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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SD3글로벌’제이슨 퍽스 사장에게 듣는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26 00:48


“온난화 대응에서 지배구조까지
한국기업에 경영비법 전수하겠다”

‘간축객서’ 진시황이 자국의 부국강병에 기여한 외국 출신 인재들의 추방을 명하자 훗날 재상의 반열에 오르는 이사가 강력 만류하며 왕에게 올린 표문의 제목이다. 발상이 다른 해외 인재를 받아들여 위기극복의 원군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기업들이 요즘 딱 이런 심정이 아닐까. 일부 핵심 사업의 쇠퇴 징후는 뚜렷한데 이렇다할 차세대 먹을거리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기업 활동의 무대가 넓어지면서 위기관리전략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푸른 눈의 전략가들이 각광받을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방한 중인 영국의 전략 컨설팅 그룹(지속가능경영) ‘SD3글로벌’의 제이슨 퍽스(Jason, Perks) 사장을 지난 19일 오후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났다. 지속가능경영의 최근 흐름과 더불어 한국 기업의 동향 등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 90년대 말에 컨설팅 기업을 설립했다고 들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이 주목받는 시기가 아니었는데, 앞날을 보는 눈이 있나봅니다.

선견지명이 있다고요. 감사합니다.(웃음) 지난 90년대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환경 부문 컨설팅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다 이 분야의 가능성에 새삼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지속가능경영의 부상을 내다본 이들이 소수지만 있었습니다.

당시 컨설팅 업체를 창업했으니, 저와 제 동료를 일종의 ‘비저너리(Visionary)’라고 불러도 지나치지는 않겠죠.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눈을 돌리게 된 사건이 있었나요. 세르비아 청년의 총성 한방이 유럽 대륙을 참화에 휩쓸리게 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비즈니스위크의 광고 면을 한번 유심히 들여다 보세요. 석유회사이면서도 석유의 고갈을 경고하는 기업 광고가 눈에 뜨일 겁니다. 바로 ‘셸’입니다. 영국의 다국적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50년대 북해에 시추선을 수장하려다 집중포화를 맞게 됩니다.

당시 환경운동 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가 이를 성토하면서 이 사건이 전 세계 주요 언론의 전파를 탔고, 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석유사를 중심으로 평판 관리 노력이 조금씩 확산돼나가기 시작합니다.

영국은 컨설팅을 비롯한 정보 산업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서 이러한 환경을 조성해 왔습니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해 왔습니다. 물론 정부가 앞장서 온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영국 기업들이 일찌감치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해온 것도 한몫을 했습니다. 통신사업자인 ‘보다폰’이나 석유업체인 ‘셸(Shell)’이 대표적 실례입니다.

영국 정부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자국 기업들의 기업윤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지속가능경영이 한 방편이 될 수 있겠죠. 이제 영국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의 큰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more.. 시야넓은 영국기업들




한국 기업도 글로벌 시장으로 활발히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노하우를 필요로하는 기업이 있습니까.

두 회사를 이미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삼성(삼성SDI)과 LG(LG전자)입니다. 삼성은 벌써 지난 7년 동안 우리의 고객사였고, LG전자는 비교적 최근에 합류했습니다. 이번 방한길에 서울에 지난 3월 문을 연 사무소의 충원 작업과 더불어 잠재 고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신세계·금호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는데, 고객들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겠죠. 남은 기간동안 다른 기업들도 만나볼 예정입니다.

아시아 지역 중 한국에 처음으로 사무소를 열지 않았습니다. 왜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었나요.

한국 기업들을 한번 돌아볼까요. 무엇보다 중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여기에 지배구조·기후변화·원자재 수급을 비롯한 숱한 문제에 노출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의 확보에도 부심하고 있습니다.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치열한 고민이 수반돼야 변화도 따르는 법이지요. 글로벌 기업들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한국 기업에 전수하고자 합니다. 한국 시장을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지속가능경영 컨설팅을 주요 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업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들과의 경쟁을 이겨낼 자신이 있습니까.

영국의 컨설팅 기업들은 무엇보다 경험이 풍부합니다. (저희만 해도) 글로벌 기업 GM을 상대로 7년 간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글로벌 맥주업체인 인벡을 비롯한 많은 다국적 업체들이 우리와 거래하고 있습니다. 영국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 부문의 세계적인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영국과 한국은 여러모로 닮아 있습니다. 자원 빈국이며, 물가가 높습니다. 영국은 지난 60년대부터 노동당 정권하에서 오랜 경기 침체를 겪어야 했습니다. 금융 위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 기업인들 사이에 여전히 반(反)사회공헌 기류 또한 강한 편입니다. 사회공헌을 강조하다 보니 기업가 정신이 위축된다는 반발도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로 눈을 돌려 보세요. 지구 온난화 문제에 적극 대처해 나가고 있습니다. 평소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기업 활동의 파급 효과 등을 정교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Prius)는 이윤과 사회공헌을 접목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친환경 차량은 도요타의 이미지를 고양시켜 제품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평판이 나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제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경영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보세요.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실려 있습니다.

레이 호튼 컬럼비아대 교수는 일부 한국 기업들의 임직원 봉사 활동이 PR에 불과하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봉사활동은 지속가능경영이라는 큰 퍼즐 그림을 맞추는 작은 조각정도가 될 수 있겠죠. PR활동도 전체적인 조율 속에 큰 전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단발성 행사라고 해서 예외는 될 수 없습니다.

유럽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한국 기업인들의 당면 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연락 사무소를 열어 직원을 뽑았습니다. 그를 통해 현지 사정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저도)거의 한달에 한번꼴로 한국을 방문해 기업인들을 만나고 고객사 관계자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에서 지속가능경영 관련 포럼도 설립하려고 합니다. 한국을 자주 찾는 이유는 고객사와의 꾸준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포터는 이윤과 사회공헌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사회경영을 강조했는데요. 고객사인 삼성SDI는 요즘 상황이 썩 좋지 않습니다.

저희가 (판매 부진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경영난으로 공장의 문을 닫거나, 작업 라인을 축소할 경우 일자리를 잃는 인력을 상대로 전업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실시할지 등을 조언할 수는 있겠죠.

코카콜라는 지난 2005년 인도에서 기준치 이상의 농약 성분 검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고객사였다면 이러한 사태 발발을 미리 막을 수 있었다고 자신하나요.

우리가 그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웃음) 사태 발생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터졌을 때 신속하게 대응해 리스크를 줄일 수는 있었겠죠.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요.

영국의 글로벌 기업 중 가장 성공적인 지속가능경영 사례를 한 곳 선정해주시죠.

‘막스 앤 스펜서’라는 소매 할인점입니다. 300개 매장과 6만 여 명의 임직원이 활동하는 유통업체입니다. 이 회사는 ‘A계획’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무엇보다 매장을 친환경 매장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매장에서 사용되는 봉투나 포장재 등 폐기물도 대폭 줄였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초 기업 이미지 실추와 사업 침체의 이중고에 시달리며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80∼90년대 미국에서는 기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했죠. 지속가능경영이 혹시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는지요.

기업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지면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아웃소싱이 늘어나면서 아시아, 유럽,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최적의 자원을 들여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관리해야 할 변수가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는 배경입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대에 따른 지구촌의 기후 변화도 기업들로서는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 혹시 한국이 전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라는 점을 알고 계십니까.


more..


요즘 글로벌 기업들의 주의를 끌고 있는, 가장 첨예한 이슈는 무엇입니까.

지구 온난화입니다. 유럽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기후 변화 관련 활동을 공시하는 것이 필수사항이 되고 있습니다. 의무 사항은 아닙니다만,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업활동에도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명성은 물론 투자 유치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정도입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국내에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또 어떤 변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요.

한국기업들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면 아무래도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와 관련된 부분이겠죠.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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