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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유럽연합 붕괴냐 존속이냐"…예측 엇갈리는 미·유럽 경제학자들
    기사등록 일시 [2011-09-18 15:45:00]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유럽연합의 앞날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학자들의 진단과 전망이 엇갈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소속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 학자들이 대체로 유럽경제통화동맹의 암울한 미래에 방점을 두며 '파경(破鏡)' 가능성을 제기하는 반면, 유럽쪽 학자들은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은 여전히 유효하며 포기할 수 없는 이상이라는 입장이다. 

유럽경제통화동맹(EMU) 국가들의 '결별(訣別)'에 무게 중심을 두는 미국 경제학자 그룹의 선봉장은 마틴 펠트스타인 미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 겸 하버드대교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자콥 프렌켈(68) JP모건체이스인터내셔널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EMU의 시스템 리스크에 주목한다. 

그리스가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면에는 이 나라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더불어, '드라쿠마화'를 포기하면서 통화정책을 스스로 펼칠 수 없게 된 원죄(原罪)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게 미국 학자들의 주장이다. 

벤츠 등 세계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 강국 독일과, 관광 자원을 주요 수입원으로 살아가는 그리스 등 피그스(PIGGS)국가들과의 역내 교역은 후자에 불리한 구도일 수 밖에 없지만, 유로화 도입으로 이러한 불균형을 되돌릴 '환율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 피그스 국가 위기의 뿌리라는 것이다. 

자국 통화인 '즐로티'를 사용하는 폴란드가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빗장이 활짝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에도 비교적 건실한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이 귀감이다. 

유로 단일화 통합에는 성공했지만, 이질적인 국가들이 한울타리에 모인 복잡다기한 유럽의 상황도 걸림돌이다. 유럽의 '손톱밑의 가시'격인 그리스가 반면교사이다.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 정책'에 극렬 반발하면서도, 정작 2년 전 독일의 지원 움직임에 '2차 대전 전범국가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이 대표적 실례이다.

미국계 학자들은 유로존 붕괴가 결코 탁상공론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그리스가 유로지역 동맹을 탈퇴한 뒤 '드라쿠마'를 다시 도입하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이 같은 선택을 하면서 유럽연합이 해체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유럽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유럽 학자들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유럽경제통화동맹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맹주국들이 '거대 단일시장'의 붕괴를 결코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수석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Martin Wolf), 앤드류 글린(Anrew Glyn)등이 유럽동맹 유지론의 선두주자이다. UC버클리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금융통화 전문가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도 미국인이지만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는 학자이다. 이들은 유럽동맹의 중심국가인 독일이 결코 동맹의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유럽동맹이 붕괴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독일의 몫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일의 정치적 위상이 추락하고, 마르크화가 초강세를 띠며, 유로 시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독일을 비롯한 채권국들은 통화가치 상승으로 수출부진, 수입증가 등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자금유입으로 자산가격 거품에 시달릴 개연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를 비롯한 채무국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드라쿠마를 비롯한 자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만연하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의 중심국가나, 주변국가 어느 쪽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유럽인들이 수용할리 없다는 것이 유럽학자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유러피안 드림의 깃발을 힘없이 내린 유럽이 뿔뿔이 흩어진 채로는 거대 중국이나, 미국과 맞상대를 하기 역부족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중국보다 작은 유럽 대륙이 작은 나라들로 다시 갈려 서로 국경선을 높이 세우고, 관세와 환율을 각각 정한다면 미국, 중국과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유로화가 무너지면 유럽통합의 꿈도 무너진다" 메르켈 독일 총리의 최근 발언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유럽공동체가 붕괴될 경우 그 후폭풍이 고스란히 미국 경제에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유럽공동체 낙관론을 펼치는 또 다른 배경이다. 

유럽 학자들은 유럽경제통화동맹 회원국들의 부침으로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겠지만, 유로본드 도입, 유럽통화기금 (EMF) 설립 등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보완하며 유럽 공동체의 이상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해 나갈 것으로 본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 학자들이 '유럽공동체'의 붕괴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유럽공동체의 유지 쪽에 무게 중심을 싣는 목소리가 우세한 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로지역 체제가 장기적으로 재정동맹(fiscal union) 이행을 비롯한 EMU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1/10/07 - [분류 전체보기] - 알파 헌터의 유로존 위기 시나리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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