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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경영이요? 자장면 역사에 있죠”

음식학자가 말하는 스토리 경영

2009년 10월 27일 15시 36분
Profile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교수
서강대 사학과와 한양대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공부했다. 중국 중앙민족대학 대학원 민족학과에서 ‘중국 쓰촨성량산 이족의 전통 칠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가고시마대학 인문학부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학 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의 민속학 전공 교수로 있다.Profile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교수
서강대 사학과와 한양대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공부했다. 중국 중앙민족대학 대학원 민족학과에서 ‘중국 쓰촨성량산 이족의 전통 칠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가고시마대학 인문학부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학 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의 민속학 전공 교수로 있다.
“잘 알고 지내던 역술인이 하루는 제 사주에 먹을 ‘식(食)’ 가 무려 다섯 개나 들어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음식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 제 운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민속학 교수는 ‘맛’의 달인이다.

평범한 음식도 그의 손을 거치면 감칠맛 나는 명품 요리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양념 재료는 하지만 여느 요리사들과는 다르다.

그는 음식에 ‘스토리’를 더하는 ‘재담꾼’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지식은 ‘음식’ 맛을 우려내는 ‘진간장’이다. 주 교수의 설명은 옛날 이야기처럼 구수하다.

주 교수는 ‘자장면’의 한국사를 조근조근 설명한다. 이 음식이 국내에 들어온 시기는 임오군란을 전후한 격변기였다.

당시 정난을 도모한 조선 군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제물포에 군대를 상륙시킨 ‘리홍장’이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군대의 장비, 식량 하역 업무를 맡긴 것이 그 발단이었다.

당시 이 중국인 저임 노동자들이 즐겨 먹던 값싼 음식이 바로 ‘자장면’이었다.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반목하며 세력 다툼을 하던 조선의 정치지형이 자장면을 이 땅에 부른 셈이다. ‘이과두주’도 주 교수의 풍부한 식견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창(窓)’이다.

“이과두주는 80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베이징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술이라고 자랑합니다. ‘쓰촨’과 ‘구이저우’에서 생산되는 고급 가오량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맛을 내는 이 술은 베이징에서는 인민의 술로 통합니다.”

주 교수의 설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자답게 ‘음식’ 이면의 사회사에도 주목한다. 그는 ‘이과두주’가 모택동 식 서민 행보의 대상이었다고 지적한다.

이과두주의 ‘낯설게 보기’이다. 모택동은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의 원리를 아는 지도자였다.

군주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는 경구이다. 모택동이 이과두주의 가격을 ‘1위안’으로 묶어둔 배경이다.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배려한 조치였다. 솥에서 두 번 증류해 만들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이과두주’는 ‘민이식위천 전략’의 ‘클라이맥스’였다.

중국산 증류주의 화려한 비상이다. 술을 통치 기반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한 지도자가 어디 모택동 뿐일까. 고 박정희 대통령은 농민들과 막걸리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했다.

‘촌로’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대통령은 백성을 보살피는 자애로운 성군을 떠올리게 했다. 음식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벗’이었다.

주교수의 음식 강의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재료로 삼는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삼국시대를 풍미한 위무제 조조는 뛰어난 모사이자 사돈이기도 하던 ‘순욱’에게 ‘빈 도시락’을 보낸다. 절연(絶緣)의 징표였다. 음식은 군주와 신하, 그리고 군주와 백성이 교감하는 소통의 창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처럼 이 문제를 폐부 깊숙이 깨달은 이들도 흔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중국의 현대사에는 문화대혁명의 기간중에도 굶어죽은 중국인들이 거의 없었다는게 주 교수의 전언이다.

중국식 ‘민이식위천’ 전략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매년 초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에서는 음식이 민심 안정의 수단이기도 하다.

한 달에 1000위안 이상을 벌지 못하는 공장 근로자들도 먹을 거리의 양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풍족해졌다고 주영하 교수는 지적한다.

“끊임없이 싼값으로 먹을거리가 제공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도 먹을거리의 양에서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음식은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정책을 유지시켜주는 주춧돌이다. 그리고 중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봉합하는 ‘반창고’이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사태 대응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미숙했습니다. 백성들은 음식을 하늘로 여긴다는 역사적 진리를 망각한 거죠” 먹을거리는 지금도 국민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주요 이슈이다.


“중국식 ‘민위식이천’ 전략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매년 초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에서는 음식이 민심 안정의 수단이기도 하다. 한 달에 1000위안 이상을 벌지 못하는 공장 근로자들도 먹을 거리의 양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풍족해졌다.”


매운맛 유행은 고속성장의 그림자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생긴 심리적 불안정이 매운맛의 유행에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씻어내는 데는 술 다음으로 매운맛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 교수는 지난 2004년 서울의 불닭 열풍을 이같이 해석한다.

주 교수는 눈물이 쏙 빠지게 매운 이 꼬치 음식이 경기 침체에 한껏 움츠러든 국민들의 마음을 얼얼하게 데워주었다고 그 인기의 배경을 분석한다. 음식은 때로는 동시대인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급격한 공업화를 거친 산둥반도의 신흥 공업도시 칭다오도 비슷한 사례이다. 지난 2001년을 전후해 매운맛이 나는 음식이 이 도시에서 일대 유행을 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

주 교수는 90년 대 말 풀무원에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백면서생’ 신세를 면한 시기다. 그는 일본의 사케 회사들을 보라고 조언한다.

일본 업체들은 제품에 스토리를 더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극상품의 쌀을 다시 20~30% 깎아내서 남은 부분으로만 담갔다는 사케 중에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도 있다.

이러한 역량을 국내 업체들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대한민국의 막걸리나 비빔밥에 스토리를 ‘버무릴’ 적임자로는 주 교수 만한 이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요즘 그의 관심사는 시골에 덩그러니 남은 노년층 부부들에 쏠려 있는 듯 했다. “젊은이 들이 다 떠나고 남은 시골마을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은 가족 성원이 적다 보니 국이나 찌개, 찬거리를 잘 만들지 않습니다. 패스트푸드로 간편하게 끼니를 떼우는 게 요즘 시골마을의 풍경입니다. “

패스트푸드업체는 한국의 시골마을을 맹렬한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주영하 교수는 위정자들이 국민의 먹을 거리에 다시 한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011/08/08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스타카토 한국사회 스토리텔링 능력 키워야 산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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