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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리,권석철, 그리고 시큐어

경영일선서 물러난 안철수 vs 권석철

[이코노믹리뷰 2005-04-28 18:00] (하우리는 시큐어 소프트에 인수됐지요. 실적악화로 회사가 기우뚱하며 한동안 내홍을 겪고 난 후였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실적이 매우 좋다고 하는군요. 물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한 덕분이겠죠. 직원들을 내보내고, 해외 지사도 대거 문을 닫았지요.

하우리가잘 되고 있다니까, 기분은 좋은데요. 하지만 한가지 가슴 한편에 뻐근하게 걸리는 대목이 있네요. 바로 권석철 사장입니다.
일 밖에 모르던 그가 왜 참담한 실패를 겪을 수 밖에 없었을까요. 시큐어 소프트에 넘어간 하우리의 선전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권사장은 작은 동아리에나 어울리는 인물이었지,  덩지가 커진 조직을 이끌만한 역량을 지니지 못했다는 게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인사의 주장이었죠. 지난 2005년 당시 하우리에 근무하던 직원과 한시간여 인터뷰를 하고 나서 쓴 이 기사를 통해 그 이유를 가늠해보시죠)


열 정에 넘치는 공학도 스타일의 경영자’ 지난 달 불명예 퇴진한 권석철 전 하우리 사장을 일컫는 회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회사를 방문한 기자들에게 보안기술 추이를 설명하며 열변을 토하곤 하던 그는,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해 비상 회의를 소집하거나 평일 늦은 시간까지 불을 환히 밝히며 업계 동향을 분석하는 ‘일벌레’였다. 대학시절 한때 방송국 개그맨을 지망하던 그는, 업무 추진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탱크 같은 추진력으로 공공기관을 공략하며 안철수연구소의 아성(牙城)을 위협했다. 보안시장의 만년 2위 업체이지만, 적어도 공공부문에서는 안연구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도 특유의 공격 경영에 힘입은 바 크다.

불우한 가정사는 그의 성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일찍부터 홀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한 그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하는 등 검소한 생활습관으로도 화제가 됐다.

맨손으로 창업해 벤처신화를 일궈가던 스타경영자인 그는, 그러나 현재 잠적 중이다. 회삿돈 84억54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자금의 용처를 입증하지 못해 고소조치 되면서 사면초가에 처한 것.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보안업계에서 전문대(인하공전)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의 ‘인간승리 드라마’에 열광하던 사람들은, 벤처 스타의 몰락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달 일선에서 물러나 도미한 안철수 전 안연구소 사장은, 권 전 사장과 뚜렷이 대비되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펜실베이니아 공대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최고의 엘리트 양성 코스를 거쳤다.

또 홀어머니 슬하에서 외롭게 성장한 권석철 전 사장과 달리,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의사, 동생이 한의사인 의사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고치는 직업을 갖게 됐다며 자신의 자서전에서 소회를 털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집안배경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원칙과 소신경영’이다. 친인척을 직원 채용과정에서 철저히 배격하거나, 외부의 인사 청탁을 단호히 물리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 특히 그는 최고 전성기에 경영권을 물려주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미국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는 의사출신의 부인은, 명저를 소개하며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남편에게 감화를 받아 유학길에 올랐으며, 그도 그녀의 뒤를 따른 것.

정실인사 VS 친인척배제
양사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까닭은, 최고경영자의 경영스타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안철수 전 사장과 권석철 전 사장은 지난 2002년 이후, 뚜렷이 엇갈리는 행보를 보여 왔다. 안 전 사장이 한시큐어 등 자회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유료화 확대 등 내실 다지기에 적극 나선 반면, 권 전 사장은 싱가포르 일본 중국 미국 등 무려 7곳에 달하는 해외 법인을 설립하면서 몸집을 키운 것. 권 사장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안연구소가 백신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이 이미 성숙기를 맞고 있어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사의 난맥상도 문제였다. 미국 현지 법인장으로 그의 형을 임명한 것은 수긍이 가는 면이 있었다. 미국 현지의 한 대형 반도체 회사의 매니저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친형 권석원 씨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를 이끌어내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자신의 부인을 선임한 것은 돌이키기 어려운 악수(惡手)였다. 회사 통장에서 84억원 이상의 돈이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권 전사장의 부인은, 이를 공론화하지 않으며 회사의 몰락을 방조했다. 안철수 전 사장이 자신의 친인척이나 외부 청탁 인사를 채용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회사의 존립기반을 뒤흔든 결정적인 자충수는,‘한컴리눅스’와의 제휴였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02년 예멘을 비롯한 중동시장을 공동 공략하기로 하고 이 회사에 수십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으나, 밑 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사장이, 주식시장의 슈퍼개미로 유명한 경대현 씨 등 사채업자들과 기묘한 ‘동거관계’를 시작하며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치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된 것도, 발단은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해외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사채업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상황을 맞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권씨가 어떻게 경대현씨를 알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두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사채업자들이 그를 소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 전 사장이 국내에서도 본업과는 무관한 ‘코웰시스넷’에 투자를 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선 것도 그를 부추긴 사채업자의 ‘농간’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우리 직원들도 작년 하반기부터 이미 60억원 이상의 회삿돈이 증발했다는 사내 루머가 돌면서, 강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권 사장이 작년 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한다며 극장(드림플러스) 인수를 공표하자“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우리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2003년 인터넷 대란 사태의 원인을 가장 먼저 규명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99년에는 CIH바이러스에 발빠른 대응을 하면서 주가를 높인 그가, ‘무리수’를 거듭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권 사장은 안철수 씨를 극복해 인간승리 드라마를 완성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 사장은 직원 70~80명 규모의 벤처기업을 이끌어 가는 데는 적합한 인물이었지만, 100명 이상의 조직 운영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었다”면서 “그의 역량이 거기까지였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박근우 안철수연구소 팀장은 “권 사장은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은 국내 백신 업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하우리 소액주주모임 이근수 씨

“M&A과정서 캐스팅보트 행사”

- 권 전 사장의 근황을 파악하고 있는가.
언론에서는 그가 잠적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회사 임원들이나 사채업자들과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사채업자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 세간의 평가가 엇갈린다. 그를 어떻게 평가하나.
코스닥에서 한탕을 노리는 업체들이 많아지다 보니, 회계 기준을 강화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퇴출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권 사장에게 억울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편법을 동원해야 할 때가 있다. 주주모임에서 그를 고발할 생각은 없다.

- 코스닥 등록이 폐지됐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우리 노동조합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 잉카인터넷, KTC텔레콤 등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회사들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고 싶다. 사채업자들도 상생(相生)의 길을 찾을것이라고 낙관한다.

- 인수전이 뜨거워지는데 지지하는 곳이 있는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원한다. 아직까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총의를 모아 나갈 것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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