진도 한몫을 했다는 평이다.
사 실이다. 모토롤라의 시장점유율은 18%에 그쳤다. 전분기 대비 무려 4%가 급락한 수치다(Motorola’s global handset market share dropped from 22% in Q4 2006, to 18% in Q1 2007). 45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핀란드 노키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욱 우려할 만한 점은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5%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모토롤라 CEO인 에드 잔더는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뛰어난 경영자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된 배경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 장 큰 문제는 취약한 제품 구성이다. 중가, 그리고 고가 제품군이 부실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한걸음 뒤처져 있다(The core problem is a weak product portfolio in the mid- and high-tiers. Motorola is way behind in smartphones).

레이저의 인기가 시들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다(Its share of feature phones is declining).

무엇보다, 모토롤라 약진의 일등공신이던 ‘레이저(Razr)’를 대체할 상품을 선보이는 데 실패했다. 크레이저를 출시했지만, 경쟁사 제품에 비해 두께도 상대적으로 두꺼웠으며, 뚜렷한 특징도 없었다. 2.5세대 제품보다 더 나은 점이 별로 없었다(Above all, Motorola failed to replace the wildly popular Razr in 2006. The new 3G Razr is not ultra-thin, and it looks much less desirable than the earlier 2.5G version).

저가 정책을 질타하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인가.
저가시장(entry-tier segments)을 둘러싼 노키아와의 한판 대결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도 이러한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Yielding to pressure from investors to protect what little margins it had remaining, Motorola chose not to engage in a price-war with Nokia in entry-tier segments).

여기에 중·고가 제품군에서 마저 뚜렷한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Combined with its fading mid-high portfolio, this led to a much larger volume decline than many had originally expected). 저가시장에서는 노키아에 밀리고, 중·고가 시장에서는 노키아, 삼성전자 등에 패퇴했다.

더욱이 소니에릭슨도 꾸준히 모토롤라의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회사의 3세대 워크맨(3G Walkman)과 사이버샷(CyberShot)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모토롤라는 마케팅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위기를 곧 극복하지 않겠는가.
모토롤라의 위기 탈출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이다. 적은 플랫폼으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가격을 올려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제품 구성을 다시 바꾸어야 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에는 최소 1년에서 길면 2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본다(Its strategy to slash costs (e.g. fewer platforms) and raise pricing) will take at least four to eight quarters to execute).

분명한 점은 올해가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모토롤라를 뒤흔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다(This year is an optimum time for Samsung and LG to launch competitive attacks and to steal market share from Motorola).

경쟁기업의 악재는 호재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생산단가(production cost)를 지금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노키아나 모토롤라와 진검승부를 펼치기 위해서는 제품 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어야 한다. 중·저가, 고가 제품을 막론하고 제품 구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신흥 시장은 물론 유럽, 미국에서도 GSM제품의 유통망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밖에 전략적 제휴·합병의 가능성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The need for mergers will not disappear). 글로벌 시장에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지나치게 많다. 말 그대로 공급과잉이다(The global handset market is badly over-supplied, and there are too many vendors.)

한국 업체들의 경쟁 기업 중에서도 인수합병을 당하거나, 다른 기업을 넘겨받는 업체들이 나올 것이다. 잠재적인 후보기업들이 바로 사젬(Sagem), NEC, 파나소닉(Panasonic), 그리고 산요(Sanyo)이다.

올 들어 휴대폰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주춤하고 있는데, 올해 각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변수는 무엇인가.
신흥시장의 휴대폰 수요이다. 한국기업들은 신흥시장 공략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신흥시장의 선두주자들을 따라잡는 데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는가.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기업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노키아나 모토롤라가 몇 걸음을 앞서 가고 있다(It remains a long way behind Nokia and Motorola).

삼성은 특히 저가 GSM시장 진출이 다소 늦었다. 두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잡는 데 적어도 2~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Samsung is a late-entrant to the low-tier GSM market. It will take Samsung at least 2 to 3 years to catch Nokia and Motorola in emerging markets).

좋은 물건이 있어도 정작 판매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면 문제다. 유통망을 파고드는 일도 중요하지 않은가.
신흥 시장을 공략하는 모든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Distribution is the biggest challenge for all vendors in emerging markets). 인도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거미줄 같은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It takes massive resources to build out channels in huge countries like India and South Africa.)

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린다. 특히 시골 지역을 파고들기란 더욱 녹록지 않은 과제다(The process is expensive and time-consuming, particularly in rural areas).

노키아는 신흥시장에 이미 강력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광범위한 도소매 네트워크 파트너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이 회사와 필적할 만한 기업은 없다.

노키아는 적어도 이 부문에서 삼성전자나 모토롤라 등 경쟁기업들에 비해 2~3년 정도를 앞서가고 있다.

발밑을 살피는 일도 중요하지만, 멀리 내다보는 일도 간과 할 수 없다. 휴대폰 부문의 차세대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요르마 올릴라는 소프트웨어를 언급한 바 있다.
하드웨어는 여전히 글로벌 마켓을 지배하고 있다.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뛰어난 디자인을 지닌 휴대폰을 선호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휴대폰은 뛰어난 기능을 갖추고 있는‘작은 컴퓨터’로 점차 바뀌고 있다.(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전 회장은 한 경제월간지(strategy & business)와 인터뷰에서 휴대폰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내비친 적이 있다.) 노키아는 심비안과 공동으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해왔다.

모토롤라,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그리고 LG전자는 노키아에 비해 이 분야에서도 한걸음 뒤처져 있다(Firms such as Nokia and Symbian have led the way in smartphone software, while others like Motorola, Samsung, Sony Ericsson and LG are still lagging behind).

끝으로 올해 2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 전망을 해달라. 어느 해보다 변수가 많을 듯 하다.
전 세계적으로 2억6500만대 가량이 출하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가 증가한 수치이다. 재고 수준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본다.

지난 1분기 900만대 가량의 재고 물량이 소진됐는데, 모토롤라가 상당수 물량을 (밀어내기 식으로)판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We estimate that roughly 9 million units of inventory were burnt off worldwide, mostly by Motorola, in the first quarter of the year). 2분기 휴대폰 수요는 역시 신흥시장에 달려 있다.

휴대폰 업체 1분기 실적 돌아보니

“소니에릭슨·삼성전자 돋보여
LG전자는 수익성 큰폭 개선”

전 세계에 걸쳐 모두 2억5200만대가 지난 1분기 출하됐다. 전년 동기 대비 12%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전년 동기 성장률이 20%를 밑돈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라고 SA측은 밝혔다. 작년 4분기 재고 증가가 1분기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다. 모토롤라의 부진이 재고증가에 한몫을 했다.

노키아는 이 시기에 무려 9100만대를 판매했다. 모토롤라(4500만대)에 비해 두 배이상 더 많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36%를 점유했다. 요르마 올릴라가 공언한 40% 목표에 불과 4%만을 남겨두고 있다. 제품별로는 WCDMA제품의 출하가 증가했으며, 스마트폰과 뮤직폰 수요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다만 미국시장이 여전히 골칫거리(problem-child)로 남아 있는 점이 부담거리다. SA측은 노키아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지난 1년 동안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영업 이익이 13%를 기록했다. 모두 3500만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도 최근 2년래 가장 높은 13%에 달했다.

소니에릭슨도 선전을 거듭했다. 2200만대를 판매했으며, 시장점유율은 9%에 달했다. 소니에릭슨의 판매 성장률은 무려 노키아의 세 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SA측은 덧붙였다(Its annual growth rate of 63% is roughly three times that of its nearest major competitor (Nokia).

3세대 워크맨(3G Walkman)과 사이버샷(CyberShot)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 LG전자는 꾸준한 실적을 보여줬다.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7%로 큰폭 상승했다.

■ 닐 모스톤 연구원은 글로벌 휴대폰 산업 분석 담당 간판 애널리스트다. <비즈니스위크> <이코노미스트>등에 자주 발언이 인용되는 이 분야의 권위자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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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차지혁, 비운의 사나이

NEXT 로컬(Local) | 2007.02.21 19:47 | Posted by 영환

다시보는 차지혁, 비운의 사나이

다시 한번 출사표 던진 비운의 천재 차지혁




[이코노믹리뷰 2005-05-26 10:15] (차지혁씨를 만나본지도 벌써 1년 6개월이 훌쩍 지났네요. 그와의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어 , 차지혁씨가 아니신지요"  솔직히 저는 그를 사기꾼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그의 얼굴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차씨의 진면목을 정확히 파악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지요. 그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한가지 점만은 명확하더군요.그가 상당히 똑똑한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우 선 구사하는 단어의 수준이 남다른 데가 있었어요. 뭐라고 할까요. 매우 정교하다고 할까요.

인터뷰 내내 신세한탄, 억울함을 털어놓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책을 2만권 읽었다는 그의 주장이 허풍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차씨는 여러차례 불만을 털어놓더군요. 자신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번은 식당에서 라면을 먹다가 그의 전화를 받았는 데, 다시 라면을 먹으려고 하니 퉁퉁 불어 도저히 입에 대지를 못하겠더군요. 차씨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라진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휴대폰 메시지와 함께 가수 이승철의 〈인연〉을 배경음악으로 띄워 보세요. (당신의) 애틋한 마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풍운아(風雲兒) 차지혁 씨(47)가 5년여의 은둔 생활을 끝내고 다시 출사표(出師表)를 던지며 재기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999년 벤처기업 ‘미다스칸’을 설립하고 비상(飛上)을 꿈꾸다 사기공모 등의 혐의로 날개가 꺾이며 오랜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낸 그의 복귀 일성(一聲)은, 뜻밖에도 휴대폰 부가 서비스인‘컬트링’이었다. 신세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컬러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신(新)개념 서비스라는 게 그의 설명.


지난 17일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그의 개인 사무실(지인 회사의 사무실 한켠을 빌려 쓰고 있다)에서 만난 차씨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지난 5년간 치열한 반성과 더불어 뼈를 깎는 자기 개발 노력을 거듭해 왔다고 고백했다. 초췌한 얼굴에 움푹 들어간 눈은, 한눈에 보기에도 그가 보낸 풍상의 세월을 웅변하고 있었다.


“셋방을 전전했습니다. 조그만 골방에 묻혀 사업 구상과 연구에 골몰하다 보면 간혹 과거 교도소 생활로 다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하지만 소득은 있었다. 차씨가 이 기간 동안 출원하거나 등록한 특허 건수만 무려 100여 건. 이 특허를 활용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작품이 휴대폰 부가서비스인 ‘컬트링’인 셈이다.


지난 1990년 단돈 2만3000원의 자본금으로 자동차 관리업체 ‘트리피아’를 설립해 그 해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차씨의 화려한 이력 탓일까? 기자는 그에게 “휴대폰 부가 서비스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기존의 컬러링 서비스는 음성 통화 시장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컬트링은 서비스의 범위를 SMS, 무선 인터넷, 컬러링등 데이터 통신 시장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획기적입니다. ”아직까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그 누구도 개척해보지 못한 이른바‘블루오션(Blue Ocean)’시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문자 메시지 비용만으로 휴대폰 메시지를 배경 음악과 함께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자 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하거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윤종신의 〈너에게 간다〉나 장윤정의 〈어머나!〉등을 배경 음악으로 지정해 함께 보낼 수 있다. 메시지 사연을 읽다 보면 전송자가 지정한 음악이 동시에 은은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울려 퍼지게 된다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특히 음악을 듣거나, 다른 문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굳이 휴대 전화를 확인하지 않고도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를 컴퓨터 화면 상에서 바로 볼 수 있는 것도 큰 강점이다.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업무시간 대부분을 보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메신저 상에서 바로 상대편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날릴 수도 있으며, 인터넷 전화 환경을 갖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메신저 상에서 바로 통화도 할 수 있다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차씨는 조만간 이동통신 3사에 이러한 내용의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실패한 벤처기업인 경험도 소중한 자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투자자를 울린 희대의 사기꾼, 21세기판 봉이 김선달, 대중선동에 능수능란한 한국의 히틀러. 사실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은 아직도 만만치 않다.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이라도 팔았지만, 저는 물건도 없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피해를 안겼다는 게 지난 92년 저를 심문한 젊은 검사의 말이었습니다.”


차씨는 92년 트리피아 부도 후 그를 심문하던 당시 20대 검사의 발언을 담담히 회고한다. 그는 지난 1999년 미다스칸 주식 공모 과정에서도 사기공모, 과대광고 등의 혐의로 고발됐지만,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어느덧 세인들의 뇌리 속에 각인되면서 그를 두고두고 고통스럽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격 복귀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은 “두려움 탓이 컸다”고 그는 고백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역사의 뒷 무대로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4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자신을 겨냥한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매우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자신에게도‘패자부활’의 기회를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물론 옥석을 가려야 합니다. 머니게임을 하다 몰락한 벤처기업인인지, 아니면 치열하게 기술 개발을 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한 기업인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패한 벤처 기업인들의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입니다. ”


차씨는 특히 과거 자신의 도덕성을 통째로 허물어뜨렸던 여직원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현재 재심이 진행 중이며 무죄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당시 새천년민주당 소속)의 인터뷰 내용이 실린 월간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천 의원은 이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차씨의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기자는 차씨에게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넌지시 던져 보았다. 자신의 주장대로 무죄라고 하더라도 그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두툼한 서류 뭉치를 서랍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지난 1999년 미다스칸 공모에 참가했던 투자자들의 명단이었다. “투자 판단에 따른 손실은 투자자들의 몫입니다. 법적인 책임에서는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의적인 책임까지 회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추후 재기에 성공하면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 척박한 토양의 국내 벤처 업계에도 훈훈한 전례를 세워나가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차씨는 지금도 사무실에 아침 6시면 출근해 새벽 2∼3시가 돼야 퇴근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요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탐독하고 있다고 한다.


IQ 174의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차씨는 과거의 실패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그는 ‘조급증’ 탓이었다고 말한다. 지난 87년 대선 당시 평화민주당 캠프에서 연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을 조직하다 당 지도부의 눈 밖에 나자 스스로 당을 박차고 나온 그는, 지난 13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 수십여 명의 선거 기획 의뢰를 수주하며 정치권에서 상종가를 기록한 바 있다.


그가 훗날 벤처기업 설립과정에서 발휘한 기획 능력도, 이때의 경험이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이러한 성공이, 자신을 주변과 적당히 타협하지 못하는 ‘독불장군’으로 변모시킨 것 같다고 차씨는 고백했다. 그는 이제 인내의 미덕을 새삼 절감하게 됐다고 말한다. 일본의 관백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끈질긴 견제를 극복하고, 훗날 ‘미가와’ 시대를 활짝 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는 새가 울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다”는 그는, 지난 12일에는 지인들에게 빌린 도토리 79개로 사이월드에 자신만의 온라인 사무실(cyworld.nate.com/digitalboy)을 열어 1촌 맺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IQ 174의 천재…기다림의 미학 배웠다


차씨는 창의력이 뛰어난 인물로 유명하다. 지난 2000년에도 시내 곳곳에 단말기를 설치해 이를 통해 고객들이 제품을 살 수 있는 가상백화점과, 돈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는 ‘노머니 매직서비스’ 등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역시 차지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의 명성이 명불허전(名不虛傳)은 아닌 듯 했다. 그가 지난 2000년 저술한 《청년 차지혁 그 꿈과 야망은 늙지 않는다》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이 눈에 띈다. 치질 치료 약재가 첨가된 화장지, 선적립 마일리지가 들어 있는 역발상 신용카드 운용시스템 등은 지금 보아도 새롭다.


이날 인터뷰 중 그가 즉흥적으로 제안한 ‘은행 매장을 활용한 상품 마케팅’도 이른바 차지혁식(式) 재기(才器)를 가늠하게 했다. 그가 제시한 은행 내 백화점 상품 매장 설치 아이디어를 보자. 백화점과 은행이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백화점에서 한 주 동안 가장 높은 인기를 얻은 제품을 은행 점포에서도 판매한다는 게 골자다. 은행 방문객들은 송금. 환전 등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면서 물건도 구입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지난 2000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회장을 만나 게임서비스와 온라인 쇼핑몰을 제안했는 데, 이 사장이 이를 거부했다는 비사(秘事)도 공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당시 그의 제안을 수용했다면 인터넷 포털 업계의 판도가 변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


차씨는 요즘 후속 사업 준비 작업에도 골몰하고 있다. 직장인과 어린이들을 겨냥한 경제 포털 사이트가 그가 준비 중인 회심의 카드이다. 어린이들이 주식 거래를 실연해볼 수 있고, 특히 직장인들도 이곳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고수들에게 주식 거래를 위탁할 수 있다고 일부 기능을 귀띔했다.


이 경제 포털사이트가 출범하면 국내 증권산업 분야에도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그는, 아울러 한 업체와 손잡고 유무선 도메인 표준화 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재기에 성공한다면 될성부른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재단 ‘꿈은 현실로’를 세우고 싶습니다. 이 곳은 최고경영자의 학벌이나 인맥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창의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조직이 될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도 모두 이를 위한 징검다리일 뿐입니다. ” 그가 인터뷰 막바지에 밝힌 포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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