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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폴슨 “부동산 투자 지금이 최적이다”…폴 크루그먼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제 예측 누가 더 정확할까”

2010년 07월 20일
존 폴슨 폴슨 앤 컴퍼니
■ “부동산 투자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는 것이 존 폴슨의 진단이다. 미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캘리포니아 부동산 지표는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캘리포니아의 부동산 가격도 이미 7개월 전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 존 폴슨이 금융주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배경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 그는 각국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에서 위기 재발의 징후를 읽는다. 금리 인상 등 정책 실기로 지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일본 정부나, 대공황 당시 후버 행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정부 지출 억제가 자칫하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늦추고, 또 다른 경제 위기의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2006년 6월. 존 폴슨(John Paulson)은 ‘사면초가’였다. 아이비리그의 명문대를 나온 이 유대인 금융전문가에게 돈을 맡긴 고객들은 그의 자산운용전략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보스톤컨설팅그룹 출신의 이 금융전문가가 자신의 이름을 본따 창업한 헤지펀드 회사인 ‘폴슨앤컴퍼니’의 수익률은 연 5%선. 형편없는 성적표였다.

헤지펀드 업계는 소속 가문이 수백 년 간 금융업에 종사해온 유대계 슈퍼스타들의 경연장이었다.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를 비롯한 유명 투자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매니저들은 글로벌 무대를 종횡으로 오가며 구축한 포트폴리오로 고수익을 올렸다. 현란한 포트폴리오 운용이 재부의 비결이다.

금, 은, 팔라디움, 달러, 스위스 프랑화, 현금, 태국의 해변, 옵션, 선물, 부채담보부증권(CDO), 주식, 채권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헤지펀드 업계의 슈퍼스타들은 연 10% 이상 수익을 가뿐히 내며 폴슨앤컴퍼니의 입지를 뒤흔들었다.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매니저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는 게 이 바닥의 생리였다.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인 존 폴슨을 위기에서 구한 구세주가 바로 ‘부동산’이었다. 위기의 발단은 금리 인상이었다. 지난 2004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 조치는 다가올 허리케인을 예고하는 나비의 날갯짓이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뒤흔든 위기의 도화선이었다. 부동산이 흔들리면 이 자산을 기초로 설계한 은행 모기지가 무너져 내릴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모기지 채권이 휴지가 되면 파생상품도 무너져 내릴 터였다. 투자은행들이나, 이 투자은행 출신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애써 위기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존 폴슨은 파생상품의 리스크에 대비하는 보험상품격인 CDS(신용파산스왑)를 골드만삭스에서 대거 사들였다. 그가 운영하는 헤지펀드가 불과 수개월 새 벌어들인 돈이 무려 150억 달러. 도박으로 치면 ‘잭팟’이었다. 존 폴슨과 투자은행 매니저들의 운명이 엇갈린 지점은 바로 여기였다.


존 폴슨 ‘위기 종료’ 선언…금·카지노·은행에 투자
존 폴슨은 월스트리트의 신화가 됐다. 전형적인 업다운(UP-Down) 방식 투자자인 그는 거시 변수를 면밀히 살핀 뒤 투자를 결정한다. 그가 운용하는 금 펀드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미국 정부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물가가 앙등하리라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존 폴슨이 금을 사들이는 이면에는 낙관론이 있다. 그는 이 귀금속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에 주목한다. 다시 말하면, 그가 금융 위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전 자산(safe haven) 확보 차원에서 금을 매입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 경기 회복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가 최근 영국 런던에 있는 경영대학원에서 한 강의에서는 2년 전 버블 붕괴를 외치던 비관론자의 위기감은 엿볼 수 없다. 더블딥이 재차 세계 경제를 강타할 가능성도 10%가 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진단. 부동산에서 인생 역전의 기회를 움켜쥔 이 금융전문가는 이번에도 부동산에서 변화의 조짐을 본다.

“부동산 투자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미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캘리포니아 부동산 지표는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캘리포니아의 부동산 가격도 이미 7개월 전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 존 폴슨이 금융주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배경이다. 모기지의 기초 자산인 부동산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은행도 수익성이 개선될 개연성이 크다. 그는 “미국인들이 다시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고 넓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의 견해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존 폴슨과 대척점에 서 있는 강단 경제학자가 바로 세계 경제학계의 슈퍼스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이다.


폴 크루그만 ‘긴축 정책’ 위험…세계 경제 살얼음판
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990년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아시아 경제의 허실을 정확히 짚어내며 명성을 얻은 천재 경제학자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는 미국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중지에도 꾸준히 글을 기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며 현실 참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자비한 긴축(savage austerity)이 해당 국가들에 과실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그런 일들이 결코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바라보는 세계 경제의 현 주소는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헤지펀드 전문가 존 폴슨의 진단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각국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에서 위기 재발의 징후를 읽는다. 금리 인상 등 정책 실기로 지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일본 정부나, 대공황 당시 후버 행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정부 지출 억제가 자칫하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늦추고, 또 다른 경제 위기의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장단기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 그 징후라고 본다. 재정 적자 감축에 나선 유럽 국가들의 위험한 선택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길이 곱지 않다는 것. 그가 최근 정부 지출을 줄이기로 한 G20 회담에 우려를 피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정부 지출 감소에 소극적인 스페인이 시장에서는 더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그 방증이다.

폴 크루그먼은 각국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다면 글로벌 경제는 세 번째 금융 위기를 겪을 개연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강단에서 잔뼈가 굵은 이 슈퍼스타가 보는 세계 경제는 아직 기초체력이 취약한 환자다.

이 경제학자가 우려하는 지표가 실업률이다. 실업자들이 오랫동안 일감을 찾지 못하고 쉬다 보면 감도 떨어지기 마련이며, 업무 향상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도 익힐 수 없어 자칫하다 일자리를 아예 구할 수 없는 무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경제학, 현실의 복잡함 파악할 수 없어

두 사람의 주장은 줄곧 평행선을 달린다. 월가 출신의 투자 고수 존 폴슨은 줄곧 낙관론을 말한다. 반면 지난 1990년대 태국발 아시아 금융 위기의 원인을 ‘아시아적 생산 양식’에서 찾은 노벨상 수상자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각국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며 또 다른 위기를 경고한다.

존 폴슨은 이번 예측에 자신의 돈과 명성을, 폴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의 명성을 각각 걸고 있다.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경제학자는 역사에서 답을 구하는 ‘회귀적 사고’에 충실한 반면, ‘월가의 승부사’들은 매일 시장 흐름에 몸을 맡기며 그 복잡한 속성을 파악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출처: Lecturing Birds on Flying).

“수리경제학이 출발점으로 삼는 가정들은 때로는 부정확하다. 이 학문을 창안한 이들 조차 현실의 복잡함, 상호 연관성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실전 투자에 나서 큰돈을 번 거의 유일한 경제학자인 영국의 존 메이나드 케인즈가 남긴 명언이다. 어느 편의 예측이 정확할 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존 폴슨 측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얘기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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