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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28 영화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 '강종익' 사장
 
[피플] “<태극기 휘날리며> 중공군 진격 장면 엑스트라 200명으로 제가 만들었죠”

[이코노믹리뷰 2004-12-06 10:33]
인사이트비주얼 강종익 사장


"요놈들이 참 신기합니다. 남침(南侵)하는 탱크를 앞서가기도 하고, 탱크와 보조를 맞추기도 합니다. 또 진격 도중 만나는 돌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영화에 리얼리티를 부여합니다. 엑스트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얘기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작업자가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 수고를 대폭 덜어 주는 셈입니다.”

영화분야 컴퓨터그래픽(CG) 업체인 ‘인사이트비주얼(INSIGHTVISUAL)’의 강종익(36) 사장.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에 등장한 ‘중공군 진격 신’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이제 충무로를 대표하는 시각효과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4일 역삼동에 위치한 이 회사 사장실에서 그를 만나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에 얽힌 비사, 그리고 국내 영화 CG분야의 경쟁력,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중공군 진격 신의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비헤이비어(Behaviour)’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덕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3,000만원을 들여 캐나다에서 공수해 왔다는 이 프로그램은 군중 신 전문 제작용 툴로, 국내 영화 제작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게 그의 설명. “과거에는 작업자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군중 신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들의 동선을 지정해 줘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만여 명이 등장하는 장면은 사실상 처리할 수 없었던 거죠.”

그가 “‘중공군 진격 신’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달라”는 강 감독의 제안에 내심 당황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 영화사측이 동원할 수 있는 엑스트라는 불과 200∼300명 정도. 촬영 장소인 대관령 들판을 가득 메우며 몰려드는 중공군을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던 것. 강 감독은 이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강 사장은 당시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중공군을 표현할 제작 노하우가 사실상 없어 난감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강 감독은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펠렌노르 평원 전투 신’에 버금가는 장면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애를 태우던 끝에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뉴질랜드의 프로덕션 ‘웨타사’의 특수 효과 담당자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프로그램이 우리가 운용하는 컴퓨터와 호환이 되지 않아 실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고심하던 강 사장은 캐나다의 한 업체가 군중 신 제작용 프로그램을 판매한다는 정보를 입수, 이를 국내에 들여오는 데 성공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국내에 이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 CG 담당자들이 영화를 만들면서 동시에 프로그램 이용 방법도 익혀 나가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습니다. 업무 진행이 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특히 컴퓨터가 만들어낸 중공군 일부가 제멋대로‘튀는’ 행동을 해, CG작업을 지연시키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일부 가상 캐릭터가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뒤처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던 것. “여기에도 너무 머리를 쓰는 친구들이 있었던 거죠”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이 영화의 군중 신을 만드는 데 외부 인력을 포함해 40여 명이 무려 5개월을 매달려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 장면으로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지난달‘춘사영화제’에서 기술상을 받았으며,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 해 전체 매출액을 달성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5월 개봉해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아라한 장풍 대작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파일럿을 다룬 장진영 주연의 <청연>, 그리고 곽경택 감독의 <태풍> 등이 그가 따낸 대표작들이다.

대학에서 광고 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영화 CG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졸업 후 한때 광고 분야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명하복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데다, 광고주의 부당한 압력도 커 갈등이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심끝에 영화 CG 회사로 직장을 옮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 1997년 외환 위기의 파고를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으며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게 된 그는, 영화 <퇴마록>의 CG작업을 맡게 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고 한다. “두 달 정도 놀다 보니 막막하더군요. 그래서 퇴마록 제작사인‘폴리비전 픽처스’를 찾아가 CG를 맡겨달라고 집요하게 설득했습니다.” 계약금 5,000만원을 받고 작업에 들어간 그는 <퇴마록>이 당시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특히 <퇴마록>에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이 호평을 받으면서 업계에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다. “컴퓨터 화면상의 캐릭터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장면, 컴퓨터로 만들어낸 화염 등은 당시 한국 영화에서는 획기적인 장면이었고, 관객들과 영화계에서 이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첫 작업에서 대 성공을 거둔 그는 ‘인사이트비주얼’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된다. 실직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던 셈이다.

국내 영화 CG분야의 살아 있는 증인인 그가 바라보는 할리우드와 국내 영화계의 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국내 인력들은 할리우드 전문가들의 70~80% 수준입니다. 현란한 컴퓨터 특수효과를 자랑하는 <매트릭스II>의 고속도로 추격 신이나 <반지의 제왕>의 전투 신을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은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를 따라잡는 것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는 이를 ‘시스템의 문제’라고 표현했다. “특수 효과 전문 업체인 미국의 ILM은 직원 수만 2,000여 명에 달합니다. 또 <반지의 제왕>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만 400여명이 투입됐습니다. 국내 영화 CG업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인사이트비주얼의 직원 수가 20여 명에 불과하니 아직은 격차가 큽니다.” 그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요즘 들어 한 일본 업체와 꾸준히 CG제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SF(Science Fiction)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특히 자신의 극중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가상의 존재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해 내고 싶다고 한다. 예컨대,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헐크’와 같은 괴물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괴물> 제작에 슈퍼바이저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 작품에는 컴퓨터로 창조한 괴물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CG작업을 맡게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극중 시나리오를 완벽히 소화하는 존재를 언젠가는 우리 힘으로 꼭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 1969년 서울 출생/ 88년 평택 고등학교 졸업/ 93년 홍익대학교 광고디자인학과 졸업/98년 인사이트비주얼 설립/ 98년 제19회 청룡영화상 기술상 수상/ 2004년 춘사영화제 기술상 수상/ 현재 인사이트비주얼 대표이사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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