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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특별인터뷰]탈북자 출신 김영희 연구원 "북한 주민들 '독재자'란 의미조차 모른다"
    기사등록 일시 [2011-12-21 17:22:32]    최종수정 일시 [2011-12-21 18: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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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복귀설은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도 엄연히 있다

서울=뉴시스】박영환 · 이인준 기자 = 지난 2002년 여름, 남편은 행선지를 묻는 아내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북한 평양을 떠나 오랜 여행 끝에 도착한 도시는 낯설기만 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한국의 수도 서울. 적응은 쉽지 않았다. 5년여의 세월을 거쳐 산업은행에 입행한 그녀는 평안남도에 남은 노모만 떠올리면 지금도 목이 맨다.

탈북자 출신 김영희(46) 정책금융공사 조사연구실 수석연구원 얘기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정책금융공사에서 만난 그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정국에 대해 비교적 차분한 진단을 내놓았다. 그녀는 북한 군부의 쿠데타설이나, 김정남 복귀설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북한에서 리비아 같은 재스민 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군부 쿠데타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최근 북한을 진단한 그녀의 견해다. 남한 연구자들은 북한 현지 속사정을 잘 모른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북한 원산 경제대 경제학과를 나온 그녀는 지난 2002년 8월 북한을 탈출했다. 2007년 산업은행에 입사한뒤, 현재는 정책금융공사에서 근무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김정일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순진한 우리 어머니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이 돌아가셨다며 울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 뿐인가.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정책금융공사)직원들이랑 같이 식사를 하다가 들었다. 북한 주민들을 생각했다. 지금쯤 울며불며 동상 앞에 나왔겠구나, 시장에도 못나가고 먹고 살기 힘들겠구나, 앞으로 울며불며 애도기간을 보내겠구나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단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

- 북한에 두고온 가족 가운데 가장 보고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북한에 계신 어머니가 가장 그립다."

-왜 못 모시고 나왔나.
"지난 2002년 남편이 (탈북을) 결심한 뒤 모든 걸 숨긴 채 북한을 떠났다. 나도 남편이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를 몰랐다."


- 흉흉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어 걱정이 많겠다. 김정일 사망이 늦게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암살설도 제기했다.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다. 당중앙군사위는 군사 분야 전반에 대한 지도를 맡는다. 부위원장이 김정은이니까, 앞으로 위원장을 김정은이 대행하는 체재가 될 것이다. 그러면 정부 운영이 순탄할 것으로 본다. 사망 발표를 이틀 늦춘 것도 그런 것 때문으로 보인다."


- 군부 쿠데타설은 또 어떤가. 대를 이어 충성한다고 하지만, 군 원로들이 20대 지도자를 용인하겠나.
"김정일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규약을 개정했다. 당시 인민군 총 정치국이 당중앙위원회의 기능을 하도록 했다. 이는 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정은이 총정치국을 통해 북한군을 상부에서 하부 말단까지 장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치위원부터 말단까지 기구 체제가 모두 일렬로 돼 있다. 김정은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장악할 수 있는 체제다. 군사 쿠데타가 나타날 확률은 적다."


- 선군정치의 한축인 군부는 그럴 수 있어도 북한 내 풀뿌리 정서는 다를 수 있지 않는가.
"북한내부의 한 지인이 전하는 현지 분위기는 오히려 조용하다."


- 후계자 다툼에서 밀려난 김정남이 반대 세력을 결집해 집권을 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그건 북한 사회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북한에서는 바람 피워난 아들은 장남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김정남을 지지하는 세력은 있다. 하지만 그는 정통 서열에서 벗어나 있다. 장성택과 김경희 측근들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 장씨와 김씨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북한 사회의 분위기를 기억하나.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걱정이 컸지만 (북한 사회는) 금방 적응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차분하게 종전대로 갈 것이다. 일부 엘리트들은 국가의 앞날에 대해서, 또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갈지 고민할 것이다. 김정일이 죽어서 북한이 붕괴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도 무너졌고,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도 막을 내렸다. 왜 북한은 아닌가.
"문제는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이 독재자인 줄 모른다는 점이다. 독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어떻게 알 수 있나. 전쟁에서 승리해서 우리를 해방시켜준 사람인데. TV에서 비추듯,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더 많다. 리비아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북한은 지금으로서는 혼란하다고 볼 수 없다."


- 김정일이 주도한 경제 개혁이 실패로 끝나면서, 물가는 치솟고 민심도 싸늘해지고 있지 않은가.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다시 꽃제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생활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주민 생활수준이 화폐 개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쌀값이 오르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인데, 그 외 대부분의 생활비들이 오르고 있다. 한 달에 타는 급여로는 생활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 북한 경제는 개혁개방에 일찌감치 나선 중국과 달리, 오히려 변화를 추구할수록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다.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에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씩이지만 배급을 줬고, 그렇게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시장에 물건을 팔러 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애도 기간이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었고, 생일상도 차리지 못하는 그런 불편함은 있었다. 지금은 살림살이가 더 나빠졌다. "


- 북한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중국에 지나치게 예속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강하다.
"북한 내에서 유통되는 물건의 80% 이상이 중국 물건이다. 요즘엔 쌀도 위안화로 사야한다. 달러는 잔돈이 많지 않아서 상인들이 위안화를 선호한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고가 가전제품들은 거의 위안화로 결제한다. 야채 같은 것들만 90% 이상 북한 돈이 통용된다. 이제 달러와 위안화가 공용화폐로 자리매김했다."

- 어려울 때는 가족생각이 간절하다고 했다. 북한에 남아 있는 노모가 눈에 밟히지 않는가.
"어머니와는 얼마전 소식을 주고 받았다."


- 어떤 말씀을 하셨나.
"사망 관련 얘기는 없었고. 그저 차단이 심해졌다는 말씀을 하셨다."


- 어떤 뜻인가.

"북한이 2009년 화폐 개혁을 한 이후에 시장이 폐쇄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 결과 북한 내에서 내부적으로 단속이 심해졌다. 그런데 (김정일이) 사망하기 직전 며칠간 단속이 매우 심했다고 한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해외반탐과가 있는데 최근 근무하는 사람을 모두 풀어서 신의주, 해령 등에 보냈다고 들었다. 기차를 차고 이동하는 사람들을 모두 단속하고 있다. 국경지대 단속이 극심하다."


-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정은은 29살이고 경험도 없다. (김정은이)김일성과 닮았는데, 그것 말고는 볼 게 없다. 아직 검증된 게 없다. 그래서 북한은 그렇게 (집단지도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모든 걸 김정은이 다 쥔다고 해도 김정일 만큼 권력행사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 앞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 체제에서 계속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 강성대국을 약속했던 김정일이 모든 책임을 안고 떠났다. 그가 죽은 마당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장기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특구형식을 빌어서라도 개방이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한반도가 김정일 사망의 후폭풍으로 격랑에 휩싸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북한이 정체돼 있을 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김정은 측근 중에는 젊고, 개혁적인 사람도 많다. 이제는 김정일 측근들은 물러나야하는 상황이다. 김정은 측근을 개방사회로 끌어들야 할 때라고 본다. 북한도 김정은 체제가 지금처럼 10~20년 간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 아닌가."


- 북한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 출신 연구원으로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질 것 같다.
"김정은 집단지도체제로 가면 개혁 개방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통일도 가까워지고. 우리 역할도 커질 수 있다. 우리 공사 만해도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SOC 기반조성 등을 위해 통일 기금도 준비해야 한다. 그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11/12/26 - [NEXT 로컬(Local)/NEXT 로컬 엑스퍼트] - “북, 유훈 해석만 갖고도 운영될 것 … 해석자는 김정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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