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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10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유럽 부흥은 칭기스칸의 은혜?

[이코노믹리뷰 2005-10-07 10:09](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세계 제국을 건설한 칭기스칸의 정복전쟁이 동서양에 몰고온 혁명적인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지음/정영목 옮김/사계절/436쪽/13,000원

1995 년 말,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뽑은 ‘지난 1000년 간 가장 중요한 인물’로 칭기스칸이 선정되었다. 칭기스칸은 3100만 ㎢의 최대 제국(알렉산더 대왕이 정복한 영토의 2배)을 건설했다. 또한 로마가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훨씬 많은 땅과 사람을 불과 25년 만에 정복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가 그를 가장 중요한 인물로 선정한 주 이유는 단순한 영토나 정복이 아니라 그가 세계사에 끼친 엄청난 영향에 있다.

칭기스칸은 단순하고 잔인한 정복자가 아니었다. 칭기스칸은 정복한 많은 문명을 연결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었다. 칭기스칸이 살던 시대는 여러 지역문명이 각각의 가까운 이웃 문명 외에는 다른 문명을 전혀 알지 못하는 시기였다. 중국은 유럽을 몰랐고, 유럽은 중국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칭기스칸으로 인해 사람들은 세계를 보다 넓게 인식하게 되었고, 새로운 기술과 문명의 교류를 맛볼 수 있었다.

잭 웨더포드가 저술한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사계절)는 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15년 동안의 현지답사와 몽골 왕가의 비밀 서책 ≪몽골비사≫를 통해 칭기스칸의 생애와 몽골의 정복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서양에서는 ‘왕들의 목을 짓밟은 오만한 압제자’로 인식되지만 동양에서는 ‘아시아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칭기스칸을 각 문명의 상반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그가 인류사에 끼친 위대한 업적을 밝히고 있다.

칭기스칸은 어떻게 유럽을 오랜 잠에서 흔들어 깨웠고, 어떻게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포괄하는 근대 세계체제를 형성할 수 있었을까?

우선 정복에 필요한 요건으로 칭기스칸은 다른 문명보다 탁월한 전쟁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몽골인들은 장거리 여행에 이상적인 조건, 즉 반드시 필요한 것만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각 전사는 악천후에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옷을 입고, 불을 피우는 부싯돌, 물과 젖을 담는 가죽 그릇, 화살촉을 날카롭게 가는 줄, 옷을 수선하는 바늘 등을 지니고 다녔다. 또한 이동 수단으로 모두 말을 이용했다. 행군하는 보병이 없는 부대, 즉 기병으로만 이뤄진 군대는 엄청난 속도와 기동성을 자랑했다. 적의 정찰병이 침입을 보고하는 시간보다 몽골군의 습격이 더 빨랐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몽골군에게는 군사들과 함께 다녀야 하는 병참부나 거추장스러운 보급 대열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동하면서 가축의 젖을 짜고 가축을 도살하여 식량을 만들었고, 자신들에게는 익숙했던 사냥과 약탈을 통해 식량을 조달했다. 여기에 칭기스칸의 혈연을 무시한 능력 위주의 조직체계, 전투 때마다 바뀌는 전술과 무기, 끊임없는 혁신과 혁명의 과정이 융합되면서 몽골군은 적은 병력으로도 적의 대병력을 제압할 수 있었다.

사실, 칭기스칸이 단순히 탐욕스러운 정복자였다고 해도 그의 업적은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불과 1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몽골 부족에서 10만명의 군대만으로 현재의 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의 섬들을 합친 면적보다 넓은 땅을 정복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칭기스칸이 세운 제국의 단단한 기초는 그의 사후에도 150년 동안이나 몽골인들이 정복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칭기스칸은 더 큰 세계와 체제를 구축했다. 그는 귀족적 특권과 출생에 기반한 구체제였던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개인의 장점과 충성심, 성취에 기초한 새롭고 독특한 체제를 건설했다. 또한 ‘비단길’ 주변에 고립되어 있던 교역도시를 점령하여 비단길을 역사상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통계조사를 실시하고 처음으로 국제적인 역전(驛傳) 제도를 확립했으며 국제법까지 제정했다.

또한 과거 다른 제국과 달리 칭기스칸은 부와 보물을 축적하지 않았다. 칭기스칸은 그 대신 전투에서 얻은 물자를 널리 분배하여 다시 상업적 유통망으로 들어가게 했다. 또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많은 조치를 단행했다. 종교를 강요하지도, 볼모를 잡아두지도 않았으며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대사와 사절에게 외교적인 면책특권을 부여했다. 이는 적국국가에도 예외없이 적용되었다. 이로 인해 몽골군이 정복한 지역의 원주민은 처음에는 야만적인 부족의 파괴와 정복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곧 유례 없는 문화교류와 교역 확대, 그리고 생활수준 개선의 혜택을 맛볼 수 있었다.

저자는 유럽이 이러한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으며, 이 혜택으로 인해 유입된 새로운 과학기술, 지식(인쇄술, 나침반, 화기(火器), 주판 등), 그리고 상업적 부가 다시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토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르네상스 기간에 유럽의 과학기술, 전쟁, 의복, 상업, 음식, 예술, 문화 등 모든 생활이 바뀌고 유럽이 세계의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토대가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늘날 유럽은 결국 칭기스칸의 은혜를 받아 이룩된 셈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칭기스칸에 대한 유럽의 인식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했다. 볼테르는 자신의 희곡 ≪중국의 고아≫에서 칭기스칸을 오만하게, 왕들의 목을 짓밟은, 파괴적인 압제자로 묘사했다. 하지만 오늘날 서양 중심의 세계와 체제가 형성된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 궁극적으로는 바로 칭기스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침략 당했고 패배했다는 인식으로 인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우리에게도 낯선 풍경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방송금지였던 독일의 혼성 6인조 팝 그룹 칭기스칸을 생각해 보라. 몽골의 침입을 수십 년 동안 항거한 아픈 역사가 있어서인지, 당시 ‘징 징 징기스칸…’으로 시작되는 그들의 노래는 금지곡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얘기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칭기스칸이 초원지대에서 권력을 잡기까지 그가 맞아야 했던 영욕의 세월, 그리고 그의 삶과 인격을 형성한 힘들을 다룬다. 2부는 몽골이 몽골 세계전쟁을 통해 역사의 무대에 진입한 과정과 전쟁 기술, 원정의 과정을 추적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정복 후 몽골이 추진한 평화의 시대를 살펴보고, 서구 근대 사회의 정치, 상업, 군사 제도의 바탕이 된 세계 인식의 대전환에 대해 다룬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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