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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곡과 같은 ‘天文’ 사주 혀끝 조심하고 항상 베풀어야”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조순 사단의 일원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에서 유학한 뒤 엘리트 학자의 길을 걸었다. 한국은행에서 잠시 근무하다 프린스턴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스타 경제학자이다.

정 총리 내정자는 하지만 상아탑에만 머물러온 이른바 강단 학자는 아니다. IMF 경제위기의 본질을 파헤친 평론집과 더불어, 현안을 분석한 글들을 신문이나 잡지에 꾸준히 발표해 온 현실참여형 지식인이다.

김영기 역술인은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의 사주에는 이른바 ‘천문성’이 들어 있다고 귀띔한다. 율곡, 이황을 비롯한 당대 학자들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사주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도 대졸자들을 논리대결에서 압도할 정도로 타고난 머리가 그들의 강점이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30대 중반까지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거나, 주변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30대 후반에 ‘대운’이 들어왔는데, 서울대 총장을 지낸 것도 이 덕분으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정치인으로 대성하기는 어려운 운세라는 것이 김영기 역술인의 진단이다. 율곡 이이나 퇴계 이황, 그리고 연암 조광조를 비롯한 대학자들은 대개 정치인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중종대의 조광조는 한때 소격서 폐지를 비롯한 여러 업적을 달성했으나, 기묘사화로 역사의 제단에 목숨을 바쳐야 한 비운의 주인공이다.


과거에서 무려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를 한 ‘구도장원’의 주인공인 율곡도 정치무대에서는 늘 고전했다. 군왕인 선조에게 유가에서 이상향으로 삼는 요순시절의 ‘치도’를 가르쳐 조선에 ‘태평성대’를 구현한다는 것이 그의 야심한 조선 개조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그는 현실정치에 어두웠다.

신사임당 타계 직후 한때 불가에 귀의한 그의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그의 학자적 정체성을 비판하는 유학자들의 공격을 받으며, 율곡은 늘 정치권의 주변부를 맴돌아야 했다. 퇴계 이황도 현실 정치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유학자이자 특정 정파의 영수로 널리 알려져 왔으나, 정작 본인들은 정치권에서 ‘세’를 형성하는 데도 소극적이었다.

“율곡, 황희 두 사람 모두 학문성이 ‘희신’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유형의 인물들은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서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습니다.”

김영기 역술인은 학자의 사주를 타고난 인물들의 한계를 지적한다. 학문적 열정이 강한 이들은 임금과 불화를 빚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학자들은 권력자도 가르쳐야 할 ‘계도의 대상’으로 여길 뿐이다.

선조는 자신을 위해 책까지 헌정한 노학자 율곡을 ‘공리공론’이나 일삼는 존재라며 모욕을 주는 등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율곡은 과감히 낙향의 길을 선택한 뒤 선조의 끊임없는 회유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출사하지 않았다. 권력자와 학자의 셈법은 다르다. 현실을 바라보는 프레임도 차이가 있다. 정 총리 내정자와 이명박 대통령은 어떨까.

이 대통령-정 내정자 ‘코드’는 맞지만…

“두 사람이 성격이나 스타일 면에서 서로 부합하는 면이 있어요. 요즘 말로 하면 서로 코드가 맞는다고 할까요.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계수일주’의 사주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무토일주’로 남녀관계로 치면 서로 궁합이 서로 어울리는 거죠.” 김영기 역술인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두 사람 모두 조용한 듯하면서도 격정적이며, 자신의 주장 또한 강한 인물들이어서 서로 감각적으로 끌리는 면이 있다는 것이 이 역술인의 진단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길항관계를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굽힐 줄 모르는 백면서생의 한계이다.
전국시대 ‘범려와 진소왕’, 그리고 한 대의 ‘한문제와 조착’의 ‘밀월관계’도 영원하지는 않았다. 김영기 역술인은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조만간 ‘구설수’에 오를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직설적인 성격이 분쟁의 근원이다.

정 총리 내정자는 서울대 교수 시절에도 한국경제호를 이끄는 경제사령탑과 주요 연구기관의 수장을 ‘한심하다’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뭇매를 가한 바 있다.

“구조조정의 페달을 더욱 세게 밟아도 시원치 않은 판에, 정부가 경기부양을 주동해도 이를 견제해야 할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앞장서 경기부양을 주장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지난 2001년 그가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의 한 대목이다. 진념 당시 재경부 장관, 그리고 강봉균 원장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김영기 역술인은 정 총리 내정자가 유순한 이미지의 학자로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져 왔으나, 성정이 불같고 직설적인 면모가 있다고 진단한다. 학자로서는 드물게 칼의 사주를 타고 났다.

정 총리 내정자는 식상에 ‘식신상관’이 들어 있어 말을 유려하게 잘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시기에 ‘실언’을 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 김 역술인의 분석이다. “아마도 내년 입춘이 지나면 두 사람의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달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주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유형이 아니니 반드시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아니냐고 그는 반문한다.

정 총리 내정자가 현 정부에서 좌충우돌하다 결국 총리직에 오래 머물 수 없는 형국이라는 것. 최악의 경우 그가 내년 입춘을 전후한 시기에 사퇴할 수도 있을 것으로 김영기 역술인은 내다보았다.

전국시대 ‘왕전’의 지혜 배워야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축천액’이 끼어 있습니다. 자선사업가나 학교 선생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사주의 유형이기도 합니다. 두 직업 모두 많은 것을 베풀어야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시달린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김영기 역술인은 “정 총리 내정자가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정 총리 내정자가 진시황의 대군을 이끌고 통일 전쟁에 나선 진나라 대장군 ‘왕전’의 처세를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노회한 장군은 의도적으로 작은 것에 연연하는 태도를 보여, 진시황제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내각의 장관들을 ‘한심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질타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한민국호의 최고경영자인 대통령에게도 늘 장자방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 김영기 역술인의 조언이다.

김영기 역술인은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창고에 갇혀 있다 몸이 해방된 형국이라고 진단한다. “정치가 몹시 하고 싶어 좀이 쑤시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김 역술인은 정 총리 내정자가 인사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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