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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쿼바디스 한국 휴대폰' ③ “한국 휴대폰, 이곳에 길 있다”

[이코노믹리뷰 2006-08-10 13:27](이건희 회장이 한마디 했다죠. 정신차리지 않으면 4-6년뒤 혼란이 올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별로 새로운 얘깃거리는 아닙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경보를 발한지는 꽤 됐습니다. 발화 주체가 이건희 회장이어서 화제가 된 거겠지요. 핵심은 뭐 이런 겁니다.

'휴대폰부터 조선부문까지, 주력사업은 맹추격을 받고 있는데, 차세대 산업이 아직까지 뚜렷지 않다.' 맞습니다. 맞고요 :) 작년에 <이코노믹리뷰>는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SA와 손을 잡고 세계 휴대폰 산업의 현황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기사만 보더라도 우리 기업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진단은 여러갈래지만, 대한민국호가 처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결국 우리의 총체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두가지 때문이겠습니까.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경영자들의 기량의 격차도 있고...
진단은 쏟아져 나오는데, 막상 처방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박용성 전 두산회장이 컴백하려 한다죠.  참 그래도 되는건지...외국계 기업의 한 컨설턴트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후진성 탓에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하더군요. 뭔가 좀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얘기겠죠. 하여간 지난해 SA와 제가 함께 공동기획한 이 기사를 통해 세계적 조사기관의 분석능력을 한벗 엿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봐도 여전히 유효한 분석입니다.  )


“중저가 휴대폰 앞세워
신흥시장 파고들어라”


Economic Review-PK&WISE 공동취재


'잭 웰치와 빌 클린턴, 그리고 마이클 조던을 합쳐놓은 인물’. ‘요르마 올릴라(Yorma, Ollila·54)’ 전 노키아(Nokia) 회장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1990년대 지휘봉을 물려받아 핀란드 국적의 이 재벌 회사를 세계적 휴대폰 업체로 바꾸어 놓은 그에 대한 이 나라 국민들의 존경심을 가늠하게 하는 헌사다.

취임 당시, 화장실용 휴지와 텔레비전에서 목재까지, 잡다한 상품을 만들던 노키아는 예술가에 비견되는 그의 손을 거치며 세계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휴대폰 업체로 성장했다. 세계 휴대폰시장 40% 점유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노키아가 승승장구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가난한 나라들이 휴대폰 단말기 부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예언자(비저너리. visionary)로 불리던 올릴라는 일찌감치 인도나 브라질·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의 잠재력을 간파했다. 중저가 단말기를 앞세워 이들 국가를 공략해 온 배경이다.

세계 휴대폰 업계의 양대 산맥인 노키아와 모토롤라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신흥 시장을 집중 공략,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다. 인터넷 통화가 가능한 고가의 고급 휴대폰으로 유럽·미국 시장 등을 공략하는 한편, 신흥 시장에 대해서는 중저가 휴대폰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것.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통념과 달리 도로나 유선 전화망, 우편시스템이 선진국에 비해 부실한 이들 국가에서 휴대폰 단말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용한 비즈니스 수단으로 부상하며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게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러한 전략의 유효성은 지난 2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확인되고 있다.

노키아 부동의 1위…모토롤라 약진

지난 2분기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33% (7800만대)를 점유했다. 부동의 1위다. 모토롤라도 삼성전자를 멀찌감치 제치고 2위(22%)를 차지했다. 삼성(11.2%)·소니에릭슨(6.7%)·LG(6.5%)· 지멘스(3.1%) 등의 순이었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가 본지에 독점 제공한 2분기 세계 휴대폰 업체들의 성적표다.

특히 한동안 삼성전자와 2위 자리를 다투어 온 모토롤라의 약진은 뚜렷하다. 레이저(RAZR)·슬리버(SLVR)·페블(PEBL) 등을 앞세워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노키아·모토롤라 양사의 세계 휴대폰 단말기 시장점유율은 무려 55%에 달한다.

지난 2004년 2분기에 비해 무려 11% 이상 상승한 수치인 데, 세계 휴대폰 업계 ‘빅2’의 시장 지배력이 과거에 비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 일본의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의 조인트벤처 소닉에릭슨도 뮤직폰‘모바일 워크맨(mobile walkman)’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선전했다.

모바일 워크맨은 특히 서유럽과 중남미, 그리고 일본 등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데, 지난해 8월 출시 후 지금까지 1000만대 가량이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신흥 시장을 겨냥한 이 회사의‘J시리즈’도 성공적이라는 게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평가.

반면 지난 2004년 세계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며 기세를 올리던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들어서도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국내 시장에서 VK가 지난달 부도를 낸 가운데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11%로, 모토롤라의 절반 수준(22%)에 그쳤다.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의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도 9.5%로 전분기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LG전자도 ‘초콜릿폰’으로 유럽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으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가파른 환율 하락세를 감안할 때, 영업이익률을 경쟁업체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담당 업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염려할만한 점은 이러한 추세가 일시적인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률이 10%에 그쳤다. 2004년 같은 기간(26%), 그리고 지난해(17%)에 비해서도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평균 판매 단가(ASP)도 불과 2년 만에 245달러에서 162달러로 큰 폭으로 떨어져 염려를 더하고 있다.

실적 수치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프리미엄급 단말기 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 시장을 공략할 저가 제품도 여의치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도 영업이익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02년 1분기 13%에 달했으나, 올해 1분기 마이너스 2%를 기록한 것.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이 3%에서 7%로 증가했는데, 가격인하가 한몫 하고 있음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이러한 가격인하 전략으로는 지속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엄급 제품은 물론 불과 수만 원대의 단말기로 신흥시장을 파고들면서도 지난 2분기 삼성전자보다 높은 영업이익률(11%)을 기록한 바 있는 모토롤라 시장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하반기 슬림폰인 ‘울트라 에디션(Ultra Edition)’을 앞세워 전 세계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 팔려 나간 블루블랙폰의 인기를 재현, 휴대폰 강국 명예회복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해내겠다는 바람이다.

LG전자도 초콜릿폰이 인기몰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대공세를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지만,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썩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LG전자의 경우 GSM(유럽형 이동통신) 방식의 초콜릿폰으로 유럽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아직 영업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한계다.

영업이익을 기록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4분기)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키아·모토롤라·소니에릭슨을 비롯한 주요 업체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노키아의 올해 4분기 휴대폰 단말기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소니에릭슨이 소니가 가전 부문에서 오랫동안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하는 등 공동 브랜드 마케팅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여나가고 있는 점도 국내 업체들의 고민거리다. 그렇다면 스트래터지 애널리시스가 제시하는 위기 돌파의 처방전은 무엇일까?

닐 모스톤(Neil Mawston) 연구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GSM 부문의 중저가 휴대폰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신흥시장을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스 기사 참조).신흥 시장을 공략할 GSM 방식의 중저가 휴대폰군을 출시하는 한편, 유럽·미국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급 단말기를 선보여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

그는 삼성·LG 등 국내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시기를 놓칠 경우 독자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세계 휴대폰 업계에 불고 있는 합종연횡의 거센 바람에서 국내 업체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 3위였던 에릭슨이 소니와 손을 잡고 소니에릭슨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 사례. 닐 모스톤 연구원은 “GSM 방식의 휴대폰은 또 다른 메가트렌드 형성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며 “삼성이나 LG 모두 이러한 흐름을 놓칠 여유가 이제는 더 이상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노키아의 위기 대응 방식도 주목할 만 하다. 지난 2004년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이 업체는, 플립 방식의 휴대폰을 선보이며 위기의 조기 진화에 성공했다.

전통적으로 중시하던 막대형 휴대폰을 고집하지 않고, 시장의 요구를 재빨리 수용해 불길이 번지는 것을 예방했던 것이다.

(PK&WISE 자료제공)



닐 모스톤 SA 애널리스트 직격 인터뷰



“중저가 GSM 단말기에 승부수 던져야”




닐 모스톤 연구원은 글로벌 휴대폰 단말기 시장 분석을 담당해 온 간판 애널리스트다. 휴대폰 모듈 및 단말기 생산업체, 피디에이, 노트북 생산업자 등을 대상으로 날카로운 시장 분석 능력을 발휘해 온 모스톤 연구원은 특히 휴대폰 제조 부문의 시장 트렌드 예측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평가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포브스(Forbes)>에 자주 발언이 인용되는 이 분야 권위자이기도 하다. 닐 모스톤 연구원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국내 휴대폰 단말기 업체에 대한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새 회장 칼라스부오를 맞이한 노키아가 2분기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 강점은 무엇인가.

유통 채널(wholesale and retail distribution)의 강점을 들고 싶다. 신흥 시장을 겨냥한 전략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가장 먼저 진출해서 시장을 중저가 GSM방식의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브랜드 알리기 캠페인은 효율성을 더욱 높였다. 노키아는 지난 1990년 이후 세계 전역에서 이러한 전략을 활용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모토롤라도 올해 2분기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삼성이나 LG에 견주어 이 회사가 지닌 강점은 무엇인가.

모토롤라는 인도·중국·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성공한 노키아의 전략을 빨리 받아들이고 있다. (Motorola is now beginning to copy Nokia in places such as India, China and Africa.)

-삼성이나 LG가 노키아나 모토롤라에 비해 크게 밀리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삼성은 물량 면에서(in volume terms) 경쟁 업체들에 비해 밀리고 있다. 무엇보다, GSM 제품군의 포트폴리오가 이들 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의 휴대폰 붐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는 배경이다.

-노키아는 지난 2004년 밋밋한 제품군으로 일시적이나마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들도 단말기가 문제 아닌가.


삼성전자는 선진국 소비자들의 사로잡을 수 있는 블록버스터 모델도 부족하다. 모토롤라의 레이저나, 소니에릭슨의 모바일 워크맨이 삼성에는 없지 않은가. (Samsung lacks a blockbuster model with the 'wow' factor for developed markets, such as the Motorola Razr or the Sony Ericsson Walkman.)

-LG는 올 2분기 초콜릿폰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선전했다. 아쉬운 점은 없는가.
LG는 삼성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신흥 시장을 공략할 GSM 상품군이 제한돼 있다. 상품 유통 채널이 적은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예컨대, LG는 서유럽에서 몇몇의 사업자들과만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LG has contracts only with a handful of WCDMA operators in Western Europe today.)

-LG는 초콜릿폰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뒷걸음치고 있다.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삼성과 LG 모두 2007년에는 중저가 GSM 방식 제품군을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니에릭슨의 J시리즈에서 배워야 한다.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시장에서 유통 채널을 늘리는 것도 급선무다. 초콜릿폰과 같은 이른바 기함(flagship) 모델을 판매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은 특히 아프리카 시장을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GSM 방식의 휴대폰 유통 채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J시리즈 (J Series)는 삼성에도 역시 귀감이 될 것이다. (Samsung needs to expand its entry-level GSM portfolio in 2007. The Sony Ericsson is an example of how this can be achieved profitably. Samsung needs to expand its GSM distribution network in under-penetrated emerging markets, such as Africa.)

-이들이 휴대폰 시장의 메가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은 메가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도 실패했다. 적어도 두 가지 트렌드를 읽지 못했다. 두께가 극히 얇은 GSM 방식 휴대폰, 그리고 여러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는 GSM 방식의 스마트폰이 그것이다. GSM방식의 휴대폰은 또 다른 메가트렌드 형성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삼성이나 LG모두 이러한 흐름을 놓칠 여유가 없다.

-최악의 경우 사업 부문 매각이나, 다른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고려해 봐야 하는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LG나 삼성이 노키아와 모토롤라를 대적하는 데 실패한다면, 파트너 물색의 압력이 점차 커질 것이다. 소니와 에릭슨, 벤큐(BenQ), 지멘스, 알카텔(Alcatel), TCL, 그리고 노키아와 산요 모두 지난 수년 간 예외가 아니었다. ( The harsh reality is that if LG and Samsung fail to keep pace with Nokia and Motorola organically, then the pressure will be on to seek a merger partner.)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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