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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22 "비이성적 과열...탐욕에 눈이 멀 때"
 
[북 리뷰] 탐욕과 어리석음에 희생된 투자자들의 역사

[이코노믹리뷰 2005-08-08 08:57](권춘오 네오넷 코리아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네덜란드의 튤립 열풍, 공황, 검은 목요일에서 이로쿼이 극장 화재 사건, 히틀러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군중의 탐욕과 어리석음의 사례들을 모아 놓은 연대기입니다.)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
로버트 멘셜 지음/강수정 옮김/에코리브르/352쪽/15,000원

탐 욕은 밑바닥이 없는 구덩이, 무저갱(無低坑)이다. 만족을 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탐욕이 아니다. 그래서 탐욕은 위험하다. 채울수록 더 많이 채우고 싶고,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고 싶다. 이러한 탐욕의 본질로 인해 국가, 기업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파멸과 희생이 있어왔다.

일찍이 고타마 싯다르타(부처)는 모든 고통의 원인이 탐욕임을 대중들에게 설파했다. “인간에게는 항상 고통이 있으며 그 고통은 탐욕에서 나온다. 따라서 고통을 끊기 위해서는 탐욕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천 년 동안 이 진리가 설파되어 왔고, 도덕 교과서에서도 가르친다.

하지만 진리는 활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탐욕은 우리 생활 깊숙이 침입해서 그 진리의 힘에 버금갈 만한 힘으로 우리를 옥죄면서 놓지를 않는다.

《시장의 유혹, 광기의 덫》(에코리브르)은 탐욕에 의한 대중의 맹목성, 어리석음, 광기가 한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삶을 어떻게 망쳤는지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현재의 우리가 어떤 태도와 자세를 지니고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속된 말로, 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산다. 겉으로는 아무리 겸손한 척 해도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자부심이 있으며,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 잘난 맛에’사는 개개인들이 집단이 되면 사정은 사뭇 달라진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군중이 감정적인 소용돌이에 현혹될 때 그 군중에 속한 개인은 너무나 쉽게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고 종국에는 파멸하고 말았다. 저자는 묻는다.

“왜 혼자 있을 때는 그토록 영리한 사람이 군중 속에 있을 때는 바보가 돼버리는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열풍도 바로 이와 같았다.

터번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튤립은 17세기가 되자 부유층,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 부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가장 아름다운 구근을 선발하는 대회에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상금이 걸렸고 우승을 차지한 구근은 이종교배를 위해 비싼 값에 팔려나갔다.

이후 1630년경이 되자 특히 네덜란드 사람들은 튤립 재배와 매매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전문가도 아니면서 튤립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자 특별한 인기가 있거나 대회에서 우승할 만한 구근들의 값이 뛰기 시작했다. 튤립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튤립을 키우고 거래하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튤립 시장에 뛰어들었다. 튤립 광풍이 분 것이다.

이들은 튤립 열기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며, 세계 어느 곳이든 부자들이라면 모두 아름다운 네덜란드 튤립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화답하듯, 튤립열풍은 1634년에서 1637년 사이 절정에 이르러 상등품 구근 값은 지금 가치로 거의 11만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거품은 그 태생상 곧 터지게 마련이다. 1637년 초, 가격 붕괴가 느닷없이 시작되었다. 떨어지기 시작한 튤립 구근의 값은 한없이 떨어졌다. 1637년 1월 2600%까지 급등한 튤립 가격은 2월 첫째 주에 95%나 곤두박질쳤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게 구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짧게 화려함을 맛봤던 수많은 사람들, 구근을 대규모 거래하던 상인들은 거의 모두 빈털터리가 되었고, 회복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졌다.

저자는 “탐욕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상태에 빠진다. 가치평가의 오래된 잣대가 현실적인 분별력과 함께 휴지통에 처박히면 거품은 끝없이 부풀어오른다. 그러다 마지막 바보까지 모두 올라타면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를 주저앉히듯이 거품은 터지고 심판의 날이 도래한다.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을 낳는다.

비이성적 과열은 재빨리 도망치려 하고, 허둥대며 도망치려는 발걸음은 공황으로 이어지고, 공황은 즉각적인 경제대란을 낳을 수 있다. 잔뜩 부풀린 풍선일수록 바람이 맹렬한 기세로 빠져나오듯 거품이 터진 후의 추락은 그만큼 더 깊고 가파르다”고 말한다.

시장에는 항상 거품이 존재한다. 벤처열풍이 불었을 때 ‘묻지마 투자’가 있었고, 수도가 이전한다고 했을 때는 땅 투기가 있었다. 최근에는 판교에서 강남 재개발 지역에 이르기까지….

또 항상 그렇듯 이 이상한 열기는 시장을 달구고, 끓어오른 거품의 크기가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거품이 터지면 모두가 넋을 잃는다. 17세기에 일어난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시장이 군중의 광기에 휩싸일 때 개인이 현명하게 처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그것은 건전한 개인의 판단에 달렸다고 말한다. 시장이 아무리 유혹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라 해도, 냉철한 시선으로 현실을 분석하고 흔들리지 않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것.

“군중이 지닌 힘의 옳고 그름은 결국 각자가 내리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분위기에 편승해서 함께 흘러갈 것인가? 집단의 정서를 위해 자신의 분별력을 포기할 것인가? 다른 누군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것인가, 아니면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진실의 잣대를 끊임없이 꺼내서 살피고 확인할 것인가?

금전적인 결정이든 극장의 관객들이 우르르 몰려나갈 때이든, 취향의 문제이든, 윤리의 문제이든, 정치적 위기이든, 유행의 바람이 불 때이든, 중요한 것은 밖으로부터 느껴지는 압력을 차단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의 튤립 열풍, 공황, 검은 목요일에서 이로쿼이 극장 화재 사건, 히틀러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군중의 탐욕과 어리석음의 사례들을 모아 놓은 연대기이다. 이 사례들은 모두 다른 내용이지만 내용은 같다. 거품의 유형은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그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냉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소할 자격이 있을까.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거품 시장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고, 그 거품에서 확실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일테니 말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
(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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