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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08 "전쟁리스크 신용등급 평가기준서 빼야 "
 
Interview |김병기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이코노믹리뷰 2007-03-07 21:42](기자란 직업의 장점은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만 해도 톡톡튀는 20대의 팝아티스트 낸시랭부터 대권을 꿈꾸는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까지, 여러 분야의 인사들과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기자에게는 훌륭한 스승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들이니, 범인들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성장의 자양분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말도 말이지만 때로는 이들의 눈빛, 행동, 기자를 대하는 태도, 사소하게 보이는 버릇이 더 많은 것을 말한다는 점입니다.

김병기 삼성경제연구소 사장도 비슷했습니다.  재정경제부 국고국장을 지냈으며, 국민의 정부시절 청와대에서, 또 세계은행에서도 근무했던 정통관료 출신의 그는 과연 기자에게 어떤 무언의 메시지를 주었을까요. 다음 인터뷰 기사를 한번 읽어보시죠.

“참여정부 남은 임기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힘써야”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중국, 대만, 이스라엘 보다 낮은 건 이해할 수 없다”

핵위기 물고 늘어지는 무디스 이해 못해
6자회담 타결… 신용등급 당연히 올려야
힘겨루기 변질된 ‘성장-분배’ 논의 접어야

“올해 대선에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같은 인물이 당선돼서는 안 되겠지요?”“지금 대통령 선거를 화제에 올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 같습니다.”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경제 원칙을 줄곧 강조하는 그에게 올해 대선을 화제에 올리며 은근슬쩍 질문을 하나 던지자 시기상조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는 기자가 던지는 질문을 능수 능란하게 비껴갔다. 또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서 좀처럼 논쟁거리를 제공하지 않았다. 종종 미리 준비한 쪽지에 쓰인 내용을 읽기도 했다. 재정경제부 국고국장을 거쳐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정책실 정책비서관을 지낸 정통관료 출신.

지난달 28일 신용산에 위치한 국제빌딩 8층 집무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매우 신중했다.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매사에 돌다리를 두드리는 조심성이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그런 그가 생애 처음으로 책을 냈다. 국가신용등급과 국가경쟁력의 함수를 다룬 《왜 우리는 AAA를 원하는가》이다.

“출간 기념회도 하지 않고, 특히 국가신용 등급 문제를 다룬 딱딱한 학술서여서 아직 일반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용케도 알고 찾아 오셨네요”라며 멋쩍은 웃음부터 짓는 김 사장은, 우리나라가 실력에 걸맞는 대우를 아직 받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간 배경에 대한 답변이다. 흥미로운 비유도 종종 들었다. “성인이 된 대학생을 아직도 고등학생 취급한다면 기분이 나쁘지 않겠습니까. 열심히 노력해 대학에 당당히 입학하고도, 여전히 어른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마음이 편치 않겠지요.”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수준의 신용등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우리와 비슷한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그리스, 그리고 동유럽의 슬로베니아에 비해서도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다. 중국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외환보유국이지만 아직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묶어두는 데는 ‘지정학적 변수’가 한몫을 하고 있다.지난 1994년, 2003년 한반도를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으로 몰고 간 북핵 사태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무디스는 다른 신용평가기관에 비해 지정학적 리스크, 정치적 변수를 중시한다.

김 사장은 하지만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이스라엘의 신용 등급이 우리나라보다 높고, 특히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의 신용등급 또한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그가 전쟁 발발 위험을 신용평가 기준에서 빼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을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한나라 경제가 파국을 맞게 되는데 신용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한반도 핵 위기 변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무디스의 행태에 대한 그의 불만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재경부 관료 시절 뉴욕 증시에서 한국전력의 100년짜리 장기 채권 발행을 지원한 담당자이다.

또 우리나라를 방문한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스, 피치 담당자들과 협상을 벌인 경험도 풍부하다.그런 그가 보기에 신용등급을 장기간 묶어두는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짧은 세월 동안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 한국경제를 미덥지 않게 여기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99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외환 위기도 이러한 불신의 벽을 높게했다. 문제는 한국경제의 실력을 반영하지 못하는 신용평가가 고스란히 기업들의 부담을 늘린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신용평가 등급은 한전이나 삼성전자를 비롯해 예외적 사례를 제외하곤 소속 국가의 신용등급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그는 지적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차입을 할 때 고스란히 국가 리스크를 떠안아야 된다는 얘기다. 다행히 북핵 사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던 한반도에 6자 회담 타결로 다시 화해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는 것은 호재다. 그는 “무디스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이 신용평가 기관이 조만간 등급을 상향조정할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끝내 확답을 피한다. 그는 재경부 과장 시절, 시원시원한 성격에 부하직원들을 혼을 내도 뒤끝이 없는 편이었다고 한다. 또 장·차관 결재를 빨리 받아내기로 유명했다. 김 사장은 자신이 공무원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관료시절에는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역이라는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또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모두 기업입니다.”

기업가의 의욕이 꺾일 때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그의 지론.그가 참여 정부의 부동산 정책, 지역균형발전 정책, 분배 정책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꺼내드는 배경이기도 하다.그는 미국의 텍사스주를 보라고 강조한다. 지난 1950년대 유전 발견으로 지역 경제가 유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분배 요구가 거세지면서 결국은 파산 사태를 겪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성장-분배’ 논의를 앞으로 잠시 접어두자고 제안했다. 관련 논의가 힘 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한국호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내실 있는 대화는 사라졌다는 것.

위화감과 더불어 계층간, 정당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현 논의 구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그는 참여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해외 국가 IR을 비롯한 이미지 제고에 좀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우리보다 높은 것도 이들 국가의 적극적인 대외홍보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참여 정부가 광범위한 인재풀을 구축해 놓고도 정작 이를 충분히 활용을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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