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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옥스퍼드대 수학석학 경영을 말하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23 16:36 | 최종수정 2007-08-23 17:00

“Google is Mathematics”





마커스 드 사토이(Marcus Du Sautoy)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킨텍스 강연장에서 그를 만나기 전 기자는 내내‘킹스필드’ 교수를 떠올렸다. 창백한 얼굴에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소크라테스식 질문으로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하버드대의 공부벌레들’에 등장하는 노교수 말이다. 하지만 그는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나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에 가까웠다. 초등학생들과 어울리며 무대에서 활발하게 뛰어다니고, 학생들이 골문 안으로 차 넣는 공을 몸을 던지며 막는다. 객석 사이를 누비며 건장한 20대 남자의 손을 잡고 무대로 다시 내려오며 학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지적 엔터테이너(intellectual entertainer)라고 할까. 하지만 그가 한 시간 남짓기자에게 쏟아낸 메시지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수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유용한 도구이자 헤지펀드나 구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가능하게 하는 인류 최대의 지적 성과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일산 킨텍스에서 12~13일 양일간 ‘세상을 움직이는 수의 신비’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21일 영국으로 돌아갔다. <편집자주>




수학자라면 창백한 얼굴의 연구자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당신은 좀 달라 보입니다.

저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연극 활동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수학이라고 하면 손사래부터 치다보니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연극적인 요소를 강의에 반영하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 지식을 수업에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브라질의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호베트로 카를로스가 과거 프랑스 전에서 터뜨린 이른바 UFO슛의 한 장면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공이 크게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한 실례입니다. 그래서 청중들에게 전통적인 수학자와는 다른 독특한 인상을 주나 봅니다.

이번 강의에 참석한 한국 학생들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다들 수업에 상당히 적극적인데요.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학생들이 제 설명을 쏙쏙 잘 알아듣는 데다 질문 내용도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습니다. 한 학생은 정말 어려운(sophisticated) 문제를 물어봐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 학생이 몇 살인지 혹시 아십니까. 불과 10세에 불과했습니다. 이 어린 소년이 양자 컴퓨터와 암호 해독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린 학생들이 매우 적극적인 게 인상적입니다. 수학은 창의적인 발상을 돕습니다. 물론 기업인들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주요 도구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학문입니다.

수학이 기업의 이윤창출 수단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교재를 만들어 돈을 번다는 뜻인가요

헤지펀드(Hedge Fund)가 놀라운 수익률을 올리는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그들은 수학자를 고용해 상황별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정교한 모델을 개발, 운용합니다. 이윤 창출의 든든한 원군이지요. 헤지펀드에는 수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손실을 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금융기관들도 펀드,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 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데 모두 수학적인 지식을 동원하지 않습니까. 변동성이 강한 주식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고, 또 이 경우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모두 수학의 몫입니다.

상아탑에 머물던 수학자들이 ‘시류 변화’에 따라 대거 민간기업으로 나아가는 셈이군요.

수학자들의 역량이 꼭 기업 부문에서만 중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인들도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 결정의 파급효과를 미리, 좀 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차 방정식을 푸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세상의 각 부문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다 보니 수학자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로 직장을 옮겨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동료들에게 부러움을 느낀 적은 없었나요.

저요? (손사래를 치면서) 돈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Money does not motivate me). 학생들을 가르치는 편이 제 적성에 더 잘 맞습니다.(웃음)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을 한 10년 정도 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게 내가 갈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학은 마치 마약(drug)과도 같습니다.

골치 아픈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 그토록 즐거운 걸 보면 이 일이 분명 천직인가 봅니다.

문제를 풀면서 해결 방안을 발견하는 일의 즐거움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은 좀처럼 깨닫지 못하지요. 좀 더 영속적이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무척 강한 편입니다. 돈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법이지요.

금융권이 주로 수학을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는데요. 다른 분야 기업들은 어떤 편인가요.

구글(Google)을 보세요. 이 세계 최고의 검색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명사를 하나만 꼽는다면 저는 단연 수학(mathematics)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는 순수한 수학적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입니다(Google is paying close attention to very pure mathematics).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검색의 정확성은 정교한 알고리즘에 달려 있습니다.

경쟁 검색엔진을 압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 알고리즘이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은 수학입니다. 구글이 곧 수학인 셈이죠(Goole is mathematics). 정보통신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휴대폰 요금 상품의 설계도 본질적으로는 금융 상품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간과하고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해 볼까요. 휴대폰 사용자들이 평소 통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데도 항상 기술이 작동합니다. 수학은 이용자들이 전화로 대화를 나눌 때 음성의 왜곡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이때 쓰이는 분야가 바로 ‘시머트리(symmerty)’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이면에는 수학이 있습니다. 인터넷도 비슷합니다. 훗날 인터넷 상거래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암호체계를 고민한 선각자들이 벌써 지난 17세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수학 천재들이 17세기에 이미 등장했다니 매우 놀랍습니다.

물론 그들은 당시에는 인터넷의 출현을 꿈에도 상상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입니다. 그들은 순수한 수학적 형태로 이 문제를 고민했으며, 이러한 연구가 훗날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주춧돌이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겠죠. 하지만 그들의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아마존도, 구글도 없었겠죠.

수학이 배고픈 학문이라는 얘기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겠군요.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찬밥 대우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어디 한국뿐이겠습니까. 유럽과 미국에서도 수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의 전공자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인들과)비슷한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겠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들이겠죠. 영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고든 브라운 총리가 취임한 이후 사정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이 창의력을 강화하는 수단은 아니지 않습니까. 요즘 한국에서는 창조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를 한번 보시죠. 런던 수학회가 40세 이하의 소장 학자 중 가장 뛰어난 업적을 보인 인물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베릭상을 2001년에 받았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창의성이 주요 평가요소입니다. 창의적인 접근방식이야말로 수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봅니다.

수학자 입장에서 볼 때 창조적인 발상은 어떤 환경에서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의 교류입니다.

영국은 토니블레어가 물러가고 고든 브라운 총리가 부임한 후 야심 찬 수학 부흥 계획을 세웠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수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이 세를 잃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뿐이 아닙니다. 영국,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다만 영국의 경우 고든 브라운 총리가 부임한 이후 이 문제를 풀어내지 않고서는 영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대중교육의 강화를 주요 어젠다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수학은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는 점을 대중에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학에 좀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알려주시죠. 자녀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교육하고 있습니까.

제 아이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요? 글쎄요.(웃음) 어린 아이들이 처음 수학을 배울 때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흥미를 잃어버리면 수학책을 다시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수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어 볼까요.

프랑스 혁명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흥미로운 수학 지식도 대거 태동했습니다. 무미건조해 보이는 수식에 가려져 있던 역사, 그리고 그속의 사람들을 되살려 내려고 노력합니다. 왜 이런 상황에서 이러한 공식이 태동하게 됐는지 옛날이야기를 하듯이 조근조근 풀어놓습니다.


캐피털원 인재 채용방식 엿보니

수학시험 못 보면 CEO 못 된다

Q. What was the ratio of sales revenue to distribution costs for science books in 2002?(Round to nearest whole number)

미국의 캐피털원(Capital One)은 인재를 선발하는 데도 수학을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원자들의 수학적 분석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 방식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시험은 수차례의 인터뷰에서 수학테스트까지, 여러 형태로 치러지며, 입사희망자들은 이 시험에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의 고위 경영진을 뽑는 데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시험문제는 그들의 분석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 주종을 이룬다. 도입부에 제시된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2년 과학분야 서적의 매출액 대비 유통비용을 물어보는 실제 질문이다.

이 회사는 미국 내에서도 시험에 집착하기로 유명하다. 버지니아에 위치한 이 회사는 은행이라기보다는 컨설팅 회사에 가깝다. 최첨단 통계기법으로 무장한 이곳 직원들은 자유분방하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불과 10년 만에 미국 신용카드 시장의 ‘빅4’로 부상했다.

카드 시장을 정교하게 분할(segmentation)해 공략한 전략이 제대로 먹힌 덕분이다. 회사 창업 초기 스카우트된 내로라하는 컨설팅 회사 출신들은 경쟁 업체들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착상으로 회사의 약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커스 드 사토이 교수는 인디펜던트지 선정 최고 과학자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수학과 교수이다. 현재 영국의 BBC에서 ‘마인드 게임즈’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런던 수학회가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베릭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연승행진의 비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탐구, 교묘한 모양들의 이야기 등을 강의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The Times)와 더 가디언(The Guardina)에 과학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그의 저서인 《소수의 음악》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가 꼽은 최고의 과학자로 선정된 바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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