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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3 이혼의 시대, 이혼 보듬어 안기(서평)
 
BOOK]

[이코노믹리뷰 2005-07-27 08:57]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이혼, 부, 모, 아이들》
리처드 A 워샥 지음/황임란/아침이슬/462쪽/15,000원

얼 마 전 우리나라의 이혼율에 대한 언론의 과장 보도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다. 가정법원에서 이혼 수속을 밟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부부들의 사진과 함께 언론이 ‘우리나라 이혼율이 50%에 이른다’ 혹은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선정적인 문구로 이혼 문제를 보도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혼율이란 (그 해 이혼 건수÷그 해 결혼 건수)×100이다. 따라서 단순히 연도별로 혼인 건수와 이혼 건수를 나눠 백분율로 계산하는 방식은 이혼율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논리대로라면 경제가 불황일 때, 평균적으로 혼인 연령대가 높아질 때, 혹은 기타 다른 이유로 결혼하는 사람이 적어지면(분모가 작아지면), 자연히 이혼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가 과장이긴 해도, 우리 사회가 가파른 이혼율의 선상에 있다는 데는 논쟁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93년 1000명당 1.3명이었던 이혼율이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2000년에는 2.5명, 2005년 기준 2.8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이혼 문제가 ‘가뭄에 콩 나듯’ 이혼이 드물었던 시절에 주목받지 못하던 사회적 주제에서 모두가 관심을 갖고 사회적·정책적 관심을 적극적으로 투여해야 할 주요 현안으로 등장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까지 과거와 크게 다른 바 없다. 이혼은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렇게 두 손 놓고 이혼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귀속시켜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리처드 A. 워샥이 저술한 《이혼, 부, 모, 아이들》(아침이슬)은 이혼 후 자녀와의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 부모와 그 자녀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혼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25년 간 가족상담 분야를 연구해온 학자로, 이혼문제에 있어 세계적 권위자이다. 이 책에는 이혼 가정과 관련하여 일어날 수 있는

- 그리고 실제로 일어난 - 사례를 통해 이혼 가정이 겪는 아픔을 소개한다.

우선 이혼은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가족 구성원들에게, 특히 자녀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좌절, 분노를 발생시킨다. 이에 이혼 부모는 비록 이혼을 통해 각자의 삶을 살아가더라도 자녀에 대해서는 공동 책임을 지고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이는 이혼 가정에서 발생하는 세 가지 해독(害毒) - 헐뜯기, 깎아내리기, 세뇌 -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부모 따돌림 증후군(Parental Aliennation Syndrome, PAS)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이러한 이혼의 해독이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 때로는 확대가족 전체로 전염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이혼 전 정감있고 사랑스러웠던 (외)할머니가, 부 혹은 모로 인해 마귀할멈으로 둔갑할 수 있다. 그렇게 친하고 사랑했던 모와의 추억이, “엄마가 우리를 버렸다”는 부의 세뇌로 인해 산산이 부서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녀들은 “다년간의 부모의 사랑, 온정, 힘든 일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례하고 밉살스러운 행동으로 갚는다.”

의식적이지 않은 행동이나 말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 배우자가 의식적으로 아이들과 당신의 관계를 단절시키려고 하지 않는 경우에도 몇 가지 조건이 헐뜯기와 깎아내리기를 복합적으로 작용시키면 따돌림이 일어날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는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고립, 심리적 의존, 공포이다. 이런 것들은 해로운 메시지가 뿌리 내리고 사랑하는 기억은 밀쳐낼 가능성을 높이는 토양과 자양분이다.”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은 의도적·비의도적 동기, 환경, 현실 왜곡 등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영혼에 상처를 주어 결국에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연결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이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어떤 노력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저자는 사이비 종교의 폐해로 인해 발생하는 집단 자살보다, 이혼한 부모의 헐뜯기와 세뇌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겨난다고 말한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미 이혼한 가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자녀들이 이와 동일한 해독(害毒)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30대의 이혼율 증가에 따라 청소년의 9.6%가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고 이들 청소년 중 15세 이전에 부모의 이혼을 지켜본 경우가 84.4%에 달하고 있다는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연구는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여성을 위한 전미협회 전 회장인 카렌 드크로우는 ‘이혼 자체는 자녀들에게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들 사이에 일어나는 전면전은 자녀들에게 재앙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이런 말들이 외국의 사례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의 문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언론이 과장보도를 하든, 통계율이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든 이혼은 이제 개인사를 넘어 우리 사회의 현안이 된 지 오래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켐임이 자살은 개인적이지만, 한 사회의 자살률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듯, 증가하는 이혼 가정의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책임을 이혼 가정에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 책은 이혼 가정으로 인한 개인적 해독의 문제와, 그 해독이 사회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이혼 가정과 문제에 대한 해당자들의 각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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