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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채서일 전 한국경영학회장(현 고려대 교수)

[이코노믹리뷰 2007-03-28 07:27](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출연했던 영화, 장미의 이름을 최근 본 적이 있습니다. 숀 코넬리와 더불어 훗날 대배우로 성장하는 앳된 모습의 슬레이터를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 '카나리아를 먹은 고양이의 얼굴' 미국의 모 평론가가 슬레이터의 외모를 평가한 말인데요.

슬레이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더군요. 음흉한 듯 하면서도 왠지 천진스러워 보이는 미소는 그의 전매특허입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숀 코넬리를 도와 살인사건의 배후를 파고듭니다. 살인을 저지른 중세 사원 사제의 흉악한 진면목을 백일하에 드러내게 되는데요.  저는 얼마전 한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다시 방영하던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 사제를 보면서 불현듯 엉뚱한 상상을 떠올렸습니다.

21세기의  '사제'들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굳이 정치인들을 떠올릴 필요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부대끼며 생활하는 주변의 동료부터, 직장 상사, 그리고 동창들중에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분들을 우리 주변에서 종종 만나는 일이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신문에서  국가 수반을 겨냥해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묵은 찌꺼기를 여과없이 털어놓는 일부
보수 인사들, 그리고 세상의 변화에 눈을 가린 채 항상 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진보진영의 운동가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저는 CNN한국방송을 하면 마치 나라가 결딴이라도 날 듯이 말하는 분들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대학에서 근무하는 일부 지식인들도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변화를 외치면서도 오히려 바깥세상과는 담을 쌓은 채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변화와 혁신은 남의 얘기일뿐입니다.  학문의 속성 자체가 현실 참여 지향적인 경영학에 종사하는 분들도 이런 흐름에서 비껴서 있지 않습니다.

학자들이 활발하게 현실에 참여하는 미국과 여러모로 대비됩니다. 프라할라드라는 학자는  무려 7년전 신흥시장 저소득층의 부상 가능성을 예측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했습니다. 다른 학자들도 블로그 등을 통해 일반 대중들과도 활발하게 교감하며 한 사회의 지적 수준을 높여나가는 데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영학계는 너무 고루합니다.
마치 중세적 가치의 '보수'를 위해 아리스토텔레스를 배격하던 <장미의 이름>의 사제와 비슷하다고 하면 지나칠까요. 저는 한국기업의 위기는 한국경영학계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경영학회장을 지낸 분을 만나 이런 생각이 비단 저만의 우려는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채서일 고려대 교수의 얘기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보시죠.




“일류 글로벌 기업은 저만치 가는데
국내 경쟁 기업 동향은 왜 캐묻는지…”

경영학자보다는 미술이나 음악, 공학 등 다른 분야 출신들이 더 유연하고 창의적이지 않겠습니까.
학문의 새로운 돌파구도 이들이 만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왜 자꾸 다른 기업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 CEO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습니다. 대부분 경쟁 기업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척 관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글로벌 무대에서 일류로 도약하기는 어렵습니다.”지난 20일 오후 고려대 경영대학원 6층.

채서일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경영학회장)는 시종일관 ‘직설적’이었다. 질문을 꺼내기 무섭게, 쏘는 듯한 답변으로 기자를 무안하게 만든다. 창의적 발상으로 운명을 뒤바꾼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묻자 질타와 더불어 “사고의 틀을 깨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회귀적 사고의 유효기간은 끝났다는 것 .

변화의 속도는 눈부시다. 자동차 산업을 보자. 한 기업의 성공 방정식을 다룬 경제경영서가 여전히 독자들의 발길을 끄는 와중에 그 기업이 시장 점유율이나 이윤율 하락 등 위기의 ‘징후’로 흔들린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북미와 일본 시장의 실적 악화로 부심하고 있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대표적이다.

포드자동차도 창업자 가문출신의 후계자인 윌리엄 클래이 포드 주니어의 리더십을 분석한 경제경영서들이 대형서점에 풀리던 시기에 이미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채 교수가 ‘이노베이션’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기업들은 혁신을 외치지만, 게임의 법칙이 바뀐 사실은 여전히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제기한 ‘한국경제 위기론’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절대 강자인 인텔이 문화 인류학자들을 과감히 영입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결코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내실 있게 변화에 차근차근 대응해나가고 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독창적 사고법 덕분에 몸값이 상종가이다.

채서일 교수는 이날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결코 에둘러 가는 법이 없었다. 국내 기업의 속살을 사정없이 파고 들던 비판의 칼날은 자신이 속한 교수 사회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았다. 더욱 신랄했다. 독창적 사고의 부재가, 비단 기업인들만의 고질병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날 경영학의 위기를 자주 입에 올렸다. 민간 기업에 더 이상 사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도, 혹은 신통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신녀(神女)에 비유할 수 있을까. 상상력의 부재, 민간 기업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폐쇄적인 평가 시스템은 한국 경제의 도약을 가로막는 질곡이다.

경영학은 다른 어떤 학문보다 현실과의 소통이 중요한 분야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해 볼 때 국내 경영학계의 실상은 참담하다. “미국 경영자들은 경영 월간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나 슬로언매니지먼트를 많이 읽는 편입니다.경영 전략은 물론 사례 분석을 비롯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침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경우 중간관리자들을 위한 글도 눈에 띈다. 상사와 잘 지내려면 어떤 점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스타 사원을 관리하려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다룬 글이 대표적이다. 필진도 화려하다. 다이아몬드 이론의 마이클 포터, 신흥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자랑하는 미시간 경영대학원의 프라할라드교수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이 잡지에 글을 싣는다.

이들의 통찰력은 평소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기 쉬운 기업인들의 ‘자양강장제’이다. 경영학계의 경쟁력은 고스란히 민간 기업의 강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인들은 우리나라 경영학자들의 글을 좀처럼 읽지 않는다.

학자들이 대부분 딱딱한 논문을 주로 발표하다 보니, 바쁜 시간을 쪼개 이를 펼쳐 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채 교수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도움을 거의 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상아탑의 울타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특출한 성과가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프라할라드 미시간 경영대학원 교수는 일찌감치 저소득층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 다국적 기업 진출의 주춧돌을 놓았으나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성공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들이 팝스타라면 국내 경영학자들은 마치 중세 성당의 고루한 사제를 방불케 한다.

한국적 토양에서 프라할라드 교수처럼 미래 예측 능력이 돋보이는 학자들의 등장은 요원하다. 돌파구는 없을까. 채 교수는 교수 평가 시스템의 보강을 강조한다.

“평가 기준을 더 다양하고 탄력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주로 교수들의 논문만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서는 경영학이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

뛰어난 강의 능력도 평가기준이 될 수 있다. 또 신문이나 잡지 등에 대중적이면서도 뛰어난 글을 기고하는 교수들도 동등한 잣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채 교수는 지적했다. 현장과의 교류를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더욱 본질적인 문제해결 방안으로 ‘이종 교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문적 배경이 다른 인재들의 꾸준한 영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라는 것. 이노베이션은 익숙함과의 결별이다. 같은 학문을 전공한 학자들은 사물이나 현상을 역시 유사한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경영학자보다는 미술이나 음악, 공학 등 다른 분야 출신들이 더 유연하고 창의적이지 않겠습니까.

학문의 새로운 돌파구도 이들이 만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경영학자들 중에는 공학도가 적지 않다. 명성이 자자한 디자인 기관인 아이디오(IDEO)의 CEO인 톰 캘리, 일본의 세계적 경영학자 오마에 겐이치도 모두 공대 출신이다. 인문학이 새로운 조명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상을 낯설게도, 낯선 것을 익숙하게도 만드는 ‘마술은 이 학문의 새로운 매력이기도 하다. 교수 평가시스템의 변화, 그리고 다른 분야 전공자들의 수혈. 그가 바라보는 문제 해결의 키워드이다. 하지만 그는 정작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고백했다. 10년 전부터 경영학과 입학생 자격 요건을 문과로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의를 해왔지만, 아직도 변화는 요원하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삼성그룹이 헤드쿼터를 왜 뉴욕으로 옮기지 않는지 아직도 수수께끼입니다.” 채 교수가 이날 인터뷰 말미에 툭 털어놓은 말이다. 변화와 개혁을 단행하지 못하는 주체들에 대한 아쉬움으로도 읽혔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같은 노(老)교수의 역할을 강조했다.

“젊은 교수들은 미국에서 배운 최신 이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나이 든 교수는 이런 (통찰력 있는) 얘기를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나를 )너무 시니컬한 인물로 그리지는 마세요.” 마지막으로 경영서를 한권 추천해 달라고 하자, 웃음을 띤 채 “뭘 들었냐”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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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신흥시장 공략, 적과 동침하라”

[이코노믹리뷰 2007-03-15 17:48](저는 삼성이라는 기업이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서 인력이나, 자원, 시장여건 등 여러 부문에서 열세임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열세'라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을 분도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뭐 이런 얘깁니다. 마이클 포터는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다이아몬드 모델을 만들었는데요. 이 모델은 산업이나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을 적용해보면 생산조건이나, 관련 및 지원분야, 시장의 크기, 전략의 질, 정부 등 어느 것 하나 딱하니 선진국에 비해 뛰어나다 싶은 부문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삼성이 입지해 있는 대한민국의 총체적 역량이 그렇다는 겁니다. 경영자들의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경영학이라는 학문 수준 역시  저는  보잘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학자들의 질과 양에서 열세입니다. IBM이나 GE,그리고 P&G같은 회사들을 한번 생각해보죠. 톰피터스에서 램 차란까지, 이들의 본사가 있는 미국에는 우선 내로라하는 경영학자들이 득실거립니다.

이들의 예측능력도 평가해줄만합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프라할라드 미시간 경영대 교수입니다. 신흥시장의 저소득층이 거대한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도 바로 프라할라드입니다.  노키아나 모토롤라가 이 시장을 일찌감치 파고들면서 시장 선점의 이익을 톡톡히 누린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덕분입니다.

그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3월호에 다시 글을 기고했는데요. 신흥 시장에 문외한인 다국적 기업들이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그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끄네요. 한걸음 더 나간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학자가 왜 안나오는 걸까요. 저는 삼성그룹이 그래서 신기합니다.  :(

 


경영학계 예언자 프라할라드 교수, 기업-시민단체 오월동주 제언

적과의 동침.’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바클레이, 그리고 네슬레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평소 견원지간이나 다름없는 시민 단체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화제다. 신흥 시장을 공략하거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현지사정에 밝은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업체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대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이 회사는 인도의 시민단체인 ‘프라담(Pratham)’과 공동으로 이 나라의 저소득층을 상대로 개인용 컴퓨터(PC)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인텔도 비슷한 사례다.

인도의 정보통신 기업인 위프로(Wipro)와 저가의 지역공동체(community) 컴퓨터를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며 오월동주(吳越同舟)의 대열에 전격 합류했다.

인텔의 인도시장 공략에는 한 시민단체가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고 프라할라드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비단 이들 업체만은 아니다. 통신업체인 텔레노(Telenor)는 방글라데시의‘그라민 은행(Grameen Bank)’과 제휴를 맺고 휴대폰을 시골지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 은행은 노벨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소액대출업체.

이밖에 유가공업체인 프랑스의 다농(Danone)이 그라민 은행과 유가공 합작업체를 설립하고, 저소득층을 공략하고 있으며,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식품 업체인 네슬레도 콜럼비아와 페루, 필리핀 등에서 빈민들을 상대로 한 커리큘럼을 지역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글로벌 금융 기업인 암로(ABN AMRO), 바클레이(Barclay),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피큰페이(Pick’n Pay)’등 시민단체와 손을 잡은 글로벌 기업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지난 1999년 미 시애틀에서 열린 격렬한 반세계화 집회를 떠올리는 이들에게 시민단체와 글로벌 기업의 이러한 밀월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구촌의 빈부격차를 확산시키고, 환경파괴, 자원고갈을 불러오는 주범이라는 달갑지 않던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글로벌 기업들이 시민단체와 동반자 관계 구축에 나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시민단체, 신흥시장 소비자 정서에 정통
코카콜라는 지난해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인도의 한 시민단체가 화근이었다. 이 회사는 인도 케랄라 주에 위치한 플라치마다(Plachimada)에서 판매되는 콜라내 농약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발견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쟁이 불붙기 시작하며 낭패를 본 것.

코카콜라는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수백만달러의 매출 감소와 더불어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시민단체라고 해도 그 파괴력은 무시할 수 없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한 사람의 운동가라도 인터넷 공간에서 적절한 이슈제기로 수많은 대중을 움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에 과거에 비해 적극적이지만, 종종 미숙한 대처로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각국의 시민단체에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시민단체보다 현지인들의 정서를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는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상종가를 불러온 또 다른 배경은, 신흥시장 저소득층의 부상이다. 글로벌 기업은 신흥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이 지역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 기호, 특히 이들을 파고 들 유통 방식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한계다. 프랑스 가정용품 업체 테팔이 인도시장 공략에 소극적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인도만 하더라도 문화, 계층에 따라 조리습관이나 식습관이 다른 소비자들이 적지 않아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 공략에 상당히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난달 기자와 만난 이 회사 다니엘 제라르 부사장의 설명이다. 반면 신흥시장의 시민단체들은 현지사정에 정통하다.

빈민 구호활동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 계층의 바닥 정서는 물론 구호물자의 공급 방식 등을 비교적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지역민들과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도 또 다른 강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사정에 정통한 시민단체들을 적극 공략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영자들은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데, 시민사회운동가들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를 이미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프라할라드 교수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회공헌의 효율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전략적 사회공헌이 부상하면서 양자의 동맹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흥미로운 점은 시민단체와 글로벌 기업의 공조가, 신흥시장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글로벌 기업, 디자인·전략도 공조

사막에 난로를 파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의 중견기업 파세코. 중동 진출 초기에만 해도 이 기업은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무엇보다, 사막을 오고가는 유목민들의 소비 습관을 파악하기가 수월하지가 않았다. 시장을 파고들 노하우가 절대 부족했다.

하지만 파세코가 이 지역 사정에 정통한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국제 석유시장의 큰손인 영국의 비피(BP, British Petroleum)가 인도의 한 시민단체와 조리용 스토브(stove)를 공동으로 개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석유 업체인 비피는 주머니가 가벼운 시골 지역 소비자들을 겨냥해 에너지 효율적인 조리용 스토브의 개발에 나섰다.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연료를 두 가지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요구했다. 인도의 복잡한 문화를 가늠하게 하는 까다로운 요구사항도 적지 않았다.

비피는 시장 조사기관에 의뢰해 이러한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를 마친 회사 측은 방갈로르에 있는 한 연구기관과 협조해 화석연료나 액체 연료를 바꿔 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장치도 부착했다. 문제는 유통이었다.

인도에는 구멍가게 수준의 소규모 매장들이 대거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규모 가게를 통해 대량으로 스토브를 보급하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다. 이 지역에 유통 채널을 직접 구축하려고 하니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에 합당한 가격 수준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광활한 지역에 흩어져 있으며, 언어도 서로 다르며 문화적 배경도 상이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것은 이 세계적 석유 기업의 입장에서도 현저히 힘이 부치는 일이었다. 당시 이 회사가 도움의 손길을 구한 곳이 바로 스와얌 식산(Swayam Shiksan)을 비롯한 이 지역의 시민단체였다.

이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이 지역에서 소규모 대출 사업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 3명과 전격 회동을 가졌다. 이후 시장 조사부터 전략 입안, 제품 디자인까지 공동 작업을 수행해 나가면서 서로간의 신뢰를 구축했다. 또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 모델을 정교하게 만들어나갔다.

특히 새로운 시장을 공동 발굴해 나가는 한편 윤리강령이나 근무 지침 등도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다. 이를 통해 시장 개척에 따르는 시행착오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비피의 사례를 민간기업과 시민단체의 대표적 협력 모델로 평가한다.

물론 이 제품이 시장의 냉혹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시민단체와 민간기업 간의 협조 방식, 또 그 성공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비피는 저소득층을 위한 스토브를 판매해 자사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도 스토브를 구입할 여유가 없는 가난한 계층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첨단 마케팅 기업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 그리고 현지 사정에 밝은 시민단체의 오월동주 덕분이었다. 글로벌 기업과 시민단체, 양측의 이러한 전략적 제휴는 장기간 지속될까 아니면 일시적 유행에 그칠까.

프라할라드 교수는 시민단체와 민간기업 양자의 이해가 상당부분 일치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민간기업은 경쟁우위 확보차원에서, 시민단체들도 생존을 위해 양자간 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 각국의 정부가 자유주위 원칙에 입각한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

민간기업과 시민단체의 통합(convergence)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프라할라드 교수는 전망하고 있다.

양자간의 이러한 통합 추세는 글로벌 기업이라도 한때 견원지간이나 다름없던 시민사회단체와 협조하지 않으면 시장 경쟁을 이겨내기 어려운 냉혹한 시장 질서를 맞고 있음을 가늠하게도 한다. (박스기사 참조)

마이클 포터
“환경 보호나 빈자 구휼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력을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라”

프라할라드
“경영자들은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데, 시민사회운동가들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노하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포터가 말하는 전략적 사회공헌

“사회공헌을 서비스·제품에 반영시켜라”

“전략은 선택을 뜻한다(Strategy is always about making choices).”

마이클 포터 교수는 사회공헌활동도 이슈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른바 전략적 사회책임론이다. 전략적 사회책임은 무엇일까. 기업이 당대인들이 지향하는 가치 체계를 한 걸음 앞서 파악하고,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 과정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사회공헌활동은 결코‘비용’이 아니다.

포터 교수는 무엇보다 도요타자동차의 세계적인 히트 차량인 ‘프리우스(Prius)’를 보라고 조언한다. 이 친환경 차량은 가솔린 자동차의 10%에 불과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미국 시장 진출 초기 손실도 적지 않게 났지만, 결국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기업 이익과 사회공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미 국의 ‘홀 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도 비슷한 사례다. 무공해 유기농 채소를 판매해 온 이 회사는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100가지 성분을 철저히 점검해서 구매 과정에서 모두 제외한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간 밀가루는 쓰지 않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정을 채택하고 있다. 판매 매장 건설에도 환경 친화적인 건자재를 사용했다. 이 회사의 자동차는 바이오 퓨얼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다. 모든 가게와 생산설비를 풍력 에너지만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환경 보호나 빈자 구휼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력을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았다. 포터 교수는 “사회적 이슈의 선택은 기업의 장기 경쟁우위를 강화할 연구개발 활동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책임이라는 용어부터 바꾸라고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Corporate Social Intergration)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것. 사회적 책임은 기업과 소속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전제로 한 표현인데, 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엑슨보빌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국민들을 상대로 모기장을 배포한 바 있다. 적어도 그가 보기에는 이러한 활동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은 되겠지만, 최소한 전략적 사회공헌은 아닌 셈이다.


신흥시장 공략 성공 방정식은

시민단체 외면하면 시장도 없다

지난 1999년 미국의 시애틀에서 열린 반세계화 집회. 당시 회의장 진입을 가로막는 경찰에 격렬히 저항하던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은 전파를 타고 각국에 생생하게 방영되면서 빈부격차 확대를 비롯한 세계화의 폐해에 대한 세계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톡톡히 한몫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비롯한 거부들이 사회공헌활동의 박차를 가하며 소외계층 보듬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당시의 충격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던 글로벌 기업들의 기세를 한풀 꺾어 놓았다.

사회공헌활동(CSR)이 대세가 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올 2월호에 따르면 비도덕적이거나 투명하지 못한 기업의 제품 구매를 중단할 준비가 돼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바로 ‘보이지 않는(stealth)’ 시장영역의 소비자들이다.

기업인들은 이러한 반기업 정서의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기업의 도덕적 책무를 강조하는 흐름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프라할라드는 신흥시장 공략에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을 두 가지 꼽는다.

시장공략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거나 이미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온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신흥시장 공략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한 걸음 뒤처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조언이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누구

글로벌 기업 전략 바꾼 경영대가

세계 경영학계의 스타 경영 학자 중의 하나이다. 톰 피터스나 마이클 포터 등에 비해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영향력은 결코 덜하지 않다. 지난 2005년 타계한 수만트라 고샬과 더불어 인도 출신의 대표적 경영구루이다. 전세계 빈민 시장의 파괴력을 일찌감치 내다봄으로써 예언자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얻었다.

그의 이러한 통찰력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분야가 휴대폰이다. 노키아와 모토롤라는 신흥시장 저소득계층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수만원대 벌크제품으로 이시장을 공략해 세계 휴대폰 시장의 강자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베 트남에서 슬로바키아까지, 여러 신흥시장이 글로벌 경제에 속속 빠른 속도로 통합되고 있어 앞으로도 그의 통찰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나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불과 수백만원대의 자동차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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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제시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4가지 전략

[이코노믹리뷰 2006-10-18 21:30]


신흥시장 기업이 따라야 할 4가지 전략
-대만 업체들의 도광양회 전략 배워라
-주변부 시장부터 단계적으로 공략하라
-열악한 인프라도 경쟁우위요소로 활용하라
-말보다 실행 중시하고 지배구조 바꿔라

“필리핀의 졸리비푸드, 중국의 하이얼 등은 가까운 곳을 공격하고 멀리 떨어진 곳과 사귀는 이른바 ‘원교근공’의 원칙을 고수했다”

“대만의 인벤텍은 중국현지의 저임 생산직 근로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도 몸값이 저렴한 고급 인력을 양 날개로 자사만의 비교우위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필 리핀의 식품판매 회사인 ‘졸리비 푸드(Jollibee Foods)’. 이 회사는 마늘 맛과 더불어 독특한 향취가 나는 햄버거로 필리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파고들며, 맥도널드, KFC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세계시장의 강자들이 경쟁하고 있는 자국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자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홍콩, 중동,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도 전격 진출해 주로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필리핀인들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닭고기 요리로 유명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난도스(Nandos)도 비슷한 사례.

자국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뒤 자국민이 많이 살고 있는 영국, 말레이시아 시장 공략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것.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들을 겨냥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해외시장 공략의 페달을 밟고 있다.

인도의 자동차 업체인‘마힌드라&마힌드라(mahindra&mahindra)’도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업체.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뛰어난 제품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했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스콜피오(Scorpio)’가 같은 해 영국 BBC와 미국 CNBC의 SUV부문 최우수상을 받으며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무색하게 한 것.

신흥 시장 기업들이 빠른 성장을 유지하면서 글로벌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고 있다.

아짐 프렘지가 이끄는 인도의 위프로, 인포시스(Infosys), 중국의 하이얼, 레노보, 브라질의 암베브(Amvev), 멕시코의 시멕스(Cemex) 등은 자국 시장에 대한 탄탄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며 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필리핀의 졸리비 푸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난도, 그리고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의 사례는 신흥 시장에서 터를 닦고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들 기업들이 더 이상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약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해외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력도 떨어지는 이들이 악조건을 극복하고 선전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최신호(10월)에서 ‘이들이 구사하고 있는 4가지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흥시장의 기업들이 세계적인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따라야 할 4가지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전략 1.
주변부 시장부터 차근차근 공략해야

‘국 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해외에 진출할 때는 자국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근 시장부터 공략해 들어가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제시하는 첫 번째 전략이다. 가까운 곳을 공격하고 멀리 떨어진 곳과는 사귀며 역량을 비축하는 이른바 ‘원교근공(遠郊勤功)’의 원칙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각국의 소비자들은 저마다 다른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현지 기업들은 이를 가장 먼저 간파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현지 소비자들의 독특한 기호가 중시되는 로컬, 글로컬 시장 영역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고, 글로벌 기업 도약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박스 기사 참조)

또 해외에 진출할 때도 자국 시장과 소비자 취향이 비슷한 인근 국가부터 공략해 이러한 우위를 살려나가며 힘을 비축하고,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은 가장 마지막에 공략하라는 것. 세계 최대의 백색가전 업체로 국내시장에도 진출해 있는 중국의 ‘하이얼(Haier)’을 보자.

장루이민이 이끌고 있는 이 회사는, 중국은 물론 미국, 유럽 시장의 소형 냉장고나 에어컨을 비롯한 백색가전 부문에서 업계 수위를 자랑하고 있다. 하이얼은 원교근공의 원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우선 중국 소비자들의 독특한 기호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며 자국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유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감자를 씻는 데 세탁기를 많이 활용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감자 씻는 기능을 더한 제품을 선보여 높은 호응을 이끌어낸 것. 또 상하이나 선전의 기후가 습해 이 지역 주민들이 옷을 자주 갈아입는 점에 착안해 적은 분량의 옷을 자주 빨 수 있는 세탁기를 개발하는 등 발빠른 대응으로 GE와 일렉트로룩스 등을 제치고 자국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시장도 가까운 곳부터 공략해 들어갔다. 화교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상대적으로 시장 흐름에 밝은 아시아 주변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유럽·미국 시장의 경우 동향 파악에 주력했다. 자국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다진 4년 후인 지난 1995년이 돼서야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린 것.

그리고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유고를 거쳐 지난 1997년에 독일, 1999년에 미국에 각각 진출한 이 회사는 지난해 현재 미국 소형 냉장고 시장의 26%를, 저가형 와인바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미국 시장에서도 주로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이나 신혼부부 등을 겨냥한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자국 시장에서 배우고 익힌 전략을 미국에서도 그대로 성공적으로 써먹고 있는 셈이다.

전략 2.
대만 업체 도광양회(韜光養晦) 배워야

‘세 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경쟁 기업에 비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생산 요소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두 번째 성공 전략으로 인재(talent), 자본(capital)을 비롯한 생산 요소에서 경쟁 업체를 누를 비결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자국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제품·서비스의 가격,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신흥시장은 인재풀이 상대적으로 협소하고, 금융비용도 높아 저임 노동력을 제외하고는 경쟁 우위 요소를 발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선진 시장중심의 구도도 서서히 바뀌어 나가고 있으며, 이 지형 변화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 예컨대,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몸값이 미국,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급 인력이 중국이나 인도, 그리고 필리핀, 체코 등 신흥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경쟁 우위 창출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흐름을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 대만의 인벤텍(inventec)이다. 개인용 컴퓨터, 휴대폰, MP3 플레이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이 기업은 전자 부품을 공급받아 인건비가 싼 중국 시장에서 조립한다.

그리고 고객사의 주문에 따라 최신 유행을 반영한 제품을 적기에 공급한다. 중국 현지의 저임 생산직 근로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도 몸값이 저렴한 고급 인력을 양 날개로 자사만의 비교 우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고객사인 도시바나 휼렛패커드 입장에서는 중국에 별도의 투자를 하지 않고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 중국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전문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니, 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이들은 제품 사이클이 짧은 이 분야에서 시장의 트렌드에 따라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지니고 있어, 외주를 주는 글로벌 기업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언제까지나 외주 기업으로만 남아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인벤텍은 최근 대만과 중국에서 자사의 컴퓨터 브랜드 제품의 판매에 직접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고객사의 컴퓨터 제품과는 운영 체제가 서로 달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있지 않은 제품이라는 것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설명이지만,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주요시장에서 독자 브랜드로 이들과 자웅을 겨룰 시기를 엿보고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용히 내실을 다지면서 치고나갈 때를 기다리는, 중국 외교의 원칙인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실력을 기른다)’의 자세를 경영 현장에 접목시킨 격이다.

전략 3.
열악한 인프라도 경쟁우위 요소다.

세 번째 전략은 신흥시장의 부실한 인프라나 법적, 제도적 정비의 미비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만들라는 것.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비해 신흥시장은 시장 조사기관, 언론사, 물류회사 등 기업들의 영리 추구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관들이 현저히 부족하다.

하지만 부실한 인프라는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주장이다.

자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를 앞세워, 자국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물류회사인 ‘이머지 로지스틱스(Emerge Logistics)’가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는, 전국 각지에 물건을 실어나를 수 있는 트럭 회사조차 변변히 없는 자국의 열악한 물류시스템에 주목했다.

중국은 8차선 도로를 전국 각지에 대거 건설했지만, 교통운용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물류 효율성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자동차 배송 회사라고 해봤자 대부분 평균 한두 대의 트럭을 운용하는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머지 로지스틱스’는 이러한 물류 시스템의 약점을 기업 성장의 기회로 활용했다. 우선, 트럭, 항공기를 비롯한 서로 다른 지역별 운송 수단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운송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수입 관련 서류작성에서 배달 후 물품 대금 수령까지, 글로벌 기업들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적어도 중국시장에서는 글로벌 물류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물류 강자로 부상했던 것.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신흥시장 기업들 일부가 자국의 까다로운 소비자, 열악한 인프라를 비롯한 사업 생태계(business ecosystem)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경쟁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 4.
말보다 실행 중시, 지배구조 바꿔야

세 계 수준의 기업을 만드는 데는 올바른 성장 전략을 채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것은 실행 능력과 지배구조(governance)이며, 이들 요소는 신흥시장 기업의 글로벌 기업 도약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변수라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조언했다.

신흥시장 기업들은 인적 자본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금융 비용도 더 높아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지만, 실행에 뛰어난 기업은 같은 자원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선진국 수준의 지배 구조는 특히 해외 투자가들이나 고객들, 종업원, 주주, 그리고 사업 파트너들의 신뢰를 얻는 첩경이다.

높은 신뢰를 얻어야 국내외에서 회사 성장을 위한 자원을 조달하는 데도 유리하다.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신뢰 수준이 높아야 회사 성장을 위한 자원에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특히 우수한 지배구조와 뛰어난 실행 능력이 신흥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원이라고 덧붙였다.

개발도상국의 시장구조

4개 영역으로 구분…최하단부 틈새시장 부상

개도국의 시장은 보통 4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피라미드에 비유하자면, 시장의 최상부는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통용되는 자사의 제품을 앞세워 주로 고소득 계층을 공략하는 ‘글로벌 영역’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이 시장에서 활동해 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한 품질을 지닌 제품이 높은 가격대에 거래되는 시장이다. 피라미드 최상부의 바로 아랫부분은 이 제품에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제품으로 주머니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신흥시장의 중산층을 공략하는 ‘글로컬(glocal) 시장’영역이다.

신흥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과 현지 기업들이 존망을 건 한판 대결을 펼치는 영역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하는 영역이자, 현지의 토종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격전지이다.

피 라미드의 세 번째 영역은, 토종 기업들이 현지 소비자들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제품으로 승부를 겨루는 ‘로컬(local) 시장’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으며, 해당 시장 소비자들의 독특한 문화를 반영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것이 특징이다. 감자 씻는 기능이 첨부된 하이얼의 세탁기가 대표적이다.

현지 기업들이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영역이며, 글로벌 기업들과 부딪칠 일이 거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피라미드의 최하단부는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계층들로 구성된 시장이다. 인도 출신의 세계적 경영학자인 프라할라드 미시간대 교수가 기업들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시장으로 분류한 영역이기도 하다.

기 술력이 떨어지는 현지의 중소기업들이 공략하는 틈새시장으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다 프라할라드의 조명 이후 각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모토롤라, 노키아 등이 불과 수만원대의 제품으로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놀라운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현지 기업들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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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세계적 경제 주간지들이 꼽는 2007 꼭 알아야 할 경제흐름 8가지
[이코노믹리뷰 2006-12-28 09:39] (요즘 유럽펀드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인도와 중국에 가려져 있던 유럽 투자의 진가가 주목을 받고 있는 배경은 여러 갈래입니다.
과감한 개혁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독일,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 빠른 속도로 통합되며 성장의 과실을 맛보고 있는 동구 국가들은 유럽이 더이상 '병자'만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저는)매년 초 경제주간지들의 한해 세계 경제 전망을 숙독해보는데요. 작년말 발행된 신년호들은 이미 올해 투자의 키워드가 유럽이 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보력 면에서 세계적 주간지들은 국내 매체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는 점을 절감합니다. 이밖에도 쓸만한 정보는 많습니다.
경착륙에 대한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 기업들은 이 나라의 경제호황이 결코 잠시 불다마는 미풍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주요 경제주간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신흥시장 투자가 영 불안하다면,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쪽 투자를 염두에  두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가늠하게 합니다. )

“대체 에너지 기업 뜨고
신흥시장 소비재 기업 각광”

【 2007 세계 경제 트렌드 8선 】
□ 미 경제 숨고르기, 하지만 급랭은 없다
□ 미 주택가 평균 3∼10%정도 하락한다
□ 미 집 값 떨어져도 글로벌경제 상승세 지속
□ FRB, 금리인하 단행 가능성 높다
□ 신흥시장 소비재 기업에 관심 기울여야
□ 인도·러시아·중국 미술품 시장 뜬다
□ 대체 에너지 관련기업, 탄력 받는다
□ 달러 약세, 올해도 지속된다


올 한 해 세계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진행되면서, 세계 경기의 급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주간지 신년호에 실린 2007 경제 전망을 분석해 보았다.


분석 1.
美 경제 숨고르기…경착륙은 없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고속 질주를 했다. 다우존스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가뿐히 경신했으며, 기업들의 세후 수익도 작년 9월까지 국내 총생산 대비 최고치 (10.1%)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경기 지표들이 서서히 나빠지는 등 미국 경제가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자, 급격한 경착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상승세가 꺾이고 있는 점이 부담거리.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올해(2007년) 신년호에서 미국의 주택 가격이 올해 지역별로 3~10%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D)가 지난 2년 간 이자율을 꾸준히 올려온 것도 또 다른 부담거리. 일부 한계 소비자들의 급격한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이에 따라 부동산 급락, 소비 냉각, 세계경제 급랭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미국 경제가 올해 성장속도는 다소 둔화되겠지만 견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세계경제가 미국발 악재로 경착륙(crash)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았다.


분석 2.
미 주택價 하락 폭은 ‘ 3~10%’

부동산 광풍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도 플로리다, 네바다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거리면서 졸부가 된 사람들이 속출했다. 또 이들을 중심으로 소비가 크게 늘어나며 지역 경기가 흥청거렸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자 하락폭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포천〉은 골드먼 삭스 등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올해 전국의 집값이 3~10%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실제로 일부 대도시(Metropolitan)를 중심으로 집값이 빠지고 있는 데, 지역별로는 지난 1990년대 주택 대부 조합의 잇단 파산으로, 미국 전역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었던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텍사스 등이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집값 상승 도미노에서 지금까지 한걸음 비껴서 있던 댈러스나 휴스톤 등은 올해 집값이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인상폭은 한자릿수에 그칠 것이라고 〈비즈니스 위크〉는 덧붙였다. 일자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시애틀도 집값 상승 후보지이다.


〈비즈니스 위크〉는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어느 때보다 좋고, 근로자들의 실질소득 또한 최고 수준이어서, 집값 하락이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심각한 경기침체(recession)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분석 3.
집값 하락해도 소비급랭 없다

미국 경제가 급랭할 경우, 세계경제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소비 시장 동향은 초미의 관심사이다. 특히 올해는 주택 가격 하락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들의 씀씀이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돼 파급 효과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값 하락이 소비심리의 급속한 위축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포천> 신년호의 분석. 무엇보다 미국 기업의 세후 수익이 사상 최대 규모다. 세후 기업이익은 국내 총생산의 10.1%에 달했다. 이 수치는 지난 2005년 이전 9%를 넘은 적이 없다.여기에 소비자들도 지난해 가장 높은 실질 소득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기초 체력이 어느 때보다 뛰어나다는 지적이다.


〈비즈니스 위크〉는 이와 관련해 미국 기업들이 지난 20년 간 군살을 빼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경영에 접목하면서 유럽이나 일본기업에 비해 더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높은 이익률이 올해 다시 재연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또 저축이 적고, 부채 비중이 높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


따라서 이들을 상대로 한 업종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지난 2년 간 꾸준한 금리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부 경제학자들이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도 눈에 띈다.


분석 4.
경기하락 선제적 대응…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

버냉키는 과연 금리를 인상할까, 아니면 내릴까.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는 58명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 가운데 무려 49명이 금리인하를, 9명은 금리상승에 무게를 실었다고 밝혔다.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업들의 재고가 증가하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등 미국 경제가 ‘숨고르기’ 양상에 들어서는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지난 2년간 금리인상 행진을 벌여온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소폭 내려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할 것이라는 분석.


〈비즈니스 위크〉는 경기 둔화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고용 시장이나, 인플레이션 지표 등에 영향을 준다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앞으로 각 부문에서 경기 하강의 조짐이 점차 뚜렷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학자들도 소수이긴 하지만 그 세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임금 비용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여전하다. 특히 올해도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추세가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도 비슷한 견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앞으로 강력한 금리인하 압박을 받게 되겠지만, 가격 지표(price signal)들이 여전히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경기지표가 혼재해 있어 경기진단의 혼선을 초래한 것.


분석 5.
달러 약세 지속…유럽중앙은행 금리인상

달러화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외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재정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1~9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무려 5860억달러에 달했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보도했다. 쌍둥이 적자가 달러 하락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이자율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것도 부담거리. 유럽중앙은행은 꾸준히 이자율을 인상하고 있으며, 일본 은행도 최근 이자율 인상 대열에 막 합류했다. 미국의 금리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의 여파가 해외 투자의 물꼬를 이들 나라로 돌려 달러가치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즈니스 위크〉는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이 외환보유액 가운데 유로화, 엔화 등 달러 이외의 통화 비율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어 올해 달러화가 급락을 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것. 〈비즈니스 위크〉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달러의 급격한 가치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또 유로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투자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편, 중국, 사우디 등이 자국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유로화의 비중을 서서히 늘려나가면서, 기축 통화로서 유로화의 위상도 올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분석 6.
신흥시장 소비재 기업, 새로운 스타부상

<비지니스위크>는 미국 경제의 활력은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베트남, 브라질 등 떠오르는 신흥시장은 물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 보았다.


중국이 국제 에너지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국제 유가가 고공비행을 하면서, 원자재를 생산하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러시아를 비롯한 자원 대국들의 무역흑자가 큰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만성 무역적자국이던 브라질은 지난해 380억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특히 소득보전 정책의 일환으로 취학 아동을 두고 있는 1100만 빈민가정에 매달 60달러 정도를 보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저소득층이 새로운 소비집단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들을 겨냥한 기업들이 에너지 관련 기업에 이어 올 들어 각광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보도했다.


분석 7.
인도·러시아· 중국 미술품 시장 공략해야

신흥시장은 예술품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는 10여 년 전부터 중국의 미술품을 수집해 대박을 터뜨린 한 외국인 투자자의 사례를 제시했다. 주인공은 하워드 파버. 당시만 해도, 이 나라의 미술품이 그에게 이처럼 엄청난 행운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 본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미술품 값은 치솟기 시작했는 데, 올해 64세인 이 투자자는, 그의 성공 사례에 자극을 받은 다른 투자자들이 중국 미술시장으로 몰려들자 이번에는 쿠바의 미술품을 사들였다고.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 러시아, 체코 등이 글로벌 경쟁의 무대에 가세하며,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하는 이 나라 국민들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자국의 부동산, 주식은 물론 미술품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미술품의 가격도 치솟고 있는 것.


분석 8.
그린 에너지 관련 기업에 주목하라

엘 고어 미 전 부통령과 니콜러스 스턴 영국 재무성 소속 경제학자. 지구 온난화를 앞장서서 경고해온 이들을 미국의 <타임스>는 모두 올해에 주목을 해야 할 인물들로 꼽아, 온난화 문제가 올해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임을 가늠하게 했다. 특히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목소리는 중간선거로 촉발된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와 맞물려 올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의 친환경 행보는, 공화당 부시행정부의 집권으로 지금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에 압승하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포천>은 전망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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