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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로컬(Local)/NEXT 로컬 인더스트리'에 해당되는 글 23

  1. 2011.12.14 2006년 대한민국 휴대폰 산업 분석
  2. 2011.12.14 2007년 유명애널리스트가 분석한 한국 휴대폰의 갈 길
  3. 2011.11.02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 "주말에도 은행 문 열겠다"
  4. 2011.10.20 하나금융, 론스타에 9200억원 가격인하 타진
  5. 2011.10.07 은행, 의도적으로 순이익 줄인다
  6. 2011.10.04 은행, 대출연체율 지속상승…건전성 '빨간불'
  7. 2011.08.19 파업피로증 SC제일銀 노조, 복귀 카드 꺼낸 배경은
  8. 2011.08.18 우리금융 민영화 다시 '좌초'…MBK한곳만 참여
  9. 2011.08.17 (딥 스토리)우공이산 하이닉스 반도체의 길고 긴 히스토리
  10. 2011.08.12 산업 생장·갈증 씻어주는 자원소통의 뉴 Rainism
  11. 2011.08.12 현대·LG·삼성 등 빅3는 왜 농업에 곁눈질을 할까.
  12. 2011.08.08 대한민국 금융시장 ‘빅뱅’ 어디로…
  13. 2011.06.16 SC제일은 연봉제 갈등 전면파업 파국 치닫나
  14. 2011.03.31 은행 中企 컨설팅, 효자가 따로 없네
  15. 2010.11.25 전략 부재 금융산업 위기 돌파구는 있나
  16. 2008.11.05 (로컬 인더스트리)남중수, 그리고 KT
  17. 2007.07.24 삼성 신성장동력 공략 스타일 사자성어로 풀어보니
  18. 2007.07.07 하이브리드형 굴착기 나온다-볼보코리아
  19. 2007.03.13 GE-맥킨지 리더십 교육현장을 다녀와서
  20. 2007.02.27 日 창투-韓 벤처 적이야 동지야
  21. 2007.02.25 칼라일, 어학시장 판도까지 바꾸나
  22. 2007.02.22 하우리, 권석철, 그리고 시큐어
  23. 2007.02.21 글로벌리조트 남해를 바꾸다
 

Cover |'쿼바디스 한국 휴대폰' ③ “한국 휴대폰, 이곳에 길 있다”



“중저가 휴대폰 앞세워
신흥시장 파고들어라”






'잭 웰치와 빌 클린턴, 그리고 마이클 조던을 합쳐놓은 인물’. ‘요르마 올릴라(Yorma, Ollila·54)’ 전 노키아(Nokia) 회장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1990년대 지휘봉을 물려받아 핀란드 국적의 이 재벌 회사를 세계적 휴대폰 업체로 바꾸어 놓은 그에 대한 이 나라 국민들의 존경심을 가늠하게 하는 헌사다.

취임 당시, 화장실용 휴지와 텔레비전에서 목재까지, 잡다한 상품을 만들던 노키아는 예술가에 비견되는 그의 손을 거치며 세계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휴대폰 업체로 성장했다. 세계 휴대폰시장 40% 점유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노키아가 승승장구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가난한 나라들이 휴대폰 단말기 부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예언자(비저너리. visionary)로 불리던 올릴라는 일찌감치 인도나 브라질·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의 잠재력을 간파했다. 중저가 단말기를 앞세워 이들 국가를 공략해 온 배경이다.

세계 휴대폰 업계의 양대 산맥인 노키아와 모토롤라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신흥 시장을 집중 공략,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다. 인터넷 통화가 가능한 고가의 고급 휴대폰으로 유럽·미국 시장 등을 공략하는 한편, 신흥 시장에 대해서는 중저가 휴대폰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것.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통념과 달리 도로나 유선 전화망, 우편시스템이 선진국에 비해 부실한 이들 국가에서 휴대폰 단말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용한 비즈니스 수단으로 부상하며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게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러한 전략의 유효성은 지난 2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확인되고 있다.

노키아 부동의 1위…모토롤라 약진

지난 2분기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33% (7800만대)를 점유했다. 부동의 1위다. 모토롤라도 삼성전자를 멀찌감치 제치고 2위(22%)를 차지했다. 삼성(11.2%)·소니에릭슨(6.7%)·LG(6.5%)· 지멘스(3.1%) 등의 순이었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가 본지에 독점 제공한 2분기 세계 휴대폰 업체들의 성적표다.

특히 한동안 삼성전자와 2위 자리를 다투어 온 모토롤라의 약진은 뚜렷하다. 레이저(RAZR)·슬리버(SLVR)·페블(PEBL) 등을 앞세워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노키아·모토롤라 양사의 세계 휴대폰 단말기 시장점유율은 무려 55%에 달한다.

지난 2004년 2분기에 비해 무려 11% 이상 상승한 수치인 데, 세계 휴대폰 업계 ‘빅2’의 시장 지배력이 과거에 비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 일본의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의 조인트벤처 소닉에릭슨도 뮤직폰‘모바일 워크맨(mobile walkman)’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선전했다.

모바일 워크맨은 특히 서유럽과 중남미, 그리고 일본 등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데, 지난해 8월 출시 후 지금까지 1000만대 가량이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신흥 시장을 겨냥한 이 회사의‘J시리즈’도 성공적이라는 게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평가.

반면 지난 2004년 세계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며 기세를 올리던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들어서도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국내 시장에서 VK가 지난달 부도를 낸 가운데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11%로, 모토롤라의 절반 수준(22%)에 그쳤다.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의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도 9.5%로 전분기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LG전자도 ‘초콜릿폰’으로 유럽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으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가파른 환율 하락세를 감안할 때, 영업이익률을 경쟁업체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담당 업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염려할만한 점은 이러한 추세가 일시적인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률이 10%에 그쳤다. 2004년 같은 기간(26%), 그리고 지난해(17%)에 비해서도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평균 판매 단가(ASP)도 불과 2년 만에 245달러에서 162달러로 큰 폭으로 떨어져 염려를 더하고 있다.

실적 수치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프리미엄급 단말기 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 시장을 공략할 저가 제품도 여의치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도 영업이익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02년 1분기 13%에 달했으나, 올해 1분기 마이너스 2%를 기록한 것.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이 3%에서 7%로 증가했는데, 가격인하가 한몫 하고 있음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이러한 가격인하 전략으로는 지속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엄급 제품은 물론 불과 수만 원대의 단말기로 신흥시장을 파고들면서도 지난 2분기 삼성전자보다 높은 영업이익률(11%)을 기록한 바 있는 모토롤라 시장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하반기 슬림폰인 ‘울트라 에디션(Ultra Edition)’을 앞세워 전 세계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 팔려 나간 블루블랙폰의 인기를 재현, 휴대폰 강국 명예회복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해내겠다는 바람이다.

LG전자도 초콜릿폰이 인기몰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대공세를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지만,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썩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LG전자의 경우 GSM(유럽형 이동통신) 방식의 초콜릿폰으로 유럽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아직 영업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한계다.

영업이익을 기록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4분기)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키아·모토롤라·소니에릭슨을 비롯한 주요 업체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노키아의 올해 4분기 휴대폰 단말기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소니에릭슨이 소니가 가전 부문에서 오랫동안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하는 등 공동 브랜드 마케팅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여나가고 있는 점도 국내 업체들의 고민거리다. 그렇다면 스트래터지 애널리시스가 제시하는 위기 돌파의 처방전은 무엇일까?

닐 모스톤(Neil Mawston) 연구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GSM 부문의 중저가 휴대폰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신흥시장을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스 기사 참조).신흥 시장을 공략할 GSM 방식의 중저가 휴대폰군을 출시하는 한편, 유럽·미국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급 단말기를 선보여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

그는 삼성·LG 등 국내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시기를 놓칠 경우 독자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세계 휴대폰 업계에 불고 있는 합종연횡의 거센 바람에서 국내 업체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 3위였던 에릭슨이 소니와 손을 잡고 소니에릭슨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 사례. 닐 모스톤 연구원은 “GSM 방식의 휴대폰은 또 다른 메가트렌드 형성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며 “삼성이나 LG 모두 이러한 흐름을 놓칠 여유가 이제는 더 이상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노키아의 위기 대응 방식도 주목할 만 하다. 지난 2004년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이 업체는, 플립 방식의 휴대폰을 선보이며 위기의 조기 진화에 성공했다.

전통적으로 중시하던 막대형 휴대폰을 고집하지 않고, 시장의 요구를 재빨리 수용해 불길이 번지는 것을 예방했던 것이다.

(PK&WISE 자료제공)



닐 모스톤 SA 애널리스트 직격 인터뷰

“중저가 GSM 단말기에 승부수 던져야”


닐 모스톤 연구원은 글로벌 휴대폰 단말기 시장 분석을 담당해 온 간판 애널리스트다. 휴대폰 모듈 및 단말기 생산업체, 피디에이, 노트북 생산업자 등을 대상으로 날카로운 시장 분석 능력을 발휘해 온 모스톤 연구원은 특히 휴대폰 제조 부문의 시장 트렌드 예측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평가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포브스(Forbes)>에 자주 발언이 인용되는 이 분야 권위자이기도 하다. 닐 모스톤 연구원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국내 휴대폰 단말기 업체에 대한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새 회장 칼라스부오를 맞이한 노키아가 2분기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 강점은 무엇인가.

유통 채널(wholesale and retail distribution)의 강점을 들고 싶다. 신흥 시장을 겨냥한 전략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가장 먼저 진출해서 시장을 중저가 GSM방식의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브랜드 알리기 캠페인은 효율성을 더욱 높였다. 노키아는 지난 1990년 이후 세계 전역에서 이러한 전략을 활용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모토롤라도 올해 2분기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삼성이나 LG에 견주어 이 회사가 지닌 강점은 무엇인가.

모토롤라는 인도·중국·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성공한 노키아의 전략을 빨리 받아들이고 있다. (Motorola is now beginning to copy Nokia in places such as India, China and Africa.)

-삼성이나 LG가 노키아나 모토롤라에 비해 크게 밀리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삼성은 물량 면에서(in volume terms) 경쟁 업체들에 비해 밀리고 있다. 무엇보다, GSM 제품군의 포트폴리오가 이들 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의 휴대폰 붐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는 배경이다.

-노키아는 지난 2004년 밋밋한 제품군으로 일시적이나마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들도 단말기가 문제 아닌가.


삼성전자는 선진국 소비자들의 사로잡을 수 있는 블록버스터 모델도 부족하다. 모토롤라의 레이저나, 소니에릭슨의 모바일 워크맨이 삼성에는 없지 않은가. (Samsung lacks a blockbuster model with the 'wow' factor for developed markets, such as the Motorola Razr or the Sony Ericsson Walkman.)

-LG는 올 2분기 초콜릿폰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선전했다. 아쉬운 점은 없는가.

LG는 삼성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신흥 시장을 공략할 GSM 상품군이 제한돼 있다. 상품 유통 채널이 적은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예컨대, LG는 서유럽에서 몇몇의 사업자들과만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LG has contracts only with a handful of WCDMA operators in Western Europe today.)

-LG는 초콜릿폰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뒷걸음치고 있다.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삼성과 LG 모두 2007년에는 중저가 GSM 방식 제품군을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니에릭슨의 J시리즈에서 배워야 한다.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시장에서 유통 채널을 늘리는 것도 급선무다. 초콜릿폰과 같은 이른바 기함(flagship) 모델을 판매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은 특히 아프리카 시장을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GSM 방식의 휴대폰 유통 채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J시리즈 (J Series)는 삼성에도 역시 귀감이 될 것이다. (Samsung needs to expand its entry-level GSM portfolio in 2007. The Sony Ericsson is an example of how this can be achieved profitably. Samsung needs to expand its GSM distribution network in under-penetrated emerging markets, such as Africa.)

-이들이 휴대폰 시장의 메가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은 메가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도 실패했다. 적어도 두 가지 트렌드를 읽지 못했다. 두께가 극히 얇은 GSM 방식 휴대폰, 그리고 여러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는 GSM 방식의 스마트폰이 그것이다. GSM방식의 휴대폰은 또 다른 메가트렌드 형성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삼성이나 LG모두 이러한 흐름을 놓칠 여유가 없다.

-최악의 경우 사업 부문 매각이나, 다른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고려해 봐야 하는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LG나 삼성이 노키아와 모토롤라를 대적하는 데 실패한다면, 파트너 물색의 압력이 점차 커질 것이다. 소니와 에릭슨, 벤큐(BenQ), 지멘스, 알카텔(Alcatel), TCL, 그리고 노키아와 산요 모두 지난 수년 간 예외가 아니었다. ( The harsh reality is that if LG and Samsung fail to keep pace with Nokia and Motorola organically, then the pressure will be on to seek a merger part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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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ustry |세계적 애널리스트가 말하는 한국 휴대폰의 갈 길



“모토롤라 부진 千載一遇 기회…

생산단가 낮춰 신흥시장 흔들어라”


“한 국 기업들은 모토롤라가 부진한 틈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사가 제품 라인을 다시 정비하고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회하는 데는 최소한 1년 이상, 최대 2년 가량이 걸릴 것이다.” 세계적 시장조사 기관인 미국의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Strategy Analytics).’ 이 회사의 휴대폰 담당 수석연구원인 닐 모스톤(Neil Moston)은 지난 2일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생산단가를 더욱 낮추고, 아프리카·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유통망을 확장해야 한다며 모토롤라 부진이라는 호재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모토롤라는 올해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으며, 영업이익도 작년 4분기 대비 적자로 반전됐다. 반면 영업이익,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작년 한때 위기감이 높아가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울트라 에디션과 초콜릿 폰등의 선전으로 올 들어 뚜렷한 실적호전세를 보여주고 있다.

< Economic Review > < PK&WISE > 공동기획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지난 1분기 선전을 했다. 한국 휴대폰 업체들이 판세를 뒤집는 데 성공한 배경이 궁금하다.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생산비 절감이 주효했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저가 GSM시장(low-tier GSM phones) 공략에 박차를 가한 것도 한몫했다. 한국 기업들은 너무 오랫동안 이 부문을 소홀히 해왔다(This is a segment of the mass-market that they have ignored for too long.) (나는)지난해부터 GSM 분야 공략을 강조한 바 있다.

시장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부심하던 삼성전자의 선전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 회사가 반전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 엇보다, 스타일리시한 제품군(stylish product portfolio)과 뛰어난 서브 브랜딩(sub-branding)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특히 모토롤라나 노키아에 밀리던 고가품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상을 회복했다. 이 회사의 울트라 에디션 슬림폰이 일등공신이다.

이밖에 아프리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점도 실적 호전의 또 다른 요소다.

하지만 LG전자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출하량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회사의 실적을 높이 평가하는 배경이 궁금하다.

LG 전자는 지난 1분기 출하 대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금까지 SA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7%대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비용을 절감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결과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3%, 이에 앞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LG전자는 이른바 프리미엄폰 전략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영업이익이 높아진 것도 이 덕분이 아닌가.

프 리미엄폰은 판매 물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이윤폭이 높다. 더욱이 프리미엄폰이 브랜드의 전체적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They improve a brand’s overall appeal). LG전자는 프라다폰을 앞세워 상위 계층을 효율적으로 공략 중이다.

프리미엄 전략, GSM제품의 유통 채널 확대, 그리고 비용 절감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이 회사의 점진적 회복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These three elements are helping LG to steadily recover). LG전자는 세 가지 전략을 효율적으로 구사했다(LG is in the process of implementing a three-point strategy).

지난 1분기 성적표만으로 한국 휴대폰 업체들의 부활을 말하는 것이 시기상조는 아닌가.

삼 성전자나 LG전자가 이러한 상승세를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1분기 실적을 볼 때 이들 업체들이 몸을 추스리고 다시 포효할 준비를 한것으로 보인다(These are tentative signs that the big Korean players are on the verge of a comeback).

“탄탄한 재무제표, 첨단 기술, 그리고 부인할 수 없는 성장의 기록들을 보라. 모토롤라는 주주 가치를 (어느 회사보다)잘 만족시키고 있다.” 루비콘 강을 건너던 로마의 시저를 떠올리게 하는, 자신감에 가득 찬 이 발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에드 잔더 모토롤라 최고경영자이다.

히 트상품인 레이저를 앞세워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이던 그는, 그러나 지난 1분기 적자로 투자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의 경영간섭 압력도 커지고 있는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올해 실적은 내우외환에 빠진 모토롤라의 위기대응 역량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모토롤라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업체들이 지난 1분기 선전할 수 있던 데는 이 회사의 부진도 한몫을 했다는 평이다.

사 실이다. 모토롤라의 시장점유율은 18%에 그쳤다. 전분기 대비 무려 4%가 급락한 수치다(Motorola’s global handset market share dropped from 22% in Q4 2006, to 18% in Q1 2007). 45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핀란드 노키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욱 우려할 만한 점은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5%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모토롤라 CEO인 에드 잔더는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뛰어난 경영자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된 배경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 장 큰 문제는 취약한 제품 구성이다. 중가, 그리고 고가 제품군이 부실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한걸음 뒤처져 있다(The core problem is a weak product portfolio in the mid- and high-tiers. Motorola is way behind in smartphones).

레이저의 인기가 시들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다(Its share of feature phones is declining).

무 엇보다, 모토롤라 약진의 일등공신이던 ‘레이저(Razr)’를 대체할 상품을 선보이는 데 실패했다. 크레이저를 출시했지만, 경쟁사 제품에 비해 두께도 상대적으로 두꺼웠으며, 뚜렷한 특징도 없었다. 2.5세대 제품보다 더 나은 점이 별로 없었다(Above all, Motorola failed to replace the wildly popular Razr in 2006. The new 3G Razr is not ultra-thin, and it looks much less desirable than the earlier 2.5G version).

저가 정책을 질타하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인가.

저 가시장(entry-tier segments)을 둘러싼 노키아와의 한판 대결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도 이러한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Yielding to pressure from investors to protect what little margins it had remaining, Motorola chose not to engage in a price-war with Nokia in entry-tier segments).

여기에 중·고가 제품군에서 마저 뚜렷한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Combined with its fading mid-high portfolio, this led to a much larger volume decline than many had originally expected). 저가시장에서는 노키아에 밀리고, 중·고가 시장에서는 노키아, 삼성전자 등에 패퇴했다.

더욱이 소니에릭슨도 꾸준히 모토롤라의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회사의 3세대 워크맨(3G Walkman)과 사이버샷(CyberShot)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모토롤라는 마케팅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위기를 곧 극복하지 않겠는가.

모토롤라의 위기 탈출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이다. 적은 플랫폼으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가격을 올려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제 품 구성을 다시 바꾸어야 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에는 최소 1년에서 길면 2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본다(Its strategy to slash costs (e.g. fewer platforms) and raise pricing) will take at least four to eight quarters to execute).

분 명한 점은 올해가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모토롤라를 뒤흔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다(This year is an optimum time for Samsung and LG to launch competitive attacks and to steal market share from Motorola).

경쟁기업의 악재는 호재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가.

무 엇보다, 생산단가(production cost)를 지금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노키아나 모토롤라와 진검승부를 펼치기 위해서는 제품 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어야 한다. 중·저가, 고가 제품을 막론하고 제품 구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신흥 시장은 물론 유럽, 미국에서도 GSM제품의 유통망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밖에 전략적 제휴·합병의 가능성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The need for mergers will not disappear). 글로벌 시장에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지나치게 많다. 말 그대로 공급과잉이다(The global handset market is badly over-supplied, and there are too many vendors.)

한국 업체들의 경쟁 기업 중에서도 인수합병을 당하거나, 다른 기업을 넘겨받는 업체들이 나올 것이다. 잠재적인 후보기업들이 바로 사젬(Sagem), NEC, 파나소닉(Panasonic), 그리고 산요(Sanyo)이다.

올 들어 휴대폰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주춤하고 있는데, 올해 각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변수는 무엇인가.

신흥시장의 휴대폰 수요이다. 한국기업들은 신흥시장 공략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신흥시장의 선두주자들을 따라잡는 데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는가.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기업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노키아나 모토롤라가 몇 걸음을 앞서 가고 있다(It remains a long way behind Nokia and Motorola).

삼 성은 특히 저가 GSM시장 진출이 다소 늦었다. 두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잡는 데 적어도 2~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Samsung is a late-entrant to the low-tier GSM market. It will take Samsung at least 2 to 3 years to catch Nokia and Motorola in emerging markets).

좋은 물건이 있어도 정작 판매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면 문제다. 유통망을 파고드는 일도 중요하지 않은가.

신 흥시장을 공략하는 모든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Distribution is the biggest challenge for all vendors in emerging markets). 인도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거미줄 같은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It takes massive resources to build out channels in huge countries like India and South Africa.)

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린다. 특히 시골 지역을 파고들기란 더욱 녹록지 않은 과제다(The process is expensive and time-consuming, particularly in rural areas).

노키아는 신흥시장에 이미 강력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광범위한 도소매 네트워크 파트너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이 회사와 필적할 만한 기업은 없다.

노키아는 적어도 이 부문에서 삼성전자나 모토롤라 등 경쟁기업들에 비해 2~3년 정도를 앞서가고 있다.

발밑을 살피는 일도 중요하지만, 멀리 내다보는 일도 간과 할 수 없다. 휴대폰 부문의 차세대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요르마 올릴라는 소프트웨어를 언급한 바 있다.

하드웨어는 여전히 글로벌 마켓을 지배하고 있다.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뛰어난 디자인을 지닌 휴대폰을 선호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휴 대폰은 뛰어난 기능을 갖추고 있는‘작은 컴퓨터’로 점차 바뀌고 있다.(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전 회장은 한 경제월간지(strategy & business)와 인터뷰에서 휴대폰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내비친 적이 있다.) 노키아는 심비안과 공동으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해왔다.

모토롤라,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그리고 LG전자는 노키아에 비해 이 분야에서도 한걸음 뒤처져 있다(Firms such as Nokia and Symbian have led the way in smartphone software, while others like Motorola, Samsung, Sony Ericsson and LG are still lagging behind).

끝으로 올해 2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 전망을 해달라. 어느 해보다 변수가 많을 듯 하다.

전 세계적으로 2억6500만대 가량이 출하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가 증가한 수치이다. 재고 수준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본다.

지 난 1분기 900만대 가량의 재고 물량이 소진됐는데, 모토롤라가 상당수 물량을 (밀어내기 식으로)판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We estimate that roughly 9 million units of inventory were burnt off worldwide, mostly by Motorola, in the first quarter of the year). 2분기 휴대폰 수요는 역시 신흥시장에 달려 있다.

휴대폰 업체 1분기 실적 돌아보니

“소니에릭슨·삼성전자 돋보여

LG전자는 수익성 큰폭 개선”


전 세계에 걸쳐 모두 2억5200만대가 지난 1분기 출하됐다. 전년 동기 대비 12%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전년 동기 성장률이 20%를 밑돈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라고 SA측은 밝혔다. 작년 4분기 재고 증가가 1분기 출하량 감소로 이어졌다. 모토롤라의 부진이 재고증가에 한몫을 했다.

노키아는 이 시기에 무려 9100만대를 판매했다. 모토롤라(4500만대)에 비해 두 배이상 더 많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36%를 점유했다. 요르마 올릴라가 공언한 40% 목표에 불과 4%만을 남겨두고 있다. 제품별로는 WCDMA제품의 출하가 증가했으며, 스마트폰과 뮤직폰 수요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다만 미국시장이 여전히 골칫거리(problem-child)로 남아 있는 점이 부담거리다. SA측은 노키아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지난 1년 동안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영업 이익이 13%를 기록했다. 모두 3500만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도 최근 2년래 가장 높은 13%에 달했다.

소니에릭슨도 선전을 거듭했다. 2200만대를 판매했으며, 시장점유율은 9%에 달했다. 소니에릭슨의 판매 성장률은 무려 노키아의 세 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SA측은 덧붙였다(Its annual growth rate of 63% is roughly three times that of its nearest major competitor (Nokia).

3세대 워크맨(3G Walkman)과 사이버샷(CyberShot)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 LG전자는 꾸준한 실적을 보여줬다.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7%로 큰폭 상승했다.

■ 닐 모스톤 연구원은 글로벌 휴대폰 산업 분석 담당 간판 애널리스트다. <비즈니스위크> <이코노미스트>등에 자주 발언이 인용되는 이 분야의 권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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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newsid=01193926596441784&SCD=DA22&DCD=A01202(이데일리)


참조: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대학생들에게 고된 말단사원 시절을 회고한 바 있다. 고객들을 만나면서 커피를 늘 마시다 보니 하루에 커피 수십 잔을 빈 위장 속에 밀어 넣어야 할 때도 있었다는 것. 

국내 금융지주사의 회장들은 은행 산업에서 수십 년 간 잔뼈가 굵은 노련한 경영자들이 대부분이다. 

버논힐(Vernon Hill) 커머스뱅크(Commerce Bank) 전 경영자는 이러한 성공 방정식을 비웃는 인물이다. “당신은 꼭 은행원처럼 행동을 하는군요.” 

괴짜 경영자로 널리 알려진 버논힐이 커머스뱅크를 설립한 뒤 임직원들에게 자주 던진 질타가 바로 이 말이었다. 

워튼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경영자는 맥도널드 출신이다. 은행을 비롯한 전통산업 변화의 도화선이 이종(異種) 산업이다. 

그는 맥도널드에서 성장의 묘수를 엿보았다. 이 은행은 일요일에도 점포 문을 열었다. 고객들이 차에 탑승한 채 간편히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도 그의 작품이었다. 

‘은행 점포(branch)’는 그에게는 또 다른 '햄버거 가게(store)’였다. 

어윤대 KB금융지주 신임 회장도 국제금융 분야에 정통한 학자 출신의 경영자다. 고려대에서 국제 금융을 가르치던 그가 금융 지주사 수장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을 비롯한 증권, 보험 업무 등을 두루 거치며 금융권 업무를 속속들이 꾀고 있는 경쟁사 수장들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맥도널드 출신의 ‘버논 힐’의 성공은 풍부한 경험이 반드시 성공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그가 국가 브랜드위원장으로 활동한 경험도 무시하지 못할 주요 자산이다. 국제금융전문가 출신으로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데 익숙한 그가 금융권 재편의 소용돌이에서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끄는 배경이다. 

지난 2007년 현직에서 물러난 버논 힐은 최근 영국에 메트로은행을 설립하며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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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newsid=02410806596414560&SCD=DA22&DCD=A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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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파업피로증 SC제일銀 노조, 복귀 카드 꺼낸 배경은
    기사등록 일시 [2011-08-19 11:49:02]

급여 문제로 흔들리는 노조원들 증가 
파업피로증 추스리기 위한 고육지책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성과급 연봉제 도입, 후선 발령제 반대를 천명하며 강원도 속초에 모여 국내 은행권 사상 초유의 최장기 파업을 벌여온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이 오는 29일 영업점에 복귀한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은 1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측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나가기 위해 일단 사업장으로 복귀한 뒤, 하루짜리 파업과 태업 등을 병행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재율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영업점 복귀) 일정과 시기 등을 조만간 공지한 뒤 다음 주 목요일(25일) 종로 보신각 집회를 기점으로 해 파업 전술에 이러한 변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파업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 큰 폭으로 늘어난 영업이익을 자랑하는 사측의 태도를 감안할 때 이번 파업이 결국 장기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영업점 복귀후 은행 업무가 몰리는 말일을 겨냥한 시한부 파업, 지역별 게릴라 파업 등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주 보신각 집회 이후 복귀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복귀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중재로 진행된 사측과 협상이 무산된 뒤 노조는 29일 영업점 복귀 지침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업 54일째를 맞고 있는 SC제일은행 노조가 영업점에 전격 복귀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파업 장기화로 이탈자가 늘어나는데다 참가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파업 피로증'이 누적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파업 참가자들은 기본급은 물론, 홀수 달에 지급되는 체력단련비를 비롯한 수당도 전혀 받지 못하면서, 심적인 부담과 더불어 상당한 경제적인 압박 또한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중지란의 조짐도 있다. SC제일은행 지도부의 강원도 속초 파업에 대한 노동조합 내부의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은행권 사상 초유의 장기 파업에 나섰지만, 사측에서 아무런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 데는 강원도 속초행을 선택해 스스로 입지를 위축시킨 지도부의 '실기'도 한몫을 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노조원은 "사실 여부를 떠나 속초 파업으로 노조가 호화판 파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 데다, 성과급 연봉제 도입 저지를 비롯한 실익도 전혀 챙기지 못하며 '게도 구럭도 모두 잃었다'는 비판이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파업 피로증'과 더불어 두려움도 퍼져나가고 있다. 이번 파업건과 관련해 사측의 법률조언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의 한 법률회사가 과거 H생명 노조를 무력화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도 사측이 철저히 이 법률 회사의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일부 노조원들의 시각이다. 

이 은행의 한 노조원은 "이 법률회사가 사측을 상대로 노조에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조원 상당수가 상당한심리적,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지도부는 전국금융산업노조 등과 손을 잡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방문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지만, 아직 SC제일은행 사측의 양보를 이끌어내는데는 실패했다. 

노사 양측은 전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에서 성과급 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앞서 은행 사용자들의 단체인 은행연합회도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등 좀처럼 타협의 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영업점 복귀 결정은 노조원들의 파업피로증, 노조에 대한 비판 등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노동조합은 영업점으로 복귀한 뒤 태업과 더불어 하루짜리 파업 등을 병행하며 조합원들을 추스린 뒤 ,성과급 연봉제도, 후선발령제에 대한 사측의 태도를 저울질하며 다시 전면 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6월 말 사측의 성과주의 급여 평가체제와 후선발령제 등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으며, 19일로 54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금융권 사상 최장의 파업이다. 

2011/06/16 - [로컬(Local) VIEW/로컬 인더스트리 VIEW] - SC제일은 연봉제 갈등 전면파업 파국 치닫나

2010/06/21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와인처럼 향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2010/06/21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와인처럼 향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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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다시 '좌초'…MBK한곳만 참여
    기사등록 일시 [2011-08-17 18:52:07]    최종수정 일시 [2011-08-17 18:58:44]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유효경쟁 구도 무산으로 또 다시 좌초했다.

예금보험공사는 17일 오후 5시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관련해 예비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결과, MBK파트너스-새마을금고연합회 컨소시엄이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보고펀드와 티스톤파트너스는 이번 인수전 참여에 따른 득실을 저울질하다 입찰을 포기했다.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제출했던 티스톤 컨소시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티스톤 컨소시엄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우리금융 주가가 하락하자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며 주가 하락을 이번 인수전 불참의 주요 사유로 제시했다.

이어 "티스톤과 티스톤 컨소시움 멤버들은 우리금융지주 상황을 긴밀히 지켜볼 것이며 한국에 지속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 펀드는 전략적 투자자(SI)를 구하지 못하자 일찌감치 이번 인수전 불참 의사를 피력해왔다.

티스톤, 보고펀드 등 사모펀드 2곳이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론스타 학습효과'로 사모펀드의 은행 인수를 둘러싼 국내외 부정적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줄곧 국내에서 먹튀논란에 시달려 왔다.

해외 시장 다변화 등 이 은행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닦고 조이기 보다, 부동산 매각을 비롯한 단기적 수익 올리기에 급급해왔다는 비판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사모펀드 전반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론스타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이 회사의 미주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쓰는 ' 실기를 되풀이 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외환은행 매각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지난 2003년 론스타가 합법적으로 외환은행을 사들이고도, 국부유출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매각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데다, 하나은행의 인수 시도도 사실상 좌초위기를 맞자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비판적 기류 또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의 후폭풍으로 국내 금융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무산은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당국도 다시 비판의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후보기업 두 곳 이상이 참가하며 유효경쟁 구도가 성립될 것으로 자신했으나, MBK파트너스 한곳만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리더십 회의론도 고개를 들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앞둔 가운데 장기간 공전해온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이번에 다시 무산되면서, 상당기간 표류해온 우리금융 민영화의 공도 사실상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오는 19일 오후 1시 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최종입찰 진행여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매각실패에서 배울점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82228331)

2009/08/15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유라시아그룹 컨설턴트 '아브라함김' 론스타와 팻테일을 말하다

2008/08/28 - [로컬(Local) VIEW/로컬 엑스퍼트 VIEW] -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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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시계바늘을 지난 1999년 10월로 돌려보자. 당시 국민의 정부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 간 ‘빅딜’을 압박하고 있었다.

국내 재계의 맏형격인 두 회사는 합병비율 산정을 둘러싸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으나, 공동경영을 요구하는 LG반도체와 70% 이상의 지분을 요구하는 현대전자의 주장이 맞서며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판을 박차고 나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1999년은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고, 신용카드 사용이 권장되는 등 정부가 본격적으로 내수경기 회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해이기도 했다. 난항을 거듭하던 양측간의 협상은 미 컨설팅 기관인 ADL(아서 디 리틀)의 양사 평가를 거쳐 현대전자의 승리로 귀결된다.

15개 평가항목 가운데 현대측 우세가 8개 항목이었고, LG가 우세한 항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당시 합병승리의 일등공신이 작년 말 화려하게 컴백한 전인백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이다. 그는 현대전자 시절, 승리를 보증하는 기획통으로 유명했다.

#장면 2.지난 2000년 8월. 미국의 IT거품이 꺼지면서 반도체 값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16달러였던 128메가 D램은 연말이 되자 3분의 1 수준인 5.76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더욱이 LG반도체가 외환위기 때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며 자금난을 가중시켰다. 합병 후 총 부채는 무려 11조원이 넘었다.

씨티은행이 현대전자에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은행공동 융자)을 추진해 8000억원 가량을 조달해 줬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격이었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염려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도입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80% 가량을 인수했다. 법정관리 카드를 꺼내들며 승부수를 던진 그의 모험은 주효했던 것.

현대전자는 다음해인 2001년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주식예탁증서 발행에 나서 1조6000억원 규모의 GDR(주식 예탁증서) 발행에 성공한다. 그는 당시 자본조달, 그리고 정부와의 협상을 주도하며 살얼음 같은 정국을 헤쳐나간 주역이었다.

#장면 3.지난 2001년 반도체 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하이닉스는 채권단에 다시 자금지원을 요청한다. 하지만 채권은행단은 매각 쪽으로 결론을 내고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이 도미(渡美)해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협상에 나서게 된다.오랜 협상 끝에 MOU를 체결했으나, 협상 조건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이크론 주식을 주당 35달러로 쳐서 매각대금이 38억 달러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32억달러에 불과했다. 때마침 반도체 값이 오르면서 독자생존론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매각 승인 이사회가 열린 2002년 4월 30일, 이사들은 만장일치로 매각안을 부결시키며 정부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다.

전 부사장을 비롯한 9명 이사들의 반란이 하이닉스 매각을 좌절시킨 것. 하지만 대가는 컸다.

그는 매각안이 통과된 다음달 회사에서 물러났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4분기에만 7000억여 원의 순이익을 내며 당시 경영진의 결단이 옳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현대건설 인수 중책 맡아

정부와 채권단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으니, 마땅히 갈 곳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004년 4월에는 디지털 TV·셋톱박스 등에 쓰이는 인터페이스 반도체 전문기업 실리콘이미지(CEO 데이비드 리)의 고문으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포스코 유병창 전 전무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서울대 동문회 게시판은 지금도 미국 유학 중 교제를 하다 결혼에 이른 이들 커플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신앙생활에도 충실하던 그는, 작년 말 화려하게 컴백했다.

현대그룹의 구조조정본부격인 기획총괄본부 사장이 그의 직함이다. 정보통신 자회사인 현대 U&I의 사장도 겸직하게 됐다. 현대건설을 잠시 거쳐 현대전자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이력은 발탁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국제 통화기금 체제 이후, LG반도체의 빅딜 협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신디케이트론 조달과 더불어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1조8000억원 규모의 ADR 발행에 성공했다.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막는 데도 일조했다. 이러한 승리경험은 가장 큰 자산인 셈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현대건설 확보전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 2003년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한 금강고려화학이 현대엘리베이터 물량을 여전히 지니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

더욱이 현대인들에게 현대건설은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다. 채권단 관계자들을 회사에서 내보내는 게 당면과제라는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은,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정주영 전 회장에 얽힌 추억을 털어놓는다. 현대건설은 현대가 적통의 증표인 셈이다.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3238억원 규모의 흑자를 냈다. 매각가가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이 큰 데다, 금호그룹·군인공제조합 등 인수합병시장의 큰손들도 관심을 표시, 상황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나 현대산업개발 등의 움직임도 또 다른 변수다. 전 사장은 곧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인수전에 대비할 예정이다.

오랜 공백을 딛고 복귀한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경기고등학교, 그리고 서울대 경영학과라는 화려한 학맥, 강원도 출신, 그리고 영어능력, 정몽헌 회장이 땀방울로 일궈낸 현대전자 근무경험 등은 분명 그의 강점이다.

하지만 가장 큰 자산은 승부사적인 기질이다. 빅딜, 하이닉스 매각 부결 등 피가 마르는 순간순간을 항상 승리로 장식했다.

현대건설 인수, 그룹 구조조정을 비롯해 풀어나가야 할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앞두고 있는 최고 경영자에게 사실 그보다 더 매력적인 카드도 흔하지 않은 셈이다. 전 사장에게 현대건설 인수는 오히려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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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생장·갈증 씻어주는 자원소통의 뉴 Rainism

2011년 02월 28일 15시 15분 
2010년 9월 30일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이 브라질 철광석기업 MMX사가 소속된 EBX그룹 아이크 바티스타 회장과 7억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2010년 9월 30일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이 브라질 철광석기업 MMX사가 소속된 EBX그룹 아이크 바티스타 회장과 7억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자원개발 기업이며 철강회사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소와 다른 점은 제철소가 없는 철강사라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훙국서 철광석을 개발, 중국서 쇳물을 뽑는 ‘버추얼 철강’이기 때문이다.

철광석 등 자원 분야 과감한 투자…신흥시장 트렌드 주도 예고

종합상사 SK네트웍스는 상생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동반성장을 꾀하며 성장의 방정식을 다시 쓰고 있다. 낡은 옷을 갈아입듯,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새로 쓰며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연 이 종합상사의 자원개발, 의류 브랜드 사업 등 새로운 도전에 주목했다. <편집자 주> 

삼바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브라질 중서부의 ‘세라도’. ‘문을 걸어 잠근 대지’라는 뜻을 지닌 이 지방의 농민들은 늘 가난했다. 농작물을 재배할 토지는 광활하고 비옥했으나, 이들이 재배한 곡물의 판로는 부실했다. 주머니에서 먼지만 풀풀 나는 이들은 씨앗을 살 돈도 부족했다. 

브라질 농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난 것은 세계 농업 분야를 주름잡는 ‘곡물 메이저’들의 도움이 컸다. 붕게, 드레퓌스, 카길을 비롯한 곡물 메이저사가 이 지역 농민들을 대상으로 제공한 ‘패키지 융자’는 빈털터리 농민들에게는 가뭄 끝에 내리는 ‘한 줄기 단비’격이었다. 

곡물 메이저들은 자금 문제도 해결해 줬고, 판로도 제공했다. 이창규(55) SK네트웍스 대표이사는 이러한 ‘상생(相生)’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종합상사의 미래를 찾는다. 고객들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때맞춰 내리는 비와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는 것이 이 사장의 바람. 

그가 맹자 <진심장구>편에 등장하는 사자성어 ‘시우지화(時雨之化)’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배경이다. 봄비는 만물의 생장을 돕고, 나그네들의 갈증을 씻어주는 이로운 자연현상이다. 강물에 섞여든 봄비는 늘 낮은 곳으로 향하며, 주변과 다투지 않는다. 

SK네트웍스의 신 비즈니스 모델도 이러한 상생의 모델을 지향한다. 자원비즈니스는 이창규 대표의 이러한 윈윈 경영철학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SK네트웍스는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들여와 중국의 철강업체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버추얼 철강회사다. 

이 대표는 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업체들이 만든 철강 제품의 판로도 알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브라질의 철광석 업체인 MMX의 지분 14.6%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브라질에서 매년 들여오는 철광석이 900만t. 캐나다에서 들여오는 100만t을 더하면, 연간 국내 소비 물량의 18%가량을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제주도 전통 초가 모델로 설계된 포도호텔제주도 전통 초가 모델로 설계된 포도호텔

자원 비즈 담당하는 전문가만 40여명

이 대표는 철광석의 안정적인 수급을 밑천삼아 수익 기반을 넓히고,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도 종합상사, 자원 비즈니스 등으로 활발히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고객사들의 성공을 도와줌으로써 스스로도 성장한다는 그의 이러한 야심찬 도전의 무기가 ‘버추얼(virtual) 철강’.

SK네트웍스는 수출입 업무에만 종사한다는 통념과는 달리, 종합상사이자 자원개발 기업이다. 또 철강회사이기도 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포스코나 당진제철소 등과 차이를 꼽는다면, 제철소가 없는 철강회사라는 점. 철강회사라면 으레 떠올리는 풍경화가 이 회사에는 없다. 

굴지의 철강회사인 포스코(POSCO)나 광양제철소, 당진제철소 등에 가면 익숙한 장면이 등장한다. 바로 시뻘건 쇳물, 이 쇳물이 흐르는 고로다. 또 하얀 안전모를 쓴 채 로봇처럼 걸어다니는 임직원들도 단골 메뉴다. 하지만 SK네트웍스에서는 시뻘건 ‘쇳물’이나 둔중한 ‘고로’를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렇다. 브라질의 철광석 생산업자에게 원재료를 조달해 넘기면, 중국의 철강업체들이 철강제품을 만든다. 조만간 중국 업체들이 만든 철강제품의 마케팅까지 담당할 예정이다. 중세사회 봉건 영주가 돈을 대 운영되던 ‘길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이폰, 아이패드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애플이 제조부문을 아웃소싱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애플은 부품은 삼성이나 LG전자에서 조달하고, 조립은 중국의 팍스콘에 맡긴다. 

SK네트웍스의 핵심 경쟁력은 이러한 무형의 지적 자산. 제철소가 없는 철강회사이지만 원자재 개발. 확보, 운송, 완제품 가공, 유통, 거래 등 생산 활동을 제외한 전 과정을 담당한다. 이러한 자원 비즈니스를 뒷받침하는 이 회사의 자원 전문가들만 국내 최대 규모인 40여 명. 

이들이 참가하고 있는 자원개발 프로젝트도 23개에 달한다. SK네트웍스는 철광석과 석탄을 비롯한 자원개발 사업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며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원자재 생산업자, 철강 업체들의 상생을 도우며 스스로도 성장하는 것이 목표. 

고객사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결국은 스스로도 성장하는 상생의 길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기도 하다. 물론 자원 비즈니스에 진출한 것이 SK네트웍스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회사의 자원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 수입 업무를 처리하거나, 원자재 가격의 아비트리지를 노리는 일부 종합상사들과는 격차가 있다. 자원 조달,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폭넓은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이 대표가 자원 개발과 더불어 공을 들이는 또 다른 분야가 ‘의류 사업’. 중국의 의류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브랜드가 이 회사의 ‘오즈 세컨’이다. 
지난 2009년 항주, 상해를 비롯한 중국의 부유한 도시에 진출한 오즈 세컨은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캘빈 클라인, 버벌리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성용 의류 브랜드로 성장했다. 

SK네트웍스의 여성용 의류 브랜드 ‘오즈세컨’의 중국서의 돌풍,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선양의 지상24층 지하2층 매머드 복합 쇼핑공간인 SK버스터미널은 이 회사가 중국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여성복 브랜드 ‘오즈세컨’ 항주서 돌풍 

중국 선양에 건설한 복합 버스터미널중국 선양에 건설한 복합 버스터미널
‘하늘에는 천국이 있고, 땅에는 항주, 소주가 있다.’ 항주와 소주는 마치 천국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양자강 이남의 부유한 지방이다. 중국 문인들의 시와 그림에 끊임없이 등장해온 항주와 소주는 토지가 비옥해 예부터 소득 수준이 높고, 사람들의 기호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지역이다.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 주유검의 황태후를 비롯한 왕실의 여자들도 항주 출신이 많다. 먹고 살만하다보니 예술이 꽃을 피우고, 유명 문사는 물론 미인도 많이 배출한 것. 

이러한 전통을 계승한 중국의 항주에서 지난해 한 의류 브랜드가 캘빈 클라인을 비롯한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제쳐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이변의 주인공이 SK네트웍스의 여성용 브랜드 ‘오즈세컨’. 대륙의 북서부에서 발원한 길고 긴 양자강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도시 ‘상해’의 강후이 등에서도 매출 수위를 다투는 이 브랜드는 중국을 대표하는 쇼핑몰인 상해 ‘메이롱쩐’이 수여하는 최고 판매 우수상을 국내 브랜드로는 최초로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영국의 버버리(Byberry), 미국의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등 유명 브랜드가 독식해온 이 상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SK네트웍스의 오즈세컨이 중국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 이 브랜드는 중국 진출 첫해인 지난 2009년, 14개 매장에서 매출 100억 원을 올렸다. 

또 오즈세컨은 지난해 매장을 24개로 늘리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00억 여원을 기록했다. 우리로 치면 ‘된장녀’들인 중국의 월광족들이 이 브랜드의 주요 고객들 중 하나.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또 다른 브랜드인 '하니와이 1호점'을 여는 등 의류부문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심규현 SK네트웍스 중국패션사업부장은 “경쟁 브랜드가 내놓은, 단정하지만 재미가 없는 정장 스타일과는 다른 오즈세컨 브랜드만의 튀는 디자인에 중국 고객이 열광했다”며 이 브랜드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오즈세컨이나, 자원 비즈니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SK네트웍스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의 교두보는 중국이다. 

적자기업 中산토우 인간경영으로 되살려

“선양 SK버스터미널의 완공으로 중국의 경제 발전과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중국과의 동반성장 사업철학을 바탕으로 자원, 자동차, 소비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소비자, 기업, 정부의 행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중국 선양의 선양 SK버스터미널. 이 터미널은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복합형 버스터미널로, 지상 24층 지하 2층으로, 연면적만 8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대형 건물이다. 교통과 쇼핑, 생활공간이 어우러진 이 버스터미널은 SK네트웍스의 오늘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SK네트웍스는 외자기업 최초로 선양SK버스터미널 프로젝트 지분 70%를 확보했다. 

건설에서 사업 운영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SK네트웍스는 단동시 압록강변 주상복합 개발에도 나서 아파트 3동과 오피스 1동으로 구성된 ‘여강국제’를 만들었다. SK네트웍스는 일찌감치 중국시장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지난 1991년 한국 기업 최초로 중국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둘씩 중국시장을 노크하던 시기다. 

또 지난 2005년에는 세계 500대 기업 중 최초로 중국 선양에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중국시장에 깃발을 꼽았다. 이 회사의 중국 내 활동의 거점에 해당하는 도시가 후금 정권의 수도이던 ‘선양’이다. 

이 거점을 중심으로 부채살이 뻗어나가듯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선양, 단동지역을 중심으로 10개의 복합주유소, 유류저장 터미널을 건설하는 등 요녕성 지역에서 왕성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상해와 천진에서도 차량 애프터마켓을 겨냥하고 있다. 

또 적자를 면치 못하던 중국의 산토우PS를 인수해 인간중시 경영으로 흑자기업으로 돌려놓으며, 대표적인 중국기업 인수합병 사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중국에서 회사의 CEO가 나올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지론. 그는 동북3성을 중심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중국과 동반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TO-BE 혁신 앞세워 비즈모델 재편

“우리가 앞으로 헤쳐나갈 경영환경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독서와 후기 나눔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창규 대표는 지난해 사내 인트라넷에 코너를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읽은 책 중 일부를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 ‘일독’을 권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직원들에게 추천한 도서가 <2020 부의 전쟁 in Asia>. 미래학자 하인호씨의 맥을 잇는 2세대 미래학자로 널리 알려진 최윤식 소장이 저술한 이 미래학 서적은 인구 고령화를 비롯한 악재들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일본의 내일을 바라보는 창이다. 

아시아는 메가트렌드들이 부딪치며 천변만화의 변화가 명멸하는 지역. 종합상사는 시대 변화의 급물살에 떠내려가고 있는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종합상사들이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창조하지 않으면 수년 후를 결코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 

그는 홍콩,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을 자주 방문한다. 자원 수요 급증, 자동차 대중화, 도시화 등 메가트렌드는 그의 발길을 비추는 북극성이다. 미국의 소비재 회사인 프록터 앤갬블(P&G)은 국내 종합상사들의 귀감이다. 지난 1930년대 소비자 리서치 센터를 만든 이 회사는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제품을 주기적으로 출시하며 경쟁사들을 따돌려왔다.

이 회사는 낡은 옷을 갈아입듯이, 10년 주기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며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 전략이 ‘TO-BE’ 모델. 전통적인 상사 모델을 벗어나, 메가트렌드를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나간다는 전략이 골자. 

“비즈니스 모델의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신성장축 사업들의 가시적인 성과 창출로 중국 및 신흥국의 소비자, 기업, 정부 고객을 행복하게 하고 해당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동반성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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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2월 28일 11시 34분 
美 GM·GE도 사업 본분 잊고 ‘금융’치중 위기 자초
현대·LG·삼성 등 빅3기업 진지한 농업 접근법 교훈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격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발언의 파문이 일파만파다. 올해 상반기 중 농협의 신용 사업(금융)과 경제 사업(유통)을 쪼개는 이른바 ‘신경망 분리’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농협의 역할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해묵은 논쟁에 다시 한 번 불을 점화했다. 갑론을박이 치열하지만, 이번만큼은 신경망 분리가 대세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그 배경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콩 수확하는 러시아 연해주 한국기업 농장.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현대아그로는 올해 3천500㏊ 밭에 콩 등을 심어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콩 수확하는 러시아 연해주 한국기업 농장.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현대아그로는 올해 3천500㏊ 밭에 콩 등을 심어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러시아 연해주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계승한 현대가의 꿈이 익어가는 지역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70km 떨어진 곡창 지대인 하롤스키에 위치한 이 농장에서는 지난해 콩 4500만t, 옥수수 2000t을 수확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이 농장을 사들였다. 

이 회사의 러시아 연해주 영농법인인 하를 제노스가 보유한 이 농장은 여의도 면적의 33배 크기인 3000만 평에 달한다. 세계 조선업계 1위인 이 회사 영농법인이 재작년 연해주 농장을 인수하며 밝힌 인수 목적은 친환경사업의 육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친환경 녹색 분야인 농장을 인수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 

강원도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유조선으로 바다를 막아 충청도 서산 땅에 농장을 조성하는 등 농업에 애정을 기울여온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는 러시아 연해주 농장 출범의 밀알이 됐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영농기업인 ‘서산 농장’을 일군 정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연해주에 농장을 사들여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도 농업대학인 ‘연암 대학’을 만들어 축산, 원예 등 농업전문인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굴지의 대기업인 LG 회장직을 박차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섯 종균을 기르고, 된장· 청국장을 비롯한 전통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다. 생명산업과 농업 후계자를 육성하는 이 대학 후생관에서는 구 회장이 만든 전통 발효식품을 판매한다.


기업인들 농업의 잠재력 높이 평가

삼성그룹도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에버랜드에 돈사를 짓는 등 한때 양돈 사업 진출을 저울질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LG그룹, 삼성그룹을 비롯한 ‘빅3’의 창업자들이 농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배경은 이들이 대부분 농촌 출신으로, 이 분야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높이 평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재작년 발표한 보고서 '식품산업: 새로운 가치와 도전'에 따르면 식품산업은 세계 시장 규모가 4조 달러로 반도체 산업의 15배에 달하는 거대 산업이다. 

이 분야의 잠재력은 더 크다. 농업이나, 식품에 바이오 부문이 접목되면서 비만방지 식품, 노화방지 식품 등 응용분야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농업 부문에 관심을 피력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이나 연해주 등지의 농지 인수를 저울질하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농업은 가격 경쟁력 확보의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옥수수를 비롯한 식량을 대량으로 재배하거나, 베트남 수역의 어장을 사들여 수산물을 대량 생산한다면, 경쟁사와의 피 말리는 가격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농업 경쟁력 ‘인접 산업 경쟁력’ 좌우 

경쟁 유통 업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웃소싱’ 만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러시아 연해주나 베트남 등에 대형 농장을 사들여 가격전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포석이다. 연해주나 블라디보스토크는 토지가 광활한데다, 임금도 상대적으로 낮다. 규모의 경제를 적용할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두루 갖춘 지역이라는 얘기다. 

옥수수를 비롯한 작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호재다. 튀니스,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을 휩쓸고 있는 풀뿌리 혁명의 이면에도 따지고 보면, 가격이 급등한 식량을 둘러싼 다툼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 

농업은 식량 안보를 지키고, 식품업체나 대형 유통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후방 연관사업이다. 

신수종 사업에 목이 마른 국내 기업들의 경우 눈독을 들여볼 만한 매력적인 시장이 바로 이 분야다. 하지만 국내 농업은 세계 시장을 파고들기는 고사하고 여전히 '영세성'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력은 취약하다. 디지털 농업, 벤처 농업을 비롯한 혁신 농법들이 관심을 끌었으나, 아직은 찻잔속의 태풍 격이다. 

드뤠피스, 카길을 비롯한 다국적 애그로(Agro.농업) 기업들은 막강한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농업, 식품, 바이오로 연결되는 농업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카길을 비롯한 곡물 메이저들은 이 분야의 '골드만삭스'다. 

국내에서  농협 신경망 분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재점화된 것도 이러한 자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할복까지 시도하는 축협을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의 치열한 저항을 물리치고 농협과 축협, 인삼협동조합을 통합했으나, 당초 기대하던 통폐합의 효과는 미미하고 그 폐해는 여전한 것이 현실. 

농협 신경망 분리 변화의 불씨 될까

미 면화사업자들이 자국의 면화 농가를 상대로 인공위성을 활용한 GPS농법을 보급하거나, 세계 각국에 ‘코튼 마크’ 브랜드를 홍보하는 등 자국 농업 발전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 농협이 농산물 유통, 브랜딩을 비롯한 지원단체 본연의 업무보다 돈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판의 골자는 농협이 유통을 비롯한 경제 사업보다는 신용사업 등 돈벌이에 골몰하면서, 농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이나, 제너럴일렉트릭이 금융부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품을 공들여 만드는 장인정신을 발휘하기 보다 모기지 사업을 비롯한 신용분야에 치중하다가 위기를 자초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농협중앙회가 맡긴 외부 연구용역에서는 해결책으로 ‘지주회사’ 모델을 제시했다. 경제부문은 사업지주회사로, 신용부문은 금융지주회사로 각각 독립시키자는 것이 골자다. 금융지주는 아래에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 등을, 사업지주는 산지유통·농수산도매·축산가공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농협의 신경망 분리가 이슈가 된 것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올해 상반기 중 농협의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유통)사업을 쪼개는 이른바 ‘신경 분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격이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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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부재 금융산업 위기 돌파구는 있나

금융시장 ‘빅뱅’ 어디로…

2010년 11월 02일 10시 00분
미 서부 진출 도전정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삼성전자 배워라


대한민국 금융가는 폭풍전야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정국이다. 우리금융지주 매각은 금융 빅뱅의 서막이다. 신한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도 미지수다. 올 연말과 내년 초 주요 은행 수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고돼 있다. 성장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대한민국 은행 산업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편집자주>


최동준(56) SC제일은행 전 상무는 전략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 전문가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한 드림팩 금융상품 시리즈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객관리 기법인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가 주특기.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맥킨지에서 컨설턴트 생활을 한 그에게도 국내 금융 산업은 ‘고해의 바다’이다. “돈과 같은 ‘코모더티(commodity·뚜렷한 특징이 없는 상품을 지칭)’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토로는 은행권 최고경영자들의 고충을 엿보는 ‘창(窓)’이다.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 해리포터 마케팅, 스토리 마케팅, 무의식 마케팅…국내 은행산업은 최첨단 마케팅 기법들이 부딪치는 치열한 경연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마케팅 대전의 이면에는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국내 은행들의 초라한 현실이 있다. ‘미투(Me-Too·따라하기) 전략’은 아이디어 부재의 산물이다. 경쟁사의 인기 금융 상품은 최단 시간에 카피된다. 점포가 많고, 브랜드 파워가 강한 강자에 유리한 경쟁 구도다.

최 전 상무는 드림팩 시리즈를 개발하며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잠들기 전 일본의 인기 만화 ‘나루토’를 펼쳐들며 시름을 잊는다. 그의 고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내 은행들의 경쟁 구도가 소모적인 ‘참호전’의 형태를 다시 띤 것은 1997년 말 이후다. 전략이 실종되고 효율성의 논리가 은행경영자들을 압도하던 시기다.


매크로 경영 가고, 마이크로 경영 오고

지난 1995년 2월26일, 미국 서부의 관문인 캘리포니아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 신한은행 양신근 과장은 수 개월 만에 다시 미국 땅을 밟았다. 그의 임무는 미국 서부의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은행 인수.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머린내셔널(MBN) 은행이 인수 후보였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머린 내셔널을 우여곡절 끝에 인수하는 데 성공하며 국내 금융사의 한 장을 장식한다. 이 은행은 미국 시장공략의 전진기지였다. 고객기반도 미국인들이 주종을 이뤘다. 머린내셔널을 인수하며 글로벌 경영의 시동을 건 신한은행의 원대한 전략은 유효기간이 짧았다.

태국에서 발화한 아시아 금융위기의 불길이 발단이었다. 지난 1997년 초, 국내 은행들은 해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외환 위기의 후폭풍은 거셌다. 신한은행은 외환 위기 이후 이 은행 지분을 다시 처분한다. 생존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지난 1997년 초 257개에 달하던 국내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일년 만에 134개로 반토막이 난다. 그로부터 10여 년후. 신한은행은 인도 뭄바이, 베트남 하노이 등에 진출하며 글로벌 경영의 시동을 다시 걸었다. 주요 고객은 삼성, LG를 비롯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외환 위기의 상흔은 여전히 깊다.

수익 다변화 나선 CEO들 속속 ‘집으로’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수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애창곡인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인수에 나선 국내 최초이자, 최후일지 모르는 경영자다. 민 회장의 도전은 미국 내에서도 화제였다.

그가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나선 이면에는 성장에 부심하는 은행들의 현실이 있다.
국내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총이익의 80% 수준. 주요 경영자들이 제품·사업·지역 포트폴리오 재편에 늘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황영기 KB국민지주 전 회장은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인 CDO 등에서 성장의 해법을 엿보았다.

강정원 국민은행 전 행장은 떠오르는 중앙아시아에서 성장의 길을 모색했다. 재작년 미국발 금융 위기는 이들의 몰락을 부른 판도라의 상자였다. 이 스타 경영자들의 실패한 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갈래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단골 메뉴다. 은행 경영자들이 과감한 도전에 나서기 보다 ‘품질 관리’ ‘비용 절감’ 등 안전운행에 치중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한국 은행들도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하는 일본 기업의 전략 부재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은행들도 일본 기업처럼 상호 모방적인 정책을 취해왔어요.”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비용 절감을 비롯해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치중하면서 전략적 의사 결정을 소홀히 해왔다”고 꼬집는다. 문제는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경영 모델 ‘스탠다드차타드’

‘전술적 성공이 전략의 실패를 되돌릴 수 없다.’ 영국계 금융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 그룹(Standard Chartered)의 전략 방향은 명확하다.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Asia focused)’는 캐치프레이즈가 그것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이 금융 그룹의 매출 90%는 영국 밖에서 발생한다.

외국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지주 회사를 설립한 이 은행은 증권사, 저축은행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영국 대처 행정부가 집권 후 탈 규제의 수위를 높이자, 이 그룹의 경영자는 탈 영국으로 맞받아쳤다. 아시아가 성장의 키워드였다.

지난 2005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치열한 경합 끝에 인수에 성공한 제일은행은 아시아 공략의 거점이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 필요로 하는 금융 서비스의 대부분을 외국 글로벌은행들에 맡기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을 수주할 때 우리 은행들은 지급보증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6월 부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사이다. 고해성사를 방불케 하는 대목.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지역은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해외 점포의 60%가 중국, 베트남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 몰려있는 것이 현주소다. 글로벌 경영전략도 경쟁 상대와 판박이이다. 문화적으로 가까운 지역부터 공략하라는 정석에 충실한 결과다.

현지 법인도 주로 현지에 파견된 한국인 직원들이 담당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국내 은행권은 여전히 ‘인재 수혈’, ‘ 오픈 이노베이션에 소극적이다.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도 발목 잡아

지난 1999년, 에릭 김(Eric Kim)은 모국의 한 전자회사에 둥지를 튼다. 아시아 시장에서 약진하던 이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 난공불락에 비유되는 유럽과 미국 시장 공략을 담당하는 글로벌 마케팅 담당 임원이 그의 직책이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의 위상은 초라했다.

이 회사 제품은 품질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브랜드는 기억나지 않는 중저가 상품에 불과했다. 2005년, 삼성전자는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평가에서 소니를 앞선다.
이 글로벌 기업이 ‘비상(飛上)’한 이면에는 글로벌 전자 산업의 챔피온 격인 소니를 타깃으로 삼아, 전사적으로 역량을 결집한 리더의 전략이 있었다.

마케팅 분야의 경험이 일천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해 브랜드 가치 제고의 대임을 맡긴 과감한 도전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크프루트 선언은 이 회사 제품 질적 도약의 밑거름이었다.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주인공은 에릭김이었다는 것이 토니 미첼 KDI 정책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스페인의 산탄데르가 3대째 한 가문이 지배하는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트남에 있는 신한비나은행 전경.베트남에 있는 신한비나은행 전경.

신한사태, 금융권 빅뱅 신호탄 될까

여의도 금융가는 폭풍전야다. 올 연말과 내년 초 주요 은행 수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고돼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오는 12월20일 임기가 끝나고, 내년 3월에는 산업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은행장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신한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미지수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전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KB국민지주,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한 인수 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하다.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우리금융지주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연말 국내 은행가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꼬리를 문다. 신한금융 사태는 은행산업의 현주소다.

국내 은행산업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경쟁 상대를 곁눈질하고 있다. 정부 역할론도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보다폰, 브리티시텔레콤(BT), 스탠다드차타드를 비롯한 영국 기업들은 대처 개혁의 적자들이다.

“대처 총리 집권 후 탈 규제 바람이 영국에서 불기 시작합니다. 당시 국영 기업이던 브리티시 텔레콤(BT)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김흥진 BT코리아 사장은 영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봇물을 이룬 계기를 대처 개혁에서 찾는다. BT의 변화를 주도한 주인공이 바로 네덜란드 출신의 ‘벤 버바이엔’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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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SC제일銀 '연봉제갈등' 은행산업 뇌관될까
    기사등록 일시 [2011-06-01 16:30:0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지난달 3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 앞 간이 천막. 이 회사 노동조합이 펼쳐 놓은 천막 앞에서 만난 김진우씨(가명)는 앳된 인상의 입사 5년차 직원이다. 그는 최근 한 지상파 방송의 전파를 타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나는 가수다'를 화제에 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일류 가수들이 진검승부를 하는 이 프로에 등장하는 참석자들은 가창력이 뛰어나고, 저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을 한다. 하지만 이들 중 한명은 반드시 고배를 마시며 '경쟁'에서 탈락하는 것이 숙명이 아니냐는 게 그의 반문이다. 그는 '성과연봉제'라는 게 바로 이 지상파 방송의 '가수 경연 시스템'과 유사하다"며 고개를 젓는다.

김씨는 은행 직원들이 저마다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보험 상품을 팔아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직원 간 순위는 정해지게 마련이고, 꼴찌는 회사에서 '잘릴' 위험에 주눅들 수 밖에 없다는 것. 평가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시한다. 그는 "상권이 큰 대형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도"라고 지적한다.

김 씨의 올해 나이는 30대 초반. 성과연봉제 도입은 이 젊은 은행원에게도 '독이 든 성배'이다. 지난달 30일, 이 회사 노동조합의 하루짜리 총파업은 직원들의 이러한 위기감을 엿볼 수 있는 '창(窓)'이다. 그는 이 은행에 입사한 이후 '파업'에 참여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노조는 7년 만에 파업을 감행했다.


◇SC제일 노조 "성과연봉제 구조조정 신호탄"

SC제일은행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사측은 연봉제 도입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자극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노동조합의 시각은 다르다. 성과 연봉제가 직원들을 방카슈랑스를 비롯한 금융상품 판매 경쟁으로 내모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후선발령제도' 또한 이러한 성과연봉제 시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노조의 분석이다. 임직원들의 기여도를 평가해 연봉을 책정하되, 성과가 지지부진한 직원들은 후선발령을 낸 뒤 해고의 수순을 밟겠다는 게 사측의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사측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정하지만 감정싸움의 골은 깊다.

이 영국계 금융그룹이 '투기자본'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은행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전산부문 투자에는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에 고액 배당을 하고, 부동산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는 것이 사모펀드 행태와 다를 게 없다는 반문이다. 지점의 잇단 폐쇄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규진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 SC제일은행 지부 부위원장은 "(연봉제를 도입하게 되면) 결국 은행에서 파는 보험 상품 등을 얼마나 판매했는지가 직원 몸값을 매기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이런 압박은 직원들이 하루하루 느끼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이 성과주의 문화의 불모지대로 영원히 남을 수는 없으며, 근로자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는 금융사들의 고충을 주목해달라는 게 사측의 요청이다. SC제일은행은 주요 경쟁사들에 비해 수익성을 비롯한 경영지표에서 뒤져있는데, 성과주의 처방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 리처드 힐 행장 "성과주의는 성장의 원동력"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의 비중이 90%가 넘는다. 영국에는 본사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 '두뇌'만 남기고 '손발'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있는 형국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성장의 해법을 찾은 이 회사의 자회사들은 '성과주의 문화'를 엿보는 창이다. 성과주의는 이 그룹 성장의 원천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자회사나 지점들은 정규직 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점포도 대도시를 비롯한 일부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포진해있다. 소수정예에 비견할 수 있는데, 비용은 낮추고 생산성은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SC제일은행이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점포수는 400여개.

국내 경쟁사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이들 국가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많다. 정규직의 비중도 압도적이다. 리처드힐 SC제일은행장은 '과거와 결별',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다. '아이패드' 기기 하나로 은행장인 자신도 집무실 밖에서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는 세상인데, 점포수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를 되묻는 것. 잇단 점포 폐쇄가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항의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실제로, 간단한 기기로 은행 업무를 대부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창구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국내 금융산업에도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맘앤팝 스토어 등 다양한 형태의 점포들에 대한 논의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거래, 스마트폰 앱 등 새로운 정보 기술의 등장은 은행 경영자들의 고민거리다.

오랜 금기를 깨고 연봉제 도입의 물꼬가 터진 마당에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회사측 의지는 도처에서 엿볼 수 있다. 회사 측은 사내 복지에도 이른바 '선택적 복지'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학생 자녀학자금 지원 등에도 상한선을 두고 자격요건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노조를 상대로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연봉제 '은행권' 뒤흔들 판도라의 상장

문제는 SC제일은행 노사간에 형성된 전선이 은행권 전체로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의 입장에서 성과급제 도입은 '금단의 사과'이다. SC제일은행노사가 연봉제 도입에 합의할 경우, 연봉제 무풍지대인 은행권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는 전방위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노조의 분석이다.

국내 시중은행 경영자들이 리처드 힐 행장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거리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점포는 고부가가치 컨설팅을 담당하는 쪽으로 운영하고, 상당수 직원들은 스마트 기기를 들고 현장에 나가 업무를 챙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장기적'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다.

성장에 목을 맨 은행 경영자들 입장에서는 연봉제 도입은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유인'이다.

성과연봉제 논의는 이러한 생산성 제고 논의의 '시발점'이자 '종착역'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노사 갈등은 금융권 전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현정부 출범후 한동안 숨을 죽여 온 은행노조의 각종 요구에 불을 지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정부의 레임덕도 슬며시 찾아오면서 꽁꽁 묶어둔 욕구들이 분출하고 있는 것.

지난 2008년 9월 리먼사태이후 대폭 삭감된 은행권 신입사원들의 연봉을 되돌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업무추진비 전용 의혹을 제기한 노조의 성명서도 등장했다. SC제일은행의 성과 연봉제 도입 논란은 은행권을 뒤흔드는 '판도라의 상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SC제일은행 노사 양측은 아직도 2010년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성과제 논란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2%. 양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3차례 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2차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위원장이 영국본사를 방문해 1인 시위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11/08/19 - [로컬(Local) VIEW/로컬 인더스트리 VIEW] - 파업피로증 SC제일銀 노조, 복귀 카드 꺼낸 배경은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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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사업 타당성 검토부터 자금지원까지

“중소기업 컨설팅, 효자가 따로 없네”


<중기 경영자가 귀기울여야 할 6가지 제언>

●짐 콜린스의 《굿 투 그레이트》 읽어라

●직원들 신문 본다고 나무라지 마라

●투자 타당성 검토는 컨설턴트와 하라

●회사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고민하라

●컨설팅을 지식경영의 계기로 활용하라

●기업 승계도 전략적 사고로 접근하라

제약 원료 수입 업체인 풍림무약. 지난 1974년 설립된 이 회사의 이정석(李政錫) 사장은 요즘 들어 고민이 많다. 제약 원료를 일본에서 들여와 국내 제약사에 공급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른바 ‘성장의 덫’에 걸려 있다. 원료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원이지만, 지난 2002년부터 매출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기업을 먹여 살리는 핵심사업이 위축되는 징후가 뚜렷한데, 새로 진출한 신규 사업은 아직 신통치 않다. 건강식품 부문 신규 진출을 결정하고, 중소기업으로서는 규모가 제법 큰 연구소까지 세웠지만 이 분야 경험이 일천한 것이 부담거리다. 답답한 마음에 유명 컨설팅사의 자문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딜로이트컨설팅, 맥킨지, IBM글로벌서비스, 배인앤컴퍼니, 모니터그룹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전략 부문의 컨설팅 회사들은 중소기업 입장에서야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소규모 컨설팅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자니 왠지 미덥지 못하다. 사실,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 대부분은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어장치 시스템업체인 태진스메트의 최근수 사장은 지금도 지난 2003년초만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그는 당시 임금 인상폭을 놓고 사내 갈등이 비등하자 한때 회사를 폐업하는 방안까지 고민하다 주변의 만류로 이를 포기했다고 한다. 대신 직원 성과평가에 연동된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당시 이를 설계할 노하우가 절대 부족했다.

중소기업 형편에 외부의 인사 컨설팅 업체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기도 어려워 진퇴양난에 빠진 그는, 회사 내 인사 부문 직원들에게 자문을 구해보았으나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최고경영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소기업 경영자 대부분이 처한 상황은 결코 간단치 않다. 적군에 둘러싸인 서초패왕 항우에 비유할 수 있을까. 대기업이야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의 조언을 받고 위기에 대한 내성을 키웠지만,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아직도 허둥대다 병증을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경영 환경은 나날이 팍팍해져만 가는 데, 난국을 헤칠‘장자방’은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기 어렵다.

핵심 사업 부문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신규 사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애플에 MP3플레이어 시장의 패권을 내주며 위기에 봉착한 레인컴의 사례는 국내 중소기업의 총체적인 역량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 해외리서치 자료 제공 업체의 사장은 이와 관련해 “레인컴이 신규 사업에 대한 리서치 자료를 최근 문의한 적이 있다”며 “한때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던 기업조차 위기를 맞고 나서야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은행 컨설팅 서비스 “어~ 쓸만한데”


사실, 성장은 국내 중소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화두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 부지런히 유망 기업을 사들여 성장의 지렛대로 삼아온 글로벌 기업들조차 이제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연구개발의 생산성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월간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근호(9월)의 표지 주제가 ‘당신의 사업을 키우기(Growing your business)’라는 점은 고민의 현주소를 가늠하게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럴진데,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처한 상황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이러한 틈새를 파고 든 것이 바로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 서비스다. 중소기업 컨설팅의 깃발을 맨 처음 든 곳은 기업은행. 전임 김종창 행장이 기업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 2003년 컨설팅센터를 열었다.

우리은행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이후 대기업을 대상으로 ‘재무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중소기업 전담 컨설팅을 실시하기는 기업은행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업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산업은행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다소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은행들이 추격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올 들어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중소 업체들이 연말까지 40여 개에 달할 전망인데, 이는 지난 2003년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라고 김광수 기업은행 컨설팅센터 선임 컨설턴트는 밝혔다.

은행원들이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에 코웃음을 치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물론 나름의 비교우위 덕분이다. 우선, 컨설턴트들의 역량이 초창기에 비해 대폭 업그레이드 됐다. 공인회계사 자격증 보유자부터 딜로이트컨설팅의 전략담당 출신까지, 컨설턴트들의 약력도 화려하다.

컨설팅에 소요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도 호감을 사는 또 다른 요인이다. 대개 5주간에 걸쳐 조직문화, 비전, 인력 구성 진단부터 신규사업 진출의 투자 타당성 검토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지 시장조사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컨설팅 후 일년 동안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은행권의 컨설팅 서비스 비용이 유명 컨설팅 회사들의 10~20%에 불과한 그야말로 ‘실비 수준’이라는 점이다.

물론 은행이 컨설팅 서비스에 나선 것은 기업 여신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고객사의 사정을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은행으로서는 고객의 로열티도 큰 폭으로 강화하고, 매출도 올릴 수 있는 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는’ 서비스인 셈인데, 이러한 서비스가 과연 중소기업 경영에는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기업 비전 깊숙이 고민해볼 수 있어


“당장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수배로 올릴 수 있는 특효약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질을 강화시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기업은행 김광수 선임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감(感)’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주력 사업 부문과 여러모로 다른 분야에 즉흥적으로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때늦은 후회를 하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적지 않은데, 컨설턴트들은 경영자들의 일탈을 사전에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투자실패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반도체 및 LCD 검사 업체 파이컴을 보자.

이 회사는 기업은행 컨설팅팀에 SOS를 보냈고, 컨설턴트 4명이 제시한 처방전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하며 200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 규모가 올해는 9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컨설팅 서비스는 물론 신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청계천에 물을 흘려보내는 특수 파이프를 제조하는 현대특수강은 부채비율이 무려 1500%였지만, 20억원 가량의 투자를 받아 이를 200%로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의 가장 큰 효과는, 최고경영자들이 지식경영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평소 일상적인 업무에 치이다 보니, 회사가 나아갈 장기 전략 방향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이 부족하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컨설팅을 계기로 회사의 비전이나 조직 구조, 최신 경영 조류 등을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편견이나 아집 등을 허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인들의 컨설팅 만족도는 꾀 높은 편이다. 컨설팅을 받은 중소기업 경영자가 모임에서 다른 경영자에게 서비스를 추천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 레이저기기 제조업체인 루트로닉의 황해령 사장이 대표적이다. 아직까지 금융권의 중소기업 전담 컨설팅 서비스는 손익 분기점을 맞추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성장 기반 확보와 체질강화라는 점에서 이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며 중소기업 성장의 밀알을 뿌리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금융권의 중소기업 컨설팅은 은행도 본격적으로 지식산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컨설팅 품질에서 아직까지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꺾기 등 후진적인 관행을 탈피하고 의미있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컨설팅이 떠오른다

기업승계전략 컨설턴트에게 물어봐

기업은행 컨설팅센터는 기업 승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5만개 중소기업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 작년 8월 현재 1만182개 기업(6.9%)을 이끌고 있는 최고 경영자가 60세 이상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컨설팅 서비스를 고민한 결과다.

담당 컨설턴트는 모두 두 명인데, 기업 전략과 절세 부문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라는 설명이다. 김광수 컨설턴트는 국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고령 CEO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의 자녀들에게 회사를 잡음없이 적은 비용으로 물려주는 방식을 조언하는 승계전략이 앞으로 금융권 컨설팅 서비스에서도 더욱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INTERVIEW| 중소기업 이런 점 고쳐라 기업은행 컨설팅센터 한철규 차장

“불황 때 사람부터 자르면 성장기반은 언제 마련하나”

“한 기업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직종이 컨설턴트라는 점을 절감하곤 합니다.” 한철규 기업은행 컨설팅 센터차장은 컨설턴트 4년차의 소회를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장모에게 사람이 변했다는 질타를 받을 때는 솔직히 섭섭하기도 하다고.

“작은 일도 흘려보내지 않고 꼼꼼히 따지고 드는 모습에 장모님이 가장 놀란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지난 2003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내 컨설팅센터가 출범했을 때 이곳에 합류했다. 하지만 컨설팅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사실 처음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지금은 “뼛속까지 컨설턴트가 됐다”는 게 한 차장의 설명이다. 서점에 가도 과거 선호하던 에세이나 소설 등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고 경영서를 꼼꼼히 읽어 본다고, 식당에서는 자리배치가 수익 극대화에 적절한지 여부 등을 반드시 따져본다. 바쁜 시간을 쪼개 컨설팅 부문 국가자격증인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업무도 업무지만, 스스로의 역량을 꾸준히 끌어올려야 하는 점도 또 다른 부담거리라고.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에 누구보다 밝고,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보는 국내 중소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시스템 경영이 아니라, 최고경영자 한 사람에 의존하는 1인(人) 경영이다.

최고경영자가 특정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많다 보니, 부하 직원들의 역량을 신뢰하지 못한다. 또 대체적으로 판매처가 일부 고객사에 집중되어 있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 제품과 완전히 동떨어진 상품을 만드는 비관련 다각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가 나쁘면 관성적으로 직원부터 해고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것도 안타깝다.

중소기업 위기설에 대해서는 이렇게 진단했다. “세계 경제가 고성장을 거듭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유가를 비롯한 여러 지표들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이야 비상경영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등 이미 내성을 기르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무척 취약합니다.”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좀더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권하는 4가지 ‘스텝’

“주변 제안에 솔깃하기 전에… ”

스텝 1. 방향 설정은 제대로 되어 있는가


많은 중소기업들이 하루하루의 일처리에 매여 있다 보니, 언감생심 장기 전략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 물론 최고경영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 해외 유명 조사기관의 리포트를 구입해 숙독하며 장기 전략을 고민하는 휴맥스 같은 기업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예외적인 사례에 속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장기전략을 제대로 짜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고경영자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기업은 실패한다. 우수한 인력 고용, 창업자의 역할 규정, 정교한 보고 시스템 구축 등은 이에 비하면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이다.

스텝2. 충분한 이윤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가

이러한 전략이 기업에 충분한 수익을 가져다 줄지 고민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하고 전망도 불투명한 사업 부문에 즉흥적으로 진출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는 실수는 피해야 한다. 실제로, 기대 수익이 크지 않은 데도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에 뛰어들어 제품개발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는 중소기업인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는 것이 김광수 기업은행 컨설턴트의 지적이다.

특히 자사 제품이 비교우위(competitive edge)가 있는 지, 비교우위가 있다면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지, 또 이 정도 프리미엄이 기존의 고정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냉철하게 헤아려 봐야 한다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조언했다.

스텝 3. 장기 전략은 과연 지속가능한가(sustainable)

다음 단계에 고민해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 전략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효할 지에 대해 검토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속성의 문제는 특히 규제완화나 새로운 기술 등장에 따른 산업지형의 변화의 틈을 겨냥한 기술 부문의 기업들에 더욱 중요하다.

신기술을 반영한 제품으로 아직 구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경쟁 기업의 영토를 잠식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이 사그라지고 경쟁기업들이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스텝 4. 성장 목표치가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전략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서로 다른 부문의 기업은 성장 속도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속도를 유지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경쟁기업의 성장속도, 내부의 자금 조달 능력, 고객들의 로열티, 그리고 규모의 경제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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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빅뱅’ 어디로…

전략부재 금융산업 위기 돌파구는 있나

미 서부 진출 도전정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삼성전자 배워라


대한민국 금융가는 폭풍전야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정국이다. 우리금융지주 매각은 금융 빅뱅의 서막이다. 신한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도 미지수다. 올 연말과 내년 초 주요 은행 수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고돼 있다. 성장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대한민국 은행 산업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편집자주>


최동준(56) SC제일은행 전 상무는 전략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 전문가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한 드림팩 금융상품 시리즈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객관리 기법인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가 주특기.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맥킨지에서 컨설턴트 생활을 한 그에게도 국내 금융 산업은 ‘고해의 바다’이다. “돈과 같은 ‘코모더티(commodity·뚜렷한 특징이 없는 상품을 지칭)’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의 토로는 은행권 최고경영자들의 고충을 엿보는 ‘창(窓)’이다.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 해리포터 마케팅, 스토리 마케팅, 무의식 마케팅…국내 은행산업은 최첨단 마케팅 기법들이 부딪치는 치열한 경연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마케팅 대전의 이면에는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국내 은행들의 초라한 현실이 있다. ‘미투(Me-Too·따라하기) 전략’은 아이디어 부재의 산물이다. 경쟁사의 인기 금융 상품은 최단 시간에 카피된다. 점포가 많고, 브랜드 파워가 강한 강자에 유리한 경쟁 구도다. 

최 전 상무는 드림팩 시리즈를 개발하며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잠들기 전 일본의 인기 만화 ‘나루토’를 펼쳐들며 시름을 잊는다. 그의 고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내 은행들의 경쟁 구도가 소모적인 ‘참호전’의 형태를 다시 띤 것은 1997년 말 이후다. 전략이 실종되고 효율성의 논리가 은행경영자들을 압도하던 시기다.


매크로 경영 가고, 마이크로 경영 오고

지난 1995년 2월26일, 미국 서부의 관문인 캘리포니아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 신한은행 양신근 과장은 수 개월 만에 다시 미국 땅을 밟았다. 그의 임무는 미국 서부의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은행 인수.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머린내셔널(MBN) 은행이 인수 후보였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머린 내셔널을 우여곡절 끝에 인수하는 데 성공하며 국내 금융사의 한 장을 장식한다. 이 은행은 미국 시장공략의 전진기지였다. 고객기반도 미국인들이 주종을 이뤘다. 머린내셔널을 인수하며 글로벌 경영의 시동을 건 신한은행의 원대한 전략은 유효기간이 짧았다. 

태국에서 발화한 아시아 금융위기의 불길이 발단이었다. 지난 1997년 초, 국내 은행들은 해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외환 위기의 후폭풍은 거셌다. 신한은행은 외환 위기 이후 이 은행 지분을 다시 처분한다. 생존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지난 1997년 초 257개에 달하던 국내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일년 만에 134개로 반토막이 난다. 그로부터 10여 년후. 신한은행은 인도 뭄바이, 베트남 하노이 등에 진출하며 글로벌 경영의 시동을 다시 걸었다. 주요 고객은 삼성, LG를 비롯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외환 위기의 상흔은 여전히 깊다. 

수익 다변화 나선 CEO들 속속 ‘집으로’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수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애창곡인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인수에 나선 국내 최초이자, 최후일지 모르는 경영자다. 민 회장의 도전은 미국 내에서도 화제였다.

그가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나선 이면에는 성장에 부심하는 은행들의 현실이 있다. 
국내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총이익의 80% 수준. 주요 경영자들이 제품·사업·지역 포트폴리오 재편에 늘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황영기 KB국민지주 전 회장은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인 CDO 등에서 성장의 해법을 엿보았다. 

강정원 국민은행 전 행장은 떠오르는 중앙아시아에서 성장의 길을 모색했다. 재작년 미국발 금융 위기는 이들의 몰락을 부른 판도라의 상자였다. 이 스타 경영자들의 실패한 도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갈래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단골 메뉴다. 은행 경영자들이 과감한 도전에 나서기 보다 ‘품질 관리’ ‘비용 절감’ 등 안전운행에 치중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한국 은행들도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하는 일본 기업의 전략 부재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은행들도 일본 기업처럼 상호 모방적인 정책을 취해왔어요.”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비용 절감을 비롯해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치중하면서 전략적 의사 결정을 소홀히 해왔다”고 꼬집는다. 문제는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경영 모델 ‘스탠다드차타드’

‘전술적 성공이 전략의 실패를 되돌릴 수 없다.’ 영국계 금융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 그룹(Standard Chartered)의 전략 방향은 명확하다.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Asia focused)’는 캐치프레이즈가 그것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이 금융 그룹의 매출 90%는 영국 밖에서 발생한다.

외국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지주 회사를 설립한 이 은행은 증권사, 저축은행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영국 대처 행정부가 집권 후 탈 규제의 수위를 높이자, 이 그룹의 경영자는 탈 영국으로 맞받아쳤다. 아시아가 성장의 키워드였다.

지난 2005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치열한 경합 끝에 인수에 성공한 제일은행은 아시아 공략의 거점이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 필요로 하는 금융 서비스의 대부분을 외국 글로벌은행들에 맡기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을 수주할 때 우리 은행들은 지급보증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6월 부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사이다. 고해성사를 방불케 하는 대목.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지역은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해외 점포의 60%가 중국, 베트남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 몰려있는 것이 현주소다. 글로벌 경영전략도 경쟁 상대와 판박이이다. 문화적으로 가까운 지역부터 공략하라는 정석에 충실한 결과다. 

현지 법인도 주로 현지에 파견된 한국인 직원들이 담당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국내 은행권은 여전히 ‘인재 수혈’, ‘ 오픈 이노베이션에 소극적이다.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도 발목 잡아

지난 1999년, 에릭 김(Eric Kim)은 모국의 한 전자회사에 둥지를 튼다. 아시아 시장에서 약진하던 이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 난공불락에 비유되는 유럽과 미국 시장 공략을 담당하는 글로벌 마케팅 담당 임원이 그의 직책이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의 위상은 초라했다. 

이 회사 제품은 품질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브랜드는 기억나지 않는 중저가 상품에 불과했다. 2005년, 삼성전자는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평가에서 소니를 앞선다. 
이 글로벌 기업이 ‘비상(飛上)’한 이면에는 글로벌 전자 산업의 챔피온 격인 소니를 타깃으로 삼아, 전사적으로 역량을 결집한 리더의 전략이 있었다. 

마케팅 분야의 경험이 일천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해 브랜드 가치 제고의 대임을 맡긴 과감한 도전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크프루트 선언은 이 회사 제품 질적 도약의 밑거름이었다.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주인공은 에릭김이었다는 것이 토니 미첼 KDI 정책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스페인의 산탄데르가 3대째 한 가문이 지배하는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트남에 있는 신한비나은행 전경.

신한사태, 금융권 빅뱅 신호탄 될까

여의도 금융가는 폭풍전야다. 올 연말과 내년 초 주요 은행 수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고돼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오는 12월20일 임기가 끝나고, 내년 3월에는 산업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은행장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신한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미지수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전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KB국민지주,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한 인수 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하다.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우리금융지주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연말 국내 은행가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꼬리를 문다. 신한금융 사태는 은행산업의 현주소다. 

국내 은행산업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경쟁 상대를 곁눈질하고 있다. 정부 역할론도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보다폰, 브리티시텔레콤(BT), 스탠다드차타드를 비롯한 영국 기업들은 대처 개혁의 적자들이다. 

“대처 총리 집권 후 탈 규제 바람이 영국에서 불기 시작합니다. 당시 국영 기업이던 브리티시 텔레콤(BT)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김흥진 BT코리아 사장은 영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봇물을 이룬 계기를 대처 개혁에서 찾는다. BT의 변화를 주도한 주인공이 바로 네덜란드 출신의 ‘벤 버바이엔’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코노믹리뷰 박영환 기자 yung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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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수 사장이 오늘 구속되고 말았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8일에 <이코노믹리뷰>에 실렸던 제 기삽니다.


CEO focus |IT 간판스타, 결국 무너지나

기사입력 2008-10-08 05:54


● 위기에 빠진 남중수 사장…딜레마에 빠진

◇행동은 때에 맞춰야 하며 인생의 지혜는 시기를 잘 저울질하는 것이다.

‘ 일모도원(日暮途遠)’.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한데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뜻하는 ‘사자성어’이다. 중국 한나라의 역사서인 <사기>에 등장하는 문구로, 세월이 부모의 원수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예의와 격식에 얽매여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오자서의 말이 원전이다.

가죽푸대에 담겨 허망하게 삶을 마친 춘추 시대의 ‘오자서’에서, 가깝게는 에너지 기업 앤론(Enron)의 제프리 스킬링까지, 비운의 주인공들은 한때의 눈부신 성공에 도취해 무리수를 두다 몰락하며 역사에 ‘반면교사’의 사례로 남게 된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신경제’가 파열음을 내던 지난 2000년, 남중수 KT 사장(당시 IMT 사업본부장)은 부친의 영안실에 있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열 살 난 어린 아들에게 ‘염’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했다.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있는 만큼 살얼음판을 걷듯 매사에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후일담이다.

대학졸업 후 장관 비서관을 지내다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던 그도, 지난 1997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권이 바뀌자 눈물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이른바 KS(경기고-서울대 인맥)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으며, 서울이 고향인 그는 수년간 비주류로 머물렀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은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학에 조예가 깊은 그의 좌우명은 도덕경의 ‘여선인’이다. 직위고하에 관계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다른 이를 대하라는 내용이다. 듀크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딴 미국 유학파이지만, 남 사장 리더십은 경전이나 사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듯 보인다’는 노자의 말처럼, 조용하면서도 거침이 없는 행보를 보여온 그는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최근 직면해 있다.

발 단은 조영주 KTF 전 사장의 납품 비리. 그는 이동통신 중계기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리베이트조로 수 십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곤 했지만, 이번에는 사태가 일파만파다. 납품 비리의 불똥은 남중수 사장에게 튀었다.

회사 측은 연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칼끝은 점점 심장부로 파고드는 형국이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남 사장이 조영주 사장에게 차명 계좌를 건네주면서 먼저 입금을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남 사장의 거취는 물론 산적한 현안들을 안고 있는 이 공룡기업의 진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최근 탈한국 행보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이 회사의 글로벌시장 전략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남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실적 부진 등 위기의 징후들이 뚜렷했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선전화 시장 무너지는데…

3 세대 이동통신 ‘쇼’가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정작 서비스를 선보인 핵심 계열사(KTF)의 2분기 성적표는 참담했다. 사상 처음으로 영업 수지가 적자로 반전했는데, 정작 회사 측의 해명은 본질을 비껴갔다는 평가다.

대규모 적자는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3분기에는 다시 영업 이익을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공룡기업이 경영 환경의 가파른 변화에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유선전화 시장의 매출 감소는 그룹을 뒤흔드는 위기의 뿌리이다. 매년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이 분야에서 줄어들고 있으며, 유선 전화 트래픽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 회사의 ‘캐쉬카우(Cash Cow)’ 역할을 해온 유선전화 시장은 경쟁 업체들의 파상공세로 시장 점유율은 물론 수익성 또한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 대처는 언발에 오줌누기식이다. 메시지 전송을 비롯한 부가서비스 기능이 강점인 ‘안폰’의 보급을 늘려 유선전화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는다는 복안이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인 터넷전화와 유선전화라는 상품 간 경계(Segmentation)가 뚜렷하지 않은 점이 발목을 잡아왔다. 고객을 구분짓기가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SK텔레콤, LG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사업자들은 물론 지역 소비자들에 밀착된 케이블 업체들이 저가의 결합상품을 앞세워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변수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장정주 서울대 교수는 라는 논문에서 “KT유선 전화 사업의 핵심적 과제는 적절한 퇴로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유선전화보다는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한 역량확보에 주력해 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수종 사업 발굴이 지지부진한 것도 고민거리이다. 회사 측이 ‘IP텔레비전’ 실시간 방송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 모델이 유선전화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캐쉬카우’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방송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또 다른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고객층이 상당부분 겹치는 스카이라이프와의 관계 정립도 시급하다.

‘ 행동은 때에 맞아야 하며, 인생의 지혜란 진퇴의 시기를 잘 저울질하는 것이다.’ 남중수 사장의 좌우명인 도덕경 ‘동선시’의 뜻풀이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항상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통신업체 최고경영자의 숙명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대목이다. 후폭풍이 거센 현상황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현재의 수익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기본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의 수익창출을 위해 와이브로, 텔레매틱스, IP미디어, 홈네트워크 등 신성장엔진에 집중투자해나갈 것이다.” “남중수 사장이 지난 2006년 한 인터뷰에서 밝힌 KT그룹 전략의 골간이다.

하지만 부임 이후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룹의 숨통을 터줄 절묘한 ‘기책’보다는 소모적인 ‘참호전’에 주력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았다. 남 사장이 뛰어난 전략가라기보다 치밀한 관리자에 가깝다는 분석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리형’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남 사장의 경영 방식은 물론, 수사결과를 떠나 위기 관리에서 한계를 노출한 그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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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프린터를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했나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10 18:48 | 최종수정 2007-07-10 19:00



사자성어로 분석한 삼성 신성장동력 프린터 사업

2005년 삼성이 新성장동력으로 발표한 프린터 사업
글로벌 기업 삼성은 왜 하필 프린터를 선택한 것일까
기업마다 21세기 신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지금
사자성어로 삼성의 프린터 사업 전략을 분석해 봤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병가의 영원한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전략의 요체이다. 아버지의 복수에 눈이 멀었던 오자서를 도와 적국을 평정했던 이 제나라 출신의 전략가는, 전투란 이미 판가름이 난 승부를 확인하는 장에 불과하다고까지 단언했다. 신기묘산의 기책을 배격하고 피아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중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흔히 전장에 비유된다. 손자병법의 정신을 오늘날 가장 충실하게 되살리고 있는 기업은 어딜까. 반도체 분야의 부진으로 부심 중인 삼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기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까지 흘러나온 내용에 비춰볼 때 사업 부문의 강점을 활용해 인접 분야로 전선을 조금씩 넓혀 가는 접근방식이 특징이다. 신수종 사업의 윤곽은 아직 또렷하지 않지만, 프린터 사업 부문은 그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삼성이 성장사업으로 육성중인 프린터 시장 공략 방식의 몇가지 특징을 분석해 보았다.








◇ 轉禍爲福(전화위복)

루 거스너 IBM 전 회장은 지난 90년대 이 회사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한 당사자이다. 그는 당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솔루션을 판매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룹의 핵심경쟁력을 재규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지난한 대장정의 신호탄이었다. 후임자인 팔미사노 회장은 무엇보다 최고급 PC의 대명사격이던 자사의 개인용 컴퓨터 부문을 중국의 레노버에 매각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국내에서도 개인용 컴퓨터 산업은 적정 이윤 확보가 어려운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하다. 삼보컴퓨터가 경영난 끝에 법정관리를 신청, 매각 절차를 밟고 있으며 군소업체들도 대부분 파산했다.

불과 1∼2%의 영업 마진을 내기도 딱히 쉽지 않은 구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판매 후 서비스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이 위기를 부채질 한다. 기껏 물건을 팔고 나도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는 자원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마케팅 비용 등을 빼고 나면 주머니에 남는 돈이 없다.

삼성의 경우도 LG전자에 밀리고 있는 백색가전과 더불어, 브랜드파워가 먹혀들지 않는 몇 안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IBM이 지난 2005년 이 분야를 중국 업체에 매각한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프린터 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확보했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 규모는 1200억달러(IDC).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04년부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영업인력, 판매 후 서비스망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행을 타는 분야보다는 자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분야를 겨냥한 것이다.

◇ 一針見血(일침견혈)

하고 많은 하드웨어 가운데 왜 프린터일까. 적정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여지가 비교적 높은 효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컴퓨터 하드웨어와는 달리 프린터는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제품이다. 토너와 잉크, 종이를 비롯한 각종 소모품을 주기적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정수기를 공짜로 설치해 주고, 매달 일정한 사용료도 받고 물도 공급하는 정수기 업체들의 마케팅에 비유할 수 있다. 팩스, 복사기, 프린터, 스캐너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이 분야 단일 시장 규모가 커지며 규모의 경제를 꾀할 수 있는 점도 매혹적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폭발력이 크다.

연간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 공급부터 판매 후 서비스, 그리고 소모품 공급까지, 사무기기 유지·보수를 외부 업체에 통째로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단품 시장이 가고, 솔루션이 부상하는 추세를 간파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보다 더욱 큰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삼보컴퓨터를 비롯해 프린터 시장에 주목한 토종 업체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개인용 컴퓨터 부문의 유지·보수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문자상표생산(OEM)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다 본업격인 컴퓨터 사업이 좌초하면서 이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래에는 사업을 포기하는 단계를 거쳤다. 원천 기술의 부재 탓이다. 삼성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 口蜜腹劍 (구밀복검)

‘마이젯’ 지난 2004년, 삼성이 첫 발표한 잉크젯 프린터이다. 영화배우 전지현이 현란한 춤사위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국내 시장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발판으로 요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프린터 시장 진출의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렉스마크의 잉크젯 프린트 제품을 국내에 주문자 상표 방식으로 들여와 공급했던 것. 삼성전자가 기술 확보 차원에서 구사해온 방식이 바로 강자와의 전략적 제휴다. 삼성은 당시 잉크젯 프린터 관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훗날 독자적인 프린터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적인 기반을 확보한 셈. 이후 휼렛패커드 쪽으로 제휴선을 돌리자 렉스마크 본사의 고위 경영진들은 기술유출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상당한 배신감을 토로했다는 후문.

지금은 40ppm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레이저 프린터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평판 레이저 복합기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등극했다. 단기간에 말 그대로 괄목상대(刮目相對)의 발전을 한 셈이다. 앤디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이 한사코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술을 삼성 측에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뛰어난 학습 능력을 내심 두려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초단기간에 프린터 분야의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위협하는 강자로 부상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 三顧草廬(삼고초려)

“40ppm급 레이저 프린터를 만들겠다는 수년 전 삼성의 발표에 사실 코웃음을 쳤습니다. 기술의 삼성이라고 하지만 레이저 프린터 솔루션 시장을 너무 만만히 보는 게 아닌가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글로벌 프린터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의 말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분당 40장 이상의 종이를 출력할 수 있는 컬러 레이저 프린터 개발에 성공했다. 초소형인 CLP300모델도 선보였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야심작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평판형 레이저 복합기 분야에서는 이미 지난해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단기간에 복합기 제조 기술 격차를 큰 폭으로 좁힐 수 있는 데는 인재 영입이 한몫을 했다는 평이다. “최근에 삼성SDS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연봉을 더 많이 준다고 하면 흔들리는 건 인지상정이지요.” 또 다른 글로벌 하드웨어 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의 전언이다.

그는 요즘 이 분야에서 근무하는 인력들 치고 삼성의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안을 받지 않은 이들이 드문 편이라고 귀띔한다. 삼성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우수인력들을 거의 싹쓸이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삼성의 심상치 않은 행보를 주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최근 기술 인력들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는 업체가 바로 삼성SDS의 비즈니스 솔루션 분야라는 것. 프린터 사업의 주체인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SDS가 스카우트에 나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 孤掌難鳴(고장난명)

삼성SDS에 근무하는 한 고위 임원이 최근 한국 렉스마크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이 회사의 프린트 관련 솔루션을 공유하고 싶다는 의사를 담당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제안이 삼성전자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누차례에 걸쳐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학습효과 탓이었을까.

글로벌 본사 경영자들이 난색을 표시해 그의 제안은 수용되지 않았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삼성 측 인사가 굳이 껄끄러운 관계인 이 회사를 찾아가 협력을 요청한 배경은 물론 기술력의 열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드웨어에 관한 한 기술격차를 상당히 좁혔지만 여전히 솔루션 기술은 열세다.

잉크를 배합해 최적의 색을 내는 기술, 그리고 프린터의 속도 등이 제품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장비를 정교하게 조율하고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복사를 할지, 이메일로 전송을 할지 등을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에러 발생이 적어야 하고, 작동이 쉽고 간편해야 한다. 또 네트워크에 연결된 프린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고객을 잡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 분야에 관한 한 글로벌 무대의 시장강자들에 비해 한수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S는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을 신설해 이 분야 개발의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별로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협업 체제를 구축하며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얘기다.

◇ 深謀遠慮(심모원려)

한국렉스마크의 정영학 사장. 작년 11월 부임한 그는 네트워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부문의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친 전문가이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든 학자형 인사라기보다 팔방미인형 경영자인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정 사장과 같은 유형의 인사들을 CEO에 선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박스기사)

하드웨어 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은 경영자들로서는 컨버전스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시장 환경을 헤쳐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프린터 업체에서만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는 여러 방면의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프린터 솔루션이 장기적으로 기업 내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에 연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활동을 구성하는 가치 사슬이 더욱 넓어지고 복잡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그리고 유지보수까지, 기업 활동의 맥을 한눈에 꿸 수 있어야 유리하다.

컨설팅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 업무 진단을 거쳐 은행, 보험, 자동차를 비롯해 분야별 특성에 따라 맞춤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컨설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분야의 협업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삼성SDS의 경우 시스템 통합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SDS의 자회사인 오픈타이드는 컨설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계 섞인 시선으로 이 회사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배경이다. 기업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드웨어는 레드오션의 대명사로 치부됐지만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컨설팅, 소프트웨어 부문 등과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삼성이 최근 성장 동력으로 발표한 바이오 컴퓨터 또한 새삼 주목을 끄는 배경이기도 하다.



해외 컨설턴트가 본 삼성 성장방식



“삼성은 움츠리면서 성장하는 기업”



베인앤컴퍼니의 크리스 주크 파트너. 그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이를 좌우하는 변수에 천착해온 컨설턴트이다. 그가 바라보기에 삼성의 성장방식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움츠리면서 뛰는 타입(shirinking to grow)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보수적인 기업운영 방식을 지적한 말이다.

구조적인 성장(organic growth)은 요즘 기업들의 화두다. 한눈 팔다 자신의 분야에서마저 뒤통수를 맞는 기업들이 늘다보니 경영자들은 집안 단속과 더불어 이른바 될 성 부른 신성장동력 발굴에 골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본업과는 무관한 분야에 진출한 기업치고 성공한 기업이 드물다는 것이 크리스 주크의 분석이다.

그는 자사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분야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며 외연을 넓혀 나가는 것이 신성장동력 발굴의 노하우라고 단언한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군살을 대거 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성장론에 천착해온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파트너가 분석한 국내 최고 기업의 성장 방식이 흥미롭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신성장동력도 이러한 분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화려한 맛은 떨어지지만 특유의 신중한 접근방식을 가늠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렉스마크 정영학 사장



“프린터는 정교한 컴퓨터… 반도체와 견줄만 한 블루오션”



정영학 한국렉스마크 사장은 작년 말 부임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두루 거쳤다. 이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휼렛패커드와 프린터 부문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렉스마크의 한국 내 자회사로, 지난 90년대 빅블루 IBM에서 분사돼 떨어져 나왔다.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달성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1만4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달 27일 삼성동 섬유회관에 위치한 이 회사에서 정 사장을 만나 국내외 프린터 산업의 변화상과 더불어 이 분야가 요즘 신성장동력으로 조명받고 있는 배경 등을 물어보았다.

프린터 산업의 빅뱅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를 앞서는 유망분야라고 말한다.
컨버전스 추세는 이 분야라고 해서 비껴가지는 않는다. 팩스·프린터·복사기, 그리고 스캐너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여러 기능을 장착한 프린터가 기업의 네트워크에 물리고 또 솔루션화되면서 그 잠재력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그는 자사가 프린터가 아닌 프린터 솔루션 회사임을 여러차레 강조했다.).

솔직히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프린터가 어떤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인가.

복합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교한 컴퓨터로 변모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은행의 사례를 들어보자. 은행 창구 직원들은 고객의 통장개설을 위해 몇 가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고객의 신분증을 복사하고, 신청서류 등을 모아 상사에게 가져가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복합기로 이러한 과정을 미리 프로그래밍해 놓으면 번거로운 절차를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서류를 복사하면 바로 자신의 하드디스크는 물론 상사의 컴퓨터에도 문서가 전송되기 때문이다. 200기가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복합기도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다.

프린터라기보다는 고성능 컴퓨터를 떠올리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바로 이메일도 보낼 수 있다고 들었다.
주요 문서를 복사해 우편이나 퀵으로 상대방에게 이를 보내는 회사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즘 복합기들은 문서 복사와 동시에 정보를 읽어 들여 미리 지정한 상대방의 이메일로 이를 전송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업무 효율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휼렛패커드에서는 IT의 시대가 저물고, BT가 도래함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게 바로 BT인가.
대기 중의 산소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호흡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관리자는 회사 전체에 몇 대의 복합기가 운용되고 있으며, 이들 복합기에 토너나 종이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을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이 몇 시에 어떤 용도로 기기를 사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복사한 서류는 복합기에 장착돼 있는 하드디스크에 자동저장하고, 관련자들의 컴퓨터로 전송할 수도 있다. 회사 전체의 업무 프로세스와 밀접하게 연동될 경우 업무 효율성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고객사 가운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낸 기업이 있는가.
미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컨설팅을 거쳐 이러한 첨단 사무화기기 네트워크를 정교하게 구축했다. 현재 700만달러 이상을 연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항공기 제작 업체인 보잉사도 자주 인용되는 성공 사례이다. 모두 고객사이다.

삼성이 프린터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글로벌 업체들은 모두 삼성의 움직임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개인 고객 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우리의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협적이지만 아직 맞상대는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솔루션 부문에서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기기의 성능도 우수해야 하지만 여러 기능을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컨설팅 역량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괄목상대의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솔루션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솔루션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경쟁기업들에 비해 컨설팅과 하드웨어의 접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한국시장에는 분야별로 경험이 많은 제휴 상대방이 적지 않다. 이들과 협력해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비트 컴퓨터와 이미 MOU를 맺었다. 제약, 병원 등 의료부문 공략의 고삐를 높여 나가기 위해서이다. 하반기에 공공영역은 물론 은행, 보험 부문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다.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 (웃음) 시스템 통합 업체들과도 꾸준히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력이 이채롭다. 하드웨어와 네트워트 업체 등을 두루 거쳤다. 휼렛패커드에서는 마케팅도 담당했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영자의 요건이라고 봐도 되는가.
프린터 분야에만 집중된 경영자는 버티기 힘들다. 여러 분야를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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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볼보 코리아, ‘007영화’같은 첨단 굴착기 개발기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05 01:36


어! 블랙박스에 항법장치까지…


광활한 중국 대륙을 종횡하는 도난 상품을 위성으로 추격하고, 되찾은 제품의 ‘블랙박스’에 간단한 장비를 장착해 과거 고장 기록을 살펴보는 사람들. 007영화에 등장하는 첩보 기관의 종사자들이 아니다. 굴착기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일상을 재구성해본 것이다.

굴착기라는 단어에서 첨단과학을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보다 더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현대 과학의 총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지난 22일 창원에 위치한 볼보그룹코리아 공장, 첨단 기술센터를 방문해 이른바 엑스커노베이션(excavator + innovation)의 세계를 들여 보았다. 〈편집자주〉


볼보그룹코리아 창원 첨단기술개발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종민 상무. 그는 지난 2004년 일본 방문 때 겪은, 당시로서는 황당하기만 했던 에피소드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윗선의 특명을 받고 일본에 건너간 강 박사는 경쟁 업체인 히타치의 굴착기 제품을 현지에서 임차했다.

기술력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는 일본 업체의 동향과 더불어 당시로서 명성이 높던 일본 제품의 구조를 파악해보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굴착기를 점검하며 삼매경에 빠져 있던 그가, 불청객의 방문을 받은 것은 불과 수시간이 지나서였다. 히타치사 직원들이 강 상무를 찾아왔던 것.

“정말 말 그대로 화들짝 놀랐습니다. 허허∼” 쉬쉬하며 경쟁사 제품을 면밀히 살펴보는 마당에 보안 유지가 허술했으니 말이다.

당시 히타치 직원들이 이 곳을 전격 방문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정교한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장치 덕분이었다는 게 강 상무의 설명이다.

굴착기가 발하는 이상신호를 포착하고 즉각 출동했던 것.

그로부터 3년 후, 굴착기에 GPS를 장착하는 업체는 비단 히타치만은 아니다. 국내 생산 물량의 80% 가량을 해외로 수출하는 볼보그룹코리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은 GPS가 필수적이라고. 건설 현장에 주로 투입되는,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굴착기를 훔쳐 인생 역전을 노리는 범죄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굴착기 관리는 물론 소유주의 책임이다. 하지만 도난 때 신속 대응을 하는 것이 치열한 굴착기 판매전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라는 것.

제품의 판매에서 사후 서비스, 그리고 도난 대응까지,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기는 이 분야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GPS는 도난제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비행기에나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진 ‘블랙박스’를 탑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블랙박스에 간단한 장비를 꼽으면 과거의 고장 기록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의사가 과거병력을 살펴보고 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볼보 본사의 서버 컴퓨터에 무선 통신 장비를 통해 저장된다.

전날 고장을 발견하고 수리를 맡기면 바로 다음날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볼보그룹코리아 김희장 팀장의 설명이다. 물론 경쟁사들도 블랙박스를 장착하고 있다.

“굴착기는 크고 튼튼하기만 한 제품으로 알려졌지만, 자동차보다 더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현대과학의 총아입니다.”강 상무의 설명이다. 에릭 닐슨 사장은 기자에게 한술 더 떠 “굴착기는 (범용 제품 가운데) 우주선 다음의 첨단 제품”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제품 개발 공정 또한 최첨단이다. 볼보그룹코리아가 지난해 10월 200억원 가량을 들여 건립한 창원의 첨단기술개발센터(VPD:Virtual Product Develop

ment)를 지난 22일 오후 둘러보았다.

필드테스트, 시뮬레이션으로‘바꿔’

북어 한마리가 출입구 꼭대기에 걸려 있는 것이 이채롭다. 작년에 스웨덴 본사 경영진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이곳에서 고사를 지낼 때 사용한 소품인데, 여전히 현장에서 방문객들을 굽어본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한복을 한껏 차려입고, 정성스레 절을 올리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도 눈길을 끈다.

이 건물 2층에 위치한 시뮬레이션실. 대형 프로젝터에 비친 모니터 위에는 가상 굴착기 한 대가 부지런히 작업을 하고 있다. 가상 굴착기의 부위별로 색깔이 각각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주로 붉은색과 파랑색이다. 기준치 이상의 압력을 받는 굴착기 부위는 붉은색으로 반전된다고 한다.

실험 결과는 즉각 설계에 다시 반영한다. “굴착기를 사용해 구덩이를 파거나, 건물을 허물어뜨리는 작업을 하지 않고도, 컴퓨터 모니터상의 작업만으로 각 부위에 미치는 부하를 비롯한 파급 효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강종민 상무의 설명이다.

과거와 달리 필드에서 일일이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니 설계에 소요되는 시간,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혹한기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연구실도 눈길을 끌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굴착기의 내구성이나, 엔진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상황별로 테스트할 수 있다.

영하 30도로 맞춰 놓은 실험실 안에 들어가 보니 운전석 진동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가상공간에서의 실험이 모든 필드 테스트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 테스트 요원들을 세계 각지로 보내 파견국의 독특한 작업 환경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데이터는 센터실험에서 얻어낸 정보와 더불어 제품 개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된다.

인도, 터키, 중국, 이탈리아를 비롯한 4개 나라에 이 회사 직원들이 파견돼 있다. 볼보의 경우, 트럭이나 버스 부문의 기술개발 성과도 꾸준히 굴착기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미래형 굴착기 첫째 키워드는 환경

차세대 굴착기 개발의 첫째 키워드는 환경이다. 볼보그룹코리아도 연비가 뛰어나고, 전기와 휘발류를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비견되는 하이브리드형 트럭과 버스를 2009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굴착기 부문도 이 엔진을 장착할지 여부는 시장 규모 등을 감안해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회사관계자는 설명했다. 글로벌 굴착기 업체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캐터필러(Caterpillar)는 대체 연료만으로 작동이 가능한 첨단 터빈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이 회사는 디젤 엔진의 연비를 더욱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필터시스템을 앞세워 시장 우위를 굳혀나간다는 포석이다. 센터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미래형 굴착기의 키워드는 첨단과 환경, 안전 등으로 요약된다.

산불, 방사능 유출 현장을 비롯한 위험한 사건·사고 지역, 혹은 도심 개발 현장 등에 투입할 수 있는 무인 굴착기도 연구 개발 단계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빠른 속도로 인텔리전트 기능을 접목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기술적 성취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반영될 전망이다.

강종민 상무는 “미래형 굴착기는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형 친환경 엔진을 장착하고, 실시간으로 교신할 수 있는 정교한 무선 시스템과 더불어 이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한,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처럼 바뀌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볼보, 그리고 도요타

“창원 공장 높은 생산성
도요타 간반 방식이 주효”

지난 98년 볼보그룹은 삼성중공업의 굴착기 부문을 사들였다. 일본, 한국 업체들을 돌아보며 생산성, 장래성, 매입가 등을 저울질해 본 뒤 최종 낙점했다고 한다. 당시 볼보가 삼성중공업 굴착기 부문을 사들인 배경은 무엇일까. 창원 현지의 공장 관계자들은 뛰어난 생산성을 꼽는다.

창원 공장은 하루에 굴착기 60대를 생산할 수 있다. 하루에 열 시간을 작업하니 시간당 여섯 대꼴, 10분에 한 대꼴로 거대한 굴착기를 만들어내는 것. 볼보그룹코리아는 생산 물량의 80% 정도를 해외에 수출하는 효자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창원 공장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간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 혁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간반 시스템 도입에는 과거 삼성중공업 시절, 한 일본인 기술자의 공이 매우 컸다고 조수형 볼보그룹코리아 한국생산담당 전무는 설명했다.

주인공은 고 모리야 쇼지 컨설턴트.

도요타의 오노 다이치 부사장 밑에서 간반 시스템을 익힌 그는, 지난 89~98년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을 과거 삼성중공업 굴착기 부문에 전수한 당사자이다.

자신의 유해를 창원 앞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강한 애정을 보였다는 게 조 전무의 전언이다.

스웨덴 기업이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데는 따지고 보면 장인 정신에 투철했던 한 일본인 기술자의 공헌이 크게 기여한 셈이다.


글로벌기업은 물류 전쟁 중

오지라도 48시간 내 부품배달…
물류혁신에 기업 경쟁력 달렸다

건설 현장에서는 공기가 돈이다. 완공이 하루 이틀 늦춰질수록 인건비는 눈덩이처럼 치솟는다.

고장 없이 튼튼한 건설 장비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험한 공사현장에서 건물을 허물고, 추위로 얼어붙은 땅바닥을 파다보면 불가피하게 고장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고 장난 장비를 신속하게 수리해 되돌려주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노후화된 부품을 제때에 갈아주는 일도 이에 못지 않다. 캐터필러, 고마쓰, 볼보를 비롯한 글로벌 굴착기 업체들이 최첨단 물류 센터 구축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볼보의 경우 한국 생산 물량의 80%이상을 세계 각지로 수출한다. 오지라도 48시간 안에 부품을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참여 정부가 집권 초 물류 허브구축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기업들을 독려할 때 가장 먼저 인천국제공항에 물류 창고를 구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현지 대리점 망 구축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무대의 최강자인 캐터필러는 미국, 유럽에 구축하고 있는 거미줄 같은 대리점 망이 경쟁기업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이 덕분에 미국 전역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일부 해외수출 모델에 외국 기업의 엔진을 장착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고장이 발생할 경우 표준화된 제품이어야 현지에서도 쉽게 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캐터필러가 미국 전역에서 딱 한 곳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볼보에 밀리고 있는데, 이 지역 딜러가 현지 사정을 꿰뚫고 있는 마당발이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술혁신 못지 않게 물류 혁신 또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가늠할 수 있다.

창원=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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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기자가 직접 참가한 GE-맥킨지 리더십 교육현장

[이코노믹리뷰 2006-06-28 08:42](글로벌 기업들의 리더십 교육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저는 작년에 이화여대에서 열린 맥킨지와 GE의 리더십 교육현장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두 회사 모두 명성이 자자한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컸지요. 

첫인상은 뭐 국내 기업들의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을 떠올린다고 할까요. GE의 교육프로그램이 국내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다보니,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익히 보아온 내용들이 주류를 이뤘죠. 참가자들간에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팀별 협동심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습니다.

정작 관심을 끈 것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GE의 FMP들이었습니다.이 회사에서 미래의 제프리 이멜트나 잭웰치로 키우려고 선발하는 우수사원들인데요. 사관생도에 비유해야 할까요. 출발선부터 일반 직원들과는 다른 이들을 뽑아서 그룹을 이끌 동냥으로 육성하겠다는 포석입니다.

이 기사를 내고 난 뒤 맥킨지쪽 담당자에게 강한 항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GE리더십교육현장이라는 제목으로 나갔다는 거였습니다.( 기사 서두에 등장하는 제목은 나중에 수정을 한 겁니다. ) 글로벌 기업들은 자부심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뭐, 좋은 현상이겠죠.



남학생은 과외선생님, 여학생은 학부모
과외비 협상하며 리더십 배운다

“협상에 나서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한 협상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신촌에 위치한 이화여대 교정. 기자가 방문한 포스코관의 한 강의실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GE)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20대 남녀 대학생 여덟 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주고받고 있었다. 각 팀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설전을 벌이면서 교실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험 일정이 겹쳐 한 강좌의 기말고사 시험 일정을 바꾸고자 하는 대학생과, 문제 유출을 염려해 일정 변경을 수용하지 않는 교수, 주요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휴가를 내려는 팀원과 이를 말리는 팀장, 그리고 자료 제출요구를 놓고 사내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두 여직원….

대부분이 쉽게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과제들인 데, 참가자들이 어렵사리 합의를 도출해도 즉석에서 새로운 과제가 다시 부여되기도 한다. 한동안 옥신각신하던 한 참가 그룹의 ‘역할 분담 게임’이 끝나자, 진행자인 맥킨지의 1년차 컨설턴트인 윤정숙씨가 또 다른 과제를 부여한다.

“과외비를 협상해 보세요. 남학생이 과외 선생님을, 그리고 여학생이 학부모를 담당해 보세요.”남학생 참가자인 지상현씨가 한 달 과외비로 50만원을 받고자 원하는 과외 교사를. 그리고 여성 참가자인 김초롱씨가 학부모 역할을 각각 맡았고, 잠시 후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주고, 50만원을 받고 싶습니다.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과외교사 역)”“과외비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면 좋겠어요. 우선 이번 달에는 30만원을 드리고 아이 성적에 따라 급여를 다시 책정해 나가고 싶네요. 받아드리실 수 있죠. (학부모 역)”

학부모 역할을 하고 있는 여학생의 태도가 자연스러워서인지,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보가 터진다. 두 사람의 설전이 오가는 동안 나머지 학생들은 이들의 대화 습관이나, 논리상의 맹점, 그리고 태도를 일일이 모니터 한 뒤 느낀 점을 전해준다.

한 남학생이 “과외비를 성과급으로 책정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았다”고 지적하자, 여학생이 “성과급으로 하지 않으면 대학생들이 열심히 가르치겠냐”고 반문한다. 고등학교 교사인 어머니가 실제로 과외선생들에게 성과급을 관철시켜 효과를 보았다는 게 그녀의 전언.

맥킨지의 윤정숙 컨설턴트는 “협상에 나서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한 협상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며 전문적인 조언을 건네기도.

역할 분담 게임이 끝나자, 참가 학생들은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신문지를 오려 붙여 만든 바퀴로 경주를 하며 이틀 동안 다진 팀워크를 테스트 받는 데, 일등을 한 팀에게는 상당한 경품이 주어진다고.

문제해결 능력+협동심 고취
리더십 사관학교로 불리는 제너럴 일렉트릭과 맥킨지가 공동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 ‘8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80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참가했는데, 대학생들의 입 소문이 퍼지면서 경쟁률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출신 대학이나 지역 등 심사자의 편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은 아예 요구하지 않았다고.‘자신만의 리더십 색깔을 찾아라(Color Your Leadership)’는 주제로 진행된 올해 워크숍은 회사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미리 경험해 보며 적응력을 기르는 한편, 협동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짜여진 것이 특징.

참가자인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차지혜씨는 “요즘은 한 학기 수업 중 절반 이상이 팀 과제물 진행과 발표로 이루어진다. 수업과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성과를 도출하는 활동이 늘어나고 있어 요즘 대학생들에게 리더십은 중요한 관심사”라며 변화된 대학 현실을 설명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 1∼2년차 FMP(Financial Management Program)들이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점. 백주현 GE FMP는 “GE는 금융부문에서 근무할 FMP를 별도로 선발해 운용하고 있다”며 “큰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운용한다”고 말했다.

맥킨지에서는 1∼2년차 자원 봉사자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행사 진행 등을 도왔다. 이번 워크숍을 기획한 GE 코리아 인사부의 홍영대 상무는 “GE와 맥킨지는 양 사가 보유하고 있는 리더십 프로그램과 노하우를 우리 사회, 특히 미래의 리더인 젊은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리더십교육 왜 붐인가




“딱지치기를 해도 리더가 있는데…”리더는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리더가 타고나는 것이라면 리더십 프로그램이 아마도 지금처럼 많지는 않을 것이다. 유명기업이나 코칭스쿨 등이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너럴일렉트릭의 리더십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다.

뉴욕 크로톤에 위치한 크론토빌 연수원은 각국의 유명 기업인들이 다녀가는 필수코스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유명 경영대학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리더십 코스 또한 GE 프로그램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MIT 슬론 스쿨이 지난 2003년 도입한 사흘 일정의 비전 설정(visioning)과 역할 분담 코스, 그리고 리더십 프로그램을 보자. 경영대학원생들은 역할 분담 게임을 하며, 전문적인 코치들로부터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GE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리더십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에서 더욱 커지고 있는 데, 구성원들에게 리더의 자질을 함양하는 일이야말로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경진 GE 전무는 “놀이터에서 딱지치기를 해도 놀이를 리드하는 리더가 반드시 있다”며 “리더는 일상 곳곳에 존재하며, 대부분 노력하면 바뀌고 개발된다.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본성에 맞는 리더십 스타일을 찾고 이를 개발해 나가려는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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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창투-韓 벤처 적이야 동지야

[이코노믹리뷰 2005-07-08 08:57](자프코라는 이름을 처음들은 것은 1년 7개월전입니다.한 일본계 투자사가 돈줄이 말라버린 국내 벤처기업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마케팅 지원은 물론 가치 창출팀까지 파견하면서 자사가 투자한 회사의 수익극대화에 나선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회사의 핵심 정보가 속속들이 일본계 회사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또 훗날 결별하게 될 국내의 현 고객사를 겨누는 비수가 될지 모른다는 가설이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외국반도체 업체의 하이닉스 실사 과정에서 핵심적인 정보들이 유출되면서 수년전 한국정부가 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이 기사탓에 자프코의 한국내 투자를 이끌던 한국인 경영진들이, 기자에게 '무책임한 기사 한줄이 자프코의 한국내 활동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하소연을 해 한동안 곤란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개인적으로 미안하기는 하지만, 최종 판단이야 독자들의 몫이지 않겠습니까.




국 내 벤처 캐피털 업계를 거쳐 지난 2003년 ‘소프트런’에 전격 합류한 김원호 부사장. 활달한 성격의 그는 올해 초만 해도 남모를 고민에 빠져 있었다. 소프트런은 국내 시장 점유율 90%, 공공 부문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보안 패치(Patch) 관리 분야의 일등 기업. 직원들의 컴퓨터에 깔린 운영체제(OS)를 간단한 조작만으로 일괄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이 회사 제품은, 편의성은 물론 비용 면에서도 비교 우위가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의 고민은 협소한 국내 시장규모 탓이 컸다.

지난해 매출이 35억원에 영업이익은 불과 8억원 정도. 시장 수위 업체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특히 수 년 전 윤태식 패스21 사장을 비롯한 벤처 사기꾼들이 물을 흐려놓으며 시들시들해진 보안 시장은, 올 들어서도 경기 침체 속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며 그의 고민을 깊게 했다. 김 부사장이 일본 시장 공략에 눈을 돌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호기롭게 출사표(出師表)를 던지기에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은 녹록치 않았다. 시장 상황이나 유사 제품 정보 모두 턱없이 부족했던 그의 고민을 일거에 해소해 준 업체는 일본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자프코(JAFCO)였다.

전 세계적으로 3000여 개 회사에 3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으며, 중국·이스라엘·인도 등 세계 각국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이 회사의 투자 제의를 받아들이며 그는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다. 자프코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의 한 기업과 제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김 부사장은, 요즘 일본 시장 공략에 여념이 없다.

모바일 게임업체인 ‘이쓰리넷’의 전근열 투자담당 이사. 학원 원장 출신의 벤처CEO로 널리 알려진 이 회사 성영숙 사장과 더불어 기업 설명회 참석차 호주를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지난달 22~23일 이틀 동안 일본의 창업투자사들과 서울에서 투자 협상을 벌였다.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이 주최한 이 투자설명회에는 이쓰리넷을 비롯해 국내 20여 개 업체가, 일본에서는 5개 창투사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일본 현지의 창업투자사들을 국내에 불러 일대일 투자 설명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컨설팅, 아이비에스 증권, 그리고 히카리통신캐피털 등 3개 업체가 이쓰리넷이 제출한 투자 제안서에 관심을 표시해 왔으며, 특히 히카리통신은 지난달 말 메일을 통해 하반기 실적을 지켜본 뒤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방침을 전달해 왔다.

하반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모바일 게임 분야의 특성을 감안한 데 따른 것.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투자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그는, 일본 업체들은 투자에 상당히 보수적이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면 지원을 아끼지 않아 (투자 확정 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벤처 캐피털이 돈 가뭄에 고통을 받고 있는 국내 벤처 업체들에 한 줄기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아시아는 물론 미주 지역에 거미줄처럼 퍼진 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이른바 ‘수호천사’의 역할을 하고 있어 ‘자본의 국적’을 무색케 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사가 일본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자프코. 지난 2000년 한국 시장에 자회사를 설립한 이 회사는 올 들어 모두 5개 기업, 2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장 진출 후 투자한 기업만 모두 22개.

특히 중소기업청과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르면 오는 10월 중으로 500억원 규모의 글로벌스타 3호 펀드를 출범할 예정이어서 이 회사의 국내 시장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손정의씨가 운영하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펀드인 소트프뱅크벤처스와 일본 5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자익(JAIC)도 ‘싹수있는’ 벤처 옥석 가리기 작업에 한창이다.

일본계 벤처캐피털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둥지를 튼 것은 지난 1999년 이후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정부’가 벤처 기업 육성에 나서며 벤처 붐이 조성되자, 새로운 수익원인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것. 이들은 한국 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분야의 기업에 상당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 김유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연구원의 설명이다.

국내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투자기간이 길고, 해외진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본 벤처캐피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단기간에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데 급급한 국내 벤처 캐피털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평가. 올들어 투자 펀드 조성이나 일본계 벤처 캐피털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일 협력, 부작용은 없나

투자 상담에 나선 국내 실무자들은 일본계 벤처캐피털의 지원 업체 선정 기준이 예상보다 훨씬 엄격하다며 고개를 흔든다.

특히 자프코는 한국 자회사에서 투자 결정을 내려도 일본 본사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하지 않으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투자 업체 관리도 엄격하다.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가치창출(VA ; Value Added) 팀은 물론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부서도 따로 있을 정도. 기업의 내재 가치를 키워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표지웅(35) 자프코코리아 부사장은 “투자 대상 기업에 분기는 물론 매달 경영 실적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 벤처캐피털과 국내 업체가 언제나 상생(相生)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3년 말 자프코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던 카메라폰 모듈 생산업체 씨티전자를 보자.

이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한 자프코측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매각해 단기간에 적지 않은 차익을 올렸지만, (씨티전자의) 일본 공략은 기대에 못미쳤다. 자동 초점 기술을 채택한 이 회사의 메가픽셀급 카메라폰 모듈은 일본시장 진출 초기 주목을 끌었지만, 현지 기업들이 곧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이른바 ‘자프코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술이나 시장 동향 유출에 대한 우려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하이닉스반도체 실사 과정에서 핵심 기업 정보가 마이크론 측에 대거 빠져나갔듯, 국내 벤처부문 관련 정보도 일본계 벤처캐피털을 통해 경쟁업체인 일본 업체에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벤처 기업과 일본 벤처캐피털의 지분투자 협력 관계가 완료되면, 양자가 언제든지 잠재적인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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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칼라일, 어학시장 판도까지 바꾸나
[이코노믹리뷰 2006-10-12 08:42] ('칼라일'. 여러분은 이 단어에서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전세계를 무대로 투자활동을 하는 사모펀드죠. 부시가문과 빈 라덴가문의 악연이 얽혀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칼라일이 학원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는 데, 우리나라의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가 이 사모펀드와 깊숙한 관계를 지닌 어학체인이라고 하네요.

국내의 월스트리트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미국의 글로벌 학원 기업을 칼라일이 전격 인수하면서 이 학원 체인에는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톡톡튀는 홍보, 경영진의 물갈이 등은 아마도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칼라일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이 기사에서 한번 가늠해보시죠.

 
 
자회사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 앞세워 공략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의 마케팅 전략>·관행 깨야 산다… 경영진을 엔지니어로 물갈이
·재테크·마술·요가 강좌도 ‘영어’로
·길거리 마케팅 등 중국 성공사례 한국에 적용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국의 한 글로벌 교육기업이 한국 내 자회사를 앞세워 올 들어 국내 프리미엄 어학 시장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어 그 배경과 더불어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2002년 설립된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 코리아.

미국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의 국내 자회사인데, 지난 4월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 워드의 방문에 맞춰 미식축구 유니폼을 입은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한 퍼포먼스를 펼치는가 하면, 다니엘 헤니 등 국내 유명 연예인의 특강을 추진하는 등 튀는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주말이면 대학로나 홍대, 신촌을 비롯한 다중 장소에서 떠들썩한 마케팅을 진행해온 국내 소비재 기업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인데, 주로 지하철역에서 전단을 나눠주거나 신문에 소규모 광고를 내는 등 홍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국내 학원가의 관행을 깨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억여 원에 불과했으나, 공세적 마케팅을 바탕으로 올해 예상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7배 증가한 140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측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있지 못하지만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불과 1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특히 논술, 고시 등 국내 교육 시장에 대한 일부 외국계 펀드의‘입질’이 최근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난 2002년 한미은행 인수로 재미를 본 칼라일이 이 회사를 지렛대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교육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본사(월스트리트)에서 자회사 경영진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매달 뉴스레터를 통해 각국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배노제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 코리아 비즈니스 마케팅 본부장의 설명이다. 칼라일은 작년 3월 미 월스트리트를 인수해 마케팅본부를 확대하는 등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국내에서도 그대로 감지되고 있다.

우선, 한국 자회사의 경영진이 학원 경험이 전무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대폭 물갈이 된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 이 회사 서주석 사장이 대표적 사례.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등을 거쳤지만 학원사업에 뛰어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배노제 비즈니스 마케팅 본부장도 시스템관리 업체인 LG CNS 출신이고, 영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다른 이사들도 외국계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국내 교육 관련 기업들이 지금까지 학원 출신을 선호해온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발탁 인사인 셈이다. 국내 학원가에서 잔뼈가 굵은 전임 사장이 보수적 경영으로 일관하다 YBM 시사와 파고다의 양강 구도를 깰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자, 기존 사고와 관행에 물들지 않은 인력을 수혈한 것.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들이 회사에 몰고 온 변화는 뚜렷하다.

지난 5월 여의도 증권가에서 펼쳐진 영어 강좌 알리기 퍼포먼스를 보자. 이날 이 회사 여의도 센터의 직원들과 강사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증권가를 돌며 직장인들에게 영어로 인사하고 말을 건네는 길거리 마케팅을 했다.

이밖에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고, 대형서점인 반디앤루니스에 학원 강좌 내용을 알리는 홍보 부스를 설치하는 등 시장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연예인 마케팅도 눈에 띈다. 배노제 본부장은 “데니스 오와 다니엘 헤니를 비롯해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연예인을 특강 강사로 초빙하려다 몸값이 맞지 않아 결렬된 적이 있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내년에 다시 한번 유명 연예인들의 특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가, 재테크, 마술 특강 등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는데, 영어가 유창한 연예인들을 이 강좌에 초빙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 회사는 막강한 자금력, 정보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교육 관련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통 큰 행보를 펼치고 있다.

칼라일이 본사를 인수한 후 달라졌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파고다와 시사영어학원 등 국내 교육 시장의 강자들은 지금까지 이러한 움직임을 ‘찻잔 속의 바람’이라며 애써 무시해 왔다.

하지만 변화의 기운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파고다는 올들어 강남 센터에 학원생들이 오직 영어로만 대화하는 카페를 열었는데, 월스트리트의 프로그램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987년 설립된 칼라일그룹은 막강한 정·재계 인맥을 무기로 방산 부문 투자에서 막대한 수익률을 기록해왔으나, 동서냉전 붕괴 이후 방산 투자 일변도의 관행에서 벗어나 벤처투자부문을 만들고 될성 부른 사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교육 기업 인수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칼라일에 인수된 미 월스트리트 본사의 신임 마케팅 본부장이 아시아 지역 체인의 마케팅 담당자들을 싱가포르로 불러 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아시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 설문 결과를 발표하는 등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배노제 본부장은 “반디앤루니스 내 홍보부스 설치도 학원 수강생의 절반 이상을 길거리 부스에서 확보하고 있는 중국의 성공 사례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칼라일 인수 후 마케팅 사례 공유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더욱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지분 투자로 국내에서 무려 7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 전력이 있는 칼라일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한국 교육시장 왜 눈독 들이나

넘치는 돈, 뜨거운 교육열 노린다

LG그룹에서 분가한 LS그룹의 주력 회사 LS전선.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가 보유중인 현금만 무려 1조 5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신규사업 발굴이나 연구개발에 동원할 수 있는 든든한 실탄인 셈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돈은 넘쳐나는데, 투자처를 찾기 못하는 고민을 반영한다.

다른 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외국계 교육관련 기업 관계자는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가 만나자고 연락을 해와 한 번 본 적이 있는 데 학원 실적, 대주주 등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봐 학원사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고 기자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부심하고 있는 기업들은 비단 국내 대기업들 뿐만은 아니다. 해외 펀드들도 유망 투자처 발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초 미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내 사모펀드 붐을 소재로 한 표지기사(Going Private)를 다룬 적이 있지만 이러한 사모펀드 붐도 미국 금리 인상,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의 악화로 점차 시들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의 진단이다.

일부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교육관련 시장에 뜨거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기훈 메가스터디 영어부문 대표 강사는 “조기 유학을 위해 한 해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만 천문학적인 규모”라며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블루오션을 공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외국계 펀드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템플턴 펀드의 신흥시장 투자 담당자가 최근 엘림에듀를 방문한 소식이 전해지며,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5일 한 때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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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리,권석철, 그리고 시큐어

경영일선서 물러난 안철수 vs 권석철

[이코노믹리뷰 2005-04-28 18:00] (하우리는 시큐어 소프트에 인수됐지요. 실적악화로 회사가 기우뚱하며 한동안 내홍을 겪고 난 후였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실적이 매우 좋다고 하는군요. 물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한 덕분이겠죠. 직원들을 내보내고, 해외 지사도 대거 문을 닫았지요.

하우리가잘 되고 있다니까, 기분은 좋은데요. 하지만 한가지 가슴 한편에 뻐근하게 걸리는 대목이 있네요. 바로 권석철 사장입니다.
일 밖에 모르던 그가 왜 참담한 실패를 겪을 수 밖에 없었을까요. 시큐어 소프트에 넘어간 하우리의 선전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권사장은 작은 동아리에나 어울리는 인물이었지,  덩지가 커진 조직을 이끌만한 역량을 지니지 못했다는 게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인사의 주장이었죠. 지난 2005년 당시 하우리에 근무하던 직원과 한시간여 인터뷰를 하고 나서 쓴 이 기사를 통해 그 이유를 가늠해보시죠)


열 정에 넘치는 공학도 스타일의 경영자’ 지난 달 불명예 퇴진한 권석철 전 하우리 사장을 일컫는 회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회사를 방문한 기자들에게 보안기술 추이를 설명하며 열변을 토하곤 하던 그는,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해 비상 회의를 소집하거나 평일 늦은 시간까지 불을 환히 밝히며 업계 동향을 분석하는 ‘일벌레’였다. 대학시절 한때 방송국 개그맨을 지망하던 그는, 업무 추진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탱크 같은 추진력으로 공공기관을 공략하며 안철수연구소의 아성(牙城)을 위협했다. 보안시장의 만년 2위 업체이지만, 적어도 공공부문에서는 안연구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도 특유의 공격 경영에 힘입은 바 크다.

불우한 가정사는 그의 성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일찍부터 홀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한 그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하는 등 검소한 생활습관으로도 화제가 됐다.

맨손으로 창업해 벤처신화를 일궈가던 스타경영자인 그는, 그러나 현재 잠적 중이다. 회삿돈 84억54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자금의 용처를 입증하지 못해 고소조치 되면서 사면초가에 처한 것.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보안업계에서 전문대(인하공전)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의 ‘인간승리 드라마’에 열광하던 사람들은, 벤처 스타의 몰락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달 일선에서 물러나 도미한 안철수 전 안연구소 사장은, 권 전 사장과 뚜렷이 대비되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펜실베이니아 공대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최고의 엘리트 양성 코스를 거쳤다.

또 홀어머니 슬하에서 외롭게 성장한 권석철 전 사장과 달리,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의사, 동생이 한의사인 의사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고치는 직업을 갖게 됐다며 자신의 자서전에서 소회를 털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집안배경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원칙과 소신경영’이다. 친인척을 직원 채용과정에서 철저히 배격하거나, 외부의 인사 청탁을 단호히 물리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 특히 그는 최고 전성기에 경영권을 물려주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미국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는 의사출신의 부인은, 명저를 소개하며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남편에게 감화를 받아 유학길에 올랐으며, 그도 그녀의 뒤를 따른 것.

정실인사 VS 친인척배제
양사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까닭은, 최고경영자의 경영스타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안철수 전 사장과 권석철 전 사장은 지난 2002년 이후, 뚜렷이 엇갈리는 행보를 보여 왔다. 안 전 사장이 한시큐어 등 자회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유료화 확대 등 내실 다지기에 적극 나선 반면, 권 전 사장은 싱가포르 일본 중국 미국 등 무려 7곳에 달하는 해외 법인을 설립하면서 몸집을 키운 것. 권 사장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안연구소가 백신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이 이미 성숙기를 맞고 있어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사의 난맥상도 문제였다. 미국 현지 법인장으로 그의 형을 임명한 것은 수긍이 가는 면이 있었다. 미국 현지의 한 대형 반도체 회사의 매니저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친형 권석원 씨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를 이끌어내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자신의 부인을 선임한 것은 돌이키기 어려운 악수(惡手)였다. 회사 통장에서 84억원 이상의 돈이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권 전사장의 부인은, 이를 공론화하지 않으며 회사의 몰락을 방조했다. 안철수 전 사장이 자신의 친인척이나 외부 청탁 인사를 채용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회사의 존립기반을 뒤흔든 결정적인 자충수는,‘한컴리눅스’와의 제휴였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02년 예멘을 비롯한 중동시장을 공동 공략하기로 하고 이 회사에 수십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으나, 밑 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사장이, 주식시장의 슈퍼개미로 유명한 경대현 씨 등 사채업자들과 기묘한 ‘동거관계’를 시작하며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치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된 것도, 발단은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해외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사채업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상황을 맞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권씨가 어떻게 경대현씨를 알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두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사채업자들이 그를 소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 전 사장이 국내에서도 본업과는 무관한 ‘코웰시스넷’에 투자를 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선 것도 그를 부추긴 사채업자의 ‘농간’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우리 직원들도 작년 하반기부터 이미 60억원 이상의 회삿돈이 증발했다는 사내 루머가 돌면서, 강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권 사장이 작년 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한다며 극장(드림플러스) 인수를 공표하자“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우리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2003년 인터넷 대란 사태의 원인을 가장 먼저 규명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99년에는 CIH바이러스에 발빠른 대응을 하면서 주가를 높인 그가, ‘무리수’를 거듭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권 사장은 안철수 씨를 극복해 인간승리 드라마를 완성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 사장은 직원 70~80명 규모의 벤처기업을 이끌어 가는 데는 적합한 인물이었지만, 100명 이상의 조직 운영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었다”면서 “그의 역량이 거기까지였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박근우 안철수연구소 팀장은 “권 사장은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은 국내 백신 업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하우리 소액주주모임 이근수 씨

“M&A과정서 캐스팅보트 행사”

- 권 전 사장의 근황을 파악하고 있는가.
언론에서는 그가 잠적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회사 임원들이나 사채업자들과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사채업자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 세간의 평가가 엇갈린다. 그를 어떻게 평가하나.
코스닥에서 한탕을 노리는 업체들이 많아지다 보니, 회계 기준을 강화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퇴출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권 사장에게 억울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편법을 동원해야 할 때가 있다. 주주모임에서 그를 고발할 생각은 없다.

- 코스닥 등록이 폐지됐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우리 노동조합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 잉카인터넷, KTC텔레콤 등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회사들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고 싶다. 사채업자들도 상생(相生)의 길을 찾을것이라고 낙관한다.

- 인수전이 뜨거워지는데 지지하는 곳이 있는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원한다. 아직까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총의를 모아 나갈 것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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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리조트, 포터이론으로 분석해보니

Topic |국내 진출한 힐튼 글로벌리조트 돌아보니

[이코노믹리뷰 2007-02-15 23:00] (힐튼 리조트의 초청으로 지난주 남해에 위치한 이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서울에서 여수공항까지 딱 45분 정도가 걸리더군요. 이곳에서 다시 한시간 정도를 달리니 힐튼 리조트의 정경이 나타났는데요. 첫인상은 겨울철이고, 나무가 모두 헐벗어서인지 좀 을씨년스럽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월요일이어서 내방객도 많지 않구요. 하지만 메인 식당과 숙소, 그리고 글프장 등을 돌아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싹 바뀌고 말았죠. 뭐라고 할까요. 리조트 전체가 바다위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잠을 청하든, 식사를 하든, 아니면 골프를 치든 바다가 항상 주위에 있었죠.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기사를 쓸때는 한 가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칫하다간 힐튼쪽의 입장만을 대변해줄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그래서 마이클 포터의 다이아몬드 이론을 적용해 이 리조트의 경쟁력을 분석해보았습니다만,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과유불급인가요? 마이클포터가 한국땅에서 너무 고생을 하나요. 아 참 그리고, 기사에 등장하는 재즈가수 린 힐튼은 힐튼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리조트의 메인 식당에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릅니다. :)


리조트와 마이클 포터 만나니
남해가 몰디브로 바뀌었네

‘투명한 쪽빛 바다.’ 탄성이 절로 난다. 상큼한 공기, 스쳐 가는 바람에 수면위에서 수천 수만개의 빛의 조각들이 명멸을 한다. 바다를 따라 흐르듯 이어져 있는 도로변의 벚나무, 올망졸망 늘어서 있는 작은 민가들. 지난 5일 차창 밖으로 바라본 경상남도 남해의 첫인상이다.

봄이 성큼 다가온 주변의 풍광은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자랑거리는 비단 볼거리가 다는 아니다. 이 곳에서 잡히는 횟감은 육질이 좋기로도 유명하단다. 이날 가이드 역할을 자청한 택시 기사의 자랑이 대단하다. “씹히는 맛이 그만입니더. 타지 사람들은 한번 혀끝에 배인 그 맛을 영 잊지 못합니더.”

현대하이스코 공장, 광양 등을 지나 남해대교를 건너자, 이순신 장군의 전몰 유적지를 알리는 팻말이 시선을 끈다. 나지막한 산, 바다, 그리고 역사적인 유적도 이곳에는 풍부하다.

하지만 낮에는 화려하던 남해는 밤만 되면 또 다른 ‘속살’을 드러낸다. 밤 10시, 여느 도시 같으면 불야성을 이뤘을 시간이지만 시내 전체는 벌써 어둠 속에 깊숙이 잠겨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거제도와 생활수준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조선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거제도는 요즘 분위기가 썩 좋고, 땅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남해는…”기자를 남해 시내로 안내하던 택시 운전기사는 말끝을 흐린다.

“김두관 군수, 참 열심히 일했는데, 타지에 가서 고생만 하고 있지 뭐…” 이 섬 출신의 인사를 맥없이 화제에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 자원 말고는 딱히 자랑할 거리가 없는 것이 이곳의 딜레마다.

낮과 밤은 이러한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군민수도 불과 5만여 명. 남해군이 오죽하면 군민 1% 늘리기 운동에 나섰을까.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훌쩍 떠나버린 남해 군민들의 평균 연령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지역 출신 군수들이 나서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런데 작년말부터 이 소도시에 조그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다시 늘어나고 있다. 또 이들을 겨냥한 생맥주집, 치킨집도 점점 늘어 활력을 더하고 있다.

남해에는 요즘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번영은 유산이 아닌 창조하는 것”
“번영이란 창조되는 것이지 유산으로 물려받는 것은 아니다.(Prosperity is created, not inherited)”다이아몬드 이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경영 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말이다.

작년 10월 남해에 문을 연 한 글로벌 리조트는 이 지역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불과 석 달 가량이 지났지만 리조트 분양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추가 분양을 위해 리조트 세 동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젊은이들도 늘었다.

주인공은 힐튼 남해 골프&리조트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던 남해를 바꾸어 놓고 있는 이 글로벌 기업의 저력은 무엇일까.

마이클 포터의 다이아몬드 이론은 이 지역의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한 유용한 분석틀이다. 다이아몬드의 첫 번째 꼭지점이 바로 생산 조건인데, 무엇보다 남해는 이 점에서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날씨가 따뜻하고,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도 바다 한복판에 덩그러니 떠 있는 섬 주위로 순식간에 안개가 피고 사라지며 이국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회사 측이 조성한 나무 목책 산책로도 눈에 띈다. 골프장 주변의 야산 주변을 감아 돌며 관광객들을 전망이 탁 트인 장소로 이끈다. 겨울철에 골프를 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장점. 제주도와 달리, 겨울철에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눈이 내리지 않는다.

갯벌을 막아 만든 매립지 위에 리조트를 세워서일까. 바다에서는 섬을 배경으로 안개가 순식간에 피어났다 사라지며, 무수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골프를 칠 때도, 식사를 할 때도, 리조트에서 잠을 청할 때도 바다는 늘 함께 있다.

포터가 말한 생산조건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는 탁트인 풍광, 다시 말해 ‘뷰(View)’이다. 생산 조건의 또 다른 구성 요소는 바로‘종업원들의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검은색 두건 형태의 모자에, 같은 색의 깔끔한 캐주얼 복장으로 통일했다.

이들에게는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사기 진작을 위해 정기적으로 총지배인이 시내에서 볼링 대회를 개최한다. 평균연령이 30대 초반인데, 이들이 바로 요즘 남해 시내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힐튼 측은 리조트 오픈과 더불어 160명 가량을 고용했으며, 앞으로도 채용 규모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해 6월께면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오픈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더 많은 젊은이들을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글로벌 기업은 이들을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인력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리조트의 ‘수요 조건(Demand Condition)’은 어떤 편일까. 마이클 포터가 제시한 다이아몬드의 두 번째 꼭지점이다.

시장의 크기도 크기지만, 소비의 질이 중요하다는 게 포터의 지적이다.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 비해 시장 규모가 열세이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기호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진출했다 토종 기업들에 밀려 턱턱 나가떨어지는 곳이 바로 한국 시장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힐튼도 국내에서는 유독 신라호텔 등 토종브랜드들에 맥을 못추고 있다. 리조트 내 목욕탕에도 버튼하나만으로 데스크를 부를 수 있는 호출 장치를 설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다이아몬드의 세 번째 꼭지점은 바로‘관련 및 지원분야 (Related & Suppor-ting Industry)’다. 스웨덴의 울루 클러스터(cluster)나, 미국의 실리콘 밸리 등 관련 산업이 한 곳에 모여 있어 정보와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단지를 뜻한다.

여기에는 물류나 정부의 지원 등도 포함된다. 생산조건이나, 수요조건과는 달리 관련 및 지원분야는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여수까지는 불과 45분 정도가 걸리지만, 여수에서 이곳까지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또 리조트로 통하는 도로는 폭이 비좁고, 중앙선도 없다. 이에따라 리조트측은 올 여름에는 여수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도 바다를 경유해 리조트에 올 수 있는 쾌속선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남해군이 ‘보물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호재이다. 생태공원, 원예 예술촌 등 지역 특성을 활용한 관광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힐튼 측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배경이다. 남해군은 힐튼 리조트로 통하는 좁은 2차선 도로의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의 마지막 항목인 이 기업의 전략적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략과 경쟁이 사업성패 좌우
‘린 힐튼(Lynn Hilton)’을 보자. 넉넉한 체구의 흑인 여자 가수다. 이 리조트에서 활동 중인 그녀는 흑인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고음의 보컬을 자랑한다. 닐스 총지배인은 뉴욕 맨해튼에서 활동하던 그녀를 영입했다.

그녀를 불러온 것은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다. 본관 건물도, 마치 독일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떠올리게 한다. 다이아몬드의 네 번째 꼭지점은 전략과 경쟁(Strategy & Rivalry)이다.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는 게 포터의 지적이다.

생산조건, 수요조건, 관련 분야 지원분야 등을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하며, 강점은 강화하는 것이 바로 전략가의 몫이다. 닐스 총지배인은, 힐튼 인터내셔널이 무려 2년 간을 관광지로서 남해 지역의 지정학적 가치를 면밀히 분석하며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고 전한다.

J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전라남도가 갯벌에 조성하는 토지의 분양가 수준을 놓고 농림부와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지리한 대치를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모두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고개를 가로젓던 아프리카의 몰디브를 세계적인 명소로 키워낸 역량은 바로 이 회사 성공의 자양분이기도 하다. 힐튼이 떠오르는 아시아 시장의 공략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싱가포르에 있던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의 기능 일부를 별도로 떼어냈다.

또 이 기능을 담당할 지역 본부를 일본에 세우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공략의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용의주도한 접근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쟁요소는 어떨까. 제주도에 있는 리조트는 물론 일본, 중국의 글로벌 리조트들도 모두 잠재적 경쟁상대다.

해외 리조트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남해리조트가 이들 경쟁사들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마이클 포터는 “경쟁이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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