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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14 5백년 명문가 공부법 다이제스트
 
최고 자녀 교육법, 명문家에 있었네

[이코노믹리뷰 2005-11-17 10:21](권춘오 편집장이 기고한 서평입니다. 저는 지난해 이 책의 저자인 최효찬씨를 만나봤는데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1년 6개월 가량을 전국의 명문가를 찾아 다니며 자료를 모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던 이들의 생생한  교육방식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명문가 후손들의 후일담도 궁금했습니다. 특히 지금도 많은 공직자들의 사표역할을 하고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후손들이 관심을 끌었는데요. 고위공직에 있다거나, 아니면 성공한 기업인이 됐다거나 하는 분은 없고, 한분이 지금 서울에 있는 기독교방송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게 최효찬씨의 답변이네요)


《5백년 명문가의 자녀 교육》
최효찬 지음/예담/2005년 8월/334쪽/13,000원

자식 농사 잘∼ 지었네.”

아마도 부모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 중 하나일 것이다. 부모들에게 자식의 성공은 자기 성공인양 가장 기쁜 것이고, 남들로부터 듣는 자기 자식 칭찬이야말로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을 제대로 키운다는 게 어디 보통 힘든 일인가. 자유롭게 자식들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 입맛대로 자식을 키우려 해도 마음대로 키워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부모들의 눈과 귀는 '잘 키운 남의 자식 이야기’에 쏠린다.

최근 영재라고 떠들썩했던 송유근 군 부모의 교육 방식을 소개한 기사나 방송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표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오늘날 부모들은 주로 자식의 입신양명을 위한 교육에만 치중한다는 점이다. 입신양명해서 한 평생 잘 먹고 잘 사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잘 먹고 잘 살게 된 자식이 부모에게 불경하거나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량인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 사회는 예부터 유독 교육열이 높았다. 하지만 요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조상들의 교육에는 입신양명을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과 생활 교육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점차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가 단순히 지식과 학력보다 폭넓은 대인관계와 인성을 갖춘 ‘제대로 된 인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옛 교육 방식에 대해 이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5백년 명문가의 자녀 교육》(예담)은 500년을 이어오는 명문가들의 자녀 교육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입신양명, 인성, 생활 교육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서애 류성룡 종가, 퇴계 이황 종가, 다산 정약용가, 경주 최 부잣집 등 지조와 자긍심을 대대로 지키면서 자녀교육의 모범을 실천해 온 한국의 대표 명문가들의 종가와 고택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생생한 증언과 모습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입신양명의 측면에서 교육 노하우를 지닌 풍산 류씨, 서애 류성룡 종가를 보자. 서애가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노하우는 바로 독서 습관이다. 서애는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위기의 시대를 살았지만 항상 집에서는 독서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집에서 항상 책을 읽으며 다섯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실제로 서애는 독서로 입신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서애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일깨워주었다. 서애는 독서를 게을리 하는 자식들에게 편지를 보내 준엄하게 꾸짖었다.

“너희는 모두 《맹자》를 읽었느냐. 학문은 정밀히 사색하고 자세히 질문하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너희들은 언제나 사색을 깊이 하지 않기 때문에 의문이 생기지 않으며, 궁금한 점이 없기 때문에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이와 같다면 책을 많이 읽는다 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진정으로 노력하기를 바란다.”

학문을 강조한 교육 방식으로 진성 이씨, 퇴계 이황 종가의 노하우도 있다. 이들의 방식을 요약하자면, ‘훌륭한 친구와 함께 공부해라’이다. 퇴계가 제자들을 가르친 도산서원은 요즘으로 치면 서울의 연세대나 고려대 등 사립 명문대와 같은 곳인데, 퇴계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요즘도 고시생들이 절을 찾고 있지만 퇴계는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절을 추천했다. 퇴계 역시 경북 봉화의 청량산 절에서 공부했고, 그의 아들과 손자들도 주로 절에서 공부했다. 특히 퇴계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끼리 함께 공부하면 능률이 오른다고 했다. 소위 요즘 말로 ‘그룹 스터디’의 원조인 셈이다.

재령 이씨, 운악 이함 종가는 처세를 강조한 교육 노하우를 전통으로 삼고 있다. 이함 종가에서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교육하는 ‘격대교육’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는 한 달에 한 번씩 손자·손녀들을 집으로 불러 직접 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강조하는 덕목은 ‘지고 밑져라’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얼핏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밑지고 지는 일을 하면 당장에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그것은 결국 남의 마음속에 저축을 해놓은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유교의 선비정신과 현대 비즈니스의 접합점인 셈이다.

부(富)와 관련한 자식 교육 노하우도 있다. 만약 많은 재산을 가진 부모라면 경주 최 부잣집의 자식 교육 노하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문은 역사에 귀감이 된 존경받는 부자의 길을 대대로 이어왔다. 이들은 권력과는 일정하게 거리를 두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재력 내에서 가난한 자를 위한 도덕적인 의무를 다했다. 최 부잣집은 신분제 질서 하에서도 가진 자와 가난한 자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相生)의 철학을 실천했던 셈이다.

저자는 조선 시대의 아버지들은 요즘 세대의 아버지들보다 자녀교육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고, 생각보다 더 세심하게 자녀 교육을 챙겼다고 말한다. 퇴계나 서애, 다산, 고산, 석주 등 대학자들 역시 바쁜 와중에도 자녀교육에는 더없이 열성적이었다.

조선시대의 명문가가 그랬던 것처럼 현 시대에도 부모가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다. 부모의 헌신과 열정 없이 자녀를 올바르게 교육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기러기 아빠’ ‘원정출산’ 등 요즘 부모들의 자녀 교육 방식은 주로 ‘돈’과 연관된다. 하지만 자식의 성공과 행복은 결코 돈으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서애 류성룡이 책 읽기의 모범을 보여준 것처럼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 온 가족이 책을 읽고 독서록을 써보는 건 어떨까. 운악 이함 종가처럼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을 찬찬히 가르쳐보는 건 어떨까. 어려운 이를 돕는 따뜻한 마음을 최 부잣집처럼 실천을 통해 가르쳐보는 건 어떨까.

이러한 교육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식을 위한 교육이 아닐까? 입신양명뿐만 아니라 인성과 생활 교육이 다양하게 버무려진 옛 교육의 노하우가 절실한 필요하고 그리운 오늘이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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