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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로컬(Local)/NEXT 로컬 북 리뷰'에 해당되는 글 74

  1. 2011.08.08 “실용정권은 왜 오래가지 못할까”
  2. 2011.08.08 이상주의자 왕망은 왜 실패했을까
  3. 2011.08.02 구도장원의 유학자 이율곡의 심리를 분석하다
  4. 2008.01.23 경영자여, 악해지는 법을 배워라-서평
  5. 2007.08.04 만리장성은 중화제국주의의 상징
  6. 2007.07.31 자녀 부자 만들기 경제입문서-서평
  7. 2007.07.29 유가 강세 10년은 더 간다-짐 로저스
  8. 2007.07.17 도시 슬럼화는 재앙의 전주곡-서평
  9. 2007.06.26 삼국지에서 배우는 인재운용의 묘-서평
  10. 2007.06.24 뛰어난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서평
  11. 2007.06.17 CIO가 살아남는 2가지 방법 (2)
  12. 2007.06.06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서평)
  13. 2007.06.06 부시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 있다는데..(서평)
  14. 2007.06.06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서평
  15. 2007.06.03 앙겔라 메르켈의 대처 따라하기
  16. 2007.06.03 다빈치형 지식인이 대세다-서평
  17. 2007.05.27 경영자는 긍정적 긴장 불러일으켜야
  18. 2007.05.19 조지 소로스의 오류의 시대-서평
  19. 2007.05.16 UCC는 신명나는 굿판이다-신간
  20. 2007.05.13 이혼의 시대, 이혼 보듬어 안기(서평)
  21. 2007.05.02 조선의 프로페셔널들을 만나다
  22. 2007.04.29 중국의 '월광족'에 주목하라
  23. 2007.04.22 투자고수들이 일러주는 투자의 비결
  24. 2007.04.21 산악인 엄홍길과 기업가 정신
  25. 2007.04.20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한 경영자
  26. 2007.04.19 위키의 시대에 생존하는 법 5가지
  27. 2007.04.10 대선후보들, 실무형 이미지 각인시켜야
  28. 2007.04.09 콜라 광고 9시뉴스 피하는 이유
  29. 2007.04.01 직장생활서 살아남는 71가지 노하우
  30. 2007.03.25 하동관 곰탕, 그 오묘한 맛의 비결은
 

“실용정권은 왜 오래가지 못할까”

2010년 01월 13일 11시 22분

《인물지》
- 박찬철·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2만7000원


조조는 늘 ‘유재시거(惟才是擧)’의 원칙에 충실했다. ‘재주’가 인재 등용의 ‘금과옥조(金科玉條)’였다. 뇌물을 수뢰하거나, ‘음행(淫行)’을 일삼는 인물도 능력만 뛰어나다면 과감히 발탁했다.

전장에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적장마저도 감싸 안은 조조의 인재 등용 원칙은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했다. 후한 시대 인재 발탁의 기준은 ‘충(忠)’과 '효(孝)'였다.

전한을 멸하고 ‘신’을 창업한 역적 ‘왕망’은 후한 황제들에게는 공공의 적이었다. 지극한 효심으로 이름을 날리거나, 군왕을 향한 충성심이 강한 ‘명사’들을 등용의 일순위로 삼은 배경이다. 하지만 능력과 명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동서고금의 법칙이기도 하다.

환관의 가문 출신이던 조조는 이러한 인물들의 ‘위선’과 ‘무능’을 꿰뚫어보았다. 부모의 묘 앞에 초막을 짓고 7년상을 지낸 ‘효자’는 알고 보니 복상 중 ‘후처’를 여러 명 들인 호색한이었다.

그의 인재관은 이러한 상황을 통찰한 것이었다. 중국의 변방 출신인 ‘가후’, 조조의 아들과 조카를 살해한 장수, 원소 휘하에 있던 장합 등이 통일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주역들이다. 강동의 지배자 손권도 인재를 감별하는 탁월한 안목을 자랑했다.

노숙이나 주유, 여몽, 육손에 이르기까지, 젊은 인사들에게 과감히 군권을 준 것도 손권이었다. 인사의 ‘실사구시(實事求是)’였다.

하지만 이들 용인의 고수들이 늘 인사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인물지》는 삼국시대의 인물인 유소가 저술한 인재평가의 고전이다.

구징, 체별, 유업, 재리, 재능, 이해, 영웅, 접식, 팔관, 칠류, 효난, 석쟁 등 사람을 평가하는 12가지 기준을 총망라 했다. 오행 사상을 비롯해 동양학에 뿌리를 둔 당대의 시대적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왕들이 베갯머리에 두고 읽던 인재경영의 비서’로 통하는 《인물지》는 조조 ‘용인술’의 한계를 가늠하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조조는 결코 인물의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공들여 발탁한 인재 중에는 훗날 사마씨 가문에 투항하며 충절을 버린 이들이 많았다.

조조의 휘하에 몰려든 인사들 상당수는 ‘명리’에 집착하는 ‘불나방’들이었다. 입신양명의 수단인 왕조가 무너지자 재빨리 이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중국사를 수놓은 인재들의 용인술, 그리고 그들의 한계를 통찰하려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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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제국쇠망사》

이상주의자 왕망은 왜 실패했을까

2009년 06월 09일 15시 40분
리샹 지음, 정광훈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만5000원리샹 지음, 정광훈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만5000원
위선의 시대였다. 부모의 묘 옆에 움막을 짓고 삼년 시묘살이를 한다던 효자는 밤만 되면 첩의 집을 찾아 향락을 즐기는 무뢰배였다. 부인에게 비단옷을 사줄 여유가 없어 무명옷을 입힌 청백리 상당수는 넘쳐나는 곳간을 주체하기 어려운 부패관료였다. 전한 시대는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왕망은 위선자들에게 분노하던 민심의 흐름을 꿰뚫어 보았다. 집안의 하인을 죽게 한 아들에게 자결을 명령한 그는 유가 경전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도덕군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민초들은 왕망에게서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의 집권과정은 잘 기획된 한 편의 ‘미드(미국 드라마)’를 떠올리게 했다.

왕망이 연출한 이 역성혁명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천심(天心)’의 위조였다. 수하들을 시켜 길조로 알려진 흰 꿩을 태황태후에게 바치게 하며 자신의 덕을 칭송하게 했다. 민심은 가장 강력한 집권의 보루였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신(新) 정권은 유가에서 이상향으로 삼는 주대의 토지제도를 되살렸으나 현실에 맞지 않았다. 기득권 세력의 약화를 위해 화폐제도를 자주 바꾸었으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었다.

하늘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메뚜기 떼가 수도 장안을 덮치고 기근이 기승을 부리자, 민심의 이반은 극에 달한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눈앞에서 자식들이 죽는 모습을 본 농민들은 왕망에게 등을 돌렸다.

왕망의 화려한 부상과 몰락은 오늘을 되돌아보는 거울이다. 그는 도덕적인 우위도 갖추고 있었으며, 강력한 지지기반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교한 개혁 프로그램과 비전의 부재는 이 이상주의자의 날개 없는 추락을 불러왔다. 왕망을 일각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백성들을 장안성 밖으로 보내 하늘을 향해 울부짖게 하는 등 천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의 최후는 비참하다.

장안성을 함락한 반란군의 칼날에 온몸이 찢기는 비참한 운명을 맞았다. 《중국제국쇠망사》는 왕망을 비롯해 중국사를 수놓은 군웅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생생히 복원해 낸 수작이다.
2007/02/21 - [로컬(Local) VIEW/로컬 리더십 VIEW] - 대통령 리더십 분석-노무현 대통령


박영환 기자(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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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융, 조선을 파헤치다


십만양병설은 동북아 정세를 감안한 ‘탁견’이었다.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인도 정복까지 염두에 둔 야심 찬 사내였다.

전사의 나라 일본이 분열을 끝내는 날 그가 창끝을 다시 대륙으로 향할 가능성은 컸다. 조선은 대륙으로 나가는 징검다리였다. 이율곡은 선견지명(先見之明)의 소유자였다.

민초들은 그의 무용담을 살짝 비틀었다. 율곡이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도록 강 주변의 정자에 기름을 먹여 밤길에 우왕좌왕하던 선조의 도강을 도왔다는 설화는 우국충정으로 가득찬 유학자에 대한 ‘향수’였다.

그는 결코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았다.

과거시험에 무려 아홉 차례나 장원 급제한 당대의 천재이던 그는 ‘과거 무용론’을 주장했다. 임금은 그런 그가 늘 어려웠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지 수 년이 되었는데 치적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시어 형식적인 것만을 하시려고 하신다면 비록 공자와 맹자가 좌우에 있으면서 날마다 도리를 말하더라도 또한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그는 당태종을 불편하게 하던 조선의 위징이었다. 선조가 아량이 부족하며, 의심이 많고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하의 좌우에는 오직 내시들과 궁녀들이 있을 따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선조를 도학 군주로 만들어 요순시대를 조선에서 실현한다는 그의 ‘비전’은 웅대했다.

하지만 선조는 공자가 흠모해 마지않던 주공이 아니었다. 그는 공맹의 가르침을 인생의 이정표로 삼고자 한 호학의 군주였으나, 전란을 전후해서는 패도로 일관했다.

선조는 서인인 송강 정철을 앞세워 동인을 쳤다.

그리고 임해군의 세자 책봉 문제를 거론한 정철을 다시 토사구팽했다. 한족들이 즐겨 활용하는 ‘이이제이’수법의 전형이다.

적장자 콤플레스는 늘 선조의 행동을 제약했다. 이율곡이 만언봉사에서 선조의 편협한 성정을 지적하며 장차 환란이 날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였다. 선조는 하지만 이율곡의 영원한 등불이었다.

저자는 이율곡이 선조의 얼굴에서 선량했지만 무능하던 아버지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아버지 이원수는 아내인 신사임당에게 늘 주눅 들어 살던 ‘공처가’였다.

임금은 마치 아내를 두려워하던 아버지 이원수를 떠올리게 했다.

선조임금에 아버지를 투사하다

“제가 죽더라도 새장가만은 가지 마세요.” 죽음을 앞둔 현숙한 아내는 남편에게 다소 엉뚱한 요구를 했다. 사람만 좋아 늘 남들에게 이용당하기 일쑤인 남편을 계도하고 과거시험 응시도 독려하던 스승 같은 아내였다.

남편을 멸문지화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도 바로 그녀였다.

남편은 벼슬자리를 청탁하러 세도가 윤원형과 더불어 을사사화를 일으킨 영의정 이기를 찾아갔다.

신사임당은 남편을 설득해 당장 이 세도가의 집에 발길을 끊도록 했다. 문정왕후의 사후에 불어닥칠 피바람을 내다본 현명한 결단이었다.

그녀는 부족한 부군을 늘 바른길로 인도하는 ‘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임종을 앞두고 남편에게 새장가를 들지 말라고 호소했다. 율곡의 아버지는 그러나 조강지처가 죽자마자 후실을 새로 들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집안도 현격하게 기우는 상민 출신을 첩으로 맞았다.

가문을 중시하던 조선사회에서 떠올리기 힘든 파격이었다. 이원수가 평소 잘난 아내에 얼마나 주눅 들어 지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사임당은 시와 서, 그리고 그림에도 능숙했다.

자녀 교육에도 뛰어났다. 요즘 태어났으면 여성 국무총리도 능히 해낼 인물이었다.

“혹시 아버님께서 실수하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몸소 충고하셨다.” 이율곡이 어머니를 기리는 행장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회고한 대목이다. 아버지 이원수는 늘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이율곡이 선조의 얼굴에서 선량했지만 무능하던 아버지를 보았다. 그의 아버지 이원수는 늘 아내인 신사임당에게 주눅 들어 살던 공처가였다. 신사임당은 과거공부를 하라며 남편을 내쫓기도 한 모진 여장부였다.

그녀는 10년의 시간을 줄 테니 과거공부를 하라며 처가살이를 하던 남편 이원수의 등을 모질게 떠밀던 당찬 여장부였다. 후실로 들어온 권 씨는 변덕이 심하고 화를 잘 냈다. 그리고 술을 좋아해 아침부터 해장술을 마실 정도로 품행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 그녀를 서둘러 후실로 들일 정도로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신사임당은 이원수에게 충고와 비판을 하다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한동안 냉전 상태를 유지하며 거리를 두고 지냈다.

임금을 모질게 대하는 이율곡의 태도는 영락없는 신사임당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임금에게 가시 돋힌 조언을 퍼붓다가 먹혀들지 않을 때 물러났다 다시 달려드는 전략을 취했다. 신사임당, 이원수 두 사람의 불화는 율곡의 어린 시절에 깊은 낙인을 남겼다.

율곡, 고향에서 유년 시절을 되살리다

선조는 유가적 이상향을 구현할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도량이 넓지는 못했다.

자신을 말만 많고 실용적이지 못한 학자에 비유하는 군주에 좌절한 율곡은 고향마을로 돌아간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을 다시 모아 당시로서도 보기 드문 대가족 공동체를 만든다.

과부가 된 형수 곽 씨와 둘째 형 부부, 동생네 가족, 그리고 가난한 친척 등 모든 피붙이들을 모아 함께 살았다. 가사를 돕는 노비까지 합치면 백여 명에 이르는 대가족이었다.

대가족은 현실에서 패배한 유학자의 도피처였다. 그리고 유가적 이상향을 구현할 공동체이기도 했다.

저자인 김태형 씨는 “심리학은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심리법칙을 찾아내고, 그것을 이론화한다”며 “역사 인물들의 심리분석은 사료에 실려 있지 않은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담당한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율곡 이이는 물론 정조, 허균, 연산군을 비롯해 질풍노도와 같은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조명한다. 그들의 내면 풍경과 현실정치와의 방정식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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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경영자여, 악해지는 법을 배워라"
이코노믹리뷰|기사입력 2007-11-09 01:03 |최종수정2007-11-09 01:21


《마키아벨리의 권력의 법칙》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경준 해제/ 원앤원북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설로 나라 안이 온통 시끄럽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대권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지만, 검증 공방의 덫에 걸려 분루를 삼키고만 비운의 정치인.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냈을 법한 이 노 정치인의 마지막 승부수가 자칫하면 지루할 뻔하던 대선 구도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그의 일탈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갈래다. 자세한 내막이야 당사자만이 정확히 알겠지만, 대선 출마 카드를 빼든 데는 세상의 염량세태에 염증을 느낀 탓도 있지 않을까. 이번에도 한 측근의 유력 후보 캠프행이 심정변화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의 법칙》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냉혹한 현실을 일찌감치 꿰뚫은 한 천재적인 사상가의 통찰력을 집대성한 실용서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그 주인공으로, 그의 처녀작 《군주론》이 원전이다. 그는 인간의 본성, 조직의 성격, 리더십은 물론 통치 기술의 요체를 깊이 터득한 서양의 한비자이자, 전국시대 세치 혀로 군주들의 마음을 뒤흔든 종횡가 소진이었다.

'관대한 만큼 군주를 빨리 파멸시키는 것도 없다', '완벽한 선을 추구하지 말고 악해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 '여우의 간교함과 사자의 강인함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군주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직업 외교관의 체험에 바탕을 둔 그의 조언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군주에게는 때로 성실과 신의보다는 책략이 필요하다', '부하와의 거리는 너무 멀거나 가까워선 안 된다'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현실 정치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는데, 인간 심성과 군중 심리의 본질에 대한 최고의 지침서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해제를 담당한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전무는 "그의 사상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현대의 기업경영에 접목할 수 있다"며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보편적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을 대하기가 버거워져만 가는 경영자들은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서양 정치학의 영역에서 윤리학을 분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마키아벨리 사상을 현대 경영학 이론에 접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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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8-04 10:21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
줄리아 로벨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분열을 종식한 불세출의 영웅. 중국 최초의 통일군주인 진시황제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황제 전용 도로인 치도를 통해 전국 순행에 나서 위엄을 과시했으며, 무엄하게도 거센 바람을 일으킨 상산의 신령을 징벌하기 위해 죄수들을 동원해 나무를 모두 벌목한 절대군주였다.

한 산을 다스리는 신령마저도 자신에 비하면 미천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그의 의식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진시황마저 두려움에 떨게 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오르도스 평원 북방의 야만족들이다. 그는 흉노, 선비, 강족 등의 남하를 막기 위해 만 리에 달하는 장성을 하나로 연결한다.

more..

무엇보다, 한족들 역시 호전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장성은 때로 영토확장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동쪽으로는 고조선을 멸하고, 남방의 ‘야만국가’들 또한 복속시킨 한 무제는 막강한 금력을 기반으로 위청, 곽거병, 장건 등 당대의 뛰어난 장수들을 동원해 북방의 흉노족들을 소탕했다.

당이나 수 제국도 이에 못지 않게 유목민들을 약탈하고 살해한 호전적인 국가들이었다. 저자는 장성은 수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중화 민족의 편협한 민족성을 보여주는 물적 증거라고 강조한다. 특히 천안문 사태 이후에는 국민들의 통합을 위한 정치적 상징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

more..중화제국주의는 여전히 진행중



영국 출신의 벽안의 작가가 만리장성의 역사와 사회, 문화적 의미를 예리하게 파헤친 점이 이채롭다. 춘추전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만리장성을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를 풀어낸 것이 강점. 서양인 특유의 합리주의적 시각이 신선하지만 영어 직역투의 어색한 문장이 몰입을 방해하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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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자녀 부자만들기 위한 경제입문서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29 11:27

깐깐 경제 맛깔 논술
윤광원 지음 / 레마 / 2007년 7월 / 249쪽 / 8000원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경제 관련 교육을 시킬 때,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이 스스로 경제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자 할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책이다.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를 비교하여 부(富)의 신드롬을 일으킨 로버트 기요사키는 오늘날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부자가 되는 방법과 엇갈려 있음을 지적한다. 기요사키는 현금흐름 사분면을 통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첫째는 봉급생활자(Employee)다. 이들은 한정된 급여를 받아 생활비를 쓰고 저축하는 부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해 있다. 이들이 부를 쌓는 방법은 보다 많은 급여를 받아 아끼고 절약하여 보다 많은 돈을 저축하는 것이다.

둘째는 소규모 자영업자(Small-business person, self-employed) 혹은 전문직 종사자들(Specialist)로, 스스로의 재능과 노동에 의해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셋째는 대규모 사업가(Big-business owner)다. 이들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를 가리킨다. 마지막은 바로 투자자(Investor)다.

대규모 사업가나 투자자가 봉급생활자나 소규모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과 다른 점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벌도록, 그리고 돈이 스스로 돈을 벌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이 수입을 올리려면 결국 스스로 더 많은 노동을 하거나, 몸값을 높이거나 혹은 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대규모 사업가나 투자자는 경제의 흐름을 읽고 그에 따른 기회를 포착하여 그것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수입은 그 덩어리가 점점 더 커져 봉급 생활자나 소규모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의 수입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

사람들은 그나마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이 안정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상시 구조조정의 틈새에서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봉급생활을 할 수 없고, 경기 침체 속에서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들도 언제든 길거리로 내몰릴 수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래서 기요사키는 오늘날 부자가 되려면 금융 IQ를 키우는 교육, 즉 대규모 사업가나 투자자가 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 반대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비단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업을 천시하는 유교적 전통 하에 ‘돈’ 중심의 교육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나마 최근 가정에서부터의 돈 교육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도 경제가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대두되면서부터다. 그렇지만 제대로 경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성인 세대가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깐깐 경제 맛깔 논술》(레마)은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시대에 살지만,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경제 관련 교육을 시킬 때,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이 스스로 경제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고자 할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책이다.

경제주간지 기자인 저자는 청소년들이 경제의 기본 원리와 개념들을 쉽게 이해해야만 작게는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크게는 오늘날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경제와 무관할 듯 보이는 일상 생활에서 사회 문제, 연애, 결혼, 친구 사귀기 등 모든 것들 속에는 경제 논리가 숨어 있으며,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기요사키가 말한 대로 ‘부자’가 되기란 요원하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우리 경제 교육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의 중·고교 교사 1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교사들의 과반수가 ‘현재의 교과과정이 기업과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로 답변했다고 한다. 또한 88.3%의 교사들이 경제교육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우리의 경제교육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저자는 최근 타결된 한미 FTA 협정 타결을 들어 말한다.

이제 유럽연합과의 FTA 협상도 시작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FTA를 ‘우리가 이익이냐’ ‘상대국이 이익이냐’하는 개념으로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올바른 교육은 농업이면 농업, 제조업이면 제조업 등 부문별로 그 득실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비교우위에 있는 부문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이해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비교우위와 특화 개념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박지성에게 어떤 포지션을 맡길까?’ ‘축구장에 숨어 있는 경제의 원리’ ‘한국여자골프가 세계 최고가 된 이유는?’ 등의 재미있고 친숙한 주제와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화폐에서 물가와 통화, 금융·금리·저축, 환율과 세계경제, 기회비용과 효용, 노동·고용·실업·생산성, 경기순환, 조세·정부·국가경제 등 반드시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 요소를 분야별로 유기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예로부터 장수, 출세, 재물은 모두가 소망하는 가치였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각기 다른 무게감이 있지만 오늘날에 있어서는 재물이 나머지 두 가치를 모두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돌잔치에 가면, 사회자가 부모에게 묻는다. “아기가 실타래와 돈, 연필 중에 어떤 걸 쥐었으면 좋겠어요?” 이때 “돈이요!”라고 과감하게 말하는 부모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닐 만큼 우리 사회는 경제, 즉 돈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어렸을 때부터 돈과 관계되는 교육은 아직까지도 그다지 철저하지 못하다. 자녀가 돈에 연연하는 모습이 보기가 싫은 것인지, 아직은 돈이라는 세속적인 것과 귀여운 자녀가 연관되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것인지는 몰라도, 누구나 자녀가 후에 부자가 되길 바라면서 돈에 관해 철저하게 교육시키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을 꼭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창 자라는 시기의 교육이 평생 그 사람의 자양분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돈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경제 지식과 정보가 말 그대로 돈이 되는 세상, ‘세 살 돈 교육, 평생 간다’는 신종 속담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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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유가 강세 10년은 더 간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09-09 10:27
벌써 2년전에 썼던 서평이네요. 시간은 꽤 지났지만 짐 로저스의 유가 예측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상품시장에 투자하라/ 짐 로저스/ 굿모닝북스

국제 유가가 연일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올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해온 유가는 초대형 허리케인 ‘ 카트리나’가 미국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한 지난달 30일, 장중 한때 70달러를 돌파하며 국내외 기업들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more..카트리나가 남긴 상흔



특히 섬유업계, 항공업계를 비롯해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부 기업들은 유가 급등으로 경영 수지가 악화되면서 비상 경영에 돌입하는 등 업계 전반으로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상품시장에 투자하라》는 미국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저술한 상품투자 전략 지침서. 27세의 나이에 조지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창설해 12년 간 누적 수익률 336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뒤 1700만달러를 움켜쥐고 은퇴한 저자는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유가 강세 현상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산유국들의 대형 원전 확보 실패,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이 그것이다. 세계 경제의 블랙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석유 공급은 크게 늘지 않으면서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more..짐 로저스


 상대적으로 게을리 한 데 따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원유매장량이 수십억 배럴에 달하는 ‘ 엘리펀트(elephant) 유전’은 지난 35년 동안 단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수요는 급증하는 데 공급은 제자리걸음이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물론 투자자들에게 수급 불균형은 기회를 뜻하기도 하다. 유머 경영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저가 항공사 ‘사우스웨스트’가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는 선물 거래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사용할 원유의 85%를 배럴당 25달러에 확보하며 유가 급등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델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 경쟁 항공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more..



저자는 ‘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의 강세장이 앞으로 10년 간 지속될 것’이라며 ‘수급 역전현상을 이해한 투자자들은 정말로 큰 행운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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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도시 슬럼화는 재앙의 전주곡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7-13 10:57


슬럼, 지구를 뒤덮다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 돌베개
2007년 7월 / 343쪽 / 1만5000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슬럼화 현상의 원인과 효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슬럼이 향하는 재앙적 수준의 종착점을 고발한 책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서울 구석구석의 골목길이 사라지고 있다. 서민들의 애환이 숨쉬는, 아이들이 요리조리 뛰놀던 골목길이 서울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여느 때면 울려 퍼지는 장사꾼들의 익숙한 쩌렁쩌렁한 소리도 골목길의 퇴장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골목길에서 희로애락을 벗삼아 살던 서민들, 골목길이 사라지면서 그들도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휘황찬란한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다.

낡고 불편한 옛 것을 부숴 그 자리를 신식 콘크리트 건물로 깔끔하게 정리 정돈한다는 도시 계획, 단순하게 본다면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 도시의 스카이 라인이 바뀌고, 우선 첫눈에 보기에도 말쑥하고 또 요즘 건물이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어디로 가는가. 한쪽에서는 새롭게 재개발된 지역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 청약으로 시끌벅적하지만 원주민들의 상당수는 불도저와 용역 직원들에 맞서 보상과 이주 문제로 처절하게 싸운다. 서울의 발전은 이러한 과정의 끊임없는 연속이었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돌베개)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슬럼화 현상의 원인과 효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슬럼이 향하는 재앙적 수준의 종착점을 고발한 책이다.

자본주의에 있어 빈부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슬럼은 국지적인 현상이며, 저개발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과정상의 고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신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인도나 중국, 남미의 비참한 슬럼 지역…, 이것이 이 세계의 극히 일부분이고 세계는 점점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한다. 우선 도시 슬럼화는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속도로 벌어지고 있으며, 그 규모와 인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현재를 기준으로 약 10억명이 슬럼 거주자이고, 전 지구의 하위 1/3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칼로리를 기준으로 기아 상태에 처해 있다. 세상이 발전하고 있다면 이 인구는 점차 줄어야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2030∼2040년 사이에 오히려 20억명에 육박하게 된다. UN도시관측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2020년이 되면 “전 세계 도시 빈민이 전체 도시 주민의 45∼50%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슬럼이 준슬럼화되고, 준슬럼이 다시 슈퍼 슬림화되는 것, 이것이 도시 진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슬럼화의 고통은 슬럼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상상 초월의 고통이다.

슬럼의 형성 지대는 최악의 거주장소다. 세계 최악의 풍수(風水)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의 ‘비야미세리아’ 주민들이 사는 곳은 바닥난 호수, 쓰레기장, 공동묘지 등으로 이루어진 범람지대로 해마다 집들이 통째로 홍수에 쓸려가기 때문에 가재도구마다 자기 대문번호를 일일이 새겨놓아야 한다. 이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슬럼 지대는 습지, 범람지대, 쓰레기장, 화학폐기물 처리장, 철도변, 사막 가장자리를 개척한 곳이다.

상파울루의 ‘오염계곡’으로 불리는 쿠바탕에서 송유관이 폭발하는 사고로 인글 파벨라에서 500명 이상이 불에 타 죽었고, 멕시코시티의 산후아니코 지역에서는 액화 천연가스가 마치 원자폭탄같이 폭발하는 사건으로 무려 2000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수백 명이 자다가 목숨을 잃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지 못한 채로 죽었다. … 사람들은 불덩이에 휩쓸려 흔적 없이 사라졌다. … 해가 뜨기 전이었지만, 화염의 불빛이 이 처참한 광경을 대낮처럼 환히 비췄다.”

위생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케냐의 키베라에 위치한 라이니사바 슬럼은 1998년 4만명의 주민이 구덩이 변소 10개를 공동으로 사용했고, 마타레 4A에서는 2만 8000명이 공중 화장실 2개를 함께 썼다. 이들은 배설물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까운 지붕이나 골목으로 던지는데, 이로 인해 ‘날아다니는 화장실’ ‘스커드 미사일’이란 용어가 생겼다. 이것은 이들의 생계수단이 되기도 한다. 열 살짜리 꼬마들이 나이로비 통근자들에게 인분 덩어리를 휘두르며 돈을 요구한다. 인도의 방갈로르 슬럼에 사는 여성들은 씻거나 용변을 보기 위해 밤을 기다린다. 이들이 이용하는 지대는 습지대거나 들쥐 등의 설치류가 출몰하는 방치된 쓰레기장으로 이들은 밤에 용변을 보기 위해 낮에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슬럼에 산다는 것은 이렇듯 재난과 죽음, 그리고 질병과 동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 지구적 슬럼화의 주범은 무엇인가. 저자는 엄청난 속도의 도시화를 추동하는 힘이 주범이며 또한 그 힘은 산업 발전으로 인한 고용 증대가 아니라 제3세계 채무위기와 뒤이은 IMF 주도 구조조정으로 불거졌다고 말한다. 즉 제3세계 농촌의 몰락, 워싱턴 정치경제 권력의 비대화, 경제의 비공식화, 고실업 및 비정규직 증가, 중산층의 탈정치화·개인주의화 등 ‘신자유주의’의 요소들이 낳은 괴물이 바로 암울한 슬럼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는 파국으로 가는 폭탄이다. 2002년 CIA는 “1990년대 후반 세계 노동력의 1/3에 해당하는 10억이라는 노동자가 실업·준실업 상태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을 누가 흡수하는가. 지하 경제의 정부 역할을 하는 무장 반군이나 범죄 조직들이다. 워싱턴의 군사기관들은 실제로 앞으로 전쟁이 점차 도심 슬럼에서 빈민들과 벌이는 유격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한국은) 한국 경제 영광의 30년 동안 충실한 납세와 사회 통합의 중간 역할로 국민 경제의 천사 노릇을 했던 중산층이, 아주 일부만 상류층의 경제 엘리트로 편입되고 대부분은 하층민으로 분리되는 변화를 겪는 중이다. 엘리트의 요새 주택은 이미 등장했고, 본격적인 슬럼이 등장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그리고 이 슬럼에 거주하게 될 사람들은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지 못할 지금의 십대들일 가능성이 높다. 슬럼이 등장하고 확대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의 말이다. 전 세계적 슬럼화가 가져올 위기와 절망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는 불과 1세기 만에 슬럼화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세계화를 부르짖고 편입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1세기가 아니라 10년, 20년 내에 닥칠 심각한 위기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러한 위기를 조건부 파국이라고 한다. 상황을 바꿀 것인지 말 것인지의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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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슬럼
Book |당신은 조조인가 원소인가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25 07:18


삼국지경영학 / 최우석 / 을유문화사


희대의 ‘간웅(奸雄)’. 비천한 환관 집안에서 몸을 일으켜 중국대륙 통일의 기틀을 놓은 한 사내에게 늘 따라다니던 꼬리표이다.

그는 고비마다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하며 운명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 후한 말엽의 혼란한 시기에 홀연히 등장해 뛰어난 지도자의 전형을 남긴 이 주인공이 바로 조조이다.

그는 난세의 지도자였다. 손자병법 해설서를 저술할 정도로 군략에도 뛰어났으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뛰어난 시도 많이 남겼다.

순욱, 순유, 곽가, 가후를 비롯한 인재들을 매우 아끼고 보듬었다. 하지만 그가 중국 대륙의 패권을 놓고 원소와 부딪쳤을 때 패배는 자명해 보였다.

후한 최고 명문가의 적장자. 당시 청주, 병주를 비롯한 황하 이북 일대의 패권을 거머쥐고 있던 원소의 주변에는 인재들이 구름같이 몰렸다.

저수와 전풍은 장량이나 진평에 비견할 수 있는 전략가들이었다. 하지만 조조는 관도대전에서 승리했고, 원소는 패배 뒤 화병으로 생을 마감한다.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변수는 무엇일까. 바로 용인의 기술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원소는 모사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작은 일에는 밝았으나, 국면을 좌우할 큰일에는 어두웠다. 불우한 이웃에는 인정을 베풀었으나, 정작 공을 세운 모사들에 대한 논공행상에는 소극적이었다.

평민출신의 유방에게 패해 중국의 패권을 넘겨준 초나라의 귀족 항우의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했던 것.

실제로 순욱, 곽가를 비롯한 조조의 일급 참모들은 한때 원소 측 진영에 가담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계책을 중시하는 조조진영에 가담해 결국 원소의 몰락을 재촉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최고경영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인재들을 내모는 원소형 CEO일까, 아니면 조조와 같은 포용력있는 리더일까.’

박영환 기자(ble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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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삼국지
Book Review |리더를 맹신하지 말라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7-06-18 09:27


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
신인철 지음
한스미디어 / 1만2000원

이 책은 리더십이란 수많은 팔로워들에 유지되고 성장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리더만 뛰어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란 기대에 일침을 가한다.


한 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패권을 다투던 초한전쟁. 최후 승리는 유방의 몫이었지만 중국 야사에 의하면 유방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다. 미천한 건달 출신에 인물이면 인물, 재주면 재주 모두 항우보다 변변치 못하다는 것이다. 시황제의 아방궁과 미녀들을 보고 넋이 나가 침을 질질 흘리는 그를 부하들이 억지로 군영으로 돌아오게 한 일화는 그의 됨됨이와 그릇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하지만 유방은 태산을 뽑을 기개를 가진 천하무적의 맹장에다 귀족 출신이고 풍모도 영웅다웠던 항우를 일방적으로 몰아 완벽하게 이겼다. 왜 항우는 이런 얼치기 유방에게 처참한 패배를 당했던 걸까.

야사든 정사든 사가들이 대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결국 하나로 관통되는 유방의 성공 비결은 포용력과 자율성에 있었다. 유방은 부하들의 말을 잘 따랐고, 부하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자신의 재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 반면 항우는 스스로 잘나 유방처럼 그러하질 못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이렇듯 리더와 팔로워들의 조화와 협력은 위대한 성공을 일궈냈다. 징기즈칸의 세계정복,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광개토왕의 영토확장 등이 그러했다. 이런 점에서 리더란 ‘함께 이룬 위대한 성공’의 상징적 대표일 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위대한 성공을 우리는 위대한 리더로만 환원하는 경향이 짙다. 그것은 스스로 지식이 얕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위대한 리더가 있다면 위대한 팔로워도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한스미디어)은 리더십이란 수많은 팔로워들에 의해 유지되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팔로워십의 진정한 의미와 팔로워십의 종류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그것이 어떻게 기업과 조직에 반영되고 실천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리더 맹신’, 즉 리더만 뛰어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란 기대에 일침을 가한다.

리더 맹신주의가 옳다면, 어떤 사회나 조직이든 올바른 리더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리더만 갈아 끼우면 된다. 하지만 사회나 조직에서 발생하는 수백 가지 문제점의 유일한 처방이 ‘리더 교체’라고 한다면, 사람의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의 근원을 '감기' 하나라는 전제 하에, 어떤 병이든 ‘감기 처방전’을 내리는 것과 같다.

리더 맹신주의자들의 기대와 달리 리더십은 생각만큼 힘이 세지 않다. 저명한 조직관리 및 리더십 학자인 카네기멜론스쿨의 켈리 교수에 따르면 “조직의 성공에 있어서 리더가 기여하는 것은 많아야 20% 정도이고 그 나머지 80%는 팔로워들의 기여”라고 한다.

빙산은 20%만 수면 위로 보이고, 나머지 80%가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수면 위 20%는 수면 아래 80%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20%의 빙산에만 관심을 쏟는 것은 문제다. 이것은 눈에 잘 띈다는 이유만으로 리더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리더에게만 목을 매는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80%의 팔로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팔로워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건 아니다. 리더와 팔로워는 칼로 자르듯 명확히 구분되는 별개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리더이면서 동시에 팔로워인 유기적 조직 속에서 살고 있다.

“진정한 팔로워는 리더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자신이 속한 조직, 그가 조직에서 수행해야 할 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리더의 일방적인 지시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때로는 리더의 부족한 곳을 보완해 주며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다. … 팔로워는 리더의 또 다른 이름, 팔로워십 또는 리더십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종대왕은 리더는 1명이 아니라 다수이며, 리더이자 팔로워인 구성원들이 서로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협력해야 함을 몸소 실천하여 창업보다 어렵다는 수성(守城)을 이뤄냈다.

중국의 제도를 본받아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결정해야 한다는 참찬 벼슬 김점의 주장에 대해 세종은 ‘임금이 자잘하고 사소한 일에까지 관여하여 신하의 할 일까지 하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단언했다.

이러한 세종의 파트너십 개념이 낳은 집현전은 국가가 운영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마다 세종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세종과 집현전 학사의 관계는 주종관계라기보다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권한위임형의 리더십’과 ‘보완의 팔로워십’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했던 관계였던 것이다.

반대로 팔로워의 역할이 없는 조직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엔론이 대표적이다. 엔론의 창립자인 케네스 레이 회장은 카리스마적인 경영을 펼쳤고 그를 거쳐간 수많은 임원들은 그저 ‘Yes맨’일 뿐이었다. 똑똑하고 능력 있지만 부정과 잘못된 의사결정에 그들은 ‘침묵의 팔로워’ 역할만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역사상 최대규모의 파산을 만든 주인공들이 되었다.

70년대 말 VCR 녹화방식을 두고 소니의 베타 방식과 마쓰시타의 VHS 방식이 벌인 치열한 경쟁에서 기술력이 한 수 아래였던 마쓰시타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소니가 ‘기술력만 믿고 리더로서의 위치’에만 몰두한 반면, 마쓰시타는 상대적 이익을 제시하며 상대기업을 존중하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이끌어 줄 것은 이끌어주는 ‘팔로워로서의 가치 창조’에 힘썼기 때문이다.

혼자 잘 나서 성공하는 리더가 존재하지 않듯, 혼자 못나 실패하는 리더도 없다. 모든 성공과 실패는 리더와 팔로워들의 파트너십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는 리더 맹신, 리더십 과잉의 시대에 산다.

“이건 모두 ○○○ 때문이야.” 얼마 전까지 인터넷 댓글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요즘 대통령 예비 후보들의 말이다. 모두 우리의 리더십 맹신에 대한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한다. 팔로워 수준이 높아야 리더 수준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은 결국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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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술자가 경영자로 큰다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10-28 10:18


혁신적인 CIO 리더
마리안 브로드벤트 엘렌 키치스 지음/권대욱 번역/애플트리


영국 북부에 위치한 수도회사인 요크셔 워터(Yorkshire Water). 각국에 정보통신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던 지난 1990년대 후반, 이 회사는 경쟁 업체들에 밀리며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당시 이 회사 앨런 해리슨 기술책임자(CIO)는 위기 탈출의 해법을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서 찾기로 하고, 고객서비스 부문에 무려 4500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투자는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다. 시설 보수 현황은 물론 고객들의 불만 사항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 이 회사 콜센터 직원들은, 신속한 대응으로 고객들의 상당한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는 때때로 회사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경영 일선에서 첨단 기술분야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회사 경영에 기술을 접목시키는 기술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품업체인 풀무원에서 정보통신업체인 삼성SDS까지, 국내 기업에서도 이제 기술책임자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엘렌 키치스는 《혁신적인 CIO 리더》에서 기술책임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조언한다.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의 향방이 기업생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리더십 발휘는 기술책임자 입장에서도 기술자로 남느냐, 아니면 경영자로 도약하는 지를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다.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가 제시하는 처방은 두 갈래다.

우선 기술 트렌드는 물론 회사의 전략 방향을 꿰뚫을 수 있는 전략가가 되라는 것. 이를 위해 소속 기업의 전략 목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등과 더불어 소속 산업 부문을 지배할 트렌드를 연구하라고 조언한다. 기능인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부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정치력을 기르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투자권한을 쥐고 있는 기업 의사결정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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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CIO
(신간)“피셔라면 삼성전자 샀을까”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11-04 10:15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
전영수 지음/원앤원북스

중 국 춘추전국시대의 군사전략가 손무. 그가 저술한 병법서 《손자병법》은 당대는 물론 현대의 군사 전략가들에게도 크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더불어 전략 전술의 교과서로 통한다. 고도의 심리 전술에서 간첩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용간술’까지, 손무의 병법서는 최첨단 미사일이 수천킬로미터를 비행해 적국의 심장부를 강타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륙의 군웅(軍雄)들이 말을 타고 활을 쏘던 시대에 저술한 책이, 시공을 초월해 여전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通察) 덕분이다. 고대 중국의 양쯔강 하류이든, 로봇을 비롯한 각종 첨단 무기가 맹위를 떨치는 현대의 전장이든, 전쟁의 주체는 질투심·탐욕 ·이기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다. 투자부문의 고전인 존 템플턴의 《템플턴 플랜》, 존 코스툴라니의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마크 파버의 《내일의 금맥》 등이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전영수 <한경비즈니스> 재테크 전문기자가 저술한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 》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비즈니스 분야의 명저 20권을 정리했다.

가치투자의 대가(필립 피셔, 피터 린치, 티머시 빅)부터 엄청난 실전승률을 기록한 베테랑 투자자(존 네프, 조지 소로스)까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투자자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고수들의 투자습관과 노하우를 제시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특히 가상 인터뷰 형식을 빌려 국내 증시 상황에 대한 투자 명인들의 조언을 제시하고 있어 읽는 재미와 교훈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모두 성공했다는 평이다.

예컨대, 가치투자의 대가 피셔에게는 블루칩인 삼성전자 주식 매입 여부를, 세계 헤지펀드계의 제왕 조지 소로스에게는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질문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저자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는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며 “이들 대가는 100년 후에도 통용될 만한 투자원칙과 게임의 법칙을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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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뭐! 꿈의 미래가 펼쳐진다고…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05-31 07:24


《그림자 정부-미래사회편》
이리유카바 최 지음/ 해냄/ 283쪽/ 1만원

얼마 전 과학 기술계 전문가 130명으로 구성된 국과위 기술예측위원회(위원장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국내 과학기술 전문가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얻은 설문을 토대로, 2030년 한국의 미래를 발표했다. 온통 장밋빛이다.

2013년이 되면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한다. 2020~2025년이면 인간의 ‘무병 장수시대’가 열린다. 10억 분의 1m인 나노미터 크기의 ‘혈관 청소용 로봇’이 사람 혈관을 돌아다니며 깨끗이 청소하고 손상된 부위를 수리한다. 2025년에는 ‘바이오 칩’이라는 알약 한 알만 먹으면 건강상태를 체크해 무선으로 병원에 실시간 전송해 준다. 게다가 노화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장기는 자신의 줄기세포로 배양한 새 장기로 갈아 끼울 수 있다.

이 밖에도 유인 우주선 개발이 완료돼 ‘우주 여행’을 즐긴다. 달이나 우주에 건설된 국제 우주호텔 및 우주 도시로 관광을 다녀오는 등 우주 개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일찍 이 세상과 하직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이 같이 꿈의 미래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을까? 미래가 과연 희망으로만 가득 찬 유토피아일까?

《그림자 정부》 시리즈의 저자 이리유카바 최가 최근 저술한 세 번째 책 《그림자 정부 - 미래사회편》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희망은 깨진 거울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이미 앞서 두 권의 책 《정치편》 《경제편》을 통해 세계를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를 고발한 저자는 이 책에서도 그림자 정부가 의도하는 암울한 미래사회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암울한 미래는 과학과 기술마저 독점 ‘은폐’ 조작하여 전자와 음파를 이용한 최신무기로 전쟁과 테러는 물론 환경과 인간까지 조종하는 어두운 밑그림을 그 바탕으로 한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분쟁, 그리고 혼란 상태가 모두 그림자 정부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해 일어난 것이고, 세계 단일정부의 출현 - 그림자 정부 - 을 정당화할 구실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사생활을 감시당하고 침해당해도 보호받고 있다고 착각하며 결국에는 이들의 마음대로 조종당하고 인간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사회다. 조지 오웰의 《1984년》 《동물농장》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일이 일어날까. 저자는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인간세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살고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제3차 대전을 언급한다. 앞서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또한 인간 사회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어떤 특정 집단이 계획한 것이고 그들이 주도하는 세계전쟁의 마지막인 제3차 세계대전이 곧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의 두 대전과 달리 제3차 대전은 2001년 9·11을 기점으로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번 대전은 폭발무기(화약을 이용한 소형 무기부터 원자탄 같은 핵무기)로 시작하여 후반에는 연무기(軟武器)로 종결될 것을 예견한다.

연무기 또는 조용한 무기라는 것은 지구의 인구를 조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자기파 무기, 기후 무기 같은 신무기를 지칭한다. 기후무기는 태풍이나 장마와 가뭄은 물론 벼락, 번개, 천둥, 지진, 화산 등을 인간이 통제하고 지구를 둘러싼 대기권 조작도 가능한 무기이다.

이러한 제3차 대전이 끝난 후 인류는 대폭 감소한다. 저자가 여러 정황으로 추측했을 때, 남는 인구는 최대 20분의 1 정도이다(전쟁터였던 지역은 그보다 훨씬 더 아래다).

저자는 1952년 가을, 허가를 받고 한강다리를 건너는 군용트럭을 노량진에서 얻어 타고 삼각지까지 간 일이 있다. 그때 남영동에 있는 집이 폭격으로 없어져 후암동의 빈 친척집에서 자고 남대문으로 가는데, 사람이라곤 단 2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제3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남은 인류에게 가해지는 통제와 감시이다.

1·2차 대전 후에 인류는 그나마 재건을 통해 세상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제3차 대전 이후에는 인간들이 가축처럼 감시당하고 통제 당한다. 왜? 어떻게? 무력과 종교만으로는 세계를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림자 정부가 이제 경제·종교(정신)·무력이 총 망라된, 역사에 유래가 없는 없는 체제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종교이다. 이는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를 신으로 믿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강압적으로 정신을 통제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 단계가 바로 인간사의 마지막 장임을 저자는 경고한다.

전 세계 모든 통신을 감청하는 애셜론에서 전자무기를 발명한 니콜라 테슬라, 환경과 기후를 조종하는 전자기파 무기, 인간의 몸과 마음까지 지배하는 마인트컨트롤의 새로운 방식, 그리고 음파무기와 종교(정신)를 통한 자발적 통제 등을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하는 이 책은 그림자 정부의 의도대로 조종당하는 노예가 될 것인지, 이에 맞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킬 것인지를 지금 당장 결정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행동을 요구한다.

여기까지 오면, 저자의 주장은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다. 소위 시온의 왕국, 즉 프리메이슨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라는 ‘음모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6자 회담, 일본의 군국화, 미국과 중국의 힘 겨루기 등을 고려했을 때 한반도가 제3차 대전의 주요 전쟁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대목에 이르면 저자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그렇게 의도된 대로 시나리오가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국제 관계에서 호혜란 개념은 단지 들이미는 명분일 뿐이었고, 1세기부터 지금까지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경연장이 아니었던가.

이 책은 보는 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가 매우 상반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의미는 명백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는 것. 그리고 여러 정황과 증거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정말 1%라도 가능하다면 그 1%를 거의 0%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단지 재미로만 이 책을 읽기엔 저자의 주장과 호소가 너무나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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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6-01-16 10:36


●New Book

세계는 평평하다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김상철 번역/창해

“아 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지난해 코믹한 가사와 더불어 동물가면을 쓴 등장인물로 화제를 불러모은 한 광고의 노랫말이다. 이 광고는 당시 오랜 경기 침체로 갈수록 팍팍해지던 서민들의 삶에 한 줄기 청량음료와 같은 시원함을 안겨 주며 패러디 열풍을 낳는 등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TV만 틀면 ‘인생을 즐기라’는 메시지가 귀를 간질이는 와중에도, 지난해 국내 초·중등 학생들의 영어권 해외 유학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교육 기업인 메가스터디는 증시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학원 재벌 전성시대의 주춧돌을 놓았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극성스러운 데가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미국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러한 교육열이 지극히 합리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프리드먼은 아웃소싱을 늘려나가며 국경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다국적 기업의 사례와 더불어, 월급여 100달러에 목을 매는 회계사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인도의 현실을 대비시키며 자녀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얘야, 중국과 인도의 아이들이 네 일자리를 가져가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단다.”

지난 1990년대 베를린 장벽 붕괴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3.0의 등장으로 촉발된 세계화의 추세는 이제는 개인들의 일상에도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인도의 근로자들은 전문 지식과 더불어 유창한 영어 능력을 자랑하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강력히 위협한다.

세계화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프리드먼은, 인도를 비롯한 떠오르는 강국을 다니며 보고들은 내용을 저널리스트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해 생생한 현장 리포트로 엮어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의 청소년들이여.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려거든 외국의 경쟁자들에게 눈을 돌려라.” 세계 각국의 눈부신 변화의 현장을 엿보려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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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은 제2의 대처인가”
앙겔라 메르켈 /게르트 랑구트 지음/이레

‘앙겔라 메르켈’. 지난 10월 기사당과 기민당의 대연정을 이끌어내며 독일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에 오른 그녀의 집권은 크게 두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이른바 실용주의(實用主義) 노선을 표방한 그녀의 집권이 독일 사회에 몰고 올 변화의 파고(波高)였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 좌파 정당 출신 총리들은 집권 후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며 경제 운용방향에 일대 변화를 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인들의 관심을 더욱 불러 모은 것은, 그녀가 쟁쟁한 남성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단기간에 집권하게 된 배경이었다. 《앙겔라 메르켈》의 저자인 랑구트 교수가 메르켈이 다니던 학교의 지역 장학사, 동창을 비롯해 140여 명과의 인터뷰를 거치며 신데렐라로 부상한 이 여성 정치인의 진면목에 대한 나름의 엿보기를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 따르면 학창시절, 메르켈은 비교적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를 썩 잘하긴 했지만 훗날 대정치가의 탄생을 예고하는 리더십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동독의 물리화학연구소에 근무하던 과학자인 그녀를 그녀의 동료들은 별다른 비전이 없던 인물로 묘사한다. 하지만 그녀는 정치권에 입문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헬무트 콜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기민당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정치가로서 승승장구하는 것. 특히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콜과의 관계를 단호하게 청산하는 독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가 그녀를 권력을 향한 절대의지의 소유자로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물론 메르켈은 뛰어난 상황 판단력과 실용주의 노선 등 여러 강점을 지녔으며, 그녀가 거친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데는 이러한 장점이 한몫 했음은 물론이다. 공언과 달리, 이 책은 메르켈을 제대로 드러내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하긴‘이집트의 스핑크스 만큼이나 불가사의한 존재’라는 그녀를 규명하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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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시대…匠人가고 르네상스인 오라

이코노믹리뷰 | 기사입력 2005-05-19 09:09

《통섭-지식의 대통합》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558쪽/ 2만5000원

한 우물만 파는 장인이 대우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에는 다른 것은 몰라도 한 분야에만 매진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오늘날은 어떨까. 오늘날에도 당연히 전문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는 과거의 ‘한 우물’ 전문가와는 다르다. 전문가이되 다른 분야의 지식에도 능통한 인재, 즉 스페셜리스트이되 제너럴리스트가 오늘날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 및 실현방안’ 세미나에서 이우희 에스원 사장의 “경험·협력의 시대에서 창의·지식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발표는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기업이 요구하는 소위 팔방미인형 인재는 ‘르네상스인(Renaissance man)’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인은 여러 분야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전형적인 학자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전문가다운’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즉 르네상스의 학자들은 의학자이자 예술가, 동시에 해부학자, 철학자, 과학자였던 것이다. 오늘날 바라는 인재상의 조건이 어떻게 보면 바로 이 ‘르네상스인’의 그것과 같다.

르네상스인의 복귀는 비단 경제 분야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학문 분야에서도 르네상스 시대의 복귀가 논쟁이 되고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사이에 놓인 거대한 틈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 온 사회생물학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이 저술한 《통섭》(사이언스북스)은 인간이 쌓아올린 지식들이 본질적으로는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는 전망 하에,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해야 함을 주창하는 책이다.

이 책을 협소하게 보면 학문적 영역에서 이뤄져야 할 지식의 통합으로만 인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왜 현대인이 스페셜리스트이되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하는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식의 통합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진리를 탐구하는 영역은 다양하게 세분화되었다. 철학, 역사학, 사회학, 의학, 물리학 등…. 그리고 새로운 영역으로 더욱 분화·전문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이 과연 긍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학문적 영역 및 경계는 올바른 것일까? 진리에 왜 경계가 있어야 할까? 주목해야 하는 점은 이러한 학문의 경계 및 구획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인간이 편의대로 만든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서구 학문의 큰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이러한 다양한 가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가지들 속에 숨어 있는, 그렇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간과했던 지식 통합의 가능성을 찾아낸다.

이를 통해 20세기의 물리학 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통일된 연구 속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한 이해와 인간 외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에 근거한 21세기적 지식 혁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물리학계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브라운 운동, 광전 효과, 특수 상대성 효과를 해명하는 논문을 발표하여 고전 역학과 전자기학을 하나로 묶고, 고전 역학과 양자역학 사이에 다리를 놓아 ‘통합 물리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 기틀 위에서 20세기 과학 발전의 원동력이 된 물리학 혁명이 시작되었다.

“세상에는 다수의 진리가 존재하는가? 지식은 언제까지나 자연과학,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으로 나뉘어 있을 것인가? 그래서 과학과 종교는 영원히 각각의 진리 영역에만 예속되어 있을 것인가?”

저자의 결론은 이제 자연과학의 중요성과 그것을 사회과학과 인문학과의 통합을 그 어느 때보다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동반자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식 체계의 기초를 다지는 통합이다. 그래야만 ‘인간 지성의 위대한 과업’이 계속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통섭은 ‘함께 넘나듦(jumping together)’이라는 뜻의 라틴어 ‘consiliere’에서 가져온 것으로 “설명의 공통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한 이론을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왜 지식을 통합해야 할까? 저자의 의도는 “통일된 연구 속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한 이해와 인간 외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에 근거한 21세기적 지식 혁명”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식의 통합이 학문 영역에서만 끝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식이 실생활, 즉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사회 영역과 무촌(無寸) 관계가 아닌 이상, 지식의 통합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의 통합과 확대를 포함한다. 쉽게 말해, 원자폭탄을 만든 과학자와 그것을 사용한 군인, 정치인들이 ‘한 우물’ 전문가를 뛰어넘는 ‘르네상스인’이었다면, 오늘날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인류에게 일어났던 수많은 불행한 사건들을 떠올릴수록 ‘르네상스인’의 시대가 가까운 장래에 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 앞서 나간 생각일까?

용어설명
통섭이란
통섭은 ‘함께 넘나듦(jumping together)’이라는 뜻의 라틴어 ‘consiliere’에서 가져온 것으로 설명의 공통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한 이론을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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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경영자는 긍정적 긴장의 조율사

[이코노믹리뷰 2007-05-27 00:09]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의 기고글입니다.


마음경영
데일 카네기 지음 / 아름다운사회
2007년 2월 / 271쪽 / 9800원

긍정적인 긴장이 생길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개인과 조직이 함께 번창하는 데 필요한
긍정적인 긴장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마음경영의 최고 비타민은 바로 칭찬이다.
칭찬과 아첨은 구분해야 한다.
칭찬은 진지하고 성의가 있는 반면, 아첨은 무성의하고 겉만 번지르르하다.

“제발 긴장 좀 하자∼!”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한때 유행했던 말이다. 긴장…, 좋은 말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너무 넘치지만 않는다면 우리 인생에서 긴장은 스스로를 나태하지 않게, 보다 활력적으로, 그리고 보다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만들어준다. 더군다나 적당한 수준의 긴장 (적당한 스트레스라고도 불릴 수 있다)은 건강에도 좋고, 인간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 않던가.

조직에 이러한 긴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방만한 경영, 무책임한 행동, 비도덕적인 수단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묵시적 동의 등 온갖 부정부패와 조직의 역기능적 요소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국내 자동차 회사의 전·현 직원에 의한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이 있었다. 일이 그대로 진행됐더라면, 한국 경제에 최대 22조원의 피해를 끼칠 것으로 추정됐다. 사람들은 사건을 주도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그들의 탐욕과 비윤리, 무책임에 욕지거리를 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단지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똑같은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질 뿐,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긴장하지 않는 개인과 조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긴장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우선 긴장은 강제나 구속에 의해서만 생겨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강제나 구속에 의한 것은 주로 부정적인 결과를 양산하는 부정적인 긴장이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바로 긍정적인 긴장이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 신뢰, 사랑, 관심 등의 긍정적인 요소로 인해 생겨난다.

데일 카네기가 저술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마음경영》(아름다운사회)은 바로 긍정적인 긴장이 생길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책에서 긴장이니, 긴장 좀 하라느니 등 긴장과 관련된 직접적인 단어는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개인과 조직이 함께 번창하는 데 필요한 긍정적인 긴장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 방법의 한가운데에는 ‘마음’이란 녀석이 있다.

이 마음을 어떻게 형성해나가느냐에 따라 나 홀로 ‘어떻게 해야 잘 먹고 잘 사는가?’의 문제보다는 사람들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의미다. 데일 카네기는 이 책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50가지의 방법에 대해 말한다. 마음을 움직이고 그 움직인 마음이 모두에게 널리 퍼지면, 개인과 조직이 번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마음경영은 어렵지 않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당연하고 이해하기 쉬운 황금률과 같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등 관련 사자성어도 많고, 성경에도 나온다.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행하라.’ 데일 카네기는 케네스 구드의 말을 인용한다.

“잠시 동안만 당신이 강한 관심을 보이는 당신의 문제와 당신이 하찮게 생각하는 상대방의 문제를 비교해 보라. 당신이 당신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상대방에게는 상대방의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인간관계에서의 성공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자세에 달려 있다.”

마음경영의 최고 비타민은 바로 칭찬이다. 미국 기업인 최초로 연봉 100만달러를 받은 찰스 슈왑의 무기는 ‘칭찬’이었다. 그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능력을 자기의 가장 소중한 재산으로 삼았고,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은 바로 칭찬임을 공공연히 말하곤 했다.

물론 칭찬과 아첨은 구분해야 한다. 칭찬은 진지하고 성의가 있는 반면, 아첨은 무성의하고 겉만 번지르르하다.

칭찬은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지만, 아첨은 단지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영국 국왕 조지 5세는 버킹엄궁의 서재에 여섯 가지 금언을 걸어놓았는데, 그 중 하나는 “싸구려 칭찬은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라”였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황금률을 잊고 지낸다는 점이다. 위 두 가지만 생각해봐도, 우리는 너무 인색한 삶을 살지는 않는가. 경쟁이라는 명목으로, 남보다 더 빨리 달리고자 할 뿐 남의 이야기를 진지한 마음으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나마 귀담아 듣는다면, 그의 이야기를 반박하고 나의 이야기를 관철시키기 위한 약점을 찾기 위해서가 태반이다. 칭찬도 마찬가지다. 칭찬의 말속에 질시라는 가시를 담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칭찬의 기술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데일 카네기의 마음경영의 본질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기본이 무너졌을 때 그 자리에 들어서는 건 ‘편법’과 ‘임시방편’이다. 편법과 임시방편은 부정부패와 무책임감, 비윤리와 비도덕으로 변질된 후,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지만 모두의 책임인 대형 사고로 연결된다.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에는 ‘긍정적인 긴장’을 조성하는 힘이 있다.

인간은 악한 면과 선한 면이 모두 공존한다. 악한 면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긴장은 오래 가지도, 강력하지도 않다.

하지만 선한 면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긴장은 그 반대다. 데일 카네기의 마음경영은 바로 후자의 방법이다.

긍정적인 긴장이 필요한 사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것,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난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는가.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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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미국은 열린 사회의 적”

[이코노믹리뷰 2006-10-20 11:12] 조지 소로스라는 인물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그는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지난 97년 외환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물론 그는 외환위기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합니다. 작년  말에도 마찬가지더군요.

저는 작년에 헤지펀드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 거물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매경에서 주최한 지식포럼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때마침 오류의 시대라는 자신의 저서 한국판을  발표하면서 기자들을 불렀습니다. 현장에서 대면한 그의 인상은 사실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 일부가 좀 자세한 내용을 질의하면 책을 읽어보라며 면박을 주더군요.  안경을 자꾸 만지작 거려  간담회에 응하면서도 마치 마음은 다른 곳에 가있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죠. 훗날 알게 됐습니다만,  그는 당시 우리나라 방문길에 여자친구인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의 부모를 비롯한 집안 어른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국제 금융계의 이 거물급 인사도 아마 마음이 콩밭에 가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당시 소로스가 방문한 시기가 북핵 사태가 터진 직후여서 북핵 사태의 향방을  묻는 질문이 꽤 많았습니다.

당시 소로소는 인민이 굶주리는 북한의 상황을 이해해야 하며, 북핵문제가 곧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는데, 아니나다를까 그의 예측대로 상황은 풀려나갔습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세상의 온갖 정보가 모여드는 세계 금융계를 주름잡던 솜씨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자,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이 쓴 '리뷰'를 읽어보시죠. 세상사를 명철하게 바라보는 소로스만의 비법에 귀를 기울여 보시죠.









오류의 시대 - 테러와 전쟁이 남긴 것들
조지 소로스 지음/전병준 옮김/네모북스
2006년 10월/296쪽/1만3000원

소로스는 미국이 당면한 문제, 유럽연합의 실패, 민주주의 확산 과정의 어려움, 지구 에너지 위기, 그리고 핵 확산 등 현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들을 논한다.

과 제를 하나 내줄까 한다. 자, 이제부터 ‘코끼리’에 대해 절대 생각하지 말자. 머릿속에 코끼리란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말 것! 10초 동안 그렇게 해보자. 시계를 10초 동안 보면서, 자 시작~ 10, 9, 8, 7, 6, 5, 4, 3, 2, 1!

어떤가? 과제에 성공했는가? 성공했다면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거나 거짓말쟁이다. 조지 레이코프라는 저명한 언어학자가 인지과학 입문에서 학생들에게 내는 첫 과제가 바로 이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과제에 성공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코끼리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지과학에서 중요한 개념인 프레임(frame)을 설명하기 위한 테스트이다. 프레임(frame)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따라서 어떤 세력이 프레임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는 그 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과 같다.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왜 미국의 진보주의가 보수주의에 연패하고 있는지를 진보주의가 보수주의가 만든 튼튼한 프레임의 덫에 걸렸고, 거기서 빠져나올 노력도 의식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지 소로스가 최근 저술한 《오류의 시대》(네모북스)는 이런 관점에서 위의 레이코프 교수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삼인)와 일맥상통한다. 우리에게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으로서 헤지펀드의 귀재, 그 이미지가 ‘외환 위기를 뒤에서 조종한 환투기꾼’이자, 탐욕스러운 유대인이라는 딱지가 붙은 소로스와 미국 진보주의의 대표주자격인 레이코프 교수가 일맥상통한다니, 의외이기는 하지만 ‘프레임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미국이 오류에서 벗어나 열린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이론과 그 이론의 실천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소로스는 미국의 어떤 프레임을 (프레임이라는 용어를 그가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시키려는 것일까? 그것은 칼 포퍼가 말한 ‘열린 사회’로의 전향이다. 여기서도 탐욕스러운(?) 소로스와 포퍼가 잘 매치되진 않지만, 소로스는 포퍼의 수제자이다.

소로스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유대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동시대의 모든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나치의 온갖 박해를 받았고 신분을 위장하여 단신으로 영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소로스는 외로움과 배고픔의 고통으로 살았다. 그렇게 항상 억압적인 상황에서 성장한 소로스가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그곳에서 접한 포퍼 교수의 ‘열린 사회’는 그의 이상향과도 같은 것이었다.

열린 사회란 전체주의 정치체제의 이념적 허구성과 비도덕성, 사회 전체의 급진적 개혁보다는 점차적이고 부분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점진주의적 사회로 전체주의와 반대되는 개인주의 사회이다.

포퍼는 열린 사회만이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정의하면서 열린 사회의 최대의 적으로 역사주의라 불리는 전체론, 역사적 법칙론, 유토피아주의를 꼽았다.

즉 열린 사회는 개인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자유를 누리며, 이분법이 아닌 다양한 의견과 제안이 존재하는 사회다. 그리고 사회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하고 여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포퍼의 영향을 받은 소로스에게 있어 열린 사회로 나아가는 데 오늘날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미국이다. 소로스조차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라고 말할 정도다. 열린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공정한 세계 질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이 바로 그것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 소로스의 생각이다.

소로스는 9·11 사태 이후 이라크 침공에 이르기까지 부시 정부는 잘못된 어젠다를 설정, 무력 사용을 강조하되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협력이 필요한 문제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더군다나 세계의 나머지는 미국의 장단에 맞춰 춤추고 있다. 이러한 소로스가 군사력에 기반한 패권주의로 국제사회질서를 엉망으로 만든 부시 대통령을 싫어하는 건 자명한 일. 부시의 재선을 막기 위해 2004년 대선 당시 2500만달러를 재선 반대운동에 쏟아부었던 일화는 바로 이러한 반 부시 운동의 일환이었다.

부시의 당선을 두고 그가 이 책에서 말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다. 그가 재선한 것이다. 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에 무엇이 잘못됐나?”는 말은 미국 사회에 변화의 필요성이 이제 거의 벼랑 끝에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소로스는 미국이 변화하려면, 우선 오해에서 비롯된 무의미한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는 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소로스는 오늘날의 미국과 히틀러의 나치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 스스로도 불쾌한 비유라고 하는 그 첫 번째 공통점은 나치의 민족사회주의와 미국의 종교적 근본주의가 라이프스타일에서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한 부시행정부와 나치는 모두 두려움의 정치에 몰두했으며, 나치의 독일이나 지금의 미국에서의 정치적 생명은 의회 밖에서 시작됐고 국가에 의해 주도됐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총2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소로스는 그가 바라보는 보편적인 문제점들을 논하고, 역사상 현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들을 제시한다. 즉, 열린 사회로서 미국이 당면한 문제, 열린 사회로서 유럽연합의 실패, 민주주의 확산 과정의 어려움, 보호의 책임을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국제공동체의 부재, 지구 에너지 위기, 그리고 핵 확산 등이다.

‘환투기꾼’과 ‘자선가’란 상충되는 수식어가 공존하는 조지 소로스. 이 책은 이제 76세의 나이가 되어 그 스스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로스가 지금까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어떤 활동을 펼쳐왔는지를 상세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소로스에 대한 우리 사회가 가진 단편적인 뉴스와 이미지, 그리고 편견을 넘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는 한 방편의 제안으로서 눈여겨 볼 만한 책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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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와의 대화

《대한민국 UCC트렌드》 저자 정재윤
“UCC는 신명나는 굿판이다”

유행에 민감한 저자들의 글은 대개 깃털처럼 가볍다. 사회현상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묵직한 통찰력은 언감생심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 나머지 이런저런 사례들을 나열하다 엉뚱한 결론으로 치닫거나, 계도성 언설들을 늘어놓으며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기 십상이다.

소설가 이남희 씨의 말마따나, 대한민국의 독자는 물론 저자들도 슈퍼마켓에서 길을 잃은지 오래다. 마케팅공화국 정재윤 대표가 저술한 《대한민국 UCC트렌드》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매우 독특하다.

전편을 읽고 나니 가슴 한편에 오랫동안 얹혀 있던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다.

‘UCC 열풍’이라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한 장 한 장을 넘기다보면 해묵은 의문들이 슬그머니 풀린다. 재기 넘치는 문체 덕분인지 개념 설명에 많은 면을 할애한 1장을 제외하곤 술술 읽힌다. 콘텐츠 제작은 즐거워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이번 저작에서도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립적인 시각과 더불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장점. 수익모델 부재를 타개할 마땅한 카드가 없는 국내외 UCC업계의 딜레마, 그리고 저자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UCC를 마케팅이나 사회공헌활동에 탁월하게 활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도 흥미롭다.

일본 NEC를 보자. 이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있는 사이버 나무에 방문자들이 직접 써넣는 말풍선이 100개가 생길 때마다 남태평양의 한 섬에 실제로 나무를 심는다. 사회공헌에도 창의성이 발현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일필휘지(一筆揮之)라고 할까.

저자는 병상에 누워 있던 한 달여 만에 이 책을 탈고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이던 안영에 얽힌 고사부터 현대의 심리학자까지, 각 장의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풍부한 인용문구가 읽는 맛을 더한다.

과도한 기대 혹은 규제로 막 자라나는 UCC산업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고 저자는 강조한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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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코노믹리뷰 2005-07-27 08:57]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이혼, 부, 모, 아이들》
리처드 A 워샥 지음/황임란/아침이슬/462쪽/15,000원

얼 마 전 우리나라의 이혼율에 대한 언론의 과장 보도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다. 가정법원에서 이혼 수속을 밟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부부들의 사진과 함께 언론이 ‘우리나라 이혼율이 50%에 이른다’ 혹은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선정적인 문구로 이혼 문제를 보도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혼율이란 (그 해 이혼 건수÷그 해 결혼 건수)×100이다. 따라서 단순히 연도별로 혼인 건수와 이혼 건수를 나눠 백분율로 계산하는 방식은 이혼율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논리대로라면 경제가 불황일 때, 평균적으로 혼인 연령대가 높아질 때, 혹은 기타 다른 이유로 결혼하는 사람이 적어지면(분모가 작아지면), 자연히 이혼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가 과장이긴 해도, 우리 사회가 가파른 이혼율의 선상에 있다는 데는 논쟁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93년 1000명당 1.3명이었던 이혼율이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2000년에는 2.5명, 2005년 기준 2.8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이혼 문제가 ‘가뭄에 콩 나듯’ 이혼이 드물었던 시절에 주목받지 못하던 사회적 주제에서 모두가 관심을 갖고 사회적·정책적 관심을 적극적으로 투여해야 할 주요 현안으로 등장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까지 과거와 크게 다른 바 없다. 이혼은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렇게 두 손 놓고 이혼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귀속시켜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리처드 A. 워샥이 저술한 《이혼, 부, 모, 아이들》(아침이슬)은 이혼 후 자녀와의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 부모와 그 자녀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혼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25년 간 가족상담 분야를 연구해온 학자로, 이혼문제에 있어 세계적 권위자이다. 이 책에는 이혼 가정과 관련하여 일어날 수 있는

- 그리고 실제로 일어난 - 사례를 통해 이혼 가정이 겪는 아픔을 소개한다.

우선 이혼은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가족 구성원들에게, 특히 자녀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좌절, 분노를 발생시킨다. 이에 이혼 부모는 비록 이혼을 통해 각자의 삶을 살아가더라도 자녀에 대해서는 공동 책임을 지고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이는 이혼 가정에서 발생하는 세 가지 해독(害毒) - 헐뜯기, 깎아내리기, 세뇌 -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부모 따돌림 증후군(Parental Aliennation Syndrome, PAS)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이러한 이혼의 해독이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 때로는 확대가족 전체로 전염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이혼 전 정감있고 사랑스러웠던 (외)할머니가, 부 혹은 모로 인해 마귀할멈으로 둔갑할 수 있다. 그렇게 친하고 사랑했던 모와의 추억이, “엄마가 우리를 버렸다”는 부의 세뇌로 인해 산산이 부서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녀들은 “다년간의 부모의 사랑, 온정, 힘든 일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례하고 밉살스러운 행동으로 갚는다.”

의식적이지 않은 행동이나 말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 배우자가 의식적으로 아이들과 당신의 관계를 단절시키려고 하지 않는 경우에도 몇 가지 조건이 헐뜯기와 깎아내리기를 복합적으로 작용시키면 따돌림이 일어날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는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고립, 심리적 의존, 공포이다. 이런 것들은 해로운 메시지가 뿌리 내리고 사랑하는 기억은 밀쳐낼 가능성을 높이는 토양과 자양분이다.”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은 의도적·비의도적 동기, 환경, 현실 왜곡 등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영혼에 상처를 주어 결국에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연결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이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어떤 노력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저자는 사이비 종교의 폐해로 인해 발생하는 집단 자살보다, 이혼한 부모의 헐뜯기와 세뇌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겨난다고 말한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미 이혼한 가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자녀들이 이와 동일한 해독(害毒)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30대의 이혼율 증가에 따라 청소년의 9.6%가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고 이들 청소년 중 15세 이전에 부모의 이혼을 지켜본 경우가 84.4%에 달하고 있다는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연구는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여성을 위한 전미협회 전 회장인 카렌 드크로우는 ‘이혼 자체는 자녀들에게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들 사이에 일어나는 전면전은 자녀들에게 재앙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이런 말들이 외국의 사례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의 문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언론이 과장보도를 하든, 통계율이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든 이혼은 이제 개인사를 넘어 우리 사회의 현안이 된 지 오래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켐임이 자살은 개인적이지만, 한 사회의 자살률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듯, 증가하는 이혼 가정의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책임을 이혼 가정에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 책은 이혼 가정으로 인한 개인적 해독의 문제와, 그 해독이 사회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이혼 가정과 문제에 대한 해당자들의 각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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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

[이코노믹리뷰 2007-04-28 22:36]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이 이코노믹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조선의 프로페셔널
안대희 지음/휴머니스트
2007년 4월/434쪽/1만9000원

이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주인공은 18세기 조선 사람들이다.
진정한 전문가를 보기 힘든 오늘날,
200년 전의 프로페셔널의 행적이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당신은 전문가인가 아니면 전문가인 척하는가?

예전에 읽은 만화책이 생각난다. 사람이 하늘을 날고, 손에서 광선이 나가는 팬터지 장르가 아니라, 오랜 기간 수련과 노력을 통해 무예의 고수가 되는 과정을 그린 아주 현실적인 만화다. 그 만화 내용 중에 중국의 한 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시절, 그 고수의 무예 입문은 화려하지 않았다. 큰 재능이 없음을 알고 있던 그의 사부는 그에게 한 가지 기초 기술을 가르쳐줬다. 한 발을 힘차게 내딛고 주먹을 앞으로 뻗는 기초 중의 기초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부가 오랜 기간 출타를 하게 되었다. 그는 제자들을 모아 놓고, 자기가 없는 동안 가르쳐 준 것을 열심히 수련할 것을 강조했다.

몇 년이 흘렀다. 그 몇 년 동안, 대부분의 제자들은 나태하게 시간을 보냈지만, 한 사람만 그러지 않았다. 재능이 없던 바로 그 제자였다. 그는 다른 동문들이 그런 기초 기술을 어디에 써먹느냐고 비웃어도, 한시도 딴 눈을 팔지 않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직 그 기술만 수련했다.

마침내 사부가 돌아온 날, 사부는 한 제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로 기초만 수련했던 그 제자였다. 사부의 눈에 그는 자신을 넘어선 고수였다. 사부의 눈을 의심한 다른 제자들은 그와 대련을 원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오직 한 가지만 미친 듯이 수련한 결과, 어느 순간 그는 차원이 다른 고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 방울의 낙수가 모이고 모여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든 한 가지 일에 오랜 시간 몰두하다보면, 익숙함과 동시에 요령이 생긴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일에 도통하게 되고, 어느 순간 일반인과 다른 차원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조선의 프로페셔널》(휴머니스트)은 바로 그 차원에 이르렀으나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200년 전 10명의 프로페셔널들’의 이야기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주인공은 18세기 조선 사람들이다. 유독 18세기에 이런 프로페셔널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이유는 ‘18세기에는 무엇엔가 한 가지에 미치는 것이 유행이었고, 전문가 집단인 중인계급이 당당히 자리를 잡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18세기에는 이들을 벽(癖)이나 광(狂) 혹은 치(痴)로 불렀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중 한 명과 한번 만나보자.

오늘날 수억명의 동호인을 거느린 세계 바둑계의 최강국은 각종 기전(棋戰)에서 무패의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우리 한국이다. 그렇다면 18세기 조선 최고의 바둑 고수는 누구였을까? 바로 ‘정운창’이란 사람이다. 조선 사회는 바둑을 몹시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저 여가에 즐기는 여기(餘技)나 소기(小技) 정도로 간주하는 이율배반적인 사회였다. 하지만 당시 최고의 고수로 이름이 난 사람들은 고수대접을 받으며 명망을 얻었다.

정운창은 전남 보성 출신의 시골뜨기로, 무려 10년 동안 바깥출입을 삼가고 바둑을 공부했다. 문밖을 나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날마다 자고 먹는 것을 잊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에게 바둑을 처음 가르친 사촌 형이 “이보게 아우!,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세상을 휘어잡기에 넉넉하다네”라고 말할 정도로, 정운창의 바둑에 대한 집념은 대단했다. 사촌형의 말대로, 보성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자, 정운창은 상경하여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가볍게 이겼다.

정운창이 당시 최고의 고수인 김종귀를 이기는 장면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당시 권력자들은 각 분야의 고수들을 휘하에 두고 그들을 후원하고 있었다. 김종귀는 당시 평양감사로 부임받은 한 고관을 따라 평양 감영에 머무르며 서울로 오는 걸 늦추고 있었다. 정운창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웅을 겨룰 사람이 없어서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정운창은 그와의 대결을 꺼리던 김종귀와 대국하기 위해 평양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무려 8일 동안 김종귀가 있는 평양 감영 문밖에 앉아 그와의 대국을 시도했다.

결국 김종귀는, 김종귀가 아닌 사람으로 속이고 정운창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정운창이 이겨가자, 김종귀는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었다. 정운창은 자신이 두고 있는 그 사람이 김종귀인 것을 모르고, 김종귀에게 이렇게 말한다.

“댁은 김종귀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지금 김종귀는 어디에 있습니까?”

조선 시대는 신분 사회로 의식이나 지향이 획일적이며, 직업의 귀천도 분명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는 자신의 직업과 신분을 팽개치고 자신이 좋아하는 낯선 분야를 개척하여 전문가로 발돋움하기가 어려웠고 그러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집념이 필요했다. 정운창을 포함해 이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전문가들은 그러한 용기와 집념을 가진 사람들이다.

노새 한 마리, 보따리 하나, 이불 한 채로 덕유·속리·월출·지리·태백·소백·금강을 오른 정란, “짧은 인생, 쌀과 소금, 땔감과 기름에 머리를 처박고 사는 건 슬픈 일”이라며 밤 새워 시를 썼던 천민시인 이단전, 천하의 책은 모두 자신의 책이라며 천하 사람 가운데 자신이 책을 가장 잘 안다고 자부했던 조신선, 방 하나 가득 서양서를 모아두고 서양서가 있다면 고관집에라도 지름길로 달려갔던 조각각 정철조, 원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는 자존심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버린 최북 등이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면 어떠해야 하는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다. 바로 자부심과 자의식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과 자존심,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 그리고 오기가 그것이다.

진정한 전문가를 보기 힘든 오늘날, 200년 전의 프로페셔널의 행적이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당신은 전문가인가 아니면 전문가인 척하는가?’ 답이 후자인 경우라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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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중국 월광족에 주목하라”

[이코노믹리뷰 2007-04-28 22:33]


《세계 경제의 슈퍼엔진 중국》
한우덕 지음 / 미래에셋 /4800원

중국에 투자한 한 외자기업의 홍보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센이란(沈伊然)양. 올해 28세인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월광족이다.

명품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으며, 돈이 모자라면 친구에게 빌려서라도 고급 제품을 사들인다. 회사에 출근할 때는 항상 택시를 이용하며 퇴근 후에는 상하이의 명동격인 난징루를 찾아간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하기 위해서다.

씀씀이가 크다 보니 중국 근로자 평균 임금의 세 배에 달하는 90여 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지만, 월급날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저축을 하긴 하지만, 이마저도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센이란의 사례에서 알수 있듯이, 월광족이란 제품이나 서비스 구입에 돈을 다 써버리는 계층을 일컫는다. 중국 전역에서 거의 3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외국계 기업이나, 잘나가는 중국의 토종 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1자녀 갖기 운동이 한창일 때 태어나 부모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 성장한 세대로 부모세대와 달리 남부러울 것 없이 성장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뜨거운 구애를 받고 있는 배경을 가늠하게 한다.

월광족은 중국경제의 숨가쁜 변화를 짐작케 하는 풍향계이다.

《세계 경제의 슈퍼엔진 중국》은 중국 경제 변화의 현장을 그린 종합 보고서이다.

모 경제 신문의 중국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특파원 활동 중 목도한 거대 중국의 눈부신 변화를 세심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합종연횡으로 몸집을 거대하게 불려가고 있는 철강, 유통업체들, 새롭게 부상하는 소비계층, 그리고 해외에서 유명 기업 쇼핑에 나서는 중국 기업들의 사례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니다. 소비시장 또한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를 간파하지 않고서는 국제 비즈니스를 논할 수 없으며, 중국이라는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지 않고서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국시장의 변화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비즈니스맨들의 필독서.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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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이코노믹리뷰 2005-11-04 10:15]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
전영수 지음/원앤원북스

중 국 춘추전국시대의 군사전략가 손무. 그가 저술한 병법서 《손자병법》은 당대는 물론 현대의 군사 전략가들에게도 크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더불어 전략 전술의 교과서로 통한다. 고도의 심리 전술에서 간첩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용간술’까지, 손무의 병법서는 최첨단 미사일이 수천킬로미터를 비행해 적국의 심장부를 강타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륙의 군웅(軍雄)들이 말을 타고 활을 쏘던 시대에 저술한 책이, 시공을 초월해 여전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通察) 덕분이다. 고대 중국의 양쯔강 하류이든, 로봇을 비롯한 각종 첨단 무기가 맹위를 떨치는 현대의 전장이든, 전쟁의 주체는 질투심·탐욕 ·이기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다. 투자부문의 고전인 존 템플턴의 《템플턴 플랜》, 존 코스툴라니의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마크 파버의 《내일의 금맥》 등이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전영수 <한경비즈니스> 재테크 전문기자가 저술한 《현명한 투자자는 이런 책을 읽는다 》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비즈니스 분야의 명저 20권을 정리했다.

가치투자의 대가(필립 피셔, 피터 린치, 티머시 빅)부터 엄청난 실전승률을 기록한 베테랑 투자자(존 네프, 조지 소로스)까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투자자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고수들의 투자습관과 노하우를 제시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특히 가상 인터뷰 형식을 빌려 국내 증시 상황에 대한 투자 명인들의 조언을 제시하고 있어 읽는 재미와 교훈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모두 성공했다는 평이다.

예컨대, 가치투자의 대가 피셔에게는 블루칩인 삼성전자 주식 매입 여부를, 세계 헤지펀드계의 제왕 조지 소로스에게는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질문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저자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는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며 “이들 대가는 100년 후에도 통용될 만한 투자원칙과 게임의 법칙을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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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산악인에게 배워라”

[이코노믹리뷰 2006-02-13 08:42](


●Book

거친 산을 오를 땐 독재자가 된다 /김경준 /에디터

누구도 세월을 비껴갈 수는 없다. 위대한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경영 환경은 빠르게 변모하면서 성공방정식을 구시대의 유물로 바꾸어 놓는다. 미국에서 포스트 잭 웰치 시대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세계 경영자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올해 신년호에서 엄격한 상벌(賞罰)을 골간으로 하는 잭 웰치식 경영 시스템이 조직원들의 과감한 실험 정신을 위축시켜 지식 경영을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의 탁월한 리더십의 비결과 더불어 성공 신화를 조명한 책 출간이 여전히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이 위대한 경영자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잭 웰치에게 쏟아졌던 찬사는 이제 서서히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회장. 그리고 구글의 에릭 슈미트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창의성, 그리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은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하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시대를 초월한 덕목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불굴의 의지, 꺾이지 않는 투쟁심은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경영자들의 덕목이다. 《거친 산을 오를 땐 독재자가 된다》는 이러한 덕목들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한 산 사나이의 이야기다. 히말라야 산맥을 십여 차레 등반한 국내 최고 등산가인 엄홍길씨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경영자들이 배워야 덕목들을 제시했다.

특히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 도전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다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죽음과 싸우며 배우게 된 겸허함, 등반에 참가하는 셰르파·포터 등을 다루는 노하우 등은 그대로 무한경쟁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할 교범이기도 하다. 저자인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한국경제신문>의 시론 고정 필자로 활동중인 컨설턴트다. 책 중간에 등장하는 고대 유럽의 패자 로마인들의 삶을 통해 배우는 조직관리, 경영 방식 노하우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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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한 경영자

[이코노믹리뷰 2007-01-19 06:18]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이 기고한 서평입니다. )


《Mom CEO》
강헌구 지음/ 쌤앤파커스
2006년 12월/ 318쪽/ 1만2000원

저자는 엄마들이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학원 끊어주는 것만으로는 안된다고 말한다. CEO다운 의식과 책임감으로 당당히 리드하는 엄마 밑에서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아이’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한때 권력자로 길러졌고, 권력자로 행세했던 남자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그는 지나간 가부장적 권위주의 시대에 ‘권력자의 전설’을 갖고 있었으나, 이제 그 모든 화려했던 전설은 추억 속의 빛 바랜 흑백사진에 불과해졌다. 권력은 대부분 해체되었고, 그는 쓸쓸하게 인간의 거울 앞으로 돌아와 누웠다.’

박범신의 에세이집 《남자들, 쓸쓸하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씁쓸하지만 이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아버지가 가족의 최고경영자였던 시대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등장했다. 바로 엄마다.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의 저자로 유명한 강헌구가 최근 저술한 《Mom CEO》는 얼핏 제목만 보면 ‘엄마를 고객으로 삼는 마케팅 기법’이나 ‘엄마가 가르쳐주는 경영전략’ 등과 연관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경제경영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권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오늘날, 가정의 최고경영자로서 엄마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자녀교육서다.

저자는 이제 엄마들이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학원 끊어주는 것만으로는 안된다고 말한다. 가정부 노릇에 그치는 엄마 밑에서는 목표도 없이 살아가던 아이가, CEO다운 의식과 책임감으로 당당히 리드하는 엄마 밑에서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아이’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즉 오늘 자녀를 향해 품은 엄마의 꿈이 내일 자녀의 현실이 된다는 것.

엄마로 인해 성공을 일구어낸 사람들을 보자.

산수를 너무 싫어하는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산수가 너무 싫어서 학교에 나가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아이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집 근처 농장지대로 갔다. 여기저기 전쟁으로 폐허가 된 저택들과 일꾼들이 살던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저 집들을 보렴, 옛날에 저 집들엔 이 근처를 호령하던 사람들이 살았단다. 하지만 전쟁을 겪으면서 모두 초라한 집이 되고 말았어. … 사람이 큰 어려움을 당해서 그것을 이겨낼 무기가 없다면 누구나 저 초라한 집들처럼 될 수밖에 없는 거다. … 사람들은, 특히 여자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두지 않으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지금은 세상이 다 편안하지만 언제 또 무너질지 모르는 거야. 그렇게 되면 네게 남는 것은 네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들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엄마의 말은 아이에게 깊은 각인을 남겼다. 이 아이가 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대작을 남긴 마거릿 미첼이다. ‘남는 것은 네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들뿐’이라는 말은 미첼이 26세 때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되었을 때, 3년 동안 온갖 출판사들이 그녀의 작품을 냉소하고 거절했을 때, 그녀에게 열정과 집념, 불굴의 정신을 일깨워줬다.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인생을 당당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 라이프 코치였던 미첼의 엄마와 달리, 자식을 불행과 파탄으로 몰아넣은 엄마도 있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소설을 내놓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명예와 부 등 많은 것을 누렸지만 그의 삶과 최후는 비참했다. 네 번의 결혼, 그리고 마지막에는 엽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다. 두 번의 걸친 경비행기의 추락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성기능까지 마비되자 헤밍웨이는 자신을 크게 비관했고, ‘사람 구실을 못할 바에야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살을 감행했던 것이다.

삶에 있어 똑같은 고통이라도 그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헤밍웨이는 왜 그 무게를 남보다 훨씬 더 크게 느꼈을까? 그에게는 집요하고 강한 성격의 교사 출신 엄마가 있었다. 헤밍웨이의 엄마는 이기적이고 버릇없이 성장한 탓에, 엄마가 자녀에게 해줘야 하는 일은 등한시 한 반면, 자녀들에게는 지나친 욕심을 부렸다. 헤밍웨이는 그런 엄마를 증오했고, 이후 결혼을 해서도 성격이 강한 여자 혹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간섭하는 여자와는 이혼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자녀 교육에 있어 이 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교육열 높은 우리나라. 하지만 자녀교육이 ‘학원 보내고 과외 시켜서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책은 그러한 획일화된 자녀교육이 아닌 자녀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즉 엄마들이 가족의 대표자, 의사결정자, 대변인, 카운슬러, 코치, 그리고 멘토로서 모든 일을 통괄하는 지휘자로서의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조직을 책임지고 리드하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CEO이다. CEO는 구성원에게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여건과 기회를 제공해준다. 때로 나태해지거나 지쳐 있을 때 독려하고 이끌어주는 사람도 CEO이다. 때에 따라서는 적절한 업무 분배를 하고, 가장 말단사원에서부터 최상위 그룹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고 들여다보며 조율해야 하는 사람 CEO, 즉 기업 경영가의 마인드가 오늘날의 엄마들에게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이다. 여기서 등장한 단어가 바로 맘(Mom) CEO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탁월한 Mom CEO들을 소개하고 맘 CEO가 되는 길을 ‘스스로 꿈을 잉태하는 리더, 꿈을 심어주는 리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전략가, 치유와 회복의 라이프 코치’ 등 4분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자식이 재물에 한눈 팔지 않고 학식 있고 존경받는 학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돈을 줄 일이 있으면 꼭 종이봉투에 담아 건넸던 ‘박동규 교수의 어머니’, 새로 이사 간 동네의 드센 아이들 틈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울며 쫓겨 들어오는 아이에게 맞서 싸우고 리드하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결국 미국 정가의 최고 리더로 성장하게 해준 ‘힐러리 클린턴의 어머니’ 이들이 바로 저자가 탁월한 맘(Mom) CEO로서 소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다니며 뒤치다꺼리 해주는 엄마’는 아이를 현재에 묶어놓고, ‘꿈을 매니지먼트 해주는 엄마’는 아이로 하여금 미래를 낚게 해준다.” 저자의 말이다. 당신은 어떤 엄마인가?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www.summ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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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네트워크형 기업만 살아남는다

[이코노믹리뷰 2007-04-15 20:27](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이 기고한 서평입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인들이 정보를 만들어내고, 또 공유하는 이른바 위키의 시대에는 기업의 운용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정보 공유를 더욱 늘리고, 변화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 데,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는 얘깁니다만, 월마트에서 페덱스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가 흥미를 끕니다. )


네트워크형 기업과 미래 경영 전선
이춘열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지형 펴냄/
2007년 3월 / 135쪽 / 5000원

저자는 ‘흥남철수작전’을 사례로 ‘플랫폼 체제’와 ‘네트워크 중심전’의 차이를 설명하고, 오늘날 기업 경영에 필요한 네트워크형 체제, 즉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말한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에∼’대중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는 경쾌하고 빠른 리듬 덕에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감초 노래로 등장하지만, 그 배경이 되는 ‘흥남철수작전’은 결코 즐거운 역사가 아니다.

‘흥남철수작전’은 중공군이 원산 인근 4km까지 접근한 상황 속에서, 포탄이 비 오듯 쏟아지고 영하 20도의 눈보라 혹한 속에서 무려 10만5000명의 군인과 10만여 명의 피란민, 1만7500여 대의 차량을 193척의 배에 싣고 장승포항으로 떠나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철수작전이었다.

기세 좋게 거의 한반도 북단 끝까지 진군했던 유엔군. 왜 절박하게 철수를 해야 했을까? 여기에는 오늘날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것은 전쟁에 있어 어떤 한 가지 패러다임과 그 한계, 그리고 그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다.

국민대 지식엔지니어링 이춘열 교수는 《네트워크형 기업과 미래 경영 전선》(삼성경제연구소)에서 흥남철수작전을 사례로 ‘플랫폼 체제’와 ‘네트워크 중심전’의 차이를 설명하고, 오늘날 기업 경영에 필요한 네트워크형 체제, 즉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말한다.

플랫폼 체제 혹은 플랫폼 전투란 각 부대들이 동료 부대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들만의 상황에 의존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서울 수복 이후 압록강변까지 진격한 서부전선의 국군과 유엔군은 중공군의 공세를 받아 청천강까지 철수해야 했다. 그런데 동부전선으로 진격한 부대는 계속 북진을 거듭하여 국경도시 혜산진까지, 합수와 백암, 청진까지 진출했다. 그러자 중공군이 서부전선을 우회하여 이들의 퇴로를 차단했고, 유엔군은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태에 빠져 흥남 부두에서 대규모 철수를 감행해야 했던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플랫폼 체제의 한계로, 아군간 목표 및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닥친 비극이었다.

반면 네트워크 중심전은 ‘각 부대들이 정보통신 체계에 따라 상호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공통의 작전을 수행하는 네트워크 체제의 부대 편성·작전 수행 체계’를 말한다. 즉 정체하지 않고, 항상 이동하면서 동태적으로 전선을 구축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은 작전 수행 체계인 것이다. 미국은 이 체제를 이용하여, 제2차 이라크 전쟁을 21일 만에 끝낼 수 있었다.

저자는 네트워크 중심전의 개념을 통해 오늘날 기업이 성공할 수 있고 미래 경영 전선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체제로 ‘네트워크형 기업 개념’을 제시한다. 이것은 각 부서들이 기업 목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자주적인 임무 수행·조정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실제로 월마트의 경우, 대표적인 네트워크형 기업이다.

월마트는 고객을 분석하여 매장을 구성한다. 즉 독신 직장인 고객이 많은 매장과 기혼 가정 고객이 많은 매장에 다른 식품이나 음식물을 제공하여 매장별로 차별화를 이룩했다. 여기에 각 매장은 자체 보유 상품과 더불어 인접 매장이나 월마트가 전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여 의사 결정에 활용함으로써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있다. 매장의 매니저들이 그 날의 재고,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수시로 판매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월마트는 상품 및 부가 부품의 재고 비용을 3% 이하로 유지해오고 있는데, 업계 평균이 4.5∼5%인 점과 월마트의 거대한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엄청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배송회사 페덱스도 앞선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화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형 기업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페덱스는 전세계적으로 600여 대의 화물 수송기와 배송 허브의 운송 트럭들을 통하여 화물들을 운송하고 있다. 모든 화물들은 이 허브들을 경유하여 전달되는데, 매일 약 500만건의 화물이 배송되고, 이를 위해 1억건 정도의 데이터가 처리되고 있다. 특히 페덱스는 접수부터 방문, 배송 완료에 이르기까지 슈퍼트래커(SuperTracker)라는 바코드 리더기를 통해 전 과정이 추적·관리된다.

월마트와 페덱스의 경우는 네트워크 중심전에서 아군의 주요 부대나 장비의 위치, 이동 등 모든 것을 기술적으로 파악하여 작전상황도를 표시하는 것과 같다. 지휘관들은 이 작전상황도를 보고 그때 상황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최적의 전략을 구상한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들은 공유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형 기업 형태에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것은, 모든 단위 조직이 공유할 수 있는 정보기술 인프라다. 네트워크형 단위 조직이 기업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려면 각 단위 조직의 활동이나 상황, 기업 목표, 고객, 경쟁사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각 단위는 방향을 잃고 서로 다른 목표를 추진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전체 조직의 목표 달성이 요원해진다.

한국의 경우, 미래 경쟁력으로써 네트워크형 기업이 발달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갖추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의 발달로 휴대폰을 통한 인터넷, DMB 서비스 등 무선 통신 서비스들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아직까지 요원한 우리만의 강점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잘만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는 네트워크형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여 기업들이 네트워크형 기업으로 전환하고 미래 경영 전선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물론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과 실험이 시급히 수행되어야 한다.

네트워크형 체제는 현재의 중앙집권적 경영 체제를 분권적 경영체제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우수한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노력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정보화 시대에 부합하는 네트워크형 기업들이 융성할 수 있으며, 이는 높은 정보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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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2005-12-19 10:03]


● New Book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황상민 지음/김영사

시 계바늘을 지난 2002년 12월로 돌려보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아 선거기간 내내 헌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지지자들과 어울려 당선의 기쁨을 만끽했다.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연단 위에서 포효하던 대통령. 그리고 환호성으로 응답하던 20~30대 젊은이들. 당시만 해도 양측의 연대는 강철같이 강고해 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후, 참여정부는 지지율 하락에 부심하고 있다.

회생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국내 경제, 특히 청년실업은 지지세력의 이반을 불러왔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 이라크 파병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 사안에 대한 최고 권력자의 갈지(之)자 행보도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참여정부의 지지기반이던 젊은 세대들의 우경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따지고 보면 청년실업이 위험 수위를 넘은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경기침체의 주범으로 꼽히는 국내 소비 부진도, 발단은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방조한 국민의 정부에서 비롯됐다. 객관적인 정황은 인정하지만, 지지율 급락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황창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국내 유권자들의 심리상태를 보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민주화와 개방된 사회를 외치지만, 아직도 영웅주의적 리더십의 망령을 떨치고 있지 못하다.

젊은 세대도 예외는 아니다. 권력자에 대한 지지를 손바닥 뒤집듯 철회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영웅을 숭배하는 이들에게 현실의 대통령은 만족을 주기 어렵다. 한 가지 문제는 남는다. 유권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바꿀 수 없는 걸까. 대답은‘ 노(No)’. 저자는 구체적인 처방전도 제시한다. 정치꾼형, 도박사형 CEO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실무형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해야 지지층 이반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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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광고를 9시 뉴스 후에 하지 않는 이유는”

[이코노믹리뷰 2006-02-24 09:39] 소비자들의 정신세계를 가로지르는 모세혈관 하나하나에 현미경을 들이댄책. 콜라 광고를밤 9시 뉴스직후에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번 가늠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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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니콜라 게겐 지음, 고경란 옮김,김현경(경영학박사) 해설/지형

당 신이 생리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한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라고 가정해 보자. 부부가 함께 시청하는 케이블 방송 영화 채널의 심야 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낼 계획인 데, 풀어야 할 숙제가 한 가지 있다. 책정된 광고비가 많지 않아 두 채널 중 한 곳에만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데,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힌트는 두 채널이 심야 시간대에 방영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이 뚜렷이 다르다는 점이다. A채널이 주로 공포 영화나 액션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반면, B채널은 멜로 영화를 내보내고 있다. 전날에도 A채널은 액션영화 <글라디에이터>를, B채널은 <첫사랑>을 각각 방영했다. 당신이라면 어떤 프로그램에 광고를 주겠는가.

만약 A채널이라고 답변했다면 당신은 좀 더 마케팅 공부를 해야 한다.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충격적 장면은 소비자가 광고를 기억하는 데 장애로 작용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프랑스 브르타뉴-쉬드 대학의 사회인지심리학과 교수인 니콜라 게겐이 저술한 마케팅 지침서다. 저자는 100가지 실험을 통해 소비자에 대한 실증적인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공포영화와 멜로영화의 광고 효과를 분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를 ‘점화효과’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공포영화의 장면이 다음에 오는 정보의 해석 및 이해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코카콜라가 밤 9시 뉴스 직후에 절대 광고를 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저자는 이 밖에도 음악이나 냄새, 색깔과 조명, 비언어적 행동, 그리고 판매원의 캐릭터 등이 소비자 행동과 더불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체 마케팅 담당자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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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직장 정글에서 살아남는 ‘솔직한’ 노하우

[이코노믹리뷰 2007-03-30 07:03](권춘오 네오넷 코리아 편집장이 기고한 서평입니다. 이코노믹리뷰의 이경호 기자가쓴 직장생활법칙인데요, 자신의 기자 생활을 바탕으로 이끌어낸 생생한 사례들이 눈길을 끕니다. )


단 한번 뿐인 20대를 위한
직장생활법칙 71

이경호 지음/스마트비즈니스
2007년 3월/256쪽/11,000원

이 책은 머뭇거리거나 에둘러서 얘기하지 않는다. 알쏭달쏭한 이론을 꺼내 논리적 근거를 들이대지도 않는다. 때론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에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다양하고 풍부한 사례, 그리고 독특하면서도 유쾌한 행동지침은 상사, 선배들이 사회초년생에게 말해 주고 싶었던 진담과 조언임에 틀림없다.

낭시 대학 행동생물학연구소에서 실제로 연구했다는 쥐 실험이 있다.

쥐 여섯 마리를 한 우리 안에 넣고, 수영장을 건너야만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한 실험이다. 결과는 쥐들 사이에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그 결과는 헤엄을 치고 먹이를 빼앗기는 쥐가 두 마리, 헤엄을 치지 않고 먹이를 빼앗는 쥐가 두 마리, 헤엄을 치고 먹이를 빼앗기거나 빼앗지 않는 독립적인 쥐가 한 마리, 헤엄도 못 치고 먹이도 빼앗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쥐가 한 마리였다.

재미있는 건, 먹이를 빼앗기만 한 쥐 여섯 마리를 한 우리 안에 넣으면 또 똑같이 역할 분담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였다. 천덕꾸러기 쥐 여섯 마리를 한 우리 안에 넣어도 마찬가지다.

인간 사회도 실험실 쥐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느 부대든 고문관이라는 존재가 꼭 한 명 정도는 있다. 행동이 굼뜨고 어리석어 동료들에게 단체 기합(얼차려)을 선사하는(?) 꽤나 피곤한 존재가 바로 고문관이다. 하지만 고문관들을 한데 모아 부대를 구성하면 어떻게 될까? 거기서 또 한 명의 고문관이 나타나지 않을까?

군대뿐만 아니라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다. 1등이 있으면 꼴등이 있듯, 어느 반에나 유독 튀는 존재들이 있었다. 누가 그렇게 되라고 일부러 한 명씩 투입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간 사회의 황금비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조직에 공평하게 이 비율이 적용된다고 말하면 너무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것일까? 어쨌든, 이 비율의 법칙이 틀리지 않다면 요즘 사람들은 옛날보다 더 힘든 시대를 살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고문관(?)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중인 ‘무능 공무원 퇴출’을 보면 지금까지 이 비율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공무원들도 이제 현실에 실질적인 동참을 하게 된 것 같다.

지긋지긋하고 긴장되는 이 비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로버트 기요사키와 도널드 트럼프가 저술한 《부자》에서 해답의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두 명은 날로 가난해져 가는 오늘날의 국가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이 스스로 부자가 되면 될 거 아냐.’

그렇다. 비율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당신 스스로 그 비율에 들지 않으면 될 거 아냐.’

《직장생활법칙71 - 단 한번뿐인 20대를 위한》(스마트비즈니스)은 그 비율에 들지 않는 방법을 너무나 직설적으로 알려주는 직장생활 노하우 책으로 저자가 “사회 초년생과 직장 후배들에게는 평상시 술자리 등에서 선배나 상사들에게 백 번, 백 마디 훈계를 듣는 것보다 이 한 권의 책을 읽는 게 더 낫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만큼 아주 직설적이다.

저자가 권하는 직장생활법칙 10번을 보자. 제목이 얼굴을 화끈거리게 할 수도 있지만 웃지 말라.

‘비굴은 직장인의 새로운 무기!’

저자는 예과 2년, 본과 4년에 인턴 1년, 다시 레지던트 4년, 군의관 3년의 기간을 거쳐야 인정받는 의사처럼, 솔직히 직장에서도 과장 정도는 되어야 학력, 실적, 능력, 인맥 등이 고려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 시기에 도달하기까지는 비굴한 영화의 조연이 되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조삼모사의 지혜다. 이는 간사한 꾀로 남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분위기에 맞게 표정관리를 해서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지혜를 펼치는 방법이다.

“위에서 시키면 ‘알겠습니다.’라고 해라. … 점심 먹고 사무실 주변에서 담배 피우며 상사 험담하고 있는데 갑자기 상사가 다가온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라고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라. 상사자신도 수습이 안 되는 아이디어로 기획서를 만들라고 해서 어렵사리 제출했더니,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며 던져버린다. 그래도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약속이 있지만 술 한 잔 하러 가자고 하면, ‘예, 안 그래도 한 잔 생각이 났습니다”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항상 비굴하라는 건 아니고, 필요할 때 약간의 비굴함을 양념처럼 사용하라는 의미다.

직장생활의 감초인 뒷담화에 대한 조언도 있다. 뒷담화도 매너가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요령을 보면, 뒷담화는 그 자리에서 끝나야 하며 뒷담화를 하면서 잘못된 정보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임을 지적한다.

사회 조직 인생의 대 항해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20대에는 기초를 닦고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어설픈 노후준비나 조급한 노후관, 투잡은 금물이며 20대 재테크에 미치면 큰 일 난다거나 인맥관리도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가이드라인을 없애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밖에도 ‘눈물 젖은 빵이 소화도 잘 된다’, ‘약간 나쁜 사람이 살아남는다’, ‘알파걸 시대, 여직원과 친해져라’, ‘노래방 레퍼토리, 세 곡은 기본’ 등과 같이 이 책에는 교과서적인 노하우보다는,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을 둥글둥글하게 처리할 수 있는 ‘야전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다.

또한 단순히 처세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멘토링 제도, 사내통신망, 호칭문화, 메신저 채팅, 웹 2.0 세대에 필요한 RSS, 보안문서로 활용되는 PDF·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증권선물거래소 활용법 등 직장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서도 많은 실질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직장인들에게 직장이란 곳은 “간간이 즐거움도 주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음을 긴장시키는” 정글이 된 지 오래다.

정글의 법칙은 냉혹하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행동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고, 현재의 행동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판단해야 한다.

간혹은 쪼잔하게 보이고, 너무 직설적이라 하더라도 어떤가. 누가 그랬다.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고.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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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가게’에서 경제 성장동력 찾아라

[이코노믹리뷰 2005-05-28 10:57](하동관. 벌써 이곳을 다녀온지도 6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곰탕맛이 비할바 없이 훌륭하다는 지인의 추천을 들은 직후였습니다. 첫인상은 별로였습니다. 점포가 허름한 데다, 이곳으로 통하는 길이 마치 60년대 우리나라 소도시 뒷골목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지저분했기 때문입니다.

가게에서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길게 늘어서 있는 데, 종업원이 손님들에게 대기표를 나눠 주더군요.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난민들이 대피해 있는 곳의 식사 풍경을 떠올렸다고 하면 지나칠까요. 천신만고(?)끝에 한편에 웅크리고 앉아 기다리니 두툼한 놋쇠그릇에 곰탕이 담겨 나왔습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고 하는 데 혹시...'  당시 제가 느낀 솔직한 심경이었습니다만, 국물을 한술 떠 입속에 넣는 순간, 모든 의혹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그 맛을 적절히 표현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까울뿐이네요. 지난 1939년 문을 연 이 가게가 오랫동안 최고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한국최고의 가게>를 한번 손에 들어 보시죠.


한국 최고의 가게 |
김용범·이기창 지음/흐름출판

한국 현대정치사의 라이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1971년 대선에서 여야 대통령 후보로 맞붙으며 질긴 악연(惡緣)을 맺은 이들은, 사상·성장 배경부터 판이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고 한다. 모두 토속 음식‘곰탕’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하동관의 단골손님이었다는 것. 박정희 전대통령은 연초에 초도순시를 할 때면 늘 하동관에서 ‘곰탕’을 공수해 먹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하동관’을 찾을 때마다 종업원들에게 천원짜리 새 돈을 봉사료로 주며 격려했다고 하니, 두 사람 모두‘곰탕 마니아’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한국 최고의 가게》는 역대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하동관을 비롯해 우래옥, 종로양복점, 이명래 고약, 송림제화, 김스튜디오, 박인당, 단성사, 18번 완당집, 원조낙원떡집, 구하산방, 부여집, 양협토기, 송도삼업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포(老鋪) 16곳의 경쟁력의 비결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오늘날처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한 우물을 파고 들어가 지하 심층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역대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곰탕집 하동관으로 눈을 돌려 보자.

지난 1939년 현재의 자리에서 처음 문을 연 이곳의 식단은 단 한 가지, 곰탕 뿐이다. 여기에 찬도 달랑 깎두기 하나인 하동관에는, 그러나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원칙이 있다.

‘60년 전통 한우만을 고집합니다’는 표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물 재료로 한우 암컷의 정육만을 사용하며, 오후 4시반이면 업무를 끝낸다. 물론 맛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하동관을 비롯한 노포들은 유럽기업의 장인정신만을 부러워하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한다”면서 “(이들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원점에서 찾는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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