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Statistics Graph

News Focus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신중 또 신중 …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07 09:39


그가 있어 투자자는 안심한다

젊은 경영자들은 때로는 격렬했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거듭 논쟁을 벌였다. 명문 스탠퍼드대 출신의 벤처기업가들은 당시 혈기 방장한 20대 후반의 나이였다. 세계 인터넷 산업의 역사를 송두리째 뒤흔들 아이디어들을 끊임없이 쏟아내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 따위란 이들에게는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지난 4월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돌아간 구글 황정목 웹마스터가 털어놓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에 얽힌 일화다. 물론 지금은 자가용 제트기를 몰고 다닐 정도로 잘나가는 스타경영자들이다.

하지만 어디 재주(財主)나 패기만으로 만사를 풀 수 있었을까. 지난 2001년 이 회사에 합류한 에릭 슈미트회장. 그는 20대 후반의 대학원생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말끔히 지워버린 일등공신이다. 구글은 슈미트가 합류한 그 달에 처음으로 분기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단 한차례도 분기 실적이 악화된 적이 없다. 한나라의 창업군주인 유방이 행정의 달인인 소하를 만난 격이다. 그런 그가 지난 주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의 한 공중파 방송이 주최한 모바일 콘텐츠 관련 행사에 연사로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대선 후보들이 대거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그는 단연 화제의 인물이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영어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등 주위의 반응이 뜨겁다 보니 기자 간담회에도 이례적으로 20분 이상 늦었을 정도. 특히 구글 제국의 영의정격인 그가 쏟아낼 발언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정작 기자 회견은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었다’는 평가다.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하거나, 민감한 대목에서는 아예 구글코리아 사장(director)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 움직임을 묻자, “우리는 경쟁사와 비교하지 않는다”는 식이다.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최고기술CEO, 그리고 노벨의 경영자 출신인 그는 속이 깊고,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인물이다. 직설 화법을 피하고, 대화 중에 중의적인 말들을 주로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날 간담회는 역설적으로 그가 이 회사에서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을 가늠하게 했다. 시종일관 튀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었다. 또 날카로운 질문을 비껴 가는 그의 노련함은 역설적으로 안정감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그를 선호하는 배경을 가늠하게 했다.

아들 뻘의 창업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