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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형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성 부재 정면 돌파”

국 내 통신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소비자들의 요금인하 압박은 거세다. 영국의 통신 기업들은 통신시장 자유화의 파고를 먼저 경험했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통신기업들의 훌륭한 반면교사이자 귀감이다. BT는 이 중에서도 단연 관심을 끄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음성 통신 사업비중을 대폭 줄이고, 커뮤니케이션 장비 구축 서비스를 앞세워 위기를 정면돌파한 발상의 전환이 주목대상이다. 한때 40조원에 달하는 눈덩이 같은 부채로 파산을 눈앞에 두었던 이 글로벌 기업 한국자회사의 김홍진 사장을 지난 26일 오전에 만났다. 그리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부심중인 SK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그의 견해에 귀를 귀울여 보았다.

                                                                    
▶SKT 를 비롯한 국내 통신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BT도 불과 수년전만 해도 통신 회사였습니다만, 이제는 통신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주로 기업 고객을 상대로 커뮤니케이션 인프라 구축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음성통신 서비스의 매출비중은 30% 이하로 줄었습니다.

▶ 철혈 재상으로 통하는 대처 총리의 집권이 통신 사업 포기의 단초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대처 총리 집권후 탈 규제 바람이 영국에서 불기 시작합니다. 망이 개방되고,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음성통화요금이 지속적인 하향추세를 보입니다.

수익 기반이 허물어지다 보니 당시 국영기업이던 BT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 후 수익성 악화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무려 40조원에 달하게 됩니다. 한계 상황을 맞게 된거죠.

▶하지만 지금은 170개 나라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가장 혁신적인 기업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지요.

개방형 혁신모델은 이 그룹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소속 자회사가 있는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글로벌 무대 어느 곳에서나 본사와 다름없는 환경 속에서 업무를 돌볼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매년 세계 경제포럼측과 손을 잡고 가장 혁신적인 기업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SK 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통신사들도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많습니다. 6년 여만에 이처럼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 낸 원동력이 어디에 있습니까.

물론 ‘위기’입니다. 혁신의 원천은, 바로 위기라는 점을 다시한번 보여준 셈입니다. 절박함이 변화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수위의 개혁을 단행할 수 있던 거지요. 시장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고통이 없었다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해 나갈 수는 없지 않았겠습니다.

▶어떤 점이 바뀌었습니까.

전통적인 통신사업을 포기했습니다. BT를 (장난삼아) ‘Beyond Telecom’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업들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장비 업체들이 만든 제품을 고객사에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구축하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업부문이 지금은 3개로 정리되지 않았습니까.

BT의 상전벽해식 변화의 상징인 BTGS를 비롯한 세 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BTGS는 매출 40조의 절반 가까이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벤 버바이벤 최고 경영자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주역이 아닌가요. 그는 네덜란드 사람이죠.

그 렇습니다.

▶네덜란드 인을 영입하는 데 따른 거부감은 없었습니까.

영국사람들은 꽤 보수적인 편입니다. 네덜란드 사람 영입에 왜 거부감이 없겠습니다. 위기의식이 절실했다고 봐야겠죠.

또 발상이 다른 인재가 왜 필요한 지를 그는 보여주었습니다. 적자가 당시 20조원에 달하던 기업이 적자의 두배 규모인 40조의 인프라를 투자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는 발상이 다른 인재 영입을 주도하며 이 기업의 보수적인 DNA를 송두리째 바꾸어 나갔죠.

예, 그렇습니다. 벤 버바이벤 회장이 바로 루슨트 출신이었거든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변화 최고경영자(Chief Transformation Officer)를 두고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 지를 철저히 파악했습니다. 변화경영자는 직원들을 상대로 회사의 전략을 설명하며 실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도 담당했습니다. 그는 해외시장 공략의 고삐도 바짝 조였습니다. BT가 영국 기업이라는 국적을 떼어내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 기업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섰다고 하죠.

(장기성장전략에 부합하는) 27~30개 정도의 기업들을 꾸준히 사들였습니다.

▶외국인 CEO가 주도하는 ‘환골탈퇴’의 과정을 거치며 지금은 서비스 기업으로 바뀌었지요.

대 동강물을 판 봉이 김선달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장비를 개발하거나 제조하지 않고, 모두 루슨트 같은 회사에서 사다 고객사에 가장 적합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1만5000여명의 연구 인력들이 서비스 방식을 놓고 늘 고민합니다.

▶ 외국인에게 거대 통신회사 개혁의 지휘봉을 맡긴 것은 당시로서 도박이 아니었을까요.

땅덩이가 좁은 영국에서만 인재를 구한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겠습니까.

▶정부 정책의 변화가 급진적인 변화를 불러 온 것으로 볼 수 있겠군요. 대처의 개혁이 촉발한 위기가 혁신의 방아쇠 역할을 한 셈이죠.

유럽(영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이러한 요금인하 압박을 명문화했습니다. 이노베이션 역량, 그리고 물가 상승률 등을 두루 감안해 매년 4~7%정도의 가격인하를 법에 못밖아 두는 곳이 유럽입니다. 유럽은 소비자들의 이해를 앞세우는 경향이 강합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고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유럽의 경우 브로드밴드 상품의 종류만 해도 훨씬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대역폭별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죠.

스웨덴의 사례를 볼까요. 브로드밴드 서비스도 광대역폭등을 자신의 용도에 맞춰 쓸 수 있습니다.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아무래도 대역폭이 넓어야 영화 감상이 수월할 겁니다. 이때만 따로 광대역폭이 충분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별도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습니다. 망이 개방돼 있어야 이러한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만, 한국에서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대목입니다.

▶한국 정부의 정책과 유럽 연합을 가르는 가장 뚜렷한 차이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이른바 통신 3강 정책으로 소비자보다는 통신 사업자들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영국과 한국의 사업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낫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SK 텔레콤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BT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BT는 연매출이 40조원에 달하는 덩지가 큰 공룡 기업입니다. 하지만 벤처 기업의 기민함을 지니고 있어요. 수평적인 조직이 이 글로벌 기업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아웃소싱도 빼놀 수 없네요. 핵심 역량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외부에 맡겨야 합니다. 비용 구조를 줄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섭니다.

▶ 한국의 대기업들 사이에서 불고있는 인수합병 바람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내 기업들의 병폐중의 하나가 바로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하려는 태도입니다. 자신이 완벽하다고 볼 때 굳이 외부에 도움의 손길을 구할 필요가 없어지겠죠.

2007/09/08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도널슨 그룹 '데이비드 팀' 부회장의 '한우물론'


박 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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