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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토마스 벤츠 애널리스트 인터뷰 - 오펙 증산 능력 한계… 유가 150달러 넘어갈 듯 -

 
취 재 =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토마스 벤츠의 고유가 코멘트   

                                                             
■ 중국은 석유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국제 유가가 고공비행을 해도 소비가 줄지 않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지요.

 

■ 국제사회의 친환경 편집증이 현재로서는 오히려 유가를 지속적으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춤을 추고 있다. 지칠 줄 모르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달러 약세는 유가 상승의 자양분이다. 수급 불안은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저가 항공사들은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아시아나 항공은 적자 노선의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유가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유가 분석, 한 우물을 판지 올해로 꼭 30년. 이 정도면 눈을 감고도 유가 흐름을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지난달 17일 오후 3시(현지 시각), 뉴욕 월스트리트 7번가.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 5대 투자 은행인 BNP파리바 뉴욕 지점의 토마스 벤츠(Thomas Bentz)는 예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미국과 영국의 유력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는 한국전에 참전한 아버지를 둔 베테랑 애널리스트이다. ‘세븐 시스터즈’로 불리는 세계 정유산업의 큰 손들을 대리해 유가 전망과 더불어 원유 옵션(option)이나 선물(future) 상품을 거래한다.


토마스 벤츠는 이날 손수 직접 그린 차트를 짚어가며 유가 흐름과 동향, 그리고 변수 등을 설명해 나갔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유가와 관련해선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근본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데 따른 문제”라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제시설(refinery) 사고로 칠레에 디젤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 에쓰오일의 사례는,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한국기업들은 옵션이나 선물을 통한 위험 분산 역량을 지금보다 더욱 키워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토마스 벤츠’라는 이름이 한국의 주요 언론에 요즘 자주 등장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까.


Ans) 지난 15~16년 동안 세계 주요 신문, 뉴스 채널에 출연하고 글도 기고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왔어요. 아시아 권에서 발행되는 언론도 예외는 아닙니다. 제 예측이 자주 실리다 보니 이름이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온 기자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뉴욕 밖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니 정말 즐겁습니다.


▶ 이 분야에서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유가 예측과 더불어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Ans) 한 우물만을 판지도 벌써 30년이 훌쩍 지났네요. 제 청춘이 다 지나버렸어요.(웃음) 제 고객사들이 주로 석유 회사들입니다. 이들을 상대로 유가 흐름을 분석하는 업무를 하죠. 그리고 유가 급등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옵션이나 선물 상품을 거래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어요.


▶ 블룸버그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요즘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떤 내용인가요. 유가의 향방을 묻습니까.


Ans) 당신이 궁금해 하는 내용과 똑같습니다. (웃음)


▶ 유가가 고공비행을 거듭하면서 12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오르는 거죠.


Ans) 유가가 왜 이렇게 오르는 지 그 원인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아마도 신만이 그 배경을 알고 있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몇 가지 유가 급등 요인을 다만 추정해 볼뿐입니다.


▶ 뉴욕 상품거래소의 트레이더인 ‘레이몬드 카본’은 수급불균형을 유가 급등의 원인으로 꼽더군요.


Ans) 혹시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퀀텀 펀드를 창업한 ‘짐 로저스’를 알고 있나요? 그가 이른바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상품(commodity) 시장이 호황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 수년전이었어요. 그가 왜 이런 예측을 했다고 보나요?


▶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아랍지역의 공급물량이 줄 것으로 내다보았기 때문인가요.


Ans) 3~4년쯤 전입니다. 당시 석유수출국기구가 생산 물량을 감산했습니다. 수요는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었지만, 오펙은 과거와 달리 수급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더는 보여주지 못했어요. 두려움(fear)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전염돼 나가는 계기가 됐죠.


▶ 이런 불안감이 옵션이나 선물거래의 급증과 더불어 국제 유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건가요.


Ans) 오펙(OPEC)은 지금까지 유가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해왔어요. 완충 작용을 해왔지만, 앞으로 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빠른 속도로 확산된거죠. 당시 시장 참가자들의 대응은 명확했습니다. 에너지 선물(future)이나 옵션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일이었습니다.


수급 불균형에 대한 불안감이 선물이나 옵션 거래를 늘렸고, 이는 다시 유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렇게 생각한 거죠. 당시에도 오펙이 수요를 따라가기가 급급한 상황인데, 만약 정유관(pipeline)이 터지거나, 중동지역에서 소요(disruption)라도 일어날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는 우려를 한 겁니다.


▶ 뉴욕에는 유로화 강세로 구매력이 커진 유럽인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달러 약세도 유가 급등에 한몫을 하고 있죠


Ans) 더욱 우려할만한 점은 달러화가 어느 선까지 추락할지를 모른다는 것이죠. 유로화는 하루가 다르게 세를 넓혀가고 있지 않습니까. 달러 약세는 유가 급등의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달러가 떨어지니 상품 선물을 구입해 위험을 회피하는 거죠.


(차트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 차트를 한번 보세요. 달러와 유로화의 움직임이, 달러와 국제 유가의 움직임과 매우 닮아 있지 않습니까.


▶ 중국 증시가 요즘 썩 좋은 상황은 아니지 않나요. 유류 소비가 감소할 가능성은 없나요.


Ans) 중국은 석유에 보조금(subsidy)을 지급하고 있어요. 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해도 소비가 줄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가격 기구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보조금을 줄여야 사람들이 가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될텐데 말이죠.


▶ 지난 2003년 걸프 전쟁이 국제 유가의 흐름을 상승세로 돌려놓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Ans) 그럴듯한 설명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쟁이 터진 후에도 200만 배럴 가량의 이라크산 석유가 꾸준히 시장에 풀리고 있었거든요. 전쟁 발발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라크전이 국제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목소리가 타당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 미국의 대대적인 폭격으로 오일 송유관이 파괴되면서 공급이 감소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Ans) 이라크 쪽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 편입니다. 공급 문제에 관한 한 (as long as supply go), 이라크는 (위에서 지적한대로) 지금까지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 아랍계 분석 기관이 최근 국제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어요. 동의하시나요.


Ans) 유가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트렌드는 분명 수급부족에 따른 유가상승입니다. 가격이 오른 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price could go) 중요한 것은 인상 폭이겠지요. 100달러를 돌파한 지는 상당히 지났으며, 더는 100달러 돌파 여부를 묻는 이들은 없습니다.(100dollar is not the part of the ▶ uestion)


저는 유가가 장기적으로(longer-term) 1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지점을 통과한 뒤 단기적으로 조정 과정을 거치며 90달러 선으로 다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근거가 무엇인가요.


Ans) 3~4년 전 시장 참가자들은 오펙의 무력함에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원유 수요가 가파른 속도로 늘어났지만, 오펙이 공급을 늘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선물(future)이나 옵션 중계회사들이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 아니겠습니까.


▶ 유가가 150달러로 치닫고 있는 이런 상황을 ‘위기(crisis)’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Ans) 20년 전에 같은 질문을 던졌으면 답변은 물론 ‘그렇다’가 되겠죠. 기업들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팽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달할 경우 소비자들이 여전히 대형차를 선호하고, 외식을 하게 될지 그 정확한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미국 경제의 침체가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요. 뉴욕에서도 이른바 리세션 논쟁이 치열하지 않습니까.


Ans)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허리케인이 닥칠 수 있다고 하죠. 거꾸로 미국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지 않겠죠. 미국의 가솔린 소비량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징후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Demand for gasole start to decline.)


트럭회사, 항공사 등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요. 미국의 부진을 신흥시장이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입니다. 세계 경제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징후를 어디에서도 엿보기 어렵습니다.


▶ 글로벌 기업들은 대체에너지 산업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습니다. 유가 흐름에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요.


Ans) 환경은 요즘 사람들을 지배하는 도그마가 되고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사로잡혀 있습니다.(Everyone is tryng to be green.) 하지만 국제 사회의 친환경 편집증이 현재로서는 오히려 유가를 지속적으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에탄올의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나, 콩, 밀가격 등이 큰 폭으로 뛰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디젤 수요가 커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요.


▶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한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에서도 디젤 수요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하죠.


Ans) 디젤을 수출하고 있는 한국의 에쓰오일을 볼까요. 이 회사 정제시설(refinery)에서 몇 주 전에 사고(mishap)가 있었죠. (In Korea, s-oil, one of their refinery had a mishap few week ago)


칠레에 디젤을 수출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이 사고로 이 물량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칠레는 여전히 이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대체품을 찾았어요.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가 칠레, 그리고 미국에 영향을 준 셈이죠.


▶ 한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미 3년 전에 100달러 돌파를 예측해 화제를 불러모은 적이 있어요.


Ans) 3년 전 유가 움직임을 다룬 차트를 한번 보세요. 당시 굉장히 강한 가격 상승세(strong uptrend)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이러한 가격 상승세를 추동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어렵습니다.(It is hard to say what cause it.) 하지만 당시 오펙이 생산량을 감산하고 있었고, 원유 소비는 큰 폭으로 늘고 있었어요.


▶ 유가를 결정짓는 변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가 동향을 예측할 때 주로 어떤 점들을 감안합니까.


Ans) 에너지 회사들이 제 주요 고객입니다. 수급 현황을 비롯한 업계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차트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입니다. 큰 트렌드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서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I have reason not to stay from away trend)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 한국에도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혹시 고객사가 있나요.


Ans) 아직까지는 고객사가 없어 한국에 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팬들이 많다고 하니, 기회가 오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한국은 제게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나라입니다. 제가 사춘기일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한국 전쟁에 참전하신 퇴역 군인이셨거든요. 당시 경험을 제게 많이 얘기해주셨습니다.


▶ 한국 기업들의 활동 무대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 남미 등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고유가시대에 특히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Ans) 아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 바로 북미나 유럽에 영향을 미치고, 거꾸로 미국이나 북유럽의 사건이 아시아를 뒤흔드는 변수가 되기도 합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을 적절히 운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통화(currency)나 상품(commodity) 등의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에쓰오일 사태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무엇보다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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