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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거세지는 복지 담론, 주목받는 경제학자들"
    기사등록 일시 [2011-06-27 15:52:57]    최종수정 일시 [2011-06-29 18:31:26]

서울=뉴시스】박영환·김민자 기자 =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으로, 당 정책위 의장을 두 차례나 역임한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씽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국회의원이기도 한 그가 요즘 자주 펼쳐드는 책이 ‘후생경제학 관련서’이다.

이 의원의 필독서는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일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TAX) 프리라이더).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의 글로벌 경영을 뒷받침해온 경제통인 그의 독서 목록은 보수정당 한나라당에 거세게 불고 있는 변화를 엿보는 풍향계(窓)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물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후보들 또한 복지를 내년 대통령 선거 집권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삼으면서, 이들 유력정치인들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담당하는 대학 교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대선 주자들의 ‘집권 구상’을 가다듬는 장자방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정부에서 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학문적 지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여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 그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5인 스터디 모임. 이들은 대부분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주특기는 게임이론에서 사회복지, 조세 부문 까지 다양하다. 

이들 학자군은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의 비전을 넘어 이른바 ‘부민덕국(富民德國)’을 이뤄가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이다. 

‘도덕 자본주의’ ‘상생 자본주의’ ‘자연 자본주의’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등이 이들의 가르침에 뿌리를 둔 슬로건이다. 경제성장의 목표가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의 총량을 늘리는 일인데, 한국 사회가 이 점을 망각한 채 '역주행'하고 있다는 것이 현정부를 겨냥한 이들의 비판이다. 


◇자본주의도 인간의 얼굴을 해야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주창해온 생애맞춤형 복지론의 밑그림을 제공했다. 

그가 저술한 <현대 한국복지국가의 제도적 전환>은 박근혜 대표 진영의 '복지 바이블'이다. 은사인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박 전 대표의 브레인으로 참여한 인연이 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으며,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연구위원을 거친 뒤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세 개혁에 높은 관심을 보여 온 그의 저서가 <근로자와 서민을 위한 조세개혁>. 

최외출 영남대 교수도 ‘균형 발전이론’에 관심을 기울여온 경제학자이다. <전원도시개발론>, <지방자치론>을 저술한 그는 수도권 개발에 치우쳐온 역대정부의 정책에 비판 의식을 갖추고 있다. 5인 스터디 모임의 좌장격인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경제학자이다. 

김영세 연세대 교수는 드물게 보는 '게임 이론'의 권위자이자, 박근혜 계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의 남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 귀국해 현재 연세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한국형 게임이론에 관심이 많다. 게임이론을 국내 현실에 접목한 <게임의 기술>을 남겼다. 

유가 담합, 북한 핵, 카르텔, 보험상품, 도덕적 해이 등 실생활에서 목도하는 복잡한문제의 해법을 게임이론으로 푸는 것이 김 교수의 주특기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등도 현실 참여형 경제학자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20억의 국난과 40억의 극복> 등 대중서를 집필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복지 담론 '산파' 역할

야권의 정책 브레인으로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www.welfaresociety.net)소속의 교수 그룹이 있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는 <유럽연합의 사회정책에 관한 연구>를 남겼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추진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을 지냈다. 사회 복지 부문에 일찌감치 천착해온 학자이다.

감신 경북대 교수는 <보건의료 개혁의 새로운 모색>을 저술했다. 

이성재 충북대 교수, 이용재 호서대 사회복지학 교수,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 등도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에 참가하고 있다. 윤태호 부산대 교수, 정세은 충남대 교수, 박형근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유동철 동의대 사회복지학 교수 등도 교수 출신의 활동가들로 꼽힌다.

학자들의 서재에 머물러 있던 복지 담론이 현실적인 힘을 얻은 데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소속 학자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3월 이 단체 학자들이 복지국가 제안대회를 열면서 정치권과 사회단체의 주목을 받게 된 것. 복지담론은 이 때를 전후해 '찻잔속의 태풍'에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바뀌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는 무상급식을 비롯한 보편적 복지이론을 뒷받침하는 야권의 정책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국가 담론이 정부가 내건 '선진화'의 아젠다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배경에는 MB노믹스 전도사들의 '콘텐트 부재'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지적이다. 

서비스 선진화, 녹색산업을 비롯해 집권후 야심차게 추진해온 전략 사업들이 '레토릭(rhetoric)'에 그치자, 정부 경제정책의 '비전'으로 삼아온 선진화 담론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경제정책 수장들의 경우 '거시적 목표'에 비해, '미시적 전략'이 부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복지담론은 현실의 변화 반영 

정부가 집권초 내건 '747공약'은 선진화 프로젝트를 압축한 '비전'이었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산업화', 독재를 무너뜨린 '민주화'의 비전을 대체할 새로운 지향점이 선진 일류국가 건설이었고, 이러한 선진화의 깃발은 유권자들을 뒤흔드는 상당한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선진화의 요체는 시장의 귀환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MB노믹스 전도사들은 복지와 성장도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소신이 뚜렷하다. 복지가 성장의 폐해를 치유하는 역할도 담당하지만, 국민경제가 성장을 해야 복지도 있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진영의 경제학자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소속의 학자들은 '더 많은 권력을 시장에 돌려줌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현 정부의 해법을 강력히 비판한다. 

시장 만능주의는 양극화의 심화, 정글 자본주의의 득세를 불러왔을 뿐이며,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경쟁의 논리가 득세하다보면 사회통합 비용도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근로의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는 미시적 처방으로 '사회 서비스'를 제시한다. 

현금을 줄 경우 근로동기를 침해할 수 있지만, 보육비나 교육비 형태로 소외계층에 현금을 제공할 경우, 이른바 '일하는 복지의 기조'를 흔들 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안 교수의 주장이다. 

"바로 선 자본주의, 국민이 다 함께 참여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 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MB노믹스의 전도사들과, 여야 정치인들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 전문가들의 접근이 얼마나 엇갈리는 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 진영의 주장 에 정답은 있을 수 없으며, 저마다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최근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도 복지 담론이 거세게 분출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진보와 보수 미래를 논하다>에서 "선진화 대 복지국가라는 미래 비전의 새로운 구도가 형성돼고 있고 이 구도가 기존의 산업화 대 민주화 구도를 대체하고 있다"며 "어떤 담론이라고 해도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기 마련이며 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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