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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리더를 말하다 ⑨ 한명숙 전 총리

[이코노믹리뷰 2007-05-24 10:57]


盧心 머문 ‘어머니 리더십’…
예선에 본선에 갈 길은 멀어

참여정부의 ‘걸작(傑作)’이기도 한 첫 여성 총리에 만족하지 않고 내친김에 ‘지존’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한명숙. 그가 대권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권을 향한 그의 리더십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일까.

그는 이번 대선을 ‘산업화세력’ 대 ‘민주화세력’ 간의 대결로 몰아가겠다는 속셈을 지닌 듯 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나올 경우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전선구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겨룰 경우는 어찌되는 것일까.

참여정부가 세운 여러 기록 가운데 눈에 띄는 사항 중 하나는 건국 이래 첫 여성 총리를 배출한 점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그 당사자이다. 여성 총리는 해방 이래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그 숙원이 바로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다.

당초 첫 여성 총리는 DJ의 국민의 정부 때 가시권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장상 전 민주당 대표는 DJ의 낙점을 받고 총리실로 출근해 서리의 역할을 수행키도 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국회 인준의 관문을 넘지 못해 첫 여성 총리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첫 여성 총리라는 진기록을 보유케 된 한 전 총리는 분명 ‘럭키’한 사람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해 30% 안팎을 오가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그는 범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와대 주변에서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 전 총리를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범여권의 수많은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현 상황이야말로 노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는 한 전 총리에게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찬스’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가 경선 승리하면 대항마로 나온다?
여성 총리의 출현에 만족하지 않고 내친김에 ‘지존’의 자리인 대통령까지 만들어내고자 하는 여성계의 열망도 그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성계의 이런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한 전 총리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지지율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승리할 경우 범여권에서는 자연스럽게 한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한 전 총리는 천시(天時)를 만난 셈이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래의 투표 행태를 보면 통상 여성들은 같은 여성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 그 이유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초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프랑스의 여성들은 여성후보인 좌파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보다 우파의 사르코지 당선자에게 표를 더 몰아주었다.

그러나 남아 선호의 흐름이 퇴색한 현재의 상황에 비춰볼 때 여성이 여성후보를 찍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박 전 대표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이명박 전 시장에 이어 부동의 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사실이 그 증거이다. 우리나라도 후보가 뛰어나기만 하면 얼마든지 여성 대통령이 출현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이 구비되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한 전 총리의 대선에 대한 강고한 의지와 결단이다. 그는 공교롭게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그날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되어 대권에 도전할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나는 탈당하지 않는다. 5월 중으로 대선 도전의 깃발을 들 것이다. 나는 참여정부와 정책적 지향점이 같다.”

대선 출마의 강고한 결기가 선연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그가 주적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한나라당의 박 전 대표이다. 이는 같은 여성으로서 강한 라이벌 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신이 박 전 대표와 비교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살아온 인생을 보라. 질적인 차이가 있다. 나는 퇴행의 역사가 아니라 남북통합을 통한 선진적 대통합의 비전으로 국민에게 선택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통합은 국가경쟁력 및 선진화와 직결된다. 한반도와 남북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 차기 리더가 돼야 한다. 여성도 여성 나름이다.”

“여성도 여성 나름”… 리더십 차별화
그는 단순화법을 동원해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자신의 리더십과 극명하게 대비시킨 셈이다. ‘퇴행'과 ‘선진’, ‘분열’과 ‘통합’, ‘남북대립’과 ‘평화통일’ 등이 그것이다. 그가 내심 박 전 대표에 대해 얼마나 강한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과연 무엇을 근거로 이처럼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그는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구시대의 개발독재 및 냉전의 낡은 패러다임으로 몰아붙이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새로운 시대의 ‘통합’ 및 '평화'의 리더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리더십을 ‘어머니 리더십’으로 정리하고 있다.

“저는 인생 역정에서 받아온 고난을 승화시킨 까닭에 맺힌 한이 없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어머니의 정신 밑에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강인함이 깔려 있다. 어머니는 투지와 강인함, 결단력을 어느 누구보다 잘 갖추고 있다.”

《햄릿》에 나오는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다(Frailty, thy name is woman)’ 구절을 번안(飜案)한 '강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어머니이다'라는 경구(警句)가 상기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 국민작가 고리키의 중편소설 《어머니》에 나오는 ‘어머니’는 사실 영원한 귀의처인 동시에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집안을 굳건히 지켜내는 강인함의 상징이다.

고리키 소설 《어머니》에 영향 받았나
한 전 총리가 고리키의 《어머니》에서 감명을 받아 ‘어머니 리더십’을 언급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그가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점에 비춰 《어머니》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1980년대 당시 운동권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필독서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던 촌부(村婦)가 차르(Tsar) 정부의 폭정에 항거하는 아들의 뒤를 이어 혁명투사가 되는 내용이 골자이다. 이는 안톤 체홉의 단편소설 《부드러운 여인》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새로운 남편을 만날 때마다 무수한 변신을 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동양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열녀전》에 나오는 대표적인 사례로 전국시대 말기에 활약한 위(魏)나라 장수 악양(樂羊)의 아내를 들 수 있다. 하루는 악양이 길을 가다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황금을 주워 가지고 돌아가자 악양의 아내가 황금에 침을 뱉으며 이같이 책망했다.

“지사(志士)는 남몰래 샘물도 마시지 않고, 염치 있는 사람은 아니꼬운 음식이면 받지를 않는다고 했습니다. 누구의 것인지 그 내력도 알 수 없는 이런 황금을 주워 가지고 와 그대의 고결한 인품을 더럽히려는 것입니까.”

악양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이내 황금을 들고 밖으로 나가 들에다 내버렸다. 이후 그는 아내를 떠나 멀리 노나라로 가 학문을 배웠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버티지 못하고 1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아내는 베틀에서 비단을 짜던 중이었다.

아내가 물었다.

“그대는 배움을 성취했습니까.”

“아직 성취하지 못했소.”

그러자 그의 아내가 즉석에서 칼을 뽑아 베틀의 실을 모두 끊어 버렸다. 악양이 크게 놀라 그 까닭을 묻자 아내가 이같이 대답했다.

“대장부는 학문을 성취한 연후에야 가히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비단을 다 짠 연후에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중도에서 학문을 폐하고 돌아왔으니 첩이 칼로 끊어 버린 이 베틀의 비단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악양은 이 말에 크게 감복한 나머지 다시 집을 떠나 이후 7 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고 학문 연마에 매진했다. 이후 그가 전국시대 말기를 풍미한 웅걸(雄傑)로 성장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전 총리 역시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있던 남편의 옥바라지로 크게 고생했다. 그 또한 남편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악양의 처와 고리키의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 전 총리가 민주화운동 및 여성운동을 하면서 쌓은 적공(積功)이 간단치 않다. 남녀고용평등법 제정과 가족법 개정, 호주제 폐지 등은 모두 그의 족적이 뚜렷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개혁사례이기도 하다. 이는 그 자신이 주요 정치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그만이 지니고 있는 리더십의 또 다른 측면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개헌 문제 놓고 절묘한 타협안 제시
실제로 그는 노 대통령과 정치권이 개헌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당시 중재자를 자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물론 그는 총리 재임 시절에 한나라당 및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개헌추진기구’를 설치하는 등 노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인 측면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정치권에 복귀하자마자 이내 중재안을 제시하며 노 대통령의 양보를 촉구하는 노련미를 선보였다.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이 만나 개헌추진을 공동선언하고, 노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여 개헌안 발의를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절묘한 타협안이 아닐 수 없다. 야당으로서도 이를 싫어할 리 없다. 한 전 총리가 강조하는 ‘어머니 리더십’이 약여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원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의 위대함은 바로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데 있다. 동양은 일찍부터 그 의미를 통찰했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무위지치(無爲之治)’의 리더십이 바로 ‘어머니 리더십’과 유사하다. 《도덕경》 제28장은 낮은 곳에 임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물과 골짜기의 비유로 이를 극찬한 바 있다.

“그 웅성(雄性: 수컷)을 알고 그 자성(雌性: 암컷)을 지키면 천하의 계곡이 된다. 천하의 계곡이 되면 상덕(常德)이 떠나지 않아 순수한 영아로 복귀한다. 그 밝음을 알고 그 어둠을 지키면 천하의 준칙이 된다. 천하의 준칙이 되면 ‘상덕’이 어긋나지 않게 되어 무궁한 세계로 돌아간다. 성인은 통나무가 잘려 그릇이 되는 이치를 활용해 왕후(王侯)를 세웠다. 그래서 대도(大道)에 따른 치천하(治天下)는 해침이 없는 것이다.”

이 대목의 핵심어는 ‘지웅수자(知雄守雌: 수컷을 알고 암컷을 지킴)'이다. 이를 두고 《도덕경》에 대한 가장 뛰어난 주석을 남긴 삼국시대의 왕필(王弼)은 ‘지위선필후(知爲先必後)’로 풀이했다. 앞서려고 하면 반드시 뒤처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천하를 통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존귀한 자리에 오를지라도 응당 몸을 낮출 줄 아는 겸하(謙下)의 미덕을 뜻한다. ‘수자(守雌)’가 바로 그런 뜻을 담고 있다. ‘어머니 리더십’의 요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전 총리가 개헌안에 대한 타협안을 제시해 국론분열의 소지가 컸던 개헌정국을 미리 방지한 것은 바로 ‘지웅수자’의 개가가 아닐 수 없다. 당시 한나라당은 한 전 총리의 제안에 크게 당혹해 한 나머지 즉각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노대통령의 임기 4년 동안에 빚어진 민생파탄의 책임을 나눌 위치에 있다. 개헌 중재안을 뜬금없이 제시한 것은 자신의 대선 가도에 적극 활용하려는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그가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상하는 것을 적극 견제코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개헌정국 타결의 공을 한 전 총리가 독차지하는 것을 묵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안은 한 전 총리의 주장대로 마무리되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견제 역시 한 전 총리의 역량을 돋보이게 만드는데 일조했을 뿐이다. 그의 정치력이 간단치 않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권을 꿈꾸는 한 전 총리의 전도(前途)가 마냥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정국의 흐름 상 대권을 꿈꾸는 그의 앞에는 4가지 난문(難問)이 가로막고 있다.

첫째, 열린우리당 내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과연 물리칠 수 있을지 여부이다. 현재 그는 열린우리당 내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 등을 제압할 만한 조직을 갖고 있지 못하다. 먼저 조직의 열세를 만회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열린우리당이 과연 대선 때까지 거대 공당으로 남아 있을지 여부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의원들의 제2차 탈당 러시가 임박하면서 사실상 토붕와해의 위기상황에 몰려 있다.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위 ‘사수파’들이 버티고 있으나 사실상 공당으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령 어렵사리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될지라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셋째, 후보로 선출되었을지라도 과연 한나라당의 이 전 시장 또는 박 전 대표와 싸워 제대로 된 승부를 겨룰 수 있을지 여부이다. 열린우리당은 태생적으로 참여정부 실패의 책임추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자본잠식의 단계를 넘어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는 공당의 후보를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넷째, 한 전 총리가 이런 한계를 모두 뛰어넘을지라도 과연 개인 차원의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사실 이것이 '키워드'에 해당한다. 과연 한 전 총리는 이번 대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이같이 언급한 바 있다.

“여성들이 이제는 주인으로서 역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결의를 할 때이다. 퇴행의 역사를 걸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민주주의와 새 역사를 창조하는 길로 나아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

“여성들이 역사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그는 거명만 하지 않았을 뿐 한나라당의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산업화세력’ 대 ‘민주화세력’ 간의 대결로 몰아가겠다는 속셈의 일단을 드러낸 셈이다.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나올 경우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전선구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아닌 이 전 시장과 겨룰 경우는 어찌되는 것일까. 나아가 손학규 전 지사 등이 ‘중도 리더십’을 기치로 독자적인 신당을 만들어 범여권의 대표주자가 될 경우 과연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대선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간의 싸움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분명 범여권 내 잠룡(潛龍)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가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열린우리당의 대권후보가 되어 본선을 넘볼 수도 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참여정부의 ‘걸작(傑作)’이기도 한 첫 여성 총리가 지닌 최대 강점인 동시에 최대 약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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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본 블랙홀 |⑦인도 전진기지 싱가포르를 가다

[이코노믹리뷰 2006-05-30 20:39] 한미FTA체결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습니다. 언론에서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칭송하는가하면, 다른 쪽에서는 자칫하면 나라를 결딴낼수 있는 매국의 행위로 폄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번주 우리나라를 방문한 닉 라일리 GM대우 이사회장도 감지했기 때문일까요.

자신의 저서인 <닉라일리, 열정>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가 이 협정을 비준할 지 여부를 오히려 기자들에게 물어보더군요. 농민들을 비롯한 이해 계층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던거지요. 물론 그는 한미FTA가 양국을 번영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양국의  교역규모를 늘리고, 양국민도 혜택을 볼 것이라는 논립니다.

제 2의 히딩크 소리를 듣는 닉 라일리지만, 그의 목소리가 먹혀들기에는  한국내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습니다. 또 격렬합니다. 무엇보다,  양국의 분업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두나라의 기술격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부문에서 미국이 알짜배기 고부가가치 부문에, 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과 경합을 벌여야 할 이윤폭이 작은 영역을 각각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나름대로 기술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제조업이 이 지경이니, 이 논리대로라면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부문은 파장이 더욱 크겠죠.

미래에셋 싱가포르법인의 도전
저는 작년에 싱가포르를 다녀왔습니다. 이 나라에 법인을 신설한 미래에셋의 현지 운영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래에셋이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금융강자들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이 나라에 직접 진출한 배경은 명확합니다.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지 않고서는
슈로더를 비롯한 세계금융시장의 강자들에 영원히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 탓입니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사정을 자신의 손금 보듯이 들여다보며 펀드 상품을 설계하고, 또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들이 설계한 펀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이른바 OEM상품을 내는 데 만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래에셋은 이러한 구도에 도전장을 낸 셈입니다. 미래에셋 싱가포르 법인의 한국인 직원은 글로벌 무대를 상대로 펀드를 운용해본 경험이 일천한 것이 유일한 한계라며, 이곳에서 인도, 싱가포르 출신 펀드 전문가들과 부딪기다 보면  자신도 더 강해질 수 있지 않겠냐고  기자에게 털어놓더군요.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죠. 도전이 실패할 경우 물론 상당한 출혈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그 과실은 매우 달콤할 것입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분들은 자꾸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가 뭐 개네들하고 맞짱을 뜨는 게 가능하겠어. 뒤치닥거리나 하다 마는거지뭐.'

과장을 좀 섞자면 이런식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바라 볼 필요가 있을까요. 미국 기업들과 머리 터지게 싸우다 보면 우리도 얻는 것이 있겠죠.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탈와박사는 지난 일요일 인천공항에서 기자에게 "한국사람들은 지금까지 여러 기적을 통해 자신들의 역량을 세계에 입증하고도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미래학자 탈와, 한국인들 자신감 가져라
인천공항의 뛰어난 서비스,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의 훌륭한 기내 서비스를 예로 들면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칭찬했습니다. 탈와박사를 들먹일 것도 없이, 중국이 우리의 턱밑까지 추격해 들어왔으며(라일리도 이때문에 고민이 많은 듯 했습니다),  선진국들은 저만치 도망가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힘을 키우지 않고서는 생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광요 멘토 미니스터가 이끄는 싱가포르가 국가로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이 나라는 먹을 물조차 부족했으며, 주변의 이슬람 국가들로 둘러싸인 섬과 같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지도자들의 리더십으로 이 모든 난관을 헤치고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자국의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협정 타결로 변화에 따른 고통이 따를 것이며,  이 때마다 반대론자들은 이러한  폐해들을 물고 늘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고통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나라 전체의 부가 늘어나도 이 혜택이 골고루 전 계층에  돌아갈지는 불명확합니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설사 양국의 분업구조가 강화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배우는 바가 있을 겁니다. 떠오르고 있는 신흥시장에서  슈로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금융기업들, 그리고 GE와 일합을 겨루는 제조업체들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누가 예단할 수 있겠습니까.

탈와박사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FTA협정을 체결하되, 떠오르는 신흥시장을 무시하지 말라. 미국은 점차 가난해 지고 있으며, 이곳에 올인을 해서는 안된다. 기업들은 FTA로 체질을 강화해 나가되 한국인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을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여라. 먼저 깃발을 꽂아라"

탈와박사의 조언인데요. 저는 그의 말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대통령은 이번 결단으로  한국경제 번영의 길을 닦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탈와의 말은 아닙니다. )저도 이러한 평가에 동의합니다. 개혁과 개방으로 번영의 길을 걷는 싱가포르 현지 르포를 한번 읽어보시죠.




아시아 펀드시장 도전하는 미래에셋 자산운용
한 해 벌어들이는 돈 4000억…
상품 8조원 수출하는 기업과 맞먹어

지난달 (5월) 10일 오전 10시, 싱가포르 신(新) 금융가에 위치한 ‘센테니얼’ 타워.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이 입주해 있는 이 건물로 통하는 도심 곳곳에서는 건물 보수·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당시 신 고점을 향해 치닫는 이 나라 증시의 들뜬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택시 창 밖을 통해 바라본 도심은 아스팔트가 녹아 내릴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활력이 넘쳤다.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리센룽)과 며느리가 각각 총리와 국영 투자사인 테마섹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작은 도시국가. 중국에 다국적기업 아시아 본부를 대거 빼앗기며 비상벨을 울리는 섬나라를 떠올리던 기자의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인도·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인들이 중국계보다 숫적으로 더 많아 보이는 점도 이채로웠다. 30도를 훌쩍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안전모를 쓴 채 공사 현장에서 측량을 하거나 드릴을 다루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현장 직원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중국계가 아니었다.

“근무여건이 열악한 야외 업무는 거의 말레이시아나 인도 출신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국계의 경우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어서 집안일을 돌보는 인도인 하녀들도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택시 기사인 중국계 리궈룽씨의 친절한 설명이다. 코손킹 호텔에서 택시로 20여 분 거리인 센테니얼 타워의 1층 안내원 역시 인도인이다.

붉은 장신구를 이마 한복판에 단 그녀는, 여권 대신 ‘주민 등록증’을 건네는 기자에게 방문 목적을 묻는 간단한 질문과 함께 보안 카드를 건네준다.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풍부한 인력, 뛰어난 금융 인프라, 세계 유명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인도 출신의 금융 전문 인력들….”

싱가포르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건물 23층에서 기자를 반기는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의 이현복 펀드 매니저는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날씨가 무더운 데다, 담배가 지나치게 비싼 것(한 갑에 우리돈으로 8000원 정도)이 유일한 흠이라면 흠일까.

무엇보다, 비행기로 4시간30분 가량 소요되는 인도와의 지리적 근접성은 이 지역의 큰 강점이다. 건설 현장에서 일반 가정, 그리고 금융 부문까지, 인도인들이 대거 근무하고 있는 데는 이처럼 양국의 가까운 거리도 한몫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세계 투자의 블랙홀 중국에 맞서 물류나 금융부문에서 여전히 아시아의 허브로 군림하고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아시아 제일의 자산운용사로 성장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미래에셋이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도 이러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적립식 펀드 상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바람몰이를 한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의 스타급 펀드 매니저를 잇달아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현주회장 세계시장 공략 고삐
연중 6개월 해외에서 보내

“미래에셋이 작년에 인도·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4000억원 정도에 달합니다. 수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8조원 규모의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과 비슷한 이익을 낸 셈입니다.” 김미섭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 이사의 설명이다.

컴퓨터·반도체 등 제조업은 물론 금융 부문에서도 수출 효자 기업의 등장 을 선언한 셈이다.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의 강점은 명확하다. 무엇보다, 떠오르는 유망 시장인 인도를 코앞에 두고 있는 데다, 국제 금융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인력을 비교적 유리한 조건으로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다. (박스기사 참조)

“슈로더 출신에서 헤지펀드 근무자까지, 좀 실력이 있는 친구다 싶으면 이 곳 금융가에 소문이 순식간에 쫙 퍼집니다.” 200억원 규모의 퀀트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이현복 펀드 매니저는, 싱가포르 헤드헌팅 업계에는 내로라하는 펀드 매니저 풀(pool)이 이처럼 풍부하다고 귀띔한다.

인도에 투자하는 인디아 솔로몬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디피시 펜데이’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이러한 경로를 통해 이 회사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는 ‘스테이트 뱅크 오브 인디아’ ‘프랭클린 템플턴 자산운용’ ‘푸르덴셜 ICIC자산운용’ 등에서 10여 년 간 펀드 매니저로 일한 전문가.

물론 이들에게 지급하는 연봉은 적지 않다. 인도인 매니저들의 몸값은 국내의 스타급 펀드 운용자들을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전문 인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게 미래에셋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미래에셋이 인도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성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 지역 배후 국가가 지척인 점도 매력적이다.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인도·말레이시아·태국 등에 대한 투자를 총괄하는 본부로 활동하는 배경이다.

미래에셋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놓고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불거지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으며, 리서치 능력 등에서 상당한 우위에 있는 내로라하는 시장 강자들에 맞서 진검승부를 벌이기에는 아직 위험 부담이 적지않다는 것.

피델리티나 슈로더를 비롯한 세계적인 자산 운용사들이 설계한 OEM펀드를 들여오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환은행 인수·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전문가들이 일개 사모 펀드보다 시장을 읽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OEM펀드를 국내 시장에 들여와 팔아서는 이들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회사가 재작년 이후 공격적으로 해외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한편, 리서치 센터의 대폭적인 역량 강화에 나선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응수남 미래에셋 싱가포르 자산운용이사는 “싱가포르 자산운용은 적극적인 인력 수혈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기자가) 다음번에 방문할 때쯤이면 아마도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급등장에서 고수익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에게 한국시장은 물론 세계의 유망시장을 겨냥한 펀드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역량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이러한 미래에셋의 세계 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다. 그는 일년 중 6개월 이상을 홍콩·싱가포르·중국·인도 등 해외시장에서 보내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해외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응수남 싱가포르 자산운용 이사는 “박 회장이 거의 2주에 한 번 꼴로 싱가포르 법인을 방문하는 것 같다”고 귀띔한다.

미래에셋은 특히 올해 중으로 인도와 중국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인도 법인은 현지인들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아 세계의 유망 증시에 직접 투자하게 된다.

인도인을 상대로 ‘미래에셋펀드’를 팔겠다는 얘기다. 인도 시장에 진출한 내로라하는 금융회사들과 바야흐로 진검 승부를 벌여나가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장흥준 미래에셋 운용그룹 홍보팀장은 “싱가포르자산운용은 올해 안으로 중국과 인도 등에 현지 운용사를 만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장기적으로 미국과 유럽시장 진출도 마음에 두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래에셋의 명성을 쌓게 되면 선진 금융권에 뛰어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 이 때가 오면, 보수적인 국내 기관들도 해외의 유명 자산운용사 대신, 미래에셋에 자금을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측 관계자는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 보는 인도금융시장

성장 빠르고 잠재력은 풍부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 은행 ‘제이피 모건(JP Morgan)’. 유대계인 모건이 설립했으며, SK증권(구 선경증권)과 한차례 송사를 치르며 국내에도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이 회사가, 최근 인도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여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말, 외환 업무와 파생상품(credit derivative) 거래의 30% 가량을 인도로 옮긴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2007년까지 4000명 가량을 새로 고용할 방침을 발표하는 등 시장 공략의 기치를 높이고 있는 것.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인 프리드먼은 인도로 이전하는 미국 다국적 기업의 콜센터를 대표적인 세계화 사례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나라로 옮겨가는 것은 비단 콜센터만은 아니다. UBS·도이치뱅크(Deutsche Bank)를 비롯한 세계적인 금융기관들도 인도 공략의 수위를 높이면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이들이 인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인도 민간 금융 시장의 빠른 성장을 꼽을 수 있다. 인도는 지난 1990∼1991년 금융위기 이후 이 부문의 규제를 꾸준히 완화해왔다. 지난 1992년 정부가 금융시장 독점을 단계적으로 해제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탈규제와 자유화의 바람 속에 인도 금융부문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예컨대, 인도의 가계 대출(consumer lending)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총생산에서 가계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10%)이 여전히 중국(13%) 등에 비해서도 낮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오는 2009년부터 은행의 민영화가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인 점도 세계적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 물론 금융부문의 빠른 성장은, 일반 산업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힘입은 바 크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자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25세 이하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싱가포르 =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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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리더를 말한다③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코노믹리뷰 2007-02-27 21:09](기자출신의 신동준씨가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리더십 관련 글입니다. 신동준씨는 한겨레와 조선일보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지금은 21세기 정치연구소 소장을 지내고 있습니다. 순자, 맹자, 춘추좌전 등을 편역한 국내에서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고전 전문가이기도한 그가 분석한 이명박 리더십을 한번 음미해보시죠 .) 

天時만난 경제 리더십 …
‘후보검증’관문 통과가 관건

“정주영과 이명박의 만남은 춘추시대 말기 월왕 구천과 범리를 떠오르게 한다. 범리의 계책으로 천하를 제패한 구천은 패업에 도취한 나머지 범리를 제거코자 했다.”

“이 전 시장의 용인술은 ‘아무나 쓰지는 않지만 누구나 쓴다’는 말로 요약된다. 사람을 들이기 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함께 일해 보자는 말로 일을 맡긴다는 것이다. 이는 용인술의 요체를 꿴 것이다.

“최고 통치권자에게는 국가대사와 세계정세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복잡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안목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주장 속에는 전 국민을 격동시키는 역동적인 비전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유 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최근 소위 ‘후보검증’ 논란에 휩싸여 적잖이 곤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그에 대한 ‘후보검증’ 공세는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그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데 따른 후유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선두주자에 대한 강한 견제심리가 작동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전 시장 측이 드러내고 있는 불만 역시 일종의 '행복한 비명'에 가깝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범여권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장차 외부 인사를 영입해 후보로 내세울지라도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 시장 측이 ‘후보검증’ 논란에 시종 차분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후보 검증’ 처음 제기한 사람은 노 대통령

당 초 이 전 시장에 대한 ‘후보검증’의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는 올해 초의 신년회견에서 직설어법을 구사해 “실물경제를 좀 안다고 경제를 잘하는 게 아니다”며 이 전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이 전 시장의 고공행진을 돕는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부동산문제를 포함한 노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가 워낙 극명하게 드러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지난해 말부터 연일 고공행진을 한 데에는 바로 노 정권의 경제실패가 이 전 시장의 '경제전문가' 이미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 사실과 무관치 않다고 보아야 한다.

최 근의 여론흐름을 보면 경제문제가 이슈화되면 될수록 노 정권의 실정과 이 전 시장의 ‘경제전문가’ 이미지가 더욱 대비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구조가 더욱 확고해질 공산이 크다. 이는 노 정권의 경제실패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측 역시 노 정권의 경제실패를 집중 부각시켜 이 전 시장의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속셈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내 경선은 물론 올해 말의 대선에서도 ‘경제리더십’을 둘러싼 대선주자들 간의 불꽃 튀는 설전을 예고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전 시장으로서는 일종의 천시(天時)를 만난 셈이다.

이 전 시장은 천시뿐만 아니라 인화(人和)도 얻은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 1999년에 《신화는 없다》는 자서전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에는 한 가난한 노점상 소년이 고학으로 고려대에 입학해 6·3시위의 주동자가 되어 감옥에 갔다가 현대건설에 들어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회장이 된 후 정계에 성공적으로 입문하기까지의 역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 책을 보면 오늘의 이 전 시장은 고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과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이 인화를 얻은 구체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경제실패 집중 부각시켜 지지율 올려

이 전 시장과 정 전 회장의 만남은 춘추시대 말기에 천하를 제패했던 월왕(越王) 구천(句踐)과 범리를 연상시킨다. 이 전 시장이 학창시절의 수옥(囚獄) 경력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에 무난히 입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람을 단박에 알아보는 정 전 회장의 지감(知鑑)이 크게 작용했다. 이는 범리가 월왕 구천의 신임을 얻어 핵심 가신(家臣)으로 등용된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월 왕 구천은 일시 오왕(吳王) 합려(闔閭)를 격파하고 장강(長江)과 회수(淮水) 일대를 장악했으나 이내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부왕 합려의 패사(敗死)를 설원(雪寃)코자 한 오왕 부차(夫差)와의 회계(會稽) 대회전에서 대패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구천은 부차의 시종이 되어 수년 동안 간고(艱苦)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이때 구천은 범리의 계책을 받아들여 절치부심(切齒腐心)한 끝에 은밀히 세력을 길러 마침내 부차를 제압하고 장강 일대를 제패하게 되었다. 이는 정 전 회장이 태국 건설현장에서 커다란 손실을 보았다가 이후 이 전 시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아파트 건설을 전담하는 한국도시개발주식회사 등을 설립해 비약적인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를 제압한 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당시 중원의 패자로 군림하던 진(晉)나라와 자웅을 겨뤄 마침내 천하의 패권을 장악했다. 이때 그는 자신이 이룬 패업에 도취한 나머지 자신의 패업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대부 문종(文種)과 범리를 제거코자 했다. 《사기》 ‘월왕구천세가’에 따르면 당시 이를 눈치 챈 범리는 재빨리 구천의 곁을 떠난 뒤 이름을 ‘치이자피’로 바꿔 큰 재부(財富)를 쌓았다. 당시 범리의 말을 듣지 않은 문종은 끝내 구천 곁에 남아 있다가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하고 말았다.

이는 정 전 회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에 만족치 않고 마침내 대권에 뜻을 품고 국민당을 창당할 당시 이 전 시장이 전정 회장과 결별한 뒤 독자행보를 걸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신화는 없다》에 따르면 당시 이 전 시장은 정 전회장의 정계진출을 적극 만류하며 김영삼 후보를 도와줄 것을 권했다고 한다.

결국 전 정회장의 대권도전은 좌절된 데 반해 이 전 회장은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에 김영삼 대통령의 민자당 후보로 나와 제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범리가 정치인에서 경제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과 달리 이 전 시장은 당대의 경제인에서 일약 촉망받는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데 무난히 성공한 셈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전 시장의 경제인으로서의 화려한 역정은 현대그룹 및 한국경제의 초고속 성장과정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너로서의 정 전 회장과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이 전 시장의 초상이 뚜렷이 각인돼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계입문 이후의 역정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여러 차례 대권에 도전했던 김영삼 및 김대중 후보에게 무모하게 도전장을 냈다가 이내 좌절하고 말았다.

현 재 이 전 시장은 비록 정치권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는 하나 또 하나의 신화를 쓰기 위해 험난한 대권고지에 도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전 시장은 정 전 회장과 달리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는 전 세계 CEO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가 박 전 대표를 누르고 경선에 승리한 뒤 마침내 본선에서마저 범여권 후보를 제압하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전 시장에게는 이를 낙관케 하는 몇 가지 뛰어난 장점이 있다. 우선 그가 철저히 일 중심의 인사원칙을 고수하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캠프에 합류한 정치권 인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짧게 “열심히 잘 하자”는 말로 환영사를 대신했다고 한다. 이는 거두절미하고 본론만을 말하는 정 전회장의 리더십을 배운 듯하다.

아무나 쓰지 않지만 누구나 쓴다

이 전 시장의 캠프 사람들은 그가 보여주는 용인술(用人術)을 두고 ‘아무나 쓰지는 않지만 누구나 쓴다’는 말로 그 특징을 요약하고 있다. 사람을 들이기 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함께 일해 보자는 말로 일을 맡긴다는 것이다. 이는 용인술의 요체를 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춘추시대 초기에 활약한 관중(管仲)은 주군인 제환공(齊桓公)을 첫 패자(覇者)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는 제환공에게 이같이 건의한 바 있다.

“먼저 현자(賢者)를 몰라보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자를 알았다고 해도 그를 등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현자를 등용할지라도 아무런 임무를 주지 않으면 등용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등용하여 임무를 주었을지라도 그를 믿지 않으면 결코 패업(覇業)을 이룰 수 없습니다.”

관중은 바로 용인술의 극치인 ‘지용임신(知用任信)’의 이치를 밝힌 것이다. 관중은 본래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사람을 쓸 때 믿지 못할 자는 아예 선발하지 않고, 일단 선발한 후에는 전적으로 일을 맡기면서 신뢰했다. 제환공이 관중의 도움을 얻어 첫 패업을 이룬 것도 이런 용인술과 무관치 않았다.

‘지용임신’의 원칙은 원인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현장주의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실무와 현장 중심으로 사람을 기용하면서 일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찾아서 하는 개척 정신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지용임신’의 용인술은 이 전 시장이 지닌 여러 덕목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용임신’의 원칙이 주효키 위해서는 반드시 일을 잘한 사람을 포상하여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고취하는 방책이 필요하다. 한비자(韓非子)는 이를 소위 ‘신상진능(信賞盡能)’으로 표현했다. 이 전 시장은 묵묵히 일하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칭송하거나 캠프에 새로 합류한 신참자와 함께 행사에 참여하는 등의 용인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에 펴낸 《온 몸으로 부딪쳐라》에서 이같이 말한 바 있다.

“회의에서 너무 결론이 빤하게 흐르면 CEO는 일부러라도 딴죽을 걸어야 한다. 핵심 인재에게만 신경 쓰고 중위권 그룹에 신경 쓰지 않는 리더는 일류 감독이 아니다.”

이 는 ‘신상진능’ 원칙의 현대적 적용으로 볼 수 있다. 능력 위주의 ‘지용임신’ 원칙과 경쟁원리를 도입한 ‘신상진능’의 원칙은 이 전 시장이 지닌 뛰어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대권도전에 성공할 경우 이는 ‘지용임신’ 및 ‘신상진능’ 원칙의 개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에게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우선 그의 통치에 관한 기본 입장이 너무 소략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는 《신화는 없다》에서 이같이 말한 바 있다.

“통 치라는 개념 아래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공복(公僕)이라는 말은 이론일 뿐이다. 통치 아래에서 공직자들은 국민 위에 군림한다. 그러나 경영개념을 도입한 정치는 그렇지 않다. 자치지역 혹은 국가를 위해 더 많이 벌고, 벌어들인 것을 국민이라는 고객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인식을 한다.”

그의 이런 주장은 통치를 일종의 억압개념으로 파악한 것부터 잘못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통치를 기업경영으로 환원시키는 단순논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는 국가기관을 사회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서양의 개인주의적 접근방법에서는 가능한 것이기는 하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전래의 역사문화적 전통과는 괴리된 인식이다. 동양에서는 국가를 사회의 일부분으로 상정한 적이 없다.

통치는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어들여 국민이라는 고객에게 환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고 통치권자에게는 자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기반으로 하여 국가대사와 세계정세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보다 복잡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안목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주장 속에는 전 국민을 격동시키는 역동적인 비전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화는 없다》에서는 통치차원의 비전은 잘 보이지 않고 ‘경제전문가’도 아닌 ‘경영전문가’의 이미지만이 크게 부각되어 있는 것이다.

통치차원의 비전은 잘 안 보여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비록 세계 경제 10대국에 들어간다고는 하나 그 내막을 보면 속빈 강정에 가깝다. 국내적으로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국외적으로는 기술과 노임 면에서 일본 및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 상황에 안주했다가는 IMF 못지 않은 위기상황이 초래될 공산이 큰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시장이 내세우는 ‘경제리더십’에는 남북운하개통과 같은 토목공사 차원의 마스터플랜만이 크게 부각되어 있다.

그 의 ‘경제리더십’에 대해 박 전 대표가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경제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반드시 경제를 직접 해봐야 경제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인다. 실제로 이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전 시장의‘경제리더십’은 아직 정밀하게 검증받은 바가 없다. 과연 그가 ‘경제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이다.

이 전 시장이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제시한 소위 ‘MB독트린’ 역시 같은 차원의 지적을 면키 어렵다. 그는 북핵문제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적극적인 대북지원에 나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에 3000달러로 높이겠다는 추상적인 제안을 하는 데 그쳤다. 국가안보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차기 대권주자의 비전으로는 너무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경제리더십’ 및 ‘안보리더십’ 등에 관한 정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전 시장이 과연 경선에서 승리한 뒤 본선에서마저 범여권 후보를 누르고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일련의 ‘후보검증’ 관문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통과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에서 정치부 기자로 10년 간 활동했다. 열국지와 춘추좌전 등을 편역했다. 21세기 정치연구소를 운영중이며,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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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진보도 상상력만이 살길”

[이코노믹리뷰 2006-07-17 00:48]게오르그 루카치라는 헝가리 출신의 예술가가 있습니다. 제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합니다만, 그는 아마도 이런 말을 한 듯 합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투철한 작가들 가운데는 왜 위대한 작가들이 드문 것일까?" 그가 내린 결론은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유추는 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작가들은 시대 정신(최인훈은 이를 정신의 성감대라는 말로 표현했지요)을 예민하게 포착합니다. 또 세련된 방식으로 이를 풀어내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계급에 얽매이고, 당에 복속된 예술가들은 변화를 무시합니다. 그러다가 감각마져 무뎌집니다.

진보논쟁이 한창입니다만, 우리나라의 진보들도 비슷한 오류를 범해온 것은 아닐까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데, 구시대의 어젠더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전문성도 턱없이 떨어집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져만 가는 데 이들에게 한국호의 항해를 맡기기에는 왠지 미심쩍어 보입니다.

어쩌면 '무능함'은 진보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전문가들이란 어차피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부속품과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로펌의 법률 전문가, 회계사들은 뛰어나기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 따위를 생각하는 인물들은 아닙니다. 이들 역시 한계가 뚜렷합니다.

하얀거탑의 장준혁교수가 통제하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할까요. 스티브 잡스는 또 어떨까요. 여기에 고민이 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요즘 싱크탱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쏠린 비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평가들을 씻어낼 수 있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래도 희망은 진보입니다.

● Book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 | 시대의 창

진보인사들이 모여 은행의 공공성, 한미 FTA 등 민감한 주제와 자식기반 경제, 신기술 혁명 등 첨단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춘 추전국시대 사상의 자유 시장을 석권한 명망가들은 ‘법가’였다. 전국시대 한나라의 부국강병 프로젝트를 지휘하던 신불해, 진나라의 변법개혁을 주도하던 상앙, 그리고 진왕 영정을 도와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세우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이사는 가혹한 법 적용의 실효성을 믿은 엘리트였다.

먹고 먹히는 시대. 법가가 제시하는 정책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춘추대의가 무너지고, 난신적자가 활개를 치는 난세일수록 활동 공간은 넓어졌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에서 한계를 드러낸 유가의 사상적 취약성을 꾸준히 공략하며 마침내 지식 시장의 패자로 등극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요즘 국내에서도 자칭 종횡가·법가, 그리고 유가를 비롯한 현대판 제자백가의 한 판 대결이 뜨겁다.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집단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회복을 기치로 내건 ‘뉴라이트’. 좌파의 역사왜곡, 그리고 콘텐츠의 부재를 질타하며 지식 시장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은 이러한 비판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진보진영의 반격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진보인사들이 집결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첫 작품으로 은행의 공공성, 한미 FTA 등 민감한 주제와 더불어 창의성, 지식기반 경제, 신기술 혁명 등 첨단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어 지향성을 가늠하게 한다.

이번 저작은 흥미롭다. 이미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참호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세력에게 진보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점을 애써 각인시킨다고 할까. 다만 전문가 집단인 싱크탱크를 표방하면서 이번 저작을 ‘생활인 좌담의 산물’이라며 스스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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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해야”

[이코노믹리뷰 2005-07-21 09:57](강원택 교수는참 어려보입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간혹 텔레비전에 비친그의 얼굴은 대학생을 떠올리게 합니다. 형님같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나 동생같기도 한 강 교수가 재작년 중반에 낸 이 저서는 하지만 예리한 문제 의식을 드러냅니다.
프랑스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결선 투표제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적은 득표로 집권을 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인데, 대선을 코앞에 둔 해여서 그런지 참 궁금해지네요.   그가 말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란 과연 누구일까요. 정치인이란 본질적으로 포퓰리스트가 아닐까요.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 강원택 지음/ 인간사랑

드 라마 〈5공화국〉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다시 한번 헤집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던 허화평 씨에서, 장태완 당시 수경사령관의 명령을 어기고 쿠데타에 동조한 장세동씨까지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신군부의 핵심 인물들이 화면 가득 등장하며 고통의 기억들을 되살려 놓는다. 훗날 역사의 평가는 냉혹했지만, 당시 이들은 남부러울 게 없는 집권의 일등 공신들이었다.

야권 후보들이 대선에 출마한 지난 1987년, 신군부 인사들의 몰락은 절벽처럼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연초 박종철 씨 고문 치사사건으로 촉발된 전국민적인 저항을 직선제 카드로 비켜가며 재집권에 성공한 이들은 국민들을 혼돈에 빠뜨린다. 국민 대다수가 당시 김대중 후보 혹은 김영삼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며 군부 통치가 지속된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의 저자인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대통령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는 현행 ‘단순 다수제’ 방식의 대통령 선거제도 하에서는 일부 유권자만이 지지하는 선동적 후보가 대통령직에 오를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프랑스, 폴란드 등이 대통령 선거와 의회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1970년 칠레의 아옌데가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단순다수제 방식의 투표가 한몫을 했다.

당선자의 대표성 결여도 또 다른 문제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6%의 득표율로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서 당선된 홍사덕 후보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그가 받은 실제 득표율은 해당 지역구의 낮은 투표율(64.9%)을 감안할 때 17%에 불과해 대의 민주주의의 의의를 무색하게 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결선투표제가 물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2002년 대선이 결선투표제 방식이었다면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분란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1차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내재하는 정치적 성향을 대표하는 두 후보로 압축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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