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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이코노믹리뷰 2007-03-19 09:51](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


여자, 우아하게 쓰고 앙큼하게 모아라
전세영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 263쪽 / 1만원

여성을 위한 재테크 서적이다. 하지만 촌스럽고 구질 맞고 칙칙하고 지루하고 빡빡한, 천편일률적인 재테크 지침이 아니라 먼저 돈에 대한 여성의 주체적이고 건강한 인식을 강조한다.

아 주 옛날 일이다. 약 10년 전 즈음, 필자가 대학 4학년 졸업 시즌에 동기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1학년 때부터 여성학을 열심히 듣고, 교내 여성 문제에 아주 열정적인 소위 페미니스트였던 한 여자 동기가 취업도 잘 안 되고 마땅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졸업은 다가오니 마음이 심난했던지 솔직하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솔직히 (여자들은) 결혼에 대한 기대가 있다. 요즘엔 나도 그렇다.”

쉽게 말해, 쏠쏠한 경제력 갖춘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스트레스 주는 직장 다닐 필요 없이 편안하게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는 말이다. 의외였고, 당당하게 여권을 주장하고 절대 그런 말을 할 것 같지 않던 친구의 말이라 약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여성의 도피처, 결혼, 그런데 오늘날도 그럴까? 그런 면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사는 여성들이 분명 존재하니 말이다. 앞으로도 결혼은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도피처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는 도피처가 되고 있음을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소위 판이 깨질 리스크가 높은 세상이 되었고, 그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봐도 그렇다.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이혼율을 보라.

일단 판이 깨지는 순간, 도피처에 머물렀던 시간은 안락하게 살았던 여자에게는 순식간 독으로 변한다. 오랫동안 도피처에 머물렀을수록 그 독은 더 지독하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 시간만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쟁력이 퇴화될 대로 퇴화됐을 테니 말이다.

이쯤하면 여성들도 이제 다른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여자, 우아하게 쓰고 앙큼하게 모아라》(랜덤하우스코리아)는 여성을 위한 재테크 서적이다. 하지만 “촌스럽고 구질 맞고 칙칙하고 지루하고 빡빡한, 그래서 필요성도 흥미도 매력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하는 고루하고 천편일률적인 재테크 지침”이 아니라 먼저 돈에 대한 여성의 주체적이고 건강한 인식을 강조한다.

건강한 인식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네 가지 결정적 신화를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첫째는 ‘천상천하 미모불패’다. 미모를 갖췄다는 것은 남보다 좀더 나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잣집에 입성만 하면 부유한 삶이 평생 유지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는 것. 더군다나 예쁘기 때문에 간택(?) 받을 것이라는 마인드가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경제생활에 무관심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극히 위험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혼 생활의 붕괴는 경제 생활의 붕괴로 이어지는데, 벌어다 주는 돈으로만 생활한 사람이 지니게 되는 경제적 불감증은 순탄한 경제 생활로 복귀하는 데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평생.

둘째는 ‘전지전능 남편 맹신’이다. 아내보다 먼저 죽는 남편들, 그 후 몇 십 년을 생각해보자. 저자는 40대 Y를 예로 든다.

“전문직 남편이 건재할 때에는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세 자녀의 교육에 힘쓰고 동창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간간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큰 걱정 없이 살아왔다. 그녀에게는 의사 남편이 있었기에 남들이 그렇듯 노후에 대해 걱정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마흔다섯의 남편이 뇌종양으로 10개월의 투병 생활을 뒤로하고 황망히 떠났다. … 남은 것은 35평 아파트 한 채 … 매달 지출되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도 벅찼다. … 이 모두가 미리 경제력을 키우지 않은 탓이었다.”

셋째는 ‘천진난만 유유상종’이다.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과 친구가 되려 한다. 자신의 월급보다 많은 수백 만원을 훌쩍 넘는 명품 가방을 고민 없이 사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고, 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만 어울리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삼종지도 구원신화’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하면 남편을, 나이가 들면 자식을 따르라는 가르침은 분명 조선 시대에서나 통할 얘기지만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유독 삼종지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성들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어려워서, 적성에 안 맞아서, 귀찮아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의 자립 능력, 경제력을 키우는 일에 태만하고, 수동적으로 살다가는 원치 않는 부작용과 잡음과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저자 또한 백화점에서 마음껏 쇼핑하며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니는 소위 ‘사모님 인생’을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부잣집 딸로 태어나더라도, 부자 남편을 만났다 하더라도 여성 스스로 경제 문제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어느 순간 서글프고 비굴한 존재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뼈아픈 진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돈에 얽힌 여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치며 돈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도록 하는 이 책은 여성들의 - 특히 싱글 여성들의 - 경제 마인드에 대한 전면적 변화와 함께 부유한 여자들만 아는 부자 마인드와 전략과 스스로 판단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실전 노하우를 전한다. 물론 방법은 책의 제목처럼 ‘앙큼하면서도 스타일을 구기지 않을 만큼 우아하게’이다.

평생 걱정 없이 풍족하게 쓰고만 살 것 같던 사람들이 시련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목격한다.

하지만 이것은 내 문제가 아니려니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책은 그러한 안일한 태도에 일침을 가하고, 여성으로서 경제적 자립을 세우는 문제가 오늘날 무엇보다 중요한 자기계발의 제1순위임을 강조한다. 어떤 세상이 와도,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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