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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0 "입양아가 세계적 반도체 업체 부사장됐습니다."
 

◇염화선 ASML 부사장
“10년 멀리 내다보며 발밑도 살폈죠”


< 염화선에게 배우는 글로벌 코리안 전략 >
1. 복잡한 문제도 단순하게 봐라.
2. 이노베이션도 맹목적이어서는 곤란하다.
3. ‘왜’라는 질문 자꾸 던져야 창의성 커진다.
4. 개방과 공유의 시대정신에 투철해라.
5. 10년 이상 멀리 내다보고 전략을 세워라.


우루슐라 메이, 블러드 문 굿, 김윤진… . 요즘 미국에서 한창 자신의 주가를 높이고 있는 한인 혈통의 연기자나 방송 진행자들이다. 유대계나 앵글로색슨이 주도하는 백인 주류사회의 틈을 파고드는 데 성공한 이들은, 국제사회에서 부쩍 높아진 한인들의 위상을 가늠하게 한다.

서니 스톨 레이커. 염화선 씨의 미국 이름이다.

그는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에서 이러한 한류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 회사 대만 자회사의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대만은 물론 우리나라와 호주 그리고 중국 등을 총괄하고 있다.

ASML은 반도체 포토 스캐너 제조업체. 전 세계 포토 스캐너 시장의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데, 큰 회의실 크기의 거대한 카메라를 떠올리면 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지난해 이 분야에서 경쟁업체인 일본의 캐논, 니콘 등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명실상부한 패자로 인정받고 있다.

외국 업체에 폐쇄적인 일본 시장에서의 부진(시장 점유율 16%)만 아니었다면, 점유율을 더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아쉬움이다.

올해도 전 세계에서 1500여 명의 인력을 새로 수급할 예정이라는, 이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에서 경영진에 오른 아시아인은 그녀를 포함해서 단 두 명.

요즘도 자택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는 때가 거의 없으며, 연중 대부분을 비행기에서 보낸다는 그는, 지금도 종종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오해받는다고 한다. 네덜란드 본사에서 근무할 때는 자신을 동남아에서 온 비서로 오인, 차 심부름을 시키는 직원까지 종종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이 작고 까무잡잡한 아시아 출신 여성이 출세가도를 달리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녀는 무엇보다 한국인들의 우수성을 입에 올린다. 한국 자회사에서도 본사의 인정을 받아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이 적지 않으며, 이들의 뛰어난 문제 해결 역량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 자신의 경우, 리더십과 더불어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파악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정책결정을 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이 정책이 우리가 가는 길에 맞는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하부조직에서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가 그것입니다.”

물론 운도 따랐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이 회사에서, 급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 정통한 경영자가 드물었던 것.

아시아 시장은 이미 회사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지만, 서구식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본사 경영진들로서는 그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는 거짓말입니다. 운도 능력 못지 않게 분명 중요합니다. 세상사가 어디 꼭 마음대로 돌아가나요?”

그녀가 바라보는 이 회사의 강점은 무엇일까. 네덜란드에는 유독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다. 유니레버, 쉘, 화학그룹인 BSM,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필립스 등이 모두 이 나라 국적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0년만 해도 미국의 경제주간지인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의 수가 우리나라보다 적었다. 하지만 불과 수년 만에 우리나라를 따라잡았다. 인구 4700만의 작은 나라에서 글로벌 기업을 대거 양산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맹목적 추종을 혐오하는 국민성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는 게 그녀의 분석이다.

대만 사람들은 상사가 지시를 내리면 군소리 없이 이행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꼭 ‘왜(why)?’라는 질문을 덧붙인다고 한다. 명령을 이해해야 움직인다. 창의성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형성돼 있는 것.

개방과 공유의 시대정신에도 투철하다. 이 업체만 해도 일본 업체들과 달리 자사 제품의 구조, 설계 등을 공개한다.

그리고 자사의 엔지니어에서부터 고객, 외부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제품을 개선하는 데 꾸준히 활용한다고.

연구개발 방식도 독특하다. 10년 이상을 멀리 내다본다. 대표적인 것이 차세대 포토스캐너 기술인 EUB. 10년 전부터 이를 연구해 왔으며, 오는 2010년부터 현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연구개발을 중시하지만, 결코 맹목적이지 않은 것도 또다른 장점이다.

“우선 큰 전략의 줄기를 잡고, 철저히 그 안에서 이노베이션을 합니다. 또 성과를 항상 강조합니다.”

지난 1990년대 초 IBM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노베이션이 자칫하면 연구를 위한 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염려를 반영한 것이다.

바쁜 와중에도 서울 마포에 사는 어머니를 한 달에 한 번씩 찾아뵌다는 그는, 오는 7월 네덜란드 ASML 본사의 부사장으로 다시 복귀할 예정이라고. 본사 4개 사업 단위(business unit)의 하나를 이끌게 되는데, 개발과 영업 그리고 마케팅 등을 총괄하게 된다.


박영환 기자(blade@ermeida.net) :그녀는 서울 마포 출신으로 7세때 미국에 입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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