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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도요타 원가절감 노하우


2008-11-21  

●“공장 근로자 ‘미소’ 속에 있어”

◇국내기업 근로자들은 부품 조립작업을 힘들어한다는 게 얼굴에서 그대로 읽힙니다. 하지만 도요타 근로자들은 미소를 짓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수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레 타계하자 그녀는 플라스틱 사출 부문의 회사를 ‘엉겁결에’ 물려받았다. 치열한 제품 단가 경쟁을 벌이는 이 분야에서 생존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금융위기는 뼈를 깎는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혜진 ‘경희(KH)’ 사장은 아찔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LCD 텔레비전을 생산하는 발주처는 최근 외주 물량을 대폭 줄였다. 지난달 2일 오후, 그녀는 원가절감 분야 전문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영화배우 최진실 사망 뉴스가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우울하게 장식한 날이었다. 요즘 그녀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이강락 컨설턴트가 부쩍 바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원가절감의 전도사인 그는 서울대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한 뒤 지난 1992년 능률협회 컨설턴트로 첫발을 내디뎠다. 도요타 연수 프로그램을 수십 차례 이수하며 원가절감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 강점이다.

“원가를 50% 줄일 수 있다고 하면 국내기업 담당자들은 대개 뜨악한 표정을 짓습니다. 노골적인 불쾌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어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식의 비판이 그것입니다. ”

백면서생의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라고 맞받아치는 담당자들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이 이 정도이니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자 비로소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원가절감을 여전히 ‘일회성 캠페인’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고도의 전문 영역으로 보아 지레 겁을 먹는 사례도 있다.

그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례를 제시했다. 액센트와 아반떼, 그리고 그랜저를 각각 생산하는 1·2·3공장에 비해 승합차인 그레이스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4공장은 생산성이 항상 ‘꼴지’였다. 생산 물량이 다른 공장에 비해 적다 보니 부품 매입 단가도 상대적으로 높아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품업체들도 공급물량이 적다 보니 덜 관심을 기울였다. 부품이 적기에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에서 손을 놓고 있는 근로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제품 조립이 늦어지고, ‘수율’도 떨어지기 십상이다. 당시 그가 4공장 담당자에게 제시한 처방전은 바로 ‘팩스’였다.

매일 오후 퇴근 직전 부품업체들에 팩스를 보내 다음날 생산 일정과 부품 수요를 알리도록 했다.

생산물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 부품업체들은 부품을 적기 공급했다. “4공장은 서자에 불과하다”며 하소연을 하던 공장 담당자가 희색이 만면해진 것은 인지상정.

정보를 공유하는 이 간단한 조치만으로 4공장은 다른 공장들을 누르고 평가수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 공유는 적기 생산 시스템(JIT)의 기본 요건이다.

물론 원가를 50% 이상 절감하는 데는 생산의 전 영역을 관장하는 과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과학적 관리기법의 아버지로 통하는 프레데릭 테일러는 ‘초시계’를 들고 근로자들의 업무 형태를 정밀히 측정하고 하나하나 유형화했다. 도요타자동차가 자랑하는 적기생산 시스템은 테일러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현장에 적용한 또 다른 생산혁명이었다. 테일러 컨베이어 시스템의 창조적 계승이다.

그는 “원가절감은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한다. 원부자재를 가장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는 구매 역량, 생산 공정을 손금 보듯 파악하는 현장 근로자들, 그리고 경영진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원가를 50% 이상 줄여 진검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기업, 원가절감의 고수들

“현대자동차와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하면 근로자들 표정부터 확연히 달라요. 현대차 근로자들은 힘든 기색을 얼굴에 가득 띠고 있어요. 부품 조립작업이 고되다는 점을 이심전심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요타 근로자들은 항상 미소를 짓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거든요.”

양사 근로자의 표정이 다른 배경은 무엇일까. 도요타는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을 근로자들이 가장 편한 자세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치 그네를 타듯이 도르레가 달려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조립을 할 수 있으며, 근로자들의 동선도 최대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부품이 수북이 쌓여 있거나, 제때 오지 않는 일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대시보드를 차체 안에 집어넣기 위해 근로자 두 명이 달라붙는 현대차와 달리, 도요타는 공작 로봇이 이 부품을 차체에 배치한다. 그리고 근로자 한 명이 볼트작업을 담당할 뿐이다. 도요타의 생산성이 현저히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이젠(改善)’은 도요타의 전매특허이다.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기업들은 원가절감의 리더이다. 휴대폰 분야 부동의 세계 1위인 노키아도 흔히 원가절감의 달인에 비유된다.

아프리카·유럽의 중저가 휴대폰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 회사의 이윤율이 경쟁사에 비해 높은 것도 이런 노하우의 산물이다. 경쟁우위의 ‘작동방식’은 명확하다.

글로벌기업들은 세계 각국에 구매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 원부자재를 싸게 사들인다. 그리고 이 원부자재를 공장에 투입해 근로자들의 부가가치를 더해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이 제품의 질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

‘가이젠’으로 유명한 일본기업들은 최근 또 한번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도요타 협력사인 닛폰 텐쇼를 실례로 든다.

이 회사 공장에서는 숙련 근로자가 갓 입사한 신입을 옆에 두고 큰 소리로 업무를 지시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지식을 통조림처럼 표준화시켜 신참 근로자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입 근로자 교육에 드는 교육비를 줄이고, 적응 기간도 단축하는 양수겸장(兩手兼掌)의 포석이다.

근로자들의 암묵지가 중시돼 온 일본기업들이 미국식 시스템을 접목하면서 양자간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는 것. 협력 업체들과의 동등한 파트너십은 도요타 성장의 자양분이다. 일본 도요타 경쟁력의 주춧돌은 바로 촘촘한 구매 네트워크, 협력 업체와의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는 끈끈한 기업 문화이다.

“한국기업들이 지금까지 원가절감에 소홀하고도 정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상황이 어렵지만 여전히 한국기업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가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제조업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 원가가 급등하고 있다.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원가절감에 심드렁하던 국내 경영자들을 바꾸어놓고 있다. 원가절감은 국내기업 재도약의 강력한 주춧돌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절감에서 경쟁 우위를 찾고자 하는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이다. 그는 현장감독자의 강력한 독려로 작업 현장에서의 작은 사고, 이른바 ‘아차사고’를 큰 폭으로 줄인 현대중공업의 실례를 들기도 했다. 도요타 방식이 국내에서 잘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두 나라의 국민성이나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국민성이 서로 차이가 나니 도요타의 강점을 이식할 수 없다는 식의 진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내 기업들의 창조적 접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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