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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로컬(Local)'에 해당되는 글 249

  1. 2010.06.21 윤은기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의 성공학
  2. 2010.06.16 한국경제 순항 예측한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3. 2010.06.07 MB시대 파워엘리트 소망교인들
  4. 2010.06.02 동티모르에서 뛰는 한국인-제이슨 리 사장
  5. 2010.05.18 시화공단서 가치투자 정수 배우다
  6. 2010.05.18 아이폰이 부동산 중개업소 대체합니다
  7. 2009.12.29 MB 당선, 금융위기 예측한 역술인
  8. 2009.11.18 이병헌 미국 할리우드 진출시킨 황정욱 '에이전트웹' 대표이사
  9. 2009.11.17 “동고동락하던 日동문들 선거혁명 이끌어”
  10. 2009.09.06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의 '귀거래사'
  11. 2009.09.04 봉준호 감독이 '해운대'를 만들었다면
  12. 2009.09.03 죽은 알튀세르가 아모레퍼시픽을 바꿀 수 있나
  13. 2009.09.02 LA흑인 폭동서 약소민족 슬픔 본 강창희 어바인 시장의 귀거래사
  14. 2009.09.01 홍대 최연소교수가 말하는 '디자인 경영'
  15. 2009.08.26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이 회고하는 한국사의 거목 '김대중'
  16. 2009.08.22 귀곡자 읽는 금융전문가, '시장'을 말하다
  17. 2009.08.18 통섭의 원리 전쟁사에 다 나와있다
  18. 2009.08.17 GE코리아사장, 공룡기업의 변화를 말하다
  19. 2009.08.15 미네르바 박대성,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말하다
  20. 2009.07.08 고 김용내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중도론' (2)
  21. 2009.07.08 개성공단 살리려면 ㅁㅁㅁ을 포기해야...-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22. 2008.12.22 (로컬엑스퍼트)역학자, MB와 대운하를 말하다
  23. 2008.11.05 (로컬 인더스트리)남중수, 그리고 KT
  24. 2008.09.18 (로컬 리더십)건설사도 서비스업이죠
  25. 2008.09.01 까르푸는 철수 직전 왜 신규점포를 인수했을까?
  26. 2008.08.28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27. 2008.01.23 경영자여, 악해지는 법을 배워라-서평
  28. 2008.01.21 경영자 리더십 분석-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29. 2008.01.16 경영자 리더십 분석-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30. 2008.01.16 고전 전문가가 본 이명박 리더십
 

윤은기 신임 중앙공무원 교육원장 / ‘신장개업’ 컨설턴트 출신 공무원의 ‘성공학’

“남 도와야 나도 잘 되는 게 인생사”


교 통방송 시절 이명박 대통령 만나…‘영성(spiritual)’ 수요 반영한 대학원 수업으로 인기몰이


윤은기 신임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은 민간 컨설턴트 출신이다. 유명 개그맨과 함께 공중파 방송의 ‘신장개업’ 코너에 정기 출연해 점포 회생 방안을 제시하던 윤 원장의 모습을 지금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교한 가설을 세우고 시장 조사를 한 뒤, 맞춤형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컨설턴트로 잔뼈가 굵은 윤 원장의 주특기이다. 윤 원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시절에도 이러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고경영자(AMP) 과정에 ‘시테크’를 적용하고, 맞춤형 커리큘럼을 도입하며 이 대학원 대학의 변화를 주도한 것. 차관급인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에 취임한 그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윤 신임원장(당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을 지난 5월4일 만나 ‘인간 윤은기’를 물어보았다. <편집자 주>


개그맨 신동엽과 함께 ‘신장개업’에 컨설턴트로 출연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늘과 같은 성공시대를 예감했습니까.
“방송 활동이 제게는 좋은 약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서울 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알게 된 것도 교통방송 진행자 시절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초대 손님을 만나면서 경륜을 넓힐 수 있었어요. 오피니언 리더들도 이때 많이 만났죠.”


생방송을 하다 보면 가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고 하던데,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 푸셨습니까.
“편 한 것만 찾았다면 일찍 방송을 그만뒀을 겁니다. 물 좋고 산 좋은 곳을 다니며 유유자적하는 편이 좋았겠죠. 하지만 10년을 부대끼며 방송 진행을 하다 보니 아는 것도 많아지더군요. 게스트들이 대부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니까요.


문제를 포착해 해법을 제시하는 컨설턴트적 사고가 강하다는 평입니다. 총장 부임 후 무엇부터 했나요.
“어림짐작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주변의 조언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다들 쓴 소리를 아낌없이 해주셨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 그룹 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현 SK C&C 부회장) 등을 만나 대학원 입학 의사를 타진했어요. 지금까지 적을 둔 경영자 과정에 대해 아쉬운 점도 물어보았습니다.”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은 대표적인 ‘레드 오션’시장이었는데 CEO들을 만나니 해법이 보이던가요.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 주체할 수가 없다는 게 그분들의 솔직한 속내였어요. 인맥을 강점으로 내세울 요량이라면 아예 대학원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압박이었죠. 최고경영자 과정은 국내 산업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봅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가 분명 필요한 때였어요.”


CEO들의 숨겨진 욕구를 어떻게 찾아냈습니까.
“수강생들이 참가하는 봉사 활동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최고경영자들의 영성적(spiritual) 욕구를 파고 든 거죠. ”


뜻밖의 해결책이었군요.
“1 년에 한 차례 성금 5000만 원을 모아 서울대 병원에 기탁했습니다. 이 돈으로 소아암 환자들을 고쳐달라는 조건을 달았지요.

당시만 해도 최고경영자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았어요.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며 골프 치고, 좋은 음식 먹고…뭐 이런 이미지도 일각에는 분명 존재했습니다.”


수업을 4개월 과정으로 줄인 까닭은 무엇입니까. 대개 한 학기가 6개월 과정이지 않습니까.
“수업을 한 달 단위로 모듈(module)화하기에 적절했습니다. 첫 달은 윤리경영, 다음 달은 환경경영, 석 달째는 혁신경영 이런 식으로 수업을 하면 집중력도 높일 수 있구요.

대학원 한 학기 수업은 6개월이라는 통념을 다 허물었습니다. 수업의 만족감을 높이면서 효율성도 꾀해야 했어요.”


30만권이 팔려나간 <시테크> 저서의 저자다운 해법이군요. GE의 식스 시그마를 수업에 적용한 셈이네요.
“CEO 들의 한 시간은 평범한 이들에 비해 엄청난 기회비용을 수반합니다. 수업은 정시에 시작하고 정시에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어요. 정시에 끝나야 다른 모임에도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올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유일하게 아스펜 재단으로부터 윤리경영 교육기관으로 ‘Global Top 100’에 선정됐습니다. 단기간에 약진한 비결이 무엇인가요.
“지속가능 경영과정이 10기 졸업생들을 배출했습니다. 이 강좌 졸업생 800명이 오는 6월8일에 통합 발대식을 열 예정입니다.

첫 번째 작품인 이 강좌가 성공한 배경으로는 최고경영자들의 마음을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분다운 분석이네요. 대학원에 보안 과정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맥락인가요.
“지난해 한국기업들의 보안 준비 태세를 비웃는 숱한 사건사고들이 터지지 않았습니까. 주요 사이트를 마비시킨 DDOS사태도 그렇구요.

하지만 기업 경영자들은 보안 문제를 통신, 물류, 지적재산권 등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큽니다. 이 문제를 전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CSO(Chief Security Officer) 육성에 나선 배경입니다.”


짧은 역사에도 대학원이 선전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대학원 설립 초, ‘빅3’대학의 MBA 과정 못지않은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원대한 포부였지요. 부단하게 노력했고, 그 결실을 맺었습니다.

성공 요인이라면, 최고경영자들의 성공을 충실히 뒷받침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영문 표기도 바로 ASSIST, 다시 말해 ‘돕는다’는 뜻입니다.”


이미 성공한 경영자들 보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경영학자는 가난하고 힘들고 병든 사람들을 도와줘야 합니다. 그것이 인도주의입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들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혜택이 어려운 사람들한테도 골고루 퍼지게 됩니다. 부자가 많은 사회보다 가난한 자가 적은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병폐입니다.”


무명의 컨설턴트에서 방송 진행자를 거쳐 대학 총장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는데,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
“지금까지 저술한 책이 한 30권 정도 됩니다만,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바로 <귀인>입니다. 자신의 준비 여하에 따라서 귀인은 정말 귀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스쳐지나가는 객이 되기도 합니다. 방송 진행자는 (제가) 식견을 키우고 인맥을 넓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대담=이남석 편집국장 namseoklee@asiae.co.kr
정리=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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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순항 예측한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주식·원자재 자산비중 높이세요”

2009년 12월 08일 17시 11분조회수:892

지난 1일 오후, 한 남자가 승용차를 타고 여의도에 있는 국민은행 정문으로 돌진했다. 이 은행의 정문 유리창은 박살이 났고, 승용차는 마치 영화 소품처럼 이 건물에 한동안 박혀 있었다. 홍춘욱(41) 국민은행 파생상품 영업부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이 사고를 화제에 올렸다.

금융위기는 교통사고나, 자연 재해를 떠올리게 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속성 탓이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생 금융상품에 물려 파산할 운명에 처할 것으로 내다본 이들은 거의 없었다. 유럽의 경제학자들 대부분은 지난 1997년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하지만 경기(景氣)는 ‘승용차 사고’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미세하지만, 점차 뚜렷해지는 신호로 ‘추세’를 가늠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뒤흔든 원·달러 급등 사태도 그 ‘신호’는 비교적 뚜렷했다.

발 단은 미국 경제의 이상징후는 뚜렸했다. ‘컨트리와이드(Country wide)’를 비롯한 모기지 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신용위기는 서서히 미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 부동산 활황, 그리고 증시호황 등 부의 효과에 도취됐던 소비자들은 위축되고 있었다. 뉴욕에서 펄럭이는 나비의 날갯짓은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에도 미묘한 기류의 변화를 낳았다.

그가 당시 원·달러 환율의 1000원대 상승을 예측한 배경이다. 이러한 확신의 이면에는 미 경제지표가 있었다.

장단기 금리차, 회사채 금리, 그리고 민간기업들의 재고 수준이 그 열쇠였다.
그는 한국 경제를 ‘동광(銅光)’ 개발업체에 비유한다.

동광개발업체는 경기에 민감하지만 생산 물량은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천문학적 설비 투자를 유지해야 하며, 연구개발(R&D)과 더불어 직원교육에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한국 경제호를 지탱하는 산업들은 대부분 이러한 동광(銅鑛) 산업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중간재 성격이 크다는 뜻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지난 1986년 세운 반도체 부문이 대표적 실례이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중후 장대 산업이 중진국 경제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지적한다.

코카콜라, 나이키, 스타벅스, 프록터앤갬블을 비롯한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이 소비재 부문에서 막강한 브랜드를 구축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국 경제호는 늘 바람처럼 누웠다가 바람처럼 일어선다. “외국인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는 지난해 딜링룸에서 10년 만에 닥친 미국발 경제위기를 고스란히 목도했다.
그는 전문가들조차 환율 급등의 파급효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새삼 놀랐다고 꼬집는다.

환율 급등이 수출기업에 호재라는 ‘상식’에 사로잡힌 이들이 적지 않았다.
“원· 달러 환율의 급등은 무조건 악재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안전성을 무엇보다 중시합니다.

지난해 환율이 급등하자 금리차를 노릴 수 있는 채권 참가자들도 시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수출기업들도 주가가 폭락하지 않았습니까. 경제위기로 교역량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환율은 한국 경제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주요 지표이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대한민국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년간 평균 변동폭이 100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귀띔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주식이나 원자재 등 위험자산은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경제가 장기적 상승 추세를 타도 위험자산에 올인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40대의 일반 투자자라면 최소한 20%이상의 금융자산은 채권 관련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난해 원화 환율의 급등은 이 흐름에서 벗어난 이례적 현상이었다. 원·달러 환율 변화폭이 연간 변동폭인 ‘100원’ 이상일 때는 그 파장에 주목해야한다.

원·달러 환율은 주가에 비해 간편하고, 또 신뢰할 만한 ‘신호’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환율 급등은 신종플루 환자의 고열 증상에 비유할 수 있다.

그 는 이러한 판단의 지표들은 인터넷상에서 클릭 한 번으로 구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가 가장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홈페이지(research.stlouisfed.org)다. 그가 중시하는 지표는 바로 환율, 그리고 장단기 스프레드, 회사채 ‘가산금리’, 재고지표이다.

실업률을 비롯한 후행지표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회사채 가산금리, 장단기 금리차 등을 일목요연한 그래프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조지프 엘리스가 운영하는 ‘어헤드 오브 커브(www.aheadofthe curve-thebook.com)’도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창’이다.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4%대 전망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또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보다는 미 소비자들의 소비 동향에 주목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두바이 사태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뇌관의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가 월마트 소매지수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미 소비자들이 조금씩 지갑을 여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호재다.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4%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화의 미래》라는 책을 출간했다. 공휴일도 반납하고 주말이면 인근 도서관에 가서 오랜 집필 작업을 한 끝에 나온 ‘옥동자’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www.economi sts.pe.kr)’이라는 제목의 홈페이지도 운영 중인 그는 유망 투자자산으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관련 원자재, 그리고 채권 등을 꼽았다.

“앞으로 10년 동안 주식이나 원자재 등 위험자산은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경제가 장기적 상승 추세를 타도 위험자산에 올인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40대의 일반 투자자라면 최소한 20% 이상의 금융자산은 채권 관련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키움증권 리서치팀장을 거쳐 지난 2007년 국민은행 파생상품 영업팀에 합류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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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시대 파워 엘리트 |소망교회 인맥



신앙으로 뭉친 엘리트 고비 고비마다 헌신적 지원

▶‘누구야, 정주영 회장을 애도하는 아주머니 팬인가. ’ 지난 2001년 3월, 고 정주영 회장빈소가 설치된 청운동 사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부터, 현대소속의 프로축구 선수들까지,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고(故) 정주영 회장의 조문행렬에 참석하며 말 그대로 빈소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당시 수행원 하나 없이 빈소를 방문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 슬며시 조문을 마치고 돌아간 이가 바로 ‘춤추는 총장’으로 널리 알려진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다. 학내 정보화와 더불어 발전기금 1000억 원 목표를 달성한 CEO형 총장. 하지만 역대 인수위원장의 중량감을 고려할 때, 이명박 대통령 당선후 그녀의 인수위원장 발탁은 파격적이었다는 평가다.

▶‘눈빛이 살아 있더라구요. 자기 일처럼 열심히 활동하는 태도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2002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운동 현장. 그의 선거 운동을 도왔던 한나라당 출신의 한 인사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교인출신 자원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당시에도 한나라당 당원들을 압도하는 그들의 ‘일당백’ 활약상은, 이명박 대통령과 우리나라의 범 기독교 지지 세력과의 탄탄한 유대 관계를 가늠하게 했다고 회고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소망교회를 비롯한 기독교 인맥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소 망교회 인맥이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이 교회는 선거를 앞두고 때로는 이명박 장로의 열렬한 지지 세력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권력 핵심부의 ‘인재풀’ 역할을 하며 기독교도 대통령의 화려한 비상(飛上)을 뒷받침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CEO출신 정치인으로, 여의도 정치와 정당 조직에 익숙하지 않던 이명박 대통령의 풀뿌리 지원 세력을 자처하며, 선거를 비롯한 주요 고비 때마다 위기탈출의 천군만마(千軍輓馬) 역할을 해 온 것이 ‘범 기독교세력’이며, 그 핵심에 소망교회가 있다는 것이 교단 사정에 밝은 한 인사의 전언이다.

이 점은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의 ‘코디네이터’ 로 통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바로 소망교회 출신이다.

그는 지난 80년대부터 소망교회에 다니며 이명박 대통령과 교유의 끈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공약인 747정책이 바로 그의 작품.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더불어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에 비유할 수 있는 위상을 현 정부에서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장관과 더불어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소망교회 출신 인사가 바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과 더불어 인수위원장에 낙점됐던 그녀는, 이 교회 권사로 활동하다 이명박 대통령 눈에 띤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점령군’에 비유되는 인수위원회 좌장에 중량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국가보위입법회의 입법위원 전력까지 지닌 여성 총장이 발탁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국제전략연구원(GSI)을 매개로 교수자문단 그룹을 운영하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펼치던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공관에 그를 초청해 정책 자문과 더불어 종종 식사를 함께 할 정도로 폭넓은 신뢰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등도 눈에 띄는 소망교회 신자들이다.

기업인 신도들도 폭넓은 지지세력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개인이나 기업도 영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경영을 해 나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조차 종교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독실한 기독교인. 바로 김신배 SK텔레콤 사장도 소망교회 신자다. 어디 김신배 사장뿐일까. 소망교회 신자 중에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 자회사부터 공룡기업 SK텔레콤까지, 내로라하는 기업의 경영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렬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자 그룹에 속한다. 종교적 동질감, 그리고 기업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인연의 끈이다.

지난 대선 정국 때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자 “기업 경영자치고 그 정도 문제 없는 이가 어디 있느냐”며 적극적 변호에 나섰던 대표적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기도 하다. 정영학 렉스마크 코리아 사장, 민경윤 한미약품 부회장, 장병구 수협 신용 대표 등이 이 교회의 교인이다.

법인세 인하, 기업 규제 완화, 공기업 개혁, 협력적 노사관계를 비롯한 각종 경제 개혁의 기치를 들고, ‘비즈니스 프렌드리’를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신경제 정책의 강력한 지지 세력이다. 소망교회 인맥의 또 다른 축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지만 매주 이 교회에서 예배를 하는 평범한 신도들이다. 지난 1977년 설립된 소망교회는, 신자 수만 7만여 명에 달한다.

신도의 98% 이상이 대졸자들인 식자층인데, 선교활동에 관한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독교 교단에서도 학습 조직이 가장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평가다.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교인끼리 모인 공동체를 비롯해 뚜렷한 목적 아래 모인 공동체, 학교 동창생끼리 따로 만든 공동체 등 공식 등록된 것만 30개에 가깝다.

이들은 지난해 대선당시, 이명박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입소문을 내며 강남 지역에서의 절대적인 우위를 뒷받침하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소망교회 출신이 이러한 활동에 참여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범 기독교계 신도들은 과거 주요 선거 국면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봉사자 활동을 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핵심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정당 조직보다 더 끈끈한 유대감이 자산이다. 현대건설 최고경영자로 근무할 당시, 소망교회 본당 건설에 도움을 준 바 있던 이 대통령은 소망 교회의 평범한 2030부부모임이 작년말 발표한 한 저서에 대통령 당선 직후 자신의 추천사를 기고할 정도로 강한 유대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유대감의 뿌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깊은 신앙심이다. “(간염이)발병한 지 13년 만인 1990년, 간의 염증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간염 바이러스까지 사라졌다는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의사도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면서 다시 검사를 했지만, 재검 결과도 같았습니다. ”

소망교회 2030 신자들이 저술한 <평생을 바꾸는 힘, 30대 신앙>에 실린 ‘내 성공의 비결은 30대 신앙생활에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 기고문의 일부이다. 현대건설 재직시절, 간염 완치를 몸소 체험하면서 신의 존재를 다시 깨닫게 됐다는 내용이다.

가난하던 시절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던 그가, 결과적으로 평소의 칼날같은 인사 원칙의 훼손을 무릅쓰면서까지 이 교회 출신 인사들을 중용해 ‘신정부는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배경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자원의 보고 ‘동티모르’를 가다] 동티모르서 뛰는 한국인-제이슨 리 로고스 리소시스 사장



●“브로커 취급하던 사람들이 이젠 민간외교관 추켜 세워”

                                                              
■“가스공사 담당자를 찾아가 동티모르의 가스 자원 얘기를 꺼내니 담당직원은 대뜸 브로커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동티모르 현지법인 직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확정됐어요. 이 직원은 선거를 통해 정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지금은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이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퍼붓다 보니 민간 기업으로 대응해 나가는 데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줬으면 합니다.”

                                                              
“세 계적인 휴양지 발리에 와서도 몸 한번 바닷물에 담글 여유조차 없었어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군요…” 제이슨 리(41) 로고스 리소시스 사장은 발리 인터콘티낸탈 호텔 앞을 흐르는 바닷물을 바라보며 아쉬움 섞인 한 마디를 ‘툭’뱉듯이 던졌다. 벌써 4년째다.

숨가쁘게 달려왔다. 가족이 있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티모르 3개 나라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사업성공에 ‘올인’을 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말들도 많았다. 얘기도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대뜸 사기꾼 취급을 하는 사람들의 의심 섞인 눈초리가 제이슨 사장을 더 힘들게 했다.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가스공사 담당자를 찾아가 동티모르의 가스 자원 얘기를 꺼내니 대뜸 브로커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그 직원은 이 나라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라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습니다. 동티모르가 호주에 속한 섬이라고 잘못 알고 있더군요.”

자원개발의 첨병인 한국가스공사가 이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사실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회사에서 온 30대 남자가 가스전 참여 문제를 언급하니 뜨악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현지에 가서 장관을 만나게 해주겠다’, ‘한국 지경부 장관의 동티모르 방문을 주선했다’는 감언이설을 앞세워 기업인들의 등을 치는 브로커들은 지금도 적지 않다. ‘제이슨’이라는 이름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가스공사가 국내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해상 가스전 개발에 나섰다. 오는 2012년 경부터 국내에 이 물량을 들여와 가스 수급에 여유있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체 CEO 중에는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들도 부쩍 늘어났다.

최근에는 우주엔지니어링 박경진 부사장, 동일 기술공사의 송기동 사장과 함께 동티모르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 나라 항만청을 비롯한 담당 부서의 국장들을 상대로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을 알리는 가교역할을 톡톡해 해냈다. 동티모르 현지에서 ‘EPC(East Petroleum Corporation)’를 세우고 보르네오 섬 출신의 여직원도 채용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티모르 현지에서 공사를 담당할 수 있는 시공사 설립도 준비 중이다. 수도인 딜리(Dili) 외곽의 리키사에 원유 저장 탱크 시설이 들어설 부지도 매입했다.

처음 출발할 당시를 다시 떠올려 보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식의 변화인 셈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승승장구를 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전화 중계기 업체인 고구려 멀티미디어통신을 설립했다. 쓰라린 패배를 맛본 것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지나치게 앞서간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는 자신이 말 그대로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백면서생(白面書生)’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은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배운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뼈아프게 배웠다. 인터넷 전화라는 아이디어는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다.

24세에 일찌감치 백년가약을 올린 그는, 벌써 친구처럼 행동하는 14살짜리 아들이 있다. 고구려 멀티미디어통신에서 ‘토마스 계’ 현 회장과 만난 이후 오랜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도 행운이다.

동티모르에 뛰어들 게 된 데는 동반자인 ‘토마스 계’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로고스 리소시스와 동티모르 현지법인인 EPC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다.

제이슨 사장은 요즘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있다 .‘업스트림(자원개발)’과 ‘다운스트림(유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포석. 에너지 비즈니스의 가치사슬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이다. 원유 저장 설비를 짓기 위한 부지를 이미 확보한 데 이어, 복합 항만 공사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인 원 비즈니스 모델 ‘구축中’

전략 연료 비축을 위한 연료 저장소, 해상광구 지원 사업인 복합항만사업, 무역·물류 사업이 이러한 전략을 지탱하는 세 축이다(박스기사 참조). 시공사 설립 절차에도 나섰다. 한국에서 증자를 통해 ‘실탄’도 확보했다.

저장 탱크부터 지으라는 전문가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탱크 4개를 새로 만들어 연간 10만여 ㎘의 디젤과 가솔린을 판매할 예정이다. “딜리에 전기를 공급하는 코모로 발전소에 연료를 독점적으로 공급,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석유공급 및 가격안정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복잡 해 보이지만,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논리는 명확하다. 상품(석유)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유통망(저장탱크)도 운영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겠다는 포석이다. 그리고 동티모르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에서도 우위에 서겠다는 복안이다.

해상에서 ‘천연가스’나 원유를 발굴해내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 상품을 정교한 마케팅과 결합시켜 내다팔 수 있는 유통망 확보는 더욱 시급하다.

“광 구 확보가 때로 신문 지상을 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빛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천연 가스나 원유 자원을 확보해도 상품을 실어나를 파이프라인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나 까르푸를 파고들지 못하는 제조업체는 무력하기만하다.

한 국 기업들은 분야별로 전문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다른 영역에 배타적이다.

동티모르 현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그로서는 최적의 조합을 통해 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른바 ‘대규모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역량은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 중의 하나다. 미국의 벡텔사도 자사의 비교우위를 대규모 프로젝트 관리로 꼽는다. 미국이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한 후 이라크 재건 사업을 이 업체에 맡긴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벡텔사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는 미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정치권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

“동 티모르 현지법인 직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확정됐어요. 이 직원은 선거를 통해 정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지금은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정부 여당의 2인자 격입니다.” 제이슨 사장은 지금도 종종 그를 만난다.

한국과 동티모르 양국의 국교가 정상화되자 그는 한국 대사로 나가기를 희망했으나, 지역민들이 놓아주지 않아 이후 행보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고. 제이슨 사장은 동티모르 사람들이 참 순박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인간 관계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여기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구스마오 총리도 대통령 시절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유엔은 동티모르 국민들 사이에 영향력이 절대적인 그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과 총리 두 사람이 정국을 이끌어가는 이원 집정부제를 도입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정작 ‘실권’이 하나도 없었고, 총리가 모든 권한을 행사했다. “아마 실리만을 좇았다면 당시 구스마오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에게 접근하는 것이 적절했을 겁니다.” 하지만 권력을 쥔 반대편 지도자들은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며, 국민들보다 사익을 앞세웠다.

구 스마오는 지난해 선거에서 당을 깨고 야당을 결집해 집권에 성공한다. 그가 이 회사의 ‘토마스 계’ 회장을 공관으로 불러 세상 돌아가는 일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보는 데는 이러한 사정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제이슨 사장의 중재로 동티코르를 방문한 박경진 우주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이 회사가 한국 정부가 담당해야 할 일을 동티모르에서 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이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동티모르에서 활동하면서 아쉬움은 없을까.

“중국이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퍼붓다 보니 민간 기업으로 대응해 나가는 데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줬으면 합니다.”

동 티모르 사태가 발발했을 때도 미국은 동티모르의 고유언어인 ‘태툼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을 일제히 풀어서 현지 사정을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는 것이 현지 직원의 전언이다. 강대국일수록 정보 전에 ‘사활’을 거는데, 한국은 동티모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이기도 하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로고스 리소시스 동티모르 3대 사업●

▷퓨얼 터미널(Fuel Terminal) 사업

딜리 에서 20km 서편에 위치한 리키사(Liquisa). 로고스는 이곳에 3만여 평(11헥타르)의 부지를 확보했다.동티모르 석유유통 사업진출을 위한 선박접안시설을 갖춘 연료저장탱크(Fuel Terminal) 건설에 착수했다. 전략적 연료비축이 절실한 동티모르 정부의 요청에 의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시설이 완공될 경우, 수도 딜리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정부 코모로 발전소에 독점 공급, 모든 디젤수요를 충당할 예정이다.

▷복합항만(Supply Base)사업

동 티모르 해상광구는 석유탐사 계약자인 이탈리아 애니(ENI),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가 추진할 원유탐사 및 시추활동의 후방 지원 기지다. 항만시설, 플랫폼 작업장 그리고 기타 서비스시설을 갖추게 된다.

복합항만(Supply Base)은 석유탐사 및 생산(Exploration & Production)을 담당하는 기지로 연료, 물, 생필품, 각종 기자재 등 필요한 물품을 공급한다. 컨테이너 접안, 벌크선 접안, 항만시설을 포함해 플랫규모 작업장, 헬기착륙장 등과 같은 시설이 필요한 대규모 복합항만시설이다.

이 시설에는 다국적 석유개발업체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여 개의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동티모르 정부와 미화 1000만 달러와 사업부지를 출자했다. 50:50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항만 서비스,무역 및 물류사업

동티모르 정부조달 사업도 주목대상이다. 낙후된 물류사업에 진출, 단기간에 매출과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티모르 현지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물자조달에서 통관업무대행까지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동티모르 진출을 원하는 국내외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 서비스도 계획중이다.

물류사업은 동티모르 현지 외국인 기업 및 현지 호텔 등에서 필요로 한 각종 물자를 발주, 수입부터 통관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 대규모 주문을 통해 구매원가를 낮추고 적기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할 예정.


서울대 공대 출신 자산운용 전문가 김두용 대표

“시화공단서 가치투자 정수 배웠죠”

2010년 04월 20일 13시 36분조회수:567

“투자 대상 기업을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니 경쟁사의 산업 스파이로 몰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김두용(31) 머스트 투자자문(Must Investment Advisory) 대표는 구수한 ‘된장 뚝배기’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대 공과대 시절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의 말투에서는 한 분야만 파고든 마니아의 풍모가 묻어난다.

가치 투자의 세계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남들보다 현장을 단 한 걸음이라도 더 뛰어다니며 투자 대상 기업의 정보를 캐내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내재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렴한 종목은 그래야 스스로를 드러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대표가 모집한 자금 규모는 300억 원. 최근 1년 수익률은 74.8%에 달한다.

지난 7년 6개월 간 평균 수익률이 38.6%. 김 대표는 서프라임 사태가 터진 재작년에도 수익률 1.9%를 유지했다.

이립(而立)의 나이를 갓 넘긴 그가 놀라운 성과를 내는 배경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가치 투자 철학을 빼놓을 수 없다.

김 대표에게는 고집스러움이 묻어난다. 증권사를 비롯한 판매 채널과의 제휴도 금기 사항이다. 고객들을 직접 만나봐야 투자 성향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김 대표는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상품도 받지 않는다.

고객의 계좌를 하나씩 직접 운용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물론 랩어카운트의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도 감안한 포석이다.

김 대표는 해외 출장길에 아내에게 줄 고가의 명품 가방을 구입했는데, 같은 상품이 국내에서 반값에 팔리면 고객의 로열티를 유지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서울대 공대 시절 투자의 세계에 입문한 김 대표는 늘 이런 식이다. 그의 복장이나 발언에서는 세련미를 엿보기가 힘들다.

개인 투자자들이 머리맡에 항상 두고 읽을 ‘추천 양서’를 묻자 기업체 ‘사보(社報)’를 꼽는다. 사보만큼 생생한 투자 정보가 넘치는 자료가 또 있느냐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분석한 투자 대상 기업의 수만 500여 개. 그는 “늘 발품을 팔고 다니는 데 투자 대가들이 쓴 책을 읽을 시간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투자자문사는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 바로 이런 깨달음이 부의 길로 가는 첫 단추다.

“서울대 공대나 경영대 출신이라고 해서 투자 회사인 골드만삭스만 지원하지 말고, 땀 냄새나는 중소기업 현장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바로 중소기업에 투자 성공의 노하우가 있어요.”

김 대표의 이러한 가치 투자 철학의 이면에는 공단에서 일하던 대학 시절의 경험이 있다. 힘들지만 가장 보람 있는 시절이었다.


“서울대 공대나 경영대 출신이라고 해서 투자 회사인 골드만삭스만 지원하지 말고, 땀 냄새 나는 중소기업 현장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바로 중소기업에 투자 성공의 노하우가 있어요. 투자자문업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입니다.”


톱다운 방식 투자는 매력 없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경기도 시화공단의 풍경은 지금도 정겹다. 시큼한 땀 냄새가 아직도 그의 코 끝을 감도는 듯하다.

김 대표가 병역 특례로 복무한 시화공단 공장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을 만난 것도 그 시절이었다. 한국에 온 사연도 대부분 절절했다.

공단 시절은 김 대표에게는 성장의 자양분이었다. 그는 당시 서울대 공대 출신이라는 ‘훈장’을 떼었다.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서울대를 자퇴했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고백이다.

“공단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알았어요. 항상 일등에 집착하는 인생을 살다보니 정작 소중한 것을 잃고 있다는 아쉬움이 커졌습니다.”

김 대표는 이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바람을 현실에 옮길 수단이 바로 가치투자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장인정신이 가치투자의 첫걸음이다. 김 대표가 ‘톱다운(Top-Down)’ 방식의 투자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거시 지표를 살핀 뒤 수혜 산업과 종목 등을 단계적으로 선별하는 톱다운 방식으로는 경쟁 상대를 압도하는 수익률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단기 투자도 배격한다. 김 대표는 6개월 후 결혼하는 딸의 결혼자금을 맡기고 싶다며 회사를 방문한 투자자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가치 투자의 기본 원칙을 모르는 이 잠재 고객을 돌려보냈다. 가치투자의 정석에 충실한 그는 브릭스 등 신흥 시장에 투자할 의향도 아직은 전혀 없다고 한다.

귀금속, 물, 농산물 등 대안 상품으로 투자의 범위를 넓혀갈 의사도 없다. 가치주가 차고 넘치는 국내 시장을 외면하고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브라질에 눈을 돌릴 이유가 있냐는 것이 그의 반문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는 가치 투자에 얽힌 오해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적이다.

“가치 투자는 결코 훌륭한 기업을 사는 행위가 아닙니다.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주가가 싼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가치 투자의 정수입니다.”

그는 워렌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구입한 것은 이 기업의 주가가 당시 내재 가치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 대표가 분석한 가치 투자의 요체는 저렴한 주식의 매입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는 에이블씨엔씨, 국일제지, 진양산업, TJ미디어 등. 그는 물론 가치 투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재무제표, 공시 등 관련 정보를 요모조모 헤아려서 주가가 내재 가치에 비해 저렴한 투자 대상을 발굴해도, 뜻하지 않은 변수가 불거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김 대표가 현금 비중을 항상 10~30%이상 보유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건설 현장에서 삶의 활력 얻어
요즘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부자 고객들의 발길이 꼬리를 문다. 은행 금리나, 최근 증시 흐름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몰리는 배경을 가늠할 수 있다. 자금 운용 규모를 늘리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한 법인 고객은 운용자금을 3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늘렸다.

지난 2003년 이래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적이 없는 것이 자랑거리다. 고객 계좌를 개별 관리하는 그는 손실을 기록 중인 고객도 아직 단 한 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요즘 조선시대의 금광 개발 열기를 조명한 <황금광 시대>를 탐독 중인 김 대표는 아이디어가 바닥을 드러낼 때면 늘 건설 현장으로 달려간다.

김 대표는 이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의미를 가슴에 새긴다. 그러면 가슴 속에서 삶의 의지가 새록새록 솟아난다며 웃음을 짓는다.

대학 시절 이미 투자 고수로 이름을 날린 그는 가치 투자로 이미 먹고 살 만한 돈은 벌었다고 털어놓는다. ‘머스트(Must)’라는 브랜드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투자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지금도 시화공단 시절을 소중하게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박영환 기자 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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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트렌드 - 증강현실 - 김중태 IT문화원장

“아이폰이 부동산 중개업소 대체”

2009년 12월 30일 13시 52분조회수:899
프로필 / IT문화원(www.dal.kr) 원장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이슈리포트 편집위원, IT포럼 자문위원, 네이버뉴스 이용자위원회 전문위원,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자문위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 여러 기관의 자문위원과 기업의 IT컨설턴트로 활동중이다.프로필 / IT문화원(www.dal.kr) 원장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이슈리포트 편집위원, IT포럼 자문위원, 네이버뉴스 이용자위원회 전문위원,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자문위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 여러 기관의 자문위원과 기업의 IT컨설턴트로 활동중이다.


세상은 그를 ‘디지털 시인(Digital Poet)’이라 부른다. 국문과 출신이면서도 첨단 기술 세미나의 패널석에 단골 등장하는 이색 전문가이다.

첫출발은 한글 운동이었다. 이질적인 컴퓨터 용어들을 한글로 하나둘씩 바꿔가다 이 분야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김중태 IT문화원장은 국내에서 드물게 보는 40대 정보통신 칼럼니스트이자 강연자이다. 그는 요즘 핀란드의 휴대폰 업체 노키아를 자주 화제에 올린다.

한때 휴지나 펄프, 텔레비전 등 잡동사니들을 만들던 변방의 이 회사는 지정학적 한계가 뚜렷했다.

핀란드 경제는 구 소련 의존도가 높았다. 노키아는 이 운명의 끈을 잘라버렸다. 그 비밀 병기가 바로 휴대폰이었다. 이 글로벌 휴대폰 회사는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를 주름잡았다.

삼성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라이벌 기업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해 온 이 기업은 하지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글로벌 기업은 전성기의 복서 ‘타이슨’을 떠올리게 했다.

김중태 원장은 노키아가 흔들리는 데는 고작 일 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노키아의 패권을 뒤흔드는 경쟁상대가 ‘아이폰’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스티브 잡스’다. 애플 CEO의 화려한 브랜드 ‘확장’의 노하우가 이 회사를 흔들고 있다.

김중태 원장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영원한 강자란 없으며 약자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허리케인’을 방불케 하는 신기술의 파급 효과에 주목한다. 불과 1~2년 사이에 산업계의 판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아이폰’은 이러한 점을 일깨워준다.

아이폰의 등장은 또 다른 격전을 예고하는 ‘이정표’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전자, 모토로라, 델, 아수스 등 강자들은 결전에 대비하며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Android)’를 발표하고 스티브 잡스가 주도하는 모바일 신세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중태 원장은 UMPC, PMP, 타블렛 피시, 전자사전, 스마트폰, 휴대폰 사이에서 방황해온 글로벌 업체들도 스마트폰시장에 일제히 뛰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권력은 ‘웹’에서 ‘모바일’로 이동 중이다.

모바일 단말기 대결은 스마트폰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 파급 효과는 전방위적이다.

김 원장은 하나은행의 실례를 들었다. 이 은행은 국내에서 최초로 아이폰에 둥지를 틀었다. ‘아이폰 뱅킹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모바일 온라인 뱅킹 시대를 열었다.

“서비스 하루 만에 4000여 계좌가 하나은행에 신설됐다고 들었습니다. 이 은행이 스스로를 ‘스마트 뱅크’로 포지셔닝(Positioning) 한다면 모바일 시대의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모바일은 시장판도를 바꿀 호기이다.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은 바로 이러한 추세에 날개를 달아줄 신(新)병기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GPS, G센서, 그리고 전자나침반 기술은 신천지를 여는 ‘트로이카(Troika)’이다.

증강현실 프로그램인 ‘라야(Layar)’는 주택 구매자들의 고민을 일거에 씻어주는 효자상품이다. 이 프로그램이 설치된 아이폰은 부동산 중개업소의 대체재이다.

아파트나 빌라, 연립주택 등에 아이폰 카메라를 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판매 여부, 집주소, 판매 가격, 전화번호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집주인을 상대로 가격 등 세부내역을 흥정하고 싶다면 브라우저에 표시된 번호로 문의를 하면 만사형통이다.

네덜란드의 모바일 회사인 ‘SPRX모바일(SPRXmobile)’이 만든 혁신적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에 발표된 지 두 달만에 두 번째 버전이 나온 이 프로그램은 협력업체 100여개를 확보했다.

증강현실 기술은 백화점, 쇼핑몰 등 판매 현장의 풍경화도 바꾸어 놓을 태세이다. 낯선 곳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일일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도 상품을 걸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이 기술의 선봉장이 바로 ‘주가라(Zugara)’이다. 적용 범위는 넓다. 김중태 원장은 인터넷 쇼핑몰의 실례를 든다.

안방에 있는 컴퓨터의 웹캠을 타고 인터넷 쇼핑사의 서버컴퓨터로 전송된 네티즌의 사진 정보가 기초자료이다. 이 자료에 반지나 신발, 가방 등을 덧입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인터넷 기업들만은 아니다. 김 원장은 모바일 관련 기술들이 정보통신 업계는 물론 자동차, 전자, 철강, 백화점을 비롯한 업계 전반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백미러나 텔레비전 화면에 휴대폰 전화의 발신자, 그리고 발신자의 위치정보를 띄우는 기술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다.

물론 뛰어난 기술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주행장비인 ‘세그웨이’, 초음속 항공기 ‘콩코드’ 등이 ‘반면교사’이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해야 하는 배경이다.
김 원장은 ‘아이폰’을 보라고 조언한다. 이 단말기는 고성능의 ‘MP3플레이어’의 전화, 그리고 게임 기능을 결합했다.

일본에서는 패션잡지들이 이 제품을 집중 조명했다. 그가 국내 블로그나 트위터의 시장성에 탐탁치 않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GPS, G센서, 그리고 전자나침반 기술은 신천지를 여는 ‘트로이카(Troika)’입니다. 모바일 관련 기술들은 정보통신 업계는 물론 자동차, 전자, 철강, 백화점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입니다.”


‘아이폰=패션소품’ 이해해야
평소 일기를 꾸준히 작성하는 한국인들은 전체 인구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국내 블로고피아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한두 차례 글을 올리고 개점 휴업 상태인 블로거들이 태반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쌍생아이다.

미국의 아마존이 출시한 전자책인 ‘킨들’의 주 수요층이 ‘노년층’이라는 점도 이채를 띤다. 활자를 대폭 확대해 글을 읽을 수 있는 이 단말기의 특성이 개발자들의 의표를 찔렀다.김중태 원장은 요즘 대한민국 신혼부부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선전화는 더 이상 신혼살림의 소품이 아니다. 기본료 1000원에 통화요금도 저렴한 인터넷전화가 대세이다. 통화 품질도 봐줄 만하다.

분당 통화요금도 더 비싼 유선전화를 이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번호이동제’는 유선·인터넷전화의 ‘둑’을 허물었다.

와이파이를 장착한 아이폰은 소비자 주권 시대의 도래를 절감케 한다. 비싼 데이터 요금을 물지 않고도 공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김 원장은 국내 통신사들이 시스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통신사는 4대 수익모델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유선전화시장은 인터넷에 자리를 내주고 있으며, 데이터 통신도 빠른 속도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음성 통신도 사면초가이다. 스마트폰에 모바일 스카이프를 내려받아 요금을 절약하는 ‘알뜰파’들도 늘고 있다.

김중회 원장은 “시장의 강자들이 기득권에 연연해서는 당장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운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조직의 수장이 신사업팀에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배경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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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한반도 정치, 경제를 말하다”


MB 당선, 금융위기 예측한 역술인, 김정섭 청송철학원장

2009년 12월 08일 10시 20분

김 정섭 청송철학원장은 ‘사주풀이’의 달인이다.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히 맞춰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대선 이후 한국 경제호를 강타할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서민들을 상대로 현금보유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해 화제를 모았다. 리먼 사태가 터진 지난해,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제2의 대공황을 경고했다.
하지만 김정섭 원장은 올 하반기 한국 경제호가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승려 출신인 그는 지나친 정보가 올바른 판단의 장애가 된다며 미래 예측에서도 버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일 오후,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을 만나 2010년 경인년 한반도에서 펼쳐질 정치·경제의 변화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현실은 늘 변화무쌍하다. 섣부른 예측을 불허한다. 정석이 잘 먹혀들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점은 바로 약점으로 바뀌고, 약점이 때로는 강점이 된다. 위기와 기회는 또 자리를 바꾼다.

늘 작은 기미에서 변화의 전조를 읽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이들만이 생존하는 배경이다. 세상을 호령하던 기업들이 불과 30년을 버티기 힘든 이면에는 숨가쁜 변화가 있다.

동양의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그리고 서양의 ‘스왓(Swot)’은 피아(彼我) 분석의 첫출발이다.

하지만 정교한 리스크 관리 매니지먼트 기법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너무 많은 정보도 판단의 장애로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혜(智慧)는 일월(日月)이요, 방편은 시절(時節)이라.’ 불교 최고의 경전이라는 《묘법연화경》, 즉 법화경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은 머리가 복잡할 때면 법화경을 손에 든다.

경전에 실려있는 글들을 하나둘씩 읽다 보면 어느덧 마음은 편안해진다. 그리고 삿된 마음도 제어할 수 있다. 20대 승려 시절에는 도달할 수 없던 ‘경지’이다.

젊은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벽을 향해 가부좌를 틀었지만 마음은 늘 혼란스럽기만 했다. 큰 스님은 늘 ‘무소유’를 강조했다.

원망이나 바람에 휘둘리는 것도 금물이다. 첫걸음은 늘 버리는 일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까지는 20여년 이상이 소요됐다.

그의 방황기는 ‘드라마틱’하다. 그는 환속을 한 뒤 직장 생활을 했다. 그리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성공은 늘 그를 비켜갔다. 김 원장은 이때 자신의 ‘운명’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말, 한 신문사 기자가 그를 찾았다.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대권의 향배를 점치는 김 원장을 우연히 보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기사가 나온 뒤 알게 된 일이지만 심진송 씨를 비롯해 열 명의 역술인 중 전 항목에서 정확한 답변을 내놓은 이는 김 원장이 유일했다.

당시만 해도 이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한 역술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되고, 이후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게 됩니다. 서민들은 현금보유 비중을 높여 이 혼란에 대비해야 합니다.”

‘명 불허전(名不虛傳)’이다. 지난해 국내외 주가는 급락하고, 부동산가격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 헤지상품을 구입한 중소기업들이 풍비박산 났다. 그리고 미네르바는 제2의 외환위기와 더불어 주가 반토막을 경고했다. 김 원장이 예측한 그대로이다.

다른 역술인들도 여기까지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이후 전망은 엇갈렸다. 그들은 대부분 지난 1929년 미 대공황 사태에 비견되는 경제위기의 도래를 경고했다.

올해 연말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골자다. 올 들어 ‘한국 경제호’는 회생의 기미가 뚜렷하다.

김정섭 원장은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이러한 낙관론을 피력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 금융위기의 발발 등 한국사를 수놓은 주요 사건들의 면면한 흐름을 정확히 예견한 김 원장은 다시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한다.

그는 쇠 금(金)자가 들어가는 해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흥기하는 ‘해’라고 진단한다.

5% 성장을 예고한 KDI에는 못 미치지만, 비관론자들의 예측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이 대통령도 CEO 대통령의 강점을 십분 살리는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내년에도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복지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4대강 공사비를 서민복지 예산으로 돌리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인년은 고래로 한반도에서 병화가 터지거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해였다는 것이 김정섭 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서민들의 삶을 뒤흔들 천재지변이 발발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4대강 공사는 MB의 運命
한반도의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의 운세를 타고났다. 남북관계나 국내 정치의 큰 흐름도 이러한 큰 틀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주와 정책 방향은 밀접한 역학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원장이 4대강 공사 반대 움직임을 부질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금 수쌍청(金水雙靑)’의 사주인 이 대통령은, 금(金)의 사주에 부족한 물을 청계천이나 4대강 사업으로 보완할 수 밖에 없는 운세이다.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해도 4대강 공사를 포기할 수 있겠냐는 것이 그의 반문이다.

“청계천 복개공사가 좀 더 대규모로 넓은 지역에서 이뤄졌다면 쇠고기 파동을 비롯한 악재들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겁니다. (기독교도인 그가) 청계천을 추진한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 정섭 원장은 국내 정치 일정을 뒤흔들 변화의 방아쇠는 정치·외교 부문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현 정부가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밀어붙일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 또 다른 변수는 북한 김정일 지도체제가 무너질 개연성이다.

일본 열도에서 불어올지 모를 변화의 바람에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시아 질서가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을 예고한 것.

‘경금(庚金)에 해당하는 미국이 ‘소목(小木)’인 일본을 치니 양안 관계가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자민당 일당 독재를 무너뜨린 하토야마 내각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범아시아주의자이던 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하토야먀 총리는 미국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던 자민당의 외교 노선에 거리를 둘 개연성이 있다.

민주당 내의 역학 관계가 복잡한 것도 부담거리이다. 내년 당내 분파가 당을 깨고 나와 또 다른 정계 개편의 불씨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같은 비전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세력은 성공의 또 다른 조건이다.


정운찬 총리, 성공한 재상 ‘부상’
“정 총리는 식상에 ‘식신상관’이 들어있어 말을 유려하게 잘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시기에 ‘실언’을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입춘이 지나면 두 사람의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유명 역술인의 진단이다.

내년 국정운영의 주요 변수는 ‘정운찬’, 그리고 ‘박근혜’이다.
김정섭 원장은 정운찬 총리가 가장 성공한 총리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목화특명’의 사주를 타고난 정 총리는 상급자에게도 직언을 꺼리지 않으며,

뒤끝 또한 없는 유형의 인물이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족한 학자적 특성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것.

삼국시대 ‘동탁’이 대학자인 ‘채옹’을 발탁해 중임을 맡겨, ‘정통성’을 보완한 조치에 비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토(土)의 사주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결코 ‘금’의 사주를 타고난 이명박 대통령을 누를 수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뛰어난 ‘장자방’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도 부담거리다.

동북방의 호방한 무장에 불과하던 이성계는 유생 정도전을 만나면서 비로소 왕조 창업이라는 거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표 주변에는 아직 이런 경세가가 없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내년 박 전 대표의 독자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 후계 구도는 오는 2012년경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했다.

김정섭 원장은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현 대통령이 이 시기에 후계자를 낙점해 권력 누수를 줄이고 정권 재창출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했다. ‘금수쌍청’ 사주의 소유자들은 거대한 칼을 꽁꽁 숨기고 있는 형상이다.

도전자를 결코 허용하지 않으며, 모욕을 당하면 내색하지 않다가 반드시 되갚아준다. 불만이 있으면 바로 직언하는 ‘목화특명’의 사주와 대조적이다.


운세 뛰어나도 인성이 따라줘야
“자살일까요, 타살일까요?” 어스름한 새벽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 5월, 정적을 깨며 전화벨이 요란스레 울렸다.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사인(死因)’을 물었다. 정치 거물의 비극적 운명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부엉이 바위에서 이 거물 정치인이 몸을 던질 것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경상남도 진해시 ‘바위산’의 정상은 스틸 사진처럼 뇌리 속에 선연히 남아있다. 김 원장은 교통사고를 떠올렸다고 고백한다.

김 원장은 솔직하다. 부적이나 점술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역술인들은 왜 그런 모습으로 살겠냐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역술은 일기예보와 같은 것이라며 맹목적인 추종도, 부정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운세가 아무리 뛰어나도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들은 대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적 한 장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선전하는 ‘사이비’들은 기피 일순위다.

“충무로나 할리우드나 끈끈한 인간관계가 중요해”

 

이병헌 미국 진출시킨 영화 전문가 황정욱 사장

2009년 11월 04일 13시 35분조회수:1,689

한국 영화계는 올해 경사가 겹쳤다. 영화 <해운대>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 동원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에서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다.

이 한류 배우의 할리우드 입성을 도운 숨은 전략가가 바로 황정욱 ‘에이전트 웹’ 사장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기업형 매니지먼트사인 ‘스타서치’를 창업하며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 역사의 한 장을 풍미했던 그를 만나 미국 진출의 비밀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국민배우 ‘허장강’ 씨를 스크린으로 보며 자란 세대이신데, 요즘 격세지감을 느끼지는 않습니까.
한국인 배우가 미 할리우드에 진출해 주연급 조연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니 세상이 참 많이 달라지기는 했죠.(웃음)

허장강의 후예들이 동아시아를 뒤흔든 데 이어,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어요. 솔직히 지금이니까 하는 말입니다만, 배우들도 그 가능성을 크지 않게 봤던 게 사실입니다.


할리우드에는 청룽(성룡)이나 저우룬파(주윤발), 리롄제(이연걸) 등 ‘터줏대감’들이 있지 않습니까. 성공 가능성에 ‘반신반의’한 것도 무리는 아니죠.
이병헌 씨가 제게 미국 진출에 너무 ‘올인’하지는 마시라고 하더군요. 과연 할리우드에 입성할 수 있을지 본인도 미심쩍은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요. 뭐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웃음)


왜 이병헌 씨였나요. 한국 영화계에는 뛰어난 남자 배우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성 공하는 배우들은 무엇보다 ‘포스’가 있어요. 이병헌, 이정재 같은 배우들이 다 그렇습니다. 병헌 씨는 무엇보다 고집이 있어요. (제가) 좀 도와준다고 해서 허리를 숙이지도 않고… 장인정신이 투철한 배우입니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은 무척 좋았어요.


국내 최초의 기업형 매니지먼트사인 ‘스타서치’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빛을 발한 건가요.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다 모여들었어요. 황신혜, 김혜수, 신은경 씨 등이 다 이 회사 소속이었습니다.

이때 제작한 <체인지>는 당시 꽤 화제를 불러모았습니다. 지금 연예인들이 흔히 타고 다니는 ‘스타 크래프트’를 처음 도입한 매니지먼트사도 바로 스타서치였습니다.


아버님이 잡지 명가로 유명한 ‘신태양사’를 운영하셨죠. 어릴 때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까.
(지금은 타계한) 김희갑 씨 구타사건으로 유명해진 임화수 씨가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였어요. 그분이 영화 일을 하지 않았습니까.

집을 드나들던 그분도 늘 지켜보았고, 잡지사에 글을 기고하던 작가들을 볼 기회도 많았어요. 김동리 씨가 대표적인 인물이지요.


그래서인가요. 최민수 씨가 출연한 <리베라메>를 비롯해서 흥행 영화도 몇 편 제작하셨죠.
< 체인지>도 제가 제작한 영화입니다. 카메오 출연에 나선 분들이 무려 20여명이나 됐어요. 카메오들이 너무 많다 보니 중간에 필름이 잘리는 분들도 있었고 조인성 씨가 그 영화에서는 지나가는 남자로 나올 정도였습니다.(웃음)


비결이 뭔가요. 할리우드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한국배우를 단시간에 알린 노하우가 있습니까.
에이전트 400여명이 활동하는 CAA에 눈을 돌렸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에이전시입니다. 그때가 벌써 4년 전이네요. 이병헌 씨와 함께 이 회사를 방문했어요.

여기서 독립영화 분야의 최고 에이전트인 존 푸탁 회장을 볼 수 있었죠. <택시드라이버>로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거물급 에이전트였어요.


이 거물급 할리우드 에이전트가 황 사장을 만나주기는 하던가요.
약속을 하고 찾아갔으니까요.(웃음)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연락처조차 파악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런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지인’이 존 푸탁 회장과 죽마고우였어요.


반응은 어땠습니까.
이병헌 씨가 무척 빨라요.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하고….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틀어줬어요. 남자 주인공이 술값을 내지 않고 소동을 피우는 깡패들 앞에 놓여 있는 테이블에 뛰어오릅니다.

그리고 그들을 가격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신(Scene)’이 그 사람들한테도 인상적이었나 봐요. 아직 이 영화의 비디오도 안 나왔던 때입니다. CJ엔터테인먼트에 협조 요청을 했지요.


좀 더 일찍 할리우드에 진출할 기회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워낙 인기가 높지 않습니까.
사실, 이병헌 씨도 할리우드에 좀 더 일찍 데뷔할 뻔했어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케빈 코스트너 주연, 애쉬튼 커처 조연의 <가디언> 배역 제의가 들어왔는데, 결국 거절을 했어요.


할리우드의 배역 제의를 뿌리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그때는 왜 고사했습니까.
해양구조대에서 활동하는 동양인 구조대원 역할이 왔는데요. 일단 배역이 좀 작았어요. 결국, 잘 알고 지내던 한 일본인 감독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답변은 명확하더군요.

한류 스타 이병헌이 그 정도 영화의 ‘조연’으로 나오는 걸 일본인들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황정욱 사장이 美 CAA본사에서 영화배우 이병헌 씨와 함께 존 푸탁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황정욱 사장이 美 CAA본사에서 영화배우 이병헌 씨와 함께 존 푸탁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에 이전트 400여명이 활동하는 CAA에 눈을 돌렸습니다. 이병헌 씨와 함께 이 회사를 방문했어요. 여기서 독립영화 분야의 최고 에이전트인 존 푸탁 회장을 볼 수 있었죠. <택시드라이버>로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거물급 에이전트였어요.”


미국 시장 진출에 욕심을 부리다 자칫 일본의 한류 팬들을 실망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군요.
드라마 <올인>이 일본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그는 ‘한류스타’로 발돋움했어요. 그런 그가 덩치가 큰 서양인들 사이에서 인명 구조요원으로 활동하는 모습은 솔직히 ‘리스크’가 있었어요.


배역을 지나치게 꼼꼼히 따지다 실패한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아이언맨>이 그랬죠.
이정재 씨가 이 영화의 조역을 제안받은 적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사사건건 괴롭히는 악당 역할이었는데, 이를 거절했어요.

쇳덩이 옷을 입은 남자가 날아 다니며 전투를 하는 이 공상과학 영화가 그 정도로 뜰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죠.


그래서 전문가가 더 필요한 건 아닐까요.
제가 한때 역술인을 자주 찾았어요.(웃음) 용하다고 소문난 분한테 가서 제가 점찍어둔 배우를 캐스팅해도 될지 여쭤보고 재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맞추기는 하는데, 꼭 시기를 놓치더라고요. 그 배우를 쓰면 망할 거라고 해서 포기했는데, 다른 감독 영화에 바로 출연해서는 대박을 터뜨렸어요. 그런데, 이 배우가 그 다음 작품에서 꼭 쪽박을 차는 거예요.


미 영화판의 노련한 전문가들을 상대로 개런티 등을 협상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CAA가 또 다른 한국 연예인을 지명하며 보고 싶다고 해서 간 적이 있어요. 회장방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 저쪽에서 톰 크루즈가 오는 거예요.

다들 용수철이 튀듯 벌떡 일어났어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와 돌아가면서 악수를 했습니다. 일부러 그를 불렀던 거 같아요.(웃음) 기선제압용인 셈이죠.


영화판에 뛰어들어 일찍부터 고생을 하면서 훗날 할리우드에 진출할 힘을 기른 셈이네요.
<바람의 파이터>는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캐스팅부터 참 힘들었어요. 공개 오디션을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어요. 대한민국에 ‘무림고수’들이 참 많은 데, 다들 비주얼이 안 되더군요.(웃음)

박진영 사장이 비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못하겠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한 달 사이에 이 가수가 정말 무섭도록 확 뜬 거죠.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 정도는 뭐 아무것도 아니었죠. 영화 <제이슨 리> 제작 때문에 빚을 꽤 졌어요. 1998년 12월27일, 점심을 먹으러 가다 뇌경색으로 쓰러졌어요. 그때는 다들 어렵지 않았습니까.

정신이 아득 해오고 한달 반 동안 입원을 해야 했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셈입니다. 그런데 죽었다 일어나도 빚은 전혀 줄지 않더라구요.


발등의 불은 어떤 식으로 끄셨습니까.
직원이 MBC 베스트극장에 내보려고 한다면서 방구석에서 원고를 쓰고 있더라구요. 원고 내용을 훑어봤는데, 내용이 좋았어요.

한 방에 뜰 수 있겠더라구요. 그게 바로 <시월애>입니다. 하도 궁색하다 보니 나중에 판권을 1억원에 팔았어요.


전화위복이 된 건 아닙니까.
30 대 초반에 코래드, 유니레버를 거쳐 (범삼성계이던) 새한에 들어갔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새한미디어의 특수관계사(새한에서 지분을 보유)였죠. 디지털미디어라는 회사였습니다. 테드 터너를 비롯해 업계 거물은 그때 대부분 만나보았구요.

하지만 영화판에서 실패하면서 세상이 달라졌지요.이 정도로 하는데도 정말 안 되는 건가 하는 거였죠. 그런 쓰디쓴 회한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영화라는 게 참 어렵습니다.


뭘 배우셨습니까.
영화계가 참 주먹구구식이었어요. 연세대를 나와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온 제 눈에 참 만만해 보였던 거죠. 배급은 객관적이고 계수화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시스템을 갖출 여지가 있습니다. 조직화하면 성공할 것으로 자신했어요.

문제는 너무 모든 것을 서구식의 합리적인 잣대로만 접근하려고 했어요. 그게 먹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어요. 영화는 끈끈한 인간관계가 그 성패를 좌우합니다. 배우와 인간적으로 가까워야 하고….


‘아이데오’의 팀 브라운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다음번에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은 배우는 누군가요.
<모래시계>에 출연했던 이정재입니다. 아직 마땅한 영화를 못 만나서 포트폴리오가 없을 뿐이죠. 그는 뭐라고 할까요. 포스가 강렬한 배우입니다.


최근 서울을 방문했던 하토야마 총리 일행을 예방한 적이 있지요. 일본 쪽으로도 보폭을 넓힐 계획이십니까.
초등학교 동창이 하토야마 총리 사무실의 동아시아 고문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윤성준 고문)와 함께 하토야마 총리가 묶고 있는 호텔에 가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걸 그냥 지켜봤지요.(웃음)


범유럽주의자인 ‘칼레르기’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연은 누구인가요.
이병헌 씨에게 이 역할을 제안할 계획입니다. 칼레르기는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국제주의자입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카사블랑카>가 이미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를 서양사람으로 그리고 있어요. 사실, 칼레르기는 동양인에 가까운 외모였습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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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동락하던 日동문들 선거혁명 이끌어”

하토야마 총리 ‘幕後 해결사’ 윤성준 동아시아 고문

2009년 09월 28일 16시 42분

조슈·사쓰마번의 하급무사들이 천황과 연대해 에도막부를 전복한 일대 사건. 민주당의 8.30 선거 압승은 일본 역사의 물줄기를 돌린 ‘메이지 유신’에 흔히 비유된다.

자민당은 지난 2005년 우정민영화 이슈로 거둔 '대승'을 고스란히 헌납했고, 이 현대판 막부 정권의 ‘장기집권’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윤성준 하토야먀 총리 사무실 동아시아 고문은 한일 정치무대의 막후 해결사이다. 그는 메이지 유신의 재평가를 주문한다.

이 ‘왕정복고’로 국민 총동원 체제를 구축한 일본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군국주의'를 향해 폭주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윤성준 동북아 고문의 진단은 하토야마호의 첨예한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남북한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존공영’은 하토야마 ‘우애론(Fraternity)’의 핵심이다.

혈혈단신으로 소련에 건너가 담판을 짓던 할아버지의 피는 6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너머 그 손자(하토야마)에게도 면면히 흐른다.

재일 한국인의 참정권 부여에 전향적이며, 이웃나라들과의 ‘우애’를 강조하는 신정권의 등장은 격세지감을 실감케 한다.

한 국 정부가 하토야마호의 성공을 도와야 한다고 윤 고문이 강조하는 배경이다. 일본의 명문 ‘히토쓰바시’를 나와 한일 정치 무대의 막후(幕後) 해결사 역할을 해온 윤성준 고문은 일본에서 한반도를 향해 부는 거대한 바람의 실체를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히토쓰바시대학에서 한일학생회의를 창설하고, 초대위원장을 지냈다.




일본 정치권의 권력 교체를 절감하십니까. 민주당 의원들의 방한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잇달아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한일 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해 봅니다. 권력 교체를 절감하는 ‘때’라…글쎄요.(웃음)

‘간 나오토’ 부총리가 수장인 국가전략국은 정권 교체 후 가장 각광 받는 조직입니다. 총리 직속의 이 조직은 관료 위주의 행정구조 타파와 예산 낭비 척결을 밀고 나갈 임무를 맡고 있어요. 요즘 국가전략국에 배치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종종 받습니다.


하토야마 사무실 소속의 동아시아 담당 고문을 맡았어요. 총리가 뭐라고 하시던가요.
무엇을 해줬으면 좋겠느냐고 묻더군요. 동북아 고문을 말씀드렸습니다. 중국 유학을 다녀온 경험이 있거든요. 집주소를 물어보았는데, 얼마 후 친서를 보내왔습니다.

평소 일본인들이 잘 쓰지 않는 구체적인 표현도 눈에 띄고…그냥 의례적인 인사는 아니었어요. 편지가 감동적이었습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늘 그런 식입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언제 처음 만났습니까. 할아버지가 자민당을 창당한 거물급 정치인인데요.
지난 2005년 11월에 한일수교 40주년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일본 극단인 ‘다카라즈카’가 서울에서 공연을 크게 했습니다.

자민당에서도 의원단이 오고, 민주당에서도 5명이 왔어요. (야당의) 얼굴 격인 ‘하토야마’ 간사장도 왔습니다. 당시 몇몇 의원이 이명박 시장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습니다.


‘다카라즈카’라면 여자 배우들이 ‘남장’을 하고 나와, 뮤지컬을 공연하는 그 극단 말인가요.
‘남자는 도쿄대’로 보내고, ‘여자는 다카라즈카’로 보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유명한 극단입니다. 일본 문화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서양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각색해 공연하는데, ‘베르사유의 장미’가 대표적입니다. 이 극단 출신 현역 국회의원들만 10여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총리 부인이 바로 ‘다카라즈카’ 출신이지요.


하토야마 총리의 ‘첫 인상’은 어떤 편이었습니까. 여 배우와 결혼할 정도라면 자유분방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4년 이상 그를 알고 지냈습니다만,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걸 본적이 없습니다.

단 한 차례도 찡그리는 모습을 못 봤어요. 한번도 떠들썩하거나 그런 적이 없습니다. 회담이 성사되면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로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토야마 총리가 다섯 차례 방한했는데, 매번 그림자처럼 동행했습니다. 그를 사로잡은 비결이 있나요.
사로잡았다기보다 제가 감동을 받은 거죠. 하토야마는 지난 2006년 동서대 강의 차 한국에 와 이수현 씨 묘소를 참배했어요.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한국인 청년 말입니다. 이 씨의 묘비가 부산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간 거죠. 이 대통령을 예방하러 갈 때도 국산 승합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 예방도 ‘막후 접촉’의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능력을 높이 산 건 아닙니까.
당시 이치무라 의원이 ‘전략적 한일의원 연맹’ 소속 의원들의 대통령 예방을 부탁했어요.

청 와대를 비롯한 요로에 알아보니 하토야마 간사장이 방한한다면 가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죠. 이치무라 의원에게 바로 한국 정부의 의중을 전달했습니다. 처음 부탁이 올 때만 해도 야당의 간사장이어서 예방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대표가 되셨고 정권 교체 가능성도 높아져 갔죠.


야당 당수가 대통령을 독대하는 것은 외교상으로 드문 일이 아닙니까. 우여곡절도 많았다면서요.
일본 총선을 앞둔 5월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선거 자금 문제로 사퇴했어요. 한국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습니까.

서거 당일 오다치 민주당 의원이 전화를 걸어왔어요. 오전 8시30분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는 하토야마 대표의 방한에 문제가 없는지를 타진했습니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한번 회동하기가 그렇게 힘든 거군요. 일본은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일본은 ‘막후 정치’의 나라입니다. 흔히 ‘네마와시’라고 합니다. 물밑에서 다 합의가 되면 (당사자들은) 만나서 박수 치고 헤어지는 겁니다.


모리 전 총리가 김윤환 의원 사망 5주기에 보낸 화환도 ‘윤 고문의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모리 총리가 김윤환 의원에게 화환을 보낸 일은 당시에도 정가의 화제였습니다.

일 본의 대정치가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난 한국의 정치인을 위해서 ‘꽃’을 보냈는데, 국내 언론에 이 미담을 다룬 기사가 실리면서 알려지게 된 거죠. 당시 모리 총리가 이 기사를 보고 매우 좋아했어요. 저는 하토야마 총리를 만나기 전에 자민당 일도
도와드렸거든요.


손뼉도 서로 마주쳐야 박수가 나지 않습니까. 일본 정계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이 치무라 고우치로 국회의원과 히토쓰바시(동경상대) 시절 ‘웅변부’를 만들었어요. 대학 시절 술도 마시고 때로는 싸움도 하면서 사귄 일본인 친구들이 자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많이 진출했어요. 한국에서 6명이 한달 가량 전국토를 순례한 적도 있습니다.

하토야마의 정책보좌관 출신인 82학번 오다치 참의원도 친한 친구입니다.


젊은 시절 의기투합한 일본인 친구들이 선거혁명에 공헌했어요. 일본 국민들이 왜 하토야마를 선택했다고 봅니까.
일본 근로자 상당수가 파견 근무자입니다. 젊은이들도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들은 꿈이 없습니다. 계층 간 이동도 막혀 있어요.

전쟁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이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자민당은 국민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민주당이 일본 사회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요. 수권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민주당 정권이 등장해도 ‘잠정 정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었죠. 수권 정당의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런 표현을 안 합니다. 자민당이 150석 아래면 영원히 야당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120석도 채 되지 않습니다. 민주당만 308석입니다.


‘아베’나 ‘아소타로’ 전 총리도 집권 초 상당한 기대를 모았습니다만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나카소네는 고이즈미 때 이미 (자민당의)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진단했어요. 문예춘추 내용의 일부입니다.

그들은 유효기간이 지난 자민당의 수명을 인공호흡기로 연장한 정권이었어요. 고이즈미는 우정민영화의 깃발을 들고 등장했지요. 자민당을 깨부셔서 개혁하겠다고 했지만 빈부 격차만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나카소네가 그런 얘기를 했다니 놀라울 뿐이네요. 대처, 레이건과 삼각동맹을 형성한 보수세력의 원조 격이 아닌가요.
정치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여야를 떠나 정말 대단합니다. 나카소네 전 총리도 그렇겠지요.

패전의 아픔을 딛고 일본을 세계 최고 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이 바로 일본 국민들입니다. 그들이 희망을 잃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자민당 정치인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겠군요. 관료들은 늘 개혁의 걸림돌이 아니었습니까.
민주당 각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단히 학구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자민당 정책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조목조목 지적해온 전문가들이 장관이나 차관 및 정무관을 맡았어요. 정치인들이 관료조직을 대거 장악했습니다.

통합·조율 기능도 대폭 강화해 나갈 겁니다. 의사결정은 사무차관 회의에서 이뤄졌는데, 이제는 정치가들의 몫 입니다. 관료들이 써준 내용만 읽는 대독 장관, 부장관은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중소기업 법인세를 큰 폭으로 줄이면서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없애고, 보육비를 늘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포퓰리즘’이 아닌가요.
그 부분은 정말 대단한 오해입니다.

일본의 한 해 예산이 207조엔 정도입니다. 고속도로 무료 통행을 비롯해 민주당 공약을 다 포함시켜도 지출 규모는 연 16조8000억엔 정도면 가능합니다. 당장 시급한 예산부터 집행해 나갈 겁니다.

불요불급한 공공 지출을 줄여나가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 초기지만 거의 전쟁을 치르듯 하고 있어요.


공공 지출을 대폭 줄인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텐데요. 더욱이 지금은 경제위기 국면이 아닙니까.
‘군마현’은 최근까지 수상을 지낸 후쿠다 부자를 비롯해 나카소네 야스히로, 오부치까지 자민당 거물 정치인들이 지배해온 강력한 지역구입니다.

(자민당 정부는) 지금까지 이 지역에 '얀바댐'을 건설하며 엄청난 돈을 투입해 왔습니다. 민주당은 댐 건설을 중지시켰습니다. 거의 70% 정도가 완성됐지만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토야마 집권이 한반도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대북한 수교에서 위기 돌파의 동력을 찾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아베 전 총리는 북한 제제를 옹호했습니다.

그게 외교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외교는 가치관이 다른 나라와 대화를 나누는 행위라는 게 하토야마의 기본 철학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 입장을 중시하시는 듯 합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큰 틀 안에서 복합적인 것을 풀어나갈 것으로 봅니다.


‘우애론’의 연장선상인가요.
하토야마는 일본의 시사월간지인 지 9월호에 기고한 ‘나의 정치철학’에서 자신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어요.

자유와 평등이 중요한 가치이지만 원리주의에 빠지면 참화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둘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는 이념이 바로 우애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외교정책도 이런 철학이 밑바탕입니다.


원리주의에 빠지면 참화로 이어진다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하토야마 총리가 최근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비서가 죽은 사람 명의로 헌금을 한 게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만, 세법 위반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토야마 총리가 취임 3시간 만에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는 점입니다. 하토야마는 소통을 늘 중시하는 정치인입니다.


오자와가 북한을 곧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듭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될까요.
한국민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인들은 납북자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봅니다. 피부에 와닿기로는 핵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 한이 송환한)일본인 납북자의 유골이 DNA 감식결과 가짜로 밝혀졌을 때 그 박탈감이 얼마나 컸는지 잘 모를 겁니다. 오자와의 평양 방문도 여러 시나리오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는 상황이거든요. 결국 미국, 한국과의 공조속에서 북일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이 명박 정부는 하토야마호의 본질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가급적 독도나 신사참배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기 바랍니다. 일본 정치권에는 안보파, 개헌파 등 강경파들이 꽤 있습니다. 자칫 이들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북일 수교 이후 일 건설업체들이 대거 평양에 진출해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요.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미일 양측이 대북관계 정상화의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소외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일본은 ‘네마와시’를 중시합니다. 그게 일본 정치입니다. 일본이 한국 정부를 따돌리고, 북한과 수교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늘 우애의 정신을 역설해 왔습니다. 오자와 이치로가 150~160석에 달하는 그룹이 있어도 당분간 하토야마 총리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에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한반도를 향해 불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독도나 신사참배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본 정치권에는 안보파, 개헌파 등 강경파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계 개편에 성공하면 자칫 일본이 국가주의로 다시 치달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하토야마호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해요.

좌파 정권으로 규정한 것부터 그렇습니다. 민주당 정권을 길게 봐야 합니다. 물론 자민당도 지켜봐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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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는 결국 리더십 문제…직원 마음 사야 건전성도 좋아져”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에게 듣는 금융 CEO 리더십

2009년 04월 13일 18시 27분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 속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고 하고,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쪼는 것을‘탁’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야
온전한 병아리로 태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영자가 독주해서는 결코 ‘줄탁동시’를 이뤄낼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조언을 경청해야 합니다.



이화언(65) 전 대구은행장은 ‘아름다운 퇴장’의 주인공이다. 박수 갈채를 받을 때 무대에서 내려왔다. 올해 초 은행장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의 ‘용퇴’ 결정은 금융가에 잔잔한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는 늘 이슈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4년 전 대구은행장에 부임할 당시에도 ‘지속가능경영’을 새로운 경영 화두로 제시하며 자산 경쟁에 ‘올인’하던 이 분야 게임의 법칙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대구은행은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선도하는 이른바 ‘녹색경영’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일 대구시 대명동 센트로 펠리스에 있는 개인사무실에서 이 전 행장을 만나 그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그는 한시간 남짓한 인터뷰 끝자락에 기자의 팔 위에 손가락으로 사자성어 하나를 꾹꾹 눌러 썼다. 40년 은행원 생활에서 터득한 리더십의 요체가 바로 상생의 정신을 강조한 줄탁동시이다.



Q. 경영 일선에서 용퇴하신 지도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어제(8일)부터 센트로 펠리스에 있는 개인사무실로 출근해 책도 보고 지인들도 만나며 소일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시장 환경은 ‘살얼음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은행장 용퇴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까.
최고경영자의 주요 임무가 바로 후계자 승계입니다. 하춘수 신임 행장은 37년간 같은 직장에서 동고동락한 인물입니다. (제가) 행장 시절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지속가능경영을 완성할 적임자입니다.

Diversity in the Ecological Soup
Diversity in the Ecological Soup by jurvetson 저작자 표시



Q. 금융계는 노장들이 맹활약을 하는 대표적 분야가 아닌가요. 대구은행 출신인 라응찬 회장도 70대입니다.
(저 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입니다. 이 지역 은행에서만 40년을 일했습니다. 그런 제가 (다른 분야)에서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웃음) 나이(44년생)도 적지 않고요. 은행장으로 재임하며 지역 사회와 교유하고, 지속가능경영의 ‘주춧돌’을 놓았으니 그 결과에 만족할 따름입니다.

Si es que en el fondo son unos buenazos...
Si es que en el fondo son unos buenazos... by Guesu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신한금융지주 수뇌부들과는 대구은행 시절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라응찬 회장도 대구은행 비서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지점장도 지냈습니다. 라 회장뿐만이 아닙니다. 신한은행에는 대구은행 출신들이 꽤 많습니다. 이인호 신한은행 전 행장은 중앙지점에서 (저와) 같이 근무한 인연도 있습니다.

신한 은행 직원
신한 은행 직원 by acote1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Q. 그때 왜 안 옮기셨어요.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웃음)


Q. 두 은행이 신용관리 시스템이 뛰어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겠군요.
지 난 1974년대 박영복 사기 사건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금융권이 공동으로 ‘신용분석사’ 자격증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저를 포함해 21명이 처음으로 자격증을 땄습니다. 제가 바로 1기 신용분석사입니다. 희대의 사기꾼 덕분에 평생을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지식을 얻은 셈이죠.(웃음)

Faces of the fallen
Faces of the fallen by Nurpu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박영복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이 대한민국 은행들의 여신관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셈이군요.
‘금 록통상’을 운용하던 박영복은 쓸모없는 ‘돌산’의 가치를 부풀려 엄청난 돈을 대출받았습니다. 그리고 부도를 내버려 은행들의 피해가 막심했습니다. 지난 외환위기 때 한보·기아 사태에 버금가는 대형 사건이었죠. 이 사기 사건을 계기로 국내은행에 신용조사부서들이 신설됩니다.


Q.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다시 위기설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국내 은행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교한 신용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최고경영자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의 리더십을 존중해야 합니다.


Oh my God I look Cute!!
Oh my God I look Cute!! by creativesam 저작자 표시비영리



Q. 지난 10년간 두 차례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비결이 바로 그것인가요.
저 뿐만이 아니라 (대구은행에는) 전문성을 갖춘 신용분석사 300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기업 영업점의 RM(Relationship Manager), SRM(Senior Relationship Manager)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서울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혹시 대출 외압은 없었습니까. 당시 한보나 기아 등이 파국으로 치달을 때였습니다만.
대 구은행은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 지분이 전혀 없습니다. 정부가 은행의 신용분석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없는 거죠. 당시 한보, 기아차가 회사채 지급 보증 요청을 했습니다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외환위기를 무난히 극복한 것도 이들 신용분석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잘했기 때문입니다.

Chinese New Year in Dalian - risk evaluation
Chinese New Year in Dalian - risk evaluation by GraemeNicol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춘추시대 오자서나 범리 등은 모두 ‘기미(예측)’의 달인들이었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가 은행 경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셨습니까.
대구은행은 지역에 거점을 둔 지방 은행입니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지속가능경영이 생존의 조건입니다. 지구온난화가 굴뚝기업은 물론 금융기관의 경영에 미칠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보았습니다.

Q. 다들 ‘자산 경쟁’에 사로잡혀 있을 때 지방 은행이 ‘녹색경영’을 주창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우 리, 신한, 국민, 하나 등 4대 은행과 규모 경쟁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작지만 알차고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을 숙고했습니다. 그리고 정답은 녹색경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기업도 시민사회의 일원입니다. 국내 금융기관 중 지속가능보고서를 발표하기는 대구은행이 처음입니다.

Green Leaf of a Bio Plant in Nature
Green Leaf of a Bio Plant in Nature by epSos.de 저작자 표시




Q. 이 보고서는 제작 때부터 화제를 불러모으지 않았습니까.
지속가능보고서인만큼 환경 부담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친환경 용지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최고경영자는 위험 관리 분야의 총책임자격인 ‘CRO(Chief Risk Manager)’등
리스크 관리 전문가의 리더십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Q. 지역사회를 ‘은행 서비스’에 붙들어 매기 위한 ‘심모원려’로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대구는 대구은행의 거점이 아닙니까.
대 구 에서 무려16개 은행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구은행은 절반에 가까운(44%)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녹색경영도, 지속가능경영도 있을 수 없습니다. 지역사회와 교유하면서 공동체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Remembrance Day 2008
Remembrance Day 2008 by ViaMoi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MB정부의 녹색성장은 제조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은 녹색성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제 가 서울에서 만난) 한 건설업체 CEO분과 똑같은 질문을 던지시는군요. 환경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대출을 많이 해주거나, 이자도 깎아줄 수 있습니다. 총수익의 4.5% 규모, 130억원 정도를 지속가능경영에 꾸준히 지출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Q. 시류에 휩쓸리다 텃밭이 허물어지며 경영난에 봉착한 기업들도 적지 않습니다. 재임기간 중 경영 성적표는 어땠습니까.
은행장으로 취임하던 지난 2005년, 당기순이익은 1753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순익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지난해는 2612억원에 달했습니다. 2006년 2405억, 2007년 2608억원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Q. 비결이 무엇인가요.
대 구은행은 이 지역 점포 수만 160개에 달합니다. 다른 은행들을 압도하는 수준입니다. 직원들 대다수가 토박이들입니다. 속된 말로 고객사의 밥그릇과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손금처럼 들여다볼 정도입니다. (저만 해도) 대구은행에 신입사원으로 입행해 무려 40년간 잔뼈가 굵었습니다. 하 행장도 마찬가지입니다.

Warning!!!...Tiger in training...:O))
Warning!!!...Tiger in training...:O)) by law_keven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Q. 강점과 약점은 동전의 양면이기도 합니다. 지역사회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점이 새로운 도전을 어렵게 하지는 않습니까.
지 역 경제 전반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대구은행에서도) 며칠 전에도 신용보증기금에 50억원가량을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포스코를 비롯해, 구미의 전자단지 등이 국가 경제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도 곧 좋아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Inauguración de la Planta Manufacturera Posco México (06/08/09)
Inauguración de la Planta Manufacturera Posco México (06/08/09) by Gobierno Federa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사업 포트폴리오가 금융지주사들에 비해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좀 더 멀리 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대 구경북은 다른 지역보다 녹색성장 시대를 이끌어가기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린에너지 연구생산 기반과 더불어 환경 클러스터(Cluster)도 잘 조성돼 있습니다. 특히 환경 부문은 지역은행의 성장엔진으로 부상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IA Summit 2007 Mind-Map
IA Summit 2007 Mind-Map by Kaeru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손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 인화’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승의 요건으로 사람을 꼽았습니다만.
행장으로 취임한 후 늘 저를 사로잡은 화두이기도 합니다. 직원들을 먼저 감동시켜야 합니다. CEO레터를 매주 쓰며 직원들에게 경영방침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Shake your Booty!
Shake your Booty! by Carlo Nicor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편지가 상당히 진솔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내밀한 개인사를 공개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재 미가 없으면 직원들이 읽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직원들을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편지 중간중간에 제가 가장으로서, 아들로서, 그리고 은행원으로 살아온 삶을 진솔하게 반영했습니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야 클릭 수도 높일 수 있습니다.(웃음)

Q. 줄탁동시가 바로 이러한 경영철학을 반영한 건가요.
병아리가 알 속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고 하고,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쪼는 것을 ‘탁’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야 온전한 병아리로 태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영자가 독주해서는 결코 줄탁동시를 이뤄낼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조언을 경청해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리 시내의 화려한 아케이드는 시인 보들레르를 만들었다. 파리의 화려한 색채와, 훗날 백화점으로 진화하는 도심의 상가인 ‘아케이드’의 풍경은 시인의 감수성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central arcade
central arcade by campru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도시 하층민들의 비참한 삶의 현실은 화려한 도시 생활에 충실하던 이 젊은 시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인류 최초 ‘모던 보이’의 등장이자, ‘광장’보다 ‘밀실’을 선호하는 도심형 인간형의 출현이다.


#총독부 기사 이상은 ‘경성(서울)’의 모던 보이였다. 현란한 빛과 소리, 웃음이 뒤섞인 경성의 밤거리는 ‘무한 자유’의 무대였다.

일본의 식민 지배 현실은 그의 관심권 밖이었다. 건강 악화로 시골 성천에서 요양을 하면서도 늘 경성의 미쓰코시백화점과 카페를 떠올렸다. 경성의 소비문화의 세례를 받은 모던 보이 ‘이상’은 늘 제국의 중심지인 ‘동경행’을 꿈꾸었다.

Potential Shopping Queen?
Potential Shopping Queen? by Cougar-Studio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Profile / 하지현(43)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대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통쾌한 비즈니스 심리학》, 《당신의 속마음》, 《도시 심리학》을 발표한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정신분석학회 편집이사이자 기획이사로 활동하고 있다.Profile / 하지현(43)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대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통쾌한 비즈니스 심리학》, 《당신의 속마음》, 《도시 심리학》을 발표한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정신분석학회 편집이사이자 기획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는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다시 도시를 만든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는 경제 현상 이면의 진실을 심리학의 프레임으로 분석하는 ‘스토리 텔러’이다.

히트상품·서비스의 이면에 감추어진 소비의 역사성에 주목한다. 심리학은 물론 사회학, 역사학의 경계를 질주한다.

혼마치(명동)에 있던 미쓰코시백화점은 시인 ‘이상’이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산하는 욕망의 해방구였다.

하 교수는 미쓰코시에서 스타벅스가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배경을 읽어낸다.

커피 한잔을 마셔도 자신만의 ‘미각(味覺)’에 충실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 스타벅스는 현대의 ‘미쓰코시’다.

“스 타벅스에서는 주문에만 길게는 몇 분이 걸리지 않습니까. ‘아이스 화이트 초콜릿 모카’, ‘그란데’, ‘모카 푸라푸치노’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상품이 있는 데다, 다시 기호에 따라 휘핑크림을 얹어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맞춤 커피를 제작할 수 있어요 .”

Starbucks coffee - Starbucks coffee...
Starbucks coffee - Starbucks coffee... by Man in a bowler hat (Epzibah)...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다방커피의 진화다.

하 교수는 히트상품에는 이러한 원리가 고스란히 작동한다고 진단한다. ‘남과 다른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의 분출이다. 다방, 카페, 그리고 미쓰코시백화점을 예찬하던 ‘모던보이’ 이상은 세월의 간극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정체성을 엿보는 열쇠이다. 미국의 아메리칸 돌스(American dolls)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형을 꾸미고 싶은 소녀 고객들의 바람을 파고들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이 브랜드의 매장을 방문한 소녀들은 인형에게 옷을 사입히고, 헤어스타일도 바꿔준다.

Family's picture
Family's picture by MiriamBJDoll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영국의 ‘헤어스타일 닷컴(www.hairstyler.com)’도 머리모양이 늘 못마땅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이 사이트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에 직접 올린 뒤 인기 연예인들의 머리 모양을 돌아가며 적용해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헤어스타일을 프린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이트와 제휴를 맺은 미용실에 프린트를 제출해 입맛대로 머리를 손질할 수 있는 종합솔루션을 제공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스타벅스가 매장이 급증하면서 위기를 맞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급격한 표준화는 이 브랜드의 비교우위를 허물었다. 휴대폰 영상통화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던 보이’들은 간섭받는 것을 견디지 못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 또한 매우 강하다. 하 교수는 정신과 상담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엿본다.

그는 군대생활을 견디지 못해 탈이 난 젊은 환자들의 실례를 든다. “고참들이 얼마나 괴롭혔으면 탈이 났을까 다들 동병상련의 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요즘 신병들은 구타나 폭언이 아니라, 단순한 집단생활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Alert
Alert by movimente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고, 취침을 해야 하는 군 생활이 그들에게는 트라우마인 셈이다. 실연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버리는 나약한 20대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촛불집회도 젊은 세대의 달라진 정신 세계를 엿보는 창이다.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이 만약 영화 <해운대>를 만들었다면 아마 일본의 핵실험으로 해일이 부산을 덮쳤다는 식으로 그리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분명 백전 백패하고 말았을 겁니다.


“개인의 경제적 선택조차 심리학의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이거든요. 촛불집회가 정치 투쟁으로 변질되자 그들은 전선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거죠.” 시민단체들은 기업으로 치면 소비자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마케터였던 셈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복잡한 사회 ‘이론’ 따위에는 시큰둥하다. 재미도 필요조건일 뿐이다. 《넛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도 투자, 연금 등 실생활에 밀접한 문제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솔루션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하 교수의 분석이다. 하 교수는 <해운대> 성공의 이면에도 주목한다.


by bradburyjaso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이 만약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마 일본의 핵실험으로 해일이 부산을 덮쳤다는 식으로 그리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분명 백전백패하고 말았을 겁니다.”

운동권이면서도 개그맨인 이수근을 좋아할 수 있는 이들이 요즘 신세대들이다.
스토리가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하는 것도 바로 이지점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모은 광고의 한 장면을 보자. 연인에게 버림받은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실연의 아픔을 딛고 화장을 하는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가 조용히 응시한다.

마지막 장면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립스틱’. 브랜드 이름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따위는 안중에 없다.

The UnValentine :
The UnValentine : "Think of a day that describes Valentine's day and rhymes with cupid." by Jesse Drape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스토리는 소비자들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묶어두는 공감의 증폭장치이다. 도시나 국가 브랜딩에서도 스토리 마케팅이 맹위를 떨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보들레르·이상에 소비자 파악 열쇠
태양조차 가릴 정도로 화려한 ‘아케이드’ 상가에 반한 프랑스의 ‘보들레르’는 자신의 심미적 취향을 중시하던 ‘개인주의자’였다. 그러면서도 생계를 잇기 위해 자신의 원고를 사줄 출판사를 찾아야 하던 ‘근로자’였다.

하 교수는 도시라는 공간적 환경변수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없다고 진단한다.
기생 ‘금홍이’와 성천에서 유희를 즐기던 이상은 총독부에서 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스타벅스’를 선호하면서도 봉지커피 또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현실의 이면에는 이러한 삶의 조건들이 있다.

Spitalfields part VI
Spitalfields part VI by wili_hybrid 저작자 표시



대한민국의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또 다른 보들레르, 이상인 셈이다.


종교로 마케팅을 말하다-신상원 아모레퍼시픽 컨설턴트

2009년 08월 24일 17시 24분조회수:182
“지미추가 오바마 사로잡은 이유
종교학자 엘리아데에 물어보세요”



굽이 높은 명품 숙녀화 한 켤레가 화려한 조명 속에서 요염한 자태를 드러낸다. 한 켤레에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는 숙녀화 브랜드인 ‘지미추’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을 사로잡았다.

jimmy choo shoe sketch
jimmy choo shoe sketch by KyleF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한 명사들이 이 컬트 브랜드의 추종자들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무색하게 할 정도이다. ‘지미추’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눈길에서는 황홀함이 읽힌다.

신상원 아모레퍼시픽 컨설턴트는 명품을 바라보는 여성 소비자들의 눈길과 표정에서 하얀 손수건을 머리에 쓰고 예배를 올리는 크리스챤을 떠올린다.

St Bridget's church
St Bridget's church by mudpig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매장 조명은 교회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햇빛에 비유할 수 있다. 고급 진열대는 성스러운 창, 십자가 등 교회의 상징격이다.

‘종교’와 ‘명품’은 어쩌면 쌍생아 인지도 모른다. 신상원 컨설턴트가 ‘미르체아 엘리아데’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루마니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사상가로 종교의 본질을 깊숙이 탐구한 인문학자이다.

Red Oracles in Trance !
Red Oracles in Trance ! by Anoop Negi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지난 1945년 《성과 속》을 발표한 ‘엘리아데’보다 ‘명품’이 각광 받는 이면의 진실을 더 정교하게 파고든 전문가는 없다고 신 컨설턴트는 단언한다.

발터 벤야민의 ‘미학자의 아우라’도 명품 이해의 지름길이다. 그는 종교학과 경영학의 행복한 만남을 시도한다.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인 그는 그리이스·로마신화,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동서양 사람들의 의식세계를 지배하는 무의식을 엿본다.

Papa Freud, conflicted, with cigar
Papa Freud, conflicted, with cigar by Carla216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신 컨설턴트는 신데렐라 신화의 서사구조가 인류 보편의 사고를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그의 컨설팅은 이런 식이다.

신 화의 상징체계로 무의식을 유추해내고, 또 이러한 방법론을 기업문화 분석에도 적용한다. 마케팅 부문에서 요즘 ‘스토리텔링’이 각광 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막장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양면성을 성공적으로 파고든 히트상품이다.

신화의 서사구조를 면밀히 분석하면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코드가 보인다. 노키아도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문화인류학자들을 활용한다.

Ruff N' Stuff
Ruff N' Stuff by Shavar Ros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이들은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소비자 니즈를 분석한 노키아 돌풍의 일등 공신이다. 지난 2003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그는 기업문화팀 소속이지만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별동대’이다.

서울대 운동권에서 활동하던 그는 인문학으로 한 사회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고백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사회의 작동 방식을 정교하게 진단하고, 변화의 원리를 제시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변화의 주요 동력은 민간 기업이다. 발상의 전환이다. “시민사회와 더불어 사는 기업, 환경과 공존하는 기업은 변화의 전령사입니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원군입니다.”


기업에도 임직원들을 규율하는 집단 무의식이 있다. 하지만 무의식의 세계를 엿보는 일에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프로이트는 꿈으로 무의식을 파악했다. 그리고 개인의 의식세계를 여러 층위로 쪼개 사고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기업문화를 분석하는 데도 비슷한 ‘프로세스’를 적용한다는 것이 신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직원들은 지쳐 있었고, 상당수가 이 직업이 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 연구원이 제시한 처방전이 바로 요정을 뜻하는 ‘아리엘’이었다. 현장 판매 직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토테미즘적 장치였다.



아모레 ‘아리따움’에 토테미즘 접목
토요타자동차 임직원들은 헌신적이다. 퇴근길에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공정 개선방식을 논의하는 지식근로자들이 바로 이 회사의 자산이다.

nummi28 NUMMI Assembly Plant Tour, Fremont CA 2000
nummi28 NUMMI Assembly Plant Tour, Fremont CA 2000 by CanadaGood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경영진은 늘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며, 각종 교육 프로그램으로 근로자들의 의식화를 유도한다. 그들은 개미처럼 일하면서도 행복하다.

토 요타 성공의 이면에는 막부시대 이래 상명하복식 문화에 익숙해진 일본인들이 있다. 하지만 불만에 가득 찬 근로자들이 ‘가이젠(改善)’의 기치를 들고 ‘업무 프로세스’를 닦고 조일 수 있을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해내는 기업문화는 토요타자동차 성장의 초석이다.


토요타 경영진은 일본 전통문화위에 자사 고유의 특성을 더해 세계 최고의 전사들을 만들어냈다. 반면 삼성이나 GE는 제국주의적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신 컨설턴트는 토요타에서 프랑스의 유명 사회학자 알튀세의 잔영을 읽는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 사회학자는 학교, 교회 등 이데올로기 도구에 주목했다. 이 이데올로기 도구들은 한 사회 구성원들을 ‘호명’하며 정체성을 부여하는 의식화 시스템이다.

토요타자동차는 세미나, 교육 등으로 자사 임직원들의 의식화를 유도한다. 토요타의 교육 조직들은 한 국가의 학교, 군대 등에 비유할 수 있다.

Conquerors
Conquerors by Gabo Morales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신 컨설턴트는 알튀세의 이론에 기업문화 구축의 실천적인 방법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아리따움’에 이러한 사회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고 귀띔한다.

아리따움은 이 회사가 자체 구축한 화장품 유통망이다. “아리따움은 작년에 첫 출범한 화장품 프랜차이즈입니다.

그 전에는 소매점에 물건을 공급했는데,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물건을 팔기 시작했으니 비즈니스 모델의 급진적인 변화이지요.”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변해도 임직원들의 정체성과 문화는 과거에 머무르며 불협화음을 낼 수있다.

회사 측은 신 컨설턴트에게 매장직원 분석을 의뢰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현장에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직원들은 지쳐 있었고, 상당수가 이 직업이 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 컨설턴트가 제시한 처방전이 바로 요정을 뜻하는 ‘아리엘’이었다. 현장 판매 직원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토테미즘적 장치였다.

Summer totem
Summer totem by cuellar 저작자 표시비영리



그리고 1년여가 지났다. 아리따움 판매 직원들은 일하면서 감동의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고백했다. 이 회사에서 비전을 찾는 데 성공했다고도 털어놓았다. 신 컨설턴트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진단한다.

“저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감동을 받습니다. 직원들의 달라진 태도를 보면서 ‘아, 내가 정말 일을 잘하고 있구나’ 하는 보람을 느꼈어요.”

프랑스에는 인류학, 종교학을 기업 경영에 접목한 ‘ACG’라는 회사가 있다.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는 솔루션 제작이 주특기이다.

그는 쌍용차도 평소 이 솔루션을 적용했다면 노사 간 극렬한 대립·투쟁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 컨설턴트가 분석한 한국의 대표 기업문화는 어떤 유형일까. 삼성은 고도로 개방된 제국주의형 문화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자동차 등은 뜻밖에도 ‘학자형’ 문화가 지배적이다.

그는 공무원 사회를 떠올려 보라고 주문한다. 응집력과 애사심이 있지만 개방성이 떨어지고 집단의 유지만을 염두에 둔다.

The Scholar
The Scholar by Renée Ann Wirick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기업가형에서 교류의 정도가 떨어지면 이러한 학자형으로 서서히 옮겨간다는 것이 신 컨설턴트의 진단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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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흑인폭동 때 달란트 깨달아 정치가로 더 큰 꿈꾸고 있어”

 

강석희 어바인 시장 미국 성공기

2009년 05월 12일 14시 20분조회수:315
‘캘 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의 ‘버락 오바마’. 강석희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장이 지난해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자 미 〈LA타임스〉는 강 시장을 오바마 미 대통령에 비유하며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가전업체 영업사원 출신인 그가 거둔 쾌거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한인 1세대 최초 민선시장으로 주목받는 그를 지난 7일 오전에 만나 성공 비결, 포부 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 국회의원 중 일부는
사진 촬영 등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보인다.
정치중심지인 워싱턴을 꼭 방문해
한인들의 권익 향상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지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는 늘 공화당의 텃밭이었다. 북으로 로스앤젤레스, 남으로 샌디에이고와 인접한 미국의 100대 도시 ‘어바인’은 민주당의 침투를 막는 보루 격이었다.

Cars and Coffee 07.jpg
Cars and Coffee 07.jpg by VOD Car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백 인 노령층의 비중이 매우 높은 이 지역 유권자들은 친 공화당 성향이 강한 편이었다. 살기 좋은 도시로 소문이 나면서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들이 많이 몰렸다. 강석희 캘리포니아 어바인 시장은 공화당의 텃밭에서 작은 기적을 연출했다.

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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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난 1977년 미국에 건너간 한인 1세대인 그는 불리하리라는 예상을 비웃으며 작년 말 선거에서 상대당의 경쟁자를 누르고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아시아계 후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들이 집중 공략 대상이었다.

강사장은 선거운동 기간 무려 2만여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그들을 설득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결국 강 시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 전자제품 할인점인 ‘서킷시티’ 영업사원 시절 인생 경험이 성공의 자양분이었다고 승인을 분석한다.

Brown Skin + Heavy Coat + Backpack = ?
Brown Skin + Heavy Coat + Backpack = ? by drp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강 시장이 영업사원 시절 소비자들의 집을 방문하며 익힌 ‘30초 룰’은 유권자 공략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 소비자들은 영업사원의 말을 30초 이상 듣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그는 이 짧은 순간을 파고들 메시지, 그리고 전달 방식을 담금질해야 했다.

“당시를 되돌려 보면 저를 이끈 것이 바로 ‘달란트(운명)’가 아닌가 싶습니다. 20대 초에 미국으로 건너와 영업사원으로 밑바닥 생활을 하다 결국 정치 무대에 진출한 인생역정이 바로 신의 섭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요.”

angkor document
angkor document by shapeshift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불과 24세의 나이에 두 살 어린 신부와 결혼을 하고 지난 1977년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파란만장한 세월이었다. 한창 혈기방장하고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나이였다.

첫 직장이 바로 작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파산한 전자제품 할인점인 ‘서킷시티(Circuit City)’였다. 주민들은 전자제품을 가가호호 방문판매하는 젊은 동양인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paradox v2.0 (1 of 2)
paradox v2.0 (1 of 2) by pochacco20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아시아인들을 우습게 보는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시선은 캘리포니아의 혹염을 잊게할 정도였다. 강 시장은 서킷시티 입사 4개월 뒤 판매 콘테스트에서 당당히 수위를 차지했다.

서 부 지역 사장이 영업사원 전원을 저녁식사에 초청해 콘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던 순간을 그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시간당 2.5달러, 한 달에 400달러를 버는 영업사원 생활은 거칠 것 없던 청년이 겸양의 미덕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로 작용했다. 벼도 익는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젊은 시절 생면부지의 땅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고통을 감내한 강 시장의 경험은 훗날의 어바인 시장 당선을 예비하는 과정이었다. 명문대 출신의 젊은 영업사원은 “‘400달러’의 소중함을 이때만큼 절감한 적도 없다”고 회고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들이 사탕수수밭에서 하층근로자로 일하던 고난의 땅이었다.

One and Two Half Dollars
One and Two Half Dollars by EricGjerde 저작자 표시비영리



개성상인의 둘째 아들은 수난의 미 한인사를 이처럼 새로 썼다. 서킷시티는 그가 훗날 정치무대에 데뷔하며 배워야 할 덕목들을 모두 배운 기회의 무대였다. 인생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그는 유치원이 아니라 서킷시티에서 배운 셈이었다.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사건이 지난 1992년 터진 ‘LA폭동’ 사태였다. 폭도로 변한 흑인들은 로스앤젤레스 시내 전역을 휩쓸고 다녔다. 한 젊은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방영되며 오랫동안 잠자던 흑인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Riot in Beijing – China
Riot in Beijing – China by cromacom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불 과 3년 전(1989년) 동서냉전을 상징하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으며, 미국은 소련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을 선언한 시기에 ‘불길’은 미국 내부에서 솟아오르며 엉뚱하게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한인들을 집어삼켰다.

“텔레비전으로 로스앤젤레스 폭동 사태를 지켜보며 분노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한인상가 750여곳이 화재로 전소되거나 치유하기 힘들 정도의 큰 피해를 봤습니다.”
경찰은 부유층 거주지역을 철통경비했으나, 한인상가는 관심밖이었다. 흑인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된 배경이다.

한 국인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인정을 받고 고속 승진을 하며 아시아계 최초로 매니저가 된 그였다. ‘로드니 킹’ 사건은 그러나 미국 내 한인들의 위상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뼈아픈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집을 사고 아이들 교육하는 재미에 여념이 없던 그의 삶도 바꾸어놓았다.

서킷시티 시절 고객이던 김기순 한미연합회 설립자는 그가 사회활동의 첫걸음을 떼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한미장학 재단의 이사로 참석해 한인사회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재 발굴의 소임을 맡긴 것. ‘래리 에이그런(Larry Agron)’ 전 어바인 시장은 그를 정치무대로 안내한 멘토였다.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는지가 결국 자신의 인생을 좌우하게 됩니다. 하버드 법대 출신의 래리 에이그런 시의원이 바로 정치 초년생이던 제게 소중한 가르침을 준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


그레이트 파크 대역사는 大運될 것
어 바인시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두 배 규모인 ‘그레이트 파크(Great Park)’를 조성 중이다. 그는 “임기 동안 대단위 역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토로한다. 일생에 한번 찾아오기 어려운 기회라고도 했다.

Fenway Park
Fenway Park by werkunz1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이번 방한길에도 국내 건설업체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의 참여를 적극 권유하며 이 프로젝트 알리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냐는 질문에 “꿈을 안 꾸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는 이번에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 정치인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tribune Chávez & monarch of Spain indict each other of default  ►media coverage◄
tribune Chávez & monarch of Spain indict each other of default ►media coverage◄ by quapan 저작자 표시



그는 한국 국회의원 일부는 워싱턴 대신 다른 지역을 방문하고, 사진 촬영 등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보이는 편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중심지인 워싱턴을 꼭 방문해 미 국회의원들과 한인들의 권익 향상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연주 교수에게 듣는 경영과 디자인

“한국의 CEO들, 다빈치 경영 나서라”

2009년 06월 30일 09시 31분조회수:548
이 연주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 교수는 ‘디자이너 경영론’의 전도사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통섭형 지식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열혈팬인 그녀는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이야말로 인문학·공학 CE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차세대 경영자군 이라고 강조한다.

이연주 교수를 지난달(6월) 24일 ‘리카트리나’ 본사에서 만나 재계 경영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디자인 경영론에 귀를 기울였다.


Q. 홍익대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 역사상 최연소(36) 전임교수로 채용되지 않았습니까. 경쟁자들이 다 쟁쟁했을 텐데요.
(세 계적 디자이너 양성의 산실로 불리는) 로데 아일랜드 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공업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갭(Gap) 등 유명 브랜드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한 경험을 높이 산 것 같습니다.


Q. ‘신정아 사태’로 임용과정에서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또 가짜가 아닌가는 의혹의 눈초리가 매서웠다고요.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로 한창 나라 전체가 들썩일 때였어요. 나이가 어리다 보니 혹시 이력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다녔어요.

(웃음) (홍익대에서) 면접을 거의 10여차례는 본것 같습니다. 저만 따로 불렀어요.

신정아
신정아 by 류동협 저작자 표시




Q. 후쿠다 보고서가 삼성그룹 디자인 경영의 허실을 지적한 지도 10여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디자인 경영은 ‘상식’이 되지 않았나요.
하지만 디자인 경영의 실체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심지어는 업계에서도 쓰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르기도 합니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저도 전문가들을 연쇄 인터뷰하고 다시 한번 개념을 정리했을 정도니까요.


Q. 디자인 경영이 국내외 기업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각광 받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전날(23일) 대학 총장님이 방문을 해 한참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옛날에는 어떤 조각품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왔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약아서 뭘 내놓아도 놀라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피력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Cemetery 9797
Cemetery 9797 by casch52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메뉴 디자인, CI(Coprorate Identity), BI(Business Identity),
조명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경영자는
모두 ‘레이아웃’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브랜딩(branding)’을 모르면
디자인 경영자의 자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브랜딩은 육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Q. 이상봉 씨나 앙드레 김이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요.
(삼성전자의) 디오스 냉장고는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문양이 들어가 있어요. 하지만 이 냉장고는 결코 앙드레 김답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냉장고에 ‘패턴(pattern)’을 집어넣은 정도입니다. 이 냉장고의 문을 여닫는 방식은 과연 앙드레 김 다운 걸까요.

Moonsun's PIFF 2006 Diary 앙드레김
Moonsun's PIFF 2006 Diary 앙드레김 by toughkidcs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디자인은 물론 기능에서도 고유의 브랜드가 충분히 살아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디자인은 물론 피부가 닿는 옷감이나, 심지어는 냉장고의 문 개폐방식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 특유의 철학이 반영돼 있어야 합니다.


Q. 디자이너 출신이 경영을 해야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식당을 청담동에 오픈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프랑스 식당을 낼지, 일본 라면집을 낼지를 선택해야 하죠. 그리고 셰프(요리사)를 누가 할지, 종업원 남녀비율은 어떻게 할지 등도 결정해야 합니다. 브랜드 전략도 정해야 합니다.


Q. 디자이너 CEO가 이 모든 일들을 완벽히 처리할 수 있다는 건가요.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들은 상품이나 프로세스의 최종 형태(파이널 프로덕트)의 모습을 알고 있는 점이 강점입니다.

공대나 인문대 출신 경영자들이 아이디어를 글이나 수식으로 푼다면 디자이너들은 ‘비주얼’하게 표현합니다. 상품화 단계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강점도 있지요.

knitted star dress design | fashion portrait
knitted star dress design | fashion portrait by Adam Foster | Codefo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이 모든 작업을 경영자가 직접 감당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아웃소싱이 대세입니다.
말콤 글라드웰은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을 1만 시간 정도 하면 ‘프로페셔널’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전문가들이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애플 같은 게 나오지 않겠습니까. 경영자는 이 전문가들을 조율할 수 있는 폭넓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Q. 국내 단말기 업체 CEO들은 경쟁의 구도를 ‘B to C’에서 ‘B to B’로 전환해 노키아, 모토로라가 주도하는 휴대폰시장 경쟁의 무게중심을 뒤흔들지 않았습니까. 디자이너 출신들은 이러한 전략 능력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핵심 콘셉트를 비주얼로 표현하는 역량은 디자이너 출신들을 따라갈 수 없겠죠. 마찬가지로 공대나 인문대 출신들이 더 나은 점도 있지 않겠습니까.


Q. 지난 1980년대 디자인은 기업 경영의 한 프로세스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경영자들은 골치 아픈 디자이너를 쉽게 관리하기를 원할 따름이었죠.
디자이너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강하고,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다스리기 힘든 유형이 아닌가요.

디자이너들의 이직을 줄이고, 그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주요 관심사였죠.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를 디자이너 경영자가 직접 감당한다는 의미로 바뀌었어요.


Q. 디자인 경영의 대명사이던 소니는 경쟁에서 한걸음 뒤처져 있지 않습니까.
일본은 장인정신이 투철한 나라지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인색합니다. 식사를 하면서 커피를 달라고 하면 디저트 때 나온다며 거부하는 게 일본식 서비스입니다.

My Stack
My Stack by archie4oz 저작자 표시




Q. 디자인 경영이 가장 활발한 업종이 백화점, 할인점을 비롯한 유통 분야가 아닐까요. 국내 기업들의 디자인 경영 수준은 어떤 편입니까.
주요 백화점들을 방문해 보면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층마다 걸어놓았습니다. 또 다른 유통업체는 명품거리를 조성해 명품 브랜드를 모두 한곳에 몰아넣었죠.

하지만 철학을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백화점에 전시된 모든 상품, 브랜드의 콘셉트를 규정하는 고유의 정체성을 엿보기 힘들죠.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들은 상품이나
프로세스의 최종 형태(파이널 프로덕트)의
모습을 알고 있는 점이 강점입니다.
공대나 인문대 출신 경영자들이
아이디어를 글이나 수식으로 푼다면
디자이너들은 ‘비주얼’하게 표현합니다.



Q. 월마트는 ‘애브리데이 로우 프라이스’를 내걸고 있어요. 정체성을 이보다 더 명확히 드러낼 수 있을까요.
이마트가 한국의 월마트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를 더 알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내 백화점들도 명품에 집착하지 말고 이러한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Q. 제품에서 서비스 쪽으로 경쟁구도가 옮겨가고 있는 상황도 디자이너 경영자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요인은 아닐까요.
커피 잔을 디자인하는 것이 제품 디자인 입니다. 그런데 이 과제를 한번 살짝 비틀어봅시다. 커피 잔과 더불어 이 잔에 담길 커피를 ‘디자인’하는 겁니다.

이때부터 경영자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커피의 향은 어떻게 정할지, 커피 잔이 놓일 테이블을 비출 조명은 어떻게 정할지도 감안해야 합니다.

Rhode Island Cinnamon Latte
Rhode Island Cinnamon Latte by Chris Owens 저작자 표시



브랜딩도 고민거리입니다. 제품(커피 잔)에서 서비스(커피 판매)로 시장 공략의 범위가 확대되는 겁니다.


Q. 핵심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인접 분야 확장전략의 전문가처럼 들리네요. 시야가 매우 넓어야 하겠습니다.
핸드백만 디자인해서는 안 됩니다. 메뉴 디자인, CI(Coprorate Identity), BI(Business Identity), 조명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경영자는 모두 ‘레이아웃’할 수 있어야 합니다.

armani chocolate
armani chocolate by vitavita15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다시 살아온다면 아마도 가장 뛰어난 디자인 경영자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종교인이자 화가였습니다. 또 발명가로 활동했으며, 뛰어난 조각상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사실 학교에서 2년 공부한 뒤 디자인 경영자가 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훌륭한 디자인 경영자가 될 수 있습니다.

vitrv
vitrv by shingo 저작자 표시비영리




Q. 현재 운영하는 핸드백 브랜드 ‘이카트리나’는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까.
이카트리나는 예카트리나 대제를 뜻합니다. 그녀가 여왕일 때 러시아가 가장 부강했습니다. 당시의 ‘우먼파워’가 핸드백을 비롯한 모든 액세서리, 원단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Q. 디자이너가 디자인은 물론 경영도 감당하려면 ‘비즈니스 플랜’도 명확하게 작성할 수 있어야겠군요.
물론입니다.


Q. 뉴욕에서 핸드백 디자이너로 성공한 가수 출신 임상아 씨도 성공한 디자인 경영자가 아닙니까.
(저 는) 상아 씨와 인연이 있는 편입니다. 패션잡지 ‘보그(Vogue)’에도 같이 등장했습니다. 핸드백 브랜드 오프닝 파티도 도산공원에서 같은 날 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제 제품이 들어가는 스토어들에 임상아 씨도 대부분 들어가 있습니다.


Q. 임상아 씨는 국내에서도 성공한 사업가로 소개되면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이카트리나 제품과 특별한 차이는 있습니까.
제가 만드는 제품이 85만~100만원이고, 임상아 씨 제품은 300만~400만원입니다.(웃음)


Q. 디자이너들은 감각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평소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뒤 가벼운 감상평을 붙여놓습니다. 그러면 한 열흘 뒤에 아이디어들이 술술 나옵니다. 독서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Obsessive Branding Disorder》를 읽고 있습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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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즐겨 부른 휴머니스트 환란 중에도 농민들 잊지 않아”

기획특집- 회고 인터뷰(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숨이 턱 막히고 아득해졌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노 대통령 서거일을 이같이 회고한다.

김 전 장관은 철원 민통선 농민들과 유기농 농법을 논의 중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비보가 명치 끝을 찔렀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인동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뒤흔들었다. 김 전 장관이 지난 3월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그는 비교적 정정한 모습이었다.

대통령 부부는 접견실에 나란히 앉아 김 전 장관 내외를 반겨주었다.
김성훈 전 장관이 주로 대화를 이끌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종종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김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을 이같이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초등학생 시절 조우한 청년 김대중은 역동적이었다.

“한 남자가 리어카를 끌고 갔어요. 어린 나이에도 뭐 하는 사람일까 싶었는데, 남자가 마이크를 들었어요. 그리고 연설을 시작했지요.” 그가 젊은 시절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리어카를 밀던 여자는 그의 첫 번째 부인이었다.

김 전 장관이 김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였다. 국민들을 상대로 사자후를 토해내던 정치인 김대중은 사라지고 늙고 병든 노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을 즐겨 부르던 노(老)대통령도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영면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전 상지대 총장을 20일 만나, 전남 신원군 하의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한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 정치인의 인생역정을 되돌아 보았다.


지난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늙고 지쳐 보였습니다.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까.
늙고 지쳐 보였으며, 무기력해 보이고… 그 표현이 참 적절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 by Steven Ha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김 전 대통령이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높이 날아오른 용은 후회하기 마련인가요.
김대중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잃어버린 것들이 많습니다. 장남이 고문 후유증으로 휠체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자신도 한쪽 다리가 불편합니다.

백주대로상에서 납치돼 수장될 뻔했고, 사형선고도 받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그가 가장 안타까워한 것은 민주주의적 가치의 훼손이었습니다.



지난 3월만 해도 만약의 사태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죠. 당시 대통령 부부를 직접 만나보셨죠.
저희 부부가 동교동을 찾을 때만 해도 비교적 정정하셨어요. 동교동 자택에 들어가니 이희호 여사와 나란히 저희 부부를 맞이하셨습니다.

제가 발표한 책에도 관심을 피력하셨습니다. 당시에도 일주일에 두 차례 ‘투석’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며 영면하실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건강도 급속도로 나빠졌고, 부쩍 침울해지셨다고 하죠.
본인이 평생에 걸쳐 구축한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지켜줄 젊은 정치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비통할 만도 하죠.


Former President Noh
Former President Noh by hojusaram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빈소에는 언제 다녀오셨습니까.
오늘(20일)도 새벽 1시까지 빈소를 지켰습니다. 다들 국민의 정부 시절을 회고하며 웃고 떠들다가도 분위기가 또 숙연해지고 그랬죠. 평생의 라이벌이자 정적이던 박 전 대통령의 딸 근혜 씨도 다녀갔습니다.

박근혜 초청 강연회 (3)
박근혜 초청 강연회 (3) by 정호씨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두 분의 인연이 꽤 오래됐다고 들었습니다. 영정사진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지 않던가요.
홍난파 선생이 작곡한 ‘고향의 봄’을 부르던 그분의 모습도 떠오르고… 김 대통령은 딱 한 가지 노래만 불렀어요.

술이 한잔 얼큰하게 들어가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되는 이 가곡을 불렀어요.

Temptation damnation
Temptation damnation by NYC.andre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제가 하루는 대통령에게 만날 똑같은 노래만 부르냐고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저를 물끄러미 보시면서 어렸을 때 부잡하다는 말을 안 들었냐고 하시더군요.

호남 사투리로 번잡하고 활동적이라는 뜻입니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휴머니스트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건 언제였습니까.
초 등학교 시절이었어요.(웃음)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멀끔히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리어카를 끌고 어디론가 이동 중이었어요. 젊은 여자가 뒤에서 그 리어카를 밀고 있었죠. 이 남자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었고, 여자분이 지금은 타계한 첫 번째 부인이었어요. 마이크를 실은 리어카는 이동식 연단이었습니다.


SG105856
SG105856 by maru+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어린 소년의 눈에도 리어카를 끌던 남자가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중앙대 교수로 부임한 뒤에도 유세 현장을 찾아다니셨다고요.
김 대통령은 말이 곧 글이었습니다. 그가 터뜨리던 사자후가 지금도 귓전을 맴돕니다. 맨 앞자리에서 그의 연설을 듣던 대학 교수가 바로 저였어요. 말 그대로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the 44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Barack Obama
the 44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Barack Obama by jmtimage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 꼬마가 국민의 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이 됐어요. 김 대통령은 용인의 기준도 독특했다고 하죠.
김대중 대통령이 사람 뽑는 방법을 소개하면 깨끗하고 말끔한 사람, 예쁘장한 사람을 선호했어요.

김명자, 박선숙, 한명숙 씨가 다 예쁘지 않았습니까. 장관들도 이목구비가 정상적이고 단정해야 썼습니다. 넥타이도 잘 매야 하고, 면도도 잘해야 하고, 머리도 단정해야 했지요.


20030520-과천-삼보일배
20030520-과천-삼보일배 by KFEM photo 저작자 표시비영리



“김 대통령은 딱 한 가지 노래만 불렀어요. 술이 한잔 얼큰하게 들어가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되는 이 가곡을 불렀어요. 가난한 농민으로 평생을 살다간 아버지, 어머니가 농사를 짓던 고향산하가 늘 그리운 거였겠죠.”


까다로운 리더는 아니었습니까.
농림부 장관 시절은 정말 혹독했습니다. 힘들어서 더 이상 장관직을 감당할 수도 없어 사직서를 제출했어요. 사직서를 안 받아줄까 봐 치과 증명서까지 첨부했습니다. 이가 많이 빠졌어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가 뭉텅이로 다 빠집니까.
2년 반 동안 이가 무려 13개나 빠졌어요. 9개가 조금씩 흔들거리더니 말 그대로 뿌리째 뽑혀 나갑디다.

균형이 무너지니 다른 4개가 같이 빠지더군요. 당시 임플란트 비용으로만 정말 에쿠스 자동차 한 대 값이 들어갔어요. 제 입속에 에쿠스 자동차 한 대를 집어넣은 셈입니다.

Revista Autoesporte Agosto/09 - Audi A6 3.0T vs Mercedes-Benz E350
Revista Autoesporte Agosto/09 - Audi A6 3.0T vs Mercedes-Benz E350 by Fabio Aro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재경부 장관도 아니고 농림부 장관이 할 일이 그렇게 많았습니까.
김 대통령은 농업 문제는 경제 논리로만 풀 수 없다는 신념이 확고했어요. 제가 경제부처 수장들과 다툴 때면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농림부 장관은 농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자리라는 소신이 뚜렷했습니다. 농민들의 개인 연대보증을 없앤 것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었습니다.

농촌체험
농촌체험 by JaeYong, BAE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당시 한 마을 사람들이 야반도주를 하는 등 큰 사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외환위기 직후 달러값이 급등하지 않았습니까. 다국적기업들은 이 틈을 파고들며 사료나 비료가격을 올렸습니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많은 빚을 지고 야반도주한 농가들이 많았어요. 연대보증으로 한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어깨보증’이라는 개인연대보증을 섰거든요. 국가가 신용보증해야 한다고 (제가) 경제수장들을 설득했습니다만 역부족이었죠.

Free 2 Run
Free 2 Run by Ozyma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누가 그렇게 반대하던가요.
처음에는 신용보증 자금으로 2000억원을 요구했어요. 그런데 정말 씨알도 먹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시 1000억원으로 요구사항을 낮췄습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반대의 선봉에 있다 보니 역부족이었어요. 너무 분통이 터지고 억울하기도 해서 책상을 치고 퇴장해 버렸어요. 그런데 이 에피소드가 아마도 대통령 귀에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김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었습니까.
대통령이 사흘 뒤 국무회의를 주재하다 ‘어깨보증’의 폐해를 거론하셨어요. 전라남도 나주 동광면, 그리고 진주의 한 마을에도 농민들이 잇달아 야반도주를 했다는데,
농림부 장관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요. 정말 사흘 전 일을 보고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습니다만, 꾹 참았죠.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었네요.
정말 벌떡 일어나서 관계 장관들과 협의해 대책을 보고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시 다른 장관들은 불만들이 많았죠.

당신이 고자질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였죠. 진념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회의를 요청하니 회의는 무슨 회의냐고 하더군요. 결국 이 문제는 해결이 됐습니다.

If You Put That Picture On The Internet I'll Call My Lawyer
If You Put That Picture On The Internet I'll Call My Lawyer by Jeremy Brooks 저작자 표시비영리




농업분야 단체들을 통폐합할 때 그 반발이 당시에도 만만치 않았을텐데요.
제가 ‘화형식’을 두 번 당했습니다.(웃음) 농협·축협·인삼협동조합이 통합될 때 축협 회장이 국회에서 할복 소동을 벌였습니다.

우리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도 꼬리를 물었습니다. 축협은 결사대를 결성하고요. 김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도 저를 변함없이 지지해 주었습니다.

Heart of Satan - What it looks like when fireworks explode inside of a storm cloud over a river
Heart of Satan - What it looks like when fireworks explode inside of a storm cloud over a river by Stuck in Custom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농업 관련 단체들을 통폐합하고, ‘수세’를 폐지한 이면에는 리더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군요.
대통령은 매우 흐뭇해하셨어요. 수세를 폐지했으니 농민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냐는 것이었죠.

또 농협·축협·인삼협동조합을 하나로 통폐합했으니 월급도 한 명에게만 주고, 사무실도 하나니 돈을 절약할 수 있어 얼마나 좋냐고 하셨어요. 그리고 큰일을 했으니 선물을 하나 주시겠다고 했어요.


김 대통령이 무엇을 주시던가요.
박연차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휴켐스가 바로 산자부 소유 남해화학에 속해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이 알짜배기 회사를 농협에 넘겨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이 돈을 장기분할 상환으로 지불하라고 하셨죠. 농협은 이 회사로 벌떡 일어났어요.



‘농업은 경제논리로만 풀어갈 수 없다’는 김 대통령 평소의 소신을 재차 보여준 겁니까.
그는 농민들의 고통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었어요. 농업 기반을 튼튼히 닦아야 한다고 늘 강조했어요.

자신이 아마도 농민들을 잘 아는 마지막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죠. 다음 대통령은 젊고 도시지향적인 인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거죠.


동아그룹에 얽힌 비사도 흥미롭습니다.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이 김포 매립지를 상업용도로 전환해 달라는 요청을 줄기차게 했습니다.
당시 김종필 총리가 최원석 씨의 아버지와는 부여 동향으로 막역한 사이였어요. 김종필 총리마저도 용도 변경을 해줄 수 없느냐고 물어볼 정도였지요.

엄홍길 리비아 사하라 사막에..
엄홍길 리비아 사하라 사막에.. by 카린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하지만 정태수가 연루된 수서비리보다 더 큰 폭발력이 있는 사안이라며 (제가) 대통령께 절대 불가를 진언했고, 대통령이 이걸 수용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리비아에서 큰돈을 번 최원석 회장이 왜 매립지에 관심을 두는지 물어보았죠.


“초등학교 시절이었어요.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멀끔히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리어카를 끌고 어디론가 이동 중이었어요. 젊은 여자가 뒤에서 그 리어카를 밀고 있었죠. 이 남자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었어요.”



김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역시 북한에 쌀과 비료를 지원한 ‘햇볕정책’인데요. 주관부서가 농림부 아니었습니까.
대통령이 하루는 저를 갑자기 불렀어요. 그리고 북한에 비료를 얼마나 보낼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2000년 봄입니다.

남북한 정상 회담을 앞둔 시기였지요. 당시 유기농 농가가 늘다 보니 비료 소비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어요. 비료 지원은 이 문제를 풀 ‘묘책’이었죠.


북한에 비료를 얼마나 보냈습니까.
20만t을 보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북한은 밭농사가 중심이니 밑거름과 윗거름을 통틀어서 최소 이 정도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얼마 후 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농림부가 북한에 보낼 비료 10만톤을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6월인데도 이상하게 비가 많이 내렸어요. 제가 남해화학에 내려가서 북한에 실어보낼 비료 준비작업을 했습니다. 극비 사항이었죠.
경운기
경운기 by keizie 저작자 표시



다른 장관들은 다들 역사적인 6·15 정상회담 현장에 갔는데, 농림부 장관만 비료를 준비하느라 참석을 못했어요. 억울하지는 않았습니까.
이날 북한 남포항에 도착한 비료들은 모두 제 손때가 묻어 있습니다. 6월에 비가 많이 내려 혹시나 녹을까 봐 노심초사했습니다.

또 남해화학 대신 적십자사 마크를 붙여야 했습니다. 억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웃음) 역사의 거름 역할을 한 거죠.


농림부 사람들이 다들 남쪽에 있다 보니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도 터져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자꾸만 ‘닭공장’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대통령을 수행한 각계 전문가들이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거죠. 정세현 씨가 알겠습니까, 아니면 재정경제부 장관이 알겠습니까.


김 대통령은 쌀 지원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었습니까.
당시 쌀은 공급과잉이었습니다. 정부는 WTO 협정으로 쌀 수입량을 해마다 늘려야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쌀 소비량은 점차 줄어들고 공급은 늘어서 수급 불균형이 ‘골칫거리’였죠. 이 잉여분의 쌀을 북한에 보내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국내산은 우리가 먹고, 1~2년 정도 지난 묵은 쌀은 북한에 보내며, 수입분은 맥주·과자·식혜 등을 만들자는 거였죠.

Rice Raider
Rice Raider by Vermin Inc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하지만 당시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은 두고두고 ‘퍼주기식’ 지원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습니까.
남는 쌀을 북한에 보내 수급 불균형을 해소, 가격안정을 꾀할 수 있었죠. 또 굶주리는 북한 사람들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수단이었습니다.
공짜로 지원한 것도 아닙니다. 미국이 과거 남한에 쌀을 지원한 전례를 참조했습니다. 30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북한에 쌀을 지원한 배경입니다.


현 정부의 생각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이 일단 고개를 숙여야 인도적 지원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 아닌가요.
전국에 쌀 재고가 넘쳐서 지금도 쌀값이 바닥입니다. 추수도 또 다음 달이어서 가격 폭락도 우려됩니다.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의 인권을 왜 거론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바로 배고픔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형제가 굶는 것을 방치하면서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김 대통령의 남북관은 바로 그 지점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81/365 - Convinced she can do everything she's ever dreamed of with just a little more space
81/365 - Convinced she can do everything she's ever dreamed of with just a little more space by helgasms!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진보진영의 두 거목이 잇달아 영면했습니다. 두 분의 서거를 계기로 현 정부가 바뀔 것으로 보십니까.
북한 조문특사 파견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이 좀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장 시절, 두 차례 그를 독대한 적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서민·중도 행보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봅니다. 대통령 주변에 인의 장막을 치고 있는 ‘고소영’들이 문제라고 봅니다. 대통령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분입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2009/07/08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개성공단 살리려면 ㅁㅁㅁ을 포기해야...-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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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펀드 시대 연 장동헌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CEO

“동양고전 《귀곡자》 읽으며 한국 금융시장 연구했죠”

2009년 08월 20일 11시 11분

시장은 바닥을 모른 채 가라앉고 있었다. 금감원 동료들은 민간기업행을 선택한 그를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금융계의 대선배가 동양고전 한 권을 선물한 것은 이듬해(2009년) 봄이었다.

그가 건넨 책이 바로 《귀곡자》였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대학자 ‘왕후’의 통찰력을 집대성한 처세서이자 전략의 바이블이다. 중국사의 물줄기를 돌린 ‘합종연횡’의 주인공 소진과 장의가 그의 제자들이었다.

Great Wall of China, Mutianyu
Great Wall of China, Mutianyu by Christopher Cha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장동헌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자산운용’ 사장은 요즘 이 책을 자주 펼쳐든다. 진퇴 시기를 저울질하는 지혜를 다룬 ‘패합(稗闔)’편이 그 백미이다.

장동헌 사장은 지난 1990년대 말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였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더불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실명(實名)펀드’ 시대를 개막한 주인공이다. 박현주 펀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자 한국투자신탁은 장동헌 펀드로 맞불을 놓았다.

The Paper Boy
The Paper Boy by from a second story.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그의 이름을 내건 ‘일반 주식형(골든칩펀드)’은 3000억원(1~6호)어치가 판매됐다. 100억원 규모의 스폿펀드 10여개도 설정됐다. 주식투자 열풍은 실명펀드 전성시대를 불러왔으며, 실명펀드는 다시 주식투자 열기를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10여년, 장 사장은 《귀곡자》의 ‘오합’과 ‘췌마’, ‘비겸’, ‘패합’편에서 자산운용시장 판도를 뒤흔들 ‘묘수’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장 사장과 지존의 자리를 다투던 ‘박현주(미래에셋 회장)’, ‘장인환(KTB자산운용 사장)’등 ‘맞수’들은 한국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물로 성장했다.

패합:성패는 끊임없이 교차한다

그가 외도에 나선 것은 지난 2005년 이었다. 금감원에서 ‘주식·채권·외환 시장’을 모니터링하며 교란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일이 그의 업무였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다시 미국계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사장으로 부임하며 시장에 ‘컴백’했다.

“이 회사가 자산규모만 568조원에 달하며, 뉴욕 증시에도 상장된 글로벌 강자라는 점은 인터뷰 무렵까지도 잘 몰랐어요. ‘얼라이언스캐피털’과 ‘샌포드번스타인’이 합병한 회사라는 점도 추후에 알게됐습니다.”

Liberty Hall, The Custom House,The Spire and The IFSC
Liberty Hall, The Custom House,The Spire and The IFSC by infomatique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본사에서는 스타 펀드매니저와 금융감독원을 두루 경험한 그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대표이사로 인생 3막을 연 장동헌 대표는 요즘 영어 삼매경에 빠져 있다.

종로구 광화문 이 회사 회의실에 설치된 폴리콤사의 화상회의 설비는 그의 고민을 가늠하게 했다. 본사나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자회사들과 콘퍼런스 콜을 해야 하는 일이 부담거리다. ‘MP3플레이어’에 늘 ‘CNN방송’ 파일을 넣고 다니며 늦깎이 공부에 한창이라는 게 장 사장의 ‘하소연’이다.


2분기 미국 경제의 ‘재고 소진(inventory liquidation)’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2분기 미 GDP는 예상보다 소폭 감소하겠지만 3~4분기 미국 경제가 회복할 것이다.

국내 철강·유화·반도체·정보통신 분야는 경기회복 국면의 수혜 종목이 될 가능성이 있다.


췌마:외국계 운용사 ‘노장’에 주목해야

자산운용사의 비교우위는 ‘리서치’다. 국내 업계도 리서치 역량이 일취월장했지만, 글로벌 운용사들에 비해 여전히 한 수 아래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 회사 애널리스트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20~30년.

이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만 평균 15년 이상 근무하며 특정 섹터를 분석해 온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애널리스트들이 경쟁우위의 버팀목이다. 단기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전문가들을 장기간 육성해 온 특유의 인력양성 시스템이 주효했다.

tribune Chávez & monarch of Spain indict each other of default  ►media coverage◄
tribune Chávez & monarch of Spain indict each other of default ►media coverage◄ by quapan 저작자 표시



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리서치’를 중시하면서도 여전히 단기성과를 앞세우는 경향이 강하다. 리서치 품질이 글로벌 기업들과 격차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장 사장은 매주 발행하는 주간보고서를 실례로 들었다. 본사가 발행하는 보고서는 세계경제 동향의 풍향계이다.

지난달 26일자 보고서는 2분기 미국 경제의 ‘재고 소진(inventory liquidation)’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진단한 뒤 3~4분기 미국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관측했다. 장 사장이 국내 철강·유화·반도체·정보통신 분야를 이러한 경기회복 국면의 수혜 종목으로 꼽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기회복과 더불어 재고 물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수급도 균형을 회복하게 되면서 이 분야가 뚜렷한 약진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Katrina 3rd Anniversary
Katrina 3rd Anniversary by skeletonkrewe © ® 저작자 표시



“한국 기업들은 이들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가 꿈틀거리면서 이 분야의 수급 상황이 점차 빡빡해지고 있어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거죠.” 그는 지난 4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글로벌 성장주팀의 CIO가 제시한 국내 시장 분석의 한 대목을 인용한다.

《귀곡자》는 일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췌마’편을 꼽았다. 정보전에서 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한 방안을 집대성한 대목이다. 장 사장은 자사의 40~50대 애널리스트들이 이러한 ‘췌마’의 달인들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보는 시장상황은 이렇다.
시장에는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고민도 많다. 주가가 작년 말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점이 부담거리다. 혹시 지금 뛰어들었다가 상투를 잡는 것은 아닌가는 우려 섞인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韓 철강·반도체, 유화섹터 ‘매력적’

장 사장은 이런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사의 ‘글로벌 고수익 채권 재간접 펀드’를 추천했다. 300개 글로벌기업들의 우량종목 채권에 투자하는 ‘고수익, 중위험’의 상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국 기업의 채권, 그리고 이머징 국가와 기업의 고수익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의 자산규모는 6조원이라는 것이 장 사장의 설명이다.

한국 자본시장은 그가 맹활약을 펼치던 지난 1990년대 말에 비해 ‘상전벽해(桑田碧海)’식의 변화를 겪었다.

Coin Stacks
Coin Stacks by Darren Hester 저작자 표시비영리



은행, 증권, 보험사를 구분하던 칸막이가 점차 사라지고 있어 금융사들은 덩지를 불리거나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적자생존의 대회전을 준비 중이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금융상품 선택의 폭도 매우 넓어졌다. “시장의 가파른 변화에서 성장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숙명’입니다. 한국의 퇴직연금시장, 그리고 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를 비롯한 큰손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귀곡자는 형세를 살피고 기세를 타는 방법으로 ‘오합’을, 사람을 움직여 일을 성사시키는 방법으로 ‘모’를 꼽았다. 장동헌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사장이 요즘 주목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스토리경영론 펼치는 이면희 CEO코치

“창조적 리더의 조건? 전쟁사에 다 나와있죠”

2009년 08월 11일 17시 37분
Profile / 이면희 CEO코치는 연세대를 나와 미시대학(BBA), 휴스턴 텍사스주립대(MBA)에서 수학했다. 또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 덕성여대 강사, 국민투자자문 수석연구위원을 지냈다. 옥션을 창업해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Profile/ 이면희 CEO코치는 연세대를 나와 미시대학(BBA), 휴스턴 텍사스주립대(MBA)에서 수학했다. 또 펜실베이니아대학와튼스쿨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 덕성여대 강사, 국민투자자문 수석연구위원을 지냈다. 옥션을 창업해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천하무수백지호 이유수백지구’ 세상에 완전히 하얀 여우는 없지만 완전히 하얀 여우 털옷은 존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전국시대 《여씨춘추》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 백과전서는 진시황제의 아버지로 알려진 ‘여불위’가 학자들을 동원해 집대성한 지식의 박물지이다.

2008-05-07-002
2008-05-07-002 by Alex //Berlin _ as+photography (out of order)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미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출신으로 한국경제연구원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던 이면희 CEO코치는 《여씨춘추》에서 당대의 경영자들을 사로잡는 ‘통섭’의 이치를 엿본다. 그는 늘 이런 식이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에 앉힌 채 옛날 얘기를 하듯이 복잡한 경영의 원리를 두런두런 속삭이는 스토리텔러다.

Angels Are Messengers From God
Angels Are Messengers From God by Thomas Hawk 저작자 표시비영리



그는 ‘스왓(SWOT)전략’도 손자병법의 원리로 설명한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스왓전략의 중국판입니다.

자신의 강점(Strength)은 물론 약점(Weaknes)을 파악하고, 주변 환경의 ‘이로움(Opport-unity)’과 ‘불리함(Threat)’을 따져야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 그 뼈대거든요.”

그는 ‘노자와 아담 스미스’, ‘여씨춘추와 위키피디아’, ‘묵자와 야구’를 오가며 경영의 원리를 설명한다. 지식의 융합이다.

쉬운 언어로 복잡한 현안의 핵심을 짚어내 잭 웰치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도 태생의 CEO가정교사 ‘램 차란’은 그의 귀감이다. 와튼스쿨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이 코치는 박식하다.

Talking Wiki
Talking Wiki by Ross Mayfield 저작자 표시비영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하지만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백면서생(白面書生)’은 아니다.

“통영에서 기름을 팔던 처남이 불현듯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인터넷 장터였습니다.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물건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죠.” 그 ‘아이디어’가 바로 인터넷 기업 옥션의 첫출발이었다.

옥션은 그의 ‘첫사랑’이다.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보았다. 그리고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점도 절감했다. 펜실베이니아 대 와튼 스쿨의 강의실에서 터득한 ‘경영의 원리’들은 현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LOL Expositores
LOL Expositores by Morinoko 저작자 표시비영리



“학자들은 흔히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로세스를) 단순화시키면 성과가 좋아지다가도 일정 시점을 넘어가면 다시 나빠지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경쟁의 원리를 경영 현장에 적용하면 생산성이 높아지다 ‘임계점’을 지나면 다시 하락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가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생생한 경영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것도 당시의 경험이 한몫을 했다.

유년 시절 친인척들이 운영하는 신발가게에서 사환 생활을 한 컨설턴트 ‘램 차란’은 현장경험 덕분에 비즈니스의 냉정함을 일찌감치 깨우쳤다고 훗날 회고한 바 있다.
옥션은 실전경영학의 도장이었다.

그는 경영자들도 비전이나 전략을 스토리로 풀어낼 수 있어야 구성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중문화나 전쟁사에 꾸준히 관심을 지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통섭의 원리 戰史에서 배우라
이 코치는 요즘 전사에서 배우는 경영의 원리를 집필 중이다. 뛰어난 전략가들은 사물을 늘 달리보는 역발상의 고수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한니발 시대의 코끼리나, 세계 대전 당시의 탱크 등 저평가된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승을 거둔 것이 이들 전략가들이었다. 동서고금을 수놓은 전쟁은 전략의 보고이기도 하다.

Disney - Dumbo the Flying Elephant (Explored)
Disney - Dumbo the Flying Elephant (Explored) by Joe Pennisto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독일의 명장 ‘구데리안’은 별 볼일 없던 전차를 전투의 주역으로 전진배치했다. 그리고, 보병이나 항공기와의 긴밀한 협조속에 불과 6개월 만에 파리에 독일 깃발을 꼽았다.

Salem Tank
Salem Tank by Lawrence Whittemore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보병사단 지원업무에 그쳤던 전차의 재발견이다. 일본이 2차 대전에서 미국과 ‘맞장’을 뜰 수 있던 것도 압도적 무기 덕분은 아니었다.

진주만을 맹폭해 태평양 전쟁 초반 전세를 유리하게 이끈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은 항공기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이어서 시장 주도권을 쥐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던 자원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또 인적·물적 자원을 재조합해 비교우위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항공기와 선박을 결합한 항공모함의 전략적 우위를 십분 발휘한 전투가 바로 진주만 전투였다. 반면 일본이 패전한 것은 태평양전쟁 초반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미국의 물량공세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Ghost Ship
Ghost Ship by TunnelBug 저작자 표시비영리



독일이 1차 세계대전 초반 맹활약을 펼치다 분루를 삼킨 것도 프랑스가 주도하는 참호전의 구도를 깰 전략의 부재 탓이었다.

“장기전에서 승리하려면 평소 부대 운영의 효율성도 높아야겠지만 무엇보다 리더가 창조적이어야 합니다. 전사는 바로 이러한 점들을 보여줍니다.” 전쟁사는 민간기업의 전략을 비춰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이 코치는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대부분 ‘참호전’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막대한 물량을 퍼부으며 시장점유율 증대를 꾀하지만 대부분 현상유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1차대전 당시 참호 속에서 적군을 주시하며 한 치의 땅도 넓히지 못한 독일과 프랑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Dead Man's Dump
Dead Man's Dump by kT LindSAy 저작자 표시비영리



고대 지중해 세계의 패자를 결정지은 포에니전쟁부터, 1·2차 세계대전까지, 전쟁사는 ‘발상의 전환’이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요소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베이의 여제 맥 휘트먼 퇴진의 이면에는 전략 부재가 한몫을 했다.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매년 눈부신 성장을 주도할 묘책이 그녀에게는 더 이상 없었다.

eBay Ceo Meg Whitman giving keynote at eBay Live
eBay Ceo Meg Whitman giving keynote at eBay Live by TechShowNetwork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온라인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나침반 삼아 기업 경영의 방향을 미세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불청객처럼 찾아든 저성장을 정면돌파할 수 없었다.
이 코치는 인터뷰 막바지에 질문을 한 가지 던진다.


경영은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
지난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정보전을 펼친 일본을 상대로 선전을 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냐고.

당시 일본의 정보 분석관은 27명인 데 반해, 한국은 3명에 불과했다. 그는 “데이터에서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패턴일 뿐”이라고 답변한다.

과거의 성공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많은 정보가 때로는 오판을 부른다. 요즘 서울예술대학 최고위 과정이 높은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그는 진단한다.

국내 경영자들은 경영학이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 사진 등에 열광한다. 전통 경영학이 더 이상 해답을 주지 못한다는 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과 이론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결국 경영자의 몫이다.

RedHatLinuxCEOJamesWhitehurstILUG-D_2
RedHatLinuxCEOJamesWhitehurstILUG-D_2 by niyam bhushan 저작자 표시



경영자 코치는 그들의 판단을 도울 따름이다. 이 코치는 오는 9월부터 서초·강남구 최고경영자 모임인 ‘EBN포럼’에서 다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전쟁사는 물론, 드라마·영화·음악 등 대중문화에서 강의의 소재를 빌려오는 그의 강좌는 늘 인기가 높다.

경영자들도 자신의 전략을 스토리로 풀어야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Stevie-B The De-Mentor
Stevie-B The De-Mentor by swissrolli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요즘 신규 사업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는 이 코치는 원어데이, 메가존 등에서 젊은 최고경영자들의 멘토역할을 하고 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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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 GE코리아 사장, 금융위기 이후 GE를 말하다

“밀라노 상인의 광장경영 배우겠다”

2009년 06월 23일 10시 05분조회수:237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미 GE는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한 번도 탈락하지 않은 유일한 기업이다.

덩지 큰 복합기업이면서도 벤처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민첩함이 비교우위의 한축이다. 메가 트렌드를 읽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는 노하우도 발군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 거인의 명성을 뒤흔들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소매금융사업의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채권 등급이 하락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그로부터 10개월. 이 글로벌기업은 다시 한번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GE식 경영의 대명사로 불린 ‘소통 방식’을 되돌아 봄은 물론 포트폴리오를 닦고 조이며 ‘비상(飛上)’의 채비를 마쳤다. 황수 GE코리아 사장을 지난 9일 연세대에서 만났다.


Q GE를 흔히 ‘대기업이지만 구멍가게 같은 회사’라고들 합니다. 덩지가 크면서도 효율성이 높다는 뜻인가요.
한국 기업들은 보통 비서 한 명이 사장 한 명을 보좌합니다. 미 GE는 사장실 비서 한 명이 사장을 포함한 임원 8명의 업무를 처리합니다.

카이로의 구멍가게
카이로의 구멍가게 by 아기곰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지난 2001년,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본 상황입니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의 진수였던 셈이죠.(웃음)


Q 다들 시간 관리의 고수들인가 봅니다. 이멜트 회장도 바쁜 와중에 신문·잡지 25종을 본다고 들었습니다.
이멜트 회장은 프록터앤갬블(P&G)을 거쳐 GE에 합류한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회사가) 지난 2003년 이후 매년 (GDP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성장을 해온 것도 이러한 노력 덕분이겠죠.

Al Gore, Jeff Immelt, and Tom Friedman 0276
Al Gore, Jeff Immelt, and Tom Friedman 0276 by World Resources Institute Staff 저작자 표시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할 당시에도 호텔방에 ‘스테퍼’와 ‘런닝머신’을 설치한 뒤, 운동을 하며 신문을 읽었다는 후문이다.)


Q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초우량 기업이라는 명성에 흠이 갔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채권등급이 하락하지 않았습니까.
한동안 지인들을 만나면 회사(GE) 주식을 사라고 권했습니다. 그룹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6 Ben Franklins
26 Ben Franklins by toasties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현재는 주당 13달러 수준으로 올랐습니다만, 한때는 불과 6달러밖에 안 됐습니다. 당시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돈을 벌었을 것입니다.


Q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파를 조기수습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씀인가요. 미 언론의 평가는 다른 것 같습니다.
미 언론의 보도 내용은 사실 부정확한 대목이 많습니다. 오래된 데이터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은 GE가 장난을 친 게 아니냐는 의혹(분식)까지 제기했어요. 이멜트 회장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재무제표를 검증하도록 해 이러한 의혹을 씻어냈죠.

Jurne, Enron
Jurne, Enron by Heart of Oak 저작자 표시




Q 월드컴이나 엔론 사태의 학습 효과 탓이 아니겠습니까.
기업의 덩지가 커질수록 고속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이멜트 회장은 부임 직후 9·11사태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괄목상대의 실적을 올려왔어요.


Q 문제의 근본 원인은 모기지 부문의 엄청난 손실 탓이 아닌가요. 왜 조기에 철수하지 못했습니까.
꼼꼼하게 위험 요인을 주시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짐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GE파이낸스가 활동하는) 금융업 자체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었는데, 그걸 알지 못했던 겁니다.


Q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GE의 장기가 아니었습니까. 이번에는 위기에 휩쓸려버렸습니다.
(사 내에서도) 위기론자들은 있었습니다. 문제는 소수의견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흘려버린 것입니다. 저만 해도 2007년에 싱가포르에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당시에 세계 경제 위기론을 경고했습니다.

SEPPUKU SAM, THE WILD MAN OF OLD JAPAN -- or, How to KILL YOURSELF (After Losing a Game of Tic-Tac-Toe) 切腹
SEPPUKU SAM, THE WILD MAN OF OLD JAPAN -- or, How to KILL YOURSELF (After Losing a Game of Tic-Tac-Toe) 切腹 by Okinawa Sob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하지만 (저도) 이러한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보냈습니다. 논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기는 했지만, 주류의 견해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Q 타운홀 미팅이나 워크아웃으로 유명한 글로벌기업에서 이러한 병목현상이 빚어진 배경은 무엇인가요.
경영진들이 모여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근본 원인을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Tehran Flickies Gathering, All of Us
Tehran Flickies Gathering, All of Us by Hamed Saber 저작자 표시



(회사의) 의견 수렴방식이 아직도 (집단지성으로 대변되는) 시대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회사는 근본적인 ‘변화’를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 내에서도) 위기론자들은 있었습니다. 문제는 소수의견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흘려버린 것입니다. 아직도 (집단지성으로 대변되는) 시대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회사는 근본적인 ‘변화’를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Q 항공기 엔진에서 원전설비까지 만드는 복합기업이 금융에까지 손을 댄 것이 결국 발병이 나게 된 근본원인은 아닐까요.
자동차 회사들이 할부금융사를 세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제품의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죠. 에디슨은 전구를 만들었지만,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전력산업에 추후 진출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Q 한국 재벌기업 비판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문어발식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인가요.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는 인접 부문으로 꾸준히 활동영역을 넓혀온 것이 GE의 방식입니다. 이멜트 회장은 재임 중 600억달러어치를 매각하고, 800억달러어치를 다시 사들였습니다.

그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부단히 닦고 조이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끊임없는 메가트렌드 분석의 산물입니다.


Q 이번 위기에서 또 무엇을 교훈으로 얻었습니까.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What subprime crisis?  Affordable houses are everywhere.
What subprime crisis? Affordable houses are everywhere. by woodleywonderworks 저작자 표시



(그룹 내에서는) 금융 부문에서 버는 5달러를 제조업에서 버는 1달러와 같은 수준으로 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굴뚝산업 부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된 거죠.


Q 소매금융은 어떻게 처리할 계획입니까.
기업금융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리테일(retail, 소매)’ 분야는 정리하는 수순으로 가게 될 겁니다.

He did.  You can.
He did. You can. by Umpqua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GE는 지난해 일본 소비자금융 서비스업체인 GE컨슈머파이낸스를 일본 중형 대부업체인 신세이은행에 5800억엔(약 5조424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바 있다.)


Q 회사 전략의 밑그림에 큰 변화는 없습니까. 나이키 정도 되는 회사를 매년 늘려 나간다는 목표치가 지금도 유효합니까.
국내 총생산 성장률도 경제위기의 여파로 위축되지 않았습니까.

GDP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꾀한다는 기본 전략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환경(Ecomagination)’과 ‘건강(Healthymagina-tion)’ 분야를 양대 엔진으로 삼아 고성장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Q 헬씨메지네이션(healthymagination)은 어떤 변화를 염두에 둔 전략인가요. 건강과 상상력의 합성어인 듯합니다.
GM이 최근 파산신청을 하지 않았습니까. GM 문제의 핵심이 바로 퇴직자 의료비용입니다.

2020년이 되면 5명 중 한 명이 65세 노인일 정도로 노령층 비중이 높아질 겁니다. 의료비용에 대한 회사의 보상이 가장 큰 문제로 부상한 배경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파고들 전략이 ‘헬씨메지네이션’입니다.

General Electric
General Electric by MatthewBradley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복합기업이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보십니까
GE항공기 엔진 부문은 왜 ‘컨버전스’인지, ‘통섭’인지를 보여줍니다. 비행기 엔진에 고장이 생기면 항공기는 대개 사흘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Media & Platform Convergence
Media & Platform Convergence by Gary Haye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엔진을 뜯어내 이상이 생긴 부품을 확인하고 교체하는 데 이 정도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Q 한국 재벌은 대부분 복합기업의 형태를 갖춘 곳들이 많습니다. 사업 부문이나 계열사 간 시너지를 살릴 수 있다면 상당한 강점이 될 수 있겠군요.
항공기 엔진 부문은 의료기기 사업부의 기술을 받아들였습니다. 인체에 소형 카메라를 집어넣어 이상 부위를 파악하는 기술 덕분에 수리 시간을 사흘에서 단 하루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엔진에 소형 카메라를 투입해 이상 부위를 확인한 뒤 바로 수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Q SK그룹이 최근 폴리실리콘시장 진출 방침을 밝혔어요. 한국 기업들의 환경 분야 진출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 분야에서 적당한 흉내만 내는 기업들을 ‘그린 워시(Green Wash)’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한국 기업들 중에는 그린 워시가 여전히 많은 편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도 가능하면 독자행보를 하려고 합니다.


금융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룹 내에서는) 금융 부문에서 버는 5달러를 제조업에서 버는 1달러와 같은 수준으로 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Q 오바마 행정부는 녹색성장을 미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양수겸장의 카드로 여기는 듯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이러한 변화를 파고들 준비가 돼 있을까요.
탄소연료는 인류가 아직도 250년 정도를 쓸 수 있는 양이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방식으로 태워서는 오염배출이 많아 인류가 생존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ecomagination windmill birdsnest stadium
ecomagination windmill birdsnest stadium by kafka4prez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미국도 그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은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어요. 21세기의 1년은 19, 20세기와는 속도가 다릅니다.


Q 한국 기업들도 폐쇄성을 버려야 지구촌의 위기에서 성장의 과실을 딸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이탈리아 밀라노는 상인들이 매일 거리로 나옵니다. 그리고 자기와 상관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들은 거기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구했습니다. 세계적인 패션도시로 부상한 데는 이러한 무형의 노하우도 한몫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Q 한국의 방송·콘텐츠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까. 이 분야에서 뚜렷한 진전이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Q 이번 경제위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까. 당장 경기회복 시기를 둘러싼 논란도 점입가경입니다.
이멜트 회장이 만난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은 희망적인 메시지들을 전했습니다. 물론 GE의 공식적인 경기 전망은 아닙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금처럼 계속 어렵고 또 악화된다면 모두가 죽는다는 점입니다.


Q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멜트 두 명의 최고경영자를 모두 겪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잭 웰치 전임 회장은 운이 따르는 경영자였습니다. 1980년대 들어 금융 부문이 급성장했으며, 인수합병으로 성장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반면 이멜트 회장은 고난 속에서 괄목상대의 실적을 올려온 경영자입니다. 이멜트 회장은 부임한 지 이틀 만에 9·11사태를 겪더니 작년에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번 위기도 잘 수습할 것입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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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박대성은 과연 진짜일까, 아니면 가짜일까.' 지난달말 박씨를 교대역 인근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만나기 전 제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입니다. 올해 32세인 전문대 출신의 무직자. 과연 이 남자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상승과 더불어 한국경제의 위기를 내다본 그 인물이 맞는 지 솔직히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좀 두서가 없다고 할까요. 그는  인터뷰 초반, 자신의 생각을 말로 조리있게 옮기지 못했습니다.  답변도 대부분 짧은 단답식이어서 마감을 앞둔 저로서는 이 인터뷰를 어떤 식으로 정리할 지 솔직히 좀 막막했죠.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그러나 분위기가 무르익자 완전히 딴 사람이 됐습니다. 인터뷰 시작 20여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네르바는 고수였습니다. 주요 사안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프레임'이 있었습니다.  숲을 보면서 나무도 살피는 균형 감각도 돋보였습니다. 거시경제 진단은 물론 국내 은행권의 영업관행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촌철살인의 기지가 번득였습니다.
경제학 서적 너댓권을 읽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의 경지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직권상정으로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에 대해서도, 신방겸영이후 보수화의 길을 걸어온 일본 사회의 사례를 곁들여
설득력있는 반대의사를 피력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의 속성상 늘 분야별 고수들을 찾아다니게 마련입니다.  
이들중에는 이름값을 하는 고수들도 있지만, 기존의 명성이 허명에 불과한 인물들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  제가 본 미네르바는 분명 전자였습니다. 저와 동행한 사진기자는 인터뷰 시간대별 미네르바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카메라 프레임으로 본 그의 눈은 인터뷰 초반 풀려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정도 흘렀을 때 프레임에 잡힌 그의 눈은 빛을 내고 있었다." 제가 느낀 미네르바의 변화와 대동소이한 진단입니다. "여자 친구 얘기는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나를)만났을 때는 경제문제를 물어달라"며 지금까지 만난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도 불만을 털어놓더군요.



주가지수 1500은 ‘僞作’…하반기 시장불안 변수 많다”

미네르바 박대성에게 ‘경제 실체’를 묻다

2009년 08월 04일 17시 27분



달러가치 급락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뇌관이었다. 다들 달러가 문제라고들 했다. ‘애디슨 위긴스’나, ‘폴 크루그먼’ 스탠퍼드 교수를 비롯한 유명 경제학자들이 바로 이런 달러 위기론의 선두주자였다.

국내 시중은행이 중소 기업인들을 상대로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것도 ‘달러 위기’를 맹신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에도 위기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 투자은행들을 쓸어버렸다. 부동산이 위기의 진앙지였다.

그리고 달러화의 급등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당시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내다본 이가 미네르바 박대성(31) 씨이다.

스스로를 ‘고구마 파는 늙은이’로 칭하던 미네르바는 주가 예측도 정확했다.
그의 예측 능력은 위기 국면에서 맹위를 떨쳤고, 가방끈이 긴 제도권 전문가들은 머쓱해졌다.

미네르바 박대성 씨를 지난달(7월) 29일 교대 인근의 한 로펌에서 만나 지난해 ‘필화(筆禍)’를 겪은 ‘소회’와 더불어, 하반기 경제 예측을 물어보았다.


Q.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습니까. 정확한 예측을 해냈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전문대 출신이라는 냉소였습니다.
정부에서 한 개인을 그런 식으로 매도한 것 자체가 불합리했어요. 한국사회의 불합리한 병폐입니다.


Q. 요즘은 어떻게 지냅니까.
등산을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갑니다. 달리기도 자주 합니다. (신문) 기고문도 쓰고, 또 언론사 인터뷰도 하며 글도 읽습니다.

Getting interviewed in the Parade by NY1, live.
Getting interviewed in the Parade by NY1, live. by mecredis 저작자 표시




Q.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면서요. 경제학을 더 공부할 계획입니까.
마케팅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 국은 내수시장이 작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아시아 시장,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마케터로서의 능력이 중요합니다. 자영업자 500만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국내시장에서도 마케팅은 필수입니다.

NYPD - Hogs
NYPD - Hogs by moriza 저작자 표시비영리




Q. 제도권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금융위기 국면에서 극히 무력했습니다. 유학을 갈 필요가 있습니까.
(저는) 전체를 통해서 부분을 해석합니다. 이런 메커니즘에 먼저 익숙해져야 합니다. (제도권 전문가들은) 투기자금이 원유시장이나 금융 선물시장에 유입될 때 어떤 파급 효과를 불러올지 오판했습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 치우쳤습니다. 미 금융시스템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가 정확한 예측의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선진 시스템은 한번 돌아보고 싶습니다.


Q.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흐름을 정확히 예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혹시 1억원이 지금 있다면 주식에 투자할 의향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Q. 국내 증시가 과열돼 있다고 보는 건가요. 하반기에 이른바 ‘바이 온 딥스(Buy on Deeps)’ 전략을 추천하는 재테크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주가지수가 최근 1500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지수 1500은 ‘위작’입니다. 정부가 4조원에 달하는 돈을 풀어 증시를 부양한 결과입니다.

하반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변수들이 많고, 그 폭발력을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좀 더 지켜보며 관망해야 할 때입니다. 단타나 그런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NYSE Panorama
NYSE Panorama by Duo de Hale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주가가 한때 1500을 돌파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수 1500은 ‘위작’입니다. 정부가 증시에 4조원에 달하는 돈을 푼 결과입니다. 하반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변수들이 많고, 그 폭발력을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Q. 종합주가지수 1500이 ‘위작(僞作)’이라는 건 어떤 뜻입니까.

지금은 ‘보장된 호황기’가 아닙니다. 무역 흑자가 많이 나고 있지만 정상적인 수출입 동반상승의 결과는 아닙니다. 미국이 만약 금리를 올리면 국내에 투자된 자금이 부분적으로 이탈할 겁니다.

자금이탈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불러오게 마련입니다. 환율 상승과 더불어 금리 조정으로 (자산가격의) 거품이 꺼지면 주가도 조정을 받게 될 겁니다.

Big Bubble
Big Bubble by h.koppdelaney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Q. 국내 증시가 하반기에 큰 폭의 조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까.

한국 증시는 ‘이중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증시를 떠받쳤으니 그 하락 폭도 크겠죠. 미국에서 금리인상 냄새만 풍겨도 국내에서 반응이 올 겁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버블이 꺼지면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니겠습니까. 한때 디커플링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만, 경기 불황기에는 미국 경기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는 ‘커플링’이 대세입니다.


Q. 한국 정부가 출구전략에 신중한 것도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인가요.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지난 2005년 역전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전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전 세계가 똑같은 저금리 기조가 아니었어요.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라는 변수도 있었습니다. 금리가 역전돼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입니다. 제로 금리인 상황에서 금리가 역전되면 100% 돈이 빠져나갑니다.

5 glowing yen
5 glowing yen by TruShu 저작자 표시비영리




Q. 하지만 소비심리를 비롯해 괜찮은 경제지표들을 애써 무시하는 건 아닙니까.

숫 자를 그대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낙관과 비관의 신호들이 어지럽게 교차합니다. 하루는 소비심리가 회복됐다고 언론에서 떠들다가, 다음날 갑자기 미 주택가격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소비심리가 회복된 것이지, 소비가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tohu-bohu#6
tohu-bohu#6 by the|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정부가 재정을 더 과감하게 풀면 되지 않을까요.

문제는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미국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리스크가 있지 않습니까.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선진국과 비교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 리스크가 없다면 미국처럼 돈을 더 많이 써도 상관없겠죠.


Q.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라는 뜻인가요. 그렇다면 회복 여부를 언제 알 수 있습니까.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재정’으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아도 봄기운이 완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 재정의 약발이 떨어지는 3분기나 4분기경이면 그 실체를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세계 경제가 정말 바닥을 치고, 건강을 회복했는지 알 수 있겠죠.

“The beautiful thing about learning is nobody can take it away from you.”
“The beautiful thing about learning is nobody can take it away from you.” by ginnerobot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Q. 지난해 과다한 해외차입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국내 은행도 경영지표가 호전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저축률이 한때는 20%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3% 정도에 불과합니다. 예대마진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은행채를 발행해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구도입니다. 가계 부채도 많습니다. 은행에 개인예금이 몰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I had an idea that it might happen
I had an idea that it might happen by Pulpolux !!! 저작자 표시비영리




Q. 은행권을 뒤흔들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수수료를 더 올리고, 대출이자를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성장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은행’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금융 파생상품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역설적으로 위기 국면에서 그 피해가 적었던 것은 활동 무대가 국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Piggy savings bank
Piggy savings bank by alancleaver_2000 저작자 표시



Q. 국내 은행들이 스페인 ‘산탄데르’ 모델에 주목하는 것도 해외 시장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요.

산탄데르은행이 북미, 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파고들 수 있던 이면에는 이 지역이 과거 스페인 영역권이었다는 사정이 한몫을 하고 있어요.

구 식민지 사람들의 소비 습관이나 습성 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략할 수 있던 겁니다. 유럽 업체들이 아프리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잘 들어보지도 못한 은행이 금리를 조금 더 준다고 해서 거래를 트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내은행들의 단기 위주 경영방식도 문제입니다.

Cathedral / Catedral
Cathedral / Catedral by . SantiMB .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해법이 있습니까.

글로벌 은행들은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진출해 기본적인 인프라를 다 깔아놓은 상태입니다. 실적이 안 좋을 때 은행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시장 개척에 한창 나서며 물적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성과 부진의 책임을 은행장들에게 묻는다면 해외 시장에서 철수해 국내 영업에 주력할 겁니다. 긴 호흡으로 성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저축률이 한때는 20%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3% 정도에 불과합니다. 가계 부채도 많습니다. 은행에 개인예금이 몰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Q. 하지만 파생상품 투자에 나섰다 천문학적인 손실을 초래한 국내 은행장이 비판의 도마에 최근 올랐습니다.

투자 당시에는 이익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긴 호흡으로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책임을 묻는다면 리스크가 따르는 모든 일들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Q. 중국은 지난 1997년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는 물론, 미국발 금융위기의 후폭풍에도 독야청청하지 않습니까.

중국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국인들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사례가 없으면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론을 믿지 않습니다. 바닷가에 인접한 특구를 만들고 그 득실을 철저히 따져본 뒤 다른 지역에 적용하는 것이 그들의 실용적인 접근방식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가이트너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았습니다. 외환시장을 대폭 개방했다 환란을 겪은 한국의 사례를 철저히 연구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환율제도는 마치 고정환율제 같습니다. 변동성이 극히 적은 편입니다. 중국은 한국을 정치, 경제 분야의 테스트 마켓으로 삼고 있습니다.

The Chairman of the Party
The Chairman of the Party by Telstar Logistics 저작자 표시비영리




Q.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은 전 세계 투자고수들의 로망이기도 한데요. 혹시 그를 닮고 싶은 건 아닌가요.

조지 소로스를 만든 게 바로 영란은행 사건이 아닙니까. 캐리 트레이드로 ‘파운드’화에 ‘몰빵’을 해서 돈을 벌었죠. 그의 재귀성 이론에는 관심이 높습니다.
조지 소로스는 엄청난 기부를 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George Soros - 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 Davos 2003
George Soros - 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 Davos 2003 by World Economic Forum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Q. 지난해 키코 상품을 구입한 중소기업들은 ‘달러위기’를 경고하는 전문가들을 너무 믿었던 것 같습니다. 재테크에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지금은 아니지만 (훗날) 돈을 벌어 가난한 이들이나, 대중들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Q. 요즘 가장 자주 보는 지표가 무엇입니까.

미국 주택시장 동향입니다. 거래량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가격의 추이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답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습니다.

ER Lounge |김용내 한국학 중앙연구원(舊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사장에게 국민통합을 묻다



◇ “無信不立, 신뢰 없이 정치없어…

충청향우회 총재로 분열 치유할 터”◇


김용내 한국학중앙연구원(舊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사장은 고건 전 총리와 더불어 관가에 30대 초반 국장 시대를 연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립(而立)’을 조금 지난 나이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3공화국 내무부 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도지사를 거쳐 서울시장으로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이끈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새마을운동 노랫소리가 전 국토에 울려퍼지던 시절부터 공직에서 활동했으며, 덕성여대 총장 등 교육자로 후학 양성에도 앞장서온 그는 균형감각이 뛰어난 한국 사회의 대표적 원로이다.

그 런 김 이사장이 나폴레옹의 침공에 맞서 독일 국민에게 애국심과 단결을 호소하던 ‘피히테’의 심정으로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종식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그리고 현 정부를 뒤흔들고 있는 혼란의 시대를 중도(中道)의 리더십으로 극복해 선진화를 앞당기자는 게 김용내 이사장의 주장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충청향우회 총재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편집자 주

|Profile|

학력 : 1934년 충남 아산 출생 / 1957년 서울대학교 법학학사 / 1960년 서울대학교대학원 행정법 석사 / 1985년 인하대학교대학원 행정학 명예박사

경력 : 1955년 고등고시 행정과 합격 / 1980년~1984년 총무처 차관 / 1987년~1988년 서울시장 / 1989년~1990년 총무처 장관 / 2008년 12월~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Q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자가 김 이사장의 젊은 시절을 쏙 빼닮았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장학금을 받았다고요.

고등학교(현대고) 1학년인데, 공부를 무척 잘해 다행입니다. 전교생중 한 명에게만 주는 장학금을 최근에 받았어요. 무엇보다 동료 학생들에 대한 배려심이 강한 것이 마음에 들어요.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우렁차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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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112 by xelloss.pe.k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유신 말기 차관급인 공무원연수원장을 하시며 ‘동량지재’들을 가르치셨는데요. 그때 생각이 나시겠습니다.

당시 제가 가르치던 공무원 학생들이 지금은 각 부처의 차관이나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어요. 행시 기수 17~22기들이었습니다.

현 정부에서도 차관들만 10여명에 달합니다. 장관급도 있습니다. 요즘도 ‘선생님 저를 기억하시냐’는 고위공무원들의 연락이 종종 옵니다. 삶의 낙이지요.

▶Q 30대 초반에 내무부국장을, 서울올림픽 때 서울시장을 역임하셨어요. 충청향우회 총재에 선임됐을 때 의외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35 년간 국민의 공복으로 근무했는데, 공교롭게도 단 한 번도 고향인 충청도에서 근무한 적이 없어 아쉬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2006년 향우회 총재직을 수락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섭니다. 충청도는 정치, 언론, 사회 각 분야에서 약진했습니다만 국가의 재원 분배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고 싶어요.

깃발 (the flag)
깃발 (the flag) by chita21 저작자 표시



▶Q 지금까지 영호남 갈등으로 엄청난 국가적 비용을 치렀습니다. 충청 지역을 대변할 단체가 꼭 필요합니까.

분노와 갈등, 대립과 분열의 세기를 넘어 ‘대동(大同)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요. 지역 출신들이 중심이 되어 현안들을 하나둘씩 풀어내다 보면 더 큰 문제에 대한 해답도 보이지 않겠습니까.


▶Q 캉유웨이가 꿈꾸던 그 이상 사회 말인가요. 하지만 대한민국은 요즘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빈자(貧者)와 부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성세대와 신세대, 호남과 영남, 그리고 가족성원의 갈등으로 대한민국은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불안합니다. 소통과 통합의 시대정신은 실종됐습니다.

llorar a lágrima viva
llorar a lágrima viva by nyki_m 저작자 표시


▶Q 지난달 용산 참사는 우리 사회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뾰족한 해법은 과연 없을까요.

경 찰이 의도적으로 인명 피해를 부른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해 6명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진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일각에서 서울경찰청장 해임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겠죠. 하지만 대통령의 입장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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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_IMG_0011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내정자를 문책한다면 경찰 조직을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Q 용산 사태로 불거진 서민들의 박탈감도 해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청장 내정자가 (인사권자의 고민을 감안해) 자진 사퇴의 수순을 밟는 게 상생의 길이라고 봅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일각의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Q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이러한 갈등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국론이 분열되고 있습니다만.


장 관에 부임해 텔레비전에 등장하면 벌써 당사자에 대한 이런저런 ‘숙덕공론’이 들려옵니다. 그 사람이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출세하더니 달라졌다는 식입니다. 우리나라는 상대방을 감싸안는 포용과 관용보다 맹목적인 비판의 문화가 문제입니다. 향우회나 친목회에 가도 갈등과 파벌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Fight Club
Fight Club by Kevin Steele 저작자 표시비영리



▶Q 지도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들의 ‘팔로워십’에도 최근 정국혼란의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까.

서 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을 만난 적이 있어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양국 사정에 정통한 신 회장은 한국인들이 일본에 비해 공권력을 불신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물론 양국 국민들의 역사적 경험이 서로 다른 탓도 있겠죠.

부정하고 말살하면 리더가 향도할 수 없습니다. 아놀드 토인비가 극찬한 그 중용의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Q 황우석 박사 구명운동을 하신 것도 이러한 중용의 정신을 중시하기 때문입니까.

황 박사가 실험결과를 조작했는지를 (제가)확인할 도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줄기세포 조작이 사실이라고 해도 황 박사의 모든 학문적 성과를 부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봅니다. 패자부활전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가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많았어요. 황 박사는 심지가 굳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 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Cheering up Dr. Hwang :-(
Cheering up Dr. Hwang :-( by newflowe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위기 돌파의 동력을 어디서 얻어야 합니까.

거대 여당이 야당에 비해 두 배 이상(171석)의 의석수를 보유하고도 왜 지리멸렬한 걸까요. 이명박 대통령은 그 이유를 잘 헤아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족식족병민신지의(足食足兵民信之矣)’를 강조한 공자의 가르침을 되새겨볼 때입니다.


▶Q 춘추시대를 살다 간 유학의 성현인 공자는 ‘정치의 요체’가 어디에 있다고 보았습니까.


자 로가 스승에게 ‘정치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정치는 ‘족식족병민신지의(足食足兵民信之矣)’라는 게 공자의 답변이었어요. 식량을 비축해 백성을 배부르게 하며, 군사를 길러 위태로움을 예방하고, 백성에게 신뢰를 얻는 것을 정치의 요체라고 보았던 거죠. 공자는 특히 신뢰 확보를 국방이나 식량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았어요.

공자를 모시는 사찰
공자를 모시는 사찰 by Riki's 2nd Flickr album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Q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 시절 상인들과 장기간 협상을 거쳐 청계천을 복개했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레 이건 전 대통령은 현직에 있을 때 <뉴욕타임스>의 집중적인 비판대상이었습니다. 이 권위지는 공화당의 보수일변도의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나셨죠. 대처와 손을 잡고 구소련과 냉전을 승리로 이끈 그는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습니다. 측근들이 레이건의 침대 머리맡에 <워싱턴타임즈>를 둔 배경입니다.

Make Me America
Make Me America by S.S.K.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레이건의 참모들은 왜 ‘특정 신문’을 침대에 올려놓았습니까.

늘 웃고 쇼맨십도 뛰어난 영화배우 출신 대통령의 고통스런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겠죠. 통일교 계열의 <워싱턴포스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던 레이건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어루만질 매체였습니다. 대통령에게도 신랄한 비판은 아프기 마련입니다. 대통령이니까 더 아픈 거겠죠.

▶Q 고통스러워도 여론은 수렴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넷 여론조사 지지율이 바닥입니다만.

리 더가 인터넷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하다 보면 ‘포퓰리즘(populism)’으로 치닫기 쉽습니다.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일방적으로 추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독일이 패망하기 직전 야당인 노동당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했습니다. 히틀러의 유럽 정복을 저지한 영웅치고는 초라한 퇴장이었습니다. 독선적 ‘리더십 스타일’이 반발을 불렀던 거지요.

Winston
Winston by Pig Sty Avenue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그래서 권력을 상실한 건 아닐까요.

처 칠이 수상으로 재직할 때 그는 정치인들의 공적이었습니다. 대처도 ‘선출된 독재자(elected dictator)’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동시대 지도자들은 이제 제2의 처칠이나 대처라는 호칭을 영예롭게 여기지 않습니까.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습니다. 여론대로 움직인다면 리더가 아니라 ‘팔로워(follower)’겠죠.


churchill
churchill by hyperbore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부임 13일 만에 대국민 사과성명을 낸 오바마 대통령도 루스벨트 전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하죠.

역 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FDR)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노변담화를 통해 국민들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대공황의 후폭풍으로 흔들리는 미국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다시 되살려낸 주인공입니다. 그는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정은 과감하고 신속했으며, 인내심 또한 깊었습니다.

NY - Hyde Park: FDR NHS - Senator Robert S. Kerr Memorial Garden - Franklin Delano and Eleanor Roosevelt statue
NY - Hyde Park: FDR NHS - Senator Robert S. Kerr Memorial Garden - Franklin Delano and Eleanor Roosevelt statue by wally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Q 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세계 각국을 분주히 다니지 않았습니까. 그는 민생 문제를 어떻게 풀었습니까.

박 대통령은 집념이 무척 강한 지도자였습니다. 한민족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전이 명확했습니다. 축산 국장을 지낼 때였어요. 청와대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뒤뜰에서 무언가를 삽으로 파헤치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름 없는 ‘풀’들이었어요.


▶Q 무엇을 하고 있던가요.

우리나라 소들이 겨울철이면 먹을 것이 없어 비쩍 마르는데, 이런 풀들을 재배해 소들에게 먹이면 어떻겠냐고 묻더군요. 당시에 소들에게 볏짚를 먹였는데, 겨울철이면 먹을거리를 제대로 공급하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는 가난탈출이라는 목표에 온몸을 던졌습니다.

Naqueles tempos
Naqueles tempos by Eduardo Amorim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그래서 한우를 먹일 ‘풀’을 겨울철에 재배하는 데 성공하셨습니까.

뉴 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분주히 뛰어다녔습니다. 두 나라를 방문해 보니 그 방대한 규모에 놀라면서도 실망을 금치 못했어요. 겨울철인데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목장이 푸른색이었거든요. 우리나라 실정과는 맞지 않았던 겁니다.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니 이번에는 ‘스위스’로 가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다음은 또 일본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돌아다닌 나라들만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Q 지도자의 비전(vision)이 명확했고, 효율적인 실행(execution)이 뒷받침된 것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군요.

손자는 위대한 장군의 조건으로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꼽았습니다. 태산이 무너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담력이 지도자의 요건이라는 뜻이죠. 박정희 대통령은 이런 유형의 지도자였습니다.

Napoléon 1er
Napoléon 1er by Pierre Éthier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장관을 거치지 않고 실무자들을 불러 지시를 내렸어요. 대단한 열정이었습니다.

▶Q 당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한우를 활용한 대일무역역조 개선방안도 제시되지 않았습니까.

내 무부장관과 주일 대사를 지낸 엄민영 씨가 대통령을 만나 일본에 한우를 수출하는 방안을 건의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 고베 유키와 가장 육질이 비슷한 소가 바로 한우로, 10만마리만 수출하면 당시 대일무역적자 1억달러를 단숨에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논리였어요. 말단 공무원에서 고위 관료, 대통령까지 가난탈출이라는 비전의 실현에 앞장섰습니다.

▶Q 박 대통령은 공장 시찰을 나갔다가도 마음에 드는 이들을 발탁했다고 하죠.

박 정희 대통령은 늘 무엇인가를 메모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현지 시찰을 나가서도 메모지를 꺼내 무언가를 작성했습니다. ‘저 사람 참 똑똑하다’ 싶으면 메모를 해두었다 검증을 거쳐서 발탁했어요. 박 대통령은 인재를 발탁할 때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국장 시절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를 국빈 방문할 수 있던 것도 박 대통령의 배려 덕분이었습니다.

▶Q 관계에 입문한 이후 화려한 길을 걸어오셨는데, 이름은 갑자기 왜 개명하셨습니까.

특별한 뜻은 없습니다. 이름자 중에 ‘래’를 ‘내’로 바꾸었습니다. 한글 음운학의 원리에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위대한 군주이자 뛰어난 음운 학자이던 세종대왕의 가르침을 늦게나마 따랐습니다.

▶Q 35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며 많은 지도자들을 만나셨는데, 좋은 지도자의 요건은 무엇인가요.

유라시아 대륙을 풍미했던 칭기즈칸의 ‘신속함’과 더불어 부도옹 덩샤오핑의 ‘인내심’을 두루 갖추고 있는 지도자입니다.

Mongolia, Ulan Bator
Mongolia, Ulan Bator by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Q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유형의 지도자라고 봅니까.

‘운’과 ‘고난’이 늘 함께하는 지도자입니다. 한나라당 경선 국면과 최근 용산 사태를 돌아보면 고난 속에서도 운이 따르는 리더라는 생각이 듭니다.

Korea's new President, 이명박
Korea's new President, 이명박 by hojusaram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Q 정부는 ‘선진화’라는 깃발을 내걸고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선진화의 첩경이 있을까요.

조 선 건국의 설계자인 삼봉 정도전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오상(五常)의 원리를 따서 설계한 것이 ‘사대문’과 ‘보신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보신각이 사대문의 중심에 있으며, 인의예지를 상징한 ‘흥인문(동대문)’, ‘숭례문(남대문)’등 도성의 관문에서 정확히 같은 거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오상의 중심이 바로 ‘신뢰(信)’라는 가르침을 형상화한 겁니다. 신뢰란 이처럼 중요합니다. 선진화라는 국가 목표는 결코 높은 GDP만으로 달성할 수 없습니다. 국가도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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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단 미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게 묻다

“대북정책 수정 안 하면 개성공단 미래도 불투명”

2009년 06월 16일 09시 21분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남북한 화해협력의 화룡정점인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악화의 역풍에 휘말리며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햇볕정책의 산파 역할을 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지난 12일 ‘생명과 평화 포럼’에서 만나 남북 갈등의 배경, 개성공단의 미래 등을 질의했다.

정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남북관계 전문가이다.


Q 남북이 다시 개성공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만났습니다만, 전망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이 이번 회담과 관련해 ‘남북 접촉’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대목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날 회담도)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끝날 개연성이 크다고 봅니다.


Q 공단 철수를 결정한 업체가 등장하면서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의 ‘옥동자’였는데요.
북측 담당자들은 재작년까지 남측 인사들의 체제 비판 발언을 듣고도 못들은척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어 문책을 받을까 현장을 피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들 식으로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자기들 방식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Q 남북관계가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과 일 년여 만에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젠가요.
지난 2006년 히로시마에 간 적이 있습니다. 원자탄이 투하된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했는데, 전시관에 가보니 미국의 원폭 투하를비난하면서도 정작 일본의 진주만 공습 관련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의 역사의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Q MB정부가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고 있다는 뜻입니까.
북한의 개방을 경제협력의 조건으로 제시한 건 문제입니다. 개혁개방은 긴 과정의 결과물입니다. 긴 과정을 하나의 조건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그 과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얘기밖에 더 되나요.


Q 현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문호를 개방해야 도울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상호주의 정신에 합당한 제안은 아닐까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화 원칙이 뼈대입니다. 핵을 먼저 폐기하지 않으면 어떤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비핵개방화 원칙을 수용할 경우) 북한의 국민소득을 10년 뒤 3000달러 수준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반대급부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제안은 경제논리로만 따져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Q 왜 그렇습니까.
북한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현재 400달러 정도입니다. 세계 최빈국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 단순히 복리로계산해서 두 자릿수로 계산을 해도 10년 후 3000달러가 될 수 없어요. 북한 측은 이러한 부분을 매우 불쾌하게 여기고있습니다.


Q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더 많은 반대급부를 얻어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은 아닐까요.
이 대통령은 남북간 합의서가 중 기본합의서가 가장 잘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 발언으로 마치 6·15, 10·4 남북합의서를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준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남북한 지도자들이 직접 만나 체결한 합의서는 이 두 가지뿐입니다.


Q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북한도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한때 상당한 기대감을 피력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기업인 출신이니 이념적인 성향에 얽매이지 않을 것으로 본 거죠.

실리를 따지는 데 익숙한 그가 국제 정세를 살펴 국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죠.

북한의 통전부장이 대선전 남한에 와서 참여정부는 물론 이명박 캠프 사람들까지 만나고 돌아갔습니다.


Q 북한에서도 대선을 전후해 남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주시하며 물밑에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었군요.
이 대통령 측 인사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관계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그들에게) 했습니다.

하지만 인수위가 출범을 하면서 현 정부를 좀 더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북측이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인수위에서 나오는 얘기가 중구난방이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얘기가 저마다 달라 혼선을 부추겼습니다.


Q 남북관계가 돌어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은 아닙니까. 중국측도 비슷한 우려를 피력했다고 하죠.
지난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시고 중국을 방문해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지낸 탕자쉔이 주최한 만찬석상에 참석했어요.

중국관리들은 당시 북한의 대남태도가 4단계를 거치며 변화하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북한이 기업인 출신 대통령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더니 지금은 강력한 반감을 피력한다는게 그들의 전언이었습니다.


북한의 통전부장이 대선전 남쪽에 와서 참여정부는 물론 이명박 캠프 사람들까지 만났습니다. 참여정부에서 알선을 해서 이명박 대통령과인연이 닿는 사람들을 본 거죠. 그때 이 대통령 측 인사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관계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얘기를(그들에게) 했습니다.



Q 중국 측의 이러한 분석을 과연 곧이곧대로 신뢰할 수 있을까요.
(저도) 30년간 북한을 연구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라고 하는 김정운을 본 적도 없으며 그의 후계자등극 여부를 파악하는 일도 제 능력 밖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뒤통수를 보기 때문에 강약점을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앞에서 보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요.


Q 보수단체들의 대북 삐라 살포나,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나온 선제타격설 등도 대남기류를 악화시키지 않았습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이 한창일 때여서 북한 측의 반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죠. 지금은 반감의 정도를 넘어서 거의 분노를 느끼는 단계로 보고 있어요.


Q 하지만,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이른바 ‘퍼주기식 지원’에 비판적인 정서가 일각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탈린이 죽고 흐루시초프가 등장하면서 중소분쟁이 뜨거워집니다. 북한은 중국에 소련카드를, 소련에는 중국카드를 제시하며 많은 것을 얻어냈습니다.

중국과 소련이 대북 지원을 하면서도 북한을 입맛대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이 정도 지원을 하면서 버릇을 못 고쳤다고 하는 건 성급한 감이 있습니다.

모를 심어놓고 자라지 않는다고 뽑아버리면 죽습니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입니다.


Q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도 집권 초 비교적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클린턴 국무장관도 북한의 후계구도를 언급 했습니다.
현미경으로 보면 금방이라도 일이 터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다른 그림이 펼쳐집니다.

클린턴 행정부도 지난 1998년 강경한 목소리를 내더니 결국 페리 프로세스로(북측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았습니까.

오바마의 파리 발언은 부시의 발언을 떠올리게 합니다. 걱정스런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상을 제외한 다른 대안이 있습니까.


Q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오바마 정부에 많은 조언을 하고 있는데, 한반도 정세에 별다른 변수는 되지 않을까요.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메테르니히를 전공했습니다. 메테르니히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수상으로 외교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중국의 합종연횡의 대가들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로 이쪽과 손잡고 저쪽을 압박하고, 다시 저쪽과 손잡고 이쪽을 압박해 나라를 보존하는 외교의 달인이었습니다.


Q 북한을 춘추전국시대 종횡가들의 방식으로 다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까.
메테르니히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위세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키신저는 배운 대로 조언을 해주지만 북한은 특이한 나라입니다. 내성이 무척 강해진 존재입니다.


Q 원론적인 질문입니다만,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이토록 집착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중국이 오늘날 ‘기호지세(騎虎之勢)’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미국의 문화, 물자, 투자가 들어가면서 중국은 초고속 성장의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베트남도 비슷합니다. 미국이 수교를 하면서 ‘도이모이’가 속도를 낼 수 있던 겁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집권 8년 중 6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결코 굽히고 나오지 않다가 지난 2006년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까. 부시 전 대통령은 10월9일 핵폭탄을 맞은 거예요.


Q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는 일련의 행동이 모두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뜻인가요.
북한은 1988년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통일은 누구를 먹거나 먹히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천명했습니다. 지난 1991년 신년사에서도 이 얘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그 의미를 당시에는 정확히 몰랐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되돌아보니 이 사람들이 무척 다급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동구권이 무너지고 소련이 쪼개졌으며, 동독은 서독에 흡수통일되지 않았습니까.


Q 미국이 북한을 타격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미국은 전선을 동북아에 하나 더 확장할 여력이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재제의 수위도 너무 강하면 안 되는 입장이 아닌가요.

더욱이 미국 경제의 목줄을 쥐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군사행동은 어렵습니다.


Q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복할 묘수는 없습니까. 개성공단은 어떤 식으로든 살려야 하는 게 아닐까요.
상대방의 정치문화를 감안해야 합니다. 이것을 외면하고서는 정치적인 돌파구가 생길 수 없습니다.

현 정부는 7·4 공동성명이후(모든 합의서의) 남북간 합의 이행 여부를 검토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나온 남북간 합의서가 400개 정도가 됩니다. 북한에서는 속된 말로 장난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Q 진정성을 입증할 방법이 과연 있겠습니까.
짐승도 몸통이나 머리를 잡고 움직여야 움직입니다. 꼬리를 붙들고 흔들어봐야 몸통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나아가서 임기 중에 남북관계의 복원발전을 바란다면 6·15공동선언, 10·4선언 존중 의지를 현 대통령이 명확히 천명해야 합니다.


Q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시 행정부 시절 ABC(Anything But Clinton)를 떠올리게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정책이 결국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 점이 아닌가요.
부시 대통령은 집권 8년 중 6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결코 굽히지 않다가 지난 2006년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까.

부시 대통령은 10월9일 핵폭탄을 맞은 거예요. 이후 북한을 달래고, 테러지원국에서도 해제했죠. 하지만 그때는 해가 서산에 넘어간 뒤였습니다.


Q 자칫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을 미국과의 관계개선으로 보고 있어요.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평양을 방문할 당시를 다룬 회고록을 찾아보세요. 북한의 태도 전환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오면 남측은 다시 통미봉남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준비를 미리 해야 합니다.


Q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핵보유국’이 되려는 건 아닐까요. 미국 내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불포기론은 이데올로기적 복선이 깔린 주장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한일 양국의 대미 군사의존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미국에 군사적으로 더욱 의존하게 되고, 미국이 사라는 무기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미 군산복합체, 국방부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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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6 06:36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들에게 베푸는 운명을 타고난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빈한한 운세여서 서민의 리더였지만 베풀고 싶어도 밑천이 없었어요. 이명박 대통령은 수술 칼에 비유할 수 있는 사주입니다.”

●“경인년은 고래로 한반도가 병화에 휩싸이고,급격한 변화가 급물살을 타는 시기예요. 바로 2010년입니다. 대운하 공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요. 정치권은 중임제 개헌을 추진할 수 있고, 북한체제에 이상이 올 수 있습니다.”

                                                           
“ 큰스님,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모진 세파에 휘둘리던 20대 청년은 무작정 ‘사찰’을 찾았다. 그의 삶은 늘 고달팠다. 가난으로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았다. 눈칫밥을 먹는 형편에 대학 진학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웠다. 그는 큰스님에게 고통을 토로했다.

‘비우라’는 말은 공허하게만 들렸다. 애초에 가진 것이 없는데 더 이상 버릴 것이 무엇이 있을까. 스님들이 하던 ‘면벽수행(面壁修行)’을 무작정 따라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던 고통스런 기억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는 승려의 길을 포기했다. 결혼도 했으며, 직업도 몇 번 갈아탔다. 성공을 눈앞에 두었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 것은 무너져내렸고, 그는 운명을 떠올렸다.

지 난 10월29일, 오후 7시 30분, 신대방 전철역 주변의 한 복덕방. 추워진 날씨 탓인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드물었고, 40대 여주인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거기가 용하기는 용합니까?” 복덕방 여주인에게 ‘청송철학원’ 가는 길을 물었더니 거꾸로 호기심 어린 질문이 날아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철학원 위치를 묻는 이들이 방문하니 얼마나 영험한지 꽤 궁금했던 모양이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이 역리학자가 과거 큰스님을 상대로 고통을 토로하던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이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온라인에서 그를 부르는 호칭이 됐다.

작년 1월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 한 꼭지가 발단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더불어 금융시장 혼란을 예측한 그의 발언이 최근 인터넷을 들끓게 한 것. “대선 후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난리가 난다”는 대목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현금을 최대한 보유하라”는 글귀에 이르러서는 말 그대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예측도 적중했다. 역술인들 중 모든 질문에 모범답안을 내놓은 이는 그가 유일했다.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을 예견해서 화제를 모은 심진송 씨를 비롯해 장안의 내로라하는 역술인이나 무속인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그는 요즘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손님 중에는 초대받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다. 내공을 서로 겨뤄보자며 도전장을 내미는 ‘역술인’이나 ‘무속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주식시장이 거꾸러지고, 펀드가 반 토막이 나면서 자신의 앞날이 불안해진 손님들도 부쩍 늘어났다. 하루에 100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고민을 토로한다고 김 원장은 귀띔한다. ‘용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정치인 보좌관들도 자주 들른다.

선거 때면 공천 여부가 알고 싶은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문지방이 닳도록 오고 간다. 대부분 신원을 숨기지만 공통점이 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는데, 욕심들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재물이 많은 이들이 권력까지 노리는 거지요.

주식시장 내년 초까지 안정세 유지

그 가 금융시장 대혼란을 예고했던 때는 지난 2006년 10월경이었다. 경제지표는 비교적 양호했다. 주가는 다음해(2007년) 역사적인 고점(2000선)을 돌파했으며, 부동산시장도 가파른 상승 행진을 거듭했다. 당시만 해도 김 원장의 이러한 예측은 뜬금없어 보이기만 했다.

“정해년은 늘 풍요롭고, 사람들도 행복했지요. (저도) 그 속에서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듯한 맹렬한 기세의 ‘불덩어리’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되돌아온다는 ‘물극필반(勿極必反)’의 원리는 이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의 경고를 무시했던 이들은 그 대가를 치렀다.

요즘 그의 사무실에는 펀드가 망가지면서 삶의 희망도 잃은 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펀드 열풍에 빚을 얻어 막차를 탔다 빚더미 위에 올라선, 말 그대로 칼날 위에 선 사람들이다. 쥐들이 기둥의 밑둥을 갉아먹어 서까래가 무너지니 무자년은 서민들의 삶이 괴로운 시기이다.

김 원장은 ‘60갑자’의 원리를 근거로 제시했다. 역사적으로도 무자년은 성난 불길이 쇠하고, 서서히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역사는 두 번 되풀이되는데, 희극과 비극을 번갈아 연출한다는 철학자 헤겔의 통찰력은 국내의 한 역술인의 미래예측과 일맥상통한다.

그 의 전망은 공교롭게도 국내 주식시장의 흐름과도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지난해 역사적인 고점인 2000선을 돌파했던 주가는 지난달(10월) 1000선이 무너졌으며, 다시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한동안 연출했다. 기운이 성한 여름이 가고,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닥쳤다는 역리학의 해석과 일치한다.

불안감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금융부문의 위기가 실물부문을 뒤흔들면서 외환위기를 방불케 하는 위기가 급습한다는 루머 탓이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일단 내년 1월까지는 비교적 평온한 시기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국내 증시도 안정세를 회복하며 변동 규모가 하락하게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 이후는 어떨까. 그는 “대통령에게 물어보라”고 답변한다. 올해 상반기 위축됐던 운의 흐름이 다시 반전되며 정국을 주도해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 대통령이 쥐게 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예측이다.

이 대통령, 날카로운 칼의 사주

이 대통령의 사주는 ‘금’의 기운이 강하다. 김 원장은 ‘수술용 메스’에 비유한다. 헤집고 파헤치며 허무는 속성이 강하다. 국내 최대 건설업체의 최고경영자가 그에게는 천직이었던 셈이다. 지난 10년간 누적된 대한민국호의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천시와 지리가 그의 편이다. 이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던 것도 야권 예비주자들의 사주가 상대적으로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이 대통령을 밀어내는 운세는 아니었다.

“ 박 전 대표가 만약 남자로 태어났다면 이 대통령을 압도할 만한 운세의 흐름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고난에 처한 이 대통령이 위기를 만날 때마다 물을 주는 어머니 역할을 할 사주입니다.” 문제는 금의 기운이 강한 이들은 돌파력이 강하지만 독선적이라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는 성향이 강하다. 올해 상반기 미국산 쇠고기 역풍에 밀려 대국민 사과를 할 때조차도, 진실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맹 목성도 또 다른 한계이다. 이 대통령이 좌충우돌하며 ‘애’를 쓰지만 ‘비전’의 부재로 자칫하다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서민들의 삶의 기반만 허물어뜨리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수술용 메스는 단호하게 살을 헤집지만, 자칫하다 환자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노련한 참모들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원장은 유인촌 문화부장관을 예로 들며 안타까움을 피력한다. “전원일기에서 양촌리 이장으로 출연할 때만 해도 그의 얼굴은 맑고 평안해 보였습니다. 지금은 사리분별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이런 분들이 보좌를 하니….”

동북방의 호방한 무장에 불과하던 이성계는 아무런 인연도 없던 유생 정도전을 만나면서 비로소 왕조 창업이라는 거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적인 인연보다 능력을 중시하고, 전 정권에서 근무하던 인사들이라도 과감하게 발탁할 수 있어야, ‘용이 구름을 만난 듯’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용도 강태공이나, 정도전 같은 장자방을 만나야 하늘로 오를 수 있다. 역리학자가 내린 진단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와 닮아 있는 점이 흥미롭다. 열변을 토하는 그의 왼쪽 팔목에서 흰색 빛깔의 염주가 눈길을 끈다.

“경인년은 고래로 한반도가 병화에 휩싸이고, 급격한 변화가 급물살을 타는 시기예요.” 변화의 방아쇠는 정치 부문이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예측이다. 변화는 두 갈래이다. 하나는 현 정부가 이때를 전후해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밀어붙일 가능성이다.

또 다른 변수는 북한 지도체제가 무너질 개연성이다. 김 원장은 지난 2006년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이 두 가지 사안이 서로 맞물리며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수면 아래 잠겨 있던 대운하도 첫삽을 뜨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경인년(2010년), 한반도에 대변화 엄습

“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개 공사가 좀 더 대규모로 넓은 지역에 걸쳐 이뤄졌다면 쇠고기 파동을 비롯한 여러 악재들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겁니다. 이 대통령은 물과 인연이 깊은데, (기독교도인 그가) 부족한 기운을 보충할 수 있는 청계천을 추진한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대통령이 대운하를 강행할 것으로 관측하는 배경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대운하 건설은 ‘갑론을박’이 뜨거운 사안이지만, 역학자들은 대운하 건설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학성강당을 운영해온 역학자 청곡 김종연 씨가 대표적 실례다.

그의 논리는 명확하다. 한반도의 새어나가는 기운, 즉 설기를 막을 수 있고 관광·문화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고용창출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반도의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의 운세를 타고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들에게 베푸는 운명을 타고난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빈한한 운세여서 서민의 리더였지만 베풀고 싶어도 밑천이 없었다. 남북관계나 국내 정치의 큰 흐름도 이러한 큰 틀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주와 정책 방향은 밀접한 역학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원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의 사주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이치에 통달하고 정법을 이뤘다.’ 김 원장을 따라다니는 세간의 평이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심안(心眼)은 어떻게 길러

야 할까. 흔히 주역을 떠올리지만 김 원장은 유학의 조종 공자가 심취했다던 이 책을 손에 들어본 적조차 없다. 사찰에서 선수련을 몸에 익힌 뒤 책을 멀리하고 있다.

“책을 읽기보다는 선수련을 해보라”는 것이 그의 제언이다.

지 식은 때로 명료한 판단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그의 책상은 매우 단출했다. 책상 위에는 노트 한 권과 역술인들의 필수품이라는 만세력 한 권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스승에게 전수받은 ‘음양학’과 선수련이 정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젊은 나이에 머리를 깎고 수행을 한 불가적인 기반도 또 다른 강점이다. “국내의 역술인들 상당수는 미래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고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숨가쁘게 변화하는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역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도전 같은 조선의 재상은 상대방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심안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주를 파악하고 그들을 통제하는 것은 그만큼 무서운 일입니다.”

김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동서고금을 초월해 역리학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하지만 ‘벗’의 집에서 술 한잔을 나누다 지금의 한국일보 자리에서 암살을 당한 정도전의 운명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는 ‘염화미소’만 흘렸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남중수 사장이 오늘 구속되고 말았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8일에 <이코노믹리뷰>에 실렸던 제 기삽니다.


CEO focus |IT 간판스타, 결국 무너지나

기사입력 2008-10-08 05:54


● 위기에 빠진 남중수 사장…딜레마에 빠진

◇행동은 때에 맞춰야 하며 인생의 지혜는 시기를 잘 저울질하는 것이다.

‘ 일모도원(日暮途遠)’.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한데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뜻하는 ‘사자성어’이다. 중국 한나라의 역사서인 <사기>에 등장하는 문구로, 세월이 부모의 원수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예의와 격식에 얽매여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오자서의 말이 원전이다.

가죽푸대에 담겨 허망하게 삶을 마친 춘추 시대의 ‘오자서’에서, 가깝게는 에너지 기업 앤론(Enron)의 제프리 스킬링까지, 비운의 주인공들은 한때의 눈부신 성공에 도취해 무리수를 두다 몰락하며 역사에 ‘반면교사’의 사례로 남게 된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신경제’가 파열음을 내던 지난 2000년, 남중수 KT 사장(당시 IMT 사업본부장)은 부친의 영안실에 있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열 살 난 어린 아들에게 ‘염’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했다.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있는 만큼 살얼음판을 걷듯 매사에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후일담이다.

대학졸업 후 장관 비서관을 지내다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던 그도, 지난 1997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권이 바뀌자 눈물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이른바 KS(경기고-서울대 인맥)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으며, 서울이 고향인 그는 수년간 비주류로 머물렀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은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학에 조예가 깊은 그의 좌우명은 도덕경의 ‘여선인’이다. 직위고하에 관계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다른 이를 대하라는 내용이다. 듀크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딴 미국 유학파이지만, 남 사장 리더십은 경전이나 사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듯 보인다’는 노자의 말처럼, 조용하면서도 거침이 없는 행보를 보여온 그는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최근 직면해 있다.

발 단은 조영주 KTF 전 사장의 납품 비리. 그는 이동통신 중계기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리베이트조로 수 십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곤 했지만, 이번에는 사태가 일파만파다. 납품 비리의 불똥은 남중수 사장에게 튀었다.

회사 측은 연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칼끝은 점점 심장부로 파고드는 형국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남 사장이 조영주 사장에게 차명 계좌를 건네주면서 먼저 입금을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남 사장의 거취는 물론 산적한 현안들을 안고 있는 이 공룡기업의 진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최근 탈한국 행보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이 회사의 글로벌시장 전략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남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실적 부진 등 위기의 징후들이 뚜렷했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선전화 시장 무너지는데…

3 세대 이동통신 ‘쇼’가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정작 서비스를 선보인 핵심 계열사(KTF)의 2분기 성적표는 참담했다. 사상 처음으로 영업 수지가 적자로 반전했는데, 정작 회사 측의 해명은 본질을 비껴갔다는 평가다.

대규모 적자는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3분기에는 다시 영업 이익을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공룡기업이 경영 환경의 가파른 변화에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유선전화 시장의 매출 감소는 그룹을 뒤흔드는 위기의 뿌리이다. 매년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이 분야에서 줄어들고 있으며, 유선 전화 트래픽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 회사의 ‘캐쉬카우(Cash Cow)’ 역할을 해온 유선전화 시장은 경쟁 업체들의 파상공세로 시장 점유율은 물론 수익성 또한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 대처는 언발에 오줌누기식이다. 메시지 전송을 비롯한 부가서비스 기능이 강점인 ‘안폰’의 보급을 늘려 유선전화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는다는 복안이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인 터넷전화와 유선전화라는 상품 간 경계(Segmentation)가 뚜렷하지 않은 점이 발목을 잡아왔다. 고객을 구분짓기가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SK텔레콤, LG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사업자들은 물론 지역 소비자들에 밀착된 케이블 업체들이 저가의 결합상품을 앞세워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변수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장정주 서울대 교수는 라는 논문에서 “KT유선 전화 사업의 핵심적 과제는 적절한 퇴로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유선전화보다는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한 역량확보에 주력해 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수종 사업 발굴이 지지부진한 것도 고민거리이다. 회사 측이 ‘IP텔레비전’ 실시간 방송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 모델이 유선전화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캐쉬카우’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방송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또 다른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고객층이 상당부분 겹치는 스카이라이프와의 관계 정립도 시급하다.

‘ 행동은 때에 맞아야 하며, 인생의 지혜란 진퇴의 시기를 잘 저울질하는 것이다.’ 남중수 사장의 좌우명인 도덕경 ‘동선시’의 뜻풀이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항상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통신업체 최고경영자의 숙명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대목이다. 후폭풍이 거센 현상황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현재의 수익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기본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의 수익창출을 위해 와이브로, 텔레매틱스, IP미디어, 홈네트워크 등 신성장엔진에 집중투자해나갈 것이다.” “남중수 사장이 지난 2006년 한 인터뷰에서 밝힌 KT그룹 전략의 골간이다.

하지만 부임 이후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룹의 숨통을 터줄 절묘한 ‘기책’보다는 소모적인 ‘참호전’에 주력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았다. 남 사장이 뛰어난 전략가라기보다 치밀한 관리자에 가깝다는 분석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리형’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남 사장의 경영 방식은 물론, 수사결과를 떠나 위기 관리에서 한계를 노출한 그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수시로 열대성 소나기가 내렸다. 질좋은 ‘차’와 커피의 나라. 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한 국내외 가전 회사들을 상대로 반도체, LCD부품등을 판매했다. LS전선의 해외 사업부문장이 그의 공식직함이었다. 공격적이며, 속도를 중시하는 성향은 이때 형성됐다고.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던 시절’로 당시를 회고하는 그는, 지난 2005년 그룹 측의 ‘러브콜’을 받는다. 이번에는 GS네오텍의 수장이다. 건설사 근무 경험이라고는 전무했다. 뜻밖의 인사로 받아들여지던 배경이다. 그런 그가, 복귀 후 당시만 해도 뜬금없이 들리던 ‘선언’을 한다. 이 회사가 제조가 아닌 ‘서비스’ 기업이라는 것. 

직원들은 술렁거렸다. 종합 건설사로서는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500억원’ 이하의 공사 물량을 주로 파고들던 전문건설업체. 계열사의 물량만 처리해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부채비율 0%.

‘시스템 통합(SI : System Intergration)’분야와 IT부문이, 건설과 ‘삼각 공조’를 이루던 이 회사는 GS그룹의 보수적 기풍에 더해 하청 기업 특유의 폐쇠성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게 최 사장의 회고다. 그는 당시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단체로 등산을 하며 거리감부터 좁혀 나갔다고.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났다. 회사 매출은 취임 당시 1800 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훌쩍 늘어났다. 오는 2010년까지 매출 6000억원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각 부문에 서비스의 색채를 입혀 부가가치를 끌어올린 덕이라고. 

건설부문에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IT서비스 분야와의 시너지 창출에도 주력했다. 이영애 씨가 광고 모델로 등장한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에 ‘홈네트워킹’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실례다. SI분야의 경우 도로정보시스템을 앞세워 ‘U-City’분야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서비스는 변화를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회사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사업 내역은 물론 사내 문화도 부드러워졌다는 평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을 더 이상 ‘동지 여러분’으로 부르지 않는다. 사우 여러분이 일상적인 호칭이 됐다. 노조 위원장 취임식에는 운동가요 대신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취임당시만 해도 정적이고 보수적이던 이 회사는 학습 지향적인 조직으로 바뀌었다. 연간 70시간에 달하는 각종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직원들 상당수가 전기기사, 기술사, 시스코 자격증을 비롯한 전문기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최성진 사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미처 주목하지 못한 새로운 고객층,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신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일이 당면과제이다. 그가 제시하는 맞춤형 처방전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구식이 된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워 베트남, 캄보디아 등을 파고들겠다는 복안이다. 

국내에서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건설사들과 밀고 당기기가 한창인 레미콘이나, 시멘트 분야는 그가 눈독을 들이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발상의 전환이다. 그의 비전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은 대체 에너지, 그리고 물 관련 산업이다. 

홈네트워킹도 블루투스 기술이 가정에 보급될 경우 지금의 ‘비투비(business to business)’에서 ‘비투시(business to consumer)’로 사업 영역이 대폭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이마트에서 소비자들이 텔레비전을 구입하듯 이 회사의 홈네트워킹 제품을 살 날이 곧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Interview |까르푸는 철수 직전 왜 신규점포를 인수했을까?

기사입력 2007-10-25 11:57 |최종수정2007-10-25 12:09
“바로 그 궁금증에 협상비법 있다”

‘ 지상병담(紙上兵談)’.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한다는 고사성어다. 병법 지식에 관해 타의추종을 불허했으나,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패배해 40만 병사의 목숨을 고스란히 땅에 묻은 전국시대 조나라의 젊은 장수 조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금언이다. 실전 경험이 부족한 책상물림을 꼬집는 촌철살인의 표현이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장이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할 때도 일각의 시선이 꼭 그랬다. 공무원들은 미심쩍은 눈으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았다. 미국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 변호사이자 글로벌 스탠더드의 신봉자. 선진국의 앞선 관행과 제도를 받아들여 막힌 ‘혈(穴)’을 뚫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지 난 2002년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정도 앞두고 있었으며 노무현-정몽준 연대로 여당이 재집권 희망의 불씨를 거세게 지펴가던 시기였다. 그는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시 됐으며 이 부처 공무원들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의 지지 철회는 그의 운명도 바꾸어 놓았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고, 다시 대선의 계절이다. 야당 유력 후보의 지지율은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여당 후보 확정으로 선거 분위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장은 이번에는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파고드는 대신 협상학 책을 손에 들었다.

정치상황은 관심 밖이다. 내로라하는 유명 기업인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 김신배 SK텔레콤 대표이사,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그가 협상학 책을 손에 든 배경은 안타까움의 발로에서라고 한다.

“OECD국가를 상대로 협상 콤플렉스 지수를 측정해보면 아마도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지 않겠습니까. 한미FTA가 타결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늘 협상에서 끌려다니다 보니 주눅이 들어있습니다.” 그는 미국 변호사 시절 지켜본 국내의 한 철강기업 사례를 제시 했다.

중고 제철설비 매입에 나섰으나, 협상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노회한 상대 협상가들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이 국내 일류기업의 현주소였다. 국내 기업인들치고 전국시대 6국의 합종을 이끌어내고 재상에 오른 종횡가 소진을 모르는 이들은 드물다. 하지만 그에 필적할 만한 역량의 소유자는 언감생심이다.

전 원장은 바로 세 치 혀로 춘추전국시대 군주들의 마음을 휘어 잡은 소진의 스승 귀곡자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협상만 잘 해도 수천만달러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최근 협상 교육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글로벌기업‘성동격서’전략 배워야

“ 미국 대학 중 협상 강좌가 없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하버드대에서도 협상 프로그램을 운영중입니다. ‘카라스(KARAS)’라는 미국의 협상 전문기관은 지난 35년간 무려 85만 명에게 협상학을 전수해 왔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진이나 장의에 비견될 협상의 귀재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들은 협상의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글로벌 기업의 첨병 역할을 한다.

‘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서쪽을 친다는 뜻이다. 적을 속이는 일은 병법의 기본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병법서인 손자병법의 저자 손자도 ‘병자는 궤도야(兵者 詭道也)’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지 않았던가.

글 로벌 기업들은 이 원칙에 충실하다. 지난 2006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프랑스에 본사를 둔 할인점 까르푸를 보자. 국내 토종 유통업체들에 밀리며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자 시장에서는 이 글로벌 기업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곧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이 회사는 한국 시장에서 신규점포 인수에 나섰고 철수 관련 루머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 한 수(手)는 극적인 반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는 것이 전 원장의 분석이다. “자사의 ‘배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를 최대한 개선하고 활용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던 셈입니다.” 배트나란 협상 결렬 때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대안이다.

전원장의 분석은 이렇다. 무엇보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헐값에 점포를 매각하고 떠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동시에 잠재적인 인수 협상 대상자인 신세계 등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렸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통하던 롯데마트가 신규 점포를 인수해 덩치가 커진 까르푸를 인수할 경우 이 회사(신세계)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던 것.

결국 인수전에는 신세계는 물론 이랜드까지 뛰어들었고 까르푸는 자칫하면 점포를 헐값 처분해야 했던 상황을 극적으로 뒤집는데 성공했다. 협상의 고수들이 어디 까르푸일까. 포드와 매각 협상 당시 70억달러를 호가하던 대우자동차를 단돈 4억달러에 인수한 GM, 그리고 하이닉스 매각협상에서 의도적으로 협상 초반에 불참하며 한국 측 담당자들을 애먹이던 마이크론의 애플턴 회장은 협상의 대가들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유독 협상 분야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협상을 과학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탁구대 위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하고 불규칙한 공의 공방에도 원리와 법칙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천 재 종횡가 소진도 스승인 귀곡자 밑에서 3년 이상을 배웠으며, 또 현장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하고 나서야 스승의 가르침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이 점을 간과한 채 그의 저력을 단지 천재성의 산물로만 파악하고 지레 겁을 먹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전 원장은 최근 이러한 협상의 원칙을 정리한 《협상 카리스마》를 최근 선보였다. 협상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열 가지 원리를 정리했다. 삶의 현장에서 간단히 적용할 수 있는 원리는 없을까. 사내 연봉 협상부터 용돈 책정, 그리고 물건 구매까지, 삶은 협상의 연속이기도 하다.

그는 통념과는 달리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솔직하게 될 때 상대방이 가장 편하게 느끼게 되며 이런 편안함이 성공적인 협상의 디딤돌이 된다는 것. 마찬가지로 협상 상대방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서는 결코 온화한 태도로만 일관할 필요도 없다. 화를 낼때 화를 내야한다는 것이 그의 경험칙이다.

◇전성철 원장이 말하는 협상의 10계명

1. 요구에 얽매이지 말고 욕구를 찾아라

2. 양쪽 모두를 위한 창조적 대안을 찾아라

3. 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를 자극해라.

4. 상생의 협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라

5. 숫자에 앞서 객관적 기준을 정해라

6. 합리적 논거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라

7. 배트나를 최대한 개선하고 활용해라

8. 좋은 인간관계를 협상의 토대로 삼아라

9. 질문을 꺼려서는 최선의 결과는 요원하다

10. NPT를 활용해 준비하고 또 준비해라

전성철 / 변호사,연구인
출생 1949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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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도미, 미네소타대에서 MBA와 로스쿨을 마치고 맨해튼의 대형 로펌인 ‘리드&프리스트’에서 파트너로 일했다. 지난 2003년 IGM세계경영연구원을 설립해 운영중에 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이코노믹리뷰


Interview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 위원장

기사입력 2008-02-27 22:24 |최종수정2008-02-27 22:27


◇“공기업 개혁 고삐 바짝 죄겠다”◇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두 달간의 공식활동을 마무리했다. 사공일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 위원장을 만나‘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프로젝트’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사공 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을 거쳐 5공화국 재무장관을 지냈으며,세계경제연구원을 설립해 기 로스망, 후쿠야마를 비롯한 글로벌 석학들의 주요 어젠다를 국내에 소개해온 경제학자다.

                                                                    
◇사공일 위원장이 밝히는 MB경제정책◇

●법인세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단계적 인하

●조직개편 요체는 기획·조정 기능의 강화

●한국경제 잠재성장률 7%대로 끌어올릴것

●노동 시장 과거에 비해 더욱 유연해 져야

●규제 혁파, 공기업 개혁 고삐 바짝 죌 것


●“국내 노조 조직률은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노조를 조직하고 있는 일부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다른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결과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행태는 하루빨리 포기해야 합니다. ”

                                                                    
▶통폐합 대상인 과천 관가의 공무원들이 요즘 좌불안석이라고 합니다. 부처 통폐합 꼭 해야 하는 겁니까.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참여정부의 경우 경제 부총리가 있었지만, 힘이 실리지 않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각종위원회는 정책 혼선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했습니다. 누가 경제 사령탑인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파악하기가 무척 힘이들었습니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서 기획조정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거시정책과 예산 기능을 지닌 기획재정부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행정부와 집권 여당의 정책을 조율할 정무수석이 청와대에 부활한것도 비슷합니다.

▶정부 조직은 난산 끝에 통폐합 안이 가닥을 잡았습니다만, 대외 경제여건이 너무 안 좋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국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미국경제가 경기 침체(recession)로 치달을지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도논란거리(debatable)였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심정적으로이러한 분석에 동의합니다만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3 - an image of the typical suburban home
3 - an image of the typical suburban home by kjell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부실채권의 규모를 현재로서는 누구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올해는 느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국 경제는 이미 몸이 다 자란 성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7% 성장이 과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7% 성장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10년을 내다보면 7% 성장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경제의 성장 속도가 주춤하고 있습니다만, 지난 수년간 4∼5% 가량의 고속 성장세를 유지해 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지난70~80년대만 해도 사정은 달랐습니다.

3%만 성장해도 인플레이션 압박부터 걱정하는 이들이 당시에 적지않았습니다. 우리라고 해서 7% 성장이 안 되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일인당 GDP가 연 5만달러 수준인 미국경제가 이정도인데, 한국 경제와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가 왜 7%를 성장할 수 없겠습니까.

▶미국 경제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지난 80년대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민간부문의 노력이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 강화 위원장으로, 어깨가 참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국가경쟁력강화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든 것은,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에 대한 화답입니다. 실제로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이러한 성격의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Chairman Miller
Chairman Miller by House Committee on Education and Labo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미 레이건 행정부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Industrial Com-petitiveness Committee)를 만든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출범과 동시에 활동을 시작한 것은 유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부터 하실 계획입니까.

규제 개혁과 더불어 공공부문의 구조 개선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나가야 합니다. 정부의 몸집도 줄여야 합니다. 역사적인 경험에비추어 보면 정부의 덩치가 클 때 규제도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by bethography - melting mama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정부가 국가 경쟁력 향상의 걸림돌이 되는 일이 더 이상은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조기에 회복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 작업의 일환인가요.

오버히팅(overheating)하지 않고 가려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길밖에는 없지 않겠습니까. 한국은행이나KDI는 경기과열을 빚지 않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 성장률을 5% 내외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를 7%대로 하루빨리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합니다.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이 이렇게 바닥에 떨어지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수험생을 떠올리게 합니다.

기업인들의 투자 의욕이 꺾였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국내 기업의 설비 투자는 물론 지난 3년간 뒷걸음질 해온 외국인 직접 투자또한 늘려야 합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환란 이전에는 설비투자 규모가 국내총생산 대비 15% 규모였는데,지금은 9∼10% 수준에 그치고 있는 배경을 한번 고민해봐야 합니다.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도 절대 규모는 물론 투자의 품질도 담보돼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들 중국으로 가니까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수년째 뒷걸음질하고 있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의 물꼬를 돌릴 뾰족한 묘수라도 있습니까.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의 규모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투자의 품질도 끌어올려야 합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의 선결 조건입니다.전략적 우선순위라고 할까요. 규제 개혁과 더불어 법인세를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globally competitive) 수준으로줄여나갈 방침입니다.

▶경직된 노사관계를 부드럽게 만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또한 있습니다만.

전투적인 노사 관계를 상식이 통용되며, 준법정신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전환해나가는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내 노조 조직률은10% 정도에 불과합니다. 노조를 조직하고 있는 일부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다른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결과적으로사라지게 만드는 행태는 하루빨리 포기해야 합니다.

Gil Lebria holding the oust-GMA slogan
Gil Lebria holding the oust-GMA slogan by KarlMarx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다국적 기업들이 가까운 중국이나 아니면 미국 앨라배마 등으로갈 수 있는데 굳이 한국에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 변화의 첫 단추는 준법입니다. 협력적 노사관계가 무엇보다 정착돼야 합니다.그리고 노동시장도 더 유연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rows and rows
rows and rows by jurvetson 저작자 표시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를 미심쩍은 눈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올해 노동계 춘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에게도 이로운 일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해법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프랑스나 독일을 비롯해 평등주의적 사고가 강한 유럽 국가들도 사정은다르지 않습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정책기조도 비즈니스 프렌드리한 환경을 조성해 일자리를 늘리는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프로 비즈니스(pro-business. 친기업)가 아니라, 비즈니스 프렌들리입니다.

▶공기업 개혁은 이명박 정부의 개혁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입니다. 공공부문에 과연 메스를 댈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규제 개혁과 공기업 개혁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 배석해 직접 현안을 챙길 예정입니다.

▶참여정부도 한전 발전부문을 분할, 매각하려다 사실상 포기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원칙은 무엇인가요.

민간이 담당할 수 있는 분야는 민간에 넘겨야 한다는 원칙은 확고합니다. 다만, 시장에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성격상 공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해도, 조직 운영의 효율성은 끌어올려야 합니다.

▶론스타 처리 방향도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의지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이긴 합니다만, 법적 절차(judicial process)를 빨리 끝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TX Rest Area Information Desk detail
TX Rest Area Information Desk detail by Norby 저작자 표시비영리



▶국민들의 높은 기대 속에 출범했던 참여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우리나라의 GDP가 필리핀, 태국, 짐바브웨 등의 절반에 그쳤던 때가 있었습니다.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습니다만, 지금처럼풍요로운 삶을 향유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반도체, 휴대폰 등 첨단 제품이 주요 수출품목 목록에 올라 있지만오징어가 외화벌이 수단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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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DSD9266 by titicat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요점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의 국가로 부상한원동력이 바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국가 지도자가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적절한 전략을 추진했기때문에 국가 번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좌파정부의 지난 10년 집권기는 전략 부재의 시대였습니다.

▶개발 연대를 이끌었던 과거 정치 리더들의 전략적 판단이 딱히 뛰어났다고 볼 근거가 있습니까.

박정희 정부가 주도한 수출 산업 육성 정책을 볼까요. 내로라 하는 경제학자들이 수입대체산업 육성전략을 주창하던 때였습니다. 특히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종속이론이 유행하면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수입대체 산업으로 이동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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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e_sarmiento by elbfoto 저작자 표시



박정희 정부가 당시 대외지향적인 수출 정책을 채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사후적으로 보면 당시 여건에서 가장 적절한전략이었습니다. 정부의 역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올바른 국가 비전, 그리고 이를 달성할 전략이 있었기에 한강의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겁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경제가 무너져 내린 때는 언제부터였습니까.

5공 때도 점진적인 대외개방과 안정화라는 시대적인 과제를 잘 이행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글로벌화의 파고를 헤쳐 나갈 전략이 우리에게는 부재했습니다. 경제주권을 박탈당한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자초한 것도 대응 역량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오징어가 주요 소득원이던 때와는 국내 기업들의 수준도 달라졌습니다. 이들을 향도할 이명박 정부의 비전, 그리고 전략은 무엇입니까.

앨빈 토플러식으로 말하자면, 지식이 국가의 경쟁력 수준을 좌우하는 제3의 물결을 맞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의 전략은 이렇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

그리고 교육 부문에서 경쟁과 자율을 보장,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인재를 육성하는 일입니다.

goodbye francis
goodbye francis by Kris Kro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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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F7918 by VoIPma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국민 소득이 100달러에 불과하던 때와 지금은 정부의 역할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대에 맞는 정부 역할이 무엇인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팔미사노 IBM 회장이 지난 12일 다국적 기업 CEO 중 최초로 이명박 당선자를 만났습니다. 그에게 빌려올 통찰력은 없었습니까.

이노베이션을 강조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팔미사노는 지난 2003년 미국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혁신특위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당시 자신의 이름을 딴 팔미사노 보고서를 발표,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Mplanet - Keynote - Sam Palmisano, IBM
Mplanet - Keynote - Sam Palmisano, IBM by hyku 저작자 표시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한국은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5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가장 유리한 고지에서 국제 경쟁에 임할 수 있는 게 바로 오늘날의 상황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첫 단추는 기본을 지키는 일입니다. OECD국가들의 법질서 준수 실태를 조사한 자료를 인용해 볼까요.

우리나라는 터키, 그리고 멕시코 등에 이어 꼴찌에서 세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기본적인 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허브 혹은 물류허브를 논하는 것은 공허합니다. 레토릭(rhetoric)보다는 실행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사공일 / 정치기관단체인,연구인
출생 1940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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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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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경영자여, 악해지는 법을 배워라"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7-11-09 01:03 |최종수정2007-11-09 01:21


《마키아벨리의 권력의 법칙》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경준 해제/ 원앤원북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설로 나라 안이 온통 시끄럽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대권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지만, 검증 공방의 덫에 걸려 분루를 삼키고만 비운의 정치인.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냈을 법한 이 노 정치인의 마지막 승부수가 자칫하면 지루할 뻔하던 대선 구도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그의 일탈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갈래다. 자세한 내막이야 당사자만이 정확히 알겠지만, 대선 출마 카드를 빼든 데는 세상의 염량세태에 염증을 느낀 탓도 있지 않을까. 이번에도 한 측근의 유력 후보 캠프행이 심정변화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의 법칙》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냉혹한 현실을 일찌감치 꿰뚫은 한 천재적인 사상가의 통찰력을 집대성한 실용서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그 주인공으로, 그의 처녀작 《군주론》이 원전이다. 그는 인간의 본성, 조직의 성격, 리더십은 물론 통치 기술의 요체를 깊이 터득한 서양의 한비자이자, 전국시대 세치 혀로 군주들의 마음을 뒤흔든 종횡가 소진이었다.

'관대한 만큼 군주를 빨리 파멸시키는 것도 없다', '완벽한 선을 추구하지 말고 악해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 '여우의 간교함과 사자의 강인함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군주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직업 외교관의 체험에 바탕을 둔 그의 조언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군주에게는 때로 성실과 신의보다는 책략이 필요하다', '부하와의 거리는 너무 멀거나 가까워선 안 된다'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현실 정치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는데, 인간 심성과 군중 심리의 본질에 대한 최고의 지침서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해제를 담당한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전무는 "그의 사상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현대의 기업경영에 접목할 수 있다"며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보편적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을 대하기가 버거워져만 가는 경영자들은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서양 정치학의 영역에서 윤리학을 분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마키아벨리 사상을 현대 경영학 이론에 접목시켰다.
TAG 서평
다시 리더를 말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7-12-20 00:03 |최종수정2007-12-20 00:12


◇공격경영으로 그룹 일궈… 글로벌 리더 도약은 진행 중◇

약관(弱冠)의 나이에 기업을 맡아 그룹으로 키운 김준기 회장. 그는 요즘 최고 경쟁력을 갖춘'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는'시스템 경영'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등 난관도 많은데….

                                                                  

●"고려대 경제과에 재학 중 자원 입대했던 김 회장이 제대할 무렵 부친의 회사는 자금난으로 큰 위기에 몰려 있었다. 김 회장은 이내 자신의 전공을 살려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동부건설의 전신인 미륭건설은 이런 과정을 통해 1969년 1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동부그룹이 최근 동부제강의 당진아산만 제철공장 기공식을 계기로 포스코 및 현대제철 등과 더불어 철강업계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기공식에서 김준기 회장은 감격 어린 어조로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저는 오늘에야 비로소 20대 때 꿈꾸었던 오랜 소망을 이뤘습니다."

김 회장의 제철에 대한 열정은 최근 세계 6위 웨이퍼 제조업체인 실트론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매각 대금을 거의 모두 제철공장 전기로 건설비용에 쏟아 부은 사실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부제강의 본격 가동은 그가 그룹의 미래상을 '초우량 글로벌기업'으로 상정하고 있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그는 최근 '도전정신'을 주제로 한 사내 경영 메시지에서 이같이 역설한 바 있다.

"모든 임직원은 회사의 비전과 전략, 혁신이 모두 어우러진 성장 경영 계획을 도전적으로 설정하고 나아가야만 한다."

계열사 모두 국내 제일의 차원을 뛰어넘어 세계 제일과 경쟁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갈 것을 주문한 것이다. 그는 이를'기업가정신'으로 요약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제품과 혁신적인 기술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대담하게 도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기업 도전은 《주역》에서 말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요체를 통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사실 김 회장이 걸어 온 길은 줄기찬 '도전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약관(弱冠)의 나이에 맨몸으로 기업을 세워 창업 20년 만에 회사를 유수 재벌그룹으로 도약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에 해당한다. 그는 1944년에 강원도 동해시에서 부친 김진만 씨의 5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원래 동해시 일대에서 세거(世居)해 온 토호(土豪)였다. 제헌국회의원과 참의원을 지낸 백부에 이어 정계에 진출한 부친은 공화당 시절 무려 7번에 걸쳐 내리 당선돼 국회 부의장을 지낸 당대의 거물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경기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 경제과에 재학 중 자원 입대했던 김 회장이 제대할 무렵 부친의 회사는 자금난으로 큰 위기에 몰려 있었다. 김 회장은 이내 자신의 전공을 살려 기업다운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약관의 나이에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그룹의 주력사인 동부건설의 전신인 미륭건설은 이런 과정을 통해 1969년 1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약관 나이에 건설업에 뛰어들어

미륭건설 설립 당시 그의 출사표는 간단명료했다.

"기업은 자본주주의 꽃이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이다."

오늘의 동부그룹은 바로 그의 이런 탁견(卓見)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당시 건설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미8군 공사를 따내기 위해 먼저 회사 내에 국제부를 설치했다. 아무도 국제부를 생각지도 못한 시절에 그가 이런 부서를 설치해 놓고 먼 미래의 청사진을 그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동부건설은 1971년에 미8군사령부 내의 군인 숙소와 대형 식당 건설 공사를 수주하면서 국제수준의 건설역량과 노하우를 쌓게 되었다. 당시 건설 현장을 뛰어다니며 임직원을 독려하는 김 회장을 유심히 지켜본 미8군은 동부건설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공식 추천했다. 사우디에는 이미 동아건설과 대림산업 등 유수한 국내 건설업체들이 모두 진출해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업체 모두 도로공사와 터파기 등 단순공사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더구나 입찰과 수송 등을 모두 외국 회사에 하청을 주어 소요 자재를 조달하고 있었다. 자재 반입의 지연에 따른 공기 차질로 엄청난 손실을 빚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한마디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었다.

중동건설의 적자공사 사례를 통찰한 김 회장은 우선 항만사정과 식수사정, 해상운송 경로 등 대형 복합공사를 수주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사를 마친 뒤 1975년 4월에 쥬베일 해군기지 건설 공사에 응찰했다. 동부건설이 한국 건설업체로는 사상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급공사를 따내는 쾌거를 이룬 것은 바로 그의 이런 치밀한 준비가 있기에 가능했다.

당시 김 회장은 공사 과정에서 무서울 정도로 원가를 절감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질 좋고 가격이 적절한 자재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 결과였다. 그는 미국 상공회의소와 건설협회 등을 수시로 방문하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유럽과 중동의 거래처와 상담하기 위해 1주일에 무려 50시간 가까이 비행기 안에서 지낼 때도 있었다. 훗날 김 회장은 공사에 임할 당시의 심경을 이같이 술회한 바 있다.

"우리가 1달러라도 낭비하면 이는 곧 그만큼 조국을 배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부건설이 쥬베일 공사 이후 제2∼3의 대형 복합공사를 손쉽게 따낼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후 동부건설은 미 국방성의 파트너가 된 것을 계기로 1980년에 사우디 국방성 청사공사, 1982년에 사우디 외무성 본청공사 등을 차례로 따냈다. 당시 동부건설의 자자한 명성을 익히 들은 외국의 거래처는 사주가 나이 많은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가 김 회장이 29세의 젊은 사람인 사실을 알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삼국시대 오나라 손견(孫堅) 떠올라

역사상 김 회장과 같은 약관의 나이에 천하를 호령하며 기업(起業)한 대표적인 인물로 삼국시대 오나라의 손견(孫堅)을 들 수 있다. 《삼국연의》는 황건적과 동탁(董卓)의 난이 일어났을 때 촉나라의 유비(劉備)와 위나라의 조조(曹操)가 가장 먼저 기의(起義)한 것으로 묘사해 놓았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손견은 어릴 때부터 담략(膽略)이 뛰어난 인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17세 때 부친과 함께 길을 가다가 해적 10여 명이 상인들의 재물을 빼앗아 강 언덕 위에서 나누는 것을 보고 곧바로 칼을 빼들고 언덕 위로 뛰어올라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이쪽저쪽을 가리키는 손짓을 해댔다. 이에 놀란 해적들은 관군이 온 줄 알고 황급히 도주했다. 이 소문이 인근에 널리 알려지자 그는 곧 오군(吳郡)의 교위(校尉)로 천거되었다.

그가 반적의 소탕전에 나선 것은 회계(會稽)에서 허생(許生)의 반란을 진압하면서부터였다. 허생의 무리가 회남(淮南) 일대를 진동시킬 당시 조정의 명을 받은 양주(揚州)자사는 2년 가까이 허생의 무리와 대치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때 손견이 양주자사의 허락을 받고 참전해 허생의 영채를 하나씩 점거해 나가자 반적들은 손견이 나타나기만 하면 도주하기에 바빴다. 이로써 2년간에 걸쳐 회남 일대를 진동시킨 허생의 반란은 완전히 진압되었다.

손견은 하비현 현승(縣丞)으로 있을 당시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자 곧바로 무리를 이끌고 가 인근 마을의 황건적을 소탕했다. 이는 조조와 유비가 기의한 것보다 훨씬 빠른 것이었다. 이때의 공으로 그는 별군사마(別軍司馬)에 제수되어 낙양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황건적이 궤멸될 즈음 거기장군(車騎將軍) 장온(張溫)이 휘하 장수 주신(周愼)에게 보기 3만 명을 이끌고 가 잔당을 치게 하자 손견이 주신에게 이같이 건의했다.

"제가 보기(步騎) 1만 명을 이끌고 가 그들의 양도(糧道)를 끊을 터이니 장군은 대병을 몰아 그 뒤를 치십시오. 그러면 적들이 반드시 피로와 기아로 감히 싸우지 못하고 도주할 것이니 이때 다시 힘을 합쳐 그들을 토벌하면 양주(凉州)는 곧 평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신이 이 말을 듣지 않고 무리하게 움직이다 역습을 받고 이내 치중(輜重)을 버린 채 황급히 도주했다. 장온이 다시 동탁에게 명하여 군사를 이끌고 가 잔당을 치게 했으나 동탁의 진군 행로를 알아 챈 잔당은 오히려 동탁군을 포위해 버렸다. 장온이 속수무책으로 철군한 동탁을 꾸짖었으나 동탁의 응답하는 태도가 매우 불손했다. 이때 손견이 장온에게 이같이 건의했다.

"마땅히 장군의 소환에 즉시 응하지 않은 죄목으로 참수(斬首)해야 합니다."

그러나 장온은 우유부단했다.

"동탁은 황하 일대에서 위명(威名)을 날리고 있는데 지금 그를 죽이면 서정(西征)할 때 기댈 곳이 없게 되오."

그러자 손견이 반박했다.

"명공(明公)은 친히 조정의 군사를 이끌면서 왜 동탁에게 기대려는 것입니까. 동탁은 상관을 무시하고 예를 갖추지 않았으니 이것이 첫 번째 죄목입니다. 적들이 발호한 지 오래되어 응당 때에 맞춰 토벌해야 함에도 동탁은 안 된다고 하여 출병을 저지하며 군심을 동요시켰으니 이것이 두 번째 죄목입니다. 동탁은 명을 받아 출전하고도 전공이 없는 데다 명공의 부름을 받고도 멋대로 늦게 오고 태도 또한 불손하니 이것이 세 번째 죄목입니다. 고래로 명장들 치고 군사를 통솔하면서 참수의 결단을 내리지 않고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온은 끝내 손견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만일 장온이 손견의 말을 들었다면 후한의 역사는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손견은 무략(武略)도 뛰어났지만 난세에 절실히 필요한 단호한 결단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이는 훗날 동부그룹이 영남화학을 인수할 당시 삼성과 효성의 응찰가격보다 무려 170여 억 원이나 높은 응찰가격을 써내 재계를 아연실색하게 만든 것에 비유할 만하다.

결단력 돋보인 영남화학 인수

손견은 동탁이 태사(太師)가 되어 전횡하자 이내 군사를 이끌고 동탁토벌군에 가담했다. 동탁은 휘하 장수 호진(胡軫)에게 명하여 손견을 치도록 하면서 여포(呂布)를 기독(騎督: 기병대장)으로 삼았다. 손견은 호진이 여포와 불목(不睦)해 동탁군의 전열이 흐트러진 틈을 노려 동탁군을 대파했다. 얼마 후 최고의 무용을 자랑하던 동탁군의 화웅(華雄)이 야음을 틈타 손견의 영채를 급습했다. 이를 미리 알아낸 손견은 곧 퇴로를 차단한 뒤 매복전술로 이들을 엄살(掩殺)했다. 비 오듯 쏟아지는 시석(矢石)을 피해 달아나려던 화웅은 이내 비시(飛矢)를 맞고 말에서 떨어져 즉사하고 말았다.

당시 동탁의 대장 화웅의 목을 베고 대승을 거둔 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삼국연의》는 이를 멋대로 개작해 관우(關羽)가 화웅의 목을 벤 것으로 묘사해 놓았다. 화웅 못지않게 무용을 자랑했던 동탁군의 여포를 무찌르고 처음으로 낙양을 수복한 것도 손견의 공이었다. 당시 손견은 매복전술로 여포군을 대파하고 낙양으로 입성한 뒤 동탁이 도굴한 능침(陵寢)을 모두 복구하고 종묘 터를 깨끗이 소제했다. 천하인이 손견을 칭송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손견의 탁월한 무략은 당시 동탁의 언급에 잘 나타나 있다.

"주신과 장온 같은 자들이 만일 손견의 계책을 이용했다면 양주(凉州)도 능히 평정했을 것이다. 손견이 비록 지위는 낮으나 식견만큼은 그들을 뛰어넘으니 참으로 인재가 아닐 수 없다."

당시 동탁을 토벌키 위해 기의한 군웅들 중 동탁군을 유일하게 무너뜨린 사람은 손견뿐이었다. 훗날 그의 아들 손권(孫權)이 강동을 기반으로 오나라를 건국해 촉의 유비 및 위의 조조와 더불어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이뤄 천하를 호령케 된 것도 바로 손견의 기업(起業)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김 회장이 약관의 나이에 탁월한 지략과 과단으로 오늘의 동부그룹을 기업(起業)한 것에 비유할 만하다.

김 회장은 1970년대부터 10년 동안 중동 건설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토대로 오늘의 동부그룹을 형성했다. 당시 그가 동원한 기법은 과감한 투자를 통한 적극적인 M&A 접근법이었다. 덩치가 큰 삼척산업과 한국자동차보험, 동진제강, 울산석유화학, 영남화학 등을 차례로 인수한 것은 공격적인 M&A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에 속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약관의 나이에 탁월한 기업관을 세우고, 남다른 발상을 토대로 치밀하게 대비하고, 열정적으로 사업에 임한 데서 가능했다. 그는 이를 소위 '3다(三多)'로 요약하고 있다. 다사(多思 : 많이 생각함) 다학(多學 : 많이 공부함) 다로(多勞 : 많이 일함)가 그것이다.

이 중 '다학'은 '3다' 정신의 정수(精髓)에 해당한다. 이는 당초 쥬베일 공사 당시 김 회장이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숙식을 같이 하며 작업을 독려할 때 내세운 것이었다. 당시 김 회장은 현장을 지휘하며 모든 문제를 기존의 노가다식 경험에 의존해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노동자들이 공사장 주변의 작은 토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는 것을 뜻하는 일본어 '도카타'에서 나온 '노가다'는 우리말의 '주먹구구 공사'에 해당한다. 그가 볼 때 공사에 참여한 모든 임직원이 학구열에 불타는 학자처럼 겸허한 자세로 당면한 과제를 하나씩 풀어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만 했다. 김 회장은 곧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김 회장은 '노가다' 로 통하는 공사판에서 나이 많은 기능 사원에게는 경어를 쓰고, 기능 사원과 간부사원의 식탁 구분을 없애는 등 가족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이는 '노가다' 공사판을 일종의 공부하는 '연구실' 분위기로 바꾸기 위한 심려(深慮)의 소산이었다. "

노가다 공사판을 연구실 분위기로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공부하는 자세로 일해 나갑시다."

'노가다'로 통하는 공사판에서 김 회장은 나이 많은 기능 사원에게는 경어를 쓰고, 식당에서 기능 사원과 간부사원의 식탁 구분을 없애는 등 가족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이는 '노가다' 공사판을 일종의 공부하는 '연구실' 분위기로 바꾸기 위한 심려(深慮)의 소산이었다.

동부라는 운명공동체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구성원의 자격이 있다는 그의 이런 언급은 정실인사를 극도로 배격하는 그의 용인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부그룹의 임직원이 여타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애사심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지난 2001년에 삼성이 내세운 소위 '시스템경영'을 적극 도입하기 위해 삼성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바 있다. '시스템경영'은 그의 평소 지론이다. 실제로 그는 창업 초기부터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은 반드시 영입하는 용인술을 발휘해 왔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시스템경영'의 궁극적인 성패도 결국 인재의 유무에 의해 결판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었다.

최근 김 회장은 소위 '동부 미션'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이는 동부그룹의 각 계열사가 참여하는 모든 사업 부문에서 최고의 이익률과 성장률을 달성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김 회장이 보여준 그간의 행보에도 적잖은 문제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는 지난 2004년 말에 동부건설의 자회사인 동부월드가 짓고 있는 골프장을 주당 1원에 사들여 인수하려다가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동부건설과 김 회장의 신용도와 명예가 크게 추락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간 김 회장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향후 이와 유사한 행보가 계속 불거져 나올 경우 그가 시종여일하게 내세우고 있는 '흥업보국(興業報國)'의 기치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그의 보다 신중하면서도 사려 깊은 행보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에서 정치부 기자로 10년간 활동했다. 열국지와 춘추좌전 등을 편역했다. 21세기 정치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TAG 김준기

다시 리더를 말한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10 05:45 |최종수정2008-01-10 05:51


◇ 실용정부‘간판 회장’…‘MB노믹스’꿈 이뤄낼까◇

효성그룹과 전경련을 움직이고 있는 조석래 회장. 이명박 당선자의 사돈이라는 사실에 그의 행보에 더 관심이 간다. 모든 조건이 갖춰진 지금, 그는 흥업보국(興業保國)의 사명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끊임없이 배우며 오늘의 효성그룹을 일군 조 회장의 ‘호학이재’ 행보는 자공(子貢)과 크게 닮아 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금도 바쁜 일정 속에서 수시로 짬을 내각계 전문가들과 만나 조언을 듣는 것을 즐긴다.”

●“친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이 이 후보의 셋째 딸과 결혼한 까닭에 그는 이명박 당선자와 사돈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것이 그에게는 행운이자 짐이다.”

전 경련은 대선을 1주일 앞둔 시점에 회관 1층 로비에서‘문화사랑 기업사랑 음악회’를 개최해 세인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평소 바쁜 생활에 젖어 있는 직장인들에게 문화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게 그 취지였으나 기획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새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 전경련의 비상한 활약상을 예감케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관측통들은 하나같이 재계의 대변자 노릇을 하는 전경련의 역할이 대선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전경련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이끌고 있다. 조 회장은 새해 신년사에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 과제의 기본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참여정부 하에서 현금을 쌓아 놓고도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던 대기업들이 투자를 대폭 확대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사실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재계가 먼저 손을 내밀어 새 정부와의‘밀월(蜜月)’을 적극 추구하고 나서는 셈이다.

당초 올해 초만 하더라도 참여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3번째 연임을 강력히 희망한 까닭에 조 회장이 새 회장직에 오르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강 회장이 아들과 벌인 경영권 분쟁으로 회장단의 불신임을 받게 되자 이내 대안으로 급부상해 마침내 제31대 회장에 취임케 되었다. 당시 전경련은 회장단 내의 이견으로 신임 회장을 선출치 못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는 전경련 회장단이 만장일치로 신임 회장을 추대하는 관행을 유지한 지 4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취임 일성으로 회장단의 단합을 강조했으나 취임 초기만 해도 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취임 직후에 갖기로 한 첫 회장단 모임이 삼성과 LG 등 4대 메이저 그룹 총수들의 외면으로 무기 연기된 것이 그 실례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름대로 소신행보를 계속했다. 그는 취임 직후에 가진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철폐를 과감히 요구하는 소신행보로 재계 안팎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투자방법’ 등을 묻는 질문에 이런 비유를 들어 참여정부를 비판했다.

“고요한 연못에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누군가 돌멩이 하나를 던지면 그 물고기는 이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참 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 하에서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와 불안정한 노사관계 등을 투자침체의 원흉으로 지목하면서 노조가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토론회 말미에 이같이 덧붙였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한미FTA로 늘어나는 세수를 이용해 농촌을 적극 도와야 하고, 농촌 역시 농산물 고급화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그는 참여정부가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한미FTA 타결’의 공을 한껏 높이면서도 재계의 주장을 가감 없이 전하는 절묘한 화술을 구사한 것이다. 재계와 참여정부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할 때 전경련 회장으로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리더십을 보여준 셈이다.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그룹 운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원래 효성그룹은 전 임직원이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효 성그룹의 ‘주경야독’ 풍조는 기본적으로 조 회장이 견지하고 있는 소위 ‘호학이재(好學理財)’의 행보에서 나온 것이다. 조 회장은 공부하는 재벌총수로 유명하다. 그는 끊임없이 배워야만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그룹 내에‘배우고 익혀야만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격언이 불문율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학이재(好學理財), 공부하는 재벌 총수

동 양의 전통에서 볼 때‘호학’과 ‘이재’는 동떨어진 개념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는 성리학(性理學)이 만연된 이후에 빚어진 일이다. ‘호학’을 자부한 공자는 결코 ‘이재’를 사갈시(蛇蝎視)한 적이 없다. ‘호학’을 군자의 기본 덕목으로 제시한 공자는 《논어, 양화》편’에서‘호학’의 효능을 이같이 풀이한 바 있다.

“인(仁: 어짊)만 좋아하고 호학하지 않으면 어리석게 되고, 지(知: 지식)만 좋아하고 호학하지 않으면 방자하게 되고, 신(信: 신의)만 좋아하고 호학하지 않으면 기강을 해치게 되고, 직(直: 정직)만 좋아하고 호학하지 않으면 옹졸하게 되고, 용(勇: 용맹)만 좋아하고 호학하지 않으면 어지럽게 되고, 강(剛: 굳셈)만 좋아하고 호학하지 않으면 경솔하게 된다.”

공자는 사람이 끊임없이 배우지 않으면 지(知)·인(仁)·용(勇)등의 덕목이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공자의 초기 제자 중 ‘호학’의 대표적 인물로 안회(顔回)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호학’에서 안회와 쌍벽을 이룬 제자가 한 사람 더 있었다. 그가 바로 자공(子貢)이다.

훗날 송대의 유자들은‘호학’과 ‘이재’를 철저히 분리한 성리학의 세례를 받은 나머지 ‘이재’에 실패한 안회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재’에 성공한 자공을 크게 폄하했다. 그러나 이는 공자의 기본 취지에 반하는 것이었다. 당시 자공은 공자의 제자들 중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총명한 인물이었다.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다음 대목이 그 증거이다.

“하루는 자공의 제자인 진항(陳亢)이 스승에게 말하기를,‘선생이 공손해서 그렇지 공자가 어찌 선생보다 현명하겠습니까’라고 했다.”

자공은 제자의 이런 발언에 펄쩍 뛰었으나 그는 사실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도 능히 천하를 뒤흔들 수 있는 당대의 기남(奇男)이었다. 그가 세 치 혀로 전국시대를 풍미한 소위 종횡가(縱橫家)의 효시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훗 날 사마천(司馬遷)은 《사기, 중니제자열전》에서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할애해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당시 자공은 패권을 다투던 오왕 부차(夫差)와 월왕 구천(句踐) 사이를 오가며 현란한 유세를 펼쳐 노나라를 제나라의 위협으로부터 구해낸 것은 물론 구천의 패천하(覇天下)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를 두고 사마천은 《중니제자열전》에서 이같이 평해 놓았다.

“자 공이 한 번 나서자 노나라가 존속되고, 제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오나라가 망하고, 진나라가 강국이 되고, 월나라가 패자(覇者)가 되었다. 자공이 한 번 뛰어다니자 국제 간의 형세에 균열이 생겨 10년 사이에 다섯 나라에 각각 큰 변동이 생긴 것이다.”

《논 어》에는 안회와 자공이 병칭되어 나타나는 대목이 제법 많다. 이는 두 사람의 나이가 비슷한 데다가 여러모로 대비된 데 따른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공자는 자공이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 날로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안회는 명성도 얻지 못한 채 가난에서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서 적잖이 우울해했다. 《논어, 공야장》편에 나오는 다음 대목이 그 증거이다.

“공자가 자공에게 묻기를, ‘너와 안회 중 누가 나은가’라고 하자 자공이 대답하기를, ‘제가 어찌 감히 안회를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압니다’라고 했다.”

자 공의 대답이 참으로 교묘하기 그지없다. 그는 스승이 질문하는 의도를 미리 간파하고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낮추면서 안회를 극찬하는 화술을 구사한 것이다. 공자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자공으로부터 이런 절묘한 대답을 듣고는 적잖이 심란했을 것이다. 자공이‘호학’은 물론 ‘이재’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도 이런 언변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기, 화식열전》은 자공의 ‘이재’ 능력을 이같이 극찬해 놓았다.

“공자의 제자 중 자공이 가장 풍요로워 말 네 필을 연결해 타고 다녔고, 비단 등의 폐백으로 제후들에게 빙례(聘禮: 초빙에 응하는 예)를 갖췄다. 이르는 곳마다 그곳 군주들과 대등한 예로 대접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공자의 명예를 널리 드날리는 데 자공이 으뜸이었다.”

그럼에도 훗날 송나라 유자들은 거만의 재산을 모은 자공의 ‘이재’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호학’마저 크게 폄하해 놓은 것이다. 이들의 왜곡된 평가를 계기로 ‘호학’과 ‘이재’를 동떨어진 것으로 간주하는 그릇된 풍조가 조성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자공은 공자 사후 상례(喪禮)를 주재한 것은 물론 3년상이 끝난 뒤에도 계속 3년이나 더 공자묘 곁에 여막(廬幕)을 짓고 스승의 죽음을 애도한 유일한 제자이기도 했다. 그는 ‘이재’에도 밝았지만 안회 못지않게 ‘호학’에도 뛰어났다. 전국시대에 들어와 노나라에서 최초의 《논어》인 소위 《노론(魯論)》이 나온 직후 제나라에서 이에 대응하는 《제론(齊論)》이 편제된 데에는 제나라에 처음으로 유학을 전한 그의 공이 컸다.

그런 점에서 끊임없이 배우며 오늘의 효성그룹을 일군 조 회장의 ‘호학이재’ 행보는 자공과 크게 닮아 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금도 바쁜 일정 속에서 수시로 짬을 내 각계 전문가들과 만나 조언을 듣는 것을 즐긴다. 관계 서적을 부지런히 읽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가 임직원들에게 늘 기업CEO로서의 ‘프로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프로정신’을 이같이 풀이하고 있다.

“임직원 모두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항상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생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개척정신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프로정신이다.”

그가 말하는 프로정신은 바로 끊임없이 스스로 연찬(硏鑽)하며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는 ‘호학이재’ 행보를 달리 표현한 셈이다. 실제로 조 회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첨단과학 분야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에 혀를 내두른다.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끊임없는 독서, 첨단 과학 지식 해박해

그 의 ‘호학이재’ 행보는 기본적으로 부전자전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경남 함안군의 부농 집안에서 태어나 6·10만세 사건 때 동맹휴학을 주도한 혐의로 중앙고보 4학년을 중퇴했던 조홍제 전 회장은 나이 30에 일본대 독일경제학과를 졸업한 ‘호학’ 기업인이었다. 그는 일제 때 고향 친구인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1000만 원을 빌려주었다가 대부금의 주식 전환을 조건으로 동업 제안을 받으면서 사업에 투신했다.

이후 삼성물산의 부사장직을 맡아 외부영업을 전담케 된 그는 해방 직후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홍콩과 마카오 등지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삼성물산이 한창 호조를 보이던 1960년 3월에 ‘동업관계의 청산’ 통보를 받게 된 그는 언젠가는 독립할 생각을 갖고 있었던 까닭에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나 지분배분 문제가 간단치 않았다. 결국 그는 1962년 9월에 지분문제를 포기한 채 56세의 나이에 기왕에 설립한 효성물산을 재정비해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첫 번째 품목으로 나일론을 선택한 그는 1966년에 과감히 울산에 공장을 지었다. 그는 불과 수년 만에 동양나일론이 나일론업계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게 되자 여세를 몰아 동생이 운영하는 대전피혁과 뒤늦게 삼성에서 지분 몫으로 건네 받은 한국타이어를 합병해 회사의 덩치를 비약적으로 키웠다. 그는 사업이 한창 확장되던 1970년대 초에 세 아들에게 기업을 나눠주어 경영을 책임지게 했다. 지분배분 문제로 삼성물산과 힘겹게 싸웠던 일을 거울삼아 형제 간의 지분분쟁을 미연에 방지키 위한 배려였다. 이에 장남인 조 회장은 효성물산 계열을, 차남인 조양래는 한국타이어 계열, 막내인 조욱래는 대전피혁 계열을 떠맡게 되었다.

조 전 회장은 1978년에 스스로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면서 세 아들에게 각기 다른 내용의 좌우명을 써 주었다. 장남에게는‘숭덕광업(崇德廣業: 덕을 숭상하며 사업을 넓힘)’차남에게는 ‘자강불식(自强不息: 쉼 없이 노력함)’막내에게는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대비해 환란이 없게 함)’이라는 글을 주었다. 이후 3형제는 부친의 좌우명 아래‘한 지붕 3가족’이라는 평을 들으며 일치단결 해 효성그룹의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냈다. 이들 3형제가 이끄는 3개 계열사는 지난 1980년에 주거래 은행을 달리 하면서 완전한 독립체제로 탈바꿈했다.

효성물산을 떠맡아 오늘의 효성그룹을 이룬 조 회장은 1935년 11월에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릴 때 꿈은 이공계 대학 교수였다. 그가 경기고를 나와 곧바로 일본의 와세다(早稻田)대로 진학해 화공학을 전공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는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일리노이 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내친김에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미국에서 학업을 계속하던 중 1966년 초에 갑작스레 부친으로부터 급거 귀국하라는 명을 받게 되었다. 이는 당시 부친이 동양나일론 공장 건설을 서두르면서 화공학을 전공한 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관리부장직을 시작으로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력을 쌓게 된 그는 주변으로부터 ‘재벌 2세’라는 평가 대신 ‘전문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듣기 위해‘주경야독’의 자세로 부단히 노력했다. 그의 이런 노력은 훗날 그에게‘학자풍의 재벌총수’라는 닉네임을 안겨주었다. 그의 학자풍 행보는 자식들에 대한 성공적인 교육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 예일대를 졸업한 뒤 게이오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장남 조현준은 지난 1997년에 입사해 그룹 부사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1998년에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를 받고 뉴욕주의 변호사로 활동하던 차남 조현문은 이듬해에 그룹의 경영전략 2팀장으로 합류했다. 명문 브라운대를 졸업한 막내 조현상은 미국의 컨설팅업체 등을 거쳐 지난 2000년 경영에 참여했다. 현재 이들 3형제는 효성그룹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불철주야로 뛰고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계 서열 4위에 랭크된 바 있다. 효성그룹이 최근 제2의 도약을 기치로 내건 것도 이들의 눈부신 활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와 사돈… 행보에 주목

그러나 조 회장이 시종 견지해 온 ‘호학이재’ 행보가 늘 성공적인 것만도 아니었다. 지난 7월의 ‘CEO 하계포럼’에 행한 부적절한 발언이 그 실례이다.

“우리 경제가 짧은 시간에 성장하다보니 적잖은 부작용이 있었다. 무균으로 자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제를 최우선시하는 경제대통령이다.”

그의 이런 발언은 당시 한창 경선이 진행 중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지원 사격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컸다. 그는 친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이 최근 이 후보의 셋째 딸과 결혼한 까닭에 당시 이 후보와 사돈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이 일로 인해 정계는 물론 재계 안팎으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이후 조 회장은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언행을 조심하며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의외의 일로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게 되었다. 친동생이 운영하는 한국타이어가 최근 직원들의 잇단 돌연사로 커다란 물의를 빚은 데 이어 해외지사의 부당노동행위로 여타 한국 기업들까지 곤경에 빠뜨린 것이 배경이었다.

재계 관측통들은 한국타이어가 비록 법적으로는 효성그룹과는 별개로 존재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그의 영향권 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학이재’의 행보로 호평을 받고 있는 그가 ‘흥업보국(興業報國)’의 상징인 전경련 회장으로서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신동준 고전연구가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에서 정치부 기자로 10년간 활동했다. 열국지와 춘추좌전 등을 편역했다. 21세기 정치연구소를 운영중이며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News Maker |고전 전문가가 본 이명박 리더십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8-01-01 20:57


◇“말(馬) 위에서 천하 얻었으면 말에서 내려와 천하 다스려야”◇

●국민 마음 움직인 건 이념 아닌 먹고사는 문제

●得國 성과에 도취 治國에서 칼 휘두르면 안 돼

●실용정부 최대 과제는 탈이념·탈구태·탈불신

                                                                  
CEO 이명박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민식(民食)의 중요성을 꿰 뚫었기 때문이다. 이는 공자가 역설한 선부후교(先富後敎)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그의 ‘불도저 리더십’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도 많은데….

정 계 입문 이전에 이미 샐러리맨 신화를 쓴 바 있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사상 초유의 ‘CEO 출신 대통령’이라는 신화마저 만들어냈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CEO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의 당선은 기본적으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짙다. 이는 그간 참여정부가 보여준 경제실패의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시종 소모적인 이념대립을 조장해 국론분열을 극대화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규모와 국가부채를 눈덩이처럼 키워 재정 위기를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 결과는 바로 투자환경의 악화로 인한 경제지표의 동시 하락과 ‘부익부빈익빈’으로 상징되는 민생의 파탄으로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그의 당선은 기본적으로 《맹자(孟子)》에서 승전(勝戰)의 3대 요소로 거론된 천시(天時)와 지리(地利), 인화(人和) 중 천시에 기인하는 바 크다. 그러나 그의 승리에는 천시뿐만 아니라 지리와 인화도 크게 작용했다. 텃밭인 영남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압도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은 것은 물론 대선 전에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각계 인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이 그 증거이다.

국민 이념성향 운운하는 건 난센스

일 각에서는 그의 승인(勝因)을 놓고 국민들의 이념적 성향이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으나 이는 요설(饒舌)에 불과하다. 서민들은 애초부터 자신들의 이념적 성향에는 관심도 없었다. 오직 먹고사는 소위 민식(民食) 문제 해결 여부에 따라 정권에 대한 지지와 철회의사를 드러낸 것일 뿐이다. 굳이 이념적 관점에서 분석할지라도 이번 대선은 오히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선택했던 중도성향의 40∼50대 유권자들이 이 당선자가 내세운‘경제대통령’에 크게 공명한 데 따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통치에서 ‘민식’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민식’의 실패가 예외 없이 민란(民亂)으로 표출돼 끝내 왕조의 몰락으로 이어진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동양에서 이를 가장 먼저 통찰한 인물이 바로 관중(管仲)이었다. 제환공(齊桓公)을 도와 춘추시대 전기에 첫 패업(覇業)을 이룬 그는 《관자(管子)》에서 이같이 역설한 바 있다.

“창름(창고)이 가득 차야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알게 되고, 의식(衣食)이 족해야 영욕(榮辱 : 영광과 치욕)을 알게 된다.”

관 중의 이런 입장은 소위 ‘선부후교(先富後敎)’를 역설한 공자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부민(富民)’을 전제로 한 ‘교민(敎民)’을 역설한 바 있다. 백성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부민’이 전제되지 않는 한 예의염치를 가르치는 ‘교민’ 또한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당선자가 외교국방과 교육문제 등 당면 현안을 모두 ‘민식’ 문제의 해결에서 풀겠다고 공약한 것은 현안의 정곡을 뚫은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경제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그는 선거기간 중 이같이 역설한 바 있다.

민식(民食) 공약은 정곡을 뚫은 것

“대한민국이 어렵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리더십 부재 때문이다. 말만 잘하고 능력과 경험, 책임감이 없는 3무(無)세력 대신 일 잘하는 실용주의 세력을 선택해 달라.”

그는 ‘실용주의’에서 그 요체를 찾은 셈이다. 사실 이는 초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 지도자들의 기본 노선이기도 하다. 최근 후진타오는 새로 선출된 당 중앙위원들에게 이같이 주문한 바 있다.

“우리는 실사구시(實事求是)에 입각해 미래를 향한 확고한 믿음과 도전정신을 가져야만 한다.”

원 래 미국에서 꽃을 피운‘실용주의’는 동양이 수천 년 전부터 추구해 온 ‘실사구시’ 정신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후한서(後漢書)》에서 유래한 이 말은 청대에 공리공담(空理空談)을 일삼는 성리학자들을 성토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경세치용(經世致用)과 이용후생(利用厚生)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는 국리민복(國利民福)과 무관한 일체의 논의를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에 들어와 ‘실사구시’로 치국에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로 덩샤오핑(鄧小平)을 들 수 있다. 소위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기치로 내건 그는 그 어떤 이념도 국리민복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고 역설하며 개혁개방을 실천에 옮겼다. 현대 중국의 초고속성장은 바로 ‘흑묘백묘론’의 개가(凱歌)가 아닐 수 없다.

BBK사건과 위장전입, 위장취업 등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자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결코 도덕성에 둔감한 것도 아니었다. BBK사건과 관련한 검찰발표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절반에 가까운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의 압승은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그를 통해 경제회생을 이루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증좌이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그의 압승은 바로 국민들의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용주의에 기초한 ‘경제대통령’ 구호가 서민들의 여망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역대정부는 역사 바로 세우기와 균형발전 등 시종 정략적 행보를 일삼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민식’ 문제를 소홀히 해 결국 실패한 정권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득국(得國)과 치국(治國)의 방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야전(野戰)으로 치러지는 득국과정은 묘당(廟堂)에서 이뤄지는 치국과정과 판이하게 다르다. 전한(前漢) 제국 초기에 가의(賈誼)는 《신서(新書)》에서 그 차이를 이같이 갈파한 바 있다.

“마상(馬上)에서 득천하(得天下)할 수는 있으나 치천하(治天下)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역대정부는 득국의 성과에 도취한 나머지 치국에서마저 ‘개혁’을 구실로 시종 말 위에서 칼을 휘두르는 득국의 행보로 일관한 게 사실이다. 이들이 하나같이 국민들의 커다란 기대 속에 힘찬 출범(出帆)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에 이르러 난파 직전의 초라한 모습으로 귀범(歸帆)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상(馬上)에선 치천하(治天下)할 수 없어

‘샌 드위치론’이 비등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춘추시대 당시 진(晉)·초(楚) 강대국 사이에 낀 정(鄭)나라와 사뭇 닮아 있다. 당시 정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민식’ 문제 해결을 통한 부국강병밖에 없었다. 당초 춘추시대 최고의 현상(賢相)으로 일컬어지는 정나라 재상 자산(子産)은 부국강병을 위한 강력한 법치로 적잖은 원성을 산 바 있다. 그러나 3년 뒤에 ‘민식’문제가 해결되자 백성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안위를 걱정했다.

이는 ‘민식’에 따라 백성들의 태도가 돌변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당선자 역시 향후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치 못할 경우 그에 따른 절망과 분노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민식’ 해결에 성공키 위해서는 먼저 뛰어난 인재를 곁에 포진시키는 작업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초야의 인재를 두루 발탁하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까지 과감히 포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 환공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관중을 재상으로 삼고, 당태종(唐太宗)이 적 편에 서 있었던 위징(魏徵)을 발탁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치국요람(治國要覽)인 《정관정요(貞觀政要)》는 당태종이 늘 숙연한 태도로 위징에게 경의를 표하며 정치상의 득실에 관한 자문을 구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모두 치국의 요체가 바로 조야(朝野)와 우적(友敵)을 막론하고 당대의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는 용인(用人)에 있다는 사실을 통찰하고 있었던 셈이다.

일찍이 관중은 용인의 요체로 사람을 쓸 때 믿지 못할 자는 아예 뽑지 않고, 일단 뽑은 후에는 전적으로 일을 맡기면서 신뢰하는 ‘지(知)·용(用)·임(任)·신(信)’을 든 바 있다. 치국의 성패는 바로 인재를 알아보고 탁용(擢用)하는 지현(知賢)에 달려 있다고 갈파한 것이다. 《열자(列子)》는 ‘지현’의 의미를 이같이 풀이해 놓았다.

“치국의 성패는 지현(知賢)에 있지, 자현(自賢: 군주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함)에 있지 않다.”

주 나라의 건국 원훈인 주공(周公)이 인재가 찾아오면 먹던 음식을 뱉으며 감던 머리를 쥐어 싸고 달려나가고, 제환공이 밤에 화톳불을 피워놓고 인재를 기다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난세에 최고통치권자가 자고자대(自高自大)에 빠지면 치국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자칫 나라가 뒤집히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당선자는 벌써부터 그의 독선과 오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독선과 오만은 최고통치권자가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 한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최대의 적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군으로 손꼽히는 당태종조차 말년에는 위징의 간언을 물리치고 원정에 나섰다가 크게 후회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자신의 능력 하나만으로 지존의 자리에 오른 인물은 하나같이 독선과 오만에 빠졌다.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를 써온 이 당선자 역시 이런 우려를 자아낼 만한 언급을 수차례 한 바 있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지도자는 절대 역사를 만들 수 없다. 가능하다고 생각해 힘을 모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

국 민역량을 하나로 결집시켜 전진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는 있으나 자칫 그의 ‘불도저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킬 만한 언급이 아닐 수 없다. 만일 그가 적잖은 국민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대운하건설 공약을 강행할 경우 이런 우려는 현실화될 소지가 크다. 한때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방편으로 ‘하면 된다’는 구호가 난무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당시의 상황과 다르다.

이 당선자는 ‘자고자대’로 일관한 노 대통령과 달리 참모들의 직설적인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일단 희망적이다. 득국에 이어 치국에서마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그는 노 대통령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그와 반대되는 노선을 걸으면 된다. 그러나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과제를 능동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불도저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첫 째 탈이념(脫理念)의 경제회생이다. 이는 실사구시의 실용주의에 입각한 ‘민식’ 문제의 해결을 의미한다. 취임 초기부터 연일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해 각종 경제지표를 점검하고 국익을 위한 세일즈 정상외교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둘 째 탈구태(脫舊態)의 정치개혁이다. 이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지역갈등 및 이념대결 구도에 편승해 입신한 인물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의미한다. 결코 논공행상이라는 소의(小義)에 얽매여 치국평천하의 대의(大義)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셋 째 탈불신(脫不信)의 사회정립이다. 그는 이미 대선 전에 BBK사건으로 혹독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를 재임기간 내내 감계(鑑戒)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대선 10여일 전에 공표한 재산의 사회 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민식’에 목을 매고 있는 서민들이 믿고 따르게 된다. 사상 최초로 등장한 CEO 출신 대통령의 성패는 바로 이 3가지 과제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동준 고전 연구가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에서 정치부 기자로 10년간 활동했다. 열국지와 춘추좌전 등을 편역했다. 21세기 정치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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