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Statistics Graph

 

'NEXT 로컬(Local)'에 해당되는 글 249

  1. 2011.08.28 “‘강·황’ 自中之亂 관치개입 불러”
  2. 2011.08.28 고득성.이경희 전문가 2인의 ‘은퇴 솔루션’
  3. 2011.08.28 “당신도 크로스오버형(crossover) 리더입니까”
  4. 2011.08.28 “던바의 법칙을 아십니까”
  5. 2011.08.28 폴란드 믈라바 공장의 승승장구 비결은 '인센티브 라인제'
  6. 2011.08.25 “성공한 군주들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 대가였다”
  7. 2011.08.25 주거복지 量에서 質로 ‘업 그레이드’
  8. 2011.08.25 “아파트도 정수기처럼 빌려 쓰시죠”
  9. 2011.08.19 파업피로증 SC제일銀 노조, 복귀 카드 꺼낸 배경은
  10. 2011.08.18 우리금융 민영화 다시 '좌초'…MBK한곳만 참여
  11. 2011.08.18 지도자 리스크
  12. 2011.08.18 달러는 폭락한다
  13. 2011.08.17 (딥 스토리)우공이산 하이닉스 반도체의 길고 긴 히스토리
  14. 2011.08.17 4년전 하이닉스 반도체의 인사실험
  15. 2011.08.12 산업 생장·갈증 씻어주는 자원소통의 뉴 Rainism
  16. 2011.08.12 현대·LG·삼성 등 빅3는 왜 농업에 곁눈질을 할까.
  17. 2011.08.10 “경제관료 출신 잠룡, 신묘년 올해 중 창천에 떠오른다”
  18. 2011.08.08 허허벌판 내몰린 장학퀴즈 세대들
  19. 2011.08.08 스타 PB들이 1년전 추천한 상품 복기해보니
  20. 2011.08.08 대한민국 금융시장 ‘빅뱅’ 어디로…
  21. 2011.08.08 “실용정권은 왜 오래가지 못할까”
  22. 2011.08.08 압구정동 하나은행 골드클럽 방문기
  23. 2011.08.08 이상주의자 왕망은 왜 실패했을까
  24. 2011.08.08 “스토리 경영이요? 자장면 역사에 해법 있죠”
  25. 2011.08.08 영국의 헨리5세, 중국 한대의 한무제, 그들의 공통점은
  26. 2011.08.08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말하는 중국의 리더들
  27. 2011.08.08 스타카토 한국사회 스토리텔링 능력 키워야 산다
  28. 2011.08.03 쌤앤파커스 일등 콘텐트 발굴하는 노하우 분석
  29. 2011.08.03 콘텐트 달인 이지성 작가가 말하는 베스트콘텐트 만드는 법
  30. 2011.08.02 구도장원의 유학자 이율곡의 심리를 분석하다
 

“‘강·황’ 自中之亂 관치개입 불러”

2010년 01월 13일 08시 09분
작년 9월말 열린 KB금융지주 출범 1주년 기념식장에 황영기 회장(오른쪽), 강정원 행장이 입장하고 있다.작년 9월말 열린 KB금융지주 출범 1주년 기념식장에 황영기 회장(오른쪽), 강정원 행장이 입장하고 있다.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은 미 동부의 명문인 다트머스대 출신이다. 이 대학의 동문이 바로 ‘제프리 이멜트(Jeff Immelt)’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이다.

에디슨이 창업한 이 복합기업의 최고경영자는 마케팅 사관학교인 ‘프록터앤갬블(P&G)’을 거쳐 이 회사에 합류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회장에 등극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로버트 나델리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비교적 순조롭게 ‘대권’을 이양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재작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전임자의 집중 포화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노(老) 경영자의 원색적인 비판은, 미국을 대표하는 이 복합 기업의 ‘살아있는 권력’을 뒤흔들었다. 두개의 권력은 늘 분란의 온상이다.

국내 금융사 중 자산 규모 수위인 KB국민지주를 뒤흔든 ‘외풍’도 오랜 라이벌 관계인 지주사·은행 경영자의 해묵은 ‘갈등’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던 황영기 우리은행장의 KB국민지주 입성이 분란의 도화선이었다. 두 사람은 뱅커스트러스트 시절부터 경쟁을 펼쳐온 평생의 라이벌이다.

“황 영기 회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부임한 후 강 행장이 숱한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강 행장이 평소 ‘수담(手談)’을 나눌 정도로 친한 인사들이, 황 회장 부임 후 한직으로 밀려나는 일도 속출했어요.” 금융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휘체계의 ‘이원화’도 ‘갈등’의 ‘불쏘시개’였다. 은행 부문이 지주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지만, 그룹수장은 지주사 회장인 불안한 동거 체제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두 사람의 ‘구원(舊怨)’은 이러한 갈등구도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뱅커스트러스트 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경쟁을 펼친 평생의 ‘라이벌’이다. 이 은행의 일본 지사로 발령이 난 황 회장은 일본 근무를 끝내고도 한국 자회사로 복귀하지 못하며 통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황 회장이 일본에 있을 때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강정원 행장이 뱅커스트러스트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면서 황회장은 당시 딱히 돌아갈 곳이 없는 상황이었죠.”

일본계 증권사에서 근무하며 황회장과 교유한 경험이 있는 금융전문가의 전언이다. 황 회장이 당시 모국에 돌아가 입사한 회사가 ‘삼성그룹’이다. 이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황 회장은 재기의 발판을 닦는다.

그리고 지난 2004년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으로 선임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황영기 전성시대의 백미는 재작년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이다. ‘파죽지세’였다. 그는 강정원 행장과 가까운 수장들을 물갈이 하고, 금융 감독당국 출신의 인사를 영입하는 등 친정 체제를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강행장과의 2라운드에서 완승을 거두는 순간이다.

우리은행 시절의 파생금융상품 투자 결정은 그러나 황 회장의 발목을 잡는다. ‘서프 프라임 모기지’를 기초 자산으로 한 ‘CDO’ 투자가 화근이었다. 미 저소득층의 모기지 상환 중단은 연쇄 부실을 불렀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도화선이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 우리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맹폭을 가한다.

황 회장은 화산 폭발에 비견될만한 불가항력의 사태라고 강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미 신용평가사들마저 CDO에 ‘트리플 에이(AAA)’등급을 부여했을 정도였다. 동정론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국감을 앞둔 금융감독 당국의 ‘셈법’도 그의 낙마를 불러온 요인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정 감사를 앞둔 금융 감독 당국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의 파생 상품 투자 손실을 좌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황 회장의 중징계와 관련해 ‘상황논리’도 제기한다. 파생상품 투자 책임을 묻지 않으면 자칫 투자 손실의 ‘불똥’이 고스란히 감독 당국에 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 회장 낙마의 이면에는 평소 ‘금융당국’, 그리고 동종업계 관계자들과 대립각을 세워온 그의 각박한 ‘원칙주의’도 한몫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은행 시절 감독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계열사 경영자와 갈등을 빚는 등 배려를 모르는 처세의 한계를 꼬집는 지적이다.

황 회장의 낙마는 지주사 수장을 노리던 강정원 행장에게는 반전의 기회였다.
라이벌 대전의 최후 승자는 강 행장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다시 급반전된다.

금융지주사의 회장직에 도전하는 관료 출신들이, 선임 절차의 불공정성을 꼬집으며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를 한 후폭풍의 여파다.

국민의 정부 시절 외자유치의 중책을 담당했던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회장선임 절차를 연기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강 행장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장직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사실상 백기투항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예비 조사에서 ‘무리수’를 두며 관치 논란을 불렀다.

강 행장의 운전기사까지 조사하고, 컴퓨터를 통째로 가져가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며 퇴진을 사실상 종용했다.

강 행장이 국민은행장으로 재임하며 주최한 골프 대회도 도마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정원 행장이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이다. KB국민지주 수난의 이면에는 지도부의 분열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평생의 라이벌인 두 경영자가 구원을 씻어내지 못하고 서로 반목하면서, 정부 지분이 단 한주도 없는 이 민간금융기관에서 조차 관치 금융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빌미를 주었다는 얘기다.

‘동패구상(同敗俱傷)’이다. 황영기 회장은 KB금융지주에서 낙마한 뒤 최근 차병원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뱅커스 트러스트시절 일본에서 돌아와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내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강정원 행장은 금융당국 사정의 압박이 강해지자 ‘결자해지’의 뜻을 밝혔다.
조직이 ‘외풍’에 흔들리며 금융지주사. 은행의 지휘권 일원화 등 시너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 논의도 실종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제 논리는 사라지고 정치논리만 횡횡하는 국면이다. ‘농부’를 자처하는 김정태 전행장은 지금도 이 은행에 거액을 맡기거나 예치에 도움을 주면서 후배 사랑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런 그도 지난 정부에서 재정경제부의 스타 관료 출신과의 해묵은 갈등 끝에 물러난 바 있다. ‘수난삼대(受難三代)’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득성-이경희 전문가 콤비 은퇴설계의 노하우를 말하다

전문가 2인의 ‘은퇴 솔루션’

2010년 02월 09일 14시 58분
고득성 SC제일은행 프라이빗뱅킹팀 부장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회계법인, 로펌, 은행 등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준국투자자 교육협의회 책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노후. 재테크, 은퇴준비 등을 주제로 한 강연회의 단골 강사이기도 하다. SC제일은행 프라이빗뱅킹 팀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득성 SC제일은행 프라이빗뱅킹팀 부장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회계법인, 로펌, 은행 등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준국투자자 교육협의회 책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노후. 재테크, 은퇴준비 등을 주제로 한 강연회의 단골 강사이기도 하다. SC제일은행 프라이빗뱅킹 팀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부자들의 재테크 멘토(mento)
“효도받고 싶거든 교육비부터 줄여라”


은퇴 이후를 떠올리는 직장인들의 고민은 한결같다. 급여 봉투는 얇은데 경조사, 자녀교육 등 돈 쓸 일은 꼬리를 문다.

발등의 불을 끄는데 급급하다보니 차분히 은퇴설계를 하는 일도 언감생심이다. 고득성 SC제일은행 프라이빗뱅킹 부장, 이경희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에게 은퇴 준비의 노하우를 물었다.


공인 회계사 출신의 부자 컨설턴트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셨는데요. 부자들도 은퇴 이후를 걱정합니까.
은퇴이후 어떻게 즐길지 고민들을 하죠.


화려한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지중해를 돌아보며, 밤이면 무도회에 가는 그런 삶 말인가요.
고객들 중 대학 교수 한분이 있어요. 그분이 하루는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보장 자산, 집 자산 등 은퇴이후를 보낼 자산은 다 구축했으니, 앞으로는 행복하게 투자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만 고민하면 된다고요. 이 고객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책도 집필하게 됐습니다.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말인가요. 50만 권 이상이 팔린 걸 보면 독자들의 고민을 정확히 파고들었나 봅니다.
그런가요.


솔직히 공허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자녀교육에 집장만까지 허리가 휘는 게 대한민국 직장인의 현주소가 아닌가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자녀들 학원비, 고등학교·대학교 학자금을 대다보면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힘에 부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은퇴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교육비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공식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자기 나이에서 ‘20’을 빼보세요. 그러면 소득 대비 은퇴준비금의 적정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30세 직장인은 소득의 10%, 40세는 20%, 50세는 30%를 매월 투입해야 합니다.”


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까요. 끼니를 굶어도 자식 교육부터 시키는 게 부모 마음 아닌가요.
그 편이 자녀를 도와주는 겁니다. 부모가 나이 들어서도 생활 능력이 있어야 자녀들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게 발등의 불이죠.
젊은 세대들은 소득의 30%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할 겁니다. 1970년대만 해도 17.5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했어요. 이 수치가 2008년에는 7명으로 줄었고, 2030년에는 2.7명으로 급락할 겁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65세 노인의 절반 이상이 자녀, 친척의 도움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40대들은 부모세대와는 달리 노후에 자녀에게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 펼쳐지겠군요.
젊은 대학생들이 제 강연에 왜 몰려들겠습니까. 자녀에게 기댈 수 없는 세대가 바로 그들입니다.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운신의 폭을 제한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자산을 보면 ‘2억2000만~3억 원’ 정도입니다.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60%가 훌쩍 넘습니다.


답답하니 종신보험을 몇 개씩 가입하는 분들도 있어요.
보험은 결코 ‘투자 상품’이 아닙니다. 미래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보장’과 더불어 ‘원리금 회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분들도 있는데, 보험 상품의 성격을 이처럼 혼동한 탓입니다.

좀 더 저렴한 보장성 보험 상품을 구입하고, 그 차액을 복리로 운용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큰 돈을 번 부자들은 대부분 ‘부동산’ 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이들이 아닌가요.
한 가정에서 대 여섯 명씩 자녀를 낳던 시절을 떠올려 보세요. 부모가 장남에게 집을 물려주면 다른 자녀들은 분가해 주택을 구입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자녀를 한명씩만 낳고 있지 않습니까.

2020년 이후, 부동산은 물가 상승폭 이상으로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출산율은 OECE국가 중에서 최하인데, 노인들의 자살율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은퇴 준비의 첫 단추는 어디에서부터 채워야 할까요.
공식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자기 나이에서 ‘20’을 빼보세요. 그러면 소득 대비 은퇴준비금의 적정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30세 직장인은 소득의 10%, 40세는 20%, 50세는 30%를 매월 투입해야 합니다. 직장에서 받는 급여에는 자녀 교육비는 물론 노후 준비금도 다 포함이 된 겁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은퇴 준비에 나서면, 부담을 그만큼 덜 수 있다는 뜻입니까.
강연장에 가보면 20~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후폭풍으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부모세대를 본 젊은 세대들은 현실적입니다.

일찍부터 재테크에 눈을 뜬 세대들이기도 합니다. 너무 늦게 시작하니까 그만큼 힘이 드는 겁니다. 최소한 10년 이상 은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소득의 얼마나 떼어내 은퇴 이후에 준비해야 하는 겁니까. 직장인들 주머니 사정이야 다 그렇지 않습니까.
포트폴리오는 ‘서랍’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30대 직장인은 소득의 10%를 ‘보장자산’ 서랍, 예비 자산 서랍, 은퇴 자산 서랍, 투자자산 서랍, 집자산 서랍에 불입해야 합니다.

연금을 비롯한 장기상품만 있으면 돈 관리의 즐거움을 얻기 힘들고, 펀드 상품도 같이 가야 합니다.


그 정도를 불입하는 게 가능할까요.
고객 중에 컨설팅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도 고액 연봉자인데, 이상하게 자금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고객이 툭하면 외산 자동차를 바꾸는 ‘자동차 광’이었어요. 소득이 많으면 씀씀이가 커지기 마련입니다. 은퇴 대비의 요체는 바로 철저한 관리에 있습니다.


노후 대비로 제격인 은퇴 상품을 하나만 추천해 주시죠.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에 불안감을 피력하는 이들도 많지 않습니까.
국민 연금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 친구도 금융전문가인데, 장기 해외 파견을 떠나면서 국민연금을 되돌려 받았습니다.

국민연금이 가까운 시일 내에 고갈된다고 하는데, 미리 받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냐는 거였죠. 하지만 국민연금은 아주 괜찮은 은퇴상품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매달 18만원을 국민연금으로 납부하는 직장인이 30년간 국민연금을 내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는 65세 이후 현재 물가기준으로 매월 62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연 물가상승률을 4%로 가정하면 이 돈은 박씨가 65세가 됐을 때의 245만원과 같습니다.

이 정도 돈을 매월 이자로 받으려면 은행에 수억대의 예금이 있어야 합니다. 매월 18만원을 불입해 수억대의 자금을 만들려면 연 10%의 복리수익률을 올려야 합니다.


사라지는 일자리들이 많습니다. 은퇴를 대비한 재무 설계만으로는 ‘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는 명예퇴직금을 주는 은행들도 줄어들 겁니다. 소속 조직의 안정성에 가치를 두는 이들은 10년 안에 더 이상 설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질 겁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좀 더 유연한 생각으로 자기 계발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비전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70대 이상의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습니까.
우리도 하루빨리 그렇게 변해야 됩니다.


‘은퇴 후’에 어떤 식으로 대비하고 있습니까.
강연도 부지런히 하구요. 책도 내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받는 월 급말고도 강연, 저술활동 등 소득원을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도 빠지지 않고 나갑니다. 여러 분야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사람이 자산이죠.



창업컨설턴트 이경희 소장
Profile / 부산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으로 프랜차이즈 및 창업, 유통,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및 여성부 창업멘토 등을 역임했다. 삼성, 현대, 쌍용 등 각종 기업과 연세대, 안양대, 한양대, 성신여대, 동국대 등에서 창업강좌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창업컨설턴트 이경희 소장
Profile / 부산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으로 프랜차이즈 및 창업, 유통,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 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 국가보훈처 자문위원 및 여성부 창업멘토 등을 역임했다. 삼성, 현대, 쌍용 등 각종 기업과 연세대, 안양대, 한양대, 성신여대, 동국대 등에서 창업강좌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 트렌드 멘토(mento)
“은퇴 3년 전부터 오너십 키우세요”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창업을 꿈꾸지만 막상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창업 전 준비 무엇부터 해야 합니까.
아이템을 먼저 선정하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보다 앞선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선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해요.

또한 그 강점이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영에 대한 공부와 인맥 형성이 중요합니다. 창업관련 웹사이트에라도 가입해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작은 가게 하나를 내는 데도 경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가요.
조직관리나 사업전략 수립, 마케팅 방법, 자원의 분배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경영 공부는 아무리 작은 가게를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관련 책이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할 수 있습니다. 경영 공부를 해두면 아이템에 상관없이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업 준비 기간은 은퇴 전 몇 년 정도가 적절하다고 봅니까.
적어도 3년 전에는 준비해야 합니다. 이 기간은 오너십을 기르는 기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직장인들은 보통 자신의 일에 책임지려는 습관이 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업이라는 것은 자신이 사장이 된다는 말입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습관을 직장 다니면서부터 길러두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직장인이라면 창업을 해도 무조건 성공합니다.


대기업 출신들이 창업을 할 경우 실적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오너십과도 관련이 있습니까.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맹점주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실제로 대기업 출신들이 자영업자 출신에 비해 성과가 더 안 나왔어요.

이들은 본사에 기대는 경향이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출신이라도 마케팅이나 서비스 직종 출신, 금융사의 경우 창구에서 고객을 응대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창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보유한 기본금 외에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들이 있습니까.
소상공인지원센터 등을 통해 적게는 2000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1인 창업의 경우 중소기업청에서 창업 자금의 30~50%를 지원해주는 제도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각종 아이디어 공모전에 응시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자들의 경우 대부분 어느 정도 기본자금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에는 커피전문점 창업이 인기였습니다. 올해 유망 창업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최근 눈에 띄는 아이템은 일본식 우동이나 주먹밥 등이 특화된 신개념 분식점입니다. 한식 전문점도 인기인데, 은퇴자들의 연령층이 50대라고 볼 경우 설렁탕이나 부대찌개와 같은 한식 아이템도 잘 맞을 것으로 봅니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점도 그렇고 대개 생계형보다는 취미형으로 접근합니다. 은퇴 후 창업 아이템으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적어도 3년 전에는 준비해야 합니다. 이 기간은 오너십을 기르는 기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직장인들은 보통 자신의 일에 책임지려는 습관이 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업이라는 것은 자신이 사장이 된다는 말입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습관을 직장 다니면서부터 길러두는 것이 좋습니다.



창업 초창기에 기대만큼 장사가 되지 않으면 조급해지기 마련입니다. 어느 정도가 지나야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습니까.
예전에는 “3개월 이상 적자 나면 포기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매출 증감 추이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출이 내려가고 있다면 마음을 다잡고 프로모션을 통해 돌파하려는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초기에 병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경쟁자들을 잘 지켜봐야 합니다.


3억 이상의 자금을 가지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아이템을 추천하십니까.
올해는 로드샵의 증가가 새로운 창업 기회가 될 것입니다. 화장품은 물론 신발이나 의류 편집매장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러한 매장의 경우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점포구입비를 포함해 최소 3억은 듭니다. 이러한 매장들은 자금만 있다면 운영상 어려움도 덜하고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음식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식산업 분야에서 1인 창업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주로 한 가지 업무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진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은 저술과 컨설팅, 강연이 한 싸이클을 이루게 됩니다. 전문 분야의 책을 펴내는 것이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첫 걸음입니다.


최근에는 은퇴 후 귀농 계획을 세운 직장인들도 많습니다. 혹은 시골에 내려가 농사가 아닌 창업을 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를 귀향창업이라고 부릅니다. 귀향창업 시에는 지방의 유행 속도가 수도권보다 한 박자 늦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서울에서는 포화 업종이라도 해도 지방에서는 경쟁력을 갖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앞선 신업종을 지방에서 시작할 경우가 더 위험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흐름에 뒤쳐진 아이템을 골라서도 안 됩니다.


창업 성공의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보통 꼽는 것이 아이템과 자금, 그리고 창업자의 자질입니다. 머리를 쓰는 지식형 산업은 자금이 중요하지 않고 창업자의 자질이 더 중요하다.

반면 점포형의 경우 창업자의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입지와 상권이 성패의 60%를 좌우합니다.

무조건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좋은 장소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입지 선정을 위해선 그 만큼의 공부와 열정이 필요합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컨버전스’에서 성장 해법 찾는 경영자들

“당신도 크로스오버형(crossover) 리더입니까”

2010년 06월 29일 16시 33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인사이트 트립’서 통찰력…
융복합시장 급성장…2015년 202조원 규모



잔잔한 미풍이 허리케인으로 바뀌며 지축을 뒤흔드는 양상이다. 컨버전스는 산업 지도를 바꾸는 판도라의 상자다.

SK텔레콤은 하나은행과 손잡고 카드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밥솥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쿠쿠전자는 정수기 사업에 진출하며 웅진코웨이에 도전장을 던졌다.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은 신시장 창출의 방정식이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와 서비스를 통합한 T스테이션으로 ‘실지(失地)’를 회복했다.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전전긍긍이다.

히말라야에서 성장의 방정식을 구하는 컨설팅 업계의 경영자, 인사이트 트립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카드사 사장, 젊은 대학생들과 교유하며 새로움을 수혈하는 금융권의 노경영자를 비롯한 현대판 ‘율리시즈’들의 컨버전스 트렌드 해법에 주목했다. <편집자 주>




지난 2006년 7월, 베이스캠프가 있는 히말라야의 로체샤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 우뚝 선 산봉우리를 휘감고 몰아치는 바람은 매서웠다.

김경준(47)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는 히말라야의 눈 덮힌 풍경을 생생히 기억한다. 해발 5000m 고지에서 바라본 세상은 아름다웠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자회사. 당시 이 기업의 전무이던 그는 국내 재벌기업들을 상대로 성장 전략의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사였다.

서울 여의도 빌딩 숲을 누비며 성장의 덫에 걸린 고객사들의 고민거리를 씻어주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였다. 하루가 다르게 팍팍해지는 시장 환경은 최고경영자(CEO)들의 골칫거리이자, 늘 새로운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그의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히말라야행을 돌연 선택했을 때 다들 무모한 도전이라고들 했다. 히말라야의 전설로 통하는 산악인 엄홍길과의 만남은 새로웠다.

컨설턴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무뚝뚝한 산 사나이는 리더십의 교범이었다. 엄홍길씨는 ‘히말라야 등반’이라는 ‘구도 행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뛰어난 마케터였다.

엄씨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조직해 가치를 새로 만들어내는 컨버전스의 달인이었다. 휴먼원정대가 그 백미였다.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이는 요소들을 결합해 등반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산악인을 만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엄혹한 도전 속에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강인함도 빼놓을 수 없는 신선함이었죠.”


엄홍길 산악대장이 주도한 ‘휴먼원정대’는 산악인이 만들어낸 화려한 프로젝트였다. 뜨거운 햇볕이 작열하는, 사방이 온통 눈으로 덮인 히말라야 설원이라는 색다른 공간에서 문득 찾아온 깨달음은 한 산악인에서 비롯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0년 6월22일.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컨버전스 세미나장.

김 대표가 기조연설을 한 컨버전스 세미나 행사장은 이 새로운 트렌드에서 성장의 기회를 엿보려는 최고경영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현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판매하는 기업인들의 위기감은 말 그대로 대단합니다. 애플이 휴대폰 업체 노키아와 경쟁을 할 것이라고 수년 전에 누가 예상을 했겠습니까.”

김 대표는 요즘 컨버전스 강의를 한다. 수년 전 히말라야행에서 만난 엄홍길 산악대장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컨버전스의 고수였다.

국내 시장의 강자들이 컨버전스 관련 세미나장으로 몰리는 이면에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주도하며 비즈니스 지형을 바꾸는 담대한 도전자들이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바로 여행에서 아이디어를 구하는 최고경영자다. 레드오션으로 변모한 카드 업계에서 독특한 마케팅으로 순항을 거듭하는 이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인사이트 트립(insight trip)’으로 불리는 여행에서 카드 업계의 변화를 주도할 통찰력을 얻고 있다.

잠재적 경쟁자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정영학 렉스마크 코리아 사장은 빅블루 IBM에서 분사한 이 글로벌 기업의 한국시장 공략의 첨병이다.

이 회사의 복합기는 프린터, 팩스기, 복사기, 스캐너 등을 하나의 기기에 통합한 대표적인 컨버전스 상품으로 이 분야에서 활동하던 단품시장 강자들의 몰락을 부른 장본인이다.

프린터 시장의 터줏대감들을 무너뜨린 이 글로벌 기업의 복합기는 프린터보다는 ‘지능형 컴퓨터’에 가깝다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문서 복사와 동시에 정보를 읽어 들여 원본은 복합기에 내장된 하드디스크에 남겨놓고, 미리 지정한 상대방의 이메일로 전송하는 기능은 이 업체의 자랑거리다.

고객사의 네트워크(SI)는 이 복합기를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바꿔주는 ‘도우미’다.

고객사 전체에 몇 대의 복합기가 운용되고 있으며, 이들 복합기에 장착된 토너나 종이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도 간단한 프로그램 조작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프린터의 놀라운 진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업체의 한국시장 공략을 주도하는 정 사장도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경영자’라는 점이다.

수십여 년을 글로벌 기업에서 활동한 그는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마케팅(휴렛패커드) 분야를 두루 거친 팔방미인형 경영자다.

프린터의 진화는 컨버전스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 컴퓨터와 휴대폰의 컨버전스로 등장한 스마트폰은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주도하던 휴대폰 업계의 산업지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다.

김경준 대표는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로 기술과 기술의 결합, 제품과 제품의 결합을 의미하던 컨버전스의 범위가 시장, 산업, 문화 영역을 비롯한 전 영역으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악, 사진, 문학, 상상력을 주제로 한 경영대학원 과정이 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영국의 프리미엄 위스키 브랜드를 비롯한 ‘이종산업’에서 고속 성장의 해법을 엿보는 경영자가 바로 정태영(51) 현대카드 사장이다.


인사이트 트립서 통찰력을 얻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매년 ‘인사이트 트립(insight trip)’을 떠난다. 레드오션(red ocean)으로 변모한 신용카드 업계에서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순항을 거듭하는 이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우리말로 통찰력 여행이라는 이 독특한 이름의 해외 탐방길에서 카드 업계의 변화를 주도할 트렌드,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 변화의 ‘통찰력’을 얻는다.

그는 지난해 살림의 여왕으로 유명한 마샤 스튜어트의 사무실을 방문해 이 회사의 라이프 스타일 잡지인 <마샤스튜어트 리빙>의 한국판을 같이 내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정 사장은 또 아이폰 인기 앱인 자가트(zagat)를 만든 레스토랑 가이드북 제작업체 ‘자가트’와도 공동사업을 하고 있다.

<2010 서울 레스토랑 지도>를 만들어 선보인 정 사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또 다른 영역이 바로 주류, 백화점을 비롯한 이종 업계다.

영국을 비롯한 구미권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는 정 사장이 즐겨 찾는 방문 1순위다. 정 사장은 영국 프리미엄 위스키의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등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후문이다.

그는 인사이트 트립에서 자사의 비교우위를 빠른 속도로 카피하는 경쟁 상대를 따돌릴 아이디어를 구한다.

인사이트 트립은 국내 카드시장의 신선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 회사 도약의 자양분이다.

‘슈퍼 콘서트’ ‘슈퍼매치’를 비롯한 빅 이벤트로 카드회사 마케팅의 영역을 확장해온 정 사장은 요즘 또 다른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객들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바람직한 소비 포트폴리오를 권유하는 서비스가 그것이다. 전통적인 카드 회사의 밸류 체인에 ‘고객 컨설팅’을 더한 시도다.

인사이트 트립은 비단 현대카드의 전유물은 아니다. 작년 12월, 삼성경제연구소의 세리(SERI) CEO 강좌의 수강생이던 최고경영자 10여 명은 이탈리아 피렌체여행을 떠나 화제를 모았다.

인문학자로 유명한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학 교수와 함께 르네상스 혁명을 이끈 중심지를 돌아보러 간 것.

르네상스 혁명을 주도하던 피렌체의 도시 경쟁력이 화두였다.
또 이 도시의 번영을 주도한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사람들이 신학적 사고를 극복하고, 이 도시의 번영을 주도해가는 과정에도 주목했다.

김 교수는 매일 10여 시간씩 열흘 동안 특강을 하는 강행군을 했다는 후문이다.


국내에서 ‘컨버전스’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지난 1993년경이다. 복합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주인공은 삼성그룹의 변화를 주도하던 이건희 회장이라는 것이 컨설팅 업계의 진단이다.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신경영’은 물론 ‘복합화’ 제안도 포함돼 있다.


젊은 세대에서 성장의 기회 엿보다
“손님 만날 일이 많았던 1970년대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지. 앉은 자리에서 10잔도 마셨어.

그러고 나면 화장실로 달려가서 손가락을 집어넣고 토하고 그랬지. 그렇게 한 7개월 지냈더니 더 이상 못 마시겠더라구.”

젊은 세대와의 교유에서 변화의 흐름을 엿보는 최고경영자가 바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을지로에 있는 30년 단골 이태리 식당 ‘라칸티나’를 방문한다.

대학 졸업을 앞둔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들을 만나 자신의 젊은 시절과 은행권 성공 방정식을 들려준다.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은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가 빠뜨리지 않는 월례 행사다.

그는 참석자들을 상대로 넥타이 고르는 요령부터 젊은 시절 고생담까지, 시시콜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젊은 후배들은 금융권의 장수 CEO가 젊은 감각을 받아들이는 창구이자, 미래의 소비자들을 만나는 접점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이 만남을 “기쁨이자, 기회”라고 평가한다. 국내 금융사들은 보험·은행·증권·자산운용 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며 규모의 경제와 더불어 ‘부문별 시너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통신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모바일 카드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금융권을 뒤흔드는 컨버전스 추세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이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아이디어의 80%는 경영의 테두리 밖에서 나온다.”

게리 헤멀 시카고대학 교수의 발언은 시사적이다. 최고경영자들이 피렌체나 히말라야로 떠나거나, 젊은 세대와 교유하는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강력한 플랫폼 지닌 기업이 컨버전스 주도
국내에서 복합화(컨버전스)라는 용어를 사용한 주인공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것이 컨설팅 업계의 정설이다.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신경영’과 더불어 ‘복합화’를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의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0년대 초반 공식화한 컨버전스의 트렌드는 최근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과 산업이 서로 섞이며 기존 산업의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는 단계로 진입 중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한 경영자들의 특징도 뚜렷하다.
지난 1990년대 초반 ‘빅 블루’ IBM을 파산 위기에서 구해낸 루 거스너 전 회장은 제조업과 서비스의 컨버전스에서 이 공룡기업의 살길을 모색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팔미사노 후임 회장은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를 인수하며 서비스부문으로 무게 중심을 점차 옮겨간 주역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애플의 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컨버전스에서 성장의 기회를 선제적으로 포착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괴짜 경영자는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대만의 휴대폰 업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등을 자사 주도의 생태계에 끌어들여 노키아나 삼성전자, LG전자가 공들여 구축한 휴대폰 산업 내 포지셔닝을 단숨에 뒤흔들고 있다.

김경준 대표는 “강력한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낼 ‘플랫폼’이 누구의 소유인지가 결국 경제적 관계를 바꾼다”고 강조한다.

구글,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무대의 강자들이 최근 이 플랫폼을 앞세워 용호상박의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라는 것.

컨버전스 시대의 승자는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포착하고 융복합 기술로 공략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신장 삼성경제연구소 전 지식경제실장은 “남이 주지 못하는 기쁨을 주는 것이 바로 새로움”이라며 “융합·복합으로 (소비자들의) 숨겨진 니즈(needs)를 공략하는 기업들이 급증했다”고 진단한다.

컨버전스 성공시대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며, 기술은 그 이후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던바의 법칙을 아십니까”

2010년 07월 20일 11시 08분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 서울대를 졸업하고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를 비롯해 7권의 저서를 발표했으며, 방송 진행자로도 명성을 얻었다. 역사적 사건의 현재적 의미를 이해하기 쉬운 글로 전달하는 데 뛰어나다는 평이다.



모바일 빅뱅에 이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NS)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PC와 인터넷이 정보화 사회로의 문을 열어젖힌 이후, 2010년대는 스마트폰 대중화와 맞물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화가 기술적 진화의 단계에서 문화적 진화의 단계로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보화 사회 초기의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사람 간에 감정을 교류하고 관계를 맺고 상호 영향력을 확대하는 형태로 심화되는 것이다.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상호 간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이 변화하는 단계로 들어서면서 기술 대신에 문화가 전면에 나서는 웹2.0 사회의 지배적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에도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던바의 법칙’, 사람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 집단의 크기를 언급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1990년대 초 침팬지 등 영장류 30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복잡한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대뇌 신피질)이 발달할수록 관계를 맺는 집단의 크기도 커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평균적으로 150명과 관계를 맺는다고 추론했다.
던바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호주, 뉴기니,

그린란드 등의 원시부족 마을 조사에 나섰는데, 공교롭게도 자연부락의 평균 규모가 150명이란 사실을 발견했고, 효과적으로 전투하기 위한 부대의 인원도 200명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인간 두뇌의 생물학적 특성에서 출발하여 인류학적으로 확인된 던바의 법칙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류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현상이다.

던바의 법칙을 전 세계 사람이 모두 5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사회관계망 연구의 결과와 연계해서 보면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사람들이 직접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의 숫자는 150명이다. 요즘 표현으로 소위 1촌 150명은 각자 다시 150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영향력은 150명 단위로 확대된다.

산술적으로 1명이 150명씩 5단계를 거치면 750억 명으로 확산된다. 던바의 법칙과 사회관계망 원리는 21세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만나면서 핵폭탄 수준의 폭발력을 확보했다.

통신수단이 미흡하던 과거에 정보는 소집단 내부에서 구전을 통해 전파되었지만, 이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전파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가 확보되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상호관계망의 속성이 네트워크와 만나서 발생하는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변화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 고객 세분화를 통한 목표시장 공략 형태의 마케팅은 20세기의 유산이 되고 있다.

21세기는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한 구전(Word of Mouth)을 활용하는 사이버 대면 (Cyber Face to Face) 마케팅 방식이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을 각 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식품회사인 펩시는 지난 2월 열린 미국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광고를 23년 만에 중단하는 대신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들에 2000만 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웹2.0 시대의 핵심 성공 요인은 개방성, ‘연결하고 창조하라 (Connect & Create)’ 이다.

인터넷이 기술의 차원을 넘어서 문화의 차원으로 심화되면서 SNS가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시점을 맞아 기업은 ‘사이버 연결망에 참여하고 메시지를 전파’하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박영환 기자 blade@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뷰 | 이장희 LG전자 믈라바 법인장

“라인별로 인센티브제 만들었습니다”

2010년 10월 12일 11시 23분
이장희 LG전자 믈라바 법인장은 폴란드 현지의 공장 라인에 ‘플로(flow) 생산방식’을 접목해 이 공장의 생산성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경영자다. 지난 9월28일 오전, 이장희 법인장을 믈라바 현지에서 만나 그가 보는 폴란드 근로자들의 특성, 애로사항 등에 귀를 기울였다. <편집자 주>


바르샤바에서 두 시간 거리인 폴란드 믈라바 공장이 전 세계 LG전자 해외 공장에서 인도 다음으로 가장 크다고 들었습니다.
인도는 5개 본부, 여기는 2개 본부 체제입니다. 올해 믈라바 공장의 목표 매출액이 19억 달러, 인도는 20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단일 공장만 놓고 보면 믈라바가 인도보다 큽니다. 우리는 유럽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요.


LG전자 전 세계 공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견학도 자주 온다면서요.
멕시코에서도 여덟 명이 와서 공장을 둘러보고 갔습니다. 저희는 코스트 쪽이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생산 공정이 중단되지 않고 흐르는 플로 방식입니다. 도요타의 간반 방식을 한국식으로 공장라인에 적용한 것이 주효했어요. 여기에다 라인별로 인센티브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라인은 봉급을 더 받고, 어떤 라인은 덜 받습니다. 폴란드 사람들은 경쟁심도 대단합니다.


폴란드 근로자들은 몸값은 체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로열티가 높고 매우 우수하다면서요.
노벨상 수상자를 7명이나 배출하지 않았습니까. 한국 근로자들이 일주일 정도 걸릴 작업을 이틀 만에 처리합니다.


폴란드 정부에서 어떤 인센티브를 받았습니까.
폴란드에는 14개 특별구가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오면 법인세 면제 등 세금 혜택을 받습니다. 폴란드가 지난 2004년도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유로펀드 신청 자격도 생겼습니다. 유로펀드를 받아서 폴란드 정부가 (신청 기업) 지원해주는 방식입니다.


폴란드는 도로 건설을 유럽연합에 약속하고 유럽컵을 유치했습니다. 인프라 문제가 심각합니까.
소유주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다, 땅 주인이 누구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호적법이 있어서 다 추적이 되는데 여기는 그게 잘 안 돼 있어요.


유럽에서는 지금도 더블딥 공포가 툭하면 고개를 드는데, 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어렵지는 않습니까.
지금(9월)부터 11월까지 핫 시즌입니다. 온 공장이 전체가 떠들어야 할 판인데, 조용한 편입니다.

바르샤바=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소장의 휴넷 강의

“성공한 군주들 지식 경영 대가였다”

2010년 12월 14일 11시 18분

정조는 ‘을시(오후 10시 이후) 부터 경서, 역사서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은 독서광이었다

지난 12월7일 휴넷이 주최하고 아시아미디어그룹이 후원하는 제35회 CEO월례 조찬모임에서는 역사대중화 작업에 앞장서온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소장의 강연이 있었다. ‘역사에서 배우는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이 소장은 개명군주의 대명사인 정조와, 망국의 군주 고종 등 조선시대 군왕들의 리더십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주>

서울의 주산인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있는 북촌 마을은 조선시대 노론들이 주로 거주하던 고급 주택가였다. 권세가들은 경복궁 임금 가까운 곳에 살았고, 출사하지 못한 이들은 남산골에 머물렀다. 조선시대 최고 권부인 경복궁과 지척인 북촌은 정보전의 전진기지였다.

최고 권력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세도가들의 주요 관심사다. “짐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정조의 취임 일성은 북촌의 노론들을 집단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정조는 뒤주에 갇혀 살려 달라 울부짖던 아버지, 자신을 핍박한 노론을 결코 잊지 않고 있었던 것.

노론 대신들은 정조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정조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노론 세력마저 포용한다. “정조는 부친이 사망하던 13년 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부친을 죽인 적당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노론을 포용한 이덕일 소장의 평가다. 품에 않은 호학(好學)의 군주인 그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정조는 세손 시절 당장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처량한 신세였다. 그를 폐세자하려는 노론의 핍박과 음모는 그칠 줄 몰랐다.

영조가 대리청정과 군사지휘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왕위 등극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이 소장의 분석이다. 그런 정조에게 ‘회환’이 없을 리 없었다. 이 소장은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하러 가서는 밀려오는 슬픔에 풀을 뜯다가 손톱이 죽어 까맣게 변할 지경이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그는 결코 역사의 수레바퀴를 과거로 돌리지 않았다. 정조가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조는 왕이 독서를 하는 시간대를 뜻하는 ‘을시(오후 10시 이후)부터 경서, 역사서 학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독서광이었다. 그는 새벽 4시경이면 잠에서 깨어나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백면서생(白面書生)이 결코 아니었다. 청요직까지 장악한 노론 세력의 손과 발을 묶기 위한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정약용을 비롯한 규장각 개혁 세력을 양성하고, 금위군 격인 장용영을 설치했으며,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천주교를 사실상 용인했다. 노론 견제의 트로이카다. 주자학, 군권을 장악한 노론 세력의 사상 공세와 군사력에 맞서기 위한 심모원려였다.

실패한 군주였던 고종은 정사를 논하는 경연이나 백성의 안위는 도외시했다

정조, 아버지 죽인 노론마저 포용

정조는 현실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였다. 그가 추구한 대도무문의 길이 꽃을 피운 것이 바로 경기도 수원의 화성 축조였다. 부역에 동원된 백성들에게 임금을 지급했으며, 근대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이 신도시를 조성한 정조는 부국강병의 길을 걷고자 했다.

“화성 축성의 정치적 의미보다는 이러한 경제적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조는 이 지역에 만석거라는 저수지를 조성했으며, 거대한 황무지도 소출이 많은 토지로 개간했습니다.” 대유둔으로 불린 이 토지는 단위면적당 소출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한양 경복궁 좌우로 흐르는 도로를 본따, 십자형 도로도 닦았다. 비극의 삶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정조가 세상을 뜬 후 전국에는 백성들이 쟁기를 드는 민란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조선은 정조 사후 안동 김씨, 달성 서씨, 풍양 조씨 등 소수의 가문이 전권을 휘두르며 쇠락의 길로 빠져든다. 정조에게는 공신들을 제거해 아들의 치세를 뒷받침할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없었다. 조선의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마지막 왕족 대원군을 내쫓은 패륜의 군왕이 바로 고종이었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

고종, 경복궁에 전기 설치해 밤새 가무

개혁군주 정조와 대비되는 군왕이 조선의 고종이었다. 44년간 재위에 있던 그는 메이지 유신을 단행해 일본 부국강병의 길을 연 메이지 천황과도 비교되는 최악의 군주였다. 절대 권력의 유지에 몰두하던 그는 자신의 지원 세력마저 하나둘씩 제거하며 자멸의 길을 걷는다.

갑신정변을 일으킨 급진 개혁파를 제거한 이 군주는 온건개혁파의 몰락도 외면한다. 청일 양국의 협공으로 동학 농민군도 잃게 된 고종이 기댈 인물은 매국노 이완용뿐이었다.

고종이 급진개혁파, 온건개혁파, 동학농민군을 차례로 제거한 이면에는 강력한 권력욕이 있었다는 것이 이 소장의 분석.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은 이러한 권력욕의 정점이었다. 이 소장은 “아관파천은 대한제국의 헌정을 무력화하고, 절대 군주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런 고종은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뒤에도 이완용을 극진히 대우했다. 자신의 좌우익을 다 쳐내고 왕위에서도 쫓겨난 그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 바로 일본과 가까운 이 권신이었던 것. 고종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저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아는지 의문이라고 이 소장은 되묻는다.

정조와 고종이 걸었던 길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린다. “고종은 전깃불을 설치하고, 경복궁에 밤새 불을 밝히고, 기생들과 놀다가 다음날 정오가 돼서야 일어나 정사를 살폈어요. 이런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겠지요.” 신하들과 정사를 논하는 경연이나, 백성의 안위 따위는 고종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운명이 후학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덕일 소장은 “과거사에 매달린 군주들 가운데 성공한 이들은 결코 없었다”며 “현실의 권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라고 강조한다. 역사학은 과거를 거울삼아 오늘과 내일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미래학이기도 하다.

2007/05/20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재벌 회장님들, 소학부터 다시 읽어야

2007/02/21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미디어 VIEW] - 호랑이는 병이 든 것처럼 걷는다


2007/09/13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소설가 김홍신 '한국식 경영을 말하다' 

Add Search

[임대주택 2.0 시대]주거복지 量에서 質로 ‘업 그레이드’

2011년 03월 07일 14시 20분
80년대 본격적 주거 안정정책 채택…DJ정부 ‘소셜 믹스’로 사회통합 추진

분노한 민심은 들불처럼 북아프리카와 중동으로 확산되며 독재자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아프리카. 중동 혁명의 도화선 역할을 한 튀니스의 ‘재스민’은 하루 1~2달러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젊은이였다.

분노한 민심이 때로는 거대한 배를 순식간에 뒤집어 놓는 것이 역사의 순리이다. 공공 임대 주택은 자본주의의 발원지인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영국의 근로자들은 런던을 비롯한 대도시의 비좁고 위생 상태도 엉망인 골방에서 가족들과 힘겨운 삶을 살았다. 주택 임대료 인상에 항의하는 근로자들의 불만을 달래는 일이 영국 정부로서는 시급한 과제였다.

영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 임대 주택 정책은 태생적으로 정치적이다. 근로자와 자본가, 정부 삼각 타협의 산물이었다. 일제 점령 시대인 1945년까지, 식민지 조선에는 독자적인 공공 임대 주택 정책이 없었다. 강권 통치를 일삼으며 만주 침탈에 전력을 다하던 일본 제국주의 정부는 조선인들의 주거 문제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도 집권 초기 공공 임대 주택은 관심 밖이었다. 군사정부는 수출 지향적 공업화 정책과 경제개발 정책을 양 날개로 삼아 정통성 문제를 정면 돌파하고자 했다.

이 시기의 투자 우선순위는 제조업 부문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산업 기반 시설의 확충이었다. 임대 주택은 물론, 일반 주택 정책도 관심권 밖이었다. 정부의 관심이 주택 부문에 미치지 못했으며, 임대 주택 프로그램도 개발되지 못했다. 임대 주택의 효시는, 지난 1962년 대한주택공사가 마포구 도화동에 9-15평 규모로 지은 마포아파트였다.

제도권 임대 주택의 신호탄이었다. 6년 후, 김현옥 서울시장은 해발 203미터 천연동 산허리에 지은 금화 아파트를 짓는다. 도심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오갈 데 없어진 철거민들을 위한 임대 아파트를 건설한 것.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김현옥 서울 시장은 철거민용 아파트조차 산 위에 지었다는 것. 산 중턱에 아파트를 올려야 청와대에서 잘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후일담이다. 마포구 창전동에 지은 와우아파트가 무너진 것도 따지고 보면 김 시장의 권력 지향이 한몫을 한 셈이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정부는 주택부문에 비로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LH공사(당시 주택공사)는 1971년 개봉동에 서울 최초의 임대아파트를 준공했다. 당시의 공사현장 전경.LH공사(당시 주택공사)는 1971년 개봉동에 서울 최초의 임대아파트를 준공했다. 당시의 공사현장 전경.

1962년 마포아파트가 제도권 임대주택의 효시
부실 시공 와우아파트 붕괴참사 큰 아픔 겪기도
5·6共 때 밀어부치기식 물량공세 주거안정 한몫




LH공사는 아파트의 질을 높여 임대주택에 새로운 시대를 개막했다. 판교 임대주택단지전경.LH공사는 아파트의 질을 높여 임대주택에 새로운 시대를 개막했다. 판교 임대주택단지전경.

1993년 임대주택법 개정 중산층까지 공급 확대
DJ정권 때 ‘임대-분양 50대50’ 사회적 혼합정책
최근엔 입주민 삶의 질까지 배려한 성숙단계 진입


3공화국, 철거민 이주 목적 ‘생색내기’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이 역사의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 이후. 대한주택공사는 1971년 서울 개봉지구에 13평 규모의 임대 주택 300여 호를 공급했다. 이 주택공급을 신호탄으로 1980년까지 10년 동안 6만 4974호의 임대 주택을 건설했다. 임대 기간은 대부분 1~2년. 호칭이 단기 임대 주택 또는 분양 조건부 임대 주택이지, 말 그대로 생색만 내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박정희 정부는 근대화의 기치를 높이 걸고, 공업화에 매진하며 농촌에서 근로자 예비군들을 대거 도시로 끌어올린다. 조국 근대화의 역군으로 불린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달동네 무허가 판잣집이었다. 1970년대 임대 주택 공급의 목표는 무주택 영세민의 생활기반 구축이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서울시의 요청으로 도시계획사업으로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철거민을 상대로 임대 주택을 특별 분양했다.

조국 근대화의 기치를 높이 들고 공업화에 매진한 3공화국은 분양 위주의 정책을 펼쳤으며, 정부의 임대 주택 정책은 거의 무의미한 실정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80년대 들어 법-제도적 큰 틀 갖춰

광주 민주화운동을 군홧발로 진압하고 권력을 움켜쥔 5공화국 정부는 김재익씨를 경제수석으로 영입해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경제 자유화의 물결에 동참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5공화국은 통금 제한을 풀었으며, 여행 자유화 조치를 실시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는 임대 주택 정책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저소득 계층의 주거 부담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감안해 임대 주택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1981년, 정부는 주택 임대차 보호법을 제정했다. 또 3년 후, 임대주택건설촉진법을 제정해 임대 주택 건설을 추진했다. 국내 공공임대 정책의 분수령이 된 사건이 노태우 대통령이 추진한 200만호 건설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에 따른 주택 수요는 높은 데 비해 주택 공급은 절대량이 부족했다. 이러한 양적 부족 사태는 국가적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때로는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거나 위화감을 형성시켜 서민들의 심리적 상실감을 불렀다. 1989년 2월에는 도시 영세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3조5000억 원을 투입해 영구 임대 주택 25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임대 주택 양에서 질의 시대로

6공화국 정부는 1인 가구, 노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주택 가격 안정으로 임대 주택 수요가 90년대 들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임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수립했다. 지난 1993년 5.8%수준의 임대 주택 재고를, 2000년대 초반까지 10% 수준 까지 늘려 나간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신경제5개년 계획상 주택부문과 관련한 정책 방향은 주택의 안정적 공급, 재고 주택의 질적 수준 향상 등이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부동산신학과 교수는 “공공 임대 주택을 더 많이 짓고 그 시설을 입주민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공공 임대 주택 역시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는 장소, 삶의 거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택 매매에서 렌털의 시대로

[임대주택 2.0 시대]“아파트도 정수기처럼 빌려 쓰시죠”

2011년 03월 07일 14시 22분

건설사들 임대시장 추이 보며 성장 저울질…
월 임대료 429만원 초호화 아파트까지 등장


국내의 한 중견 아파트 회사에 근무하는 김종수(가명·35)씨의 업무는 새집증후군을 제거하는 일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 바닥재나, 벽지를 비롯한 마감재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아파트 회사는 더 이상 아파트만 판매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회사들은 입주민의 삶을 관리하는 ‘토털 솔루션’ 업체로 진화 중이다. ‘이상한 아파트 회사가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한 아파트 광고는 주택시장에 부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엿보는 창이다. 아파트 회사들은 금융 상품과 서비스, 제품과 솔루션 등을 결합한 토털 솔루션 제공자로 스스로를 재포지셔닝하고 있다. 입주자들의 삶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다.

하숙집 주인이 하숙생들을 살피듯, 불편한 곳은 없는지, 개선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살핀다. 마케팅, 판매 후 서비스, 관리, 브랜딩 등 밸류 체인으로 아파트 입주자들의 삶을 촘촘하게 관리하는 '토털 솔루션 전략'의 백미가 ‘렌털 비즈니스 모델’이다.

임대 아파트 회사는 하드웨어(아파트)를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다. 컴퓨터 회사인 휴렛팩커드는 소비자들에게 매월 사용료를 받고, 최고급 사양의 개인용 컴퓨터와 더불어 판매 후 서비스, 업데이트 서비스를 일괄 제공한다.
아파트 회사는 컴퓨터사의 마케팅을 따라하고, 컴퓨터사는 정수기 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을 닮아간다.


시공+관리 ‘토털 솔루션’으로 진화 중

주택 시장에 불어 닥친 이러한 변화의 파고는 거칠다. 이들이 솔루션에 주력하는 이면에는 아파트나 컴퓨터 하드웨어 단품만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가 힘든 현실이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폭풍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건설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아파트 분양시장은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전세 제도를 비롯한 주택 관련 제도 전반이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송현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전세시대의 종말을 예고한다.

지금까지 은행 문턱이 높아 집을 담보로 세입자에게 목돈을 빌려오던 관행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것. 변화의 급물살에 휘말린 국내 아파트 건설사들이 무심한 듯하면서도 곁눈질을 하고 있는 시장이 주택 임대시장이다.

입주자의 삶을 관리하는 ‘토털 솔루션’ 회사를 표방하며 분양시장을 파고드는 한편, 임대시장의 가능성을 저울질하면서 주택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것. 물론 아직은 한계도 뚜렷하다. 공공 임대주택은 사회 소외계층의 주택 마련을 돕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규제가 많다보니, 수익을 담보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부영은 임대 시장을 캐시 카우로 집중 공략해 성공한 드문 사례다. 이 회사의 주택사업 가운데 임대 사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0%. 하지만 임대 주택 사업은 아직 ‘계륵(鷄肋)’ 취급을 받는 것이 국내 주택 업계의 분위기이다.


‘임대 + 분양’ 쌍끌이 성장 엔진 장착

아파트 회사들도 임대 시장에 시큰둥한 편이다. 인프라, 원자력 등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주택시장 침체를 헤쳐갈 수 있는데 굳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임대주택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냐는 반문이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적 관점에서 임대주택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분양 사업으로 사업성을 높이고, 불황일 때는 임대로 번갈아가며 수익원을 다변화하라는 주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형 임대주택은 글로벌 시장 공략의 방편이기도 하다. 자국의 저가 주택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인도의 타타그룹은 이 시장에서 성장의 디딤돌을 놓고 있다.

인도의 타타 그룹은 1인가구를 위한 서민주택을 공급하며 저소득층 시장 공략의 시동을 걸었다. 주택난이 심각한 인도에서는 초소형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타타하우징 디벨롭먼트는 수도 뭄바이에 사는 도시 하층민을 겨냥한 초저가 주택 보급에 나선 것이다. 자국의 저소득층 주거시장을 공략중인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공략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10년 장기 불황으로 건설사들의 부도가 꼬리를 문 일본의 주택건설회사 다이와하우스는 지난 2009년 3월 부촌으로 유명한 효고현의 니시노미야시 고급 주택가에 ‘니시노미야 서니힐스’를 완공하며 임대용 단독주택 건설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 소개된 신조어가 독신경제(Single Economy).

공공 임대주택이나, 국민 임대주택은 분양 아파트에 비해 가격대는 저렴하면서도, 전세에 비해 집주인의 간섭이 없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층간 소음이 큰 편이며, 비만 오면 빗물이 새는 사례도 빈발하는 등 분양 아파트에 비해 단점도 뚜렷하다.


다양한 상품으로 공공정책 한계 보완

입주민이 아파트에서 겪는 체감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분양 아파트에 비해 경비시설이 부실하거나, 임대동과 분양동의 입구가 각각 배치된 경우도 있다. 임대 주택에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언젠가는 떠나야할 곳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임대 주택의 종류는 늘어나는 추세다. 대학생들을 겨냥한 전용 임대 아파트가 등장했으며, 월세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초호화 임대아파트도 등장했다. 지난 1월에는 보증금 25억 원, 월 임대료가 429만 원이나 되는 최고급 임대 아파트 ‘한남더힐’이 입주를 시작했다.

이곳의 펜트하우스 332㎡의 임대가격을 전세가격으로 환산하면 29억4970만 원에 달한다. 아파트 회사들의 임대 시장 진출이 당장 급증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민간 회사들의 시장 진출 봇물이 터질 경우 관리 시설, 가격 범위 등에서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용식 도시형 생활주택 연구소장은 “독신 경제 증가로 인한 1인 가구의 증가는 혼자 사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로의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서울도 지난 5년 동안 1인 가구 증가율이 34%에 달해 혼자 사는 가구가 70만 가구에 이르는 1인 가구 20%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소셜 믹스와 제너럴 믹스

사회통합 시험대에 선 임대주택
정부는 주거 복지의 차원에서 임대주택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른바 소셜믹스를 사회 통합의 전략으로 채택하고, 분양동과 임대동 주민들과의 교류를 꾀하는 것이 대표적 실례다. 젊은이와 노인 등 세대 간의 통합을 도모하는 이른바 제너럴 믹스(general mix)라는 용어도 사회 통합을 향한 관심을 가늠하게 한다.

소셜믹스 전략의 일환이 임대 아파트를 분양 아파트 동 한가운데 두는 것. 강남 등 부촌에서 임대 아파트 단지 입주를 반대하는 등 사회통합을 해치면서 등장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사회통합의 대의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물리적인 벽이 마음의 벽은 아직 허물지 못한 것.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초점]파업피로증 SC제일銀 노조, 복귀 카드 꺼낸 배경은
    기사등록 일시 [2011-08-19 11:49:02]

급여 문제로 흔들리는 노조원들 증가 
파업피로증 추스리기 위한 고육지책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성과급 연봉제 도입, 후선 발령제 반대를 천명하며 강원도 속초에 모여 국내 은행권 사상 초유의 최장기 파업을 벌여온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이 오는 29일 영업점에 복귀한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은 1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측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나가기 위해 일단 사업장으로 복귀한 뒤, 하루짜리 파업과 태업 등을 병행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재율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영업점 복귀) 일정과 시기 등을 조만간 공지한 뒤 다음 주 목요일(25일) 종로 보신각 집회를 기점으로 해 파업 전술에 이러한 변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파업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 큰 폭으로 늘어난 영업이익을 자랑하는 사측의 태도를 감안할 때 이번 파업이 결국 장기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영업점 복귀후 은행 업무가 몰리는 말일을 겨냥한 시한부 파업, 지역별 게릴라 파업 등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주 보신각 집회 이후 복귀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복귀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중재로 진행된 사측과 협상이 무산된 뒤 노조는 29일 영업점 복귀 지침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업 54일째를 맞고 있는 SC제일은행 노조가 영업점에 전격 복귀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파업 장기화로 이탈자가 늘어나는데다 참가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파업 피로증'이 누적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파업 참가자들은 기본급은 물론, 홀수 달에 지급되는 체력단련비를 비롯한 수당도 전혀 받지 못하면서, 심적인 부담과 더불어 상당한 경제적인 압박 또한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중지란의 조짐도 있다. SC제일은행 지도부의 강원도 속초 파업에 대한 노동조합 내부의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은행권 사상 초유의 장기 파업에 나섰지만, 사측에서 아무런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 데는 강원도 속초행을 선택해 스스로 입지를 위축시킨 지도부의 '실기'도 한몫을 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노조원은 "사실 여부를 떠나 속초 파업으로 노조가 호화판 파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 데다, 성과급 연봉제 도입 저지를 비롯한 실익도 전혀 챙기지 못하며 '게도 구럭도 모두 잃었다'는 비판이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파업 피로증'과 더불어 두려움도 퍼져나가고 있다. 이번 파업건과 관련해 사측의 법률조언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의 한 법률회사가 과거 H생명 노조를 무력화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도 사측이 철저히 이 법률 회사의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일부 노조원들의 시각이다. 

이 은행의 한 노조원은 "이 법률회사가 사측을 상대로 노조에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조원 상당수가 상당한심리적,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지도부는 전국금융산업노조 등과 손을 잡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방문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지만, 아직 SC제일은행 사측의 양보를 이끌어내는데는 실패했다. 

노사 양측은 전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에서 성과급 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앞서 은행 사용자들의 단체인 은행연합회도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등 좀처럼 타협의 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영업점 복귀 결정은 노조원들의 파업피로증, 노조에 대한 비판 등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노동조합은 영업점으로 복귀한 뒤 태업과 더불어 하루짜리 파업 등을 병행하며 조합원들을 추스린 뒤 ,성과급 연봉제도, 후선발령제에 대한 사측의 태도를 저울질하며 다시 전면 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6월 말 사측의 성과주의 급여 평가체제와 후선발령제 등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으며, 19일로 54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금융권 사상 최장의 파업이다. 

2011/06/16 - [로컬(Local) VIEW/로컬 인더스트리 VIEW] - SC제일은 연봉제 갈등 전면파업 파국 치닫나

2010/06/21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와인처럼 향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2010/06/21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와인처럼 향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yunghp@newsis.com
Loading...
우리금융 민영화 다시 '좌초'…MBK한곳만 참여
    기사등록 일시 [2011-08-17 18:52:07]    최종수정 일시 [2011-08-17 18:58:44]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유효경쟁 구도 무산으로 또 다시 좌초했다.

예금보험공사는 17일 오후 5시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관련해 예비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결과, MBK파트너스-새마을금고연합회 컨소시엄이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보고펀드와 티스톤파트너스는 이번 인수전 참여에 따른 득실을 저울질하다 입찰을 포기했다.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제출했던 티스톤 컨소시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티스톤 컨소시엄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우리금융 주가가 하락하자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며 주가 하락을 이번 인수전 불참의 주요 사유로 제시했다.

이어 "티스톤과 티스톤 컨소시움 멤버들은 우리금융지주 상황을 긴밀히 지켜볼 것이며 한국에 지속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 펀드는 전략적 투자자(SI)를 구하지 못하자 일찌감치 이번 인수전 불참 의사를 피력해왔다.

티스톤, 보고펀드 등 사모펀드 2곳이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론스타 학습효과'로 사모펀드의 은행 인수를 둘러싼 국내외 부정적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줄곧 국내에서 먹튀논란에 시달려 왔다.

해외 시장 다변화 등 이 은행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닦고 조이기 보다, 부동산 매각을 비롯한 단기적 수익 올리기에 급급해왔다는 비판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사모펀드 전반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론스타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이 회사의 미주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쓰는 ' 실기를 되풀이 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외환은행 매각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지난 2003년 론스타가 합법적으로 외환은행을 사들이고도, 국부유출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매각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데다, 하나은행의 인수 시도도 사실상 좌초위기를 맞자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비판적 기류 또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의 후폭풍으로 국내 금융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무산은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당국도 다시 비판의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후보기업 두 곳 이상이 참가하며 유효경쟁 구도가 성립될 것으로 자신했으나, MBK파트너스 한곳만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리더십 회의론도 고개를 들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앞둔 가운데 장기간 공전해온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이번에 다시 무산되면서, 상당기간 표류해온 우리금융 민영화의 공도 사실상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오는 19일 오후 1시 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최종입찰 진행여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매각실패에서 배울점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82228331)

2009/08/15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유라시아그룹 컨설턴트 '아브라함김' 론스타와 팻테일을 말하다

2008/08/28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Add Search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534092(매일경제)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92143.html(한겨레 신문)
#장면 1. 시계바늘을 지난 1999년 10월로 돌려보자. 당시 국민의 정부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 간 ‘빅딜’을 압박하고 있었다.

국내 재계의 맏형격인 두 회사는 합병비율 산정을 둘러싸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으나, 공동경영을 요구하는 LG반도체와 70% 이상의 지분을 요구하는 현대전자의 주장이 맞서며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판을 박차고 나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1999년은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고, 신용카드 사용이 권장되는 등 정부가 본격적으로 내수경기 회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해이기도 했다. 난항을 거듭하던 양측간의 협상은 미 컨설팅 기관인 ADL(아서 디 리틀)의 양사 평가를 거쳐 현대전자의 승리로 귀결된다.

15개 평가항목 가운데 현대측 우세가 8개 항목이었고, LG가 우세한 항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당시 합병승리의 일등공신이 작년 말 화려하게 컴백한 전인백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이다. 그는 현대전자 시절, 승리를 보증하는 기획통으로 유명했다.

#장면 2.지난 2000년 8월. 미국의 IT거품이 꺼지면서 반도체 값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16달러였던 128메가 D램은 연말이 되자 3분의 1 수준인 5.76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더욱이 LG반도체가 외환위기 때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며 자금난을 가중시켰다. 합병 후 총 부채는 무려 11조원이 넘었다.

씨티은행이 현대전자에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은행공동 융자)을 추진해 8000억원 가량을 조달해 줬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격이었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염려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도입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80% 가량을 인수했다. 법정관리 카드를 꺼내들며 승부수를 던진 그의 모험은 주효했던 것.

현대전자는 다음해인 2001년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주식예탁증서 발행에 나서 1조6000억원 규모의 GDR(주식 예탁증서) 발행에 성공한다. 그는 당시 자본조달, 그리고 정부와의 협상을 주도하며 살얼음 같은 정국을 헤쳐나간 주역이었다.

#장면 3.지난 2001년 반도체 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하이닉스는 채권단에 다시 자금지원을 요청한다. 하지만 채권은행단은 매각 쪽으로 결론을 내고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이 도미(渡美)해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협상에 나서게 된다.오랜 협상 끝에 MOU를 체결했으나, 협상 조건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이크론 주식을 주당 35달러로 쳐서 매각대금이 38억 달러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32억달러에 불과했다. 때마침 반도체 값이 오르면서 독자생존론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매각 승인 이사회가 열린 2002년 4월 30일, 이사들은 만장일치로 매각안을 부결시키며 정부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다.

전 부사장을 비롯한 9명 이사들의 반란이 하이닉스 매각을 좌절시킨 것. 하지만 대가는 컸다.

그는 매각안이 통과된 다음달 회사에서 물러났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4분기에만 7000억여 원의 순이익을 내며 당시 경영진의 결단이 옳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현대건설 인수 중책 맡아

정부와 채권단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으니, 마땅히 갈 곳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004년 4월에는 디지털 TV·셋톱박스 등에 쓰이는 인터페이스 반도체 전문기업 실리콘이미지(CEO 데이비드 리)의 고문으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포스코 유병창 전 전무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서울대 동문회 게시판은 지금도 미국 유학 중 교제를 하다 결혼에 이른 이들 커플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신앙생활에도 충실하던 그는, 작년 말 화려하게 컴백했다.

현대그룹의 구조조정본부격인 기획총괄본부 사장이 그의 직함이다. 정보통신 자회사인 현대 U&I의 사장도 겸직하게 됐다. 현대건설을 잠시 거쳐 현대전자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이력은 발탁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국제 통화기금 체제 이후, LG반도체의 빅딜 협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신디케이트론 조달과 더불어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1조8000억원 규모의 ADR 발행에 성공했다.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막는 데도 일조했다. 이러한 승리경험은 가장 큰 자산인 셈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현대건설 확보전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 2003년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한 금강고려화학이 현대엘리베이터 물량을 여전히 지니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

더욱이 현대인들에게 현대건설은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다. 채권단 관계자들을 회사에서 내보내는 게 당면과제라는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은,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정주영 전 회장에 얽힌 추억을 털어놓는다. 현대건설은 현대가 적통의 증표인 셈이다.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3238억원 규모의 흑자를 냈다. 매각가가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이 큰 데다, 금호그룹·군인공제조합 등 인수합병시장의 큰손들도 관심을 표시, 상황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나 현대산업개발 등의 움직임도 또 다른 변수다. 전 사장은 곧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인수전에 대비할 예정이다.

오랜 공백을 딛고 복귀한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경기고등학교, 그리고 서울대 경영학과라는 화려한 학맥, 강원도 출신, 그리고 영어능력, 정몽헌 회장이 땀방울로 일궈낸 현대전자 근무경험 등은 분명 그의 강점이다.

하지만 가장 큰 자산은 승부사적인 기질이다. 빅딜, 하이닉스 매각 부결 등 피가 마르는 순간순간을 항상 승리로 장식했다.

현대건설 인수, 그룹 구조조정을 비롯해 풀어나가야 할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앞두고 있는 최고 경영자에게 사실 그보다 더 매력적인 카드도 흔하지 않은 셈이다. 전 사장에게 현대건설 인수는 오히려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Company |하이닉스의 특별한 인사실험



남동발전 매각 작업 주도한 공무원 영입

“모든 게 잘 진행이 됐어요. 일본의 ‘J-파워’도 들어왔습니다. 일본, 미국을 비롯해 국적별로 다양한 업체들이 골고루 참가했어요. 이번 투자의향서 접수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

참여정부가 한국전력 민영화를 추진하던 지난 2003년 1월, 경기도 과천 산업자원부의 한 사무실(경쟁기획과).

검은색 뿔테안경을 착용한 과장 한명이 ‘윗선’에 이날 마감된 남동 발전 투자의향서 접수 결과를 전화상으로 보고하며 “성공적”이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국제 입찰이 유찰될 경우 자칫하다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일까.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의 기운이 역력했다.

당시 한전 노조는 발전 민영화가 전기요금 급등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 참여정부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정부는 남동발전 입찰 결과를 봐가며 나머지 발전 자회사들의 민영화도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첫단추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

정부는 발전, 송전, 배전부문 가운데 발전부문을 다섯 개로 나누고 남동발전을 국제 입찰에 붙였고, 그 결과는 한전을 필두로 한 공기업 민영화의 성패를 가늠할 풍향계로 받아들여지던 시점이었다. 당시 입찰 결과에 가슴을 조이던 당사자가 바로 최민구 현 하이닉스반도체 전략기획실장(전무)이다.

그는 참여정부 내내 일복이 터진 공무원이었다. 지난 2003년, 한미 반도체 통상 분쟁 때에도 주무 과장(반도체 전기과장)을 맡아 미 행정부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를 부당 지원했다며 상계관세를 부과하자, 최 전무는 반도체 주무 과장으로 다시 한 번 고난의 행군에 나서게 된다.

그런 그가 최근 공무원 옷을 벗고 민간 기업으로 둥지를 옮겼다.‘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부활한 ‘하이닉스반도체’가 새로운 일터다. 전략기획실에서 통상문제 대처와 더불어 하이닉스반도체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보스였던 김종갑 사장이 영입

공무원 시절 ‘보스’였던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 그를 영입했다.

두 사람은 ‘환상의 콤비’로 통했다. 김 차관보가 반도체 분쟁의 골간을 설명하고 나면, 최 과장이‘각론’을 브리핑했다. 그를 전격 영입한 배경은 물론 국내 반도체산업을 담당한 경험과 식견을 높이 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업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개 속이다.

군막 안에서 천리 밖의 승리를 설계할 전략가가 필요한 시점인 것. 현안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장량과 같은 인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산자부에서 에너지 분야를 담당했던 만큼 장기적으로 ‘신수종 사업’ 발굴 쪽에도 한몫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의 한 외국계 컨설팅 업계 임원은 “한창 잘 나가는 반도체 업체의 수장과 전략담당 최고위 임원이라는 핵심 요직을 모두 공무원들이 차지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잇단 민간 기업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사진설명 :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보(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가 2003년 6월 18일 기자실에서 美상무부의 하이닉스 반도체 DRAM에 대한 고율 상계관세부과 판정과 관련하여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원 안이 최민구 현 하이닉스반도체 전략기획실장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Loading...


산업 생장·갈증 씻어주는 자원소통의 뉴 Rainism

2011년 02월 28일 15시 15분 
2010년 9월 30일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이 브라질 철광석기업 MMX사가 소속된 EBX그룹 아이크 바티스타 회장과 7억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2010년 9월 30일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이 브라질 철광석기업 MMX사가 소속된 EBX그룹 아이크 바티스타 회장과 7억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자원개발 기업이며 철강회사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소와 다른 점은 제철소가 없는 철강사라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훙국서 철광석을 개발, 중국서 쇳물을 뽑는 ‘버추얼 철강’이기 때문이다.

철광석 등 자원 분야 과감한 투자…신흥시장 트렌드 주도 예고

종합상사 SK네트웍스는 상생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동반성장을 꾀하며 성장의 방정식을 다시 쓰고 있다. 낡은 옷을 갈아입듯,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새로 쓰며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연 이 종합상사의 자원개발, 의류 브랜드 사업 등 새로운 도전에 주목했다. <편집자 주> 

삼바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브라질 중서부의 ‘세라도’. ‘문을 걸어 잠근 대지’라는 뜻을 지닌 이 지방의 농민들은 늘 가난했다. 농작물을 재배할 토지는 광활하고 비옥했으나, 이들이 재배한 곡물의 판로는 부실했다. 주머니에서 먼지만 풀풀 나는 이들은 씨앗을 살 돈도 부족했다. 

브라질 농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난 것은 세계 농업 분야를 주름잡는 ‘곡물 메이저’들의 도움이 컸다. 붕게, 드레퓌스, 카길을 비롯한 곡물 메이저사가 이 지역 농민들을 대상으로 제공한 ‘패키지 융자’는 빈털터리 농민들에게는 가뭄 끝에 내리는 ‘한 줄기 단비’격이었다. 

곡물 메이저들은 자금 문제도 해결해 줬고, 판로도 제공했다. 이창규(55) SK네트웍스 대표이사는 이러한 ‘상생(相生)’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종합상사의 미래를 찾는다. 고객들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때맞춰 내리는 비와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는 것이 이 사장의 바람. 

그가 맹자 <진심장구>편에 등장하는 사자성어 ‘시우지화(時雨之化)’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배경이다. 봄비는 만물의 생장을 돕고, 나그네들의 갈증을 씻어주는 이로운 자연현상이다. 강물에 섞여든 봄비는 늘 낮은 곳으로 향하며, 주변과 다투지 않는다. 

SK네트웍스의 신 비즈니스 모델도 이러한 상생의 모델을 지향한다. 자원비즈니스는 이창규 대표의 이러한 윈윈 경영철학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SK네트웍스는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들여와 중국의 철강업체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버추얼 철강회사다. 

이 대표는 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업체들이 만든 철강 제품의 판로도 알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브라질의 철광석 업체인 MMX의 지분 14.6%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브라질에서 매년 들여오는 철광석이 900만t. 캐나다에서 들여오는 100만t을 더하면, 연간 국내 소비 물량의 18%가량을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제주도 전통 초가 모델로 설계된 포도호텔제주도 전통 초가 모델로 설계된 포도호텔

자원 비즈 담당하는 전문가만 40여명

이 대표는 철광석의 안정적인 수급을 밑천삼아 수익 기반을 넓히고,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도 종합상사, 자원 비즈니스 등으로 활발히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고객사들의 성공을 도와줌으로써 스스로도 성장한다는 그의 이러한 야심찬 도전의 무기가 ‘버추얼(virtual) 철강’.

SK네트웍스는 수출입 업무에만 종사한다는 통념과는 달리, 종합상사이자 자원개발 기업이다. 또 철강회사이기도 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포스코나 당진제철소 등과 차이를 꼽는다면, 제철소가 없는 철강회사라는 점. 철강회사라면 으레 떠올리는 풍경화가 이 회사에는 없다. 

굴지의 철강회사인 포스코(POSCO)나 광양제철소, 당진제철소 등에 가면 익숙한 장면이 등장한다. 바로 시뻘건 쇳물, 이 쇳물이 흐르는 고로다. 또 하얀 안전모를 쓴 채 로봇처럼 걸어다니는 임직원들도 단골 메뉴다. 하지만 SK네트웍스에서는 시뻘건 ‘쇳물’이나 둔중한 ‘고로’를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렇다. 브라질의 철광석 생산업자에게 원재료를 조달해 넘기면, 중국의 철강업체들이 철강제품을 만든다. 조만간 중국 업체들이 만든 철강제품의 마케팅까지 담당할 예정이다. 중세사회 봉건 영주가 돈을 대 운영되던 ‘길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이폰, 아이패드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애플이 제조부문을 아웃소싱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애플은 부품은 삼성이나 LG전자에서 조달하고, 조립은 중국의 팍스콘에 맡긴다. 

SK네트웍스의 핵심 경쟁력은 이러한 무형의 지적 자산. 제철소가 없는 철강회사이지만 원자재 개발. 확보, 운송, 완제품 가공, 유통, 거래 등 생산 활동을 제외한 전 과정을 담당한다. 이러한 자원 비즈니스를 뒷받침하는 이 회사의 자원 전문가들만 국내 최대 규모인 40여 명. 

이들이 참가하고 있는 자원개발 프로젝트도 23개에 달한다. SK네트웍스는 철광석과 석탄을 비롯한 자원개발 사업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며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원자재 생산업자, 철강 업체들의 상생을 도우며 스스로도 성장하는 것이 목표. 

고객사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결국은 스스로도 성장하는 상생의 길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기도 하다. 물론 자원 비즈니스에 진출한 것이 SK네트웍스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회사의 자원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 수입 업무를 처리하거나, 원자재 가격의 아비트리지를 노리는 일부 종합상사들과는 격차가 있다. 자원 조달,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폭넓은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이 대표가 자원 개발과 더불어 공을 들이는 또 다른 분야가 ‘의류 사업’. 중국의 의류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브랜드가 이 회사의 ‘오즈 세컨’이다. 
지난 2009년 항주, 상해를 비롯한 중국의 부유한 도시에 진출한 오즈 세컨은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캘빈 클라인, 버벌리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성용 의류 브랜드로 성장했다. 

SK네트웍스의 여성용 의류 브랜드 ‘오즈세컨’의 중국서의 돌풍,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선양의 지상24층 지하2층 매머드 복합 쇼핑공간인 SK버스터미널은 이 회사가 중국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여성복 브랜드 ‘오즈세컨’ 항주서 돌풍 

중국 선양에 건설한 복합 버스터미널중국 선양에 건설한 복합 버스터미널
‘하늘에는 천국이 있고, 땅에는 항주, 소주가 있다.’ 항주와 소주는 마치 천국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양자강 이남의 부유한 지방이다. 중국 문인들의 시와 그림에 끊임없이 등장해온 항주와 소주는 토지가 비옥해 예부터 소득 수준이 높고, 사람들의 기호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지역이다.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 주유검의 황태후를 비롯한 왕실의 여자들도 항주 출신이 많다. 먹고 살만하다보니 예술이 꽃을 피우고, 유명 문사는 물론 미인도 많이 배출한 것. 

이러한 전통을 계승한 중국의 항주에서 지난해 한 의류 브랜드가 캘빈 클라인을 비롯한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제쳐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이변의 주인공이 SK네트웍스의 여성용 브랜드 ‘오즈세컨’. 대륙의 북서부에서 발원한 길고 긴 양자강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도시 ‘상해’의 강후이 등에서도 매출 수위를 다투는 이 브랜드는 중국을 대표하는 쇼핑몰인 상해 ‘메이롱쩐’이 수여하는 최고 판매 우수상을 국내 브랜드로는 최초로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영국의 버버리(Byberry), 미국의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등 유명 브랜드가 독식해온 이 상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SK네트웍스의 오즈세컨이 중국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 이 브랜드는 중국 진출 첫해인 지난 2009년, 14개 매장에서 매출 100억 원을 올렸다. 

또 오즈세컨은 지난해 매장을 24개로 늘리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00억 여원을 기록했다. 우리로 치면 ‘된장녀’들인 중국의 월광족들이 이 브랜드의 주요 고객들 중 하나.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또 다른 브랜드인 '하니와이 1호점'을 여는 등 의류부문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심규현 SK네트웍스 중국패션사업부장은 “경쟁 브랜드가 내놓은, 단정하지만 재미가 없는 정장 스타일과는 다른 오즈세컨 브랜드만의 튀는 디자인에 중국 고객이 열광했다”며 이 브랜드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오즈세컨이나, 자원 비즈니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SK네트웍스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의 교두보는 중국이다. 

적자기업 中산토우 인간경영으로 되살려

“선양 SK버스터미널의 완공으로 중국의 경제 발전과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중국과의 동반성장 사업철학을 바탕으로 자원, 자동차, 소비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소비자, 기업, 정부의 행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중국 선양의 선양 SK버스터미널. 이 터미널은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복합형 버스터미널로, 지상 24층 지하 2층으로, 연면적만 8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대형 건물이다. 교통과 쇼핑, 생활공간이 어우러진 이 버스터미널은 SK네트웍스의 오늘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SK네트웍스는 외자기업 최초로 선양SK버스터미널 프로젝트 지분 70%를 확보했다. 

건설에서 사업 운영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SK네트웍스는 단동시 압록강변 주상복합 개발에도 나서 아파트 3동과 오피스 1동으로 구성된 ‘여강국제’를 만들었다. SK네트웍스는 일찌감치 중국시장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지난 1991년 한국 기업 최초로 중국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둘씩 중국시장을 노크하던 시기다. 

또 지난 2005년에는 세계 500대 기업 중 최초로 중국 선양에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중국시장에 깃발을 꼽았다. 이 회사의 중국 내 활동의 거점에 해당하는 도시가 후금 정권의 수도이던 ‘선양’이다. 

이 거점을 중심으로 부채살이 뻗어나가듯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선양, 단동지역을 중심으로 10개의 복합주유소, 유류저장 터미널을 건설하는 등 요녕성 지역에서 왕성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상해와 천진에서도 차량 애프터마켓을 겨냥하고 있다. 

또 적자를 면치 못하던 중국의 산토우PS를 인수해 인간중시 경영으로 흑자기업으로 돌려놓으며, 대표적인 중국기업 인수합병 사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중국에서 회사의 CEO가 나올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지론. 그는 동북3성을 중심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중국과 동반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TO-BE 혁신 앞세워 비즈모델 재편

“우리가 앞으로 헤쳐나갈 경영환경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독서와 후기 나눔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창규 대표는 지난해 사내 인트라넷에 코너를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읽은 책 중 일부를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 ‘일독’을 권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직원들에게 추천한 도서가 <2020 부의 전쟁 in Asia>. 미래학자 하인호씨의 맥을 잇는 2세대 미래학자로 널리 알려진 최윤식 소장이 저술한 이 미래학 서적은 인구 고령화를 비롯한 악재들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일본의 내일을 바라보는 창이다. 

아시아는 메가트렌드들이 부딪치며 천변만화의 변화가 명멸하는 지역. 종합상사는 시대 변화의 급물살에 떠내려가고 있는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종합상사들이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창조하지 않으면 수년 후를 결코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 

그는 홍콩,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을 자주 방문한다. 자원 수요 급증, 자동차 대중화, 도시화 등 메가트렌드는 그의 발길을 비추는 북극성이다. 미국의 소비재 회사인 프록터 앤갬블(P&G)은 국내 종합상사들의 귀감이다. 지난 1930년대 소비자 리서치 센터를 만든 이 회사는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제품을 주기적으로 출시하며 경쟁사들을 따돌려왔다.

이 회사는 낡은 옷을 갈아입듯이, 10년 주기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며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 전략이 ‘TO-BE’ 모델. 전통적인 상사 모델을 벗어나,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나간다는 전략이 골자. 

“비즈니스 모델의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신성장축 사업들의 가시적인 성과 창출로 중국 및 신흥국의 소비자, 기업, 정부 고객을 행복하게 하고 해당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동반성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Add Search


2011년 02월 28일 11시 34분 
美 GM·GE도 사업 본분 잊고 ‘금융’치중 위기 자초
현대·LG·삼성 등 빅3기업 진지한 농업 접근법 교훈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격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발언의 파문이 일파만파다. 올해 상반기 중 농협의 신용 사업(금융)과 경제 사업(유통)을 쪼개는 이른바 ‘신경망 분리’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농협의 역할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해묵은 논쟁에 다시 한 번 불을 점화했다. 갑론을박이 치열하지만, 이번만큼은 신경망 분리가 대세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그 배경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콩 수확하는 러시아 연해주 한국기업 농장.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현대아그로는 올해 3천500㏊ 밭에 콩 등을 심어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콩 수확하는 러시아 연해주 한국기업 농장.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현대아그로는 올해 3천500㏊ 밭에 콩 등을 심어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러시아 연해주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계승한 현대가의 꿈이 익어가는 지역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70km 떨어진 곡창 지대인 하롤스키에 위치한 이 농장에서는 지난해 콩 4500만t, 옥수수 2000t을 수확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이 농장을 사들였다. 

이 회사의 러시아 연해주 영농법인인 하를 제노스가 보유한 이 농장은 여의도 면적의 33배 크기인 3000만 평에 달한다. 세계 조선업계 1위인 이 회사 영농법인이 재작년 연해주 농장을 인수하며 밝힌 인수 목적은 친환경사업의 육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친환경 녹색 분야인 농장을 인수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 

강원도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유조선으로 바다를 막아 충청도 서산 땅에 농장을 조성하는 등 농업에 애정을 기울여온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는 러시아 연해주 농장 출범의 밀알이 됐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영농기업인 ‘서산 농장’을 일군 정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연해주에 농장을 사들여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도 농업대학인 ‘연암 대학’을 만들어 축산, 원예 등 농업전문인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굴지의 대기업인 LG 회장직을 박차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섯 종균을 기르고, 된장· 청국장을 비롯한 전통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다. 생명산업과 농업 후계자를 육성하는 이 대학 후생관에서는 구 회장이 만든 전통 발효식품을 판매한다.


기업인들 농업의 잠재력 높이 평가

삼성그룹도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에버랜드에 돈사를 짓는 등 한때 양돈 사업 진출을 저울질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LG그룹, 삼성그룹을 비롯한 ‘빅3’의 창업자들이 농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배경은 이들이 대부분 농촌 출신으로, 이 분야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높이 평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재작년 발표한 보고서 '식품산업: 새로운 가치와 도전'에 따르면 식품산업은 세계 시장 규모가 4조 달러로 반도체 산업의 15배에 달하는 거대 산업이다. 

이 분야의 잠재력은 더 크다. 농업이나, 식품에 바이오 부문이 접목되면서 비만방지 식품, 노화방지 식품 등 응용분야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농업 부문에 관심을 피력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이나 연해주 등지의 농지 인수를 저울질하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농업은 가격 경쟁력 확보의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옥수수를 비롯한 식량을 대량으로 재배하거나, 베트남 수역의 어장을 사들여 수산물을 대량 생산한다면, 경쟁사와의 피 말리는 가격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농업 경쟁력 ‘인접 산업 경쟁력’ 좌우 

경쟁 유통 업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웃소싱’ 만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러시아 연해주나 베트남 등에 대형 농장을 사들여 가격전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포석이다. 연해주나 블라디보스토크는 토지가 광활한데다, 임금도 상대적으로 낮다. 규모의 경제를 적용할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두루 갖춘 지역이라는 얘기다. 

옥수수를 비롯한 작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호재다. 튀니스,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을 휩쓸고 있는 풀뿌리 혁명의 이면에도 따지고 보면, 가격이 급등한 식량을 둘러싼 다툼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 

농업은 식량 안보를 지키고, 식품업체나 대형 유통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후방 연관사업이다. 

신수종 사업에 목이 마른 국내 기업들의 경우 눈독을 들여볼 만한 매력적인 시장이 바로 이 분야다. 하지만 국내 농업은 세계 시장을 파고들기는 고사하고 여전히 '영세성'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력은 취약하다. 디지털 농업, 벤처 농업을 비롯한 혁신 농법들이 관심을 끌었으나, 아직은 찻잔속의 태풍 격이다. 

드뤠피스, 카길을 비롯한 다국적 애그로(Agro.농업) 기업들은 막강한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농업, 식품, 바이오로 연결되는 농업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카길을 비롯한 곡물 메이저들은 이 분야의 '골드만삭스'다. 

국내에서  농협 신경망 분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재점화된 것도 이러한 자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할복까지 시도하는 축협을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의 치열한 저항을 물리치고 농협과 축협, 인삼협동조합을 통합했으나, 당초 기대하던 통폐합의 효과는 미미하고 그 폐해는 여전한 것이 현실. 

농협 신경망 분리 변화의 불씨 될까

미 면화사업자들이 자국의 면화 농가를 상대로 인공위성을 활용한 GPS농법을 보급하거나, 세계 각국에 ‘코튼 마크’ 브랜드를 홍보하는 등 자국 농업 발전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 농협이 농산물 유통, 브랜딩을 비롯한 지원단체 본연의 업무보다 돈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판의 골자는 농협이 유통을 비롯한 경제 사업보다는 신용사업 등 돈벌이에 골몰하면서, 농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이나, 제너럴일렉트릭이 금융부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품을 공들여 만드는 장인정신을 발휘하기 보다 모기지 사업을 비롯한 신용분야에 치중하다가 위기를 자초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농협중앙회가 맡긴 외부 연구용역에서는 해결책으로 ‘지주회사’ 모델을 제시했다. 경제부문은 사업지주회사로, 신용부문은 금융지주회사로 각각 독립시키자는 것이 골자다. 금융지주는 아래에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 등을, 사업지주는 산지유통·농수산도매·축산가공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농협의 신경망 분리가 이슈가 된 것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올해 상반기 중 농협의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유통)사업을 쪼개는 이른바 ‘신경 분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격이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Add Search


김정섭 역술인 신묘년 한반도 정치경제 ‘천기누설’

“관료출신 잠룡 올해 중 떠오른다”

2011년 01월 04일 10시 29분
김정섭 청송 철학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금융위기의 도래를 예측한 스타 역술인이다.(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김정섭 청송 철학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금융위기의 도래를 예측한 스타 역술인이다.(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봄에 남북간 국지전 가능성… 경제 외형 성장해도 서민 삶 팍팍… 부동산 투자 피해야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은 인터넷 공간의 스타 역술인이다. 지난 2007년 말, 역술인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간지 조사는 그의 운명도 바꾸어 놓았다. 김 원장은 역술인들의 예측능력을 저울질한 이 기사에서 거의 모든 항목을 정확히 맞추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점쳤으며, 그의 집권후 금융위기의 도래를 내다보았다.

현금보유고를 늘리라는 그의 제언은 그 중에서도 백미였다. 누리꾼들은 그를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렀다. 한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해 사주만 보고도 그 주인공들의 직업과, 질병을 정확히 맞춰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의 신대방동 집무실은 유명세에 비해 여전히 허름하다.

역술인은 돈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유명 역술인들이 한때 놀라운 능력을 자랑하다가 부정확한 예측으로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그가 하루에 상담하는 손님도 7~8명 정도. 복채도 유명해지기 전과 같은 수준이다.

김 원장의 책상은 여전히 단출하다. 역술은 동양사회 지식인들이 경서, 역사서와 더불어 가장 중시하는 최고급 학문이었다. 주자학의 창시자인 주희가 역학의 달인이었으며, 가깝게는 조선시대의 정약용도주역서를 집필한 권위자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술인들이 머무는 공간은 초라하다. 그는 다 운명이라고 말한다.
김 원장은 요즘 희망을 말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그 성패를 알고 싶어 철학원을 방문하는 갑남을녀들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신묘년 한국경제는 '외화내빈(外華內貧)'격이다.

종합주가지수, 경제성장률(4% 이상)을 비롯한 경제지표는 꾸준히 좋아져도,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서민들의 삶은 경인년에 비해 더 팍팍해질 것 이라는 게 그의 예측 이다. 그가 방문객들을 상대로 큰 욕심을 내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는 배경이다.

'부동산'은 기피 대상 일순위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후 흔들리는 대한민국호를 지탱해온 지렛대가 '땅'이지만, 흙이 끊임없이 허물어져 내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내년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후보는 정치 외길을 걸어온 인물보다는, 경제 분야에 정통한 ‘관료 출신’이라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향후 2년 國運 쇠퇴 2013년 회복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용병 대장으로 불린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외환위기 이후 동교동에 보고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이 소요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은 신묘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는 정말 못사는 사람들이 소요를 일으킬 수 있으며, 북한에서도 폭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가 올해 가장 경계해야할 변수로 꼽은 악재가 바로 '북한 리스크'이다. 남북한 양국이 마치 골목대장처럼 서로 반목하고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남북한이 세 차례 고비를 넘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쟁에 버금가는 일이 생길 수 있으며, 그 시기는 올해 3월 이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른 봄, 한 여름, 늦가을이 주목해야할 터닝 포인트다. 북한이 올봄 국지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남북한 모두 향후 2년이 국운이 점진적으로 쇠퇴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의 주요 강국들이 권력 교체기에 접어드는 점도 근심거리다.

이러한 혼란을 종식하고, “합이 들어오며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해가 뱀의 해인 '계사년(癸巳年)' 2013년”이라는 것이 그의 예측. 그런 김 원장은 요즘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음을 절감한다. 신대방동에 있는 이 역술원에는 여야 정치인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고려 시대의 선배 정치인이던 '박위'와 같은 심정으로 사무실을 찾는다. 박위는 동북지방의 무장이던 이성계의 사주팔자를 들고 역술인을 찾았던 고려 말의 무장이다. 권력의 향방은 모든 이들의 관심사이다. 대한민국의 박위들은 오늘도 그의 사무실을 찾는다.


4대강 사업 한반도 運 되돌릴 것

“4대강 사업은 사실상 운하사업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운기를 좋게 바꿀 대역사입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처음 만들기로 결정했을 당시에도 야당은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지금은 모든 이들이 알고 있습니다.”

국운(國運)은 지도자의 운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금수쌍청(金數雙淸)’ 의 사주를 타고 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시장 시절, 상인들, 정치권의 반대를 뚫고 청계천 복개 공사를 밀어붙였다. 집권 후에는 4대강 공사라는 대역사를 강행하며 국토 개조 작업에 돌입했다.

김 원장이 보는 이 대통령의 대운은 오는 2012년까지다. 그는 이 대통령이 내년 8월 혈압으로 건강을 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이명박 대통령의 뒤를 이을 대선 후보군은 모두 7명. 그는 “일곱 마리의 용이 등장해 난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김문수 경기도 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4룡(龍)'은 이미 외부에 드러났다. 관심을 끄는 후보군은 아직 잠룡 상태인 3명의 후보이다. 그는 잠룡에 머물고 있는 후보 3명이 내년 4~5월을 전후해 서서히 무대에 등장할 개연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후보는 정치 외길을 걸어온 인물보다는, 경제 분야에 정통한 관료 출신이 라는 것이 그의 관측. 매사에 결단력이 있으며, 경제에 해박한 관료 출신의 차기 지도자가 과연 누구일까.

그는 삶이 팍팍할수록, 대중은 진짜 경제 지도자를 기다린다고 덧붙인다. 그는 이 지도자가 누구인지 끝내 말문을 열지 않았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Add Search

[당당한 인생2막 50+]허허벌판 내몰린 장학퀴즈 세대들

2011년 02월 07일 13시 32분

현대사 질곡 온몸으로 관통한 이소룡 키드들
한국경제 중추 헌신했으나 막다른 골목 직면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동양에서는 50세를 ‘지천명(知天命)’이라고 불렀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립(而立), 불혹(不惑)을 거쳐 지천명의 세월을 훌쩍 넘긴 한국 현대사의 주역들이다.

55년~63년생인 이들은 6.29선언을 쟁취하며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돌린 민주화 투쟁 세대이자,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경제 성장의 주역이다. 또 고등학교 시절 브루스 리에 열광한 이소룡 키드이자 매주 일요일 장학퀴즈에 빠져들던 장학퀴즈 세대였다.

지난 1980년대를 풍미한 홍콩 느와르 영화를 지배하던 ‘의리’ ‘신념’ '충성'의 가치를 내면에 받아들인 이들은 주요 기업 창업자들의 비전을 뒷받침하는 실행의 고수들이었으며, 상승 욕구가 매우 강했다. 하지만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들은 백척간두의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직장을 내 집같이 여기며 한평생 충성해 왔지만, 이들을 둘러싼 세상이 어느덧 달라졌다. 오랜 세월 한 우물을 파며 익힌 암묵지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으며, 직장에서는 구조조정의 일순위에 오르는 미운 오리새끼 신세다. 부쩍 약해진 시력, 만취 다음 날이면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피로감은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다가올 10년은 지나온 세월에 비해 더욱 가혹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천명의 세월을 훌쩍 넘겼지만, ‘천리(天理)’를 깨우치기는커녕 가족 부양조차 힘든 상황에 내몰리는 베이비부머들. 새롭게 시작하는 제 2의 인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코노믹리뷰>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생존 노하우를 집중 분석했다.



'인생은 문틈으로 백마 두 마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중국의 시성인 두보가 평생 전란에 시달리며 한시도 편할 날이 없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남긴 명구다. 소그드인인 안록산의 반군을 피해 전국을 떠돌던 세월을 돌이켜서 생각하니 자신의 삶이 한바탕 꿈에 불과했다는 회한(悔恨)이다.

금융산업 강제 구조조정 저지 행진-1997년 12월 7일 전국금융노련소속 조합원 3백여명이 ‘금융산업 강제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금융산업 강제 구조조정 저지 행진-1997년 12월 7일 전국금융노련소속 조합원 3백여명이 ‘금융산업 강제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지난 1974년 가을, 서울 충무로 명보극장의 스크린. 후두둑 비가 내리는 대형화면에서는 호스티스로 분한 여배우 한 명이 남자배우 신성일의 품에 안겨 있었다. 같은 해 대학에 입학한 55년생 꿈나무들은 안인숙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70년대의 김태희이자 송혜교였다.

<영자의 전성시대> <바보들의 행진>은 박정희 정부 독재를 비꼬는 은유였다. 팬티 하나 달랑 걸친 채 서 있는 대학생 병철을 바라보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머무는 영화관 밖은 막막했다. 박정희 정부는 두 해 전 10월 유신을 발표하며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전격 부쳤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들 영화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사회풍자 영화 전성시대였다. 가요계에는 단발머리의 소녀 가수가 뜨고 있었다. 1975년에 <당신은 모르실거야>로 데뷔한 단발머리 혜은이는 15살에 불과했다. ‘진짜 진짜 좋아해’를 부르던 그녀는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얻는다.

장학퀴즈는 베이비부머들의 '미드'였다. 경기고, 서울고, 경북고, 휘문고를 비롯한 장안의 내로라하는 명문 고등학교 수재들이 겨루는 장학퀴즈는 전국의 베이비부머들을 들썩이게 했다. 중학교 때부터 치열한 입시지옥을 통과한 이들의 대학생활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캠퍼스에 서너 명이 모여 있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짭새(사복경찰)’는 3공화국 대학사회 풍경화의 기묘한 소품이었다. 이들에게 삼중당 문고는 마음의 양식이자 도피의 공간이었다. 가로 세로 10x15센티미터의 삼중당 문고는 값도 저렴한데다,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이소룡 키드들, 삼중당에 매혹

삼중당 문고가 지적인 허기를 채워주는 양식이라면, 삼양라면은 배고픔을 달래는 한 끼 식사였다. 노란 양은냄비 위에 물을 끓여 파를 송송 썰어 넣고 계란을 풀어 끓인 라면은 최고의 특식이었다. 1970년대 베이비부머들은 ‘사회성 짙은 영화’ ‘혜은이’ ‘장학퀴즈’ ‘삼중당’ 세대이기도 했다.

장학퀴즈- 전국방방곡곡에서 온 고등학생들이 장학퀴즈무대에서 각자의 지식을 겨루었다.장학퀴즈- 전국방방곡곡에서 온 고등학생들이 장학퀴즈무대에서 각자의 지식을 겨루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야당인 신민당의 총재 김영삼 전 대통령이 YH무역 여공 사태에 항의, 단식투쟁을 하며 던진 말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사회 진출을 앞둔 70년대 말은 뒤숭숭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집권세력의 통치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수출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영국 윈스턴 처칠 수상의 호소를 즐겨 인용했다. 그의 집권 기간 대한민국의 수출 규모는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궁정동 안가에서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은 박정희 30년 독재 체재의 붕괴를 알리는 복음이었다.

민주주의의 봄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하지만 서울의 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死春)’. 영원한 2인자 정치인 김종필이 80년 정국을 지켜보며 남긴 발언은 훗날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전두환 대통령은 광주 민주화 항쟁을 진압하며 서슬 퍼런 공안통치의 시대를 개막한다.

서울의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장소는 스크린이었다. 1980년대, <애마부인>을 비롯한 농도 짙은 에로 영화들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안소영, 오수비를 비롯한 여배우들의 농염한 몸매가 스크린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1980년은 컬러 텔레비전 방송과 더불어 막이 올랐다.

대학가는 최루탄 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으며, 화염병이 난무했다. ‘쉬이익’ 요상한 소리를 내며 교정을 가로지르는 지랄탄은 베이비부머 세대들 사이에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운동권으로 찍힌 베이비부머들은 군대에 끌려가 녹화교육을, 삼청교육대에서 모진 훈련을 받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두 얼굴을 지닌 지도자였다. 그는 전 국민을 상대로 의료보험을 실시했다. 또 외국여행을 허용하고, 통행금지를 풀었다. 하지만 자신의 형을 비롯한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그의 재집권 시나리오에 찬물을 끼얹은 이들이 바로 베이비부머들이었다.


87년 민주항쟁 이끈 ‘넥타이 부대’

발단은 서울대생 박종철씨의 의문의 죽음.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 발표는 용기 있는 의사의 제보로 거짓으로 드러났다. 1987년 30대 넥타이 부대들과 대학생들, 고등학생들까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쳤다. 이들은 무서운 응집력을 발휘한다.

한국경제호가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가던 80년대, 빈농 출신이 많던 베이비부머 세대는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체득하고 있는 세대였다. 이들의 잠재력을 간파한 경영자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었다. 가발이나 봉제인형 사업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꾀하던 경영자들의 눈에 띈 인재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화려한 비상의 날갯짓을 했다. 삼성, 대우 등 주요 기업들이 그들의 놀이터였다. 삼성은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선경도 직물에서 석유산업으로 보폭을 넓혔다. 55년 소띠 베이비부머들의 전성시대였다. 58년 개띠들도 빼놓을 수 없는 수혜자였다.

하지만 ‘화복(禍福)’은 문이 따로 없다고 했다. 지난 1997년, 동아시아의 태국에서는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가 닥쳤다. 태국에서 옮겨 붙은 외환 위기의 불길이 한국경제호를 덮친 것. 환투기 세력의 맹공을 버티지 못한 태국 정부는 백기투항을 했다.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던 태국의 바트화 표시 파생상품에 투자한 기업들에서 곡소리가 났다. 최대 피해자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3당 합당 카드로 집권에 성공한 김영삼 정부의 국제협력기구 가입은 ‘트로이의 목마’였다. 김영삼 정부는 집권과 더불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으나, 남은 것은 파탄 난 경제였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물길을 돌린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외환 위기의 유탄을 맞아 비틀거렸다. 제일은행 직원이 만든 눈물의 비디오는 이들의 현실을 비추는 풍경화였다.
지난 1998년,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직원들은 오열하고 있었다.

이 은행 직원이 제작한 이른바 ‘눈물의 비디오’는 외환 위기의 여파로 흔들리는 전후 세대의 현주소를 기록한 비망록이다. 외환 위기로 촉발된 은행권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한국 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알리는 서곡에 불과했다.

4·13호헌 철폐시위-1987년 6월 학생들이 종로 3가에서 4·13호헌철폐시위를 벌이고 있다.4·13호헌 철폐시위-1987년 6월 학생들이 종로 3가에서 4·13호헌철폐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천명에 맞은건 살벌한 구조조정

종신고용이라는 화려한 봄은 가고, 상시 구조조정의 시대가 활짝 열린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시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인력은 비용이 아닌 자산’이라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금언(金言)은 사치에 불과하다. 살아남은 베이비부머들은 한국 사회를 떠받치는 중추로 성장했다.

삼성그룹의 신임 최고경영자들의 평균 나이가 51세. 전후세대의 막차를 탄 이들 경영자들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초일류 기업의 정상에 오른 선택받은 소수들이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이들 잘나가는 경영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일자리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좌불안석이다.

60세까지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내고 은퇴를 한다고 해도 소득대체율은 56%에 불과하다. 급여의 절반 정도를 받는다는 얘기다. 당뇨병을 비롯해 건강에 이미 적신호가 켜진 이들도 많다.

80년대는 홍콩 암흑가의 사투를 그린 느와르 영화 전성기였다. 베이비부머들은 의리, 헌신, 충성 등의 가치가 지배하는 이 세계에 미혹된 세대였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는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 뿐”이라며 “(전후세대들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찾아올지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세상은 안개 속이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스폿펀드·브라질국채로 자금이동

명품 PB 3인방의 ‘부자 통신’

2010년 07월 06일 16시 10분
부자들이 애용하는 ‘정액분할투자법’에 주목…달러 사들이는 부자들 증가 추세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 지점 PB팀장은 요즘 <화폐전쟁> 두 번째 편을 탐독 중이다. 한 달여 동안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 정 PB팀장의 고백이다.

그는 시장의 흐름을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시기에는 결국 역사에 주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인다.

정 팀장이 지난 1일 만난 부자 고객들만 5명. 피곤이 묻어나는 얼굴로 컴퓨터 모니터를 확인하던 그는 하반기 경기 추이를 묻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귀띔을 한다.

과연 하반기 살림살이는 좋아지는 건지, 경기가 재차 꺾이는 더블딥이 올지 오리무중이다.

최근 만난 부자 고객 중에는 50억 원대 오피스 빌딩을 매물로 내놓은 이도 있다.
정 팀장은 50억 원을 전후한 가격대의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한다.

거액 자산가들이 부동산을 처분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3년 전부터였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인 컨추리와이드, 워싱턴뮤추얼 등의 파산을 신호탄으로 월가에서 신용 위기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던 때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 지점 PB 팀장은 부자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으로 펀드 관련 내용을 꼽았다. 부자들은 3년 전부터 부동산을 매각하기 시작했으며, 요즘도 강남에서는 50억 원대의 오피스 빌딩을 매각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귀띔한다. 그는 부자들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바로 상환하는 스폿 펀드에도 관심들이 많다고 했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 지점 PB팀장 “스폿펀드가 다시 뜬다”
지난 2007년, 미국, 한국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증시는 유례 없는 상승 국면이었다.

같은 해 미국의 기업 인수합병 건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국에서 미국 월가에서 진행 중인 금융 위기의 징후를 엿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에 강남 요지의 부동산을 서둘러 팔아치우던 거액의 자산가들이 대한민국에 있었다는 것이 정 팀장의 회고다.

정 팀장이 부자 고객들의 타고난 감각을 신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맹지(盟地)를 끼고 있는 땅을 사들이는 부자 고객의 고집에 당황했는데,

여기로 길이 나서 놀랐다는 경험담도 털어놓는다. 고객 권유로 보금자리주택에 들어가 재미를 봤다는 에피소드도 덧붙였다.

그는 “돈이 안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이런 부자 고객들이 요즘 그를 상대로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하반기 경기의 추이다.

그리스, 스페인을 비롯한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사태는 대한민국의 부자들을 두렵게 하는 판도라의 상자다.

정 팀장이 예금, 채권, 머니마켓펀드(MMF)를 비롯한 현금성 자산의 비중 확대를 권유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정 팀장은 부자들이 애용하는 투자 노하우로 정액 분할 투자법을 추천한다.

그는 “시장 변동에 관계없이 정액으로 나눠 투자하는 정액 분할 투자법이 ‘매입 단가 평준화 효과(cost average effect)’ 덕분에 더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요즘 부자들의 기대수익률은 정기예금의 2~3배 수준인 연 7~8% 정도다. 그는 부자 고객들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바로 상환하는 ‘스폿 펀드(Spot Fund)’에도 관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센터 PB 팀장은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한 부자들의 입질도 점차 늘고 있다고 귀띔한다. 주로 시가 50억~60억 원대의 건물들이다. 작년 빌딩을 매각해서 현금을 보유한 부유층들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강원경 하나은행 PB “브라질 국채 상품 상종가”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클럽 PB는 대한민국 강남의 노른자위인 압구정동에서 부자 고객들을 컨설팅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재상을 지낸 ‘칠삭동이’ 한명회가 세운 정자 압구정에서 유래된 이 동네는 현직에서 은퇴한 나이 지긋한 부자들이 여생을 보내는 부촌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강 PB는 부자 고객들의 은밀한 움직임에서 변화의 낌새를 엿본다. 그는 최근 홍콩의 H주식에 관심을 피력하는 고객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한다.

아직 뚜렷한 추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중국 펀드에 시큰둥하던 부자 고객들의 태도에서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한 입질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주로 시가 50억~60억 대의 건물들이다.

강 PB는 “지난해 빌딩을 매각해서 현금을 보유한 부유층들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강남에 위치한 60억대 상업용 빌딩을 사달라고 요청하는 부유층 고객들이 최근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사례를 뭉칫돈이 부동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조짐으로 보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지난 2007년 미국발 신용 위기의 조짐을 읽고 서둘러 부동산을 처분한 부자들이 내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부동산 매물을 눈여겨보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강 PB는 요즘 자주 받는 질문이 펀드 관련 내용이라고 귀띔한다. 주로 펀드 처분이나 매입 시점을 묻는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지난 2일 현재, 코스피 지수는 1672.82. 강 PB가 보는 펀드 매입 시점은 주가지수 1650선이다. 그런 그가 요즘 주목하고 있는 금융상품은 브라질 국채. 부자들이 선호하는 채권이다.

그는 은행과 증권사의 브라질 국채 상품은 몇 가지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의 특정 금전신탁 상품이 환 헤지를 할 수 있는데 비해, 증권사의 브라질 국채 관련 상품은 비과세이지만 환 리스크를 헤지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그는 사모 펀드는 테마형을 가급적 피하라고 조언한다. 한때 물 펀드, 럭셔리 펀드 등이 부자 고객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투자 성과가 대부분 좋지 않았다는 것. 금 상품은 부자 고객들 사이에서 여전히 찬밥 대우다.

문의가 뚝 끊긴 지 오래다. 반면 안전자산 확보 차원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고객들은 증가 추세다.

강 PB는 채권 운용 전략으로 만기가 서로 다른 채권 상품을 고루 보유하는 이른바 ‘바벨 전략’을 고객들에게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상언 신한은행 PB 팀장은 탄소 배출권도 나름대로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사모펀드는 투자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한상언 신한은행 PB “사모 펀드 인기 뜨거워”
한상언 신한은행 PB는 국내 증시를 화제에 올린다. 작년 말 인덱스 펀드에 가입했다면 수익률은 제로에 그쳤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작년 말 코스피지수는 1680. 그는 지난 달 30일 현재 국내 주가지수는 불과 10여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고 강조한다.

원유,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 스팩 펀드를 비롯해 과거에는 볼 수 없던 금융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될 수 있다.

올 들어 지루한 횡보 장세가 계속되자 금융회사들이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금융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고객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

한 PB는 재작년 금융 위기 이후 부자 고객들의 변화에도 주목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특정 시장에 들어가는 고객들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귀띔한다.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좀 더 신중해졌다는 것이 한 PB의 진단이다. 학습효과다. 글로벌 펀드에눈을 질끈 감는 부유층 고객들도 꼬리를 문다.

한국 시장에 올인하겠다는 포석이다. 재작년 이래 부유층 고객들의 주목을 받아온 사모 펀드의 인기는 올 들어서도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시장이 작년에 비해 변동성이 크다 보니, 상품 기획과 출시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공모 펀드보다 사모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미국 국채의 금리 차익에 투자하는 상품, 환율에 투자하는 사모 출시가 꼬리를 무는 배경이다.

중국 본토 시장의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선호하는 고객들도 증가 추세다. 한 PB는 “탄소 배출권도 나름대로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사모 펀드의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사모 펀드가 금융 상품의 주종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온 부동산은 회복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 그의 진단.

호재 하나로 상한가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주식과는 여러 모로 차이가 있다는 것.

부자 고객들 사이에서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아직 활발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략부재 금융산업 위기 돌파구는 있나

금융시장 ‘빅뱅’ 어디로…

2010년 11월 02일 10시 00분
미 서부 진출 도전정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삼성전자 배워라


대한민국 금융가는 폭풍전야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정국이다. 우리금융지주 매각은 금융 빅뱅의 서막이다. 신한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도 미지수다. 올 연말과 내년 초 주요 은행 수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고돼 있다. 성장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대한민국 은행 산업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편집자주>


최동준(56) SC제일은행 전 상무는 전략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 전문가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한 드림팩 금융상품 시리즈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객관리 기법인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가 주특기.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맥킨지에서 컨설턴트 생활을 한 그에게도 국내 금융 산업은 ‘고해의 바다’이다. “돈과 같은 ‘코모더티(commodity·뚜렷한 특징이 없는 상품을 지칭)’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토로는 은행권 최고경영자들의 고충을 엿보는 ‘창(窓)’이다.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 해리포터 마케팅, 스토리 마케팅, 무의식 마케팅…국내 은행산업은 최첨단 마케팅 기법들이 부딪치는 치열한 경연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마케팅 대전의 이면에는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국내 은행들의 초라한 현실이 있다. ‘미투(Me-Too·따라하기) 전략’은 아이디어 부재의 산물이다. 경쟁사의 인기 금융 상품은 최단 시간에 카피된다. 점포가 많고, 브랜드 파워가 강한 강자에 유리한 경쟁 구도다.

최 전 상무는 드림팩 시리즈를 개발하며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잠들기 전 일본의 인기 만화 ‘나루토’를 펼쳐들며 시름을 잊는다. 그의 고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내 은행들의 경쟁 구도가 소모적인 ‘참호전’의 형태를 다시 띤 것은 1997년 말 이후다. 전략이 실종되고 효율성의 논리가 은행경영자들을 압도하던 시기다.


매크로 경영 가고, 마이크로 경영 오고

지난 1995년 2월26일, 미국 서부의 관문인 캘리포니아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 신한은행 양신근 과장은 수 개월 만에 다시 미국 땅을 밟았다. 그의 임무는 미국 서부의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은행 인수.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머린내셔널(MBN) 은행이 인수 후보였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머린 내셔널을 우여곡절 끝에 인수하는 데 성공하며 국내 금융사의 한 장을 장식한다. 이 은행은 미국 시장공략의 전진기지였다. 고객기반도 미국인들이 주종을 이뤘다. 머린내셔널을 인수하며 글로벌 경영의 시동을 건 신한은행의 원대한 전략은 유효기간이 짧았다.

태국에서 발화한 아시아 금융위기의 불길이 발단이었다. 지난 1997년 초, 국내 은행들은 해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외환 위기의 후폭풍은 거셌다. 신한은행은 외환 위기 이후 이 은행 지분을 다시 처분한다. 생존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지난 1997년 초 257개에 달하던 국내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일년 만에 134개로 반토막이 난다. 그로부터 10여 년후. 신한은행은 인도 뭄바이, 베트남 하노이 등에 진출하며 글로벌 경영의 시동을 다시 걸었다. 주요 고객은 삼성, LG를 비롯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외환 위기의 상흔은 여전히 깊다.

수익 다변화 나선 CEO들 속속 ‘집으로’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수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애창곡인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인수에 나선 국내 최초이자, 최후일지 모르는 경영자다. 민 회장의 도전은 미국 내에서도 화제였다.

그가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나선 이면에는 성장에 부심하는 은행들의 현실이 있다.
국내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총이익의 80% 수준. 주요 경영자들이 제품·사업·지역 포트폴리오 재편에 늘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황영기 KB국민지주 전 회장은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인 CDO 등에서 성장의 해법을 엿보았다.

강정원 국민은행 전 행장은 떠오르는 중앙아시아에서 성장의 길을 모색했다. 재작년 미국발 금융 위기는 이들의 몰락을 부른 판도라의 상자였다. 이 스타 경영자들의 실패한 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갈래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단골 메뉴다. 은행 경영자들이 과감한 도전에 나서기 보다 ‘품질 관리’ ‘비용 절감’ 등 안전운행에 치중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한국 은행들도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하는 일본 기업의 전략 부재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은행들도 일본 기업처럼 상호 모방적인 정책을 취해왔어요.”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비용 절감을 비롯해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치중하면서 전략적 의사 결정을 소홀히 해왔다”고 꼬집는다. 문제는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경영 모델 ‘스탠다드차타드’

‘전술적 성공이 전략의 실패를 되돌릴 수 없다.’ 영국계 금융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 그룹(Standard Chartered)의 전략 방향은 명확하다.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Asia focused)’는 캐치프레이즈가 그것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이 금융 그룹의 매출 90%는 영국 밖에서 발생한다.

외국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지주 회사를 설립한 이 은행은 증권사, 저축은행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영국 대처 행정부가 집권 후 탈 규제의 수위를 높이자, 이 그룹의 경영자는 탈 영국으로 맞받아쳤다. 아시아가 성장의 키워드였다.

지난 2005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치열한 경합 끝에 인수에 성공한 제일은행은 아시아 공략의 거점이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 필요로 하는 금융 서비스의 대부분을 외국 글로벌은행들에 맡기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을 수주할 때 우리 은행들은 지급보증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6월 부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사이다. 고해성사를 방불케 하는 대목.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지역은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해외 점포의 60%가 중국, 베트남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 몰려있는 것이 현주소다. 글로벌 경영전략도 경쟁 상대와 판박이이다. 문화적으로 가까운 지역부터 공략하라는 정석에 충실한 결과다.

현지 법인도 주로 현지에 파견된 한국인 직원들이 담당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국내 은행권은 여전히 ‘인재 수혈’, ‘ 오픈 이노베이션에 소극적이다.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도 발목 잡아

지난 1999년, 에릭 김(Eric Kim)은 모국의 한 전자회사에 둥지를 튼다. 아시아 시장에서 약진하던 이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 난공불락에 비유되는 유럽과 미국 시장 공략을 담당하는 글로벌 마케팅 담당 임원이 그의 직책이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의 위상은 초라했다.

이 회사 제품은 품질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브랜드는 기억나지 않는 중저가 상품에 불과했다. 2005년, 삼성전자는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평가에서 소니를 앞선다.
이 글로벌 기업이 ‘비상(飛上)’한 이면에는 글로벌 전자 산업의 챔피온 격인 소니를 타깃으로 삼아, 전사적으로 역량을 결집한 리더의 전략이 있었다.

마케팅 분야의 경험이 일천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해 브랜드 가치 제고의 대임을 맡긴 과감한 도전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크프루트 선언은 이 회사 제품 질적 도약의 밑거름이었다.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주인공은 에릭김이었다는 것이 토니 미첼 KDI 정책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스페인의 산탄데르가 3대째 한 가문이 지배하는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트남에 있는 신한비나은행 전경.베트남에 있는 신한비나은행 전경.

신한사태, 금융권 빅뱅 신호탄 될까

여의도 금융가는 폭풍전야다. 올 연말과 내년 초 주요 은행 수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고돼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오는 12월20일 임기가 끝나고, 내년 3월에는 산업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은행장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신한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미지수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전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KB국민지주,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한 인수 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하다.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우리금융지주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연말 국내 은행가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꼬리를 문다. 신한금융 사태는 은행산업의 현주소다.

국내 은행산업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경쟁 상대를 곁눈질하고 있다. 정부 역할론도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보다폰, 브리티시텔레콤(BT), 스탠다드차타드를 비롯한 영국 기업들은 대처 개혁의 적자들이다.

“대처 총리 집권 후 탈 규제 바람이 영국에서 불기 시작합니다. 당시 국영 기업이던 브리티시 텔레콤(BT)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김흥진 BT코리아 사장은 영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봇물을 이룬 계기를 대처 개혁에서 찾는다. BT의 변화를 주도한 주인공이 바로 네덜란드 출신의 ‘벤 버바이엔’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실용정권은 왜 오래가지 못할까”

2010년 01월 13일 11시 22분

《인물지》
- 박찬철·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2만7000원


조조는 늘 ‘유재시거(惟才是擧)’의 원칙에 충실했다. ‘재주’가 인재 등용의 ‘금과옥조(金科玉條)’였다. 뇌물을 수뢰하거나, ‘음행(淫行)’을 일삼는 인물도 능력만 뛰어나다면 과감히 발탁했다.

전장에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적장마저도 감싸 안은 조조의 인재 등용 원칙은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했다. 후한 시대 인재 발탁의 기준은 ‘충(忠)’과 '효(孝)'였다.

전한을 멸하고 ‘신’을 창업한 역적 ‘왕망’은 후한 황제들에게는 공공의 적이었다. 지극한 효심으로 이름을 날리거나, 군왕을 향한 충성심이 강한 ‘명사’들을 등용의 일순위로 삼은 배경이다. 하지만 능력과 명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동서고금의 법칙이기도 하다.

환관의 가문 출신이던 조조는 이러한 인물들의 ‘위선’과 ‘무능’을 꿰뚫어보았다. 부모의 묘 앞에 초막을 짓고 7년상을 지낸 ‘효자’는 알고 보니 복상 중 ‘후처’를 여러 명 들인 호색한이었다.

그의 인재관은 이러한 상황을 통찰한 것이었다. 중국의 변방 출신인 ‘가후’, 조조의 아들과 조카를 살해한 장수, 원소 휘하에 있던 장합 등이 통일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주역들이다. 강동의 지배자 손권도 인재를 감별하는 탁월한 안목을 자랑했다.

노숙이나 주유, 여몽, 육손에 이르기까지, 젊은 인사들에게 과감히 군권을 준 것도 손권이었다. 인사의 ‘실사구시(實事求是)’였다.

하지만 이들 용인의 고수들이 늘 인사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인물지》는 삼국시대의 인물인 유소가 저술한 인재평가의 고전이다.

구징, 체별, 유업, 재리, 재능, 이해, 영웅, 접식, 팔관, 칠류, 효난, 석쟁 등 사람을 평가하는 12가지 기준을 총망라 했다. 오행 사상을 비롯해 동양학에 뿌리를 둔 당대의 시대적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왕들이 베갯머리에 두고 읽던 인재경영의 비서’로 통하는 《인물지》는 조조 ‘용인술’의 한계를 가늠하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조조는 결코 인물의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공들여 발탁한 인재 중에는 훗날 사마씨 가문에 투항하며 충절을 버린 이들이 많았다.

조조의 휘하에 몰려든 인사들 상당수는 ‘명리’에 집착하는 ‘불나방’들이었다. 입신양명의 수단인 왕조가 무너지자 재빨리 이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중국사를 수놓은 인재들의 용인술, 그리고 그들의 한계를 통찰하려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유한다.



5년연속 ‘유로머니’ 상받은 하나은행 골드클럽

“고객 자녀, 유치원 부터 관리합니다”

2010년 02월 02일 10시 13분
서울 강남구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서울 강남구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중국의 소주나 항주는 아시아의 베니스에 비견되는 미(美)의 도시들이다. ‘천국 다음으로 아름답고 부유한 도시가 바로 소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륙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 ‘소주’나 ‘항주’에 비유할 수 있는 대한민국 부의 일번지가 바로 강남이다.

이 강남의 노른자가 바로 압구정동이다. 동호대교 남단 일대를 지칭하는 ‘압구정동’은 그 연원부터 흥미롭다. 조선초의 거물 정치인 한명회가 노년에 한강변에 지은 화려한 정자의 이름이 그 발단이다.

명나라 사신들이 조선을 방문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들를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하던 명소인 정자 ‘압구정’은 수 백여년의 세월을 건너뛰며 대한민국 실버 세대들의 ‘안식처’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27일 오후 5시, 도산공원으로 통하는 압구정 거리는 휘날리는 진눈깨비로 축축히 젖어있었다.

이 부촌이 대한민국 ‘프라이빗 뱅크(PB)’들이 대결을 펼치는 건곤일척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이다.

하나은행이 일찌감치 이 지역에 깃발을 꽂은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진출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은퇴후 자산관리에 관심이 높은 이 지역 실버 계층들이 집중 공략대상이다.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은 이 총성없는 전투를 지휘하는 야전 사령관격이다.

“압구정동이 바로 실버타운입니다. 현직에서 은퇴하신 분들도 많고, 자산관리 니즈(needs)가 많은 것이 압구정동 브이아이피(VIP)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대치동이나 삼성과는 또 다른 특징이 있어요.”

강 센터장이 분석한 압구정 부촌의 지형이다. 그는 요즘도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출근을 한다.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클럽의 회의실인 ‘이벤트 룸’은 전략과 전술을 조율하는 ‘참모본부’ 격이다. 아침마다 8명의 PB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지난 1월 18일 토론장을 달아오르게 한 대화 주제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은행 규제 강화. 이 조치가 발동될 경우 막 기지개를 켜는 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지가 주요 관심사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가까운 시일 안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지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패권을 다투는 초강대국들의 심상치 않은 행보이다.

그는 “아침회의는 늘 짧기만 하다”고 토로한다. 지난 달 27일 방문한 하나 은행 압구정 골드클럽의 내부는 온통 ‘체리색’이었다. 상담실로 통하는 복도의 벽면에 위치한 미술품들이 내방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경쟁사들은 상대방의 장점을 빠른 속도로 수용한다. 화려한 장식 뿐만이 아니다. 커플 매니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풍수 서비스를 시행하는 경쟁사도 있다.

방학을 맞은 고객 자녀들의 해외 탐방을 주선하는 외국계 경쟁 은행도 등장했다. 해외에 본사를 둔 외국계 은행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행보이다.


증권, 보험, 투자상품, IB를 비롯한 각 서비스들이 골드클럽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곳은 드물다. 일찌감치 이 시장에 진출해 부자고객들을 공략하며 담금질한 비교우위가 시너지의 원동력이다. 이 팀에는 10년 이상 같은 곳에서 근무한 직원들도 있다.


디테일이 승부를 가른다
하나은행이 ‘유로머니’선정 대한민국 베스트 PB상 5회 연속 수상한 이면에는 지난 1990년대 이래 꾸준히 담금질해온 ‘무형의 자산’이 있다는 것이 그 분석이다.

그는 “시간과 경험을 넘어서는 가치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한다. 강원경 센터장은 “증권, 보험. 투자상품, IB를 비롯한 종합 서비스들이 골드클럽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경쟁사는 드물다”고 강조한다.

이 팀에는 10년 이상 같은 곳에서 근무한 직원들도 꽤 있는 편이다.
강 센터장은 “이 팀의 세무나 부동산 상담을 받은 고객들은 경쟁사로 옮겨 가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재무 현황, 부동산 자산등은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한 공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골드클럽에서 독점 판매하는 상품의 지난해 매출규모는 1조 7000억원 가량. 이 전용상품에는 ‘사모’가 많은 편인데, 지난해 고객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강 센터장은 귀띔한다.

사모펀드는 압구정 센터 독자적으로 모집할 수 도 있고, 아니면 압구정, 대치동, 삼성동 센터가 ‘연합전선을 형성해서 조성할 수도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강 센터장은 골드클럽의 고객들은 셈법이 무척 빠른 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오바마 호의 은행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한 부자들의 반응을 실례로 들었다. 경제 전문가 일부가 은행권 규제 강화가 글로벌 경제에 몰고올 후폭풍을 경고할 때, 부자들은 시큰둥한 편이었다.

강 센터장은 부자들의 일상을 시시콜콜 파악하고 있다. 그는 하나은행에 입행한 이후 기업 경영자나 부자고객들을 담당해왔다. 수도권 중소기업 공단의 중소기업 CEO들이 그의 주요 고객들이었다.

PB사업부로 이동한 그가 처음 배치받은 근무지가 테헤란로였다. 대한민국이 이른바 ‘정보통신 버블’에 취해 흔들리던 광란의 시기였다.

강원경 센터장은 수도권 중소기업 공단. 테헤란로에서 ‘부’의 본질과 더불어 ‘부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엿볼 수 있었다고 귀띔한다. 부의’유지와’ ‘대물림’이 그것이다.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의 진화(進化)
고객 자녀들의 결혼이나 맞선, 이벤트에 공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 제너럴 모터스 등이 일찌감치 도입한 ‘라이프 사이클 매니지먼트의 일환이다.

자동차 회사는 엔트리카(Entry-level car)’ 시장에 진입한 소비자들을 자연스레 ‘뷰익’이나, ‘올즈모빌’, 새턴을 비롯해 부가가치가 더 높은 고가제품군으로 유도하는 ‘해리포터 전략’이기도 하다.

영화 <해리포터>는 마케팅 전략의 전범이다. 남자주인공인 ‘대니얼 래드클리프’(20)는 첫 출연 때만 해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아이였다.

부모에게 졸라 이 소년 마법사가 사용하던 영화 소품을 구입하던 팬들은, 이제 스무살이 된 대니얼이 등장하는 뉴스를 소비하고, 그가 사용하는 상품에 주목한다.

그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의 첫단추가 바로 골드클럽의 ‘주니어 키즈 캠프’이다. 고객들의 어린 자녀들의 커뮤니티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골드클럽은 원어민 중심의 영어 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객 자녀들이 국제적 감각을 담금질하고 견문을 넓히며 회원 자녀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자녀들의 성장을 도와 부모들을 공략해 들어가는 이른바 ‘성동격서’(城東檄書) 전략의 일환이다.

강원경 센터장은 성장 단계별로 고객 자녀들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혼인 메신저 서비스, 인맥 형성을 돕는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꼽는다.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의 두 번째 단계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 ‘희노애락(喜怒哀樂)’ 마케팅이다. 운구용 리무진 캐딜락을 제공하는 장례지원 서비스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에서 장례 서비스를 도입하기는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물론 경쟁사들도 최근 이러한 서비스를 도익하며 그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다. 강 센터장은 이 서비스들이 마치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유기적으로 돌아가기는 극히 어렵다고 지적한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제작된 강력한 매뉴얼은 또 다른 경쟁우위 요소이다.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995년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사인 매킨지의 컨설팅을 받았다. 현대적 PB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세무지원 서비스, 금융종합소득 서비스를 구축했다. 또 지난 2001년 장례제공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골드클럽, 브랜드로 진화(進化)
하나은행은 지난 95년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사인 매킨지의 컨설팅을 받았다. 현대적 PB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지난 1997년 국내 최초로 세무지원 서비스, 금융종합소득 서비스를 구축했다. 또 지난 2001년 장례제공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은행의 서비스는 늘 벤치마킹 대상이다.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클럽 센터장은 이날 ‘브랜드’를 수차례 화제에 올렸다.

‘루이 뷔통’이나, 구찌, 에르메스, 지미 추를 비롯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부자 고객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상품만한 ‘코모더티(commodity)도 없다고 지적이다. 부자고객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기 위해서는 ‘브랜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융권의 PB 경쟁이 브랜드 대결의 장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예감케하는 대목이다.

강 센터장은 아시아 뱅커지가 선정한 차세대 영 뱅커이자 국제 재무 관리사이다. 그가 보는 압구정의 부자들은 ‘네트워크 관리’의 달인들이다.

장판교를 홀로 질주하며 아두를 구해내는 조자룡의 무용담은 허구에 불과하다. 나홀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독불장군은 소설 속에서나 등장한다.

부자들은 이 평범한 진리를 일찌감치 깨닫고, 자신의 네트워크를 닦아온 형설지공의 달인들이다.

그는 부자학을 10년이상 연구하면서도 정작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역량의 차이가 아니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강 센터장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시상식’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차세대 리더상을 수상했다.



Family Club

▶ 주니어 키즈캠프
원어민 중심의 주니어 영어캠프를 진행하여 자녀에게 국제적인 감각을 심어주고, 회원 자녀 간의 커뮤니티를 자연스럽게 형성합니다.

▶ 자녀혼인 메신저 서비스
골드클럽의 네트워크를 통한 미혼 자녀의 만남을 특급호텔에서 커플 파티형식으로 주선해 드립니다.

▶ 자녀 커뮤니티 서비스
골드클럽이 주최하는 자녀혼인 메신저 행사를 통해 모인 회원 자녀들은 ‘하나 프라이빗 뱅커 멤버스’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인연을 이어갑니다.

▶ 자녀 혼인시 웨딩카 지원
자녀의 혼인을 축하 드리며 결혼식 당일 고급 웨딩카를 무료로 제공하여 그날의 특별함을 더해 드립니다.

▶ 장례지원 서비스
본인 및 배우자의 가족 사망 시 운구용 리무진 캐딜락을 제공하여 예를 다해 고인을 모실 수 있도록 해 드립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

《중국제국쇠망사》

이상주의자 왕망은 왜 실패했을까

2009년 06월 09일 15시 40분
리샹 지음, 정광훈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만5000원리샹 지음, 정광훈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만5000원
위선의 시대였다. 부모의 묘 옆에 움막을 짓고 삼년 시묘살이를 한다던 효자는 밤만 되면 첩의 집을 찾아 향락을 즐기는 무뢰배였다. 부인에게 비단옷을 사줄 여유가 없어 무명옷을 입힌 청백리 상당수는 넘쳐나는 곳간을 주체하기 어려운 부패관료였다. 전한 시대는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왕망은 위선자들에게 분노하던 민심의 흐름을 꿰뚫어 보았다. 집안의 하인을 죽게 한 아들에게 자결을 명령한 그는 유가 경전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도덕군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민초들은 왕망에게서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의 집권과정은 잘 기획된 한 편의 ‘미드(미국 드라마)’를 떠올리게 했다.

왕망이 연출한 이 역성혁명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천심(天心)’의 위조였다. 수하들을 시켜 길조로 알려진 흰 꿩을 태황태후에게 바치게 하며 자신의 덕을 칭송하게 했다. 민심은 가장 강력한 집권의 보루였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신(新) 정권은 유가에서 이상향으로 삼는 주대의 토지제도를 되살렸으나 현실에 맞지 않았다. 기득권 세력의 약화를 위해 화폐제도를 자주 바꾸었으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었다.

하늘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메뚜기 떼가 수도 장안을 덮치고 기근이 기승을 부리자, 민심의 이반은 극에 달한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눈앞에서 자식들이 죽는 모습을 본 농민들은 왕망에게 등을 돌렸다.

왕망의 화려한 부상과 몰락은 오늘을 되돌아보는 거울이다. 그는 도덕적인 우위도 갖추고 있었으며, 강력한 지지기반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교한 개혁 프로그램과 비전의 부재는 이 이상주의자의 날개 없는 추락을 불러왔다. 왕망을 일각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백성들을 장안성 밖으로 보내 하늘을 향해 울부짖게 하는 등 천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의 최후는 비참하다.

장안성을 함락한 반란군의 칼날에 온몸이 찢기는 비참한 운명을 맞았다. 《중국제국쇠망사》는 왕망을 비롯해 중국사를 수놓은 군웅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생생히 복원해 낸 수작이다.
2007/02/21 - [로컬(Local) VIEW/로컬 리더십 VIEW] - 대통령 리더십 분석-노무현 대통령


박영환 기자(yunghp@newsis.com)


“스토리 경영이요? 자장면 역사에 있죠”

음식학자가 말하는 스토리 경영

2009년 10월 27일 15시 36분
Profile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교수
서강대 사학과와 한양대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공부했다. 중국 중앙민족대학 대학원 민족학과에서 ‘중국 쓰촨성량산 이족의 전통 칠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가고시마대학 인문학부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학 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의 민속학 전공 교수로 있다.Profile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교수
서강대 사학과와 한양대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공부했다. 중국 중앙민족대학 대학원 민족학과에서 ‘중국 쓰촨성량산 이족의 전통 칠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가고시마대학 인문학부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학 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의 민속학 전공 교수로 있다.
“잘 알고 지내던 역술인이 하루는 제 사주에 먹을 ‘식(食)’ 가 무려 다섯 개나 들어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음식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 제 운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민속학 교수는 ‘맛’의 달인이다.

평범한 음식도 그의 손을 거치면 감칠맛 나는 명품 요리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양념 재료는 하지만 여느 요리사들과는 다르다.

그는 음식에 ‘스토리’를 더하는 ‘재담꾼’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지식은 ‘음식’ 맛을 우려내는 ‘진간장’이다. 주 교수의 설명은 옛날 이야기처럼 구수하다.

주 교수는 ‘자장면’의 한국사를 조근조근 설명한다. 이 음식이 국내에 들어온 시기는 임오군란을 전후한 격변기였다.

당시 정난을 도모한 조선 군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제물포에 군대를 상륙시킨 ‘리홍장’이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군대의 장비, 식량 하역 업무를 맡긴 것이 그 발단이었다.

당시 이 중국인 저임 노동자들이 즐겨 먹던 값싼 음식이 바로 ‘자장면’이었다.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반목하며 세력 다툼을 하던 조선의 정치지형이 자장면을 이 땅에 부른 셈이다. ‘이과두주’도 주 교수의 풍부한 식견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창(窓)’이다.

“이과두주는 80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베이징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술이라고 자랑합니다. ‘쓰촨’과 ‘구이저우’에서 생산되는 고급 가오량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맛을 내는 이 술은 베이징에서는 인민의 술로 통합니다.”

주 교수의 설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자답게 ‘음식’ 이면의 사회사에도 주목한다. 그는 ‘이과두주’가 모택동 식 서민 행보의 대상이었다고 지적한다.

이과두주의 ‘낯설게 보기’이다. 모택동은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의 원리를 아는 지도자였다.

군주는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는 경구이다. 모택동이 이과두주의 가격을 ‘1위안’으로 묶어둔 배경이다.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배려한 조치였다. 솥에서 두 번 증류해 만들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이과두주’는 ‘민이식위천 전략’의 ‘클라이맥스’였다.

중국산 증류주의 화려한 비상이다. 술을 통치 기반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한 지도자가 어디 모택동 뿐일까. 고 박정희 대통령은 농민들과 막걸리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했다.

‘촌로’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대통령은 백성을 보살피는 자애로운 성군을 떠올리게 했다. 음식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벗’이었다.

주교수의 음식 강의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재료로 삼는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삼국시대를 풍미한 위무제 조조는 뛰어난 모사이자 사돈이기도 하던 ‘순욱’에게 ‘빈 도시락’을 보낸다. 절연(絶緣)의 징표였다. 음식은 군주와 신하, 그리고 군주와 백성이 교감하는 소통의 창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처럼 이 문제를 폐부 깊숙이 깨달은 이들도 흔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중국의 현대사에는 문화대혁명의 기간중에도 굶어죽은 중국인들이 거의 없었다는게 주 교수의 전언이다.

중국식 ‘민이식위천’ 전략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매년 초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에서는 음식이 민심 안정의 수단이기도 하다.

한 달에 1000위안 이상을 벌지 못하는 공장 근로자들도 먹을 거리의 양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풍족해졌다고 주영하 교수는 지적한다.

“끊임없이 싼값으로 먹을거리가 제공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도 먹을거리의 양에서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음식은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정책을 유지시켜주는 주춧돌이다. 그리고 중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봉합하는 ‘반창고’이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사태 대응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미숙했습니다. 백성들은 음식을 하늘로 여긴다는 역사적 진리를 망각한 거죠” 먹을거리는 지금도 국민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주요 이슈이다.


“중국식 ‘민위식이천’ 전략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매년 초고속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에서는 음식이 민심 안정의 수단이기도 하다. 한 달에 1000위안 이상을 벌지 못하는 공장 근로자들도 먹을 거리의 양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풍족해졌다.”


매운맛 유행은 고속성장의 그림자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생긴 심리적 불안정이 매운맛의 유행에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씻어내는 데는 술 다음으로 매운맛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 교수는 지난 2004년 서울의 불닭 열풍을 이같이 해석한다.

주 교수는 눈물이 쏙 빠지게 매운 이 꼬치 음식이 경기 침체에 한껏 움츠러든 국민들의 마음을 얼얼하게 데워주었다고 그 인기의 배경을 분석한다. 음식은 때로는 동시대인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급격한 공업화를 거친 산둥반도의 신흥 공업도시 칭다오도 비슷한 사례이다. 지난 2001년을 전후해 매운맛이 나는 음식이 이 도시에서 일대 유행을 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

주 교수는 90년 대 말 풀무원에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백면서생’ 신세를 면한 시기다. 그는 일본의 사케 회사들을 보라고 조언한다.

일본 업체들은 제품에 스토리를 더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극상품의 쌀을 다시 20~30% 깎아내서 남은 부분으로만 담갔다는 사케 중에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도 있다.

이러한 역량을 국내 업체들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대한민국의 막걸리나 비빔밥에 스토리를 ‘버무릴’ 적임자로는 주 교수 만한 이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요즘 그의 관심사는 시골에 덩그러니 남은 노년층 부부들에 쏠려 있는 듯 했다. “젊은이 들이 다 떠나고 남은 시골마을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은 가족 성원이 적다 보니 국이나 찌개, 찬거리를 잘 만들지 않습니다. 패스트푸드로 간편하게 끼니를 떼우는 게 요즘 시골마을의 풍경입니다. “

패스트푸드업체는 한국의 시골마을을 맹렬한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주영하 교수는 위정자들이 국민의 먹을 거리에 다시 한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011/08/08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스타카토 한국사회 스토리텔링 능력 키워야 산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

변창구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들려준 ‘군주론’

“그들은 태생적 마키아벨리스트”

2010년 11월 09일 11시 44분
군주는 고독하고 사악하며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들에게 가혹할 만큼 잔인했다.

변창구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세익스피어 사극을 통해 본 지도자상’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그가 전한 리더십의 요체를 정리했다. <편집자주>

“세익스피어는 흔들다는 뜻의 shake와 창인 sphere의 합성어입니다. 이 위대한 문인이 무인 가문 출신임을 짐작하게 하는 배경입니다.”

서울대 영문과 변창구 교수는 세익스피어 전문가다. 이 위대한 문인이 무인 가문 출신일 개연성을 이름에서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이 위대한 작가는 교조에 얽매이지 않는 통찰력의 소유자였다. 그의 작품이 불멸의 고전으로 지금까지도 각광받으며 영화, 드라마, 소설 등으로 리메이크되는 배경이다.

변 교수는 “인기 드라마도 2~3번 반복해 보면 스토리가 뻔해 지루하지만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세익스피어 자신도 18세 때 여덟 살 연상의 여인과 혼인을 할 정도로 영국 사회의 관습에 사로잡히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영국 군주들이 마치 손에 잡힐 듯 생생한 비결이기도 하다. 영국의 정치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군주들은 대부분 인자하면서도 잔인하고, 비루하면서도 원대하며, 매정하면서도 관대했다. 정적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정치가이기도 했다.

군주들의 이러한 속성을 이념적 잣대가 아니라,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본 주인공이 세익스피어였다. “나도 경들과 같이 빵을 먹고, 배고픔도 느끼고, 슬픔에 괴로워할 줄 알며, 친구도 필요하오… 이처럼 인간의 욕망에 얽매여 있는 사람을, 나 같은 사람을, 어찌 왕이라 칭할 수 있겠소.”

훗날 같은 할아버지를 둔 사촌 볼링브로크에 쫓겨나 목숨을 잃는 리처드 2세의 절절한 고백이다. 군주들은 숙명처럼 찾아오는 외로움을 토로하면서도, 정적들을 잡초를 뽑듯이 제거한 권력의 화신이었다.

군주는 고독하고 사악하며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들에게 가혹할 만큼 잔인해야 한다는 것이 마키아벨리의 조언이다. 헨리 5세는 이러한 원리를 본능적으로 꿰고 있는 리더였다.

그가 군주가 된 배경부터가 평범하지 않다. 14세기 영국을 통치한 강력한 군주 에드워드 3세가 왕위를 장남의 첫째 아들에게 물려준 뒤 사망하자, 권력 투쟁에 뛰어들어 왕위를 찬탈한 비정한 인물이 바로 볼링브로크(Bolingbroke)이다. 이 폭군의 아들이 헨리 5세다.

후계자 시절 부랑자들과 어울리며 아버지의 속을 썩이던 그는 왕위에 오르자 딴 사람이 된 듯 돌변한다. 저잣거리에서 사귄 부랑자 친구들과 교유를 끊고 제왕학 수련에 전념했던 것. 헨리 5세는 중국 한나라의 황제인 무제와 비견되는 뛰어난 통치자였다.

왕권에 공공연히 도전하는 귀족 세력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프랑스를 침공한 그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며 5년 후 프랑스의 왕위 계승권까지 차지한다. 자신을 찾아온 저잣거리의 친구들을 멀리하며 제국의 구축이라는 한 가지 목표에 올인 한 그는 한비자가 말한 ‘세법술’의 대가였다.

“그 천박한 머리로는 농군들 그 자신들이 실컷 덕을 보고 있는 평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국왕이 밤잠도 못자고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있는지를 상상조차 못하지 뭐야.” 헨리 5세의 이 대사는 누구와도 짐을 나눠질 수 없는 군주의 비애를 엿보는 창이다. 동서양의 군주들은 비슷한 운명이었다.

동양의 군주들이 환관 정치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이면에도 이러한 숙명적 고독이 있었다. 적막한 구중 궁궐에서 환관의 다리를 베고 잠이 드는 심약한 군주가 천자를 자처한 동양의 권력자였다.

세익스피어는 군주들의 이러한 내면세계를 절묘하게 포착했다.

세익스피어가 남긴 저술들은 냉혹한 현실을 정면 돌파해 나가는 뛰어난 리더십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르네상스가 유럽 대륙으로 점차 펴져 나가던 당대 영국 사회의 ‘풍향계’다.

“신하를 너무 귀하게 대우하면 반드시 군주의 자리를 갈아치우려 할 것입니다.”

세익스피어 저술들은 리더십의 교과서

영국의 군주들이 마키아벨리적 술수에 능한 이면에는 현실 정치의 냉혹함이 있다. 정치 투쟁에서 패배한 리처드 2세는 신왕이자 사촌인 볼링브로크가 보낸 부하들에 목숨을 잃는다. 자신의 혈육이자 권신이기도 한 사촌을 철석같이 믿은 대가로 목숨을 역사의 제단에 바친 것이 바로 리처드 2세였다.

역사는 신하들에게 배신당해 눈물로 생을 마감한 군주들의 잔혹사다. 동양의 <사기> <십팔사략> <후한서> 등은 군왕들이 후세에 남기는 비망록이다. 환관 조고에게 살해당한 진시황제의 아들 호해, 간신들에게 배신당해 죽어서도 무덤에 묻히지 못한 제환공 등이 반면교사다.

동양의 군주들이 늘 베게머리에 두고 읽은 고전이 바로 한비자였다.

“총애하는 신하를 지나치게 가까이하면 반드시 그 군주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며, 대신을 너무 귀하게 대우하면 반드시 군주의 자리를 갈아치우려 할 것입니다. 왕실의 형제들을 복종시키지 못하면 반드시 사직이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한비자의 통찰이다.

그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통찰한 심안의 소유자였다. 권력의 본질을 냉철하게 꿰뚫어본 이들은 동양의 법가들이었다. 공자의 가르침을 통치 원리로 표방하면서도 당근과 채찍으로 권신들을 통제하고 나라를 다스린 패도의 달인들이 한비자의 제자들이었다.

한 무제 유철은 유학을 국학으로 삼았지만, 통치는 법가의 가르침을 따랐다. 하지만 문치를 표방한 송대에 등장한 주자학을 전환점으로 동서양의 관계는 역전된다.

변 교수는 동양이 서양에 휘둘린 것도 정치학에서 윤리학을 분리하지 못한 업보였다고 진단한다.

동양은 도덕적 색채가 짙은 주자학이 정치의 기본원리로 부상하면서 도덕적 담론으로 정치 현실을 재단하는 이상주의로 흐른 데 비해, 서양은 정치 영역에서 도덕을 분리하며 부국강병의 길을 걸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리더들이 갖춰야 할 덕목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익스피어 작품의 ‘촌철살인’ 명대사들

# 저 속이 빈 면류관 속에는 죽음이 왕궁을 지키고 있는데 이 죽음이라는 어릿광대 놈은 손뼉을 치며 왕의 위광을 조소하고 왕의 영화를 조소하고 있다. (리처드 2세)

# 저 경박한 선왕은 천박한 광대들과 재사 족속들을 거느리고 이리저리 쏘다니는 바람에, 국왕의 위엄과 권위는 저 광대들의 바보짓과 분간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헨리4세)

# 명예가 바늘로 나를 찌르는군. 하지만 어쩌다 이 명예 때문에 부상을 입으면, 그러면 어떡하지? 명예가 떨어져 나간 다리를 복구시켜줄까? 명예란 대체 뭐야? 그냥 말 한 마디에 불과해. 묘비에 쓰인 비명 이상도 이하도 아냐. (헨리 4세)

# 짐은 이것들 전부를 책임져야 하는구나. 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냐. 국왕이라는 위대한 지위로 태어나 자신들의 복통밖에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바보들에게 시중을 해야 하다니. (헨리5세)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정인 연세대 교수에 중국의 내일을 묻다

“中리더들 내우외환 직면 팍스시니카 시대 주도 역부족”

2011년 01월 17일 14시 01분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13일 휴넷이 주최하고 아시아경제신문이 후원한 ‘중국의 내일을 묻다’라는 주제의 특강이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대강당에서 열렸다. 문정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강연회에서 중국의 미래를 둘러싸고 중국 석학들과 벌였던 치열한 토론내용을 전했다. <편집자주>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위압적이란 것도 다 옛말입니다. 이들은 웬만한 민주주의 국가들 보다 국민들의 민심을 세심하게 살핍니다. 중국 남부에서는 지방 관료들을 서구보다 더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곳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의 지도부가 민심에 울고 웃는 이면에는 ‘두려움’이 있다. 중국사에 등장한 왕조들은 늘 내부 모순으로 무너졌다. ‘합쳐진 것은 반드시 흩어지고, 흩어진 것은 다시 모인다’는 분구필합(分區必合)은 중국사를 관통하는 원리다.

남송은 쿠빌라이 칸의 원나라에 망했으며, 원은 주원장이 이끄는 명에 패자 자리를 내주었다. 중국은 대만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며 차이완 시대 개막의 시동을 걸었다. 적성국과의 합종이다. 양국의 경제 통합은 통일로 가는 급행열차이다. 흩어진 것은 다시 모인다.

중국사를 수놓은 변화의 출발점은 배고픈 농민들이었다. 그들은 들불처럼 일어났다가 스러졌다.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정치적 자유가 커진 것이 자본주의의 역사이다. 중국도 이러한 변화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난 1989년, 천안문 사태는 등소평 개혁개방의 산물이었다.

페이스북, 트위터는 중국 사회 변화의 촉매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농민공들의 귀향 소식은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바람처럼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나, 티벳 문제도 중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로 흐른다.

당내에서도 변화의 기운은 꿈틀거린다. 공산당의 중간 간부로 성장한 천안문 세대는 동료들이 탱크에 짓밟혀 산화해간 현장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들은 중국 공산당의 내일을 엿보는 창구이다. 중국의 리더들은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후진타오·원자바오 ‘관리형 지도자’ 한계

“중국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 학자에게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만, 그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문 교수는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젊은 중국인 학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강연회에서 소개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나, 원자바오 경제부총리는 백성들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여기는 목민관이다. 하지만 중국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기에는 한계도 뚜렷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

이들 리더들은 이른바 ‘비저너리(Visionary)’가 아니라, ‘관리자’에 불과하다는 것. G2라는 용어는 현실을 왜곡해 비추는 거울이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주변국들에 유포한다는 것.

중국은 도농간의 격차가 크고, 공해물질을 대량 방출한다. 화려한 상하이 동방명주의 그늘은 길고 깊다. ‘G2’는 현실을 왜곡하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각의 목소리이다.

“중국은 WTO로 대변되는 팍스아메리카 시대의 최대 수혜자인 셈인데, 이 체제에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이 굳이 미국과 대결에 나설 이유가 있냐는 것이죠.” 물론 중국인들이 자국의 실력을 낮춰보는 이러한 견해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문 교수가 중국 방문길에 만난 중국 학자 옌센통은 중국 부국강병론의 대표주자이다. 이 학자는 중국이 약할 때 포위전략에 휘말린다며 부국강병만이 나라를 보위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대륙·해양 세력 모두 포용해야

미국은 베트남을 자국 세력권으로 포섭했으며, 9.11 테러 사태를 빌미로 아프가니스탄을 치면서 중앙아시아에도 전진 기지를 확보했다. 몽골에도 군사기지가 있는 미국은 작년 말 대한민국 서해에도 항공모함을 파견했다. 중국을 겹겹이 포위하는 형국이다.

“서해는 ‘종심(從心)’이 매우 짧은 바다입니다. 항공모함은 중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죠. ” 미국은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대표주자들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를 떠올리게 한다.

G2국가들의 각축장인 대한민국의 선택은 무엇일까. 문 교수는 대한민국호의 생존전략은 북방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북방으로 생존 기반을 넓혀나가되, 미국, 일본을 비롯한 해양 세력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북 아시아가 장기적인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럽연합과 같은 경제 공동체, 더 나가서는 다자간 안보 체제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중국의 동북공정론을 묻는 질문에 대해 동북공정론은 중앙 정부의 아젠다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간도를 비롯한 민감한 영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동북공정론을 더이상 아젠다로 삼지 않는다고 점을 중국 공산당 간부가 약속하고 돌아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재정적으로 궁핍한 지방정부들이 이 문제를 이슈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문 교수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듀크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는 지난 2009년 가을 학기에는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에서 초빙교수를 지냈다. 연세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2011/08/08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그래도 중국·러시아는 종이호랑이...미국 패권 위협못한다”

2011/06/16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중국 두려워 하지 말고 화장 하지 않은 ‘민낯’을 보라
2011/06/16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중국 두려워 하지 말고 화장 하지 않은 ‘민낯’을 보라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서경호 서울대 교수가 말하는 삼국지 통섭의 원리

“나관중과 조앤 롤링은 이란성 쌍생아”

2011년 02월 14일 15시 10분
[사진 : 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사진 : 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스토리와 스토리, 팩트와 팩트에 상상력의 조미료를 뿌려 매끄럽게 묶어 통섭의 비교우위를 만들어내듯 IT 플랫폼 통합 마법을 보여준 잡스는 산업계의 나관중·조앤 롤링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통합의 지혜 깨우친 ‘원소스 멀티유즈’ 스토리 비즈의 대가

지난 2월8일 휴넷이 주최하고 아시아미디어그룹이 후원하는 제37회 CEO 월례 조찬모임이 소공동 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삼국지연의에서 나타난 중국인의 정서’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서경호 서울대 교수는 “한국사회가 스토리텔링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며 “기업체들도 면접 방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고언했다. <편집자 주>

“이야기를 스타카토로 풀어가는 사회는 스토리의 질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맥락을 이해하고,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합니다.” 출판에서 광고, 문화, 인재 채용에 이르기까지, 바야흐로 스토리 전성시대다. 가난으로 매 끼니를 걱정하던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 를 300조 원이 넘는 거대 브랜드로 성장시킨 현대판 호머다.

그녀는 유럽의 신화에 독창적 상상력을 더해 전 세계인들을 웃고 울리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세그멘트(segment:타깃 영역)가 따로 없는 메시지가 비교우위였다. 먹을거리를 구하고 집세를 내기 위해 복지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던 이 여류 작가는 이 작품으로 자신의 삶도 바꿨고, 스토리 비즈니스의 신기원도 활짝 열었다.

나관중 원작의 삼국지연의는 중국판 <해리포터>다. 위촉오 3국이 패권을 다투던 중국사의 한 자락을 감칠맛 나게 재구성해 동아시아인들을 사로잡은 나관중은 정사 삼국지의 팩트를 씨줄로, 상상력을 날줄로 영웅 서사시를 만든 통섭의 달인이자, 중국판 조앤 롤링이었다.

서경호 서울대 교수는 삼국지 전문가다. “국내에는 삼국지 전문가가 4000여 명 정도 됩니다. 이들 중에는 방 하나를 삼국지 관련 자료로 다 채운 마니아도 있고요. 이 분들과 비교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죠.” 서경호 교수는 삼국지 마니아들을 화제에 올리며 이같이 말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의 삼국지 독해법은 독특하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서사의 힘에 주목한다. 낙방거사 나관중의 붓 끝에서 제갈공명은 비와 바람, 귀신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불세출의 군사전략가로 부활한다.

하지만 제갈공명은 뛰어난 정치인이었지, 탁월한 군사전략가는 아니었다는 것이 진수의 평가이기도 하다. 무리한 북벌을 감행하며 촉나라 패망의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이었다. 한고조 유방의 창업을 도운 장자방 장량, 모택동의 중국 제패를 보좌한 주은래,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증국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적어도 군사적 재능만 놓고 평가할 때 그랬다.

그런 그는 나관중의 붓 끝에서 화려하게 채색되며, 신출귀몰하는 전략가로 중국인들의 기억 속에 화려하게 되살아난다. 그 백미가 바로 적벽대전. 진수의 정사 삼국지에 등장하는 적벽대전은 10여 줄에 불과하다. 원소를 물리친 관도대전으로 중원을 평정한 조조가 이끄는 위나라의 대군이 풍토병으로 고생하다 회군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삼국지는 가공 여지 무한한 원석

나관중은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들을 드라마틱하게 융합했다. 조조군의 중원 제패, 양자강 남하, 풍토병의 유행, 유비·손권 연합군의 승리를 비빔밥처럼 휘휘 섞어 매력적인 문화상품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역사적 팩트에 독특한 상상력을 입혀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은 그가 견지한 ‘촉한 정통론’은 어지러운 팩트에 질서를 부여하는 ‘북극성’이었다.

삼국지연의는 당대의 <반지의 제왕>이자 <해리포터>였다. “나관중은 지금으로 치면 역사에 정통한 아마추어 역사학자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국지연의는 아마추어 역사가의 입장에서 백성들에게 역사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풀어쓴 교과서인 셈입니다.”

나관중이 남긴 삼국지연의의 유산은 깊고도 넓다. 중국인들은 이 작품을 신호탄으로 역사적 사실 자체보다, 의미와 맥락에 방점을 두게 됐다는 얘기다. 팩트와 팩트, 스토리와 스토리를 잇는 독창적인 상상력이 ‘팩트(fact)’ 못지않은 주요 변수로 등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삼국지연의> <금병매>를 비롯한 역사물이 지적 오락의 반열에 오르게 된 원동력이다.

서 교수는 삼국지를 아직도 가공할 수 있는 여지가 남은 원석에 비유한다. 경영전략서, 심리학, 처세 부문 등으로 스스로를 복제하고 있다. DVD, 영화 부문으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있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명사다. 조앤 롤링과 나관중은 이런 맥락에서 ‘이란성 쌍생아’에 비유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작품은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토리와 스토리, 팩트와 팩트에 상상력이라는 조미료를 뿌려 매끄럽게 묶어내는 통섭이 바로 이들의 비교우위이다. 스티브 잡스는 MP3 단말기와 아이튠스 플랫폼을 통합해 MP3 시장을 제패한 산업계의 조앤 롤링이자 나관중이다.

우리 사회, 속도에 매몰 서사 능력 떨어져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국의 수재들이 다 모인다는 서울대생 들 중에서도 삼국지 완역본을 읽는 이들은 드물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는 한국 사회의 서사 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강조한다.

속도전이 중시되다 보니 불거진 부작용이다. 문제는 이러한 폐해가 비단 문학 영역에 그치고 있지 않다는 것. 통섭이나 융합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서 교수는 인재 선발 방식부터 바꿀 것을 당부한다.

면접자들을 대상으로 화두를 제시한 뒤 상대방의 구술을 밑천삼아 대화를 ‘수건 돌리기식’으로 이어나가는 면접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는 이 대화가 세 바퀴 정도 돌아가고 나면, 면접 참가자들의 역량 또한 정확히 간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재계에 불고 있는 인문학 바람에도 일침을 가했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 거대한 삶의 보고에서 무엇을 건져 올릴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라는 것. 삼국지는 서 교수에게 중국의 오늘을 엿보는 창이자, 대한민국을 비추는 거울이다.

Add Search



박시형(여·48) 쌤앤파커스 대표의 작가 선별 원칙은 남다르다. 한 분야에서 수 십년간 근무한 전문가들이 공략 대상이다. 이들의 암묵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쉬운 형태로 요리하는 것이 이 회사의 주요 업무이다. 그녀가 이지성 작가의 작품을 거절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고.

국내 자기계발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역작이었으나, 미국 작가들이 집필한 전기를 밑천삼아 재가공한 2차 자료라는 점이 아쉬움을 남겼다고. 반면 삼성출신인 전옥표씨는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했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무명의 작가였으나 그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의 <이기는 습관>은 저자의 30년 직장생활의 노하우가 이 회사 특유의 기획력과 어울려 만들어낸 성공작이다.

수 십년간 한 분야를 파온 전문가들의 암묵지라는 원석에서 다이아몬드를 캐내는 출판가의 광부가 바로 그녀이다. 지난 2006년 콘텐트 비즈니스의 강자를 표방하고 첫걸음을 뗀 박 대표가 지금까지 판매한 이 회사 출간 도서 누적 판매량은 500만권.

박 대표가 보는 콘텐트 비즈니스 성공 비결은 ‘기획능력’이다. 그녀가 “유행하는 트렌드보다 반 박자 정도 빨리 가는 것이 쌤앤파커스 성공의 첫 번째 키워드”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신문, 잡지, 도서 등 텍스트를 가급적 읽지 않는 출판사 사장이 바로 그녀다.

텍스트는 상상력의 발목을 잡는 족쇄라는 것이 그녀의 지론. 그녀가 공개하는 두 번째 성공의 비결은 ‘개방’이다. 이 회사는 매월 두 차례 '난상토론'을 연다. 매달 중순에 팀장급들이 참가하는 회의를 한다. 월말에는 회사 문을 걸어 잠그고 임직원들이 설전을 벌인다.

말 그대로 계급장을 떼어내고 맞장을 뜨는 무대이다. 다섯 명 이상이 선택한 아이디어가 결선에 올라간다. 최종 결선을 통과한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그녀의 설명.

아이돌 그룹 <빅뱅>의 자서전도 그렇게 빛을 보았다. “사내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온 '콘셉트'를 들고 YG엔터테인먼트를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빅뱅을 조명한 책을 출간하자는 제안을 프로덕션 측에서 흔쾌히 받아들여서 저도 놀랐습니다. 출간 의의를 십분 이해한 터겠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직장인들이나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자기계발서의 범위를 청소년들로 넓힌 주역이 ‘빅뱅’이었다. 물론 그 잠재력을 포착한 것은 자유로운 토론문화 덕분이다. “출간을 앞두고 여는 마지막 기획 회의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상품화를 미룹니다.”

쌤앤 파커스 임직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끄는 원동력이 바로 ‘인센티브’이다.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박 대표는 내년 신입사원들을 상대로 연봉 3000만원 이상을 책정할 계획이다.

“파이가 커진 뒤 나누기보다, 함께 나눠가면서 파이를 키우자는 것이 제 경영방침입니다.” 출판사는 망해도 사주는 ‘빌딩’을 챙긴다는 출판가의 속설을 허물지 않고서는 콘텐트 일류 기업의 비전을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 박 대표가 강조하는 또 다른 성공 키워드는 바로 '착한 경영'이다.

박 대표는 젊은이들이 재테크에 빠져드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투자 관련 지침서를 아예 출판 목록에서 제외한 까닭이다. 이 회사의 비교 우위는 될 성 부른 싶은 제품(작가)을 선제적으로 포착해,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교한 프로세스에 있다.

이 회사가 단기간에 약진한 이면에는 출판을 산업으로 보고 접근한 그녀의 비즈니스적 접근도 빼놓을 수 없다. 개방을 중심축으로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제품 생산의 프로세스를 잘게 쪼개 부문별 효율성을 높였다. 자신은 영감을 주는 쌤앤파커스의 스티브잡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콘텐트 비즈니스 시장의 환경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IP텔레비전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뉴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고민도 많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될지,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지가 관건이다. 고민의 출발점은 자본이다.

2011/08/03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콘텐트 달인 이지성 작가가 말하는 베스트콘텐트 만드는 법
2011/08/03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콘텐트 달인 이지성 작가가 말하는 베스트콘텐트 만드는 법
2011/08/03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콘텐트 달인 이지성 작가가 말하는 베스트콘텐트 만드는 법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두어 차례 연락이 온 적이 있습니다. <스물일곱 이건희>를 읽은 이 회장이 저를 한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두 번 다 거절을 했습니다.


지난 2008년 가을, 책 한권이 그의 발밑으로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수년 째 손을 대지 못한 집필 작업은 그 때부터 거짓말처럼 술술 풀려 나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삶을 조명한 한 작가의 전기가 가슴속으로 뛰어들었다”고 이지성(37) 작가는 회고한다.

그는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이 그룹 총수의 삶을 써 내려 갔다.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은 무명 작가 이지성의 설움을 단박에 씻어준 작품이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꿈꾸는 다락방> 등 후속작들도 잇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13년 무명의 서러움을 그는 모두 씻어냈다. 초등학교 선생님 시절, 명작을 필사하던 그의 손은 늘 파스투성이였다. 그런 그가 집필한 세 작품의 판매량은 무려 150만 여권. <꿈꾸는 다락방> 판매량만 100만권에 달했다.

그가 비집고 들어간 분야가 바로 자기계발서였다. 외환위기 직후 반짝 붐을 탔지만, 인기가 시들며 공멸의 위기를 맞고 있던 출판 영역은 그에게는 '블루오션'이었다.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은 그의 성공방정식을 엿보는 '창(窓)'이다. 유년시절 평범하던 재벌그룹 총수의 삶에서 훗날 삼성의 대도약을 이끄는 경영자의 면모를 끄집어낸 것이 주효했다.

삼성그룹의 총수가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심은 더욱 컸다. 이 작가 성공의 키워드는 ‘독창성’이다. 무미건조한 자기계발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원동력이다. 독자들로서는 힐러리 클린턴이나, 이건희 회장 등 거물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데다,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으니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

앵무새처럼 늘 같은 소리만 되풀이하는 자기 계발서들과는 격이 달랐다. 밀리온셀러 <꿈꾸는 다락방>도 비슷한 사례이다. 고객들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라는 원칙에 충실한 이 작가의 강점은 가벼움 속에 깃든 무거움이다.

“성공에는 결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해 주는 글감이다. 스무살 젊은이들이 재테크에 몰두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 지론. 미국시장에서 판매된 힐러리 자서전은 2만권 수준.

하지만 그의 저서는 30만 권이상이 팔려 나간다. 자기계발 부문에 방점을 맞춘 것이 비결. 이 작가는 무너져가던 자기계발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은 주인공이다. 독자들을 움직이는 '하이 콘셉트'를 포착하는 동물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이 출판가의 분석이다.

그의 분석은 조금 다르다. 그가 보는 자신의 강점은 장인정신이다.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은 지난 2004년에 출판사와 계약을 한 책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해도 이건희 회장의 삶이 들여다 보이지 않아서 허송세월을 하다가 수년이 지나서여 비로소 집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의 히트작들은 대부분 1~3년 정도 집필기간을 거쳤다. 물론 기획단계까지 감안하면 그 이상의 세월이 소요된 작품들도 있다고 그는 귀띔한다. 그가 터득한 콘텐트 성공의 또 다른 노하우가 '시선 맞추기'이다.

그가 정기적으로 다음 카페 강연을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서이다. 이 강연회는 잘 만든 오락프로를 떠올리게 한다. 국악계의 이효리로 통하는 가야금 연주자 '주보라'가 찬조 공연을 하고, 유명 마술사인 한연진이 마술공연을 30분간 펼친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입장료만 3만원. 500석 이상의 숙명여대 강당에서 진행되는 이 모임은 입소문 마케팅의 온상이다. 회원들 중 3명을 상대로 그들의 삶을 바꾸는 이른바 멘토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그는 요즘 ‘책’보다는 거리 산보에서 깨달음을 구한다고 했다.

하루에 2시간 정도 산책을 하며 머릿속을 비운다고. 이 작가 특유의 아이디어 발상법이다. 남송의 천재 문장가인 '왕희지'는 경전이나 역사서 등을 멀리한 채, 폭포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깨달음을 구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 자신의 책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도 털어 놓았다.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두 어 차례 연락이 온 적이 있습니다. <스물일곱 이건희>를 읽은 이 회장이 저를 한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두 번 다 거절을 했습니다. 굳이 만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도 출판사에 원고를 들고 갔다가 퇴짜를 맞은 적이 있다는 것.

2011/08/03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쌤앤파커스 일등 콘텐트 발굴하는 노하우 분석

심리학자 융, 조선을 파헤치다


십만양병설은 동북아 정세를 감안한 ‘탁견’이었다.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인도 정복까지 염두에 둔 야심 찬 사내였다.

전사의 나라 일본이 분열을 끝내는 날 그가 창끝을 다시 대륙으로 향할 가능성은 컸다. 조선은 대륙으로 나가는 징검다리였다. 이율곡은 선견지명(先見之明)의 소유자였다.

민초들은 그의 무용담을 살짝 비틀었다. 율곡이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도록 강 주변의 정자에 기름을 먹여 밤길에 우왕좌왕하던 선조의 도강을 도왔다는 설화는 우국충정으로 가득찬 유학자에 대한 ‘향수’였다.

그는 결코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았다.

과거시험에 무려 아홉 차례나 장원 급제한 당대의 천재이던 그는 ‘과거 무용론’을 주장했다. 임금은 그런 그가 늘 어려웠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지 수 년이 되었는데 치적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시어 형식적인 것만을 하시려고 하신다면 비록 공자와 맹자가 좌우에 있으면서 날마다 도리를 말하더라도 또한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그는 당태종을 불편하게 하던 조선의 위징이었다. 선조가 아량이 부족하며, 의심이 많고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하의 좌우에는 오직 내시들과 궁녀들이 있을 따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선조를 도학 군주로 만들어 요순시대를 조선에서 실현한다는 그의 ‘비전’은 웅대했다.

하지만 선조는 공자가 흠모해 마지않던 주공이 아니었다. 그는 공맹의 가르침을 인생의 이정표로 삼고자 한 호학의 군주였으나, 전란을 전후해서는 패도로 일관했다.

선조는 서인인 송강 정철을 앞세워 동인을 쳤다.

그리고 임해군의 세자 책봉 문제를 거론한 정철을 다시 토사구팽했다. 한족들이 즐겨 활용하는 ‘이이제이’수법의 전형이다.

적장자 콤플레스는 늘 선조의 행동을 제약했다. 이율곡이 만언봉사에서 선조의 편협한 성정을 지적하며 장차 환란이 날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였다. 선조는 하지만 이율곡의 영원한 등불이었다.

저자는 이율곡이 선조의 얼굴에서 선량했지만 무능하던 아버지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아버지 이원수는 아내인 신사임당에게 늘 주눅 들어 살던 ‘공처가’였다.

임금은 마치 아내를 두려워하던 아버지 이원수를 떠올리게 했다.

선조임금에 아버지를 투사하다

“제가 죽더라도 새장가만은 가지 마세요.” 죽음을 앞둔 현숙한 아내는 남편에게 다소 엉뚱한 요구를 했다. 사람만 좋아 늘 남들에게 이용당하기 일쑤인 남편을 계도하고 과거시험 응시도 독려하던 스승 같은 아내였다.

남편을 멸문지화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도 바로 그녀였다.

남편은 벼슬자리를 청탁하러 세도가 윤원형과 더불어 을사사화를 일으킨 영의정 이기를 찾아갔다.

신사임당은 남편을 설득해 당장 이 세도가의 집에 발길을 끊도록 했다. 문정왕후의 사후에 불어닥칠 피바람을 내다본 현명한 결단이었다.

그녀는 부족한 부군을 늘 바른길로 인도하는 ‘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임종을 앞두고 남편에게 새장가를 들지 말라고 호소했다. 율곡의 아버지는 그러나 조강지처가 죽자마자 후실을 새로 들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집안도 현격하게 기우는 상민 출신을 첩으로 맞았다.

가문을 중시하던 조선사회에서 떠올리기 힘든 파격이었다. 이원수가 평소 잘난 아내에 얼마나 주눅 들어 지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사임당은 시와 서, 그리고 그림에도 능숙했다.

자녀 교육에도 뛰어났다. 요즘 태어났으면 여성 국무총리도 능히 해낼 인물이었다.

“혹시 아버님께서 실수하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몸소 충고하셨다.” 이율곡이 어머니를 기리는 행장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회고한 대목이다. 아버지 이원수는 늘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이율곡이 선조의 얼굴에서 선량했지만 무능하던 아버지를 보았다. 그의 아버지 이원수는 늘 아내인 신사임당에게 주눅 들어 살던 공처가였다. 신사임당은 과거공부를 하라며 남편을 내쫓기도 한 모진 여장부였다.

그녀는 10년의 시간을 줄 테니 과거공부를 하라며 처가살이를 하던 남편 이원수의 등을 모질게 떠밀던 당찬 여장부였다. 후실로 들어온 권 씨는 변덕이 심하고 화를 잘 냈다. 그리고 술을 좋아해 아침부터 해장술을 마실 정도로 품행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 그녀를 서둘러 후실로 들일 정도로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신사임당은 이원수에게 충고와 비판을 하다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한동안 냉전 상태를 유지하며 거리를 두고 지냈다.

임금을 모질게 대하는 이율곡의 태도는 영락없는 신사임당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임금에게 가시 돋힌 조언을 퍼붓다가 먹혀들지 않을 때 물러났다 다시 달려드는 전략을 취했다. 신사임당, 이원수 두 사람의 불화는 율곡의 어린 시절에 깊은 낙인을 남겼다.

율곡, 고향에서 유년 시절을 되살리다

선조는 유가적 이상향을 구현할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도량이 넓지는 못했다.

자신을 말만 많고 실용적이지 못한 학자에 비유하는 군주에 좌절한 율곡은 고향마을로 돌아간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을 다시 모아 당시로서도 보기 드문 대가족 공동체를 만든다.

과부가 된 형수 곽 씨와 둘째 형 부부, 동생네 가족, 그리고 가난한 친척 등 모든 피붙이들을 모아 함께 살았다. 가사를 돕는 노비까지 합치면 백여 명에 이르는 대가족이었다.

대가족은 현실에서 패배한 유학자의 도피처였다. 그리고 유가적 이상향을 구현할 공동체이기도 했다.

저자인 김태형 씨는 “심리학은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심리법칙을 찾아내고, 그것을 이론화한다”며 “역사 인물들의 심리분석은 사료에 실려 있지 않은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담당한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율곡 이이는 물론 정조, 허균, 연산군을 비롯해 질풍노도와 같은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조명한다. 그들의 내면 풍경과 현실정치와의 방정식을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