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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1 글로벌 리더십 분석-맥 휘트먼 이베이 회장
 



Global Leadership| ② 이베이 맥 휘트먼 사장 (그녀는 저니맨에 가깝습니다. 저니맨이란 한 팀에 오래 있지 못하고, 여러 팀을 전전하는 운동선수를 의미합니다. 그녀는 프록터앤갬블, 디즈니, 이베이, 하스브로스 등 여러 회사를 거쳤습니다. 전직이 흔한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직장인들이 회사를 자주 옮겨다니는 건 아니죠. 프록터앤갬블은 도요타 못지 않게 직원들이 장기 근속하기로 유명한 회사죠. 하지만 이 때의 경험이 그녀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된 듯 합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습관이 몸에 배였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전제적인 유형의 보스를 우리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맥휘트먼의 겸양의 리더십을 한번 배워보시죠.  )

[이코노믹리뷰 2006-03-30 06:45]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
결단력은 있지만 지배욕은 없다”

‘미국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의 이베이(ebay)를 지칭하는 말이다.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어(Pier Omydir)가 여자 친구에게 줄 ‘캔디박스’를 구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기업의 성장 속도는 실로 현기증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작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등록된 회원 수만 무려 1억 5000만여 명.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의 인구를 합친 것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13억2900만달러. 순이익은 36.1% 늘어난 2억 7900만달러였다.

창립 이후 매 분기 4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기업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해외 진출 실적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 2001년에는 우리나라의 전자 상거래 업체인 옥션(auction)을 인수했으며, 프랑스·영국, 그리고 최후의 격전지 중국 등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간간이 거래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잡음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이베이는 이제 구글·야후·아마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인터넷 기업의 명실상부한 최강자 대열에 합류했다.

‘떠들썩한 시골 장터의 정겨움과 초현대식 쇼핑몰의 편리함’. 이베이의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시골 장터나, 지역 바자회의 흥겨움, 정겨움과 쇼핑의 편리함을 결합시킨 것이 상당 부분 주효했다는 평가다.‘친구들과 디즈니랜드에 가는 데 돈이 필요하다. 직접 그린 그림을 2달러에 팔고 싶다’는 한 어린이의 상품 설명은 보는 이들의 미소를 흘리게 한다.

두 살짜리 어린이가 초콜릿 푸딩을 재료로 직접 찍어낸 ‘손가락 프린팅’, 15만달러짜리 스포츠카 페라리와 더불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첨부돼 있는 편지…. 오프라인 매장에서라면 동시에 선보이기 힘든 이질적인 상품에 대한 원스톱 쇼핑을 제공하는 온라인 경매는, 이제 포털이나 인터넷 기업들이 탐을 내는 대표적인 수익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이베이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맥 휘트먼(Meg Whitman) 이베이 사장이다.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경영자의 반열에 오른 그녀는 이베이 약진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이다.

지난 1998년 3월, 휘트먼이 이 회사에 합류한 이후 회원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으며, 매 분기 수입은 40% 이상 폭증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 1999년 당시 미국 온라인 경매시장의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이베이의 독주를 경고하고 나설 정도였다. 그녀가 이베이 운영의 중임(重任)을 맡은 지 불과 1년여 만이었다.

물론 상황이 썩 우호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포털 업체 등 이 분야의 잠재력에 뒤늦게 눈을 뜬 기업들이 이베이의 행보를 주시하며 유사 서비스를 신설해 강력한 위협을 던져 주었다. 가격비교 사이트는 수익 기반을 일거에 흔들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잠재력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신기술은 시장 강자의 비교우위를 순식간에 뒤집어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붉은 꽃이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속담은 이베이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은 그녀의 편이었다. 지난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의 후폭풍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베이가 온라인 결제 서비스사인 ‘페이팔(PayPal)’을 인수하는 등 승승장구하자, 그녀에 대해 다소 인색하던 시장의 평가도 완전히 달라졌다.

휘트먼식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온화한 미소가 돋보이는 휘트먼식 리더십의 요체는 무엇일까. ‘강한 결단력의 소유자이지만,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성향이 없는 경영자’. 지난 1998년 휘트먼과 면접을 치르고 난 뒤 창업자인 오미디어가 내린 그녀에 대한 평가는 정곡을 정확히 찌른 말이었다.

개방성, 유연함으로 튀지 않은 리더십 발휘

휘트먼식 리더십의 요체는 개방성·유연함 등으로 요약된다. “휘트먼은 결코 튀지 않는 리더다. 결코 보스처럼 굴지 않지만, 임직원들을 훌륭하게 이끈다. 그녀는 다스리지 않는 경영자며,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다.” <유에스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윌리엄 메이어 기자의 평가다

사실, 이 말 만큼 휘트먼식 리더십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평가도 없다. 휘트먼 자신도 ‘민주적 리더십’이야말로 이베이 성공의 비결(秘結)이라고 <유에스뉴스 앤 월드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회사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제언을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받아들여 사고의 폭을 확대해 나가는 그녀의 신중한 행보는 휘트먼식 리더십의 첫 번째 특징이다.

그녀가‘자아없는 경영(selfless management)’의 전범(典範)으로 불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회의 주재에서도 그녀의 이러한 특징은 확인된다. 장기 전략 수립에 수일 간을 매달리기보다 아이디어를 직접 실천해 보고 잘못된 점을 개선해 반영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게 그녀의 지론.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의 근원은 ‘온라인 커뮤니티’다. 온라인 장터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들, 그리고 이베이의 9300여 명의 직원들은 그녀의 경영 전략의 큰 줄기를 결정하는 핵심 참모인 셈이다. 사실, “고객의 아이디어를 서비스나 제품 기획에 반영하라”는 프라할라다(C.K. Prahalad) 미시간대 교수의 가르침은 이베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특히 그녀에게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전기는 중고 자동차 매매분야 진출을 둘러싼 회사 내부의 논란이었다. 일부 회원들이 장난감 자동차 카테고리에 중고 자동차 판매 공고를 올려놓으면서 회사측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당시 이베이 내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컸다. 반대 이유는 거래의 안전 확보의 어려움이었다.

중고차 매물 거래에 나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제대로 계약을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이베이는 중고 자동차 판매업에 진출했고, 이제는 대표적인 효자 품목이 됐다.

그녀가 군림하고 통제하는 전통적인 리더십을 포기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결정적으로 중시하게 된 배경이다. “시장을 이기려고 하지 마라.” 휘트먼의 이러한 사고에 영향을 미친 인물은 고 프랭크 웰스(Frank Wells) 디즈니 전 회장이었다. 그는 경영자가 지녀야 할 겸손의 미덕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인물이었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이직 경험도 유연한 사고방식의 형성에 한몫 했다는 것이다. <유에스뉴스앤 월드리포트>는 그녀의 민주적인 리더십 형성에는 잦은 전직의 영향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의 지식이 더 이상 나침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새로운 분야로 이직한 그녀가, 주변의 전문가 집단에게 꾸준히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만의 아집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컨설턴트부터 장난감 회사의 최고경영자, 그리고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까지, 그녀는 과거의 경험을 금과옥조로 삼기 어려운 새로운 분야로 이직을 했고, 이러한 경험은 이베이 운영방식에도 일정부분 기여한 셈이다.

특히 소비재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프록터앤갬블의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직장경력을 시작한 것도 고객 중시 성향에 한몫 했다. 민주적인 리더십의 소유주인 휘트먼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대단하다. 인터넷 전화업체인 스카이프 인수건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휘트먼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가늠하게 한다.

이베이가 지난해 인터넷 전화업체 스카이프를 26억달러에 인수하자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회사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상품의 구매자와 판매자가 온라인 전화 서비스를 통해 더 정확하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였지만, 당시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을 지나치게 비싸게 사들였다는 게 비판을 면치 못했던 것.

하지만 이베이의 주가는 곧 원상회복됐는데, 미국 언론은 이를 ‘맥 휘트먼 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았다. 언제나 신중한 행보로 시장의 믿음을 결코 배신한 적이 없는 그녀의 과거 업적을 신뢰했다는 의미다. 디즈니는 지난해 그녀를 영입하려고 했으며, 야후는 이베이와 전략적 제휴 협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식경영시대에 이상적인 경영자 모델

지난 2002년 이금룡 당시 옥션 사장을 물러나게 한 것은 그녀의 또 다른 면을 가늠하게 한다. 당시 옥션의 지분 50%를 인수한 이베이의 휘트먼은, 대외 활동에 치중하는 이금룡 사장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그를 물러나게 했다.

“당시 (그녀가) 한국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정 부분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대외지향적 관리자보다 사업을 꼼꼼히 챙길 관리형 경영자를 선호한 것도 사실이다. ”홍보라인에 근무하던 이 회사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신의 경영 방침과 부합하지 않는 경영자를 축출하는 단호한 면모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휘트먼이 항상 승리의 보증수표가 돼 온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터줏대감인 야후에 밀려 사업을 접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녀의 리더십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들려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인터넷 기업에서나 통할 스타일이며, 거대 굴뚝 기업 경영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는 것. 특히 소비자들을 추수하기보다 일정한 흐름을 선도해 온 경영자의 존재는 휘트먼식 리더십이 절대선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군림하지 않고,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는 그녀의 리더십 스타일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고, 소비자들의 변덕스러운 기호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독선은 실패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올해 2월호에서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 좋아하는 경영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경영자에게 지식경영이란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일 뿐이라는 얘기다.
휘트먼식 리더십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그녀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지난 1999년 이베이의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던 요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잠재해 있다. 예컨대, 미국 인터넷 산업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는 구글의 가격 비교 서비스인 프루걸(froogal) 은 이베이의 입지에 상당한 위협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전망.

구글뿐만이 아니다. 야후를 비롯한 포털들도 가격 비교 서비스를 앞세워 이베이의 성장기반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고 있으며, 아마존은 책은 물론 자동차·보석 등 상품을 판매하며 이베이의 입지를 강력히 위협하고 있다.
“ 나는 이베이가 그 잠재력의 일부만을 현실로 옮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휘트먼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베이가 경쟁자들을 누르고 전자상거래는 물론 전 세계 네티즌들을 끌어들이는 포털이 되든, 아니면 욱일승천의 기세를 잃어버리고 고만고만한 사업자로 전락하는 지 여부는 온전히 그녀의 몫이다. 주요 승부처의 하나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베이 입성 비하인드 스토리

급여 수준 알고 머뭇…
스톡옵션 720만주에 OK

휘트먼이 당시로서는 이름도 생소한 이베이에 합류한 것은 지난 1998년 초.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인 프록터앤갬블·베인앤컴퍼니 등을 거쳐 장난감 업체이던 하스브로스의 최고 경영자로 근무하던 때였다.

이베이의 창업자인 오미디어는 브랜드 관리 부문에서 역량이 탁월한 최고 경영자를 수소문하고 있었고, 그녀는 6명의 후보군에 속해있었다. 공대 출신들이 주도하던 회사 입장에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전문가의 영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베이는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헤드헌터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신생 인터넷 회사인 이베이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전혀 없다고 솔직히 대답했습니다. 남편은 신경정신 외과의사로 뇌종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고, 두 아이도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스브로스를 나와 5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옮겨갈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

《이베이의 거대한 실험》에 실린 맥 휘트먼의 말이다. 당시 그녀에게 제시된 급여 조건은 연봉 14만5000달러에 보너스 10만달러. 썩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파격적인 스톡옵션 조건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회사 주식의 6%에 달하는 720만주를 주당 0.022달러에 살 수 있다는 옵션이었다. 당시 미국을 강타한 닷컴 열풍을 감안해 볼 때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던 셈이다. 휘트먼이 이베이의 약진에 단단히 한몫 한 것은 명확하다.
 
윤리경영이 부상하면서 최고경영자에게 지나친 보상을 주는 스톡옵션의 폐해를 지적하는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휘트먼은 스톡옵션의 장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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