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Statistics Graph



Brain Interview |트렌드분석 전문가 헨릭 벨가드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25 06:45 |최종수정2008-01-25 06:57


“아이팟 마돈나 버전 출시했던 애플 레인컴은 그 이유를 따져 봤어야”

‘스타벅스의 성공은 아시아 금융산업 변화의 토양을 가늠하게 한다.’ 지난 2004년 발행된 맥킨지의 대(對)아시아 금융산업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한 잔에 수달러를 호가하는 스타벅스 커피의 인기는, 오직 은행 예금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며 펀드상품을 꺼리던 아시아인들의 달라진 태도를 짐작하게 한다는 것.

아시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이 지역 금융산업 빅뱅의 촉매이다. 안데르센 동화의 나라 덴마크 출신의 트렌드 전문가 헨릭 벨가드(Henric Vejlgard). 그는 트렌드 분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코펜하겐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트렌드 분석에 사회학을 접목한 트렌드사회학(trendsociology) 분야의 선구자인 헨릭 벨가드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트렌드 형성의 메커니즘을 간파해야 글로벌 무대에서 히트상품을 꾸준히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애플사는 지속적인 제품 업그레이드로 트렌드 주도층의 관심을 붙들어 매고, 또 언론보도는 다시 이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스타벅스라는 가치주를 일찌감치 발굴해 대박을 터뜨린 ‘마이클 모’는 어린 딸이 핸드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래 트렌드를 예감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한 가지 질문을 해보죠. 트렌드는 누가 만드나요. 바로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소비 습관, 생활 양태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변화의 단서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폭풍을 만든다고 했지요.

▶지난 60년대 히피 세대의 성개방 풍조는 플레이보이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휴 헤프너가 트렌드 분석의 선구자였나요.

(저는) 대도시를 방문합니다. 세계 전역으로 유행을 실어 나르는 거대 도시들. 그리고 이 도시의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trendsetter)들의 생활상이 영감의 원천입니다. 이태리의 밀라노, 도쿄,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이 바로 이러한 지역입니다. 이들 도시는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유행의 공장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짝 트렌드도 적지 않습니다. 뜨는가 싶더니 바로 사라지는 그런 유행말입니다. 둘 사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표현에 정확성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 사그라진다면 트렌드라기보다 일시적 유행(fad)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낫겠군요. 유행이 트렌드로 변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요건은 유행선도 그룹의 지속적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원더걸스의 복고풍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70년대 미국에서 디스코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장르의 득세를 예감한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하죠. 어떤 점이 달랐나요.

디스코는 지난 70년대 소수의 흑인들과 히스패닉들이 즐겨 듣던 음악이었어요. 비주류들이 선호하던 변두리 음악이 높은 호응을 얻으며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확산될 수 있던 단초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유행을 선도하는 여러 그룹들이 이 음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예술가, 연예인들, 그리고 게이 등이 디스코 음악에 열광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나섰습니다. 이후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디스코를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이 트렌드는 탄력을 받기 시작합니다. 주요 메이저 음반사도 한때의 유행으로 폄하하고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던 상황이었지만, 이른바 트렌드 세터들이 폭발적 반응을 보여주면서 상황이 달라진 거죠.

▶유행을 선도하는 그룹, 언론 보도, 뛰어난 콘텐츠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트렌드로 부상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무엇보다 스타일이 빼어나야 합니다. 패션이나 디자인이 주목을 끌려면 유행 주도 계층을 지속적으로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애플사의 아이팟을 처음 본 순간의 강렬한 충격을 잊을 수 가 없습니다. 이 제품을 처음 본 때가 지난 2001년이었어요. 처음에 이태리의 프라다가 디자인을 담당한 줄 알았습니다.

회색과 검은색이 주류를 이루던 MP3 플레이어가 산뜻한 흰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고 할까요. 심지어는 이어폰까지 흰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애플사의 아이팟이 뜨는 과정은 트렌드 형성에서 차지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가늠하게 합니다.

▶애플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이 경쟁 제품을 제치고 세계를 제패한 것도 세밀한 전략의 산물인가요.

애플은 아이팟 출시 다음해인 2002년 최신 유행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뉴욕의 소호(SoHo)거리에 매장을 열었어요. 이 거리는 패션, 그리고 라이프 상품이 화려한 조명 속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번화가입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케이스 해링(Keith Haring) 상점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팟 업데이트 버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트렌드 주도층들의 관심을 자극합니다. 뉴욕은 유행에 민감한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대도시입니다. 이런 지역에서 한번 뜨게 되면 그 여파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기 마련입니다.

▶마돈나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의 서명이 새겨진 아이팟을 출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인가요.

유명 연예인들의 사인이 실린 스페셜에디션 뿐일까요. 애플은 나노 아이팟, 유투 한정판 등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2004년 8월이 되자 뉴스위크가 커버스토리에서 애플의 성공사례를 집중 조명하고, 다음해 포천이 다시 한번 지면을 할애합니다.

애플사는 지속적인 제품 업그레이드로 트렌드 주도층의 관심을 붙들어 매고, 또 언론보도는 다시 이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고 할까요. 하나의 유행이 트렌드로 부상하는 전형적인 공식을 보여주는 것이요.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지난 70년대 주류 트렌드였던 디스코와 애플의 아이팟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다 대도시 트렌드 주도 계층의 주목을 받고, 마지막 단계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애플이 뉴욕 번화가에 매장을 낸 이유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에서 뜨면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로 트렌드가 급속히 확산된다는 점을 잘 알았던 거죠.

▶한국의 레인콤이 한때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제패했다 애플에 패배한 것도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몰랐기 때문일까요.

트렌드를 이해하는 일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트렌드는 소비자들의 지향성을 엿볼 수 있는 풍향계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트렌드에 역류하고서도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소비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맥주 회사들을 볼까요. 맥주 회사는 와인이나 칵테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클린턴 재선에 한몫을 했던 마크 펜 또한 트렌드의 중요성을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맥주회사들이 무시했다 큰코를 다친 트렌드가 있었나요.

1990년 초, 로스앤젤레스를 보세요. 당시 새로운 유형의 칵테일 라운지가 이 지역에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골드핑거, 라바 라운지 등이 대표적 실례입니다. 그리고 북미, 유럽 전역에 확산돼 나갔습니다. 유명 패션잡지인 엘르의 기사 제목을 볼까요. 칵테일과 마티니가 우리 삶을 비집고 들어왔다는 것이죠.

▶칵테일 라운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엘르 기사는 맥주 소비 감소를 알리는 단서였다는 말씀인가요.

작은 징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맥주 회사들은 처음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만 훗날 이러한 징후는 현실이 됩니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를 보죠. 지난 92년 47%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맥주를 선호하는 음료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2005년 이 비율은 36%로 급락합니다. 독일과 영국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맥주 대신 마티니 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당시 와인이 세를 넓혀가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와인은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 않습니까.

▶소비자들이 비단 맥주만을 기피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 소비가 모두 감소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병에 흥미로운 디자인을 도입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업체가 있는가 하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주류를 판매하는 업체들 중 상당수가 오렌지나 레몬, 그리고 크랜베리, 향료 등을 술에 첨가했습니다. 맥주 회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맛이 부드럽고, 알코올 도수를 낮춘 맥주를 2000년대 들어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할까요.

▶트렌드의 추이를 파악하는 일이, 소비자들의 감성 파악 외에 기업 경영에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애플이나 디스코 음악의 사례는 히트 상품의 요건을 보여줍니다. 제품이 말 그대로 뜨려면 어떤 요소를 갖추어야 하며, 기업은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이 유행의 공장 뉴욕에 아이팟 매장을 내고, 또 연예인들의 서명이 새겨진 특별 한정판을 출시한 배경을 곰곰이 따져봐야 합니다.

▶트렌드를 정확히 포착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한때 정확한 미래예측으로 이름을 날리던 미래학자들도 통찰력을 잃어버리며 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트렌드는 이미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의 삶의 양식과는 다른 무엇인데, 사람들이 다만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트렌드가 확산돼 가는 방식이 과거와 다른 것도 또 다른 트렌드입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한국 기업을 상대로 현지 소비자의 정서를 파고드는 노하우를 알려주시죠.

수천 년 전 동굴 벽에 등장하는 고대 원시인들이 그린 벽화를 보세요. 원시인들도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착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욕망이 시대 변천과 더불어 다양한 변주를 이루며 여러 형태를 띠게 됩니다. 트렌드의 본거지를 공략하세요. 무엇보다 트렌드 주도층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트렌드가 확산되는 방식도 주목하세요. 과거처럼 일부 부유층에서 다른 계층으로 퍼져나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거꾸로 이른바 하위계층의 문화가 부유층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매우 역동적입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정확히 포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