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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로컬(Local)/NEXT 로컬 엑스퍼트'에 해당되는 글 90

  1. 2011.07.26 1년전 스타 PB들이 권한 상품들 돌아보니
  2. 2011.07.04 임영록 사장 "최고 경영자는 실적으로 말한다"
  3. 2011.07.04 아세안시장 출사표 던진 서진원 신한은행장
  4. 2011.07.04 김중수號 정책, 천재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에 답 있다
  5. 2011.07.04 (딥 스토리)"거세지는 복지 담론, 주목받는 경제학자들"
  6. 2011.07.0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미인대회식 승계시스템 운용한다"
  7. 2011.06.16 “방심하는 삼성전자, 구글(GOOGLE)의 하청 업체 전락한다"
  8. 2011.06.16 중국(中國) 두려워 하지 말고 화장 하지 않은 ‘민낯’을 보라
  9. 2011.04.04 (인물탐구)영원한 대책반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10. 2010.11.24 史記 전문가에게 듣는 불황시대 인간경영론
  11. 2010.10.06 재벌 연구가 김진방 인하대 교수 인터뷰(2005년)
  12. 2010.08.26 한국 경제는 거친 바다 떠도는 조각배
  13. 2010.08.25 금은 보험성 자산...매주 2g씩 금 삽니다
  14. 2010.08.23 “스티브 잡스도 영성 리더십의 소유자”
  15. 2010.07.29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 당선자 '인물탐구'
  16. 2010.07.28 웨딩재벌된 김병수 토토인베스트먼트 부회장
  17. 2010.07.27 다들 열심히 일하는 회사 망가지는 이유는-최종학 서울대 교수
  18. 2010.07.19 세상 모든 투자의 정석은 가치투자
  19. 2010.07.19 정수기 시장 진출한 동양매직 주목하라
  20. 2010.07.19 식자재 업체들이 미래의 동서식품이죠
  21. 2010.06.23 “프린터는 반도체와 견줄만 한 블루오션”
  22. 2010.06.22 賑撫九의 리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23. 2010.06.22 조봉한 하나INS사장의 아이폰 24시
  24. 2010.06.21 윤은기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의 성공학
  25. 2010.06.16 한국경제 순항 예측한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26. 2010.06.02 동티모르에서 뛰는 한국인-제이슨 리 사장
  27. 2010.05.18 시화공단서 가치투자 정수 배우다
  28. 2010.05.18 아이폰이 부동산 중개업소 대체합니다
  29. 2009.12.29 MB 당선, 금융위기 예측한 역술인
  30. 2009.11.18 이병헌 미국 할리우드 진출시킨 황정욱 '에이전트웹' 대표이사
 

스타 PB 3인방 추천 ‘유망상품’

2010년 07월 27일 17시 02분
아시아나항공 내달 연 7% 채권 발행…
10년 만기 국채 외국인들에게 인기



류정아 우리투자증권 압구정 PB센터 부장은 동양종금과 증권, HSBC은행 등에서 PB 업무를 맡았다. 국내 한 언론사(조선일보)에서 공연 기획을 비롯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류정아 우리투자증권 압구정 PB센터 부장은 동양종금과 증권, HSBC은행 등에서 PB 업무를 맡았다. 국내 한 언론사(조선일보)에서 공연 기획을 비롯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류정아 부장은 ‘코스피200 지수’와 ‘홍콩 H지수’를 연계한 ELS상품을 추천한다. 현 지수의 50% 수준만 유지해도, 연 11~12%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원금보장형 ELS의 기대수익률은 6~8% 정도다. ‘자문 형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도 빼놓을 수 없는 추천상품이다.



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채권 투자에는 악재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틈새 상품’은 있게 마련. 류정아(40) 우리투자증권 압구정 PB 센터 부장이 추천하는 금융상품은 채권이다.

‘트리플 B 마이너스 (BBB―)’ 등급 회사채가 선호 대상이다 . 이 등급의 채권 금리는 연 7~8% 선. 만기가 대개 1년 미만인 이 회사채는 정부의 금리인상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시중은행 금리 수준를 감안할 때 투자 매력은 높지만, 발행 물량 자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류 부장의 진단이다.

하지만 채권발행 시기를 조율하던 일부 기업들이 7~8월 잇달아 이 등급의 채권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안정 성향이 강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

한국은행의 최근 금리 인상이 채권 발행의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회사채 금리 ‘연 7~8% 수준’
류정아 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이 내달 발행할 ‘트리플 B 마이너스 (BBB―)’ 등급 회사채를 추천한다. 여신전문 금융기관들의 채권 발행 물량도 눈여겨볼 만하다. 물가연동 채권도 여전히 상종가다.

대형 건설사들이 발행하는 자산 담보기업 어음(AB CP.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도 관심사이다.

상대적으로 경영 사정이 양호한 건설사들이 발행한 이 금융 상품도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 채권은 보수적 성향이 강한 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기 금융상품.

류정아 부장은 하반기 더 공세적으로 시장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들의 영업 이익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증시의) 주가 수익 비율(PER)도 9배 수준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손실에 부심하는 투자자들은 주식투자가 부담스러운 것도 인지상정.

류정아 부장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추천한다. 원금보장형 ELS의 기대 수익률은 6~8% 정도. 류 부장이 추천하는 전략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와 ‘홍콩 H지수’를 연계한 ELS상품. 현 지수의 50% 수준만 유지해도, 연간 11~12%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자문형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도 빼놓을 수 없는 추천상품이다. 반면 대안투자 상품은 우선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절세와 재산 증식 수단으로 인기가 높던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그의 진단.

류부장은 부동산 자금은 결코 주식 시장으로 오지 않는 다는 불문율도 무너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지금이야 잘 나가는 스타 PB지만, 고초도 적지 않게 거쳤다.   

“지난 2003년 동양종금에 근무할 때입니다. LG카드가 발행한 50억짜리 어음에 투자한 고객은 겨울 내내 제게 전화를 걸었어요. 제 목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잠이 온다는 것이 이 고객의 한숨 섞인 반응이었어요.”

부자 고객들의 내면풍경을 응시한 것도 그 시기였다.

류정아 부장은 지난 2008년 9월에도, 미국발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고백한다. 당시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며 주경야독을 했다는 그녀는 ‘검은 백조’는 가급적 만나고 싶지 않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는 모 일간지에서 공연기획을 비롯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적이 있는 이색 경력의 프라이빗 뱅커이기도 하다.


최형록(42) SC제일은행 도곡 PB센터 부장은 13년 경력의 프라이빗 뱅커다. 금융자산관리사, 파생상품 투자 상담사 자격증을 지니고 있으며, 미 퍼듀(Purdue)대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았다.최형록(42) SC제일은행 도곡 PB센터 부장은 13년 경력의 프라이빗 뱅커다. 금융자산관리사, 파생상품 투자 상담사 자격증을 지니고 있으며, 미 퍼듀(Purdue)대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았다.
채권연계 구조화상품(신용연계 채권)도 그의 추천 대상이다. 이 상품은 채권 분야의 CDS(Credit Default Swap) 거래로, 일반 채권보다 금리를 1~2% 더 줄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하락세인 발틱운임지수(BDI)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도 또 다른 추천 대상이다.



채권연계 구조화상품. 플래티넘 ETF가 뜬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강남 군인공제회관. 이 건물에 있는 SC제일은행 도곡PB센터의 최형록 PB 부장은 달변이다. 그는 요즘 <블랙 스완>을 읽고 있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열독 중인 이 투자서는 ‘검은 백조’에 빗대 회귀적 사고를 비판한 베스트셀러로, 과거를 거울로 삼아 현재를 판단하는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한 수작이다.

미국 퍼듀대(PURDUE)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딴 최 부장은 <블랙 스완>을 탐독하면서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새삼 떠올렸다고 한다.

<블랙스완>은 포트폴리오 구축의 이정표다. 결코 시장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알려준 반면교사다.

시장의 ‘방향성’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면, 상관관계가 적은 금융 자산으로 ‘투자 바구니’를 채워 위험을 회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 부장은 최근 금리 인상을 ‘찻잔 속의 태풍’ 격에 비유한다. 경기 선행 지수가 석 달 이상 뒷걸음질하고 있는 점이 부담거리다. 정책 당국이 큰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그가 고객들에게 추천하는 상품은 ‘원달러 스왑거래’를 동반한 ‘외화표시 채권.’ 채권연계 구조화상품(신용연계 채권)도 그가 선호하는 금융자산이다.

최 부장은 “신용연계 채권은 채권 분야의 CDS(Credit Default Swap) 거래 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 상품이) 일반 채권보다 금리를 1~2% 더 줄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발틱운임지수(BDI)’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도 그의 추천 목록에 있다.

올 들어 꾸준히 하향세인 발틱운임지수의 가격 움직임이 앞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보기 때문. 최 부장은 대안상품 투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한다.

금은 안전자산 수요보다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부상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형록 부장은 “금이 안전자산의 역할을 할 때는 가격이 급등하지만,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활용될 때는 가격상승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던 것이 역사의 경험칙”이라고 설명한다.

최 부장은 금보다는 ‘플래티넘(platinum)’을 추천한다. 그는 자산가 고객 중에 '플래티넘 ETF(상장지수 투자신탁)'을 사들이는 이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추천하는 또 다른 하반기 유망 상품이 10년 만기 국채다. 대한민국 국채 수익률이 신용등급이 비슷한 대만 등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외국인들의 ‘사자 물량’이 몰리는 배경이다.

그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정기예금에 비해 2~3% 더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부동산 투자는 가급적 한걸음 비켜서 있으라는 것이 최 부장의 조언이다.

그는 모바일 기술의 확산으로 사무실 수요는 앞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핵가족화 추세나, 소규모 거주공간의 확산은 아파트 가격 상승을 가로막는 트렌드다.

최 부장은 부동산 증여의 매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점도 부동산 엑소더스를 부채질하는 변수라고 덧붙였다.

정부 전산망의 확충으로 공시지가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면서 증여 수단이던 부동산의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

올해로 프라이빗 뱅커 13년차를 맞은 최형록 부장은 요즘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꽤 증가했다고 귀띔한다.

70여개 이상의 글로벌 시장에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 은행 소속 뱅커라는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덕분이다.

“아시아 본사가 발송하는 정보 메일은을 항상 참조하며, 투자전략을 조율하는 편입니다. ”그가 자주 참조하는 투자 지표는 ‘재고순환지표’.

최근 추이만 놓고 보면, 글로벌 경기는 추세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최 부장의 분석이다.


오경주 신한은행 압구정지점 PB팀장은 노른자위격인 압구정 PB센터에서만 꼬박 4년 6개월을 근무했다. 이번 인터뷰 직후 방배지점 PB팀장으로 발령이 난 오 팀장은 ‘보수적인 자산운용전략’을 중시하는 이 분야 베테랑 금융 전문가이다.오경주 신한은행 압구정지점 PB팀장은 노른자위격인 압구정 PB센터에서만 꼬박 4년 6개월을 근무했다. 이번 인터뷰 직후 방배지점 PB팀장으로 발령이 난 오 팀장은 ‘보수적인 자산운용전략’을 중시하는 이 분야 베테랑 금융 전문가이다.
오경주 신한은행 압구정지점 PB팀장이 추천하는 금융자산은 ELS상품이다. 자문형 랩상품도 추천 대상이다. 현재 한 달에 평균 3~4건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한 상품은 펀딩만 이 은행이 담당하고 AK자문에 포트폴리오 구성을, 현대자산에 자산 운용을 각각 맡겼다.



박스권 장세 ‘ELS 사모상품’이 대안
지난 21일 오후 4시, 신한은행 압구정 PB센터의 한 상담실. 상담 데스크 위에는 손바닥만한 골드바 세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중 가장 큰 1KG짜리 골드바의 가격은 시가 5000만 원을 호가한다. 오경주 PB팀장은 “진품은 아니다”며 활짝 웃는다.

이 손바닥 만한 골드바가 단기간에 급등한 이면에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있다. 재작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그 도화선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도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금의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는 상황. 금은 여전히 상종가다.

오 팀장은 하지만 자산가들 사이에서 금 선호현상이 줄어들고 있다고 귀띔한다. 유럽발 금융위기를 비롯한 금융시장 교란 요인들이 상당부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

자산가들이 굳이 안전자산 확보 차원에서 금을 보유할 유인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

금의 절세수단으로서의 가치도 감소하고 있다. 부가세 10%를 내야하는 데다, 앞으로는 구매자의 신분도 노출할 수 있기 때문.

오 팀장의 하반기 경제전망은 비교적 보수적이다. 세계 경제에 드리워진 불확실한 상황은 점차 걷히겠지만, 하반기 경제 상황이 쾌청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골자다.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가는 양대 기관차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도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 팀장이 추천하는 금융자산은 주가연계 상품인 ELS다. 골드리슈와 더불어 이 은행의 양대 효자 상품이다.

작년 6월 이후 국내 ELS사모상품의 30% 이상이 이 은행에서 팔렸다는 것이 오 팀장의 전언이다. 이 금융 상품은 시장에서 여전히 상종가다.

신한이 펀딩을 담당하고, 브레인. AK투자자문등이 종목을 고르며, 현대자산이 운용을 담당해 투자 시너지를 높여왔다는 것이 오 팀장의 설명이다.

오 팀장은 하반기 금리 인상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정책 당국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지도 미지수다.

올 8~9월 만기가 도래하는 이탈리아 국채도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 오경주 신한은행 압구정지점 PB 팀장은 자산가들에게 하반기 기대 수익률로 7~8%를 제시한다.

자산 배분은 주식 30%, 대안투자 30%, 정기예금, 절세상품 40%를 각각 추천한다.
부동산 투자에는 역시 부정적이다.

강남 지역 사무실 공실률이 여전히 높고, 매물을 내놓아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다는 것. 오 팀장은 최근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한 고객의 사례를 제시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보상금을 받은 이 고객은 강남 3구 지역에 상업용 부동산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 고객은 이 주문을 거둬들여야 했다. 눈높이에 맞는 상품이 없었던 것.

“강남의 오피스 빌딩의 수익률은 2%대가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액의 현금자산이 생긴 자산가들이 종종 급매 상품에 입질을 하는 사례도 있으나,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건물 소유주들도 마지못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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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환 기자 = "베트남 시장에 일찍 진출한 SMBC(스미토모 미쓰이은행)와 협력관계를 통해 영업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은 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시장이 일시적으로 어려울 수 있어도, 여전히 유망하다고 본다" 며 이같이 밝혔다. 

베트남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늦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국민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소매 금융에 강점이 있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을 하다 보니 기업금융에 주력해온 경쟁사들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동향 등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고백이다 

그는 베트남 시장 공략을 꾸준히 추진하되, 지나치게 서두르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한축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던 종금사들이 '반면교사'이다. 홍콩 등에서 달러 부채를 단기로 빌려와 장기로 대출해주다보니. 외환위기가 닥치자 속절없이 무너지며 위기를 재생산한 것도 따지고 보면 '과욕'에서 비롯됐다고 그는 분석한다. 

임 사장의 신중한 태도는 국내시장 전략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은행은 '자체적 성장(organic growth)'을 꾀하되, 보험을 비롯한 비주력 분야는 인수합병(M&A)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다. 

은행의 경우 점포수를 늘리고, 상품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해 덩지를 불려나가는 반면, 비은행 부문은 매물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담금질하겠다는 것이다. 임사장이 밝힌 지주사내 은행과 비은행 비중은 9.5 대 1. 

이 포트폴리오를 장기적으로 신한금융지주에 필적할 만한 수준으로 높여나가겠다는 포석이다. 그는 KB금융지주가 금융권 과당 경쟁의 한축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CEO 리스크'로 한동안 흔들리다 간신히 몸을 추슬러 출발선상에 다시 섰는데, 카드 분야를 분사했다고 해서 과당경쟁의 장본인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가 제시한 올해 목표는 '2조원+알파'. “ROA(총자산수익률) 1%를 목표로 삼는다면 3조원 가까운 이익을 내야 하지만, 2조원 이상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 1분기에 7500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2분기엔 현대건설 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KB금융그룹은 올 1분기 7575억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 4분기 3409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임 사장은 “민간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실적으로 말할 수 밖에 없다"며 "빠른 시간 내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아세안 지역 내 선두 그룹으로 부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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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국내 금융 시장은 포화상태이다. 대 아시아 벨트를 강화해 오는 2015년까지 아시아 10대 은행으로 성장하겠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전날(6일)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일성(一聲)'이다. 이날 간담회는 그의 아시아 벨트 강화 방안에 관심이 집중됐다. 서 행장이 주목하는 아시아 시장은 아세안(ASEAN)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두 나라 모두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하는데다, 신한은행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처녀지'여서 매력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

현지은행을 인수합병(M&A)하거나, 지점 형태로 진출하는 방안이 모두 고려 대상이다. 두 나라는 인구도 많아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데다, 저금리 속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고수익 금융상품을 향한 국민들의 욕구도 어느 때보다 강한 편이다. 

지리적 요충지라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무적함대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넘어가는 힘의 공백기를 틈타 네덜란드가 16세기 대 아시아 경략의 거점으로 식민화한 나라가 인도네시아이다.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더불어 경제성장률, 인구, 지리적 위치 등 삼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가 이날 대외적으로 공표한 목표는 아시아 10대 은행 도약.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등을 인수 후보 물망에 올려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는 중국, 인도, 일본, 베트남 등으로 이어지는 이 은행의 대 아시아벨트 완성의 방점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14개 나라에 진출해 5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좋은 물건이 있는 지를 조사하고 있는 단계인데, 중요한 것은 결국 가격이고, 여러 대상을 놓고 직접 진출의 장점이 있는 지를 고려중"이라는 서 행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아세안 국가 진출 방안을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아시아 톱10 진입을 밝힌 것은 이 은행 특유의 '관리 문화'만으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수익성, 건전성 지표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해왔다. 신한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사 중 은행 의존도가 가장 낮다. 포트폴리오가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이다. 

일본에서 성장한 재일교포들이 창업한 금융사다운 집요함이 조직문화 전반을 지배한다. 한 줌의 낭비와 비효율을 허용하지 않고, 생산성을 높여나간 결과이다. 

◇도요타식 관리만으로는 성장에 한계
그가 부임후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문도 업무개선그룹. 업무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담금질해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는 특유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요타식 관리 문화에, 도전과 변화의 DNA를 접목하지 않고서는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신한금융지주 전체 수익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수익률은 3%선. 씨티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사들은 물론, 제너럴일렉트릭(GE)등 비 금융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도 해외 매출이 50%선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이 수익률을 10%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그의 로드맵이다. 

그의 아시아 경략(經略)은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의 상흔을 씻어내고, 글로벌 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카드로 아시아 공략을 선택한 서진원 호의 도전은 험난하다.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글로벌 금융사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서 행장의 남은 임기는 1년. '2015년 아시아 탑10도약'이라는 목표를 내건 그의 연임 여부도 해외영토확장의 성적표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yunghp@newsis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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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김중수 호(號)의 통화신용 정책 방향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금융협의회에서 언급한 책 한권이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책은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이다. 

평소 "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는 소신을 밝혀온 김 총재는 공개 석상에서 '대중서'를 화제에 올린 적이 거의 없다. 그런 그가 지난 17일 시중 은행장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 책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천재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Kenneth S. Rogoff)'가 저술한 이 이 노작(魯斫)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다들 이번만은 다르다고 자신하지만, 경제학의 보편율은 이러한 방심을 결코 비켜가지 않는다는 것. 

'신경제의 도래'를 강조하던 미국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 '반면교사'이다. 앨런 그린스펀을 앞세운 민주당 정부는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장기 호황이 이어지자, 이른바 신경제의 시대가 도래 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며 생산량을 안정화하는 법을 발견했다고 믿었지만, 파티는 끝났다. 

김 총재가 최근 시중 은행장들과 만나 이 책을 언급한 이유는 두 갈래로 보인다. 그가 총재 부임 후 강조해오던 지론은 '중앙은행 역할의 재정립'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목소리를 뒷받침할 논거들이 비교적 풍부하다.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강력한 중앙은행'을 다룬 대목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중앙은행의 정책이 경제 호황기에는 완벽히 작동하는 듯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비롯한 대규모 경기 후퇴기에는 꼭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 위기를 경험한 66개 나라를 분석한 이 대학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의 룰'에 사로잡히지 말고, 사안을 동서고금, 수 백년에 걸쳐 폭넓은 시각에서 보라는 것이 그의 주문. 

김 총재도 기준 금리 정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는 것이며, 한은 총재는 재임기간 이후에 평가받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특히 자신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역할의 변화를 엿볼 키워드로 '글로벌(global)' '마케터블(marketable)'이라는 두 단어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중 글로벌의 뜻을 가늠할 대목이 이 책에 실려 있는 것. 

케네스 로고프가 강조한 '위기의 프로세스'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정책 당국자가 스스로를 과신하는 태도가 늘 위기의 발단으로. 위기를 위기로 여길 때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 김 총재의 지론이었다. '가계부채 망국론'이 주기적으로 고개를 들자, 이 책에 등장하는 풍부한 금융 위기의 사례를 빗대 그 가능성을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현 상황에 대입해 봐도, 그렇다. 가계 부채의 '경중(輕重)'을 저울질하는 정책당국의 판단에 '온도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정책당국들이 하나같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위기가 발발할 가능성은 적다는 그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에서 위기관리를 가르친 그는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경험적으로 보면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걸 막지 못하지 않았고,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위기가 됐다" 며 자신의 소신을 강조한 바 있다. 

하버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저술한 이 저서는 66개 나라의 위기 발발 패턴을 연구한 노작(勞作)이다. 12세기 중국, 중세 유럽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무려 800년간에 걸친 금융 위기의 패턴 등 방대한 데이트를 근거로 삼아 금융 위기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하는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키워드가 '콜렛-헤이그'라면, '케네스 로고프'는 '김중수 호'의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인 셈이다. 지금은 성균관대로 돌아간 김경수 한국은행 전 금융경제연구원장이 재임 시절 탐독할 정도로 한국은행 내에서도 골수팬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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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거세지는 복지 담론, 주목받는 경제학자들"
    기사등록 일시 [2011-06-27 15:52:57]    최종수정 일시 [2011-06-29 18:31:26]

서울=뉴시스】박영환·김민자 기자 =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으로, 당 정책위 의장을 두 차례나 역임한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씽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국회의원이기도 한 그가 요즘 자주 펼쳐드는 책이 ‘후생경제학 관련서’이다.

이 의원의 필독서는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일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TAX) 프리라이더).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의 글로벌 경영을 뒷받침해온 경제통인 그의 독서 목록은 보수정당 한나라당에 거세게 불고 있는 변화를 엿보는 풍향계(窓)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물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후보들 또한 복지를 내년 대통령 선거 집권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삼으면서, 이들 유력정치인들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담당하는 대학 교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대선 주자들의 ‘집권 구상’을 가다듬는 장자방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정부에서 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학문적 지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여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 그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5인 스터디 모임. 이들은 대부분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주특기는 게임이론에서 사회복지, 조세 부문 까지 다양하다. 

이들 학자군은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의 비전을 넘어 이른바 ‘부민덕국(富民德國)’을 이뤄가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이다. 

‘도덕 자본주의’ ‘상생 자본주의’ ‘자연 자본주의’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등이 이들의 가르침에 뿌리를 둔 슬로건이다. 경제성장의 목표가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의 총량을 늘리는 일인데, 한국 사회가 이 점을 망각한 채 '역주행'하고 있다는 것이 현정부를 겨냥한 이들의 비판이다. 


◇자본주의도 인간의 얼굴을 해야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주창해온 생애맞춤형 복지론의 밑그림을 제공했다. 

그가 저술한 <현대 한국복지국가의 제도적 전환>은 박근혜 대표 진영의 '복지 바이블'이다. 은사인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박 전 대표의 브레인으로 참여한 인연이 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으며,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연구위원을 거친 뒤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세 개혁에 높은 관심을 보여 온 그의 저서가 <근로자와 서민을 위한 조세개혁>. 

최외출 영남대 교수도 ‘균형 발전이론’에 관심을 기울여온 경제학자이다. <전원도시개발론>, <지방자치론>을 저술한 그는 수도권 개발에 치우쳐온 역대정부의 정책에 비판 의식을 갖추고 있다. 5인 스터디 모임의 좌장격인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경제학자이다. 

김영세 연세대 교수는 드물게 보는 '게임 이론'의 권위자이자, 박근혜 계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의 남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 귀국해 현재 연세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한국형 게임이론에 관심이 많다. 게임이론을 국내 현실에 접목한 <게임의 기술>을 남겼다. 

유가 담합, 북한 핵, 카르텔, 보험상품, 도덕적 해이 등 실생활에서 목도하는 복잡한문제의 해법을 게임이론으로 푸는 것이 김 교수의 주특기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등도 현실 참여형 경제학자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20억의 국난과 40억의 극복> 등 대중서를 집필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복지 담론 '산파' 역할

야권의 정책 브레인으로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www.welfaresociety.net)소속의 교수 그룹이 있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는 <유럽연합의 사회정책에 관한 연구>를 남겼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추진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을 지냈다. 사회 복지 부문에 일찌감치 천착해온 학자이다.

감신 경북대 교수는 <보건의료 개혁의 새로운 모색>을 저술했다. 

이성재 충북대 교수, 이용재 호서대 사회복지학 교수,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 등도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에 참가하고 있다. 윤태호 부산대 교수, 정세은 충남대 교수, 박형근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유동철 동의대 사회복지학 교수 등도 교수 출신의 활동가들로 꼽힌다.

학자들의 서재에 머물러 있던 복지 담론이 현실적인 힘을 얻은 데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소속 학자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3월 이 단체 학자들이 복지국가 제안대회를 열면서 정치권과 사회단체의 주목을 받게 된 것. 복지담론은 이 때를 전후해 '찻잔속의 태풍'에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바뀌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는 무상급식을 비롯한 보편적 복지이론을 뒷받침하는 야권의 정책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국가 담론이 정부가 내건 '선진화'의 아젠다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배경에는 MB노믹스 전도사들의 '콘텐트 부재'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지적이다. 

서비스 선진화, 녹색산업을 비롯해 집권후 야심차게 추진해온 전략 사업들이 '레토릭(rhetoric)'에 그치자, 정부 경제정책의 '비전'으로 삼아온 선진화 담론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경제정책 수장들의 경우 '거시적 목표'에 비해, '미시적 전략'이 부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복지담론은 현실의 변화 반영 

정부가 집권초 내건 '747공약'은 선진화 프로젝트를 압축한 '비전'이었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산업화', 독재를 무너뜨린 '민주화'의 비전을 대체할 새로운 지향점이 선진 일류국가 건설이었고, 이러한 선진화의 깃발은 유권자들을 뒤흔드는 상당한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선진화의 요체는 시장의 귀환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MB노믹스 전도사들은 복지와 성장도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소신이 뚜렷하다. 복지가 성장의 폐해를 치유하는 역할도 담당하지만, 국민경제가 성장을 해야 복지도 있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진영의 경제학자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소속의 학자들은 '더 많은 권력을 시장에 돌려줌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현 정부의 해법을 강력히 비판한다. 

시장 만능주의는 양극화의 심화, 정글 자본주의의 득세를 불러왔을 뿐이며,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경쟁의 논리가 득세하다보면 사회통합 비용도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근로의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는 미시적 처방으로 '사회 서비스'를 제시한다. 

현금을 줄 경우 근로동기를 침해할 수 있지만, 보육비나 교육비 형태로 소외계층에 현금을 제공할 경우, 이른바 '일하는 복지의 기조'를 흔들 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안 교수의 주장이다. 

"바로 선 자본주의, 국민이 다 함께 참여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 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MB노믹스의 전도사들과, 여야 정치인들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 전문가들의 접근이 얼마나 엇갈리는 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 진영의 주장 에 정답은 있을 수 없으며, 저마다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최근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도 복지 담론이 거세게 분출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진보와 보수 미래를 논하다>에서 "선진화 대 복지국가라는 미래 비전의 새로운 구도가 형성돼고 있고 이 구도가 기존의 산업화 대 민주화 구도를 대체하고 있다"며 "어떤 담론이라고 해도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기 마련이며 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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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M&A 2년 후에나 고려하겠다"
    기사등록 일시 [2011-07-01 10:31:56]

"미인대회식 후계 승계 시스템 상시 운용"
"집단 지성의 원리 경영에도 접목할 것" 
"한국형 매트릭스 시스템 단계적으로 도입"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회장은 30일 "조흥은행, LG카드 인수로 재무상태가 아직은 좋지 않다"면서 "2년 정도 뒤에는 신한도 새로운 딜을 모색할 수 있는 재무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우 회장은 이날 저녁 취임 100일 째를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보생명을 인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형화 한다면 은행 부문보다는 비은행 분야로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주사 최고경영자의 정년을 만 70세로 정한 대목이 눈길을 끄는데, 나이 제한을 둔 이유는. 

" 그동안 지주사 최고경영자의 정년에 제한이 없었다. 지난번에 (신한)사태가 일어났을 때 (라응찬 회장) 연세가 74세셨다. 하지만 이렇게 정해놓고 나면 (회장을)하고 계신 분들도 앞으로는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룹도 어느 시점에서 (수장이) 교체가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면 최고경영자의 정년을 굳이 70세로 정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지주 회사는 (업무의) 범위가 넓고, 판단해야할 일도 많다. 최고경영자는 도전의식도 있어야 한다. 70세 이상일 때 과연 이러한 업무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해외 사례도 참조했다. 무엇보다, 업무를 직접해보니 결제도 많이 해야 하고, 대외활동도 많다. 70세 이상은 무리다." 

- 만 67세 이하여야 신임 최고경영자로 부임할 수 있다는 자격 조건을 둔 것은 또 왜 그런가. 

"새로 부임한 그룹 CEO의 나이가 68세라면 2년 정도 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69세라면 1년밖에 할 수없다. 최하 3년은 CEO로서 근무할 수 있는 나이여야 한다. 그래서 만 67세를 기준으로 정했다. "


- 당장 내년 3월에 신한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자회사 경영자들도 이 룰이 적용 되는가. 

"오늘 얘기하는 것은 지주회사 CEO에 적용되는 사안들이다. 자회사는 기존 시스템이 있으니까 그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 후계자 승계프로그램도 초미의 관심사인데, 그룹 회장의 후계자 범위에는 어떤 사람이 포함되나. 

"그룹 경영회의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일차적 후보다. BNP 파리바는 COO 두 분을 후보대상으로 정했지만, 저희는 그런 분들보다 그룹경영회의에 참가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후계자를 고를 것이다. 이사회에 대한 보고나 설명 등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들이 있지 않겠는가." 

- 외부 인사도 후계자 승계 프로그램의 대상이 될 수 있나. 

"외부인사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외부인사보다는 내부인사가 유리하다는 느낌은 든다. 단 외부에서 온다면 일정 기간 지주사 자회사의 CEO나 임원으로 자신의 역량을 검증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룹 의사결정 시스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집단 지성이라는 서술어가 관심을 끈다.

"혼자하는 것에서 함께하는 것으로 바꿔야한다. 민주화해야한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인수 관련해서도 회의에 붙여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은행, 카드를 비롯한 계열사 수장들이 각자 분야에서 담금질한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낼 수 있으니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집단 지성에 의한 경영이 중요하다." 

- 일부 영역부터 매트릭스 시스템 도입할 방침을 밝혔는데, 전면적으로 도입할 계획도 있나. 

"파리에 갔을 때 (BNP파리바와) 공식적인 대화 외에 저녁 식사를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매트릭스 조직이) 잘 되느냐고 묻자,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업무적으로 여러 회사에 걸쳐 보고를 해야 하는 일이 복잡한 것 같다. 내년에 1년 정도 운영해서 문제점을 보고 본격적인 매트릭스로 갈지, 아니면 한국형 매트릭스로 만들어갈 지 결정할 것이다." 

- 한국형 매트릭스 조직의 수장은 어떤 직급인가. 

"업무별로 고객의 니즈가 큰 부분만 가지고 먼저 해보려고 한다. 구체적인 이야기지만 CIB라던지 WM의 헤드를 어떤 직급으로 임명할 것인지가 문제다. 높은 직급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은행의 비중이 제일 커서 은행 총괄이 PB, CIB부문을 총괄하는 식으로 해보려고 한다."

- 사모펀드들이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참여했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의사가 있나. 

"앞으로 대형화 한다면 은행보다는 비은행 분야로 갈 것이라는 방침을 여러차례 밝혔다. 우리금융을 인수할 능력이 안된다. 조흥은행 인수 차입금은 정리됐지만, LG카드 인수관련 차입금은 여전히 남아있다. 올해 연말 지나면 5조3000억~5조5000억원 정도 남을 것이다."

- 교보생명 인수설이 시장에 돌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경쟁사들에 비해)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은 상태다. 교보생명같은 경우도 꽤 큰 금액의 딜이 될 터인데 현실적으로 애로가 있다. 2년정도 뒤에는 신한도 새로운 딜을 모색할 수 있는 재무상태가 될 것이다." 

해외은행 인수 추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사려고 했었다. 자원도 많고. 그런데 경쟁자들이 값을 올려놨다. 몇 년전에 (M&A)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신한의 PBR이 1.2 정도 수준이고, 다른은행은 0.7~0.8 수준이다. 그만큼 저 평가 돼 있다는 것인데, 인도네시아 은행들은 3배 정도가 된다. 그만큼 가격이 세다. 망설이게 되더라. 하지만 장래성이 밝아 고민하고 있다."


-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일컬어 '4대 천황'이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금융기관 CEO에 천황이라는 호칭은 안맞다. 관장하는 기관에 관한 전문가로서 경영실적과 주가로 평가받으면 되는데, 천황이니 하는 건 안좋다고 본다. 신한처럼 천황 소리 나오지 않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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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구글 하청업체 된다”주소복사하기

안광호 삼성전자 전직 엔지니어의 ‘작심토로’


기사입력
2011-01-14 18:00:00

개방·혁신의 ‘오픈 이노베이션’ 추세 외면… 경영 수뇌부 엔지니어들 노력 헛되이 말아야

“삼성전자는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구글, 애플은 전세계인들을 자사의 직원처럼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시대를 선도하는데, 삼성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엘리트 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안광호(40) 삼성전자 전 연구원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는 삼성전자의 거듭된 실기(失期)를 지적했다. 2차 대전 당시 프랑스군이 국경선을 따라 방어의 마지노선을 구축했던 악수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요새로 독일군의 침공을 완벽히 막을 수 있다던 프랑스 군부는 ‘기동전(Blitzkrieg)’으로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독일군에 불과 한달만에 백기 투항했다.

삼성전자는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에 대비하던 프랑스군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독일군이 ‘구글’이고,  ‘애플’이다. 그는 삼성전자를 이끌어가는 주요 경영자들은 양산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밤을 낮 삼아서 연구에 몰두하는 기술인들의 땀과 노력을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가 애정 어린 비판에 나선 이면에는 삼성전자 엔지니어 시절이 있다. 안 전 연구원은 6년의 세월을 삼성전자 연구실에 틀어박혀 보냈다. 그의 주특기는 CDMA 통신용 반도체칩 개발.

남들은 평생 한 건을 하기 힘들다는 반도체칩 제품을 무려 6종이나 양산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제 동료들도 그렇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나 회사로 출근했고, 밤 10시까지 일했습니다. 주말은 사치에 불과했어요”. 일본 업체들의 아류에 불과하던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친 이면에는 엔지니어들의 헌신이 있었다. 한국의 장인들은 부서 이기주의에 매몰된 소니의 ‘사무라이’들과 대조적이었다.

소니의 엔지니어들은 회사 내부에 칸막이를 층층이 세우곤 경청(傾聽)을 소홀히 하며 ‘아집’에 빠져들었다. 일본인들이 소중히 여겼던 장인 정신은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했다.

삼성은 기술력이 강한 소니의 강점에 한 가지를 더했다. 바로 관리의 노하우다. 경영진들은 북극성처럼 밝은 혜안으로 조직의 앞길을 비추었다. 파죽지세(破竹之勢)였다.

텔레비전, 휴대폰 부문 등에서 소니는 더 이상 떠오르는 강자인 삼성전자의 적수가 아니었다.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관리시스템은 이 회사가 세계 전자업계 맹주로 도약한 튼튼한 디딤돌이었다. 하지만 강점과 약점은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애플·차이완 기업들 수위 높아진 협공

“삼성전자는 애플이나, 구글이 아니라 시대의 거센 격랑에 떠밀려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는 순이익이 급감하며 전사가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LG전자의 오늘이 바로 삼성전자의 내일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삼성전자의 패권을 뒤흔드는 경쟁기업이 바로 ‘구글’, ‘애플’이다.(이건희 회장 "IT권력은 이동중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1/08/17/5638072.html?cloc=olink|article|default)

개방과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시대정신의 변화를 일찌감치 포착한 쌍두마차다. 스티브 잡스는 콘텐츠 개발에 전 세계인을 동참시켰다. 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 주었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는 전 세계인들을 직원처럼 활용하고 있다. 안 전 연구원이 바라본 삼성전자의 미래는 우울하다.

화이트칼라들이 선호하는 오타쿠 제품에 불과하던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출시를 신호탄으로 범용 시장으로 활발히 공세의 범위를 넓혀가며 삼성전자와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레프리(냉장고), 아이오디오(오디오), 아이캠(카메라 및 캠코더), 아이컨(에어컨) 등 앞으로도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글은 소비자들이 뛰어놀 수 있는 거대한 서비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콘텐츠를 제공하는 현 구도에서 삼성전자는 이 회사의 하드웨어 공급사로 전락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IBM PC사업부문의 운명을 떠올려 보라는 것.

중국(China과 대만(Taiwan)을 합성한 신조어인 '차이완'의 기업들 역시 만만찮은 위협이다. 시장점유율과 기술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차이완 시대의 개막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재촉할 전망이다.

“전자 제품을 분해해 보면 안에 들어가는 부품은 별다른 차이가 없어요. 차이완 기업들이 거센 추격을 거듭한다면, 삼성전자가 누리고 있는 간발의 비교우위도 점점 사라질 겁니다.”

삼성전자는 양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살얼음판을 밟는 형국이다. 동부전선의 상대는 차이완 (Chaiwan)기업들. 서부전선 경쟁자들은 게임의 법칙을 바꾸고 있다. 구글, 애플, 차이완이 삼성전자를 협공하는 3대 세력이다.


디자인·하드웨어 비교우위 상실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0. 삼성전자 부스는 10년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이 행사에서 예언한 내용이 불행히 현실이 된 것.

이번 전자제품 박람회의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다. 두 회사의 부스는 규모부터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각국에서 몰려온 기자들은 이 부스로 몰려들었다. 대만의 HTC, 중국의 화웨이 등은 손색이 없는 제품으로 명품 가전의 깃발을 높이 든 삼성을 무색하게 했다. 디자인과 하드웨어는 더 이상 경쟁우위가 아니다.

2020년 일류 디자이너들과 제휴한 세계 전자산업 시나리오는 잿빛이다. 안 연구원은 니체의 저작에 빗대 삼성전자가 아름다운 소년에서 낙타로 성장했지만, 사자로 변하지 못한 채 점점 늙어가고 있다고 꼬집는다.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로 이끈 비즈니스 모델의 유효 기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데, 정작 이 회사의 수뇌부들은 차가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수뇌부들의 전략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건희 회장의 천재경영론이 반면교사이다. 이 회사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천재급 임직원들은 이 회사의 배타적인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일찌감치 글로벌 기업으로 유턴했다. 삼성에서 수용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 이들 기업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었다고 그는 귀띔했다.

구글과 애플은 전세계 개발자들을 자사 직원처럼 활용하며,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천재급 인재조차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주소다.

“삼성은 구글이나 애플과는 DNA부터 다들 수 있습니다. 경쟁의 방향을 트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구글, 애플에 유리한 게임의 법칙에서 벗어나 녹색, 에너지 등 이 회사의 강점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분야 공략의 수위를 높이는 겁니다.”

2007/04/17 - [마이(My) VIEW] - 황정목, 래리 페이지, 그리고 정주영
 

2007/03/24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미디어 VIEW] - 하버드가 소개하는 혁신적 아이디어7

2007/08/12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인더스트리 VIEW] - 글로벌 기업, 통합모델 바람

2007/08/12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대기업 전문가 로스차일드-김병윤, 격변의 삼성 그룹을 진단하다


2011/08/03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트렌드 VIEW] - 구글, 페이스북의 핵카톤, 그 비밀의 문을 열다

2010/08/19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트렌드 VIEW] - 구글(Google) 창업자는 뇌과학 분야의 고수 

2007/08/25 - [글로벌(Global) VIEW/글로벌 엑스퍼트 VIEW] - "Google is mathmatics"

2007/07/28 - [로컬(Local) VIEW] - 구글 크리에이티브 맥시마이저 만나보니 

안광호 삼성전자 전 엔지니어의 분석 5

삼성전자 ‘관리의 삼성’ 이미지 벗어나야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사고의 폭 넓혀야
구글, 애플의 하청업체 전락 현실일 수도
천재경영 하려면 조직문화부터 바꿔야
정보통신 포기하고, 차라리 굴뚝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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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가 김기수 박사가 분석한 <차이나 리스크>



중국 두려워하지 말고 ‘민낯’을 보라

2011년 01월 11일 10시 52분

지정학적으로 미국 상대 될 수 없어… 한국경제 미치는 영향도 과대평가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세종연구소는 온통 새하얀 페인트를 칠한 듯 ‘흰색’이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한국해외봉사단(KOICA) 건물을 지나 이 민간 싱크탱크로 통하는 길을 수북이 덮었다. 세종연구소는 좌에서 우까지, 이념 스펙트럼이 다른 정책 당국자 배출의 요람이다.

참여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상징이던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이 연구소 출신이다. 또 햇볕 정책을 비판하며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최고담당자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 싱크탱크를 거쳤다. 세종 연구소가 미국의 ‘랜드연구소’에 비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기수 박사는 한국판 랜드연구소의 터줏대감 격이다. 이 연구소의 국제정치경제 연구실장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30세 이립(而立)의 나이에 세종연구소에 둥지를 틀었다.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국제정치경제 전문가로,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는 책을 출간하며 중국의 허상을 숨김없이 파헤친 중국통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경외감을 버리고, 그 맨얼굴을 정확히 직시하라"는 것이 김박사의 주문이다. 중국은 요즘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다.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매년 10%가까운 초고속성장을 하며 국력이 커지자,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종식할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김 박사는 이러한 분석이 대부분 한국인들의 중국 콤플렉스를 반영하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이성적 사고보다는 감성적 접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 김 박사는 중국이 항공모함 운용에 나선다는 한 줄의 신문 기사를 화제에 올렸다.

이 기사는 한국인들의 중국 콤플렉스를 엿보는 창(窓)이다. “태국이 공해상에서 해적이나 잡는 용도로 항공모함을 사용하는 것도 항모 운항을 뒷받침할 시스템의 부재 탓이 큽니다.” 중국 해군도 항공모함 운영 노하우를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

중국이 항공모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지스함은 물론, 바닷 속에서 항공모함을 호위할 원자력 잠수함도 확보해야 한다. 자국의 영해를 떠나, 공해상에서 장기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형 원자력 엔진기술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 박사의 설명이다.

미국은 항공모함 활주로 이륙에 나선 전투기를 공중으로 순식간에 들어 올리는 추진체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이 모든 기술을 갖추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중국이 고물 항공모함을 사들였다는 정보는 한국인들의 콤플렉스를 자양분으로 가지치기를 한다.

참조(중국 항공모함 바랴그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81216125223305


김 박사는 요소 투입에 방점을 둔 중국식 발전 모델도 허구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 발전의 길에는 결코 예외가 있을 수 없습니다.”


중국식 경제 발전모델 따위는 없다

김 박사는 <자본의 전략>을 집필한 예일대의 천즈우 교수의 발언을 인용한다. 그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기묘한 동거체제는 중국의 현실을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경제는 권력과 금권이 분리되기 이전 단계의 후진 자본주의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위키 리크스의 최근 폭로로 드러났듯이, 중국의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9명의 정치 엘리트가 중국 경제의 일정 부분을 분할 통치하는 구도입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사위가 정보통신산업을, 원자바오 총리의 가족이 보석산업을 주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청백리 관료의 대명사로 불리는 후진타오 국가 주석, 원자바오 총리의 맨얼굴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사회주의·자본주의의 불안한 동거이다. 지난 1991년 천안문 사태는 그 전조였다. 등소평은 개혁 개방의 깃발을 치켜든 채 중국인들의 삶을 바꾸었지만, 경제 발전과 더불어 확대되는 도농의 빈부 격차는 농심을 들끓게 한 기폭제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는 중국사회의 오랜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농민공들이 시골로 돌아가면서, 이들을 다독이는 일이 중국 수뇌부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김 박사는 중국이 북한을 감싸안는 것도 심모원려의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인들의 불만을 밖으로 돌려 중국 사회의 분열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것. 하지만 북중 관계 강화의 후폭풍은 매우 거세다.


권력의 집중은 부패를 부르고, 이러한 부패는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중국경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남북한 국지전 가능성 크지 않아

“일본이 MB 정부를 상대로 군사합동훈련을 제안했어요.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한반도에 강력한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이 북한과 중국의 합종에 공동 대응할 빌미를 주고 있다는 것.

중국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은 지정학적으로도 미국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경선이 너무 길고, 인접국의 수도 부지기수다.

양면전쟁, 삼면전쟁에 노출되기 쉬운 지리적 조건이라는 것. 미국은 몽골에 군사기지를 운용 중인 가운데 베트남도 동맹에 끌어들여 중국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상하이 동맹을 체결하는 등 합종연횡에 적극적이지만, 양국의 사이는 물과 기름이라는 한계가 뚜렸하다.

중국이 미국을 압박할 현실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도 뚜렷한 한계이다. 중국이 사들인 미국 재무부 채권도 전체 발행량의 7%에 불과하다는 것이 김 박사의 분석. 그는 이 국채를 투매해도 미국 경제에 미칠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북중 양측이 올해도 ‘혈맹(血盟)’의 관계를 강조하며, 한걸음씩 더 다가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에 정통한 북한이 한반도에 사활적 이해관계가 달린 미국을 거스르면서까지, 군사 도발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을 회유할 통치자금 확보를 위해서라도 부단히 남측과 접촉에 나설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서해에 항공모험까지 동원한 미국의 신호를 흘려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

"국가체제의 정비와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중국은 한국이 지난 50년간 쌓아올린 업적을 배우고 따라오기에도 벅찬 상황입니다. 미국과의 패권전쟁은 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만큼 역부족입니다. 한국인들도 이러한 중국의 맨얼굴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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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강의 나선 김석동 금융위원장


한민족은 유목민족의 DNA 물려받아… 오늘의 빠른 성장 있게 한 원동력

영원한 대책반장 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은 ‘속도전의 달인’이다. 금융실명제, 신용카드 사태를 비롯한 복잡한 금융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한국경제호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매서운 집도 솜씨를 발휘하며 종양을 제거해온 그의 명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그의 복귀 일성(一聲)이 ‘역사’다. 한국경제가 흥기한 이면에는 속도를 중시하는 한민족의 유목민 유전자(DNA)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 최근 저축은행 부실 해법은 김 위원장의 금융 현안 처리 방향을 엿보는 ‘창(窓)’이다. 지난 21일 오후, 김 위원장이 ‘한국경제와 한민족 DNA’를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싣는다.


“몽고 병사 하나가 말을 7~8마리를 타고 다닙니다. 기동력이 어마어마합니다. 하루 200km를 달리고, 전쟁 때도 400km를 진군합니다. 병참이 필요한 건 활밖에 없었습니다.(김석동 위원장)” 유럽대륙은 동양에서 들려오는 말발굽소리에 흔들렸다. 눈이 째지고, 다리는 휘어진 아시아인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가축 한 마리가 남지 않았다.

‘도성.’ 항복을 하지 않고 저항한 유럽 성들의 운명은 한결같았다. 유럽인들은 이 대학살을 이같이 불렀다. 몽고군의 공성 전략은 패턴이 있었다. 적군의 근거지에 사신을 파견해 항복을 권유하는 것이 첫 단추. 상대방이 항전을 할 경우 성으로 통하는 수맥부터 끊었다.

실크로드의 관문격인 서하를 공략한 방식도 그랬다. 도성 함락은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다. 몽고 병사의 아내들은 아름다운 여자들의 얼굴부터 훼손시켰다. 남편들이 공연히 딴 마음을 품을까 우려한 결과였다. 몽골 병사들도 잔인하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그들은 적병들의 머리를 주렁주렁 굴비 두름 역듯 엮어서 다녔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공들은 몽고 기병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몽고의 칸이 보낸 사신들의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강철 갑옷으로 무장한 강력한 러시아 기사단이 비빌 언덕이었다.

볼품없는 동양인들을 일거에 쓸어버리는 일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쉬워 보였다. 하지만 유럽의 평원에서 대결한 몽골 병사들은 신속하고 강인했다. 그들은 기동전의 달인이었다. 러시아 기사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몽고군 기동전·속도전으로 유럽 초토화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 러시아 기사단은 속수무책이었다. 몽고군이 노린 다음 타깃은 유럽의 기독교 국가들. 이들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데 실패한다. 상대방을 경시한 탓이 컸다. 유럽 최강의 튜튼 기사단이 추풍낙엽처럼 몽고군의 말발굽 아래 스러졌다.

몽고군이 도착한 곳은 폴란드 바르샤바를 남북으로 흐르는 비스와 강. 전 유럽은 강력한 기사단을 보유한 하인리히 군주의 목이 달아났다는 소식에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기적은 마지막 순간에 일어났다. 몽고 황제의 갑작스런 부음을 접한 몽고군이 말머리를 아시아로 다시 돌린 것.


한민족도 대륙을 호령하던 기마민족

고려는 이런 몽고와 39년간 항쟁을 했다. 고려는 쿠빌라이 황제가 직접 전투를 치르러 온 나라였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 유럽인들은 지금도 ‘다운증후군 환자’들을 ‘몽골리안 디지즈(Mongolian Disease)’라고 부른다.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공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유럽 대륙은 아시아 기마 민족의 말발굽 아래 늘 신음했다.

“유라시아 대륙을 거의 다 장악했던 훈족(흉노족)의 왕 아틸라가 2~3년 정도 더 살았다면 세계 역사는 아마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백인들이 식당에서 (아시아인들을) 시중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기마민족의 영웅 아틸라가 죽어서 역사가 바뀐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세계사는 기마 민족의 역사라고 강조한다. 정주문화의 대표선수인 중국의 한무제는 흉노족이 늘 두려웠다. 한경제, 한문제가 통치하는 태평성대를 거치며 풍족해진 나라 곳간을 열어 이 유목민족과 전쟁을 벌인 것도 조상들이 겪은 수난의 역사 탓이 컸다.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을 부른 흉노족은 로마의 멸망을 초래한 세계사의 지배자였다. 한무제의 도박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부른 것. 한민족은 대륙을 주름잡던 기마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물려받은 후예지만, 중국에 사대하면서 이러한 야성을 점차 잊어버렸다.

중국 정주민족의 문명을 받아들여 스스로 동화된 결과다. 김 위원장은 이 굴레를 떨치고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며 힘찬 포효를 하고 있는 한민족의 위대함에는 기마민족의 유전자가 한몫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포스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를 비롯한 굴지의 글로벌 기업은 이러한 유전자를 엿보는 창이다. 작은 나라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기업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배경을 달리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겠냐는 것이 그의 반문.


삼성전자, 포스코의 성취도 유전자 덕

김 위원장은 한사군이 4개에 달했다는 역사서의 기록도 부정한다. 한 무제가 위만 조선을 멸한 것은 맞지만, 한사군은 2개를 설치하는데 그쳤다는 것. 진시황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황제권을 행사한 한무제는 고조선을 무너뜨린 한나라 장군들을 모두 참살하고, 위만 조선 장군들을 제후에 임명했다.

김 위원장의 설명은 꼬리를 문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15번째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1960년 이후 국내 총생산이 31.2배가 증가한 데 비해, 세계 경제는 6배 커지는데 그쳤다. 또 전 세계 휴대폰도 3대 중 1대 꼴로 한국산이다. 전 세계 공항에 있는 텔레비전도 대부분 그렇다.

“요즘에는 기능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와도 신문에 나지 않습니다. 전 세계 부동의 1위거든요. 많은 예산을 공교육에 투입하고 있는데, 사교육까지 합치면 세계에서 가장 교육을 많이 시키는 나라입니다.” 작은 나라가 글로벌 경제의 리더로 부상한 것은 유목민의 유전자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


저축은행 시발 금융재편 속도전 의지

기마민족의 강점은 속도전.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지역인 사마르칸트를 무너뜨리고, 러시아를 초토화시킨 뒤 유럽 대륙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속도가 비교우위다.
‘성현의 말씀을 담은 경(經), 현인의 발언을 기록한 전(典), 그리고 역사.’ 이 세 가지는 동양사회 지식인의 필수 학문이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자치통감에 정통한 동양역사의 달인이며, 30대 내무장관을 지낸 김용내 전 서울시장은 동서양 역사에 해박한 인물이었다. 역사는 온고지신의 장이다.

김 위원장은 ‘역사 마니아’다. 수십 년간 사비를 들여 고조선을 비롯한 고대사 역사공부를 해왔다는 것이 금융위원회 측의 설명. 재야 사학자들과 교류를 쌓으며 가르침을 구할 정도로 역사학에 푹 빠져왔다. 지난 2008년 기획재정부 차관에서 물러난 후 역사 강연을 해왔다.

한민족의 우월성을 기마 민족의 유전자에서 찾는 그는 속도전을 중시한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 해법은 김 위원장의 주요 금융 현안 처리 방향을 엿보는 ‘창(窓)’이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주요 은행들의 포트폴리오 재편도 속도전이나, 기동전 양상을 띨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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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복케 하는 자를 경계하라”

史記 전문가에게 듣는 불황시대 인간경영론




바닷물을 모두 마셔보아야 짠맛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백비나 비무극, 엄숭은 군주를 잘못된 길로 인도해 
나라를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지금도 이런 인물들은 한국 사회에 많은 편입니다.



#1. 수년 전 경영권 분쟁을 겪은 A회장은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가슴 한편이 답답해진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해외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복동생은 가문에서 늘 ‘애증’의 대상이었다. 동복형제들은 알짜 계열사를 주고 분가시키자고 제안했으나,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리고 경영 현안을 챙기는 요직에 동생을 배치했다. “동생이기 이전에 인재를 아끼는 마음에서였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세상사는 뜻하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호랑이 새끼를 키운 격이었다”고 가슴을 쳤지만 만시지탄이었다. 그의 동생은 이 그룹을 서서히 장악해 나갔다. A회장은 다른 회사를 인수해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2.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체이스 회장은 요즘 월가에서 가장 잘나가는 ‘경영자’이다. 투자은행의 몰락을 불러온 금융위기는 그의 경영 스타일에 대한 재평가를 불러왔다. 과학적 리스크 관리가 주특기인 그는 하지만 수년 전 샌디 웨일 씨티그룹 회장에게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상품 판매 전략을 둘러싼 오너 딸과의 이견 다툼이 축출의 빌미가 되었다. 당시 “건강상의 사유로 사퇴한다”는 발표는 월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회사를 떠난 그는 1년 이상 체육관을 다니며 샌드백을 두들기며 분노를 삭여야 했다. 그는 훗날 이 백수 시절을 회고한 바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국내 중견그룹의 A회장, 그리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체이스 회장의 ‘수난사’는 믿었던 인물들에게 배신을 당하며 눈물을 흘린 이들의 비망록이다. 경영자들은 늘 불안을 달고 살기 마련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불안의 바이러스를 한국 사회 전역으로 퍼뜨리고 있다. 
업무를 게을리한다며 부하 여직원의 책상을 옮겼다 몸싸움으로 까지 번졌다는 한 줄의 기사는 경제위기 시대 직장인들의 자화상을 엿보는 창이다. ‘그는 과연 신뢰할 만한 인물일까?’ 불신은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의심은 꼬리를 문다. 지난 17일 오후, 사마천의 《사기》 완역에 나선 김영수 고전 전문가를 만나 인간경영의 통찰력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Q 사기(史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도 군주나, 동문수학한 친구들을 배신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그런 건가요. 
‘간성(姦性)’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진시황을 도와 중국 대륙을 통일한 이사는 동문수학한 한비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으며, 뛰어난 장수이던 방연은 스승 귀곡자 밑에서 함께 수학한 손빈을 간첩으로 몰아 불구로 만들었습니다. 


Q 손빈이나 한비자가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회음현에 있는 명장 한신의 묘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지만, 어머니의 묏자리를 ‘명당’에 쓸 정도로 야심이 많던 그는 불운했습니다. 
유방에게 토사구팽당한 그의 묘소 또한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당대의 승패가 오늘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죠. 사람들이 현실에 집착하는 배경입니다.


Q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입신양명에 흔들리지 않는 이들은 거의 없습것 같습니다.. 
‘오욕칠정(五慾七情)’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사기에 등장하는 간신들은 이 욕구가 무척 강렬했죠. 세상이 혼란스럽거나, 조직이 흔들릴 때면 어김없이 그들은 전면에 등장합니다. 현 정부 들어 ‘법간(法姦)’까지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군주의 기쁨, 슬픔, 분노를 파고듭니다. 


Q 대법관의 촛불 집회 재판 개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가장 위험한 유형의 간신이 바로 ‘지식인’들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간신으로 통하는 명대의 재상 엄숭은 학문이 도저한 인물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엄숭 같은 간신의 망령들이 배회하고 있습니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군자가 여럿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일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고 했습니다. 


Q 학문 수련에 정진한 지식인들이 더 위험한 이유가 있습니까. 
엄숭은 권력의 작동 원리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권력자이자 후원인인 하언과, 황제의 사람됨을 깊숙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높은 지위에 오르고 풍족히 지내고 싶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그 액션 플랜을 정교하게 집행할 수 있는 이들은 드뭅니다. 도덕이나 명예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한 거죠. 


Q 엄숭은 입으로는 아부를 하면서도 가슴속에는 칼을 품고 있는 ‘구밀복검’형의 인물이었죠. 
엄숭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벼슬길에서 물러났으나 재진출할 길이 요원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인물이 바로 황제의 총애를 받던 동향 사람 ‘하언’입니다. 엄숭은 마치 입속의 혀처럼 굴면서 이 대쪽 같은 고위 관리의 환심을 샀습니다. 엄숭은 하언의 도움으로 벼슬길에 진출합니다. 


Q 한 길 사람 속을 파악하기가 그렇게 힘든 거군요. 
공자도 늘 고심하던 문제였습니다.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또 제후국을 떠돌며 많은 군주와 그 신하들을 만났던 그에게는 절박한 문제였던 셈이죠. 엄숭도 늘 입바른 소리를 하던 하언을 중상모략하고, 날조된 유언비어를 끊임없이 퍼뜨렸습니다. 하언은 엄숭의 모략으로 목숨을 잃고 맙니다. 


Q 모 기업은 한때 신입사원을 채용하며 역술가를 동원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관상이나 사주를 보십니까. 
30대 초반에 그 허구성을 깨달았습니다. 제 경우는 상대방이 어려울 때 하는 행동을 보고, 또 상황이 좋을 때 하지 않는 행동을 보는 편입니다.


Q 리더들은 늘 불안을 달고 삽니다. 후삼국의 궁예처럼 ‘독심술’이라도 익혀야 하는 걸까요. 
공자는 상대방이 행동하는 바를 보고, 그 일을 하게 된 연유를 살피며, 편안히 여기는 바를 깊이 헤아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들을 경계하라고 강조했습니다. 


Q 사마천도 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인공들을 통해 ‘인물 판별’의 노하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요리사이던 역아는 어린 아들을 죽여 그 고기를 군주인 제환공에 바쳐 환심을 산 인물입니다. 사람고기만 먹어보지 못했다는 제환공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아들을 바친 거지요. 또 수조는 정무를 처리하느라 연로한 부모를 찾아보지 못한 관리였습니다. 제환공이 이들의 충정에 감복할 만도 하지 않았겠습니까. 


Q 군주를 감복케하는 이들을 경계하라는 뜻인가요. 요즘 세태와 잘 맞지 않는 듯합니다만. 
춘추시대 제환공은 자신의 목숨을 노린 관중을 재상에 등용할 정도로 배포가 큰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환공을 떠받들던 역아나 수조는 군주가 병들어 눕자 바로 본색을 드러냅니다. 와병 중인 제환공이 굶어죽는 것을 방조합니다. 어린 아들까지 바치고, 부모조차 찾지 않고 내보이던 충심은 결국 ‘거짓’이었던 거죠.


Q 춘추시대를 제패한 제환공 같은 뛰어난 군주가 왜 하찮은 인물들에게 휘둘린 걸까요. 
역아나 수조는 군주들의 허한 심리를 파고드는 ‘심리학’의 달인들이었습니다. 권력의 무게중심이 흔들리자 재빨리 말을 갈아타고 부귀영화를 꾀한 겁니다. 관중과 포숙, 그리고 습붕 등 명신들의 보필을 받으며 춘추시대를 제패한 이 군주도 그렇게 쓸쓸하게 가고 말았습니다. 그도 오욕칠정에 흔들리는 인간이었던 거죠. 


Q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군주들은 30세 전후에 권좌에 올라 30년간 재위에 있다 60세경 생물학적인 수명을 마감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명이 길어지긴 했지만, 연로한 경영자들은 이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제환공이 사망한 지 200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마천의 통찰력이 지금도 유효합니까. 
바닷물을 모두 마셔보아야 짠맛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백비나 비무극, 엄숭은 군주를 잘못된 길로 인도해 나라를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이기심은 인간 본성의 한 단면입니다. 법과 제도로 억제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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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벌> 시리즈 낸 재벌 연구가 김진방 교수


“경영권을 물건처럼 주고받으니
 왕자의 亂, 형제의 亂에 휘말려”


엑스파일에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까지. 두산, 삼성 등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 기업들의 추문이 잇따라 터져 나오며 재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두산그룹은 경영권을 둘러싼 박용성·박용오 형제간의 싸움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의 폭로전으로 치달으며 우애경영으로 이름이 높던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으며,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그룹도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선별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특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시도가 ‘뜻하지 않게’ 폭로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잊을 만 하면 수면 위로 고개를 드는 재벌 기업의 비리 백태는, IMF사태 이후 재벌 개혁의 기치를 들고 추진해온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투명성 제고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더불어, 국내 재벌 기업들의 뼈를 깎는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 10일 인천시 용현동에 위치한 인하대학교 연구실에서 이 대학 김진방 경제학부 교수를 만나 재계를 향한 그의 애정어린 조언에 귀를 귀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진방 교수는 지난달 3년여의 고된 작업 끝에 《한국의 재벌》시리즈를 발표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1999년 《재벌 백서》를 출간한 바 있는 국내 최고의 재벌연구가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거친 김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총수 일가의‘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러한 비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 두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며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두산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분쟁 당사자인 박용오 전 회장의 장남(박경원 전신전자 사장)이 지주회사격인 두산산업개발(당시 두산건설)의 지분을 일찍 포기했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정을 받았다가 매각했다. 하지만 두산산업개발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4세 후계 구도의 중심 기업으로 부각되자 (박용오, 박경원 부자가)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두산그룹의 무게 중심이 두산에서 두산산업개발로 이동하면서 여러 가지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무르익었던 셈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과거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에서 볼 수 있듯이) 경영권을 물건 주고받듯이 한 재벌 가문의 전근대적인 인식이 여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독 대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이 잦은 이유가 있는가

(두 차례에 걸쳐 경영권 분쟁을 겪은) 현대그룹을 보자. 지난 1997년 말 현대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이 10%를 넘었다. 당시 현대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4대 그룹의 총수일가 지분이 평균 5% 정도였으니 지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이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 그룹 확장이 거의 없던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0년 들어 총수 일가 지분율이 4%대로 급락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대주주(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 지분이 대거 처분되고 계열분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분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하락하자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난다.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모두 ‘순환 출자’구조로 바뀐 것이다. 

- 순환 출자 구조가 잇단 경영권 분쟁과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IMF 이후 재벌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순환출자로 전환된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두산은 한국중공업과 고려산업개발을, 한화는 대한생명을 각각 인수하면서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졌다. 또 현대그룹도 유동성 위기 극복과 계열분리 과정에서 지분이 낮아지다 보니, 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됐다. 이를 순환출자나 연쇄출자를 통해 보완한 것이다. 

문제는 계열사들이 줄줄이 엮이다 보니, 지주회사격인 핵심 기업의 경영권만 인수하면 기업집단을 지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지배구조를 바꿔서라도 경영권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탈법과 편법을 통해 더 큰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영을 잘 하게 되면 보너스를 받는 게 경영권 프리미엄이어야 되는데, 우리나라는 경영권을 지니게 되면 편법, 불법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편법·불법이라면 어떤 내용을 의미하나. 두산 박용오 일가가 폭로한 내용을 말하는가.

지난 1997년으로 눈을 돌려보자. 당시 4대 재벌은 이 때부터 2년에 걸쳐 대거 증자에 나섰다. 해방 이후 발행한 전체 물량의 1.5배에 달할 정도였다. IMF라는 전대 미문의 국가부도 사태를 맞아 정부가 대기업에 부채비율 200% 이하를 요구하자 직접금융시장에 눈을 돌린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2년 사이에 발행 주식수가 1.5배 이상 늘어났는데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이에 비례해 )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편법을 동원한 결과다. 

두산을 예로 들어보자. IMF 이후 두산건설이 주식을 발행했는데 총수 일가가 대출을 받아서 이를 사들인다. 대출은 기업이 주선하고, 이자도 대신 내준다. 결국 자기 돈을 하나도 안들이고 주식을 그대로 인수한다. 동부건설도 자사주를 총수에게 팔았는데 외상으로 팔았다. 그리고 배당을 실시하고, 총수는 배당금으로 주식 대금을 갚는다. 결국 가공자본을 만들어 대주주 일가의 지배권만 강화한 것이다. 

- 이러한 지배구조 변화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가 있는가. 

5%에도 못 미치는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줄줄이 엮는)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사례를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서 후진적인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빈발하는 것도 한번 자리를 차지하면 경영 성과를 불문하고 (제왕적 지위를 누리는) 지배구조 탓이다.

지난 80년 이후의 혼맥 지도를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재계와 관계·정계 사이의 결혼은 거의 없어졌다. 재계가 관계나 정계의 힘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핏줄이 아니라, 자금력을 통해서 매개될 수 있는 관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 하지만 스웨덴의 발렌베리, 독일의 BMW의 크반트가 등이 모두 가족 기업이지 않나

물론 이탈리아나 스웨덴 등에는 가족 기업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5~7%지분으로 40%에 가까운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업 집단은 없다. 대표적인 가족경영 기업인 스웨덴의 발렌베리도 지분율이 20%에 달한다. 

이 밖에 미국이나 영국은 거의 100% 지분투자한 자회사는 있지만 기업집단제도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국가와는 달리) 총수 일가를 제어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주주대표소송이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가 있다. 하지만 개인주주가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고. 부담해야 할 것은 많은 상황에서 소송을 하기는 어렵다. 

- 삼성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은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배구조 탓을 할 이유가 있는가. 

소유지배구조가 기업의 성과를 또는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나쁜 소유구조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지, 소유지배구조가 좋아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소유지배 구조는 그 자체로 평가해야 할 문제다. 성과가 좋았으니까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도 실적을 거론하는 이가 있다면 삼성자동차의 실패는 무엇인지, 또 그것이 국민경제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묻고 싶다.

- 정부가 국내기업들의 손발을 묶어두다 보니, 경영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버린의 폐해를 이미 목격하지 않았나.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마치 아무도 모르는 지하자원이 있는데 외국인이 이를 캐내면서 (주주들과 )나눠 가진 것이다. 경영권 공방 과정을 통해서 누가 손해를 봤는지 반문하고 싶다. 

손해 본 사람은 경영권이 취약해진 최태원 SK회장뿐이다. 주주들은 이익을 봤다.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해서 국민경제가 손해를 입은 것도 아니다. 경영을 잘해 주가가 높고 기업 가치가 높은 상황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서 누가 경영권을 가져가려고 하겠는가. 경영권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경영을 못해서 기업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이다.

- 삼성, 현대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 구조에 반대한다면 대안은 있는지 묻고 싶다. 

지주회사를 채택하고 있는 LG 모델도 고려해 볼 만한 부분이다. 물론 가족간의 이해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갔고, 그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일가들은 GS, LS로 분리해 나간 것이긴 하다. 

하지만 책임을 확실히 물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뀐 것은 평가할 만하다. 특히 금융과 산업의 분리가 이뤄진 점도 긍정적이다. 양자의 분리를 통해서 국민경제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을 지니게 된 것이다(지주회사를 하려면 법적으로 금융회사가 없어야 한다). 

- 재벌 기업들이 LG에 이어 지주 회사로 갈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다른 정책적인·사회적인 압력이나 유인이 없다면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의 예를 들자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생명을 떼어놓지 않으면 지주회사 체제로 갈 수 없다. 떼어 놓는다는 것은 포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엑스파일 사건이 보여주듯이 불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여지도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지주회사제로 가려할지는 의문이다. 

- 지난 1997년 이후 정부는 재벌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후진적인 행태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정부가 투명성 제고를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공정공시제도에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까지, 실제로 외부여건이 많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책임의 상당 부분은 검찰과 법원에 있다고 본다. 

SK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검찰이 적극적으로 기소를 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검찰이 기소를 해서 형법을 통해 배임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다면, 주주들이 민법을 통해서 자기의 이익을 구제하는 것이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삼성의 엑스파일 사건의 처리방향이 상당히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검찰이 사건처리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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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빈 IBK기업은행 재테크 팀장
“호주·뉴질랜드 달러에 돈 묻어라”



호주 달러화는 고금리까지 얻을 수 있어
상해와 선전 주식 추종하는 ETF 상품에 관심


“나무보다는 숲을 보라.” 임상빈 IBK기업은행 재테크 팀장이 요즘 강조하는 투자 지침이다. 임 팀장은 한국경제호를 거친 바다 위를 떠도는 조각배에 비유한다. 재작년 금융 위기 이후 순항을 거듭해 오던 이 배를 출렁거리게 할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태평양 바다 건너 미국은 한국경제호를 뒤흔드는 ‘판도라의 상자’다. 미국 행정부가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며 위기 재발의 뿌리 하나를 잘라낸 것은 호재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바닥을 확인하지 못한 채 휘청거리는 것은 부담거리다.

재작년 금융 위기의 후폭풍에 씻겨 떠내려간 일자리 수만 무려 850만여 개. 임 팀장은 미국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일자리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본다.  실업의 공포는 미국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흥청망청 소비를 하던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6.4%. 13개월 만의 최고치이자, 대한민국 가계 저축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소비보다는 저축이나 부채 청산의 고삐를 죄며 살림의 리밸런싱에 나선 것. 그는 소비가 되살아나기는 당분간 힘든 구도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10년 만기 장기 국채도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 이 국채의 연 이자율은 2.6% 수준.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치. 이 국채를 중국을 비롯한 주요 채권국들이 언제까지 사줄지도 미지수이다.

이러한 초저금리 자금은 글로벌 무대를 들쑤시며 위험 자산의 버블을 다시 키우고 있다는 것이 임 팀장의 우려이다.  한 달짜리 은행간 리보금리(Libor) 수준이 불과  0.5%. 임 팀장은 달러화를 홍콩에서 조달해 금리 수준이 높은 한국에 투자할 경우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안전자산 보유 비중 높여라
국내 증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부딪치는 ‘백가쟁명’의 장이다. 임 팀장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국내 증시가 상승 국면에 진입하면 이익을 실현한 뒤 현금을 보유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 안전자산으로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을 서서히 옮기라는 것.

임 팀장은 국내 증시가 내년 상반기 이후 한동안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본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글로벌 경제의 강자들이 성장의 동력을 상실한 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호의 나홀로 순항을 부른 환율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

중국이 악재를 털어버리고 순항한다고 해도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부진을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 시장도 내구재인 자동차 소비가 올 들어 꾸준히 줄고 있는 것이 부담거리. 그는 요즘 상해와 선전 주식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그가 권유하는 포트폴리오 바구니는 대체적으로 안전자산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자원 부국인 호주·뉴질랜드의 달러화, 브라질 헤알화 투자를 권유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호주 달러화 투자는 고금리라는 덤까지 얻을 수 있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이 은행 창구에서 호주·뉴질랜드 달러화 통장에 가입하면 된다. 브라질 헤알화는 이 통화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임 팀장이 추천하는 또 다른 안전자산이 바로 금리상품.

3개월~1년 만기의 금리 상품에 투자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그는 주요 투자지표를 보지 않은 채 투자에 나서는 고객들은 철도운송 지표를 금과옥조로 삼는 워런 버핏의 투자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는 미국의 월마트 매출 추이 같은 신뢰할 만한 지표들이 없는 것이 아쉽다며 블룸버그에 올라오는 논설들을 꾸준히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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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
“매주 2g씩 금 적립식투자 합니다”



금은 포트폴리오 내 ‘보험 자산’
신한은행 금 통장·엄브렐러 펀드 주목



“금융 위기가 쉽게 끝날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블딥이 온다고도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요즘도 금 적립식 투자를 한다.

매주 1g씩 사들이던 금의 양을 최근 두 배로 늘렸다. 매주 50달러가량 구매하던 달러의 매수 규모도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 팀장은 “금은 보험성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투자자산, 안전자산의 리스크를 상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

주가가 속절없이 빠질 때는, 포트폴리오의 안전성을 높여준다. 글로벌 자본시장이 출렁거릴 때마다 금값이 치솟는 것도 금의 효용을 보여주는 방증.

반면 물가가 급등할 때는 실질가치 하락을 방지하는 ‘인플레이셔 헤지 기능’을 담당한다. 금은 경기가 과열 기미를 보이거나, 급락할 때 모두 제 역할을 하는 효자 상품인 셈.

이 팀장은 “금은 그래서 늘 프리미엄이 따라다니는 상품”이라고 덧붙인다. 이 팀장이 금 적립식 투자 규모를 늘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는 “금은방에서 매입하는 금 상품에 비해 신뢰할 수 있으며, 부가가치세 10%를 내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상한선과 하한선을 미리 정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매력. 달러 자산도 포트폴리오에서 ‘금’과 비슷한 ‘보험자산’의 역할을 수행한다.

조지 소로스나, 헤지펀드 운영자인 존 폴슨 등 금융전문가들이 이 귀금속 펀드를 운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팀장은 비관론자는 아니다. 그가 자산 포트폴리오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글로벌 환경이 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빅3’가 마치 고장난 경운기처럼 털털거리며, 주요 시기마다 글로벌 증시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부담거리.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정교하게 구축해 경기 예측의 한계를 비껴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롱텀캐피탈 매니지먼트 파산, 러시아의 디폴트 사례 등은 전문가들을 비웃는 ‘블랙스완’이다.

이 팀장이 엄브렐러 펀드(신한BNP파리바 엄브렐러 펀드)를 추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펀드에 속한 8개 자펀드 사이를 추가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옮겨 갈 수 있는 점이 이 펀드의 강점이다.

스마트 펀드도 또 다른 추천 대상. 주가가 하락하면 종목을 사들이고 오르면 매각하는 자동매매 시스템이 특징. 투자자들이 매매기준을 정하는 수고를 던다는 얘기다.

이 팀장은 주가연계예금(ELD)상품은 추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상품의 지난 달 출시 규모도 50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 상품이 봇물을 이루던 성수기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팀장의 진단이다. 그는 금리 추이를 감안할 때 ELD 상품은 ‘끝물’이라고 지적한다.

요즘 자주 받는 질문은 바로 중국 펀드 관련 내용이다. 장기적으로 중국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 그의 반문이다. 신규 펀드 가입자들도 중국쪽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

예금 금리 상품도 추천 대상. 3개월~1년 미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

정 부가 지난 7월 기준 금리를 소폭 인상하긴 했지만, 여전히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3%대. 세금을 떼어내면 2.79%에 불과하다. 이 팀장은 “포트폴리오 바구니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투자자산, 안전자산, 보험성 자산의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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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사로 활동하는 배우 윤동환


“종교에서 영성 리더십 배워라”

2010년 07월 20일 15시 21분
불교는 한국인의 무의식을 엿보는 창…명상으로 큰 가르침 궁구해야



배 우 윤동환은 방송사 공채 탤런트 중 단연 선두주자였다. 윤씨가 ‘억새풀’ ‘에덴의 동쪽’에서 보여준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 그는 잘 나가던 시절 홀연히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윤씨는 인도에서 명상법을 익혔다. 마음을 다스리고, 삿된 생각을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젊은 시절 ‘선불교’에 심취했다. 명상은 마음 속 번다함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회복하는 수행의 통로였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반야(큰 가르침)를 궁구하는 장이다. 소니가 선을 보인 워크맨은 이 괴짜 경영자의 명상 속에서 ‘아이팟’으로 진화하고, 아이팟은 다시 스마트폰인 아이폰으로 바뀌었다.

그는 일필휘지로 화선지에 ‘난’을 치고, 다시 ‘소나무’를 그리는 동양화의 고수 격이다. 난은 소나무가 되고, 소나무는 다시 학으로 변하며 동시대인들을 사로잡는다.

배우 윤동환(43)은 상상력의 마술사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하는 연기자다. 연기자에서 수행자, 다시 대학 강사를 거쳐 다큐멘타리 감독을 준비 중이다.

지난 10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면세점 인근 빌딩. 윤동환은 스쿠터를 타고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새다. 올해 초 드라마 ‘추노’에서 청나라 장수 용골대로 분해 열연한 그는 요즘 휴식 중이다. 1주일에 두 차례 독서모임에도 나가고, 수업도 듣는다.


직관력 뛰어난 스티브 잡스 ‘선불교 신자’
윤동환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0년대 초, 방송사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력한 그는 입사 동기들 중 단연 선두주자였다.

윤씨가 ‘억새풀’ ‘젊음의 태양’에서 분한 냉철하면서도 고뇌하는 등장인물들이 그로서는 도약의 발판이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괴로워하는 인텔리겐차나, 지적 노동자의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였다.

윤씨는 방송사 전속배우로 가장 잘 나가던 시절, 홀연히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인도로 떠났다.

인 도는 마음을 다스리고, 삿된 생각을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한 수행의 도량이다. 미국의 리드대학교를 중퇴하고 아타리사에 입사한 스티브 잡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스티브 잡스도 인도 출장길에 이 나라의 매력에 빠져든다.

배우 윤동환도 인도에 사로잡혔다. 그는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리고 지난 2005년, 여름. 고구려의 건국을 조명한 한 공중파 방송의 인기 드라마인 ‘주몽’에 출연한 한 남자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나라 태수 양정으로 분한 이 배우는 가늘고 긴 눈매가 담백하다. 입 속에서 우물거리는 듯 하는 그의 발화법은 한동안 잊혀져 있던 남자 배우의 귀환을 알렸다. 주몽은 배우 윤동환이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뒤 찍은 드라마였다.

데뷔 초부터 잘 나가던 아이돌 스타인 그의 악역 신고는 성공적이었다. 놀라운 변신이다.

“세 상살이가 드라마가 아니냐”고 되묻는 배우 윤동환의 부단 없는 ‘도전’도 급물살을 탄다. 서울대에서 종교학 강의를 맡은 윤동환씨는 지난해 연극배우 김수영, 이승주와 함께 국내 최초의 인문학 특강 퍼포먼스 그룹 나비다(Navidad)를 결성해 화제를 불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인 그는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전국적으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강동구의 기초의원으로 출마한다. 비록 낙선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서울대 출신 연예인의 도전은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나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해야만 꼭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인생 자체가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연긴데요 뭘….”

배우 윤씨의 얼굴에서는 불과 수개월 전 경험한 낙선에 대한 아쉬움은 좀처럼 엿볼 수 없었다. 선거도 퍼포먼스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이 그의 반문이다.


독서모임에서 불교 경전 연구
윤 씨는 데뷔 시절 자신을 구속하던 ‘엘리트 의식’을 상당부분 벗어던진 듯 했다. 한 공중파 방송에서 올해 방영돼 높은 인기를 모은 드라마 ‘추노’에서 자신이 분한 청나라 장수 용골대를 화제에 올리며 나이가 드니 악역만 들어온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윤씨는 어렸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형제, 자매를 비롯해 수재들이 즐비한 파평 윤씨 집안의 걱정거리였다고 고백한다.

‘다 업보죠. 업보입니다….’ 알듯 모를 듯 한 말이다. 파평 윤씨는 조선 명종대 당파 싸움을 주도한 문정왕후의 후손들이기도 하다.

오랜 방랑의 세월을 뒤로 하고 다시 돌아온 그는 인터뷰 도중 불교 용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요즘도 자신의 선거를 도와주던 운동원들과 만나 불교 경전을 비롯한 책들을 읽은 뒤 토론한다고.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을 비롯한 불가 경전들이 줄줄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 는 한국인들을 이해하는 프레임이 바로 불교라고 강조한다. 불교는 한국인의 의식 깊숙한 곳을 엿보는 창이다. 윤씨는 전자·통신·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글로벌 산업계를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스티브 잡스도 선불교 신자라고 덧붙인다.

이 괴짜 경영자의 독창성은 동양적 가르침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서울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종교학 강의를 한 강사 탤런트다운 분석이다. 자유로운 발상을 불허하는 모든 금기를 허무는 것이 변화의 첫 단추다.


한국 CEO들, 종교에서 영성 리더십 배워야
“사실, 성경에도 윤회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는 점을 아는 기독교도들은 별로 없습니다. 이러한 편협함이 상대방의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부르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영성 리더십의 소유자들은 경험의 영역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고객에 충실하라’는 마케팅 정석에 시큰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의 기호를 철저히 조사해 신제품에 반영해도 막상 제품이 출시될 시점에는 그들이 다시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게 스티브 잡스의 지론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제행무상’의 원리다. 경험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불교는 기업인들의 귀감이다.

윤씨는 인터뷰에서 사고의 ‘자유로움’을 강조한다. 이 자유로움의 터전이 바로 명상이라는 것이 윤씨의 주장이다. 그가 인도, 스페인 등을 오가며 터득한 가르침이다.

한국의 경영자들이 종교에서 영성의 리더십을 배웠으면 한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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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運七氣三의 관료…‘풍도’의 묘를 터득하다”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롱런’ 비결은

2009년 09월 09일 11시 27분조회수:1
입신양명의 길은 멀고 험하다. 중국 송대에 변법 개혁을 이끌던 왕안석은 지원세력의 이반으로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입속의 혀처럼 굴며 그의 총애를 받던 '젊은 신료’는 후견인이 실각하자 바로 말을 바꿔 탔다. 천하를 호령하던 왕안석은 외로웠다.

진 나라 부국강병의 기반을 닦은 상앙도 파국은 피할 수 없었다. 태자를 보필하던 사부의 얼굴에 사정없이 먹물을 새겨넣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그도 강력한 지지자인 제후가 서거하자 ‘문득’ 초라해진다. 기세등등한 집권세력은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대륙 통일의 기틀을 놓은 개혁가의 비참한 최후였다. 정권은 유한하다.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을 몰아붙이던 개혁가 왕안석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자 ‘상앙’도 이 법칙을 비껴갈 재간은 없었다. 권력이 덧없이 사라지면 ‘부귀영화’도 뿔뿔이 흩어진다.

다섯 왕조에 걸쳐 10여명의 황제를 보필한 재상 ‘풍도’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는 ‘권력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영원해야 한다’고 했다. 재상 ‘풍도’의 정치 철학은 늘 후대의 연구대상이다.

참여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내고도 MB정부에서 다시 승승장구하는 공무원들이 세간의 화제이다. 한국경제호의 ‘합참사령관’격인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의 롱런 비결은 무엇일까.


뛰어난 官運의 사나이…산자부 장관 인선
과천 관가는 떠들석했다. 신임 각료 명단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남자가 있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었다.

“청 와대에 출입하는 한 일간지 기자의 전화 연락을 받고 이미 장관 인선 소식을 알고 있기는 했어요. 분명한 점은 의표를 찌른 인사였다는 것입니다.” 윤진식 정책실장이 당시 참여정부 산업자원부 장관에 선임된 것은 공무원 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관료가 털어놓은 후일담이다.

그래서일까. 윤 장관 인선을 둘러싼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재정경제부 출신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남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불만이었다. 일부 관료들은 사석에서 ‘막말’도 서슴지 않을 정도였다.

분노를 날것 그대로 토했다. ‘지역 안배 차원의 인선’이라는 정치적인 해석도 꼬리를 물었다.

막판에 충청도(충주) 출신을 끼워 넣었다며 폄하했다. 윤 장관은 당시 이같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산업자원부에 입성한다.

윤 장관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실세 장관 그룹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대선 수개월전만 해도, 그의 이름은 후보자 리스트에 없었다. 정치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유력 후보들이 득세했다.


참 여정부는 민영화를 밀어붙여야 할 절박함이 덜했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들과의 정책조율도 수월하지 않았다. 지원사격도 신통치 않았다. 분주하게 뛰었으나 역부족이었다.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참여정부 실세그룹들과도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정치 바람에 유력 후보들 잇달아 낙마
대선이 코앞이던 2002년 8월, 산자부 출신의 국공립대 총장이 과천 관가를 찾았다. 그는 당시 차기 산자부 장관 물망에 오르며 안팎의 주목을 끌었다.

국내 정치의 본향인 영남 출신에다, 최고 학부를 나왔다. 그리고 산자부의 요직도 두루 거친 ‘테크노크랏’이었다.

공무원들의 승진 코스로 알려진 ‘정권 인수위원회’ 출신의 엘리트였다. 그가 주최한 점심식사는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벌써 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찾아오지 않는 인물들이 있다며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 승리는 불가항력의 ‘자연법칙’처럼 보였다.초대 장관은 따논 당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참여정부의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직에 오르지 못한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패배와 더불어 그의 꿈도 사라졌다.
‘정몽준-노무현’ 연대는 또 다른 산자부 장관 후보의 부상을 불러왔다.
미국 변호사 출신의 법조인이었다.

“그가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이 됐다면 산자부 관료 상당수가 아마도 혼쭐이 났을 거예요. 당시 무역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섭섭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그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산자부 공무원의 전언이다.

하지만 정몽준 당시 국민통합21 대표는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 선거를 불과 하루 앞둔 때였다.

‘연정’은 허물어지고, 이 법조인의 산업자원부 장관의 꿈도 멀어진다. 당시 산자부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두 명의 유력한 산자부 장관 후보는 이런 식으로 ‘분루’를 삼킨다. 두 사람 모두 최고학부를 나왔으며, 정치적 후원자들의 탄탄한 지지도 얻고 있었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당시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선임된 이가 바로 윤진식 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이회창 후보가 패배하면서 ‘입신양명’의 꿈을 접어야 했던 인물들은 차고 넘친다. 노무현 후보 진영에 ‘올인’을 했다 구설수에 오르며 게도 구럭도 모두 놓친 관료도 눈에 띈다.

윤 실장은 관운이 따르는 타입이다. 하지만 관운만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강철은 두드릴수록 단련…시련의 산자부 시절
장관 시절은 말 그대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한전 민영화 문제를 비롯해 복잡한 현안들이 발목을 잡았다. 한전 발전 자회사간 상호 경쟁을 유도하고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매각한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기본 구상이었다.

한국전력은 가스공사 등과 더불어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시금석이었다.
한전은 버거운 상대였다. 이 공기업은 자회사 매각 저지 총력전을 펼쳤다. 이 회사 노조는 물론 사장, 그리고 임원들까지 정부 방안을 공공연히 성토했다.

분할한 회사를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한전에 투입된 최고경영자들마저 민영화에 반대했다.

백약이 무효였다. 정보통신부와의 치열한 영역 다툼도 윤 장관의 임기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참여정부 내각의 떠오르는 스타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당시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후광이 대단했다. 정통부는 산자부의 영역을 넘보았다. 정통부가 단지 IT를 담당하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산자부내 동요도 만만치 않았다. 핵폐기장 선정 문제도 걸려 있었다. 제갈공명이 다시 살아와도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수두룩했다.

윤 장관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 윤 장관은 부지런히 뛰었다. 하지만 그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있었다.
바로 참여정부 실세들의 전폭적인 지지였다. 방사성 폐기물 후보지 주민들은 연일 시위에 나섰다. 그리고 한전노조는 국민의 정부 시절 분할한 자회사들을 원상회복시키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외 풍을 막아줄 바람막이가 절실한 시기였다. 윤진식 정책실장은 참여정부 시절 마음고생이 많았다. 한전 민영화, 방사성 폐기장 부지 선정은 난제였다. 참여 정부가 똘똘뭉쳐 강단있게 밀어붙여도 힘이 부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학자 출신의 ‘브레인’ 들은 적전분열했다.

그들 스스로도 한전 민영화의 효과를 확신하지 못했다. 참여정부는 민영화를 밀어붙여야 할 절박함도 덜했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들과의 정책조율도 수월하지 않았다.

지원사격도 신통치 않았다. 당시 윤장관은 분주하게 뛰었으나 역부족이었다. 민주화운동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참여정부 실세 그룹들과도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바로 참여정부 실세들의 전폭적인 지지였다. 방사성 폐기물 후보지 주민들은 연일 시위에 나섰다. 외풍을 막아줄 바람막이가 절실한 시기였다.


산업대 총장 시절…은인자중의 묘를 배우다
“윤 장관이 산업대 총장으로 물러난 후 인터뷰를 한차례 요청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총장의 직분에 충실하고 싶다며 완곡히 거절을 하더군요.” 한 일간지 기자의 전언이다. 그는 2004년 4월 서울산업대 총장직에 부임한다.

윤 장관은 장관급인 서울산업대학교 총장 시절 ‘은인자중’했다.
언론 인터뷰도 가급적 자제했다. 총장시절, 산업자원부 사무관들과 아반떼 승용차 뒷자리에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할 만큼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던 그는, 하지만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캠프에 전격 합류한다.

참여정부 최고위급 관료의 ‘전향’은 두고두고 화제를 불렀다.
MB의 대학(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원회의 경쟁력강화위원회 투자유치 TFT팀장, 부위원장을 맡으며 다시 화려하게 무대 전면에 등장한다. 이번에도 행운은 그의 편이었다.

“관운이라는 건 마치 주식투자와 같습니다. 내가 ‘몰빵’을 하면 주가는 곤두박질하고, 손절매한 종목은 꿈틀거리며 다시 살아나거든요.” 산자부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민간기업으로 옮긴 전직 고위 관료가 털어놓은 푸념이다.

‘관운’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기 마련이라는 것.
당이 망하고 5대 10국 시절 이민족이 번갈아가며 중국을 지배하던 시절, ‘풍도’가 꼭 그랬다.


官運은 마치 주식투자와 같지만…
재상 ‘풍도’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당이 망하고, 북방의 기마민족들이 중원을 휘젓고 다니던 난세였다. 왕은 성을 버리고 패퇴했으며, 새로운 권력자는 성 밖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풍도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갈래였다.

사 대부들과 더불어 ‘옥쇄’를 택하거나, 아니면 한때 왕의 신하이던 인물을 다시 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풍도는 사대부들과 성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새로운 권력자에 충성을 맹세했다. 그는 다섯 왕조에서 무려 10여명의 왕을 섬겼다.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왕조는 망해도 나라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풍도의 정치철학이었다. 최명길은 훗날 비슷한 말을 되뇌며 척사파 김상헌이 찢어버린 항복문서를 다시 붙인다.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은 MB정부의 경제수석 비서관을 거쳐 최근 우리나라 경제 정책의 ‘합참의장’격인 청와대 정책실장에 부임했다.

주요 경제 현안이 불거질 때 장관들과 협의해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이 윤 실장의 몫이다. 그는 저녁 이후에도 사무실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체력이 달려 소파에 누워 업무지시를 내릴 정도로 ‘일벌레’로 알려졌다. 풍도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늘 ‘실리’를 좇았다. 한번 결정한 뒤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윤 진식 청와대 정책 실장의 별명은 ‘진돗개’이다.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한번 맡은 일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가 참여정부 시절의 쓰라린 경험을 밑거름 삼아, 선진화의 깃발을 내건 현정부의 비전 현실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지 관심을 모은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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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토토인베스트먼트 부회장


“왕따 당하던 촌놈이 ‘웨딩 재벌’ 됐어요”

2010년 01월 19일 16시 58분

김병수 부회장이 기억하는 유년 시절은 희뿌연 잿빛이다. 급우들은 허름한 복장의 시골 전학생을 무리에 끼워주지 않았다.

밥도 사주고, 구슬치기도 일부러 져줬지만 환심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다 가난 때문인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그는 ‘서울행’ 열차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영세업자들이 몰려 있는 성수동은 을씨년스러웠다. 가위를 만드는 ‘프레스공장’에서 꼬박 한 달 반을 일한 그는 ‘오뎅’을 그때 처음 먹어보았다.

“지금도 그 아부레기(오뎅) 맛을 잊지 못한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회고다. 좁은 골방에서 잠을 청하면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양친의 손에 이끌려 낙향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군’에 입대했다. 사방이 꽉 막힌 시기였다.

그 런 그에게 ‘비상(飛上)’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해군 본부에 근무할 때였다. 그는 틈틈이 사촌형 내외가 운영하던 ‘식당’에 들러 ‘일손’을 부지런히 도왔다. 그를 눈여겨보던 사촌형은 제대를 한 그에게 ‘호프집’을 하나 차려주었다.

그의 첫번째 도전은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린다. 상권 분석도, 고객 기호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낸 그는 예식장 식당 운영에 뛰어든 사촌형 내외를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예식장 부설 식당사업에 덜컥 뛰어들었다. 그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식사를 하며 환담을 나누는 하객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예식장 운영의 ‘감’을 익히던 시절이다.

청담동 ‘탑 웨딩홀’ 인수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친척들까지 총동원해 자금을 확보했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 웨딩산업을 보고 돌아온 그는 장(張)의자를 식장에 도입한다.

일본식 하우스 웨딩문화를 도입한 최초의 예식장이라는 입소문이 금방 퍼져나갔다. 그는 입소문의 위력을 그때 절감했다고 고백한다. 탑 웨딩홀을 인수하기 전에 다녀온 해외 투어는 늘 영감의 원천이었다.

김 부회장은 “공부는 못했어도 젊은이들의 마음만큼은 기막히게 잘 읽었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부동산투자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예식장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서울 동작동에서 매물로 나온 140평형 빌라를 시세의 절반 값에 매입했다.

1990년 말 외환위기를 전후한 시기였다. “어렸을 때 하도 가난하게 살다 보니 무조건 큰 집을 사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회고이다. 김 부회장은 양친을 모실 요량이 아니었다면, 강남에 집을 사두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동작동의 고급 빌라는 IMF 이후 급등하면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안겨주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예식장을 함께 운영하던 친구가 부도를 내고 잠적했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대의 위기였다. 김 부회장은 “차용증 하나를 써주고 긴급자금을 융통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사촌형 내외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1년간을 묵묵히 일하며 몸에 익은 진솔하고 뚝배기 같은 태도가 위기 때 그를 구한 자산이었다. 그는 ‘보증수표’였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중학교 졸업식날 가출했던 산골소년은 국내에서 가장 큰예식장을 운영하는 웨딩홀 재벌이 되었다. 김 부회장은 자신의 성공비결로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안목(眼目)’을 꼽는다.


대한민국 최대 ‘예식장’ 경영에 성공
지난 10일 오후 2시30분, 서울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강남 웨딩홀에서는 한 쌍의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이 예식장이 공모한 수기에 당선돼 무료 결혼식을 올리는 행운을 잡은 주인공들이다. 김병수 부회장은 좋은 일도 하고, 예식장도 알리고 싶었다고 귀뜸한다. 강남고속터미널 주식회사 소유의 이 웨딩홀은 골칫거리였다.

‘터미널’의 입지 여건이 걸림돌이었다. ‘혼주’들은 대개 유년 시절 지저분하고 부랑자들이 들끓던 버스터미널의 아득한 풍경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 2007년 ‘강남 웨딩홀’을 맡았다.

강남고속터미널 5층 전체를 국내 최대 규모의 예식장으로 리모델링했다. 식당 홀의 규모가 크다 보니 홀 곳곳으로 손님들을 실어나르는 ‘자동차’도 비치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중학교 졸업식날 가출을 했던 산골 소년은 국내에서 가장 큰 예식장을 운영하는 웨딩홀 재벌이 되었다.

그는 요즘 《2010 트렌드》를 읽고 있다며 최근 동향을 귀띔한다.

기회는 늘 출렁이며, 그 흐름만 제대로 포착해도 재부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자신의 성공비결로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안목(眼目)’을 꼽는다. 가난한 시절에는 조변석개하는 세상의 인심을 알 수 있었다.

그때 받은 ‘홀대’는 기억의 저편에서 지금도 불쑥 고개를 내민다. 부자가 된 이후에는 돈을 노리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까지 떼인 돈만 수억 원은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김 부회장은 하지만 이제는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상대방 목소리만 듣고도 진의를 파악할 정도가 됐다.

값비싼 수업료의 대가를 톡톡히 보상받고 있다는 김 부회장은 요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식당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웨딩홀을 운영하게 된 그는 특급호텔 인수에도 관심이 많다.

그가 자신의 선택에 늘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김 부회장은 “주요 결정을 보완해 줄 ‘장자방’ 같은 인물이 있었다면 더 큰 ‘부’를 만들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도 피력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재미를 본 적이 있으나, 그가 가장 믿는 것은 여전히 땅이다. 그는 “지적도를 보면 물소리. 새소리가 들릴 정도로 땅을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난 때문에 대학을 가지 못한 김 부회장은 지난 1996년 서울산업대에 입학하는 등 만학의 열정도 불태우고 있다.

등심·햄버거 스테이크 대중화에 나서자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에피소드도 털어놓는다. 물량을 꾸준히 공급받을 수 없는 품목이어서 대중화가 어렵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김 부회장은 한 달에 자가용 기름값으로만 60만원 이상을 쓴다고 한다. 자가용에 몸을 실으면 고향 산천의 풍광이 기억을 비집고 나온다. 가난은 늘 그를 따라다녔다.

김 부회장이 유년 시절 살던 마을은 전라도 나주의 산간벽촌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가구 수도 20여세대에 불과했다. 수업을 마치고 가축들에게 먹일 ‘꼴’을 부지런히 나르다 보면 하루 해는 금방 저물었다. 주리고 헐벗었던 유년기 풍경이 지금은 아름답게만 느껴진다고 그는 너털웃음을 짓는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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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전략목표와 직원 성과지표 엇박자 때문”


다들 열심히 일하는 회사가 망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9년 07월 27일 19시 57분
Profile /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미 일리노이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경영대 학부와 석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홍콩과학기술대에서 6년 연속 최고강의상을 수상한 후 2006년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부임했다. 최근 《숫자로 경영하라》를 발표했다.Profile /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미 일리노이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경영대 학부와 석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홍콩과학기술대에서 6년 연속 최고강의상을 수상한 후 2006년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부임했다. 최근 《숫자로 경영하라》를 발표했다.
미 에너지기업 엔론은 모래성 위에 구축한 ‘바벨탑’이었다. 분식회계로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춘 이 회사 경영자들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며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독려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주식을 내다팔았다.

직원들도 파생상품의 수익성을 부풀리며 수십억 원의 보너스를 챙겼다.
‘숫자경영의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41)는 단기성과를 중시하는 미 경영계의 풍토가 엔론 사태를 예비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단기 실적으로 경영자의 성과를 측정하는 풍토가 유지되는 한 임직원들의 도적적 해이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를 지난 22일 서울대 교정에서 만났다.


Q. 로마가 멸망한 원인이 ‘숫자경영’에 어두웠기 때문이라고 하셨죠. 로마인들이 회계를 몰랐습니까.

지중해를 주름잡으며 세계 제국으로 성장한 로마가 망한 이유를 아십니까. 바로 군대를 유지할 돈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입니다.

(훈족에 밀린) 게르만족들이 로마 국경을 넘어 왔지만, 로마인들은 용병들을 움직일 ‘인센티브’가 부족했습니다. 국방비가 턱없이 모자랐던 거죠.


Q. 신선놀음을 하다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는 격이었군요. 로마인들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없었습니까.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 정작 살림살이의 요모조모를 두루 감안해 자원을 배분하거나 위기에 대처할 ‘유연함’을 잃어버렸습니다.

로마인들은 살림살이를 꾸려갈 균형감각을 상실했고, 위기의 징후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Q. 카이사르는 35세에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넜습니다. 30대 후반에 ‘숫자경영’ 전도사로 서울대에 부임해 포부도 크셨겠어요.

홍콩과기대에서 6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다 2006년 서울대에 부임했어요. 그동안 고생이 심해서인지 흰머리가 머리 윗부분에 많이 늘었네요. (웃음)


Q. 하지만 한국에 오자마자 냉엄한 현실과 조우했다고 들었습니다. 카드사 직원들에 많이 놀라셨다지요.

카드를 만들어달라는 청탁 전화가 꼬리를 물었습니다. 카드사 직원들이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기도 하구요. 펀드 가입 권유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러질 못했어요. 카드가 이미 많은 편이어서 더 만들기 어렵다고 정중히 거절해도 이분들은 막무가내였어요.


Q. 왜 놀라셨습니까.
일부는 ‘카드 발급 후 바로 버리라’는 권고도 서슴지 않았어요. 카드 한 장을 발급하려면 우선 신청자의 신용도를 심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카드를 발급해 보내줘야 합니다.

카드 신청자가 어디 저 하나뿐이겠습니까. 다 비용입니다. (제가) 카드를 꺾어버리면 카드사는 수수료는 물론 이자도 챙길 수 없을 테구요.


이노베이션, 고객 가치창조의 깃발을 내건 경영자와 (이 주문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실무자는 눈높이가 다릅니다. 경영자는 회사의 전략목표가 실무 단위에서 어떤 식으로 수용 되고 있는지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Q. 카드 발급 건수가 직원 평가 항목이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은행이나 보험사 등도 사정은 비슷하지 않나요.

(은행은) 대출 잔액이 직원 평가 항목입니다. 직원들은 대출 잔액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해야겠죠.

신용위험이 있는 고객들이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가는 한 은행 수익성도 좋아질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고스란히 은행 경영에 부담을 주게 됩니다.


Q. 경영진의 독려 속에 카드는 물론 금융상품 판촉을 늘려도 길게 보면 건전성만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군요. 마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최고경영자의 ‘전략목표’가 직원 성과지표(KPI)와 서로 ‘엇박자’를 낸 결과입니다.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회사 실적은 장기적으로 거꾸로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겁니다.


Q. 무엇이 문제입니까.

서울대의 교훈은 ‘진리는 나의 빛’입니다. 하지만 교훈에 포함된 진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교훈에 부합하는지는 합의된 바 없습니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는 전략목표에 관심을 두고, 실무자는 미시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합니다. 바라보는 지점이 서로 다르죠.


Q. 경영자들은 멀리 내다보는 반면, 실무자들은 발밑을 살피다 보니 불거지는 문제라는 뜻인가요.

이노베이션, 고객 가치창조의 깃발을 내건 경영자와 (이 주문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실무자는 눈높이가 다릅니다.

회사의 전략목표가 실무 단위에서 어떤 식으로 수용되고 있는지 경영자는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성과지표(KPI)’를 회사의 이해와 일치시켜야 합니다.


Q. 카드사들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성과지표를 어떤 식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카드 발급 숫자보다 카드 사용금액을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겠죠. 직원들은 유명무실한 100명의 고객보다 수익성이 높은 단 한 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카드 발급 직후 특정기간 동안 사용한 카드만 평가점수에 반영해도 사정은 달라질 겁니다.


Q. 문제는 경영자들도 단기 실적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이 아니겠습니까. 당장 실적을 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경영자들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1~2년 후 닥칠지 모를 부작용을 돌아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영자들도 자구를 꾀하기 마련입니다. 보유자산을 재평가하거나, 감가상각 방식을 달리해서 이익을 줄이거나 늘릴 수도 있겠죠. 회계처리 기준을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바꾸는 겁니다.


Q. 착시 효과로 시장의 눈을 속인 에너지기업 ‘엔론’이 바로 이런 사례가 아니었습니까.

(케네스 레이를 비롯한) 엔론의 CEO들은 수많은 소규모 특별 자회사(‘SPE’)를 만들어 이 자회사들에 손실을 다 떠넘겼습니다.

또 이 자회사들과 거래에서 이익을 챙기는 등 법의 맹점을 교묘히 파고들며 시장을 호도했습니다. 직원들도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투자은행은 지난 2003년 이후 세계 주식시장이 상승하자 이 주식과 파생상품을 단기투자 목적으로 분류했어요. 그러다 주가가 하락한 이후에는 이 상품을 다시 장기투자 목적이 라고 주장했습니다. 흑자전환은 회계처리 방식 변경으로 생긴 겁니다.



Q. 엔론사 직원들이 도덕적 해이를 저질렀다는 것은 금시초문입니다. 분식회계의 피해자가 아닌가요.

엔론은 점차 파생상품 트레이딩 비중을 높여갑니다. 에너지 자원을 기초자산으로 한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거래하며 수익원을 ‘트레이딩’ 쪽으로 확대합니다.

문제는 박사급 공학자나 통계학자들이 만든 이 파생상품이 너무 복잡해 그 수익성을 평가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Q. 트레이딩 부문 직원들이 ‘파생상품 수익률’을 과대평가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겁니까.

이 회사 직원들은 분기별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돈을 챙겨갔습니다. 수익률을 좌우할 변수들을 유리한 쪽으로 해석했고, 경영진도 수익이 나는 줄 알았죠.

하지만 이 파생상품 중에는 상당한 손실을 낸 사례가 적지 않았어요. 파생상품의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는 직원들은 1%가 채 안 됐어요.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겠죠.


Q.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경영 관행이 한국의 카드 사태는 물론 엔론 스캔들을 불러온 주범인데요.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나폴레옹은 위대한 천재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모든 전투에서 이긴 것은 아닙니다. 말년에는 실수도 많이 했어요.

전선이 넓어지다 보니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정작 중요한 전투에서 패배하기도 했습니다. 인재들을 확보하고 그들을 길게 봐야 합니다.


Q. 인수합병 부작용으로 부심하는 기업들은 ‘숫자경영’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미 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항상 ‘마진 오프 에러(실수의 여지, Margin of error)’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100억원을 투자해서 10억~20억원을 벌 수도 있지만, 50억원을 날릴 수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모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정도로 기업인수에 ‘올인’하는 건 금기입니다. 회사를 인수한 뒤에도 주식으로 치자면 손절매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Q. 글로벌 경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숫자경영의 전도사가 바라보는 세계 경제의 온도는 어떻습니까.

올 들어 (위기의 시발점인) 일부 투자은행들이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회복론을 주장했습니다.

투자은행들이 위기의 시발점 역할을 했으니 실적 호전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투자은행들의 흑자전환은 회계처리 방식의 변경에 따른 것입니다.


Q. 착시 현상이라는 뜻인가요.

투자은행은 장기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주식과 파생상품은 시가가 변해도 당기순익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팔 의도가 없어 시가변동이 무의미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지난 2003~2007년 세계 주식시장이 상승하자 이 주식과 파생상품을 단기투자 목적으로 분류했어요. 그러다 주가가 하락한 이후에는 이 상품을 다시 장기투자 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흑자전환은 회계처리 방식 변경으로 생긴 겁니다.


Q. 로마사에도 조예가 깊으신 듯합니다. 국내 경영자들이 로마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개방성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시간이 나면 같은 저자의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도 읽고 싶습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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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세상 모든 투자의 정석은 가치 투자”

2010년 05월 18일 14시 36분조회수:513
내 수 일등 기업들 하반기 다시 기지개… 시장 주도하는 ‘증시 7공주’ 모두 처분해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는 그의 자본론이며, 오마하의 선인 ‘워런 버핏’은 이 남자의 멘토다. 이채원 한국 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가치 투자의 정석에 충실한 투자 고수다.

버핏 발 ‘올해의 편지’는 실전 투자의 ‘바이블’이며,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Intelligent Investment>는 투자의 보편원리를 다룬 ‘경서(經書)’다.

그의 수익률 목표는 ‘금리 플러스 알파’ 수준. ‘매크로(Macro)’는 가급적 잊고 싶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바람이다. “주가 지수를 몇 차례 예측한 적이 있는데, 되돌아보면 그 전망들이 대부분 빗나갔어요. 열 번 정도 예측을 하면 여덟 번은 틀리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한 미국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선망의 대상이다. 미국 경제의 조기 회복을 내다본 ‘바톤 빅스’도 그렇다. 이 부사장은 자신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는 것 같다며 계면쩍은 웃음을 짓는다.

우직하게 재무제표나 현금 흐름을 분석하고, 내재가치에 비해 싼 종목을 추려 차익을 실현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지난 12일 오후 3시 30분, 여의도에 있는 이 회사 사무실은 한산하다. 대부분 국내 기업 탐방이나, 해외 경쟁사들의 동향 파악에 나섰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한 자리에 모이기가 힘들다 보니 회의도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다. 그에게 기업 탐방은 옥석 구분의 첫 단추다.

투 자 열풍이 부는 대학 사회도 단골 방문 대상이다. “한 대학의 가치투자 발표 모임에 참석했는데, 사례 발표에 나선 대학생이 분석 기업의 내재 가치(underlying value)를 원 단위까지 제시하더라구요.” 이 학생의 분석 도구가 바로 ‘현금 흐름 할인(DCF. Discounted Cashflow)’ 기법.

젊은 가치 투자자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가치 투자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다. 이채원 부사장은 아쉬움도 피력한다. 투자 대상 기업은 ‘과거(안정가치)’ ‘현재(수익가치)’ ‘미래(성장가치)’를 골고루 헤아려야 비로소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화려함’보다 ‘우직함’을 추구하라는 조언이다. 현장을 발로 뛰는 임직원들의 굵은 땀방울만이 투자 성공의 지름길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접근’은 패배의 ‘보증수표’다.


안정·수익·성장 가치 골고루 헤아려야
1990년 2월,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 도쿄. 챔피언인 마이크 타이슨이 무명의 더글러스에게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허망하게 패한다.

타이슨은 챔피언이 된 후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도전자인 제임스 더글라스는 은퇴를 앞둔 퇴물 취급을 받고 있었다.

필리핀 복싱 영웅 ‘파퀴아오’도 데뷔 초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오스카 델라 호야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린 것은 경천동지할 사건이었다. 물론 동시대의 최강자인 메이웨더와 일전을 앞두고 있는 파퀴아오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지는 미지수다.

호적수에게 패한 뒤 내리막길을 걷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왕년의 강자가 오늘도 잘하리라는 법이 없다. 현재 ‘선전’을 하는 기업이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채원 부사장의 이러한 통찰이 녹아 있는 가치 투자의 ‘정수(淨水)’가 안정·수익·성장 가치를 융합한 ‘섬 오브 파츠(sum of parts)’다. 워런 버핏의 창조적인 계승이다.
이러한 투자 철학의 옥동자가 바로 ‘10년 가치 투자 펀드’다.

주가수익배율이 10배 이하면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을 늘리고, 이미 많이 오른 테마주들은 비중을 줄이고 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이른바 ‘증시 7공주’들은 단 한 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처분했다.

이 펀드의 환매 제한 기간은 무려 3년. “다들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어요. 시장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데 이 정도 환매 제한을 용인할 투자자들이 과연 있겠냐는 것이 핵심이었죠”

그가 선호하는 종목들은 ‘코카콜라(음료)’나 ‘허쉬(초콜렛)’처럼 본업이 탄탄한 기업들이다. 본업을 거점으로 인접 영역을 활발히 파고드는 기업들은 금상첨화(錦上添花)다. ‘한 우물을 파라’는 버핏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할까.

이 부사장의 답변은 확고했다. 월트디즈니가 가상사설망(MVNO) 시장에서 망신을 당하고도 버틸 수 있는 저력도 탄탄한 본업 덕분이다. 아동복 시장에서 참패한 맥도널드가 흔들리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주가 수익 배율이 10배 이하인 기업에 주목
이 부사장은 한 눈에 보기에도 흰 머리가 부쩍 늘었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 위기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할퀴고 지나가며, 가치 투자 펀드에도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수난은 꼬리를 문다.

정부는 서민 경제 안정 차원에서 내수 시장 일등 기업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과징금 부과 등 압박의 수위를 전방위적으로 높였다. 이 부사장이 주로 투자하는 종목들이다. 투자자들도 가치주보다는 테마주에 주목했다.

그는 “살림살이가 궁핍할수록 환상에 매달리기 마련”이라고 진단한다. 금융 위기 이후,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은 ‘영화관’이었다. 지난 1929년 대공황의 공포에 사로잡힌 미국인들에게도 영화관은 현실을 잊는 도피처였다. 하지만 환상에서 깨어나면 공과금 걱정을 하는 것이 세상사다.

이 부사장이 가치주의 득세를 내다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알뜰 쇼핑에 나서는 실속파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위기 경보가 해소되면 내수 기업들의 수익성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제과, 대상그룹 등은 동시다발적 가격 인상에 나섰다.

그는 요즘 시가 총액 대비 수익창출 능력이 뛰어난 회사들에 주목한다. 테마주도 개의치 않는다. PER(주가수익배율)이 10배 이하면 편입 비중을 늘리고, 이미 많이 오른 테마주들은 비중을 줄이고 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이른바 ‘증시 7공주’들은 한 주도 남기지 않고 처분했다.
용 대운의 <군림천하>는 그의 단골 피로 회복제다. 아직도 매년 한 권씩이 추가되는 20여 권 짜리 이 무협 소설을 그는 늘 첫 권부터 다시 읽는다. 특유의 보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상의 모든 투자는 가치 투자”라는 그의 바람은 일본, 유럽, 미국의 가치주에 투자하는 글로벌 10년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다. 오늘도 직원들을 해외에 보내고, IT 종목에만 투자하고도 버핏에 버금가는 수익을 올린 존 네프 등을 연구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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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 가치가 주가 상회하는 회사에 주목”

2010년 04월 13일 11시 59분조회수:333
가치투자 전문가 최정용 에셋디자인 대표


워렌 버핏은 한 우물을 파온 기업에 주목했다. 콜라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 초콜렛 맛의 비밀을 터득한 가문이 운영하는 회사가 늘 그의 투자 대상이었다.

다른 분야에 호기롭게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이 투자 고수는 꿰뚫고 있었다. 코카콜라는 영화산업에 진출했다 실패를 맛보았다.

재작년 금융위기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세계 금융시장을 호령하던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

한 우물을 파온 강자들의 몰락이 반면교사였다. 통신 장비 업체들이 서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며, 국내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커피 비즈니스에 전격 진출했다.

투자 자문사인 에셋디자인의 최정용 대표(35)는 이러한 변화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읽었다. 그는 가치투자 전문가이다.

잠 재력이 있지만 아직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늘 현장을 챙긴다. 몽골에서 문익점의 붓 끝에 묻혀 고려로 흘러들어간 목화는 일본으로 건너가 방직 산업을 일으켰다.

방적기계를 만들던 도요타 직기는 글로벌 기업인 도요타 자동차로 성장한다. 하워드 슐츠가 창업한 스타벅스는 1990년대초반 상장한 이후 주가가 3000%이상 상승했다.

도요타 직기나, 무명시절의 스타벅스 같은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최 대표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시절 가치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한 그는 지난해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불과 6개월 동안 모집한 자금 규모가 100억 원.

서울대 출신 가치투자 전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대 출신 투자전문가라는 입소문을 타고 명성을 얻은 최 대표가 요즘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여가는 회사가 바로 동양매직이다.

주방가전으로 널리 알려진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8일 현재 5000원선.
그는 이 회사의 투자 포토폴리오를 늘리고 있다고 귀띔한다. 이 회사는 재작년 정수기 렌탈 사업에 진출하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바 로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후한 시기였다. 첫 번째 시험 무대는 산업용 송풍기 시장. 주방 가전 부문에서 담금질한 비교우위가 늘 이업종 진출의 지렛대였다.

정수기 렌탈 사업은 또 다른 시험대이다. 지난해 업계 2위인 청호 나이스를 이미 제쳤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홈쇼핑을 단일 판매 채널로 활용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 올린 것이 주효했다.

주방용 가전 업체의 화려한 변신이다. 그는 워렌 버핏식 가치투자의 전도사이다. 하지만 장기 투자를 고수하지는 않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좋은 주식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주식을 싸게 매입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지론이다.


서울대 출신 가치투자 고수와 맞장을 뜨는 고대 출신 투자 전문가라는 입소문이 주효했다. 최 대표가 요즘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여가는 회사가 바로 동양 매직이다.


에이블씨엔씨 투자로 지난해 '대박'
“얼마를 드리면 회사를 제게 넘기시겠어요.” “글쎄요, 최소한 2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 대표가 최근 기업 탐방 길에서 동양매직의 경영자와 나눈 대화의 한 대목이다.

시가 총액이 수 백 억원대에 불과한 이 회사의 경영자는 자사의 값어치를 수 천억원대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이 회사 보유 토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회사가 보유한 경기도 파주 땅의 가치만 300억~400억원. 수원 화성에 있는 공장의 부지가 2만 여 평도 셈법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토지까지 감안하면 보유 부동산의 가치만 주가 총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가치투자의 또 다른 사례가 바로 미샤로 널리 알려진 에이블씨엔씨. 이 저가 화장품 업체는 지난해 엔고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일본관광객 특수로 ‘패러다임 쉬프트’를 맞았다. 최 대표는 지난해 이 회사의 주가가 8000원 선일 때 주식을 집중 매입해 1만4000원 선에서 팔고 나왔다.

내재가 치가 주가를 상회하는 종목들을 일찌감치 발굴해 주가가 적정한 평가를 받을 때까지 묻어두는 것이 그의 기본전략이다.

하 지만 장기 투자를 고수하지는 않는다. 좋은 주식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주식을 싸게 매입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재작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골드만삭스를 주당 50~60달러 수준에 사들였던 워런 버핏은 이 투자로 3배 가까운 투자 이익을 거둬들였다. 좋은 종목을 싸게 사는 것은 가치투자자들의 바람이다.

이 회사의 최소 투자 설정액은 2억원.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그의 투자 철학에 공감하는 고객들이 맡긴 돈은 100억 원대이다. 올해 중으로 이 자금을 200억 원대로 늘리는 것이 그의 당면 목표이다.

목표 수익률은 20%. 유명 펀드매니저 출신들이 설립한 투자 자문사들에 비해서는 아직 운용규모가 적다.

하지만 그는 중소형 가치주 발굴에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듣고 회사를 내방하는 부자 고객들이 적지 않은 편이라고 귀띔한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의 상품에 만족하지 못해 발길을 돌린 부자 고객들이 요즘 자주 입에 올리는 화제 거리는 ‘부동산’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부동산이 투자가치가 있는지가 주요관심사이다.


아파트는 고평가된 주식과 같아
“월 세 200만원을 받는 10억짜리 아파트의 주가수익배율(PER)은 무려 50배에 달합니다.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지금은 가격이 너무 뛰어서 투자 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주식에 해당하는 셈이죠.” 최 대표는 회의적이다. 부동산과 주식 상품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가치투자 전문가인 최 대표도 요즘은 간혹 혼란스러울 때가 있단다.
재작년 리먼발 금융위기이후 불어 닥친 변화의 파고는 금융 산업의 지형을 뒤흔들었다. 수년전부터 진행된 변화의 속도도 숨이 가쁠 정도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사업에 이어 아이패드로 전자책 부문에 뛰어들었다. 아이폰은 전자사전, PMP, 휴대폰 업계 등을 뒤흔들었다.

아이패드는 그 파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단말기로 전자도서 시장부터 영화 콘텐츠까지, 전 세계의 유통망까지 장악할 태세이다.

그가 제레미 시겔의 <주식투자 바이블>을 펼쳐 드는 배경이다. 장기투자의 대가가 저술한 책에서 늘 통찰력을 빌려온다고.

그는 얼마 전 3살 짜리 아들에게 농산물 펀드상품을 선물했다. 농산물을 비롯한 대안투자상품, 중국을 비롯한 해외증시의 동향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그는 최근 식용유로 널리 알려진 삼양사 탐방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귀띔한다.

이 회사의 석유화학부문 계열사의 실적 호전에 따른 지분법 평가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올해 하반기 증시 예측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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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가치투자 전문가 브이아이피 투자자문 최준철·김민국 공동 대표

“식자재 업체들이 미래의 동서식품이죠”

2010년 05월 04일 13시 37분조회수:192

일본 오사카 성은 천혜의 난공불락이었다. 성의 사방을 휘감아 도는 넓고도 깊은 ‘해자(垓字)’는 공성전(攻城戰)을 불허했다. 일당 백의 무용을 자랑하던 적군은 해자에 빠져 죽거나, 천신만고 끝에 성벽에 접근해도 성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이나 돌에 맞아 사망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구축한 이 성은 당대의 마지노 요새였다. 가치 투자자들은 ‘중세’의 웅장한 성에서 현대의 기업을 떠올렸다. 이 성을 방어하는 해자는 그들에게 현대 기업의 경쟁 우위 요소였다.

이러한 비유는 절묘하다. 코카콜라는 오묘한 맛을 앞세워 후발 주자들의 추적을 불허했다.

제 너럴일렉트릭(GE)은 이질적 사업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발군이었고,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의 숨은 욕구를 간파하는 ‘프레이밍(framing)의 고수’였다. 최준철·김민국 브이아이피(VIP)투자자문 대표이사는 가치투자의 정석에 정통한 이 분야의 고수들로, 서울대 재학시절 당시로서는 생소하던 가치 투자 확산에 크게 기여한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은 가치 투자의 정석에 충실하면서도, 매크로 변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금리, 환율 등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가 분석 대상이다. 메가트렌드에도 늘 주목한다. 요즘 식자재 부문 기업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식생활 문화도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진단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이 가치 투자 전문가들을 비추는 등대다. 강력한 ‘해자’를 구축한 기업이 그들의 이상적 투자 대상이다. 종합 엔지니어링 분야의 강자인 미국의 ‘벡텔사’는 무엇보다 거대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발군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의 재건 사업을 주도한 것도 바로 이 업체였다.

재무제표, 현금흐름, 공시 등은 강력한 해자의 존재를 가늠하게 하는 창(窓)이다. 물론 두 사람이 워런 버핏의 투자 노하우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버핏 관련 저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코카콜라는 영화산업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체면을 구겼다.

강자들의 신사업 진출 수난사는 꼬리를 문다. 디즈니도 ‘MVNO(가상사설망)’시장에 진출했다가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맥도널드는 수년 전 아동복 시장에 진입했다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잭 웰치 시절 쾌속 순항을 하던 GE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폭풍에 한동안 휘청거렸다.

일등상품이나 서비스의 유효기간이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력한 해자를 허무는 신기술은 꼬리를 문다.

두 사람이 주목하는 기업들은 바로 유효기간이 다한 해자를 끊임없이 허물고 새로 짓는 ‘리노베이션의 달인’들이다. 혼다를 비롯한 일본의 경쟁사들, 미국 업체들의 맹추격에 쫓기던 할리데이비슨은 마니아들의 의식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심학(心學)’의 고수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히트작을 줄줄이 내놓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컴퓨터도 그렇다. 두 사람의 이러한 가치투자의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기업이 바로 동서식품이다.


맞춤형 상품으로 정밀하게 소비자 공략
이 회사가 작년 한 해 쏟아 부은 마케팅 비용만 무려 1500억 원. 같은 해 이익도 비슷한 규모였다. 맞춤형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역량이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나오는 커피 음료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시장 우위를 점유하는 원동력이다.

두 사람은 이 회사 특유의 부지런함에도 주목한다. 주말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공공장소에 나가보면 이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 지난 10년 간 주가가 10배 정도 상승한 이 기업의 주식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특정 분야에서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은 기업들이 투자 대상이에요. 기업들이 본업보다 다른 영역을 기웃거리는 것도 경쟁사들을 따돌릴 주특기가 희미하기 때문이거든요.”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통하는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틈새 분야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을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이쑤시개, 가죽신발, 볼펜, 등산용 칼 등 부문별 틈새시장을 거점으로 해외무대로 진출하며 자국 시장의 영세함을 극복한다. 투자 매력이 높은 기업들도 시대에 따라, 프레임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다.


인도, 중국의 가치투자주에도 눈길
브이아이피 투자자문을 이끄는 최준철·김민국 공동대표는 지난 2001년 서울대 주식동아리에서 만났다. 서울대 경영학과, 경제학과를 각각 나온 두 사람이 가치 투자의 깃발을 치켜들 때만 해도 아직 국내에 워런 버핏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생 시절 가치 투자 펀드를 출범한 것은 두 사람이 유일하다. 이들의 도전을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백면서생들의 치기 정도로 폄하하는 이들이 많았다. 주식 투자가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며 점잖은 충고를 하는 지인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05년 브이아이피 투자자문을 창업한 두 사람이 현재 운용하는 자금 규모만 3000억 원. 최소 투자 금액은 2억 원이다. 두 사람은 가치 투자의 정석에 충실하면서도, 매크로 변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금리, 환율 등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들이 분석 대상이다.

메가트렌드에도 늘 주목한다. 요즘 식자재 부문 기업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식생활 문화도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진단이다. 아침에 간단한 식사를 배달시켜 끼니를 해결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도 영세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식자재 분야에도 대기업들이 진출해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두 사람의 분석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동네 상권에 진출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두 사람은 CJ푸드, 롯데삼강 등을 이 분야의 유망기업으로 꼽는다. 두 사람의 투자 무대는 지금까지는 국내시장이었다.

하 지만 앞으로 5년 안에 투자 대상을 인도,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 그리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도 확대해 나가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대한민국의 고객들에게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흩어져 있는 가치 투자주를 콕 짚어 제공하고 싶다는 것. 지금도 틈만 나면 리서치 역량 강화에 시간을 쏟아 붓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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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렉스마크 정영학 사장

 

“프린터는 정교한 컴퓨터… 반도체와 견줄만 한 블루오션”

 

정영학 한국렉스마크 사장은 작년 말 부임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두루 거쳤다. 이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휼렛패커드와 프린터 부문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렉스마크의 한국 내 자회사로, 지난 90년대 빅블루 IBM에서 분사돼 떨어져 나왔다.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달성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1만4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달 27일 삼성동 섬유회관에 위치한 이 회사에서 정 사장을 만나 국내외 프린터 산업의 변화상과 더불어 이 분야가 요즘 신성장동력으로 조명받고 있는 배경 등을 물어보았다.

 

프린터 산업의 빅뱅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를 앞서는 유망분야라고 말한다.


컨버전스 추세는 이 분야라고 해서 비껴가지는 않는다. 팩스·프린터·복사기, 그리고 스캐너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여러 기능을 장착한 프린터가 기업의 네트워크에 물리고 또 솔루션화되면서 그 잠재력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그는 자사가 프린트가 아닌 프린터 솔루션 회사임을 여러차레 강조했다.).

 

솔직히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프린터가 어떤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인가.

 

복합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교한 컴퓨터로 변모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은행의 사례를 들어보자. 은행 창구 직원들은 고객의 통장개설을 위해 몇 가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고객의 신분증을 복사하고, 신청서류 등을 모아 상사에게 가져가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복합기로 이러한 과정을 미리 프로그래밍해 놓으면 번거로운 절차를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된다. 관련 서류를 복사하면 바로 자신의 하드디스크는 물론 상사의 컴퓨터에도 문서가 전송되기 때문이다. 200기가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복합기도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다.

 

프린터라기보다는 고성능 컴퓨터를 떠올리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바로 이메일도 보낼 수 있다고 들었다.


주요 문서를 복사해 우편이나 퀵으로 상대방에게 이를 보내는 회사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즘 복합기들은 문서 복사와 동시에 정보를 읽어 들여 미리 지정한 상대방의 이메일로 이를 전송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업무 효율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휼렛패커드에서는 IT의 시대가 저물고, BT가 도래함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게 바로 BT인가.


대기 중의 산소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호흡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관리자는 회사 전체에 몇 대의 복합기가 운용되고 있으며, 이들 복합기에 토너나 종이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등을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직원들이 몇 시에 어떤 용도로 기기를 사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복사한 서류는 복합기에 장착돼 있는 하드디스크에 자동저장하고, 관련자들의 컴퓨터로 전송할 수도 있다. 회사 전체의 업무 프로세스와 밀접하게 연동될 경우 업무 효율성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고객사 가운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낸 기업이 있는가.


미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컨설팅을 거쳐 이러한 첨단 사무화기기 네트워크를 정교하게 구축했다. 현재 700만달러 이상을 연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항공기 제작 업체인 보잉사도 자주 인용되는 성공 사례이다. 모두 고객사이다.

 

삼성이 프린터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시장 공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글로벌 업체들은 모두 삼성의 움직임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개인 고객 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우리의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협적이지만 아직 맞상대는 아니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솔루션 부문에서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기기의 성능도 우수해야 하지만 여러 기능을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컨설팅 역량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괄목상대의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솔루션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솔루션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경쟁기업들에 비해 컨설팅과 하드웨어의 접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한국시장에는 분야별로 경험이 많은 제휴 상대방이 적지 않다. 이들과 협력해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비트 컴퓨터와 이미 MOU를 맺었다. 제약, 병원 등 의료부문 공략의 고삐를 높여 나가기 위해서이다. 하반기에 공공영역은 물론 은행, 보험 부문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다.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 (웃음) 시스템 통합 업체들과도 꾸준히 파트너십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력이 이채롭다. 하드웨어와 네트워트 업체 등을 두루 거쳤다. 휼렛패커드에서는 마케팅도 담당했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영자의 요건이라고 봐도 되는가.


프린터 분야에만 집중된 경영자는 버티기 힘들다. 여러 분야를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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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이 균형이룬 금융계 리더


뛰어난 리더들의 삶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들은 ‘풍찬노숙(風餐露宿)’의 세월 속에 스스로를 ‘담금질’한다.

그리고 위기에서 성공의 기회를 포착하는 당찬 ‘승부사’들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또한 이러한 위기극복의 유전자를 타고난 ‘결정(決定)의 달인’이다. ‘자강불식’의 노선으로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삼았다.

‘시 련’의 세월이 닥친 시기는 지난 2004년. 은행, 증권 등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이 회장은 삶의 터전인 ‘여의도’를 기약없이 떠나야 했다. 봇짐 하나 달랑 매고 산중을 찾는 수도사의 심경이었다.

서울 시향의 살림살이를 닦고 조이던, 최고경영자 시절은 말 그대로 ‘반전의 기회’였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에 ‘금의환향’한 원동력이 바로 이 ‘인고’의 세월이었다. 그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늘 그렇듯 위기도 재차 터졌다.

미국발 금융위기다. 작년말 ‘원·달러’ 환율이 치솟기 시작했으며, 국내 주요 은행들의 경영 환경도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모기지 대출 상환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야반도주한 미국인들은 전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디커플링 이론의 용도 폐기이다. 국내 은행들도 신용 위기의 여파로 급속히 흔들렸다. 그리고 그 때부터 다시 일 년여가 지났다.

“리더들의 삶은 늘 드라마틱하기 마련입니다”
황수 GE코리아 사장이 잭웰치나, 제프리 이멜트를 지켜본 뒤 내린 진단이다. 제프리 이멜트(Jeff Imelt)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도 부임 2주 만에 터진 9.11사태로 시련의 세월을 겪은 바 있다.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이슬람 테러의 후폭풍은 이 복합 기업마저 집어삼킬 ‘기세’였다. 말 그대로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

하 지만 이 회사는 그 다음해부터 매년 국내 총생산 성장률의 두 배에 달하는 고속성장을 하며 이 복합기업 성장의 역사를 새로 쓰는데 성공한다.


3분기, 금융지주사 중 최고 ‘순익’
지 난달(11월) 25일 오후 아동보육시설인 남산원,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활짝 웃고 있었다. 머리에 흰 위생 모자를 쓰고, 포기 김치를 담그며 활짝 웃는 금융지주사 회장의 모습에서는 한결 여유로움이 넘쳤다.

이팔성 회장은 이날 카메라를 향해 연신 ‘미소’를 터뜨렸다. 한손에 배추를 들고, 배추 속에 양념을 버무리는 손놀림이 이채롭다.

올 들어 우리금융지주는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이 금융지주사는 올해 3분기 국내 지주사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올 3분기 4838억원의 순이익으로 국내 금융지주사 중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동유럽을 찍고 전 세계로 확산되던 지난해를 감안하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상황이다.

국내 자산 규모 2위의 금융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는 자기자본비율(BIS)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겹경사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금융위기의 후폭풍을 조기 수습한 데는 물론 대외환경의 개선을 빼놓을 수 없다.

대공황 당시의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은 각 국의 ‘일사불란’한 정책 공조가 경기 회복 시기를 앞당겨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

위기의 조기 수습, 그리고 실적 호조의 이면에는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일찌감치 털어낸 이팔성 회장 특유의 돌파력도 있다.

이 회장은 서울시 교향악단 CEO시절, 만성적인 ‘부실’을 일거에 정리하는 데 성공하며 ‘혁신의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시 교향악단 시절은 전화위복의 기회였다.

그는 늘 진퇴를 명확히 하는 편이다. 그리고 세인들의 ‘의표(意表)’를 비웃는 승부수를 던졌다.

《주역》은 이를 ‘진무구(賑撫九)’의 노선으로 표현한 바 있다. ‘진무구’는 전진을 결행해도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라도 ‘험로(險路)’를 걸을 수밖에 없으나, 큰 허물은 없을 것이라는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경구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순이익 4838억원으로 국내 지주사 중 가장 뛰어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7% 증가한 수치이다.”


금융산업 재편 ‘주도적’역활
그는 최근 임직원들을 상대로 이메일을 발송했다. 경쟁사인 하나금융지주 주도의 피인수설이 시장에 확산되자 선제대응에 나서며, 불안감 확산을 조기에 차단했다.

그 리고 ‘금융 산업’ 재편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연한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경쟁사들과의 대회전을 앞두고 있는 이 회장은 또 지난 9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대회를 열고 전략적 문제들을 논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움직임의 이면에는 국내 금융권의 빅뱅을 앞둔 치열한 수싸움이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작년 취임 초부터 ‘조기 민영화’론으로 민영화 여론을 주도해왔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블록딜’의 형태로 우리금융지주 지분 7%를 매각한 것도 그가 일찌감치 조기 민영화론에 군불을 지펴온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금융권은 한 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 정국이다.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온 4대 금융지주사들은 바야흐로 ‘시너지(synergy) 경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 ‘포트폴리오(Portpolio)’도 닦고 조이며 백년대계의 기틀을 닦고 있다.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들의 탁월한 ‘한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배경이다. 지난 9.11사태의 후폭풍을 이겨낸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 회장은 신성장 전략으로 ‘이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을 제시한바있다.

‘환경’과 ‘상상력’을 결합한 복합어로 위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엿보는 이 회사 특유의 유전자를 가늠하게 하는 용어이다.

위나라의 군정 대권을 한손에 움켜쥔 조상은 ‘우유부단함’으로 패가망신한 비운의 주인공이다. 황제의 신임을 얻고 있던 그는 반란을 일으킨 백전노장 ‘사마의’에게 대항할 시기를 놓치고 만다.

백면서생의 태생적인 한계인 셈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결단’(決斷)의 리더이다.

또 ‘꿈’과 ‘현실’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그런 그가 ‘이코메지네이션’에 비견되는 전략을 앞세워’ 국내 금융지주사 대회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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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한 하나INS 사장의 24時

“베개 밑 스마트폰서내일을 설계 합니다”



조봉한 하나INS 사장(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은 마치 ‘뚝배기’를 떠올리게 하는 젊은 경영자이다.

올해 나이는 45세. 서울 공대를 나와 1990년대 ‘실리콘 밸리’에서 근무한 공학박사 출신인 그는 젊은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실사구시(實事求是)형 금융인이다.

정보통신과 은행 비즈니스를 손금처럼 꿰고 있는 ‘하이브리드형’ 경영자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이 국내 은행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폰에 둥지를 튼 것도 그의 작품이다.

이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은 그가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역점 분야였다.

지난 2월17일 오전 6시, 모처럼 숙면을 취한 조 사장은 은은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지난밤 베개 밑에 넣어둔 스마트폰의 수면관리 애플리케이션이 내는 음악이다. 상쾌한 아침이다.

“요즘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도 모르게 눈길이 스마트폰으로 향하는 걸 문득 파악하고서는 놀라곤 합니다.” 조 사장의 스마트폰 짝사랑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구입한 날렵한 디자인의 손안의 ‘비서’(?)는 도무지 흠잡을 데가 없다.
모닝 콜은 기본이다. 잠에서 깨어날 무렵에 ‘알람’을 울려준다. 생체리듬을 분석해 맞춤형 기상 시간을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 묘미이다.

출 근길 승용차는 그의 ‘모바일 집무실’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회사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그 는 이 작은 단말기로 언론사별 ‘신문’도 챙겨보고, 하루 일정을 재확인하며,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안부를 묻는다. 오전 8시 20분, 그는 영어 학습 삼매경에 빠진다.

폭스뉴스(FOX News)의 ‘저스트 보캐뷰러리(Just Vocaburary)’, 미 공영방송인 NPR의 ‘모닝 에디션(Morning Edition)’, ‘플래닛 머니(Planet Money) 등이 주요 청취대상이다.

‘디지털 마케터(Digital Marketer)’라는 팟 캐스트(Podcast)에서 최신 마케팅 기법들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날에는 ‘NPR’ 하루 방영분을 다운로드 받아 청취했다. 스마트폰 세상은 공짜의 보고(寶庫)이다.

스탠포드 경영대, 하버드경영대 교수들의 강의 내용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오전 8시 40분, 롯데백화점의 전경이 들어온다. 조 사장은 이번에는 케이블 뉴스채널(YTN)의 애플리케이션을 누른다.

동계 올림픽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선수단의 쾌거가 연일 스마트폰을 장식하고 있다. 스마트폰 뉴스는 빠른 속도로 훑어 나가며 전체적인 흐름을 포착하는 데 금상첨화다.

오전 9시, 조봉한 사장은 기업용 트위터인 ‘야머(Yammer)’로 직원들이 올린 ‘아이디어’, ‘건의사항’ 등을 확인한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 임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그는 “작년 말 스마트폰 지급 소식에 직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스마트폰 지급이후 회의방식부터 문화생활까지,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개인적으로 그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일정관리(Pocket Informant) 프로그램도 스마트폰에서 불러낸다. 오전 10시, 임원 회의에 들어간 그는 홍보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회의 주제와 관련한 보충 자료를 보내달라는 주문이다. 무료 메시지 전송 프로그램인 ‘왓츠 어플리케이션(what’s application)’이 소통의 도구이다. 한숨을 돌린 그는 명사 초청 강연프로인 ‘씨이오 익스체인지(CEO Exchange)’를 듣는다.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잭 웰치, 이코메지네이션의 제프리 이멜트를 비롯한 명사들이 이 프로그램의 단골 멤버이다.

오후 5시, 조 사장은 다시 승용차 안이다. 가벼운 터치 한번으로 메시지를 비서와 홍보 담당에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중 이라며 득의의 미소를 짓는다.

그 는 요즘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 있다. 주말이면 가끔 철학책도 손에 펼쳐든다.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결국 휴머니즘, 인문학적 가치라는 것이 그의 깨달음이다. 지난해 구축한 기업용 트위터인 ‘야머’는 동료애 확산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지 않았다면 ‘조산(早産)’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여직원의 딱한 형편을 알 수 없었을 거예요.”

소셜네트워크는 감성경영의 인프라이다. 하지만 모바일 오피스를 타고 흐르는 직원들의 유대감은 정서적 교감의 산물이다.

그가 인문학에 부쩍 관심을 돌리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스마트폰 예찬론자인 조 사장은 지난해 이 은행의 차세대 전산망 구축을 진두지휘했다. “차세대 전산망 작업을 담당하면서, 은행거래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가 지난해 말 출시한 것이 바로 ‘하나N뱅크’와 ‘하나N머니’이다. 차세대 정보망을 구축할 때 이미 애플리케이션 제작 로드맵을 떠올렸다. 경쟁사들에 비해 6개월 가량 빨리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일 수 있던 배경이다.

그는 세번째 ‘애플리케이션’도 곧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카드 사용내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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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신임 중앙공무원 교육원장 / ‘신장개업’ 컨설턴트 출신 공무원의 ‘성공학’

“남 도와야 나도 잘 되는 게 인생사”


교 통방송 시절 이명박 대통령 만나…‘영성(spiritual)’ 수요 반영한 대학원 수업으로 인기몰이


윤은기 신임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은 민간 컨설턴트 출신이다. 유명 개그맨과 함께 공중파 방송의 ‘신장개업’ 코너에 정기 출연해 점포 회생 방안을 제시하던 윤 원장의 모습을 지금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교한 가설을 세우고 시장 조사를 한 뒤, 맞춤형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컨설턴트로 잔뼈가 굵은 윤 원장의 주특기이다. 윤 원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시절에도 이러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고경영자(AMP) 과정에 ‘시테크’를 적용하고, 맞춤형 커리큘럼을 도입하며 이 대학원 대학의 변화를 주도한 것. 차관급인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에 취임한 그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윤 신임원장(당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을 지난 5월4일 만나 ‘인간 윤은기’를 물어보았다. <편집자 주>


개그맨 신동엽과 함께 ‘신장개업’에 컨설턴트로 출연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늘과 같은 성공시대를 예감했습니까.
“방송 활동이 제게는 좋은 약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서울 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알게 된 것도 교통방송 진행자 시절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초대 손님을 만나면서 경륜을 넓힐 수 있었어요. 오피니언 리더들도 이때 많이 만났죠.”


생방송을 하다 보면 가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고 하던데,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 푸셨습니까.
“편 한 것만 찾았다면 일찍 방송을 그만뒀을 겁니다. 물 좋고 산 좋은 곳을 다니며 유유자적하는 편이 좋았겠죠. 하지만 10년을 부대끼며 방송 진행을 하다 보니 아는 것도 많아지더군요. 게스트들이 대부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니까요.


문제를 포착해 해법을 제시하는 컨설턴트적 사고가 강하다는 평입니다. 총장 부임 후 무엇부터 했나요.
“어림짐작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주변의 조언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다들 쓴 소리를 아낌없이 해주셨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 그룹 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현 SK C&C 부회장) 등을 만나 대학원 입학 의사를 타진했어요. 지금까지 적을 둔 경영자 과정에 대해 아쉬운 점도 물어보았습니다.”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은 대표적인 ‘레드 오션’시장이었는데 CEO들을 만나니 해법이 보이던가요.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 주체할 수가 없다는 게 그분들의 솔직한 속내였어요. 인맥을 강점으로 내세울 요량이라면 아예 대학원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압박이었죠. 최고경영자 과정은 국내 산업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봅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가 분명 필요한 때였어요.”


CEO들의 숨겨진 욕구를 어떻게 찾아냈습니까.
“수강생들이 참가하는 봉사 활동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최고경영자들의 영성적(spiritual) 욕구를 파고 든 거죠. ”


뜻밖의 해결책이었군요.
“1 년에 한 차례 성금 5000만 원을 모아 서울대 병원에 기탁했습니다. 이 돈으로 소아암 환자들을 고쳐달라는 조건을 달았지요.

당시만 해도 최고경영자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았어요.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며 골프 치고, 좋은 음식 먹고…뭐 이런 이미지도 일각에는 분명 존재했습니다.”


수업을 4개월 과정으로 줄인 까닭은 무엇입니까. 대개 한 학기가 6개월 과정이지 않습니까.
“수업을 한 달 단위로 모듈(module)화하기에 적절했습니다. 첫 달은 윤리경영, 다음 달은 환경경영, 석 달째는 혁신경영 이런 식으로 수업을 하면 집중력도 높일 수 있구요.

대학원 한 학기 수업은 6개월이라는 통념을 다 허물었습니다. 수업의 만족감을 높이면서 효율성도 꾀해야 했어요.”


30만권이 팔려나간 <시테크> 저서의 저자다운 해법이군요. GE의 식스 시그마를 수업에 적용한 셈이네요.
“CEO 들의 한 시간은 평범한 이들에 비해 엄청난 기회비용을 수반합니다. 수업은 정시에 시작하고 정시에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어요. 정시에 끝나야 다른 모임에도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올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유일하게 아스펜 재단으로부터 윤리경영 교육기관으로 ‘Global Top 100’에 선정됐습니다. 단기간에 약진한 비결이 무엇인가요.
“지속가능 경영과정이 10기 졸업생들을 배출했습니다. 이 강좌 졸업생 800명이 오는 6월8일에 통합 발대식을 열 예정입니다.

첫 번째 작품인 이 강좌가 성공한 배경으로는 최고경영자들의 마음을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분다운 분석이네요. 대학원에 보안 과정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맥락인가요.
“지난해 한국기업들의 보안 준비 태세를 비웃는 숱한 사건사고들이 터지지 않았습니까. 주요 사이트를 마비시킨 DDOS사태도 그렇구요.

하지만 기업 경영자들은 보안 문제를 통신, 물류, 지적재산권 등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큽니다. 이 문제를 전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CSO(Chief Security Officer) 육성에 나선 배경입니다.”


짧은 역사에도 대학원이 선전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대학원 설립 초, ‘빅3’대학의 MBA 과정 못지않은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원대한 포부였지요. 부단하게 노력했고, 그 결실을 맺었습니다.

성공 요인이라면, 최고경영자들의 성공을 충실히 뒷받침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영문 표기도 바로 ASSIST, 다시 말해 ‘돕는다’는 뜻입니다.”


이미 성공한 경영자들 보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경영학자는 가난하고 힘들고 병든 사람들을 도와줘야 합니다. 그것이 인도주의입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들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혜택이 어려운 사람들한테도 골고루 퍼지게 됩니다. 부자가 많은 사회보다 가난한 자가 적은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병폐입니다.”


무명의 컨설턴트에서 방송 진행자를 거쳐 대학 총장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는데,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
“지금까지 저술한 책이 한 30권 정도 됩니다만,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바로 <귀인>입니다. 자신의 준비 여하에 따라서 귀인은 정말 귀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스쳐지나가는 객이 되기도 합니다. 방송 진행자는 (제가) 식견을 키우고 인맥을 넓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대담=이남석 편집국장 namseoklee@asiae.co.kr
정리=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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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순항 예측한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주식·원자재 자산비중 높이세요”

2009년 12월 08일 17시 11분조회수:892

지난 1일 오후, 한 남자가 승용차를 타고 여의도에 있는 국민은행 정문으로 돌진했다. 이 은행의 정문 유리창은 박살이 났고, 승용차는 마치 영화 소품처럼 이 건물에 한동안 박혀 있었다. 홍춘욱(41) 국민은행 파생상품 영업부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이 사고를 화제에 올렸다.

금융위기는 교통사고나, 자연 재해를 떠올리게 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속성 탓이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생 금융상품에 물려 파산할 운명에 처할 것으로 내다본 이들은 거의 없었다. 유럽의 경제학자들 대부분은 지난 1997년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하지만 경기(景氣)는 ‘승용차 사고’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미세하지만, 점차 뚜렷해지는 신호로 ‘추세’를 가늠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뒤흔든 원·달러 급등 사태도 그 ‘신호’는 비교적 뚜렷했다.

발 단은 미국 경제의 이상징후는 뚜렸했다. ‘컨트리와이드(Country wide)’를 비롯한 모기지 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신용위기는 서서히 미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 부동산 활황, 그리고 증시호황 등 부의 효과에 도취됐던 소비자들은 위축되고 있었다. 뉴욕에서 펄럭이는 나비의 날갯짓은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에도 미묘한 기류의 변화를 낳았다.

그가 당시 원·달러 환율의 1000원대 상승을 예측한 배경이다. 이러한 확신의 이면에는 미 경제지표가 있었다.

장단기 금리차, 회사채 금리, 그리고 민간기업들의 재고 수준이 그 열쇠였다.
그는 한국 경제를 ‘동광(銅光)’ 개발업체에 비유한다.

동광개발업체는 경기에 민감하지만 생산 물량은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천문학적 설비 투자를 유지해야 하며, 연구개발(R&D)과 더불어 직원교육에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한국 경제호를 지탱하는 산업들은 대부분 이러한 동광(銅鑛) 산업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중간재 성격이 크다는 뜻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지난 1986년 세운 반도체 부문이 대표적 실례이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중후 장대 산업이 중진국 경제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지적한다.

코카콜라, 나이키, 스타벅스, 프록터앤갬블을 비롯한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이 소비재 부문에서 막강한 브랜드를 구축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국 경제호는 늘 바람처럼 누웠다가 바람처럼 일어선다. “외국인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는 지난해 딜링룸에서 10년 만에 닥친 미국발 경제위기를 고스란히 목도했다.
그는 전문가들조차 환율 급등의 파급효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새삼 놀랐다고 꼬집는다.

환율 급등이 수출기업에 호재라는 ‘상식’에 사로잡힌 이들이 적지 않았다.
“원· 달러 환율의 급등은 무조건 악재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안전성을 무엇보다 중시합니다.

지난해 환율이 급등하자 금리차를 노릴 수 있는 채권 참가자들도 시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수출기업들도 주가가 폭락하지 않았습니까. 경제위기로 교역량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환율은 한국 경제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주요 지표이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대한민국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년간 평균 변동폭이 100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귀띔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주식이나 원자재 등 위험자산은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경제가 장기적 상승 추세를 타도 위험자산에 올인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40대의 일반 투자자라면 최소한 20%이상의 금융자산은 채권 관련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난해 원화 환율의 급등은 이 흐름에서 벗어난 이례적 현상이었다. 원·달러 환율 변화폭이 연간 변동폭인 ‘100원’ 이상일 때는 그 파장에 주목해야한다.

원·달러 환율은 주가에 비해 간편하고, 또 신뢰할 만한 ‘신호’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환율 급등은 신종플루 환자의 고열 증상에 비유할 수 있다.

그 는 이러한 판단의 지표들은 인터넷상에서 클릭 한 번으로 구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가 가장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홈페이지(research.stlouisfed.org)다. 그가 중시하는 지표는 바로 환율, 그리고 장단기 스프레드, 회사채 ‘가산금리’, 재고지표이다.

실업률을 비롯한 후행지표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회사채 가산금리, 장단기 금리차 등을 일목요연한 그래프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조지프 엘리스가 운영하는 ‘어헤드 오브 커브(www.aheadofthe curve-thebook.com)’도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창’이다.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4%대 전망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또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보다는 미 소비자들의 소비 동향에 주목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두바이 사태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뇌관의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가 월마트 소매지수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미 소비자들이 조금씩 지갑을 여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호재다.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4%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화의 미래》라는 책을 출간했다. 공휴일도 반납하고 주말이면 인근 도서관에 가서 오랜 집필 작업을 한 끝에 나온 ‘옥동자’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www.economi sts.pe.kr)’이라는 제목의 홈페이지도 운영 중인 그는 유망 투자자산으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관련 원자재, 그리고 채권 등을 꼽았다.

“앞으로 10년 동안 주식이나 원자재 등 위험자산은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경제가 장기적 상승 추세를 타도 위험자산에 올인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40대의 일반 투자자라면 최소한 20% 이상의 금융자산은 채권 관련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키움증권 리서치팀장을 거쳐 지난 2007년 국민은행 파생상품 영업팀에 합류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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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보고 ‘동티모르’를 가다] 동티모르서 뛰는 한국인-제이슨 리 로고스 리소시스 사장



●“브로커 취급하던 사람들이 이젠 민간외교관 추켜 세워”

                                                              
■“가스공사 담당자를 찾아가 동티모르의 가스 자원 얘기를 꺼내니 담당직원은 대뜸 브로커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동티모르 현지법인 직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확정됐어요. 이 직원은 선거를 통해 정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지금은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이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퍼붓다 보니 민간 기업으로 대응해 나가는 데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줬으면 합니다.”

                                                              
“세 계적인 휴양지 발리에 와서도 몸 한번 바닷물에 담글 여유조차 없었어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군요…” 제이슨 리(41) 로고스 리소시스 사장은 발리 인터콘티낸탈 호텔 앞을 흐르는 바닷물을 바라보며 아쉬움 섞인 한 마디를 ‘툭’뱉듯이 던졌다. 벌써 4년째다.

숨가쁘게 달려왔다. 가족이 있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티모르 3개 나라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사업성공에 ‘올인’을 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말들도 많았다. 얘기도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대뜸 사기꾼 취급을 하는 사람들의 의심 섞인 눈초리가 제이슨 사장을 더 힘들게 했다.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가스공사 담당자를 찾아가 동티모르의 가스 자원 얘기를 꺼내니 대뜸 브로커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그 직원은 이 나라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라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습니다. 동티모르가 호주에 속한 섬이라고 잘못 알고 있더군요.”

자원개발의 첨병인 한국가스공사가 이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사실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회사에서 온 30대 남자가 가스전 참여 문제를 언급하니 뜨악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현지에 가서 장관을 만나게 해주겠다’, ‘한국 지경부 장관의 동티모르 방문을 주선했다’는 감언이설을 앞세워 기업인들의 등을 치는 브로커들은 지금도 적지 않다. ‘제이슨’이라는 이름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가스공사가 국내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해상 가스전 개발에 나섰다. 오는 2012년 경부터 국내에 이 물량을 들여와 가스 수급에 여유있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체 CEO 중에는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들도 부쩍 늘어났다.

최근에는 우주엔지니어링 박경진 부사장, 동일 기술공사의 송기동 사장과 함께 동티모르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 나라 항만청을 비롯한 담당 부서의 국장들을 상대로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을 알리는 가교역할을 톡톡해 해냈다. 동티모르 현지에서 ‘EPC(East Petroleum Corporation)’를 세우고 보르네오 섬 출신의 여직원도 채용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티모르 현지에서 공사를 담당할 수 있는 시공사 설립도 준비 중이다. 수도인 딜리(Dili) 외곽의 리키사에 원유 저장 탱크 시설이 들어설 부지도 매입했다.

처음 출발할 당시를 다시 떠올려 보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식의 변화인 셈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승승장구를 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전화 중계기 업체인 고구려 멀티미디어통신을 설립했다. 쓰라린 패배를 맛본 것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지나치게 앞서간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는 자신이 말 그대로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백면서생(白面書生)’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은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배운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뼈아프게 배웠다. 인터넷 전화라는 아이디어는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다.

24세에 일찌감치 백년가약을 올린 그는, 벌써 친구처럼 행동하는 14살짜리 아들이 있다. 고구려 멀티미디어통신에서 ‘토마스 계’ 현 회장과 만난 이후 오랜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도 행운이다.

동티모르에 뛰어들 게 된 데는 동반자인 ‘토마스 계’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로고스 리소시스와 동티모르 현지법인인 EPC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다.

제이슨 사장은 요즘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있다 .‘업스트림(자원개발)’과 ‘다운스트림(유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포석. 에너지 비즈니스의 가치사슬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이다. 원유 저장 설비를 짓기 위한 부지를 이미 확보한 데 이어, 복합 항만 공사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인 원 비즈니스 모델 ‘구축中’

전략 연료 비축을 위한 연료 저장소, 해상광구 지원 사업인 복합항만사업, 무역·물류 사업이 이러한 전략을 지탱하는 세 축이다(박스기사 참조). 시공사 설립 절차에도 나섰다. 한국에서 증자를 통해 ‘실탄’도 확보했다.

저장 탱크부터 지으라는 전문가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탱크 4개를 새로 만들어 연간 10만여 ㎘의 디젤과 가솔린을 판매할 예정이다. “딜리에 전기를 공급하는 코모로 발전소에 연료를 독점적으로 공급,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석유공급 및 가격안정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복잡 해 보이지만,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논리는 명확하다. 상품(석유)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유통망(저장탱크)도 운영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겠다는 포석이다. 그리고 동티모르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에서도 우위에 서겠다는 복안이다.

해상에서 ‘천연가스’나 원유를 발굴해내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 상품을 정교한 마케팅과 결합시켜 내다팔 수 있는 유통망 확보는 더욱 시급하다.

“광 구 확보가 때로 신문 지상을 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빛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천연 가스나 원유 자원을 확보해도 상품을 실어나를 파이프라인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나 까르푸를 파고들지 못하는 제조업체는 무력하기만하다.

한 국 기업들은 분야별로 전문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다른 영역에 배타적이다.

동티모르 현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그로서는 최적의 조합을 통해 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른바 ‘대규모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역량은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 중의 하나다. 미국의 벡텔사도 자사의 비교우위를 대규모 프로젝트 관리로 꼽는다. 미국이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한 후 이라크 재건 사업을 이 업체에 맡긴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벡텔사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는 미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정치권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

“동 티모르 현지법인 직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확정됐어요. 이 직원은 선거를 통해 정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지금은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정부 여당의 2인자 격입니다.” 제이슨 사장은 지금도 종종 그를 만난다.

한국과 동티모르 양국의 국교가 정상화되자 그는 한국 대사로 나가기를 희망했으나, 지역민들이 놓아주지 않아 이후 행보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고. 제이슨 사장은 동티모르 사람들이 참 순박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인간 관계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여기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구스마오 총리도 대통령 시절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유엔은 동티모르 국민들 사이에 영향력이 절대적인 그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과 총리 두 사람이 정국을 이끌어가는 이원 집정부제를 도입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정작 ‘실권’이 하나도 없었고, 총리가 모든 권한을 행사했다. “아마 실리만을 좇았다면 당시 구스마오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에게 접근하는 것이 적절했을 겁니다.” 하지만 권력을 쥔 반대편 지도자들은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며, 국민들보다 사익을 앞세웠다.

구 스마오는 지난해 선거에서 당을 깨고 야당을 결집해 집권에 성공한다. 그가 이 회사의 ‘토마스 계’ 회장을 공관으로 불러 세상 돌아가는 일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보는 데는 이러한 사정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제이슨 사장의 중재로 동티코르를 방문한 박경진 우주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이 회사가 한국 정부가 담당해야 할 일을 동티모르에서 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이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동티모르에서 활동하면서 아쉬움은 없을까.

“중국이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퍼붓다 보니 민간 기업으로 대응해 나가는 데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줬으면 합니다.”

동 티모르 사태가 발발했을 때도 미국은 동티모르의 고유언어인 ‘태툼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을 일제히 풀어서 현지 사정을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는 것이 현지 직원의 전언이다. 강대국일수록 정보 전에 ‘사활’을 거는데, 한국은 동티모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이기도 하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로고스 리소시스 동티모르 3대 사업●

▷퓨얼 터미널(Fuel Terminal) 사업

딜리 에서 20km 서편에 위치한 리키사(Liquisa). 로고스는 이곳에 3만여 평(11헥타르)의 부지를 확보했다.동티모르 석유유통 사업진출을 위한 선박접안시설을 갖춘 연료저장탱크(Fuel Terminal) 건설에 착수했다. 전략적 연료비축이 절실한 동티모르 정부의 요청에 의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시설이 완공될 경우, 수도 딜리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정부 코모로 발전소에 독점 공급, 모든 디젤수요를 충당할 예정이다.

▷복합항만(Supply Base)사업

동 티모르 해상광구는 석유탐사 계약자인 이탈리아 애니(ENI),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가 추진할 원유탐사 및 시추활동의 후방 지원 기지다. 항만시설, 플랫폼 작업장 그리고 기타 서비스시설을 갖추게 된다.

복합항만(Supply Base)은 석유탐사 및 생산(Exploration & Production)을 담당하는 기지로 연료, 물, 생필품, 각종 기자재 등 필요한 물품을 공급한다. 컨테이너 접안, 벌크선 접안, 항만시설을 포함해 플랫규모 작업장, 헬기착륙장 등과 같은 시설이 필요한 대규모 복합항만시설이다.

이 시설에는 다국적 석유개발업체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여 개의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동티모르 정부와 미화 1000만 달러와 사업부지를 출자했다. 50:50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항만 서비스,무역 및 물류사업

동티모르 정부조달 사업도 주목대상이다. 낙후된 물류사업에 진출, 단기간에 매출과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티모르 현지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물자조달에서 통관업무대행까지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동티모르 진출을 원하는 국내외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 서비스도 계획중이다.

물류사업은 동티모르 현지 외국인 기업 및 현지 호텔 등에서 필요로 한 각종 물자를 발주, 수입부터 통관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 대규모 주문을 통해 구매원가를 낮추고 적기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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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출신 자산운용 전문가 김두용 대표

“시화공단서 가치투자 정수 배웠죠”

2010년 04월 20일 13시 36분조회수:567

“투자 대상 기업을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니 경쟁사의 산업 스파이로 몰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김두용(31) 머스트 투자자문(Must Investment Advisory) 대표는 구수한 ‘된장 뚝배기’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대 공과대 시절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의 말투에서는 한 분야만 파고든 마니아의 풍모가 묻어난다.

가치 투자의 세계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남들보다 현장을 단 한 걸음이라도 더 뛰어다니며 투자 대상 기업의 정보를 캐내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내재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렴한 종목은 그래야 스스로를 드러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대표가 모집한 자금 규모는 300억 원. 최근 1년 수익률은 74.8%에 달한다.

지난 7년 6개월 간 평균 수익률이 38.6%. 김 대표는 서프라임 사태가 터진 재작년에도 수익률 1.9%를 유지했다.

이립(而立)의 나이를 갓 넘긴 그가 놀라운 성과를 내는 배경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가치 투자 철학을 빼놓을 수 없다.

김 대표에게는 고집스러움이 묻어난다. 증권사를 비롯한 판매 채널과의 제휴도 금기 사항이다. 고객들을 직접 만나봐야 투자 성향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김 대표는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상품도 받지 않는다.

고객의 계좌를 하나씩 직접 운용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물론 랩어카운트의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도 감안한 포석이다.

김 대표는 해외 출장길에 아내에게 줄 고가의 명품 가방을 구입했는데, 같은 상품이 국내에서 반값에 팔리면 고객의 로열티를 유지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서울대 공대 시절 투자의 세계에 입문한 김 대표는 늘 이런 식이다. 그의 복장이나 발언에서는 세련미를 엿보기가 힘들다.

개인 투자자들이 머리맡에 항상 두고 읽을 ‘추천 양서’를 묻자 기업체 ‘사보(社報)’를 꼽는다. 사보만큼 생생한 투자 정보가 넘치는 자료가 또 있느냐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분석한 투자 대상 기업의 수만 500여 개. 그는 “늘 발품을 팔고 다니는 데 투자 대가들이 쓴 책을 읽을 시간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투자자문사는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 바로 이런 깨달음이 부의 길로 가는 첫 단추다.

“서울대 공대나 경영대 출신이라고 해서 투자 회사인 골드만삭스만 지원하지 말고, 땀 냄새나는 중소기업 현장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바로 중소기업에 투자 성공의 노하우가 있어요.”

김 대표의 이러한 가치 투자 철학의 이면에는 공단에서 일하던 대학 시절의 경험이 있다. 힘들지만 가장 보람 있는 시절이었다.


“서울대 공대나 경영대 출신이라고 해서 투자 회사인 골드만삭스만 지원하지 말고, 땀 냄새 나는 중소기업 현장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바로 중소기업에 투자 성공의 노하우가 있어요. 투자자문업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입니다.”


톱다운 방식 투자는 매력 없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경기도 시화공단의 풍경은 지금도 정겹다. 시큼한 땀 냄새가 아직도 그의 코 끝을 감도는 듯하다.

김 대표가 병역 특례로 복무한 시화공단 공장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을 만난 것도 그 시절이었다. 한국에 온 사연도 대부분 절절했다.

공단 시절은 김 대표에게는 성장의 자양분이었다. 그는 당시 서울대 공대 출신이라는 ‘훈장’을 떼었다.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서울대를 자퇴했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고백이다.

“공단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알았어요. 항상 일등에 집착하는 인생을 살다보니 정작 소중한 것을 잃고 있다는 아쉬움이 커졌습니다.”

김 대표는 이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바람을 현실에 옮길 수단이 바로 가치투자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장인정신이 가치투자의 첫걸음이다. 김 대표가 ‘톱다운(Top-Down)’ 방식의 투자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거시 지표를 살핀 뒤 수혜 산업과 종목 등을 단계적으로 선별하는 톱다운 방식으로는 경쟁 상대를 압도하는 수익률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단기 투자도 배격한다. 김 대표는 6개월 후 결혼하는 딸의 결혼자금을 맡기고 싶다며 회사를 방문한 투자자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가치 투자의 기본 원칙을 모르는 이 잠재 고객을 돌려보냈다. 가치투자의 정석에 충실한 그는 브릭스 등 신흥 시장에 투자할 의향도 아직은 전혀 없다고 한다.

귀금속, 물, 농산물 등 대안 상품으로 투자의 범위를 넓혀갈 의사도 없다. 가치주가 차고 넘치는 국내 시장을 외면하고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브라질에 눈을 돌릴 이유가 있냐는 것이 그의 반문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는 가치 투자에 얽힌 오해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적이다.

“가치 투자는 결코 훌륭한 기업을 사는 행위가 아닙니다.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주가가 싼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가치 투자의 정수입니다.”

그는 워렌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구입한 것은 이 기업의 주가가 당시 내재 가치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 대표가 분석한 가치 투자의 요체는 저렴한 주식의 매입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는 에이블씨엔씨, 국일제지, 진양산업, TJ미디어 등. 그는 물론 가치 투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재무제표, 공시 등 관련 정보를 요모조모 헤아려서 주가가 내재 가치에 비해 저렴한 투자 대상을 발굴해도, 뜻하지 않은 변수가 불거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김 대표가 현금 비중을 항상 10~30%이상 보유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건설 현장에서 삶의 활력 얻어
요즘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부자 고객들의 발길이 꼬리를 문다. 은행 금리나, 최근 증시 흐름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몰리는 배경을 가늠할 수 있다. 자금 운용 규모를 늘리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한 법인 고객은 운용자금을 3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늘렸다.

지난 2003년 이래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적이 없는 것이 자랑거리다. 고객 계좌를 개별 관리하는 그는 손실을 기록 중인 고객도 아직 단 한 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요즘 조선시대의 금광 개발 열기를 조명한 <황금광 시대>를 탐독 중인 김 대표는 아이디어가 바닥을 드러낼 때면 늘 건설 현장으로 달려간다.

김 대표는 이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의미를 가슴에 새긴다. 그러면 가슴 속에서 삶의 의지가 새록새록 솟아난다며 웃음을 짓는다.

대학 시절 이미 투자 고수로 이름을 날린 그는 가치 투자로 이미 먹고 살 만한 돈은 벌었다고 털어놓는다. ‘머스트(Must)’라는 브랜드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투자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지금도 시화공단 시절을 소중하게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박영환 기자 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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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트렌드 - 증강현실 - 김중태 IT문화원장

“아이폰이 부동산 중개업소 대체”

2009년 12월 30일 13시 52분조회수:899
프로필 / IT문화원(www.dal.kr) 원장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이슈리포트 편집위원, IT포럼 자문위원, 네이버뉴스 이용자위원회 전문위원,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자문위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 여러 기관의 자문위원과 기업의 IT컨설턴트로 활동중이다.프로필 / IT문화원(www.dal.kr) 원장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이슈리포트 편집위원, IT포럼 자문위원, 네이버뉴스 이용자위원회 전문위원,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자문위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 여러 기관의 자문위원과 기업의 IT컨설턴트로 활동중이다.


세상은 그를 ‘디지털 시인(Digital Poet)’이라 부른다. 국문과 출신이면서도 첨단 기술 세미나의 패널석에 단골 등장하는 이색 전문가이다.

첫출발은 한글 운동이었다. 이질적인 컴퓨터 용어들을 한글로 하나둘씩 바꿔가다 이 분야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김중태 IT문화원장은 국내에서 드물게 보는 40대 정보통신 칼럼니스트이자 강연자이다. 그는 요즘 핀란드의 휴대폰 업체 노키아를 자주 화제에 올린다.

한때 휴지나 펄프, 텔레비전 등 잡동사니들을 만들던 변방의 이 회사는 지정학적 한계가 뚜렷했다.

핀란드 경제는 구 소련 의존도가 높았다. 노키아는 이 운명의 끈을 잘라버렸다. 그 비밀 병기가 바로 휴대폰이었다. 이 글로벌 휴대폰 회사는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를 주름잡았다.

삼성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라이벌 기업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해 온 이 기업은 하지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글로벌 기업은 전성기의 복서 ‘타이슨’을 떠올리게 했다.

김중태 원장은 노키아가 흔들리는 데는 고작 일 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노키아의 패권을 뒤흔드는 경쟁상대가 ‘아이폰’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스티브 잡스’다. 애플 CEO의 화려한 브랜드 ‘확장’의 노하우가 이 회사를 흔들고 있다.

김중태 원장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영원한 강자란 없으며 약자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허리케인’을 방불케 하는 신기술의 파급 효과에 주목한다. 불과 1~2년 사이에 산업계의 판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아이폰’은 이러한 점을 일깨워준다.

아이폰의 등장은 또 다른 격전을 예고하는 ‘이정표’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전자, 모토로라, 델, 아수스 등 강자들은 결전에 대비하며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Android)’를 발표하고 스티브 잡스가 주도하는 모바일 신세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중태 원장은 UMPC, PMP, 타블렛 피시, 전자사전, 스마트폰, 휴대폰 사이에서 방황해온 글로벌 업체들도 스마트폰시장에 일제히 뛰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권력은 ‘웹’에서 ‘모바일’로 이동 중이다.

모바일 단말기 대결은 스마트폰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 파급 효과는 전방위적이다.

김 원장은 하나은행의 실례를 들었다. 이 은행은 국내에서 최초로 아이폰에 둥지를 틀었다. ‘아이폰 뱅킹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모바일 온라인 뱅킹 시대를 열었다.

“서비스 하루 만에 4000여 계좌가 하나은행에 신설됐다고 들었습니다. 이 은행이 스스로를 ‘스마트 뱅크’로 포지셔닝(Positioning) 한다면 모바일 시대의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모바일은 시장판도를 바꿀 호기이다.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은 바로 이러한 추세에 날개를 달아줄 신(新)병기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GPS, G센서, 그리고 전자나침반 기술은 신천지를 여는 ‘트로이카(Troika)’이다.

증강현실 프로그램인 ‘라야(Layar)’는 주택 구매자들의 고민을 일거에 씻어주는 효자상품이다. 이 프로그램이 설치된 아이폰은 부동산 중개업소의 대체재이다.

아파트나 빌라, 연립주택 등에 아이폰 카메라를 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판매 여부, 집주소, 판매 가격, 전화번호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집주인을 상대로 가격 등 세부내역을 흥정하고 싶다면 브라우저에 표시된 번호로 문의를 하면 만사형통이다.

네덜란드의 모바일 회사인 ‘SPRX모바일(SPRXmobile)’이 만든 혁신적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에 발표된 지 두 달만에 두 번째 버전이 나온 이 프로그램은 협력업체 100여개를 확보했다.

증강현실 기술은 백화점, 쇼핑몰 등 판매 현장의 풍경화도 바꾸어 놓을 태세이다. 낯선 곳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일일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도 상품을 걸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이 기술의 선봉장이 바로 ‘주가라(Zugara)’이다. 적용 범위는 넓다. 김중태 원장은 인터넷 쇼핑몰의 실례를 든다.

안방에 있는 컴퓨터의 웹캠을 타고 인터넷 쇼핑사의 서버컴퓨터로 전송된 네티즌의 사진 정보가 기초자료이다. 이 자료에 반지나 신발, 가방 등을 덧입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인터넷 기업들만은 아니다. 김 원장은 모바일 관련 기술들이 정보통신 업계는 물론 자동차, 전자, 철강, 백화점을 비롯한 업계 전반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백미러나 텔레비전 화면에 휴대폰 전화의 발신자, 그리고 발신자의 위치정보를 띄우는 기술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다.

물론 뛰어난 기술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주행장비인 ‘세그웨이’, 초음속 항공기 ‘콩코드’ 등이 ‘반면교사’이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해야 하는 배경이다.
김 원장은 ‘아이폰’을 보라고 조언한다. 이 단말기는 고성능의 ‘MP3플레이어’의 전화, 그리고 게임 기능을 결합했다.

일본에서는 패션잡지들이 이 제품을 집중 조명했다. 그가 국내 블로그나 트위터의 시장성에 탐탁치 않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GPS, G센서, 그리고 전자나침반 기술은 신천지를 여는 ‘트로이카(Troika)’입니다. 모바일 관련 기술들은 정보통신 업계는 물론 자동차, 전자, 철강, 백화점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입니다.”


‘아이폰=패션소품’ 이해해야
평소 일기를 꾸준히 작성하는 한국인들은 전체 인구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국내 블로고피아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한두 차례 글을 올리고 개점 휴업 상태인 블로거들이 태반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쌍생아이다.

미국의 아마존이 출시한 전자책인 ‘킨들’의 주 수요층이 ‘노년층’이라는 점도 이채를 띤다. 활자를 대폭 확대해 글을 읽을 수 있는 이 단말기의 특성이 개발자들의 의표를 찔렀다.김중태 원장은 요즘 대한민국 신혼부부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선전화는 더 이상 신혼살림의 소품이 아니다. 기본료 1000원에 통화요금도 저렴한 인터넷전화가 대세이다. 통화 품질도 봐줄 만하다.

분당 통화요금도 더 비싼 유선전화를 이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번호이동제’는 유선·인터넷전화의 ‘둑’을 허물었다.

와이파이를 장착한 아이폰은 소비자 주권 시대의 도래를 절감케 한다. 비싼 데이터 요금을 물지 않고도 공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김 원장은 국내 통신사들이 시스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통신사는 4대 수익모델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유선전화시장은 인터넷에 자리를 내주고 있으며, 데이터 통신도 빠른 속도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음성 통신도 사면초가이다. 스마트폰에 모바일 스카이프를 내려받아 요금을 절약하는 ‘알뜰파’들도 늘고 있다.

김중회 원장은 “시장의 강자들이 기득권에 연연해서는 당장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운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조직의 수장이 신사업팀에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배경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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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한반도 정치, 경제를 말하다”


MB 당선, 금융위기 예측한 역술인, 김정섭 청송철학원장

2009년 12월 08일 10시 20분

김 정섭 청송철학원장은 ‘사주풀이’의 달인이다.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히 맞춰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대선 이후 한국 경제호를 강타할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서민들을 상대로 현금보유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해 화제를 모았다. 리먼 사태가 터진 지난해,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제2의 대공황을 경고했다.
하지만 김정섭 원장은 올 하반기 한국 경제호가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승려 출신인 그는 지나친 정보가 올바른 판단의 장애가 된다며 미래 예측에서도 버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일 오후,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을 만나 2010년 경인년 한반도에서 펼쳐질 정치·경제의 변화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현실은 늘 변화무쌍하다. 섣부른 예측을 불허한다. 정석이 잘 먹혀들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점은 바로 약점으로 바뀌고, 약점이 때로는 강점이 된다. 위기와 기회는 또 자리를 바꾼다.

늘 작은 기미에서 변화의 전조를 읽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이들만이 생존하는 배경이다. 세상을 호령하던 기업들이 불과 30년을 버티기 힘든 이면에는 숨가쁜 변화가 있다.

동양의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그리고 서양의 ‘스왓(Swot)’은 피아(彼我) 분석의 첫출발이다.

하지만 정교한 리스크 관리 매니지먼트 기법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너무 많은 정보도 판단의 장애로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혜(智慧)는 일월(日月)이요, 방편은 시절(時節)이라.’ 불교 최고의 경전이라는 《묘법연화경》, 즉 법화경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은 머리가 복잡할 때면 법화경을 손에 든다.

경전에 실려있는 글들을 하나둘씩 읽다 보면 어느덧 마음은 편안해진다. 그리고 삿된 마음도 제어할 수 있다. 20대 승려 시절에는 도달할 수 없던 ‘경지’이다.

젊은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벽을 향해 가부좌를 틀었지만 마음은 늘 혼란스럽기만 했다. 큰 스님은 늘 ‘무소유’를 강조했다.

원망이나 바람에 휘둘리는 것도 금물이다. 첫걸음은 늘 버리는 일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까지는 20여년 이상이 소요됐다.

그의 방황기는 ‘드라마틱’하다. 그는 환속을 한 뒤 직장 생활을 했다. 그리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성공은 늘 그를 비켜갔다. 김 원장은 이때 자신의 ‘운명’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말, 한 신문사 기자가 그를 찾았다.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대권의 향배를 점치는 김 원장을 우연히 보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기사가 나온 뒤 알게 된 일이지만 심진송 씨를 비롯해 열 명의 역술인 중 전 항목에서 정확한 답변을 내놓은 이는 김 원장이 유일했다.

당시만 해도 이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한 역술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되고, 이후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게 됩니다. 서민들은 현금보유 비중을 높여 이 혼란에 대비해야 합니다.”

‘명 불허전(名不虛傳)’이다. 지난해 국내외 주가는 급락하고, 부동산가격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 헤지상품을 구입한 중소기업들이 풍비박산 났다. 그리고 미네르바는 제2의 외환위기와 더불어 주가 반토막을 경고했다. 김 원장이 예측한 그대로이다.

다른 역술인들도 여기까지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이후 전망은 엇갈렸다. 그들은 대부분 지난 1929년 미 대공황 사태에 비견되는 경제위기의 도래를 경고했다.

올해 연말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골자다. 올 들어 ‘한국 경제호’는 회생의 기미가 뚜렷하다.

김정섭 원장은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이러한 낙관론을 피력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 금융위기의 발발 등 한국사를 수놓은 주요 사건들의 면면한 흐름을 정확히 예견한 김 원장은 다시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한다.

그는 쇠 금(金)자가 들어가는 해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흥기하는 ‘해’라고 진단한다.

5% 성장을 예고한 KDI에는 못 미치지만, 비관론자들의 예측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이 대통령도 CEO 대통령의 강점을 십분 살리는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내년에도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복지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4대강 공사비를 서민복지 예산으로 돌리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인년은 고래로 한반도에서 병화가 터지거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해였다는 것이 김정섭 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서민들의 삶을 뒤흔들 천재지변이 발발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4대강 공사는 MB의 運命
한반도의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의 운세를 타고났다. 남북관계나 국내 정치의 큰 흐름도 이러한 큰 틀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주와 정책 방향은 밀접한 역학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원장이 4대강 공사 반대 움직임을 부질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금 수쌍청(金水雙靑)’의 사주인 이 대통령은, 금(金)의 사주에 부족한 물을 청계천이나 4대강 사업으로 보완할 수 밖에 없는 운세이다.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해도 4대강 공사를 포기할 수 있겠냐는 것이 그의 반문이다.

“청계천 복개공사가 좀 더 대규모로 넓은 지역에서 이뤄졌다면 쇠고기 파동을 비롯한 악재들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겁니다. (기독교도인 그가) 청계천을 추진한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 정섭 원장은 국내 정치 일정을 뒤흔들 변화의 방아쇠는 정치·외교 부문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현 정부가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밀어붙일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 또 다른 변수는 북한 김정일 지도체제가 무너질 개연성이다.

일본 열도에서 불어올지 모를 변화의 바람에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시아 질서가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을 예고한 것.

‘경금(庚金)에 해당하는 미국이 ‘소목(小木)’인 일본을 치니 양안 관계가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자민당 일당 독재를 무너뜨린 하토야마 내각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범아시아주의자이던 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하토야먀 총리는 미국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던 자민당의 외교 노선에 거리를 둘 개연성이 있다.

민주당 내의 역학 관계가 복잡한 것도 부담거리이다. 내년 당내 분파가 당을 깨고 나와 또 다른 정계 개편의 불씨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같은 비전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세력은 성공의 또 다른 조건이다.


정운찬 총리, 성공한 재상 ‘부상’
“정 총리는 식상에 ‘식신상관’이 들어있어 말을 유려하게 잘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시기에 ‘실언’을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입춘이 지나면 두 사람의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유명 역술인의 진단이다.

내년 국정운영의 주요 변수는 ‘정운찬’, 그리고 ‘박근혜’이다.
김정섭 원장은 정운찬 총리가 가장 성공한 총리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목화특명’의 사주를 타고난 정 총리는 상급자에게도 직언을 꺼리지 않으며,

뒤끝 또한 없는 유형의 인물이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족한 학자적 특성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것.

삼국시대 ‘동탁’이 대학자인 ‘채옹’을 발탁해 중임을 맡겨, ‘정통성’을 보완한 조치에 비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토(土)의 사주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결코 ‘금’의 사주를 타고난 이명박 대통령을 누를 수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뛰어난 ‘장자방’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도 부담거리다.

동북방의 호방한 무장에 불과하던 이성계는 유생 정도전을 만나면서 비로소 왕조 창업이라는 거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표 주변에는 아직 이런 경세가가 없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내년 박 전 대표의 독자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 후계 구도는 오는 2012년경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했다.

김정섭 원장은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현 대통령이 이 시기에 후계자를 낙점해 권력 누수를 줄이고 정권 재창출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했다. ‘금수쌍청’ 사주의 소유자들은 거대한 칼을 꽁꽁 숨기고 있는 형상이다.

도전자를 결코 허용하지 않으며, 모욕을 당하면 내색하지 않다가 반드시 되갚아준다. 불만이 있으면 바로 직언하는 ‘목화특명’의 사주와 대조적이다.


운세 뛰어나도 인성이 따라줘야
“자살일까요, 타살일까요?” 어스름한 새벽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 5월, 정적을 깨며 전화벨이 요란스레 울렸다.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사인(死因)’을 물었다. 정치 거물의 비극적 운명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부엉이 바위에서 이 거물 정치인이 몸을 던질 것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경상남도 진해시 ‘바위산’의 정상은 스틸 사진처럼 뇌리 속에 선연히 남아있다. 김 원장은 교통사고를 떠올렸다고 고백한다.

김 원장은 솔직하다. 부적이나 점술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역술인들은 왜 그런 모습으로 살겠냐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역술은 일기예보와 같은 것이라며 맹목적인 추종도, 부정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운세가 아무리 뛰어나도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들은 대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적 한 장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선전하는 ‘사이비’들은 기피 일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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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나 할리우드나 끈끈한 인간관계가 중요해”

 

이병헌 미국 진출시킨 영화 전문가 황정욱 사장

2009년 11월 04일 13시 35분조회수:1,689

한국 영화계는 올해 경사가 겹쳤다. 영화 <해운대>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 동원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에서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다.

이 한류 배우의 할리우드 입성을 도운 숨은 전략가가 바로 황정욱 ‘에이전트 웹’ 사장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기업형 매니지먼트사인 ‘스타서치’를 창업하며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 역사의 한 장을 풍미했던 그를 만나 미국 진출의 비밀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국민배우 ‘허장강’ 씨를 스크린으로 보며 자란 세대이신데, 요즘 격세지감을 느끼지는 않습니까.
한국인 배우가 미 할리우드에 진출해 주연급 조연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니 세상이 참 많이 달라지기는 했죠.(웃음)

허장강의 후예들이 동아시아를 뒤흔든 데 이어,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어요. 솔직히 지금이니까 하는 말입니다만, 배우들도 그 가능성을 크지 않게 봤던 게 사실입니다.


할리우드에는 청룽(성룡)이나 저우룬파(주윤발), 리롄제(이연걸) 등 ‘터줏대감’들이 있지 않습니까. 성공 가능성에 ‘반신반의’한 것도 무리는 아니죠.
이병헌 씨가 제게 미국 진출에 너무 ‘올인’하지는 마시라고 하더군요. 과연 할리우드에 입성할 수 있을지 본인도 미심쩍은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요. 뭐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웃음)


왜 이병헌 씨였나요. 한국 영화계에는 뛰어난 남자 배우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성 공하는 배우들은 무엇보다 ‘포스’가 있어요. 이병헌, 이정재 같은 배우들이 다 그렇습니다. 병헌 씨는 무엇보다 고집이 있어요. (제가) 좀 도와준다고 해서 허리를 숙이지도 않고… 장인정신이 투철한 배우입니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은 무척 좋았어요.


국내 최초의 기업형 매니지먼트사인 ‘스타서치’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빛을 발한 건가요.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다 모여들었어요. 황신혜, 김혜수, 신은경 씨 등이 다 이 회사 소속이었습니다.

이때 제작한 <체인지>는 당시 꽤 화제를 불러모았습니다. 지금 연예인들이 흔히 타고 다니는 ‘스타 크래프트’를 처음 도입한 매니지먼트사도 바로 스타서치였습니다.


아버님이 잡지 명가로 유명한 ‘신태양사’를 운영하셨죠. 어릴 때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까.
(지금은 타계한) 김희갑 씨 구타사건으로 유명해진 임화수 씨가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였어요. 그분이 영화 일을 하지 않았습니까.

집을 드나들던 그분도 늘 지켜보았고, 잡지사에 글을 기고하던 작가들을 볼 기회도 많았어요. 김동리 씨가 대표적인 인물이지요.


그래서인가요. 최민수 씨가 출연한 <리베라메>를 비롯해서 흥행 영화도 몇 편 제작하셨죠.
< 체인지>도 제가 제작한 영화입니다. 카메오 출연에 나선 분들이 무려 20여명이나 됐어요. 카메오들이 너무 많다 보니 중간에 필름이 잘리는 분들도 있었고 조인성 씨가 그 영화에서는 지나가는 남자로 나올 정도였습니다.(웃음)


비결이 뭔가요. 할리우드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한국배우를 단시간에 알린 노하우가 있습니까.
에이전트 400여명이 활동하는 CAA에 눈을 돌렸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에이전시입니다. 그때가 벌써 4년 전이네요. 이병헌 씨와 함께 이 회사를 방문했어요.

여기서 독립영화 분야의 최고 에이전트인 존 푸탁 회장을 볼 수 있었죠. <택시드라이버>로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거물급 에이전트였어요.


이 거물급 할리우드 에이전트가 황 사장을 만나주기는 하던가요.
약속을 하고 찾아갔으니까요.(웃음)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연락처조차 파악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런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지인’이 존 푸탁 회장과 죽마고우였어요.


반응은 어땠습니까.
이병헌 씨가 무척 빨라요.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하고….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틀어줬어요. 남자 주인공이 술값을 내지 않고 소동을 피우는 깡패들 앞에 놓여 있는 테이블에 뛰어오릅니다.

그리고 그들을 가격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신(Scene)’이 그 사람들한테도 인상적이었나 봐요. 아직 이 영화의 비디오도 안 나왔던 때입니다. CJ엔터테인먼트에 협조 요청을 했지요.


좀 더 일찍 할리우드에 진출할 기회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워낙 인기가 높지 않습니까.
사실, 이병헌 씨도 할리우드에 좀 더 일찍 데뷔할 뻔했어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케빈 코스트너 주연, 애쉬튼 커처 조연의 <가디언> 배역 제의가 들어왔는데, 결국 거절을 했어요.


할리우드의 배역 제의를 뿌리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그때는 왜 고사했습니까.
해양구조대에서 활동하는 동양인 구조대원 역할이 왔는데요. 일단 배역이 좀 작았어요. 결국, 잘 알고 지내던 한 일본인 감독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의 답변은 명확하더군요.

한류 스타 이병헌이 그 정도 영화의 ‘조연’으로 나오는 걸 일본인들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황정욱 사장이 美 CAA본사에서 영화배우 이병헌 씨와 함께 존 푸탁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황정욱 사장이 美 CAA본사에서 영화배우 이병헌 씨와 함께 존 푸탁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에 이전트 400여명이 활동하는 CAA에 눈을 돌렸습니다. 이병헌 씨와 함께 이 회사를 방문했어요. 여기서 독립영화 분야의 최고 에이전트인 존 푸탁 회장을 볼 수 있었죠. <택시드라이버>로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거물급 에이전트였어요.”


미국 시장 진출에 욕심을 부리다 자칫 일본의 한류 팬들을 실망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군요.
드라마 <올인>이 일본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그는 ‘한류스타’로 발돋움했어요. 그런 그가 덩치가 큰 서양인들 사이에서 인명 구조요원으로 활동하는 모습은 솔직히 ‘리스크’가 있었어요.


배역을 지나치게 꼼꼼히 따지다 실패한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아이언맨>이 그랬죠.
이정재 씨가 이 영화의 조역을 제안받은 적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사사건건 괴롭히는 악당 역할이었는데, 이를 거절했어요.

쇳덩이 옷을 입은 남자가 날아 다니며 전투를 하는 이 공상과학 영화가 그 정도로 뜰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죠.


그래서 전문가가 더 필요한 건 아닐까요.
제가 한때 역술인을 자주 찾았어요.(웃음) 용하다고 소문난 분한테 가서 제가 점찍어둔 배우를 캐스팅해도 될지 여쭤보고 재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맞추기는 하는데, 꼭 시기를 놓치더라고요. 그 배우를 쓰면 망할 거라고 해서 포기했는데, 다른 감독 영화에 바로 출연해서는 대박을 터뜨렸어요. 그런데, 이 배우가 그 다음 작품에서 꼭 쪽박을 차는 거예요.


미 영화판의 노련한 전문가들을 상대로 개런티 등을 협상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CAA가 또 다른 한국 연예인을 지명하며 보고 싶다고 해서 간 적이 있어요. 회장방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 저쪽에서 톰 크루즈가 오는 거예요.

다들 용수철이 튀듯 벌떡 일어났어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와 돌아가면서 악수를 했습니다. 일부러 그를 불렀던 거 같아요.(웃음) 기선제압용인 셈이죠.


영화판에 뛰어들어 일찍부터 고생을 하면서 훗날 할리우드에 진출할 힘을 기른 셈이네요.
<바람의 파이터>는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캐스팅부터 참 힘들었어요. 공개 오디션을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어요. 대한민국에 ‘무림고수’들이 참 많은 데, 다들 비주얼이 안 되더군요.(웃음)

박진영 사장이 비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못하겠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한 달 사이에 이 가수가 정말 무섭도록 확 뜬 거죠.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 정도는 뭐 아무것도 아니었죠. 영화 <제이슨 리> 제작 때문에 빚을 꽤 졌어요. 1998년 12월27일, 점심을 먹으러 가다 뇌경색으로 쓰러졌어요. 그때는 다들 어렵지 않았습니까.

정신이 아득 해오고 한달 반 동안 입원을 해야 했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셈입니다. 그런데 죽었다 일어나도 빚은 전혀 줄지 않더라구요.


발등의 불은 어떤 식으로 끄셨습니까.
직원이 MBC 베스트극장에 내보려고 한다면서 방구석에서 원고를 쓰고 있더라구요. 원고 내용을 훑어봤는데, 내용이 좋았어요.

한 방에 뜰 수 있겠더라구요. 그게 바로 <시월애>입니다. 하도 궁색하다 보니 나중에 판권을 1억원에 팔았어요.


전화위복이 된 건 아닙니까.
30 대 초반에 코래드, 유니레버를 거쳐 (범삼성계이던) 새한에 들어갔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새한미디어의 특수관계사(새한에서 지분을 보유)였죠. 디지털미디어라는 회사였습니다. 테드 터너를 비롯해 업계 거물은 그때 대부분 만나보았구요.

하지만 영화판에서 실패하면서 세상이 달라졌지요.이 정도로 하는데도 정말 안 되는 건가 하는 거였죠. 그런 쓰디쓴 회한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영화라는 게 참 어렵습니다.


뭘 배우셨습니까.
영화계가 참 주먹구구식이었어요. 연세대를 나와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온 제 눈에 참 만만해 보였던 거죠. 배급은 객관적이고 계수화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 시스템을 갖출 여지가 있습니다. 조직화하면 성공할 것으로 자신했어요.

문제는 너무 모든 것을 서구식의 합리적인 잣대로만 접근하려고 했어요. 그게 먹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어요. 영화는 끈끈한 인간관계가 그 성패를 좌우합니다. 배우와 인간적으로 가까워야 하고….


‘아이데오’의 팀 브라운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다음번에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은 배우는 누군가요.
<모래시계>에 출연했던 이정재입니다. 아직 마땅한 영화를 못 만나서 포트폴리오가 없을 뿐이죠. 그는 뭐라고 할까요. 포스가 강렬한 배우입니다.


최근 서울을 방문했던 하토야마 총리 일행을 예방한 적이 있지요. 일본 쪽으로도 보폭을 넓힐 계획이십니까.
초등학교 동창이 하토야마 총리 사무실의 동아시아 고문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윤성준 고문)와 함께 하토야마 총리가 묶고 있는 호텔에 가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걸 그냥 지켜봤지요.(웃음)


범유럽주의자인 ‘칼레르기’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연은 누구인가요.
이병헌 씨에게 이 역할을 제안할 계획입니다. 칼레르기는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국제주의자입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카사블랑카>가 이미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를 서양사람으로 그리고 있어요. 사실, 칼레르기는 동양인에 가까운 외모였습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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