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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황청심환'에 해당되는 글 1

  1. 2007.03.10 "오래살고 싶은가..출세를 하라"
 

“아카데미償 타면 오래 산다”



[이코노믹리뷰 2006-03-03 09:51](명예와 수명간의 함수관계를 파고든 인문서적입니다. 지위가 높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 수명도 길다고 하는데요. 권춘오 편집장의 서평입니다. )


[Book Review]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한다》
마이클 마멋 지음/김보영 옮김/에코리브르/448쪽/18,000원

어 릴 때, 어머니가 잠깐 혼절한 일이 있다. 그때 물에 개어 입에 넣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우황청심환이다. 필자도 대입학력고사를 치르기 전에 가족의 권유로 우황청심환 하나를 씹으면서 고사장에 들어간 기억이 있고, 다른 친구들의 가족사 이야기까지 종합해 보면,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우황청심환은 ‘기적의 만병통치약’ 정도 아닐까 싶다. 급한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우황청심환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우황청심환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길거리 약장수뿐이다.

‘이것 하나면 해결된다’는 식을 필자는 모두 ‘우황청심환적 방법’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관점으로 우리 사회를 보면 꽤 많은 분야에서 ‘우황청심환적 방법’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된 양극화 현상만 봐도 그렇다. 다들 똑같다. ‘소득격차를 줄이고 복지 혜택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런던대학 공중보건학 교수인 마이클 마멋이 저술한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단축한다≫(에코리브르)를 보면, 우리 정치인들이 말하는 대책은 눈에 보이는 수치상의 해결일 뿐, 그 본질에는 대부분 접근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양극화 해소는 왜 하는가?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행복, 장수를 증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저자가 수집한 증거들과 30여 년에 걸친 역학 연구에 따르면, ‘건강’과 ‘행복’ ‘장수’의 본질은 물질적인 풍족함보다 사회적 지위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는 기술과 유전학의 발달이 생명 연장,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해 왔지만, 그것은 문제를 거꾸로 보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쁜 건강과 생명 단축의 진정한 요인은 바로 사회적 불평등에 있으며, 이것을 ‘지위 신드롬’이라고 일컫는다.

지위 신드롬은 그 영향이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다. 심장병·뇌졸중·폐암·전염병에서 심지어 자살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소득이나 흡연,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의 섭취가 아닌, 삶에 대한 지배력과 사회 참여의 기회가 많고 적음, 불평등에 대한 심리적 경험이 건강과 생명에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장이나 경영자는 그 하위 직급의 사람들보다, 대학 졸업자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경제적 풍요가 아니라 그들이 삶에 대한 지배력과 사회 참여의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그렇다면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질병이나 죽음으로 변화되는 것일까? 저자는 그것은 뇌에 있으며, 불평등에 대한 정신적 경험이 신체 기관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밝힌다.

1911년 남극 탐험에 실패한 스콧 일행에게 일어난 불행을 보자. 대원 중에 가장 먼저 쓰러진 시먼 에반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계급은 낮았지만 건장한 체구 덕분에 대원으로 뽑힌 사람이었다. 다섯 명의 대원 중 가장 강해 보였던 그가 왜 가장 먼저 쓰러져 죽음에 이르렀을까? 스콧은 그의 일기에 “우리 생각에 그는 정신적으로 압도된 것 같았다”고 썼다. 가장 건장했던 에반스의 죽음은 대원들 중 그의 지배력이 가장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아문센이 먼저 남극에 도달함으로써 대원들은 적절한 보상 없이 낙담 속에서 1300여 킬로미터의 귀환 행진을 해야 했다. 노력과 보상 사이의 불균형은 정신적으로 해로운 것이었고 그로 인해 육체적인 건강까지 해를 입었다. 만약 승리자였다면 그들은 모두 생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사회적 지위가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아카데미상의 수상 기록을 가진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의 수명에 차이가 있을까? 조사 결과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는 그렇지 못한 동료 배우보다 평균적으로 4년을 더 오래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상자들이 비수상자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윤택했기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다. 조사 대상이었던 비수상자들은 결코 궁핍하지 않았다. 조사자들은 아카데미상의 수상이 그들의 수명을 연장시켰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대단한 인기와 세계적인 지위와 자부심이 그들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두 사례 외에도 일본 자동차 산업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자율성, 그리고 회사의 건재와 경제적 성공이 깊은 연관이 있고, 미혼자보다 기혼자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도 모두 사회적 지위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행복과 건강을 영위하기 위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단순히 소득이나 먹거리에 있지 않고 회사·사무실·은행·공장·집·이웃·동호회 등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현장에서의 지배력과 참여 기회의 공평한 분배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물론 저자는 사회 불평등이 항상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임을 인정한다. 더군다나 사회 불평등은 어떻게 보면 사회가 활기차게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가 내놓은 방안은 ‘사회적 불평등의 통제’다. 불평등이 건강과 생명에 끼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파악하여 이를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다양한 원인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이 무분별하게 배분되지 않도록, 하나의 공공 문제로써 살피는 과정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길을 밟아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양극화 해소의 본질, 단순히 무엇인가를 던져주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빗겨나는 것이다. 올바른 철학 위에 정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우황청심환적 방법’을 거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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