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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베조스, 변화무쌍한 천재경영자

Global Leadership|③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이코노믹리뷰 2006-04-06 03:45] (영화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헤리 코닉 주니어가 출연했고,나머지 배우들은 제가 영화에 문외한인 탓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당시 지역사회를 깜짝 놀라게 하던 천재 소년이 등장하는 데, 이 소년은 천재성을 인정받아 한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센터에서 다른 천재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지요.

미국이란 나라는 얼마나 넓습니까. 이 소년은 자신을 압도하는 다른 천재들을 지켜보며 좌절하고, 결국 이 센터에서 탈락하고 마는 뭐 그런 스토리였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당시 이 영화가 제프 베조스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프 베조스로 어릴 때 살던 동네를 떠들석하게 만들 정도로 천재 소년이었다고 하죠.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베조스의 리더십을
한번 분석해보죠)

온라인의 월마트 꿈꾸는
변화무쌍한 천재 경영자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들에게 마치 스포츠 게임을 보는 듯한 즐거움이나,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젊은 아버지를 유난히 따르던 야윈 몸집의 천재 소년. 자신에게 아낌없이 애정을 주던 그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것은 불과 10세 때의 일이었다. 가족들은 담담하게 그에게 이를 알려주었다. 이민자 출신의 아버지가 어머니와 결혼할 무렵, 17세이던 그녀는 이미 그를 임신하고 있었다.

친아버지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손자에 대한 연민의 정이 유독 깊어서였을까. 미 정부기관인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Atomic Energy Commision)에서 고위 공직자로 근무하던 외할아버지는 유독 그를 사랑했다. 할아버지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과학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과시한 아들을, 부모는 텍사스(Texas) 지역의 과학 영재 학교(Miami Palmetto Science School)에 보냈다. 당시, 이 소년의 놀라운 능력을 상세히 분석한 책(Turning on Bright Minds)까지 발매됐을 정도이니 그는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였던 셈이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을 꿈꾸던 이 소년이 바로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Amazon)’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인 브라질의 아마존 강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지은 이 회사의 지난 2004년 실적은 눈부셨다. 69억달러 매출에 5억8800만달러 순이익을 올렸다.

회사 가치만 해도 무려 180억달러(올 1월말 기준)다. 지난 2003년 아마존은 처음으로 연간 기준 순이익을 냈으며, 이후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 규모도 오프라인 최대 서점인 ‘반스앤노블’을 압도하며 닷컴 종말론을 예고하던 세간의 예측을 비웃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는 것. 매출 규모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아마존은 더 이상 책만 파는 온라인 서점이 아니다. 티파니의 보석 상품에서 모토롤라의 레이저(Razr) 휴대폰, 그리고 구치 명품 가방까지, 여러 영역을 활발히 파고들며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는 물론 오프라인의 절대강자인 월마트를 위협하는 공룡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인 ‘블루 오리진’을 통해 어린 시절의 꿈인 우주 여행을 추진하고 나서며 화제를 불러모은 베조스는 2003, 2004년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개인 재산만 아프가니스탄의 연간 국내 총생산을 웃도는 45억달러.

하지만 베조스의 리더십은 다른 경영자들에 비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가려져 왔다. 대중적인 이미지가 그의 이해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독특한 웃음소리로 외부에 괴짜 경영자로 더 많이 알려져 온 베조스 리더십의 특징은 합리성·치밀함, 그리고 융통성 등으로 요약된다.

“매사에 고집을 피우는 한편 때로는 융통성도 발휘해야 한다. 언제 어느 쪽을 선택할 지가 관건일 뿐이다. ” 베조스의 말이다. 그는 원칙을 고수하되, 이에 얽매여 더 큰 이익을 방기하는 경영자는 아니다. 지난 2003년 대외 광고 중단 선언은 그의 지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광고 중단 결정, 시장에 충격파
세스 고딘이 아마존 사례 다뤄

《보랏빛 소가 간다》. 지난 2003년. 세계적인 경영학자 세스 고딘(Seth Gordin)이 발표한 베스트셀러의 제목이다. 그는 이 저서에서 광고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는데, 당시 그에게 영향을 준 기업이 바로 베조스가 이끌고 있는 아마존(Amazon)이었다.

고딘에게 영감을 준 것은, 같은 해 베조스의 ‘광고 중단 선언’이었다. 광고비를 대폭 줄이고, 이를 제품 배송 비용을 줄이는 데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브랜드 가치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닷컴 기업의 광고 중단 선언은 미디어 기업은 물론 학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을 묶어두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식이었다. 이베이가 지난 1998년 거액을 들여 전문 경영인인 맥 휘트먼(Meg Whitman)을 전격 영입한 것도,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인 프록터앤갬블, 장난감 기업인 하스브로스 등을 거친 그녀의 브랜드 관리 능력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구글에서 검색을, 이베이에서 온라인 경매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베조스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광고 집행을 과감히 중단한 배경은, 그의 의사결정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자료에 입각해 모든 것을 측정하고, 판단이나 본능을 철저히 배격한다는 것.

평소 광고의 효용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고 있던 그는, 미국의 두 도시를 지정해 일정 기간 광고를 집행한 반면, 나머지 도시에서는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 그리고 나서 매출을 서로 비교했는데, 결과는 명확했다.

브랜드 가치 하락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지만, 배송 비용 인하는 고객 로열티를 높여 장기적으로 회사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베조스를 이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합리성이다. ‘측정할 수 있는가’. 그가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오는 팀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며, 어렸을 때부터 과학 영재 스쿨에 다닌 그는, 의사 결정시 수치를 중시한다. 그리고 항상 꼼꼼하고 치밀한 접근으로 지속적으로 비교 우위를 창출해 왔다. 아마존이 인터넷 도서 시장의 후발 주자였지만, 단기간에 놀라운 성공을 거둔 배경이기도 하다.

우수한 인력에 대한 편집광적인 집착도 그를 이해하는 또 다른 코드다. 피 면접자의 논리상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크라테스식 질의응답 방법은 그의 전매특허다. 베조스는 화이트보드에 차트를 그려놓고 후보자들의 강점과 약점을 면밀하게 비교했으며, 후보자의 자격요건이나 능력에 대한 단 한 가지의 의문이라도 남아 있을 경우 결코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

다른 면접관들은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라는 그의 등쌀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특히 직원을 선발할 때마다 채용 기준을 한 단계씩 더 높여 나갔는 데, 물론 전체 인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직원들의 능력을 판별하는 잣대도 독특했다.

애플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다 아마존으로 옮겨온 쉘카판(Shel Kaphan)이 대표적인 사례. 회사를 열두 번이나 옮겼으며, 매사에 불평불만이 많던 그를 베조스는 첫 번째 직원으로 선발했다. 컴퓨터 시스템의 허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그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데 따른 것이었다.

창의력도 인재 선발의 주요 기준이었다. “창의적이지 못한 이들과 함께 보내기에 인생은 지나치게 짧다.” 아내를 구할 때조차 그는, 창의력이 풍부한 배우자를 원했다고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원칙에 얽매여 소탐대실하는 경영자는 아니다. 혁신을 중시했지만, 경쟁자의 기술을 재빨리 들여오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유명 테니스 스타와 자선 테니스 경기를 하고, 속없어 보이는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이면에는 이처럼 집요하고 끈질긴 면이 자리잡고 있다. 그가 반스앤노블의 역공, 헬기 사고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수차례 극복한 배경이기도 하다.

헬기사고에서 구사일생
지난 2003년 3월, 그는 헬리콥터 사고로 머리에 부상을 당했다. 베조스가 타고 있던 헬리콥터가 강풍에 휘말려 갑자기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목장을 매입하기 위해 텍사스 외곽 지대의 후보지를 돌아보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생과 사를 오가는 아찔한 순간을 겪어야 했던 그는 사고의 순간을 이렇게 회고한다.

“사고는 영화 속 슬로비디오처럼 천천히 진행됐습니다. 헬기가 추락하는 순간, 심오한 인생의 진리 따위가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이렇게 바보같이 죽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그는 회사로 곧 돌아왔는 데, 헬리콥터를 다시는 타지 않겠다는 게 복귀의 일성이었다.

지난 1997년 반스앤노블스의 역공도 위기감을 높였다. 아마존이 맹렬한 공세로 시장을 잠식하자, 이 공룡기업은 역으로 온라인 도서 판매사이트를 개설하며 반격에 나섰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포레스트 리서치(Forest Research)는 이 거대 오프라인 기업의 역공이 아마존 몰락의 서곡이 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주가는 100달러에서 6달러로 폭락했다. 하지만 그는 투자자들을 초청해 기업설명회를 여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며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베조스는 당시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아마존 주식을 구입해야 할 때가 아니지만, 조만간 주가상승과 더불어 실적향상을 이뤄내겠다는 약속을 했다. 불과 3 년뒤 그는 사상 최초로 연간 수익을 내면서 이를 입증해냈다.

그의 뛰어난 상황대처 능력을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지만, 베조스에게도 최근 경영환경의 빠른 변화는 상당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온라인 업체와 오프라인 업체, 그리고 온라인과 온라인 업체간의 맞대결이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저가 할인매장인 월마트는 이제 아마존이나, 이베이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의 입지를 위협할 더 강력한 적은 오프라인 기업인 월마트나 시어스 백화점이 아니라 구글이나 이베이, 그리고 야후를 비롯한 온라인 업체들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활발한 인수 합병을 통해 상대방의 강점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며 온라인 세상의 패권을 꿈꾸고 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베조스는 자신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우선 가장 강력한 적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해야 하는 지상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베조스가 밝히는 나의 경영철학

▷ 인사가 만사…채용을 신중히 하라

▷원칙을 지키되 융통성도 발휘하라

▷ 쉬운 돈벌이 방안이 항상 선은 아니다

▷ 의사결정시 직감보다 데이터를 중시하라

작은 사항들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라


온라인 서점 창업 배경은

“헤지펀드서 온라인서점 성공예감”

첫 출발부터 범상치 않았다. 프린스턴대 졸업반이던 그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앤더슨컨설팅 인텔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채용을 제안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신생 기업인 피텔에 입사했다. 컬럼비아 대학 교수 출신들이 세운 벤처 회사였는데, 시스템 구축이 그의 주요 업무였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는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인 뱅커스 트러스트로 이직했다. 안정적인 직장보다 자신의 꿈을 펼칠 곳을 찾던 그는 이곳에서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가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곳은 세 번째 직장인 헤지펀드 ‘디이 쇼(DE Shaw)’에서였다. 창업자 데이비드 쇼(David Shaw)는 예술적인 재능과 더불어 직관력, 그리고 분석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고, 제프 베조스와 호흡이 잘 맞았다. 고객사를 상대로 금융부문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게 그의 담당업무였다.

그는 이 곳에서 승승장구하며 불과 입사 1년여 만에 수석 부사장의 자리에 오른다. 당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인터넷 분야에서 유망 사업을 찾는 중책을 맡은 베조스가 데이비드 쇼에게 제시한 신사업 아이템은 인터넷 도서 판매.

난상토론 끝에 얻은 결론이었지만 회사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아내와 더불어 창업 준비에 나선다. 프린스턴 대학의 동기생들을 비롯한 15명의 투자자들에게 200만달러 가량 종잣돈을 확보했다. 회사 이름은 처음에는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로 지었지만, 곧 아마존으로 바꾼다.

홈페이지는 고객들이 매장을 직접 방문할 때 느끼는 편리함을 그대로 맛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도서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경보가 울리도록 해두었는 데, 사업시작 2~3달 만에 경보를 해제하지 않고서는 시끄러워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론 물리학자를 꿈꾸던 그가 진로를 바꾸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프린스턴대 재학 시절, 이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던 동급생 3명은 그의 좌절과 더불어 진로 변경을 불러왔다. 이들은 마치 뇌구조 자체가 다른 것 같았다고 그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천재소년으로 통하던 그에게는 최초의 지적 좌절이었던 셈이다.


온·오프라인 유통전쟁 결과는

“온라인 업체가 최후의 승자”

“오프라인 점포 중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편리함을 주거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제공하는 업체들만이 살아남는다.”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의 예측이다. 백화점 노르드스톰과, 캐주얼 브랜드 갭이 대표적이다. 노르드스톰은 일대일 고객응대서비스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갭은 젊은이들의 취향을 매장 설계 등에 적극 반영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궁극적으로 쇼핑을 마치 흥미로운 스포츠 게임을 보는 듯 만들 수 있어야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설명.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올해 2월호에서 오프라인 매장도 온라인 매장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흡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장래에도 인터넷이 대세라는 베조스의 생각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베조스는 앞으로 온라인 기업들의 비교 우위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한다. 예컨대, 인터넷과 더불어 개인용 컴퓨터의 부팅 속도가 빨라지면 5분 길이의 작은 비디오 클립을 상품 설명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에서 가수나 작가, 저자 등이 자기의 음반이나, 도서 등을 직접 홍보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온라인 매장들의 강점인 정보 활용이 한 차원 더 높아질 것임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가 오프라인 서점이 경쟁상대는 아닐 것으로 관측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밖에 생필품 대부분도 앞으로 인터넷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대부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온라인 매장들의 기동성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학자인 슈워르츠가 이끄는 GBN도 비슷한 예측을 하고 있다. 대형 밴 차량이 주택가를 항상 돌면서, 온라인에서 주문받은 생필품을 거의 실시간으로 배달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2011/10/03 - [분류 전체보기] - 킨들 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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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Leadership| ② 이베이 맥 휘트먼 사장 (그녀는 저니맨에 가깝습니다. 저니맨이란 한 팀에 오래 있지 못하고, 여러 팀을 전전하는 운동선수를 의미합니다. 그녀는 프록터앤갬블, 디즈니, 이베이, 하스브로스 등 여러 회사를 거쳤습니다. 전직이 흔한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직장인들이 회사를 자주 옮겨다니는 건 아니죠. 프록터앤갬블은 도요타 못지 않게 직원들이 장기 근속하기로 유명한 회사죠. 하지만 이 때의 경험이 그녀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된 듯 합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습관이 몸에 배였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전제적인 유형의 보스를 우리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맥휘트먼의 겸양의 리더십을 한번 배워보시죠.  )

[이코노믹리뷰 2006-03-30 06:45]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
결단력은 있지만 지배욕은 없다”

‘미국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의 이베이(ebay)를 지칭하는 말이다.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어(Pier Omydir)가 여자 친구에게 줄 ‘캔디박스’를 구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기업의 성장 속도는 실로 현기증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작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등록된 회원 수만 무려 1억 5000만여 명.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의 인구를 합친 것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13억2900만달러. 순이익은 36.1% 늘어난 2억 7900만달러였다.

창립 이후 매 분기 4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기업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해외 진출 실적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 2001년에는 우리나라의 전자 상거래 업체인 옥션(auction)을 인수했으며, 프랑스·영국, 그리고 최후의 격전지 중국 등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간간이 거래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잡음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이베이는 이제 구글·야후·아마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인터넷 기업의 명실상부한 최강자 대열에 합류했다.

‘떠들썩한 시골 장터의 정겨움과 초현대식 쇼핑몰의 편리함’. 이베이의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시골 장터나, 지역 바자회의 흥겨움, 정겨움과 쇼핑의 편리함을 결합시킨 것이 상당 부분 주효했다는 평가다.‘친구들과 디즈니랜드에 가는 데 돈이 필요하다. 직접 그린 그림을 2달러에 팔고 싶다’는 한 어린이의 상품 설명은 보는 이들의 미소를 흘리게 한다.

두 살짜리 어린이가 초콜릿 푸딩을 재료로 직접 찍어낸 ‘손가락 프린팅’, 15만달러짜리 스포츠카 페라리와 더불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첨부돼 있는 편지…. 오프라인 매장에서라면 동시에 선보이기 힘든 이질적인 상품에 대한 원스톱 쇼핑을 제공하는 온라인 경매는, 이제 포털이나 인터넷 기업들이 탐을 내는 대표적인 수익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이베이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맥 휘트먼(Meg Whitman) 이베이 사장이다.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경영자의 반열에 오른 그녀는 이베이 약진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이다.

지난 1998년 3월, 휘트먼이 이 회사에 합류한 이후 회원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으며, 매 분기 수입은 40% 이상 폭증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 1999년 당시 미국 온라인 경매시장의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이베이의 독주를 경고하고 나설 정도였다. 그녀가 이베이 운영의 중임(重任)을 맡은 지 불과 1년여 만이었다.

물론 상황이 썩 우호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포털 업체 등 이 분야의 잠재력에 뒤늦게 눈을 뜬 기업들이 이베이의 행보를 주시하며 유사 서비스를 신설해 강력한 위협을 던져 주었다. 가격비교 사이트는 수익 기반을 일거에 흔들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잠재력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신기술은 시장 강자의 비교우위를 순식간에 뒤집어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붉은 꽃이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속담은 이베이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은 그녀의 편이었다. 지난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의 후폭풍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베이가 온라인 결제 서비스사인 ‘페이팔(PayPal)’을 인수하는 등 승승장구하자, 그녀에 대해 다소 인색하던 시장의 평가도 완전히 달라졌다.

휘트먼식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온화한 미소가 돋보이는 휘트먼식 리더십의 요체는 무엇일까. ‘강한 결단력의 소유자이지만,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성향이 없는 경영자’. 지난 1998년 휘트먼과 면접을 치르고 난 뒤 창업자인 오미디어가 내린 그녀에 대한 평가는 정곡을 정확히 찌른 말이었다.

개방성, 유연함으로 튀지 않은 리더십 발휘

휘트먼식 리더십의 요체는 개방성·유연함 등으로 요약된다. “휘트먼은 결코 튀지 않는 리더다. 결코 보스처럼 굴지 않지만, 임직원들을 훌륭하게 이끈다. 그녀는 다스리지 않는 경영자며,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다.” <유에스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윌리엄 메이어 기자의 평가다

사실, 이 말 만큼 휘트먼식 리더십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평가도 없다. 휘트먼 자신도 ‘민주적 리더십’이야말로 이베이 성공의 비결(秘結)이라고 <유에스뉴스 앤 월드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회사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제언을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받아들여 사고의 폭을 확대해 나가는 그녀의 신중한 행보는 휘트먼식 리더십의 첫 번째 특징이다.

그녀가‘자아없는 경영(selfless management)’의 전범(典範)으로 불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회의 주재에서도 그녀의 이러한 특징은 확인된다. 장기 전략 수립에 수일 간을 매달리기보다 아이디어를 직접 실천해 보고 잘못된 점을 개선해 반영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게 그녀의 지론.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의 근원은 ‘온라인 커뮤니티’다. 온라인 장터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들, 그리고 이베이의 9300여 명의 직원들은 그녀의 경영 전략의 큰 줄기를 결정하는 핵심 참모인 셈이다. 사실, “고객의 아이디어를 서비스나 제품 기획에 반영하라”는 프라할라다(C.K. Prahalad) 미시간대 교수의 가르침은 이베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특히 그녀에게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전기는 중고 자동차 매매분야 진출을 둘러싼 회사 내부의 논란이었다. 일부 회원들이 장난감 자동차 카테고리에 중고 자동차 판매 공고를 올려놓으면서 회사측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당시 이베이 내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컸다. 반대 이유는 거래의 안전 확보의 어려움이었다.

중고차 매물 거래에 나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제대로 계약을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이베이는 중고 자동차 판매업에 진출했고, 이제는 대표적인 효자 품목이 됐다.

그녀가 군림하고 통제하는 전통적인 리더십을 포기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결정적으로 중시하게 된 배경이다. “시장을 이기려고 하지 마라.” 휘트먼의 이러한 사고에 영향을 미친 인물은 고 프랭크 웰스(Frank Wells) 디즈니 전 회장이었다. 그는 경영자가 지녀야 할 겸손의 미덕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인물이었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이직 경험도 유연한 사고방식의 형성에 한몫 했다는 것이다. <유에스뉴스앤 월드리포트>는 그녀의 민주적인 리더십 형성에는 잦은 전직의 영향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의 지식이 더 이상 나침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로 이직한 그녀가, 주변의 전문가 집단에게 꾸준히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만의 아집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컨설턴트부터 장난감 회사의 최고경영자, 그리고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까지, 그녀는 과거의 경험을 금과옥조로 삼기 어려운 새로운 분야로 이직을 했고, 이러한 경험은 이베이 운영방식에도 일정부분 기여한 셈이다.

특히 소비재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프록터앤갬블의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직장경력을 시작한 것도 고객 중시 성향에 한몫 했다. 민주적인 리더십의 소유주인 휘트먼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대단하다. 인터넷 전화업체인 스카이프 인수건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휘트먼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가늠하게 한다.

이베이가 지난해 인터넷 전화업체 스카이프를 26억달러에 인수하자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회사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상품의 구매자와 판매자가 온라인 전화 서비스를 통해 더 정확하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였지만, 당시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을 지나치게 비싸게 사들였다는 게 비판을 면치 못했던 것.

하지만 이베이의 주가는 곧 원상회복됐는데, 미국 언론은 이를 ‘맥 휘트먼 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았다. 언제나 신중한 행보로 시장의 믿음을 결코 배신한 적이 없는 그녀의 과거 업적을 신뢰했다는 의미다. 디즈니는 지난해 그녀를 영입하려고 했으며, 야후는 이베이와 전략적 제휴 협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식경영시대에 이상적인 경영자 모델

지난 2002년 이금룡 당시 옥션 사장을 물러나게 한 것은 그녀의 또 다른 면을 가늠하게 한다. 당시 옥션의 지분 50%를 인수한 이베이의 휘트먼은, 대외 활동에 치중하는 이금룡 사장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그를 물러나게 했다.

“당시 (그녀가) 한국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정 부분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대외지향적 관리자보다 사업을 꼼꼼히 챙길 관리형 경영자를 선호한 것도 사실이다. ”홍보라인에 근무하던 이 회사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신의 경영 방침과 부합하지 않는 경영자를 축출하는 단호한 면모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휘트먼이 항상 승리의 보증수표가 돼 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터줏대감인 야후에 밀려 사업을 접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녀의 리더십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들려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인터넷 기업에서나 통할 스타일이며, 거대 굴뚝 기업 경영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는 것. 특히 소비자들을 추수하기보다 일정한 흐름을 선도해 온 경영자의 존재는 휘트먼식 리더십이 절대선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군림하지 않고,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는 그녀의 리더십 스타일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고, 소비자들의 변덕스러운 기호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독선은 실패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올해 2월호에서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 좋아하는 경영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경영자에게 지식경영이란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일 뿐이라는 얘기다.
휘트먼식 리더십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그녀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지난 1999년 이베이의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던 요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잠재해 있다. 예컨대, 미국 인터넷 산업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는 구글의 가격 비교 서비스인 프루걸(froogal) 은 이베이의 입지에 상당한 위협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전망.

구글뿐만이 아니다. 야후를 비롯한 포털들도 가격 비교 서비스를 앞세워 이베이의 성장기반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고 있으며, 아마존은 책은 물론 자동차·보석 등 상품을 판매하며 이베이의 입지를 강력히 위협하고 있다.
“ 나는 이베이가 그 잠재력의 일부만을 현실로 옮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휘트먼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베이가 경쟁자들을 누르고 전자상거래는 물론 전 세계 네티즌들을 끌어들이는 포털이 되든, 아니면 욱일승천의 기세를 잃어버리고 고만고만한 사업자로 전락하는 지 여부는 온전히 그녀의 몫이다. 주요 승부처의 하나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베이 입성 비하인드 스토리

급여 수준 알고 머뭇…
스톡옵션 720만주에 OK

휘트먼이 당시로서는 이름도 생소한 이베이에 합류한 것은 지난 1998년 초.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인 프록터앤갬블·베인앤컴퍼니 등을 거쳐 장난감 업체이던 하스브로스의 최고 경영자로 근무하던 때였다.

이베이의 창업자인 오미디어는 브랜드 관리 부문에서 역량이 탁월한 최고 경영자를 수소문하고 있었고, 그녀는 6명의 후보군에 속해있었다. 공대 출신들이 주도하던 회사 입장에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전문가의 영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베이는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헤드헌터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신생 인터넷 회사인 이베이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전혀 없다고 솔직히 대답했습니다. 남편은 신경정신 외과의사로 뇌종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고, 두 아이도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스브로스를 나와 5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옮겨갈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

《이베이의 거대한 실험》에 실린 맥 휘트먼의 말이다. 당시 그녀에게 제시된 급여 조건은 연봉 14만5000달러에 보너스 10만달러.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파격적인 스톡옵션 조건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회사 주식의 6%에 달하는 720만주를 주당 0.022달러에 살 수 있다는 옵션이었다. 당시 미국을 강타한 닷컴 열풍을 감안해 볼 때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던 셈이다. 휘트먼이 이베이의 약진에 단단히 한몫 한 것은 명확하다.
 
윤리경영이 부상하면서 최고경영자에게 지나친 보상을 주는 스톡옵션의 폐해를 지적하는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휘트먼은 스톡옵션의 장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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