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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매매에서 렌털의 시대로

[임대주택 2.0 시대]“아파트도 정수기처럼 빌려 쓰시죠”

2011년 03월 07일 14시 22분

건설사들 임대시장 추이 보며 성장 저울질…
월 임대료 429만원 초호화 아파트까지 등장


국내의 한 중견 아파트 회사에 근무하는 김종수(가명·35)씨의 업무는 새집증후군을 제거하는 일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 바닥재나, 벽지를 비롯한 마감재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아파트 회사는 더 이상 아파트만 판매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회사들은 입주민의 삶을 관리하는 ‘토털 솔루션’ 업체로 진화 중이다. ‘이상한 아파트 회사가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한 아파트 광고는 주택시장에 부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엿보는 창이다. 아파트 회사들은 금융 상품과 서비스, 제품과 솔루션 등을 결합한 토털 솔루션 제공자로 스스로를 재포지셔닝하고 있다. 입주자들의 삶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다.

하숙집 주인이 하숙생들을 살피듯, 불편한 곳은 없는지, 개선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살핀다. 마케팅, 판매 후 서비스, 관리, 브랜딩 등 밸류 체인으로 아파트 입주자들의 삶을 촘촘하게 관리하는 '토털 솔루션 전략'의 백미가 ‘렌털 비즈니스 모델’이다.

임대 아파트 회사는 하드웨어(아파트)를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다. 컴퓨터 회사인 휴렛팩커드는 소비자들에게 매월 사용료를 받고, 최고급 사양의 개인용 컴퓨터와 더불어 판매 후 서비스, 업데이트 서비스를 일괄 제공한다.
아파트 회사는 컴퓨터사의 마케팅을 따라하고, 컴퓨터사는 정수기 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을 닮아간다.


시공+관리 ‘토털 솔루션’으로 진화 중

주택 시장에 불어 닥친 이러한 변화의 파고는 거칠다. 이들이 솔루션에 주력하는 이면에는 아파트나 컴퓨터 하드웨어 단품만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가 힘든 현실이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폭풍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건설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아파트 분양시장은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전세 제도를 비롯한 주택 관련 제도 전반이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송현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전세시대의 종말을 예고한다.

지금까지 은행 문턱이 높아 집을 담보로 세입자에게 목돈을 빌려오던 관행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것. 변화의 급물살에 휘말린 국내 아파트 건설사들이 무심한 듯하면서도 곁눈질을 하고 있는 시장이 주택 임대시장이다.

입주자의 삶을 관리하는 ‘토털 솔루션’ 회사를 표방하며 분양시장을 파고드는 한편, 임대시장의 가능성을 저울질하면서 주택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것. 물론 아직은 한계도 뚜렷하다. 공공 임대주택은 사회 소외계층의 주택 마련을 돕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규제가 많다보니, 수익을 담보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부영은 임대 시장을 캐시 카우로 집중 공략해 성공한 드문 사례다. 이 회사의 주택사업 가운데 임대 사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0%. 하지만 임대 주택 사업은 아직 ‘계륵(鷄肋)’ 취급을 받는 것이 국내 주택 업계의 분위기이다.


‘임대 + 분양’ 쌍끌이 성장 엔진 장착

아파트 회사들도 임대 시장에 시큰둥한 편이다. 인프라, 원자력 등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주택시장 침체를 헤쳐갈 수 있는데 굳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임대주택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냐는 반문이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적 관점에서 임대주택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분양 사업으로 사업성을 높이고, 불황일 때는 임대로 번갈아가며 수익원을 다변화하라는 주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형 임대주택은 글로벌 시장 공략의 방편이기도 하다. 자국의 저가 주택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인도의 타타그룹은 이 시장에서 성장의 디딤돌을 놓고 있다.

인도의 타타 그룹은 1인가구를 위한 서민주택을 공급하며 저소득층 시장 공략의 시동을 걸었다. 주택난이 심각한 인도에서는 초소형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타타하우징 디벨롭먼트는 수도 뭄바이에 사는 도시 하층민을 겨냥한 초저가 주택 보급에 나선 것이다. 자국의 저소득층 주거시장을 공략중인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공략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10년 장기 불황으로 건설사들의 부도가 꼬리를 문 일본의 주택건설회사 다이와하우스는 지난 2009년 3월 부촌으로 유명한 효고현의 니시노미야시 고급 주택가에 ‘니시노미야 서니힐스’를 완공하며 임대용 단독주택 건설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 소개된 신조어가 독신경제(Single Economy).

공공 임대주택이나, 국민 임대주택은 분양 아파트에 비해 가격대는 저렴하면서도, 전세에 비해 집주인의 간섭이 없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층간 소음이 큰 편이며, 비만 오면 빗물이 새는 사례도 빈발하는 등 분양 아파트에 비해 단점도 뚜렷하다.


다양한 상품으로 공공정책 한계 보완

입주민이 아파트에서 겪는 체감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분양 아파트에 비해 경비시설이 부실하거나, 임대동과 분양동의 입구가 각각 배치된 경우도 있다. 임대 주택에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언젠가는 떠나야할 곳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임대 주택의 종류는 늘어나는 추세다. 대학생들을 겨냥한 전용 임대 아파트가 등장했으며, 월세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초호화 임대아파트도 등장했다. 지난 1월에는 보증금 25억 원, 월 임대료가 429만 원이나 되는 최고급 임대 아파트 ‘한남더힐’이 입주를 시작했다.

이곳의 펜트하우스 332㎡의 임대가격을 전세가격으로 환산하면 29억4970만 원에 달한다. 아파트 회사들의 임대 시장 진출이 당장 급증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민간 회사들의 시장 진출 봇물이 터질 경우 관리 시설, 가격 범위 등에서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용식 도시형 생활주택 연구소장은 “독신 경제 증가로 인한 1인 가구의 증가는 혼자 사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로의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서울도 지난 5년 동안 1인 가구 증가율이 34%에 달해 혼자 사는 가구가 70만 가구에 이르는 1인 가구 20%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소셜 믹스와 제너럴 믹스

사회통합 시험대에 선 임대주택
정부는 주거 복지의 차원에서 임대주택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른바 소셜믹스를 사회 통합의 전략으로 채택하고, 분양동과 임대동 주민들과의 교류를 꾀하는 것이 대표적 실례다. 젊은이와 노인 등 세대 간의 통합을 도모하는 이른바 제너럴 믹스(general mix)라는 용어도 사회 통합을 향한 관심을 가늠하게 한다.

소셜믹스 전략의 일환이 임대 아파트를 분양 아파트 동 한가운데 두는 것. 강남 등 부촌에서 임대 아파트 단지 입주를 반대하는 등 사회통합을 해치면서 등장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사회통합의 대의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물리적인 벽이 마음의 벽은 아직 허물지 못한 것.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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