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Statistics Graph

 
 
특별 대담 |세계적 미래학자 로히트 탈와 한국과 기업의 미래를 말하다

[이코노믹리뷰 2007-05-17 12:15]


“파키스탄·UAE와 FTA 체결하고
기업 생존전략은 아시아서 찾아라”

10∼20년 후 글로벌 경제의 강자로 부상할 국가들을 미리 선점하라.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국가들과의 FTA를 서두를수록 한국기업들의 과실도 더욱 커질 것이다.” 영국의 미래전략그룹인‘패스트퓨처(Fast Future)’의 로히트 탈와(Rohit Talwa) 박사.

양친이 모두 인도인인 그는 아시아와 유럽 시장 양쪽에 정통한 미래학자로 손꼽힌다. 국제 항공학회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그는 지난 10일 <이코노믹 리뷰>가 주최한 대담에서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오늘날의 제국이라면, 이들 국가는 미래의 제국”이라며 한국 기업과 정부의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또 아시아의 부상은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기업 활동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메가 트렌드’라며 이들 국가야말로 한국 기업들에‘가장 강력한 성장의 수단(most powerful next way of growing)’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대담은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전무의 질문과 탈와 박사의 답변으로 진행했다.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한국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그는 당신과 한 가지 닮은점이 있는데, 혹시 알고 있습니까.

자크 아탈리요? 혹시 미테랑 정부에서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미래학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름을 한번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프랑스의 미래학자들은 전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고, 서술 방식도 매우 지루한 편입니다. 그들의 미래학 저서를 잘 읽어보지는 않습니다.

아탈리와 내가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처음 듣는 얘기네요. (그는 예상외로 아탈리를 잘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밝게 본다는 점입니다. 같은 유럽 사람인 자크 아탈리가 그런 발언을 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유럽은 결코 동일하지 않습니다. 27개 나라로 구성돼 있습니다. 불가리아나 독일을 떠올려 보세요. 국가별로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미국과는 여러모로 다르지요. 하지만 어디 아탈리뿐이겠습니까.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도 한국의 부상을 예견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세계적인 강국이 된다니 기분은 좋습니다만, 아탈리나 골드먼삭스가 좀 성급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우선 경제 규모가 크고, 훌륭한 교육 인프라도 지니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력도 풍부합니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년 간 자국의 역량을 충분히 입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회의감은 때로는 독으로 작용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세상의 누구도 자국의 성장을 되돌릴 수 없다는 신념이 강합니다.

혹시 이번주 <비즈니스 위크>를 보았습니까. 가장 혁신적인 기업 25개의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무슨 특별한 내용이라도 실렸습니까?

불행히도, 한국 기업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삼성도 현대도, SK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선정 기준(criteria)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는 기자가 건네준 이 잡지를 꼼꼼이 살펴보았다.) 이 잡지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비즈니스위크가 대단한 매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는 이 잡지를 설명하면서 ‘poor’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조사를 담당한 컨설팅 그룹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마치 (단순한) 디즈니(영화)와 같다고 할까요. 델, 도요타, 보잉…. 글쎄요. 이들이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가장 덩치가 큰 기업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웃음) 이러한 조사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입니다(Don’t get too crazy about this).

당신이라면 어떤 기준을 이번 혁신 기업 평가 작업에 반영시켰을까요.

영국에 제 오랜 벗이 한 명 있습니다. 이 친구가 어느 날 저를 찾아와 사업 아이디어를 털어놓았습니다. 유럽에서는 저가 항공이 요즘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만, 그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습니다. 런던과 뉴욕을 운행하는 프리미엄 항공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털어놓은 뒤 불과 9개월 만에 실제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신속합니까.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속도 또한 주요한 혁신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실행의 속도(speed of execution) 항목이 빠져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 기업인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이번이 올 들어 두 번째 방한입니다.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중국과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주는 불안심리는 대단한 듯합니다(They feel, smell, touch competition from China and Japan). 기업인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강자로 남을 수 있는 방안에 목말라하고 있으며, 특히 아이디어의 확보, 그리고 그 실행 속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인들이 의기소침해 있으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아마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분명 강한 나라입니다.

기업인들이란 으레 엄살부터 부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과 유럽의 고객사들은 한국 기업인들과 다른 점이 있나요.

벌써 3~4년 정도가 지났나요. 투자은행이나 시장조사기관들이 러시아, 브라질,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를 세계경제를 주도할 차세대 국가로 꼽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사들은 이제 브릭스 이후 세계 경제를 선도할 미래의 파워하우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more..


 

다만, 한국, 그리고 유럽·미국 기업인들은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조언을 해주면, 그들은 “당신의 제안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요”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일종의 조바심입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 기업인들은 비교적 느긋한 편입니다.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식입니다. 미국과 유럽은 오랫동안 글로벌 경제의 파워하우스였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군림하다보니, 몸에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아직도 아시아 시장에 대해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 틈을 파고 들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불안감은 아마도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 탓이 아니겠습니까. 잘 나가던 모토롤라가 올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순익도 급감했습니다.

(모토롤라는) 잘 나가다보니, 아마도 자족한 탓 일겁니다. 중요한 것은 예측 능력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물론 이 부문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10~20년 후 부상하게 될 미래의 경제 강국(the empire of future)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분명 아쉬운 대목은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나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지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 시장의 터줏대감들과 맞장을 뜰 수 있을까요.

꼭 인도나 중국에서 승부를 낼 필요가 있을까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나이지리아…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신흥시장이 있습니다.


more..


 


파키스탄은 좀 위험한 나라가 아닌가요. 북한에 농축 우라늄 기술을 전수해준 당사국이기도 합니다.

텔레비전만 봐서는 세상을 알 수 없습니다. 브라운관에 비친 파키스탄의 이미지는 매우 왜곡돼 있습니다. 테러리즘이 횡횡하고, 마약 거래가 보편화되어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하다는 식입니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나라에 가서 누가 사업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실제로 가보세요. 최대도시인 ‘카라치’의 기반 시설은 인도 뭄바이보다 훨씬 낫습니다. 문맹률도 인도에 비해 훨씬 낮고, 정책 담당자, 그리고 민간 기업인들의 개발 의지도 강렬합니다. 김 전무님에게 묻겠습니다. 한국에서는 기업 설립 절차에 얼마나 걸립니까?

파키스탄에서는 불과 하루면 충분합니다(One of the interesting things is that you can start your business in just one day).


more..파키스탄 자세히 보기




혹시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격이 되지는 않을까요. 한국 기업들이 당장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유망 사업 분야는 무엇일까요.

제 말이 과장이라고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 나라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액은 이미 인도의 3분의 2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 나라의 크기는 인도의 6분의 1에 불과합니다. 한국 기업인 여러분, 너무 늦기 전에 파키스탄행 열차에 올라타세요. 서비스와 소비재 부문이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telecommunication)부문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건설도 매력적인 영역입니다. 발전소, 하수 시설부터 위생시설까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건설이라면, 건설 부문에 눈을 돌릴 수 있겠죠. 또 삼성이나 다른 기업들도 자사가 강점을 지닌 영역을 한번 찾아보세요.

파키스탄이 유망한 시장이라면, 왜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까요.

글쎄요. 왜 그럴까요(웃음). 나는 경제학자들의 말에 잘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I am not listening to economists). 그들은 매우 ‘테크니컬’하고, 분석적입니다. 복잡한 차트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정교함에 집착하다보니 때로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총체적인 얘기를 전달하지 못합니다(They don’t give you full story). 더욱이 사람들의 열정과 에너지(passion and energy)의 의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중국과 인도를 이끄는 힘이 무언지 아세요. 바로 그들의 경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입니다.

혹시 정부가 담당할 역할은 없을까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말마따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기업이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는 없겠죠(웃음). 한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유무역협정이야말로 자유시장 경제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FTA is natural part of infrastructure of free market economy).

하지만 한 가지 유념할 점은 분명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을 비롯한 오늘날의 제국(empire of today)과 협정을 체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선을 미래로 돌릴 필요도 있습니다. 10~20년 후에 부상할 국가들을 떠올려 보세요.

당장의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가 좀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떠올려보세요.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여러 부문에서 교역을 해왔으며, 그 규모도 엄청납니다. 이해 당사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양국간의 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너무 많은 현안이 양국간의 자유무역협정 타결을 지연시켰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연합 소속 27개 나라의 이해를 일일이 조율해야 합니다. 하지만 파키스탄이나, 나이지리아, 중동 국가들이라면 사정은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져봐야 할 변수들이 미국이나 유럽연합만큼 많지 않습니다.

너무 복잡해지기 전에 이들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면 어떨까요. 좀 더 일찍 움직여 실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시장 선점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의 제국은 물론‘미래의 제국(the empire of future)’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해외 진출 전략을 벤치마킹해볼 만한 국가가 있을까요.

한국에도 달러가 넘치지 않습니까. 싱가포르는 투자공사를 만들어 해외에서 여유 자금을 잘 운용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들의 접근방식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옵니다. 투자 부문에 관한 한 싱가포르는 훌륭한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파키스탄이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중국 모델을 따르기를 원합니다. 자국을 단순한 소비시장이 아니라 이노베이션 센터, 교육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합니다. 막대한 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도 정부지만, 한국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이 예전만 못하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성장에 전력을 다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GE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연평균 8%를 뛰어넘는 높은 성장률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아시아는 미래의 성장을 담보할 시장입니다. 강력한 성장의 수단입니다 (most powerful next way of growing).

문제는 이들 시장에 하루빨리 진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 소비자들이 한국 기업을 마치 자국의 토종기업처럼 여기게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볼까요. P&G의 ‘헤드 앤 숄더(Head and Shoulder)’샴푸를 중국인들은 중국제품으로 착각합니다.

그들에게 존경심을 보여주세요(recognize and treat this country with respect).이 모든 일에서 기업가 정신은 매우 중요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정신이 충만한 기업인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화제를 좀 돌려볼까요. 한국 기업인들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메가 트렌드는 무엇입니까.

‘아시아의 부상(emergence of Asia)’입니다(웃음). 아시아, 그리고 중동은 미래에 떠오를 강국입니다. 당장 발밑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멀리 내다볼 줄도 알아야 합니다. 특히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그리고 UAE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중동국가의 예언자(visionary)들은 선견지명이 있습니다. 이들의 아이디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탈리는 보험 산업의 득세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당신이 보기에는 어떤 산업이 장래에 부상할 것으로 예상합니까.

아탈리의 예측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설득력은 있습니다. 우선, 사람들의 수명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노후를 직접 책임져야 할 필요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인도는 불과 10달러짜리 생명보험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India is pioneering 10 dollar life insurance policy).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매우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 기업인들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굳이 직접 만들어낼 필요도 없습니다. 자국 시장에 가져가서 활용해 보세요.

환경 산업을 미래의 차세대 수종 산업으로 파악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많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각 산업에 몰고 올 파장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환경 문제에 관한 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만약 중국 사람들이 미국인들처럼 자동차를 좋아하게 된다면, 중국 전역은 10억대의 자동차로 뒤덮인 거대한 주차장이 될 것입니다. 지구가 다섯 개가 더 있다고 해도 절제하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어려워 질것입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국내 기업은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법에 대한 훈련도 필요합니다. 정보는 모두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빠른 변화 속도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파키스탄 그라민 은행의 총재인 ‘무하마드 유누스’와 같은 인물을 보세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담 =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전무
정리 =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로히트 탈와 박사 관련 기사




신고
Special Report |“전략 있는 경영자는 아시아 시장에 눈 돌린다”

[이코노믹리뷰 2007-04-18 00:39]영국국적의 미래학자인 로히트 탈와 패스트퓨처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이 양반이 일정이꽉 짜여 있어 결국 출국당일 인천공항에서 가까스로 만나볼수 있었습니다. 국적은 영국이지만 외모에서알수 있듯이, 부모가 모두 인도 사람들입니다.
유럽출신답게 인터뷰 내내 미국중심의 사고를 극복해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내달 7일 다시 우리나라를 찾는다고 합니다. 자 미래학자 로히트 탈와와의 대담 내용을 읽어보시죠 :)
Special Report |“전략 있는 경영자는 아시아 시장에 눈 돌린다”

[이코노믹리뷰 2007-04-18 00:39]





미래학자 로히트 탈와 단독 인터뷰
“가난해지는 미국 집착말고 아시아 시장에 눈을 돌려라”

“아시아 시장에 눈을 돌려라. 파키스탄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 지 혹시 알고 있는가. 아침에 가서 신고를 하고 법인설립 허가를 얻기까지 불과 하루면 충분하다.”

“한국기업인들은 더욱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미국에 다가가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을 주시해야 할 때다. 미국은 가난해지고 있다”

‘반야’. 불가(佛家)에서 널리 쓰이는 말로 깨달음의 절대 경지를 뜻한다. 경영자들의 입장에서는‘통찰력’이라는 용어가 더 와닿지 않을까?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미국의 앨빈 토플러 박사. 그는 정보통신혁명부터 프로슈머의 등장까지, 지금 다시 보아도 탁월한 선견지명을 발휘하며 문명을 떨쳐온 석학이다.

수리공에서 기자, 그리고 컨설턴트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어온 그의 인생역정이 이러한 통찰력의 밑거름이 됐다고 그는 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강호에 영걸이 토플러 박사 하나뿐일까. ‘로히트 탈와(Rohit Tlawa)’ 패스트퓨처 대표. 유럽권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 학자는 특히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 분석에 탁월하다는 평이다.

그를 본지가 단독 인터뷰했다. 한미FTA, 중국 경제의 미래, 글로벌 기업의 이노베이션 등이 주요 화제에 올랐다.

탈와 박사는 이번 방문길에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재희 사장, 그리고 삼성그룹 국제전략부문의 전문가들을 한 수 지도하고 지난달 말 영국으로 돌아갔다.

패스트 퓨처(Fast Future)라는 조직이 다소 생소하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패스트퓨처는 영국의 미래전략 두뇌집단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위탁을 받아 시장 리서치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미래의 트렌드가 주요 연구대상이다. 기후변화, 중국·인도 경제, 그리고 앞으로 부상하게 될 비즈니스 모델까지, 경영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현상이 관심사이다.

영국에도 당신과 같은 미래학자가 있는지는 몰랐다. 앨빈 토플러나 나이스 비트, 혹은 제임스 캔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앨 빈 토플러를 보자. 그는 미국인의 눈으로 세상을 응시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변화가 과연 미국에 좋은 지 아닌지가 그의 주요 관심사이다. 미국인의 잣대로 세상을 재단한다. 하지만 내 시각은 글로벌하다. 무엇보다, 세상사를 가치 기준에 따라 판단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한다(I try to understand rather than to judge).

이번 방문길에 중국시장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중국 증시의 급락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적지 않다. 당신 같으면 이 시장에 계속 투자를 하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중국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도 10% 정도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언제쯤 따라잡겠나.
누가 알겠는가(웃음). 미래학자는 족집게 도사가 아니다. 시나리오별로 살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중국이 2030∼2040년쯤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가정에는 몇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무엇보다 내륙 지방, 그리고 서부지역이 빠른 속도로 개발돼야 한다. 이 지역에는 아직도 낙후된 곳들이 많다. 이들 지역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또 내수시장이 좀더 성장한다면 이르면 20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 의회가 중국에 대해 지속적인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되지 않겠는가.
위안화가치가 오르면 중국기업들의 수출 가격이 상승한다. 수출 가격이 오르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을 기업 중에는 미국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이 중국에서 만드는 물건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에서 조립해서 미국으로 가져오는 물건이 비싸지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또 미국 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 이노베이션 역량 강화와 더불어 빠른 속도로 기술격차를 줄이고 있는 중국 기업을 과연 한국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까.” 중국 경계론의 핵심인데, 국내 일각에서 위기론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타결된 한미 FTA로 화제를 돌려 보았다. 이 협정이 옹호론자들이 주창하듯이 중국의 추격에 맞서 한국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냐는 의문에서다.

한미FTA가 한국 경제 도약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이번 방문길에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 기업인들이 한결같이 의기소침(depressed)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내게 일본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중국이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고 걱정을 토로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내게 끊임없이 물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우려를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인들은 지난 수십년 간 놀라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왔다. 한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은 국제적으로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혁신을 해야 하는지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그는 이번에 이재희 인천공항공사 사장,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 그리고 삼성그룹의 글로벌전략부문(Global Strategy Unit) 관계자들을 만났다.)

미국과 FTA를 굳이 체결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런 뜻인가.
한미FTA는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본다(It is a probably right way to go).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인들은 하지만 더욱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미국에 다가가면서 동시에 다른 지역을 주시해야 할 때이다. 미국은 가난해지고 있다(America is getting poorer).

많은 문제를 이미 노출하고 있다. 아시아나 유럽 기업은 경쟁격화로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도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기업인들은 좀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좀더 자신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매사를 살펴 대비함은 동양 지도자들의 전통적 덕목이다. 조금함을 꼭 부정적인 징표로 볼 필요가 있는가.
비관 주의는 자칫하다 스스로의 잠재력을 해칠 수 있는 독이다. (나는)당신과 같은 언론인들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언론인들은 비즈니스를 배워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매사에 부정적인 경향이 있지만 좀더 겸손해질(humble) 필요가 있다. 2%가 부족하다. 사회에 무엇을 제공할지, 어떻게 대안(positive solution)을 제시할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한국 기업인들이 좀더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아시아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단적으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인구를 떠올려 보라. 이들 국가가 성장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 밖에 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여전히 미국에 집착하고 있다(Asia is still obsessed with America).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의 시장성을 논하기에는 좀 성급한 것이 아닌가
파키스탄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혹시 알고 있는가. 아침에 가서 신고를 하고 법인설립 허가를 얻기까지 불과 하루면 충분하다. 한국은 어떤가. 파키스탄은 인구도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들 나라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당장은 매력이 떨어지더라도 앞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나라는 여전히 정치적으로도 불안한 구석도 있다.
물론 정치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감내해야 한다.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신흥시장들이 속속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고 있는 데, 너무 늦기 전에 이들 시장에 깃발을 꼽아야 한다. 한국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당장 중국 시장에서도 밀려나는 분위기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미국 상무성이 최근 펴낸 리포트를 보자. 이 보고서의 요지는 간단하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이른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중국의 성공에 헌신한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 부분에 매우 신경을 쓴다.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한국 기업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곳이 어디라고 보는가.
폭스바겐이다. 중국인들은 이 회사가 독일회사라는 점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폭스바겐이 중국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여전히 한국 기업으로 파악하는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다. 중국은 원대한 비전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기술과 이노베이션 역량을 키우길 원한다. 중국의 대학들과 리서치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전개하라. 그들을 가슴속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아니라 중국기업이 돼야 한다.

IBM글로벌 서비스는 분기별로 글로벌 기업인들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략적 고려요소 가운데 최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다양한 답변이 나왔지만 무엇보다, 이노베이션이 1위를 차지했다. 로히트 탈와 박사에게 글로벌 기업들의 이노베이션 동향을 물어보았다.
라플리가 이끄는 P&G는 이른바 C&D전략으로 유명하다.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구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접근방식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를 보자. 이 회사는 아이디어를 많은 곳에서 얻는다. 그리고 시장에 즉각 선을 보인다 (They take ideas from many places. rolling out to big market places). 시티뱅크도 이런 접근에 매우 뛰어나다. 글로벌 마켓의 소비자 동향 파악역량이 탁월하다.

내 고객사인 리드이그지비션도 비슷하다. 그들은 탁월한 식견을 지닌 고객들로 구성된 고객패널(creative customer panel)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의 도움을 구해 트렌드를 이해하고, 또 자신들의 제품에 반영한다.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인 노키아는 독특한 이노베이션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노키아는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시장에 빨리 내놓기로 정평이 나 있다. 사내 투자제도 덕분이다(investment Funding only for the company). 무엇보다, 디자인 역량 덕분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훌륭히 구현하는 점이 다른 기업들이 쉽게 따라가기 힘든 점이다. 디자인 역량은 이 회사의 가치사슬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요소이다.

캐논-브룩스 IBM 부회장은 지난해 기자에게 한국기업이 핵심활동을 여전히 자국에 묶어두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진단에는 동의하는가.
연구개발, 디자인을 비롯한 핵심 활동을 자국에 두는 경향이 있다. 동의한다. 특히 이노베이션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디자인이다.

인도시장을 좀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도 대학의 연구기관은 일부 일류대학을 제외하곤 연구 시설이나,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물을 확보하면 되지 않겠는가.

정보가 많다고 해서 통찰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통찰력을 얻는지 궁금하다.
여행을 많이 다닌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을 자주 방문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런 생각을 지닌 아버지를 둔 덕분에 올해 7세인 내 아들은 쿠바부터 미국, 인도, 캐나다까지 이미 많은 나라를 가 보았다. (웃음) 매년 한두 개의 새로운 나라를 방문하게 하려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지금부터 대비해 나가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자녀가 있다면 중국어부터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웃음) 내 아이들은 만다린어를 배우고 있다. 그들이 졸업할 때 중국 회사에서 근무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선택의 기회는 넓어질 것이다. 생각하는 법에 대한 훈련도 필요하다. 정보는 모두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다.

빠른 변화 속도를 담아내지 못한다. 무엇보다, 파키스탄 그라민 은행의 총재인 무하마드 유누스와 같은 인물을 보라.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만트라 고샬에서 프라할라드까지, 인도출신의 학자들은 공동체 주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었는데, 혹시 영국으로 가져가고 싶은 것이 없는가.
아시아나 항공과 인천국제공항이다.(웃음) 수많은 나라의 비즈니스 항공석을 이용해 봤지만, 아시아나처럼 서비스가 탁월한(fantastic) 곳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 인천공항도 서울까지의 접근성, 수화물 시스템이 뛰어났다. 영국에 돌아간 뒤 기꺼이 그들의 우수함을 알릴 것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이코노믹리뷰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블로그/카페 담기 질문하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블로그/카페 담기


신고
세계 자본 블랙홀 |⑦인도 전진기지 싱가포르를 가다

[이코노믹리뷰 2006-05-30 20:39] 한미FTA체결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습니다. 언론에서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칭송하는가하면, 다른 쪽에서는 자칫하면 나라를 결딴낼수 있는 매국의 행위로 폄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번주 우리나라를 방문한 닉 라일리 GM대우 이사회장도 감지했기 때문일까요.

자신의 저서인 <닉라일리, 열정>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가 이 협정을 비준할 지 여부를 오히려 기자들에게 물어보더군요. 농민들을 비롯한 이해 계층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던거지요. 물론 그는 한미FTA가 양국을 번영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양국의  교역규모를 늘리고, 양국민도 혜택을 볼 것이라는 논립니다.

제 2의 히딩크 소리를 듣는 닉 라일리지만, 그의 목소리가 먹혀들기에는  한국내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습니다. 또 격렬합니다. 무엇보다,  양국의 분업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두나라의 기술격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부문에서 미국이 알짜배기 고부가가치 부문에, 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과 경합을 벌여야 할 이윤폭이 작은 영역을 각각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나름대로 기술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제조업이 이 지경이니, 이 논리대로라면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부문은 파장이 더욱 크겠죠.

미래에셋 싱가포르법인의 도전
저는 작년에 싱가포르를 다녀왔습니다. 이 나라에 법인을 신설한 미래에셋의 현지 운영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래에셋이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금융강자들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이 나라에 직접 진출한 배경은 명확합니다.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지 않고서는
슈로더를 비롯한 세계금융시장의 강자들에 영원히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 탓입니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사정을 자신의 손금 보듯이 들여다보며 펀드 상품을 설계하고, 또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들이 설계한 펀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이른바 OEM상품을 내는 데 만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래에셋은 이러한 구도에 도전장을 낸 셈입니다. 미래에셋 싱가포르 법인의 한국인 직원은 글로벌 무대를 상대로 펀드를 운용해본 경험이 일천한 것이 유일한 한계라며, 이곳에서 인도, 싱가포르 출신 펀드 전문가들과 부딪기다 보면  자신도 더 강해질 수 있지 않겠냐고  기자에게 털어놓더군요.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죠. 도전이 실패할 경우 물론 상당한 출혈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그 과실은 매우 달콤할 것입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분들은 자꾸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가 뭐 개네들하고 맞짱을 뜨는 게 가능하겠어. 뒤치닥거리나 하다 마는거지뭐.'

과장을 좀 섞자면 이런식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바라 볼 필요가 있을까요. 미국 기업들과 머리 터지게 싸우다 보면 우리도 얻는 것이 있겠죠.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탈와박사는 지난 일요일 인천공항에서 기자에게 "한국사람들은 지금까지 여러 기적을 통해 자신들의 역량을 세계에 입증하고도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미래학자 탈와, 한국인들 자신감 가져라
인천공항의 뛰어난 서비스,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의 훌륭한 기내 서비스를 예로 들면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칭찬했습니다. 탈와박사를 들먹일 것도 없이, 중국이 우리의 턱밑까지 추격해 들어왔으며(라일리도 이때문에 고민이 많은 듯 했습니다),  선진국들은 저만치 도망가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힘을 키우지 않고서는 생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광요 멘토 미니스터가 이끄는 싱가포르가 국가로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이 나라는 먹을 물조차 부족했으며, 주변의 이슬람 국가들로 둘러싸인 섬과 같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지도자들의 리더십으로 이 모든 난관을 헤치고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자국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협정 타결로 변화에 따른 고통이 따를 것이며,  이 때마다 반대론자들은 이러한  폐해들을 물고 늘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고통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나라 전체의 부가 늘어나도 이 혜택이 골고루 전 계층에  돌아갈지는 불명확합니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설사 양국의 분업구조가 강화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배우는 바가 있을 겁니다. 떠오르고 있는 신흥시장에서  슈로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금융기업들, 그리고 GE와 일합을 겨루는 제조업체들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누가 예단할 수 있겠습니까.

탈와박사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FTA협정을 체결하되, 떠오르는 신흥시장을 무시하지 말라. 미국은 점차 가난해 지고 있으며, 이곳에 올인을 해서는 안된다. 기업들은 FTA로 체질을 강화해 나가되 한국인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을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여라. 먼저 깃발을 꽂아라"

탈와박사의 조언인데요. 저는 그의 말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대통령은 이번 결단으로  한국경제 번영의 길을 닦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탈와의 말은 아닙니다. )저도 이러한 평가에 동의합니다. 개혁과 개방으로 번영의 길을 걷는 싱가포르 현지 르포를 한번 읽어보시죠.




아시아 펀드시장 도전하는 미래에셋 자산운용
한 해 벌어들이는 돈 4000억…
상품 8조원 수출하는 기업과 맞먹어

지난달 (5월) 10일 오전 10시, 싱가포르 신(新) 금융가에 위치한 ‘센테니얼’ 타워.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이 입주해 있는 이 건물로 통하는 도심 곳곳에서는 건물 보수·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당시 신 고점을 향해 치닫는 이 나라 증시의 들뜬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택시 창 밖을 통해 바라본 도심은 아스팔트가 녹아 내릴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활력이 넘쳤다.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리센룽)과 며느리가 각각 총리와 국영 투자사인 테마섹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작은 도시국가. 중국에 다국적기업 아시아 본부를 대거 빼앗기며 비상벨을 울리는 섬나라를 떠올리던 기자의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인도·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인들이 중국계보다 숫적으로 더 많아 보이는 점도 이채로웠다. 30도를 훌쩍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안전모를 쓴 채 공사 현장에서 측량을 하거나 드릴을 다루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현장 직원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중국계가 아니었다.

“근무여건이 열악한 야외 업무는 거의 말레이시아나 인도 출신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국계의 경우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어서 집안일을 돌보는 인도인 하녀들도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택시 기사인 중국계 리궈룽씨의 친절한 설명이다. 코손킹 호텔에서 택시로 20여 분 거리인 센테니얼 타워의 1층 안내원 역시 인도인이다.

붉은 장신구를 이마 한복판에 단 그녀는, 여권 대신 ‘주민 등록증’을 건네는 기자에게 방문 목적을 묻는 간단한 질문과 함께 보안 카드를 건네준다.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풍부한 인력, 뛰어난 금융 인프라, 세계 유명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인도 출신의 금융 전문 인력들….”

싱가포르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건물 23층에서 기자를 반기는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의 이현복 펀드 매니저는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날씨가 무더운 데다, 담배가 지나치게 비싼 것(한 갑에 우리돈으로 8000원 정도)이 유일한 흠이라면 흠일까.

무엇보다, 비행기로 4시간30분 가량 소요되는 인도와의 지리적 근접성은 이 지역의 큰 강점이다. 건설 현장에서 일반 가정, 그리고 금융 부문까지, 인도인들이 대거 근무하고 있는 데는 이처럼 양국의 가까운 거리도 한몫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세계 투자의 블랙홀 중국에 맞서 물류나 금융부문에서 여전히 아시아의 허브로 군림하고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아시아 제일의 자산운용사로 성장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미래에셋이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도 이러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적립식 펀드 상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바람몰이를 한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의 스타급 펀드 매니저를 잇달아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현주회장 세계시장 공략 고삐
연중 6개월 해외에서 보내

“미래에셋이 작년에 인도·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4000억원 정도에 달합니다. 수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8조원 규모의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과 비슷한 이익을 낸 셈입니다.” 김미섭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 이사의 설명이다.

컴퓨터·반도체 등 제조업은 물론 금융 부문에서도 수출 효자 기업의 등장 을 선언한 셈이다.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의 강점은 명확하다. 무엇보다, 떠오르는 유망 시장인 인도를 코앞에 두고 있는 데다, 국제 금융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인력을 비교적 유리한 조건으로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다. (박스기사 참조)

“슈로더 출신에서 헤지펀드 근무자까지, 좀 실력이 있는 친구다 싶으면 이 곳 금융가에 소문이 순식간에 쫙 퍼집니다.” 200억원 규모의 퀀트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이현복 펀드 매니저는, 싱가포르 헤드헌팅 업계에는 내로라하는 펀드 매니저 풀(pool)이 이처럼 풍부하다고 귀띔한다.

인도에 투자하는 인디아 솔로몬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디피시 펜데이’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이러한 경로를 통해 이 회사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는 ‘스테이트 뱅크 오브 인디아’ ‘프랭클린 템플턴 자산운용’ ‘푸르덴셜 ICIC자산운용’ 등에서 10여 년 간 펀드 매니저로 일한 전문가.

물론 이들에게 지급하는 연봉은 적지 않다. 인도인 매니저들의 몸값은 국내의 스타급 펀드 운용자들을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전문 인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게 미래에셋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미래에셋이 인도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성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 지역 배후 국가가 지척인 점도 매력적이다.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인도·말레이시아·태국 등에 대한 투자를 총괄하는 본부로 활동하는 배경이다.

미래에셋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놓고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불거지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으며, 리서치 능력 등에서 상당한 우위에 있는 내로라하는 시장 강자들에 맞서 진검승부를 벌이기에는 아직 위험 부담이 적지않다는 것.

피델리티나 슈로더를 비롯한 세계적인 자산 운용사들이 설계한 OEM펀드를 들여오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환은행 인수·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전문가들이 일개 사모 펀드보다 시장을 읽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OEM펀드를 국내 시장에 들여와 팔아서는 이들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회사가 재작년 이후 공격적으로 해외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한편, 리서치 센터의 대폭적인 역량 강화에 나선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응수남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이사는 “싱가포르 자산운용은 적극적인 인력 수혈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기자가) 다음번에 방문할 때쯤이면 아마도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급등장에서 고수익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에게 한국시장은 물론 세계의 유망시장을 겨냥한 펀드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역량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이러한 미래에셋의 세계 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다. 그는 일년 중 6개월 이상을 홍콩·싱가포르·중국·인도 등 해외시장에서 보내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해외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응수남 싱가포르 자산운용 이사는 “박 회장이 거의 2주에 한 번 꼴로 싱가포르 법인을 방문하는 것 같다”고 귀띔한다.

미래에셋은 특히 올해 중으로 인도와 중국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인도 법인은 현지인들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아 세계의 유망 증시에 직접 투자하게 된다.

인도인을 상대로 ‘미래에셋펀드’를 팔겠다는 얘기다. 인도 시장에 진출한 내로라하는 금융회사들과 바야흐로 진검 승부를 벌여나가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장흥준 미래에셋 운용그룹 홍보팀장은 “싱가포르자산운용은 올해 안으로 중국과 인도 등에 현지 운용사를 만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장기적으로 미국과 유럽시장 진출도 마음에 두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래에셋의 명성을 쌓게 되면 선진 금융권에 뛰어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 이 때가 오면, 보수적인 국내 기관들도 해외의 유명 자산운용사 대신, 미래에셋에 자금을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측 관계자는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 보는 인도금융시장

성장 빠르고 잠재력은 풍부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 은행 ‘제이피 모건(JP Morgan)’. 유대계인 모건이 설립했으며, SK증권(구 선경증권)과 한차례 송사를 치르며 국내에도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이 회사가, 최근 인도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여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말, 외환 업무와 파생상품(credit derivative) 거래의 30% 가량을 인도로 옮긴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2007년까지 4000명 가량을 새로 고용할 방침을 발표하는 등 시장 공략의 기치를 높이고 있는 것.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인 프리드먼은 인도로 이전하는 미국 다국적 기업의 콜센터를 대표적인 세계화 사례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나라로 옮겨가는 것은 비단 콜센터만은 아니다. UBS·도이치뱅크(Deutsche Bank)를 비롯한 세계적인 금융기관들도 인도 공략의 수위를 높이면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이들이 인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인도 민간 금융 시장의 빠른 성장을 꼽을 수 있다. 인도는 지난 1990∼1991년 금융위기 이후 이 부문의 규제를 꾸준히 완화해왔다. 지난 1992년 정부가 금융시장 독점을 단계적으로 해제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탈규제와 자유화의 바람 속에 인도 금융부문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예컨대, 인도의 가계 대출(consumer lending)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총생산에서 가계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10%)이 여전히 중국(13%) 등에 비해서도 낮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오는 2009년부터 은행의 민영화가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인 점도 세계적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 물론 금융부문의 빠른 성장은, 일반 산업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힘입은 바 크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자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25세 이하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싱가포르 =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이코노믹리뷰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블로그/카페 담기 질문하기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