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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진보도 상상력만이 살길”

[이코노믹리뷰 2006-07-17 00:48]게오르그 루카치라는 헝가리 출신의 예술가가 있습니다. 제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합니다만, 그는 아마도 이런 말을 한 듯 합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투철한 작가들 가운데는 왜 위대한 작가들이 드문 것일까?" 그가 내린 결론은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유추는 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작가들은 시대 정신(최인훈은 이를 정신의 성감대라는 말로 표현했지요)을 예민하게 포착합니다. 또 세련된 방식으로 이를 풀어내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계급에 얽매이고, 당에 복속된 예술가들은 변화를 무시합니다. 그러다가 감각마져 무뎌집니다.

진보논쟁이 한창입니다만, 우리나라의 진보들도 비슷한 오류를 범해온 것은 아닐까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데, 구시대의 어젠더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전문성도 턱없이 떨어집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져만 가는 데 이들에게 한국호의 항해를 맡기기에는 왠지 미심쩍어 보입니다.

어쩌면 '무능함'은 진보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전문가들이란 어차피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부속품과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로펌의 법률 전문가, 회계사들은 뛰어나기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 따위를 생각하는 인물들은 아닙니다. 이들 역시 한계가 뚜렷합니다.

하얀거탑의 장준혁교수가 통제하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할까요. 스티브 잡스는 또 어떨까요. 여기에 고민이 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요즘 싱크탱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쏠린 비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부정적인 평가들을 씻어낼 수 있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래도 희망은 진보입니다.

● Book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 | 시대의 창

진보인사들이 모여 은행의 공공성, 한미 FTA 등 민감한 주제와 자식기반 경제, 신기술 혁명 등 첨단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춘 추전국시대 사상의 자유 시장을 석권한 명망가들은 ‘법가’였다. 전국시대 한나라의 부국강병 프로젝트를 지휘하던 신불해, 진나라의 변법개혁을 주도하던 상앙, 그리고 진왕 영정을 도와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세우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이사는 가혹한 법 적용의 실효성을 믿은 엘리트였다.

먹고 먹히는 시대. 법가가 제시하는 정책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춘추대의가 무너지고, 난신적자가 활개를 치는 난세일수록 활동 공간은 넓어졌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에서 한계를 드러낸 유가의 사상적 취약성을 꾸준히 공략하며 마침내 지식 시장의 패자로 등극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요즘 국내에서도 자칭 종횡가·법가, 그리고 유가를 비롯한 현대판 제자백가의 한 판 대결이 뜨겁다.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집단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회복을 기치로 내건 ‘뉴라이트’. 좌파의 역사왜곡, 그리고 콘텐츠의 부재를 질타하며 지식 시장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은 이러한 비판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진보진영의 반격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진보인사들이 집결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첫 작품으로 은행의 공공성, 한미 FTA 등 민감한 주제와 더불어 창의성, 지식기반 경제, 신기술 혁명 등 첨단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어 지향성을 가늠하게 한다.

이번 저작은 흥미롭다. 이미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참호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세력에게 진보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점을 애써 각인시킨다고 할까. 다만 전문가 집단인 싱크탱크를 표방하면서 이번 저작을 ‘생활인 좌담의 산물’이라며 스스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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