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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BM, 컨버전스, 그리고 SI시장

NEXT 오피니언 | 2007.05.08 20:43 | Posted by 영환
한국IBM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도 올해로 벌써 40년이 됐습니다. 40년이란 세월은  뽕나무 밭을 바다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이 회사도 초기에는 하드웨어 업체였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이 회사가 만든 운영체제인 OS2를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여전히 있을 겁니다) 그리고 컨설팅이라는 양날개를 장착했습니다. 세가지 부문을 아우르고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루 거스너, 그리고 샘 팔미사노 회장이 차례로 이 거대그룹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놀랄만한 변화를 주도했습니다.  북경에서 한가로이 나는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에서는 폭풍을 일으킨다고 했던가요. 본사의 변화는 변방, 그러니까 한국IBM의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아직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한국IBM의 컨설팅 부문에서 근무하는 한국내 컨설턴트만 무려 600명이 훌쩍 넘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중 가장 많은 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각에서 그 위력을 애써 무시하는 시각도 있지만 컨설팅 부문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그리고 컨설팅이 이른바 성공적으로 '컨버전스'될 경우, 한우물만을 파고 있는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설 때문입니다.
이노베이션 파트너를 자처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컨설팅 부문 덕분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설'에 그쳐온 감이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한우물만 파고 있는 개별업체들에 각각의 분야에서 밀릴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겠죠. 복합기 대 전문제품의 차이라고 할까요.)

첫 실험무대는 한국의 SI시장이 될 전망입니다. 이 회사가 한국진출 40주년을 맞는 올해 토종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SI'부문 공략에 적극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고 있습니다.
이 부문은 가격우위를 앞세운 국내 업체들에 지금까지 많이 밀려오던 영역입니다. LG CNS나 삼성SDS같은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팔미사노 회장은 요즘 '비전은 원대하나, 과연 현실에서 먹힐 수 있는 지 의문'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올해 한국 시장은 그의 비전이 과연 현실에서도 통하는 지를 가늠하는 작은 실험 무대가 될 전망입니다.
(올해 한국IBM이 SI부문에서 거두게 될 실적에 주목해주시죠, 불행히도 시장 상황은  썩 좋지는 않은 듯 합니다. LG CNS의 1분기 실적이 별로 좋지는 않다고 하네요.
고속 성장을 유지해왔지만, 올들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일감이 충분하지가 않아 사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컨설턴트들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시장이 점차 포화단계를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IBM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돌파해나갈지가 관심거리입니다.  한국IBM출신의 신재철 사장과, 한국IBM 이휘성 사장의 지략싸움도 볼만할 것 같습니다.:)



[이코노믹리뷰 2007-04-26 10:42] (사진속 주인공이 팔미사노 회장입니다.)


올 해로 한국 진출 40주년을 맞은 한국IBM이 국내 SI시장 재탈환의 기치를 높이 올렸다. 가격경쟁력에서 국내 경쟁업체들에 비해 현저히 밀리는 이 회사가 이러한 자신감을 피력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12일 발표한 국내 소프트웨어센터 설립은 시장 열세를 만회할 양수겸장의 카드이다. <편집자주>

'코모더티(Commodity)’. 우리말로 상품을 뜻하는 이 단어가 수년 전부터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 부쩍 자주 회자되고 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요르마 욜릴라 노키아 회장 등이 사내 직원들을 상대로, 혹은 기자들과 만나 언급하면서 관심을 얻고 있는 것.

상품, 서비스 부문을 가리지 않고 경쟁격화, 기술표준화로 더 이상 비교 우위를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은 사업 영역을 뜻하는데,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말한 ‘레드오션’과도 일맥상통한다. IBM이 지난 2005년 개인용 컴퓨터 사업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컴퓨터에서 휴대폰까지, 한때 최첨단의 영역에 있던 사업부문이 이멜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른바 상품화 지옥에 빠져들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시장 우위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영역이 바로‘SI(시스템 통합. system intergraion)’부문이다. 한국IBM이 한때 절대 우위를 자랑하던 텃밭이었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LG CNS와 삼성SDS가 속도전을 펼치며 판세를 뒤집었다.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주무기로 국내 시장 주도권을 잡고, 이 글로벌 기업의 이름값을 무색하게 한 것. 한국IBM은 적어도 이 부문에선 국내 업체들의 가격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한 SI 업계 관계자는 전한다.

하지만 올 들어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3월 이휘성 한국IBM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업체에 넘겨준 SI시장의 주도권을 재탈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 한국IBM이 SI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나왔으나, 최고경영자가 이러한 방침을 공표한 것은 처음이어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다만 가격 경쟁력이 토종기업들에 비해 현저하게 열세인 상황에서 불리한 판세를 뒤집을 카드가 명확하지 않아 그 배경과 더불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장이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SI시장 공략 카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진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올해 이 회사가 한국시장 진출 40주년을 맞아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내부 단속용 카드 정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2일 소프트웨어 솔루션 센터 설립발표는 이러한 분위기를 상당 부분 바꿔놓았다. 특히 연구 분야에 산업별로 특화된 SOA 솔루션, 최적화된 차세대 금융 솔루션, Web 2.0을 비롯한 신기술 및 첨단의 유비쿼터스 솔루션 등이 망라되며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모두 국내 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영역들이다. 이휘성 사장은 연구소가 HiPODS(High Performance On Demand Solutions)센터, 글로벌 뱅킹센터 오브 엑설런스(Center of Excell ence), 서비스기반아키텍처(SOA) 컴피턴시 센터 등 모두 4개의 전문 센터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연구소 설립은 어떤 포석을 지닌 것일까. 단기적으로는 국내 금융 시장 공략의 원군이다. 올 들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하나·외환은행 등이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인도 현지 점포 설립 인가를 따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되는데, 한국IBM의 입장에서는 놓칠수 없는 시장이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현지 시스템 구축은 물론 국내 모기업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한데, 센터 설립과 더불어 하드웨어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SI시장 공략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뱅킹 센터 오브 엑설런스는 전진기지다.

하지만 금융권 공략이 전부는 아니다. 은행이나 보험은 물론 제조업체도 중국, 인도를 비롯한 후발 주자들의 거센 추격 속에서 비용절감과 더불어 혁신 그리고 해외 진출의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잠재 고객기업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

이회사가 내세우는 강점은 명확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컨설팅 부문의 삼각 공조 시스템을 앞세운 일괄서비스이다. 소프트웨어연구 센터는 이른바 상품화 지옥에 빠져 있는 SI부문에 다시 비교 우위를 가져다주고, 무엇보다 국내 업체에 넘겨준 시장 탈환을 위한 화룡정점인 셈이다.

삼각공조 한국무대서 통할지 관심
한국 내 소프트웨어센터 설립은 글로벌 무대의 치열한 경쟁의 정도를 가늠하게 한다. 무엇보다, 블로그하는 경영자로 유명한 슈워츠가 이끄는 경쟁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부활의 기지개를 한껏 켜고 있다. 인도를 비롯한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거세다.

인포시스가 컨설팅부문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IBM의 텃밭에 도전장을 내고 있으며, 이 밖에도 우리나라의 LG CNS나 삼성SDS 등 각 지역의 강자들이 가격 경쟁력과 그룹사와의 특수 관계를 앞세워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IBM이 이에 맞서 내세우는 카드가 컨설팅,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서비스이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하드웨어를 앞서고 있는 컨설팅 부문, 그리고 소프트웨어 등이 성공적으로 컨버전스될 경우 ‘SI’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또 다른 비교우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샘 팔미사노회장 경우 전임자인 루 거스너의 업적이 워낙 뛰어나 그의 그림자를 떨치고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SI시장에서의 성패는 통합회사(Globally Intergrated Enterprise)를 비롯해 원대하지만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팔미사노 회장의 비전이 실제로 현실에서도 먹혀들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징표로도 읽힐 전망이다.

IBM이 만드는 통합기업은

최적 지역에서 부문별 기능 수행

세계에서 유일한 통합기업(Globally Intergrated Enterprise). IBM이 늘 강조하는 자사만의 강점이다. 샘 팔미사노 IBM 회장은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company)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 략, 회계, 인사를 비롯해 모기업과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진출국에 설립하는 과거 모델은 바뀌어야 한다. 마케팅, 인사, 회계 등 부문별 기능을 최적의 지역에서 수행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글로벌 조직이야말로 속도경쟁의 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것.

예컨대, 이 회사는 인사나 회계 업무를 자회사에서 각각 처리하지 않는다. 인건비 대비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지역에서 이를 전담하게 하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인도시장의 경우 이른바 이노베이션의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

아직은 통합기업이 완성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고 가야할 길도 멀지만 앞으로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기업 활동의 최적지를 찾아 배치하고, 특정 기능을 전담케하는 IBM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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